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4가 10월 23일 닌텐도 스위치 2를 포함한 전 기종으로 발매되었다. 닌텐도 콘솔에서 최신 콜 오브 듀티가 발매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다. 과거 Wii나 Wii U에서도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발매된 적이 있었지만, 콘솔의 성능 문제와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닌텐도와 콜 오브 듀티의 관계는 한동안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스위치 2의 성능 향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인수 이후 변화한 사업 환경 덕분에 콜 오브 듀티는 다시 닌텐도 콘솔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콜 오브 듀티의 스위치 2 이식이 단순히 닌텐도 콘솔에서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이번 이식은 스위치 2가 현대적인 트리플 A 게임, 그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연산 부하와 안정적인 프레임을 요구하는 멀티플레이 FPS를 어느 정도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스위치 2 버전의 모던 워페어 4는 생각보다 괜찮은 이식이라 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의 기본적인 목표 프레임은 60프레임이고,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다른 콘솔의 콜 오브 듀티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 플레이 감각을 보여준다. 물론 그래픽 수준은 엑스박스 시리즈 S보다 떨어지고, 텍스처나 그림자, 원거리의 오브젝트 표현 등에서 상당히 많은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그래픽의 열화에도 불구하고 게임 플레이의 핵심적인 감각 자체가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스위치 1으로 이식된 둠이나 워프레임과 같이, 그래픽의 수준을 낮추더라도 원작의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이식들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다른 콘솔보다 못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콜 오브 듀티가 아닌 다른 게임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기술적인 완성도에는 분명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60프레임에 가깝게 움직이지만, 폭발 이펙트가 집중되거나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교전하는 상황에서는 프레임이 상당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체감상 40프레임 전후까지 하락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적어도 플레이한 범위에서는 30프레임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물론 이는 별도의 장비로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 실제 플레이를 통해 추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한 하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특이한 현상이 하나 더 있는데, 게임 전체의 프레임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애니메이션이 낮은 프레임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애니메이션 갱신 빈도를 줄이는 최적화의 결과인지, 혹은 다른 렌더링 문제 때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플레이에 집중하면 충분히 즐길 만한 게임이지만, 그래픽이나 기술적인 요소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거슬리는 부분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위치 2 버전의 모던 워페어 4는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 S는 그래픽 품질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120프레임 성능 모드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스위치 2는 그래픽을 상당히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60프레임을 완벽하게 유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리즈 S 역시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프레임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며, 스위치 2가 휴대용 콘솔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식 과정에서 상당한 그래픽 타협이 있었다면, 그 타협을 통해 확보한 성능이 좀 더 안정적이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즉, 이번 이식의 문제는 그래픽이 다른 콘솔보다 떨어진다는 점보다는, 그래픽을 낮춘 대가로 얻어낸 프레임의 안정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부분에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일반적인 멀티플레이보다 더 복잡한 전투가 발생하는 그라운드 워의 전초기지 모드에서 생각보다 양호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초기지는 32대32, 총 64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투 모드로, 전차나 차량, 보병들이 뒤섞인 상태에서 특정 거점을 중심으로 전투를 벌인다. 기존의 그라운드 워가 대규모 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전을 보여주는 게임이었다면, 전초기지는 거점의 확보와 방어, 공격이라는 구조를 통해서 이러한 전투가 특정 지역에 더욱 집중되도록 만든 게임이다. 그 결과 일반적인 멀티플레이에서는 보기 힘든 극단적인 교전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수많은 보병들이 뒤엉키고 전차가 포격을 가하며 폭발 이펙트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게임이 크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체감상 40프레임 전후의 움직임을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며, 커뮤니티에서도 30프레임보다는 40프레임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준다는 의견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실제 최저 프레임이 40이라는 사실이 계측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40프레임이라는 수치가 갖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FPS라면 60프레임이 최소한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40프레임은 30프레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120Hz 디스플레이에서는 40프레임을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프레임 자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생각보다 양호한 플레이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60프레임보다 우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60프레임을 목표로 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30프레임까지 하락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40프레임 부근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실제 플레이에서는 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64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투에서 이러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스위치 2가 콜 오브 듀티의 대규모 전투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물론 전초기지와 워존은 전장의 규모나 오브젝트 스트리밍, AI와 같은 연산 구조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초기지의 성능을 워존 전체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다수의 플레이어와 차량, 폭발 이펙트가 집중되는 교전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스위치 2의 콜 오브 듀티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콜 오브 듀티라는 프랜차이즈의 성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콜 오브 듀티는 흔히 현대적인 FPS의 기준을 만들어낸 프랜차이즈로 평가받지만, 적어도 최근 10여 년의 흐름에서 콜 오브 듀티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트렌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흡수하는 게임에 가까웠다. 과거 모던 워페어가 영화적인 싱글플레이 연출과 킬스트릭 중심의 빠른 멀티플레이를 대중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다른 게임들이 콜 오브 듀티의 문법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는 동안 콜 오브 듀티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흐름을 다시 자신의 게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옵스 4의 블랙아웃과 이후 등장한 워존, 그리고 DMZ라 할 수 있다.

