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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콘트라 로그 콥스는 2019년에 발매된 콘트라의 최신작이다. 그리고 판매량과 평점 양 측면 모두에서 게임은 처참하게 실패하였고,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게임이다. 사실, 코나미가 자사 프랜차이즈로 팬층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었다.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의 상태나 메탈기어 서바이브 등의 사례들을 찾아보면, 코나미가 코지마 히데오의 퇴사 이후 콘솔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에서 감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우는 매우 희귀한 경우다:'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했어도, '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제작사가 망하는 경우'는 200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콘트라 로그 콥스의 실패는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로그 콥스의 게임 플레이 구조는 추상화시켜서 접근 했을 때는 헛점이 없어보이며, 시장 및 팬층 공략 측면에서 오히려 근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로그 콥스에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모으고, 더 강한 적들과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게임에서 오른쪽 스틱은 조준, 왼쪽 스틱은 이동을 맡는다는 점은 로그 콥스이 기반으로 삼는 장르가 트윈 스틱 슈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콘트라 로그 콥스가 선택한 트윈 스틱 슈터 장르는 FPS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확실한 팬층을 갖고 있다:최근 엔터 더 건전은 누적 3백만장을 돌파하였고, 핫라인 마이애미나 뉴클리어 쓰론, 신테틱, 매지카 등 트윈 스틱 슈터류 장르 게임은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물론 트윈 스틱 장르는 지금 게임 시장에서 분명하게 장르 한계가 있기도 하다. 영화와도 같은 게임 연출이 불가능하고, 그래픽 등으로 여타 게임 프랜차이즈와 차별화가 어려운 점은 이 게임 장르를 풀 프라이스($59.99)가 아닌 하프 프라이스($29.99) 이하의 가격에 매여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트윈 스틱 장르는 이 가격 차별화 측면에서 풀프라이스 트리플 A게임들이 치고들어오기 힘든 경계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왼쪽 스틱으로 움직이고, 오른쪽 스틱으로 조준한다는 명제만 지켜진다면 아이디어로 다양한 차별화가 가능하며,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소자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트윈 스틱 장르에는 수많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로 승부를 보는 게임들이 많았다. 원소의 조합으로 마법을 쓰는 매지카나, 총알 걸림과 탄환의 반사 등의 세부 상황들을 살린 신테틱, 고전 2D 아케이드 게임과 80년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뒤섞은 핫라인 마이애미 등등 이미 이 장르에는 '장르의 교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트윈 스틱 장르를 선택한 게임들은 트리플 A 게임들 처럼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반복 플레이했을 때의 쾌감에 집중하였다. 

 

그런 점에서 로그 콥스는 자신의 포지션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게임이었다. 콘트라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팬들이 있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더이상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2D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는 크나큰 반향을 차지하기 힘들었고, 콘트라 프랜차이즈의 매력은 3D 게임에서 재해석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트윈 스틱 슈터로 장르를 노선을 갈아타는 것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심지어는 동종 업계(?) 경쟁자들에게는 규격외의 반칙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콘트라는 30년이 다되어가는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명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로그 콥스는 트윈 스틱 장르 선배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반복 플레이(게임 스테이지의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탐색 모드 같은)나 협력 플레이 요소, 멀티플레이 요소 등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하였다. 아이디어, 프랜차이즈, 밴치마킹. 로그 콥스는 겉으로 보기에 이 3가지가 분명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로그 콥스의 실패는 어떤 의미에서 경이롭다. 이 게임은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잘못되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힘든 게임이다:고정 카메라 시점과 우 스틱 조준의 삐걱거리는 결합, 의미없는 것을 넘어서 쓸모없는 무기 체계, 수치로만 표현되는 케릭터 강화 요소, 정신나간 파밍 난이도, 최악의 최적화, 혐오스러운 적들과 더 혐오스러운 주인공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연출 요소들 등등.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30년전 AVGN이 리뷰하던 초창기 게임 시장에 풀릴법한 엉망진창의 실패작을 보는 느낌이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모호하고 품질 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최소한 30년전의 AVGN이 리뷰하던 게임들은 역사의 초기작들이라고 변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콘트라 로그 콥스는 자신이 타겟으로 삼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이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분석과 포지셔닝을 잘 했고, 트윈 스틱 장르에서 밴치마킹할 상대들도 많은 상황이었다. 즉, 실패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로그 콥스의 총체적인 실패ㅡ게임의 퀄리티에서부터 이 게임을 세상에 공개한 정신나간 코나미까지ㅡ는 코나미 내부의 게임 개발 인력이 모두 증발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례로 카메라 문제를 보자:콘트라 로그 콥스의 시점은 전통적인 콘트라의 사이드 뷰 카메라와 트윈 스틱 슈터의 탑다운 뷰 방식의 카메라를 섞어놓은 시점이다. 전통적인 콘트라의 시점을 오마주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는데, 어디까지나 의도는 좋았다. 사이드 뷰의 카메라와 탑다운 뷰의 카메라 양쪽 모두에서 탑다운 뷰 기준으로 오른쪽 스틱 조준을 해야하는 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글로는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데,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플레이어가 지표면으로부터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전제에서 모든 조준과 움직임을 설정하였다. 문제는 게임 내내 대부분 카메라 세팅이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카메라를 살짝 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조준은 하나같이 묘할 정도로 짜증나고 섬세한 경향성을 보인다. 3D 액션에서 2D 슈팅, 탑다운 슈팅, 아케이드 까지 모든 게임의 시점을 뒤섞은 니어 오토마타와 비교해보면 로그 콥스의 거지 같음은 더 명확해진다. 니어 오토마타의 경우, 카메라를 돌릴 때와 고정할 때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조작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카메라의 시점이 변화할 때, 플레이어는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조작을 거기 맞출 수 있었다.

 

로그 콥스의 카메라 조작은 게임 제작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실수이자, QA 단계에서도 쉽게 잡아낼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이것이 기획 단계에서 통과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 트윈 스틱 슈터 게임에서도 기교를 부리는 게임들은 이런 식의 시점 조작을 하기도 한다. 즉, 이미 검증된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그 콥스는 그러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실제 플레이어에게 하라고 던져주는 시점에서 그 어떠한 필터링도 하지 않았다. 혹자는 대학생 졸업작품 같은 게임이라고 까기도 하지만, 대학생 졸업작품도 적어도 교수나 동료의 손에 필터링 된다는 점에서는 로그 콥스보다 나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로그 콥스의 모든 요소들은 순수하게 머릿속으로, 초기 기획서로만 존재했을 때만 말이 된다:트윈 스틱 슈터라는 장르 선택, 가격 선정, 파밍 요소, 케릭터의 장비 및 성장 등의 모든 요소들은 그럴듯해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개발하고 퀄리티를 관리하는 단계에서는 관리자가 통제를 하지 못하였다. 카메라와 조준의 미세한 거지같음은 장르를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 아니 플레이어라면 금방 지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코나미에 개발진을 지휘하는 관리자 급 스테프들은 게임 장르, 아니 게임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로그 콥스의 문제만이 아니다. 재작년 초에 나온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그랬고, 작년 말에 나왔던 러브플러스 에브리가 그러하다. DS라는 기기라는 기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써의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를 보여준 게임이 바로 러브플러스였다. 그런 러브플러스에 일상과는 거리가 먼 가챠 요소를 집어넣고, 선택지를 가챠로 해금한다는 가챠 지상주의(?)적인 발상을 넣은 것이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였다. 원작의 강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선택이었지만,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여기에 원작의 리소스를 재활용하는 모습과 이야기를 기존 히로인 3명에게 국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챠의 수익 구조라면 더 악랄하게 수많은 케릭터를 집어넣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는 점은 러브플러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이해하고 있냐를 넘어서 '가챠라는 수익구조를 이해하고 있냐'라는, 요즘 게임 관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의문까지 들 정도다.

