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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주의:이 리뷰에서 본 리뷰어는 포켓몬 옐로우 버전, 금/은 버전->다이아몬드 버전으로 곧바로 넘어간 사람이기 때문에 중간에 있었던 각종 변화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이 점은 양해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닌텐도의 대표할 수 있는 게임 브렌드들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 중 가장 잘나가는 브렌드는 제가 보았을 때는 포켓몬스터일 겁니다. 90년대 후반에 GB게임으로 등장해서 애니메이션, 만화, 완구 등등 거의 전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의 코묻은 돈을 싹쓸이한 브렌드니까요. 게임은 닌텐도의 주력 휴대용 기종으로 보석이나 광물 이름을 달고 꾸준하게 발매를 하면서 나올 때마다 백만장 이상을 팔았습니다.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은 닌텐도가 DS로 넘어오면서 내놓은 첫 번째 정식 포켓몬스터 작품입니다.(구조대 시리즈나 트로제 등등은 제외) 처음 포켓몬스터 D/P가 발매되었을 때, 첫주 일본 판매량이 100만장을 처음으로 채우지 못한 작품이기도 합니다.(이 때문에 포켓몬스터가 한물 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판매량 문제는 재껴두고 포켓몬스터 D/P 자체로써 본다면, D/P는 DS라는 기종이 가진 모든 요소를 활용한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지향하는 지향점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라는 게임 시리즈를 RPG로 분류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나 케릭터 등을 중시하는 JRPG의 부류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미권 RPG처럼 높은 자유도를 가진 시리즈도 아니니까요. 포켓몬을 이용한 전투와 포켓몬 수집, 육성, 교배, 개채값 등등의 요소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입니다. 차라리 포켓몬스터라는 게임 시리즈는 아예 '포켓몬스터 육성/수집 RPG'라는 장르를 주고 따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본적으로 초기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레벨업/수집 노가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 강한 포켓몬스터를 만들고 모으고, 이걸로 게임 내에서 트레이너들과 겨루거나 통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교환 또는 대전을 벌이게 됩니다. 물론 DS의 D/P도 이러한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외의 다른 게이머와의 포켓몬 대전/교환에서 과거 GBA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Wi-Fi나 와이어레스 무선 통신 등의 DS의 고유한 기능으로 커버합니다. 이로써 과거 한정되었던 수집 범위나 대전 범위(친구나 근처에 사는 사람들)를 지닌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이제 시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로써 시리즈가 가지는 기본적인 재미의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포켓몬스터 시리즈라고 하면, 저연령을 타겟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일반적인 고연령층의 게이머나 매니아들이 파고들만한 요소가 충분히 많습니다. 포켓몬 종 마다의 고유의 능력치인 개체값, 능력치를 결정하는 성격, 교배를 통한 기술의 유전과 성격의 유전, 속성 사이의 상성, GBA와의 연동 등 파고들만한 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D/P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요소가 게임 내에서 이를 이해해야 게임을 할 수 있는 필수 요소가 아니라, 옵션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요소들이 있다는 걸 모르고도 게임은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D/P의 또다른 특징은 시간이나 요일에 따른 자잘한 이벤트나 포켓몬의 등장 등을 집어넣어서 게이머를 지속적으로 게임을 붙잡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일반적으로 필드에서 나오지 않는 포켓몬들을 대량 발생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획득 할 수 있는가 하면, 자랑의 정원의 주인에게 매일 말을 걸면 지속적으로 포켓몬이 추가가 되고, 날마다 복권을 추첨하는 등 시간, 요일 등에 따른 다양한 사건들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이 엔딩을 보고 난 뒤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포켓몬스터 D/P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로 Wi-Fi를 통한 근거리-세계 단위의 배틀/교환을 통해서 기존의 시리즈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입니다. 게임 그 자체로도 파고들 수 있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거기에 갖가지 잔재미를 주는 요소를 집어넣는 등 자칫 노가다로만 이루어진 게임이 가지는 지루해지기 쉽다는 문제를 잘 넘겼습니다. 다만 포켓몬스터 시리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노가다의 문제점 등에서 게이머들마다의 평가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점을 제외하면 포켓몬스터 D/P는 잘 만든 작품이고 DS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봐도 좋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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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앞서서(전작 설명)

2005년 발매된 모노리스의 호러 FPS F.E.A.R.는 그 전까지의 FPS와 호러 사이의 결합의 공식을 뒤바꾸어놓은 작품입니다. 예전까지의 호러 FPS는, 아니 대부분의 호러 게임은 서양 스플레터물이나 크리쳐, 좀비물에 그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F.E.A.R. 이전에 발매되었고 호러 FPS의 명작으로 추앙받는 클라이브 바커의 언다잉 같은 경우, 그 전에 나온 클라이브 바커 원작의 영화들처럼 서양 호러 영화의 공식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F.E.A.R.는 여태까지 나온 호러 FPS 장르와 다르게 동양, 특히 일본의 링과 주온류의 공포 영화의 공식을 따랐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조합이었지요.

2005년에 나왔던 F.E.A.R.의 첫 시도는 대단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강한 초능력을 지녔기에 어릴 때 시설에 갇혀서 햇빛도 못보고 군사 실험의 희생양이 된 소녀 알마. 그녀는 죽어서도 풀리지 않는 원한때문에 원령이 되어서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원한으로 인해서 생기는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상 현상들, 뭔가 있을거 같은 분위기, 세상에 대한 알마의 분노를 대변하는 펙스톤 페텔과 클론병들, 그리고 폐허가 된 공장, 연구실, 텅 빈 사무실 등지의 음습한 분위기 등 동양적인 호러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또한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신적이었던 인공지능과 그래픽은 당시 게이머들에게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전반적인 평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전에도, F.E.A.R.는 평균 88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아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러한 평단과 상업적인 성공을 얻은 F.E.A.R.는 후에 모노리스의 손을 떠나서 두 개의 확장팩-Extraction Point와 Perseus Mandate-를 내게 됩니다만, Extration Point는 오리지날 F.E.A.R.의 카피 버전이라는 평을, Perseus Mandate는 완벽한 망작이라는 평을 듣게 됩니다. 모노리스는 Perseus Mandate가 나오기 직전, Project Origin이라는 공식 F.E.A.R.의 후속작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합니다. 개발 당시에는 시에라 측과 F.E.A.R.라는 타이틀을 두고 저작권 분쟁이 있었지만, 발매되기 몇달전 시에라와의 협상으로 F.E.A.R.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F.E.A.R. 2:Project Origin

