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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소비자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직간접적으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고객 감동 경영은 크게 두가지 전제로 구성된다:1)매출의 대다수는 단골 고객의 재구매에서 비롯된다. 2)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 외에도 고객의 경험과 입소문은 장기, 단기적인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회사는 자체적인 만족도 조사나 고객 관계 관리 체계(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나 VOC(Voice of Customer) 같은 제도를 운영하여 고객이 이야기해주는 경험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고객감동 경영이란 이러한 세부적인 지표와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감동 경영의 목표란 1)고객의 재구매 유도와 2)불만 발생의 차단, 마지막으로 3)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유도다. 업계 내에서는 고객감동 경영의 우수 사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사례나 아마존에 매각된 신발회사 자포스의 경우를 많이 꼽는다:노드스트롬의 백화점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여 직원의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였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인용되는 유명한 사례는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할인 대상 물건이 매장 내에 없어서 '반대편 경쟁 매장'에 가서 물건을 '정가'에 구매하여 고객에게 '할인가격'으로 판매한 경우"일 것이다:얼핏 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지만, 이 사례로 인해서 노드스트롬은 '고객 감동을 위해 힘쓰는 회사'라는 인식이 고객 사이에 퍼졌다. 이 덕분에 제품 품질이나 기술에서 차이를 갖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드스트롬은 지속적인 단골고객을 창출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게 되었다.(관련 기사 : 노드스트롬의 고객관리)


자포스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자포스의 경우,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되었는데 여지껏 아마존에서 인수한 기업중 최고가였기 때문이다. 자포스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며 순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가 세계적인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자포스는 '콜센터' 조직이 강한 기업이란 것이다. 자포스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신발은 인터넷으로 사기 어렵다(실제 신어보기 전까지는 치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자포스는 콜센터를 통해서 구매 후 고객의 구매 만족 여부를 확인하여 신발을 인터넷으로 사도 안심할 수 있게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매한 신발을 회사 내규를 어기면서 내부 비용으로 환불 처리하고, 고객에게 위로의 카드와 꽃까지 보낸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는 노드스트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교과서에서 자주 다른 사례 중 하나이며 자포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관련기사 :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지는 기업 자포스)


그렇다면 자포스와 노드스트롬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이란 무엇일까. 크게 2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1)전 임직원이 CS에 대한 목표와 의식을 공유할 것, 2)현장 직원에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여기에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킬 것이다:대부분의 고객 클레임은 고객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객에게 프로세스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기업은 항상 1)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2)기업이 제공하는 현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3)그러한 괴리를 어떻게 채우고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4)고객의 인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라는 세부적인 목표들과 과제들을 설정하고 과제를 수행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풀은 지키면서, 경쟁 기업의 고객을 빼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재/서비스 업계에서 고객 감동 경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업계만큼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고객감동 경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희미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업계가 이미 기관에 의해서 '이 기업을 얼마나 추천해줄 것인가'라는 조사를 받고, 그 조사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게임 업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봐도 이를 정의 내리기 힘듬을 알 수 있다(관련 링크:KNPS 2018) 물론 게임 산업 자체가 규모가 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전통적인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과는 달리 서비스나 제품에 따라서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제품과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의 개념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은 전통적인 고객 감동 경영에서 유리되어있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 역시 점점 라이브 서비스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경험을 관리하고 만족을 도출해서 이탈 고객을 방지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을 내기만 하면 어느정도 유저풀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 층을 발굴하거나 경쟁상대의 고객들을 빼오고 자신의 고객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어서 고객 감동 경영의 요건을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의 경우,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업들은 고객과 서비스가 접촉을 하는 MOT(Moment of Truth, 관련 링크)를 설정하고, 이 MOT 단계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의내려왔다. 인사, 예절, 복장 등등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 업종 관계자들은 이런식으로 표준화되고 훈련되었기 때문에 기업이 운영하는 어느 지점을 방문해도 통일성 있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경험의 제공은 고객 감동 경영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분명 게임도 서비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MOT로 구분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예를 들어, 게임 접속이나 매칭이 잡히기 까지 기다리는 순간,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하며, 결과를 결산하는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세부적으로 정의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접점들은 각각 접점에 따라서 개선해야하는 문제와 이슈들이 존재하며, 게임 산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게임 산업 자체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를 구성하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양식에 근거하여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UI를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경험 접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대원칙이 있고, 오랜 기간동안 장르 문법으로 업계에 통용되는 양식이 존재하지만 타산업에 비해서 이 양식과 절차라는 것은 교과서라기 보다는 참조해야하는 레퍼런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일 것이다:일반적으로 게임은 개발에 몇년이 투자되며,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플레이어 경험의 80~90% 정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수십 ~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한번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실시간으로 수습하는 것은 힘들고,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즉, 여타 서비스 산업에 비해서 몇백배나 되는 고객 접점을 갖고 있으면서, 양식으로 표준화해서 관리하기 힘들고, 초기 개발의 요건들이 플레이어 경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서비스 산업의 끔찍한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20년 동안 온갖 쓰레기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실패를 거치면서 게임 산업은 장인(스타 개발자) 중심의 가내 수공업에서 탈피해 산업으로서 노하우를 쌓아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이제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아닌 플레이어라는 고객을 감동시키고 서비스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나가야 서비스 산업으로서 진일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산업이 고객을 자사 브랜드(=게임 프랜차이즈들)에 묶어두는 방법은 전통적인 소비재/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 좀 다른 방법론이라는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에서 1)과 2)는 분명 어느 회사나 가져야 하는 기본사항이긴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본 사항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 업계에서 보여지는 고객 관리 전략의 핵심은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합니다!'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들의 고객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사 제품을 구입했을 때 '감동할 수 있는 사람'만 고객으로 끌어들이게끔 고객 감동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케팅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취향을 게임에 맞추는 극단적인 케이스'까지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게임 개발사가 통제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사례일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경우, 논란이 있을법한 구시대적인 게임 플레이와 대중 문화에서는 마이너한 장르라 할 수 있는 서부극을 갖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게임을 만들었다. 최근의 게임 산업 트렌드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주면서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게끔 만드는 쪽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이를 역으로 거슬러 오른것이다. 물론 락스타 게임즈가 레데리 2에서 보여준 편집광적인 디테일과 배짱은 충분히 높게 살 부분이긴 하지만, 만약 마케팅을 통해서 이를 포장하지 않았다면 게임 자체의 성공은 오히려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보다 불투명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서 게임(라이브 서비스, F2P 등등)이 점점 강해질수록,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관리라는 측면에서의 고객감동 경영은 게임에도 도입되는 것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로써는 어떠한 모양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BM 뿐만 아니라 자사 게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게임 업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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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스위치 버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아는가. 닌텐도에서 개발한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악마성 드라큘라:월하의 야상곡이 대표적인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어원 자체도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라는 두 프랜차이즈 명을 접합한 것이었다. 메트로배니아의 개념은 단순하다:기존 횡스크롤 아케이드의 스테이지 구성이 점과 점을 잇는 직선의 개념이었다면, 메트로베니아에서 스테이지는 방향성 없는 면의 개념이다. 처음 게임 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능력이 해금될수록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커진다.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은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탐색'의 개념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장르와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섞은 '로그배니아' 장르를 표방하면서 등장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죄수가 되어서 감옥을 탈출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데드셀이 표방한 로그배니아라는 장르 자체가 그 원류가 되는 캐슬배니아라는 장르와는 상당히 어긋나보인다는 점이다:먼저 캐슬배니아 장르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에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단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가령 기존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는 능력을 해방하는 위치와 목적지, 그 사이의 이동 경로 등을 개발자가 세심하게 조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장르는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이지나 아이템 구성이 달라지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러한 무작위성은 얼핏 보기에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사람이 개입된 스테이지 디자인과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드셀은 이 둘을 잘 섞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데드셀에서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를 최대한 빠르게 탐색해서 출구를 찾아내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한다. 데드셀은 기본적으로 달리고 점프하는 등 상당히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동작 자체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게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데드셀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완주다:플레이어는 세포와 돈, 레벨업, 장비 등을 들고 스테이지의 시작에서부터 출구까지 가야하나 중간에 적이나 트랩에 당해서 죽게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데드셀의 경우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세포를 이용해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고 체력 회복 물약을 보급할 수 있는 막간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즉, 스테이지를 완주할 수만 있다면, 플레이어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중간 기점이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 템포를 독특하게 가다듬는다:달리기처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가 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아이템 트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초반 플레이에서 해야하는 것은 세포와 아이템을 들고 다음 스테이지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완주하기 시작하면 데드셀은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과 세포를 이용한 영구 업그레이드가 함께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데드셀에서 세포를 이용한 영구적인 업그레이드 개념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포는 적을 죽일 때마다 확률적으로 생기며, 막간 스테이지의 수집가에게 제공하여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때 사용한다. 특히 데드셀에서 업그레이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아이템풀을 추가하는 것 외에 회복약의 사용 회수를 늘려주거나 초기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는 강력한 기능들을 해금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해금들 중 회복약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플레이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점의 아이템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 바꾸는 재입고 기능이나, 초기 아이템 선택지를 늘려주는 기능 등 이러한 영구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들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향이다. 이런식으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게임은 육성폭이 늘리고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든다. 이는 플레이어의 게임 학습 곡선과 맞물리면서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스테이지를 완주하고, 업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지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서부터는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세포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완주하는 쪽이었다면, 후에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고, 레벨업을 위한 스크롤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해금된 기능이 늘어나고 기능을 해금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처음에 비해서 게임 플레이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다. 데드셀의 레벨업 구조는 단순하다:플레이어는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잔혹성/전략가/생존술 3개의 스크롤을 확보하고, 원하는 스텟을 찍어서 올린다. 스텟을 찍으면 그 스텟에 해당하는 장비의 성능과 체력이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 스텟을 설정하는 것으로 육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편리하다. 


