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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DC 게임들이 공개되었다. 하나는 배트맨 사후의 고담 시를 지키는 배트맨 패밀리들(레드 후드, 배트걸, 로빈, 나이트윙)의 이야기를 다루고 코옵이 포함된 루팅 RPG인 고담 나이트고, 다른 하나는 4인 협동 게임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락스테디가 아캄 나이트 이후 지난 몇년 동안 무수한 루머 속에서 무언가(슈퍼맨 게임, 새로운 배트맨 게임 등등)를 만들고 있었다는 루머는 있어왔지만, 4인 협동 슈터 게임을 만든다는 뉴스는 팬들이 기대하는 무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게임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시도들이었다:거대한 세계, 반짝거리는 루팅 요소들, 레벨업, 코옵까지. 모두가 근 2~3년 동안 트리플 A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요소들이다. 락스테디의 게임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락스테디의 장점이 '배트맨이 된다는 경험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의 게임 요소들을 퀼트처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소는 기존의 요소들과 상당히 '배척'된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은 디아블로에 나오는 케릭터들마냥 장비와 경험을 처음부터 쌓아올리는 사람이 아니다.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배트맨의 관점에서 배트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만드는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것보다 플레이어 경험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싱글플레이 형태의 게임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 그런 장점과 다른 게임플레이의 게임을 만드는 점은 상당히 기대가 안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비단 락스테디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크 시리즈 역시 오픈월드 게임에서 오픈월드+RPG+루팅 개념이 있는 게임으로 방향성을 전환하기도 했고, 루트 슈터(보더랜드 3나 데스티니나 실패했지만 앤썸이나 브레이크 포인트 같은)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유행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RPG와 루팅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에셋(맵이나 모션 같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확장한다는 프랜차이즈 개념에서 보았을 때, RPG나 루팅 개념은 기존 에셋에 검증된 매커니즘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 본다면,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벌이는 촌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일이었다: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이나 다크소울 같은 경우, 각각의 스테이지에 나름의 개성을 깔아두고 플레이어가 그 개성을 이해하고 스테이지에 맞는 통일적인 경험을 하게끔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스테이지식 구성에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직선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만드는데 제작자들의 많은 숙련도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 스타일은 전통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오픈월드는 거대한 세계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공간과 게임 플레이가 정합성을 갖추지 않아도 오픈월드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라는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RPG 요소와 루팅 개념의 등장도 이 위에 얹어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RPG의 레벨링과 스텟, 스킬 등의 요소를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무언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속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신작으로 돌아와보자:이 게임들이 아캄 시리즈에 비해서 그저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락스테디의 장점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내용이고, 루팅과 RPG 요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요소다. 최근 2~3년간의 루팅과 RPG 요소들의 대유행은 지난 5년전의 다양한 시도와 실패들에 기반하고 있다. 데스티니의 성공이 초창기 거나한 실패(판매량과 별개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이번이 첫 RPG와 루터, 코옵, 슈팅이 결합된 게임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작들은 들어간 노력과 별개로 그렇게 기대할만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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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은 20년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과 대규모 격리 등은 사회와 경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안받거나 명백히 '득을 보는' 흐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 배달이나 택배 등 외부 공간이 아닌 집이라는 환경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산업들일 것이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업이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작년 대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쿠팡 같은 경우 급격한 성장과 기업의 명과 암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이 요즘 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다.

 

