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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4편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들어가면서-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잠입액션 게임입니다. 뭐, 항상 스플린터 셀 시리즈와 비교되면서 누가 더 뛰어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들은 다 잠시 재껴두더라도 현재 스플린터 셀과 함께 살아남은 유이한 잠입 액션 게임 시리즈죠. 옛날과 다르게 요즘은 거의 모든 게임이 조금이라도 잠입 파트를 집어넣기는 하지만, 오랜기간 동안 잠입을 주요 테마로 삼은 프랜차이즈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와 스플린터 셀 이 두 게임 정도 뿐일 겁니다. 하지만 재밌게도 스플린터 셀과 메탈기어 솔리드가 지향하는 바는 극명하게 나뉘어지죠. 스플린터 셀이 그림자와 어둠을 이용한 3인칭 액션 게임 플래이에 기초하고 있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오히려 탑뷰 방식의 아케이드 게임에 기초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스플린터 셀 시리즈가 시프 시리즈에서 강력하게 영향을 받았다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MSX 시절서부터 있었던 게임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사실, 잠입이라는 요소를 놓고 보았을 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훌륭한 시리즈는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핵시설을 탈취한 테러리스트고 경비를 서고 있는데 갑자기 복도 한가운데 못보던 박스가 등장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의 잠입 개념은 단순 명쾌하며 아케이드 적입니다. 개연성이나 합리성을 배제하고 단순한 법칙을 게임에 대입하였죠. 소음 게이지, 그림자 게이지 등의 게이지를 차별화시킨 뒤에 적에게 발각될 '확률'을 판단하는 스플린터 셀 시리즈와는 많이 다르죠. 물론 3편의 카모플라주 시스템도 확률에 기반하지만, 스플린터 셀 같이 정교하고 복잡한 수치에 기반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모두 공통된 특징을 갖습니다. 오로지 주인공인 솔리드 스네이크(3편과 피스워커의 경우 빅 보스, 네이키드 스네이크의 이야기지만) 혼자 단신으로 적진으로 침입한 후에 적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각종 첩보 임무를 수행하고, 물자를 조달하며, 인간을 뛰어넘은 괴인들(.....)과 보스전을 벌이고, 막판에는 메탈 기어라는 이족보행 핵전차와 싸우고, 최종보스와 맨몸으로 격투를 벌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구조의 반복이자 시스템 자체는 대동소이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1편이 나온 이후로 후속작들은 거기에 시스템을 추가하고 컨셉을 살짝 변경하는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각 작품마다의 특징을 구체화합니다.

마지막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의 큰 특징은 바로 이야기 구조나 컷씬 연출에 있어서 영화적인 연출을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거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 문제일 수 있지만, 1편이 지금까지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 취급받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 구조의 영화화'니까요(1편 분석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발매 순인 1->2->3->4->PW순으로 리뷰합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메탈기어 솔리드가 게임사에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나온 98년 당시 전세계의 수많은 게임 리뷰어들과 게이머들은 앞다투어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였죠. 또한 훗날 게임들이 지향점인 영화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를 보여준 선구자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2000년 당시 PC판으로 나온 인테그랄 버전(VR 미션 추가 버전)으로 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니까요.

이 리뷰는 그때의 경험과 이런저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사실, 현시점에서 과거 명작들을 리뷰한다는 발상 자체는 상당히 무의미한데, 대부분 과거 명작들의 위대한 점들은 훗날 게임들의 기본 테제로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역시 그렇죠. 영화적 연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컷씬은 요즘이야 흔한 개념이고,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도 게임 기본 시스템은 시리즈 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번 리뷰는 메탈기어 솔리드 본편 자체의 리뷰보다는 본편이 갖는 임펙트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되는 리뷰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본편은 영화적 연출과 장면 전환 없는 실시간 컷씬으로 유명하죠. 이것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그 이전에는 이런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이전까지의 게임들은 그저 만화풍의 그래픽과 말풍선 등으로 게임을 표현할 뿐이었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는 우리가 여지껏 보지못했던 그 무언가였다"(http://retro.ign.com/articles/983/983011p2.html , IGN 기사-메탈기어 솔리드는 과대평가 되었는가?) 사실,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코지마 히데오는 "만약 우리가 게이머를 게임이 실제라고 착각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데 아무 의미도 없다"(http://metalgear.wikia.com/wiki/Metal_Gear_Solid)라고 이야기하는 등 가상현실 또는 만화와 같이 과장된 세계로서의 게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향했습니다. 또한 코지마 히데오가 과거 영화 감독 지망생이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볼만한 부분입니다. 즉, 현실 세계와 게임이라는 완벽한 가상세계의  중간점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메탈기어 솔리드의 지향점이라는 것을 여기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에 와서 보면 메탈기어 솔리드의 그래픽이나 연출은 구태의연하지만 그때 당시로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영화를 지향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영화적인 연출과 컷씬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토리 텔링은 지금 시점에서도 수준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홀홀단신으로 잠입한 요원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들, 기괴한 보스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등 사실상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기본 이야기 구조는 1편에서 잡혔습니다. 또한, 1편 자체는 후속작을 그리 의식하지 않고 만들었는지, 스토리 자체의 결함이 적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이구요.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은 MSX 시절의 메탈기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탑뷰 방식의 시점에 적이 특정지역을 순찰 돌면 적이나 감시카메라 시야 사이로 빠져나간다던가 등의 요소를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후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만,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은 그야말로 그런 시스템 등의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또다른 특징은 '깨알같은 재미'입니다. 코지마 히데오의 게임의 실재성(진짜 그렇고 그런 실재성을 추구했다기 보다는 쇼맨쉽에 가까운 발언이라 생각하지만)에 대한 생각이 반영 되었는지, 주변 사물이나 케릭터와 특이한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이코 맨티스와의 보스전. 별문제 없이 지나가서 몰랐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컨트롤러를 2P에 꽂는다던가 세이프 카트리지를 읽어서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맞춘다던가 등의 깨알같은 드립이 많더군요. 그외에 인테그랄 편 기준에서의 VR 미션은 온갖 개드립의 난무였습니다. 추리를 한다던가, 의미불명의 미션을 집어넣는 등등 상당히 골때리는 부분이 많았죠. 이런 개드립은 시리즈 전통이 되었는지 2편, 3편에서도 온갖 특이한 개드립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유일한 단점은 게임 시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전혀 공략을 모르는 상태에서 숙련된 게이머가 1회차를 클리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정도. 지금 게임의 관점에서는 그럭저럭 준수한 시간이지만, 당시의 게임 플탐이 보통 40-50시간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컷씬을 제외하면 게임 길이가 더욱 짧아진다는 점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앞으로의 트랜드를 예측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전 생각합니다. 8시간 가량 되는 압축적인 게임 플래이에 영화적인 이야기와 연출까지 담아낸다는 것,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만들어진 공식이 지금 게임들의 기본이 된 것이죠.   

물론 지금 이 게임을 하면 상당히 고색창연하고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기어 솔리드는 여전히 재밌는 구석이 많은 작품입니다. 생각할만한 부분도 많구요. 뭐 PSN이나 그런데서 8000원 정도 주고 사서 했을때 전혀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옛날 그 PC판을 다시 구해서 해보고는 싶지만요.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전반적으로 FPS는 뜨고 RPG 장르가 침채되는 가운데 베데즈다가 만들고 있는 RPG들이 유독 선전하고 있는 이 상황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세대 게임들 중에서 순수하게 RPG 장르로 천만장 가까이 팔거나 그 이상 팔아재낀 게임은 베데즈다의 폴아웃 3와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 그리고 이번 리뷰에서 다룰 스카이림 정도 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베데즈다 게임만 RPG인 것은 아니죠. 보통 RPG 팬들이 뽑는 RPG의 양대산맥이 바이오웨어와 베데즈다라고는 하지만, 정작 판매량이나 대중적인 인지도로만 따지면 베데즈다의 압도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베데즈다의 RPG는 팔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스카이림의 리뷰의 대부분 전재는 폴아웃 3 리뷰(http://leviathan.tistory.com/775)에서 다룬 '면의 개념으로서 공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 정밀하게 짜여진 소우주를 만들고 이를 탐험하는 재미, 이것이 베데즈다 RPG의 핵심입니다. 이것을 알고 있어야 왜 스카이림이 재밌는가를 파악할 수 있죠.