데드셀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재해석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기능 해금과 게임 학습에 따라서 탐색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의 매트로배니아에서 '저기까지 어떻게 도달하는가?' 라는 탐색이 핵심이었다면, 데드셀에서는 출구를 찾되 어떻게 내가 최대한 이 스테이지에서 많이 챙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가라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매트로배니아의 탐색이라는 요소는 동일하지만,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무작위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데드셀에서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장르가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속도감'으로 뭉겠다는 점이다:달리고 구르고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등 게임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적의 배치나 통로의 구성과 같이 무작위로 구성된 디테일들은 묻힐 수 밖에 없다.


대신 데드셀의 스테이지는 각각 스테이지의 큰 특징들을 설정해둔다:독성 하수도의 경우, 독성 액체가 찬 바닥을 설정한다던가, 잊혀진 영묘에서는 등불이 없는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데미지를 입게끔 설정한 것처럼 각각 스테이지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이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데드셀은 스테이지 측면에서 특징으로 커버한 것이다. 이러한 스테이지들의 특징들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지만, 게임 내에 배치되어 있는 트랩들의 디테일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게임에 익숙해지면 트렙에 맞아 죽기는 커녕, 트렙 자체를 맞아가면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데드셀이라는 게임은 원류라 할 수 있는 매트로베니아 장르를 로그라이크에 맞게 잘 해석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격에 대비하여 상당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제공해주는 게임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매해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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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 오리지널 기준입니다. 흥망성쇠나 몰려오는 폭풍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문명 시리즈를 리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크게 두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첫번째, 문명시리즈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전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이 시스템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전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대단히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문명의 개별적인 시스템들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도시의 입지와 자원 개발, 확장과 전투, 건설과 운영 등등 개별적인 요소들은 하나의 게임으로 독립해도 될정도로 덩어리가 크지만, 문명 시리즈는 각 요소들은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배치한다. 


