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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은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3번째 작품입니다. 게이머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1편, 1편의 후광을 입어서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2편. 하지만 2편 이후로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게임 시리즈였기 때문에 게이머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4년전,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3편을 공식제작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우여곡절의 끝에 이번 8월에 정식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나왔을때의 저조한 기대와는 달리 게임에 대해서 많은 웹진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습니다.

일단 데이어스 엑스 1편을 플래이 해본적이 없는 관계로 리뷰는 1편과의 비교 보다는 게임 자체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1편이 자유도가 높은 FPS+RPG였고, 데이어스 엑스:휴먼 레볼루션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각 미션마다 다양한 루트를 이용해서 게이머마다 각자 방법으로 게임을 풀어갈 수 있게끔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런 점에서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 잠입, 그리고 닥치고 돌격까지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죠.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게이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성 마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게이머에게 그대로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어그먼트, 즉 주인공인 아담 젠슨의 신체 강화 요소에라서 게임의 공간 자체가 달라지게 만듭니다. 즉, RPG 적인 육성의 요소가 살짝 가미된거죠.

일반적인 RPG와는 다르게 데이어스 엑스의 육성은 대단히 단순합니다. 포인트를 벌어서, 능력을 해금하는 정도로 단순하죠. 하지만, 능력의 해금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진행의 폭은 대단히 넓다고 할 수 있고, 개발사도 그런 부분에 대단히 신경을 썼습니다. 예를 들자면, 해킹 강화를 통해 해킹을 통해서 문을 열 수 있는 부분으로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전투 중심의 강화로 적들이 암호가 담긴 단말기를 들고 있는 걸 죽이거나 기절시켜서 빼앗거나, 혹은 무거운 상자를 옮길 수 있는 강화를 사용하여뒤에 숨어있는 환풍구나 통로 등을 이용해서 진행할 있죠. 심지어는 여러개의 강화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하다 보면 '어? 이런것도 가능해?' 싶은 진행도 많습니다. 개발기간이 길었지만, 그만큼 맵이나 스테이지, 게이머가 방문하는 장소의 세세함에 있어서는 요즘 나온 게임들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정도 입니다. 또한 게임은 실제 진행 이외에도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전작과 밀접한 연관을 보이기 때문에 전작을 플래이한 유저들은 향수에 젖을만한 부분이 많습니다(또한 충격을 받을 부분도)

일인칭 액션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재밌는 점은 엄폐를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게임은 1인칭으로 진행되지만, 엄폐할때만 보통의 숄더뷰 형식의 게임으로 바뀝니다. 잠입 지향의 플래이를 할 시에는 보통 1인칭으로 할 때 시야가 나오지 않는 문제 때문에 이런 복합적인 시점을 차용한 듯 합니다만, 보기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덜 혼란스럽다는 점과 게임에 어울린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입니다.

4년 가까이 개발되었지만, 그래픽 자체는 4년전의 그래픽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 그래픽적인 완성도로 따질 때 상당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 일단 많은 분들이 지적한 엔피씨의 부자연스러운 모션도 문제고, 텍스쳐 등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그래픽적인 결함 가끔씩 발견되기도 하는데, 특히 경비 로봇 같은 경우에 로봇 텍스처가 땅속으로 사라지는 버그(.....) 때문에 게임 진행에 차질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 자체로만 본다면 휴먼 레볼루션은 딱 알맞은 그래픽적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묘한 느낌이 드는 주홍 네온사인 빛 세계는 SF적인 세계관을 살리는데 성공합니다. 음악이나 더빙 부분도 상당한 완성도로 게임이 만들고자 하는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를 살리는데 성공합니다.

게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사이드퀘스트의 양이 상당히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본편 자체의 길이는 15~25시간 정도의 길이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1회차 클리어에만 30~40시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주로 길찾기, 해킹, 지역 탐색에 들어간 시간) 양에 대해서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좋은 게임 베이스를 두고 사이드퀘스트가 적은건 아무리 봐도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죠. 또한 게임 자체가 2회차 전승을 지원하지 않는 점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대단히 재밌는 게임이고,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최고의 다크호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리뷰는 레지스탕스 3의 싱글 캠패인 위주로만 쓰인 리뷰입니다. 멀티리뷰는 http://leviathan.tistory.com/1436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UI와 게임 밸런스가 약간 달라진것을 제외하면 바뀐게 없어서....)

(싱글 캠패인 위주의 리뷰이기 때문에 스포일러 자체입니다. 주의하시길.)

(그냥 1에서부터 스포질 할거니까, 스토리 신경쓰시는 분들은 그냥 3번과 4번, 8번만 보세요)





1.

레지스탕스 3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합니다. 세상의 인류가 90%이상 사라지고, 키메라가 이 땅에 한줌 남은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사냥하죠. 마지막 남은 인류들은 지하에 숨어서 하루 하루 연명해나갈 뿐, 그들에게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 그리고 한 남자가 실낱 같은 희망에 의지해서 오클라호마에서 뉴욕까지, 거의 2000km에 가까운 거리를 여행하죠. 그리고 그의 영웅적인 행동 덕분에 인류는 절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다시 잿더미에서 일어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합니다.

2. 

기본적으로 영웅담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레지스탕스 3이지만, 특이하게도 레지스탕스 3의 주인공인 조셉 카펠리는 전형적인 영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전작에서는 네이선 헤일과 함께 전장을 종행무진 누비면서 키메라를 소탕했던 영웅이었으나, 전작 마지막에 네이선 헤일이 키메라 바이러스에 완전히 지배당하자 카펠리는 그를 죽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가 해야했었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펠리는 인류의 영웅인 헤일을 죽였다는 이유로 악당 취급을 받게 되고 군에서 불명예재대를 합니다. 하지만 헤일은 죽어서도 키메라 바이러스의 항체를 남기면서 영원한 인류의 구원자, 영웅으로 남죠. 그리고 카펠리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소규모공동체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마을과 가정을 지키는데만 신경을 씁니다. 과거처럼 세계를 구한다던가, 거창한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죠. 한마디로, 이 영웅담의 주인공은 전혀 영웅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죠.

특히 말리코프 박사가 찾아와서 뉴욕의 탑을 멈추지 않으면 인류는 멸종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자 '댁한테는 내가 아니라 이게 필요하겠군'이라 하면서 불스아이를 하나 던져주고는 마을사람들을 대피시키러 나가는 장면에서 이러한 그의 성격이 두드러지죠. 하지만, 그런 그가 마음을 달리먹고 말리코프와 함께 뉴욕시로 향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자식인 잭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Try your best)' 아내 수잔의 부탁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뉴욕시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키메라들을 뚫고 거의 불가능한 여정을 감행합니다.

3.

레지스탕스 3의 게임 진행은 요즘 액션 게임들과 다릅니다. 컷씬 이외에 대사가 없는 주인공,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 체력,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들고 다니지만 동시에 적들의 수도 그에 걸맞게 무지막지하게 나오는 등 오히려 과거의 액션 게임들의 형식을 따르고 있죠. 특히 자동 체력 회복이 아닌 헬스킷 같은 아이템을 섭취하여 체력을 회복하는 방식은 게임 진행 방식과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버립니다. 기본적으로 콜 오브 듀티 같은 근래의 게임들은 체력 회복이라는 요소를 자동적인 요소로 대체하면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 3는 다릅니다. 체력 회복이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탄약 보다 적이 더 많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게이머는 항상 체력 회복과 탄약 보급에 신경을 쓰면서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적을 절멸 시키는 것보다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생존을 강조하는' 플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레지스탕스 3는 정말 '절묘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플래이 내내 게이머는 탄약과 체력 회복 아이템 부족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조절이 적절한 이유는 바로 게이머가 탄약이나 회복제가 부족해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싶은 그 순간에 회복제나 탄약이 나오는 매우 절묘한 타이밍 조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한 장소에서 다수의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경우에는 아예 전 지역에 적을 흩뿌려놓은 동시에 보급품도 같이 흩뿌려놓아서 적들을 죽이면서 보급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플래이를 게이머에게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후반부 같은 경우 무너진 아파트를 배경으로한 스테이지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보급품들이 잔뜩 있습니다. 처음에 이를 모르고 달려들었다간 저격수하고 로켓 병들에게 끔살당하지만, 주의깊게 주위의 보급품들을 먹으면서 적들을 처리하면 생각보다 쉽게 스테이지를 정리할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근래 보기 드문 게임 구조를 보여주고, 훌륭한 난이도 조절을 보여줍니다.