기본적으로 스카이림의 골격은 폴아웃 3와 오블리비언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나 포인트를 제외하면 시스템적으로는 완벽하게 뜯어고친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임은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컨셉은 폭넓은 유저층에게 어필합니다. 하지만 스카이림은 전형적인 RPG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몇몇 MMORPG나 울티마 온라인의 그것과 유사하죠. 특정 행동이나 스킬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스킬과 레벨이 올라가며, 레벨마다 주어지는 퍼크를 이용해서 케릭터를 커스터마이즈하는 방식, 플래이어가 적극적으로 생산 채집 활동을 함으로서 돈을 모으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발상은 오히려 기존의 RPG가 아니라 MMORPG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케릭터 육성과정을 플래이어가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플래이어가 행동하는데로 성장하고 그것이 케릭터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스카이림이 지향하는 바는 이전의 RPG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스카이림 내에서 케릭터는 전형적인 영웅이나 용사라기 보다는 전문가에 가깝다는 느낌이니까요. 그렇기에 전작들에 비해서 스카이림은 상당히 케주얼하면서도 독특한 경지에 이릅니다.

이번작의 리드 디렉터인 토드 하워드는 '살아있는 공간으로서의 스카이림'을 지향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도 스카이림의 세계는 지금까지 베데즈다에서 만든 폴아웃 3나 오블리비언에서 구현된 세계보다 훨씬 유동적이며 내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들 역시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라는 점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었습니다만, 아마 스카이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오블리비언이 반복되는 던전 및 맵 구조로 완벽한 완성도에 오점을 남겼다는 평을 들었고, 폴아웃 3는 이를 보완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스카이림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사막과 황야 및 돌산으로만 구성된 폴아웃의 세계와는 달리 스카이림은 산악지역, 타이가 지대, 간헐천 지역 등의 다체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마을 및 던전의 구조, 질, 다양성 역시 폴아웃 3와 비교를 불허할 정도입니다.

또한 공간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NPC와 플래이어와의 상호작용 역시 전작들과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토드 하워드가 레디언트 AI라 이름붙인 이 시스템 덕분이죠. 플래이어의 게임 플래이 성향에 따라서 플래이어에게 NPC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냥 스크립트를 다양하게 준비해두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NPC들의 반응이 현실적이라 놀랍습니다. 경비병들의 반응이나 상인들의 반응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만약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훔친 경우에 플래이어 몰래 뒷담화를 하지않나, 샤우트를 마을 한가운데에서 쓰면 경비병이 주의를 주지 않나, 생각보다 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NPC들은 게임에 잔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도 스카이림은 엄청납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기후의 모습이나 눈덮인 설원, 타이가 지대, 바다, 설산 등의 지형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스카이림은 이미 현세대 그래픽 최강입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이나 던전 내에서의 광원 부분(어두운것도 어두운 것이지만, 캔들라이트 나 광원을 들이대면 또 너무 부자연스럽게 밝아서 게임 플래이에 조금 지장이 있을 정도)은 조금 미묘한 점이 없지 않아 있고, 가끔씩 프레임드랍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걸 DVD 한 장에 다 담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베데즈다 전매특허인 방대한 세계에 디테일과 생동감(그래픽 및 게임 내용까지)을 추가한 것이 스카이림입니다. 어찌보면 완벽하게 보일 정도지만, 그렇다고 스카이림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메인 스토리 라인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 스카이림의 가장 큰 단점이죠. 기본적으로 용+바이킹 문화라는 대중적인 판타지 코드를 사용하고, 게임 내에서 이를 제대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메인 스토리 라인은 묘하게 밋밋합니다. 오로지 메인 스토리만 달리면 10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메인 스토리 라인이 스카이림이라는 세계가 가지는 매력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이드 퀘스트의 스토리 라인이나 데이드릭 프린스들이 주는 퀘스트들, 각종 서적이나 읽을 거리가 주는 이야깃거리들이 더 재밌을정도면 말 다한거죠. 사실 이는 폴아웃 3에서도 드러난 문제인데, 제 경우 아빠 찾는데 7시간, 사이드 퀘 하거나 황무지 돌아다니는데 40시간 투자(.......)했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죠. 진짜로 존재감이 없는 것이 스카이림의 메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RPG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라인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스카이림이 대단한 이유는 하나의 세계 자체를 게임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는 폴아웃 3나 오블 때도 그랬죠. 하지만 스카이림은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한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올해의 GOTY를 혼자서 다 싹쓸이 하는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스카이림은 게이머라면 놓치기 아까운 엄청난 대작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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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및 3편 네타가 있습니다.


1.

언차티드 2는 개발사가 밀어붙일수 있는 극한까지 밀어붙인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계까지 몰아붙인 그래픽, 한계까지 몰아붙인 연출, 한계까지 몰아붙인 몰입감 등은 여태까지 게임에 있어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였죠. 기본적으로 언차티드 2는 툼레이더나 페르시아의 왕자에 나오는 플랫포머적인 요소를 시대의 대세인 숄더뷰 형식의 엄폐형 총질과 결합한 특이할게 없는 작품이었지만, 그러한 평범한 게임성이 갖는 밋밋한 인상(?)을 연출과 몰입감에서 단박에 날려버렸죠. 또한 언차티드 2도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 이후로 대표되는 스크립트 형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립트 형식의 게임에서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운 연출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언차티드 2를 돋보이게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덕택에 언차티드 2는 2009년 GOTY를 죄다 싹쓸이 하다시피했죠.

그리고 2011년, 언차티드 3가 나오면서 수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다시금 끌었습니다. 이미 전작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정점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것이 게이머들 사이의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일단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언차티드 3는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작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세한 것은 밑에서 세부적으로 다루도록 하죠. 

2.

언차티드 2와 3가 연출적으로 대단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간략하게라도 게임과 영화 사이의 연출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게임의 연출이 영화를 밴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을 밴치마킹 하면서 부터 영화의 연출을 게임이 직간접적으로 체택하기 시작하는데, 메달 오브 아너, 콜 오브 듀티 등 이 당시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룬 수많은 게임들이 나왔죠. 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연출은 오랫동안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아류에 불과했었고, 이러한 흐름이 끝물에 다달았을 때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가 혜성과도 같이 등장합니다. 모던 워페어는 역사상 게임에 있어서 영화적인 연출 방식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었고, 그들이 만든 연출 방식은 훗날 수많은 게임들이 차용하면서 게임 역사에 한획을 긋게 되었죠.

하지만 모던 워페어와 그 FPS 아류들은 필연적으로 '결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영화는 카메라나 시점이 극 내부의 인물이 아닌 극 바깥의 객관적인 '시선'에 의해서 기록되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스팩타클은 FPS와 달리 3인칭의 시점에서 진행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1인칭의 시점, 즉 플래이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스팩타클은 제작자가 생각하고 의도하는 스팩타클과 다를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이해가 안되신다면, 반대로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클로버필드 이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물론 모던은 이것을 레일웨이 진행이라고도 불려지는 스크립트 진행 및 컷씬으로 대체합니다만, 지난 4년 가까이 이러한 진행이 반복되고 반복되면서 게이머들 눈에 그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각인되게 되죠.  

