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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을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려는 시도는 주류적이진 않았지만, 항상 있어왔던 시도였다:겉보기에는 비디오 게임의 등장으로 보드 게임이 곳을 잃어버릴 같았지만, 보드 게임이 자신만의 매력으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카드 게임을 비디오 게임으로 옮기는 시도는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 게임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넘어온 작품들은 TCG 연장선으로 구조를 설계하였다. 매직 게더링이 PC 직접 포팅된 점이나, 매직 게더링을 모방한 하스스톤이나 엘더스크롤 카드 게임 등등 많은 게임들은 "카드를 모아서 사전에 덱을 구성하고 덱으로 상대와 싸운다"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실제 보드게임에서 카드 게임은 일반적인 TCG이외에도 도미니언이나 패스파인더 ACG,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에서 내는 LCG 계열의 게임들 등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져있으며, 이러한 조류는 상대적으로 조명받는 편이었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런 조명받는 부분을 재조명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다키스트 던전과 하스스톤의 결합으로 통칭 '다키스톤'으로 게임을 부르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시스템 전반은 메직 게더링식의 덱빌딩 플레이보다는 패스파인더 ACG 아캄 호러 카드 게임 같은 덱빌딩 플레이의 영향이 커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가 겉보기에는 하스스톤에서 등장하였던 마나의 개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빌딩에서 압축 중요한 점이나 적은 코스트로 카드 사이클을 빠르게 돌리는 점은 기존 TCG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지도를 보고 분기를 선택하여 진행하는 단계, 두번째는 실제 적과 조우하여서 전투를 벌이는 단계이다. 분기를 고르는 과정은 다키스트 던전이나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과 동일하다:게임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무작위로 만들어진 경로를 따라서 진행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적과 조우하여 전투에서 승리 하거나, 무작위 인카운터를 통해서 전투에 사용하는 카드를 습득할 있는데 이러한 카드를 통해서 덱빌딩을 한다. 이렇게 구성된 덱은 적과 싸우는데 사용된다.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보면 슬레이 스파이어는 그다지 특별한(?) 게임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그라이크 류에 하스스톤과 같은 콜렉터블 카드 비디오 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게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레이 스파이어가 겉보기와 다르게 차별점을 갖는 것은 규모의 차이와 덱빌딩이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압축과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점이다.

우선 규모의 차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하스스톤이나 매직 게더링의 경우, 게임이 진행되면 될수록 플레이할 있는 카드의 수와 가용할 있는 자원을 증가시켜서 게임의 규모를 거대하게 만들었다. 턴에는 코스트가 1 위니를 쓰다가  마지막에는 코스트가 5~6 메인 딜러를 쓰고도 마법까지 끼얹어줄 있을 정도로 규모와 데미지의 크기가 게임 진행에 따라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용할 있는 자원이 한정되었다:플레이어는 3코스트 내에서 모든 카드를 사용해야하며, 카드 역시도 0~4 코스트 정도로 스케일링이 되었다. , 슬레이더 스파잉에서는 좋은 카드나 나쁜 카드라도 코스트에 따라서 데미지 피해가 스케일링 되기 때문에 카드별 편차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코스트 구성은 초반과 후반 게임 플레이에 차이가 없게끔 만들기에 플레이어가 강해지고 게임 플레이에 변화가 없이 단조롭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것을 규모와 리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을 체택을 하면서 극복한다:일반적인 TCG에서 덱이 평균 50 정도라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시작은 20 남짓에서 시작하며, 아무리 카드를 많이 모아도 40장까지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덤으로 카드가 다시 덱으로 돌아와서 덱을 구성한다는 점은 여타 적은 수의 카드를 돌리는 카드 게임에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외에도 각종 유물을 통해서 카드 효과와 별개로 패시브 효과를 부여하여 덱을 굴릴 때의 효율을 올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슬레이 스파이어는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게임이 불리하기 때문에 고단으로 갈수록 덱압축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구조란 것이다. 물론 덱압축이란 개념이 여타 TCG에서도 존재하는 개념이긴 하다. 덱이 커지면 커질수록 덱을 돌리는데 필수적인 카드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드를 뽑았을 필요한 카드가 나올 있도록 경우의 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보통 일반적인 TCG에서의 압축이라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TCG에서 찾아볼 있는 덱압축 개념이 "가용할 있는 자원에서 최적의 수를 고려하여 덱을 줄인다"였다면, 슬레이 스파이어의 압축은 "갖고 있는 카드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제거한다" 또는 "카드를 얻지 않는다" 다소 특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카드들을 업그레이드 해서 사용할 있다는 점도 압축을 해도 덱을 강화할 있는 옵션이다.

이런 식의 카드 게임들이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아캄 호러 카드 게임의 경우, 20~25 정도의 덱을 운용하면서 최대 같은 카드를 2장까지 넣을 있고, 카드 장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 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요소를 집어넣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덱에서 카드를 빼내는 것도 가능하였다. 패스파인더 카드 게임의 경우는 리사이클링이 없긴 하지만, 규모가 작고, 카드 하나 하나가 파급력이 높기 때문에 덱을 구성할 어떤 카드를 넣고 뺄건지가 관건이다. 슬레이 스파이어의 경우, 틀에서는 "적은 수의 카드를 빠르게 리사이클링하면서 공격 흐름을 최대한 길게 뽑아낸다"라는 카드 게임의 선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여진다.

덱을 작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돌리게 됨으로써 슬레이 스파이어가 추구한 것은 "작은 덱으로 반복되는 사이클과 리듬을 완성하는 "이다. , 사용한 카드가 다시 덱을 구성한다는 것은 "(덱이 완성되었다는 전제에서) 내가 원하는 공격을 계속해서 반복할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카드들은 오히려 리사이클 손패뽑기에 불순물을 끼게 만들어서 흐름을 이끌어가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전략과 전술적인 부분 두가지에서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다:전략 부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덱에 맞는 카드를 모으는데 불순물들을 배제하는데 머리를 굴려야 하며,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리듬을 유지하고, 적들이 만들어내는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슬레이 스파이어는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3명의 케릭터를 제공한다:카드가 등장하는 풀은 케릭터에 따라서 정해지며 케릭터별로 덱의 기믹들은 정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핵심은 자유로운 덱의 구성이 아닌, 초반에 나오는 카드들을 보고 플레이어가 어떤 덱을 구성할 있는지 빠르게 판단한 덱을 완성시키고 덱을 압축시켜나가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모든 과정이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특수성상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에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여타 로그라이크에 비교해서 슬레이 스파이어는 구성에 무작위의 요소가 그렇게까지 개입하지 않는 편이다:때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덱에 카드를 넣지 않는다' 선택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스까지의 모든 경로를 확인하고 플레이어가 무작위 인카운터나 엘리트 몹과의 전투 등을 관리할 있다는 점도 무작위성을 플레이어가 통제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슬레이 스파이어는 로그라이크에 여지껏 조명되지 않았던 빌딩 게임을 성공적으로 섞은 게임이라 있다. 게임 발매 초기 스위치로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점을 제외하면 패치 이후 게임은 부드럽게 돌아간다. 기회가 된다면 구입해서 플레이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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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언제부터 파이널 판타지가 우리가 알던 파이널 판타지가 되었을까.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만들자는 의미(마지막 판타지Final Fantasy)에서 출발한 게임은 어느덧 일본식 RPG를 대표하는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7편의 성공에서부터 이어지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리즈 최초의 1000만장 돌파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하드를 견인하였던 파이널 판타지 7은 지금까지 이전까지 보지 못했었던 프랜차이즈의 비전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7편 이후,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는 크게 바뀌게 되었다:물론 이전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서 가장 우수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내어 시리즈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7편의 성공은 "파이널 판타지란 이런 것이다" 라는 하나의 명제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이 아닌 새롭고 완전한 세계'다. 요즘에 와서 보았을 때 대다수 RPG나 여타 게임들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환상 속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새로운 세계에서의 경험을 '전체'로써 다루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9을 예로 들어보자:오랜만에 구작들(1~6편, 크리스탈에 대한 이야기)의 향취를 살리겠다고 등장한 9편은 파판 7 이후로 이어지는 기조에서 상당히 엇나간 특이한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9편은 7편의 성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작품이었으며, 이단아 취급 받은 8편과 함께 9편은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세계관 확장이나 외전 등의 푸시를 크게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널 판타지 9편에는 7편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파이널 판타지의 기조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무언가가 있다. 8편에서는 그것이 용병 학원과 용병 랭크를 올려가면서 돈을 번다는 기믹이었다면, 9편은 다양한 케릭터들이 등장하는 군상극으로서의 무언가가 강조된다.