4.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논란이 많았던(특히 해상도 부분에서) 것이 바로 레지스탕스 3입니다. 일단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상당히 미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효과나 날씨, 광원 등의 부분에서는 멋진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거의 마지막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뉴욕 부분에서 흩날리는 눈발을 표현하는 부분은 여태까지 제가 본 효과 중에서 최고의 축에 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텍스처의 측면에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것들이 있는데, 특히 초반의 인물들 텍스쳐같은 경우에는 역시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텍스쳐가 튀어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정신 없는 게임이기도 하고, 항상 모든 텍스쳐가 그렇게 나빠보이는 거 같지는 않지만, 가끔씩 신경 쓰이는 부분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그래픽이라 할 수 있죠.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습니다. 성우의 연기도 무난했고, 키메라의 소리나 총기음 타격감, 음악 등에서도 크게 무난합니다. 자막의 번역도 크게 흠잡을 때 없이 깔끔하더군요(은근히 막장으로 번역한 파판 13이라던가 등에 비교하면...)

5.

게임이 보여주는 세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자체입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투쟁하거나, 절멸하여 키메라가 되거나, 혹은 더 끔찍한 경우로는 무법자가 되어서 사람을 감금하고 고문하며 자신들이 가진 힘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인간군상과 장소를 게임 내내 경험합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레지스탕스 3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는 절망, 그 자체입니다. 이미 레지스탕스 3의 시점에서 인류는 키메라에게 패배하였습니다. 2편에서 유카탄 반도의 키메라 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전과를 올린 SRPA(헤일과 카펠리가 소속된 군대)는 뉴욕시 전투에서 괴멸하여 말리코프 박사 한명만 남다시피한 상황이며, 곳곳에서 키메라와 싸우는 잔존병력들 역시 최후의 발악일 뿐 전황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죠.

또한 카펠리가 지나치는 세인트 루이스의 폐허, 그림만이 남은 폐공장, 이상한 고깃덩어리들로 가득찬 탄광촌, 키메라보다 더 끔찍한 광기가 지배하는 수용소 등 세계는 이미 절망으로 가득찼고 구체적으로 보이는 희망은 없습니다. 거기에 곳곳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의 기록등은 그러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다고 할 수 있죠. 

6.

이야기는 여정중에 만난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형식의 전형적인 로드 무비적 구조이며, 카펠리는 전혀 가능할거 같지 않은 일들을 해결하면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가 전형적인 영웅담의 구조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바로 카펠리의 동기, 그 자체 덕분입니다. 카펠리의 동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자신의 아들 잭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으면, 그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실현시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 뿐입니다. 그렇기에 게임 내내 그가 하는 영웅적인 행동들은 아버지로써 역활을 완수하기 위한 처절한 발악입니다. 오로지 아버지로써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곤돌라에서 뛰어내려서 20미터가 넘는 위도우메이커와 혈혈단신으로 사투를 벌이거나, 헬기에서 떨어지거나, 쇠망치 하나로 수십 마리의 그림을 도륙내죠.

그리고 레지스탕스 3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뉴욕 시에서의 일전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펜실베니아의 형무소에서 말리코프 박사가 죽고, 키메라를 멈출 수 있는 방법 역시 그와 함께 사라집니다. 하지만 카펠리는 멈추지 않고 어찌어찌 180km 가까이 도보로 걸어서 뉴욕에 도착하죠. 그가 뉴욕에서 가족들에게 전하는 라디오 방송, 그리고 자신의 가족의 더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 한 뒤, 최후의 공격에 실패한 SRPA의 잔재들과 폐허가 된 뉴욕 시를 배경으로 그가 말 한마디 없이 혈혈단신으로 벌이는 자살 수준의 강행돌파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함의 결정체입니다. 

7.

게임 제작사인 인섬니악은 레지스탕스 3에서 이야기의 테마를 분명하게 잡아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죠. 키메라는 통합 사념체에 의해서 지배당하는 완전한 사회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사회 자체가 단결하여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인류는 그와 반대로 제 각각으로 움직이고, 또한 광기에 사로잡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인류는 살아남았고 키메라에 절대적으로 패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멈추지 않죠. 각 지역에서 접할 수 있는 기록들이나 카펠리가 만나는 인물들은 오로지 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키메라를 상대로 기적적인 전과를 거두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들을 위해 좀더 나은 미래를 소망한 주인공, 조셉 카펠리가 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 테라포머를 무너뜨려 탑을 붕괴시키겠다는 아주 미친 계획을 실행시키기 직전에 잭이 아내인 수잔이 카펠리가 뉴욕에서 남긴 메세지를 듣고 그에게 보낸 회신을 그에게 들려줍니다. 가족으로써,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아내의 메세지가 끝나면서 거대한 테라포머의 모습이 드러나죠. 이 때, 그의 작은 희망과 행해왔던 기적적인 일들이 그가 맞선 거대한 역경과 대비되는 명장면입니다.  

8. 

레지스탕스 3는 근래 보기 드문 고전적인 형태의 액션 게임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러한 구조 자체를 게임 내에 잘 녹여낸 훌륭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형적인 영웅담의 이야기에서 탈피하여, 가족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짠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부분이구요. 물론 고전적인 구조를 차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외로 많은 게임 웹진들이 레지스탕스 3에 대해서 저평가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는 대단히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매년 작년하고 똑같은 게임성에 게임 스토리에 똑같은 연출을 보여주는 콜 오브 듀티라는 시리즈에 대해서는 평점을 높게 주면서, 이건 고전적인 구조를 취했으니까 점수 감점 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형평성에 있어서 어긋난 일이니까요.

물론 객관적인 점수라는 것도 있고, 게임이 본인과 맞는지 여부는 각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저는 싱글과 멀티 두 부분에 있어서 모두 만족하였습니다.  







덧.크레딧 올라갈때 무전이 나오는데, 각기 다른 나라에서 키메라를
상대로 올리는 전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크레딧에 이런 것을 넣어줘서 마음에 들더군요.

덧.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상당히 조용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카미야 히데키의 DMC는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화려한 게임 스타일, 극악한 난이도,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더라도 피식하고 비웃어주는 단테의 케릭터성까지 당대의 게이머에게 엄청난 쇼크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후대의 게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갓 오브 워 시리즈, 헤븐리 소드, 인슬레이브드, 닌자 가이덴 시리즈, 그리고 지금 개발 중인 아수라의 분노 까지 DMC가 게임 분야에 미친 영향은 세계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DMC의 시리즈 역시 상당한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구요.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4편의 부진(스테이지 울궈먹기 등...)과 충격과 공포의 5편(닌자 시어리 디렉터=단테) 덕분에 시리즈 자체가 부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죠. 하지만, 카미야 히데키가 캡콤을 퇴사한 이후에 들어간 플래티넘 게임즈에서 만든 작품 '배요네타'가 그간 DMC의 부진을 한방에 뒤집어 버리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DMC의 후계작이다'라는 찬사까지 받았죠. 시원시원스런 게임 플래이와 아스트랄의 극치를 달리는 설정과 이야기, 케릭터 등은 어떤 의미로는 DMC의 정통 후계자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2.