그렇다면 영화적인 연출을 드러내는데는 1인칭 보다는 3인칭이 요즘 게임의 트랜드인 영화적 연출에 더 부합할까요? 이 지점은 상당히 흥미롭고 조심스러운 지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시점은 3인칭이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완벽하게 다르니까요. 영화적인 스팩타클과 게임의 재미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연출과 시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언차티드 2는 바로 그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게임의 스테이지 구성과 연출은 게이머에게 영화적으로 보는 재미와 몰입감을 동시에 전달하기에 충분했죠. 언차티드 2에서 플래이어의시점은 대단히 유연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네팔의 시가전 파트에서 드레이크가 하인드 헬기와 처음으로 마주치는 순간의 경우, 하인드 헬기가 드레이크를 공격하고 다리가 무너지고 적들이 주인공을 공격하는 등 다양한 위험 상황이 연출되지만 플래이어의 시점에서 그 모든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는 연출을 보여주기에 전혀 혼란스럽지도 짜증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긴장감과 스릴감이 증폭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여러가지 상황을 연출하려다가 망하는 케이스가 다분한데 반해서 언차티드 2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없었고, 오히려 그러한 상황 자체가 게이머의 긴장을 배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언차티드 3에서 너티독은 2편에서 보여주었던 연출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심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너티독이 전작을 통해서 일종의 '경지'에 다달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죠. 실제로도 몇몇 스테이지는 순간 순간 방심할 수 없는 연출과 구조를 보여주는데, 가장 대표적인 파트가 바로 트레일러 영상에서도 자주 보여주었던 화물 비행기 추락 장면이죠. 드레이크가 떡대에게 잡히고 격투를 벌이다가 화물기 실린 화물을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그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스테이지는 너무 많은 사건과 상황(떡대에게 발각, 격투, 적들과의 교전, 그리고 비행기 추락)이 짧은 시간 동안 눈앞에서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죽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게 구성을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비주얼적인 측면이나 이벤트의 연출 측면에서도 컷씬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드레이크의 뒤의 카메라 자리에 시점을 고정시키면서도 동시에 급박한 상황(비행기 바깥으로 튕겨저나가는 드레이크의 모습)과 나아가야할 방향(비상 낙하산이 달린 화물)을 보여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배가시키고 있죠. 그리고 언차티드 3의 포인트는 바로 이것입니다. 게임 시작에서부터 엔딩까지 이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죠.

3.

대체로 언차티드 시리즈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세계를 상대로 모험도굴을 펼치고 다양한 조력자들의 도움을 빌어서 고대 문명의 비밀을 밝히고 나쁜 놈들을 저지한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야기 구조는 언차티드 시리즈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모두 갖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언차티드 3는 이야기에 있어서 전작이나 1편을 훨씬 뛰어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의 '동기'의 문제죠. 이는 1편이나 2편 보다 훨씬 뛰어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2편의 경우, 동기는 대단히 단순합니다. '성인 두명이서 안아도 품을 수 없는 엄청난 크기에 사파이어를 도굴하자 ㅋ' 라는 아주 단순한 계획이 꼬이면 얼마나 꼬일수 있는가를 2편의 스토리라인은 보여줍니다. 또한 이야기 중후반이 지나도록 사실은 악역이 노리는게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는 드레이크의 멍청함을 비웃어주는 것이 주요한 스토리 감상 포인트(.....). 2편의 악역인 라자레비치의 경우, 히말라야 산맥 중턱까지 1개 사단급 병력, 하인드 2대에 탱크까지 끌고 올 정도로 무식한 놈이었죠. 하지만 그러한 드레이크의 멍청함을 제외하면, 2편의 스토리는 대단히 평이합니다. 돈을 쫒던 주인공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가 된다는, 뭐 그런 뻔한 이야기죠.

물론 3편 역시 큰 틀에서 2편의 뻔한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전반적인 구조에서는 훨씬 나아진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3편은 전작들에 비해 오히려 대단히 사적인 동기로부터 시작하죠. 그것은 바로 네이선 드레이크, 그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3편에서 드레이크의 어린시절이 나오면서 이는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어머니는 자살하고 아버지는 가출하고 홀로 고아원에 남겨진 꼬마 네이선 드레이크가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위대한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후예라는 것이었습니다. 3편 내내 드레이크는 이익이나 영웅적인 이유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유산을 쫒는데, 쫒으면 쫒을수록 일은 점점 꼬여갑니다. 물론 전작의 라자레비치에 비하면 포스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드레이크를 정체성을 들먹이며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악역 케이트 말로우, 드레이크가 겪는 악몽과도 같은 환상, 그리고 중후반부 유산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자신의 은인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인 설리를 구하러 가는 모습까지 이번 3편은 시리즈의 주인공인 네이선 드레이크의 케릭터를 깊이 있게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리고 그 노력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로우가 모래늪에 빠져서 드레이크 보고 구해달라고 소리칠 때,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반지를 들어보이며 '너에게는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있잖아! 너 자신의 위대성을!'이라고 말하자 네이트가 '나는 증명할 것이 없어'(I have nothing to prove)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3편의 명장면입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이번 언차티드 3는 인디아나 존스 3편이 생각났는데, 아버지-아들의 관계라던가, 사막 속에 숨겨진 유적, 마지막에 성배에 집착하는 인디아나 존스와 자신이 집착했던 과제를 쿨하게 버리는 네이트의 대비되는 모습, 그리고 몇몇 겹쳐보이는 장면들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에서 3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이번 언차티드 3편의 스토리도 재밌게 즐겼습니다.

4.

전작이 아주 약간의 퍼즐과 대부분의 총질로 구성된 액션 게임이었다면, 3편은 그 점을 반성했는지 퍼즐적 및 어드밴처 부분을 대폭 증가시켰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이라는데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적어도 전작에서 가졌던 '명색이 인디아나 존스 류라면 좀더 퍼즐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약간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변화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너티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전투 부분에 많은 변화점을 주었는데...이 부분이 현재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논란이 있는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엄폐형 게임들은 처음 전투 들어갈 때 엄폐물만 잘 선택하고 들어가거나 엄폐물만 적절히 바꿔가면서 싸우면 거의 플래이어에게 유리하게 적용됩니다. 하지만 기어즈 오브 워 3 리뷰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런 패턴의 경우, 전투 자체가 상당히 단조로워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기어워의 경우, '머리를 내밀고 쏘고 싶게 만드는' 요소를 잔뜩 도입해서 이를 해결했지만, 언차티드 3는 아예 적들의 패턴과 스테이지 구조를 뒤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저돌적이 된 적들,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수류탄, 샷건을 든 적들의 맷집 및 피통 강화, 새로운 근접전 적인 떡대 추가, 기관총 적 추가 등등...전작의 느낌으로 게임을 했다간 십중팔구 땅바닥에 누워버린 주인공을 보기 십상이니까요. 

상당히 아이러니컬 하게도, 3편의 전투 방식은 오히려 전작의 멀티 진행 방식과 유사합니다. 엄폐는 적게, 그리고 많이 돌아다닐것. 실제로도 언차티드 2 멀티에서는 엄폐하는 쪽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게, 엄폐를 하는 순간 플래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엄청나게 줄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언차티드 3도 그러한 느낌인데, 몇몇 장소 같은 경우에 아예 플래이어가 돌아다니면서 엄청나게 많은 보급품들을 먹어가면서 싸우도록 장려하는 느낌입니다. 또한 수류탄 던지기의 간소화, 수류탄 집어서 돌려주기 등의 요소를 추가하였고, 근접전의 경우 잡기 풀기의 커맨드가 추가되면서 오히려 전작보다 근접전이 더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단 전작과 플래이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고 게임을 진행하면 상당히 재밌습니다. 2편 기준에서 보면 엄청나게 바뀐것은 사실이지만요. 

5.

전작의 멀티플래이가 페르시아의 왕자에 아케이드적인 총질의 요소를 도입하였다면, 이번작의 멀티플래이는 전작에서 기본 골격은 그대로 가져온 대신에 요즘 대세를 타고 있는 콜옵 형식의 멀티 방식을 도입하였습니다. 전작의 경우, 콜옵의 퍽에 대응하는 부스터 개념이 거의 잉여 수준에 가까워서(누가 개틀링 들때 속력이 오르는 부스터 같은거 쓰겠냐...) 퍽은 있으나 마나 하고 무기는 죄다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작은 부스터의 특색을 강화하고 강화요소를 도입하였으며 무기에 악세사리를 달 수 있는 점, 메달을 모아서 일종의 킬스트릭을 쓸 수 있는 점 등의 요소를 추가하였습니다.

레벨 41까지 찍고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멀티가 벨런스가 맞냐 안맞냐를 논하기에는 시기 상조인듯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전작에서 좋은 부분(뛰고, 오르고, 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게임 방식)은 갖고 오면서 게임이 딱 복잡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추가요소를 넣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게임 자체는 상당히 유쾌하게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봐도 전작에서 그냥 일종의 '덤'으로 집어넣은 멀티가 여기까지 발전한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6. 