2018년 블랙아웃을 다루면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블랙아웃은 기본적으로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틀을 콜 오브 듀티에 접합시킨 게임이었다. 당시 배틀그라운드는 이미 배틀로얄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았고, 콜 오브 듀티는 여기에 자신들의 빠른 전투 감각과 퍽, 부착물, 다양한 소비 아이템을 결합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블랙아웃이 단순하게 배틀그라운드를 베낀 게임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배틀그라운드가 만들어낸 파밍과 생존, 색적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난 게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배틀로얄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문법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콜 오브 듀티만의 특징을 집어넣은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워존은 이러한 관계를 역전시켰다. 워존은 로드아웃과 구매 스테이션, 굴라그와 부활 시스템 등을 통해 배틀로얄 특유의 파밍과 생존 구조를 상당히 간소화하고, 콜 오브 듀티 특유의 빠른 교전과 익숙한 무장을 중심으로 게임을 재편하였다. 블랙아웃이 배틀로얄을 콜 오브 듀티에 융합시킨 게임이었다면, 워존은 배틀로얄을 콜 오브 듀티의 문법으로 다시 해석한 게임에 가까운 것이다.
여기에 워존은 단순히 새로운 게임 모드를 추가한 것 이상의 사업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콜 오브 듀티는 매년 새로운 작품이 발매되는 프랜차이즈이고, 그 과정에서 전작의 무기나 스킨, 시즌 콘텐츠 등이 새로운 작품으로 완전하게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연간 신작 판매라는 사업 모델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플레이어들이 하나의 게임에 장기간 투자하고 그 결과물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워존은 서로 다른 콜 오브 듀티 작품들을 하나의 지속적인 서비스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자 한 게임이었다. 물론 실제 콘텐츠의 연동 정책은 작품과 시즌에 따라 달라졌고, 모든 자산이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콜 오브 듀티가 더 이상 매년 새로운 게임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장기적인 이용자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워존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DMZ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타르코프로 대표되는 익스트랙션 슈터의 구조를 받아들였지만, 복잡한 장비 관리와 극단적인 손실의 위험을 강조하는 대신 콜 오브 듀티의 빠른 전투와 미션 중심의 플레이를 결합하였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게임은 타르코프와 동일한 경험이라기보다는, 익스트랙션이라는 장르를 콜 오브 듀티의 방식으로 다시 구성한 게임에 가까웠다. 어떻게 보면 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러한 보수성에 있다. 외부의 장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게임 모드를 만들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콜 오브 듀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보수성이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검증된 게임 플레이의 감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장르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난 혁신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향후 콜 오브 듀티의 기술적인 발전을 예상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블랙아웃이 등장한 2018년부터 약 8년 동안 콜 오브 듀티는 대규모 전투, 배틀로얄, 익스트랙션이라는 주요 구조를 확보하였다. 물론 그동안 맵이 바뀌고 새로운 모드가 추가되었으며, 다양한 그래픽 기술과 게임 시스템이 발전하였다. 하지만 장르적으로 본다면 현재의 콜 오브 듀티는 이미 상당히 성숙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배틀로얄과 익스트랙션이라는 장르 자체도 등장 초기의 폭발적인 성장기를 지나 기존의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완전히 새로운 대규모 전투 구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구조를 유지하면서 게임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물론 장르적인 변화가 적다고 해서 기술적인 요구 수준까지 정체되는 것은 아니다. 더 복잡한 그래픽과 물리 효과, AI 등의 도입으로 연산 부하는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이 구현해야 하는 전투의 기본적인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은 개발사가 최적화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스위치 2판 모던 워페어 4의 존재는 흥미롭다. 현재 스위치 2 버전은 인피니티 워드와 Digital Legends가 공동으로 개발하였는데, Digital Legends는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을 갖고 있으며 2021년 액티비전에 인수된 내부 개발 스튜디오다. 즉, 제한된 하드웨어에서 게임을 구현하기 위한 별도의 개발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위치 2는 DLSS를 활용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내부 해상도를 보완할 수도 있다. 물론 DLSS가 CPU 연산이나 게임 로직의 부하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메모리와 오브젝트 스트리밍, 애니메이션 등의 문제는 여전히 별도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첫 번째 작품에서 스위치 2에 적합한 렌더링 방식과 자원 관리 구조를 구축했다면, 이후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노하우를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콜 오브 듀티가 기존의 장르적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는 전제라면, 차기작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미 구현한 것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듬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콜 오브 듀티가 스위치 2에서 더 안정적인 프레임과 개선된 이미지 품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설은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콜 오브 듀티는 기술적인 완성도나 사후 관리 측면에서 그리 신뢰할 만한 프랜차이즈는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블랙옵스 콜드워가 발매되었을 당시 엑스박스 시리즈 X에서는 멀티플레이 도중 게임이 충돌하는 것을 넘어 콘솔 자체가 강제로 종료되는 현상들이 발생하였다. 