베요네타의 게임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베요네타라는 케릭터 그 자체입니다. 트레일러나 일러스트 등을 봤을 때, 과장되다 못해 괴이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로 과장된 신체 비례와 묘사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부분이었죠. 실제 게임 내에서는 그 괴이한 신체 비례를 뛰어넘은 기행들(......)로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주로 DMC의 단테가 3편 이후로 개그하는 순정마초의 기믹으로 나가고 있다면 베요네타는 대놓고 대사의 거의 대부분을 섹드립으로 채워버리는(.....) 색녀, 치녀 기믹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온갖 유치찬란한 개드립들은 리뷰에 일일히 예시를 들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실 이런 기믹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의 분위기 구성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습니다만(그냥 유치해진다던가 등의), 베요네타는 그런 문제를 훌륭하게 극복했습니다. 실제로도 유치찬란해서 웃기기까지 한데 묘하게 멋있는, 한마디로 병신같지만 멋있어! 라는 느낌을 게임 하는 내내 받았습니다. 이런 느낌을 저는 DMC 4의 단테편에서 단테가 장미꽃 물고 개드립 치는거나, 혹은 보스하고 연극의 한장면을 연출하는 장면 등에서 느꼈습니다. 그러나 섹드립을 스타일리쉬와 접목시켜서 개드립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베요네타 쪽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게임 플래이 자체는 DMC를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습니다만, 플래이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DMC보다 베요네타 쪽이 훨씬 쉽다는 느낌입니다. DMC 4 기준으로는 네로는 상당히 평이하게 쉽지만(물론 익시드나 차지 샷 들어가면 빡세지지만..), 단테의 조작이 워낙이 괴랄해서 십자패드로 스타일 바꾸면서 동시에 공격을 넣는 상당히 빡빡한 조작감입니다. 하지만, 베요네타는 다른 DMC 계통의 게임들 치고는 상당히 널럴한 조작감을 보여줍니다. 콤보도 공격 버튼을 어떤 타이밍에 집어넣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회피도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되니까요. 그렇다고 베요네타 자체가 쉽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노말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회피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베요네타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회피' 그 자체입니다. 여타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상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회피기를 보여주니까요. 기본적으로 무적판정도 길고(심지어 기술 구입을 통해 회피성능을 더 강화시킬수 있습니다) 회피에서 파생되는 기술도 많고, 적공격을 회피하면 위치타임이라는 시간을 느리게 하는 메리트도 있을 뿐더러, 공격중에 공격을 캔슬하면서 회피할 수 있고, 또 닷지 오프 셋이라는 테크닉을 쓰면 캔슬된 콤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등, 한마디로 더이상 좋을 수 없는 회피기술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콤보 마지막에 나오는 큰 공격 위키드 위브, 회피로 마력을 쌓아서 쓰는 토치어택까지 결합하면 베요네타의 특이한 게임성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사상 최강의 회피기와 회피중에 끊긴 공격을 이어서 넣을 수 있는 닷지 오프 셋을 통해서 베요네타는 다른 게임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합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콤보를 이어나가거나 중간의 작은 공격은 모두 캔슬하고 콤보 마지막의 위키드 위브만 난사, 혹은 회피를 통해 마력게이지를 쌓아서 토치 어택으로 적에게 큰 데미지를 입히는 등 게임 내내 멈추지 않고 적들을 농락하는, 광고 문구 그대로의 논스톱 클라이맥스 액션을 베요네타는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게임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지입니다.

4.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썩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게, 몇몇 부분은 그냥 넘어갈 정도지만, 몇몇 부분은 '이거 좀 심한데' 싶을 정도로 그래픽 수준이 저하됩니다. 갓 오브 워 3와 베요네타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 만큼, 그래픽 퀄리티 차이를 심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으로도 그래픽적 부분은 떨어집니다. 그 대신 OST나 성우의 연기, 타격음 등의 음향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합니다. 특히 OST의 묘하게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음악들은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5.

결론적으로 콘솔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추천작입니다. 게임성에서부터 케릭터, 음향 등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며, DMC의 계보를 잇는 게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게임이라 단언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신화적'이라는 용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있습니다만, 적어도 현대 사회의 대중문화에서 신화적이라는 용어의 용례는 주로 '규모'와 신비함의 측면에서 사용됩니다. 특히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영화화 이후로 이런 용례 자체가 일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죠.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 갓 오브 워 시리즈는 게임 쪽에서 신화적이라는 의미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리즈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나 신들이 나오고, 그리고 크레토스한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몰골이 되도록 쳐맞는 것이 게임의 주요특징이었고, 매 시리즈마다 여자와 떡을 치는 미니게임이 있는, 한마디로 게임의 표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센세이션한 부분은 제쳐두고 게임이 인상적인 부분은 이를 다루는 연출의 방식이었습니다.

2.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특유의 연출 덕분에 유명해진 작품이죠. 3편의 첫 시퀸스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제우스의 독백과 함께 시작되는 게임은 지하세계의 하데스의 영역에서부터 절벽을 타는 타이탄들의 모습들을 하나의 컷전환 없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잡아냅니다. 지옥에서부터 천상의 세계까지, 그리스 신화 세계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올림푸스와 그 세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엄청난 혼돈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이 첫번쨰 시퀸스에서 분명하게 게이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규모'입니다. 심연에서부터 올림푸스 산, 그리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타이탄들의 모습까지 다른 게임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말도안되는 크기와 사건들의 연속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갓 오브 워 3에서 가장 뛰어난 점이자, 게임 역사상에서 한획을 그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게임 내에서의 신화적인 규모에 대한 연출, 그리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서 PS3라는 기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갓 오브 워 3의 연출은 그야말로 예술적입니다. 고작 인간 크기 수준의 크레토스가 집체만한 보스들과 싸우는 부분을 게이머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데빌 메이 크라이 4에서 거신상하고 싸우는 부분(개인적으로 거대보스 전 디자인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게이머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자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한 연출과 구성을 보여주죠. 하지만 갓 오브 워 3에서는 그러한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이머가 무엇과 싸우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화면 구성에 모두 드러나 있으며, 고정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은 대단한 부분입니다. 또한 크레토스 정도의 피사체에서부터 타이탄 수준의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까지 초점의 변환이나 영상의 흐름이 잔로딩 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며, 그래픽 디테일에 있어서도 PS3로 여태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서도 최고를 달립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한적인 환경을 지닌 콘솔 기기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내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게임이기도 하죠.

3.

사실상 2000년 초반에 PS2로 나온 게임 시스템의 기본을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전작을 해본적이 없으니 뭐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1편에서부터 3편, 오리진까지 다해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요한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계승되고 발전된 형태가 바로 3편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엑티비전 블리자드 사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하고도 비슷한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으면서 특징적인 연출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하지만, 콜옵 보다 갓 오브 워 시리즈가 훌륭한 이유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연출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정말이지 다음을 예측 할 수 없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4.

트릴로지의 최종장인 만큼 이야기 역시 시종일관 클라이맥스입니다. 신들을 쳐죽이고, 세상이 대충 멸망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제우스마저 쳐죽이죠. 하지만, 이야기 막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떡밥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몇몇 중요한 사건들은 쉽게 이해가 안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테네의 존재라든가, 세계의 재구축이라든가, 그리고 마지막 크레토스의 행방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크레토스의 복수에 있어서 마지막에 스스로 희생해서 희망을 세계에 풀어놓는 모습이 과연 크레토스의 이미지와 어울리는가(물론 크레토스가 전혀 그런 정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은건 아니지만....)의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놈이 세상을 위해 죽는게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하도 그동안 사람들은 너무 잔혹하게 쳐죽인 탓에(.....) 말이죠.