물론 여기까지 좋은 평가를 잔뜩 써주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언차티드 3가 완벽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3편은 게임 내적인 시스템이나 구조의 문제보다는 외적인 버그나 그래픽 결함, 스크립트 오류, 스테이지 구성 미스의 문제가 조금씩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 아예 없었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물론 치트 쓰고 다니면 생각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훌륭한 퀄리티를 보였지만 이번작의 경우는 왠지 시간에 쫒겨서 빠듯하게 만든 느낌이 납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전작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그래픽 결함이 나타났고, 분명 내 뒤에 있었던 엔피씨가 내 앞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장면을 한차례 목격했으며, 분명히 QA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스테이지 구조상의 결함(엄폐물은 없고, 텅빈 공간에 기관총 든 떡대와 온갖 잡몹, 거기에 샷건 든 놈까지 올때의 그 현기증이란-_-)의 존재는 게임에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미미한 결점들이지만 이 아름다운 게임에 보기싫은 흠집을 내는거 같아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리고 전작의 추가요소였던 치트 및 무기 상점의 부재 역시 아쉬운 부분. 사실 이번작이 PS3 성능의 극한까지 끌어내는 덕분에 시스템 리소스를 추가로 쳐먹는 이상한 짓은 할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전작은 그게 있어서 주는 잔재미도 쏠쏠했거든요.

7. 

아, 그래픽하고 사운드 부분 등의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깜빡했는데, 한겨울에도 더위를 느낄거 같은 분위기를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이상.

8.

이래저래 더럽게 길게 쓰기는 했지만, 결론은 PS3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해야하는 작품 넘버 1입니다. 물론 올해 GOTY까지 따놓은 당상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올해의 게임들이 너무 쟁쟁한 것들이 많이 나와서 앞 일을 예측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PS3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적어도 타이틀 값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약간의 스포일러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1.

기어즈 오브 워 라는 게임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상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랜서 기관총입니다. 반동을 줄이기 위한 개머리판도 없는 원시적인 총 디자인에 돌격소총인지 분대지원용 화기인지 알 수 없는 무식한 장전량, 결정적으로 총열 밑에 무식하게 생긴 전기톱을 달아놓고 적을 문자의미 그대로 썰어버리는 기행까지 보여줍니다. 문자 의미 그대로 '단순, 무식, 과격'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총기의 비주얼이나 총기가 저지르는 그로테스크함이나 어느쪽이든 간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엄청났죠.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는 '전기톱은 과격하니 삭제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픽은 전기톱 '회의'까지 열어가며 '전기톱은 이 게임의 핵심이다. 뺼 수 없다'라고 거절한 일이 있었죠. 랜서 기관총이 기어워 시리즈에서 갖는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3는 기어워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3부작의 종결작입니다. 일단 제가 기어워는 3편을 처음으로 해보았기 때문에 주감상은 3편 중심이 되겠습니다만, 기어워 시리즈 자체가 지난 5년 동안 눈에 띄는 변화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시리즈 전반에 대한 리뷰로 보셔도 될 듯 합니다.

2.

5년전 기어워 1편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기어워는 게임사상 거의 최초로 엄폐의 개념을 게임에 도입하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숄더뷰 형식의 TPS를 정립한 게임이라 할 수 있죠. 에픽의 당시 코멘트는 '진짜 총싸움의 느낌을 재현하고 싶었다.'라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도 1인칭 시점의 몰입감과 3인칭 시점의 넓은 시야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면서 그당시 다른 게임들은 재현할 수 없는 놀라운 게임성을 구축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어워가 지향하고 있는 엄폐형 액션 게임에는 게임 컨셉상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고착' 상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차폐물이 마뜩찮은 FPS에서는 게이머가 게걸음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적들을 상대해야 하지만, 엄폐를 할 수 있는 게임에서는 단순하게 엄폐 하나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적을 상대할 수 있죠. 그렇기에 적당한 곳에 엄폐한 후에 적이 고개를 내밀때만 자신도 고개를 내밀고 총질, 적이 총을 쏘면 나도 엄폐하면서 기다리고, 다시 적이 고개를 내밀면 총질.....이런식의 게임 진행이 무한히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어워 후의 엄폐 시스템을 채용한 게임들에서는 스테이지 구조나 특수한 시스템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였습니다만, 기어워는 아주 단순하고도 무식한 방법을 사용해서 이를 극복합니다. 그것은 게임 자체를 아드레날린으로 가득채우는 것이었죠. 게이머가 죽는 것을 두려워해서 엄폐를 지향하는 것보다 게이머가 넘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을 잠시 제쳐두고'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엄폐물에서 다른 엄폐물로 진격하고, 머리를 내밀고 총질을 하고 육탄돌격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기어워 게임 플래이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게임의 지향점을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로디 런의 연출, 빠른 재장전, 처형 시스템 등등이 있습니다만 기어워의 게임성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랜서의 근접공격 장면입니다. 기본적으로 총질 게임에서 근접공격은 특별한 시스템이나 추가사항이 없다면 별 의미가 없는 부수적인 시스템인데다가, 공격을 성공해도 큰 메리트가 없죠. 게다가 엄폐하고 있는 적을 향해서 큰소리로 덜덜 거리는 랜서의 전기톱을 들고 접근하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하지만 기어워의 랜서의 근접 공격은 이 모든 단점을 극복하고 상쇄시킬만한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공했을때 나오는 연출과 쾌감입니다. 공격에 성공하면 랜서의 전기톱으로 적을 어깨에서부터 허리 밑까지 두동강 내는데,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와 함께 적이 지르는 비명과 자신의 케릭터가 지르는 고함, 그리고 절단 낼때의 진동과 절단'음'은 가히 현세대 게임 연출 중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한 두번정도 랜서로 적을 절단내는데 성공하면, 싱글이든 멀티든 간에 기회가 되면 엄폐물 뒤에 적이 소드오프 샷건을 들든 붐샷을 들든 랜서의 전기톱을 키고 닥돌하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니까요.

3.

게임 싱글은 스토리는 '적은 외계인이 아니라 원래 지하에 살고 있던 토착 괴물'이라는 설정이라는 점만 빼면 그닥 놀라울 것이 없는 스토리라인입니다. 3편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매 장면마다 현상황을 초월해버린(.....) 주인공 마커스와 그의 친구들의 개드립이 정식 스토리라인보다 흥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로커스트는 중세시대 유럽인들이 몽골인들에 대해 느꼈을법한 공포와 혐오감과 증오가 뒤섞인 디자인으로, 야만적인데다가 역겹고 게다가 어디서 끌고 오는건지 온갖 혐오스러운 생물체들(특히 지네...)로 군대를 조직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적어도 로커스트를 디자인할 때 나치, 좀비 다음으로 신나게 죽이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대상을 기획했다고 한다면 저는 대성공이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 대 로커스트라는 구도이기는 하지만 1, 2편까지는 로커스트를 죽입시다 로커스트는 나으 원쑤 였다면 3편은 사실은 인간도 나쁜놈이었어 구도로 가는 바람에 좀 미묘합니다. 이는 3편에서 로커스트가 E-데이를 일으키는 이유가 나오고, COG가 초호화 대피시설을 지어놓고 바깥의 로커스트랑 인간 및 램번트가 모두 죽을 때까지 뻗팅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플래이어들은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별 죄책감없이 로커스트들을 랜서로 썰어버리면서 다니지만요(.....) 다만 3부작의 끝임에도 불구하고 떡밥 회수(로커스트 기원 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차후 DLC를 노린듯합니다만...이는 두고 봐야겠죠.

멀티는 싱글의 손맛을 그대로 잘 살렸습니다. 다만 다양한 대결 모드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팀 데스매치룰이 목표 킬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든데스 처럼 한쪽을 전멸시키는 형식의 게임이라서 좀 그렇습니다. 초보나 좀 재수가 없는 경우, 연속으로 죽을 수도 있는데 이때 뭐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팀전멸, 게임 셋이 되니까요.