F.E.A.R.2는 F.E.A.R.의 '공식' 후속작입니다. 이는 모노리스가 전에 타임게이트가 만들고 내놓은 Extraction Point와 Perseus Mandate, 이 두작품을 부정하고 자신들이 만든 F.E.A.R.야 말로 진정한 F.E.A.R.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일단 Extraction Point와 Perseus Mandate에서 진행된 스토리를 부정하고, 원작 F.E.A.R.에서 알마를 가두기 위한 오번의 연구시설 폭파 30분전으로 돌아갑니다. 시점도 원작의 포인트맨이 아닌, 아마텍의 사장인 제네빕 아라스티드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된 델타 포스 특수부대의 마이클 베켓의 시점에서 이루어지죠. 이와 같이 F.E.A.R. 2는 아예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F.E.A.R.2는 전작과 확장팩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4년전의 F.E.A.R.에 비해서 그래픽적으로 발전하였고, HUD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호러영화적인 연출도 전작에 비해서 깔끔해졌고, 물론 무기와 적들도 추가되었습니다. F.E.A.R.2는 전작을 깔끔하게 다듬었습니다. 이것들에 대해서 밑에서 하나하나 씩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점은 전작의 그래픽이나 게임 내의 연출 효과입니다. 전작인 F.E.A.R.가 그 당시 대단한 수준의 그래픽과 효과를 보여주었고, F.E.A.R.2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전작이 보여주었던 당시 PC게임의 극한의 그래픽을 F.E.A.R.2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F.E.A.R.2의 그래픽 엔진 자체는 전작의 그래픽 엔진의 향상 버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킬존 2나 최신 언리얼 엔진을 쓴 게임과 비교해서는 더 뛰어나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F.E.A.R.2는 극한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게임에 비해서 게임에 알맞는 대단히 역동적인 그래픽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타격감은 여전히 대단하며, 호러 파트에서의 화면의 왜곡이나 깜빡거리는 효과도 여전히 대단합니다. 그리고 더 대단한 사실은 이러한 효과들이 기존의 엔진의 개량버전을 썼지만, 전작보다 조금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소 사양이 Geforce 6600GS라는 것은 이 게임이 얼마나 최적화를 잘 했는지(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요구 사양이 얼마나 낮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이 리뷰는 E6300, 1G, 7600GS에서 쾌적하게 돌리고 난 뒤의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 F.E.A.R.2는 전작에 비해서 연출적으로 대단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전작에 비해서 주인공이 대단히 험하게 구른다는 느낌이죠. 물론 전작의 포인트맨도 폭발에 휩쓸려 날아디니거나, 자유 낙하, 뒷통수 맞기 등 험하게 굴렀지만, 이번작의 마이클 베켓처럼 다이나믹하게(?) 굴러다니지는 못했죠. F.E.A.R.2에서 베켓의 시점은은 상황에 따라서 아주 역동적으로 흔들립니다.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과 함께 HUD가 같이 흔들리면서 마치 플래이 하는 게이머도 같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간간히 존재하는 오른쪽 버튼 연타 힘겨루기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도 덩달아 힘을 쓰게 만드는(물론 나중에 언제 나오는지를 알면 좀 지루해지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몰입감을 줍니다. 이런식의 역동적인 시점은 게임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F.E.A.R.2 게임은 전작인 F.E.A.R.의 게임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클론 병사와 ATC 사설 용병 부대와의 화끈한 액션 파트와 알마가 일으키는 이상 현상을 겪는 호러 파트, 이렇게 두 가지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적들과 펼치는 액션 파트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화끈합니다. 적들은 여전히 똑똑하며, 엄폐물을 잘 씁니다. 내가 엄폐물을 쓰면 수류탄을 던지고, 구석에 몰면 강하게 저항하며, 내가 수류탄을 던지거나 근접전을 펼치면 거리를 두고 도망갑니다. 적들의 AI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투 파트는 어렵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전작에도 있었던 초반사 신경(일명 슬로우 모션)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슬로우 모션을 쓰는가가 전투의 관건이 됩니다.

F.E.A.R.2에서 가장 압권인 부분은 바로 적들이 총에 맞아서 완전히 걸레가 되어버리는 장면들입니다. 슬로우 모션인 상태에서 총을 맞고 빙글 빙글 돌며 춤추듯이 쓰러지는 적들이나, 샷건이나 수류탄을 맞고 뼈와 살이 분리되어 피떡이 되는 장면은 대단히 중독적입니다.(물론 그에 비례해서 잔인성도 대단히 올라갔지만) 또한 게임 속에서 타격감도 일품이기 때문에, 전투가 매우 박력있고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러 파트는 여러 가지로 좀 미묘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게임 내의 연출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으로 바뀌었듯이, 호러 파트도 이에 발맞추어 깔끔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물론 깔끔한 연출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마치 링이나 주온의 구질구질한 느낌을 헐리우드 식의 세련됨으로 포장한 거 같은 느낌입니다. 게임 내에서 알마나 어보미네이션 등의 등장은 깔끔하며, 갑자기 툭툭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래킵니다. 일단 연출 자체는 무섭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의 구질구질하면서 신경을 긁는 연출은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좀 아쉽다고 할 수 있죠. 동양적인 호러라기보다는 서양적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런부분에서는 좀 자제하고 분위기만 띄워줬으면...'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몇몇 군데 있더군요. 뭐, 그래도 호러 파트도 나름 무서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멀티플래이는 전작과 비슷. 물론 전작부터 그랬듯이 F.E.A.R. 자체가 과연 멀티플레이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싱글플레이 중심의 게임이기 때문에 멀티는 그냥 양념수준에 머문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추후 칼럼 F.E.A.R. Combat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멀티는 전작과 거의 비슷한데, 총격전+근접 격투전이라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참여 인원수는 16명 한정이고, 이번작에서는 전작의 슬로우 모션 데스매치를 삭제, 그 대신에 도미네이션의 변형인 기갑전(EPA를 타고 도미네이션을 하는 모드)을 넣었더군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F.E.A.R.2 멀티는 팀 데스메치/데스메치에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차라리 슬로우 모션 데스메치를 부활시켰으면 하더군요.

일단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F.E.A.R.2는 괜찮은 타이틀입니다. 전작인 F.E.A.R.에 비해서 연출도 좋아졌고, 전투는 박력있고 화려해졌으며, 호러 파트는 깔끔해져서 미묘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무섭기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그러나 이번작이 생각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F.E.A.R.가 메타크리틱 기준 평균 88점, F.E.A.R.2가 메타크리틱 기준 평균 80점) 전작을 발전 계승만 했지, 전작에 비해서 혁신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작과 비슷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F.E.A.R.2는 완성도 자체는 높은 게임입니다. 물론 이번작에서 스토리상 엄청난 떡밥을 던져놓는 바람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거 3편 노린건가' 싶을 정도이기는 합니다만, 게임의 몰입도는 매우 높고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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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듬 액션 게임이나 음악을 테마로 한 게임 중에서 가장 참신하면서 발군인 작품을 꼽으라면 당연 오디오서프(2007)을 꼽아야 합니다. 게임 자체는 리듬 액션 게임+레이싱+테트리스(?)로 서로 어울릴거 같은 장르가 한데 모여서 놀라운 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오디오 서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mp3, ogg 등의 음원을 이용해서 그 음악만의 트렉을 만들어내는 것. 과거 PS 시절의 게임 비브리오가 음악 CD의 트렉을 추출해서 게임 스테이지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브리오가 거기서 거기인 트렉을 보여주었다면, 오디오 서프는 음원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트렉을 생성해냅니다. 게다가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속도감도 있구요.