이런 점은 문명 시리즈의 시작이 보드게임이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사람이 다룰 수 있는 규모로 게임 요소들(카드와 말이나 보드 등등)과 룰을 간단화하고 축소시킨 뒤, 요소들과 룰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연산'하게 만드는 보드게임 장르 특징은 문명에서도 비슷하게 발현된다. 다만, 문명의 경우, 보드 게임의 요소들을 몇배로 확장하였다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즉, 개별 개별의 요소들은 보드 게임 처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요소들이 뭉쳐서 큰 덩어리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큰 덩어리를 플레이어가 직접 머릿속으로 판단하면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문명을 리뷰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결국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든 요소들을 파악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단계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원인은 시리즈 자체가 추구하는 전체적 경험 자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명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1편에서부터 6편까지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문명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몇몇 안되는 부족을 이끌어 도시를 세우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영토를 확장하며 거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실, 종교가 추가된 4편, 시스템 간략화가 일어난 5편,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6편과 같이 문명 시리즈는 게임 컨셉에 굵직한 변화들이 매 작품마다 있었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게임의 목표와 경험(물론 세부적인 흐름과 경험은 분명 다르지만)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전체의 경험(문명을 일으키고 흥한다)라는 관점에서 작은 부분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세밀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리뷰에 있어 딜레마(?)는 문명 시리즈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소위 4X 게임(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먼저 명명한 장르로써 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활용, eXterminate섬멸)이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경험을 정리할 때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다. 이는 4X 게임 자체가 문명과 같이 플레이어의 경험을 개별 요소로 표현하기 보다는 하나의 큰 경험 아래 단순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로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게임의 0부터 100까지 모두 논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왜 그 경험이 나왔는지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을 논할 때는 0부터 논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경향성(플레이어가 국가를 세우고 운영하는 경험)과 작은 시스템들이 얼마나 그러한 요소에 부합하는지를 간략하게 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문명 6의 전반적인 변화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러한 변화점을 대표하는 시스템이 바로 유레카다:전작들이 지형과 자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었던 것 때문에, 초기 시작 위치은 매우 중요했다. 이러한 무작위성을 줄이기 위해서 문명 6는 유레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유레카 시스템은 과학/사회 정책을 연구할 시 특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진척도가 절반이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플레이어가 도시 개발 외에도 적극적으로 다른 부가 행동들(특정 시설을 건설한다던가, 유닛을 생산하거나 전투를 하거나 등)을 하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유레카 시스템 때문에 역으로 초반 빠른 발전을 위한 테크트리가 고착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는 유레카 달성 조건들이 대부분 비슷한 것들끼리 뭉쳐서 계열화되었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정형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유레카 시스템 덕분에 기술 개발이 이전보다 빨라져서 플레이어가 진행에 있어 상당히 압박을 받는 경우도 많다. 고대 불가사의를 올리다가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전반적으로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아서 빠르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플레이에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게임을 하게끔 만든 것은 좋았지만,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은 나머지 특정 플레이 스타일을 유도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도시 개발의 부분에 있어서도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제 도시 시설들은 특수 지구로 분리되어 나갔으며, 특수 지구는 도시 내의 타일 한 칸을 차지하여 별도로 건설을 하여야한다. 또한 기존 건설자가 무한히 타일 개발을 할 수 있는데 비해서, 6편의 건설자는 제한적인 숫자로만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이 도시 특수 지구들의 효율은 매우 높아서, 하나 지어놓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율을 보여준다. 또한 건설자도 사용횟수에 제한이 생긴 대신에 한 턴에 시설을 제작할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점들은 플레이어가 자신이 집중할 요소들을 능동적으로 정하고 거기에 집중 투자할 시, 빠르게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가 한번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 플레이가 빨라지고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동시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상당히 난해해졌다는 느낌도 같이 있다. 도시 특수 지구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인접한 타일들을 잘 고려하여서 배치하여야 하는데, 도시 내의 다양한 자원이나 시설들을 고려하여서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서 시설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난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불가사의 건축이다:불가사의의 경우, 전작들과 다르게 '조건에 부합하는 지형'에 설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설치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물론 한번 건설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최대의 시너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처음 도시 입지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난이도가 올라간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명 6의 이러한 큰 변화들이 여전히 시리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장르'와 맥이 닿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문명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텔라리스와 비교를 해보자:스텔라리스에서 플레이어의 제국이 커질수록, 제국은 작은 자치령으로 분할되고 각 자치령은 AI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관리되게 된다. 즉, 규모가 커질수록 플레이어의 손을 벗어나서 자동적으로 관리되는 영역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의 경우, 여전히 모든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내에 놓여 있다.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외교나 과학기술 연구, 도시 개발 등의 요소들에 변화를 주었지만 '어느 한쪽이 복잡해지면 다른 한쪽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관리하는 게임 시스템과 요소의 범주를 전체로 정해두되, 그 총량을 정량화 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문명 6는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를 두고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문명 6은 전작들에 비교해서 파격적으로 효율을 올리는 요소들(특수 지구 같은 것들)을 도입하되 역으로 제한을 두고(건설자 건설 회수 제한 같은) 플레이어가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가게끔 만들었다. 그것이 큰 틀에서는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91년 첫 발매 후 근 30년 가까이 지속된 프랜차이즈의 매력과 정체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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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호러 장르는 꾸준한 흐름이다. 호러라는 장르가 많이 팔릴 수 없는 특수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형성된 팬층은 계속해서 장르에 충성하며 게임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2019년 1월에 나와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레지던트 이블 2 리메이크 버전이나, 미카미 신지의 이블 위딘 시리즈,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게임 등등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르의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은 점프 스케어 같은 공포 연출에 있지 않다. 오히려,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본다면 서바이벌 호러의 핵심은 자원 관리와 매니지먼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은 바로 불편함과 결손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들은 일반적인 장르 문법에서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배치하고, 자원을 적게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가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5편 발매 당시 있었던 촌극에서 들어난다:시리즈가 20년이 다되어가는 상황에서 어째서 그 흔한 무빙샷조차 지원하지 않느냐는 팬덤의 부정적인 반응에 바하 5 제작진이 '움직임을 제한함으로 다가오는 공포를 표현한다' 라고 답변하였기 때문이다. 이 답변이 나왔을 당시에 사람들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비난의 아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답변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충분한 답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데드 스페이스라는 다크호스가 튀어나오면서, 바하 5는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데드 스페이스는 무빙샷이 되고, 바하 5는 되지 않았다 라는 이분법적인 접근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 1편은 환각과 좀비, 외과 수술과도 같은 날카로운 연출, 게임 플레이 시스템 등을 통해서 호러에서 벗어나 재난 블록버스터가 되어가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는 다르게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소 공포증이 느껴지는 이시무라 호의 선체,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기괴한 육벽에 의해서 뒤틀려져 가고 환각이 잠식해가는 스테이지들, 아이작을 찢어 죽이려 하는 네크로모프의 디자인 등은 새로운 서바이벌 호러 프랜차이즈의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 1편이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흥미로웠던 점은 무기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론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게임 전투 디자인은 기존의 액션 TPS와는 사뭇 다른 구조를 보여준다: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점 형태로 공격하는 총기류의 무기들이 일반적인 공격 방법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의 경우, 네크로모프의 경이적인 맷집 덕분에 한마리의 네크로모프를 잡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탄약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적에 알맞는 공격 방법을 취함으로써 플레이어는 게임을 좀더 여유롭거 풀어나갈 수 있다. 달려오는 네크로모프의 다리를 끊어서 움직임을 봉쇄하거나, 어깨의 거대한 낫을 날려버림으로써 공격 수단을 봉쇄한다던가, 키네시스 모듈을 사용해 잘려나간 낫을 무기로 재활용해서 날려버릴 수 있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했다. 요컨데 데드 스페이스 1편은 네크로모프라는 독특한 몬스터 디자인을 전제로 해서 게임 플레이 자체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기에 데드 스페이스 1편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 특유의 정체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듯이 접근해서는 안된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 답게 게임에서 탄약이나 회복제 등은 적게 나오고, 적에 따라서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제한된 자원과 불편한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이 데드 스페이스 1편의 매력이자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재미를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2부터는 게임의 기조와 방향성을 점점 '대중적인' 방향으로 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호러는 팔리지 않는다. 데드 스페이스 1은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었지만, 약 2년 간 전체 판매량이 200만장 정도 밖에 안되었다. 후속작이 나왔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수익이 되었겠지만, 트리플 A 게임 관점에서 본다면 200만장은 많이 팔렸다고 보기 힘든 숫자였다. 그렇기에 좀 더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데드 스페이스 2가 주목한 부분은 '슈팅의 전략성과 과격함'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무기 업그레이드 부분에 있어서 최종 업그레이드 시, 더 강력한 속성을 부여한다던가(플라즈마 커터의 경우, 최종 업그레이드 시 공격 받은 부위에 불을 붙여서 지속 데미지를 입힌다) 흉악한 설정의 무기들을 추가한다던가(거대한 창을 쏘는 자벨린 건 같은) 소소한 부분에 변화를 주었다.


이러한 대중적인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데드 스페이스 2가 여전히 잘 만들어졌던 데드 스페이스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1편에 기반'하였기 때문이었다. 2편은 핵심적인 게임 메카니즘은 바뀌지 않았고, 연출을 대중적으로 다듬었을 뿐 여전히 1편이 갖고 있는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데드 스페이스 3의 실패는 2편의 성공(전작의 두배인 400만장 정도가 팔렸다)을 엉뚱하게 과대 해석한 덕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 2는 분명 대중적인 연출로 다듬어졌지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라는 점에서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 3는 '대중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공하였다' 라는 부분에만 집착하여 게임의 전제가 되는 네크로모프의 디자인을 뒤엎고 무기를 조합하는 3인칭 슈터 게임을 만들어버리고 만다. 


3편의 네크로모프는 전작들과 달리 미친듯이 달려오고 공격을 가하는데다가 어설프게 사지절단을 했다가 더 강해지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게임은 플레이어의 화력을 대폭 늘려버렸다. 3편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속성을 가진 무기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고, 거기에 칩으로 강화까지 할 수 있다. 덕분에 게임은 무기를 들고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 화력을 압도적으로 쏟아붓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탄약까지 1원화 시킨 덕분에 강력한 무기를 플레이어가 제약 없이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1편이나 2편과 달리 이런 점에서 3편은 큰 문제점이 있었다. 물론, 다양한 기능을 지닌 무기를 만든다는 발상은 충분히 매력적이긴 했지만, 문제는 데드 스페이스 3가 여전히 데드 스페이스 1편과 2편의 게임 시스템을 개보수 해서 사용하고 있다는데 있었다. 3편에서 새로운 요소와 과거의 요소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순 덩어리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3편의 실패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매력을 어떻게든 살려내었던 1편과 2편에서 벗어난 것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 비서럴의 오판이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EA 라는 퍼블리셔의 농간이 개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3편의 실패는 뼈아팠다는 것이다:게임은 목표 판매량에 도달하지 못했고, 비서럴 스튜디오는 해체되었으며, 시리즈는 더이상 제작되지 않게 되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6편의 실패 이후, 7편과 리벨레이션즈, 2편 리메이크를 통해서 살아난 점을 생각하면 대조적인 부분이다. 특히, 바이오하자드 2편 리메이크의 경우, 고전적인 게임 플레이를 훌륭하게 재현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서바이벌 호러 장르가 여전히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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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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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쓰여진 버전은 스위치 버전입니다.

베요네타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 등으로 유명한 플래티넘 게임즈는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 회사라 할 수 있다:베요네타 시리즈 위치타임이나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튕기기/베기 액션 등은 여타 게임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개성들은 플래티넘 게임즈가 전형적인 트리플 A 게임과는 다소 떨어진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래티넘 게임즈이 만든 작품들의 연출들은 '과장과 집중'에 초점을 맞춘다. 베요네타의 예처럼,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순간 시간이 느려지면서 발동되는 위치타임은 플레이어에게 공격 이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튀는 물방울과 느려진 적들을 과장되게 그려냄으로써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쥐고 컨트롤한다는 우월함을 제공한다. 즉,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들을 배치한 후에 과장되게 그려놓고, 플레이어가 이를 통제하게끔 한다는 점이 플래티넘 게임즈가 만든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인 것이다.