그보다 기어워 3의 멀티의 꽃은 호드 모드입니다. 5명이서 타워 디팬스 처럼 50웨이브의 적을 막아내는 형태의 모드인데, 2편에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었죠. 3편에서는 이를 추가 발전 시켜서 건물을 설치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전작에 비해 어떤식으로 적을 막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머리를 굴려야 하는 부분이 더욱 강화되었죠. 이런 비슷한 모드로는 레포데의 서바이벌 모드를 들 수 있겠으나, 레포데의 서바이벌 모드는 진짜 플래이어 보고 죽어봐라 라는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반해서(보통 서바이벌 맵 금매달이 9분 전후인데, 그쯤되면 그 좁은 맵에 탱크가 4마리 이상 기어다니니.....), 호드 모드는 어렵기는 하지만 클리어 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물론 하드코어한 게이머들을 위해서 난이도 조절도 가능합니다.

호드모드의 성공에 힘입어서 기어워 3는 새로이 비스트 모드를 추가하였는데, 이번에는 로커스트 입장에서 상대방을 공략하는 것. 물론 상당히 재밌고, 머리를 써야하는 부분이 많지만 문제는 역시 인간들 앞에서 AI는 대단히 멍청하다는 점과 12 웨이브라는 짧은 분량 때문에 뭔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게임이 끝난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왠지 DLC로 분량을 추가할듯한 느낌이(.......)

4.

이번작은 언리얼 엔진의 극한을 보여준 작품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고기덩어리와 선혈이 난무하는 작품과 블레이드 앤 소울의 육덕진 김형태 작가의 화풍, 그리고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코믹스 느낌의 그래픽 등하고 비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전반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기어워를 넘어설 작품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시종일관 무언가 터져나가고 피가 튀고 고기덩어리들이 날아가는데도 불구하고 프레임 드랍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게임 내 그래픽도 훌륭합니다. 특이하게 카메라가 줌인되거나 사물 디테일적인 측면을 보기 시작한다면 '음?'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만, 그럴일은 몇몇 컷씬을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사운드 부분에서는 랜서의 묘한 딱총음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완성도는 훌륭한 편. 사실 다른 것들도 괜찮지만 랜서로 적을 갈아버릴때 음향만으로 이미 충분히 사운드 부분은 만점을 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5.

이래저래 모든 것을 종합하여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한 기종에서만 수백만장을 팔아치우는 독점작의 위엄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시리즈의 잔인함이 갓 오브 워나 모탈컴뱃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설적인 수준이라는 점인데, 사실 잔인함 이라는 요소를 기어워 시리즈에서 제외하면 게임의 매력이 반으로 떨어지기에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잔인함을 극복한다면 대단히 재밌는 작품입니다. 엑박을 가진 분들이라면 꼭 필히 구입하셔야 할 타이틀이라고 저는 추천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케릭터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차치하더라도 케릭터가 주제가 되는 게임이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으니까요. 배트맨이라는 만화 세계관에 나오는 독특하고 다양한 악역들, 그들과 배트맨이라는 케릭터 사이의 독특한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트맨이라는 히어로가 갖는 특수성(초능력은 없지만, 의지력이 뛰어나며, 하이테크 장비를 사용하는 과학수사에 능통하고, 무술의 달인이며, 동시에 공포를 무기로 사용하는)을 게임 플래이에 잘 녹여내었죠. 사실 저는 분량 문제만 제외한다면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더 이상 좋아질만한 구석이 없는 게임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아캄 시티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캄 시티는 아캄 어사일럼을 아캄 시티를 위한 프롤로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더 좋아질 구석이 없었다고 생각되는 게임을 개선 발전시켜서 승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아캄 시티는 충분히 올해의 게임 후보에 이름을 올릴만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불만사항이었던 분량문제도 아캄 시티에서는 이런저런 자잘한 요소들을 잔뜩 추가함으로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트맨의 팬이라면 마지막 엔딩 및 크레딧 장면에서 적어도 점수가 120% 늘어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2.

기본적으로 게임의 스토리 라인은 전작 아캄 어사일럼 사건 이후, 초범죄자들을 수감할만한 거대한 시설인 아캄 시티를 만들고 이에 대해서 브루스 웨인(=배트맨)이 반대운동을 펼치다가 잡혀가는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게임은 닥터 휴고 스트레인지의 강렬한 등장에서부터 조커, 펭귄, 미스터 프리즈, 할리퀸, 리들러 등등까지 다양한 초범죄자들과 배트맨 사이의 갈등을 그려냅니다. 물론 전작의 아캄 어사일럼과 비슷한 스토리 구도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번 아캄 시티의 스토리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전작의 이야기가 단순한 슈퍼 히어로물에 나올법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작은 배트맨의 딜레마(특히 휴고 스트레인지가 배트맨을 비꼬는 부분 및 몇몇 스포 요소들)와 케릭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전작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작의 아캄 어사일럼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었지만 이번작의 아캄 시티는 전작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작의 아캄 어사일럼은 단순한 정신병동이자 수용소였습니다. 물론 리들러 첼린지를 하다보면 수용소마다 초범죄자들의 흔적이 남아있긴했죠. 하지만 본작인 아캄 시티는 아예 초범죄자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공간으로 도시를 만들어냅니다. 펭귄의 수집욕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나, 투페이스의 법정, 조커가 제철소를 개조해서 만든 놀이공원 등등 전작과 비교하자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더욱 커지고 멋지게 변모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전작보다 넓어지기는 했지만, 소위 요즘 게임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소재인 오픈 월드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캄 시티라는 공간이 보여주는 내밀함은 왠만한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죠. 또한 게임은 글라이딩과 강하, 그리고 배트클로 강화를 통한 장거리 이동을 추가함으로써 아캄 시티라는 넓은 공간을 속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새로 추가된 이동 방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3.

제가 전작의 게임 플래이 방식을 페르시아의 왕자의 액션과 메탈기어 솔리드의 잠입이 섞였다고 평가하였으나, 이번작은 그냥 '아캄 시티'만의 고유한 게임 플래이 방식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대체적으로 전작에서 훌륭한 부분은 갖고 오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으면서 밸런스를 맞췄다는 느낌. 일단 첫번째로 전투 부분은 도구의 추가 및 손쉬운 사용과 다양한 기술을 추가하면서 배트맨을 강화시켜주었으나, 동시에 콤보를 이어가는 판정이 상당히 까칠해졌고(전작은 두세방 헛손까지는 괜찮았으나, 이번작은 한방이라도 헛손을 치면 안됨) 적들도 다양한 종류와 무장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이번작은 페르시아의 왕자라기 보다는 리듬 액션 게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기술을 집어넣고, 도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덕분에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동시에 게임에 깊이와 재미를 더 해주더군요.

무장한 적들과 싸우는 부분도 위와 비슷한데, 도구의 추가로 배트맨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적들도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사악해졌습니다. 몇몇가지 예를 들자면, 발각되었을 때 은신포인트(전작에서는 주로 가고일)에서 적의 시선을 교란하는 부분이 어려워졌고, 적들이 배트맨이 은신포인트를 쓴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은신포인트를 파괴(!)한다던가, 적이 은신포인트나 배수로 근처에 쓰러져있을때 그 근처도 같이 탐색(!)하는 등의 다양한 행동들이 있습니다. 또한 적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무려 탐정 모드를 방해하는 놈까지 나옵니다), 지뢰까지 깔리는 등 전작을 생각하고 플래이하다가는 문자 의미 그대로 훅가버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전작도 어려운 부분은 어려웠지만(타이탄+잡몹들이라던가, 혹은 은신포인트에 지뢰 설치한거라던가), 이번작은 어렵기는 하지만 동시에 도구나 기술이 많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작은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전작 수준, 또는 전작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라는 느낌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전작에 비해 맵스케일이 커지긴 커졌기 때문에 크게 불만사항은 없습니다. 오히려 맵 스케일이 커졌지만, 맵의 밀도나 게임의 내용물 자체는 전작 혹은 전작 이상이라는 느낌입니다. 처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때는 잘 모르지만, 나중에 리들러 첼린지 할 때쯤 되면 맵 전체를 돌아보게 되는데 맵 구석 구석 마다 숨겨져 있는 퍼즐이나 수수깨끼, 다양한 요소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대단히 놀랍습니다. 또한 사운드 부분은 역시 출중. 성우 부분이 대단히 좋은데, 전작의 배트맨 성우인 케빈 콘로이의 열연이라든가 그리고 영원할거 같았던 마크 해밀턴의 조커 연기는 대단히 훌륭합니다.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점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 찰진 타격감이나 괜찮은 BGM은 전작인 아캄 어사일럼에서 많은 부분 계승하고 있습니다. 

