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는 사실 '나온 것이 신기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메기솔 4편 발매 이후, 2편과 4편 사이의 써니 구출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개발을 밝힌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은, 2011년말이 될때까지 어떠한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았죠. 하지만 첫 트레일러 공개 이후 기나긴 시간이 흘러서 2011년 12월이 되었고, 스파이크 TV에서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이 코나미 개발이 아닌, 플래티넘 게임즈 개발로 넘어갔고, 그에 따른 새로운 컨셉 트레일러가 발표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차게 식어버릴 수 밖에 없었구요.


일단 본격적으로 리뷰를 하기에 앞서서, 분명하게 밝혀두어야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제작사가 중간에 바뀌는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뭐,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3D 렐름즈의 듀크 뉴캠 포에버를 기어박스가 들고와서 마무리 지은거 정도죠.(에일리언:콜로니얼 마린도 여기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두개의 회사가 하나의 게임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코지마 히데오 프로덕션은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GC 버전을 실리콘 나이츠에게 외주를 줬다가(메탈기어 솔리드:트윈 스네이크) 스스로 너무 많은 관여를 한 나머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메탈기어 라이징은 코지마 조차도 개발 자체에 난항을 겪은 작품이었다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즉,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코지마가 생각한 메탈기어 라이징의 참탈과 게임 플래이, 스토리, 분위기 전반을 과연 플래티넘 게임즈가 잘 해석해서 자신만의 색깔로 잘 풀어내는가 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를 껴안고 스타팅 라인에 선 것입니다. 이쯤되면 마치 제작단계에서 게임 망하라고 기도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제 나온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이하, 메기라)는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괜찮은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수많은 리뷰어들이 제기한 분량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몇몇 아쉬운 부분들(액션의 단조로움, 어딘가 하드코어한 패링의 존재 등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이 잘못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앞으로 다듬으면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하는게 더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반에 '참탈'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게임의 본질은 다른데 있습니다. 보통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에는 플래이어가 자신의 케릭터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이후의 액션 게임들은 '회피'라는 메카니즘을 방어 메카니즘을 주된 방어수단으로 삼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갓 오브 워, DmC, 닌자 가이덴, 베요네타 등등, 사실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설령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게임들에서는 회피가 필요없고 다른 방어기제에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리고 메기라는 여기서 아주 무모한 노림수를 하나 던집니다. 방어 메카니즘으로서 저스트 가드, 막기라는 요소를 주된 요소로 집어넣은 것입니다. 저스트 가드라는 개념은 데메크 3 등에서 이미 나온 개념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보통의 저스트 가드는 그렇게 '쉬운' 개념은 아닙니다. 많은 게임들에 있어서 저스트 가드의 개념은, 플래이가 극에 달한 고수들을 위한 극한의 영역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아있었죠. 이걸 기본 방어 시스템으로 채택을 했다는 점은 무모에 가까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는 이러한 막기 시스템을 세심하게 잘 다듬어서 아주 코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우 쉬운 것도 아닌 적절한 난이도로 맞추는데 성공합니다.


메기라에서 적들은 공격을 하기 전, 눈에서 빛을 냅니다. 빨간색 불빛이 번쩍! 하면 그 다음에 공격을 한다는 의미고, 이 타이밍에 맞춰서 적 방향으로 스틱 입력+일반 공격 버튼을 누르면 막기 모션이 나오구요. 막기 자체의 타이밍은 대단히 여유로운 편인데, 적이 불빛을 번쩍이고 나서 막기 커멘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막기 모션이 나옵니다. 이걸 '저스트 가드'라고 하기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하지만, 막기 커멘드를 적 공격이 나오는 타이밍에 더 근접하게,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넣으면 라이덴은 곧바로 반격을 가하며, 반격에 맞은 적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이 상황에서 곧바로 참탈 모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막기의 손맛이 대단히 짜릿하며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막기로 공격을 처내고, 적들을 토막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일방적인 '막고 배어내기'의 원패턴이 아닙니다. 게임은 적들이 가드불가, 잡기 공격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라이덴에게는 살짝 백스텝을 하면서 베어내기를 하는 '공방일체'라는 기술(기술 구입을 해야하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중요합니다)을 줘서 가드 가능 공격-가드 불가 공격-잡기 공격 사이의 '가위 바위 보'의 구도를 만듭니다. 가드 가능 공격은 가드 하지만, 가드 불가 공격과 잡기 공격은 공방일체로 피하면서 공격한다 라는 게임 플래이는 아슬아슬한 난이도 줄타기를 하며, 그 부분에 있어서 메기라는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공격 경고와 공격 사이의 텀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공방일체라는 기술은 기존의 회피 개념으로 써먹기에는 이동거리도 짧고 무적시간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될정도지만, 잡기나 가드불가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참탈과 자유베기 시스템은 게임 첫 공개부터 유명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메기라 본편에서도 '적의 장기를 빼앗아 에너지를 채운다'라는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하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은 이를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게임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넣는다면, 이를 뽐내려고 자랑질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메기라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게임은 자유베기와 참탈을 적당하게 사용하며, 보스전에 따라서는 정확한 자유베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메기라의 보스전은 최근 액션 게임에 있어서 거대 보스전들에 대한 도전장입니다. 기본적으로 메기라의 보스전은 막기-공방일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대한 플레이어의 기술을 테스트 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체력이 줄어들 때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때마다(제트스트림 샘 전의 경우에는, 저스트 가드 후 칼을 쳐내버리면 샘의 패턴이 좀더 싸우기 쉬워지는 형태로 바뀌며, 선다우너는 반응장갑을 모두 잘라냈을 때 2차전으로 들어섭니다) 패턴은 변화하며, 각각의 패턴은 반복적이지 않습니다. 보스전은 근래 했던 액션 게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긴장감 있었습니다. 아 물론,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경우는 좀 어이없고 황당했으며 좀 별로였던 부분이었지만요.


메기라 자체가 잘 조율된 액션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메기라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위-바위-보 형식의 게임 공방 자체는 게임에 있어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플래이어가 콤보를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자유도 자체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킬이나 공격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각의 공격의 차이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베요네타 처럼 팔/다리에 무기를 달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거나, 회피 캔슬링으로 딜레이가 큰 공격만 꺼낸다던가 등은 불가능합니다(물론 팬들 사이에서 자유베기 모드 캔슬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음....) 자유베기의 시점이 좀 애매하게 돌아가거나, 좁은데서 카메라가 미쳐 돌아가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게임의 분량이 치명적으로 짧습니다. 이건 도저히 좋게 평가해줄 수 없는 것이, 스토리 자체(下편에서 다루겠지만)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두 음미하기 전에 너무나 빠르게 끝나버립니다. VR 미션이 있기는 있지만, 엣지의 리뷰에 따르면 8시간에 1회차 클리어, 13시간에 2회차 클리어, 15시간에 3회차 클리어 라는 경이로운(?) 클리어 타임을 자랑하구요. 사실, 좋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플탐이 5시간 전후로 끝나는건 좀 심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기록이 컷씬 빼고 5~6시간 정도 선에서 클리어한 것이었으니...


下편에서 메기라의 스토리에 대해서 다루겠지만, 일단 메기라는 훌륭한 메탈기어의 스핀오프입니다. 스토리도 그렇지만, 액션 게임으로서도 훌륭한 게임인것은 사실이구요. 물론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후속작에서 잘 다듬어서 나온다면 충분히 더 뛰어난 게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입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판매량이 잘나와야겠지만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