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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네타 있습니다.



비스트 오브 서던 와일드는, 세계와 나의 관계를 오로지 '나'라는 개인이 겪는 경험과 사건들, 그리고 독특한 세계를 통해서 표현한다. 비스트 오브 서던 와일드(이하 비스트)의 이야기는 '욕조'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꼬마 허시 퍼피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문명과 동떨어진 원시의 환경에서 평화로운 삶을 사는 욕조의 주민들.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서 욕조는 물에 잠기게 되고, 업친데 덮친격으로 전혀 아플것 같지 않아 보이던 아버지는 백혈병에 걸려서 점점 죽어간다. 그리고 허시 퍼피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를 찾아서 물을 건너게 되는데...


비스트의 주제의식은 '세계는 나로 인해서 망가지며, 또한 나로 인해서 세계가 치유된다'라는 다소 독특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거대한 세계와 조그마한 꼬마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현대의 원시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서, 나와 세계의 관계를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다. 욕조라는 공간에서부터 허시 퍼피가 사는 공간, 부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까지, 비스트의 세계는 철저하게 문명을 배제한다. 이러한 문명의 배제의 정점에는 허시 퍼피의 아버지 라는 존재가 있다. 그는 철저하게 문명을 배제하는 원시적 생명력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그는 둑 너머의 도시인들을 안좋게 보며, 태풍을 향해 소리치면서 태풍에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과시한다. 심지어 그는 물고기를 잡을 때 낚싯대를 쓰지도 않으며, 삶은 게를 먹을 때 조차 게를 도구를 써서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닌, 손으로 잡아서 문자의미 그대로 으깨서 먹는 것을 자식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온몸으로 생명력을 드러내는 허시 퍼피의 아버지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재밌는 점은, 영화는 이러한 허시 퍼피가 아버지에게 대드는 장면, 아버지가 쓰러지는 장면, 그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을 리드미컬하게 이어서 마치 하나의 '연관성'을 갖는것처럼 보여준다. 물론, 허시 퍼피가 아버지에게 대드는 것이 아버지에게 병을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나, 이 장면은 허시 퍼피가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들면서 세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태풍이 오고, 욕조는 물에 잠긴다. 하지만 염수의 피해로 민물의 숲이나 생명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다이나마이트를 이용해서 둑을 파괴하고, 염수를 빼냄으로서 다시 욕조에 삶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수 피해로 인해서 더이상 욕조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아버지가 실패하고, 죽음에 가까워지자 자식인 허시 퍼피가 내린 결론은 어머니를 찾는 것이었다. 영화 내내, 허시 퍼피의 상상내에서 존재했던 어머니의 이미지와 어머니가 바다 건너로 넘어갔다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었다는 악어 튀김 이야기 등등 오로지 허시 퍼피의 어머니는 바다를 건너기 전까지는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존재한다. 영화는 허시 퍼피의 어머니가 왜 아버지를 떠났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거세한다. 영화를 본 뒤에, 상당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허시 퍼피가 어머니와 만남으로서 아버지와 화해하고 그로 인해서 아버지-어머니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확립하는데 성공하고, 그 결과 세계가 치유되었지만(정확하게는 다른 터전을 찾아서 떠난 것이지만), 왜 아버지와 별개로 어머니는 극중에서 '타자'로 취급되는가? 몇몇 일단 이것에 대해서 내가 내린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가설은, 허시 퍼피가 원시적 생명력의 발현처럼 보이는(실제로는 죽어가고 있지만) 아버지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라는 이미지만의 존재를 실제 만남으로서 어머니의 이미지를 깨부수고, 아버지의 죽음과 화해하는(아버지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그런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헀다. 실제, 아버지에게 허시 퍼피가 준 것은 어머니가 잘 해주었다는 악어 튀김이었고, 이를 먹는 아버지와 허시 퍼피 사이의 눈빛은 아버지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다는 그런 의미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허시 퍼피는 이전의 어린아이적인 면모를 벗어던진 성숙한 '무언가'가 된다. 영화 초반 선생이 이야기해주었던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 오락스가 부서진 빙하에서 깨어나서 허시 퍼피에게로 오는 과정, 허시 퍼피에게 오는 과정과 모습은 피할 수 없는 숙명, 또는 자연의 잔인함을 암시적이고 신비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런 그들이 욕조에 도착해서 달라진 허시 퍼피에게 무릎꿇는 장면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자에 대한 경외감(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을 드러내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비스트 오브 서던 와일드는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다. 원시적인 이미지와 한 아이의 성장기를 통해서, 세상과 내가 소통하고 화해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독특하게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석연치 않은 몇몇 부분이 있기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가 주는 경험이나 이미지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꼭 보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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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게임 전반적인 흐름이 글 내에 있습니다.


*엔딩에 대한 심각한 네타도 있습니다(가려놓은 상태)


*멀티플레이 리뷰는 제외되어있습니다. 어차피 할 생각도 없고...




1.


툼레이더와 라라 크로프트는 언차티드 등의 액션 어드벤처나 페르시아의 왕자, 어새신 크리드 등으로 대변되는 파쿠르 플랫포밍 게임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초등학교 시절 때, 툼레이더 2편이 보여준 흥미진진한 모험들에서, 최근작 언더월드(2008년작)의 하드코어한 플랫포밍까지, 툼레이더는 오랜 세월동안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리고 이젠 비밀이 가득한 고대유적을 탐사하며 퍼즐을 풀고, 보물을 챙기고, 그리고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치고박고 싸운다는 툼레이더의 게임 구조는 이제 장르 공식이라 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흔한 요소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툼레이더는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모든 것을 넘겨줘버린, 진부한 게임 시리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지금 이 시점에서 툼레이더만의 개성이 무엇이고 매력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각주:1]


2.


툼레이더(2013)은 그에 대한 해답이다. 물론 그 해답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래에서 후술 하겠지만, 본작은 완벽하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몇몇 뚜렷한 단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탈 다이나믹은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희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툼레이더와 라라 크로프트는 이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3.


리부트의 게임 컨셉은 '생존 액션 어드벤처'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라. 이 게임에서 '서바이벌'의 요소는 눈꼽만큼도 없으니까.[각주:2] 캠핑장은 레벨업과 무기 업그레이드, 글고 순간이동 겸 세이브를 위한 체크포인트의 기능을 한다. 섬은 야생동물로 가득차 있지만, 야생동물들을 쏴서 시체를 회수하면 경험치와 일부 회수자원을 얻을 뿐 생존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든가 등의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극후반에 들어서면 주체할 수 없는 탄약과 무식할정도로 강력한 능력 때문에 무쌍을 찍을 수 있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이 생존 이라는 컨셉을 구현하는 방식은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이 아닌, 게임 내의 연출적인 부분에 기반을 둔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부트의 장르는 생존 '호러' 어드벤처라고 생각한다. 과거 작품에서도 온갖 기괴한 트랩들과 기묘한 괴물들에게 끔직하게 살해 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작은 아예 대놓고 이런 끔찍한 장면들을 노렸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여주지만, 속에 들어가면 끔찍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섬이라는 게임 배경[각주:3] , 인간의 입으로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짓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 그리고 게임 내내 연출이나 스토리적으로 고통받는 라라 크로프트와 그녀를 위해 준비된(?) 전용 데드씬[각주:4] 까지, 직접적으로 호러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 만들어내는 섬이란 공간은 불쾌하고 끈쩍하며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드는 지옥도의 연속이다. 그리고 지옥 같은 공간과 잘짜여진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서 게임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4.