5.

결론적으로 아캄 시티는 어떤 리뷰에서 쳤던 드립이 딱 들어맞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이 게임을 리뷰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고, 나는 그동안 게임과 동시에 리뷰를 쓰면서 아캄 시티에 100점을 매겼다. 하지만 리뷰를 쓰고 난 뒤에 나는 아캄 시티 엔딩을 보았고, 그리고 나는 이 게임에 100점이 아니라 120점을 주었어야 했다고 후회하게 되었다."

올해의 GOTY를 아캄 시티가 휩쓸것이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어느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네요. 사실 아캄 어사일럼이 없었다면, 이건 작년 레데리 처럼 GOTY를 휩쓸어야 당연하겠지만 전작도 있고, 무엇보다 올해는 쟁쟁한 대작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캄 시티는 어떤 대작이 나오더라도 전혀 꿀릴것이 없는 엄청난 대작입니다. 

아, 아캄 시티에 단점이 한가지 있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끝'이 있다는 것이죠.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1.

 에이스 컴뱃 리뷰인데, 왜 제목부터 '콜 오브 듀티:모던 워페어'를 언급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자면 에이스 컴뱃 어설트 호라이즌은 수많은 콜옵 워너비들 중 하나입니다. 근 20년 가까운 시리즈 역사를 갖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찌하지 못했는가, 라고도 할 수 있죠. 여러가지 의미에서 이번작 어설트 호라이즌은 발매 전부터 초유의 관심을 끈 작품이었습니다.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각 작품마다 꼬박꼬박 100만 장 전후를 팔았던 남코의 스테디 셀러 게임이었지만, 가벼운 게임이 점점 인기를 끄는 와중에 조작이 어려운 플라이트 시뮬(정확하게는 플라이트 아케이드지만) 장르가 살아남기란 힘들어 보였죠.

 게다가 엑박으로 나온 전작 에이스 컴뱃:해방의 전화는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악명 높은 아이마스 컬러링 기체(.....) 덕분에 에컴 팬들로부터 '에컴 시리즈 최대의 위기'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고, 남코가 반남이 되면서 에컴 시리즈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해방의 전화 이후 4년 동안 제작사인 프로젝트 에이스는 차세대 콘솔이 아닌 Wii(스카이 크롤러), PSP(에컴 시리즈)등의 콘솔로만 게임을 냈습니다. 그리고 에컴 시리즈가 다시 PS3/엑박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수많은 팬들이 걱정반 기대반의 미묘한 심정으로 차기작을 지켜보았습니다. 어찌되든 이번작이 실패하면 앞으로 플삼/엑박 에컴은 기대하기 힘들거니까요. 심지어 제작사 역시 이를 인지하였는지, 시리즈 자체에 상당한 수정을 가하는 등 엄청나게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

 일단 결론만 놓고 이야기 하자면 에컴은 성공 반 실패 반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기존 팬의 반수 이상을 화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구요. 만약 자신이 기존 에컴 시리즈를 재밌게 즐겼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설트 호라이즌은 썩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왜냐면 본작은 에이스컴뱃 특유의 장점보다는 콜옵으로 대표되는 대중적인 히트코드들을 에이스 컴뱃에 접목시킨 게임이니까요. 그렇기에 제가 처음 제목에서부터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언급한 것입니다. 제가 심각한 콜옵까이자, 매번 나오는 콜옵은 다 사는 인간이기는 하는 콜옵에 대해 애증어린 관점을 지닌 사람이기는 하지만(......) 분명하게 짚어야 하는 점은 모든 콜옵화가 나쁘다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거기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죠.

일단 어설트 호라이즌에는 콜옵이 지난 5년동안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을 확실히 알수 있는 히트 코드들을 다수 탑재하였습니다. 연출과잉, 화려한 장면을 위한 스크립트 사용, 직관적인 게임 진행, 일직선적인 싱글 구조, 무슨 내용인지 기억조차 안나는 싱글 시나리오, 심지어는 멀티에서 퍽의 존재까지 콜옵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이 좋게 이야기하면 화려하면서 즐기기 쉽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연출과잉에 깊이가 없는(이건 뒤에서 반박하겠지만)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덕분에 시리즈 팬들에게서 심각하리만치 욕을 들어먹었고, 몇몇 웹진에서는 극단적으로 평가가 나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부실한 싱글 플래이 시나리오와 플래이 타임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

3.

게임은 조작이 어렵고 복잡한 전작들과는 달리 대단히 간단한 조작과 게임 구조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팬들 보다는 판매량을 의식한 대중성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 특히 이번작은 CRA(Close Range Combat)라는 요소를 통해서 공중전에 있어 근접전, 도그파이트를 강조합니다. 일정 거리 이하로 적기와 나의 거리를 좁히면 적기를 중심으로 원이 뜨는데, 이때 특정 버튼을 누르면 도그 파이트 모드에 들어갑니다. 이때 미사일과 기총의 정확도, 어느정도 상대방에 대한 후미 추격보정들이 걸리게 되며 적을 격추하는 것이 상당히 쉬워집니다.

물론 여태까지 이런 도그 파이트 모드와 비슷한 시스템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혹스나 그전의 프로젝트 에이스의 작품들 중에서 유사한 것들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설트 호라이즌 정도로 시스템을 완성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작품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 게임은 게이머에게 사상유래가 없는 공중전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데, 영화에나 나올법한 화려한 연출과 긴장감 및 쾌감(적기를 격추시키는/적기로부터 도망가는)을 선사합니다. 또한 시스템 자체로도 보았을 때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전투기를 대상으로하는 게임들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스템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는데 그러한 문제를 도그 파이트 모드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CRA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스토리를 가진 싱글보다는 멀티에서 강하게 드러납니다. 기본적으로 CRA 자체는 밀고-당기기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추격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가까이 접근해서 상대방을 격추시키려 하고, 추격당하는 쪽에서는 어떻게든 멀리 도망가서 살아남으려 하죠. 이렇게 보면 추격하는 쪽이 우세해 보이지만, 추격당하는 쪽과 추격하는 쪽의 입장을 뒤바꿀수 있는 카운터 기동의 존재로 인해서 그리 일방적이지는 않습니다. 카운터 기동은 추격하는 쪽과 추격 당하는 쪽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데, 이때는 바로 추격하는 쪽에서는 추격당하는 쪽에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역으로는 추격하는 쪽에서는 단번에 상황이 역전될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죠. 한마디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성격이 강한 시스템인데, 싱글 플래이에서는 몇몇 적을 제외하면 이런 균형이 잘 안맞습니다. 하지만 멀티플래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할때는 이런 균형이 맞아 떨어지면서 엄청난 스릴과 쾌감을 제공합니다.

4.

그래픽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일단 비행기가 주인공인 게임이다 보니 지상 디테일은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지상디테일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은 비행기가 땅바닥에 꼴아박을떄(.....) 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 그래픽이 화려하다고 느껴질 때는 대부분 도그 파이트 후에 적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더군요. 음악이나 효과음부분도 괜찮습니다. 음악이 좋은건 전통적으로 에이스 컴뱃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고, 이번작은 별로였다는 분들도 많지만, 처음 에이스 컴뱃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싱글 플래이 성우는 밋밋하기 그지 없더군요.

5.

결론적으로 에이스 컴뱃 어설트 호라이즌은 팬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사실 악평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상당히 재밌는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이 도그파이트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게임 자체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이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싱글을 많이 플래이 하시는 분들에게는 미묘하겠지만, 멀티를 많이 플래이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고 이번작의 시스템을 개수-발전시킨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주의! 스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삶이란 테마는 게임이든 영화든 만화든 간에 스토리라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인생이란 사랑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며, 찐빵 없는 앙꼬이기 때문이죠. 누구나 살면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좌절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룰 이 작품, 케서린은 여태까지 게임이 다루었던 사랑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아니, 케서린의 스토리와 구조는 게임 역사에 한 족적을 남겼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합니다.