 오디오 서프는 모노, 이레이져, 포인트맨, 베가스, DV 프로, 푸셔, 이렇게 6가지의 모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모드들은 서로 다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 음원으로 6가지의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경험을 게이머에게 제공합니다. 그리고 오디오 서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자신의 기록을 이전에 같은 곡을 플레이한 사람들(정확히는 곡의 태그가 같아야 되지만)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PC 음악 게임도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기는 했었습니다만, 이렇게 광범위한 음원을 상대로 사람들의 순위를 매긴 것은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서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때 일본어, 한글 태그가 깨져서 나온다는 것이었고, 거의 발매가 되고 나서 1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고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일본쪽 애니 음악 등을 많이 애용하는 저로써는 대단히 마음에 안드는 문제였고, 꽤 괜찮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쓰지 않고 지나친 게임입니다. 그러나 최근(사실은 최근이 아니라 시간이 더 지난 것도 같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스팀에서 나온 인디 게임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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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잊혀진 게임을 찾아서라]는 긴 이름을 썼었는데, 그냥 짧게 칼럼이라고 하겠습니다.

문명류의 4X 게임류 중 우주 테마인 작품이 꽤 많기는 합니다. 생각보다 우주 테마로 만든 문명류 게임이 많거든요. 그중 가장 잘만들어진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 StarDock의 Galactic Civiazation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메타 크리틱, 게임 랭킹스 등의 게임 평균을 내는 곳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Galactic Civilazation 2:Twilight of Arnor와 Dark Avata 기준)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우주 문명류를 좋아하는 고전 팬들도 과거 작품의 훌륭한 계승작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Galactic Civilization2의 기본 골격과 개념은 문명 시리즈를 이어 받았습니다. 전반적인 맵구성, 내정 관리창, 외교 교섭창 등은 문명 3편과 거의 똑같고, 행성 개발이나 운영도 문명 시리즈에게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문명 시리즈를 즐기던 사람들은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GalCiv2는 문명 시리즈의 괜찮은 인터페이스를 이어받아서, 게이머가 전반적으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저번에 악평을 잔뜩 써놓은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3편과 다르게요.

거기에 Galciv2는 문명과의 차별성을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서 구축합니다. 문명에 있어서 선악 개념을 도입하고, 우주연방 및 고유한 우주선 커스터마이징, 우주 기지, 행성 파괴 시스템 등 SF 매니아라면 한번씩 '있었으면 좋겠는데...'하는 요소를 대부분 집어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우주 전략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다른 시스템들과 어울리게 구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그리고, GalCiv2는 여태까지 나온 문명류 전략 게임 중에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있는 부분이 가장 많습니다. 자기만의 전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점이라던가, 자기만의 문명 테크트리를 만들 수 있는 점, 맵은 물론 시나리오까지 만들 수 있는 점들은 다른 문명류의 게임과 차별성을 둡니다. 거기에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게임 패턴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Galciv2의 단점은 바로 AI가 떨어진다는 점.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건 좀 AI가 이런 식으로 행동해주어야 하는데'라는 부분에서 AI가 바보짓을 일삼는 바람에 게임이 더 어려워지거나 쉬워져버리는 말그대로 난이도가 들쭉날쭉 해지게 됩니다. 물론 난이도 조절 창에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것은 AI에게 얼마나 인센티브/디센티브를 주는가를 결정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확장팩이 거듭나오면서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게이머를 만족 시키는 모자른 감이 없지 않아 있죠.

결과적으로 GalCiv2는 좋은 작품입니다. 문명 시리즈를 즐겨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다음엔 뭘할까나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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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을 다시 보게 될줄이야) 

 DOS 시절에서부터 우주 관련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분명 Master Of Orions 시리즈나 어센던시, 스타 컨트롤, 알파 센타우리 등을 기억하실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어센던시를 가장 재밌게 했었습니다. 특히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대단히 독특한 작품이었는데, 각 종족들의 특징들이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죠. 보통 인간에서부터 공룡족, 광물에 붙어서 자라나는 종족까지 독특한 종족이 많았었죠. 그리고 자유로운 기함 커스터마이징과 그 당시 나름대로 화려했던 그래픽과 사운드 등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는 그 당시 게이머들에게는 일종의 추억과도 같은 명작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이 후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처음 미국에서 발매가 되었을때 게임 평이 완전히 떡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까지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의 후속작이잖아. 그래도 평작 이상은 하겠지.'라면서 참았고, 한국에 정식으로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3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국에는 메뉴얼 없이 주얼로만 나오더군요. 그래서 메뉴얼은 무시하고,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고, 그리고.....



욕설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한도 끝도 없이 많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게임에 문자가 너무 많습니다.


간략하게 이야기 해서, 게임에서 도표까지 포함,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체 항성 지도, 항성, 함선. 이렇게 3개 밖에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보통 게임과 다른 개념을 도입하는데 그러한 개념을 모조리 다 문자로 표시하기 때문에 게임의 대부분을 글만 읽다가 보내게 됩니다. 한번 스샷을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죠.




위 스샷을 봅시다. 이런 문명류의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구 부분인데...지금 보시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체 연구 스킬 트리입니다. 저는 이게 기술 테크 트리라는 걸 깨닫는데 첫게임 하면서 1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뭐, 그거까지는 좋은데, 왜 스킬 트리하고 연구부분하고 연계가 안되는 겁니까? 그건 둘째 치더라도 왜 내가 다음 연구를 선택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왜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지 다음 연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거죠? 사실, 제 추측으로는 게이머는 연구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조장할 수 있지만(각부분의 예산을 결정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을 연구하는가를 직접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식의 이상한 조합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내가 행성을 운영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잃고 있는지를 기나긴 수식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함대 생성 방식도 이상하고(함대를 자기 마음대로 생성 불가능, 오로지 기준에 맞추어서 생성해야함), 외교는 더더욱이 이해가 안되며, 행성 자동화 관리 시스템은 도대체 왜 붙어있는지 모르겠는 등등....

사실, 여러가지로 독특한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리더 시스템이라던가, 연구에 있어서 방향성 설정으로 기본 인프라나 예산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하며, 국민을 억압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정부 관리 시스템, 편지 송수신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외교 시스템 등 파고 든다면 괜찮은 부분도 많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좋은 부분을 다 파악하고 자유자재로 써먹는데 까지는 적어도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즉, MOO3는 여러가지 실험을 많이 했고, 뭔가 나름대로의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엉망이라서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 오타쿠로 분류되는 영미권 게이머들의 대부분이 '이게임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다'라고 포기한 게임입니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보면 도스 시절 게임보다도 못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옛날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고 불편할 수 있다'라는 변명은 여기에 통하지 않는게, 이 게임은 2003년작이고 이런 문명류 걸작인 문명 3편이 2001년에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MOO3는 온갖 게이머들과 평단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평단 평점 62, 유저 평균 평점 40점대(!)라는 재기 불능의 점수를 받게 됩니다. 그 후, 마스터 오브 오리온즈 2와 도스 시절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의 계보를 이어가는 게임은 Galactic Civilazation 시리즈로 넘어가게 됩니다.