 

IGA나 러브플러스 개발진, 코지마의 퇴사 등으로 유명 개발자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된 게임 개발사라면 한번씩은 겪는 산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그러한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었다. 캡콤이 그러했고, 스퀘어 에닉스가 그랬고, 코에이 테크모가 그랬다. 하지만 코나미가 보여준 러브플러스 에브리나 로그 콥스 등의 기록적인 실패는 그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지 못하였을 때를 여실히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코나미의 임원 이상의 경영진이 자사의 핵심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캡콤은 부침이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개발이라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놓지 않았고 그 역량을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나 몬스터 헌터 월드로 끌어올 수 있었다. 즉, 캡콤의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코나미는 자사의 핵심역량을 개발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코지마 히데오가 임원직을 내려놓고 코나미를 떠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을 뿐, 내부적인 조직문화나 2차 창작을 대하는 태도, 특허권 분쟁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씨앗은 이미 코지마가 떠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샘이다.

 

결론적으로 로그 콥스라는 작품은 코나미가 게임 산업에서 얼마나 형편없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희귀한 사례인지를 동시에 보여준 게임이다. 물론 러브플러스 에브리 같은 게임도 있지만, 그건 코나미라는 회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리 추구에서 얼마나 엇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행위예술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로그 콥스라는 그냥 못만든 쓰레기하고는 1대1로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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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포켓몬스터는 통상적인 MMORPG 장르라고는 할 수 없다. MMORPG에 있어서 거대함Massive이란 미학적인 풍광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협동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풍경의 거대함을 넘어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와우의 레이드가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에버퀘스트 같은 게임들도 언급해야겠지만) 레이드는 10명에서 25명의 사람들이 보스 클리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일사분란하게 전술을 맞춰서 움직이는 게임 플레이로 현재 MMORPG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대표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요컨대, MMORPG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만나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포켓몬스터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포켓몬스터 6세대부터 PSS라는 기능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게임 플레이 요소를 넣었고, 이는 7세대와 8세대의 YY통신의 형태로 이어졌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항상 게임 내의 콘탠츠가 변화하는 프랜차이즈였지만, 6세대에서 8세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멀티플래이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이것이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주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MMORPG의 발상과는 달랐다. MMORPG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한 레이드의 개념일 것이다: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협동하는 레이드는 분업과 신뢰라는 측면을 깊이있게 파고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탱커-딜러-힐러와 같은 역할의 3분할도 각 역할을 전문화 및 분업화한 하나의 사례이다. 탱커는 적의 어그로를 끌고, 힐러는 파티가 전멸하지 않게 체력을 관리하며, 딜러는 적을 분쇄한다. 각자가 맡은 파트에 대해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끌어낼 때,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에는 이러한 요소가 없다:심지어 본격적인 레이드 배틀을 표방한 맥스레이드 배틀에서도 역할 분담의 중요성 보다는 한 사람이 다이맥스화 해서 베리어를 깨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딜을 꾸준하게 넣어서 다이맥스화된 적을 격파하는 것이 기본적인 공략방식이다. 여기에는 전략이고 분업이고 협업이고 할 것이 하나도 없다. 다른 PSS 통신에서의 요소도 그러하다. 플레이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거나, 교환을 신청하는 것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대1의 관계 맺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체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게 만드는 게임 플레이 방식을 MMO라 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포켓몬스터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풍경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트위터 타임라인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PSS나 비동기 멀티플레이 같이 잔상의 형태로 지나가는 소드/실드의 와일드에리어 처럼, 포켓몬스터는 포켓몬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포켓몬스터 게임 플레이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플레이는 TCG 장르와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사람과의 대전에서 포켓몬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카드(=포켓몬)를 만들고, 이것을 드래프트해서, 서로 가지고 있는 선택지에서 최대 효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입문하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재화'인 포켓몬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PSS와 같은 멀티플레이 요소가 추가된 6세대부터 대전에 필수적이라 여겨진 고개체 포켓몬을 교배 및 육성하는 난이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교배 및 육성이 편해진 6세대 이후, 플레이어는 한 마리의 완벽한 포켓몬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패작' 포켓몬들(V값이 올바르게 배분되지 않았거나, 성격이 다르거나)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수많은 실패작들은 말이 실패작일 뿐이지 실상은 4V 이상의 고개체거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즉, 누군가의 쓰레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교배 및 육성에 뛰어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담없이 내가 필요없는 포켓몬과 무작위의 상대방이 필요없는 포켓몬을 교환하는' 미라클 교환의 존재는 일종의 재화의 재분배 창구를 하였다. 즉, PSS가 단순히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스쳐지나가는 기믹으로만 묶은 것이 아닌, 실제로 인게임 내의 재화를 재분배하는 창구로 기능한 셈이다.

 

요컨데 앞으로도 포켓몬스터가 생각하는 MMO는 우리가 아는 MMO와는 다를 것이다. 한 게임 세션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고, 역할 분담이나 고도의 전략 전술을 요하는 게임 플레이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같이 한다는 감각과 함께 재화의 재분배 창구로서 포켓몬스터의 MMO는 계속해서 그 명맥과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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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멀티플레이, 최종 게임 내용 구성에 대한 글입니다.

 

*상편 리뷰는 여기에 있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2454)

 

포켓몬스터 게임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어떤 사람은 포켓몬 수집을, 어떤 사람은 대전을, 어떤 사람은 스토리와 모험을 즐기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이 논의를 출발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있다:기념비적인 첫 작품을 만든 타지리 사토시는 '어렸을 적, 채집했던 곤충과 동물들을 게임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으로 포켓몬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프랜차이즈가 20년이 지나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수집'이 밑바탕이 된다. 다양한 포켓몬스터들을 만나고, 이들을 잡아서 도감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포켓몬 수집의 재미다. 그리고 이러한 달성 지표는 포켓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도감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도감과 수집 요소는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를 다양한 연령에 어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어린 플레이어들도 야생의 포켓몬스터와 조우하고, 현실의 동물에 영향을 받은 포켓몬의 디자인과 생태에 관심을 갖고 포켓몬을 하나씩 잡아나가면서 게임을 익혀나간다. 즉, 포켓몬의 수집이라는 요소가 게임 내용을 구성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수집'이라는 요소는 한 때 포켓몬을 바짝 뒤따랐던 요괴워치의 성공 요인과도 맞닿아 있다. 요괴워치 역시도 다양한 요괴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친구로 만들어 요괴 대백과를 채워나가는 것이 게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생과 포획에 집중했던 포켓몬스터와 달리, 요괴워치는 정말로 다양한 곳, 다양한 환경에서 요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 구성에 깊이가 더해지는 부분에서 이 두 프랜차이즈는 분명하게 갈린다. 우선 요괴워치 시리즈는 RPG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게임 구성, 특히 전투에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구조였다. 회전판을 돌려서 요괴의 배치를 바꾸는 전투 방식은 요괴워치 완구와 맥을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저연령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 자체의 깊이는 얕았다. 레벨 파이브는 이후 요괴워치 3과 4에서 이러한 전투방식을 개선해서 다양한 전투 시스템을 선보였는데(3의 3X3 빙고 게임판 같은 전투 플레이와 4의 요괴워치 버스터즈를 응용한 전투 방식), 오히려 이러한 변화가 게임으로서 요괴워치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1편인 적녹 버전에서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의 시스템을 유지하였다:각 포켓몬들의 능력치=(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라는 공식(정확한 공식은 곱셈에 덧셈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이렇게 표현하겠다)은 최초의 1세대와 2세대부터 큰 틀을 구성하였고, 이 위에 새로운 포켓몬과 새로운 타입들을 추가하면서 게임 전투의 밸런스를 맞춘 것이 지금의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서 '포켓몬의 전승'이라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념을 확립하였다.

 

포켓몬스터 프랜차이즈는 각 버전별, 세대별로 포켓몬을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을 플레이어는 이용해서 이번 세대에 나오지 않은 포켓몬을 도감에 등록시키거나 실전에서 활용하거나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은 단순히 게임 플레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이론적으로, 플레이어는 1세대 게임보이 포켓몬을 8세대인 소드 실드까지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단순한 게임 내의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플레이어가 정성들여 수집하고 기른 포켓몬둘운 세대가 끝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유지되고 전승된다. 이러한 역사성은 포켓몬스터의 팬층을 청소년 계층을 넘어서 어른들에게 어필하거나 추억에 잠기게끔 만드는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강점이다.