물론 기업들이 이러한 단어에 꽂혀서 트렌드 장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코로나의 영향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쿠팡이나 음식배달, 택배 등등의 산업 역시도 기존에 존재하던 수요가 외부 효과로 인해서 늘어난 것이고, 이전부터 꾸준한 수요로 자기 자리를 확고한 분야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으키는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코로나는 새로운 수요와 산업의 발굴이 아닌 기존의 산업 내의 요소들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흥하고 있는 음식 배달 산업 같은 경우를 보자. 이전에는 이들이 기반하는 산업은 외식 산업이었고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나 외식 산업 전반을 보조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사람들이 배달을 통한 외식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배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벤트가 되었다. 이 학습을 통해서 사람들은 소비 패턴이 바꾸었고, 사람들은 점포라는 공간보다도 외주화된 배달 인프라와 플랫폼의 형태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변한 소비 패턴이나 산업 구조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코로나의 대유행이 장기화되어 시장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크긴 하지만, 기존에도 있었던 잠재성(충분히 흥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을 발휘할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적 변화의 역치를 낮추는 역할로 코로나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나 취미활동 기준에서 코로나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흥미롭게도 여타 산업군이 코로나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변화(여행 관광산업의 몰락, 배달과 택배 등 집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급부상)를 맞이한 것과 달리, 게임 산업은 그 여파가 겉으로는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2020년 게임계는 조용한 편이다. 몇몇 게임들은 발매가 연기되었고, E3는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2020년 게임계가 조용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PS4와 XBOX ONE 다음 세대의 콘솔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도 이렇게 중간에 낀 세대들은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는데, 큰 회사들의 역량이 모두 다음 세대 게임을 만들거나 마케팅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게임 산업 자체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먼저 수요 자체가 성장한 것이 있다:일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닌텐도는 3월 동물의 숲 신작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서 스위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기할만한데, 이 열기는 국내에서 스위치 품귀 현상을 오랫동안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상반기의 게임들 중에서 동물의 숲 신작 만큼의 성공을 거둔 게임이 소니나 액스박스 진영 쪽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상반기에 특기할만한 이쪽 콘솔의 게임들이 '거의 없었다' 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수요 관점에서의 성장을 제외한다면, 산업과 개발 관점에서는 재택 근무 이슈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이것이 소비를 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몇몇 소소한 이벤트들에 이 재택 근무 이슈가 영향을 크게 끼치기도 하였다:일례를 들자면 닌텐도의 스위치 라인업 공개 및 게임 개발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루머에 의하면 닌텐도는 타회사에 비해서 재택 근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타 게임회사에 비해서 상당히 늦었다고 알려져 있었고, 실제 동숲의 성공 이후 신형 콘솔 발매까지의 공백을 스위치가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잃은 것이 닌텐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소 흥미로운 '변화'들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게임 산업과는 조금 '엇나간'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취미나 산업들(미니어처를 만들거나 보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취미활동이나 Paetron 같은 후원 활동 등)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미니어처 워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게임 자체가 하기 어려운(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워해머 40k의 새로운 판본의 한정판인 인도미투스가 유래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러 해외 리테일 샵의 증언이나 한정판이 전세계적으로 모자라서 MTO 형식으로 주문 생산까지 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 점까지)이 그러한 변화의 주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미니어처 워게임에서 일어난 일이 비슷하게 비디오 게임에서도 일어난다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두 분야는 어느정도 겹치긴 해도 서로 명백하게 다른 수요층과 소비 패턴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서브 컬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은 큰 틀에서 가족과도 같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이런 점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트리거를 당길만한 큰 사건이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형 콘솔의 발매'라는 이벤트는 코로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고, 역대 콘솔 런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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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파 크라이 6가 2021년 2월 발매 예정으로 공개되었다. 이번 6편은 가상의 열대 국가를 배경으로 독재자 악역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한다. 6편의 설정은 사실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설정이고 발상이다. 이미 4편의 구도(독재자 페이건 민과 저항 세력들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직접적으로 써먹은 부분이고, 2편(아프리카)과 3편(태평양의 섬들) 모두 직접적으로 열대 지방을 다룬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전 작품들을 상기하게 만드는 구조가 파 크라이 6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파 크라이 시리즈는 의식적으로 시리즈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배경과 테마를 바꿔왔다. 그 속에는 게임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라는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시리즈는 처음 크라이텍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비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고 2편을 만들면서 우리가 아는 '파 크라이'가 초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파 크라이 2는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3편 이후)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실험적인 특징들을 많이 갖춘 게임이었고(총기 자체도 소모품이었다던가 등), 몇몇 부분은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가 대중화 된 파 크라이 3부터였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점으로는 1편과 2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활이라는 무기 체계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 활이라는 무기는 파 크라이 3의 특징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무성무기에 머리를 맞추면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어서 초반에서 중후반까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곡사 무기이기 때문에 항상 적과 플레이어의 거리를 계산해야했었다.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맵과 공간에 대해서 인지하고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적 초소 공략 같은 경우 정교한 스테이지는 아니었지만 플레이어와 적을 다양한 축적의 공간에 배치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었다: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탐색하고 저격하며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적의 사각에 숨으면서 근접해서 한 놈씩 죽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반적인 아레나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듯이 정면 돌파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 크라이 3의 구조(다양한 축적과 플레이 방법을 지닌 오픈월드 스테이지의 구조)가 콘탠츠와 시스템의 확장 측면에 있어서 대단히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 아니 FPS의 전제는 총기라는 도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총기의 사거리가 최소 몇백 미터 단위라는 점이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현실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플레이어는 시야만 확보된다면 몇백미터 바깥에 깨알 같이 보이는 상대방을 저격총이나 소총으로 하나씩 처리할 수 있고(물론 탄도와 낙차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쪽은 시간이 걸리지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상대가 시야에 나올 때까지 포지션을 고수해야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는 방법이다. 

 

총기의 전능함 문제가 두드러진 오픈월드 게임의 예시는 다른 게임이지만 파 크라이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먼 친척인 브레이크 포인트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근접해서 적과 싸우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체력 회복 등에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난전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드론으로 최대한 태깅을 한 후, 무성 저격 소총 등을 이용해 적을 하나씩 제거한 뒤, 도저히 처치 불가능한 적들은 직접 돌입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정은 가장 확실하지만 지루한 방법이고, 무언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과 전략, 순발력이 들어가기 보다는 단순한 노동+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불편함의 결합이었다.

 

파 크라이 3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 단순하게 풀어내는데, 1)초중반 무성 무기 자체를 활만 준다, 2)소음기 단 저격총을 쉽게 주지 않는다 3)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최대 소지 탄약수가 제한된다 였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근-중거리 무기(활과 권총, SMG, 최악의 경우에 쓸 수 있는 돌격소총 까지)를 선택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게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적을 헤드샷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소음기 단 저격총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게임의 노력이 무색해질정도로 게임이 쉬워지기 시작한다:시야가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적들을 저격총 하나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문제는 이러한 만병지왕 총에 대해 게임 매카니즘 상 그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격소총 뿐만 아니라 돌격소총에 소음기를 달 수 있게 해서 잠입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나(4편 이후), 들고 다니는 탄환의 양이 점차 증가한다든가, 휴대용 유탄발사기가 권총 카테고리로 들어온다든가,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이 늘어나는 등(4편에서 경기관총이 좋아지는 점 등)이 그러했다. 심지어는 5편은 굳이 활 같은 무기를 사용할 필요 없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게임은 파 크라이 3의 활이라는 기믹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활이라는 병기가 갖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파 크라이 3 이후 활은 개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활의 기믹을 이어받는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되었다. 4편에서는 반자동 석궁이, 5편에서는 새총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파 크라이 3편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충격이나 게임 플레이에 유화된 모습은 3편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파 크라이 시리즈는 3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가 이미 3편에서 끝나버렸는데도 계속해서 그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다. 여전히 게임은 다양한 축적(전초기지를 공략하는데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거나 근거리 암살로 풀어나가는 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스테이지의 축적 구조 자체가 본질적으로는 3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고, 게임은 총기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그러한 축적을 '무화'시키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 크라이 3가 잘 만들어진 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0년 가까이 콘탠츠를 구성하는 구조(전초기지 해금 같은)만 고쳤을 뿐이다. 어크 시리즈가 위처와 같은 RPG를 밴치마킹하면서 어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파 크라이 6편, 더 나아가 시리즈 자체에 필요한 것은 3편이라는 모델을 포기하는 '용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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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는 최초의 1편에서부터 야생의 숨결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법칙이 있다.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스테이지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스테이지 내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 수수깨끼를 풀어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스테이지와 수수깨끼, 그리고 도구를 통한 상호작용은 젤다의 전설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이자, 후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원칙이었다. 심지어 야생의 숨결은 고정된 스테이지를 넘어서 오픈월드에서도 이러한 방법론이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야생의 숨결을 기점으로 젤다의 전설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진다:과거의 방법론이 현대적인 장르(오픈월드/샌드박스/심리스 같은)에도 통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겨난다: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법칙이 생겨났다면, 과거의 젤다의 전설은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꿈꾸는 섬(2019)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은 30년전 흑백 게임보이로 나온 젤다의 전설:꿈꾸는 섬을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3DS 젤다 이후, 스위치로 처음나오는 클래식(?) 젤다인 것이다. 

