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1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포탈이야 말로 새로운 세대의 게임이라고 극찬을 했었죠. 여태까지 그 어느누구도 FPS 장르에서 퍼즐 요소 하나만으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포탈 1은 그러한 통념을 깨버린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실험실과 같은 분위기, 중력과 공간을 이용한 퍼즐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게임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죠. 사실, 포탈 1은 프로토타입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벨브가 고용한 학생 팀들의 나바큘라 드롭이라는 게임의 컨셉을 빌어서 만든, 다소 급조한 느낌이 나는 게임이었고, 게임의 설정이나 내용, 그리고 게임의 길이 등에서 그러한 급조한 부분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탈 1은 오렌지 박스와 함께 그해의 GOTY를 상당수 얻어내는 쾌거를 이룩 합니다.
원래, 후속작이라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어느정도는 원작 후광을 빌어서, 적당히 잘만들고 많이 팔리는 작품들이 후속작이죠. 저도 포탈 2가 나왔을 때 기대한 것은 적당히 재밌는 수준의 후속작이었습니다. 하지만, 포탈 2는 완전히 다릅니다. 포탈 2는 후속작의 '상식'을 뛰어넘은 작품입니다. 누군가 포탈 2에 대해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건 하프 라이프 시리즈 및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를 통털어서 벨브가 만든 최고의 역작이며, 올해 혹은 앞으로는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게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 될것이라구요.
포탈 2가 그러한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게임이 보여주는 연출과 구성 덕분입니다. 게임 역사를 통틀어서 보았을 때, 게임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표현양식을 영화적 연출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즉, 게임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보여주는' 것들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영화처럼 고정된 카메라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들은 여러가지 트릭들-게이머의 시점을 고정시키거나, 영상으로 넘어가거나 등-을 이용하여, 이러한 영화와 게임 사이의 갭을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포탈 2는 그러한 게임의 트릭들을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게이머의 시선과 동선에 맞게 게임의 연출을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케릭터를 향해서 거대한 실험 큐브가 돌진하는 모습을 연출할때, 보통의 게임이라면 시선을 강제적으로 돌진하는 실험큐브에 고정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포탈 2는 다르죠. 먼저, 주인공이 중력장에 이끌려서 이동할 때, 케릭터가 심심하지 말라고 실험시설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가, '저기 저쪽에 있는건 실험 큐브인데...잠깐, 저게 왜 이쪽으로 오는거지?'라고 대사를 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관광을 즐기던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실험큐브를 발견하게 되죠.
이와 같이, 포탈 2의 대부분의 게임 연출은 자연스럽습니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은 케릭터가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게끔 구성이 되어있죠. 이것은 벨브 특유의 연출방식이긴 합니다만, 포탈 2는 이를 더 거대한 규모 단위에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게임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적용됩니다. 기본적인 게임 플래이가 퍼즐이다 보니, 게이머가 쉽게 풀수 없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정도로 어렵지 않은 게임 난이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포탈 2는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게임입니다. 퍼즐을 풀 수 있는 도구는 모두 눈앞에 놓여져 있으며, 포탈을 설치할 수 있는 위치나 가야할 목표, 사용할 수 있는 수단 등이 명확하게 재시되어있죠. 그리고 모든 실험실들이 두 세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이머가 게임에 질리거나 지치게 하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포탈 2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8시간이라는 점에서 이는 명확하게 드러나죠.
마지막으로 포탈 2는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른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요즘 게임들은 블록버스터 형식의 액션 영화를 지향했다면 오히려 포탈 2는 옛날의 만담형식의 코미디를 지향합니다. 극히 제한된 인물, 분위기, 대사로만 이루어진 코미디는 요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지요. 또한 게임 자체가 에퍼처 사이언스라는 희대의 막장집단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물과 대사, 배경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블랙코미디로 승화되었습니다. 이는 여태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입니다.
결론적으로 포탈 2는,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게임에 있어서 연출 방식, 길이, 난이도 완급 조절, 내용 등등 어느 하나를 놓고 보아도 출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회차와 코옵 이후에는 할 것이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벨브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맵 에디터 및 추가 DLC 컨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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