생존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존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어떠한 끔찍한 사고나 재난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경우를 가르켜 생존자, 생존했다 라고 한다. 즉, 생존이란 명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끔찍한 상황에 처함을 '당하는' 피동적인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라라의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나는 모험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하지만 내가 모험을 찾기 전에, 모험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게임 초중반 라라가 지속적으로 처하는 상황은, 라라의 의지와 관계없는 끝없는 '피동적' 상황의 연속이다. 그녀는 섬에 상륙하자마자 불의의 습격을 받아 시체들과 함께 거꾸로 메달리며, 탈출 과정에서 철근이 복부를 관통당하고, 시체들과 함께 구르는 등 끝없는 재해와 고난에 마주친다. 게임 연출은, 이러한 라라의 상황을 과격하게 보여주며, 이러한 과정에서 라라의 모습을 피해자처럼 그려낸다. 실제로도 초반의 라라는 이 거대한 재앙의 피해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로스에게 눈물로 하소연하는 장면이나, 덫에 끼어서 낑낑거리는 장면, 버튼 한번 잘못 누르면 한번에 골로가는 QTE들, 심지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조차[각주:5] 게임은 그녀를 가해자나 주인공이 아닌, 재수없는 상황의 피해자처럼 묘사를 한다.[각주:6]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녀는 끔찍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살아남는 '생존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때부터 게임은 라라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주가 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섬의 비밀을 파해치고, 적진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드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생존 '의지'를 드러내는 요소는 중후반 이후 게임 플래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살아남기 위해서 네발로 기어서 회피를 하는 모습[각주:7]에서부터 임기응변적인 물건들을 다양한 용도로 쓰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흉기로 써먹는 부분[각주:8] 등등 게임 플래이 역시 점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라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점에서 파크라이 3의 주인공 제이슨 브로디와 많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제이슨이 광기가 판치는 섬에 적응하다보니까 어느새 그 자신도 광기에 전염되어 있는[각주:9] 모습을 게임 플레이와 게임 연출적으로 보여주었다면, 툼레이더 역시 그 상승 및 강화의 과정이 비슷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파크라이 3가 좀더 은유적이고 게임 플래이 자체에 은연중에 깔아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툼레이더는 직접적이고 압축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연출을 풀어낸다.


게임은 이러한 피동적인 라라의 상황에서 능동적인 라라의 모습까지 서서히 에스컬레이트 하는 모습과 그 에스컬레이트의 과정 중간 중간에서 폭발하는 해방감의 완급을 잘 조절하고 있다. 라라의 끈질긴 생명력에 겁을 먹는 적들에게 도발을 하는 라라의 모습이나, 수류탄 발사기를 얻고서 '이제 도망쳐봐라, 이 나쁜 놈들아!'라고 외치는 라라의 일갈은 그동한 당해오고 억눌렸던 라라의 상황을 한번에 터뜨리는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툼레이더는 근래 나온 고만고만한 스토리를 보여주었던 게임들과 다르게 훌륭한 템포 조절로 몰입감과 긴장감, 해방감을 동시에 갖는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5.


게임 스테이지는 전반적으로 언차티드에 아캄 어사일럼[각주:11]을 섞은 듯한 기묘한 형태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스테이지' 단위로 나뉘어진다. 물론 그것이 구체적으로 미션 XX, 스테이지 XX 등의 형태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은 하나로 이어져있다기 보다는 캠프와 캠프 사이의 공간 단위로 분절되어 있으며, 개별 스테이지만 놓고 본다면 언차티드의 스테이지 구성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파쿠르를 이용한 플랫포밍으로 벽타기, 메달릴 수 있는 색칠된 난간, 봉 곡예 등등 언차티드적인 스테이지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차티드와 다른 점은, 라라는 캠프에서 언제라도 캠프에서 다른 캠프로 이동할 수 있으며, 각각의 스테이지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이나 문서, 그리고 과제를 언제라도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아캄 어사일럼의 아캄 수용소처럼, 능력이 해방됐을 때 접근 가능한 곳이나 모을수 있는 물건이 늘어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게임의 메인 스토리텔링과 별개로, 섬이라는 공간에 있는 유물과 문서를 모아서 과거 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왔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자연경치에서부터 오래된 유적들, 2차세계대전의 일본군 벙커에, 토막난 시체와 해골들이 쌓여있는 지옥도와 유황온천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장소에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문서와 유적들은 자세한 배경 설명을 제시한다.


다만, 기존의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하드코어한 플랫포밍은 리부트 작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마치 라라를 죽이려고 덤비는 트랩들과 기계장치들은 사라지고, 언차티드 같이 난간에서 난간으로, 로프에서 로프로, 점프와 다음 난간을 인지하고 넘어가는 형식의 간단한 플랫포밍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물론, 대중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언차티드 식의 마법의 자석 손바닥이 적절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전통이었던 코어한 플랫포밍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6.


게임의 전투는 상당히 '기묘'하다. 기본적으로 적들이 라라를 향해 끊임없이 몰려오고 저돌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을 자주하는, 상당히 공격적인 패턴의 전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언차티드 3와 비슷하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언차티드 3와 다르게, 툼레이더는 '엄폐' 개념이 없다. 아니, 있긴 한데 특이하다. 툼레이더는 상당히 특이한 엄폐 개념을 보여주는데 엄폐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적이 있으며, 라라가 엄폐물 근처에 있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라라는 자동적으로 엄폐물에 엄폐한다. 이게 따로 엄폐 버튼이 있어서 엄폐를 하고 해제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엄폐한 뒤에 조준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형태를 취한다.


이렇게 본다면 엄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많을것이라 생각하지만, 게임의 전투 패턴을 생각하면 '엄폐 버튼 없이 엄폐'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적들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뉘어지는데, 근접공격병, 수류탄 투척병, 그리고 원거리 공격병으로 나뉘어진다. 엄폐형 TPS가 자칫 엄폐를 잘하면 그 자리에서 모든 적을 털어먹는 것이 가능한 게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바리에이션을 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근접병 및 수류탄 투척병의 경우 엄폐한 상태의 라라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이들을 상대한다고 엄폐에서 나오면 원거리 공격병들[각주:12]이 공격을 한다. 결국, 라라는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회피버튼을 연타하면서 빠르게 이동,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이라는 제작사가 전투 시스템에 별로 뛰어나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해보면[각주:13], 치밀한 고민을 한 흔적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잠입/스텔스 킬 부분은 완벽한 언차티드의 판박이 이다. 기본적으로 적들은 소리 보다는 시야에 더 민감한데, 심지어 바로 뒤에 있는 동료를 잠행 도끼 킬로 제거하고 있더라도 멀뚱멀뚱히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적의 인공지능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잠입이라는 요소를 강조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7.