 

물론 소드/실드의 경우, 전국도감을 삭제함으로써 게임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반토막(400마리)내버리는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 이로인해서 많은 포켓몬 팬덤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프랜차이즈 역사중 발매전 가장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란 오명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드/실드는 와일드에리어나 맥스레이드 배틀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다양한 포켓몬들을 만나게 함으로써, 이전작들에 비해서 체감상 더 많은 포켓몬을 만난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후술할 대전환경에서도 지나치게 강력한 포켓몬들을 대전 환경에서 분리함으로써 대전환경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성공하였다.

 

소드/실드의 등장 포켓몬이 반토막 났다고 해서 서운할 필요는 없다. 2020년 초, 게임 프리크는 기존 포켓몬 뱅크와 레츠고 이브이/피카츄, 포켓몬 GO를 연동하는 포켓몬 홈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포켓몬 홈에서는 모든 포켓몬을 옮길 수 있고, 차후 발매되는 포켓몬스터 작품으로도 옮길 수 있게 만들 예정이다. 즉, 다양한 플랫폼으로 분리되어 있는 포켓몬스터의 포켓몬들을 한 군데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발상 자체는 좋아보이나, 과연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은 '수치가 고정되어 있는' 턴제 RPG 시스템이다:스피드가 높은 포켓몬이 먼저 행동하고, 그 다음 포켓몬이 행동한다. 전투에 들어간 포켓몬들의 능력치는 특정한 변수가 없으면 고정이기 때문에, 공격의 선후와 받는 데미지, 주는 데미지는 모두 정해져있는 상태다. 즉, 전투에 들어가는 그 시점에서 플레이 양상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 없는 것이 포켓몬의 전투 시스템이다. 하지만 포켓몬의 이런 전투 시스템은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순간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부분 플레이어 포켓몬들은 NPC 트레이너나 보스들을 레벨로 크게 압도하는 상황이고, 상성 이외에는 능력치나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전이라 불리는 대전환경이다:플레이어의 포켓몬 레벨은 50 또는 100으로 맞춰지기 때문에 레벨에 따른 능력치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게임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레벨이 동일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를 압도적으로 순살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해지고, 한 마리의 포켓몬을 기절시키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두 턴 이상이 소비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여분의 턴'이 발생함으로써 포켓몬스터는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었다.

 

포켓몬스터의 실전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두가지다:첫번째는 포켓몬의 육성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는 고정이고, 난수가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기 때문에(심지어 대부분 기술의 적중률은 90~100%이다) 포켓몬의 능력치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핵심 변수가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포켓몬의 능력치는 (종족값+개체값+노력치+성격 보정 값)이며, 종족값을 제외한 개체값, 노력치, 그리고 성격은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서 조절이 가능한 요소들이다. 즉, 같은 포켓몬이라도 개체값, 노력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포켓몬 로스터의 선택이다:싱글 배틀 기준에서, 플레이어는 6마리의 포켓몬 중 3마리를 골라서 로스터를 구성하고, 상대와 대전을 하게 된다. 재밌는 점은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건 상대가 갖고 있는 6마리의 로스터 뿐이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상대의 로스터와 자신의 로스터를 비교해보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알맞을 지를 고민하여서 3마리를 선택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포켓몬은 마치 'TCG'와 유사한 게임이 된다는 것이다:어느 포켓몬을 쓰고, 어떤 순서로 내보낼지는 일종의 카드 드래프트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결과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점에서는 TCG의 문법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육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하나의 카드를 '만들어나가는' 요소를 도입하였다. 즉, 플레이어의 아이디어와 전략, 센스가 있다면 무한히 다른 카드(=포켓몬)를 만들 수 있는게 포켓몬스터의 묘미인 것이다.

 

이렇게 포켓몬을 육성하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과정을 통해서 포켓몬스터는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데이터 덩어리에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게끔 만들었다. 대전을 넘어서 포켓몬을 교배하고 키우고 성격을 맞추고 하는 이런 모든 과정들이 플레이어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드/실드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들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포켓몬스터는 역대 최대로 실전 입문 난이도가 낮은 포켓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드/실드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와일드 에리어는 때때로 텅비어 보이는 광경을 보여주며, 와일드 에리어 내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뻣뻣하다. 포켓몬 대전을 제외하고 포켓몬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전 작들에 비해서 이번 작은 그런 요소가 적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스위치로 내는 첫번째 포켓몬스터 작품이라는 것이 역력하게 눈에 띄며, 게임 프리크의 기술력이 한세대 뒤떨어져있다는 인상도 강하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여전히 포켓몬스터이다. 여전히 게임 프리크는 다양한 포켓몬을 수집하고, 내 방식대로 육성하며, 세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겨루는 포켓몬스터의 핵심 정체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비록 모든 팬들과 플레이어들이 꿈꾸왔던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소드/실드는 여전히 프랜차이즈의 핵심 매력을 다양한 계층의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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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본인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이 싫다.

 

모던 워페어 2 이후, 지난 10년간 필자는 단 하나의 콜옵을 놓쳐본적이 없었다. 모던 워페어 2, 블옵, 모던 워페어 3, 블옵 2, 고스트, 어드벤스드 워페어, 블옵 3, 인피닛 워페어, WWII, 블옵 4에서 마지막 모던 워페어 리부트까지. 정말로 기나긴 세월이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본인이 콜옵을 사게 되었던 동기는 두가지다. 첫번째는 겨울 기간 동안 즐길 멀티 게임이 필요했었고, 두번째는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언제쯤 몰락하게 될까라는 호기심이었다.

 

아니면 굳이 콜옵을 구매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본인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좌절감이었다:이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매년 나오는 새로운 게임들은 이전 작품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콜옵은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가장 밑바닥을 담당했다: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바리에이션을 만들고, 매년 똑같은 재미를 주면서, 대규모 마케팅을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팔아먹는, 프랜차이즈의 최저치이자 기업 윤리의 최소한이 바로 프랜차이즈로서 콜옵이었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인간의 움직임을 벗어난 게임 플레이, WWII의 복고 트랜드와 최신 노하우의 결합, 블옵 4의 싱글 삭제 시도 등)은 있었다. 이는 아무리 콜옵이라도 시장의 트랜드를 무시할 수 없기에, 트렌드에 맞춰나가는 최저한의 반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최저한도의 변화를 통한 변화의 방향성, 시장이 보여주는 트렌드를 역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왔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가 대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무엇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참으로 참담하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그야말로 모던 워페어의 회귀를 의미한다. 모던 워페어가 게임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2000년대 이후 트리플 A 게임, 또는 트리플 A급 콘솔 FPS라는 정의를 내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같은 싱글플레이와 빠른 페이스의 멀티플레이의 결합은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넘어서 수많은 게임들이 따라했으며, 심지어는 콜옵식 밀리터리 FPS가 게임 시장 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까지 하였다. 그만큼 모던 워페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던 워페어에서 다시 되살릴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모던 워페어 발매후 약 10여년간 게임 업계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콜옵식 싱글플레이는 모든 게임들이 한번씩은 시험적으로 받아들이고는 자기만의 색체로 재해석했다. 콜옵식 멀티플레이는 타이탄폴 1과 2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통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 때 레프트 4 데드와 비교되었고, 콜옵의 3번째 콘텐츠로 각광받은 좀비 모드 역시, 이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시도들은 위기의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레이아크가 있었다:트레이아크는 블옵 1에서는 음모론을, 블옵 2에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결말을, 블옵 3에서는 아예 테크노 스릴러를 만들었다. 매번 블옵이 발매될 때마다, 트레이아크는 콜옵이라는 프랜차이즈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슬렛지해머 스튜디오가 만든 두 편의 콜옵은 트레이아크 콜옵만큼의 특이함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콜옵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한 모습이 있었다.(어드벤스드 워페어의 엑소 수츠, WWII의 사단 시스템 등)

 

즉, 콜옵은 시장의 변화에 최저한도라도 반응하였고, 심지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어드벤스드 워페어나 블옵 3의 플레이어 움직임이나 맵구조 등)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의 리부트를 들고 온다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는 그러한 변화하지 않는 모습의 연장선에 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생각한 콜옵 싱글의 핵심은 자극성이다. 인피니티 워드는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을 쌓고, 그 위에 약한 개연성을 가진 플룻들을 연결시켰다. 사람들이 모던 워페어를 통해서 기억하는 것은 장면이지, 전체 플룻이 아니다:모던 워페어의 핵폭발 시퀸스나 AC130의 게임 플레이,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미션, 모던 워페어 3의 월가 붕괴 등등. 이 모든 것들이 플롯과 연계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소비될 뿐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를 하면서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게임의 모든 것은 이전 작의 어디선가에서 조금씩 가져온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자극적인 부분들만 골라서 말이다. 스펙타클을 위해서 죽어가는 민간인들의 모습이나, 불타는 세상이나, 이런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쉽게 소비되는 것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플레이다. 다른 콜옵 제작사들이 이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이나 변주를 집어넣었던 것에 비교한다면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 플레이는 후퇴 그 자체였다.