 케서린은 시작부터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무려 주인공인 빈센트가 여자 친구 K서린(케서린 구분을 위해서 K서린, C서린으로 표기합니다)로부터 갑작스러운 임신 통보를 받으면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사실, 일전에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 시작부터 큰 충격을 받으면서 시작을 했을 겁니다. 애시당초부터 성인 취향의 게임을 지향하고 있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보통의 성인취향 게임들이 성적 판타지의 충족과 대리만족으로부터 시작된다면 케서린이란 게임이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담백한(의외지만) 접근을 보여줍니다. 물론 서비스 차원의 장면도 있긴 있는데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없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충실한 사랑이냐 아니면 불같은 사랑이냐, 라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민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도입니다. 이 점에서 게임은 상당히 참신하다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게임들이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 집중하면서 생기는 스토리의 작위적인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케서린은 사람이 살면서 한 두번쯤 접하는 사랑, 결혼, 그리고 바람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쪽을 선택하든 플래이어에게 납득할만한 이야기 전개가 됩니다. 즉, 큰 이야기 단위가 아닌 일반인들이 겪는 일상적인 부분을 이야기 주제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거죠. 또한 자신의 선택과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비교하는 일종의 여론조사 비슷한 시스템도 존재해서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라든가 '나만 그런거였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게임에 대한 몰입도도 높혀줍니다.

 케서린의 스토리 라인이 갖는 또다른 매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갖는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인데, 보통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혼이란 것이 자신을 옭아맬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빈센트는 마지막 일탈로서 C서린과의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도 게임 상에서 빈센트가 6일차까지 C서린과의 관계를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유지하는 모습은 이런 불안감과 일탈 심리가 작용해서라고 볼 수 있죠. 7일차 이후부터는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지게 되는데, 엔딩 내용이 C서린 굿엔딩의 황당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납득할만한 정도의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뜬금없는(일종의 반전이기는 한데, 좀 뜬금없기는 뜬금없달까...)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엔딩의 내용은 모두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게임 장르는 기본적으로 퍼즐입니다. 블록을 움직여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위로 올라가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가 단순하다고 해서 쉽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각 스테이지 마다의 시간제한이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퍼즐은 머리를 굴려서 푸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푸는 것을 중시하죠. 마치 먼저 생각하고 푸는 것이 아니라 풀고 난 뒤에 '어? 어떻게 올라왔지?'라는 이런 느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습니다. 덕분에 난이도 최하의 경우에도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 패치 전에는 난이도 최하 조차 실제적으로 클리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있을정도 였으니까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퍼즐이란 장르 자체가 취향을 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몇몇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풀고 난 뒤의 성취감, 긴장감 등을 고려할 때 케서린의 퍼즐은 상당히 훌륭하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시리즈로 유명한 아틀라스가 현세대 기기로 낸 최초의 타이틀이며, 그래픽은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 카툰 렌더링의 느낌이 나는 그래픽입니다. 인물의 모션은 흠잡을때가 없으며, 특히 표정 같은 경우에는 표현도가 높습니다. 사운드 쪽에서는 음성도 괜찮지만, OST와 BGM 부분이 대단히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독특한 분위기와 스토리, 개성적인 퍼즐 게임이라는 점에서 케서린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역시 퍼즐이란 장르 자체가 매니악한 장르다 보니 모든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는 자신있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극악한 퍼즐을 극복한다면 케서린은 게이머에게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게임 자체의 측면 양측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명작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디스가이아 4 리뷰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디스가이아 시리즈 전체에 대한 리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스가이아 1, 4편 플래이 경험을 리뷰로 쓴 겁니다.


게임이 대중화 되면서 엔딩까지 소요되는 클리어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놓였습니다. 그러한 게임계의 진행 방향에 대한 반동으로 게임의 리플래이, 혹은 야리코미 요소라 불리는 게임 클리어 이후에도 파고들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요소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즉, 엔딩까지 소요되는 클리어 시간이 짧아진 만큼 게이머에게 파고들만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파고들기 요소로는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멀티 플래이 요소의 추가, 다른 하나는 엔딩 이후 싱글 플래이 요소를 확장하는 거죠. 사실 멀티플래이 요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서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는 거의 무한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스크립트와 정해져있는 시스템과 달리 '인간'이란 요소는 문자 의미 그대로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싱글플레이 요소의 확장은 멀티플래이 요소에 비하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고 무엇보다 멀티플래이에 비해서는 난이도 자체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멀티는 사람에 따라서 난이도가 들쭉날쭉 하지만, 싱글 파고들기는 난이도가 오로지 위로만 올라가는 상향식일 수 밖에 없기에...) 상대적으로 싱글 플레이 파고들기를 지향하는 게임은 일본 쪽을 제외하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가이아 시리즈, 그리고 디스가이아 4는 대단히 도전적인 게임입니다. 오로지 파고들기만 가지고 게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도전한 그런 게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멀티가 지원되는 게임보다 플탐이 더 길다는 것은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갖고 있는 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더욱 무서운 것은 게임이 다양한 파고들기 요소를 지원함과 동시에 그 파고들기 난이도의 배분 자체가 너무 절묘하다 못해 예술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지에 다달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디스가이아 4, 혹은 디스가이아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제가 생각하기에 '무한에 도전한다'입니다. 먼저, 케릭터의 래벨이 9999까지 성장합니다. 보통의 RPG 혹은 JRPG 들이 케릭터 레벨이 최대 99까지 성장하는 것에 무려 100배에 달하는 수치며, 실제 래벨업으로 쌓을 수 있는 누적랩이 19998이라는 점도. 그리고 케릭터가 적에게 가할 수 있는 데미지의 상한선도 무려 10억, 그리고 아이템계를 이용한 아이템 강화, 아이템을 강화시켜주는 사도의 존재와 사도 합치기를 통한 사도 레벨업, 수라계, 역계적, 케릭터계, 사악 심볼 배치, 이면맵 등등 케릭터를 강화하고 파고들 수 있는 요소가 셀 수 없이 존재합니다. 한마디로, 아무도 생각치 못한 곳에서 한계를 해제(아이템, 케릭터, 레벨 등등)함으로써 게임의 리플래이 요소를 강화시킨거죠.

하지만 파고들기 요소에 비하면 게임 플래이 자체는 대단히 단순합니다. 사실상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 한때 일본식의 SRPG가 붐을 일으켰던 그때의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기본적인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극악한 파고들기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의 진행은 상당히 쉽고 매끄럽다는 것이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기본적인 SRPG의 골격만으로는 게임을 단조롭게 만들 수 있기에 디스가이아는 여기에 지오 이펙트라는 요소를 추가합니다. 바닥의 패널이 아군을 강화시키거나 적을 강화시키고, 그리고 블럭을 파괴하면 블록의 색깔로 변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요소죠. 실제 디스가이아 시나리오 맵들은 이 지오 이펙트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갈립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맵 이외의 아이템 계나 케릭터 계는 기본적으로 랜덤 맵 생성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실제 플래이어가 접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이렇기 때문에 디스가이아 4는 노가다와 아주 친근할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사실 플래이 타임으로만 따지면 진짜 끝도 한도 없는 게임이 디스가이아 시리즈죠. 물론 순수하게 9999를 노가다로만 찍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꼼수나 노가다 팁, 공략 등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게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유일한 단점이자 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노가다 질을 하면 게임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니까요.

이번 편인 디스가이아 4편은 전반적으로 시나리오 난이도가 적절합니다. 게임 자체가 노가다와 파고들기로 점철된 게임이지만, 의외로 시나리오의 난이도 배분은 적절해서 노가다 없이 시나리오만 진행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번작의 경우에는 스토리도 나름대로 괜찮은데, 디스가이아 1편 만큼의 시나리오 완성도는 아니라도(1편 자체는 참신하기도 했고...) 4편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재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정어리 개그의 억지성을 제외하면 열혈로 흐르는 스토리(악마 주제에 열혈이라니!)가 압권인 시나리오입니다.