그래픽과 사운드의 경우, 좀 맥빠지는 총기음을 제외하면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아름다우며, 프레임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현세대 말에 콘솔 제작 노하우가 쌓인 상황에서, 더이상 좋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툼레이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라라 성우의 열연이었다. 끔찍한 상황에 당황해서 울먹거리는 목소리에서부터, 쌍욕을 하면서 적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라라' 다운 부분까지, 하나의 목소리로 다양한 케릭터를 커버하는 모습은 높게 평가할만하며, 후속작에서도 이 성우가 라라 역을 맡았으면 한다.


8.


툼레이더 리부트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며, 기존의 팬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툼레이더 리부트는 대단히 가치가 있다. 한때 액션 어드벤처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툼레이더는, 언차티드나 페르시아의 왕자 등등의 신흥 프랜차이즈에 밀려서 코어한 게임 프랜차이즈로 주저앉았었다. 하지만 리부트에서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탈바꿈한 툼레이더는 라라 라는 케릭터의 성격을 재정립하였으며, 그 과정을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앞으로 크리스탈 다이나믹이 어떤 툼레이더를 만들어낼지, 대단히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 이런 게임들을 선두했으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하드코어한 플랫포밍...이라고 하고 싶다. 솔직히.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본문으로]
  2. E3 게임플레이 영상에서 라라가 음식을 구하는 부분, 캠핑 관련 부분등은 연출적인 것에 불과하다. [본문으로]
  3. 도대체 그 많은 해골과 시체가 어디서 나왔을까 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엄청난 사체와 해골 더미를 게임 내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4. 제작진은 이런 유니크 데드씬이 무려 22개나 된다고 밝혔다! [본문으로]
  5. 정당방위이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6. 하지만 몇몇 게임웹진 리뷰에서 지적하였듯이, 라라의 첫살인 이후 라라의 파괴신적인 면모가 갑작스럽게 대두된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라라는 3~4명의 광신도를 끔살내버린다. 상당히 기묘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7. 능력을 해방하면, 단순히 회피를 하는 것을 넘어서 카운터 공격으로 적의 무릎 뒤쪽에 화살을 꽂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후반의 스톰가드들을 상대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테크닉이다. [본문으로]
  8. 구급상자가 없자 라이터로 화살촉을 가열해서 상처를 지져서 소독하던가, 길에서 주운 로프를 화살에 묶어서 사용하며, 잡동사니로 무기를 마개조하지를 않나, 라이터와 화살 조합으로 불화살에서 심지어는 네이팜 화살을 만드는 등등 [본문으로]
  9. 게임 연출이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게임 시스템상 게이머의 플래이의 과격성이 능력을 얻을떄마다 급격하게 상승한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문신'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난다. [본문으로]
  10. 상실은 잃음을 당하는 것이지만, 희생은 스스로 잃을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뭐 이런 뉘앙스? [본문으로]
  11. 또는 본인은 '케슬베니아:월야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메트로베니아에 비교하고 싶기도 하다. [본문으로]
  12. 초반에는 활쟁이들이지만, 후반으로 가면 기관총을 든 적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위험도는 점점 올라간다. [본문으로]
  13. 소울리버 2는 애매했으며, 데빌메이크라이가 나오고 난뒤에 나온 디파이언스는 스토리는 둘째치더라도 전투가 재밌었다고 빈말로 말을 못하는 수준이며, 툼레이더:언더월드는 차라리 전투 빼고 거기에 퍼즐과 플랫포밍을 집어넣어줬으면 했었다... [본문으로]
소설 및 책 이야기



세상을 바꾼 책들과 저작들을 꼽는 리스트가 있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어떤 리스트에도 꼭 들어갈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사상적인 배경을 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최초로 이념에 의해서 새워진 국가체계인 공산주의 정부를 수립하였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이념을 토대로 세워진 공산주의 국가들은 90년대 이후 도미노 처럼 붕괴하면서, 공산주의라는 사상 역시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동시에 몇몇 성급한 학자들은 인류 진보의 최종단계가 도래하였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인류 역사는 자본주의/민주주의 라는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하였으며 더이상 역사적 발전이 없으리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래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새로운 문제제기가 등장하였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역시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주로 마르크스의 사상의 철학적인 기반과 자본론의 큰 흐름만을 짚고 넘어갈 것이다. 자본론이라는 저서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자, 당시 주류 경제학에 대한 반론이자 비판에 가까운 저서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기존의 경제학이 아담 스미스 이후로 사상적인 발전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다. 즉, 왜 시장은 옳으며 자본은 옳은가? 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자본주의 자체에서는 한번도 행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이에 대해서 정치역학적인 분석-자가 증식하는 가치로서의 자본을 은폐하기 위한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을 더해서, 당시로서는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지지하는 요소들은 크게 4가지의 요소로 구성되어있다. 헤겔의 역사 접근 방식(특히 청년 헤겔학파의),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적 도구,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계급 투쟁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의 경제발전사이다. 마르크스가 학문을 배울 당시에는 헤겔의 사상이 유럽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헤겔은 역사는 절대이성을 향한 운동이라고 규정하였다. 헤겔이 생각한 절대이성은, 모든 것이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이상향(?)을 정하고 있으며, 서로 반대되는 논리와 사상들, 이념들은 변증법적인 절차를 통해서(기존의 논리, 정-새로운 논리이자 반대되는 논리, 반-그 둘이 합쳐진 논리 합) 절대이성으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물론, 마르크스의 사상은 헤겔의 관념론적인 세계관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청년 헤겔학파의 문제의식(진보에 대한 요구)과 변증법이라는 방법론(마르크스 역시, 현실과 현실을 은폐하는 기제들, 그리고 그것이 합쳐진 형태라는 점에서 변증법이라는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에 대해서는 큰 영향을 받았다.


마르크스 이론의 가장 큰 모티브라 할 수 있는 유물론은, 포이어바흐가 종교의 탄생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포이어바흐는 종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며, 종교에 얽메이는 것이 아닌 인간 근원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종교가 원래부터 존재한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물질적인 존재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라는 접근을 통했다는 점에서 유물론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단순히 영향을 받은 수준을 뛰어넘어서 이를 넓게 확장시켰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이 포이어바흐의 유물론과 차이가 나는 점은 크게 두가지로, 첫번째는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이 종교 발생이라는 한정적인 시스템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반해서 마르크스는 사회 전체에 대한 확장 적용을 동반하고 있다. 또한 마르크스는 유물론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가령, 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역사의 변혁과 흐름을 유물론과 결부시키셔 본 것은 마르크스가 유물론을 역사주의와 결부시켜서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계급 투쟁론은 프랑스의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경제사에 대한 의식은 영국 자본주의 경제 발전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자본론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도래 과정은 영국의 자본주의 발전사에 근거하고 있는데, 장원에 대한 엔클로저 운동이나 임노동자들의 출현, 그리고 기계에 대한 숙련공들이 어떻게 해서 비숙련공이자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바뀌는지에 대한 설명은 영국 자본주의 발전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자본주의 발전사와 다르게 유럽의 경우 노동수단을 지킬 수 있었기에 자본주의적인 괴멸이 늦어졌다고 이 책의 저자들(마르크스가 아닌)은 보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자본주의의 본질이란 영원히 자가 증식하는 자본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며, 생산수단의 독점, 노동력의 착취, 무산계급의 출현, 공황 등등의 다양한 요소는 사실상 자가 증식하는 가치인 자본이라는 구조를 은폐하거나 자본이라는 가치의 모순이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자본 생산의 도식에 있어서 투입 자본과 산출 자본의 가치는 상이한 것이 당연하며, 기술 발전이나 다른 생산요소의 발전 자체는 산출 자본의 증가에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마르크스는 보았다. 그렇기에 유일하게 착취가능한 노동이라는 요소를 착취함으로서, 잉여 자본이자 잉여가치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 마르크스의 관점이었다. 