 

심지어 역대 콜옵들, 가장 최악의 콜옵인 고스트와 비교해서도 악질적인 부분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 있다. 그것은 바로 쿠르드족의 투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게임의 스펙타클의 일부로 차용한 것이다. 현실의 복잡한 역사를 스펙타클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쓴 것도 논쟁적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찰 없이 플룻을 짠다면 그것만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여기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군인을 쏴 죽이는 어린이와 고문당하는 민간인 등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죄다 섞어버렸다. 전쟁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승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콜옵의 싱글 특징이 '자극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묘사는 최악이었다. 심지어 미국의 무차별 폭격에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러시아의 짓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순진한 것을 넘어서 악의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트럼프가 IS와의 전쟁에서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내치고 터키가 쿠르드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 때문에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싱글은 자극적이고 엉망진창인걸 넘어서 하나의 실존주의적 유머가 되버렸다. 그들이 멋지게 묘사하고자 했던 민병대원들은 그들의 동맹(영국과 미국)에게 버림받고 나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 안일하게 다루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상과 선한 사람들의 유대라는 단순한 서사는 서사의 주인공인 미국에 의해서 스스로 무너졌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인피닛 워드가 잘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없이 현실의 비극과 자극적인 소재들을 섞어서 집어넣다가 배탈나서 나뒹굴고 있는 인피닛 워드가 전혀 불쌍하지는 않을 따름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고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혐오에 기반한 작품이 아니란 이유 때문에, 최악의 콜옵이라는 오명은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리부트 싱글은 생각없이 만들어진 자극의 집합체일 뿐이다. 여기서 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이도 우리가 인피닛 워드의 콜옵을 내년 2020년에 볼 일은 없겠지만, 불행이도 2021년에 콜옵은 인피닛 워드가 만든다. 그리고 장담컨데 그 때도 인피닛 워드는 콜옵의 최저한도, 프랜차이즈 게임 양심의 최저 한도를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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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멀티 플레이 및 대전에 대한 리뷰는 하편에서 다룹니다.

 

6년전 포켓몬스터 XY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XY는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최초로 2D 스프라이트를 넘어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최초의 포켓몬스터 게임, 사상 최초로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게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게임이었지만,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포켓몬스터 XY는 비웃음의 대상이기도 하였다: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게 혁명인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 포켓몬이야말로 시대에 뒤쳐진 게임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이 이 조롱에서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포켓몬스터는 단 한번도, 휴대기기 라는 플랫폼을 떠난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임보이에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에서 DS로, DS에서 3DS로.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와 자원만 지원되는 환경에서 게임 프리크는 포켓몬을 만들어 왔다. 적어도 3DS까지는 이러한 변명은 통했다. 그러나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사정은 급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거치형 콘솔'에 데뷔한 포켓몬스터 메인 타이틀이다. 그리고 근 20년간 쌓여왔던 팬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작품이기도 하다:인상적이지 않은 그래픽,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린 포켓몬 도감, 성의없는 전투 모션, 모델링 재사용 논란 등등. 항상 휴대기에 메여있었다는 핑계로 변함이 없었던 포켓몬 프랜차이즈에 대해 20년 동안 쌓인 팬들의 분노는 어마무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스위치 발매 이후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마치 20년간의 팬들의 바람을 비웃듯이 말이다.

 

과연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흥행이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등에 업은 팬들의 신뢰에 대한 모라토리엄일까? 흥미롭게도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게임 프리크의 센스와 기술력 부족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게임 템포의 조절이나 시스템 개선, 게임 플레이에 대한 비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스위치라는 기기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조악한 마감이나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는 게임이다. 물론, 그런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도 포켓몬 소드 실드는 즐길만한 게임인건 분명하다.

 

 

대대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게임 구성은 크게 스토리-(클리어 이후의)포켓몬 육성과 수집-실제 대전으로 나뉘어진다:전반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체육관 격파 및 서브플롯을 진행하는 스토리 파트, 스토리 진행 후 대전이나 교환에 쓸 수 있는 강한 포켓몬을 기르거나 수집하는 육성과 수집 파트, 마지막으로 육성과 수집을 통해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즐기는 대전 파트. 이런식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구성은 3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폭이 늘어난다. 소드 실드도 큰 틀에서 포켓몬스터 특유의 정석적인 구성을 따라간다.

 

먼저 스토리 단계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하여 모험을 떠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정석적인 전개로 진행된다. 이 단계는 저연령층도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입문할 수 있게끔, 게임 시스템의 기본적인 명제들(포켓몬의 타입에 따른 상성의 이해같은)을 체육관 깨기의 형태로 구현하였다:각 체육관들은 포켓몬의 타입에 따라서 체육관의 로스터 및 전술을 배치하고, 플레이어는 이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익힌다. 체육관 공략의 정석은 '체육관에 따라서 각 타입 포켓몬을 고루 육성하여 클리어'하는 것이다.(물론 각 체육관의 포켓몬 레벨은 고정이기 때문에 레벨업을 해서 우격다짐으로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소드 실드의 스토리 파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전작들과 다른 차별화되었다. 첫번째는 경험치 배분 방식의 변경 및 편의성의 증대다. 1세대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경험치는 학습장치를 꼈을 시 '원래 받아야하는 경험치를 6마리가 나눠가지는' 형태였다. 이것이 2세대와 블랙/화이트를 거치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습장치를 소지한 포켓몬이 경험치를 받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6세대를 거치면서 학습장치는 기본 경험치를 전투에 나간 포켓몬이 받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포켓몬들이 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즉, 제작자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켓몬들이 경험치를 받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편의성을 증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소드 실드는 플레이어 레벨업 편의성을 이전보다도 더 극대화하였다. 심지어 소드 실드의 레벨업 곡선이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나온 포켓몬이 더 많은 경험치를 먹을 수 있게 바뀌었고, 교체 맴버로 존재하는 포켓몬들도 경험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낮은 레벨의 포켓몬일 경우 레벨이 높은 포켓몬에 비해 더 많은 경험치를 받게끔 바뀌었다. 이전과 다르게 포켓몬의 레벨업 속도가 빨라져서 스토리 도중에 서브 멤버를 키우거나 하는 것들이 어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 프리크는 이 조차도 느리다고 판단한건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경험치를 대거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고, 포켓몬 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레벨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심지어 스토리 클리어 후 꾸준하게 레이드만 돌아도 새로키우려는 맴버를 레벨 100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정도다.

 

또한 편의성 부분도 극대화되었다. 포켓몬을 교체하기 위해서 박스까지 갈 필요 없이 필드에서도 자유롭게 박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 레벨링 구간도 짧아져서 포켓몬 센터로 접근하거나 하는 등의 편의성도 늘었다. 심지어 스토리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XY나 썬문을 생각한다면 직관적인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고, 그 스토리의 분량도 짧다. 마치 스토리도 이후 진행될 육성과 대전에 방해가 된다는 듯이 짧게 쳐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에서 편의성이 너무 늘어버린 나머지, 이번 포켓몬의 엔드 콘탠츠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들 정도다.