2부는 겔럭틱 시빌라제이션 2 시리즈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번 IGF(Indie Game Festival) 2008년도 학생 개발 부분 당선작 중 하나인 시티 레인은 환경 친화적인 도시를 세우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게임은 간단합니다. 게임 내용 자체는 심시티와 똑같은데, 여러분은 기본적으로 주거, 상업, 공업 지구를 설치하고 각각의 시민들의 욕구들(교육, 치안, 위생 등등)을 만족시키는 특수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티 레인과 심시티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건물을 여러분들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물을 땅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즉, 옛 고전 게임 중 하나인 3D 테트리스의 개념을 도시 건설 게임에 적용시킨 것입니다.

시티 레인은 이렇게 시뮬레이션과 퍼즐이라는 이종적인 장르를 아주 멋지게 조합합니다. 먼저 기본적으로 여러분들은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은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타일은 크게 6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기본적인 주거 상업 공업 지구 타일, 그리고 학교 등의 복지시설 타일, 쓰레기 타일, 특수 건물 타일, 발전소 타일, 마지막으로 복지시설과 기본 시설 타일이 섞인 복합 타일입니다. 각각 종류의 타일들은 도시의 각각의 욕구들을 충족시키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것들은 랜덤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되는데로 무조건 내려놓는다면 게임오버 당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타일들은 같은 종류끼리 겹쳐놓아서 그 타일의 효율성과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 즉, Lv 1의 경찰서 보다 Lv 2의 경찰서가 더 많은 구역의 치안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같은 종류의 타일을 겹쳐놓으면 여러 가지로 관리하기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복합 타일은 기존의 테트리스 블록과 같은 정사각형 등의 여러 타일이 합쳐진 모양을 하기 때문에, 타일을 특정 구역에 모아주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도시는 불필요한 확장을 하게 되고, 게이머가 관리하는 영역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을 피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존의 도시의 타일과 떨어지는 타일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겹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타일도 업그레이드 되고, 공간도 절약하니 일석이조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타일을 겹치게 한다면 먼저 있던 건물이 파괴되면서 게이머에 대한 도시의 지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 게임, 시티 레인은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게이머가 도시를 만들고 확장하고 넓히게 되면, 환경 오염과 쓰레기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게이머는 어떻게 되든 간에 이를 필사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지지도가 낮아지게 되면서 게임오버 당하게 되죠. 예를 들어서, 공장을 크게 확대하거나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짓게 되면 그만큼 도시의 오염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도시의 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 타일은 쓰레기 매립지가 아닌 다른 공간에 잘못 쌓아두면 도시 타일에 피해를 주면서 환경 오염을 높이고 지지도를 엄청 낮추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도한 공장 설립이나 도시 확장 등은 자제하게 됩니다. 또한 그러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서 게이머는 다양한 특수 타일들을 설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면 재활용 센터, 물이 오염되면 정수장 등을 설치해서 그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 진행을 통해서 게이머는 이러한 다양한 특수 타일의 잠금을 해제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와 같이 시티 레인은 친환경 도시를 만든다는 교육적인 목표와 심시티+테트리스 라는 독특한 결합을 통해서 게임성과 게임의 목적 두가지를 성공적으로 얻어낸 사례입니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애시당초부터 Xbox 라이브 아케이드를 노리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인지, 게임의 조작 자체가 엑박 패드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키 설정을 위한 컨피그도 없구요. 하지만 그러한 사소한 단점은 이 게임의 위대함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고, 테트리스와 심시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구하는 곳:프리웨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http://www.cityrainbs.com/)
하지만 지금은 공사중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번 2008년 Ubi에서 출시한 페르시아의 왕자는 2002년 Ubi에서 나온 시간의 모래 트릴로지ㅡ시간의 모래, 전사의 길, 두 개의 왕좌ㅡ를 끝내고 나온 새로운 페르시아의 왕자 트릴로지의 첫 작품입니다. 전 시간의 모래 트릴로지가 아니라 새로운 트릴로지를 만드는 것이니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새로운 분위기와 시스템 등의 변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기존의 팬들과 평단들의 평이 대단히 갈리고 있습니다.

원래 Ubi 페르시아의 왕자 프랜차이즈의 시작인 2002년도 시간의 모래가 1990년과 1993년에 나온 브로드번드의 도스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1편과 2편을 재해석해서 3D 게임으로 훌륭하게 옮겨놓았고, 액션 게임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도스 시절 게임의 명작인 페르시아의 왕자 1&2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트랩과 몬스터로 스테이지를 구성하고, 깔끔한 그래픽 등 당시 도스 게임 치고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1과 2편이 워낙이 성공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도스 시절의 2D 아케이드 게임을 Ubi가 시리즈화 하기 전에 한번 3D의 세계로 옮겨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페르시아의 왕자 3D입니다. 하지만 3D는 완성도나 인기 등에 있어서 1&2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흑역사로 묻히게 됩니다.

이렇게 고전 명작 게임이 역사속으로 묻히려 할 때, Ubi에서 페르시아의 왕자 판권을 사서 2002년에 만든 것이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입니다. 시간의 모래는 도스 시절의 명작 게임을 어떻게 하면 훌륭하게 재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데, 기존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차용하면서 여기에 곡예라는 요소(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포츠인 파쿠르, 혹은 야마카시)를 집어넣게 됩니다. 즉, 트랩과 적으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왕자가 벽을 타거나 공중재비를 돌거나 기둥을 타는 등의 다양한 곡예로 해쳐나가는 구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곡예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한번에 죽게 되고 이것이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올리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간의 모래는 '시간을 되돌린다'라는 개념을 게임에 적용합니다. 왕자는 언제든지 시간의 모래를 사용해서 트랩을 피하다 죽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거나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로 되돌아 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페르시아의 왕자:시간의 모래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그 후에 나온 전사의 길이나 두 개의 왕좌도 나름 훌륭한 작품이지만, 시간의 모래라는 작품이 먼저 시리즈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에 전사의 길이나 두 개의 왕좌에서 다양한 실험(무규칙 콤보 시스템, 다크 프린스 시스템 등)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페르시아의 왕자는 전 시간의 모래 트릴로지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새로운 작품입니다. 즉, 전작들과 다른 시스템을 차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곡예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난이도를 어렵게 하지 않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정도로 하는가?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그러한 질문에 대해서 '엘리카의 구원'(저희 아버지는 수호천사 엘리카라고 하지만;)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엘리카의 구원'은 왕자가 곡예를 하다 떨어지거나 오염되거나 심지어 전투중에 적에게 몰려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면 엘리카가 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엘리카가 전작의 시간의 모래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보면 되지만, 특이한 점은 엘리카가 왕자를 구원하는 회수가 무한이라는 점입니다. 보스전에서부터 일반 적, 그리고 심지어 마지막 아리만과의 싸움에서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왕자를 구합니다. 이것 때문에 페르시아의 왕자는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내려가게 됩니다. 원래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가 그렇게 까지 쉬운 작품은 아니었습니다만(사실 쉽다는 시간의 모래도 일반적으로 보면 어렵다고 해야 하니),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요즘 게임치고도 대단히 쉽다고 할 수 있으니 말 다한 셈. 이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이번 작에 대해서 평이 갈리는 것입니다. 물론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트랩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트랩이 추가되면서(보스 클리어 시, 각 보스의 트랩이 추가됩니다.)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오버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난이도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작에 비해서 전투의 비중이 줄었다는 점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모래 트릴로지도 물론 그렇게 까지 많은 전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비율 상으로 따진다면 4:6으로 전투의 비중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전투의 비중이 2:8로 엄청나게 줄었고, 전투 자체도 게임 오버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전반적인 긴장감은 덜한 편입니다.