실제 플레이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여러 차례 겪었던 만큼 상당히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물론 제작진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년 새로운 작품이 발매되고, 시즌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버그와 글리치가 발생하는 콜 오브 듀티의 운영 방식을 생각한다면, 출시 이후 게임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콜 오브 듀티의 연간 출시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하나의 게임을 수년 동안 판매하고 관리하는 게임과 다르게, 콜 오브 듀티는 다음 작품이 발매되면 이용자의 관심과 개발 자원의 상당 부분이 새로운 작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워존처럼 여러 작품에 걸쳐 운영되는 서비스라면 장기적인 최적화와 안정성 확보의 필요성이 크겠지만, 프리미엄 작품의 멀티플레이를 굳이 몇 년에 걸쳐 최적화할 유인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면, 개발사는 기존 작품의 프레임을 개선하기보다 차기작을 준비하거나 워존에 개발 자원을 투자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스위치 2판의 40~60프레임이라는 성능은 하드웨어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한계라기보다, 액티비전이 상품으로써 허용한 완성도의 기준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만으로 이번 이식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액티비전은 사후 관리나 기술적인 완성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수익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특히 스위치 2는 콜 오브 듀티가 오랜만에 복귀한 시장이고, 향후 발매될 작품들의 고객층을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기존의 게임을 이식해서 판매하고 끝내는 시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만약 시즌 업데이트 이후 심각한 프레임 하락이나 크래시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히 현재 작품에 대한 불만을 넘어 차기 콜 오브 듀티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개발사가 적극적으로 성능을 개선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기존의 성능이 크게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사업적인 유인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가능성의 문제이지, 실제로 그러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스위치 2판 모던 워페어 4는 상업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하였을까? 현재까지의 판매 상황은 적어도 부정적이지 않다. 출시 전후로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의 주요 플랫폼에서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하였고, 스위치 2에서도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의 eShop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순위만으로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선 eShop의 판매 순위는 판매 장수가 아닌 매출액 중심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의 게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판매량으로도 높은 순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닌텐도 콘솔은 각 국가의 게임 소비 특성이 상당히 강하게 반영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닌텐도의 자체 프랜차이즈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일본의 대형 IP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에서도 위 스포츠 시절부터 이어진 닌텐도의 체감형 스포츠 게임들이 높은 구매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게임들은 단순한 판매 경쟁작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닌텐도 이용자들의 취향과 소비 구조를 반영하는 게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콜 오브 듀티가 여러 국가의 eShop에서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이지만, 동시에 기존의 닌텐도 게임들을 압도하는 수준의 흥행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몬스터 헌터와 같이 이미 닌텐도 플랫폼에서 강력한 고객층을 확보한 대형 프랜차이즈라면 출시 첫 달부터 백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닌텐도 시장으로 복귀한 콜 오브 듀티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11월에는 젤다의 전설을 비롯한 주요 신작들이 등장하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GTA와 같은 대형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게이머들의 관심과 구매 예산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모던 워페어 4가 스위치 2에서 첫 달부터 백만 장이라는 높은 판매량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장 규모의 판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일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정확한 판매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의 추측이며, 실제 판매량이나 이식 비용을 알 수 없는 이상 수익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위치 2판 콜 오브 듀티의 성공을 다른 콘솔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콜 오브 듀티는 이미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PC에서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그런 게임이 닌텐도 콘솔에서 기존 플랫폼과 동일한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개발 비용을 회수하고,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장기적으로 게임을 구매할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스위치 2는 단순히 기존 거치형 콘솔의 열화판이라는 위치만을 차지하는 기기가 아니다. 휴대용으로 트리플 A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 닌텐도 게임을 주력으로 즐기는 이용자들에게는 다른 플랫폼을 추가로 구매하지 않고도 콜 오브 듀티를 즐길 수 있다는 가치가 존재한다. 