오오카미는 그런 의미에서 플래티넘 게임즈의 작품들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구 캡콤의 클로버 스튜디오의 주요 멤버들(미나미 타츠야, 이나바 아츠시, 카미야 히데키 등)이 넘어와서 만들어진 것이 플래티넘 게임즈이고, 클로버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 오오카미였다. 발매 후 미적지근한 마케팅 등으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오오카미는 2006년 발매 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플레이어들이 즐길 정도로 숨겨진 명작으로 불린 작품이었다. 물론, 잘 만들어진 작품을 뼛속까지 우려먹겠다는 캡콤의 징글징글한 정책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지만(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이식된 바이오하자드 4를 보라), 스위치 버전으로 이식된 오오카미 절경편은 원판의 색감과 아름다움, 그리고 훌륭하게 이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오카미에 있어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점은 바로 그래픽이다. 오오카미는 수묵화 특유의 강렬한 붓터치, 그리고 우키요에 특유의 화려한 색감을 이용하여 게임 그래픽의 기본을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13년 전 게임이라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젤다의 전설:바람의 지휘봉 HD에서도 보여준 미학과도 유사하다. 오오카미는 그래픽의 디테일을 뭉게는 대신(텍스처나 광원 같은) 원색의 색감을 강조하여 플레이어에게 인상을 심는다. 

여기에 헥사드라이브의 이식이 빛을 발한다. 기존의 오오카미는 PS2와 Wii 버전으로 나온 게임으로, 현세대 게임들에 비교하면 낮은 해상도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위치로 이식되면서 헥사드라이브는 색감을 더 명징하게 구성하고, 프레임을 60 프레임에 맞추면서 오오카미의 세계를 더 아름답고 명징하게 구성하였다. 스위치 버전의 경우,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이 있긴 하지만 휴대용 스크린 기준(720p)에서는 색 표현이나 전반적인 퍼포먼스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그래픽에 걸맞게 오오카미는 일본의 신화와 전설을 주요한 테마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아마테라스는 어둠으로 물든 세계를 회복시키는 사명을 띄고 일본 전역을 여행한다. 기본적으로 오픈월드의 구조이긴 하지만,  현대적인 오픈월드(GTA와 같은) 같은 높은 밀도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오오카미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몇가지 숨겨진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염주 구슬이나 클로버 싹 같은), 요즘의 오픈월드 게임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단순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13년 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오카미의 콘텐츠는 절대로 작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그래픽과 테마 덕분에 오오카미는 소소하게 흩어져있는 퍼즐들이나 할거리를 찾아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오오카미가 일본 신화와 전설을 해석 하는 방식이다:오오카미는 일본 신화와 전설을 과장되고 유쾌한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달에서 내려온 카구야 공주의 설화의 경우, 카구야 공주의 복식을 우주복(?)처럼 꾸미게 했다던가, 카미키 마을의 촌장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면서 제의를 올리는 것이나 스킬을 가르쳐주는 호랑이 사부가 머리통이 뱅글뱅글 돌아서 성격이 바뀌는 장면들은 유쾌하기 짝이 없다. 오오카미는 일본 신화와 전설의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지만, 수묵화의 단순한 붓 터치와 화려하고 동화적인 색감, 그리고 그에 걸맞는 유쾌한 케릭터 묘사 등을 통해서 게임을 엄숙함이 아닌 유쾌하고 즐겁고 신나는 형태로 풀어낸다. 

그리고 이는 플래티넘 게임즈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연출의 원형이다:베요네타의 경우처럼, 갑자기 주인공이 적과 댄스 배틀을 벌인다던가, 게임 장르가 갑자기 슈팅 게임으로 바뀐다던가 등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유쾌하니까 왠지 모르게 넣어봤다 식의 묘사들이 오오카미에도 들어 있다. 물론, 베요네타와 같이 막나가지는 않지만, 오오카미는 과장된 케릭터들의 유쾌한 모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는 진지함을 잃지 않음으로써 훌륭하게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오오카미 내의 각각의 이야기들은 기존 전설이나 신화의 모티브를 과장된 형태로 재해석 하긴 하였지만, 그 원형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오카미의 이야기와 케릭터들은 현대적인 가벼움과 함께 어딘가 옛날 구전 동화를 읽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오카미의 게임 플레이는 게임 그래픽과 테마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오오카미의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젤다의 전설과 비슷하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도구를 주고, 플레이어는 주어진 도구를 사용하여 퍼즐을 풀어나간다. 젤다의 전설이 도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도구이자 전투를 풀어나가는 범용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던 걸 생각한다면, 오오카미의 게임 플레이는 정진정명 젤다의 전설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오카미는 젤다의 전설과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붓을 활용한 상호작용’이다.

오오카미의 주인공 아마테라스는 천상의 신으로서, 만물과 상호작용하는 천상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 천상의 기술은 수묵화의 붓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데, 게임 플레이 도중 플레이어가 그림을 그리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때, 게임 내에서 시간은 멈추고, 플레이어는 도화지가 된 세계에서 오른쪽 스틱을 이용하여 상호작용하고 싶은 대상에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먹물을 칠하고, 천상의 기술을 발동한다. 일견 복잡해보이는 과정이지만(게임 플레이 중, 붓그리기 모드 돌입 - 대상에 붓으로 그리기를 함 - 기술 발동), 이것이 부드럽고 직관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오오카미의 게임 플레이는 잘 구성되었다. 

핵심은 그리기로 상호작용하는 것 자체가 직관적이라는 것이다:무언가를 잘라내고 싶으면 자르고자 하는 대상을 일직선으로 그어버리고, 무언가 복원하고 싶으면 복원하고자 하는 대상 위를 먹물로 덧칠하던가, 물이나 불 얼음과 같은 물건으로부터 기운을 옮기고 싶으면 단순히 원천이 되는 대상에 붓을 찍은 뒤 원하는 곳으로 한 붓 그리기를 하면 된다. 이러한 직관적인 상호작용은 퍼즐을 풀 때,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불이 길을 가로막고 있으면, 물을 끌어다 오면 된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서 끌어다 올까? 추상적이고 자기만의 규칙에 갇혀있는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퍼즐들과 다르게, 오오카미는 전반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대상과 풀어야 하는 퍼즐이 직관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퍼즐의 해법을 탐구하게끔 하는 강점이 있다.

물론 그리기 조작의 경우 우측 스틱을 활용한 조작이 다소 껄끄러울 수 있지만, 게임 자체는 그 이상의 복잡한 조작을 요하지 않는다.(좀 더 직관적으로 하고 싶다면, 조이콘을 분리해서 모션 콘트롤로 조작하면 허공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직관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복잡한 조작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사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게임을 구성하였다는 점에서도 오오카미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오오카미가 붓을 이용해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게임 내에서 그리기 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게임 내의 시간은 멈추게 되고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카메라를 돌려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기 모드로 들어가고 나가는 것에 패널티가 없다. 대신 게임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간에 정확하게 그리기 모드로 들어가서 정확하게 그리는 상황을 요구한다. 또한 추가적으로 그리기에 제약사항(먹물 게이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는 더더욱 쉽지 않다.