오히려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주기 보다는 게임 속 케릭터와 분위기 맞추기에 집중합니다. 전반적인 스테이지 구성은 전작인 시간의 모래 트릴로지와 달리 처음으로 GTA와 같은 자유로운 맵 탐색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물론 GTA만큼의 자유도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게이머는 시리즈 처음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신전과 도시를 자기 내키는 대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오버가 없다는 점, 그리고 전작과 다르게 카툰 렌더링을 이용한 넓고 시원스러운 배경과 오염되었을 때 차가운 느낌이었던 공간이 정화되고 나서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스테이지로 바뀌는 점 등은 시각적인 재미를 줍니다. 저는 게임을 하는 내내 '세계를 구한다'라기 보다는 '소풍을 나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스테이지 마다 상황이나 장면의 연출이 대단히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총 16개가 되는 스테이지가 각기 다른 상황이나 장면을 연출하면서ㅡ예를 들어서 왕자가 오염되어서 시간이 촉박한 부분이나, 워리어가 건물을 부숴서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정화를 한다던가ㅡ 게임 내에서 나름대로 긴장감을 줍니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오버는 없지만;) 적어도 소풍 나온 거 같은 분위기를 내지만, 게임의 긴장감 자체를 없애지는 않겠다는 취지겠죠. 그러한 면에서 게임 내에서 전투 또한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동안 트랩만 잔뜩 있다면 게임이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막간에 전투를 집어넣어서 게임플레이에 있어 나름대로의 변화를 줍니다.

