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신화적'이라는 용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있습니다만, 적어도 현대 사회의 대중문화에서 신화적이라는 용어의 용례는 주로 '규모'와 신비함의 측면에서 사용됩니다. 특히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영화화 이후로 이런 용례 자체가 일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죠.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 갓 오브 워 시리즈는 게임 쪽에서 신화적이라는 의미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리즈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나 신들이 나오고, 그리고 크레토스한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몰골이 되도록 쳐맞는 것이 게임의 주요특징이었고, 매 시리즈마다 여자와 떡을 치는 미니게임이 있는, 한마디로 게임의 표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센세이션한 부분은 제쳐두고 게임이 인상적인 부분은 이를 다루는 연출의 방식이었습니다.

2.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특유의 연출 덕분에 유명해진 작품이죠. 3편의 첫 시퀸스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제우스의 독백과 함께 시작되는 게임은 지하세계의 하데스의 영역에서부터 절벽을 타는 타이탄들의 모습들을 하나의 컷전환 없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잡아냅니다. 지옥에서부터 천상의 세계까지, 그리스 신화 세계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올림푸스와 그 세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엄청난 혼돈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이 첫번쨰 시퀸스에서 분명하게 게이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규모'입니다. 심연에서부터 올림푸스 산, 그리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타이탄들의 모습까지 다른 게임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말도안되는 크기와 사건들의 연속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갓 오브 워 3에서 가장 뛰어난 점이자, 게임 역사상에서 한획을 그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게임 내에서의 신화적인 규모에 대한 연출, 그리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서 PS3라는 기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갓 오브 워 3의 연출은 그야말로 예술적입니다. 고작 인간 크기 수준의 크레토스가 집체만한 보스들과 싸우는 부분을 게이머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데빌 메이 크라이 4에서 거신상하고 싸우는 부분(개인적으로 거대보스 전 디자인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게이머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자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한 연출과 구성을 보여주죠. 하지만 갓 오브 워 3에서는 그러한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이머가 무엇과 싸우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화면 구성에 모두 드러나 있으며, 고정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은 대단한 부분입니다. 또한 크레토스 정도의 피사체에서부터 타이탄 수준의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까지 초점의 변환이나 영상의 흐름이 잔로딩 없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며, 그래픽 디테일에 있어서도 PS3로 여태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서도 최고를 달립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한적인 환경을 지닌 콘솔 기기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내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게임이기도 하죠.

3.

사실상 2000년 초반에 PS2로 나온 게임 시스템의 기본을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전작을 해본적이 없으니 뭐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1편에서부터 3편, 오리진까지 다해본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요한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계승되고 발전된 형태가 바로 3편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엑티비전 블리자드 사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하고도 비슷한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으면서 특징적인 연출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하지만, 콜옵 보다 갓 오브 워 시리즈가 훌륭한 이유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연출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정말이지 다음을 예측 할 수 없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4.

트릴로지의 최종장인 만큼 이야기 역시 시종일관 클라이맥스입니다. 신들을 쳐죽이고, 세상이 대충 멸망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제우스마저 쳐죽이죠. 하지만, 이야기 막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떡밥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몇몇 중요한 사건들은 쉽게 이해가 안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테네의 존재라든가, 세계의 재구축이라든가, 그리고 마지막 크레토스의 행방 등등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크레토스의 복수에 있어서 마지막에 스스로 희생해서 희망을 세계에 풀어놓는 모습이 과연 크레토스의 이미지와 어울리는가(물론 크레토스가 전혀 그런 정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은건 아니지만....)의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놈이 세상을 위해 죽는게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하도 그동안 사람들은 너무 잔혹하게 쳐죽인 탓에(.....) 말이죠.

5. 

갓 오브 워 3에 흠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는 곳이 있다면 조작 계통의 문제일겁니다. 요즘 게임들과 다르게 회피 버튼이 우측 스틱에 놓여있는데, 엄지손가락으로 공격하다가 회피를 하려고 하면 묘하게 짜증납니다. 물론 같은 시기에 클리어한 베요네타가 액션 게임 중에서 사상 최강의 회피를 보여준 덕분에 갓 오브 워의 회피가 더욱 짜증나 보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세대의 게임에서 우측 스틱으로 회피하는 게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데메크 시절의 유산이기는 하지만, 현세대에서 기본적으로 우측 스틱이 시점 조정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점 전환 자체가 없는 갓 오브 워 시리즈에서는 우측 스틱을 회피로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만...불편한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점프 조작에 있어서 미묘한 부분도 있습니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미묘함(이단 점프 한 후에 이카루스 글라이딩 하려면 점프버튼을 손에서 때지 않아야 함)이란....

6.

그러나 그런 사소한 흠들을 제외한다면 갓 오브 워 3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콘솔 기기의 한계까지 끌어올린 연출과 그래픽은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하죠. PS3를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