 

파판 9에서는 ATE라는 시스템이 있다. Active Time Event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조작하는 케릭터 외의 다른 케릭터가 '동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매체였다면 자연스럽게 컷 인으로 다루었을 수 있는 요소를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귀찮은 요소이긴 하지만, ATE는 각 동료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동료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ATE는 이전 파판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미니 게임들이나 기믹들과 다르게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9이 과거로 회귀를 선언하면서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상극으로 회귀하였다는 점에서 본다면 ATE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체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내는 이야기가 엮여가면서 하나로 승화되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관점에서 파이널 판타지 7편 이후의 기조를 따른다 할 수 있다. 물론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소한 미니 게임들(카드 게임이나 축제 미니 게임, 유명한 초반 연극 시퀸스 같은)도 9편에서 등장하며, 이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장치라 할 수 있다.

 

9편의 이러한 기조는 10편 이후로도 꾸준하게 이어진다. 7편 이후 두번째로 1000만장을 돌파하였던 10편은 파이널 판타지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또한 게임 내에서 그 게임의 내적 완결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미니 게임들과 이벤트들을 배치하는 모습은 단순히 RPG 특유의 '전투 - 서사 - 전투 - ....' 의 반복을 피하고 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로서의 파이널 판타지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가 점점 커질수록 파이널 판타지라는 프랜차이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거대하고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도중, 그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설정과 복선들을 게임 메인 서사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10-2의 등장은 그러한 문제가 최초로 드러난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끝난 이후에 마무리 되지 못한 것들을 회수하기 위한 외전 등을 전개하는 파이널판타지 특유의 기조가 이때부터 드러났다. 이후 12에서는 게임 메인 서사를 마무리도 짓지 못했었고, 13은 이야기를 3편의 별개의 작품으로 쪼개더니, 심지어 15는 장대한 DLC 계획을 내놓고서는 모든 DLC를 내지 않고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리기도 하였다. 즉,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완전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강박관념 때문에 게임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편에 완결된 콘텐츠를 제공한다'라는 기본 전제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자가 당착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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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올 7월 닌텐도 스위치 독점으로 발매가 된다. 코에이 테크모의 팀닌자, 닌텐도, 마블의 조합은 10년전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물론 닌텐도와 팀닌자의 협업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파이어 엠블렘 무쌍과 젤다 무쌍이라는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블이 한때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던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10년만에 부활시키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게임 인포머 6월 커버 이슈에 따르면 닌텐도는 스위치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마블을 찾아가 스위치 기기를 시연하였고, 마블은 스위치가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스위치 독점으로 3편을 내는 것을 허가하였다고 한다(리셋에라 6월 커버 이슈 요약)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도대체 스위치의 어떤 점이 마블에게 죽었다고 판단되던 프랜차이즈를 살리겠다는 결심이 들게 했을까? 마블의 표현에 따르자면 '스위치야 말로 얼티밋 얼라이언스 3에 적합한 플랫폼이다'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스위치 독점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심에는 게임 자체가 코옵에 특화되어있는 게임이라는 마블의 생각이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액션 RPG지만, 케릭터 개개인의 능력은 다소 단순하다. 하지만 4명의 케릭터를 번갈아가며 조종하거나 4명의 케릭터 조합에 따라서 팀에게 버프를 주는 등, 케릭터의 "관계"에 많은 게임 시스템과 기믹을 부여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4명의 플레이어가 호흡을 맞춰서 싸우는 협동 플레이는 이미 전작들에서도 있었다. 

 

마블이 스위치에 끌렸던 점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유롭게 코옵 플레이가 가능하다'라는 스위치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그리고 여기에 닌텐도와 마블이 코에이 테크모와 팀닌자를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팀닌자가 닌텐도와 협업하여 만들었던 무쌍류 게임들은 "무쌍이되 무쌍스럽지 않은" 독특한 게임들이었다. 팀닌자는 젤다 무쌍에서는 케릭터와 무기에 따라서 게임 템포를 완벽하게 다르게 만들었다던가, 파엠 무쌍에서는 기존 시리즈의 무기 상성 개념을 무쌍에 적절히 배합하여 기존 무쌍에서 가질 수 없었던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인왕이라는 성공 등을 통해 팀닌자는 액션 게임 장르를 재해석하고 만드는데 탁월한 센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팀닌자와 코에이 테크모가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게임이 무쌍류(단순히 버튼을 눌러서 수많은 적을 두들겨 패도 게임이 클리어 가능한)에 가까워서 게임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지지 않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서 보았을 때도, 실제 게임은 무쌍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수많은 적들과 최대 4개의 스킬을 버튼에 배정하여 복잡한 조작없이 쉽고 간단하게 액션을 할 수 있게 만든 점, 보스나 미니 보스 같은 적들에게 경직을 먹여서 스턴 상태를 만든다던가 등의 플레이는 이미 무쌍에서도 많이 봐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전제가 되는 것은 "무쌍은 액션 게임으로써 단순하고 깊이가 얕다"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무쌍 시리즈는(팀닌자가 만들든, 오메가포스가 만들든) 기본적으로 공통 플레이 틀은 공유하지만(일기당천, 간단한 조작 등)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젤다무쌍이나 파엠무쌍은 말할 것도 없고, 무쌍 오로치 3나 건담무쌍 등은 작품 기믹에 맞는 새로운 게임 시스템으로 무쌍이라는 기반에 변화를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무쌍류의 변화는 진격의 거인 시리즈일 것이다:게임의 큰 틀은 무쌍에서 차용하였지만, 거인을 공략하는 와이어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무쌍 게임, 아니 그 어떠한 액션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였다.

 

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단순한 것에 새로운 기믹을 배합하여 항상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던 시리즈였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이런 점에서는 얼티밋 얼라이언스가 코에이 테크모가 드리운 무쌍의 그림자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팀닌자는 닌텐도와의 협업을 통해서 원작을 살리면서 무쌍을 새롭게 재해석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보여주는 게임 플레이는 무쌍의 특성들(많은 수의 적들을 간단한 조작을 통해 쓸어담는 것)을 찾아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 작품들의 계보도 충실하게 이어나간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3편은 2편에서 등장한 퓨전 기술을 시너지 공격의 형태로 이미 차용하고 있다. 두명의 케릭터가 서로 스킬을 결합하여 광역으로 적을 쓸어담거나 메즈기를 건다는 발상은 전작들처럼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 구조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리즈 전통의 팀 조합에 따라 버프를 준다던가 등의 요소는 이미 게임 내에서 충실하게 구현된 것으로 보여진다.