특히, 보스전의 경우 이런 상황들이 빈번하게 연출된다. 플레이어는 보스가 만들어내는 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순간에 그리기 모드로 들어가서 정확하게 기술을 발동시켜야 한다:가령 첫번째 보스인 거미 귀신의 경우, 주변에 떠있는 앵커를 이용해 보스 몸에 갈고리를 걸어야 하는데, 보스가 주기적으로 걸어둔 갈고리를 풀어내기 때문에 보스가 바닥에 붙어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신속하게 갈고리를 보스 몸에 부착하여야 한다. 이 순간, 플레이어는 그리기 모드를 이용해서 보스 몸에 갈고리를 붙일 수 있는 카메라 각도와 그릴 수 있는 위치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극도로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데, 이는 플래티넘 게임즈의 최근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연출과 일맥상통한다:베요네타에서 위치타임을 발동하였을 때 세계가 멈추고 나만이 움직이는 감각,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에서 배기 모드를 사용하였을 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정확하게 참탈할 수 있는 각도를 찾아내는 것들과 같이,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플래티넘 게임즈 작품들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오오카미는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매력적이고 재밌는 작품이지만, 몇몇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결점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퍼즐에 대해서 지나치게 힌트를 많이 준다는 점이나, 퍼즐 난이도가 천차만별인 점(특히 벽 요괴의 약점 짚기라던가), 전투에 있어서 공격 콤보가 다소 단조로운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운 부분들은 분명 후속작 등을 통해서 더욱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다소 껄끄럽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그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오오카미 절경편은 지금 시대에 와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훌륭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PS2 시절의 게임인 만큼 한계점도 명확한 게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오카미에는 독특한 연출과 아름다운 세계, 그리고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가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플래티넘 게임즈 작품들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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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타고 항해하는 요소까지 해금하고 쓰여진 글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는 한국과 전세계를 통털어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MMORPG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MMORPG라는 장르의 흥망성쇠는 얼마나 장르가 ‘세분화’되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MMORPG에서 성장과 빠르게 촉진시킨 AOS 장르, 대규모 멀티플레이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배틀로얄 장르, 그리고 조작을 간소화 시키고 파밍과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모바일 MMO 장르까지 MMORPG의 성공 모델은 각각의 세부 장르로 쪼개짐으로써 자기 특색을 잃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모든 것이 다 있는 MMORPG를 찾기보다 MMORPG에서 자신이 원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세부 장르를 찾아서 플레이하기 시작했고, MMORPG 장르는 급속한 몰락을 맞이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모든 장르가 RPG의 성장 요소와 스킬 요소를 갖게 된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RPG가 끝까지 ‘스토리텔링’이라는 강점을 갖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MMORPG는 자신만의 분명한 강점이 오히려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였다:MMORPG는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 작은 사회를 구축하여 오랫동안 플레이어가 세계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MMORPG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플레이어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가중된다는 것이다:짧은 시간에 비슷한 효용을 내는 게임이 많아질수록 MMORPG 장르는 상대적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는 이러한 장르와 시장 트렌드를 거꾸로 올라간다. 디아블로와 같은 핵앤슬레쉬 파밍 장르와 MMORPG를 섞은 로스트 아크는 이미 타 장르의 장르 특성을 흡수당해서 사멸한 두 장르를 섞어 버렸다. 20년전 기준에서 본다면, 로스트 아크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꿈이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에서는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한 위험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처음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던 것이 5년전이었고 그 5년동안 한국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력이 들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점에서 로스트 아크는 서구나 일본에서는 흔하게 정착된 전형적인 트리플 A 게임 개발론이 한국식으로 재해석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수 있는 위험한 기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다. 흥미롭게도 로스트 아크는 상반된 두가지 트렌드(게임 시장의 최근 트렌드와 고전적인 향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섞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빠르게 강해지고 그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점 등은 최신 게임의 트렌드에서 받아들인 부분이다. 특히 레벨업 구간을 일직선형으로 만든 점, 수십 수백명의 적들이 플레이어에게 달려들고 플레이어가 이런 적들을 상대로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 시네마틱 카메라나 이벤트 퀘스트 등은 최신 게임의 트렌드에 발맞춤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로스트 아크는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 디아블로 3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였고, 그외의 트리플 A 게임에서는 연출이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였다. 특히 게임 플레이와 파밍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MMORPG와 게임의 파밍 동선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플레이어에게 정체된 느낌 없이 끊임없이 무언가 진행되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와우나 여타 MMORPG가 레벨업 중 백트레킹으로 왔던 지역을 또다시 돌아가는 요소들을 넣어두는데 반해서, 로스트 아크는 레벨업이 모두 끝난 이후에 다시 백트레킹을 하게끔(모코코 씨앗이라던가, 모험의 서라던가) 요소를 배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이 게임은 처음 레벨업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속도감을 중시하고 일방향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최신 게임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고전적인 탑뷰 핵앤슬래시 장르를 끝까지 고수한다는 점이다:로스트 아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1인칭이나 숄더뷰 형태의 3인칭 카메라에서 다룰법한 연출을 철저하게 위에서 내려보는 형태로 다룬다. 이러한 카메라 연출 방법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드문 연출 방식이다. 왜냐면 숄더뷰나 1인칭 카메라 연출은 전형적인 영화적 연출에서 쓰이지만 탑뷰나 부감 샷의 경우, 영화에서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숄더 뷰나 1인칭 연출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탑뷰 형태의 카메라 연출을 고수하면서 최근 게임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연출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러한 연출 방법은 과거 RTS에서 보여주던 연출 방법론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워크래프트 3 같은 예를 보자. 수많은 유닛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전지적’인 관점에서 다루기 위해서 카메라는 하늘에서 수직하게, 또는 지면을 향해 살짝 비스듬하게 세계를 바라본다. 그것은 컷씬이든 실제 게임이든 통일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RTS 장르의 쇠락과 함께 이러한 연출은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것이 되었다. 로스트 아크는 이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전통을 다시 꺼내서 재해석한 셈인 것이다.