마르크스의 시각이 현대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그건 마치 1이 지배하는 세계 2가 출현한것과도 같은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이라는 이성에 대한 신앙이자 신봉이 팽배한 시점에서, 세상이 움직이는 메카니즘에 대한 마르크스의 새로운 해설은 엄청난 문제제기였다. 이후, 이성에 대한 반론인 니체나, 철학의 언어라는 문제를 제기한 비트겐슈타인, 존재론 담론을 꺼낸 하이데거나 그의 후예 등등 헤겔의 절대이성의 붕괴와 마르크스의 등장과 함께 철학은 새로운 조류를 맞이했다고도 볼 수있다.


또한 마르크스는 처음으로 모든 것에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측면에서 사회과학적인 가치와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듯이 보이는 아름다운 사회현상 밑에도 은폐되어있는 정치메카니즘의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은 경제적/물질적인 기반에서 출발한다는 발상의 전환은 새로운 시각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사회'과학'의 출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그 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탐구를 보여줌으로서 학문적 방법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완벽한 이론은 아니지만(계급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다소 순진한 접근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론이 제시하는 방법론은 지금까지도 현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도로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잠시나마 맛이라도 본 것은(이 책은 300페이지 전후지만, 원서는 수천페이지 짜리 책이다...) 정말이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임 이야기



왠지 코너는 어떻게 되었나요? 했다가는


카리브해 한가운데에 발목에 애니머스 매달아서 수장시킬 분위기인듯합니다(....


애니머스를 안고 익사해라...! 이런건가...


올해 10월에 발매 예정입니다. 흠...



게임 이야기





평점도 잘 나오고, 리붓이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듯 한데,


전 당일치기로 달려가서 살겁니다.


언더월드 같은 하드코어함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뭐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매력있는게 아닐까요?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글은 파이어 엠블렘을 처음으로 접한 플레이어의 기준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물론, 다른 시리즈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자료수집 및 검색을 하고 쓴 글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네타가 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FC 시절부터 닌텐도와 함께해온 시리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리즈의 오랜 역사와 팬층, 닌텐도의 라이트한(?) 성향과 별개로, 파엠의 게임성은 하드코어의 극치를 달렸다. 한번 죽으면 되돌아 오지 않는 유닛, 뭔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행동의 결과, 랜덤한 성장 때문에 애정을 갖고 키우던 케릭터가 병신이 되질 않나 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안하던 케릭터가 급부상 하는 등 요즘 게이머가 보면 뒷목잡고 쓰러질만한 요소들의 향연이었다. 그와 별개로 파엠 시리즈는 SFC 이후로 이어지는 두터운 팬층에 힘입어서 현재까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작들의 부진[각주:1]과 일본 SRPG라는 장르 자체의 부진으로 인해서 미래가 불투명한 시리즈였기도 했다. 5년만의 신작, 각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간략하게 요약을 하자면, 각성은 파엠 시리즈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요즘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하고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명작이다. 하지만, 각성은 아주 무모한 도전장을 던졌고,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게...재밌긴 한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특이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파엠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케릭터와 게이머를 쉴새없이 빡치게 만드는 요소에서 나오는 하드코어함이다. 특히 파엠 시리즈의 경우, 공격 한 두번에 골로 가버리는 적은 체력, 무조건 1:1로만 적을 처리, 개별 유닛 생존기의 부재, 불리한 상성으로 인해 확정적으로 받는 공격의 존재[각주:2] 등등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게이머에게 대단히 불리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잘못 방심했다가는 애지중지 키웠던 유닛이 한순간에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또한 파엠의 성장은 전통적으로 랜덤 성장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아수라장을 해치고 애지중지 키운 케릭터가 레벨업을 했는데도 레벨업한 결과가 비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난수 고정 시스템[각주:3]까지 얹어주면, 요즘 게이머는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게임이 완성된다. 하지만, 파엠의 독특한 매력은 바로 이러한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쾌감에 있다. 특히, 툭하면 죽는 수라장과 랜덤 레벨업이라는 난관을 모두 해치고 큰 케릭터에 대해서 게이머가 갖는 애착, 그리고 그런 장애물들을 뛰어넘었다는 게이머의 자부심과 성취감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수 없다.


파이어 엠블렘:각성의 시스템은 지난 시리즈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시스템들을 모두 모으는데서 시작된다. 성전의 계보에서 등장한 결혼과 자식세대, GBA 3부작에서 나온 프리맵, 마이유닛-군사 유닛의 존재, 지원 회화 등등을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었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인 듀얼의 존재는 케릭터 육성을 편하게 하는데, 한 유닛에게 보조 유닛이 붙은 방식인 듀얼 시스템은 유닛과의 관계에 따라서 지원 공격/방어가 들어오며, 듀얼 상태인 유닛의 능력치를 올려서 생존률/공격력을 동시에 올려준다. 시리즈의 총집대성이자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한 작품이긴 하지만, 정작 트라키아 776이나 다른 작품에서 나온 몸통박치기, 체격-포획 시스템이나, 피로도 시스템 등등의 다소 하드코어한 시스템들[각주:4]은 포함되지 않았다.


각성의 가장 큰 특징이자, 그리고 시리즈에 대한 최대의 반역은, 바로 '무한한 육성'에 있다. 기존의 시리즈는 하급직->상급직으로 전직할 수 있는 마스터 프루프만이 존재 했으나, 각성에서는 마스터 프루프와 더불어서 체인지 프루프 라는 클래스 체인지 아이템이 추가되었다. 이 아이템의 핵심은, 레벨 조건만 만족 시키면[각주:5] 문자 의미 그대로 무한하게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작들이 최대 레벨[각주:6]에 도달하면, 더이상 성장할 수 없었던 것에 반해서, 이번작에서는 프리맵과 함께 플레이어가 원하면 계속 노가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초반에 쓰고 버리는 유닛[각주:7]조차도 무한한 전직을 통해서 최종 보스를 서걱서걱 썰어버리는 괴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무한 육성의 절정은, 자식세대 유닛에서 정점을 맞이한다. 부모세대의 능력과 스킬, 직업을 물려받는[각주:8] 자식세대는 성장의 폭이나 스킬의 조합 측면에서 이미 부모세대 유닛의 잠재력과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이렇게 보면 각성은 레벨 9999 찍고, 환생과 케릭터의 무한 육성을 모토로 내새우는 디스가이아와 게임이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디스가이아와 각성의 매력포인트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성의 난이도가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각주:9] 각성은 여전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이며,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방어 기제는 여전하다. 플레이어가 판단을 잘못하면 유닛들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각성은 전작들과 다르게, 어느정도 시점이 지나면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각주:10]하다. 물론 그러한 육성의 과정은 대단히 재밌다고 할 수 있다.