 

큰 틀에서 꿈꾸는 섬(2019)은 야생의 숨결 이전, 아니 그보다 더 이전(슈퍼패미컴으로 나온 신들의 트라이포스 정도까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편의성과 그래픽은 일신되었지만 게임의 구조 자체를 바꾼 리메이크가 아니기 때문에 꿈꾸는 섬(2019)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30년전의 원작에 기반한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점은 어떤 웹진 리뷰에서는 "꿈꾸는 섬은 오픈 월드라는 단어가 있기 전의 단순했던 시절에 다시 귀기울이게끔 하는 작품이다."(Link’s Awakening harkens back to a simpler time, one before terms like “open world” even existed, 버지 리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오픈월드/샌드박스라는 장르가 정의되기 30년도 전의 작품에 대해서 어째서 오픈월드 장르란 표현을 쓰면서 평가를 내렸을까?

 

꿈꾸는 섬을 오픈월드 장르에 비교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픈월드/샌드박스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야할 것이다. 오픈월드, 혹은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병용되는 이 장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거대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필드형 스테이지가 존재하고(오픈월드), 그 안에서 다양한 방법론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샌드박스)라는 것이 이 장르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꿈꾸는 섬은 거대한 필드형 스테이지(코호린트 섬)가 메인이 된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라는 속성에는 부합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용례에서 오픈월드는 샌드박스의 속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꿈꾸는 섬은 샌드박스 장르 속성과 유사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스테이지와 수수깨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젤다의 전설 시리즈들은 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 자체는 이제 흔해서 이 큰 명제(스테이지를 수수깨끼로 구성하다)로는 젤다의 전설만의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 명제를 젤다의 전설만의 특수성으로 맞추어서 게임을 설명하자면 '합리적이지 않은Non-Sense 세계에서 합리성Sense을 찾아내다'가 될 것이다:젤다의 전설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설명없이 수수깨끼만 덩그러니 던져놓는다. 스테이지들과 던전들은 수수깨끼를 갖고 있고,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젤다의 전설 게임 경험의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결과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을 오픈월드에 비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던전들을, 각 스테이지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어떠한 도구가 던전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지 같은 요소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이 점이 오픈월드/샌드박스의 특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합리적이지 않은 세계이지만, 그 속에 분명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중에 플레이어가 게임의 규칙을 내재화해서 받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행동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코호린트 섬이라는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시(최근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로 표지 같은)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다음 던전에 들어가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과한' 부분들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의 게임들이 게임 잡지와 공략을 연동하여 접근하였기에 '플레이어 혼자서 파악하기 힘든 파훼법'을 도입한 것들이 있는데, 가령 교환 이벤트라던가 마지막 던전에서 보스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순서로 던전을 진행해야 하는 점(심지어 매번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무작위로 생성되며 상당히 길다.) 등은 지금 관점에서 다소 과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꿈꾸는 섬(2019)의 경험은 샌드박스/오픈월드라는 장르 경험의 프로토 타입을 체험하는 것이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풀어나가는 재미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수수깨끼의 풀이법을 찾기 위해 게임 내적인 논리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내재화 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지금이나 이전이나 게임에 있어서 핵심적인 재미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섬(2019)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게임 전체를 장난감의 세계로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기존 닌텐도 프랜차이즈들에 등장한 요소들을 한데 엮는 게임이었긴 했지만, 꿈꾸는 섬(2019)는 이러한 원작의 요소를 플라스틱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으로 묘사하면서 원작의 감성을 추억 가득한 무언가로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결론적으로 꿈꾸는 섬(2019)은 과거의 게임도 지금 플레이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다소 단순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라는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원칙이 꿈꾸는 섬(2019)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30년전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꿈꾸는 섬(2019)은 젤다의 전설이 갖고 있는 강점을 설명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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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하였습니다.

 

보이드 바스타드의 로그라이크 슈터라는 발상은 전혀 놀랍지 않다. 로그라이크와 FPS는 트리플 A과 인디 게임계의 트렌드들을 이끌고 있는 거대 동력들이고, 이 둘의 결합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 게임의 범람과 별개로 재밌는 로그라이크나 FPS의 결합을 찾기는 어렵다. 사실, 이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트리플 A 게임을 통해서 문법이 확립된 FPS의 문제보다는 로그라이크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로그라이크는 탄탄한 기본 기제를 가진 게임이 아니면 오히려 게임에 독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와 기법이 하나의 거대한 속임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는 무작위로 콘탠츠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플래이하는 매번의 경험은 분절적일 수 밖에 없다:일반적인 게임에서 스테이지 구성은 짜임새가 있고 연속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경험 역시 연속적이다. 그러나 로그라이크에서 플레이어의 사망은 모든 스테이지 구조를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매번의 경험은 불연속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매번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스테이지 구조가 된다 = 스테이지가 계속해서 생성되기 때문에 무한이 즐길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통해서 쌓아올리는 경험과 학습이 연속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스러운 경험을 더 제공되는 때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로그라이크 게임은 '생존'과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라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이는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의 특성에 많은 부분 부합한다. 한 번의 사이클을 끝내기 위해서 게임의 각가지 장애 요인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생존이라는 개념이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그리고 매번의 분절적인 경험으로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학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게끔 요소로 죽고 나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개념도 로그라이크와 부합한다. 