 

 

교배와 육성관점에서 본다면 소드 실드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포켓몬스터에서 전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포켓몬의 특성, 포켓몬의 속성, 그리고 포켓몬의 능력치와 기술배치다. 기술배치와 포켓몬의 속성을 제외한다면(엄밀히 따진다면 유전기의 존재도 따져야겠지만, 여기서는 빼겠다) 포켓몬의 특성과 능력치는 교배를 통해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리고 특성은 교배할 때마다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포켓몬의 능력치를 구성하는 4요소, 종족값(각 포켓몬 종별로 지정된 능력치), 개체치(그 포켓몬이 갖고 있는 재능을 표현한 능력치, 가장 높은 수치가 V로 표기하며 V의 개수에 따라서 4V,5V 이런식으로 표기한다), 노력값(경험치를 얻거나 아이템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 성격(레벨업에 따른 능력치의 성장을 결정 짓는 요소)이다. 포켓몬스터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는 이들 중 개체치와 노력값, 성격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구성되었다.

 

포켓몬 교배 및 육성 콘탠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값(특히 노력값, 개체치)들이 있기 때문에 각 포켓몬스터 작품들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들은 '어떻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를 관리하는가'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게임이 가르쳐주는대로 진행하면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대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포켓몬스터는 대대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을 가시화 시키진 않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단 큰 변화가 있었던 X나 Y를 보자. 포켓몬 XY가 높은 개체값을 가진 포켓몬 교배에 필요한 2V~3V 고개체들을 프랜드 사파리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제공하였고, 노력치는 미니 게임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편의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서 크게 증대되었다. 알파 사파이어와 오메가 루비에서는 포켓내비를 이용해서 연속해서 포켓몬을 잡다보면 고개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더 높은 V값을 가진 고개체 포켓몬을 잡는 시스템이었고, 썬 문에서는 난입 배틀로 고개체 포켓몬을 확보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라기는 했지만(썬문의 난입 배틀은 상황에 따라서 빡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콘탠츠 및 입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교배 육성 콘탠츠에 진입하게끔 만들었다.

 

소드 실드는 그 변화의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소드 실드의 맥스레이드 배틀은 본작의 기믹인 다이맥스화 된 포켓몬을 상대로 4인 협력 레이드 배틀을 벌이는 콘탠츠다. 레이드라고 거창하게 적어뒀긴 했지만, 주력 맴버나 보조 맴버를 꾸준하게 키워왔다면 속성과 레벨을 맞춰서 레이드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작 전설의 포켓몬인 자시안/자마젠타, 무한다이노는 다이맥스화된 포켓몬에게 특효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맥스레이드 배틀의 입문 문턱은 낮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의 보상이다:맥스레이드 배틀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기술 레코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아이템, 경험치 사탕 및 이상한 사탕을 얻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 5성 기준 기본 4V를 보장하며, 5V 심지어는 6V까지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맥스레이드 배틀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6세대의 프랜드 사파리를 능가하는 콘탠츠가 되었다. 보상의 규모가 남다르며, 더 나아가서 고개체 교배를 위해서 필요한 개체들이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맥스레이드 배틀을 주축으로 게임 편의성 부분도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성격치도 아이템을 통해서 보정할 수 있는 점, 고개체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심판 기능이 포켓몬 박스 기능과 통합되어 여러 마리의 포켓몬 개체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키우미 집이 두개가 되어서 알을 두 개씩 받아서 깔 수 있게 된 점, 알까는 속도가 오른 점 등등은 이전이었다면 상상조차 못할 기능들이 잔뜩 들어갔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자면, 육성과 교배 측면에서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거침없이 진행되게끔 게임을 구성했다. 6세대 실전 포켓몬을 맞추기 위해서 고생했던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8세대는 상대적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적다. 또한 맥스레이드를 주축으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벌거나 경험치 노가다를 해야하는 부수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성격이나 노력치 같은 경우에는 아이템으로 해결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노력치를 맞추기 위해서 특정 몬스터만 연달아 잡을 필요도 없어졌다.

 

 

스토리 및 육성/교배까지의 콘탠츠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평가는 빠른 사이클의 완성이다:스토리를 통해서 게임에 빠르게 입문하고, 맥스레이드를 끊임없이 돌리면서 심도 있는 플레이에 필요한 재원을 모으고, 대전에 투입할 개체들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잘 작동하는 편이며, 플레이어가 손을 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력을 부여한다. 과거 3D로 이행했던 6세대에서 일어났던 큰 변화들이 소드 실드로 대표되는 8세대에서 동일하게 일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다. 포켓몬 도감이 반토막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드 실드는 세대 간 같은 틀을 공유하기에 바뀔 수 없는 핵심 콘탠츠들(교배, 육성, 개체치, 노력치 등등)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지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소드 실드는 게임 콘탠츠 소비 사이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그것 외에는 다른 할 것이 없다'라는 게 정말로 아쉽다. 물론 리그 카드 만들기나 포켓몬 캠프, 카레 만들기 같은 소소한 미니 게임들은 있지만 와일드 에리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였음에도 포켓몬 육성/교배 - 대전이라는 요소 외에는 좀 더 심도있게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가 없다.

 

