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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팀덱이 처음으로 발표되었을 , 많은 사람들은 스팀덱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벨브가 내놓은 상당수의 하드웨어들, 스팀 콘솔이나 스팀 링크, 스팀 컨트롤러 등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벨브가 스팀의 브랜드를 달고 UMPC(Ultra Mini Personal Computer) 낸다고 했을 , 실패가능성을 점칠  밖에 없었다. 기존의 콘솔들이 전용 OS 이용하여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했단 것을 생각한다면, 리눅스 와인 기반으로 게임을 구동할  얼마나 호환성 있게 돌아가느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스팀덱은 현재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UMPC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스팀덱의 실제 스펙은 최신 콘솔에 비해서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로 호환성이 뛰어나고 많은 게임들을 깔끔하게 돌릴  있다. 물론 어느정도의 사양 타협은 필요하지만 말이다:최신 게임인 마블 미드나잇 선즈을 30프레임으로 깔끔하게 돌릴  있고, 인왕 2 경우에는  왔다갔다 하긴 해도 55프레임으로 구동할  있다. 인디 게임이  경우에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돌릴  있는데, 롤러드롬이나 인투  브리치, 노이타, 로그 레거시 2, 좀보이드, 림월드 같은 게임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깔끔하게 돌린다. 이는 스팀덱의 해상도 자체가 낮아 정규 해상도 스펙보다 낮은요구사항으로 게임을 구동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스팀덱은 스위치보다도  무겁고 커서, 들고 다니면서 한다는 휴대용의 개념에 부적합하다   있는 일종의 '경계선'  기기다. 그렇기에 스팀덱을 플레이하는 환경은 대부분 ''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점은 이것이다:집에서 스팀덱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한다면, 이미  좋은 사양의 피씨와 모니터들이 있는데 스팀덱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스팀덱에 대한 수요를 이해하려면 스위치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야  것이다. 스위치의 경우, 플스와 엑박이 지배하는 공간의 틈새를 차지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있었다. 스위치는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곳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있다.  휴대용의 의미가  아웃도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소파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또는 컴퓨터를 돌리면서 스위치를   있다. 요는 스위치의 성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제하는 명제, '가장 우월한 게이밍 환경에서만 게임을 하는 것이 지배적일 것이다' 대한 반박이다. , 하나의 게임이라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방법으로 행해질  있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가 스팀덱과 스위치라는 것이다.

 

스팀덱과 스위치의 성공에 있어 차별점, 혹은 공통점이라 부를  있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공하는 게임 라이브러리의 폭일 것이다. 스위치가 상대적으로 후달리는 스펙에 불과하고 닌텐도가 제공하는 압도적인 소프트 파워에 다른콘솔 대비해서 이점을 갖고 있는 ,  때문에 다른 서드파티도 끌어들일  있었다. 스팀덱의 경우에는 스팀이라는 가장 성공한 PC 게임 배급망을 구축하였고,  배급망을 통해서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 스위치와 스팀덱의 성공요인은 이러한 '라이브러리' '적재적소에 게임을 플레이   있다' 있다.

 

스팀덱이 흥미로운 점은 스팀덱의 UI/UX 기본적으로 게임 패드에 맞춰져 있지만, 동시에 마우스 키보드 방식의 PC 게임들까지 소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 조작을 붙였다는 것이다.  개의 트렉 패드와 추가적인 후면 트리거 버튼, 그리고 전면 터치 스크린까지 스팀덱은 휴대용 기기가   있는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를 달고 있다. 이러한 조작 덕분에몇몇 게임들은 스팀덱에서 놀라울 정도로  구동된다. 문명 6 예로 들면 콘솔판의 패드 조작을 따라온 것이 아닌 마우스 키보드 조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우측 트랙패드와 우측 트리거 버튼만으로 거의 대부분의 마우스 조작을 훌륭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그리고 트리거 버튼과 트랙패드의 기능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할  있는 패드조합 프리셋을 유저들이 구성하고 공유할  있게 하여  나은 편의성을 제공받을  있다.

 

결론적으로 스팀덱은 니치한 수요를  충족하는 기기라   있다:PC 게임의 라이브러리를 거의 상당수 타협하여 처리할  있고,  나아가서 PC 게임 플레이 인터페이스를 접합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버튼을 추가하였음에도 조화로운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만하다. 물론 대단히 니치한 수요이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기기는 아닌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수요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격과 성능 양측면에서 스팀덱만한 기기는 없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엑박 매거진 12월 호에 등재된 리뷰입니다. 

 

타이틀 . Call Of Duty Modern Warfare II 
출시 . 2022년10월 28일  
개발사 . Infinity Ward 
유통사 . Activision Blizzard 
리뷰기종 . PC  
작성자 . 바이오타이탄

 

필자는 콜 오브 듀티(이하 콜옵)시리즈를 모던 워페어 2(2009)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빼먹지 않고 구매를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구매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평가와 별개로 자신만의 의견과 관점이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1>은 고평가되었다’라던가, ‘의외로 <뱅가드>가 최악의 콜옵은 아니며, <고스트>가 있는 한. 더 이상 밑바닥의 콜옵은 존재할 수 없다’라던가, ‘미래전 콜옵들은 의외로 콜옵답다’ 라는 생각 등등이 그러하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작품을 처음으로 했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의견들은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는 것이다. <블랙옵스 2>를 최고로 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최근 더빙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모던 1편 리부트로 입문한 세대의 경우는 <모던 시리즈>를 더 최고로 쳐 주기도 한다. 오래된 게임인 만큼 팬덤의 층위도 다양하고 팬덤의 견해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게임을 평가할 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지난 13년간의 콜옵 경험을 통틀어 이번 한 번만큼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본인이 경험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리부트(이하 MW2) 싱글 플레이 파트는 본인 게임 플레이 경험 역사상 최악의 경험이었다.

MW2 싱글 파트가 어째서 최악이었는가를 논하기에 앞서서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짚어야 한다. 콜 오브 듀티가 어떤 게임인가. 매년 천 만장 단위로 판매고를 가볍게 올리는 게임, 조 단위의 매출을 가볍게 올리는 게임, 그럼에도 매년 발매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정말로 대단한 게임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가장 싸게 만들어서 최대한 많이 파는 자본주의 그 자체인 게임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소비 국가인 미국을 대상으로 미국 우월주의 판타지 그 자체를 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어이없는 버그들과,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과 말도 안 되는 스토리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다른 게임들에 이런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콜옵의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들보다도 수준이 떨어져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날 것’에 가깝다.

하지만 콜옵 프랜차이즈의 최대 미덕은 그런 날 것의 자극과 판타지를 효율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는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티플레이의 보상 체계일 것이다. 적을 타격할 때 울리는 히트 마커 사운드, 헤드샷의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 경험치가 올라갈 때 들리는 자극적인 사운드 등으로 콜옵은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보상에 대한 자극을 부여한다. 또한 13년 동안 이어져 온 스코어/킬스트릭 시스템은 이러한 자극의 총 집합체이다.상대방을 쓰러뜨리고 얻는 점수와 킬을 모아서 더 큰 자극을 얻는 과정 자체가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원동력과 맥이 닿아 있다.

 

