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quetzalcoatl1104.tumblr.com/post/43948795805 메모에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4편의 게임적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는 4편에서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물론 제가 리뷰를 썼을 당시에는 거대한 사족 같은 게임이라고 했지만, 요즘 같이 큰 시리즈 게임들이 죄다 망하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4편의 엔딩은 장엄했고 웅장했으며, 빅보스가 1시간 반 정도 떠드는 엔딩도 대단히 훌륭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4편, SOP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코지마는 메기라 원안에서는 2편과 4편 사이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했었죠. 4편이라는 웅장한(?) 엔딩을 냈는데, 과연 메기라 라는 또다른 사족을 갖다 붙이는 것이 시리즈 전반에 있어서 필요했을까요? 또한 플레티넘 게임즈가 보여주는 메탈기어의 이미지는 플래티넘 특유의 정신없는 B급 액션의 연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메기라에서 표현하는 잠입의 모습은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를 희화화 하는(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는 슈퍼 닌자가 박스를 뒤집어쓰고 잠입을 한다고?) 부분조차 있구요. 어찌보면 시리즈 정체성에 대해서 정면으로 돌을 던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메타픽션적인 성격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보여주는 게임의 세계는 기묘합니다. 보통의 게임은 메탈기어, 핵을 쏜다! 처부숴라, 우어어어어 이런 느낌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면, 코지마는 '도대체 핵을 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부터 스토리텔링을 쌓아올라갑니다. 메기솔 1편에서 냉전 종식 이후 핵이 어떻게 관리되었는가, 그리고 그속에서 메탈기어 렉스가 갖는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죠.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토리는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에 기반합니다. 3편의 파라메딕은 핵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그당시 동시대에 온갖 괴수 영화들과 공포영화에 대해서 떠들어대며, CIA 국장은 스네이크와 악수하기 위해서 CQC를 벌이지 않나, 2편에서는 라이덴에게 게임을 끄라고 명령하거는 로이 켐벨(의 탈을 쓴 GW)이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라이덴의 모습, 4편에서는 똥이나 지리는 조니가 모든 나노머신을 설사로 배출해서 SOP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정하는 등, 개그와 진지함, 사실과 거짓, 허구와 역사 등등의 대립항이 게임속에서 결합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들은 그러한 구분점이 명확했어요. 마치 문어 머리와 문어 다리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쉬운것 처럼요. 하지만, 메기라는 그러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사이보그 닌자가 무너져 내리는 종탑을 역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나, 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거나,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칼을 들고 엑셀러스를 자유절단 하는 모습, 몬순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고양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 병사(......) 등등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개그-스토리의 구분 자체가 애매해지고 섞여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정신적으로도 승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사이보그 닌자'라는 기믹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진실에 섞인 '픽션'의 한갈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메기라는 '픽션의 확대 재생산'인 만큼 이러한 구분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원래 농담과 거짓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농담과 거짓말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메기라의 스토리 자체가 B급적인 농담과 거짓말로만 점철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픽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며, SOP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픽션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것이 바로 메탈기어 라이징인 것입니다.


메기라는, 라이덴이라는 케릭터를 재조명합니다. 2편에서 코지마는 소년병이라는 테마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소년병 출신인 라이덴은 시대의 슬픔과 아픔을 짊어진 병사라는 점에서 솔리드 스네이크와 비슷한 포지션이지만, 그 둘의 성격은 매우 다릅니다. 스네이크는 전문적인 군사 교육을 받았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끝까지 살아남는 생존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라이덴은 2편에서부터 드러났듯이 '피해자'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한때 라이베리아에서 잭 더 리퍼라고 불렸던 전설적인 소년병이, 어떻게든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의 라이덴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메기라에서는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문제는 이건 우리가 서브컬처 장르에서 이야기하는 흑화 쪽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4편 이후, 기계에 의해서 통제되고 관리되는 전쟁 경제는 붕괴되었습니다. 하지만, SOP 시스템이 뿌린 밈은 여전히 남아있죠.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 밈을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려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뇌를 적출해서 전쟁경험을 주입하면서 쾌락중추를 자극해서 완벽한 병사로 만들고자 하고, 대통령을 암살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형태로요. 그리고 대통령 암살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 대중의 모습은, 최종보스인 암스트롱이 이야기 하듯이, 우리 모두가 패트리어트의 자식들(Sons of Patriots)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증오는 계속해서 전염되고 재생산되며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라이덴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이보그 병사들을 도륙내면서 전진하지만, 제작진들은 이러한 라이덴에게 아주 잔인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과연 네가 대의를 위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라는거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너는 그러면서도 살육을 즐기는게 아니냐?!'라고 비웃음과 질문을 메탈기어 라이징은 참탈이라는 시스템과 연결시켜서 상당히 기분나쁜 결론으로 이끌어냅니다. 그들은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라이덴에게 제작진은 가혹한 진실(정녕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는가? 자신의 대의를 위해서 잔인하게 인간을 도륙내고 내장을 뽑아내는 라이덴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가?)을 보여줍니다. 그러자, 라이덴은 스스로 인정하죠. 자신 내부에서 살육을 즐기는 존재, 잭 더 리퍼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사실, 그렇기에, 메기라의 스토리텔링은 호쾌한 게임 플래이와 다르게 대단히 씁쓸합니다. 암스트롱이 죽기전에 라이덴에게 했던 말, '내가 죽어도 내게는 후계자가 있다. 바로 너라는 후계자가.'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합니다. 라이덴은 스스로 옳다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고 이를 실행했었죠. 하지만, 그가 옳은 선택을 한걸까요? 솔리드 스네이크라면, 그는 그러한 선택에 대해서 씁쓸하게 곱씹으면서 프로답게 묵묵하게 다음 임무로 넘어가겠죠. 하지만 라이덴은 결국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영원히 떠도는 존재로 변해버립니다. 물론 소년병 출신이라는 트라우마가 있긴 있지만, 라이덴이 내린 결론은 라이덴이라는 케릭터에게 있어서 너무 비극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메기라의 스토리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메탈기어 시리즈의 스토리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시리즈의 잠입액션 장르와 다른 장르기는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메탈기어의 화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모든 사건들은 4편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가 보여준 이야기는 완전히 끝난 메탈기어 시리즈, 바로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어찌되든 영원히 고통받는 라이덴(.....)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아들하고 마누라도 멀쩡하게 있는 놈이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라니...솔리드는 이제 쉴 수 있게되었지만, 라이덴은 언제 쉴건지 감조차도 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