또한 게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도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리뷰 후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와일드 에리어나 이런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프레임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특히 와일드 에리어는 허공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플레이어의 잔상을 볼 수 있는 등, 온갖 기괴한 버그로 넘쳐나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소드 실드를 평가하자면,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작품이며 프랜차이즈 팬이나 신규 유입 플레이어에게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러한 부분이 만족되려면 적어도 스위치로 새로 나올 포켓몬스터 신작을 또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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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 블랙옵스 4 대비 30% 이상 더 팔리면서 성공적인 런칭을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의 블옵 4보다 3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콜옵 시리즈 사상 최대의 런칭을 기록하였다. 콜옵의 기록 갱신은 매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뉴스다. 다만, 인피닛 워드가 인피닛 워페어와 그 악명 높은 고스트로 프랜차이즈 위기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놀라운 뉴스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거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이나, 인피닛 워드가 드디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정말로 기이한 게임이다: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삼고 있는 지향점이 블옵 4도, WW2도, 블옵 3나 인피닛 워페어와도 다른 무언가란 것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를 논하려면, 우리는 먼저 모던 워페어 이후 콜옵 멀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사실 우리가 익숙한 콜 오브 듀티의 멀티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단순했던 킬스트릭, 퍽 시스템이 세부적이지 않았던 점이나 장비 개념과 혼재되어 있던 점 등등은 우리가 익히 알던 콜옵의 멀티플레이와 크게 다르다. 심지어 요즘 콜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해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퍽들까지 존재한 것을 보면, 콜옵 멀티 문법에 대한 정의 이전의 시험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알던 콜옵에 가까워졌을까.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하는 것이 모던 워페어 2다. 모던 워페어 2는 킬스트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퍽이 순수하게 능력치에만 영향을 미친 점, 부착그라운드 워페어로 불리는 12:12 대전의 추가 등등에서 콜옵의 큰 기틀을 다진 작품이 바로 모던 워페어 2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는 우리가 알던 콜옵에서 가장 이질적인 콜옵 중 하나였다.우선 일반적인 콜옵(적어도 블옵 이후의)의 맵디자인을 보자:플레이어가 리스폰되는 장소가 있고, 그 곳을 시작점으로 삼아 플레이어는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로(레인)를 따라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죽거나 상대를 죽이고, 죽은 사람은 일정 규칙에 따라 다시 리스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콜옵의 멀티플레이였고, 그렇기에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2가 기이한 점은 이러한 '레인'의 존재가 대단히 옅다는 것이다. 콜옵의 맵들이 레인을 감안해서 대칭된 형태의 맵구조(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비슷한 구조를 지닌)를 지녔다면, 모던 워페어 2의 맵들은 모두 '사실적인 축적'을 지닌 공간이었다. 또한 통로와 방, 엄폐물들, 풀숲과 같은 지형지물 등등 은폐 엄폐로 인해서 맵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맵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어느 커뮤니티에 따르면 'FFA 게임을 들어왔더니 2명 나가고 4명이서 길리수트 입고 풀숲에 엎드려서 게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는 전설같은 증언마저 내려온 게임이 모던 워페어 2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 워페어 2 멀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분명했다:실제와 비슷하게 전장을 구현하는 것. 맵이 거대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창문이 많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점, 클레이모어나 설치물이 강세였던 점 등은 분명하게도 실제 전장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이 커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제작자들이 각 요소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이후로 이 경향성을 따르는 콜옵은 명백한 실패작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너무나 유명했던 나머지, 여타 콜옵 게임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서 게임 플레이에 제약을 가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기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이를 대놓고 비꼴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드벤스드 워페어 멀티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를 엑소 수츠 기동으로 뒤를 잡고 킬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이는 분명 모던 워페어 2에서 권총+칼만 들고 달리기로 근접전 킬만 올리는 닌자 플레이에 대한 비꼬기였다. 이와 같이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은 콜옵식 멀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동시에, 폐단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의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인피닛 워드의 발언권이 약했던 모던 워페어 3(당시 대부분의 인력이 리스폰으로 유출됨)나 인피닛 워페어(고스트의 실패 이후, 블옵 3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고자 함)가 아닌 모던 워페어 2의 멀티 벨런스를 잘못 이어받았던 고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스트에 들어서 맵의 크기나 복잡도는 모던 워페어 2의 배로 늘어났고, 장거리 교전이나 틀어박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퍽이나 무기들 역시 늘어났다. 고스트의 멀티, 특히 팀데스매치의 경우에는 콜옵 답지 않게 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플레이는 고스트의 큰 기조(커지고 복잡한 맵, 장거리 교전의 이득, 움직이기 보다 포인트를 잡고 싸우는데 이로움)는 따르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만의 변화점도 있다. 일단 미니맵과 총격음 지시창을 분리하여서 적의 위치를 미니맵에서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점, 전반적으로 총기의 데미지를 올려서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지게 한 점 등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였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 벨런스가 가장 개판이었던 고스트와 모던 2 시절에 기반하고 있긴 하지만, 고스트와 모던 2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유탄이나 아킴보 샷건 같은 게임 플레이를 파괴하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제작진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개선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725 샷건이나 클레이모어 너프 등은 이러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팀플레이의 강조'다. 블옵3와 4에서 보여줬던 특수 능력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특수능력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킬을 따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약 보급이나 방탄 패널 설치, 감지 드론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팀플레이의 강조는 기존 콜옵과는 모순되는 부분이다:콜옵은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가 핵심인 게임이었고, 킬스트릭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더 강력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타 콜옵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리스폰 시 보유하는 탄창 수를 줄인다던가, 미니맵과 지시기 ui를 분리해 색적 성능을 반토막 낸 점 등)를 단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전통적인 콜옵의 멀티플레이(팀 데스매치, 점령, 수색 사살, 확인 사살, 사이버 공격 등등)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전차가 등장하는 32대32 대규모 그라운드 워페어 모드를 도입하였다. 오픈 베타를 하지 않았던 필자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애시당초, 탈 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라는 개념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독점하던 것이었고, 콜옵은 오랫동안 배틀필드가 하지 못했었던 소규모 난전을 멀티로 옮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이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킬스트릭을 쓰는 것은 플레이어 개인이고, 상대를 죽이는 것도 플레이어 개인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전제하고서 탄환을 보급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등의 협업을 이루기는 힘들다. 실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이러한 협업 요소는 '그라운드 워페어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워넣었다'라는 티가 역력하게 난다. 보급 상자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보급 상자를 한번 깔아두면 배틀필드 처럼 계속해서 보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급받고 리스폰될 때까지 그 상자에서 보급을 못받는 다소 황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6대6, 12대12 멀티플레이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는 만큼 탄약+장비 재보급이 벨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6대6과 12대12, 그리고 32대32가 같은 퍽, 무기, 로드아웃, 특수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였다.

게다가 TTK가 낮아진 점, 미니맵이나 색적이 힘들어진 점들이 겹쳐지면서 배틀필드 같은 본인이 실제 플레이 했던 그라운드 워페어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플레이었다. 적들은 계속해서 기어나오지만, 어떤 방향을 두고 게임이 진전되기 보다는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엄폐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너무 많아서 돌진하다가 의문사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라운드 워페어 자체는 킬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깃발을 점령해야 하는 구조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점령하러 나가기는 커녕 구석에서 자리잡고 클레이모어나 지뢰를 잔뜩 깔아둔채 쪼기만 하고 있으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꼴을 볼 수 가 없었다. 배틀필드에서도 점령하라는 거점은 점령안하고 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콜옵 같이 킬 중심의 개인 플레이 게임에서 일반 공개 게임에서 협동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6대6이나 12대12 같은 전통적인 게임 플레이는 거대한 전장에 대한 호불호의 갈림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리얼리즘 모드 기믹이나 야간전 기믹은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하지만 32대32 플레이는 그야말로 배틀필드의 하위호환이며, 콜옵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괴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캠핑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킬스트릭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면, 그라운드 워페어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그라운드 워페어라는 모드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워페어는 콜옵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혹은 가장 실패한 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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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브레이크 포인트라는 게임은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게임이다. 그것은 게임이 너무 못만들어졌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10여년 쯤 서구 주도의 트리플 A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분명 지나쳐 버린 실패들(모든 좋은 것들을 다 섞어놓으면 더 좋은 것이 된다!)을 2019년에 와서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비 소프트 같이 자사 프랜차이즈들의 실패와 성공을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회사에서도 말이다. 물론 글 말미에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이것은 유비 소프트가 오랫동안 슈터+오픈월드의 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점도 클 것이다.

 