각성은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 답게, 닌텐도 하드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 다른 평행세계의 존재라는 설정으로, 엇갈림 통신에 자신의 기사단을 등록해놓고 타인의 게임에 등장하는 요소로 타인의 기사단에 가입을 하거나, 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로 싸우는 시스템은 닌텐도 하드니까 가능한 잔재미라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브레이브리 디폴트 처럼 하루에 인터넷에서 랜덤한 플레이어를 자신의 대륙에 소환하는 방식을 취했으면, 이러한 요소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스토리는 평범한 일본식 판타지물이다. 가끔식 드는 발칙한 생각인데, 이 키즈나 라는 존재는 일본인들 유전자에 각인된 밈수준이며, 아주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이야기(전체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체)의 판타지 버전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것이다. 뭐 그런 삐딱한 시선을 제외하면, 각성은 메인 스토리 보다는 지원회화로 일컬어지는 유닛과 유닛 사이의 대화가 더 인상깊다. 다양한 성격의 유닛들이 서로에 대한 이야기와 설을 풀어내는 지원회화는, 특히 자식세대의 추가로 절정을 맞이하는데 자식세대-부모세대의 대화, 자식세대-자식세대의 대화 등등 복잡하고 가변적인(누가 부모인가, 누가 자식인가, 혹은 누가 형제인가) 관계를 잘 다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파이어 엠블렘:각성은, SRPG라는 사양하는 장르에 있어서 새로운 흥행 포인트를 찾은[각주:11]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물론, 각성은 팬들에게 상당히 반역적인 작품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시리즈의 본질을 왜곡한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잘 잡혀 있으며 더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S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볼만한 작품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3DS로 즐길만한 게임이다.







  1. Wii로 나온 새벽의 여신의 애매한 평가, DS로는 과거 작품들의 리메이크만 나왔다. [본문으로]
  2. 심지어는 AI도 이걸 노리고 진짜 집요하게, 집요하게 상성을 물고 늘어진다. 한두번 정도는 요행으로 피하는것이 가능하나, 한두명 이상이 덤빌시에는 그냥 사망 확정. [본문으로]
  3. 가령 A유닛이 명중률 40%의 상황에서 B유닛을 공격해서 죽였다. 세이브-로드를 해서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명중륭 40%인 A유닛이 B유닛을 죽인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참고로 체격-포획 시스템이 최초로 나온 트라키아 776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SRPG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본문으로]
  5. 타 클래스 전직은 10레벨 이상, 자기 클레스 레벨 초기화는 만랩 20레벨 달성. [본문으로]
  6. 하급직 20레벨->상급직 20레벨 [본문으로]
  7. 초반 도우미 늙은 기사 유닛들, 이번작에서는 젊은 집사(.....)인 프레데릭이 그 포지션이지만. [본문으로]
  8. 물론 남성 한정/여성 한정 직업으로는 클래스 체인지가 불가능 하지만, 단 '스킬'은 이어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
  9.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디스가이아도 절대 쉬운 게임은 아니다. [본문으로]
  10. 물론 GBA 3부작 이후로는 그런 경향이 생기기는 했지만, 각성은 좀 그게 심하다... [본문으로]
  11. 디스가이아를 생각하면, 당연한 세일즈 포인트일수도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quetzalcoatl1104.tumblr.com/post/43948795805 메모에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4편의 게임적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는 4편에서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물론 제가 리뷰를 썼을 당시에는 거대한 사족 같은 게임이라고 했지만, 요즘 같이 큰 시리즈 게임들이 죄다 망하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4편의 엔딩은 장엄했고 웅장했으며, 빅보스가 1시간 반 정도 떠드는 엔딩도 대단히 훌륭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4편, SOP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코지마는 메기라 원안에서는 2편과 4편 사이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했었죠. 4편이라는 웅장한(?) 엔딩을 냈는데, 과연 메기라 라는 또다른 사족을 갖다 붙이는 것이 시리즈 전반에 있어서 필요했을까요? 또한 플레티넘 게임즈가 보여주는 메탈기어의 이미지는 플래티넘 특유의 정신없는 B급 액션의 연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메기라에서 표현하는 잠입의 모습은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를 희화화 하는(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는 슈퍼 닌자가 박스를 뒤집어쓰고 잠입을 한다고?) 부분조차 있구요. 어찌보면 시리즈 정체성에 대해서 정면으로 돌을 던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메타픽션적인 성격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보여주는 게임의 세계는 기묘합니다. 보통의 게임은 메탈기어, 핵을 쏜다! 처부숴라, 우어어어어 이런 느낌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면, 코지마는 '도대체 핵을 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부터 스토리텔링을 쌓아올라갑니다. 메기솔 1편에서 냉전 종식 이후 핵이 어떻게 관리되었는가, 그리고 그속에서 메탈기어 렉스가 갖는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죠.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토리는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에 기반합니다. 3편의 파라메딕은 핵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그당시 동시대에 온갖 괴수 영화들과 공포영화에 대해서 떠들어대며, CIA 국장은 스네이크와 악수하기 위해서 CQC를 벌이지 않나, 2편에서는 라이덴에게 게임을 끄라고 명령하거는 로이 켐벨(의 탈을 쓴 GW)이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라이덴의 모습, 4편에서는 똥이나 지리는 조니가 모든 나노머신을 설사로 배출해서 SOP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정하는 등, 개그와 진지함, 사실과 거짓, 허구와 역사 등등의 대립항이 게임속에서 결합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들은 그러한 구분점이 명확했어요. 마치 문어 머리와 문어 다리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쉬운것 처럼요. 하지만, 메기라는 그러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사이보그 닌자가 무너져 내리는 종탑을 역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나, 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거나,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칼을 들고 엑셀러스를 자유절단 하는 모습, 몬순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고양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 병사(......) 등등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개그-스토리의 구분 자체가 애매해지고 섞여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정신적으로도 승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사이보그 닌자'라는 기믹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진실에 섞인 '픽션'의 한갈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메기라는 '픽션의 확대 재생산'인 만큼 이러한 구분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원래 농담과 거짓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농담과 거짓말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메기라의 스토리 자체가 B급적인 농담과 거짓말로만 점철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픽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며, SOP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픽션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것이 바로 메탈기어 라이징인 것입니다.