 

종합해보자면,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1편과 2편의 계보를 이어가되 여기에 팀닌자와 무쌍의 테이스트를 가미한 게임으로 보여진다. 게임 플레이를 해보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겠지만, 큰 틀에서 게임 플레이는 많은 부분 기대된다. 다만, 게임 특성상 본질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케릭터들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게임이고, 케릭터들간의 스킬 결합이나 조합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인 게임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플레이할 때, 이 게임이 얼마나 잘 작동하지 예측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다:혼자서도 시너지 공격을 쓸 수 있을까? AI가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그저 두드려 맞지 않을까? 물론 전작들도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시, 케릭터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싱글 플레이보다는 코옵 플레이를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싱글플레이 경험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지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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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오랜 침묵을 깨고 보더랜드 3가 2019년 9월에 발매가 된다. 사실, 1편이 발매되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성공할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보더랜드 1편은 전반적으로 현대적 개념의 트리플 A 게임들이 시장에 정착하는 시절에 나왔던 일종의 실험작이었다: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은 많은 부분 의미가 없었고, 당시 나왔던 게임치고는 맵 디자인 부분도 많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독특한 아트스타일을 자랑하긴 했지만, 1편의 성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게임플레이는 소비자에게 먹힐만한 요소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12년 2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1편은 450만장을 팔면서(위키피디아 링크)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보더랜드 2라는 작품은 모범적인 후속작이었다. 전작에서 부족했었던 스토리나 배경에 다양한 색체를 더하고, 거기에 총기 브랜드별 특색을 가미하는 등 전작의 콘텐츠를 충실하게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초회차 플레이 이후, 케릭터들 간의 성능 편차가 심각해지는 점, 부조리한 콘텐츠의 난이도 등등 게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엄청나게 팔렸고(1300만장 정도), 프리시퀼과 테일즈 오브 보더랜드와 같은 스핀오프들이 발매되면서 보더랜드는 게임 시장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였다.(위키피디아 링크)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보더랜드1편과 보더랜드 2는 최근 게임 시장 트렌드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를 제기한 게임이었다. 디아블로와 같은 아이템 루팅이 게임 플레이의 동력이 되는 장르가 어떻게 메이저한 FPS/TPS에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르 문법을 처음으로 확립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바로 "생성되는 총기들마다 총을 쏘는 감각과 운용법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기존 루팅 게임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과 능력치에 영향을 주어 게임 플레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보더랜드 시리즈는 루팅 게임에서 '평타'라 할 수 있는 총기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에서 총을 모아야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작품들의 계보도 다루어야 겠지만, 적어도 트리플 A 게임들이 교과서로 삼는 게임은 보더랜드 시리즈라는 것이 확실하다:다양한 총기를 주워서 강해지고, 스킬은 자주 사용되지는 않되 총기로 풀어나갈 수 없는 부분을 공략하는 보조 역할로, 더 나아가서 근접공격이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속성 자체가 달라지게끔 만드는 방식은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기용된 것이었다. 그리고 데스티니 시리즈와 디비전 등과 같은 게임들은 보더랜드의 게임 방식을 몇몇 부분을 명백하고 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2012년에 발매된 보더랜드 2는 2014년에 발매된 데스티니나 2016년에 발매된 디비전보다도 훨씬 나은 게임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사격을 했을 때, 생성된 총기들의 차이를 잘 살려낸 것은 보더랜드 2만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스티니와 디비전의 경우, 보더랜드 2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총을 던져서 재장전하고 수류탄처럼 써먹는 브랜드라던가, 서부시대 영화 마냥 패닝을 하는 브랜드라던가, 쏠 수록 집탄율이 올라가는 브랜드라던가, 각각의 총기 브랜드들이 명확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또 그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총기가 생성되기 때문에 결코 "같은 총을 두번 쓰지 않는" 그런 게임이었다.

 

물론 디비전이나 데스티니의 경우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다:MMO슈터를 지향하는 만큼, 게임플레이 경험 자체가 보더랜드(더 많은 총기를 모으는 것)와 동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아이템 루팅이 플레이어 성장 곡선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는 게임이라면, "아이템을 구하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역시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보더랜드가 증명해낸 셈이다. 금번에 나올 보더랜드 3 역시도 이러한 명제를 더욱 확대 심화한 것으로 보여진다: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모딩이나 2차 발사 모드 등 전작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부분들을 양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총을 쏘면서 총을 모으는 게임' 중에서는 여전히 보더랜드 시리즈가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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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격투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을 지배하였던 장르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서는 많이 쇠락한 장르다. 오락실 및 아케이드 문화의 몰락, 콘솔 시대의 도래, 승패가 극단적인 장르 특성,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고유한 문법 등등 격투 게임 장르는 게임 문화의 대중화와 동떨어진 장르였기에 자연스럽게 쇠락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 들어서 격투 게임들은 과거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어올리며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신드롬처럼 신흥 프랜차이즈가 등장하여 장르 전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프랜차이즈들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면서 신작들도 꾸준하게 나왔다. 과거의 영광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만큼 격투 게임에 입문하기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물론 격투 게임 장르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제작사들이 많은 노력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대전 이외에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던가(예시:모탈컴뱃 X의 일일 타워 콘텐츠 및 Test Your Luck, 팩션 워 같은), 기존의 전통을 재해석해서 단순화 시키는 등(예시: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강제연결이 쉬워진 부분이나 최근 아크 시스템 워크 게임에서 나오는 스마트 콤보 같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을 설명하기는 힘들긴 하다. 분명 격투 게임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일어났는지 대중이 어떻게 인지한단 말인가? 장르를 즐기는 내부의 커뮤니티에서는 분명히 인지할 수 있어도, 장르를 입문하는 유저들에게는 허들이 내려간 부분이 크게 와닿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격투 게임 장르의 입문 허들이 내려갔기 때문에 격투 게임 장르가 중흥을 맞이했다"로 접근하기 보다는 "격투 게임 장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입문을 유도하고 있다"로 접근해야지만 설명을 할 수 있다. 아케이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격투 게임은 보는 맛이 있는 장르였다:콤보로 화려하게 상대를 농락하며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불리한 게임을 뒤집어 엎는 등 난이도와 별개로 짧은 시간 동안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게임 장르가 격투 게임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커뮤니티"가 존재했었다. 옛날에는 오락실마다 전설같이 내려오는 고수들이 꼭 존재했었고, 잘하는 사람들의 대전은 오락실에 놀러온 사람들이 잠시 게임을 멈추고 지켜보게 만드는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또한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내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정보와 공략을 공유하고,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고 육성하였다. 요즘 같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튜토리얼도 존재하지 않고, 혼자 연습할만한 공간이나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 오락실 시대에 격투 게임이 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커뮤니티가 그러한 역할을 대신해서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락실 문화의 쇠퇴와 콘솔 시대로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격투 게임 장르의 쇠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오락실이란 지역적, 물리적인 환경이 사라지면서 신규 유저 유입이 자연스럽게 끊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배우기에는 게임은 어렵고 사람을 초대해서 TV 앞에서 하기에는 제약이 많았으며, 자신이 잘하는걸 자랑하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격투 게임 장르 특유의 드라마틱함은 묻히게 되고, 장르 특유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보급되면서 격투 게임은 다시 각광받게 된다. 요컨데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제공하던 사람을 만나는 기회와 커뮤니티의 제공이 인터넷이라는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잘하는 사람의 대전 영상을 찾아보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또한 E스포츠 라는 개념, 특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스타 격투 게임 플레이어들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소닉 폭스나 MK레오, 제로, 우메하라 다이고 같은 인물들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것도 환경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렸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들의 플레이는 사람들이 격투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격투 게임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대세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제작사들이 과거 작품들의 성공을 재해석해서 시스템들을 재정비하고 있기도 하고,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플랫폼에서 입문자들을 위해서 충분한 설명과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은 게임 문화가 게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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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프롬소프트는 90년대부터 킹스필드와 같은 게임들을 만들어온 일본의 중견 게임 제작사였으나, 근 10년 간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가 되었다. 프롬소프트의 명성은 도전과 패배, 성취감을 얻어내는 구조를 게임에 녹여내는데서 비롯되었다: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고전 게임들의 학습 구조(불친절함, 능동적인 실패와 시도, 관찰을 통한 학습, 이를 통한 극복)의 재발견이었다. 물론 프롬 소프트는 단순히 불친절한 게임을 만들지 않고, 독특한 기믹의 멀티플레이(다른 플레이어의 사인을 확인하거나 플레이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잔상, 코옵, PVP 등)를 도입함으로써 게임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2010년대 게임계를 뒤흔든 주제의식과도 같은 게임이 될 수 있었다. 