일단 고스트 리콘:브레이크 포인트는 설명하기 참으로 난해한 게임이다. 콘탠츠의 양으로 생각한다면 이정도 분량의 게임을 2년만에 만들어낸건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퀄리티다. 비유하자면 3개 정도의 트리플 A 게임의 콘탠츠 구성을 약 A급 미만의 질로 담아서 뒤섞은 결과가 C급의 버그와 완성도를 가진 게임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UI다:브레이크 포인트의 UI는 게임이 갖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을 소화하지 못한 채,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몇몇 정보들은 과도하게 스크린을 가리기도 하고,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어떤 것이 게임이 의도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찾도록 만드는 것인지 아닌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메인 미션 보드의 UI를 보면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범죄 수사물의 화이트 보드의 경치를 게임 미션 UI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은 시계열이나 어떤 특정한 순서가 아닌 인물과 사건의 관계도 형태로 UI와 미션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찾아보게끔 하였기 때문에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사진 인물 중에서 약 30% 정도는 관련 미션 없이 순수하게 '배경'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혼선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인물의 미션을 찾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UI 내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가 상당히 많고, 플레이어에게 계속 읽어보라고 알림을 띄우고 있기 때문에 난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모든 문제는 메인 미션 UI의 연장선상이다:무언가 다양한 것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구성하게끔 만들려 하지만 정작 게임 내 콘탠츠들은 플레이어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져 있기 보다는 게임의 내적인 흐름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내적 논리는 게임 스스로도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듯이 들어간 서바이벌 요소와 크래프팅 요소가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나(물통과 식량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자사 디비전 2와 다르게 성장이 체감조차 안되는 레벨링 시스템 등등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지향한 부분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의도된 불편함'과 맥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탐험 모드와 안내 모드의 분리 같이, 브레이크 포인트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읽고 스스로 갈 곳을 정하게 만들려 하였다. 서바이벌 요소나 크래프팅 같은 부분도 플레이에 의도적인 제약사항을 가해서 좀 더 총체적인 경험('지원 없이 고립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고스트')을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이 브레이크 포인트와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이의 성패를 좌우했을까. 두 게임의 차이점은 바로 '총이라는 도구가 레벨 디자인에서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냐 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애시당초에 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에서 무언가 특출난 구성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포인트의 경우, 스테이지에 따라서 저격, 잠입, 강행돌파, 동료 플레이어 지원 등의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는 바로 '총'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는 총이라는 도구가 만병지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다루기도 쉽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살리는 레벨 디자인'은 사실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와 반대로 작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딧세이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좀 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 질 것이다.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양 연타로 어크 시리즈는 유니티의 부진을 딛고 올라서는데 성공하였는데, 레벨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브레이크 포인트에도 있었던 탐험 모드를 도입함으로써 유비 소프트의 오픈월드 게임 제작 노하우를 한 껏 끌어올린 우수 사례로 기억되었다. 이는 '장비를 통해서 강해진다'라는 레벨업의 개념이나 콘탠츠의 배치 등이 냉병기라는 도구에 걸맞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 문제는 이미 파크라이 5나 뉴 던에서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고, 와일드 랜드에서도 경험했던 문제고,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파크라이 4, 3, 그리고 최초의 2편까지 경험했던 문제다. 엄밀하게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는 파크라이 2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전초기지가 존재하고, 오픈월드 상의 빈 공간은 전초기지 자체를 돌려보기 위한 회전판의 역할을 한다. 파크라이 2에서 등장한 잠입이나 총격전 플레이의 개념은 파크라이 3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잘 작동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 재생산되었다는 것이었다. 파크라이 4와 5를 거치면서, 플레이어들은 유비 식 오픈월드 슈터라는 것이 파크라이 2 식의 야생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비슷하게 파크라이 2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지만 레벨 디자인이나 잠입 이라는 본질에는 충실하였던 메탈 기어 팬텀 패인을 생각한다면, 유비 소프트가 지나치게 2에 안주한 것도 문제였긴 했다. 그러나 파크라이 2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명제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텀패인이 몇십년 간의 잠입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잔뼈가 굵은 디렉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걸 생각한다면, 유비소프트 식의 개발론과는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더이상 파크라이 2의 레벨 디자인이나 콘탠츠 디자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비 소프트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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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본 리뷰는 갤럭시 노트 10을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오토체스 류의 게임을 대단히 못하는 편이다. 물론 8명 중에 단 한명만 우승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오토체스를 잘한다 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전략 게임과 동일하게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본인이 오토체스 류를 플레이할 때, 본인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고 이것이 리뷰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본 리뷰는 여지껏의 써왔던 리뷰와는 다르게 분석의 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양해해주면서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오토체스 장르는 도타의 커스텀 모드 맵이었던 오토체스에 기반한다. 좀 더 유래를 정확하게 밝히자면 워3 유즈맵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본격적으로 '오토체스'라는 장르가 성립된 것은 도타의 커스텀 맵부터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크게 본 리뷰에서 다룰 도타 언더로드, 도타 오토체스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오토체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운영중인 전략적 팀 전투로 3 작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오토체스 장르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1)전투 시작 전 캐릭터를 구매하고, 2)말판에 배치하여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3)전투 결과에 따라 골드를 얻는다라는 큰 틀에서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은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보통 8명이 참여한다) -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 라는 큰 흐름을 반복한다. 그리고 게임은 8명 중 1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배틀로얄식의 게임 진행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오토체스 장르가 마작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일 것이다:이는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플레이어들은 오토체스를 마이너한 마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마작의 게임 흐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패의 조합과 발전 가능의 여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오토체스 장르에서 전략의 핵심도 1)패의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가 발동한다(예를 들어 전사 조합의 경우, 적을 제거할 시 일정 체력을 회복한다), 2)패를 구입하거나 팔거나하면서 현재 자신의 조합을 개선할 수 있다이다. 즉,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은 구매할 수 있는 자신의 옵션, 현재 갖고 있는 패들에서 발전 여지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서 게임을 운영하여야 한다.

 

'패의 조합'과 '현 조합의 개선 여지'라는 두가지 요소에 근거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의 진행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첫번째 단계는 첫번째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 직전까지다:이 때 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며(왠만해서는 중립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질 수 없다),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나온 아이템을 점검하면서 2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그린다. 일단, 1단계는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자신의 조합이 개선될 가능성을 보는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이 때의 판단들은 구체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최대 3개 케릭터만 말판에 배치할 수 있으니 조합이라 부르기도 민망허다) 그래서 1단계는 2단계와 3단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밑바탕을 깔아두느냐에 따라서 2단계에서의 운영이 수월해지긴 하지만, 1단계에서 모아뒀던 패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풀어내기 위한 초안과 같다.

 

2단계는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6~7개가 되는 시점까지다:이 때부터 플레이어는 들어오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완성할 수 있는 조합이나 자신의 조합이 얼마나 개선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캐릭터의 배치나 각 개별 캐릭터들의 성능들이 이 때부터 중요해지며, 구체적으로 조합을 맞춰나가는 단계다. 그러나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초안의 형태로 완성한 조합과 달리, 2단계에서는 플레이어의 초안과 상반되는 캐릭터들이 구매 리스트에 등장할 수도 있다. 이 때부터 중요해지는 것은 '얼마나 빨리 현재 조합에서 캐릭터를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으로 새롭게 세팅하느냐?'다. 플레이어들은 2단계에 들어서면 1단계에서 수립했던 전략 초안에 메달리기 보다는 '1단계 전략 초안에서 현재 등장하는 캐릭터에 맞게 2단계 전략을 개선하고 완성시킨다'라는 명제를 실현해야 한다.

 

마지막 3단계는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7개 이상 되는 시점부터다. 여기서부터는 전략의 큰 방향성을 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단계부터 플래이어는 맞춰진 조합이나 여분의 캐릭터를 쟁여두고 상대하는 플레이어에 따라서 교체하면서 싸운다. 2단계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는 잘 늘어나지 않는다. 대신에 돈이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현재 배치되어 있는 조합을 강화하거나(같은 캐릭터를 모아서) 상황에 따라서 교체할 수 있는 예비 캐릭터를 육성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때 2단계와 같이 유동적이고 급격한 전략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어느정도 성장한 상대방의 캐릭터 조합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3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큰 틀에서의 조합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서는 2단계에서 1단계에 세웠던 큰 틀의 전략을 갈아치우는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오토체스 류의 게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전략에 맞춰서 패를 맞추기' 보다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상대방이 내놓는 패를 보고, 그 패에 맞춰서 조정해야하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8명이나 되는 모든 전략을 기억하면서 싸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AOS 장르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는 다른 의미로 집중적이다:AOS가 파밍과 라인 운영 등에서 육체적 능력과 플레이어의 전략적 판단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중적이라면, 오토체스는 8명이나 되는 상대방의 전략들을 거기 맞춰서 조합을 유동적으로 바꿔야하는 점에서 집중적이다.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전투 자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아닌 들어오는 로스터를 보고 다시 굴려서 새로운 로스터를 뽑을 것인지,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20초 내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해지면 처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급하게 전략을 고치거나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오토체스류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역으로 뒤집어서 본다면, 이러한 8명 배틀로얄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생각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도타 언더로드는 오토체스 원판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여러가지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면서 게임을 쉽게 구성한 편이다. 10골드 단위로 이자가 들어오게끔 만들었다던가, 무료 로스터 굴림, 조합 벨런스 수정 등은 여타 오토체스 류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편의성을 더욱 강조한 부분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만든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다만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20분 남짓 걸리는 것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도타 언더로드와 오토체스 장르는 새로운 게임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8명의 배틀로얄 형태이긴 하지만, 캐릭터를 모아서 업그레이드 한다는 장르 자체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다른 가능성들도 충분히 생겨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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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9.09.12 03:09    

    오타 지적을 해도 정말로 괜찮으실까요? 트윗에서 자주 토로하셨듯 심적 중압감을 크게 느끼고 계신 상황에서 숨을 돌리는 의미로 운영중이신 블로그이리라 감히 짐작해봅니다만, 괜스레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해드리는 것 아닐까 싶어서 좋은 글 잘 읽어놓고 지엽적인 부분인 이 단어가 틀렸네 어쩌네 하기도 좀 민망하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또 저번 엔터 더 건전 리뷰의 댓글에서는 고치고 싶다고 하셨어서 지적을 해도 되려나 싶기도 하고요... 확답을 주신다면 그에 따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leviathan1104 2019.09.12 03:29  

