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메타버스만큼 모호한 용어는 없을 것이다. 범람하는 마케팅들과 트렌드 세터들의 과대 포장으로 인해서 메타버스란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많이 어렵지만, 메타버스라는 조어 자체에 집중해서 본다면 상위의("Meta") 세계(Uni + "Verse")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상위의' 개념일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에서 가상 현실을 지칭하는 단어로 등장했다(아바타라는 개념도 이 때 등장했다) 소설을 직접적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닐 스티븐슨이 가상 세계를 여러 개념들의 상위의 개념을 지칭하는 '메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을 조합하는 개념에 가깝다는 것을 지칭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즉, 우리가 게임이나 VR 등등을 통해서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개념들은 가상 자체를 강조한다기 보다는 '현실과 가상, 이 둘이 합쳐지는 상위의 공간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자:전자 네트워크로 구성된 공간은 애시당초에 물리적인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거기에 접속하는 사람들도 결국 현실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기존 가상 세계 담론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물리적 공간의 확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즉, 가상 세계 담론에 있어서 현실과 가상은 분리된 것이 아닌 통합된 개념으로 접근한 이야기들이 가상 세계라는 담론과 대중문화의 기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메타버스 담론들은 이런 과거의 역사들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취급한다. 그들이 메타버스를 통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주로 돈에 관한)인데,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혹은 위험성이든)이 이미 오래된 미래의 형태로 담론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구현된 낡은 담론이자 현상인 셈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담론의 핵심은 결국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 것처럼 꾸며서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확보하려는 '마케터'들의 값 싼 전략에 불과한데, 비대면 접촉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관련 산업을 묶기 위해서 일부러 단어를 마케팅하는 것이라 접근하는 것이다. 엄밀히 메타버스의 성공과 담론은 메타버스 자체가 발견되거나 논의된 것이 아닌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눈여겨 볼 만한 점들이 있다. VR, 메타버스형 비지니스나 운동 프로그램 등등의 존재를 통해서 이전보다 더 옅고 얇은 형태로 게임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었다. 필자가 최근 자취하면서 운동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는 원랩 프로맥스 자전거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소위 메타버스형 자전거 홈 트래이닝 앱인 원랩은 쉽게 이야기해서 여러 센서가 달려있는 자전거와 핸드폰 어플을 연결하여서 자전거 회전속도, 부하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모니터링하고 얼마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프로그램에 맞게 운동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원랩의 트레이닝 어플은 게임적인 요소들(같은 코스를 달리는 다른 사람들, 점수화된 운동,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경쟁)로 치환해서 구성한다는 점에서 소위 메타버스의 특징들도 존재한다. 몇년전에 유행하였던 게임화Gamification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보통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를 통해서 이루어지던 운동들이 수치화 되고 측정되면서 앱의 기능으로 구성 가능해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세대의 여러 비즈니스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변화들은 '입력 장치의 다양화'와 '수치의 측정과 데이터화'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영역에서 입력은 게이밍 패드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있어서 입력 방식은 더이상 패드라는 제한적인 수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자식 자전거의 센서, VR의 HMD와 센서들, 핸드폰의 자이로스코프 등등의 다양한 센서들이 게이밍 패드라는 인터페이스를 뛰어넘는 요소가 되었다. 이 새로운 입력 요소들은 기존의 게임과 다른 형태의 장르적 생태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타버스의 새로운 입력 방식은 지속적인 장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무언가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흐름에 있어서 독특한 점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서 수집된 데이터들을 재구성해서 서비스의 형태로 엮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들은 '전체적'이지 않다. 어디까지나 자전거의 센서처럼, HMD나 폰의 자이로 센서처럼 어디까지나 일부의 데이터를 시각 디스플레이에 띄워주는 방식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시대의 비즈니스들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게임 산업의 어설픈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게임 산업이 쌓아올린 노하우보다 더 깊지 않고 입력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통합적'이라 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전거는 어디까지나 자전거에서, 트레드밀은 트레드밀에서, VR은 VR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현재의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여러 SF 소설이나 담론에서 다뤄지듯이 신경계에 직결로 연결해서 인풋/아웃풋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가상의 세계를 현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정도의 새로운 방법을 통해 기존 게임 산업의 노하우를 결합함으로 가상의 세계를 소비자가 경험을 시각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전체'로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 산업의 상당수들은 기나긴 산업의 발전 이정표 상에서 결국 사라지게 될 흐름이다. 