 

하지만 이러한 로그라이크의 생존과 업그레이드 개념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다. 로그라이크의 핵심은 게임의 근간이 되는 플래이다. 오히려 로그라이크에서는 일반적인 스테이지 식의 게임보다 핵심적인 게임 플래이가 더 부각된다. 일반적인 스테이지 구성의 게임에서는 스테이지의 완급에 따라서 게임 플래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만, 로그라이크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스테이지 구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온전하게 게임 플레이만에 집중하여 게임을 구성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이러한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 잘 만들어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생성된 우주선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찾고 빠져나오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갖추고 있는데,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와 죽어서도 이어지는 업그레이드 요소, 살아남기 위해서 총알과 회복 아이템 등의 요소를 관리해야 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로그라이크 장르 관점에서 보이드 바스타드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시스템 쇼크에서 이어져 내려와 바이오 쇼크나 프레이로 이어지는 FPS의 흐름이다.이들 게임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일반적인 FPS와 차별화된다. 첫번째는 총과 능력을 활용하는 액션 시스템이다:일례로 바이오쇼크가 한 손으로 공격, 다른 한 손으로 초능력을 써서 적들과 싸우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렇게 단순히 총을 쏴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넘어서 총과 능력을 모두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게임은 플레이의 다양성을 늘렸다.

 

두번째로 이들 게임은 이러한 플레이의 폭을 늘려주는 대신,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가용 자원을 제한함으로 플레이어가 총과 능력을 쓰며 게임을 풀어나갈 때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바이오쇼크의 스테이지 디자인은 이러한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게임이 스테이지로 일정한 구역을 설정하고 여기저기 뒤져가면서 총알과 자원을 획득하게 하였다. 플레이어는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 스테이지를 꼼꼼히 수색해야하는데, 적들의 배치나 다양한 장애 요인으로 인해서 역으로 자원을 소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보이드 바스타드 역시 이러한 두가지 흐름을 모두 이어받고 있다:공격을 위한 무기들과 별개로 다양한 용도의 보조 무기군이 등장하여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가장 기본적인 스턴건인 재퍼부터 적을 세뇌하는 스크램블러나 적의 위치를 뒤바꾸는 쉬프터까지)과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이 적의 섬멸을 중심으로 한 아레나가 아닌 아이템을 찾는데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 두번째 요소는 보이드 바스타드라는 게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특정 물건을 회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목표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함선을 이잡듯이 뒤져야 하며, 목표를 확보하면 다시 함선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즉, 보이드 바스타드는 진입-탐색-탈출이라는 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보이드 바스타드의 진입 - 탐색 - 탈출 구조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로그라이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때때로 클리어 불가능한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정합적이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보이드 바스타드는 교묘하게 이 두가지 문제점을 회피한다. 첫번째 문제는 진입과 탐색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판단을 내려서 목표를 찾지 않고 탈출할 수 있다는 방법론을 통해 해결한다. 보이드 바스타드에서 플레이어는 각 우주선의 큰 특징들(어떤 목표가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역량에 비추어보아서 그 우주선을 진입할지 넘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우주선에 진입했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탈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동과 회복에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스테이지를 선택하거나 진행할 때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플레이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이 갖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편이다.

 

또한 보이드 바스타드는 무작위로 스테이지가 만들어지더라도 '정합적'인 구성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스테이지가 되는 각각의 우주선들은 게임 설정상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특수선들이기 때문에, 주로 등장하는 목표물과 총알, 자원들이 각기 달라진다. 또한 우주선 내에서도 각 구역에 따라서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경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목표 이외에도 자신이 필요한 물품이 등장할만한 스팟들만 골라서 돌거나 심지어 목표물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 맵을 보고 추리한 다음에 최단 루트로 목표물만 빼올 수도 있다. 게임의 난이도도 심도로 표현되며, 심도에 따라 조우하는 수정치나 적들, 목표물이 달라지며,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심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정합성과 합리적인 게임 플레이 양쪽 모두를 고려하였다 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은 무작위성 때문에 정합성을 가진 스테이지 구조를 찾아보기 힘든데, 보이드 바스타드는 큰 틀에서 정합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정말로 훌륭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플레이어는 변화무쌍한 게임 속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스테이지는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정합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은 플레이어 판단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라이크 특유의 불합리함을 만날 일도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보이드 바스타드는 로그라이크 게임 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게임이다. 클리어 이후에 챌린지 모드가 추가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추가적인 콘탠츠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구매한 돈값 그 이상은 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스위치에서도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기 때문에 스위치로 좋은 로그라이크 게임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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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북 오브 데몬은 상당히 독특한 지점에서 시작된 게임이다: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1편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게임의 스토리에서부터 직업 선택, NPC, 분위기, 스테이지 구성 등등 너무 충실하게 디아블로 1의 모티브를 차용하고 있다. 북 오브 데몬의 흥미로운 점은 지금껏 나왔던 많은 게임들이 디아블로 1이 아닌 디아블로 2를 벤치마킹의 모델로 삼았다는 점 때문이다. 디아블로 1편은 분명 잘 만들어진 게임이긴 했다. 하지만 1편의 강점들(무작위성, 케릭터 육성, 어두운 분위기, rpg와 액션의 결합 등)은 디아블로 2를 통해서 장르화되고 공식화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완성'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장르적으로 더 나은 게임을 버리고 그 이전의 게임을 선택한  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2식의 게임(액션과 케릭터 육성, 그리고 아이템 파밍)보다도 디아블로 1의 노스텔지아에 더 기대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북 오브 데몬은 디아블로 1의 장점들을 모두 가져온 게임이 아니다. 디아블로 1은 마우스 클릭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단순화된 액션 감각과 함께 마우스 클릭만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직관적인 이동이 결합된 작품이었다. 이후 수많은 게임들이 디아블로 1의 마우스 게임 플레이를 차용하였는데, 디아 3가 콘솔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디아블로의 탑뷰 arpg의 조작 방식은 장르의 특성(액션과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이동)을 정립하였다. 그러나 북 오브 데몬은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고 '1자 통로'를 앞뒤로 오갈 수 밖에 없는 대단히 제한적인 맵 구조와 이동 기믹을 취하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점들은 후술하겠지만 게임 경험 자체를 대단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북 오브 데몬의 가장 불합리한 점은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1자 통로를 오가는 정도로 제한되어있는데,  적들은 맵 전체를 활용하면서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북 오브 데몬을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적들 사이에 껴서 두드려맞는다. 일반적으로 기존 디아블로나 ARPG에서 이런 상황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이 장르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적과 싸우기 때문에, 근접전 케릭터든 원거리 케릭터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싸우는 것은 장르의 핵심적 경험과 동떨어진 부분인 동시에, 게임 플레이 자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북 오브 데몬은 자유로운 움직임 자체가 불가능하니 좁은 공간에서 서서 적들과 치고받고 하는 지구전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며, 게임 시스템이나 체력 회복 수단 등등을 통해서 이러한 게임 플레이 양상을 보조한다. 덕분에 게임은 적극적으로 적을 찾아 죽이기 보다는 체력이 치명적이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을 하나 하나 말려 죽이는 양태가 되었다.