      직장 다니고 나서 근 몇년간은 되는대로 글을 쳐내고 있어서 오타나 비문이 많은건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해서 글을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를 공급하는 플랫폼 업체다. 그러나 만약 '넷플릭스의 플랫폼의 실체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도처에 존재한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 패드, PC, 콘솔, TV에 내장된 물건에 심지어 위유도 아니고 위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디스크 버전도 존재했다. 넷플릭스의 실체가 무엇인가? 무엇이 넷플릭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가장 근접한 대답은 '어디에도 존재하는 공기와도 같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영화든, 게임이든, 드라마든, 문화 콘텐츠 산업 성공의 핵심은 콘텐츠의 내용과 완성도, 대중의 호응도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이슈가 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독점 형태로 공급하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옥자, 로마, 기묘한 이야기, 킹덤 등등은 이러한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넷플릭스가 '오로지 독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들, 유명한 것에서부터 딱봐도 싸구려처럼 보이는 것까지 많은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전시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방식'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공포', '드라마', 'SF' 등등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구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의 속성을 세밀하게 쪼겐 뒤, 고객이 감상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팅(박물관 전시품을 전시하는 것처럼)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자신이 보는 것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개인화된 콘텐츠 서비스 제공'과 일맥 상통한다. 감상자가 본 콘텐츠는 영화에 붙어있는 속성 별로 쪼게지고 분석되어서, 그 영화나 그 영화 장르, 혹은 특정한 서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재추천되게 된다. 즉,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가 늘고, 구독자가 오랫동안 플랫폼에 붙어있을수록 콘텐츠 제작이나 서비스가 강해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많은 고객들의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독점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이외에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유달리 힘을 못쓰는 것처럼 보인다. 옥자나 로마의 성공은 분명 진취적이긴 하지만, 그외의 넷플릭스 전용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를 못보는 부분이 있다. 물론, 전통적인 영화 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신흥 강자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아 직간접적으로 보이콧하는 이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소위 '대박을 치는' 영화를 못만드는 것은 넷플릭스 특유의 플랫폼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넷플릭스는 모든 플랫폼에 있을 것을 전제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나 대형 TV에서 스크린 프로젝터까지. 영상을 재생하는 모든 플랫폼에 존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대명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하다:영화는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장비의 영향에 따라서 관객이 체험하는 것이 달라지는 매체다. 영화 머드에서 다룬 광활한 아칸소의 늪지대가 과연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은 감수성을 재현할 수 있을까. 고지라나 퍼시픽림과 같은 거대 괴수가 내지르는 괴성을 테블릿 피씨의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관이 비디오 렌탈 시장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라 한 90년대 말 예측이 완전히 틀린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는 영화관에서만 재현할 수 있는 독점적인 요소가 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와 같이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는 여타 플랫폼에 비해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영화와 다른 문법을 지니고, 콘텐츠 소비도 다른 양태를 따른다. 드라마를 예를 들어보자:드라마가 영화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시간' 그 자체다. 영화보다도 더 오랜 시간 상영되고, 흥행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덧붙이고 분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더 짧게 라면 더 짧은 형태의 시트콤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고, 더 길게라면 몇백시간에 가까운 시간의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 영상매체라는 점에서만 동일할 뿐, 드라마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로 서사와 구조를 이해해야한다.
 
영화와 차별화된 드라마의 서사와 구조의 핵심에는 '인물'과 '이슈 메이킹'이 있다. 영화에 비해서 드라마에서 인물이 갖는 중요성은 막대하다:긴 러닝 타임에 대비하여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추상적인 서사가 아닌 배우이자 배우의 페르소나인 극 중 인물이다. 막장 드라마의 예를 들어보자:주변에서 부모님 나이대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입을 하는 것은 극 중에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모든 막장 드라마들은 서사가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서사 자체의 당위나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막장 드라마는 끊임없이 굴러간다. 이걸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원하는 것은 개연성이 아니라, 분노를 풀 수 있고 혹은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서 모든 드라마에도 해당된다. 드라마의 러닝타임은 극단적이라서 영화보다 아득히 늘어나거나, 서사를 완벽하게 처리못할 정도로 짧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드라마 작품들은 공감할 수 있거나 관객이 보면서 이입하는 동시에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드라마의 또다른 핵심은 이슈메이킹이다:만약 드라마가 밋밋하게 쭉 흘러가기만 한다면 관객을 오랫동안 붙잡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영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막장과 같은 서사 진행을 보여준다:예를 들어 한 에피소드에서 A사건이 벌어지면서 극중 긴장감을 올려놓고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A사건은 사실 별거 아니었고 B사건이 터지면서 인간들의 관계가 꼬이게 만든다. 떡밥과 낚시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JJ 에이브럼스가 앨리아스라는 미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개연성이나 당위성 등은 제쳐두고 '끝나기 전에 어떤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이 바로 그 다음화에 이어져서 마무리되는' 형식은 이제 동서양을 막론하고 드라마의 기본이 되었다.
 
드라마 장르의 두 요소는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드라마가 플랫폼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였다.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은 사전에 제작하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들보다 상대적으로 서사의 짜임세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서 이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슈퍼내추럴이나, 여주인공이 임신을 했는데 드라마 찍겠다고 무리수를 부려서 임산부 여주인공을 내보낸 앨리어스 등과 같이 '흥행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없다. 모든 시즌들은 '이어져도 그만, 안 이어져도 그만'의 독립적인 서사 완성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그만큼의 독점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게임 시장에서의 구독형 수익 모델은 어떨까. 이미 포트나이트나 도타와 같은 구독형 배틀패스의 기믹은 오래전부터 시장에 안착한 상태였다. 심지어 최근 논해지고 있는 구독형 수익모델은 이미 PSN+에서 일부 구현되기도(가입하면 월마다 무료게임 전달) 하였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보여주는 엑스박스 패스나 엑스클라우드 등이 최종적으로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더 나아가서 구글과 아마존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을 '구독형으로 서비스'한다는 것이 정해지면서 게임의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의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기믹이 전통적인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대척된다는 것이다:게임은 점점 거대한 스크린과 다양한 버튼 조작을 요구하는데,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는 클라우드 게이밍 및 구독형 수익 모델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드라마라는 장르와 자사 플랫폼의 특장점을 서로 융합해 상부상조를 했었다면, 게임이라는 매체가 구독형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엑스박스 패스가 파격적일 정도로 구독 게임의 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엑스박스 진영이 구독형 게임 서비스라는 포문을 먼저 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게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구독형 게임 서비스가 무언가(큐레이션, 혹은 다양한 게임들을 클리어했을 때의 특전, 또는 게임 외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 등)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그저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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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슈퍼핫은 단순하다. 하지만 슈퍼핫의 장르적 특성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독특한 규칙으로 출발한다:플레이어가 멈춰있으면, 게임 내의 시간도 거의 멈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시간도 함께 움직인다. 이러한 대전제를 깔아두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스테이지 구조는 단순하고 적이 등장하는 패턴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슈퍼핫을 '어디에 등장하는 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의미에서 퍼즐 FPS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런 접근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슈퍼핫이 퍼즐 장르의 등식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게임'일까? 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누구든 링 위에 올라와서 맞기 전까지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는 말처럼, 슈퍼핫은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맵 구조는 단순하다, 적들이 등장하는데도 패턴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 한 시간은 '거의' 멈춰있다. 그 말인 즉슨, 플레이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조금씩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슈퍼 핫은 게임을 단순하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 한 번에 쓰러진다. 그 대신 제한된 탄약과 체력은 플레이어가 유일한 장점인 '시간을 느리게 하는 능력'에 모든 집중을 쏟아 붓게 만든다. 하지만 한 발자국의 움직임이나 심지어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 조차도 게임 내의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퍼즐 게임 장르의 경우라면 정해진 해답과 접근 방식이 존재 했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번의 시점이동만으로 게임 속 시간이 흘러버리기 때문에 매번 세웠던 계획들은 조금씩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조금씩 생겨나는 변경점 때문에 슈퍼핫은 절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핫을 막 시작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적들의 압도적인 물량과 빗발치는 탄환들을 피하기 위해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하지만 매 시도 매 순간이 이전 시도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 때는 매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 게임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만큼 다른 게임의 1.5배속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의 두가지 템포를 이용하여서 시간을 원하는데로 굽혔다 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게임은 살얼음판을 달리는 게임이 된다:플레이어의 감각은 고양되며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달려서 시간을 밀어붙이고 그 순간에 적을 해치우는 것을 반복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매 순간이 긴장감 넘치는 것이 슈퍼핫의 본질이다.
 
결과적으로 슈퍼핫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게임이다. 단순한 컨셉이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게임을 구성함으로써(움직임과 카메라 돌림에도 반응하는 시간의 흐름)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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