성우의 연기, 음악 부분은 괜찮은 느낌. 그래픽은...일단 플투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고, 분량에 비해서는 훌륭하다 할 수 있는(?) 그래픽입니다만, 역시 플삼의 능력을 뽑았다고 보기에는 미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스가이아 4의 그래픽은 게임 자체와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현세대 들어서 일본 게임들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파판 13과 파판 14로 파판 브랜드 가치가 바닥을 기는 이 시기에, 저는 디스가이아 시리즈야 말로 일본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번 리뷰는 그냥 짤막짤막하게 가겠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리뷰할 건덕지가 거의 없어서....

-PS3 독점 대표작인 언차티드 2 입니다. 아마 TPS 장르로 비교하자면,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하고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게임이죠. 콘솔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항상 비교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작품으로도 악명 높죠.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 몰입감 있는 구성 등으로 2009년 GOTY를 휩쓸다시피 한 게임이죠. 그리고 2년뒤인 올해 2011년 11월 1일, 언차티드 3가 발매 예정되어있습니다.

-게임 진행은 툼레이더에서 총기 액션 부분을 재밌게 고쳐놓은 것과 유사합니다. 일단 툼레이더 언더월드 기준으로 라라가 총 쏘는 대목은 진짜 거짓말 안하고 모조리 다 스킵하고 싶을 정도로 심심한 부분이었는데(물론 나머지가 다 재밌어서 봐줄만 했지만), 언차티드 2 같은 경우에는 아예 총질 액션 부분을 강조하는 게임이고 그리고 그런 부분을 잘 구성해놓아서 재밌는 게임입니다. 전형적인 TPS답게 엄폐하고 쏘는 것이 기본이지만, 게임 내내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기 때문에 질린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즉, 총질이나 액션 자체는 평범한데 완급 조절이나 스테이지 구성 면에서 전혀 그런 느낌이 안들도록 만들어놨다는게 훌륭하게 평가할 부분입니다.

벽타는 부분이나 플랫포머적인 부분은 잘 만들었지만, 딱히 언급할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사실 툼레이더:언더월드 라던가,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계속해왔던 저로써는 특별한 인상을 줄만한 부분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구성은 대단히 친절한 것이, 진행해야 할 방향이나 턱 같은 부분을 선명한 색깔로 표시를 해놓았기 때문에 진행에 크게 무리가 있는 부분이 없고 그 부분은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물론 챕터 시가전에서 표지판 타고 오르는 부분은 아무생각없이 지나치기 딱 좋게 만들어놓았지만요(......)

-게임 자체가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지향하고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볼거리, 즐길거리는 충분하지만 스토리는 평이한 수준. 더도말고 인디아나 존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유쾌하다는 점이랑, 거대한 고대 유적이 나온다는 점이랑, 그리고 그 고대 유적을 유쾌하게 다 부숴먹는다는 점에서 말이죠. 기본적으로 언차티드 2의 볼거리는 주인공인 네이트 드레이크가 얼마나 험악하게 구르는가(.....) 입니다. 하다가 보면은 '이러다 이 친구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생고생을 다 하는데, 컷씬에서 총맞는건 기본이며 떨어지고 구르고 내동댕이 쳐지고 하여간 사람이 할 수 있는 온갖 구르는 일은 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들이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옴으로써,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긴장감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런 부분에서 언차티드 2는 대단히 뛰어납니다.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는 플삼 진영 쪽에서 더이상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종결자. 이는 확실합니다. 그래픽의 디테일에서부터 케릭터들의 세세한 모션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훌륭한게 언차티드 2입니다. 지금 현재 봐도 2년전 그래픽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니까요. 사운드 부분은 음악은 괜찮은데 총기 사운드가 묘하게 딱총음(......) 같아서 조금 그렇습니다. 그거 뺴면 뭐 흠잡을데 없이 훌륭합니다.

-멀티플레이는 요즘 TPS나 액션 게임들하고 비슷합니다. 싱글 게임의 총질 부분을 멀티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 재미는 있지만, 딱히 뭐라 코멘트할 부분은 없네요.

-결론적으로 이래저래 제값을 하는 게임. 물론 무언가 혁신적인걸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만, 재미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대단히 재밌는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던 오브 워 이후, 렐릭과 THQ는 오랫동안 워해머 40K 시리즈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특히 던 오브 워 시리즈로 렐릭은 워해머 40K의 세계관과 게임의 분위기,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가기 시작했고, THQ 역시 오랫동안 워해머 세계관의 게임들을 내면서 워해머 40K 온라인(다크 밀레니엄)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죠. 스패이스 마린은 이들의 새로운 시도 중 하나인데, 그것은 바로 스패이스 마린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게임이라는 것이었죠. 특히 오랫동안 던 오브 워 시리즈로 워해머 세계관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된 렐릭인 만큼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도 높았습니다.

일단 모든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겠지만,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스페이스 마린은 바탕은 재밌는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플래이하면서 게임이 묘하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게임 자체는 요즘 게임과 다르게 상당히 심플 합니다.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죄다 죽이는 것, 그것이 바로 게임의 유일한 목표죠. 몇몇 부분에서(특히 무수히 몰려나오는 적들을 쓸어낸다는 점, 단순한 게임성) 스페이스 마린의 게임성은 일본 게임인 삼국무쌍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스마의 게임성은 무쌍류의 게임들하고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단순한 게임성을다양한 케릭터와 필살기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단조로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무쌍과는 달리, 스마는 육중한 타격감과 원작 게임에 충실한 고증(중국산 짝퉁 퓨리티씰은 무시합시다)을 통해 게임의 단조로움을 극복합니다. 특히 고증과 분위기 측면에서 보자면 스페이스 마린 만큼 워해머 40K의 느낌을 제현한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오크들을 볼터와 수류탄으로 수를 어느정도 줄여놓은 다음에 근접전으로 들어가는 자연스러움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설정상으로만 상상할 수 있었던 포지월드의 모습, 워해머 40K의 세계관을 상당한 디테일로 그려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구요.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스마의 장점은 원작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큰 단점으로 변하고 맙니다. 워해머 팬이 아닌 일반인이 포지월드가 뭔지, 저놈의 끝없이 밀려오는 녹색 괴물들은 뭔지,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이 뭔지 신경이나 쓸까요? 사실, 게임의 대부분의 매력 포인트들이 이렇기에 스마는 상당히 미묘한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워해머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타격감은 훌륭한데 묘하게 원패턴인 게임이 되어버리니까요.

원패턴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스마는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지 스테이지 구성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착해야 하는 장소가 있고, 그 사이에 오크가 잔뜩(또는 카오스들이 잔뜩) 깔려있는데 모두 싸그리 죽여가면서 도착,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이를 게임 끝날 때까지 거의 무한하게 반복합니다. 적들의 조합도 거의 변하지 않고, 보스전이나 이벤트 전 역시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오크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복적인 원패턴의 게임 플래이도 상당히 재밌지만(워낙이 빡빡한 느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오크 이후에 나오는 카오스와의 전투입니다. 카오스 자체가 원거리 전 위주의 전투이기 때문에 볼터만 신나게 갈기다가 끝나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개성 넘치는 원거리 화기와 달리 근접무기는 문자 의미 그대로의 원버튼 플래이가 가능할정도 입니다. 이런 점에서 렐릭이 액션 게임을 만든 경험이 없는게 확 드러나더군요.

원패턴의 게임 진행도 문제지만, 자잘한 버그나 그래픽적인 결함도 많습니다. 허공을 달리는 오크나 싱크킬로 적을 처리할 때 계단 같은 곳에서는 아예 계단안으로 들어가는 버그 등등 심심하면 볼 수 있는 다체로운 버그 쇼는 근래 보았던 게임들 중에서 가장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렐릭이 처음으로 액션 게임을 만든 것 치고는 훌륭한 타격감과 고증, 그리고 보통이상의 재미를 보장하고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전반적인 디자인이라던가 원패턴의 단조로움을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게임입니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서는 그러한 단조로움을 극복할만한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는 취향을 많이타는 게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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