5. 

갓 오브 워 3에 흠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곳이 있다면 조작 계통의 문제일겁니다. 요즘 게임들과 다르게 회피 버튼이 우측 스틱에 놓여있는데, 엄지손가락으로 공격하다가 회피를 하려고 하면 묘하게 짜증납니다. 물론 같은 시기에 클리어한 베요네타가 액션 게임 중에서 사상 최강의 회피를 보여준 덕분에 갓 오브 워의 회피가 더욱 짜증나 보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세대의 게임에서 우측 스틱으로 회피하는 게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데메크 시절의 유산이기는 하지만, 현세대에서 기본적으로 우측 스틱이 시점 조정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점 전환 자체가 없는 갓 오브 워 시리즈에서는 우측 스틱을 회피로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만...불편한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점프 조작에 있어서 미묘한 부분도 있습니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미묘함(이단 점프 한 후에 이카루스 글라이딩 하려면 점프버튼을 손에서 때지 않아야 함)이란....

6.

그러나 그런 사소한 흠들을 제외한다면 갓 오브 워 3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콘솔 기기의 한계까지 끌어올린 연출과 그래픽은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하죠. PS3를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1.

레드 데드 리뎀션은 톨스토이의 '부활' 락스타 버전입니다. 과거를 청산했다고 생각하는 한 무법자가 연방정부와 악독한 연방요원에게 붙잡힌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동료들을 죽이러 서부의 황야를 해맨다는 매우 심플한 스토리입니다만, GTA 3 이후로 축적되었던 락스타의 샌드박스 게임에 대한 노하우, 그리고 서부 개척시대 끝무렵의 오묘한 분위기와 무법자, 그리고 스토리, 마지막으로 훌륭한 그래픽과 시스템, 좋은 OST 등등...한마디로 잡은 컨셉에 대해서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스토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레드 데드 리뎀션은 분위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슷합니다. 자신이 한 짓을 후회하면서 은퇴 후의 목장에서의 삶을 사는 전직 무법자라는 컨셉, 가족을 위해서 다시 총을 뽑아드는 모습 등등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매우 유사합니다. 물론 용서받지 못한 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스로 서부영화를 끝내는 느낌의 영화였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마지막 무법자의 장렬한 최후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무법자, 존 마스턴에 대해 게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시도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 내에서 '과거회상'을 완벽하게 배제하였다는 점이죠.

레드 데드 리뎀션 내에서 플래이어, 존 마스턴의 과거는 오로지 존 마스턴와 엔피씨와의 대화 등의 간접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알 수 있죠. 게임 내내 존은 주장하죠, 나는 과거와 다르다, 나는 더이상 무법자로서 삶을 살지 않는다, 나는 과거의 내 행동을 후회한다, 과거에 나는 무고한 사람을 안죽였고 부자들에게 돈을 뺏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졌다 등등...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게이머는 이 사실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합니다. 오로지 그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그의 현재 행동'뿐이죠. 

이 점에서 게임은 상당히 오묘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게이머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존 마스턴은 진정으로 과거로 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참회한 케릭터에서부터, '개버릇 남 못준' 케릭터로 변모하게 됩니다. 물론 게임 내에서 엔딩이 달라지던가 등의 기점은 없지만, 게임 내의 엔피씨와 존 마스턴의 대화들을 듣고 있으면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또한 존 마스턴과 빌 윌리엄슨의 관계, 더치와의 관계, 그리고 아내인 에비게일 결혼과 무법자 생활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들이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대화를 통해 밝혀지면서 존 마스턴이란 케릭터를 독특하게 만들어줍니다.

3.

사실 GTA 4 이후 락스타의 행보가 범죄물에 리얼리티를 가미하는 스토리와 분위기를 지향하기 시작했죠. 그 덕분에 전작과 다르게 리얼리티를 추구한 GTA 4가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린데 비하여, 레드 데드 리뎀션은 시대와 분위기, 그리고 게임 진행방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완벽한 게임에 가까워졌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배경은 1911년입니다. 서부 시대의 끝자락이자, 동시에 무법시대의 종말과 법치의 도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죠. 덕분에 게임 내에서 플래이어들은 전보와 전신주, 전화, 자동차, 반자동 권총 등등의 현대적(?) 물건들과 가축 도둑, 무법자, 야생마, 거리의 결투, 약장수, 도굴꾼, 보물 사냥꾼 등의 서부 개척시대에서나 볼법한 것들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플래이 역시 서부 개척시대의 마지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현상금 사냥꾼, 가축 길들이기, 역마차와 기차 털기 등의 서부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다양한 것들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게임의 시대와 분위기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GTA 4의 주인공 니코 벨릭 같은 무법자가 현대 뉴욕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그가 게임 내에서 저지른 범죄만 놓고 본다면, 니코 벨릭의 최후는 아마도 게임 중반도 못들어서 종신형이나 전기의자, 교수형 등으로 끝날 것 입니다. 그렇기에 설정상으로 U.L.P나 부패한 경찰 등 정부와 관련된 요인들이 뒤를 봐준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어색한 것은 사실입니다.(물론 GTA4를 까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마지막 무법자'라는 컨셉 하에 게임 플래이와 배경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이 점에서 게임은 GTA4 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죠. 또한 여태까지 서부를 배경으로 만든 샌드박스 게임이 없었기에 게임이 신선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입니다.

4.

레드 데드 리뎀션에서 배경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황야입니다만 그 배경 종류가 다양합니다. 풀만 듬성듬성 나있는 황야에서 프래리 초원, 침엽수림, 눈덮인 설산, 맥시코의 황야까지 플래이어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게 한 지역에 있다고?'라는 의심이 들게 할만큼 다양한 파노라마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레드 데드 리뎀션은 야외 경관에 있어서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의 황야에서부터 공해에 찌들지 않아서 별과 달이 선명한 야밤, 소나기가 내릴 때의 야외 배경묘사 까지, 레드 데드 리뎀션은 적어도 제가 여태까지 경험한 실외 그래픽 중에서 감히 최고라고 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넓은 황야를 게임은 단순히 황야 그 자체로 남겨두지 않습니다. 사실, 게임 내에서 이방인 미션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미션외 게임 플래이는 황야에서 이루어집니다. 게임을 황야를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구해주거나(혹은 같이 죽여서 돈을 털거나), 총솜씨를 두고 내기를 벌이거나, 보물을 탐색하는 등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있는 동적인 공간으로 제시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냥 말타고 경치나 감상하는 게임이 될뻔한 걸 완벽에 가까운 게임으로 승화시킨 부분이라 할 수 있죠.

5.

게임 미션의 90% 가량은 존 마스턴의 옛 동료였던 빌 윌리엄슨과 더치를 추격하는데 할애하고 있고, 마지막 10%정도는 존 마스턴이 자신의 목장 비치스 호프로 돌아와서 옛날의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가족들과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후반의 90%의 미션과 뒤의 10%의 미션의 분위기가 이질적이고, 동시에 마지막의 더치의 죽음으로 게임이 끝났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상당히 사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게임은 이를 묘하게 꼬아 놓습니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존 마스턴, 이번에는 진짜 끝이냐고 묻는 가족들, 그리고 가족들을 계속 안심시키면서 모든 게 끝이났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군인들이 들이닥칩니다. 존 마스턴의 손을 빌려서 법치에 방해가 되는 무법자들을 죽였지만, 동시에 아이러니 하게도 존 마스턴 자신이 '마지막 무법자'가 되어버린 것이죠.