그것이 얼마나 짧을지, 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구하는 '가상의 구현'이라는 최종적인 결과에 비추어본다면 점차 조금씩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흥망에 너무 과열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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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최근 흥행하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이 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인 악마성 드라큘라의 도트나 디자인, 컨셉 등을 트레이싱한 걸로 논쟁을 일으킨 이 게임은 당연하게도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복고풍 인디게임의 트렌드를 따른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복고는 '과거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는 것이다:분명 도트풍 그래픽이나 단순한 게임 플레이 등등은 언뜻 보기에는 과거의 게임 트랜드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에서 보여주는 적들의 규모는 이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다.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지 계산 등으로 인해서 때때로 고사양 컴퓨터에서조차 60프레임을 방어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게임 플레이는 분명 '복고인척 하지만 현재의 기기 스펙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복고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부분들이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플레이어의 공격은 별도의 버튼 입력없이 자동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게임이 베이스로 삼고 있던 시절(패미콤 ~ 슈퍼 패미콤 시절,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지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다. 오히려 장르적으로는 공격 조작을 제외하고 거기에 공격마다 특징들(예를 들어 채찍은 좌우 공격만 가능하다든가)을 부여함으로 플레이어가 위치와 공격 타이밍을 고려하면서 움직이는 '선택과 집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단순한 조작으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클리커 류를 생각나게 하고, 무작위로 얻는 아이템들의 테크 트리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플레이 스타일을 임기응변식의 게임 플레이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보이는 것과 반대로 게임은 최근의 게임 장르 전통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과거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단순하게 모티브를 취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단순화된 게임 방식이나 도트에 대한 접근 등은 과거를 재현하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재해석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취하는 이유는 게임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계층이 추억하는 시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좋았던 과거를 좋은 방식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여지껏 산업이 걸어왔던 역사를 거기에 대입하는 것이다.

최근의 레트로/복고 서브컬처 콘탠츠들이 이러한 방법론의 결과물들이다. 분명 과거의 모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때어내놓고 보면 여지껏 걸어왔던 산업의 역사가 응축되어 본질적으로 과거의 것과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물건들이 대다수다. 이러한 레트로/복고/리바이벌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든 세대의 소비력이 높은 점, 제작자들이 자신의 추억을 재해석하여 창작을 하고 있는 점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과거는 단순하게 퇴행으로 단정짓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수하게 과거로 돌아가서 본다면 미래의 게임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다는 점이다. 예를 세가 새턴의 게임 중에는 유명 성우를 기용하여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서 일종의 성우 케릭터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 보자면 케릭터 가챠 게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의 트렌드는 사쿠라 대전 처럼 한 명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모든 케릭터 디자인을 전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시의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었다. 이런 식으로 항상 과거는 미래의 맹아를 품고 있었지만, 이런 미래들은 항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좋았던 과거의 형태와는 동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회귀인 동시에 현재 도래한 미래에 대한 부정을 내포한다. 과거의 게임들이나 작품들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실험과 가능성들을 품고 만들었던 것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잠시 언급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역시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들(별도의 공격 조작 없이, 자동공격의 구조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는)을 내포하고 있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기반하는 바라보는 지향점은 저 너머의 미래(자동공격의 구조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라기 보다는 악마성 드라큘라와 좋았던 옛날이라는 과거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밀어붙이는 저력이나 통찰력이 날카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들이 재미가 있는 것과 별개로,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라보는 지향성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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