즉, 스위치 2판의 상업적인 성공은 프랜차이즈 전체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매출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에서 확보한 수요와 그 수요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까지의 판매 성과는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스위치 2에서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고, 여러 국가의 eShop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초기 시장 진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액티비전이 스위치 2를 핵심 플랫폼으로 취급할 만큼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는 이식에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남길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전체 콜 오브 듀티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액티비전은 스위치 2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현재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후속작을 계속 출시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과 지속적인 이용자 수요가 확인된다면, 스위치 2를 위한 최적화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판매량은 기술적인 개선을 보장하지 않지만, 개발사가 그 개선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현재의 모던 워페어 4와 차기 콜 오브 듀티의 전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미 발매된 모던 워페어 4의 경우에는 현재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60프레임을 목표로 하는 멀티플레이와 40프레임 전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규모 전투가 시즌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더 불안정해진다면, 이는 게임의 상품성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문제가 된다. 특히 온라인 멀티플레이 중심의 게임에서 프레임이나 애니메이션의 불안정성은 단순히 그래픽이 좋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 교전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차기작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미 스위치 2에 맞는 렌더링 방식과 최적화 기술이 구축되었다면, 후속작에서는 그것을 활용해서 더 높은 완성도를 확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매년 새로운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구조라면, 오히려 기존 작품의 개선보다 다음 작품의 출시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적인 성과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전망에는 전제가 있다. 앞으로의 콜 오브 듀티가 현재의 게임 구조를 상당 부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복잡한 그래픽 기술이나 대규모 전투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기존의 최적화 성과가 새로운 연산 부하에 의해 상쇄될 수 있고, 새로운 작품이 오히려 이전보다 낮은 성능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콜 오브 듀티가 보여준 장르적 보수성과 이미 확보한 대규모 전투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단기간에 게임의 기술적인 요구 수준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현재의 전투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그래픽이나 세부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에 맞는 최적화를 더욱 정교하게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차기 콜 오브 듀티가 스위치 2에서 엑스박스 시리즈 S에 좀 더 근접한 게임 플레이 감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망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그래픽 품질이나 성능 자체가 시리즈 S와 동일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스위치 2판 모던 워페어 4는 성공적인 출발을 보여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고, 안정적인 60프레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게임 플레이의 핵심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전투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이다. 더불어 초기 판매 순위 역시 닌텐도 플랫폼에서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압도적인 흥행이나 장기적인 기술 지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콜 오브 듀티라는 프랜차이즈의 장르적 보수성은 향후 최적화를 수행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지만, 연간 출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업 구조와 그동안 보여주었던 사후 관리의 문제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는다.

그렇기에 이번 모던 워페어 4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프레임이 얼마나 더 올라갈 것인가보다는, 현재의 성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차기작에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확보한 기술적인 성과를 어느 정도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스위치 2가 콜 오브 듀티를 어느 정도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정 부분 확인되었다. 그러나 액티비전이 그 가능성을 어디까지 활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인 성공을 확신할 만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스위치 2에서 콜 오브 듀티의 출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튕겨내기가 액션 게임의 메인 트렌드가 된 것은 세키로 전후라 할 수 있다. 물론 계보학적으로 정확히 따지면,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세키로가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부분이 있다. 튕겨내기가 핵심인 게임들이 만들어낸 게임의 로직은 방어와 공격을 엄밀하게 분리하기보다는 방어도 공격의 일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어를 능숙하게 해내면, 체력과 별개로 상대의 스태미나를 깎아내고, 공격에 들어가는 스태미나를 제거하고, 더 나아가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난 다음에는 공격 전환까지의 텀이 짧다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게임의 방어 옵션을 좀 더 공격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은 세키로가 처음은 아니었다.(물론 계보학적으로도 그렇긴 했다) 약 20년 전에 플레이스테이션 2로 나왔던 캡콤의 귀무자라는 게임은 액션 게임에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공격이 바로 닿기 전에 공격을 하면 강력한 반격기가 나가는 형태로 게임의 기믹을 구성한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귀무자가 데빌 메이 크라이와 함께 캡콤의 액션 게임 완성도를 높여주는 게임이었지만, 이후 귀무자는 새로운 기믹들을 발굴하지 못했고 게임 자체가 후속작 없이 약 20년간 동결 상태로 유지되었다.

