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리뷰는 레지스탕스 3의 싱글 캠패인 위주로만 쓰인 리뷰입니다. 멀티리뷰는 http://leviathan.tistory.com/1436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UI와 게임 밸런스가 약간 달라진것을 제외하면 바뀐게 없어서....)

(싱글 캠패인 위주의 리뷰이기 때문에 스포일러 자체입니다. 주의하시길.)

(그냥 1에서부터 스포질 할거니까, 스토리 신경쓰시는 분들은 그냥 3번과 4번, 8번만 보세요)





1.

레지스탕스 3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합니다. 세상의 인류가 90%이상 사라지고, 키메라가 이 땅에 한줌 남은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사냥하죠. 마지막 남은 인류들은 지하에 숨어서 하루 하루 연명해나갈 뿐, 그들에게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더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 그리고 한 남자가 실낱 같은 희망에 의지해서 오클라호마에서 뉴욕까지, 거의 2000km에 가까운 거리를 여행하죠. 그리고 그의 영웅적인 행동 덕분에 인류는 절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다시 잿더미에서 일어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합니다.

2. 

기본적으로 영웅담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레지스탕스 3이지만, 특이하게도 레지스탕스 3의 주인공인 조셉 카펠리는 전형적인 영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전작에서는 네이선 헤일과 함께 전장을 종행무진 누비면서 키메라를 소탕했던 영웅이었으나, 전작 마지막에 네이선 헤일이 키메라 바이러스에 완전히 지배당하자 카펠리는 그를 죽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가 해야했었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펠리는 인류의 영웅인 헤일을 죽였다는 이유로 악당 취급을 받게 되고 군에서 불명예재대를 합니다. 하지만 헤일은 죽어서도 키메라 바이러스의 항체를 남기면서 영원한 인류의 구원자, 영웅으로 남죠. 그리고 카펠리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소규모공동체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마을과 가정을 지키는데만 신경을 씁니다. 과거처럼 세계를 구한다던가, 거창한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죠. 한마디로, 이 영웅담의 주인공은 전혀 영웅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죠.

특히 말리코프 박사가 찾아와서 뉴욕의 탑을 멈추지 않으면 인류는 멸종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자 '댁한테는 내가 아니라 이게 필요하겠군'이라 하면서 불스아이를 하나 던져주고는 마을사람들을 대피시키러 나가는 장면에서 이러한 그의 성격이 두드러지죠. 하지만, 그런 그가 마음을 달리먹고 말리코프와 함께 뉴욕시로 향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자식인 잭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Try your best)' 아내 수잔의 부탁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뉴욕시까지, 셀 수 없이 많은 키메라들을 뚫고 거의 불가능한 여정을 감행합니다.

3.

레지스탕스 3의 게임 진행은 요즘 액션 게임들과 다릅니다. 컷씬 이외에 대사가 없는 주인공,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 체력,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들고 다니지만 동시에 적들의 수도 그에 걸맞게 무지막지하게 나오는 등 오히려 과거의 액션 게임들의 형식을 따르고 있죠. 특히 자동 체력 회복이 아닌 헬스킷 같은 아이템을 섭취하여 체력을 회복하는 방식은 게임 진행 방식과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버립니다. 기본적으로 콜 오브 듀티 같은 근래의 게임들은 체력 회복이라는 요소를 자동적인 요소로 대체하면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 3는 다릅니다. 체력 회복이 자동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탄약 보다 적이 더 많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게이머는 항상 체력 회복과 탄약 보급에 신경을 쓰면서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적을 절멸 시키는 것보다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생존을 강조하는' 플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레지스탕스 3는 정말 '절묘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플래이 내내 게이머는 탄약과 체력 회복 아이템 부족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조절이 적절한 이유는 바로 게이머가 탄약이나 회복제가 부족해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싶은 그 순간에 회복제나 탄약이 나오는 매우 절묘한 타이밍 조절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한 장소에서 다수의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경우에는 아예 전 지역에 적을 흩뿌려놓은 동시에 보급품도 같이 흩뿌려놓아서 적들을 죽이면서 보급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플래이를 게이머에게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후반부 같은 경우 무너진 아파트를 배경으로한 스테이지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보급품들이 잔뜩 있습니다. 처음에 이를 모르고 달려들었다간 저격수하고 로켓 병들에게 끔살당하지만, 주의깊게 주위의 보급품들을 먹으면서 적들을 처리하면 생각보다 쉽게 스테이지를 정리할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근래 보기 드문 게임 구조를 보여주고, 훌륭한 난이도 조절을 보여줍니다.

4.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논란이 많았던(특히 해상도 부분에서) 것이 바로 레지스탕스 3입니다. 일단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상당히 미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효과나 날씨, 광원 등의 부분에서는 멋진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거의 마지막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뉴욕 부분에서 흩날리는 눈발을 표현하는 부분은 여태까지 제가 본 효과 중에서 최고의 축에 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텍스처의 측면에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것들이 있는데, 특히 초반의 인물들 텍스쳐같은 경우에는 역시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텍스쳐가 튀어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정신 없는 게임이기도 하고, 항상 모든 텍스쳐가 그렇게 나빠보이는 거 같지는 않지만, 가끔씩 신경 쓰이는 부분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훌륭한 그래픽이라 할 수 있죠.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습니다. 성우의 연기도 무난했고, 키메라의 소리나 총기음 타격감, 음악 등에서도 크게 무난합니다. 자막의 번역도 크게 흠잡을 때 없이 깔끔하더군요(은근히 막장으로 번역한 파판 13이라던가 등에 비교하면...)