그렇다면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싱글 플레이(이하 싱글)’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콘텐츠 중 싱글은 가장 삐걱거리고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블랙옵스 4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블랙옵스 4는 최초이자,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콜옵에서 싱글을 제외한 게임이었다. 그때 제작진들은 분명하게 블옵 4의 싱글 제외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싱글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많은 자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적은 인원만이 싱글을 클리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러한 자원을 멀티플레이와 좀비 코옵 모드,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 모드에 집어넣겠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분명 블옵 4 제작자들의 주장은 일견 납득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요즘 시대에 싱글 플레이를 끝까지 플레이하는 경우는 드물고, 콜옵 같이 멀티플레이가 주 구매 요인인 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콜옵에서 싱글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서, 그 해 나온 콜옵의 '테마'를 구성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콜옵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콜옵이라는 평가를 듣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부터 <블랙옵스 4> 사이의 미래전 콜옵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당시 콜옵들은 일종의 '테크노 스릴러(정치와 군사 등의 분야와 첨단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서브 컬처 장르)’의 양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기업 국가의 디스토피아를, 블랙옵스3가 음모론과 SF를 결합하고, <인피닛 워페어>는 범 행성간 갈등을 다루었다. 그리고 그 후 그것들은 멀티플레이에 배경이나 능력의 일부로 소개되었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 공개 트레일러가 멀티플레이 트레일러보다 더 앞서서 공개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메세지는 더 명확하게 보인다.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멀티플레이에서의 새로운 능력들과 변화점들(오퍼레이터와 특수능력의 추가, 총기의 변화 등등)을 멀티플레이에 들어가기 앞서서 시연하는 무대였으며, 또한 각각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엮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러한 콜옵 싱글의 특징을 두고 논의를 확장 시켜 본다면, 콜옵에서의 싱글 플레이는 존 카멕이 이야기한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와 맥을 함께한다. 존 카멕이 포르노에서의 스토리를 언급한 것은 분명 '있으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다'라는 의미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역으로 포르노에서 스토리가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또 다른 통찰이 시작된다. 포르노에는 듬성듬성하긴 하지만 분명 스토리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성애든, 근친상간이든,  SM이든, 스카톨로지든, 네크로필리아든, 가장 순한 포르노에서 독한 포르노까지 모든 포르노들은 성적인 자극을 구성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이미지들은 포르노의 하위 장르의 맥락에 묶여서 단일 형태의 포르노로 구성된다. 포르노의 스토리는 그 이미지를 묶는 맥락 그 자체다. 분명 그 네트워크가 포르노의 본질이 아니더라도, 포르노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포르노의 스토리와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그러한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맡고 있는 역할과 구성, 심지어는 완성도와 미학적인 부분 마저도 맥이 닿아 있다. 어째서 모던 워페어 2(2009)에서 노 러시안 미션에서부터 러시아의 미국침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가? 어째서 프라이스는 감옥에 갇혀 있었는가? 어째서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 플레이어는 x버튼을 눌러 조의를 표했는가? 모던 워페어 리부트 1편에서는 어째서 테러리스트 가옥을 습격한 뒤에 곧바로 중동으로 넘어가 테러리스트들을 작살 냈는가? 콜옵 싱글에서 각각의 이미지들은 하나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그럴 싸하고 자극적이지만 전체를 연결해 놓고 보면 말이 안 되거나 논리적으로 너무나 성기었다. 마치 포르노의 그것처럼, 콜옵 싱글의 이미지들은 ‘나는 너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이렇게 배치할 거야’라고 플레이어에게 말하듯이 노골적으로 배치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MW2 싱글은 콜옵 싱글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싱글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악의 콜옵,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콜옵 고스트의 경우에도 싱글이 파시즘적인 이미지와 인종차별적인 스토리로 점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콜옵의 싱글 플레이'라는 틀을 지키고 있었다면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 싱글이 갖고 있던 미덕과 강점을 모두 배제해버리는 이상한 싱글 플레이가 되어버렸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의 재미는 총을 쏘면 적이 죽는다는 단순한 쾌감과, 다양한 기믹을 통해 ‘내가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무언가를 한다’는 만족감을 플레이어에게 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콜옵 싱글은 런앤건(달리면서 총을 쏘고, 적들을 처리하고, 체크포인트까지 도달하는)과 일부 QTE와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체크포인트에 도달하거나 트리거를 당기기 전까지는 무한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량, 버벅거리는 동료와 적 AI, 정해져 있는 길을 벗어나면 칼같이 날아오는 수류탄이나 살인트랩 등등은 콜옵 싱글의 전매 특허였다. 물론 블옵 2,3와 같이 업그레이드와 로드아웃이 존재하거나,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 같은 구간이 존재하여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했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미니게임의 일부를 구성할 뿐이었다. 후술할 영역이긴 하지만, 콜옵이 15년동안 바뀌면서 바뀌지 않는 그런 복잡 미묘한 흐름을 보여주었어도 적어도 싱글에서는 런앤건이라는 요소는 근간으로 삼아 기믹을 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W2의 싱글도 여타 콜옵 싱글과 같이 전통적인 런앤건 플레이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싱글 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기믹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MW2의 싱글은 그러한 기믹이 좀 '과도하게' 잡혀 있는 게임이다. 전체 싱글 미션 중에 잠입 등의 기믹이 들어가지 않은 미션은 순수하게 2개 정도뿐으로 15개의 챕터 중 절대 다수가 기믹이 들어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첫 번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적들 상당수가 멀티 플레이 워존이나 DMZ처럼 장갑판을 둘둘 바르고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런앤건, 레일 슈팅 게임 플레이가 훨씬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갈수록 단순 레일 슈팅만 들어간 스테이지는 줄이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넣는 것이 콜옵 프랜차이즈의 추세긴 했다. 그렇기에 MW2가 기믹을 더 추가하였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결단인 것도 아니며, 싱글 플레이에 잠입, 플랫포밍, '크래프팅' 요소를 녹여낸 것도 트렌드 팔로어로써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 콜옵은 게임을 넘어서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의 대표적 사례가 포트나이트일 것이다;크래프팅+배틀로얄에서 출발한 이 야심 찬 프랜차이즈는 모딩에 다양한 서브컬처와 주류 문화, 심지어는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까지 게임으로 흡수하였다. '모든 것은 XX가 된다'라는 명제가 포트나이트나 콜옵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플랫폼화의 근간에 놓여있는 명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했듯 콜옵에서의 싱글이 테마를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한 장으로 기능한다면, '플랫폼화 되는 게임인 콜옵'을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집어넣는 것은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근 몇 년 동안의 콜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콜옵과는 많이 달랐단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기믹이 많이 늘어나고, 런앤건 플레이가 답답해졌다고 해서 MW2가 최악의 싱글 플레이 타이틀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MW2의 싱글 플레이가 끔찍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얄팍하기 짝이 없고 중구난방으로 구성된 게임 플레이에서 비롯된다.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의 싱글들은 다양한 것들을 콜옵으로 통합하되,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크렘린의 비밀금고를 들어가기 위해서 잠입, 암살, 모함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이미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콜드워는 이것을 대단히 성긴 형태로 구현하였다. 후한 잠입 판정, 스크립트 진행 등등은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보여주는 미션의 구성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이 파트에서 끙끙거리지 않아도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을 구성한 점, 그리고 그 후 보상으로 비밀금고에서 수많은 적들과 런앤건 플레이를 즐기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콜드워의 잠입 파트는 여전히 콜옵 싱글 플레이의 연장선에 놓여있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었다.

그러나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이 13년간 지켜왔단 대원칙을 무너뜨렸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원칙을 망가뜨리고 구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전작들에 비해 충분히 고민 없이 무리하게 급진적인 변화를 취했기 때문이다 

MW2 싱글 플레이의 문제를 논하는 데는 크게 3개의 미션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 미션들이 대표적일 뿐이지, 다른 미션들도 대동소이한 맥락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편이다.



첫번째 미션은 ‘근접 항공 지원’이다. 이 미션은 모던 워페어 1편부터 간간이 등장하였었던 AC130 미션이다. 상공을 배회하는 AC130의 사수로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팀에게 화력 지원을 해주는 컨셉의 미션으로, 모던 워페어 1편 당시의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깊은 인상을 남긴 미션이었다.무감정한 열화상 영상과 압도적인 화력으로 박살나는 적들, 사살이 확인 될 때마다 무감정하게 브리프 해주는 안내까지. 이 미션은 소위 '택티컬'함의  밀리터리 판타지와 파워 판타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션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MW2는 이걸 완벽하게 망쳤다. MW2의 AC130 미션은 민간인 구역에서 작전을 진행한다. AC130 미션을 이전에 해봤거나 AC130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내용인데, AC130은 기본적으로 섬멸을 위한 물건이지 정교한 핀포인트 제거용 도구가 아니다. 20mm 개틀링은 한 발만 맞아도 사람의 사지를 찢어버릴 것이고, 40mm 포격은 일반 차량을 폭파시키기에 충분하다. LTM 같은 물건은 멀찌감치 쏴도 유탄이 날아가서 사람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아무리 게임적 허용이 존재한다고 해도 AC130이 갖고 있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민간인 사상자를 배제하고 마약 카르텔 인원만 처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 걱정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이 미션 내내 40mm와 LTM의 넓은 피격 판정, 20mm 발칸의 공격 판정 때문에 민간인과 민간인이 있는 건물을 피해서 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짜증난다.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말라고 하면서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무기를 주는 것도 웃기는 짓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미션이 AC130을 처음으로 운용하는 미션이란 것이다. 미션 특성상 독특한 무빙(AC130은 작전지역을 원형으로 돌면서 화력을 투사한다)과 공격 방식(상공에 떠있기 때문에 공격이 도달하기 까지의 어느 정도의 시간 지연이 있다) 때문에 어느정도 숙달된 상황에서 이런 고난도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MW2는 사전 튜토리얼이나 몸풀기 미션 없이 곧바로 이런 미션을 초심자에서 유경험자 가리지 않고 던져버린다. 재미와 숙련 이전에 짜증을 먼저 느낄 만한 미션 구성이다.

더 어이없는 점은 그 다음 미션은 전형적인 AC130 섬멸 미션이라는 것이다.이 미션에서는 플레이어는 목표 타겟을 실고 탈출하는 지상 팀원들이 마을을 지나다 카르텔의 습격을 받는 걸 보고 화력지원을 감행한다. 이전 미션까지는 민간인 운운하면서 건물에 20mm 개틀링 한발 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작은 규모의 마을 하나는 LTM 수십 발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용인해버린다. 이 간극이 플레이 하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차라리 화력지원 섬멸 미션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서 좀 더 난이도 높은 정교한 화력투사 미션을 집어넣는 방식이면 좀 짜증났어도 이해가 되었을 부분이었다.