 

세키로는 프롬소프트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 본을 벗어나겠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큰 테마에서 본다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세키로와 공통점을 공유할지 몰라도,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는 많은 부분에서 방향성이 다르다. 우선 세키로는 코옵 뿐만 아니라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 자체가 배제된 완벽한 싱글플레이 액션 게임이며, 3차원적인 스테이지 구성과 파쿠르 요소의 도입, 잠입과 암살 시스템의 도입 등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된 요소를 통해 세키로는 게임의 추상적인 구조에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 테마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우선 유념해야 하는 점은 추상적인 구조에서 본다면 세키로와 기존 프롬 소프트의 소울 시리즈들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반복된 죽음과 이를 통한 학습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의 근간이었다. 이렇게 시도와 실패를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미세하게 통제하고, 그 통제를 통해서 작은 성취들을 쌓아서 결국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학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죽음과 관련된 서사와 시스템을 게임에 배치하였다. 세키로 역시도 부활을 통해서 보스나 스테이지에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주 죽고, 재시도하면서 배워 나가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큰 흐름을 따르고 있다. 또한 세키로의 주된 서사가 '불사의 흐름을 끊는 것'이라는 것이란 걸 생각하면, 기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죽음이 중심이되는 서사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행동이나 시스템 관점에서 세키로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게임 시스템의 핵심은 스테미너라는 자원을 기반으로 공격과 회피, 방어 등에 스테미너를 사용하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게임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주의해야하는 점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신경쓰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가계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경제적 수입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여 아껴서 쓸 것인지,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수입을 쏟아넣을 것인지 등등을 매 순간마다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는 몇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먼저 세키로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대중문화 장르가 중세나 일본식 칼싸움 장르라는 것이다:두 명의 무사가 목숨을 걸고 서로 칼을 맞댄다, 칼을 한번이라고 몸에 데이는 순간 치명상을 입는다, 이 칼을 맞대는 순간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약간의 방심이 조금씩 생채기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이 오가는 가운데 치명적인 일격으로 승부가 정해지는 것, 이것이 대중문화 작품에서 칼싸움이 흘러가는 큰 전개다. 그리고 세키로는 이러한 흐름을 전투로 구현하기 위해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물론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칼싸움과 근접전이 존재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세키로의 차별점은 이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공격성이다:기존 작품에서의 스테미너 시스템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깐깐하게 관리하고 반응해야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세키로에서는 모든 행동들은 별도의 스테미너를 사용하지 않는다:점프, 공격, 대쉬 등의 모든 행동들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 덕분에 게임을 매우 공격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물론 이는 동시에 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적들 역시도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대신 플레이어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체간'이라는 일종의 스테미너 게이지가 쌓이게 된다. 이 체간은 체력에 따라서 회복되는 속도가 결정되며, 체간 게이지가 최대로 쌓이게 되면 플레이어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서 큰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보여준 스테미너의 수입/지출의 관리와 다른, '부채의 관리'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플레이어는 파산하기 전까지는 무리해서 움직일 수 있다. 체간이 쌓여서 무너졌을 때, 플레이어는 회피 버튼을 눌러서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적이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못된 순간에 자세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죽어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너는 파산(=체간이 모두 쌓여 무너짐)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공격을 받아내고 상대에게 공격을 밀어붙여야 한다.

 

보스나 적들의 공격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언제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방어 버튼을 눌러서 방어만 한다면 체간이 쌓이는 속도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공격을 튕겨내는 패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패링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여타 액션 게임의 패링보다 더 널럴한 타이밍을 갖고 있긴 하다.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 같은 게임에서 패링 타이밍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흔히들 패링 시스템은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튕겨냈을 때 큰 이점을 주지만, 실패를 했을 때 데미지를 그대로 받아버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 패링은 성공 타이밍을 널럴하게 제공하는 대신 체간 쌓이는 속도를 늦춰주는 정도로 어드벤티지를 부여한다. 즉, 세키로의 패링은 방어를 더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제인 것이다.

 

하지만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키로만의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패링이 정확하게 성공하였을 시, 플레이어의 체간 게이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상대의 체간 게이지를 같이 깎아낼 수 있다. 그리고 몇몇 공격 패턴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을 하였을 시, 보스나 적의 공격 패턴을 끊어버림으로써 공격권을 플레이어 쪽으로 들고 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패링이 '공수 교대'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을 패링하는 것만으로 공격권을 갖고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스들은 패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고(위험할 危가 뜨는 공격들), 플레이어는 점프/대쉬로 이러한 공격들을 역으로 '무력화'시키거나 거리를 벌려 태세를 정비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어떻게 본다면 패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패링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서 공수 교대의 기회를 만드는 것처럼 공격 무력화 역시도 일종의 능동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능동 방어 기제들은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너무 빡빡하지 않게 구성을 하였다. 위험한 패턴이 떴을 때,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점프? 대시?)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보고 반응하게끔 한 것이다. 요컨데, 세키로의 전투는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통해 공격과 방어를 빠르고 유기적으로 주고 받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서 4지선다(패링/점프/대시/회피)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변칙적인 격투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공격권을 내 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한다면, 그 후에는 플레이어는 폭풍같이 적을 밀어붙여야 한다. 여기서 세키로는 단순히 칼질 등의 평타 외에도 기존 전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플레이어가 '닌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칼싸움에는 쓰이지 않을 법한 다양한 도구들과 '3차원적인 움직임'을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뛰거나 대쉬를 할 수 있고, 폭죽을 이용해 적을 경직시키거나 창을 이용해 적의 갑옷을 꿰뚫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칙적인 플레이는 단순히 적의 공격을 기다리며 튕겨내거나 무력화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데미지를 최대한 뽑아내는 능동적인 공격 수단이 된다.