사실,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전투는 일반적인 게임에서 '저 놈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가 아닙니다. 애시당초부터 이 게임은 게임 오버가 없으니까요.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에서는 전투가 마치 일종의 미니 게임이며 동시에 연출을 즐기기 위한 막간극입니다. 전투는 단순한 버튼 조합으로 대단히 화려한 연출을 보여주며, 그리고 적들에게 몰렸을 때 생기는 버튼 액션으로 전투를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작에서의 전투를 나름대로 괜찮다고 느꼈고, 그 빈도가 적은 것이 아쉽더군요.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엄밀히 이야기해서 왕자와 엘리카, 이 둘에 초점을 맞춘 케릭터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이면서 수다쟁이지만 싫지는 않은, 너스레를 잘 떠는 왕자와 충실하며 굳은 의지에 신념에 충실한 공주 엘리카라는 서로 반대되는 케릭터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 둘은 스테이지를 정화하고 난 다음이나 혹은 대화 버튼을 눌러서 나누는 잡담은 둘 사이의 관계와 케릭터 형성을 도와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티격태격하다가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마지막 엔딩에서의 왕자의 선택을 보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성우의 연기가 좋기 때문에, 왕자와 공주 두 케릭터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그러한 몇몇 실험을 제외하면 페르시아의 왕자는 미묘한 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게임의 플래이 타임이 미묘하게 짧다는 점입니다. 주요 빛의 씨앗 540개만 모으고 난 뒤에는 게임 엔딩까지는 거의 일직선으로 달려 나간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빛의 씨앗이 1001개라는 점과 은근히 올라가기 힘든 자리나 카메라를 이리저리 잘 돌려야지 보이는 씨앗이 있다는 점 등은 1001개를 모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플래이 타임을 많이 늘려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엔딩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번 페르시아의 왕자는 새로운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리는ㅡ이미 트릴로지로 만들겠다고 발표는 했지만ㅡ 작품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번 작에서 쌓아놓은 엘리카와 왕자, 그 둘의 관계는 다음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가 대단히 기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실험들을 다음 작에서 다듬어서 완성시켰으면 합니다. 뭐, 이 작품 자체로도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고 '게임은 어려워야한다' 혹은 '게임은 아등바등 매달리면서 해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느긋하게 소풍나가는 듯한 기분으로 즐기면 되는 게임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 정화용이나 치유용으로 하기에는 적절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도 아마 가끔가다가 심심하면 게임을 꺼내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2000년 전후는 여러 가지 의미로 RPG의 전성기였습니다. RPG 명가라 할 수 있는 바이오웨어와 블랙아일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발더스 게이트, 플레인스케이프먼트 토먼트, 아이스윈드 데일, 폴아웃 등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추앙받는 여러 RPG들이 이 두회사들로부터 나왔습니다. 폴아웃 1편과 2편은 블랙 아일의 성격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핵전쟁으로 멸망한 미국을 배경으로 플래이어의 행동에 따라 황무지의 구원자에서 미국의 재앙까지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무한한 자유도를 게이머에게 주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의 진행과 퀘스트 간의 유기적인 연관성으로 게이머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퀘스트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폴아웃 3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여러 가지 문제와 우여곡절이 발생하면서, 폴아웃 3는 블랙아일과 인터플레이의 손을 떠나서 베데즈다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폴아웃 3가 베데즈다에서 개발되기까지는 복잡한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블랙 아일은 자체적으로 그들만의 폴아웃 3, 통칭 Van Burren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실제 어느 정도까지는 게임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폴아웃 Wiki나 혹은 게임 웹진 프리뷰를 뒤져보면 Van Burren의 프리뷰나 정보, 설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 아일이 Van Burren을 개발하고 있을 당시, 블랙 아일 스튜디오의 유통사이자 소유주였던 인터플레이는 자금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인터플레이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 블랙 아일을 폐쇄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블랙 아일의 개발자들의 대부분은 후에 재결합해서 옵시디언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지만 그건 블랙 아일을 폐쇄하고 몇 년 지난 다음의 이야기고, 그 당시 개발하고 있던 Van Burren은 프로젝트 자체가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인터플레이는 블랙 아일까지 폐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사정이 대단히 안 좋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 아일 폐쇄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각종 판권 등을 팔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폴아웃의 판권도 껴있었습니다. 당시 폴아웃의 판권을 두고 EA, Eidos, 베데즈다 이렇게 3개의 회사가 경합을 하게 되었고 경합 끝에 베데즈다가 폴아웃의 판권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베데즈다는 1인칭 RPG인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개발사로 엘더 스크롤 시리즈로 나름의 RPG 관을 구축한 개발사입니다. 그 당시, 팬들의 지지도 탄탄했고 나름대로 훌륭한 게임 개발사로 입지를 확립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폴아웃 팬들은 썩 달가와 하지 않는 눈치를 보였는데, 그것은 베데즈다라는 회사의 특징과 블랙 아일이라는 회사의 특징이 과연 서로 맞아 들어가는가 라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블랙 아일이 자유도와 퀘스트 간의 유기적 연관성으로 대단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반해, 베데즈다는 게임 내에 거대한 세계를 설정하고 세계를 탐험하는 것에 큰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베데즈다가 폴아웃 3를 만든다고 한다면 폴아웃 3를 베데즈다 식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폴아웃에 있는 블랙 아일의 특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두가지 큰 과제가 있는 것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베데즈다는 어설프게 블랙 아일을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잘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폴아웃 3는 2007년 G.O.T.Y(Game Of The Year)였던 엘더 스크롤 4:오블리비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게임 엔진도 오블리비언의 개량 버전), 오블리비언의 변형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물론 제가 오블리비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오블리비언을 플레이한 사람들이 많은 유사점과 개선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폴아웃 3는 거기에 핵전쟁 이후의 황폐해진 Catpital Wasteland(워싱턴 DC의 폐허)를 매우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전작들인 폴아웃 1과 2의 관점에서는 뭐랄까, 대단히 아쉬운 폴아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전작들과 비교하였을 때, 폴아웃 3의 메인 스토리와 퀘스트는 대단히 단선적입니다. 폴아웃 1과 2에서는 메인 줄거리(메인 줄거리는 정말 병맛입니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간에요;)가 있으면 그것에 대한 여러 서브 퀘스트 등을 통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가질 수 있었다면, 폴아웃 3는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서브퀘스트가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있다면 Suvival Guide 연속 퀘스트를 하면 메인 퀘스트를 뛰어넘어서 Rivet City로 갈 수 있는 정도?) 물론 이것이 폴아웃 3에 자유도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퀘스트 내부에서 여러 가지 선지가 존재할 뿐이지, 게임 전체 퀘스트를 아우르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원래 폴아웃 특유의 막장적인 선지들(뭐 매춘이나 터키탕, 동성성애, 마약 등)이 많은 부분 줄어들고, 선한 선택과 유치하게 악한 선택지(마치 어린애가 징징짜는 거 같은 선지들입니다;)들로 양분되어 있으며, 퀘스트의 수도 폴아웃 2에 비해서 채감상 줄어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전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게 되면서 미묘하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폴아웃 3는 2007년의 G.O.T.Y 엘더 스크롤 4:오블리비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오히려 오블리비언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전작의 오블리비언이 RPG에서 모험과 탐험이라는 요소를 잘 살려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폴아웃 3 역시 그렇습니다. 기존의 RPG 게임에서 맵이나 배경, 세계는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점과 점의 형태로 이어집니다. 폴아웃 1&2를 보죠. 폴아웃 1&2 에서는 플레이어는 맵 상의 원으로 표시된 영역(점)과 영역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영역과 영역 사이의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죠. 한마디로 점과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완벽하게 죽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발더스 게이트, 아이스윈드 데일 등에서 잘 드러납니다. 물론 폴아웃 1&2 이후, 많은 RPG들이 넓고 연속적인 맵을 차용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플레이어가 출발하는 출발지와 도착지라는 점 사이의 경로(선)이라는 개념을 추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폴아웃 3는 그러한 점과 점, 선과 선의 개념이 아닌 거대한 공간(면)의 개념을 게임에 도입합니다. 한마디로 게이머가 모험과 탐험을 하는데 있어서 경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해매고 다닐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즉, 여태까지 퀘스트나 목적을 위해서 이동하기 위한 통과의례로서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즐길 거리가 된 것입니다. 물론 그 거대한 공간이 빈 공간이면, 공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겠죠. 하지만, 폴아웃 3는 기존의 1&2에서 차용하고 있던 인카운터 시스템을 차용합니다. 인카운터 시스템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이동하는 사이, 무작위로 장소나 상인, 적, 혹은 장소나 던젼을 만나는 시스템입니다. 원래 1&2에서는 소소한 재미를 주기 위한 부가적인 시스템이었지만(뭐 가끔 가다가 외계인들이나, 하늘을 날다 떨어진 고래 시체라던가, 2편에서는 1편에 나왔던 주인공들이 있는 주점 등), 3편에서는 Capital Wasteland를 해매는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이나 장소, 던젼, 적, 이벤트들을 통해서 인카운터 시스템이 게이머에게 진짜 황무지를 해매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폴아웃 3의 장소들은 각각 자기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폐허가 된 지하철, 한 때 중공군이 미국 침략을 위해 잠입한 회사 건물, 핵전쟁 이후 유일하게 남은 고급 호텔, 각종 사회학적 실험을 위해서 지어진 볼트, 심지어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유령 건물 등등 이로 인해서 황무지와 폐허를 탐험하는 재미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폴아웃 3의 게임 플레이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황무지를 해매고 숨겨져 있는 다양한 장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주가 됩니다. 아버지를 찾는 일이요? 그런 일 따위는 뒤로 미루어두세요. 황무지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이 폴아웃 3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제가 폴아웃 3를 자유도나 퀘스트 구성에 있어서 폴아웃 1&2보다 못하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폴아웃 3가 자유도나 퀘스트 구성이 완전히 병신같다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닙니다. 폴아웃 3 자체도 평작 이상의 자유도와 퀘스트 구성을 보여주고 있고(폴아웃 1&2가 지금까지도 독보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대단한 명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모험과 탐험이라는 특징을 더하면 폴아웃 시리즈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신선한 해석을 가한 폴아웃 3가 완성됩니다. 나머지는 게이머인 여러분들이 Capital Wasteland를 어떤 식으로 해맬 것인가라는 즐거운 고민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폴아웃 3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각종 인터넷 게임 웹진에서 2008년 G.O.T.Y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2008년이 수많은 기대작들과 명작들이 출시 되었지만ㅡGTA 4, MGS 4, 데드 스페이스, 기어즈 오브 워 2, 레지스탕스 2, 리틀 빅 플레닛 등등ㅡ, 그 중에서 폴아웃 3를 많은 웹진들이 2008년 G.O.T.Y로 뽑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GTA 4도 2008년 판매량이 정말 많았지만, 마케팅이나 기대도를 다 따져서 실질적으로 2008년 가장 성공한 작품은 폴아웃 3가 아니었나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여간 저는 게임을 모두 클리어하는데 50시간 가량 걸렸지만, 모든 장소를 확인하고 해매는데는 적어도 100시간 전후로 걸린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견해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긴 여정에 대비 하십시요!(Prepare For The Long Journey!)