두번째 미션은 “폭력과 타이밍"이다. 요인 구출을 위하여 호송대를 습격한다는 이 미션은 플레이어가 극 초반부 헬기를 타고 호송대를 추적하면서 총으로 화력 지원하는 부분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헬기가 RPG를 맞고 뱅글뱅글 돌다가 플레이어가 떨어지고, 첫번째 트럭을 탈취하면서부터 급격하게 미션 전개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그 때부터 운전을 하는 동시에 차량을 탈취하고 파손된 차량을 하이재킹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먼저 미션의 차량조작과 건 플레이의 결합부터 논해보도록 하자. 플레이어가 운전하는 차량은 자동으로 체력을 회복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차량을 탈취하여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탈취해야 하는 차량들 에는 플레이어에게 사격을 가하는 적들이 타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 적들을 처리하는 동시에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 미션의 가장 큰 문제는 사격을 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1) 운전을 한다 -> 2) 적을 발견하면 운전석에서 빠져나와서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간다 -> 3) 적들을 총으로 쏴서 제거한다 -> 4) 차량 운전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가 떨어지면 다시 운전석에 들어가서 운전을 해야 한다 -> 5) 다시 1)로 돌아간다의 과정을 미션 내내 해야 한다. GTA 같이 격렬한 자동차 추격전이 있는 게임도 이런 식의 번거로운 과정의 스테이지를 구성하지 않는다. 심지어 GTA 조차도 달리면서 양 옆으로 권총이나 SMG 같은 총을 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주는데 MW2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플레이어에게 운전하다 차 지붕으로 기어 나와서 총을 쏘고 다시 운전대로 돌아가라는 일을 시켜버린다. 심지어 차량 조작감도 상당히 둔탁해서 속도감이나 스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잘 돌아갈 리도 없고, 게임 하는 내내 왜? 라는 의문과 짜증만 들 수밖에 없는 미션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MW2 제작진들은 이걸로 부족했는지 미션 중간에 대전차 지뢰를 넣는 패턴을 추가하고, 더 가서는 무조건 차 밖으로 나와서 총으로 쏴서 격추하는 폭탄 드론 날리는 걸 추가하더니, 마지막에는 장갑 차랑 보스전까지 추가한다. 이미 차량 탈취 액션 하나만으로도 과도하다 생각하는데 게임은 너무 많은 것을 추가하려 한다. 심지어 이런 류의 액션을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운전은 안 하던가 사격은 안 하던가 등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는데 MW2는 이것이 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미션에서 분량 조절 없이 과도하게 기믹과 분량을 늘려버렸다.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이 미션은 기괴할 정도로 분량이 길다.10~20분은 가볍게 육박하는 스테이지에서 차량 탈취, 대전차 지뢰, 폭탄 드론, 장갑차 보스전에 마지막 슈팅까지 포함하면 다양한 기믹들이 들어간 셈인데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지루해서 실제 길이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현실적인 감각을 지향하는 모던 워페어 프랜차이즈와의 괴리감인데,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을 모티브로 한 국가와 적대 세력이 무슨 오전 10시쯤의 서울 내부 순환 도로 차량 통행량을 자랑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전에 미국 소속 용병단이 AC130을 이끌고 카르텔 농장이라 해도 멕시코 영토에 무자비한 폭격을 때려버린 것을 멋지게 표현한 거까지 감안한다면, 적어도 일관성 있게 현실적인 감각을 무시한다고는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나 홀로"이다. 대중적으로는 가장 악명 높은 미션으로 오로지 잠입과 크래프팅으로 스테이지를 풀어 나가야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가 기존 콜옵의 다양한 시도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게 까지 나쁘다고 본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생존의 요소는 밀리터리 판타지에 있어서 메이저하고 오래된 판타지였고, 그것을 밀리터리 판타지의 총집합인 콜옵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콜옵 프랜차이즈는 본디 트렌드 세터가 아니라 트렌드 팔로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크래프팅을 콜옵에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 처참하다는 것이 문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크래프팅을 하면서 제한된 무기로 은신하면서 싸운다는 개념은 이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과 파트 2가 상당히 훌륭하게 정립했다. 잠입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렇게까지 잠입 메카니즘이 깊이가 있진 않지만, 엄폐와 적 AI, 소재 파밍, 한계에 한계까지 쥐어짜서 플레이 해야 하는 구조까지 라오어는 게임으로 나름의 스타일과 재미를 정립하였다. MW2의 문제는 게임 메카니즘(잠입+크래프팅+무기의 제한)이 유기적이지 않고, 스테이지 구성이 엉망진창이라는 데 있다. 우선 MW2의 잠입 플레이 구성을 보자.기본적으로 MW2의 잠입 시스템은 성기기 짝이 없는데, AI 자체가 다른 게임에 비교해서 멍청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워 있기만 하면 들킬 만한 요소도 코 앞까지 오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적을 멍청하게 하는 대신에 적들의 화력을 올리고 적의 숫자를 많이 늘려서 배치하여 '들키진 않지만 피해가고 싶으면 무조건 숨어서 가게끔 하는' 플레이를 강요한다. 하지만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 정교하게 짜여진 잠입 스테이지가 아닌 '그냥 좀 더 엄폐물이 많은 콜옵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많은 멍청한 적들과 엉성한 잠입 메커니즘, 부족한 총알과 자원 등의 문제가 맞물려서 재앙 수준의 경험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잠입 메커니즘이 성기다고 해서 이전 미션들에 서 이번 미션 같은 치명적으로 끔찍한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미션들이 기본적으로 통상적인 콜옵의 스테이지 규모를 보여주고, 이 미션의 스테이지는 적과 무조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도식의 구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 수색" 미션과 비교하면 이는 좀 더 뚜렷해 진다. 길리 수트를 입고 순찰하는 적들을 피하는 이 미션에서도 잠입이나 AI의 색적 메커니즘은 성기더라도 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러한 AI와 잠입 판정에 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력 수색” 미션에서는 무조건 적을 마주치고 잠입을 하게끔 하는, 레일 슈팅이라 불리는 콜옵 기준에서도 강제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더 문제가 부각된다.

위와 같이 세 미션의 예를 들어 본다면, 이번 콜옵의 가장 큰 문제는 '콜옵이 콜옵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옵스 1편 포스트 모템(개발 완료 후 그 과정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개발자는 동료 AI가 특정 경로를 지나갈 때마다 게임 전체가 크래시 나는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버그의 근본을 고치는 게 아닌 '그 크래시를 유발하는 장소에 AI가 지나가지 못하게 장애물을 배치하기'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케이스가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이야 말로 콜옵의 핵심이다.분명 싸구려고 눈속임이지만 잘 작동하게 만들어서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큰 불편없이 만드는 것. 최저비용 최대효율의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콜옵 프랜차이즈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MW2는 이런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 싱글이 걸어온 '눈가리고 아웅하기'(칭찬)를 덜하고 다양한 장르를 진심으로 인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껏 자신들의 성공이 자기 실력이 좋아서였다고 착각하는 티가 너무 역력하게 나는데, 문제는 그 실력이 다른 장르 게임들로 눈이 높아진 플레이어 눈에는 플레이어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장르 그 자체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101080'이다.MW2에서 플레이어는 총 3번의 금고를 만날 수 있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무기와 아이템들을 확보할 수 있다. 즉, 탐색과 퍼즐 풀기라는 기초적인 어드벤처 파트인 셈이다. 물론 이미 콜드워나 이전 콜옵에서 이러한 탐색의 구조는 보여주었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퍼즐'이다.콜옵은 머리 쓰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이 그냥 대충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다 끝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어떻게 주어진 단서로 답을 추리하는 퍼즐을 게임에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나 홀로" 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상점의 주인방에 놓여진 금고와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2020년 10월 10일, 40번째 생일이라는 정보를 보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일단 금고가 2자리 - 2자리 - 2자리니까 연월일 따져서 이번 생일인 20년 10월 10일, 20-10-10인가? 아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주로 쓰는 날짜 표기법인 일월년 형식의 10 - 10- 20 인가? 아니다. 그러면 올해가 20년이니까 40세 기준으로 80년생이니 10 - 10 - 80인가? 정답이다.

일단 40세 자기 생일을 자랑스럽게 동그라미 치고 금고 비밀번호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기 어려운 건 부차적인 문제로 넘기고, 이 파트가 필자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이 퍼즐 파트가 진정 '있을 필요가 없는' 파트였기 때문이다. 탐색이나 좀더 쉬운 퍼즐이나 이런 부분들로 대체되었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퍼즐이랍시고 게임 내 스테이지와 어떠한 기믹이나 디자인적으로 통일되지 않고 동떨어진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도 어색했다. 심지어 숫자 빼기 계산할 때 일의 자리를 배제하고 구성한 부분에서는 ‘이거 하는 너희들 수준을 맞춰줬어’라고 말하는 듯한 제작진들의 얄팍한 수가 보여진다. 기존 콜옵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집어넣어서 생색만 냈던 것과는 반대로, MW2에서는 뭔가 본격적으로 기믹을 집어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생색내는 것 만도 못한 꼴이 되었다..

사실 콜옵을 싱글만 보고 사는 케이스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멀티 플레이에 코옵 플레이(좀비, 스펙옵스, 워존 등)을 섞어서 플레이하는 용도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몇시간만 플레이하는 싱글 때문에 게임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MW2의 싱글은 블옵 4의 싱글보다도 못한, 콜옵 싱글 역사상 최악의 싱글이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MW2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레이의 완성도가 여전히 콜옵스럽고, 워존은 여전하며, DMZ도 나름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의 완성도가 존재 자체가 마이너스일 정도로 처참하기에, 구매를 하더라도 싱글을 플레이하는 것은 적극 뜯어 말리고 싶다. 13년간 콜옵을 구매한 충성스러운 소비자로서, 볼트 에디션으로 싱글을 미리 플레이 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본인의 20년 게임 라이프에 있어서 손에 꼽는 최악의 경험이었다.

게임 이야기

 

퀘이크나 둠과 같은 협동 플레이와 팀 데스매치의 랜 게임 플레이 이후, 수많은 형태의 경쟁과 코옵 멀티플레이 장르의 변종들이 등장했었고 디비전의 다크존 모드 역시 그러한 게임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는 장비를 파밍하기 위해 무법지대로 들어가고, 몹들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장비를 파밍 후 탈출해야 한다. 몹과 싸운다는 점에서 코옵 게임 플레이와 유사하게 보여질 수 있지만, 다크존의 핵심은 몹이 아닌 플레이어에 있었다:상대가 나에게 적대적인지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자인지, 상대 파티나 심지어 파티 내의 다른 인물들까지도 모호한 관계(아군 사격 가능, 쓰러진 플레이어에게서 루팅하기 가능 등)로 정해놓았다. 그렇기에 몹들을 사냥하는 순간에서도 계속해서 등뒤를 바라보고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묘한 긴장감을 게임에 불어넣었던 것이다.

 

다크존의 등장은 '타르코프에서의 탈출'(통칭 타르코프)이라는 게임에 영감을 주게 되었다. 기존 디비전의 다크존보다 현실적이고 밀리터리 서브컬처쪽으로 집중되었던 타르코프는 최적화나 여러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등장 이후 꾸준하게 많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타르코프의 성공은 메이저한 게임들에 비해서 마이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최적화 이슈와 함께 게임이 너무 밀리터리 서브컬처 관점에서 하드코어하다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매니악했다.

