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들어가면서-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잠입액션 게임입니다. 뭐, 항상 스플린터 셀 시리즈와 비교되면서 누가 더 뛰어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은 다 잠시 재껴두더라도 현재 스플린터 셀과 함께 살아남은 유이한 잠입 액션 게임 시리즈죠. 옛날과 다르게 요즘은 거의 모든 게임이 조금이라도 잠입 파트를 집어넣기는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 잠입을 주요 테마로 삼은 프랜차이즈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스플린터 셀 이 두 게임 정도 뿐일 겁니다. 하지만 재밌게도 스플린터 셀과 메탈기어 솔리드가 지향하는 바는 극명하게 나뉘어지죠. 스플린터 셀이 그림자와 어둠을 이용한 3인칭 액션 게임 플래이에 기초하고 있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오히려 탑뷰 방식의 아케이드 게임에 기초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플린터 셀 시리즈가 시프 시리즈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받았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MSX 시절서부터 있었던 게임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사실, 잠입이라는 요소를 놓고 보았을 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훌륭한 시리즈는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핵시설을 탈취한 테러리스트고 경비를 서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 한가운데 못보던 박스가 등장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의 잠입 개념은 단순 명쾌하며 아케이드 적입니다. 개연성이나 합리성을 배제하고 단순한 법칙을 게임에 대입하였죠. 소음 게이지, 그림자 게이지 등의 게이지를 차별화시킨 뒤에 적에게 발각될 '확률'을 판단하는 스플린터 셀 시리즈와는 많이 다르죠. 물론 3편의 카모플라주 시스템도 확률에 기반하지만, 스플린터 셀 같이 정교하고 복잡한 수치에 기반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모두 공통된 특징을 갖습니다. 오로지 주인공인 솔리드 스네이크(3편과 피스워커의 경우 빅 보스, 네이키드 스네이크의 이야기지만) 혼자 단신으로 적진으로 침입한 후에 적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각종 첩보 임무를 수행하고, 물자를 조달하며, 인간을 뛰어넘은 괴인들(.....)과 보스전을 벌이고, 막판에는 메탈 기어라는 이족보행 핵전차와 싸우고, 최종보스와 맨몸으로 격투를 벌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구조의 반복이자 시스템 자체는 대동소이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1편이 나온 이후로 후속작들은 거기에 시스템을 추가하고 컨셉을 살짝 변경하는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각 작품마다의 특징을 구체화합니다.
마지막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큰 특징은 바로 이야기 구조나 컷씬 연출에 있어서 영화적인 연출을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거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 문제일 수 있지만, 1편이 지금까지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 취급받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 구조의 영화화'니까요(1편 분석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발매 순인 1->2->3->4->PW순으로 리뷰합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메탈기어 솔리드가 게임사에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나온 98년 당시 전세계의 수많은 게임 리뷰어들과 게이머들은 앞다투어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였죠. 또한 훗날 게임들이 지향점인 영화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를 보여준 선구자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2000년 당시 PC판으로 나온 인테그랄 버전(VR 미션 추가 버전)으로 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니까요.
이 리뷰는 그때의 경험과 이런저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사실, 현시점에서 과거 명작들을 리뷰한다는 발상 자체는 상당히 무의미한데, 대부분 과거 명작들의 위대한 점들은 훗날 게임들의 기본 테제로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역시 그렇죠. 영화적 연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컷씬은 요즘이야 흔한 개념이고,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도 게임 기본 시스템은 시리즈 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번 리뷰는 메탈기어 솔리드 본편 자체의 리뷰보다는 본편이 갖는 임펙트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되는 리뷰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본편은 영화적 연출과 장면 전환 없는 실시간 컷씬으로 유명하죠. 이것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그 이전에는 이런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이전까지의 게임들은 그저 만화풍의 그래픽과 말풍선 등으로 게임을 표현할 뿐이었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는 우리가 여지껏 보지못했던 그 무언가였다"(http://retro.ign.com/articles/983/983011p2.html , IGN 기사-메탈기어 솔리드는 과대평가 되었는가?) 사실,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코지마 히데오는 "만약 우리가 게이머를 게임이 실제라고 착각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데 아무 의미도 없다"(http://metalgear.wikia.com/wiki/Metal_Gear_Solid)라고 이야기하는 등 가상현실 또는 만화와 같이 과장된 세계로서의 게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향했습니다. 또한 코지마 히데오가 과거 영화 감독 지망생이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볼만한 부분입니다. 즉, 현실 세계와 게임이라는 완벽한 가상세계의 중간점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메탈기어 솔리드의 지향점이라는 것을 여기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보면 메탈기어 솔리드의 그래픽이나 연출은 구태의연하지만 그때 당시로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영화를 지향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영화적인 연출과 컷씬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토리 텔링은 지금 시점에서도 수준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홀홀단신으로 잠입한 요원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들, 기괴한 보스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등 사실상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기본 이야기 구조는 1편에서 잡혔습니다. 또한, 1편 자체는 후속작을 그리 의식하지 않고 만들었는지, 스토리 자체의 결함이 적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이구요.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은 MSX 시절의 메탈기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탑뷰 방식의 시점에 적이 특정지역을 순찰 돌면 적이나 감시카메라 시야 사이로 빠져나간다던가 등의 요소를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후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만,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은 그야말로 그런 시스템 등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또다른 특징은 '깨알같은 재미'입니다.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의 실재성(진짜 그렇고 그런 실재성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쇼맨쉽에 가까운 발언이라 생각하지만)에 대한 생각이 반영 되었는지, 주변 사물이나 케릭터와 특이한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이코 맨티스와의 보스전. 별문제 없이 지나가서 몰랐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컨트롤러를 2P에 꽂는다던가 세이프 카트리지를 읽어서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맞춘다던가 등의 깨알같은 드립이 많더군요. 그외에 인테그랄 편 기준에서의 VR 미션은 온갖 개드립의 난무였습니다. 추리를 한다던가, 의미불명의 미션을 집어넣는 등등 상당히 골때리는 부분이 많았죠. 이런 개드립은 시리즈 전통이 되었는지 2편, 3편에서도 온갖 특이한 개드립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유일한 단점은 게임 시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전혀 공략을 모르는 상태에서 숙련된 게이머가 1회차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정도. 지금 게임의 관점에서는 그럭저럭 준수한 시간이지만, 당시의 게임 플탐이 보통 40-50시간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컷씬을 제외하면 게임 길이가 더욱 짧아진다는 점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앞으로의 트랜드를 예측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전 생각합니다. 8시간 가량 되는 압축적인 게임 플래이에 영화적인 이야기와 연출까지 담아낸다는 것,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만들어진 공식이 지금 게임들의 기본이 된 것이죠.
물론 지금 이 게임을 하면 상당히 고색창연하고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기어 솔리드는 여전히 재밌는 구석이 많은 작품입니다. 생각할만한 부분도 많구요. 뭐 PSN이나 그런데서 8000원 정도 주고 사서 했을때 전혀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옛날 그 PC판을 다시 구해서 해보고는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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