 

하지만 북 오브 데몬은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플레이 양태가 만들어내는 문제점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턴과 관련된 게임 시스템일 것이다. 북 오브 데몬에서 플레이어가 스턴에 걸릴 시, 갑자기 화면이 흐려지며 허공에 떠있는 별들을 커서로 클릭하는 미니 게임으로 이어지는데, 게임 플레이 흐름과 완전히 다른 미니 게임이기 때문에 상당히 당혹스럽다. 이것은 위에서 이야기한 좁은 곳에서 스턴을 거는 적들과 부대낄 때 상당히 더 체감되는데, 연속으로 다섯번 여섯번 스턴 걸리는 상황을 경험하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위와 같은 문제도 있지만, 북 오브 데몬의 콘솔판은 몇몇 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느린 이동 속도와 함께 일반 공격과 스킬의 사거리가 비상식적으로 긴(쉽게 이야기해서 근접 공격으로 한 5m 너머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것에 대비해서 스킬은 한 개만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타겟팅이 힘들다는 점이 북 오브 데몬 콘솔판을 더 엉망으로 일조하고 있다. 콘솔판에서 스킬은 L, R 버튼으로 움직여서 선택하고 사용해야 하는데, 여러개의 아이템과 스킬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보다 패시브 스킬을 잔뜩 껴놓고 스킬 한 두개만 쓰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게임 플레이가 편하다. 또한 자세한 타게팅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몇몇 적 스킬 차단이 어려워져서 게임 난이도를 올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북 오브 데몬에서 그나마 좋게 봐줄 수 있는 점은 종이 접기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게임 그래픽 스타일일 것이다.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에 화려한 그래픽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눈요기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래픽과 별개로 북 오브 데몬이 지향하는 게임의 스타일이 상당히 애매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게임은 디아블로 1편의 호러와 1편을 패러디한 게임으로서의 패러디 게임 사이에서 상당히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호러가 되기에는 종이접기의 가벼움이 더 인상적이고, 패러디 게임으로 보기에는 개그나 이런 부분들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북 오브 데몬은 그저 그런 로그라이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의 길이를 조절하는 요소나 죽지 않고 플레이할 시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시스템 등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의 베이스가 되는 시스템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지 않고 버벅거리는 요소들이 다소 있다. 물론 디아블로 1을 해보지 않았거나 ARPG에 대해서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는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게임 성향이 나름 맞을 수 있겠지만, 절대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지 않고 구매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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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드디어 미뤄왔던 이걸 클리어 할 때가 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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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가 코로나로 인한 무기한 발매 연기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의 모든 스토리와 엔딩 컷씬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스토리의 내용 역시 충격적이긴 하지만, 게임의 엔딩 영상이 발매전에 유출되는 사태는 2003년에 있었던 하프라이프2 스토리 유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게임 엔딩 영상 유출이 게임 리테일판이 유통중에 유출되어 공개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하프라이프 2 유출이 해커라는 외부 인원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었다면,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의 유출은 내부 인원에 의해서 자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유출했는지로 많은 설왕설래가 오고 가고 있지만, 소니는 공식적으로 너티독과 너티독 제휴사에서의 유출을 부정하고 있다(기사) 별도의 취재나 공식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한쪽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일은 자제해야겠지만, 개발자 프롬프트가 찍힌 영상이 유출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식 발표에 대한 신빙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너티독이나 제휴사가 아니더라도, 개발 중인 게임의 엔딩, 그것도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보안 접근 권한을 요하는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적을 뿐더러 그에 걸맞는 직책과 권한을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파트 2의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너티독의 크런치 모드 문화다. 결국 유출을 한 범인이 그만한 직책과 권한을 가졌을 텐데, 그에 걸맞는 동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너티독에 원한을 가질만한 내부자가 원한을 가질 이유가 바로 내부적으로 가혹한 크런치 문화 때문이 아니었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미 너티독은 레드 데드 리뎀션 2 발매 전후로 불거진 크런치 사태 때, 가장 최악의 크런치 문화를 가진 회사로 잘 알려졌다. 게임 발매 전 게임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장기간 초과 근무를 하는 크런치 문화는 국내외 게임 회사를 막론하고 게임 개발자들의 삶의 질을 상당히 저하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는 산업 특성상, 납기 직전에 프로젝트 전반을 점검하는 크런치 문화 자체가 없기는 힘들겠지만 게임 산업의 경우 이러한 크런치가 상식적인 선을 넘어서는(게임 발매 6개월 전, 심지어는 1년 전부터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너티독의 크런치 문화(심지어 '2020년 3월'에 나온 기사다)는 상당히 악명 높다. "아무도 크런치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쨌든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일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습니다."나 "놀랍고도 창의적인 환경입니다. 하지만 집에는 갈 수 없습니다." 같은 주옥같은 증언들은 너티독의 크런치 문화가 이 업계 내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세신 크리드 오딧세이 같은 작품은 대규모 크런치 모드 없이 만들어졌다(해당 기사)를 고려한다면, 너티독의 크런치 문화는 상당히 기이한 것이다. 물론 너티독이 영화와 같은 카메라 워크와 디테일을 따내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고 그 때문에 크런치 모드는 불가피했다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모방하고 따르고 싶었던 영화의 관점에서 봐도 표준 근로 계약서나 노동법을 준수하면서 만들어진 명작이 많기에 이런 반론은 타당치 않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다시 위의 기사로 돌아오면, 가장 큰 문제는 프로젝트를 지탱하는 허리인 중간 스태프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진다. 닐 드럭만이 전권을 잡고 그의 판단 아래 프로젝트 내에서 수많은 요소들이 번복되고 수정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엄청난 비효율의 발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결정의 번복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되, 신입 스태프들이 이러한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것이 뛰어난 중간 스태프의 역량이다. 하지만 위 기사에서 언급되는 많은 사례들은 '신규 스태프와 최고 결정자 사이에서 중간 스태프가 조율하여 사전에 방지되었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비효율'이란 인상이 강하다.