 

모든 칼싸움의 마무리에는 만족스러운 일격이 있고, 세키로에서는 그것을 인살이라 부른다. 체간 게이지가 모두 쌓여서 적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 플레이어는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공방에서 체간을 한꺼번에 쌓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공격과 패링에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며, 적들 역시도 쉬어가면서 체간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가 적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반응하여 대응할 때마다, 체간과 함께 체력을 깎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치 칼싸움에서 생채기를 내면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체력이 깎일 때마다 체간이 회복되는 속도도 함께 느려진다.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플레이어가 체간을 쌓아 인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물론 이는 플레이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항상 체간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도 중요하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혈투의 결과가 바로 마무리 일격인 인살이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특유의 회피하면서 틈을 보며 '돌려깎기'(적 주변을 붙어서 한 방향으로 빙글 빙글 돌면서 한 대씩 치면서 적을 잡는 방식)로 보스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돌려깎기의 핵심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최대한 관리하면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그럴 수 없다. 플레이어의 체간이 그러하듯이 적과 보스의 체간 역시 계속해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정면에서 쉴틈없이 싸워야 한다. 정면에서 칼을 받아내고 공격권을 자신의 쪽으로 들고 와서 몰아붙여야 하며, 칼부림 이외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었을 때, 플레이어가 인살로 마지막에 적을 쓰러뜨리는 것, 그 마지막 만족스러운 한방이 세키로 전투의 핵심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깊이있는 공방, 그러나 너무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방어와 공격 버튼 두개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또한 전통적인 칼싸움 장르에 다양한 도구와 3차원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조합한 점도 그러하다. 칼싸움 게임이지만 칼싸움이 아닌, 그야말로 기묘하고도 만족스러운 혼종이 바로 세키로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다. 세키로는 기본적으로 닌자 액션 게임을 추구하는 만큼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에서 볼 수 없었던 파쿠르가 게임에 도입되었고, 그 덕에 와이어 이동이나 매달리기 등의 스테이지 진행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3차원 스테이지 구성은 상당히 구시대적이고 분절적이다. 작년에 나왔던 스파이더맨과 같은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해보면 이는 매우 두드러진다:스파이더맨이 와이어를 사용하여 유연하게 난간을 짚고 오르는 파쿠르를 할 수 있었다면, 세키로에서는 와이어를 걸 수 있는 특정한 포인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직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3차원 스테이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고전적인 파쿠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시대성이 세키로에서는 여전한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세키로에서도 스테이지 구성이 구시대적일 뿐 게임 진행에 하등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경직된 스테이지 구조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잠입과 관련된 게임 플레이다:일단 적 AI가 매우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 구조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세키로는 3차원 공간의 잠입에 대응하지만, 플3 시절에 나온 어크 시리즈의 NPC 정도 수준의 대응력과 잠입 시스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때로 10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든다.

 

만약 세키로가 여타 게임처럼 잠입을 양념처럼 다루는 게임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잠입이 비중이 작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게임이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암살 등을 통해 졸렬하게 스테이지를 진행해서 난이도를 적극적으로 낮추는 플레이를 해야하는데, 잠입 매카니즘이 단순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어색한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잠입 체계가 게임 난이도를 불합리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트레스를 느낄만한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디테일과 완성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키로를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스테이지 기믹이 단순화된 것도 세키로의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맵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기믹들이 존재했었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지와 기믹을 익혀나갈 수 있게끔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잔상이나, 죽었을 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시스템, 메세지를 남기는 시스템 등)들을 도입했다. 즉,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에 있어서 진입장벽을 낮출만한 다양한 기믹들을 게임은 탑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제외되었다. 부활 시스템을 통해서 스테이지 공략 중에 어이없이 죽어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는 순간들을 막고 보스전에 일종의 보험 개념을 도입한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학습을 보조하는 다양한 멀티플레이 기믹들이나 스테이지 기믹이 사라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게임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전작들과 같이 비동기화 멀티플레이라도 도입을 해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스테이지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삭제한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역으로 새롭게 바뀐 전투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배우고 응용하게끔 하는 학습 곡선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새로운 게임에 맞게 학습을 보조할만한 요소가 있었으면, 세키로를 통해 프롬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을 텐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세키로는 액션 게임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칼싸움을 재해석 하여 공방을 일체화시키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끔 만든 게임이 세키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다수 아쉬운 부분(특히 스테이지 구성이나 학습 곡선 등의 기믹의 문제)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작을 통해서 보완된다면,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의 계보를 뛰어넘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계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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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소비자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직간접적으로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고객 감동 경영은 크게 두가지 전제로 구성된다:1)매출의 대다수는 단골 고객의 재구매에서 비롯된다. 2)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 외에도 고객의 경험과 입소문은 장기, 단기적인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회사는 자체적인 만족도 조사나 고객 관계 관리 체계(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나 VOC(Voice of Customer) 같은 제도를 운영하여 고객이 이야기해주는 경험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고객감동 경영이란 이러한 세부적인 지표와 관리 체계를 하나로 묶어 고객 만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감동 경영의 목표란 1)고객의 재구매 유도와 2)불만 발생의 차단, 마지막으로 3)긍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유도다. 업계 내에서는 고객감동 경영의 우수 사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사례나 아마존에 매각된 신발회사 자포스의 경우를 많이 꼽는다:노드스트롬의 백화점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여 직원의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였다. 마케팅 교과서에서도 인용되는 유명한 사례는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할인 대상 물건이 매장 내에 없어서 '반대편 경쟁 매장'에 가서 물건을 '정가'에 구매하여 고객에게 '할인가격'으로 판매한 경우"일 것이다:얼핏 보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지만, 이 사례로 인해서 노드스트롬은 '고객 감동을 위해 힘쓰는 회사'라는 인식이 고객 사이에 퍼졌다. 이 덕분에 제품 품질이나 기술에서 차이를 갖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드스트롬은 지속적인 단골고객을 창출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게 되었다.(관련 기사 : 노드스트롬의 고객관리)


자포스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자포스의 경우,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되었는데 여지껏 아마존에서 인수한 기업중 최고가였기 때문이다. 자포스의 경우, 고객 감동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며 순추천 지수(Net Promoter Score, NPS)가 세계적인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자포스는 '콜센터' 조직이 강한 기업이란 것이다. 자포스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 신발은 인터넷으로 사기 어렵다(실제 신어보기 전까지는 치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자포스는 콜센터를 통해서 구매 후 고객의 구매 만족 여부를 확인하여 신발을 인터넷으로 사도 안심할 수 있게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로 가장 유명한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매한 신발을 회사 내규를 어기면서 내부 비용으로 환불 처리하고, 고객에게 위로의 카드와 꽃까지 보낸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자포스의 고객감동 사례는 노드스트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교과서에서 자주 다른 사례 중 하나이며 자포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관련기사 :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지는 기업 자포스)