게임의 마지막, 존 마스턴은 도망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헛간문을 열고 나가 군인들의 총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서부 개척시대와 무법자들의 시대 역시 끝을 맺게 되죠. 조금씩 해석은 다를 수 있겠지만, 다른 옛 동료들과는 다르게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존 마스턴은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3년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은 아버지를 이용해 먹고 죽인 연방요원 에드가 로스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에드가 로스를 결투로 쓰러뜨린 뒤, 아들 잭 마스턴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면서 게임 타이틀과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Red Dead Redemption



6.

레드 데드 리뎀션의 멀티 게임 자체는 본편의 총격전을 멀티에 맞게 옮겨놓은 수준입니다. 사실 재미는 있지만, 본편에 비해서 충격적이라고 할 수는 없죠. 오히려 그보다 본편의 맵을 그대로 갖다 놓은 자유 방랑 모드가 더욱 인상에 남습니다. 실제로도 자유 방랑 모드에서 갱단의 소굴을 털거나, 서로 말타고 총격전을 벌이거나, 마을에서 보안관들 죽이면서 현상금 올리거나, 지역의 건물 점령하고 점령전을 벌이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유 방랑 모드에서 사람 수만 맞는다면 곧바로 멀티 게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은 레드 데드 리뎀션의 멀티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7.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면 게이머로써는 놓치면 아까운 게임. 조금 있으면 GOTY 에디션 나온다니 안해보신 분들은 꼭 해보시길.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다크사이더스는 재밌는 게임입니다. 그래요,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이건 미리 짚고 넘어가야겠죠. 하지만, 다크사이더스는 잘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잘만든것과 별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습니다. 게임을 한 지 저도 근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다크사이더스 같은 게임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이는 다크사이더스라는 게임이 지금까지 크게 히트한 다양한 게임들의 흥행 코드들을 믹스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참 묘한 게임이죠.

다크사이더스는 기본적으로 3인칭 액션 게임입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여태까지 나온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 자신이 찾은 것과 다른 분들이 찾은 것들을 모아서 리스트로 정리해보죠.

주인공의 더러운 성격, 머리위에 표식이 뜨면 원 킬로 이어지는 시스템,-갓오브워
공중 콤보-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부매랑을 던져서 퍼즐 풀기-젤다
그래플을 이용한 액션-바이오닉 코만도
보이드 워커를 이용한 퍼즐-포탈
글라이딩과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 에너지 바(?)-소울리버 시리즈
말탈때 조작감-어새신 크리드(?)

등등...

이와 같이 다양한 게임들의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양한 게임들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보고 좋아할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자기색깔이 확실한 게임들을 하나로 묶었을때는 각 게임들간의 특징들이 서로 충돌하여 게임 자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크사이더스는 그중에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들만 간추렸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은 전혀 난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게임 전체의 완성도 측면에서 본다면 다크사이더스는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고도 볼 수 있죠. 각각의 게임 요소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와도 같은 게임이지만, 하나의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는 통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게임요소를 하나의 게임 아래 잘 정제해서 집어넣었지만, 다크사이더는 아주 큰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의 '깊이'의 문제입니다. 깊이가 없다고 해서 다크사이더스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크사이더스는 다양한 게임들의 묘소들 중에서 표층적인 부분만을 게임 요소로 도입하였습니다. 즉, 다크사이더스에 나오는 모든 게임들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게임 자체가 액션을 제외하고는 튜토리얼만 하다가 끝내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왜냐면, 게임에 나오는 퍼즐들은 이어지지 않고 분절되어있으며, 약간의 맛뵈기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축약하자면, 다크사이더스는 여태까지 나온 모든 게임들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역으로 그 어떤 게임의 근처에도 근접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다크사이더스에 들어가 있는 각각의 게임요소들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게임이 될만큼의 분량과 가치를 갖고 있는데, 다크사이더스라는 하나의 게임으로 통합되면서 그 깊이와 독자성을 상실합니다. 그렇기에, 다크사이더스는 재미는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임이 되는 거죠. 어떤 자신만의 개성이 없으니까요.

만약, 게임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누군가가 다크사이더스를 한다면, 대단히 참신하고 재밌는 게임이라고 평할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많이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다크사이더스를 한다면, 재미는 둘째치고 대단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왜냐면 자신이 여태까지 즐겼던 거의 모든 게임들의 코드들이 조금씩 들어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다크사이더스는 대단히 미묘한 게임입니다. 재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뭐 그렇다는 거죠.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포탈 1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포탈이야 말로 새로운 세대의 게임이라고 극찬을 했었죠. 여태까지 그 어느누구도 FPS 장르에서 퍼즐 요소 하나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포탈 1은 그러한 통념을 깨버린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실험실과 같은 분위기, 중력과 공간을 이용한 퍼즐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게임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죠. 사실, 포탈 1은 프로토타입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벨브가 고용한 학생 팀들의 나바큘라 드롭이라는 게임의 컨셉을 빌어서 만든, 다소 급조한 느낌이 나는 게임이었고, 게임의 설정이나 내용, 그리고 게임의 길이 등에서 그러한 급조한 부분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탈 1은 오렌지 박스와 함께 그해의 GOTY를 상당수 얻어내는 쾌거를 이룩 합니다.

원래, 후속작이라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어느정도는 원작 후광을 빌어서, 적당히 잘만들고 많이 팔리는 작품들이 후속작이죠. 저도 포탈 2가 나왔을 때 기대한 것은 적당히 재밌는 수준의 후속작이었습니다. 하지만, 포탈 2는 완전히 다릅니다. 포탈 2는 후속작의 '상식'을 뛰어넘은 작품입니다. 누군가 포탈 2에 대해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건 하프 라이프 시리즈 및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를 통털어서 벨브가 만든 최고의 역작이며, 올해 혹은 앞으로는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게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 될것이라구요.

포탈 2가 그러한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게임이 보여주는 연출과 구성 덕분입니다. 게임 역사를 통틀어서 보았을 때, 게임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표현양식을 영화적 연출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즉, 게임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보여주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영화처럼 고정된 카메라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들은 여러가지 트릭들-게이머의 시점을 고정시키거나, 영상으로 넘어가거나 등-을 이용하여, 이러한 영화와 게임 사이의 갭을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포탈 2는 그러한 게임의 트릭들을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게이머의 시선과 동선에 맞게 게임의 연출을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케릭터를 향해서 거대한 실험 큐브가 돌진하는 모습을 연출할때, 보통의 게임이라면 시선을 강제적으로 돌진하는 실험큐브에 고정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포탈 2는 다르죠. 먼저, 주인공이 중력장에 이끌려서 이동할 때, 케릭터가 심심하지 말라고 실험시설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가, '저기 저쪽에 있는건 실험 큐브인데...잠깐, 저게 왜 이쪽으로 오는거지?'라고 대사를 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관광을 즐기던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실험큐브를 발견하게 되죠.

이와 같이, 포탈 2의 대부분의 게임 연출은 자연스럽습니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은 케릭터가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게끔 구성이 되어있죠. 이것은 벨브 특유의 연출방식이긴 합니다만, 포탈 2는 이를 더 거대한 규모 단위에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게임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적용됩니다. 기본적인 게임 플래이가 퍼즐이다 보니, 게이머가 쉽게 풀수 없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정도로 어렵지 않은 게임 난이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포탈 2는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게임입니다. 퍼즐을 풀 수 있는 도구는 모두 눈앞에 놓여져 있으며, 포탈을 설치할 수 있는 위치나 가야할 목표, 사용할 수 있는 수단 등이 명확하게 재시되어있죠. 그리고 모든 실험실들이 두 세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이머가 게임에 질리거나 지치게 하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포탈 2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8시간이라는 점에서 이는 명확하게 드러나죠.