 

이러한 비효율은 너티독이 몇몇 재능있는 창작자에 의해서 거둔 성공에 안착하여 조직과 인프라를 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열정있고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초과근무하는 문화에 안주하다 보니, 허리를 받쳐주는 사람들은 피로감으로 나가버리고, 새로운 인력은 충원되기 힘드니 최고 결정자에게 모든 힘이 쏠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너티독은 눈에 뻔히 보이는 비효율을 막지 못하고, '오래 일하는 것이 최고의 효율'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조직 전체가 사로잡히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과 초과 근무 문화는 당장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암세포와 같이 회사를 사로잡는다. 조직은 점점 사람 하나 둘에 크게 좌우되어, '사람이 빠지게 되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결정자의 지시를 기다린답시고 의미없이 대기하는 일들이 생기는 등 개발자들의 노동 의지와 효율을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 이것들이 심화되면 자기가 만드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망했으면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니(심지어 이 비슷한 이야기가 바이오웨어가 4년전 인퀴지션을 만들 때 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독소 같은 문화라 할 수 있다. 너티독이 이번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지 여부는 상당히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위 같은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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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3D 프린터가 보드게임이라는 취미 기준에서 불러온 혁명은 엄청나다. 보드 게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드게임에서 게임을 구성하는 콤포넌트들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콤포넌트 정리를 위한 수요는 존재해왔고, 정리를 위한 보드게임용 악세사리를 제작해서 파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콤포넌트 정리 악세사리의 기능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게임에 따라서 콤포넌트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정리 및 수납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계산과 게임 요소 관리가 사람이 직접 해야하는 만큼,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관리하는 것의 보드 게임 플레이어의 수요는 항상 존재해왔었다. 그러나 이런 세부적인 수요들을 하나 하나 따라주기에는 보드 게임 시장의 수요는 다양하지만 한정되었고, 수율은 당연히 맞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3D 프린터 이전의 보드게임 플레이어들은 대체품과 자가 제작의 대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게임에 필요한 주변 악세사리들의 제작이 매우 쉬워졌다. 게임 플레이 중에 카드를 꽂거나, 박스 안에 콤포넌트를 정리하거나 등의 편의성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미니어처 워게임에서 쓰는 지형 지물의 제작에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활용처가 발견되면서, 보드 게임 플레이어들은 때 아닌 4차 산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3D 프린터의 한계는 명확하다: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기존의 공산품 만큼의 품질을 확보하기 힘들다. 산업용으로 쓰는 3D 프린터 수준이 아니면 시장에 유통되는 공장 생산 미니어처 수준을 맞추기 힘들다. 또한 그만한 퀄리티의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관리해야하는 부분이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3D 프린터는 3D 모델링 파일을 만드는 단계, 그리고 3D 모델링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게 공정을 분해하여 관리하는 슬라이싱, 마지막으로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실출력 단계로 나뉘어진다. 3D 프린터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기존 제품 생산에서 필요했던 많은 시행착오와 설정 과정을 자동화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동화된 영역을 벗어나면 3D 프린터는 공산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려준다. 물론 다양한 걸 시도하는 3D 프린터 유저들이 많아진 만큼, 출력물의 결과물을 올리는 법이나 제품을 관리하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되는 중이고 고난도 작업에 도전하는 허들은 그만큼 낮아졌다.

 

3D 프린터의 등장은 한계와 가능성이 분명하다. 기업 관점에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길을 열었고, 일반 개인의 관점에서는 자잘한 생활 물품이나 공예품을 뽑아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품질이 높은 미니어처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데 있어서 3D 프린터는 많은 제약 사항들이 존재하기에, 기존의 공산품 제품들을 완벽하게 대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3D 프린터가 공산품과 수공예의 틈새를 매꾸어주면서 여지껏 드러나지 않았던 수요와 가능성을 충족시켰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3D 프린팅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1983년까지 올라간다는 점이다. 3D 프린팅이 산업계에 등장한지 근 40년이 지났지만, 왜 이제서야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까? 그것은 3D 프린터가 대중화될 수 있을만큼 기기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이 거슬러 올라가면 컴퓨터 과학 태동기부터 존재해왔다는 걸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기술의 축적과 판단(3D 프린팅을 움직이는 동선을 짜고 기기를 제어하는 로직을 만들어주는 슬라이서 같은)을 대신 처리해주는 알고리즘의 발달이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대중화를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의 대중화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수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테스트 하고, 자발적으로 개선점을 찾아서 기여하였기 때문에 이런 기술들은 찻잔 속의 폭풍이 아닌 대중화가 될 수 있었다.