 

콜 오브 듀티 DMZ는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재인용한 게임이다. 물론 그 인용의 방식은 기존 배틀로얄 모든 워존이다. 콜옵 제작진들은 배틀로얄 장르를 워존으로 차용할 때부터, 이들의 타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콜옵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트렌드 팔로어의 입장에서 항상 먼저 성공한 것들을 따라잡기에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콜옵 프랜차이즈의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DMZ 자체도 다크존이나 타르코프가 갖고 있는 급진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콜옵식으로 순화시켜 들고 왔기에, 다소 이전 작품들이 갖고 있는 독특함이 옅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 모드는 워존과 같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한 멀티플레이 개발자들의 확고한 철학과 디자인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던 게임이었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서 언급해야할 부분은 DMZ, 더 나아가서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둘러싸고 있는 장르적 정의다. 분명 DMZ가 다크존과 타르코프의 계보를 잇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대 NPC(줄여서 P v P v E라 칭하자) 의 게임들은 다크존이나 타르코프 전후로 해서 존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퍼레이션 라쿤 시티를 이를 멀티플레이로 발전시킨 엄브렐라 콥스 같은 물건이 있다. 좀비가 있는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싸운다는 발상의 엄브렐라 콥스는 게임 플레이가 재미없어서 큰 실패를 거두었는데, 이는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가 생각보다 간간이 시도가 있었지만 정작 성공하여 역사에 남은 케이스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볼브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같은 비대칭형 멀티플레이는 어느정도 양식화되는데 성공하였지만,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갬빗이나 상술한 타르코프나 다크존 같은 케이스와 같이 '꼭 이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강세인 포멧은 없었다.

 

그러나 DMZ의 등장은 콜옵이라는 트렌드 팔로어의 기준에서 보면 장르 문법 자체가 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DMZ의 기본적인 룰은 '적대적인 플레이어와 NPC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장비를 파밍하고, 장비를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DMZ는 이전 모던 1편 리부트의 스펙옵스나 워존 1.0의 약탈 모드의 양식을 들고 온다:현금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게임 내의 미션들을 수행할 때마다 보상을 주고, 그것을 다양한 요소들(주로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파밍해야하는 장비류)로 바꿔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DMZ는 큰 틀에서 코옵 장르를 따른다. 기본적으로 DMZ 내의 활동들의 흐름은 '장비의 파밍 -> 더 강한 적(지역 보스 등)에게 도전 ->최종적으로는 워존이나 멀티플레이에서 쓸 수 있는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흐름이다. 이를 위해서 계속해서 적 AI들을 사냥해야 하는데, 오픈월드 AAA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뛰어난 인공지능과 달리 콜옵의 NPC 인공지능들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편이다. 그 대신 체력과 사격 정확도를 엄청나게 높여서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뒤를 봐주면서 화력을 투사하지 않으면 클리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의 체력과 장비가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코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본 흐름에 예측불가능한 변수인 '플레이어'의 존재다:적대적인 플레이어가 교전 중인 플레이어들의 뒤로 파고 들어 양각을 잡거나, 탈출 직전의 상황에서 화력을 투사해서 제압하고 플레이어들의 전리품을 빼앗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DMZ는 어떻게보면 코옵을 기본으로 깔되 여기에 변칙적인 PvP를 넣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워존의 맵을 그대로 쓰고, 워존과 비슷한 교전양상(넓은 맵에서 적은 수의 분대와 교전하는 것, 분대 전멸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게임 경험은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것이다. 배틀로얄로써의 워존은 숙련되지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파밍과 색적, 전투 간에 느껴지는 재미나 흥분도의 갭차이가 너무 커서 쉽게 지치거나 피로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DMZ는 기본적으로 NPC를 사냥면서 장비를 맞추거나 하는 등의 기본 흐름이 있고, 이것이 시간에 따라서 강해지는 흐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 계속해서 굴러간다'라는 진행 관점에서 재미 요소가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간에 따라 강해지는 NPC 외에도 양각을 잡는 적대 플레이어의 존재는 게임의 상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DMZ의 파밍은 기본적으로 워존과 비슷하지만 다르다:워존 2.0과 같이 게임 기본 흐름은 무기와 장비를 맵에서 파밍하고 점점 더 강해지는 구조다. 하지만 부착물 달린 무장이 많이 나오는 워존과 달리 DMZ는 NPC가 떨어뜨리는 무기 이외에는 필드에 무장이 상시로 발견하기 힘들고, 무기 상자도 잘 없다. 잡동사니들은 많지만 상점에 파는 용도가 아니면 쓰기 힘들고, 돈을 확보해도 탈출시에는 모두 회수되기 때문에 돈이 누적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기에 DMZ 파밍의 핵심은 '지역 보스 등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무기를 파밍하는 것'이고 이것을 보조하기 위해서 장비들(방탄조끼, 가방 등)을 파밍하는 것이 핵심이다.

 

DMZ에서 무기를 파밍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미션 전 로드아웃에서 지정할 때 자신의 개인 물품으로 자유롭게 구성된 무기를 들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멀티플레이 진행도에 따라서 DMZ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조합이나 자기 손에 맞는 무기를 갖고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한 번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로 재사용까지 2시간의 재충전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항상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DMZ에서의 무기 방법은 두번째 DMZ 내에서 밀수품을 파밍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적을 죽이거나 미션을 수행해서 보상으로 얻거나 혹은 요새 내의 상자를 파밍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무기를 파밍하고 그것을 무사히 탈출 시까지 회수하면, 그 무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무기에 대해서 부착물 개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 무기의 희귀도(=부착물 부착 개수) 데미지 차이가 있지 않고 편의성 차이만 존재한다는 점과 한번 죽어서 무기를 드롭하면 무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단순히 DMZ의 무기 파밍은 영구적이기 보다는 일종의 소모품적 성격을 띄게 된다. 무기를 부착물이 많이 달린 좋은 것을 줍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후술할 몇몇 부분들 때문에 DMZ는 총을 쉽게 모을 수 있고 그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워존의 골격을 상당수 들고 온 덕분에 DMZ에서도 돈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물론 돈을 누적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의 가장 좋은 사용처는 'DMZ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한다'다. 그리고 이러한 돈들의 소비처들은 분명히 장비를 구매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에서 빛을 발한다. DMZ 모드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얼마나 데미지를 감당할 수 있는가'(방탄 조끼), '얼마나 잡탭/무기를 챙겨올 수 있는가'(가방), '보스가 있는 방사능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가'(방독면) 라는 3요소가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플레이어가 NPC를 사냥하는 중에도 얻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이나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것들도 꽤 존재한다. 이럴 때 보상으로 얻은 돈을 상점에서 써서 장비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플레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기는 쌓아두는게 가능하지만, 장비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돈을 통한 장비 구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돈 역시 DMZ 내에서 용도가 더 큰 것을 생각한다면 팀과 함께 투입 후에 돈을 벌고 돈을 나눠서 장비로 바꿔먹는 것이 기본적인 DMZ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다.

 

DMZ 모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스를 잡고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걸 위한 밑작업으로 미션이나 파밍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기 도안 및 스킨을 획득하는 것에 있어서 보스 몹이 제한된 수만 리젠된다는 것이 핵심이다:즉, 한 두마리 보스몹이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기 위해서 수많은 스쿼드들이 치고받고 하며, 심지어 보스가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는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지도에 추적되는 등 다양한 난관이 스쿼드들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보면 미션을 하거나 적을 잡거나 심지어는 상대 스쿼드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DMZ는 모든 요소들을 합쳐놓고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다. 쉽게 하라면 무한히 쉽게할 수 있겠지만, 어렵게 하라면 한없이 빡세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NPC 사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조고 예측 가능한 난이도 곡선이지만, 플레이어라는 제 3의 요소가 개입하면 이 부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고, 난이도 곡선을 몸에 익히고 조절하면서 무기나 도안을 챙겨 탈출 시점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이나 현금과 같이 몇몇 보험들이 있어서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같이 지나치게 하드코어하지는 않지만, 게임 내에서 가장 단단한 보스몹을 때려잡고 모든 스쿼드들의 추적을 피해서 50초 동안 버티다가 탈출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줘도 쉽다고 할 수 없는 난이도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것들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난이도 곡선을 선택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DMZ는 배틀로얄의 경량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난이도는 있지만, 예측 가능한 전투가 지속해서 발생하기에 교전없는 지루함은 없고 무기를 자기것을 챙겨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파밍의 난이도는 배틀로얄보다 덜 하다. 그러나 죽으면 모든 것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플레이어라는 제 3의 변수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배틀로얄 같이 적은 수의 스쿼드들이 맵을 넓게 쓰는 여타 콜옵 멀티 골격의 전투 흐름을 보인다. 그렇기에 콜옵 멀티나 워존 2.0과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물론 몇몇 단점들도 존재한다. 우선 진짜 멍청한 AI들이다. 일단 DMZ의 게임 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잠입을 상정하지는 않긴 하지만, 싱글에서 나쁜 인상을 남긴 멍청하고 튼튼한 AI들은 NPC 사냥을 단조롭게 만든다. 여기에 중장갑을 두른 NPC들이 샷건들고 어기적 어기적 기어오면서 한번에 플레이어 장갑판을 까거나 눕혀버리는 것은 처음에는 무섭지만 점점 짜증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추가로 잡탬을 파밍하게끔 하는 구조도 문제가 있다. 퀘스트 등에 필요한 템들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템들이 너무 많다. 더 하드코어하게 크래프팅 개념까지 넣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현 버전의 DMZ에서는 아이템이 많다.

 

결론을 내리자면 워존 이후 콜옵 멀티 제작자들이 또 다른 잭팟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분명 DMZ가 혁신적이거나 완벽하거나 한 게임은 아니다. 버그는 여전히 본겜과 같이 엄청나게 많고, AI는 멍청하고, 루팅 요소들은 애매하다. 하지만 완벽한 게임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즐길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존 2.0과 콜옵 멀티플레이, DMZ가 맞물려서 돌아간다면 콜옵 모던 2 리부트의 멀티 포멧으로 정말 오랫동안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게임 이야기

 

*2편 리뷰는 다음과 같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1907)

베요네타 2 이후로 8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캡콤은 데빌 메이 크라이 5를 만들었고,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을 만들었고, 프롬은 세키로와 엘든링을 만들었다. 그외에도 시푸나 롤러드롬 같은 인디 게임 신작들도 등장하였고, 액션 게임은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며 진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요네타 3는 스위치로 발매하겠다는 첫 공개 2017년 이후 2022년 발매까지 기나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과 같은 실험작을 만들고 있는 동안, 스케일바운드의 취소, 그랑블루 게임의 취소 등등 여러 악재가 겹쳐지고 있었다. 베요네타 1,2나 뱅퀴시 같은 게임을 만들면서 자리를 잡았던 플래티넘 게임즈는 근 몇년간 개발 역량 자체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었다.