마지막으로 포탈 2는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른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요즘 게임들은 블록버스터 형식의 액션 영화를 지향했다면 오히려 포탈 2는 옛날의 만담형식의 코미디를 지향합니다. 극히 제한된 인물, 분위기, 대사로만 이루어진 코미디는 요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지요. 또한 게임 자체가 에퍼처 사이언스라는 희대의 막장집단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물과 대사, 배경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블랙코미디로 승화되었습니다. 이는 여태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입니다.

결론적으로 포탈 2는,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게임에 있어서 연출 방식, 길이, 난이도 완급 조절, 내용 등등 어느 하나를 놓고 보아도 출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회차와 코옵 이후에는 할 것이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벨브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맵 에디터 및 추가 DLC 컨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지난 수년동안 FPS는 가장 변하지 않는 게임 장르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FPS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표현의 한계 덕분이었죠. 인간의 눈, 시점에서 볼 수 밖에 없는 제한된 시야가 게임의 역동성을 제한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만약 데빌 메이 크라이와 같이 화려한 액션을 일인칭 액션 게임의 형태로 다룬다면 어떨까요? 아마 사람들은 재미보다는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거나 난해함을 느낄 것입니다. 왜냐면 그러한 시점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FPS란 장르는 총을 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액션-콤보를 넣는다든가, 적을 띄워서 공격한다든가-을 추구하는 작품은 대부분 3인칭의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최근에는 FPS와 3인칭 액션게임의 중간 형태로 솔더뷰 형식의 게임들이 나오기도 했죠)

블릿 스톰은 그러한 FPS 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작품입니다. 'Kill With Skill' 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통해 블릿스톰은 3인칭 액션에나 나올법한 공중 콤보나, 근접공격, 콤보 샷 등의 개념을 FPS에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여태까지 그 어떠한 액션 게임도 시도하지 못한 것들이죠. 그리고 그 특징들은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죠.

게임이 추구하는 다양하고 화려한 스킬샷의 개념은 얼핏보기에는 복잡한 액션과 시스템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블릿스톰의 최고의 미덕은 그러한 복잡함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내의 모든 스킬샷은 표준적인 FPS의 조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적을 끌어당기는 채찍과 적을 밀어내는 발차기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FPS죠. 일반적인 3인칭 액션게임이 게이머에게 다양한 키와 독특한 조작방법을 요구하여 화려한 액션 콤보를 넣게 한다면, 블릿스톰은 역으로 조작은 간편하게 하되 스킬샷의 요건을 타이밍이나 환경을 통제하는 부분에서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적을 선인장에 못박아 버리는 Pricked나, 적을 낙사시키는 Vertigo, 프레일 건으로 적 여럿을 죽이는 Gang Bang 등등 대부분의 스킬샷들이 그 스킬샷을 성립시키위한 타이밍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됩니다. 이 덕분에 게이머는 복잡한 조작이나 멀미를 경험하지 않고도 적들을 화려하게 박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스킬샷이 성립되기 위한 판정 부분을 익히는게 게이머에게 있어서 어려운 부분일 수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넘어선다면 게이머는 자유자재로 스킬샷을 다룰 수 있죠. 그만큼 블릿스톰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은 엄청난 것입니다.

이런 단순한 해결방법으로 블릿스톰은 여타 다른 게임들이 보여주지 못한 엄청난 차별성을 보여줍니다. 한방의 스킬샷을 통해서 수많은 적들을 도륙내버릴 때의 쾌감은 엄청납니다. 또한 블릿스톰은 이러한 쾌감을 연출을 통해서 극대화시킵니다. 적을 스킬샷을 이용해서 도륙낼 때마다 화면 가득하게 스킬샷의 이름과 점수가 나타나죠. 팀포트리스 2나 모던 워페어 2 이후에 나온 게임들의 연출과 유사하지만, 블릿스톰의 연출은 여타 게임들이 보여주는 것과 다른 중독성과 쾌감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블릿스톰은 여러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먼저 싱글플레이의 경우, 여러가지로 모자란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블릿스톰의 싱글 플레이는 연출 및 시각적인 측면에서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외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동료의 인공지능은 완전히 엉망입니다. 물론, 동료가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일이 없고, 다행히도(?) 죽지 않기 때문에 동료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도 안써도 됩니다. 하지만, 옆에서 하고 있는 짓거리들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숨이 나오죠. 차라리 동료라는 존재를 없애고 다른 컨텐츠들을 집어넣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그리고, 싱글플레이의 분량과 내용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아주 심하게 이야기 하면, 게임에 플룻이나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상황'만이 존재합니다. 주인공하고 동룧고 행성에서 탈출하려고 발악발악하는데, 개고생하다 탈출했다더라 라는 단순한 내용이 끝이죠. 물론 액션 게임 특징상 재미만 있으면 됐는데(존 카맥 가라사데,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와 그 존재의의가 같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량도 어느정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게임들의 분량이 짧은게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블릿스톰은 싱글 플레이 스토리도 별로인데 분량까지 짧으니 말다한 셈이죠.

하지만, 블릿스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스킬샷은 상당히 세세하게 시스템을 정리하였지만, 그외의 싱글이나 멀티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덜 가공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멀티는 상당히 아쉽습니다. 팀으로 스킬샷을 쓴다는 발상자체는 좋았으나, 모드를 하나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맵의 수가 상당히 제한되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게임이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기 때문에, 멀티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게임 내의 시스템적인 보완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더군요.

결론적으로 블릿스톰은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며, 올해 액션 게임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될수도 있'었'으나, 컨텐츠 부족과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어서 많은 아쉬움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래도, 액션 게임 팬이라면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죠.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YMHDS2 사건

 게임계 뉴스에 빠삭하신 분들이라면, 데드 스페이스를 하시지 않았더라도 YMHDS2 에 대해서 아실 것입니다. Your Mother Hate Dead Space 2라는 이름의 데드 스페이스 2 광고를 칭하는 약어인데, 이게 상당히 괴랄한 물건이었기에 나왔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단순하면서 자극적인데, 데드 스페이스 2에 나오는 각종 데드씬과 네크로모프의 디자인을 실제 영상으로 평범한 어머니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광고화 시킨 것이죠. 이 광고의 압권은 바로 광고에 나오는 어머니들의 생생한 반응(.....) 그 자체였고, 이로 인해서 비세럴 게임즈는 '정신이 나간거 아니냐'라는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게 됩니다.[각주:1] 물론 EA측에서 비세럴 게임즈에서 낸 게임들에 대해 이런식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 일은 많습니다만[각주:2], 그 광고의 강도에 있어서 YMHDS2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데드 스페이스의 인기
 

 제가 데드 스페이스 2 리뷰를 쓰기 전에 위의 사례를 이야기한 것은 YMHDS2의 사건이 이 게임, 데드 스페이스 2를 본질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2는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이나 게임 내적인 측면, 양측 모두다 잘 만든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데드 스페이스 2가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지 설명하지 못하죠. 사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자체는 EA에서 나오는 다른 대작 게임들의 땜빵용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콜오브듀티:모던 워페어 2 발매 직전에 나온 보더렌드 같은 게임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각주:3] 하지만, 현제 데드 스페이스 2는 EA의 주력 타이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프리퀼이나 다양한 사이드 작품으로 데드 스페이스만의 세계관을 확립하고 있죠. 그 어느 누구도 데드 스페이스 1편이 나온 시점에서 이 게임이 이정도로까지 성공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데드 스페이스 2가 좋은 게임, 잘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은 제쳐두죠. 2편은 1편에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두고 그것을 보강, 추가 하는 정도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리뷰에서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통틀어서, 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인기가 있고, 데드 스페이스 2는 어떤 점에서 시리즈에서 차별화됬는지를 서술 할 것입니다. 