로스트 아크는 몇몇 부분에서 요즘 게임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요소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요소가 혼재되어있는 독특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은 바로 게임 내의 메인 스토리 텔링과 설정, 아트 스타일과 관련된 부분이다. 게임의 독특함과 별개로 아트 스타일과 스토리 텔링은 지난 몇년 동안 한국 게임 시장(특히 모바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클리셰를 따른다. 케릭터 조형은 선남선녀들이며, 설정은 무의미한 단어들로 점철되어 있다. 분명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대부분은 어디서 본 느낌이나 전개가 예측가능한 수준이다. 로스트 아크의 메인 스토리는 전적으로 어필해야하는 대중(특히 한국의 소비자들)들을 의식하여 게임을 만들었다는게 확연하게 눈에 띄며, 이런 부분들은 게임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다소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아쉽다 평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로스트 아크는 ‘한국’에서 만든 ‘트리플 A’ 게임이며,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나뉠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이 갖고 있는 흥미로운 부분들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라 할 수 있으며, MMORPG 장르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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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뉴 슈퍼마리오 디럭스 U가 스위치로 이식되어 발매되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위유로 나왔던 뉴 슈퍼마리오 U는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여타 마리오에 비교하여 보자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게임이었다. 재미는 있지만,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게임, 혹은 난이도가 너무 올라간 슈퍼마리오가 뉴 슈퍼마리오 U였다. 물론, 새롭게 이식된 뉴 슈퍼마리오 U 디럭스에서는 기존의 난이도가 높았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여서 새로운 케릭터들(낙사 방지, 적을 무시한다던가)을 추가하였다.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항상 2D 버전의 슈퍼마리오는 3D 버전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슈퍼마리오 64 이후로 3D와 2D 버전의 나뉘어져서 전개되었다. 3D 마리오는 최근 스위치로 나와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슈퍼마리오 오딧세이에서 슈퍼마리오 3D 월드, 그리고 전설적인 슈퍼마리오 갤럭시 시리즈가 있다. 그리고 2D 마리오는 DS로 나왔던 뉴 슈퍼마리오 시리즈와 위유 버전 슈퍼마리오 유, 그리고 슈퍼마리오 메이커가 있다. 하지만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플랫포밍 게임 취급을 받았던 3D 버전 슈퍼마리오와 비교한다면, 2D 슈퍼마리오는 항상 재탕에 재탕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패미콤 시절 슈퍼마리오 이후, 슈퍼마리오라는 이름을 적법하게 계승한 게임이 2D 슈퍼마리오 계열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2D 계열 슈퍼마리오가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을 어느정도 눈감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2D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마리오라는 게임 자체를 한계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그 이상을 추구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였다. 30년 이상된 프랜차이즈가 원작의 방법론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대가 바뀌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3D 마리오가 등장하고, 3D 마리오가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응당 프랜차이즈가 나아가야하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닌텐도는 여전히 2D 마리오의 직관성과 수요를 간과하지 않고, 계속해서 게임을 내기로 결정하였고 그 결과가 우리가 여지껏 보아온 2D 마리오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문제는 1)기존의 패미콤 버전 슈퍼마리오의 규칙을 따를 것(여기에 더하고 빼지 말것)과 2)난이도를 너무 올리지 않고 모두가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무언가를 만들 것이라는 두가지의 상충된 제작 규칙이 적용되면서 슈퍼마리오 2D 버전은 항상 보수적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미 지금 셀레스테나 할로우 나이트와 같이 뛰어난 2D 플랫포머 게임들이 존재하며, 여전히 전통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슈퍼마리오 2D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마리오'라는 프랜차이즈에 얽메여서 더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물론, 최소한 더 나빠지진 않겠지만) 심지어 동키콩 트로피컬 프리즈와 같이 난이도를 올리고 각 스테이지와 월드마다 자기만의 리듬과 난이도를 갖추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마리오라는 프랜차이즈는 대중적일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작정 난이도를 올려서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2D 마리오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매우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2D 마리오의 미래가 뉴 슈퍼마리오 U 같은 작품이 아닌 슈퍼 마리오 메이커와 같은 작품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케주얼과 하드코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코스를 만들거나 공유함으로써, 만드는 경험과 코스를 즐기는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게임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틀 빅 플레닛과 같은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2D 마리오의 전통을 슈퍼 마리오 메이커를 통해 한 데 합치려는 시도 자체는 슈퍼 마리오의 전통을 더이상 '만들어진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다함께 만들고 즐긴다'라는 개념으로 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뉴 슈퍼마리오 U 디럭스에서 이러한 것을 제한적으로 구현(동전 배치해 자기만의 코스를 제한적이나마 만든다던가)한 점은 이 게임을 즐기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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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아마존이 넷플릭스 식의 스트리밍 게임 산업에 뛰어든다고 한다(기사 원문) 아마존이 AWS 등을 통해서 클라우드 서버 사업에 있어서 부동의 1위라는 점, 이미 소니가 온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인수해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일부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클라우드 서버에 게임을 얹어놓고 스트리밍 형태로 쏴주는 사업은 이전부터 매력적이었다. 또한 패키지가 아닌 EA 오리진이나 PS+ 같이 '일정 기간 서비스를 구매하면 그 기간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같은 것들도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형 게이밍 플랫폼 모델은 경쟁력이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폰으로 서버에 접속해서 위처 같은 고사양의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스위치와 같은 애매한 성능의 기기는 사라지고, 자동전투와 같은 형태의 게임들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게임 업계가 트리플 A라는 게임 문법 아래 완벽하게 통일될 것이다.


물론, 그런일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분명, 온라이브 같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도 지금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훨씬 더 좋아졌다. PS4를 서버처럼 활용해서 비타나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로 접속하여 게임을 스트리밍 한다던가, PC에서 대형 TV로 화면을 송출해주는 스팀 링크의 존재라든가, 엔비디아 타블렛 실드의 존재라던가 이미 늘어나는 컴퓨터의 숫자를 이용해서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구분하여 개인용 클라우드 게임 환경을 구축해보려는 업계의 시도는 많았었다.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 플랫폼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이제 별도로 서버를 업체로부터 대여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도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활동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할 수 있다. 분명, 클라우드 게이밍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나 근미래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클라우드 게이밍이 게임 업계를 클라우드라는 깃발 아래 통일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먼저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이 기존 게이밍 플랫폼이나 환경에 비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은 콘솔이 아니더라도 모니터와 콘트롤러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어디서든지'라는 키워드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실현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야외에서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게이밍은 실내, 그것도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거치형/휴대형 콘솔의 하이브리드인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유저 상당수가 스위치를 '집'에서 플레이한다고 밝혔다.(관련 내용) 닌텐도가 스위치를 언제 어디서나 게임 플레이 가능하다로 포장하기 위해 많은 마케팅 자본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비한다면 다소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납득이 가는 결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동하거나 야외에서는 그나마 '덜 신경쓸 수 있는 활동'들을 즐긴다.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이러한 행위들의 핵심은 그렇게까지 많은 집중력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심지어 모바일로 진행되는 게임들의 대부분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동 중에 집중력있게 플레이하는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이지 않다. 심지어 한국과 같이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도 그러한데, 미국과 같은 땅이 넓어서 자가용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동하면서 게임을 즐긴다'라는 개념이 낮설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콘솔 게이밍이 불가능한 실내 환경에서 언제라도 게임을 한다라는 관점에서 스위치는 강점이 있는 기기이기도 하다(레딧의 유저글 : 스위치는 트럭 드라이버를 위한 완벽한 콘솔이다)