 

3D 프린팅의 사례는 게임 시장과 산업에도 똑같이 대입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팅이 보여주는 혁신은 뚜렷한 특징들을 보여준다:1)개념 자체는 이미 과거에도 존재한다. 2)혁신이 불러오는 결과는 생각보다 그 한계와 성과가 명확하다. 3)혁신이 만들어낸 파장은 과거에 보이지 않던 틈새 수요를 드러내는 집중되었다. 4)인터넷이라는 공간이 혁신의 베이스가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모드'일 것이다. 기존 게임을 개조해서 게임의 개조된 버전을 만든다는 모드의 개념은 오랫동안 존재해왔었다. 기존 게임에 이미지를 덮어서 불법 카피판을 만들던 시절까지 치면 더 오래되었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모드의 태동이 모드가 배포될 수 있는 인프라(PC통신이든 인터넷이든)가 깔리면서 부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3D 프린팅의 사례와 많이 유사한 부분을 보인다. 하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이 모드에서 출발한 게임들이 게임 시장의 구조와 근간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생각하면 그 질감을 동일하게 보기는 힘들 것이다. 어찌보면, '무주공산'과 같은 게임 시장에 모드가 도입되면서 그 공백을 빠르게 채워나갔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모드가 일으킨 혁신의 사례는 배틀로얄 모드의 사례일 것이다. 배틀로얄 자체는 ARMA의 모든 DAYZ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며, H1Z1의 배틀로얄 모드를 거쳐서 PUBG와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모드를 통해서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이후, 이들의 거둔 파장을 고려해 보았을 때 배틀로얄의 성공은 '생각보다' 미미했다. 분명 배틀로얄 모드의 등장은 기존 데스매치 등에 대해 매너리즘을 느끼던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완벽한 대체품이 아닌 '대안 선택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정해진 파이를 놓고 싸우고 있다.

 

하지만 배틀로얄의 존재는 기존 시장이 드러내지 못했었던 영역에 조명을 비춤으로써, 기존 게임들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콜 오브 듀티 워존의 사례일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은 오랫동안 데스매치와 킬스트릭에 얽메여 있었던 콜옵의 멀티플레이를 배틀로얄로 재해석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강탈 모드를 통해 배틀로얄 역시 새로운 양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워존을 통해서 등장한 혁신의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매년 나오는 콜옵의 특수성 상 게임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배틀로얄 모드가 성공을 위해 단순히 똑같은 모드를 배끼는 것을 넘어서 기존 게임을 재해석하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단 점에서 콜옵 워존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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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가 처음 나왔을 때 콜 오브 듀티는 트렌드보다도 앞서나가는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모던 워페어 3 이후부터 콜 오브 듀티는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게임이라 할 수 없었다. 2년 마다 신작이 개발되는 개발 사이클 덕분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앞서나가는 트렌드를 발굴하여 벤치마킹하고,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려서 그것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전략을 주로 구사하였다. 예를 들어 재작년에 나왔던 블옵 4의 경우 오버워치와 팀포 2로부터 영향을 받은 팀 및 특수능력 중심의 난전을, 그 당시 포트나이트와 PUBG라는 성공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배틀로얄 장르를 모두 인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배경에 비추어 보았을 때, 콜옵 워존이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은 싸늘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게임 발매 당시 야심차게 등장하였던 콜옵 버전의 배틀필드 모드였던 그라운드 워페어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컸을 것이다: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그라운드 워페어가 호환될 것을 전제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억지로 팀플레이를 강제하는 부분들이나 교전 거리의 증가 등은 게임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는 인피닛 워드가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와 게임이 갖고 있는 특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콜옵 워존은 에이펙스 레전드 이후로 나온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들 중 가장 뚜렷한 개성과 장점을 가진, 쉽게 이야기하자면 배틀로얄 2세대라 불릴만한 작품이다. 포트나이트와 PUBG의 성공 이후, 배틀로얄 장르는 정형화된 양식을 갖추기 시작했다:초기 배치, 아이템 파밍, 경기 구역의 축소 등등. 하지만 배틀로얄 장르 공식의 성립은 필연적으로 '서로 비슷해보이는'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배틀로얄 장르가 지난 2년 동안 새로운 플레이어 풀을 늘리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파하기 위해서 수많은 게임들이 나름대로 노력을 하였지만, 그 중에서 워존 이전에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게임은 에이펙스 레전드일 것이다. 기존의 배틀로얄 장르의 흐름이 '배치 - 파밍 - 이동/전투 - ... - 최종 생존 및 승리'로 구성되어 있다면, 에이펙스 레전드는 전개 속도를 과격하게 끌어 올리고 여기에 주요한 변수로 부활을 추가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에이팩스 레전드의 장점들은 대부분 기존 타이탄폴 시리즈의 기조를 배틀로얄 식으로 재해석한 부분이었다. 즉, 기존 배틀로얄의 공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원 프랜차이즈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배틀로얄을 구성한 점이 에이펙스 레전드의 성공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에이팩스 레전드의 성공처럼, 워존의 성공은 콜옵식 배틀로얄을 추구하기 보다는 배틀로얄식 콜옵을 추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배틀로얄 게임들의 상당수가 '배치 - 파밍 - 이동/전투 - ... - 최종 생존 및 승리'라는 구조를 따르고 있다. 여기에 어느정도 변수를 추가하더라도, 이 흐름 자체를 깨는 것은 기존 배틀로얄 장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변화한 배틀로얄 게임이라 할 수 있었던 에이팩스 레전드의 경우도 이러한 큰 흐름에 유저의 부활이라는 와일드 카드를 집어넣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배틀로얄 장르의 구조는 장르를 규정짓는 특성인 동시에 새로운 요소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제약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워존은 이러한 흐름을 부수는데 성공하였다:플레이어는 배치 후, 파밍 이외에 부가적인 임무를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고, 죽었을 시 다른 플레이어가 살려줘서 재배치 되거나 굴라그에서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등 배틀로얄의 일방향적인 게임 흐름을 넘어서서 게임에 다양성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게임의 흐름과 플레이어의 선택 분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현금'이다. 여타 배틀로얄 장르에서의 탄약과 장비(+부착물)과 다르게 현금은 자신의 총기 및 장비 로드아웃을 불러오거나 죽은 동료(굴라그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료도 포함)를 살리거나 심지어는 멀티플레이의 일부 킬스트릭(콜옵 전통의 사기 스트릭인 UAV가 격추되지 않는 버전으로 등장한다!)을 불러올 수 있는 등 막강한 선택지들을 제공해주는 자원이다. 하지만 그만큼 현금은 게임 내에서 소모가 되기 때문에 많이 모을 각오를 해야한다. 물론 상자나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은 물론, 상대를 죽여서 상대의 돈을 일정량 강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임무'라는 요소를 통해서 돈을 모을 것을 권장한다:임무는 현상금 사냥(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유저를 죽일 것), 재보급(제한 시간 내에서 상자를 모두 열어서 보급품을 확보할 것), 정찰(특정 지역을 일정 시간 장악할 것)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무를 연속해서 성공할 시 보상으로 주는 현금에 보너스가 가산된다. 