메기라는, 라이덴이라는 케릭터를 재조명합니다. 2편에서 코지마는 소년병이라는 테마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소년병 출신인 라이덴은 시대의 슬픔과 아픔을 짊어진 병사라는 점에서 솔리드 스네이크와 비슷한 포지션이지만, 그 둘의 성격은 매우 다릅니다. 스네이크는 전문적인 군사 교육을 받았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끝까지 살아남는 생존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라이덴은 2편에서부터 드러났듯이 '피해자'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한때 라이베리아에서 잭 더 리퍼라고 불렸던 전설적인 소년병이, 어떻게든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의 라이덴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메기라에서는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문제는 이건 우리가 서브컬처 장르에서 이야기하는 흑화 쪽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4편 이후, 기계에 의해서 통제되고 관리되는 전쟁 경제는 붕괴되었습니다. 하지만, SOP 시스템이 뿌린 밈은 여전히 남아있죠.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 밈을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려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뇌를 적출해서 전쟁경험을 주입하면서 쾌락중추를 자극해서 완벽한 병사로 만들고자 하고, 대통령을 암살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형태로요. 그리고 대통령 암살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 대중의 모습은, 최종보스인 암스트롱이 이야기 하듯이, 우리 모두가 패트리어트의 자식들(Sons of Patriots)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증오는 계속해서 전염되고 재생산되며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라이덴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이보그 병사들을 도륙내면서 전진하지만, 제작진들은 이러한 라이덴에게 아주 잔인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과연 네가 대의를 위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라는거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너는 그러면서도 살육을 즐기는게 아니냐?!'라고 비웃음과 질문을 메탈기어 라이징은 참탈이라는 시스템과 연결시켜서 상당히 기분나쁜 결론으로 이끌어냅니다. 그들은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라이덴에게 제작진은 가혹한 진실(정녕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는가? 자신의 대의를 위해서 잔인하게 인간을 도륙내고 내장을 뽑아내는 라이덴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가?)을 보여줍니다. 그러자, 라이덴은 스스로 인정하죠. 자신 내부에서 살육을 즐기는 존재, 잭 더 리퍼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사실, 그렇기에, 메기라의 스토리텔링은 호쾌한 게임 플래이와 다르게 대단히 씁쓸합니다. 암스트롱이 죽기전에 라이덴에게 했던 말, '내가 죽어도 내게는 후계자가 있다. 바로 너라는 후계자가.'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합니다. 라이덴은 스스로 옳다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고 이를 실행했었죠. 하지만, 그가 옳은 선택을 한걸까요? 솔리드 스네이크라면, 그는 그러한 선택에 대해서 씁쓸하게 곱씹으면서 프로답게 묵묵하게 다음 임무로 넘어가겠죠. 하지만 라이덴은 결국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영원히 떠도는 존재로 변해버립니다. 물론 소년병 출신이라는 트라우마가 있긴 있지만, 라이덴이 내린 결론은 라이덴이라는 케릭터에게 있어서 너무 비극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메기라의 스토리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메탈기어 시리즈의 스토리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시리즈의 잠입액션 장르와 다른 장르기는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메탈기어의 화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모든 사건들은 4편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가 보여준 이야기는 완전히 끝난 메탈기어 시리즈, 바로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어찌되든 영원히 고통받는 라이덴(.....)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아들하고 마누라도 멀쩡하게 있는 놈이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라니...솔리드는 이제 쉴 수 있게되었지만, 라이덴은 언제 쉴건지 감조차도 안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는 사실 '나온 것이 신기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메기솔 4편 발매 이후, 2편과 4편 사이의 써니 구출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개발을 밝힌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은, 2011년말이 될때까지 어떠한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았죠. 하지만 첫 트레일러 공개 이후 기나긴 시간이 흘러서 2011년 12월이 되었고, 스파이크 TV에서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이 코나미 개발이 아닌, 플래티넘 게임즈 개발로 넘어갔고, 그에 따른 새로운 컨셉 트레일러가 발표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차게 식어버릴 수 밖에 없었구요.


일단 본격적으로 리뷰를 하기에 앞서서, 분명하게 밝혀두어야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제작사가 중간에 바뀌는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뭐,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3D 렐름즈의 듀크 뉴캠 포에버를 기어박스가 들고와서 마무리 지은거 정도죠.(에일리언:콜로니얼 마린도 여기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두개의 회사가 하나의 게임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코지마 히데오 프로덕션은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GC 버전을 실리콘 나이츠에게 외주를 줬다가(메탈기어 솔리드:트윈 스네이크) 스스로 너무 많은 관여를 한 나머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메탈기어 라이징은 코지마 조차도 개발 자체에 난항을 겪은 작품이었다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즉,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코지마가 생각한 메탈기어 라이징의 참탈과 게임 플래이, 스토리, 분위기 전반을 과연 플래티넘 게임즈가 잘 해석해서 자신만의 색깔로 잘 풀어내는가 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를 껴안고 스타팅 라인에 선 것입니다. 이쯤되면 마치 제작단계에서 게임 망하라고 기도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제 나온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이하, 메기라)는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괜찮은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수많은 리뷰어들이 제기한 분량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몇몇 아쉬운 부분들(액션의 단조로움, 어딘가 하드코어한 패링의 존재 등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이 잘못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앞으로 다듬으면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하는게 더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반에 '참탈'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게임의 본질은 다른데 있습니다. 보통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에는 플래이어가 자신의 케릭터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이후의 액션 게임들은 '회피'라는 메카니즘을 방어 메카니즘을 주된 방어수단으로 삼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갓 오브 워, DmC, 닌자 가이덴, 베요네타 등등, 사실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설령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게임들에서는 회피가 필요없고 다른 방어기제에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리고 메기라는 여기서 아주 무모한 노림수를 하나 던집니다. 방어 메카니즘으로서 저스트 가드, 막기라는 요소를 주된 요소로 집어넣은 것입니다. 저스트 가드라는 개념은 데메크 3 등에서 이미 나온 개념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보통의 저스트 가드는 그렇게 '쉬운' 개념은 아닙니다. 많은 게임들에 있어서 저스트 가드의 개념은, 플래이가 극에 달한 고수들을 위한 극한의 영역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아있었죠. 이걸 기본 방어 시스템으로 채택을 했다는 점은 무모에 가까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는 이러한 막기 시스템을 세심하게 잘 다듬어서 아주 코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우 쉬운 것도 아닌 적절한 난이도로 맞추는데 성공합니다.