호러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점들

 호러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공포'입니다. 애시당초에 호러라는 장르 자체가 소비자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내용의 대중 문화 장르니까요. 호러 게임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악의'가 주요한 테마가 됩니다. 공포라는 것은 유쾌한 감정이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이 공포라는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호러 게임들은 일부러 게이머에게 불편한 요소를 집어넣는다든가[각주:4], 시야를 제한한다든가, 신경을 긁는 소리를 넣는 등의 다양한 기분 나쁜 요소들을 집어넣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럴수록 게임은 완성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아이러니컬 하죠.

 데드 스페이스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게임입니다. 폐소공포증이 느껴질정도로 답답하고 막힌 스테이지 환경, 사람의 신경을 긁는 하이톤의 음향효과와 소리, 좀비와 각종 SF 호러 장르의 크리처들로부터 역겨운 모습만 긁어온 네크로모프의 디자인,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 라인 등등 호러 게임이 가져야 하는 악의적인 요소들은 두루 한몸에 갖춘 역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부위 파괴나, HUD의 배제, 말을 하지 않는 주인공, 환상과 환각, 반전 등등 데드 스페이스 이전에 나온 호러 게임이나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변용, 차용 등을 통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콜라주 같은 작품이었다고도 평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수 있다는 점에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식상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기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그러한 문제를 아주 단순하고 고전적인 방법인 몰입감과 연출로 해결합니다. 적어도 게임을 할 동안에는 게임 내부의 각종 클리셰적인 요소들을 보이지 않게, 혹은 역으로 참신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1편, 2편 모두 흥행이나 평론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데드스페이스 만의 특징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서의 게이머의 몰입감의 비결은 호러 장르의 공식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은 호러 영화를 보면서 공포를 느끼고, 그 동시에 공포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죠. 그렇기에 영화의 러닝 타임 동안 관객은 희생자 또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고 거기에서 공포를 느낍니다. 러닝 타임이 끝나는 동시에 살인마, 혹은 괴물들로부터 해방되고 그들을 응징함으로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죠.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호러 영화에서 관객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입니다. 관객은 희생자에게 자신을 대입하는 동시에, 희생자들이 고통받기를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SM적인 관계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데드 스페이스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는 호러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그는 이시무라 호에서, 스프로울에서 온갖 고생을 합니다.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자신의 연인은 자살한 뒤에 끔찍한 환영의 형태로 나타나며, 생전 보지도 못한 괴물들과 치고 받으면서, 멀쩡한 사람 시체를 사지절단하고[각주:5], 동공에 바늘을 박아 넣는 등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개고생을 겪죠. 하지만 동시에 디멘시아 현상에도 불구하고 자살하지도, 미치지도 않고 거의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면서 네크로모프를 사지절단 하고,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보다 더 질긴 목숨을 보여주는 등 먼치킨 스러운 모습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작은 고통 받는 동시에 그 고통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이중적인 모습이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몰입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몰입감을 주는 요소들은 상당히 모순적일 수 있습니다. 호러 게임의 목적 자체는 게이머에게 공포를 주는것 그 자체니까요. 하지만, 출구가 없는 공포는 극단적인 마조히스트나 극성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제외하면 호러 게임 팬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모티브로 만든 콜 오브 크툴루를 예로 들어보죠. 애시당초에 꿈도 희망도 없는 코스믹 호러를 지향하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흥행에 있어서는 정작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죠. '공포와 절망'이라는 측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나,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서는 별로 였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올바른 표현이겠죠.[각주:6]

 즉, 데드 스페이스는 공포의 완급 조절이 뛰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호러 게임이라는 장르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1편은 200만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죠.[각주:7]





1편과 2편의 차이점

 데드 스페이스 2가 1편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바로 그 '깔끔함'입니다. 연출이나 케릭터성, 스토리 측면에서 있어서 전작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어졌습니다. 특히 작품에서 요즘 블록버스터에서 드러나는 연출이나 진행방식이 많이 보입니다. 스케일은 커지고, 액션은 화려해졌으며, 가장 중요한 변화점은 아이작이 말을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1편에서도 아이작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각주:8] 하지만, 2편에서처럼 하나의 케릭터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1편의 주요한 컨셉 중 하나가 아이작은 게이머의 분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작의 설정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컨셉에,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이시무라호 사건에 휘말린 사람으로서 표현을 해서 게이머에게 자신의 케릭터를 어필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와 케릭터를 동일시 할 수 있는 존재로 정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1편이 워낙 엄청난 작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이작의 케릭터 성도 당초 제작사에서 정한 '평범한 엔지니어'가 아닌 '평범한 엔지니어의 탈을 쓴 공구의 화신'(....) 수준으로 변질되버리게 됩니다. 결국, 케릭터 성의 수정을 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더이상 평범한 엔지니어가 아닌 히어로로써 아이작을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아이작은 대사도 있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전작에 비해서 상당히 과격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게 되죠.

 이에 맞춰서 게임의 거의 모든 것들이 블록버스터화 되기 시작하는데, 가끔씩 등장하는 이벤트 씬이 전작에 비해서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트램에서 액션이나, 레비아탄에 의해서 우주 공간 바깥으로 나가 떨어지는 장면 등등에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연출의 특징-빠르고, 큰 규모이며, 과격한-들이 두드러 집니다. 그리고 공포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는 전작과 다르게 상당히 깔끔-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대단히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해졌구요.

 그렇기에 이번 2편은 상당히 대하기 편한 작품입니다. 카리스마 있으며 매력적인 주인공과 영화적인 연출은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에 맞게 화려하며, 1편의 미덕들과 공포들은 계승하고 발전시켰죠. 이는 EA에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바이오 하자드와 같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발언과 맞물려 들어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인 블록버스터적인 연출과 강한 케릭터 성을 후속작에 집어넣은 것이죠. 어떻게 보면, 2편은 소품과도 같았던 1편과는 다르게 돈을 많이 들인 대작의 느낌이 납니다.

아쉬운 점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2는 1편에 비해서 몇몇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작품입니다. 2편이 본격적으로 블록버스터적인 성격을 지향하면서, 1편이 갖고 있었던 미덕들을 잃어버렸습니다. 바로 '악의'라는 측면에 있어서 말이죠. 먼저 아이작의 케릭터가 생기게 되면서 게임이 주는 '공포'가 희석되게 되는데, 게임 내부의 공포의 대상이 게이머의 분신이 아닌 케릭터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의 공포가 게이머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게이머에게 주는 공포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편에서는 어떤 이벤트도 없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숨이 막힐거 같은 공포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그런 구간이 많이 없었죠.[각주:9] 

 또한 연출 역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지으면서 게이머에게 '아 이건 환상이구나'라는 안도감을 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작에서도 아이작이 디멘시아 현상에 점점 노출되면서 생기는 환상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때는 게이머가 그것이 환상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없게 게임을 연출 했고, 이는 엔딩 직전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과 공포를 매끄럽게 표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즉, 1편에서 환상은 연출을 통해서 공포와 플룻 부분을 동시에 커버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그러한 연출상의 차이점(환상과 현실의 명백한 구분)을 통해서 공포감을 한층 떨어뜨리고, 동시에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을 이용한 플룻의 완성이란 측면에서의 장점 역시 사라졌습니다. 

 즉, 데드 스페이스 2는 판매량을 위해서 전작에서의 연출과 케릭터성을 수정하였고, 이를 통해서 대중적이게 되었지만 동시에 데드 스페이스 1편이 갖고 있던 악의와 공포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올바릅니다.
 
결론

 데드 스페이스 2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데드 스페이스란 게임이 갖고 있는 가지 각색의 진부함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러한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비세럴 게임즈의 내공이 출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2편은 1편에서의 미덕을 살리지 못한 부분이 꽤 있으며, 그로 인해서 아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리즈는 1편보다는 2편에 가깝게 나오겠죠. 1편보다는 2편이 더 대중적이니까요.





