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판타지 라이프는 이나즈마 일레븐 등을 만들어낸 레벨 5에서 야심차게 만든 RPG 프랜차이즈입니다. 레벨 5 스스로도 발매 이후, 우리는 이 작품을 보완해서 더 늘려 낼 거라고 호언장담한 점이나 레벨 5의 특기가 확장판 확장판 확장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발매 첫주 일본 시장에서만 10만장을 판 판타지 라이프는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화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프랜차이즈+후속작들을 생각하면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만, 판타지 라이프에는 이런저런 치명적인 결점이 존재합니다.


제작자 스스로가 울티마 온라인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게임은 실제로 수많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에는 채집직-생산직-전투직으로 크게 세가지 직종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직종이 12개로 구분된 것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게임 매카니즘은 3가지 뿐이죠. 채집-생산-전투 로요. 12개의 직업들로 구분된것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그 패턴은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지 라이프가 지향하는 게임성 자체가 과거의 울티마 온라인의 재현이 아닌 동물의 숲에 울티마 온라인 기믹을 섞은 캐주얼 RPG를 노리고 있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할 수 없습니다.


채집이나 생산, 전투의 메카니즘은 간단합니다. 스킬은 사용하면 할 수록 올라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고, 전투/채집 모두 스태미너를 사용합니다. 전투의 경우 타겟팅을 사용하면서 몹과 나의 거리를 조절하는 형식이며, 좀더 다른 메카니즘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정도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제작이나 생산의 경우에는 비슷한 메카니즘과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특히 제작의 경우에는 미니 게임의 내용이 완벽하게 같습니다. 박자에 맞춰서 버튼 누르기, 버튼 연타, 버튼 누르고 있기 라는 3가지의 미니 게임의 연속인데, 각각 직업의 제작 과정은 동어반복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더 다양한 미니 게임의 연속으로 구성을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기에 사실상 직업을 12개로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는 전통적인 레벨업 이외에 스타와 해피 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직업레벨을 올려 스킬을 얻거나 및 특전을 언락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사실 스타와 해피 라고는 이야기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도전과제라고 비슷한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러나 스타나 해피를 '도전'과제와 똑같이 보기에 미묘한 부분들이 상당히 있는데, 도전 과제들이 보통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운 목표를 요구한다면 판타지 라이프는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쉬운 목표를 요구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는 있지만, 밑에서 기술할 문제와 맞물려 들어가면서 좀 골치아픈 시스템이 됩니다.


게임 시스템과 메카니즘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판타지 라이프의 최대 단점이자 최악의 문제점들이라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게임 동선이나 구성이 12개의 직업군 개개의 직업에 맞게 구성이 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UI가 개판이라는 점들과 메카니즘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게임 시스템은 엉망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여러분이 마법사 직업을 선택하고 있고, 직업 레벨을 올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뭘 해야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게임 화면중에 표시되지 않죠. 스타 과제를 확인하는 방법은 오로지 매뉴->라이센스->해당 직업군 선택 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은근히 이 과정이 빡치면서, 이거 확인하러 갔다가 읽고 난 다음에 게임 좀 하다 보면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왜냐구요? 애시당초에 '거대한 세계에서 자기 꼴린대로 하고 사는 것'이 모토인 게임에서는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이렇게 게임을 플래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임 플래이 방법이죠. 그렇기에 과제 달성을 점점 요원해지며, 과제 달성 후 직업 레벨업을 위해서는 저 번거로운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합니다.


물론 스타 과제 자체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마 문제는 스타 과제가 요구하는 것은 '넓고 얕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라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게임 자체가 이거찔끔 저거 찔끔 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는 하지만, 게임은 이 넓고 얕은 경험을 레벨업 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묘해질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울온이나 기타 다른 게임들이 마법 무엇을 배우려면 그 전에 먼저 마법 미사일 몇방을 써라, 타운 포탈을 몇번 써라 등등의 조건을 걸어둔다면 그건 자유로운 게임 진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법으로 줄창 사냥만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마법으로 힐만 줄창 할 수 있는거죠. 게이머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면, 애시당초에 그런 스타 과제를 통해서 게이머에게 다양성을 강제 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습니다.


또한 게임의 동선 역시 개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에요. 판타지 라이프는 라이프를 '직업'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라이프일 때만, 상위 직종에게 찾아가서 직업 레벨업을 할 수 있죠. 이게 거지 같은게 뭐냐면, 만약 마법사를 선택하고 있는데 요리 직업을 레벨업 하고 싶다, 이러면 라이프 길드까지 달려가서 직업을 바꾸고, 그 다음에 다시 요리사 상급자를 찾아가서 직업 레벨업을 해야되요. 이게 무슨 쓰래기 같은 조합인거죠? 결국 게임은 울온 같은 자유도 넘치는 RPG를 지향하면서 필드와 컨텐츠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스스로 JRPG의 직업이라는 한계로 그 자유를 옭아메버립니다. 물론 그 귀찮음과 짜증남을 뛰어넘으면 재밌는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컨텐츠나 놀거리가 풍부한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거 찔끔 저거 찔끔 할 수 밖에 없는 게임 플래이에 있어서, 직업 이라는 제한을 걸어둬서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건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게임 메카니즘 자체가 단순 메카니즘을 12개의 직업으로 억지로 쪼겠다는 느낌마저도 들고요.


사실, 차라리 스타 과제를 통해서 직업 레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퍼크' 시스템 같이 좀 살짝 난이도가 있는 과제를 달성하면 마법이나 무엇을 할 때 보너스를 준다던가, 아니면 스킬 조합을 할 수 있게 변경했다면 이정도로 난장판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일본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일본 이라는 한계가 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몇몇 일본 개발자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새로운 단계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브레이브리 디폴트, 이 멋진 세계 등등...), 이러한 상당히 상이한 시스템의 충돌은 결코 좋게 봐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판타지 라이프는, 아마도 전반적인 시스템 리빌딩이 필요한 물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울온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JRPG의 굴레를 뒤집어쓴 울온이에요. 심지어 와이파이 멀티조차 안되는 물건이라구요. 문제는 지금 이 상태로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죠. 아마 판타지 라이프는 일본 내에서만 히트를 치고 북미쪽에서는 쪽박을 찰 물건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