그렇다면 자포스와 노드스트롬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이란 무엇일까. 크게 2가지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다:1)전 임직원이 CS에 대한 목표와 의식을 공유할 것, 2)현장 직원에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여기에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킬 것이다:대부분의 고객 클레임은 고객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기대와 실제에서 괴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객에게 프로세스 자체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기업은 항상 1)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2)기업이 제공하는 현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3)그러한 괴리를 어떻게 채우고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4)고객의 인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라는 세부적인 목표들과 과제들을 설정하고 과제를 수행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면,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풀은 지키면서, 경쟁 기업의 고객을 빼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재/서비스 업계에서 고객 감동 경영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게임업계만큼 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고객감동 경영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희미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업계가 이미 기관에 의해서 '이 기업을 얼마나 추천해줄 것인가'라는 조사를 받고, 그 조사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데 게임 업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봐도 이를 정의 내리기 힘듬을 알 수 있다(관련 링크:KNPS 2018) 물론 게임 산업 자체가 규모가 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전통적인 소비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과는 달리 서비스나 제품에 따라서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제품과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의 개념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 등은 전통적인 고객 감동 경영에서 유리되어있는 영역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 역시 점점 라이브 서비스의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경험을 관리하고 만족을 도출해서 이탈 고객을 방지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을 내기만 하면 어느정도 유저풀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새로운 소비자 층을 발굴하거나 경쟁상대의 고객들을 빼오고 자신의 고객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 산업에 있어서 고객 감동 경영의 요건을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서비스 산업의 경우,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업들은 고객과 서비스가 접촉을 하는 MOT(Moment of Truth, 관련 링크)를 설정하고, 이 MOT 단계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정의내려왔다. 인사, 예절, 복장 등등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 업종 관계자들은 이런식으로 표준화되고 훈련되었기 때문에 기업이 운영하는 어느 지점을 방문해도 통일성 있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통일성 있는 경험의 제공은 고객 감동 경영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분명 게임도 서비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MOT로 구분할 수 있는 단계들이 있다:예를 들어, 게임 접속이나 매칭이 잡히기 까지 기다리는 순간, 게임을 시작하고, 플레이하며, 결과를 결산하는 순간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세부적으로 정의내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접점들은 각각 접점에 따라서 개선해야하는 문제와 이슈들이 존재하며, 게임 산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게임 산업 자체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를 구성하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양식에 근거하여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보다는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UI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UI를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경험 접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대원칙이 있고, 오랜 기간동안 장르 문법으로 업계에 통용되는 양식이 존재하지만 타산업에 비해서 이 양식과 절차라는 것은 교과서라기 보다는 참조해야하는 레퍼런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사이클일 것이다:일반적으로 게임은 개발에 몇년이 투자되며,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플레이어 경험의 80~90% 정도를 결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적인 서비스 산업과 달리, 게임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수십 ~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한번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실시간으로 수습하는 것은 힘들고,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즉, 여타 서비스 산업에 비해서 몇백배나 되는 고객 접점을 갖고 있으면서, 양식으로 표준화해서 관리하기 힘들고, 초기 개발의 요건들이 플레이어 경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서비스 산업의 끔찍한 변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20년 동안 온갖 쓰레기 같은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실패를 거치면서 게임 산업은 장인(스타 개발자) 중심의 가내 수공업에서 탈피해 산업으로서 노하우를 쌓아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문제는 이제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 아닌 플레이어라는 고객을 감동시키고 서비스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나가야 서비스 산업으로서 진일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산업이 고객을 자사 브랜드(=게임 프랜차이즈들)에 묶어두는 방법은 전통적인 소비재/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법과 좀 다른 방법론이라는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고객감동 경영의 핵심에서 1)과 2)는 분명 어느 회사나 가져야 하는 기본사항이긴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본 사항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 업계에서 보여지는 고객 관리 전략의 핵심은 3)고객이 제공받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제를 일치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케팅을 통하여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합니다!'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들의 고객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사 제품을 구입했을 때 '감동할 수 있는 사람'만 고객으로 끌어들이게끔 고객 감동 전략을 짰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마케팅을 통해서 '플레이어의 취향을 게임에 맞추는 극단적인 케이스'까지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게임 개발사가 통제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사례일 것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경우, 논란이 있을법한 구시대적인 게임 플레이와 대중 문화에서는 마이너한 장르라 할 수 있는 서부극을 갖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게임을 만들었다. 최근의 게임 산업 트렌드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주면서 플레이어가 강하다는 느낌이 들게끔 만드는 쪽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이를 역으로 거슬러 오른것이다. 물론 락스타 게임즈가 레데리 2에서 보여준 편집광적인 디테일과 배짱은 충분히 높게 살 부분이긴 하지만, 만약 마케팅을 통해서 이를 포장하지 않았다면 게임 자체의 성공은 오히려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보다 불투명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서 게임(라이브 서비스, F2P 등등)이 점점 강해질수록,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관리라는 측면에서의 고객감동 경영은 게임에도 도입되는 것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현재로써는 어떠한 모양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BM 뿐만 아니라 자사 게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이탈하지 않게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게임 업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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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스위치 버전 기반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아는가. 닌텐도에서 개발한 메트로이드 시리즈와 악마성 드라큘라:월하의 야상곡이 대표적인 메트로배니아 장르로, 어원 자체도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라는 두 프랜차이즈 명을 접합한 것이었다. 메트로배니아의 개념은 단순하다:기존 횡스크롤 아케이드의 스테이지 구성이 점과 점을 잇는 직선의 개념이었다면, 메트로베니아에서 스테이지는 방향성 없는 면의 개념이다. 처음 게임 플레이에서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능력이 해금될수록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커진다.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은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에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탐색'의 개념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장르와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섞은 '로그배니아' 장르를 표방하면서 등장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죄수가 되어서 감옥을 탈출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데드셀이 표방한 로그배니아라는 장르 자체가 그 원류가 되는 캐슬배니아라는 장르와는 상당히 어긋나보인다는 점이다:먼저 캐슬배니아 장르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에 게임 스테이지 디자인에 있어서 단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가령 기존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는 능력을 해방하는 위치와 목적지, 그 사이의 이동 경로 등을 개발자가 세심하게 조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장르는 플레이할 때마다 스테이지나 아이템 구성이 달라지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러한 무작위성은 얼핏 보기에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사람이 개입된 스테이지 디자인과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드셀은 이 둘을 잘 섞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데드셀에서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스테이지를 최대한 빠르게 탐색해서 출구를 찾아내고,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한다. 데드셀은 기본적으로 달리고 점프하는 등 상당히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동작 자체는 직관적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게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데드셀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완주다:플레이어는 세포와 돈, 레벨업, 장비 등을 들고 스테이지의 시작에서부터 출구까지 가야하나 중간에 적이나 트랩에 당해서 죽게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데드셀의 경우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에 세포를 이용해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고 체력 회복 물약을 보급할 수 있는 막간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즉, 스테이지를 완주할 수만 있다면, 플레이어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중간 기점이 있다는 것은 게임 플레이 템포를 독특하게 가다듬는다:달리기처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가 된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아이템 트리 등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초반 플레이에서 해야하는 것은 세포와 아이템을 들고 다음 스테이지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게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완주하기 시작하면 데드셀은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과 세포를 이용한 영구 업그레이드가 함께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데드셀에서 세포를 이용한 영구적인 업그레이드 개념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포는 적을 죽일 때마다 확률적으로 생기며, 막간 스테이지의 수집가에게 제공하여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때 사용한다. 특히 데드셀에서 업그레이드는 여타 로그라이크에서 아이템풀을 추가하는 것 외에 회복약의 사용 회수를 늘려주거나 초기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하는 등 게임 플레이 자체를 바꾸는 강력한 기능들을 해금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해금들 중 회복약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플레이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점의 아이템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 바꾸는 재입고 기능이나, 초기 아이템 선택지를 늘려주는 기능 등 이러한 영구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들은 대부분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향이다. 이런식으로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게임은 육성폭이 늘리고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든다. 이는 플레이어의 게임 학습 곡선과 맞물리면서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스테이지를 완주하고, 업그레이드가 늘어날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지도 함께 늘어난다. 여기서부터는 게임 플레이의 방향성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세포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완주하는 쪽이었다면, 후에는 스테이지를 구석구석 뒤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고, 레벨업을 위한 스크롤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해금된 기능이 늘어나고 기능을 해금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처음에 비해서 게임 플레이 체감 난이도는 낮아진다. 데드셀의 레벨업 구조는 단순하다:플레이어는 스테이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잔혹성/전략가/생존술 3개의 스크롤을 확보하고, 원하는 스텟을 찍어서 올린다. 스텟을 찍으면 그 스텟에 해당하는 장비의 성능과 체력이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 스텟을 설정하는 것으로 육성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편리하다. 