귀무자 검의 길은 거의 20년 만에 새롭게 나온 귀무자의 신작이다. 어떻게 보면 시류를 잘 탄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세키로 이후 수많은 게임들이 공격적인 게임 운영과 패링 위주의 방어 옵션을 보여주면서 귀무자 역시 새롭게 재해석해서 낼 부분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후술할 내용들을 보자면 검의 길은 단순히 트렌드에 올라탄 작품은 아니고, 캡콤이 그동안의 노하우와 자신만의 해석을 집어넣어 훌륭하게 다듬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귀무자 검의 길은 겉보기에는 상당히 잡스러운 게임이라는 점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게임에 이것저것 집어넣은 게 많아서 첫인상이 매우 난잡하다는 뜻이다. 튕겨내는 것은 기본이고, 연타나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QTE, 회피 반격이나 회피로 가드 불가 공격을 카운터 치는 등등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많이 본 시스템이다. 물론 시리즈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일섬이나 전투 중에 혼을 모으는 액션 등은 여전히 고유의 개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재밌는 점은 혼을 모으는 액션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업그레이드 자원을 수집하기 위해서 수동으로 흡입하는 게 아니라 적과의 싸움에서 적이 혼을 흡수해서 버프를 받는 것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고 또한 귀신 무기를 쓰기 위해서 혼을 모아야 하는 것들과 전투 중 체력 회복도 있기 때문에 혼 흡수는 중요한 기믹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귀무자 검의 길은 겉보기에는 잡스러워 보이긴 해도, 시스템을 활용하는 배분들이 예술적인 경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하게 공격을 반복하고 튕겨내기를 반복하는 방식을 반복하지 않는다. 이는 이 장르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세키로에서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세키로도 튕겨내기를 하다가도 점프나 회피로 상대 공격을 반격하거나 회피하는 등의 기믹을 넣어서 일방적인 흐름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무자 검의 길은 세키로보다 더 복잡하고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버튼 연타 QTE 등으로 넘어가고, 단순히 가드하는 걸 넘어서 상대의 체간을 깎아내기 위해 튕겨내기를 선택하거나 받아내기로 공격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귀신 무기를 이용해서 강제로 경직을 만들어내거나 하는 등 다양한 상황들과 이어지는 후상황,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중요하게 구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매우 대응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게임은 여러 가지 점에서 편의성을 제공하고 독특한 템포를 설정해서 게임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되도록 만들었다. 일단 속도 측면에서 보자. 일반적으로 세키로류의 패링이 중심이 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정확하게 쳐내기를 성공하는 게 아니면 내 체간이 깎여 나가서 나도 상대와 동일하게 자세가 무너지고 강한 일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취한다. 검의 길도 비슷하긴 하지만, 재밌는 점은 이걸 구현하는 감각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검의 길은 일견 보면 상당히 널럴한 구조를 보여준다. 체력 회복 아이템이 구성에 따라서 체간도 회복시켜 주고, 체간이 회복되는 속도도 빠르다. 세키로의 경우에는 게임 구성상 체간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고, 적들도 공격적인 부분이 있어서 체간이 항상 무너지기 직전까지 유지된다는 아슬아슬한 감각이 있는데, 검의 길의 감각은 그런 식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렇다고 검의 길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검의 길은 세키로나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가드백이 상당히 강하고 체간을 한 번에 뭉텅이로 깎아내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플레이어가 방어 옵션을 제대로 고르는 데 실패하면(쳐내기나 받아내기에 실패해서 일반 가드가 되는 경우), 쉽게 밀려버리는 부분들이 있다. 즉, 체간이나 체력 관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동시에 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의 패널티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패널티가 곧바로 전투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간의 회복이 빠르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잘못된 대응으로 발생한 불리한 상황을 이후의 행동으로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옵션을 가진 게임에서 방어 옵션을 제대로 못 골랐을 때 얻는 패널티가 크다고 한다면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검의 길은 이런 부분을 완화하기 위해서 몇 가지 안전장치를 주는데(음성으로 패턴을 알려준다든가 등), 그중 눈여겨볼 만한 것이 바로 어시스트 기능이다. 처음에 시스템에 적응하기 전에 어떤 옵션이 정답인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 덕분에 게임의 난이도가 낮아지는 부분들이 있다. 물론, '모든 패턴에 정답만 인정한다'라는 기조는 아니기 때문에 피하기가 답인 공격에 쳐내기를 하거나 회피를 하는 등의 행위도 할 수 있지만(힘들긴 해도), 이 어시스트 기능이 게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재밌는 점은 게임의 디자인이 상당히 일관되게 구성되어 있어서, 게임에 익숙해지면 이런 어시스트 기능이 없더라도 게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결 QTE 같은 경우, 한손 공격으로 대결에 들어가면 양손 공격으로, 양손 공격으로 들어갔다면 한손 공격으로 전환하면 된다. 