일단 베요네타 3는 베요네타 2에서 다양한 변화점을 둔 게임이고, 몇몇 변화점들은 8년간의 기다림을 만족시켜주는 게임이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가 그동안 추구했던 비전을 한데 모아서 정리하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어느정도 무리수를 둔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긴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 3는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매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게임이다.

베요네타 3의 핵심 변화점은 '괴수'다.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을 확립한 1편, 1편에서 회피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재정립한 2편과 달리 3편은 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괴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목시킨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위키드 위브와 소환의 개념을 아스트랄 체인에서 소환수를 이용해서 함께 공격하는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괴수물이라는 점은 괴수의 일부를 이용하는 위키드 위브의 공격방식을 사용하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처형 QTE에서 사용하던 괴수를 실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게임 플레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 게임들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왼쪽 트리거를 이용한다. 플레이어는 최대 3마리의 악마를 방향키에 등록하고, 이들을 왼쪽 트리거 버튼을 사용하면서 전작의 위키드 위브에 대응되는 데몬 슬레이브와 데몬 어썰트를 사용한다. 이로써 베요네타는 모든 패드 버튼을 사용하게 되었다. 데몬 슬레이브는 별도 입력 없는 중립 상태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겼을 때, 거대한 괴수를 소환하여 적들을 공격하도록 조작한다(이 때 베요네타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한 콤보를 이어나가는 중에 마지막 콤보 마무리 공격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겨서 전작들의 위키드 위브의 강화판이라 할 수 있는 데몬 어썰트를 발동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의 시스템을 일부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전에는 손과 다리에 각각 다른 무기를 달 수 있었는데, 3편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무기 세트만 장착이 가능하다. 대신에 이전의 팔 다리에 무기를 장착하던 시절에 비하면 무기간의 개성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1,2편의 무기 장착 시스템이 모든 무기들의 개성을 죽이는 밍숭맹숭한 구성을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기존 무기 시스템이 P에서 파생되는 콤보 루트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 3편의 각 무기 시스템들은 그러한 구성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좀 더 개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베요네타 3의 미덕은 규모와 파워 판타지를 게임 메카니즘과 밀접하게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1편과 2편은 회피라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였지만, 상술한 무기 시스템이나 마법 게이지의 존재, 엄브란 클라이맥스 등등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여있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3편은 1~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폭발적으로 엮어내고자 한다. 그것이 위키드 위브를 별도의 시스템으로 빼낸 것이고, 기존 전투 매카니즘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실제 게임의 형태로 정교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각 요소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기믹들을 넣어두었다:악마들 간의 연계(판타스마고리아로 거미줄로 묶고, 그걸 불태우거나 고모라 잡기 공격을 한다던가), 악마들로 카운터 공격을 하거나, 위치 타임으로 시간을 느리게 해놓고 악마를 소환해서 공격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연계들을 게임은 지원하고,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에게 이것들을 자유롭게 구성해서 즐기도록 환경을 구성했다. 1편과 2편의 미덕과 함께 3편의 새로 추가된 시스템과 컨셉의 조화는 베요네타라는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베요네타 3의 훌륭한 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과도하다'. 일단 베요네타 3에는 처형액션과 관련된 미니게임들이나 터렛 액션, 슈팅 게임, 잠입 액션들이 등의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는 전작들에서도 있었던 기믹이긴 했었다. 액션 게임 외의 미니 게임들의 비중이 이전작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너무 많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카메라 문제'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대한 소환수와 거대한 적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카메라의 초점을 잡는데 있어서 게임이 심하게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느껴진다. 때때로는 바라보는 초점이나 위치가 매우 혼란스러워서 정상적인 콤보를 넣기 힘들어지거나 보지 못하는 데에서 공격을 받는 등의 이슈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이것들이 치명적이진 않아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잊을만하면 이 문제가 튀어나와서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만든다.

결론을 내리자면 베요네타 3는 몇몇 문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갖고 있는 미덕이 확실한 게임이기 때문에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액션 게임 자체의 명맥이 많이 쇠퇴해버린 요즘의 세태에서 이정도나 되는 게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다음 작에서는 미니 게임을 좀 덜 집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게임 이야기

 

-처음 멀티 베타  비교하여 보았을 때는 상당히 인상이 안좋았는데, 멀티  게임에서는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서 당황스러운 기분

-기존 베타가 색적 안됨 + 발소리  들림 이슈 때문에 캠핑하기 편한 게임으로 만들었고, 전반적으로 버그가 난무하고다듬어지지 않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베타 게임이었다. 그러나 본편에서는 오히려 기존 콜옵스러운, 심지어는 모던 1 리부트 보다 더더욱 아케이드 스러운 게임 형태로 변화했다는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는 베타 때의 불만스러운 부분들을  다듬어서 나왔다는 점에서 모던 1편보다  이전 콜옵들에  가까운 게임이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모던 2 리부트 자체의 TTK(Time To Kill) 짧은 편이다. TTK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상당히다르게 체감되는 편인데, 조준해서 점사로 정확하게 꽂아넣는 플레이 스타일로 진행하면 상당히 적들이  죽는 느낌이다. 배틀라이플(점사류 라이플)이나 DMR(스나이퍼 라이플  단계의 저격용 소총)에서 상반신 2 킬이 잘나는데, 반동조절이 전작들 대비해서 용이하다는 인상이 있다.  

-맵의 디자인 자체는 베타에서 여전히  쓰는 기조를 그대로 따르는 . 비대칭의  구조, 복잡하게 잡혀있는 구조물들과 곧바로 눈에 띄지 않는 적들 등등은 고스트 이후로 이어지는 인피닛 워드의 기조이긴 한데, 후술할 색적 메카니즘과맞물리면서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기조 자체는 동일한데 색적 메카니즘 덕분에 그런 기조에도 불구하고  해볼만한 게임이 되었다.

-베타와 색적 메카니즘이 달라진 부분은 '적이 아예 다이아몬드 형태의 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전 콜옵에서도  이름이 뜨는 등의 기본적인 색적 메카니즘이 있었다는걸 보면 예전 기조로 돌아온 셈이긴 한데, 결국 이렇게 돌아올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대체 베타에서는  그랬는지   없는 부분이다. 

모던 2 색적 메카니즘에서 흥미로운 점은 색적 메카니즘을 보조하는 능력들로 게임에 변화를   있는 부분이다:정찰드론이나 감지 수류탄인 스냅샷 수류탄, 심박 감지기, 감지 레이더 등등 능력이 상당히 늘어났다. 이전에는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사용할만한 상황이  안나왔다면, 콜옵 모던 1 리부트 이후 진행된 짬밥이 늘어나면서 이렇게 능력 시스템들이강화된 부분들이 드디어 빛나게 되었다. 점령전이나 주요 거점에서 정찰 드론으로 적을 마킹하거나, 망원경으로 적을 찾아 찍거나, 보안 카메라로 지역 방어를 하는   데스매치 외에서는 상당히 쓸만한 능력들이 많다.   두고 봐야겠지만, 모던 1부터 했었던 시도들이 드디어 결과를 거두는 걸로 보여진다.

-일단은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많은 멀티플레이. 다만 싱글이 너무 엉망인게 끔찍하다.

게임 이야기

 

-아는가? 왜 칼에 칼집이 있는지?
-칼의 참 뜻은 죽이는 게 아닌 살리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네 칼은 너무 예리하니 칼집 속에 잘 넣어둬라.
-제 칼집은 바로 사부님이시죠. 사부님이 계시면 함부로 못 덤빕니다.
-너를 담기 버겁구나.

-왕가위, <일대종사> (2013)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문화 장르에 서부극이 있다면 아시아권, 특히 중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장르에는 무협이 있을 것이다. 굽이치는 강과 봉우리들의 배경삼아 무공을 연마한 영웅과 협객들이 자웅을 겨루고 교우 관계를 맺는 무협의 전통은 거슬러 올라가면 수호지로부터 시작하여 김용의 무협소설을 거쳐 고전적인 홍콩 무협영화와 중국 무협영화, 그리고 왕가위의 무협영화나 이안의 와호장룡과 같은 재해석물, 현대적인 중국 무협(드라마와 영화 등등)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중국의 무협 문화는 서부극보다도 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거대한 체계를 구축한 대중문화 장르이며, 중국의 다른 문화(시서화 같은 유교문화권 특유의 문화 체계 등등)들과 밀접한 연관을 지으면서 다른 대중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미학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무협과 관련된 전통을 여타 다른 대중문화 전통과 엮어서 접근하는 시도도 많았었다. 한국 영화의 전통에서 바라본다면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들을 중국에서 비롯된 무협의 정통 적자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재해석한 무협의 전통과 그들이 창작하면서 쌓았던 배경지식들은 분명 무협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기여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명일방주 역시 무협의 전통을 모바일 소셜 게임과 서브컬처 전통 아래서 재해석한 독특함을 보여준다.

명일방주를 논하기에 앞서서 먼저 무협물의 전통이 무엇인지를 논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협물은 인간이 육체와 내공을 극한으로 단련하여 상대와 무를 겨루는 것을 기본 포멧으로 삼고 있으며, 대중적인 무협물의 인식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무협武俠에 있어서 반절인 무武만 다루고 있는 정의다. 무협물의 중요한 요인과 인물 동력은 협俠이라 하는 특유의 관계망에서 비롯된다.