데드셀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재해석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기능 해금과 게임 학습에 따라서 탐색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의 매트로배니아에서 '저기까지 어떻게 도달하는가?' 라는 탐색이 핵심이었다면, 데드셀에서는 출구를 찾되 어떻게 내가 최대한 이 스테이지에서 많이 챙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가라는 탐색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매트로배니아의 탐색이라는 요소는 동일하지만, 데드셀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무작위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데드셀에서 흥미로운 점은 로그라이크 장르가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속도감'으로 뭉겠다는 점이다:달리고 구르고 난간을 붙잡고 오르는 등 게임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서 적의 배치나 통로의 구성과 같이 무작위로 구성된 디테일들은 묻힐 수 밖에 없다.


대신 데드셀의 스테이지는 각각 스테이지의 큰 특징들을 설정해둔다:독성 하수도의 경우, 독성 액체가 찬 바닥을 설정한다던가, 잊혀진 영묘에서는 등불이 없는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데미지를 입게끔 설정한 것처럼 각각 스테이지는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로그라이크 게임이 갖고 있는 디테일의 부족함을 데드셀은 스테이지 측면에서 특징으로 커버한 것이다. 이러한 스테이지들의 특징들은 전반적으로 잘 작동하는 편이지만, 게임 내에 배치되어 있는 트랩들의 디테일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게임에 익숙해지면 트렙에 맞아 죽기는 커녕, 트렙 자체를 맞아가면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게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데드셀이라는 게임은 원류라 할 수 있는 매트로베니아 장르를 로그라이크에 맞게 잘 해석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격에 대비하여 상당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제공해주는 게임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매해서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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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스위치 버전 오리지널 기준입니다. 흥망성쇠나 몰려오는 폭풍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문명 시리즈를 리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크게 두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첫번째, 문명시리즈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전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이 시스템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하나의 전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글로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대단히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문명의 개별적인 시스템들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도시의 입지와 자원 개발, 확장과 전투, 건설과 운영 등등 개별적인 요소들은 하나의 게임으로 독립해도 될정도로 덩어리가 크지만, 문명 시리즈는 각 요소들은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배치한다. 


이런 점은 문명 시리즈의 시작이 보드게임이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사람이 다룰 수 있는 규모로 게임 요소들(카드와 말이나 보드 등등)과 룰을 간단화하고 축소시킨 뒤, 요소들과 룰을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연산'하게 만드는 보드게임 장르 특징은 문명에서도 비슷하게 발현된다. 다만, 문명의 경우, 보드 게임의 요소들을 몇배로 확장하였다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즉, 개별 개별의 요소들은 보드 게임 처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요소들이 뭉쳐서 큰 덩어리를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큰 덩어리를 플레이어가 직접 머릿속으로 판단하면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문명을 리뷰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결국은 플레이어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모든 요소들을 파악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단계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원인은 시리즈 자체가 추구하는 전체적 경험 자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명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1편에서부터 6편까지 이르는 20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문명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는 몇몇 안되는 부족을 이끌어 도시를 세우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영토를 확장하며 거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사실, 종교가 추가된 4편, 시스템 간략화가 일어난 5편,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6편과 같이 문명 시리즈는 게임 컨셉에 굵직한 변화들이 매 작품마다 있었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가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게임의 목표와 경험(물론 세부적인 흐름과 경험은 분명 다르지만)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전체의 경험(문명을 일으키고 흥한다)라는 관점에서 작은 부분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세밀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리뷰에 있어 딜레마(?)는 문명 시리즈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소위 4X 게임(마스터 오브 오리온이 먼저 명명한 장르로써 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활용, eXterminate섬멸)이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경험을 정리할 때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다. 이는 4X 게임 자체가 문명과 같이 플레이어의 경험을 개별 요소로 표현하기 보다는 하나의 큰 경험 아래 단순하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로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게임의 0부터 100까지 모두 논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왜 그 경험이 나왔는지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임을 논할 때는 0부터 논하지 못한다면 거대한 경향성(플레이어가 국가를 세우고 운영하는 경험)과 작은 시스템들이 얼마나 그러한 요소에 부합하는지를 간략하게 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문명 6의 전반적인 변화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러한 변화점을 대표하는 시스템이 바로 유레카다:전작들이 지형과 자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었던 것 때문에, 초기 시작 위치은 매우 중요했다. 이러한 무작위성을 줄이기 위해서 문명 6는 유레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유레카 시스템은 과학/사회 정책을 연구할 시 특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진척도가 절반이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플레이어가 도시 개발 외에도 적극적으로 다른 부가 행동들(특정 시설을 건설한다던가, 유닛을 생산하거나 전투를 하거나 등)을 하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유레카 시스템 때문에 역으로 초반 빠른 발전을 위한 테크트리가 고착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는 유레카 달성 조건들이 대부분 비슷한 것들끼리 뭉쳐서 계열화되었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정형화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또한 유레카 시스템 덕분에 기술 개발이 이전보다 빨라져서 플레이어가 진행에 있어 상당히 압박을 받는 경우도 많다. 고대 불가사의를 올리다가 르네상스나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전반적으로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아서 빠르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플레이에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게임을 하게끔 만든 것은 좋았지만, 유레카 효율이 너무 좋은 나머지 특정 플레이 스타일을 유도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도시 개발의 부분에 있어서도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제 도시 시설들은 특수 지구로 분리되어 나갔으며, 특수 지구는 도시 내의 타일 한 칸을 차지하여 별도로 건설을 하여야한다. 또한 기존 건설자가 무한히 타일 개발을 할 수 있는데 비해서, 6편의 건설자는 제한적인 숫자로만 사용할 수 있다. 대신 이 도시 특수 지구들의 효율은 매우 높아서, 하나 지어놓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율을 보여준다. 또한 건설자도 사용횟수에 제한이 생긴 대신에 한 턴에 시설을 제작할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점들은 플레이어가 자신이 집중할 요소들을 능동적으로 정하고 거기에 집중 투자할 시, 빠르게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가 한번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 플레이가 빨라지고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동시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상당히 난해해졌다는 느낌도 같이 있다. 도시 특수 지구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인접한 타일들을 잘 고려하여서 배치하여야 하는데, 도시 내의 다양한 자원이나 시설들을 고려하여서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서 시설 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난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불가사의 건축이다:불가사의의 경우, 전작들과 다르게 '조건에 부합하는 지형'에 설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설치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물론 한번 건설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최대의 시너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처음 도시 입지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난이도가 올라간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명 6의 이러한 큰 변화들이 여전히 시리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장르'와 맥이 닿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문명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텔라리스와 비교를 해보자:스텔라리스에서 플레이어의 제국이 커질수록, 제국은 작은 자치령으로 분할되고 각 자치령은 AI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관리되게 된다. 즉, 규모가 커질수록 플레이어의 손을 벗어나서 자동적으로 관리되는 영역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의 경우, 여전히 모든 요소들은 플레이어가 손에 쥐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내에 놓여 있다.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외교나 과학기술 연구, 도시 개발 등의 요소들에 변화를 주었지만 '어느 한쪽이 복잡해지면 다른 한쪽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관리하는 게임 시스템과 요소의 범주를 전체로 정해두되, 그 총량을 정량화 시키려는 노력을 한 것이다. 