즉, 인디케이터가 무조건 나와서 그걸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관찰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일종의 정보를 소화하고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어시스트 기능도 어떤 게 정답인지는 보여주지만 동시에 '어느 타이밍'에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제공하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정보를 소화하고 반응하는 과정 자체는 남겨두는데, 이런 식으로 게임은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상황에 반응하고 통제하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게임은 게임 역사에 남을 정도로 역동적인 칼싸움이다. 세키로가 불러일으켰던 센세이션을 생각한다면 검의 길이 보여주는 것은 놀라울 정도의 역동성이며, 추가적으로는 단순히 특정 패턴에 특정 대응을 한다는 일방향적인 흐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여러 개의 선택지 중 정답지를 능동적으로 고르는 과정이다. 물론 실제로는 특정 패턴에 정답에 가까운 대응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일방향적인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스스로 정답을 고른다는 감각이 이러한 일방향성을 덮어버린다. 게다가 정답을 고르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게임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행동에서 자신의 실수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결국 정해진 대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플레이어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한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검의 길이 엄청나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건데, 이미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이 정도까지 게임을 완성시킨 점은 매우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본인은 스위치 2 버전으로 플레이했고, 30프레임 고정인 상태로 게임을 했는데, 물론 플스 5나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스위치 2 버전은 캡콤의 스위치 2를 다루는 방식이 물이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고정 30프레임에 조작성이나 반응 속도 그 어떤 것도 모자라지 않다. 여러 플랫폼이 있고 스위치 2가 메인 플랫폼이라 한다면,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귀무자 검의 길은 뭔가 색다른 게임은 아니지만, 모두가 합쳐져서 놀라운 게임이 되는 작품이다. 몇몇 흠이 있긴 하지만(오버월드의 단순함, 부족한 퀘스트, 살짝 부족한 적들이나 보스들), 그것이 게임의 재미를 깎아먹진 않는다. 재밌는 게임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기를 추천한다.

게임 이야기

 

스타크래프트, 커멘드 앤 컨커 등과 같은 RTS 장르의 흥행은 이제 20년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장르적으로 본다면, 이 장르가 사람들을 끌어들였던 수많은 재미 요소들은 재해석 되서 다양한 게임으로 분화되어 나갔기 때문에 더이상 20년전과 같은 메이저한 장르로 자리매김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RTS 장르의 쇠락은 장르의 새로운 흐름들을 창조해냈다. 하나의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파생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RTS에 매료되는 것들을 이어받아서 게임을 간소하고 즐기기 쉬운 구조로 만들기 시작했다. 요컨데, RTS는 분화되기 전의 거대하고 복잡한 맥락을 가진 장르였다면, 분화된 이후의 파생 장르들은 좀 더 간소화되고 핵심적인 요소로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RTS 장르의 핵심은 전쟁의 모든 사이클을 관리하고, 승리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RTS 장르는 전통적으로 이 과정들을 자원의 획득과 관리 - 유닛의 생산, 전략의 수립 - 정찰과 교전 - 승리로 이어지는 구조로 구성하였다. RTS 장르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었던 때에는 이것들을 시뮬레이션, 즉 정교한 구조로 만드는데 집중하지 않았다. 즉 RTS 장르의 핵심은 현실의 복잡한 전쟁의 구조를 단순화 시켜서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게임을 즐길 수 있게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게임화를 통한 단순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RTS 장르는 '거대한 구조'를 갖고 있는 장르였다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예를 들어보자. 플레이어는 처음에 주어지는 일꾼 4마리와 전진 기지를 활용해서 자원을 모으고 병력 생산 시설을 짓고, 병력을 생산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병력을 보내 적을 격파하고, 최종적으로는 전멸시켜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이 전혀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내가 어느 시점에 정찰을 해서 상대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보고 파악할 것인가, 일꾼을 전혀 생산하지 않고 4개의 일꾼만 이용해서 빠르게 병력만 뽑아서 적이 준비가 되기 전에 끝내버릴 것인가, 내가 어떤 병력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어느 시점에 보조 기지를 지을 것인가 등의 다양한 선택지와 분기들이 존재한다. 