다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돌아와보자. 결국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실내에서 벌어지는 게이밍 플랫폼이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콘솔이나 PC와 같이, 이미 게임을 돌리기에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기진 기기들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콘솔을 살 필요 없이'라고 했지만, 정작 취미활동의 영역에 있어서 콘솔/PC 게임만큼 인프라와 자원이 적게 들어가는 취미활동도 없다. 특히 콘솔 게이밍의 핵심은 '적은 비용에 성능이 뛰어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기를 공급하는 것'이며, 개발되는 게임의 대부분이 이 콘솔의 사양에 맞춰지기 때문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클라우드 게이밍은 '가격적으로 안정되어있고, 이미 그 기능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으며, 몇천만대가 깔려있으며 표준적인 플랫폼'의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해야 하는 셈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한것에 초점을 맞춰서, 클라우드 게이밍이 휴대용 게이밍이나 모바일 게이밍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다. 게이밍 환경에 있어서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중요한 요소가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면의 '물리적 크기'(해상도가 아닌)일 것이다. 사람이 휴대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화면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이미 아이패드 수준만 되더라도 앉아서 들고 하기에 너무 부담되는 수준이며, 스위치의 경우에는 휴대 가능과 불가능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현대 트리플 A 게임들은 대부분 20인치 이상 거대하고 고해상도로 구성된 화면에서 즐기게끔 되어있다:디테일한 연출, 높은 해상도와 텍스처 등등은 작은 화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가시성과 시인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만다. 조작 체계 역시 문제다. 기존 모바일 게임들이 복잡한 조작이 필요없는 이유는 터치스크린이라는 범용적이지만 제한적인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터치 스크린 위에 구현된 가상게임패드와 같은 걸로 게임을 하다보면 복잡하거나 정교한 조작을 하는 트리플 A 게임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 측면에서 본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서버와 레이턴시의 문제다. 클라우드 플랫폼 게이밍의 경우, 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돌리고 영상의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송출, 플레이어가 그 영상을 보고 조작을 하면 다시 서버에 조작을 보내주고 연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환경은 다이렉트로 입력되고 금방 결과가 나오는 콘솔과는 다른 입력 렉이나 지연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서버가 어디에 구축되었느냐, 회선은 어떤 것을 쓰냐 등에 따라서 게임 환경이 천차만별로 유동적일 수 있다:온라이브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한국 내에서는 거의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알 수 있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위한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고 회선이 개선된다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이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성공이 물리적 환경이나 모바일 플랫폼을 선점한 것이 아닌, 독점력 있는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즉,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밖에 돌아가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모든 제반 환경들(기존 게이밍 환경보다 매력이 없음, 언제 어디서든지 플레이 가능하다라는 장점 살리기 힘든 현 게임 시장 구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레이턴시 등)을 고려하였을 때, 누가 선뜻 아마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선언할까? 이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미래가 부정적이라던가, 혹은 현 게임 플랫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은 게임 플랫폼 환경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컬에 놓여진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조하는 형태의 게임이나 콘솔이 등장할 수 있다. 일례로 엑스박스 원 게임인 크랙다운 3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해서 엑스박스 원이 갖고 있는 연산 성능의 배가 되는 연출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콘솔 자체가 오프라인 환경이나 레이턴시가 높은 환경에서도 구동될 수 있기 때문에, 크랙다운 3의 게임 내 연출이 모두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찌되든 크랙다운 3가 보여준 것은 이론적으로 '외부 클라우드 서버의 힘을 빌어 기존 콘솔의 컴퓨팅 파워를 능가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즉, 서버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여 내보내주는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이라는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클라이언트의 연산 성능을 뛰어넘은 게이밍을 가능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과 서버-클라이언트 간의 협업의 차이점은 어찌되었든 컴퓨팅 파워를 가진 물리적인 플랫폼이 현실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컴퓨팅을 서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액정과 입력 패널만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서버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버를 둘러싼 물리적인 제반환경들에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버-클라이언트간의 협업 관점에서 본다면, 어쨌든 물리적인 기반은 클라이언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없이도 어느정도 게임 내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으며, 스트리밍에 비해서 레이턴시나 이런 부분들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로컬의 기기가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춰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자:근래 나온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그 자체로도 이미 엑스박스 원 S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갖추었고,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은 스위치보다도 더 뛰어난 컴퓨팅 파워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사실, 이미 우리는 로컬에서 게임을 기본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제반 인프라를 갖춘 셈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부분이 합의되고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선 스마트 TV와 같이 어느정도 컴퓨팅 파워를 갖춘 기기에서 별도의 콘솔 구매 없이 언제 어디서라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클라우드 게이밍이 콘솔 업그레이드나 세대 교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위의 영상처럼 크랙다운 3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엑스박스 원의 성능을 뛰어넘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면, 이후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추가적인 게이밍 콘솔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항시 연결된 환경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항시 연결되어있어야 구동 가능한 게임도 현재 시점에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클라우드 게이밍은 주기적인 콘솔 기기 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지껏 등장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 환경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의 존재는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현제 게임 플랫폼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던진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물건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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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대난투 리뷰 상편(http://leviathan.tistory.com/2389)은 링크를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닌텐도는 오랫동안 유명한 게임 개발자들을 배출한 회사였다. 닌텐도의 유명 IP와 게임들은 아오누마 에이지, 미야모토 시게루, 이와타 사토루 등등 스타 개발자와 닌텐도라는 회사의 조직력이 결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들이었다. 또한 닌텐도는 스타 개발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후계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량을 갖추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개발자들이 주도하여 스플래툰 2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마리오 카트 8, 암즈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닌텐도가 갖고 있는 스타 개발자들과 후계자 양성, 조직력 등에서 빗나가있는 독특한 개발자가 있다. 커비 시리즈를 만들고 대난투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사쿠라이 마사히로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스스로 하드코어 게이머를 칭하며, 개발자이면서 수많은 게임들을 하고 패미통에 칼럼을 쓰고 책을 내며 TGS에 게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사쿠라이는 '승진해서 스태프와 경영에 관여하기 보다는 끝까지 게임 개발을 책임지는 개발자로 남고 싶다'라고 하며 닌텐도와 할 스튜디오를 뛰쳐나가 자신만의 게임 스튜디오인 소라를 신설하였다. 하지만 '명목상' 프리랜서인 사쿠라이에게 이와타와 닌텐도는 '대난투 개발을 진행할 시, 가장 먼저 알려주고 개발 의사를 물어보겠다'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DX 이후 사쿠라이가 개발한 대난투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닌텐도는 대난투에 있어서 그를 내부의 어떤 인원보다 더 신뢰하고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나왔던 대난투 게임들을 보았을 때, 닌텐도의 판단은 전적으로 옳았다.

대난투라는 게임의 핵심 콘셉트는 여러가지 게임 프랜차이즈들이 하나의 게임에 접합시키는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초기 대난투는 닌텐도 게임들을 모두 한대 모아보자는 다소 조촐한(?) 규모에서 시작되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규모 자체가 그렇게까지 놀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게임 시리즈가 지날수록 대난투의 야심은 더욱 담대해지기 시작했다. 닌텐도 자사 프랜차이즈에 등장한 게임들 이외에도 닌텐도 플랫폼으로 발매된 서드파티 게임들, 심지어는 닌텐도와 상관없는 서드파티 게임(파이널 판타지 7 같은)들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난투는 이제 한 게임 회사의 프랜차이즈를 집대성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 시장과 문화를 집약시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게임 역사상 그 누구도 하지 못했었던 거대한 규모의 콜라보레이션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가 있었다.




대난투 얼티밋이라는 게임을 이해하려면 먼저 닌텐도 64부터 대난투 시리즈가 '피규어와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손을 테마로 콜라보레이션 게임을 만든 것'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닌텐도는 대난투 시리즈 내내 이 콘셉트에 집요하게 집착하였다. 사실, 대난투 처럼 피규어가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란 것 자체는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생소하더라도 이미 여러가지 게임들(아미맨이나 기타 등등)이 이러한 피규어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든 게임 역사를 뒤져보면 전례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난투의 경우에는 이 콘셉트 위에 게임의 모든 것을 실어올렸다. 게임내 수집요소인 피규어라던가, 시리즈 전통의 보스가 손으로 등장한다던 점이라던가, 실제 대난투의 피규어 컨셉을 아미보라는 실물 피규어로 옮겼다던가 등등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단순히 게임 전체를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콘셉트로 작용했을 법한 요소들을 대난투는 끝까지 놓지 않고 그 위에 게임을 쌓아 올린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난투 3DS/Wii U(가칭 대난투 4)는 대난투 얼티밋을 위한 전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대난투 얼티밋 자체가 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얼티밋이 보여준 전원 참전과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거대한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대난투 4에서부터 기조가 잡혔었다. NES 시절 전설적인 플랫포머 게임이었던 록맨이 참전하더니, 팩맨이 등장하고, 사실상 인수하다시피한 제노블레이드 프랜차이즈의 주인공 슈르크, 심지어 닌텐도에게 빅엿을 먹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의 클라우드까지 대난투 4에 참전한 것이다. 심지어 참전하는 것도 모자라서 게임 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피규어 모델과 참전한 게임들의 주요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감상 모드까지 넣음으로 대난투 4는 '게임 콘텐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콘셉트, 모델링, BGM 등 참전한 각 게임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한데 어우르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이러한 야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단순히 이전에 참전했지만, 금번에 참전하지 못했던 전작들의 케릭터들을 참전시키겠다는 정도가 아니다. 대난투 얼티밋은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아래 닌텐도 콘솔을 거쳤거나, 혹은 참전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모든 것들을 한데 아우르고자 하였다. 언뜻 듣기에 미친 짓이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담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난투 얼티밋은 '피규어'라는 시리즈 핵심 콘셉트를 지키면서 이것을 완벽한 형태로 구현하였다.