덧.폴아웃 3 OST를 들으면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OST가 좋군요.
덧2.Yantzee의 Zero Punctuation 버전 리뷰도 나름 괜찮습니다. 한번 보시길.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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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대중문화 코드 중에서 좀비라는 코드는 호러 코드로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좀비(Zombie)는 아이티의 토속종교인 부두교에서 나오는 용어로 흔히 죽은 시체가 다시 일어난 경우를 일컫습니다. 시체의 그로테스크함, 감염의 공포, 카니발리즘 등 좀비라는 코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으로 1970년대 전설적인 좀비 영화의 시작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시작으로 수많은 대중문화의 코드에서 등장하고 있는 괴물이 좀비입니다. 최근에 들어서 워낙이 느린 좀비의 속력이 좀비라는 코드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는 듯 했으나, 최근 ‘28일 후’와 ‘새벽의 저주’ 등으로 달리는 좀비가 등장한 후 새로운 좀비 영화의 장이 열렸습니다.(그전에도 다양한 좀비 바리에이션이 있었지만, 큰 반향이 없었으므로 패스) 그 전까지는 느려터진 덕분에 멀리서 적당히 앉아서 학살 할 수 있었던 양만 많았던 좀비라는 괴물이 이제는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입니다.

게임에서 좀비는 특별하게 주로 다루어지는 소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초반에 나와서 묘지에서 분위기 잡아주고, 죽어서 플레이어의 경험치&점수로 화하는 별 볼일 없는 몬스터였으니까요. 좀비가 본격적인 게임의 소재로 떠오른 것은 바이오 하자드와 하우스 오브 데드부터였습니다. 애시당초부터 바이오 하자드와 하우스 오브 데드가 자체가 B급 좀비 영화를 지향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느릿느릿한 좀비의 컨셉을 들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두 게임은 발매 당시 수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히트와 함께 수많은 아류작과 파생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좀비는 일반 대중에게 흥미를 끌어당기는 요소가 되지 못하였고, 바이오하자드 같은 경우에는 4편에서부터 아예 다른 형식의 좀비(기생충 형태)를 불러 오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28일 후나 새벽의 저주와 같은 형식의 뛰어다니는 좀비를 소재로 하는 게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참고로 바이오하자드 5편에서는 뛰는 좀비가 나오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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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4' Deadㅡ남겨진 '4명'과 죽은자들

Left 4 Dead는 밸브에서 만든 좀비 서바이벌 FPS 게임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좀비 게임들과 다르게 '28일 후'와 같은 빠르고 강한 좀비라는 컨셉에서 시작합니다. 과거 바이오 하자드나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처럼 B급 영화의 정취를 풍기는 게임을 Left 4 Dead도 지향하는 것입니다. 실제 Left 4 Dead의 게임의 끝에서 나오는 크레딧이라던가, 각각의 스테이지를 표현하는 포스터, 그리고 '빌 역(役) ~'의 케스팅을 표현한 점에서 B급 공포 영화의 컨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컨셉 자체는 과거 다른 게임들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영화 같은 분위기를 내게 만드는 점 빼고는 과거의 좀비 컨셉 게임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Left 4 Dead는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을 '협동'이라는 코드를 통해서 이루어 냅니다. 사실, Left 4 Dead 이전의 FPS에 있어서 '협동'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리더에 의해서 좌우되거나,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들의 역할 분담을 통한 철저한 분업을 통한 '이기기 위한' 협동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Left 4 Dead의 '협동'은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입니다. 누가 더 많이 죽이고, 누가 더 점수를 얻는지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Left 4 Dead는 협동을 통해서 스테이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그런 게임입니다.

이러한 협동을 게이머들에게서 이끌어 내기 위해서, Left 4 Dead는 엄청난 양의 좀비와 게이머들을 단번에 무력화 시키는 특수 좀비들을 이용합니다. 개개인의 게이머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녔든 간에, 수많은 개때와 특수 좀비들의 능력 앞에서는 단독으로는 너무나 쉽게 무력화됩니다. 혼자 잘났다고 앞에 나섰다가는 수십마리의 좀비에 둘러쌓여서 다굴맞고 무력화 되거나 쉽게 죽어버립니다. 따라서 생존자들은 뭉쳐서 아군을 공격하는 좀비를 죽이고, 무력화된 아군을 부축하고 치료하는 등 서로를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Left 4 Dead는 FF(Frinedly Fire, 아군을 쏘면 아군이 맞는 것)가 항시 적용되기 때문에 총을 아무생각 없이 난사 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서 게임을 하는 내내 발포를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 난사를 자제하고 팀원들과 붙어 다니는 등의 다른 FPS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Left 4 Dead는 '원시적인 협동'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매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자체가 쏘고, 달리고, 살아남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할 경우에 질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게임 방식은 현제 멀티 위주의 게임들이 지향하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 방식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끼리 대규모 전투를 보여주는 모습 등과 많이 대비가 됩니다. 게다가 Left 4 Dead는 Valve에서 하프라이프2를 위해서 만든 소스 엔진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디테일을 다듬어도 지금 크라이시스나 언리얼 엔진 등의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그냥 '조금 독특한 협동의 개념을 보여주었다'라고 평가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Left 4 Dead는 다른 게임들과 다른 차별성을 지닙니다. 그것은 바로 Valve 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게임 내에서의 연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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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4 'Dead'ㅡ'죽은자들'과 남겨진 4명

Valve는 1998년 11월 20일에 퀘이크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프 라이프를 발매하게 됩니다. 그 당시 수 많은 게이머들은 하프 라이프에 대해 엄청난 쇼크를 먹게 되는데, 당시로서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FPS의 스토리 라인의 강화와 NPC의 등장(비록 원시적이었지만) 등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프 라이프의 최고의 포인트는 바로 게임의 영화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블렉 메사의 정경을 보여주는 기나긴 인트로와 함께 시작하는 게임은 블렉 메사의 분위기, 그리고 여러 가지 복선을 깔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텔레포트 실험을 하면서 고든이 언뜻 언뜻 경험하는 Xen의 세계는 그 당시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하프라이프의 연출과 함께 모드를 만들기 쉽다는 점에서 많은 명작 모드들-카운터 스트라이크, 데이 오브 디피트, 팀 포트리스 클래식, 네추럴 셀렉션 등-을 만들어내게 되었고, 그 결과 하프라이프는 많은 게이머들의 뇌리에 박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하프라이프2, 에피소드 1, 2가 나오고 나서도 모든 작품들이 호평을 받았고(특히 2편은 아직도 PC게임 부분 종합 평점 1위입니다.), 이러한 Valve 식의 영화적인 연출은 강화되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Left 4 Dead에서 이러한 연출력은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일단 이 게임의 기본이자 전체라고 할 수 있는 좀비를 봅시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좀비는 대부분 썩어 들어가는 시체로 처리되곤 합니다. 물론 Left 4 Dead에서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태도를 견지합니다. 하지만 Left 4 Dead에서는 그러한 좀비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서 게임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가령, 여러분들이 어두운 지하실을 지나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4명이서 약한 플래시 라이트의 빛에 의존해가면서 지하실을 탐색하고 있는데, 어렴풋이 무언가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하이톤의 비명을 지르면서 플레이어를 향해서 그 무언가가 달려들고, 그리고 약한 플레시라이트의 불빛 사이로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한 좀비가 뛰어들게 됩니다. 이는 전형적인 좀비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이, 괴물이 인간에게 뛰어드는 장면을 여러분이 직접 주인공의 입장으로 본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자연스럽게 놀라면서 개머리 판으로 좀비를 후려치고, 총을 난사하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Left 4 Dead는 전형적인 호러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 그것을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잘 드러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들이 샷건이나 기관총을 맞고 넘어지는 장면 또한 그 부분에 대한 연출을 신경쓴 측면도 많이 보입니다. 앉아쏴 자세로 샷건을 갈길 때 좀비들이 마치 100m를 전력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돌부리에 채여서 넘어지는 모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팔 다리에 총을 맞았을 때 팔다리가 작살 나거나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모습, 그리고 머리가 날아가거나 머리를 맞고 힘없이 풀썩 쓰러지는 좀비의 모습 등은 좀비의 모션 자체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좀비들이 방안에 멍하니 서서 비틀비틀 거리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부분은 마치 미친 사람이 멍하니 서서 계속 뭐라 중얼거리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에 게임 분위기 형성에 있어서 대단히 자연스럽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좀비 연출의 압권은 당연 대량의 좀비 러쉬에서 빛을 발합니다. 처음에 긴 포효로 시작되면서 음악이 점점 비트가 강하고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통로 끝 코너에서 400M 결승에서 막판 50M를 앞둔 주자들처럼 좀비들이 달려오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또, 환풍구 통로나 건물 옥상에서 마치 격렬한 물줄기 처럼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이나 자연스럽게 난간에 매달려서 기어 올라오는 좀비들의 모습들은 자연스럽고, 대단히 연출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는 모습은 실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연출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바로 AI 디렉터 시스템입니다. AI 디렉터 시스템은 게임 내의 AI 디렉터가 좀비와 특수좀비의 위치를 랜덤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같은 맵을 플레이 하더라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Left 4 Dead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디렉터가 해봤자 AI수준 밖에 안되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매번 매번 좀비와 특수 좀비의 위치를 바꾸어서 실제 같은 맵이라도 다른 맵처럼 느껴지는 맵구성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좀비들에 의해서 게임의 긴장과 분위기가 결정되는 Left 4 Dead에서 AI 디렉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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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4 Deadㅡ'남겨지게 된' 생존자 4명과 죽은자들

