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올해 들어서 장기간 제작중이었던 게임들이 속속들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스플린터 셀 컨빅션, 엘런 웨이크같이 보통 게임이라면 이미 1편내고 후속편까지 냈을 법한 기간이 걸린 게임들이 말이죠. 특히 이번 리뷰의 대상인 스플린터 셀 컨빅션(이하 컨빅션)은 개발 초기에는 오픈월드 첩보 액션 게임을 지향했다가 한번 게임 자체를 뒤집어 엎어서 현재의 스텔스 액션 형태를 취하게 되었죠. 거의 5년에 달하는 기나긴 개발 기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4월 13일 컨빅션이 세상에 공개되자 평단은 컨빅션이 보여준 이질적인 게임 스타일에 극단적으로 양분된 평을 내리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컨빅션은 요즘 게임들의 경향(점점 쉬워지는)과 현재 대중문화에사 드러나는 슈퍼 스파이의 이미지를 적절히 잘 혼합한 작품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기간에 비해서 빈약한 컨텐츠와 스토리, 멏몇 난이도 조절 실패의 문재는 상당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밑에서부터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죠.






Light & Shadow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이제까지 얼마 안 남은(아니 지금까지 얼마 없었던) 몇 안되는 잠입 액션 게임 프랜차이즈 였습니다.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간혹 메탈기어 시리즈와 많이 비교가 되는데 오히려 메탈기어보다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게임 중 하나였던 씨프 시리즈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죠.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가 아케이드 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시프 시리즈는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당히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했었습니다. 뭐, 스플린터 셀은 씨프에 비하면 쉽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서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림자 속에 숨어서 들키지 않고 움직이는 짜릿함, 죽이는 것 보다는 들키지 않는 것을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잠입 액션게임이었죠.

더블 에이전트 이후로 후속작인 컨빅션은 잠입액션에 있어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합니다. 그것은 바로 오픈월드 형식에 군중 속에 숨어들어가서 잠입을 한다는 것이었죠. 사실 이러한 실험은 4편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시리즈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 하고자 한 UBI의 야심이 다분히 섞여들어간 것이었지만 개발 도중에 난항을 겪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컨셉 자체가 UBI 에서 개발 중이었던 어새신 크리드와 상당히 유사한 컨셉이었다는 것(실제 어새신 크리드 내의 군중속에 숨는 요소나, 오픈월드라는 점 등등), 그리고 어새신 크리드의 그러한 실험 자체가 썩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 등은 컨빅션의 개발 기획 자체를 뒤집을 정도로 큰 문제였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컨빅션은 개발을 뒤집어 엎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컨빅션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컨빅션은 빠르고 강한 게임을 지향하는 현재의 게임 성향을 고려하여서 거침없는 잠입 '액션' 게임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게 됩니다. 먼저 컨빅션은 기전 시리즈의  수동적이고 느린 템포의 게임 방식을 핸드 킬이나 지정 & 수행 등의 요소를 통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템포로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잡입의 요소를 빛과 그림자라는 단순한 요소로 구성하고 이를 게이머가 통제하는 등 더이상 게이머를 어둠 속에 숨은 유령이 아닌 걸어다니는 인간흉기로 변화킵니다. 전 시리즈들의 특징을 생각하면 상당히 과격한 변화입니다.





Harder, Faster, Stronger.

이러한 컨빅션의 과격한 변화는 어느정도 성공적입니다. 게이머는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완벽한 첩보원으로 거듭납니다. 이를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시스템이 바로 '지정 & 수행'(Mark & Execution)인데, 한번의 근접 암살을 성공한 이후로 적들에게 마킹을 하고 시야가 확보되는데로 최대 4명을 한꺼번에 암살하는 시스템입니다. 처음 이 시스템이 공개되었을 때는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것이 아니냐 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실제 게임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사기적이지는 않습니다.(실제 해보면 4명 다 찍어서 4명 다 죽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러한 지정 & 수행 시스템과 근접 암살, 소음 권총 헤드샷, 그림자를 이용한 암살은 컨빅션의 게임 성격을 잠입이 아닌 잠입을 이용한 '섬멸전'으로 바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빅션은 게이머의 능력을 먼치킨 수준으로 상당히 올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전반에 고유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게이머가 접하는 일반적인 상황은 절대적으로 1:다수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능력만 믿고 무작정 날뛰다가는 적들의 총에 게임오버 당하기 쉽상입니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어둠속에 숨어서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어둠을 틈타 들키지 않게 이동하는 등의 긴장감 있는 게임 진행을 유지합니다.