덧.멀티플레이가 있었던거 같은데 없었던걸로 쳐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생각이 되네요(.....)
덧.오랫만에 긴글을 쓰려고 하니까 머리에 쥐가;;;








 

  1. 물론 이것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 라는 견해가 있는게, YMHDS2 광고 이후에 멀티 티저 광고에서 그 어머니들이 다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2. 가장 유명한게 단테스 인페르노에 대해 기독교 보수 단체들의 반대 시위를 조작한 케이스라던가. [본문으로]
  3. 독특한 컨셉을 잡은 뒤에 대작들 사이에 껴서 발매해서 100~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본문으로]
  4.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시리즈 내내 무빙샷이 안되는 이유가 공포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습니다만...데드 스페이스 제작진들은 그걸 비판했죠. [본문으로]
  5. 본편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펙터 때문. [본문으로]
  6. 이런 게임들을 데드 스페이스와 같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와 구분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만... [본문으로]
  7. 본격 서바이벌 호러를 지향한 바이오 하자드 4가 200만장정도의 판매량이니 흥행에 성공했다 할 수 있죠. 바이오 하자드 5가 500만장 가량 판매고를 올렸지만, 바이오 하자드 5는 솔직히 호러 게임이라고 보기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본문으로]
  8. 1편 각 미션에서 저널을 확인해보면 아이작의 노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9. 재밌는 점은 2편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파트는 바로 1편의 이시무라 호를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네요.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UBI에서 유통 및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 연작, 그리고 4편)는 이제는 전설이 된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를 새롭게 다듬어서 만든 프랜차이즈입니다. 특히 첫 작품인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 같은 경우는 원작의 제작자인 조던 매크너가 직접 참여하여서 만들었는데,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액션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죠. 그때까지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처럼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를 게임에 직접적으로 도입한 작품이 없었으며, 페르시아의 왕자 만큼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이 액션 자체가 아닌 복잡하게 구성된 스테이지를 움직이면서 특정한 장소에 도달하는 2D 플랫포머적인 부분을 강조한 독특한 작품 역시 없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액션과 퍼즐 조합의 대표작 툼레이더 시리즈가 있었으나, 사실상 툼레이더 시리즈의 그것은 상당히 코어한(크리스탈 다이나믹스에게로 넘어간 이후로는 아예 그 노선으로 가버렸습니다)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페르시아의 왕자는 간편한 조작과 직관적인 진행(카메라 시점을 통해서 가야할 곳을 알려주며, 기념비적인 1편 같은 경우에는 친절하게도 동영상으로 진행방향을 보여주기까지)으로 툼레이더 보다 대중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또한 파쿠르적인 요소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요소-시간의 모래-를 도입하였죠. 이렇게 2D 플랫포머의 느낌을 3D 액션 게임으로 되살리기 위해서 페르시아의 왕자는 당시 혁신적인 요소들을 많이 차용하였고, 그 결과 지금까지 성공적인 프렌차이즈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지만, 두개의 왕좌 이후 시간의 모래 연작의 종결된 뒤에 나온 페르시아의 왕자 4편(혹자는 DS 게임에서 부제를 따와 타락한 왕이라고 칭하는)의 실패 아닌 실패로 인해서(자세한 것은 제 블로그의 페르시아의 왕자 리뷰를 참조) 수많은 페르시아의 왕자 팬들은 시간의 모래 연작으로의 회귀를 요구하였고, UBI는 때마침 나온 디즈니의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의 홍보와 시간의 모래 연작으로의 회귀를 위해 페르시아의 왕자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는 망각의 모래를 출시하게 됩니다.

망각의 모래는 기본적으로 1편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스토리 라인도 비슷하죠. 왕자가 있고, 누군가 저주받은 모래의 봉인을 풀고, 그 덕분에 왕자는 개고생을 하고, 그리고 공주는, 아 공주는 없구나. 하지만, 망각의 모래는 기존의 시리즈를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는 시도를 합니다. 먼저 4편의 단조로운 전투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대규모 전투를 많이 삽입하였으며, 시간의 모래 이외에도 물을 굳히거나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날아다니는 등의 요소를 도입하여서 게임의 진행을 다체롭게 만들려는 시도를 합니다. 또한 전작의 단조로웠던 씨앗 노가다를 보완할만한 레벨업 개념과 타임어택 요소 등을 도입하여 리플래이 성을 강화하였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망각의 모래란 작품은 기존의 시간의 모래 연작 시리즈로 회귀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시도 자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혁신적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대단히 '안전한' 선택을 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게임 자체의 스토리라인과 케릭터, 그리고 심지어는 분위기나 스테이지 구성까지 망각의 모래는 철저하게 전작들을 답습합니다. 1편의 스토리 라인과 배경, 궁궐, 스테이지 구성, 그리고 4편의 분위기(몇몇은 진정으로 데자뷰를 느끼게 할 정도로), 2편의 복장 등을 통해서 작품 자체의 컨셉 보다는 여태까지 나온 작품들의 좋은 컨셉만을 취했다는 사실은 게임을 하면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페르시아의 왕자 전 시리즈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해도 각기 나름대로의 컨셉과 개성이 있었고(1편-동화, 2편-잔혹한 전설, 3편-1편과 2편 사이의 독특한 컨셉, 4편-1편의 동화적 분위기를 신화적으로 재해석), 그렇기에 각기 다른 페르시아의 왕자 작품으로서 성립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망각의 모래는 이 작품 저 작품 좋은점만 뭉뚱그리다 보니, 스스로의 개성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면서 들여놓은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전투의 문제. 전작에서 1:1의 일기토 형식 및 게임오버가 존재하지 않는 전투로 인해 전투가 완전히 망했다는 평가를 듣자, 이번에는 그 반대로 전투의 규모를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기본적으로 1:10의 전투가 일어나며, 좀 심하면 1:30, 1:40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들의 화려한 아크로베틱 액션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적들의 패턴의 너무 단조롭기에 적들은 밋밋하게 밀려오며, 다양한 마법과 기술을 게임에 도입하였지만 전투와는 많이 겉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심지어 전투 자체가 MMORPG에서 버튼 하나로 스킬 쓰면서 사냥하는 느낌이 날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죠. 또한 타임 어택이나 서바이벌 같은 요소들은 전작들에 비해 이번작은 전투를 중시하겠다는 의도를 보였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 컨텐츠 자체의 수명이 대단히 짧습니다. 게다가 이번작은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짧은(물론 기존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을 기준으로) 작품이라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죠.

망각의 모래가 상당히 개성없고 밋밋한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타이틀과 특징은 고스란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작에서는 특히 플랫포머 적인 요소들-물을 얼리는 요소를 이용한 스테이지 등-은 훌륭했다고 봅니다. 또한 몇몇 스테이지의 구성은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마지막 보스와의 일전이라든가 여러 작품의 장점을 혼합한 스테이지 구성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은 아주 큰 단점들(어디서 보았다)에 묻혀 사라지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망각의 모래는 객관적으로는 평작 이상의 작품입니다. 전투 자체가 단조롭지만, 분위기나 기존 시리즈의 플랫포머적인 요소는 더욱 강화되었으니까요.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한번도 안 해보신 분이라면, 사서 해도 아깝지 않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팬 입장에서 지적하고 싶은 가장 큰 문제는 성의의 문제입니다. 이미 예전의 좋은 작품들의 장점만 짜집기한 몰개성한 작품이, 거기에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데자뷰를 일으키게 만드는 작품이 과연 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전 회의적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시리즈를 정말 재밌게 즐기신 분들이라면, 그냥 손대지 않고 넘어가시는게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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