5.

게임이 보여주는 세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 자체입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투쟁하거나, 절멸하여 키메라가 되거나, 혹은 더 끔찍한 경우로는 무법자가 되어서 사람을 감금하고 고문하며 자신들이 가진 힘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인간군상과 장소를 게임 내내 경험합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레지스탕스 3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는 절망, 그 자체입니다. 이미 레지스탕스 3의 시점에서 인류는 키메라에게 패배하였습니다. 2편에서 유카탄 반도의 키메라 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전과를 올린 SRPA(헤일과 카펠리가 소속된 군대)는 뉴욕시 전투에서 괴멸하여 말리코프 박사 한명만 남다시피한 상황이며, 곳곳에서 키메라와 싸우는 잔존병력들 역시 최후의 발악일 뿐 전황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죠.

또한 카펠리가 지나치는 세인트 루이스의 폐허, 그림만이 남은 폐공장, 이상한 고깃덩어리들로 가득찬 탄광촌, 키메라보다 더 끔찍한 광기가 지배하는 수용소 등 세계는 이미 절망으로 가득찼고 구체적으로 보이는 희망은 없습니다. 거기에 곳곳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의 기록등은 그러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레지스탕스 3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다고 할 수 있죠. 

6.

이야기는 여정중에 만난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형식의 전형적인 로드 무비적 구조이며, 카펠리는 전혀 가능할거 같지 않은 일들을 해결하면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가 전형적인 영웅담의 구조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바로 카펠리의 동기, 그 자체 덕분입니다. 카펠리의 동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자신의 아들 잭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으면, 그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실현시키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 뿐입니다. 그렇기에 게임 내내 그가 하는 영웅적인 행동들은 아버지로써 역활을 완수하기 위한 처절한 발악입니다. 오로지 아버지로써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곤돌라에서 뛰어내려서 20미터가 넘는 위도우메이커와 혈혈단신으로 사투를 벌이거나, 헬기에서 떨어지거나, 쇠망치 하나로 수십 마리의 그림을 도륙내죠.

그리고 레지스탕스 3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뉴욕 시에서의 일전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펜실베니아의 형무소에서 말리코프 박사가 죽고, 키메라를 멈출 수 있는 방법 역시 그와 함께 사라집니다. 하지만 카펠리는 멈추지 않고 어찌어찌 180km 가까이 도보로 걸어서 뉴욕에 도착하죠. 그가 뉴욕에서 가족들에게 전하는 라디오 방송, 그리고 자신의 가족의 더나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 한 뒤, 최후의 공격에 실패한 SRPA의 잔재들과 폐허가 된 뉴욕 시를 배경으로 그가 말 한마디 없이 혈혈단신으로 벌이는 자살 수준의 강행돌파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함의 결정체입니다. 

7.

게임 제작사인 인섬니악은 레지스탕스 3에서 이야기의 테마를 분명하게 잡아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죠. 키메라는 통합 사념체에 의해서 지배당하는 완전한 사회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사회 자체가 단결하여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인류는 그와 반대로 제 각각으로 움직이고, 또한 광기에 사로잡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인류는 살아남았고 키메라에 절대적으로 패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멈추지 않죠. 각 지역에서 접할 수 있는 기록들이나 카펠리가 만나는 인물들은 오로지 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키메라를 상대로 기적적인 전과를 거두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들을 위해 좀더 나은 미래를 소망한 주인공, 조셉 카펠리가 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서 테라포머를 무너뜨려 탑을 붕괴시키겠다는 아주 미친 계획을 실행시키기 직전에 잭이 아내인 수잔이 카펠리가 뉴욕에서 남긴 메세지를 듣고 그에게 보낸 회신을 그에게 들려줍니다. 가족으로써,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아내의 메세지가 끝나면서 거대한 테라포머의 모습이 드러나죠. 이 때, 그의 작은 희망과 행해왔던 기적적인 일들이 그가 맞선 거대한 역경과 대비되는 명장면입니다.  

8. 

레지스탕스 3는 근래 보기 드문 고전적인 형태의 액션 게임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러한 구조 자체를 게임 내에 잘 녹여낸 훌륭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형적인 영웅담의 이야기에서 탈피하여, 가족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짠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부분이구요. 물론 고전적인 구조를 차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외로 많은 게임 웹진들이 레지스탕스 3에 대해서 저평가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는 대단히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매년 작년하고 똑같은 게임성에 게임 스토리에 똑같은 연출을 보여주는 콜 오브 듀티라는 시리즈에 대해서는 평점을 높게 주면서, 이건 고전적인 구조를 취했으니까 점수 감점 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형평성에 있어서 어긋난 일이니까요.

물론 객관적인 점수라는 것도 있고, 게임이 본인과 맞는지 여부는 각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저는 싱글과 멀티 두 부분에 있어서 모두 만족하였습니다.  







덧.크레딧 올라갈때 무전이 나오는데, 각기 다른 나라에서 키메라를
상대로 올리는 전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크레딧에 이런 것을 넣어줘서 마음에 들더군요.

덧.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상당히 조용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