게임이 기본적으로 테크트리로 나뉘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가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선택하고 긴장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써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게임이 오래될 수록 발견되는 '의도하지 않는 테크닉'(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의 버그성 테크닉인 뮤탈 뭉치기 같은 것들)들이 등장하면서 게임 진입 장벽을 크게 높이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런 점에서 RTS들은 현실의 재현이라는 시뮬레이션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단순화되어 있지만, 동시에 너무 다양한 흐름들이 같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피로도가 매우 높은 장르였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의 생산, 보급, 전략, 전술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단순화 시켰지만, 그 단순화 시킨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게임의 복잡성을 더 올려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RTS의 강점을 이어받은 게임들은 RTS의 매력을 분해하여 다른 요소들을 축소 시키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들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AOS 장르의 사례를 보도록 하자. AOS 류에서 중요한 것은 장르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것도 있지만, 플레이어를 둘러싼 환경들이 전장이고, 단순하긴 하지만 미니언의 존재가 파밍 대상 이상의 가치(티워의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막아주는 몸빵 역할을 한다던가, 타워를 터뜨린다던가, 넥서스를 무너뜨린다던가 등)를 지니고, 단순화되긴 했지만 전장을 구성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여기서 AOS 장르가 주목한 것은 별동대이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특수부대의 컨셉을 살리는 것이었다. 여기에 RPG 요소를 살려서 성장과 아이템 세팅의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들은 이런식으로 전장의 몇몇 요소들을 더 발전 강화시키고 전장의 나머지 부분을 간소화 하는 트렌드를 통해서 RTS라는 장르가 재발견되기는 했어도, 역으로 '생산'이라는 요소를 강조한 게임은 흔치 않았다. 아무래도 RTS에서 생산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심시티와 같은 시뮬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새로운 해석이 일어났다:팩토리오는 RTS에서 생산이라는 요소를 더 세분화해서 만든 게임이다. 여기서 핵심은 기존의 생산을 자동화와 공장의 개념으로 재해석 하고, 규모를 키웠다. 팩토리오의 등장은 게임의 재미라는 요소 관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는데, 그것은 생산을 자원에서 부품으로, 부품에서 완성품으로, 완성품에서 더 고차원적인 도구로 이어지는 복잡한 테크트리와 생산 과정이었다. 물론 플레이어가 외계의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방어선을 만들고, 강한 무기를 제작하고. 싸우고 자원을 탐색하는 과정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다른 RTS 게임들에 비교하면 상당히 경량화 되어 있다. 즉, 다른 RTS들의 변종들처럼 팩토리오도 RTS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변형된 형태의 게임을 만든 것이다.

재밌는 점은 팩토리오 자체가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만드는 게임에 대한 유행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물론 AOS나 다른 RTS의 변종들만큼의 엄청난 인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디 게임에서는 계속해서 꾸준히 아종들과 변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재밌는 점은 그것이 생산과 자동화라는 수단이 핵심이지만, 동시에 그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서로 다르고, 컨셉들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팩토리오의 등장은 이러한 수단들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흥미로운 변종들도 있다. 킹 이즈 와칭  같은 경우에는 게임의 거의 대부분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원이 만들어지고, 병력들은 자동으로 생성되며, 그리고 병력들은 자동으로 전투를 수행한다. 킹 이즈 와칭에서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은 왕의 시선(보고 있는 동안은 자원과 병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일정 영역)을 조작하고, 추가적으로는 병력들이나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법을 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팩토리오의 흥미로운 변형이라 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대신, 플레이어가 어떤 테크 트리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스스로 결정하게끔 하는 부분이 있다. 킹 이즈 와칭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자원과 병력들을 생성하는 테크트리를 로그라이트 형식으로 해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인데, 손에 잡히는 것들을 닥치는대로 이용해서 웨이브를 막고 살아남아야 한다. 자원과 병력의 생성, 테크 트리를 임기응변식으로 구성하되 구성을 상당히 단순하게 구성했다.