메기라에서 적들은 공격을 하기 전, 눈에서 빛을 냅니다. 빨간색 불빛이 번쩍! 하면 그 다음에 공격을 한다는 의미고, 이 타이밍에 맞춰서 적 방향으로 스틱 입력+일반 공격 버튼을 누르면 막기 모션이 나오구요. 막기 자체의 타이밍은 대단히 여유로운 편인데, 적이 불빛을 번쩍이고 나서 막기 커멘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막기 모션이 나옵니다. 이걸 '저스트 가드'라고 하기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하지만, 막기 커멘드를 적 공격이 나오는 타이밍에 더 근접하게,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넣으면 라이덴은 곧바로 반격을 가하며, 반격에 맞은 적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이 상황에서 곧바로 참탈 모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막기의 손맛이 대단히 짜릿하며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막기로 공격을 처내고, 적들을 토막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일방적인 '막고 배어내기'의 원패턴이 아닙니다. 게임은 적들이 가드불가, 잡기 공격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라이덴에게는 살짝 백스텝을 하면서 베어내기를 하는 '공방일체'라는 기술(기술 구입을 해야하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중요합니다)을 줘서 가드 가능 공격-가드 불가 공격-잡기 공격 사이의 '가위 바위 보'의 구도를 만듭니다. 가드 가능 공격은 가드 하지만, 가드 불가 공격과 잡기 공격은 공방일체로 피하면서 공격한다 라는 게임 플래이는 아슬아슬한 난이도 줄타기를 하며, 그 부분에 있어서 메기라는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공격 경고와 공격 사이의 텀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공방일체라는 기술은 기존의 회피 개념으로 써먹기에는 이동거리도 짧고 무적시간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될정도지만, 잡기나 가드불가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참탈과 자유베기 시스템은 게임 첫 공개부터 유명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메기라 본편에서도 '적의 장기를 빼앗아 에너지를 채운다'라는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하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은 이를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게임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넣는다면, 이를 뽐내려고 자랑질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메기라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게임은 자유베기와 참탈을 적당하게 사용하며, 보스전에 따라서는 정확한 자유베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메기라의 보스전은 최근 액션 게임에 있어서 거대 보스전들에 대한 도전장입니다. 기본적으로 메기라의 보스전은 막기-공방일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대한 플레이어의 기술을 테스트 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체력이 줄어들 때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때마다(제트스트림 샘 전의 경우에는, 저스트 가드 후 칼을 쳐내버리면 샘의 패턴이 좀더 싸우기 쉬워지는 형태로 바뀌며, 선다우너는 반응장갑을 모두 잘라냈을 때 2차전으로 들어섭니다) 패턴은 변화하며, 각각의 패턴은 반복적이지 않습니다. 보스전은 근래 했던 액션 게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긴장감 있었습니다. 아 물론,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경우는 좀 어이없고 황당했으며 좀 별로였던 부분이었지만요.


메기라 자체가 잘 조율된 액션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메기라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위-바위-보 형식의 게임 공방 자체는 게임에 있어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플래이어가 콤보를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자유도 자체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킬이나 공격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각의 공격의 차이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베요네타 처럼 팔/다리에 무기를 달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거나, 회피 캔슬링으로 딜레이가 큰 공격만 꺼낸다던가 등은 불가능합니다(물론 팬들 사이에서 자유베기 모드 캔슬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음....) 자유베기의 시점이 좀 애매하게 돌아가거나, 좁은데서 카메라가 미쳐 돌아가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게임의 분량이 치명적으로 짧습니다. 이건 도저히 좋게 평가해줄 수 없는 것이, 스토리 자체(下편에서 다루겠지만)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두 음미하기 전에 너무나 빠르게 끝나버립니다. VR 미션이 있기는 있지만, 엣지의 리뷰에 따르면 8시간에 1회차 클리어, 13시간에 2회차 클리어, 15시간에 3회차 클리어 라는 경이로운(?) 클리어 타임을 자랑하구요. 사실, 좋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플탐이 5시간 전후로 끝나는건 좀 심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기록이 컷씬 빼고 5~6시간 정도 선에서 클리어한 것이었으니...


下편에서 메기라의 스토리에 대해서 다루겠지만, 일단 메기라는 훌륭한 메탈기어의 스핀오프입니다. 스토리도 그렇지만, 액션 게임으로서도 훌륭한 게임인것은 사실이구요. 물론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후속작에서 잘 다듬어서 나온다면 충분히 더 뛰어난 게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입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판매량이 잘나와야겠지만요. 음....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1편이 나온 이후, 항상 억울한(?) 평가를 받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래픽만 뛰어난 게임이라느니, 그래픽 빼면 도대체 남는게 뭐가 있느냐 등등 하여간 게임은 그래픽을 사면 따라온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이었죠. 실제, 1편의 경우는 PC로 나온뒤 CPU와 GPU를 태워먹기 위한 무한 경쟁 체제 성립에 일조했으며, 시리즈 내내 게이머들이 이 시리즈를 소비하는 방식을 보고 있자면 이게 FPS 인지 스샷찍으러 돌아다니는 게임인지, 아니면 자기 컴퓨터 스펙 자랑하기 위해 돌리는 트로피 와이프 같은 게임인지 도통 감이 안오는 게임이죠. 


하지만, 그러한 게임의 소비행태(?)와 별개로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게임입니다. 2007년에 나온 크라이시스는 게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의 FPS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지만...)이라는 한계에 충실한 게임플래이를 보여주었죠.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시리즈 내내 주창했던 'Post Human'이라는 개념은 지금에 있어서는 '익숙한'(이는 후술하겠습니다.) 개념입니다만, 2007년 시점에서는 크라이시스 같은 시도는 흔치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광학미체를 이용해 주변 사물에 동화되듯이 은신을 하며, 각력을 강화해서 수미터 점프를 하고, 적과 물건을 집어서 던지고, 아머 모드를 발동해서 피해을 흡수하는 등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파괴적인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슈퍼솔저의 이미지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크라이시스 처럼 한번에 저 모든 것을 갖추고, 단순한 조작으로 다양환 환경에 적응하는 게임은 크라이시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레일형 스테이지가 아닌 링샨섬이라는 거대한 필드를 만들어놓고, 플레이어가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접근 루트를 찾아서 목적지에 접근,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보여주었죠.


물론 1편의 경우,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었고, 오로지 PC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지금은 PS3/Xbox 360으로 포팅이 되었지만, 거의 4년만에 포팅된 거라서...) 2편은, 1편의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1편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의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3기종 동시출시를 목표로 한 2편은, 1편의 거대한 스테이지를 여러개의 단위로 잘개 쪼갭니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루트를 제시하고 있으며, 나노비전을 이용해서 어떤 루트가 있는지 쉽게 확인하고 어떻게 접근할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편의 경우처럼 드넓은 필드를 자동차와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접근하는 방식과 다르게, 선택지가 많은 선형 구조라 할 수 있으며, 콘솔이라는 한계 때문에 생긴 스테이지 구조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시스 2가 보여준 게임 플래이는 1편과 같이 독특했습니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떨까요? 일단 제작자들이 만들고자 했던 것은 1편과 2편 사이의 무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2편의 스테이지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각각의 스테이지 규모는 1편을 노리고 만든듯한 느낌이 납니다. 게임 플래이는 2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구요. 하지만 게임은 2편 보다 뛰어납니다. 2편이 다양한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족한 에너지 잔량과 플레이어의 잔머리 사이의 싸움이었다면, 3편은 넉넉한 에너지 량과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적들 사이의 숨바꼭질에 가까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은 더 직관적이 되었고, 플레이어는 더 강력해졌고, 적들은 더 똑똑해졌습니다. 전작보다 훌륭한 게임, 그게 바로 크라이시스 3 입니다. 