문명 6는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테마를 두고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문명 6은 전작들에 비교해서 파격적으로 효율을 올리는 요소들(특수 지구 같은 것들)을 도입하되 역으로 제한을 두고(건설자 건설 회수 제한 같은) 플레이어가 방향성을 잡으면 게임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가게끔 만들었다. 그것이 큰 틀에서는 잘 작동하기는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91년 첫 발매 후 근 30년 가까이 지속된 프랜차이즈의 매력과 정체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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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서바이벌 호러 장르는 꾸준한 흐름이다. 호러라는 장르가 많이 팔릴 수 없는 특수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형성된 팬층은 계속해서 장르에 충성하며 게임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2019년 1월에 나와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레지던트 이블 2 리메이크 버전이나, 미카미 신지의 이블 위딘 시리즈,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게임 등등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르의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은 점프 스케어 같은 공포 연출에 있지 않다. 오히려,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본다면 서바이벌 호러의 핵심은 자원 관리와 매니지먼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은 바로 불편함과 결손이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들은 일반적인 장르 문법에서 플레이를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배치하고, 자원을 적게 부여함으로써 플레이어가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5편 발매 당시 있었던 촌극에서 들어난다:시리즈가 20년이 다되어가는 상황에서 어째서 그 흔한 무빙샷조차 지원하지 않느냐는 팬덤의 부정적인 반응에 바하 5 제작진이 '움직임을 제한함으로 다가오는 공포를 표현한다' 라고 답변하였기 때문이다. 이 답변이 나왔을 당시에 사람들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비난의 아유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답변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충분한 답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데드 스페이스라는 다크호스가 튀어나오면서, 바하 5는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데드 스페이스는 무빙샷이 되고, 바하 5는 되지 않았다 라는 이분법적인 접근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 1편은 환각과 좀비, 외과 수술과도 같은 날카로운 연출, 게임 플레이 시스템 등을 통해서 호러에서 벗어나 재난 블록버스터가 되어가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는 다르게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소 공포증이 느껴지는 이시무라 호의 선체,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기괴한 육벽에 의해서 뒤틀려져 가고 환각이 잠식해가는 스테이지들, 아이작을 찢어 죽이려 하는 네크로모프의 디자인 등은 새로운 서바이벌 호러 프랜차이즈의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 1편이 게임 플레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흥미로웠던 점은 무기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론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게임 전투 디자인은 기존의 액션 TPS와는 사뭇 다른 구조를 보여준다: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점 형태로 공격하는 총기류의 무기들이 일반적인 공격 방법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의 경우, 네크로모프의 경이적인 맷집 덕분에 한마리의 네크로모프를 잡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탄약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적에 알맞는 공격 방법을 취함으로써 플레이어는 게임을 좀더 여유롭거 풀어나갈 수 있다. 달려오는 네크로모프의 다리를 끊어서 움직임을 봉쇄하거나, 어깨의 거대한 낫을 날려버림으로써 공격 수단을 봉쇄한다던가, 키네시스 모듈을 사용해 잘려나간 낫을 무기로 재활용해서 날려버릴 수 있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했다. 요컨데 데드 스페이스 1편은 네크로모프라는 독특한 몬스터 디자인을 전제로 해서 게임 플레이 자체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기에 데드 스페이스 1편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 특유의 정체성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슈팅 게임을 플레이하듯이 접근해서는 안된다. 서바이벌 호러 장르 답게 게임에서 탄약이나 회복제 등은 적게 나오고, 적에 따라서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제한된 자원과 불편한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이 데드 스페이스 1편의 매력이자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재미를 살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2부터는 게임의 기조와 방향성을 점점 '대중적인' 방향으로 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호러는 팔리지 않는다. 데드 스페이스 1은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었지만, 약 2년 간 전체 판매량이 200만장 정도 밖에 안되었다. 후속작이 나왔다는 점에서 보면 충분히 수익이 되었겠지만, 트리플 A 게임 관점에서 본다면 200만장은 많이 팔렸다고 보기 힘든 숫자였다. 그렇기에 좀 더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데드 스페이스 2가 주목한 부분은 '슈팅의 전략성과 과격함'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무기 업그레이드 부분에 있어서 최종 업그레이드 시, 더 강력한 속성을 부여한다던가(플라즈마 커터의 경우, 최종 업그레이드 시 공격 받은 부위에 불을 붙여서 지속 데미지를 입힌다) 흉악한 설정의 무기들을 추가한다던가(거대한 창을 쏘는 자벨린 건 같은) 소소한 부분에 변화를 주었다.


이러한 대중적인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데드 스페이스 2가 여전히 잘 만들어졌던 데드 스페이스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1편에 기반'하였기 때문이었다. 2편은 핵심적인 게임 메카니즘은 바뀌지 않았고, 연출을 대중적으로 다듬었을 뿐 여전히 1편이 갖고 있는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데드 스페이스 3의 실패는 2편의 성공(전작의 두배인 400만장 정도가 팔렸다)을 엉뚱하게 과대 해석한 덕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 2는 분명 대중적인 연출로 다듬어졌지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라는 점에서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핵심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데드 스페이스 3는 '대중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공하였다' 라는 부분에만 집착하여 게임의 전제가 되는 네크로모프의 디자인을 뒤엎고 무기를 조합하는 3인칭 슈터 게임을 만들어버리고 만다. 


3편의 네크로모프는 전작들과 달리 미친듯이 달려오고 공격을 가하는데다가 어설프게 사지절단을 했다가 더 강해지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게임은 플레이어의 화력을 대폭 늘려버렸다. 3편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속성을 가진 무기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고, 거기에 칩으로 강화까지 할 수 있다. 덕분에 게임은 무기를 들고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고 화력을 압도적으로 쏟아붓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탄약까지 1원화 시킨 덕분에 강력한 무기를 플레이어가 제약 없이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1편이나 2편과 달리 이런 점에서 3편은 큰 문제점이 있었다. 물론, 다양한 기능을 지닌 무기를 만든다는 발상은 충분히 매력적이긴 했지만, 문제는 데드 스페이스 3가 여전히 데드 스페이스 1편과 2편의 게임 시스템을 개보수 해서 사용하고 있다는데 있었다. 3편에서 새로운 요소와 과거의 요소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순 덩어리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3편의 실패는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매력을 어떻게든 살려내었던 1편과 2편에서 벗어난 것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 비서럴의 오판이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EA 라는 퍼블리셔의 농간이 개입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3편의 실패는 뼈아팠다는 것이다:게임은 목표 판매량에 도달하지 못했고, 비서럴 스튜디오는 해체되었으며, 시리즈는 더이상 제작되지 않게 되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6편의 실패 이후, 7편과 리벨레이션즈, 2편 리메이크를 통해서 살아난 점을 생각하면 대조적인 부분이다. 특히, 바이오하자드 2편 리메이크의 경우, 고전적인 게임 플레이를 훌륭하게 재현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서바이벌 호러 장르가 여전히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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