킹 이즈 와칭은 대담한 시도다. 물론 그것이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지는 좀 더 테스트를 하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RTS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생산과 병력 관리라는 영역만 집중해서 게임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자원과 병력을 구성하기 위해서 상당히 선택지가 많은 점, 그리고 생산 외에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엔드 게임에서 게임이 구성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끝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는 조금은 미지수다. 게임이 재미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처음 3~4시간은 게임을 이해하는데 쏟아부어야 하는데, 문제는 해금해야하는 요소들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의 그림을 보고 어떤 게임인지 이해하는데는 꽤나 러닝 커브가 들어가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아이디어는 톡톡 튀지만, 플레이어가 배우고 컨트롤하는 과정이 너무 많다. 재밌는 점은 제작사가 게임을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하는 동시에, 비슷한 컨셉의 크랩 이즈 워킹이라는 게임을 새롭게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계보가 생겨날거라 생각한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이나 충격이 생긴다. 분명 세계화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화들은 쪼개지고 분절되어 있으며, 같은 도구를 다르게 쓰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가령,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아이폰 같은 현대 문물들을 쉽게 접하고,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그것이 그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서비스, 혹은 관계 이런 것들이 우리가 보는 것들과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은 분명 우리에게 공통된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우리를 우리라는, 세계 시민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두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모자이크와 같은 집합체임을 드러내는 부분들이 나타난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동남아시아의 영화 미학과 우리의 영화 미학이 어떻게 다른가 이다 :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재밌는 점은 베트남의 영화관들은 사시사철 공포영화를 틀어주고 있다는 게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나중에 되면 익숙해지는 광경이라 할 수 있는데, 베트남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영화들의 예고편들은 적어도 하나 정도는 공포 영화 예고편이 틀어진다. 물론 모든 영화들이 우리가 국제 영화계나 이런데서 볼법한 거창한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는 점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포영화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이것은 한국이나 다른 세게에서 경험하는 공포 영화 와는 다르다' 라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그 독특한 느낌은 한국영화나 다른 세계 공포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끈적함이다. 땀, 체액, 벌레 등등 다양한 것들이 뒤섞여서 묘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동남아시아 영화들은 이러한 분위기들이나 표현 방식들이 등장하는데, 서구 영화의 고어와는 사뭇 다르다. 서구영화의 고어들이 인간을 사물로 만들면서, 거기서 생겨나는 격차와 모독을 즐기기 위한 장치라면, 동남아시아의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끈적함은 고어와 조금은 다른, 일종의 감수성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서구영화들의 고어가 인간과 시체 사이의 개념적인 분절이 일어난다면, 동남아시아의 영화들에 드러나는 끈적함에는 일종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하나의 인간이 시체에서부터 시작해서 썩어서 정글이 되기까지, 그 과정이 동적이고 유기적이라는 것이다.

거기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벌레다. 썩어가는 시체, 훼손된 신체에 벌레가 결합하면서 단순히 피를 내뿜고 무너지는 존재가 아닌, 작은 생명들이 움트고 죽음을 분해해 새로운 생명으로 만드는 그로테스크 함은 다른 세계의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느낌들이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언뜻언뜻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버려진 쓰레기, 길에 돌아다니는 거대한 바퀴벌레나 쥐, 해충들, 벽에 붙어있는 도마뱀붙이, 끈적하게 비가 내리고 있면서 흙탕물을 만들어내는 환경들, 습기와 온도에 따라서 빠르게 풍화되고 노후화된 폐허들이나 구축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동남아시아의 미학들, 모든 것이 빠르게 낡고 물에 스며들며 물에 침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동남아시아 문화가 위생이 안좋다 라는 것이 아니라(그들과 함께 생활해보면 그들이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대한으로 위생적이다. 그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온 환경에서 바라보는 것들, 모든 것들이 빠르고 변화 무쌍하게 변화하며, 죽음이란 개념이 아닌 일종의 스펙트럼이라는 관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습기야말로 동남아시아 공포 영화의 핵심을 짚는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습기가 어떻게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동남아시아 공포 영화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습기에 대한 이해가 한국 영화에서도 드러난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 특유의 과장된 리얼리즘들(초창기 영화 올드보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이나 소위 땀냄새, 눈물냄새 난다는(흥미롭게도, 이 둘은 '물'을 매개로 한다) 느낌들을 어딘가 동남아시아 공포영화나 동남아시아 영화를 연상케하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영화와 다르게 한국 영화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변화'들이 있다. 그 날카로운 변화라는 것은 엇박자로 불리는 뽕짝과 같은 것들인건데, 동남아시아 공포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르적인 특성들, 벌레나 습기 이런 것들이 한국 영화에서는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과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합쳐지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어진다. 괴물의 주차장 탈출 장면을 보듯이, 딸을 놓치고 뻘줌하게 다른 곳에서 딸을 태우는 장면이나, 마치 싸울 것처럼 나서다가 도망가는 장면, 뱅글뱅글 돌면서 어지럽게 만드는 주차장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독특한 리듬감과 개념으로 변화한다. 조금 확대해서 생각한다면, 동남아시아인들이 습기와 온도가 모든 것을 나이들게 만들거 침윤시키는 과정을 보았다면, 한국인들은 극단적인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의 리듬과 이어짐, 모순된 것의 연결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그 모순된 박자감을 익힌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다시 동남아시아 영화들로 돌아와보자. 인도네시아 영화나, 베트남 영화나, 태국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이 습기와 온도들은 외부인들이 보면 신기하지만, 동시에 자국인들이 보면 그것이 삶의 일부이자 표현의 방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라는 하나의 동일한 장르를 점유하면서도 결국은 서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분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분절된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가능성이다. 모두가 하나 되는 세계가 아니라 분절된 여럿이 모두가 되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술이 만들어낸 디아스포라이자, 우리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일련의 편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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