협의 관계론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강호江湖라는 공간을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이다. 강호江湖는 한자어 그대로를 풀이하자면 강과 호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강과 호수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라는 측면은 무협을 벗어난 범유교~중화 문화적인 전통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강호라는 단어는 춘추전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장자가 이야기한 魚相忘乎江湖(어상망호강호, 물고기는 강호에서 서로를 잊고), 人相忘乎道術(인상망호도술, 사람은 도에서 서로를 잊는다)라는 표현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나라 시인 육구몽은 스스로를 강호산인江湖散人이라 자처하였는데, 이 칭호는 속인과 교류하지 않으며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그의 삶의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또한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江湖애 病이 깁퍼 竹林의 누엇더니(=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었더니)"라는 문구가 있는데 여기서 강호를 자연이나 속세를 벗어난 공간으로 해석한다. 춘추전국 시대 장자에서 조선시대 송강 정철까지 강호라는 단어는 중화 문화와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는 문화권에서는 합의된 해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연이자 속세를 벗어난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속세를 벗어난 공간'으로써의 강호가 중앙집권적인 중국 고대 국가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무법지대'를 동시에 의미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무협물의 시조라고 불리는 수호지가 무법자들 집단인 양산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무협의 시작이 바로 무법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애시당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武라는 형태의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것 자체가 폭력을 황실과 왕조의 명분 질서 아래 재편하여 법과 기관을 구성하고, 권력과 정당성을 독점하여 통치하는 아시아 전근대 국가의 법 통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근대의 한계상, 모든 곳에는 황실과 왕조의 통치가 미칠 수 없었고 그러한 공백에 자연 그대로의 강호가 존재할 수 있었다. 즉, 속세를 등진다는 것은 번잡한 세상사를 등진다는 것 외에도 황실과 왕조의 통치 질서 변두리로 가서 은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서부극의 무법 지대인 서부와 무협의 강호는 맥이 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규칙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이 둘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서부극에서 서부는 그야말로 공백의 공간, 가능성의 공간이다. 황무지는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자유, 법 바깥에서 생과 사를 결정하는 강력한 권력과 기존 사회의 질서를 넘어서는 힘이 존재한다. 물론 그것이 서부극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점은 서부극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법과 제도, 사회의 부제와 그것을 채워넣는 인물들의 힘일 것이다. 그러나 무협에서 강호라는 공간은 단순한 '부재'와 그것을 채워넣는 힘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협俠의 관계론이 대두된다. 강호에 조정 질서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거기에는 느슨한 사회 체계가 존재한다. 강호의 질서는 협의 질서이며, 원초적인 호혜적인 질서다. 은을 받으면 그것을 은인에게 갚고, 해를 입으면 원수에게 복수로 갚는다. 모든 것은 인간 관계로부터 시작되며, 인간 관계로 끝난다. 부모의 원수, 기인을 만나며 사사를 받고, 사사 받은 문파로부터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 되며 적 또한 함께 늘어난다. 단순한 관계론이지만, 주체와 그 사람들이 걸어온 역사로 인해서 단순한 관계망이 아닌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힘과 질서의 공백을 총을 쥔 무법자가 채워넣는 서부극과 다르게 이미 무협에서는 법과 정부는 없을지라도 인간관계로 구성된 독특한 사회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협의 핵심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사람에게 상처 입고, 사람에게 덕을 보고, 그것을 마땅히 돌려줘야 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장르지만, 무협은 인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여타 대중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 관계에서 발전된 완숙미와 여운, 혹은 인간사에게서 느끼는 염세와 자조 등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중국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 문화의 영향과 합쳐지면서 풍부한 레퍼런스를 갖게 된다.

 

 

모든 무협영화들이 그렇지 않지만, 이런 완숙미가 드러나는 몇몇 예를 보자:소오강호의 이야기는 강호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림 비공(규화보전)이 적혀있는 책과 휘말리게 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들은 초반에 무림을 떠나려 하는 두 강호의 선배를 만나는데, 여기서 소오강호지곡笑傲江湖之曲이라는 곡의 악보와 규화보전이 서로 뒤바뀌게 되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앞으로는 근엄한척 하지만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 제자를 버리는 주인공의 위선자 스승이나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주인공과 엮이게 되고, 주인공은 기연을 얻어 독고구검을 깨치고 마지막에 스승을 물리치며 강호를 떠나게 된다. 여기서 '강호의 속박을 비웃어버린다笑傲江湖'라는 이름을 가진 곡의 악보를 두고 사람들이 무림 비공이라 잘못 속아서 서로 힘대결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들은 그야말로 강호의 민낯을 다룸과 동시에 인간사의 아귀다툼을 초월해버린듯이 이야기하는 완숙미가 훌륭한 작품이었다.

서극의 칼(원전은 장철 감독의 독비도로, 김용의 신조협려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은 좀 더 독특하다. 여성의 독백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영화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와 오른팔을 잃어버린 후, 독특한 전개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외팔의 상태에서 반쯤 불타버린 무공 비급을 얻게 되는데, 아무리 연마해도 팔을 한쪽을 잃어버린 자신의 처지와 반쯤 타버린 비공 때문에 반푼어치 깨달음 밖에 못얻는다고 분노한다. 하지만 그러한 처지에도 주인공은 그 처지에서 깨달음을 얻어 비공도 아닌 자신의 무를 창시하여 원수를 쓰러뜨리고 멀리 여정을 떠난다. 서극의 칼은 결함과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로 원전인 신조협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무협이 단순히 무예를 겨루는 장르가 아닌 인간사와 인간관계를 베이스로 한 작품임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왕가위의 동사서독이나 일대종사, 허우샤오셴의 자객 섭은낭, 이안의 와호장룡 등등의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 무협의 장르 문법을 깊이있게 보여주었다. 물론 일반적인 무협에서도 이러한 장르적 문법(무로써 강호를 종횡무진 거니며, 협의 정신으로 사람과 만나다)을 다루었다.

하지만 근래의 중국 본토의 무협물들은 이러한 무협물의 장르 문법과 다소 동떨어져있는데, 이는 장이머우의 영웅의 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사기의 자객열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웅은 진시황의 천하통일과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자객이 마지막에 진시황의 천하통일 대업의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복수하고자 하는 감정을 내려놓고 진시황을 살려주는데, 이것이 일견 무협의 문법과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그것과 동떨어져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즉, 자신의 감정이나 인간사의 은원보다 더 거대한 가치(=천하통일)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내려놓는 것은 협의 관계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은 고전적 무협의 종말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이후 나오는 중국 대중문화의 무협이 중앙 진출하여 조정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협의 문법에서 보자면 이질적인 일들이 발생한 것인데, 서부극으로 따지면 법과 정부가 존재하는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무법자들이 총을 쏘며 돌아다니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말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나온다면 그것의 저의가 의심될 수 밖에 없는 묘사다.

 

 

그러면 위와 같은 논의를 전제로 하고 명일방주로 돌아가보자. 가장 노골적인 무협의 인용인 염국의 사이드 스토리들(장진주 같은)을 제외한다면 명시적으로 무협 문법을 접합하여 스토리를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잘 살펴본다면 뼈대가 되는 부분에서 무협의 이야기와 깊이 맞닿아 있다. 명일방주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살짝 벗어나 있으며 동시에 재능있는(그것이 무력이든, 아니면 다른 형태의 재능이든) 오퍼레이터들이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성긴 연대를 통해서 의를 행하는 것에 있다. 세상의 부조리는 거대하고 복잡하고 뿌리깊고 이들은 강하긴 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그것을 바꾸기엔 너무나 모자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를 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것인데, 그 목표를 위한 구심점이 박사라 하는 한 인물의 인품과 인간관계라는 점은 독특한 부분이다. 즉, 이들은 질서와 규율, 위계가 아닌 박사라는 구심점을 둔 성긴 인간관계에 기반(≒ 협)하여 법이 없는 틈새 공간(≒ 강호)에서 실력 행사(≒ 무)로 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놓고만 보면 무협의 문법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명일방주의 이야기는 전적으로 법과 질서가 외면한 사람들(광석병 감염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둘러싼 세계는 현실 세계의 거대한 우화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신흥 초 강대국 컬럼비아(=미국), 오래된 강국 빅토리아(=영국), 동방의 강자 염국(=중국)과 경제의 중심 도시 용문(=홍콩), 넓은 영토를 지닌 북방 제국 우르수스(=러시아), 광륜을 가진 천사들이 만든 세계종교의 도시 라테라노(=바티칸, 가톨릭),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핍박 받는 민족 카즈델(=유대인)까지, 명일방주는 현실세계의 분쟁과 갈등을 그대로 옮기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분쟁과 갈등 사이의 무법지대와 그레이존을 경험한 자들이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일원이 되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명일방주 이야기의 핵심이다. 독특한 점은 무협의 강호가 법과 질서가 없이 인간관계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면, 명일방주는 법과 질서가 없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의를 행하기 위해서 인간관계를 주축으로 한 대안 공동체로 강호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 오퍼레이터들이 현실의 문제를 온몸으로 경험한다는 것인데, 법과 질서가 없는 곳의 폭력을 경험하긴 했지만 거기서 좌절하여 염세로 빠져들어 강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법 바깥에 서서 사회 내부를 지향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부분은 무협물의 양태와 다르지만, 의를 추구한다는 의협義俠의 전통에서 보면 무협의 변주로도 읽힐 수 있다:강호의 협의 네트워크 내에서도 단순히 협을 넘어서 더 큰 대의를 따른다는 의협의 관점이 강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도 공경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과 박사는 단순히 사회에 편입되고자 하는 것도, 사회를 스스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주변부에 머무르며 의협을 행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양태이다. 고전적인 무협에서 강호인이 조정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강호와 속세 사이의 벽세우기의 전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고전 무협 특유의 '분수를 안다'라는 관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일방주의 인물들은 여타 서브컬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성숙미가 보여진다. 인물들은 이미 법이 없는 곳에서 구르고 굴러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회의론자들이 무엇을 회의론적으로 바라보는지조차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반동인물마저도 공감 가능하게끔 묘사하고(프로스트노바, 패트리어트와 세뇌 전 탈룰라, 가이딩 어헤드의 안도아인 같은), 주역 인물들마저도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에 갈등하는(액트 1,2의 첸과 아미야의 관계처럼)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를 추구하는 주역 인물들의 곧은 자세일 것이다. 명일방주는 상당히 성숙한 자세로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고, 이러한 태도는 중국 무협에서 보여주는 인간사에 대한 관조와 통찰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물론 명일방주의 이야기가 대단히 사변적이고 사변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끝난다는 점에서 대단히 편의주의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박사라는 인물이 있다. 천재적인 지휘 능력과 놀라운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박사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인망일 것이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하거나 심지어는 적대한 이력이 있는 인물들이 박사를 구심점으로 모이는 것은 코레류 게임(칸코레나 소녀전선 같이 케릭터들을 모으고)에서 주역 인물들에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문법이 독특하게 변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코레류 게임에서의 주역 인물이 이성(절대다수가 여성인)으로부터 유사 연애감정 ~ 연애감정을 갖는것과 달리, 명일방주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박사가 보여주는 통찰력과 로도스 아일랜드가 추구하는 의에 대한 믿음을 신뢰하며 그의 지휘를 따른다.