특히 이번작에서 주인공인 피셔는 시리즈 컨셉의 변화에 의해서 가장 많이 변한 케릭터입니다. 원래부터 나쁜 남자(Bad Ass) 기믹의 주인공이었지만, 이번작에서는 그러한 컨셉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중후한 성우 연기에서부터 근접암살, 그리고 심문 파트의 과격한 행동 등은 전작의 '그'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는 피셔가 전작 보다는 요즘 첩보물에서 유행하는 슈퍼 스파이의 이미지를 많은 부분 차용하였기 때문이죠. 최근 본 3부작을 비롯하여, 리부트된 007 시리즈(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등장하는 빠르고 강한 '나쁜 남자'의 이미지가 이번작의 샘 피셔의 컨셉입니다. 이러한 컨셉의 피셔의 성격은 전반적으로 성우의 중후한 목소리, 하드 보일드한 스토리 등에서 잘 드러나고 있으며, 작품의 변화와 함께 겉돌지 않고 잘 나타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컨빅션은 잠입 첩보 액션에서 슈퍼 스파이 잠입 액션으로 게임 시리즈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였고, 전반적으로 그러한 변신에 대한 평가는 좋습니다. 특히 근래 슈퍼 스파이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액션 게임 중에서는 최근의 경향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 사람 들에게서 평가 받는 중이죠.






Nothing is Perfect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빅션이 올 상반기 기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데는 게임의 이미지나 컨셉의 과격한 변화보다는 전반적인 게임 완성도, 특히 길이 조절과 스테이지 구성에 있어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중간에 한번 갈아 엎어서인지는 몰라도 게임의 스토리가 상당히 짧습니다. 일단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그 짧다는 모던 워페어 2의 싱글보다 더 짧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기본적인 플레이 타임은 8~9시간 정도이지만, 문제는 시리즈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미션에 실패해서 생기는 반복까지 포함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시리즈 팬이라면 해매지않고 5시간 만에 끝낼 수도 있을 정도로 분량이 정말 짧다는 것입니다. 제작사도 이러한 단점을 알고 있었는지, Deniable Ops라는 싱글/멀티 모드를 게임에 삽입하였습니다. 일단 재밌게 플레이는 하고 있지만, 이걸 추가할 바에는 차라리 본작을 더 늘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게임 스테이지 구성에서 문제가 있는데, 난이도가 올라가는 부분이나 스테이지 내의 적 배치, 숫자, 그리고 적들의 능력 배분 등이 상당히 쉽게 조정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스테이지 내의 오브젝트의 배치, 그림자 등의 구성 보다는 적들이 나오는 패턴이나 적들의 다양함, 트랩 등이 단조롭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할 수록 게임의 난이도가 쉬워지게 됩니다. 물론 그러한 문제점을 후반부 서드 에셜론 본부 이후에 나오는 소나 고글을 사용하는 스플린터 셀 요원들의 등장으로 커버하려 하나, 일단 등장의 빈도가 너무 적었죠. 또한 백악관 이후에나 나오는 권총 헤드샷이 안되는 적들 역시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그래도 짧은 게임이 더 쉬워지게 되는 문제를 만들고 말았죠. Deniable Ops는 그러한 문제를 어느정도 보완하기는 했지만(터렛 감시카메라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습니다...근데 달랑 그거 하나?), 앞서 지적한 문제는 여전합니다.

또한 전작까지는 넣어주었던 등급 시스템 역시 본작에서는 삭제되어 많은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적들에게 발각된 횟수, 처리한 적들의 숫자, 시간, 보조 오브젝트 달성 여부 등을 총합하여 등급을 매겼으나, 이번작에서는 그러한 등급제를 포기했더군요. 물론 무지막지하게 짧은 스토리, 게임 자체의 성격, Deniable Ops에서 성적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이 사람들이 만들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뺀 건가?'이더군요. 사실,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은 게임 제작사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서 보완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간조차 모자라서 보완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죠.

또한 PC판으로 즐겼기 때문에 지적하고 싶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먼저 1편에서부터 써왔던 언리얼 2 엔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개같은 최적화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서부터 아직 초기 단계인 UBI가 만든 특수 DRM의 불편함(중간에 서버 접속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다반사....), 병신 같은 Uplay, 끔찍한 매치매이킹, 멀티를 하면서 어떻게 채팅조차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인지(패치로 지원해준다고?)에 대한 문제 등등은 GFWL(Game For Windows Live)가 귀여워 보일 정도입니다. 특히 DRM 같은 경우 그렇게 복잡한 DRM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뚫리는게 시간문제였다면, 차라리 스팀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치며....

결론적으로 컨빅션은 이미지 변신에서 성공한 게임이나, 전반적으로 뒷마무리가 정말 엉성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PC판도 PC판이지만, Deniable Ops을 통해서 본 게임의 컨텐츠 부족을 땜빵하려는 시도가 상당히 보기 껄끄럽더군요. 또한 은근히 DLC로 때우려는 것도 많은거 같고.....물론 게임 할 때는 재밌고, 괜찮은 게임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번작보다는 컨빅션의 시스템을 활용한 다음 작이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