그런데 이게 '훌륭한' 게임이냐구요?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3편의 플래이는 2편의 다소 답답했던 플래이을 더 움직이기 편하고 쾌적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2편은, 에너지 관리가 정말로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은신 플래이를 한다고 하면, 쪼그려 앉아서 골목 모퉁이에서 저쪽 골목 모퉁이로 움직이면 에너지가 다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에너지 관리를 위해 은신 풀고 쉬고, 은신 다시 하고 다시 골목에서 골목 모퉁이로 가고...이것을 무한히 반복했습니다. 물론 맵 구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2편의 플래이는 적들보다는 에너지 잔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의 문제였죠. 3편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소모/관리 시스템을 바꿔버립니다. 클락킹이나 아머 모드나 어느쪽이든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게 줄었으며 하이 점프나 스프린트의 에너지 소모량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무한한 클록킹/아머모드는 불가능하지만, 전작 처럼 클락 모드 들어간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클락 모드를 풀고 헉헉 거려야 했었던 일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게임 중반 이후 등장하는 에너지 베터리와 과충전 나노수트 모드는 에너지 잔량을 무시하는 경쾌한 게임 플래이를 강조하는듯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이 게이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적들은 더 예민해졌으며, 시체를 발견하는 즉시 경계태세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2편과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서 경계를 푸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경계를 지속하구요. 심지어는 클락모드를 인지하는 스캐닝과 지뢰의 추가, 나노비전으로 체크 할 수 없는 스토커 등등 적들은 전작에 비해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활'이라는 무기를 던져줍니다. 기본적으로 무성무기에, 클락 상태에서도 쏴도 클락모드가 풀리지 않는 활의 추가로 인해서 플레이는 상당히 유연해집니다. 학살 플래이든, 잠입 플래이든, 플레이어는 관리가 쉬워진 에너지,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를 통해서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스토리는...좋으면서 미묘합니다. 2편이 턱관절이 날아간 덕분에 입도 뻥끗 못했었던 알카트라즈가 무한히 망해가는 뉴욕 안에서 무한히 누군가의 명령을 받으면서 무한히 좆뺑이를 까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3편은 갑자기 알카트라즈가 사라지고, 프로핏(1편에서 나왔던 로랜스 반즈 소령)이 등장하며 23년 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물론 2편의 나노수트 안에 프로핏의 인격이 살아있었으며, 2편 막바지에 프로핏과 융합한 알카트라즈가 스스로 자신을 프로핏이라 밝히죠. 하지만, 음...뭔가 기묘한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스토리의 시점은 2편의 그 사건 이후, 23년 뒤로 날아가버리구요.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죠? 문서나 자료등에서 대충 추론은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추론 수준에서 머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괜찮아요. 나노수트가 강제로 벗겨진 이후, 평범한 인간이 된 사익스 병장(크라이시스:워헤드의 주인공, 콜사인 사이코)의 프로핏에 대한 시기, 오랫동안 외계인의 유전자와 나노수트의 영향권 안에 있다보니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프로핏 등등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 지점이 많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의 포텐셜을 크게 터뜨리지 못하고 찔끔찔끔 새어 내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빵셔틀질의 연속이었던 2편에 비하면 나름대로 감동을 받을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다면, 게임은 대단히 훌륭한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3편은 2편에 비해서 많은 발전을 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3편은 절대로 훌륭한 게임은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3편은 결과적으로 2편의 포멧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적었던 3편의 변화점은, 오로지 2편을 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하지만 큰 변화'입니다. 물론 3편을 처음으로 접한 사람에게도 3편은 상당히 친절한 게임으로 다가오며, 2편보다는 좀더 게임의 컨셉인 'Post Human', 즉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를 잘 묘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3편은 2편의 데자뷰가 아닌, 2편의 '벨런스 패치' 수준의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은 게임의 정체성과 매력에 있어서 치명적으로 적용되는 단점입니다.


또한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1편이 나온 2007년 이후로, 수많은 게임들이 나왔습니다. FPS 장르도 1편이 제시한 직관적인 슈퍼솔저의 개념을 받아들여서 게임속에서 플레이어가 다양한 능력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상황을 능동적으로 풀어가는 플레이가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였죠. 데이어스 엑스:HR은 고전을 재해석해서 고전적인 감각을 가진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었으며, 파크라이 3는 간단한 형태의 생태계와 직관적이고 단순한 은신 시스템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를 포식자로 묘사했죠. 디스아너드는 FPS가 할 수 없었던 스테이지와의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 순간이동을 이용한 고속 잠입 액션을 선보였죠. 실패했든 성공했든, 각각의 새로운 시도들을 정리하면 여기 언급한것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1편부터 3편까지, 결국 변한 것이 없어요.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편 이나 3편이나 결국은 똑같은 게임이라는 겁니다.


콘솔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크라이시스 3의 그래픽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물론 게임 자체의 옵션은 PC의 하옵, 또는 하옵 이하라고 생각은 되지만, 광원효과와 거대한 필드를 구현하는 모습은 콘솔 말기에 콘솔이 뽑아낼 수 있는 극한을 뽑아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이시스 3는 어찌보면 시리즈 포텐셜이 다한 시리즈가 맞이하는 다소 조용한 최후일 수도 있습니다. 크라이텍의 상상력이나 개발력이 부족한 걸 수도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시리즈 게임들이 그 끝이 안좋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소위 '트릴로지' 형 게임들 중에서는 무난한 결론에 도달했다고도 볼 수 있죠. 게임 스토리 자체도 깔끔하게 끝났으며, 크라이텍은 이 시리즈에 별다른 미련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스탭롤 이후의 이스터 에그 장면은 후속작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글쌔요...3편에서 보여준 한계를 생각하면, 시리즈가 더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저는 부정적입니다.





게임 이야기





진여신전생 4는, 진짜 오랜만에 나오는 여신전생 정식 넘버링 타이틀입니다.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는 말할것도 없고, DS로 나왔던 여신이문록:데빌 서바이버 시리즈나, 3편 외전인 스트레인지 저니(사실 4편으로 기획되었다고는 하나...), 최근 3DS로 나왔던 데빌 서머너 소울 해커즈 리메이크 판까지,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근 10년만에 나오는 외전이 아닌 정식 넘버링 타이틀입니다. 녹턴 이후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저도 요즘은 여신전생 정식 시리즈는 페르소나로 건너간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죠.


3D 필드와 2D전투를 섞은것으로 보이는 전투 방식은, 뭐 지금에 와서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만, 제가 보았을 때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실제 악마의 숫자는 시리즈 최다인 400종 이상으로 정해져있으며(...갑자기 포켓몬이 생각나는 이유는...음...), 상황자체는 이런저런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주력을 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2D 전투만 빼놓고 보면, 3D 맵이나 이펙트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패키지 스샷이 떴는데, 거기서 누가 '아, 루트 네타 자제점...'이라고 할정도로 노골적인 패키지샷(.....)을 보여주더군요. 뭐, 일단 게임이 나와야 스토리가 어떤지 왈가왈부 할 수 있겠지만요. 흠...


저는 대단히 기대하고 있는 작품. 5/23 발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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