다양한 작품들이 참여하는 콜라보레이션 게임에서 어떻게 다른 작품들을 하나의 게임으로 합칠까?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하나의 메인되는 콘셉트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여타 게임들을 옮기는데 집중할 것이다. 젤다무쌍의 예를 들어보자:젤다무쌍은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 나왔던 수많은 게임들을 무쌍이라는 게임 양식에 묶어내었다. 각 시리즈들에 나왔던 케릭터들을 무쌍 시리즈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롭게 케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에 추가한 것이다. 일반적인 콜라보레이션 케릭터나 요소들은 이와 같이 새로운 요소들을 자기들 작품에 맞게 다듬어서 새로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통상 다뤄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의 작품 수는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콜라보하고자 하는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도 재해석하는 것이지만, 추가하는데 있어서 그래픽/사운드 등의 에셋을 개발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번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작품 수는 십수여개 정도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대난투 얼티밋의 '광기'가 드러난다. 닌텐도 콘솔로 나오거나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십 개, 어떻게 보면 수백개가 될지도 모르는 게임들을 얼티밋은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을 대난투 얼티밋은 시리즈의 핵심 콘셉트인 '게임 케릭터들이 피규어가 되어서 서로 싸운다'에 기반해서 풀어낸다:대난투 얼티밋은 수집요소로써 피규어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스피릿 배틀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스피릿은 실제 케릭터들이 자신의 몸을 잃고 영혼이 된 상태가 된 것이며, 플레이어는 파이터 케릭터(=대난투에 참전한 실제 조작 케릭터)에 어택커 스피릿과 서포터 스피릿을 붙여서 자신의 케릭터를 강화시켜서 다른 스피릿과 싸우거나 얼티밋의 싱글플레이 모드인 어드벤처 모드를 해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스피릿이란 물건 자체는 원작 일러스트 한 장과 수치, 그리고 몇몇 속성들을 갖고 있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플레이어에게 와닿지 않는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본다면 콜라보레이션이 성의있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사쿠라이 마사히로라는 개발자는 이것을 시리즈의 리소스와 시리즈의 콘셉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게임 내에서 스피릿을 얻기 위해선 우선 해당 스피릿과 전투를 벌여서 승리해야한다. 그리고 이 스피릿 배틀은 각 스피릿의 원작 게임들의 컨셉을 대난투 스테이지와 아이템, 케릭터의 배치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가령 마리오가 처음 등장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마리오 오딧세이에서 뉴 동크 시티의 시장을 역임한 폴린의 스피릿 배틀의 경우, 초대 동키콩 게임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폴린 역을 맡은 피치는 플레이어로부터 도망가고 동키콩과 마리오는 플레이어를 쫒아서 스테이지를 뒤쫒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첫 동키콩 게임이 마리오가 동키콩의 방해를 뛰어넘어 스테이지를 거슬러 올라가 폴린을 구출하는 형태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상당한 원작 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폴린 스테이지와 같은 스피릿 배틀이 대난투 얼티밋에는 적어도 '수백 개'가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스피릿은 1000여개가 넘지만, 실제 모든 스피릿이 각자의 스테이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스피릿 배틀이 1000여개가 넘는다고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등불의 별 등을 통해서 확인되는 수백 개의 개별 스피릿 배틀들은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무릎을 치며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요약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이 수백개가 되는 스피릿 배틀들이 자사 프랜차이즈에서 참전작들, 심지어는 령 누레가라스의 무녀, A.S.H.나 소마브링어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있는지 조차 모르지만 닌텐도를 거쳐간 게임들'까지 엄청나게 넓은 장르와 게임들을 대난투의 배틀 형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사쿠라이 마사히로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자사 게임들과 타회사 게임들을 장르 여하를 막론하고 콜라보하는데 성공하였다:이는 대난투 시리즈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케릭터/어시스트 피규어/아이템/스테이지 등과 대난투 시리즈의 시작이 '사람이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것'이런 점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게 접근하여 보자:기성품 플라스틱인 피규어들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다. 그리고 이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피규어에 도색을 한다던가 디오라마 사이에 배치한다던가 등의 노력을 더한다. 그리고 사쿠라이는 이 게임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에셋과 경험을 피규어 키트로 보고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한 요소로 접근한 것이다.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케릭터를 번거롭게 기존에 있는 케릭터의 이미지에 덧입혀서 구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새롭게 그 케릭터를 구성하는 에셋을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대난투 얼티밋은 번거롭게 이를 자신이 갖고 있는 요소를 통해서 제한적으로 구현하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그 제한적인 요소들을 채우게끔 게임을 구성한다.

인터넷 밈 중에서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 해보았다'를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거기서 코스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들(패트병을 이용해서 007 오프닝 씬의 카메라 랜즈를 재현한다던가, 빛의 굴절을 이용해 메카 프리저가 반토막 나는 장면을 재현한다던가)을 아이디어로 보완하였다.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코스플레이를 해보았다' 밈의 핵심은 그런 원작의 장면이 있다는 것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핵심의 주변을 감싸는 디테일을 보는 상상력으로 채워넣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대난투 얼티밋에도 동일한 방법론이 적용된다:모든 게임들의 특징들을 대난투 시리즈의 파이터와 스테이지, 아이템, 색상, 이펙트, 심지어 케릭터의 행동 패턴 등에 연결시키고, 플레이어의 상상력 한 방울이 이 모든 재현을 완성시키게끔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스피릿은 단순히 데이터와 일러스트 덩어리가 아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케릭터이자 설정'이 된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대난투 시리즈는 모든 파이터들이 피규어라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피규어에 붙는 '설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 피규어들을 이용해서 피규어에 자신만의 설정과 속성을 상상 속에 붙여서 놀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난투 스피릿 모드는 그 시절 놀이에 대한 훌륭한 재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도 어떻게 본다면 '상상력을 통해 재현'한 셈이었다. 대난투는 그런 경험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스피릿이라는 콘셉트를 플레이어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등불의 별이라는 싱글플레이 모드를 도입하였다. 혹자는 아공의 사자와 같은 방대한 크로스 오버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었다고 평한다. 물론, 아공의 사자가 아직까지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이유는 '모든 게임들이 한 자리 모여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전원 참전이라는 이름 하에 참전한 케릭터만 무려 70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모두 공평하게 이야기를 배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스피릿이라는 존재로 인해서 일반적인 게임 서사를 진행시키는 것은 무리기도 하였다. 

대신 대난투 얼티밋은 등불의 별을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단순한 보드게임으로 만듬으로써 스피릿 수집과 육성이라는 요소에 집중한다. 다양한 장소를 오가면서 스피릿과 파이터를 수집하는 등불의 별은 스피릿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있어서 훌륭하게 기능하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또한 등불의 별을 진행하다가 막히거나 새로운 스피릿이 필요하거나 없는 스피릿을 수집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일정 시간마다 스피릿 배틀이 무작위로 로테이션이 도는 스피릿 보드를 탑재한 점도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또한 스피릿 포인트를 이용한 육성, 시간을 이용한 육성(도장 같은), 스피릿에 2차적인 보정을 걸 수 있는 시스템(유파), 스피릿 포인트와 별개로 클래식 모드나 멀티플레이 대전을 통해 모을 수 있는 게임 내 재화인 골드로 스피릿과 게임 음악을 살 수 있는 등 게임의 싱글플레이 콘텐츠 전반이 스피릿을 기반으로 짜임세 있게 구성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싱글플레이 모드인 등불의 별이나 스피릿 수집을 위한 스피릿 보드 이외에 수집한는 스피릿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없다는 점은 좀 아쉽긴 하다. 물론 온라인 사설 방이나 로컬 네트워크 대전에서 옵션으로 허용 시 사용할 수 있지만, 스피릿 수집 후에 사람과의 대전에서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다.





대신 스피릿의 등장으로 많은 수혜를 본 것은 아미보다:전작과 동일하게, 플레이어는 NFC 방식으로 아미보를 게임과 동기화시킬 수 있고 피규어 플레이어로써 자신의 파트너 또는 대전 상대로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난투 얼티밋은 아미보에 스피릿의 속성을 부여하는 기믹을 추가하였다:플레이어는 스피릿을 소비하여 아미보에 다양한 속성들(공격/방어/잡기 중심, 어택커 스피릿의 스텟, 서포트 스피릿의 속성 등)을 부여할 수 있고, 실제 게임에 구현되게끔 바뀌었다. 즉, 스피릿이라는 기믹 자체를 실제 '피규어'에 연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 아미보의 경우에도 대전을 통해서 특정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기믹이 존재하였는데, 대난투 얼티밋은 금번 스피릿 조합을 아미보라는 피규어를 더욱 '살아있는 무언가'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고 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난투 얼티밋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함께, 스피릿이라는 아이디어와 방대함으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항상 '대난투라는 게임이 매번 나올 수 있던 상황이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만큼 저작권의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이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티밋은 그러한 불가능한 상황을 뛰어넘은 기적 같은 게임이며, 동시에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수많은 게임들을 아이디어로 재현한 게임 역사에 케이스를 찾아보기 드문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사쿠라이가 이야기하였듯이 다시는 전원 참전 형태의 대난투가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역사와 우리의 가슴속에서 대난투 얼티밋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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