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몇몇 이나후네 관련 인터뷰의 레퍼런스는 이쪽 링크(http://quetzalcoatl1104.tumblr.com/post/45490396687)를 참조하시길.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일본 휴대용 게임기기 시장에서 갖는 의미[각주:1]란, 휴대용 게임 장르에 있어서 하나의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에 가깝다. 서드 포터블이 PSP로 쿼드 밀리언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준만큼, 몬헌이란 게임은 하나의 잘 뽑힌 작품을 넘어서 문화적 현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각주:2] 그 덕분에 4인 멀티와 사냥이란 과정을 통해서 소재를 모으고 장비를 만드는 구조, 몬헌과 같은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패턴과 개성을 가진 보스 등등 몬헌의 구성요소들을 자기 나름대로 차용해서 새로운 '헌팅 액션' 게임들이 등장하였으며, 실제 갓이터의 경우 확장판인 버스트까지 합쳐서 총 130만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캡콤을 퇴사한 이나후네 케이지가 만든 회사 컨셉트의 첫 작품이다. 이나후네는 마법 헌팅 액션을 지향하고 있는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많은 부분에서 몬헌의 구조를 차용하고, 또 이로 인해서 어드벤티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몬헌의 헌팅 액션의 구조를 취하는 척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상당히 무모하고 과격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게임이다. 물론 몇몇 결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캡콤이라는 대형 개발사가 아닌, 이제 막 독립한 개발자가 만든 회사의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대단히 훌륭한 헌팅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잇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몬헌 식의 헌팅 액션류의 게임 구조와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게이머는 마물을 잡고, 마물을 때려잡은 보상(무기 개념인 공물과 장비 소재 개념인 혼/기)을 통해서 자신을 강화시킨 후, 더 강한 마물에게 도전한다. 하지만, 몬헌류의 헌팅 액션과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갖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준비과정'과 '클리어 속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몬헌류의 헌팅 액션은 '장비'의 개념에 따라서 게임 플래이 스타일이 완벽하게 갈라진다고 볼 수 있다.[각주:3] 가령 몬헌의 랜스/건랜스의 경우 가드 중심의 게임 플래이와 게임 내에서 몬스터를 다루는 전술이 주가 된다. 몬헌에서 무기와 장비의 선택은 게이머의 컨트롤과 게임 운용의 폭을 정형화 시킨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무기인 공물을 장비의 개념이 아닌, '소모재'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그 대신에 공물의 세팅을 매우 자유롭게 만들었다. '소모재'이긴 하지만, 보급 자체는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스테이지 내에 산재한 공물 회복 포인트나, 소형 마물들을 죽임으로서 보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가장 죽기 쉬운 과정이 바로 '공물의 재보급' 과정이며, 극화력으로 마물을 모두 소모하기 전에 마물을 잡는게 아니면 필연적으로 공물의 재보급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른 헌팅 액션과 다르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게이머에게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공물의 조합으로 어떻게 마물을 제압하고, 마물이 어떤 패턴을 취할때 어떻게 대처하고 공물을 재보급할 것인가 등에 대한 시작하기 전에 전반적인 플랜을 짜놓는 전략적 사고와 접근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각주:4] 그렇기에 소울 새크리파이스에 있어서 '준비과정'이란 단순히 무기를 준비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으며, 게이머에게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헌팅 액션과는 차별된다고 할 수 있다. 


몬헌은 게임 플레이가 필연적으로는 거대 몬스터와의 인파이트로 귀결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아웃 복싱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근접전 공물 세팅으로 근접전을 벌일 수 있지만, 세밀하고 자잘한 판정이 많았던 몬헌과 달리 게임은 큰 원턴킬 패턴들과 자잘한 공격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빠질때와 나갈 때를 명확하게 구분을 해야 한다. 몬헌의 회피와 달리,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회피는 상당히 긴 무적시간과 소모 자원 없음, 제약 없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리 하지 않고 적절한 회피와 방패 마법을 사용한다면 대부분 클리어 할 수 있다.


그대신에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게임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짧은 형태로 만들고, 빠르게 클리어하면 더 좋은 공물과 보상을 얻는 형태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기존의 몬헌 시리즈가 5분침, 10분침[각주:5]이 이상적인 몬스터 사냥 시간이었다면,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3분을 가장 이상적인 사냥 시간으로 잡는다.[각주:6] [각주:7] 또한 제한적인 스코어링 시스템을 도입해서, 빠른 시간 내에 얼마나 빠르게 부위파괴를 하고, 특정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추가 점수를 받아서 더 좋은 공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구성하였다. 즉, 어떤 전략으로 마물을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빠른 시간에 사냥을 할 것인가? 이것이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에서 또 주목할만한 점은 '스토리'이다.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스토리 분위기는, 한 개인의 일기를 간접체험한다 라는 다소 기묘하고 특이한 서사구조를 들고온다. 물론, 이러한 서사 과정에 반전이 있으며, 큰 이야기의 흐름은 개인의 감정은 잘 잡아내고 있지만, 큰 틀의 이야기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세계관은 일본 서브컬처에서 흔하디 흔한 나카마-아이보 물 스토리에 강력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나후네가 이야기하였듯이, 기본 세계관을 잔혹하고 매력적으로 구성한 덕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각주:8]


물론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완벽하지 않다. 몇몇 공물[각주:9]과 속성효과/추격효과[각주:10]를 잘 이용하면 그야말로 마물을 그 자리에서 선채로 죽일 수 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물론, 그만한 레벨링이 충분히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선결조건이지만, 속성/추격효과가 너무 강해서 헌팅액션이 아닌 학살 액션 게임이 된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형 마물의 종류가 20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큰 카테고리에 따라서 5~6개의 마물 골격에 스킨/속성/약간의 패턴 추가 정도의 변화점 밖에 없다. 거기에 속성/추격효과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게이머라면 마물의 패턴을 파악할 새도 없이 마물을 쓱삭쓱삭 배어넘기는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또한, 몬헌처럼 4명이서 하는 멀티 게임이 재밌기는 하나, 그것만이 갖는 메리트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이나후네가 헌팅 액션 게임에 대해서 던진 새로운 테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게임이 완벽한 것은 아니나, 게임의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쉽게 매꾸어질 수 있는 백지와도 같은 부분이라 생각하며,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은 게임이다. 비타를 가지신 분이라면 한번쯤 플레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추천할 수 있다.





  1. 일본 바깥에서는 하드코어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아닌듯 하다. [본문으로]
  2. 이나후네는 35세 정도되는 일본 남성은 몬헌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함으로서, 이런 문화 현상으로서의 몬헌을 암시하였다. [본문으로]
  3. 물론, 무기에 다양한 형태의 파츠를 조합하는 형태인 갓이터도 존재히지만... [본문으로]
  4. 물론, 회피와 방패 마법으로 막는것 역시 중요하긴 하지만... [본문으로]
  5. 5~10분, 10~15분 [본문으로]
  6. 전설의 마법사, 1류 마법사, 2류 마법사 등등의 등급이 있으며 신속의 체험이 대부분 3분 안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본문으로]
  7. 이나후네는 게임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올림으로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심오한 시간 죽이기 게임을 노렸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본문으로]
  8. 만능의 도구로서의 마법이 아닌, 가혹한 대가(생명)를 지불하고 자신의 몸이 뒤틀려가고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마법이라는 도구... [본문으로]
  9. 특히 장판 공물 [본문으로]
  10. 예를 들어, 불타는 적에게 냉속성의 공격을 가하면, 추가로 또 쓰러지면서 경직을 유발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