이는 무협에서 협의 관계망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데, 단순히 무협에서 무공이 높냐 낮냐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성품 됨됨이를 따지는 것, 그걸로 인해 마치 향기로운 난초에 나비가 이끌리는 것처럼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를 행하는 명분 이상으로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반동 세력들 마저도 박사라는 인간 아래 모일 수 있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부분은 추후 별도 리뷰로 다루겠지만, 명일방주는 무협의 현대 서브컬처적인 변주인 동시에 세상사를 축소하여 거기에 넣고 의를 행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보겠다는 야심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것이 성공적이진 않고(탈룰라에 관한 스토리 텔링이나), 모바일 게임의 한계 상 지나치게 텍스트에 의존해 사변적인 묘사에 천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명일방주 스토리는 훌륭하고 매력적인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고, 무엇보다 게임을 하는 동안 사람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텔링이라 평하고 싶다.

게임 이야기



선브레이크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통상적으로 나온 G급(이제는 마스터 급이지만) 확장팩이다. 라이즈의 등장이 월드와 기존 더블 크로스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몬스터 헌터의 지평을 열긴 했었다. 그러나 라이즈는 동시에 전작인 기존 월드가 오랫동안 업데이트를 통해서 쌓아왔던 게임 콘탠츠를 따라가지 못했던 부분들 때문에 초반의 호평에 비해서 상당한 악평을 받았던 부분들이 있다. 결국 라이즈의 없데이트라는 악명으로 사람들은 후속 콘텐츠를 해금해주는 대형 확장팩 선브레이크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확장팩 선브레이크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선브레이크의 라이즈 개선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질적인 개선이다. 선브레이크는 다양한 수렵 기술들을 추가한 다음에 신속 교체라는 시스템을 추가하였다. 플레이어는 특정한 버튼 조작으로 수렵 기술을 미리 세팅해둔 수렵교체 기술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 방법은 상당히 단순한 방법이긴 하지만, 라이즈 시절의 시스템과 큰 차별성을 만들어준다. 기존에는 하나의 수렵 기술과 버프 조합만을 다룰 수 있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두 사냥 기술들을 조합해서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쌍검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기존 쌍검은 지상 무빙을 중요시 여기는 흐름(돌진 베기, 슬라이딩 베기 등)이나 공중 공격으로 이어주는 흐름(귀인 공무, 망루 뛰기 등)이 존재했었고, 이 두 흐름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속 교체의 추가로 인해서 두 스킬셋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조합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귀인화 게이지를 채우는 건 느리지만 데미지가 늘어나는 귀인화 짐승과 빠르게 귀인 게이지를 채울 수 있는 일반 귀인화를 오가면서, '귀인게이지는 일반 귀인화로 채우고, 주력 딜링은 신속 교체로 바꿔서 귀인화 짐승으로 한다' 라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구현한다. 기존 라이즈에도 몇몇 수렵 기술들이나 스타일이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였지만, 구성을 다앙하게 바꾸는 것이 어려워 결국은 하나의 스타일만 살아남게 되었는데, 신속 교체를 통해서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전반적인 무기 벨런스 조정도 가해졌다. 원본이 태도 편애로 논란이 될 정도로 무기 벨런스가 엉망진창이었다. 썬브레이크는 랜스와 건랜스 등의 무기들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강한 태도의 딜을 너프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는 강한 무기들에 대해서 특별한 너프를 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태도가 그만큼 얼척없을 정도로 강하긴 했지만, 무기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강한 무기의 딜을 줄이는 확장판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기믹들을 재활용하면 이전 수준의 딜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능숙하게 무기를 다루는가'라는 분명한 디자인 철학이 생겼다고 할 수 있는데, 여타 무기들(수렵피리나 건랜스 같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서 무기의 딜 자체가 상향 평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브레이크는 이전 몬스터 헌터 시리즈보다 무기 디자인 철학을 갈고 다듬어서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선브레이크의 두번째 개선점은 양적인 부분이다. 우선 G급(이제는 마스터 랭크)을 추가한 부분들이나 아종이 추가된 부분들은 의례 G급 확장판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부분이긴 하다. 아쉽게도 전작의 백룡야행이나 주인 개체들은 업데이트에서 그 기조를 유지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콘탠츠인 괴이화를 추가 되었다. 괴이화는 이전 영맹화나 극한 개체, 광룡 개체 같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크로스나 더블 크로스의 영맹화처럼 괴이화 시스템은 괴이 개체의 체력을 늘렸으며, 특정 부분에 번쩍거리는 이펙트 부분에 공격을 집중해야한다. 이 부분에 공격을 집중시키면 데미지 축적량에 따라 큰 데미지를 주며 터진다. 하지만 몬스터에게 이러한 식의 경직을 주지 못하면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즉,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에 숙련되어 빠르게 클리어하는가가 관건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선브레이크 발매 후, 업데이트로 추가된 괴이연성과 괴이 강화 역시 게임의 콘탠츠를 늘리는 요소라 할 수 있다. 4의 길드 퀘스트처럼 퀘스트를 레벨업 시킨다는 괴이 탐색은 괴이화 개체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얻는 재화를 이용해 장비를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괴이 연성의 경우 장비에 무작위의 스킬과 내성을 붙이는 시스템인데, 기존의 길드 퀘스트에서 장비를 발굴하는 것처럼 장비 계속해서 원하는 옵션이 나올때까지 강화해나가는 방식이다. 일종의 가챠 시스템이라 할 수 있지만, 원하는 장비가 나올 때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해서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길드 퀘스트에 비하면 괴이 강화는 플레이어가 장비를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원하는 옵션이 나올 때까지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저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선브레이크는 라이즈 이후 캡콤이 몬스터 헌터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훌륭하게 답을 내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라이즈 자체도 훌륭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부득이하게 그것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면 선브레이크는 라이즈가 그동안 미쳐하지 못했던 것을 훌륭하게 이루었다 할 수 있다. 라이즈를 구매했거나 몬헌을 처음 해보거나, 혹은 몬헌을 사랑한다면 선브레이크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게임 이야기

 

최근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는 건설 요소를 제외한 '빌드 제로' 모드가 출시되었다. 흥미롭고 포인트가 있지만 뭔가 이상한 모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포트나이트는 지난 5년 동안 배틀로얄에 건설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고, 빠르게 요새를 짓거나 자원을 수집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테크닉들이 그에 따라서 개발되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늘어났음에도 '건설이 완전히 제외된 포트나이트'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건설은 포트나이트에 있어서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정체성이 사람들에게 역으로 장벽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원래부터 배틀로얄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작 체제도 아니었고, 포트나이트 자체가 원래부터 코옵 게임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에 이 '건설'이라는 요소가 개성을 형성하는 동시에 전체 게임과 겉돌게 되는 이슈는 항상 있었다. 포트나이트의 역사는 이 건설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테크닉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5년간 포트나이트의 개발자와 플레이어 양쪽 모두 이 건설라는 요소에서 많은 노력과 헌신을 기울였다.

하지만 2년만에 복귀해서 플레이해본 포트나이트 빌드 제로는 생각보다 할 것이 많고 재밌는 게임이었다. 건설이라는 요소가 빠졌지만, 포트나이트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생겼고, 더 나아가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그래플러 글러브를 이용해서 빠르게 이동한다던가, 다스베이다를 잡아서 좋은 무기를 파밍한다던가, 다양한 차량 타고 이동한다든가의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또한 현실의 꽃이나 금괴를 이용해 게임과 게임을 넘어서 쓸 수 있는 자원 요소를 추가했다. 빌드 제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는데, 이제 더이상 포트나이트는 건설에 기반한 배틀로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즌 3로 넘어오면서 포트나이트는 일종의 '거대한 테마파크'이 되었다. 포트나이트 시즌 3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 탈 것이나 그래플링 훅, 순간 이동이나 비행, 사냥 가능한 NPC, 이용할 수 있는 식생의 존재 등등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고, 그렇게까지 놀랍거나 새로운 것들이 없다. 하지만 핵심은 포트나이트에 이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포트나이트에 삽입된 다양한 요소들은 큰 문제없이 잘 작동한다고 할 수 있는데(물론 높은 수준의 게임 플레이로 올라가면 달라질 수 있는 인상이다), 포트나이트의 개발자들이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화 시킨 셈이다.

포트나이트가 전방위적이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게임의 플랫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긴 했지만, 이들이 첫번째라고 할 수는 없다. 트리플 A에서 가장 오래된 시도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다:콜옵은 근 10년간 경쟁, 코옵, 싱글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해왔고, 여기에 배틀로얄을 섞었다. 심지어 콜옵은 매년 게임이 발매되는 사이클로 인해서 이전에 진행했던 게임 요소들이 금방 사라지는 단점조차도 워존의 등장 이후 통합 계정화를 통해서 유지시켜주는 부분까지 보여줬다. 어떤 의미에서 콜옵은 느리지만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게임 트렌드를 꾸준하게 자기 시스템 내로 통합시키고, 단순히 개별 작품 시리즈를 넘어서서 콜옵이란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계정을 저장하는 방식까지 취했다. 