 

이러한 현금의 존재는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게임 플레이의 선택지를 대폭 늘려준다. 계속해서 파밍을 할지, 아니면 재보급 미션을 쭉 진행하면서 안전하게 아이템과 현금을 확보할 지, 아니면 현상금 사냥을 진행하면서 상대 위치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킬 파밍을 진행할 지 등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과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게임 플레이를 구성할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플레이하든 게임은 돈을 확보하기 쉽게끔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의 정답은 없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점이다.

 

 

 

워존이 현금이라는 독특한 게임 요소와 흐름을 끌어들인 것은 콜옵의 멀티플레이 강점을 온전히 끌어오기 위해서이다. 워존은 개인 장비 로드아웃이나 킬스트릭을 끌어오기 위한 요소로 현금을 만들고, 그러한 현금이란 요소를 모으기 위해서 다양한 보조 기제를 덧붙였다. 하지만 워존이 끌어온 것은 현금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현금은 수많은 새로운 장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콜옵 특유의 빠른 TTK와 빠른 교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워존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점들을 게임에 넣어두었다. 부활을 건 굴라그 1:1 건매치(원본에도 비슷한 양식의 대전이 존재한다)도 있지만, 타 배틀로얄 장르 대비하여 투입 인원수가 1.5배에 달한다는 점(150명, 3인 스쿼드 50개 투입), 총기 사격 시 미니맵에 위치가 표시되는 점, 시작할 때부터 권총을 주고 시작한다는 점 등은 여타 배틀로얄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수들이다.

 

이렇게 해서 워존이 얻어내는 것은 '배틀로얄 스러운 콜 오브 듀티' 게임이다. 상당히 좁은 맵에서 수많은 적들과 복작거리면서 싸우고, 쉽게 킬을 따고 빠르게 죽되, 굴라그 매치와 부활을 통해서 재기의 기회를 노릴 수 있으며, 킬스트릭 등의 변수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임이 워존이다. 워존은 배틀로얄 장르가 다들 고만고만하다는 한계를 뛰어넘어서 콜 오브 듀티의 게임 플레이 매력을 게임에 접목시키는데 성공했고, 더 나아가서 '다양한 변종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약탈'은 그 가능성을 그대로 드러낸 게임이다:현금 자원을 둘러싸고 누가 일정 금액의 현금을 가장 빨리 확보하느냐의 싸움을 벌이는 약탈은 워존 버전의 바운티 헌트(타이탄폴 2의 현금 쟁탈전)다. 하지만 워존의 약탈은 단순하게 바운티 헌트를 배낀 게임이라 할 수 없다. 바운티 헌트와 달리, 약탈의 베이스는 여전히 '배틀로얄'에 가깝다. 리스폰이 가능하다는 점과 로드아웃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총알이 날아와서 죽을지 모르는 살벌한 전장이 약탈 모드에서 그대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약탈 모드는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헬기 포인트를 중심으로 전투가 치열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배틀로얄 모드와 달리 전투 양상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포트나이트에서 있었던 기간한정 모드인 '하이스트'와 유사하다 할 수 있는데, 두 게임 모두 현금을 확보해서 안전한 포인트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하이스트 모드가 공중에 떠있는 벤에 보석을 전달하는 건설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약탈은 상대가 돈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헬기를 부르는 순간에 기습을 가하여 돈을 빼앗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콜옵 워존은 약탈과 배틀로얄, 두 모드를 통해서 배틀로얄 기반의 게임이 앞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게임 자체의 장기적인 성공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콜옵 시리즈가 서비스하는 게임보다는 매년 게임을 팔아먹는 상품으로서의 속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매년 콜옵이 발매되다 보니까 이전에 나왔던 콜옵은 플레이어 층이 얇아지고 서비스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상당수의 게임이 장기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꾸준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과 비교하여 본다면 워존의 장기 흥행에 있어서 콜옵의 존재는 매우 치명적인 독이라 할 수 있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예로 들어보자:초창기 수많은 핵과 버그 등으로 인해서 좋은 게임 기반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시즈의 초기 서비스에서 UBI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콘탠츠 추가, 핵 방지 툴 추가 등을 통해서 게임을 롱런 시킨 적이 있었다. 닌텐도도 스플래툰의 초창기 부족한 콘탠츠를 업데이트와 페스를 통해서 극복하여 게임을 롱런 시킨 경험이 있다. 워존의 직접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도 엄청난 업데이트와 콘탠츠 추가, 게임 내 이벤트 등을 통해서 세계 최고의 배틀로얄 게임 타이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서비스 측면으로서 게임은 점점 플레이어를 장기적인 고객으로 인지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워존은 매년 발매하는 콜옵의 발매 주기 때문에 서비스 관리 측면에서 타 게임에 비해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올 10월에 새로운 콜옵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콜옵 워존은 고작 수명이 8개월 짜리 게임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게임에 돈을 쓰고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많겠는가? 이 부분은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아주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결론을 내리자면, 워존은 배틀로얄 장르의 새로운 방점을 찍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매우 재밌다.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 바로 워존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이게 얼마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 관리가 되고 유지가 될지는 매우 부정적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게임에 돈을 되도록 쓰지 않기를 권장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부분을 액티비전이 개선하지 않는다면, 콜옵 시리즈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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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우스 2020.04.14 18:49    

    별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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