좀 다른 방법론이긴 하지만 유저가 게임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들도 있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 같이 태생부터 그런 것들도 존재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했던 플랫폼화된 게임들은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이었다. 이 게임들에서 성공한 장르인 AOS 장르(롤이나 도타 같은)가 분화되어 나왔고, 굳이 AOS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콘탠츠들이 분화되어 나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임의 요소들을 재활용하되 코드 단위에서 새로운 게임 구성하는 모딩도 있었다. 위대한 성공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도 하프라이프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게임이었다.

그리고 포트나이트와 같은 경우에는 모든 것이 포트나이트가 된다, 라는 명제에 부합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딩의 경우에는 어떤 것은 AOS가 된다 라는 개념에 가깝다. 모딩의 경우, 성공적일 경우 기존 플랫폼이 된 게임으로부터 분화되는 것이 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익 구조에 대한 수요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 보다도 중요한 것은 플랫폼으로부터 분리될 때 좀 더 독특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나서는 부분들일 것이다. LOL은 워크3 모드 시절의 AOS와 분명히 다른 게임이 되었고, 워크 시절의 DOTA의 정식 계승자를 이야기하는 DOTA2 역시도 과거의 워크 3 시절과 다른 게임이 되었다. 플랫폼의 보편적인 시스템은 역으로 '어디에 특화되지 못하다'라는 이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례를 본다면 회사든 플레이어든, 플랫폼화된 게임에 많은 관심이 있다. 이는 기존 게임의 골격이 훌륭한 경우, '이러한 경험을 연장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수익적 측면, 재미적 측면에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되는 게임이 가장 기초적인 재미를 제공해주는 베이스를 구성해야 하고, 그것이 서로 납득 되는 방법으로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플랫폼화 된 게임은 회사와 플레이어 양측에 독특한 화두를 던지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야기

 

메타버스만큼 모호한 용어는 없을 것이다. 범람하는 마케팅들과 트렌드 세터들의 과대 포장으로 인해서 메타버스란 것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많이 어렵지만, 메타버스라는 조어 자체에 집중해서 본다면 상위의("Meta") 세계(Uni + "Verse")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상위의' 개념일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나온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에서 가상 현실을 지칭하는 단어로 등장했다(아바타라는 개념도 이 때 등장했다) 소설을 직접적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닐 스티븐슨이 가상 세계를 여러 개념들의 상위의 개념을 지칭하는 '메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을 조합하는 개념에 가깝다는 것을 지칭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즉, 우리가 게임이나 VR 등등을 통해서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개념들은 가상 자체를 강조한다기 보다는 '현실과 가상, 이 둘이 합쳐지는 상위의 공간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자:전자 네트워크로 구성된 공간은 애시당초에 물리적인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거기에 접속하는 사람들도 결국 현실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기존 가상 세계 담론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집중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전히 물리적 공간의 확장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즉, 가상 세계 담론에 있어서 현실과 가상은 분리된 것이 아닌 통합된 개념으로 접근한 이야기들이 가상 세계라는 담론과 대중문화의 기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메타버스 담론들은 이런 과거의 역사들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취급한다. 그들이 메타버스를 통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주로 돈에 관한)인데,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혹은 위험성이든)이 이미 오래된 미래의 형태로 담론으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구현된 낡은 담론이자 현상인 셈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담론의 핵심은 결국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 것처럼 꾸며서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확보하려는 '마케터'들의 값 싼 전략에 불과한데, 비대면 접촉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관련 산업을 묶기 위해서 일부러 단어를 마케팅하는 것이라 접근하는 것이다. 엄밀히 메타버스의 성공과 담론은 메타버스 자체가 발견되거나 논의된 것이 아닌 코로나 시대라는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대로 들어오면서 눈여겨 볼 만한 점들이 있다. VR, 메타버스형 비지니스나 운동 프로그램 등등의 존재를 통해서 이전보다 더 옅고 얇은 형태로 게임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었다. 필자가 최근 자취하면서 운동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는 원랩 프로맥스 자전거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소위 메타버스형 자전거 홈 트래이닝 앱인 원랩은 쉽게 이야기해서 여러 센서가 달려있는 자전거와 핸드폰 어플을 연결하여서 자전거 회전속도, 부하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모니터링하고 얼마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프로그램에 맞게 운동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원랩의 트레이닝 어플은 게임적인 요소들(같은 코스를 달리는 다른 사람들, 점수화된 운동,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경쟁)로 치환해서 구성한다는 점에서 소위 메타버스의 특징들도 존재한다. 몇년전에 유행하였던 게임화Gamification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보통 체육관에서 트레이너를 통해서 이루어지던 운동들이 수치화 되고 측정되면서 앱의 기능으로 구성 가능해진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세대의 여러 비즈니스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변화들은 '입력 장치의 다양화'와 '수치의 측정과 데이터화'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영역에서 입력은 게이밍 패드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있어서 입력 방식은 더이상 패드라는 제한적인 수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자식 자전거의 센서, VR의 HMD와 센서들, 핸드폰의 자이로스코프 등등의 다양한 센서들이 게이밍 패드라는 인터페이스를 뛰어넘는 요소가 되었다. 이 새로운 입력 요소들은 기존의 게임과 다른 형태의 장르적 생태를 구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타버스의 새로운 입력 방식은 지속적인 장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무언가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흐름에 있어서 독특한 점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서 수집된 데이터들을 재구성해서 서비스의 형태로 엮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들은 '전체적'이지 않다. 어디까지나 자전거의 센서처럼, HMD나 폰의 자이로 센서처럼 어디까지나 일부의 데이터를 시각 디스플레이에 띄워주는 방식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시대의 비즈니스들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게임 산업의 어설픈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게임 산업이 쌓아올린 노하우보다 더 깊지 않고 입력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통합적'이라 할 수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전거는 어디까지나 자전거에서, 트레드밀은 트레드밀에서, VR은 VR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현재의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한다면 여러 SF 소설이나 담론에서 다뤄지듯이 신경계에 직결로 연결해서 인풋/아웃풋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론이 되어야 한다. 가상의 세계를 현실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정도의 새로운 방법을 통해 기존 게임 산업의 노하우를 결합함으로 가상의 세계를 소비자가 경험을 시각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전체'로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 산업의 상당수들은 기나긴 산업의 발전 이정표 상에서 결국 사라지게 될 흐름이다. 그것이 얼마나 짧을지, 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추구하는 '가상의 구현'이라는 최종적인 결과에 비추어본다면 점차 조금씩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의 흥망에 너무 과열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최근 흥행하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이 있다. 코나미의 고전 명작인 악마성 드라큘라의 도트나 디자인, 컨셉 등을 트레이싱한 걸로 논쟁을 일으킨 이 게임은 당연하게도 최근 몇년간 불고 있는 복고풍 인디게임의 트렌드를 따른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복고는 '과거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는 것이다:분명 도트풍 그래픽이나 단순한 게임 플레이 등등은 언뜻 보기에는 과거의 게임 트랜드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에서 보여주는 적들의 규모는 이전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다. 도트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지 계산 등으로 인해서 때때로 고사양 컴퓨터에서조차 60프레임을 방어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게임 플레이는 분명 '복고인척 하지만 현재의 기기 스펙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도 복고적이지 않고 현대적인 부분들이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플레이어의 공격은 별도의 버튼 입력없이 자동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게임이 베이스로 삼고 있던 시절(패미콤 ~ 슈퍼 패미콤 시절,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게임들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지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다. 오히려 장르적으로는 공격 조작을 제외하고 거기에 공격마다 특징들(예를 들어 채찍은 좌우 공격만 가능하다든가)을 부여함으로 플레이어가 위치와 공격 타이밍을 고려하면서 움직이는 '선택과 집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단순한 조작으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클리커 류를 생각나게 하고, 무작위로 얻는 아이템들의 테크 트리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플레이 스타일을 임기응변식의 게임 플레이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보이는 것과 반대로 게임은 최근의 게임 장르 전통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과거의 모습을 취하는 것은 단순하게 모티브를 취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단순화된 게임 방식이나 도트에 대한 접근 등은 과거를 재현하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재해석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취하는 이유는 게임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계층이 추억하는 시기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좋았던 과거를 좋은 방식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여지껏 산업이 걸어왔던 역사를 거기에 대입하는 것이다.

최근의 레트로/복고 서브컬처 콘탠츠들이 이러한 방법론의 결과물들이다. 분명 과거의 모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때어내놓고 보면 여지껏 걸어왔던 산업의 역사가 응축되어 본질적으로 과거의 것과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물건들이 대다수다. 이러한 레트로/복고/리바이벌이라 불리는 작품들의 핵심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보다 나이든 세대의 소비력이 높은 점, 제작자들이 자신의 추억을 재해석하여 창작을 하고 있는 점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과거는 단순하게 퇴행으로 단정짓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수하게 과거로 돌아가서 본다면 미래의 게임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항상 존재했다는 점이다. 예를 세가 새턴의 게임 중에는 유명 성우를 기용하여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서 일종의 성우 케릭터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 보자면 케릭터 가챠 게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그 당시의 트렌드는 사쿠라 대전 처럼 한 명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모든 케릭터 디자인을 전담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당시의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었다. 이런 식으로 항상 과거는 미래의 맹아를 품고 있었지만, 이런 미래들은 항상 사람들이 기억하는 좋았던 과거의 형태와는 동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일종의 회귀인 동시에 현재 도래한 미래에 대한 부정을 내포한다. 과거의 게임들이나 작품들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실험과 가능성들을 품고 만들었던 것들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잠시 언급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역시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능성들(별도의 공격 조작 없이, 자동공격의 구조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는)을 내포하고 있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기반하는 바라보는 지향점은 저 너머의 미래(자동공격의 구조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라기 보다는 악마성 드라큘라와 좋았던 옛날이라는 과거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밀어붙이는 저력이나 통찰력이 날카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들이 재미가 있는 것과 별개로,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바라보는 지향성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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