결과적으로 Left 4 Dead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다만 두가지 정도의 문제점을 제외한다면요. 일단 첫번째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연출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지친다'라는 의미는 '지겨워 진다', '질린다'하고는 차이가 납니다. 게임은 대단히 재밌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특수좀비들과 좀비들을 경계하기 때문에 대단히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게다가 게임 자체도 연출적으로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게임을 하는 게이머를 대단히 지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컨텐츠의 부족입니다. 사실 전체 시나리오가 4개이고, 총 20개의 맵이 있습니다만,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대단히 짧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협동과 대전 모드로 구성된 게임 모드들은 어떻게 본다면,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볼륨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Left 4 Dead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하프라이프로 대변되는 Valve의 게임들과 나란히 놓아도 전혀 모자른 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Valve의 게임들이 늘 그렇듯이 후에 모드나 스킨 등의 커스터마이징이 대단히 원활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을 한다면, Left 4 Dead의 전망은 그렇게 어두운 것이 아닙니다. 실제 게임 발매 일주일도 안 되어가는 지금, 조지 로메로의 기념비적인 '시체들의 새벽'과 그 리메이크작 '새벽의 저주', '데드 라이징' 등에서 다루었던 거대 쇼핑몰을 지금 맵으로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물론 No More Room In Hell이라는 모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지만)과, 최근 Left 4 Dead의 팬아트 컨테스트에서 대단히 고 퀄리티의 팬아트들이 수십개가 올라왔다는 점을 고려를 한다면(적어도 제가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40~50개 정도, 진짜 물건이다 싶은건 10~20개 정도) 팬들이 Left 4 Dead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대감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감은 하프 라이프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게임 모드와 맵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eft 4 Dead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eft 4 Dead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근래 멀티 위주의 게임 중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따라서 최근 할만한 FPS 게임을 찾고 있는 분이라던가, 호러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던가, 혹은 기존의 Valve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을 하는 게임입니다.

덧.스팀판은 11월 17일 발매, 12월 12일에 EA에서 정발입니다(36,000원선?)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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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보드 게임의 장르 중에서 TCG(Trading Card Gam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각각 능력이나 역할이 다른 카드들로 구성된 덱을 가지고 상대방과 대전을 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자면 Magic The Gathering, 유희왕 등의 게임들이 여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TCG를 컴퓨터 기반의 게임으로 옮긴 사례중, 가장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MTG 온라인, 혹은 우리나라에서는 판타지 마스터즈(일명 FM)가 있습니다. TCG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카드와 자신의 구미에 맞는 덱을 짜서 상대방과 겨룰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외로 은근히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유희왕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상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스펙트로멘서는 잘 만든 게임입니다. 숙지하기 쉬운 룰과 싱글플레이에 있어서 독특한 미션들, 그리고 멀티플레이와 레더 시스템 등은 게임을 오래 잡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지,화,풍의 속성과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특수 종족들도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에 있어서 전략의 차별성을 둘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스펙트로멘서가 TCG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그 질문에 대해서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스펙트로멘서는 플레이어가 덱을 짜거나 등의 카드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은 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 지, 화, 풍 이외의 5번째 종족을 결정하는 정도입니다. 나머지 본 게임에서 나오는 카드들은 모두 다 각 클래스의 16종의 카드 중에서 컴퓨터가 랜덤으로 4장-소비하는 마나의 양에 따라 그 종류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을 선택하고, 플레이어는 20장(4장X5가지 속성)을 이용해서 상대와 겨루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만 놓고 본다면 스펙트로멘서는 전략성이 거의 없는 듯하게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전략 게임이라는 것은 자신의 전략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일종의 가위, 바위, 보 같은 것이지요. 시기에 따라서 유연한 대처를 하고, 이를 통해서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전략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스펙트로멘서는 TCG에 있어 전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카드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다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TCG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려를 하면, 스펙트로멘서가 왜 덱 구성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는지 이해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TCG는 다양한 카드와 그 특성을 이용한 전술이 중요한 만큼, 각각 카드들의 특징에 따라서 상성관계가 심하게 형성됩니다. 일단 TCG가 게임 내에서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서 카드의 수를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처음 나왔던 카드들과 나중에 나왔던 카드들의 성질이나 상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 카드들과의 벨런스가 안맞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TCG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자니 벨런스가 붕괴되고, 그렇다고 컨텐츠를 추가 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물론 각각의 TCG 게임들은 카드들의 벨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만ㅡMTG는 카드 추가를 하는데 있어서, 수학자들을 동원해서 벨런스 조정을 한 뒤에 몇 년에 한번 씩 카드 추가를 하고, 유희왕은 그냥 예전에 겨우 맞춘 벨런스를 새로운 카드들이 부수고 새롭게 맞추는 형식이고, FM 같은 경우 카드 회수 리콜을 통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등ㅡ, 이러한 방법들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스펙트로멘서가 택하는 방법은 특이하게도 덱 구성을 제거하고, 랜덤으로 덱을 구성해서 서로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이용한 전략을 통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양 게이머 공통으로 4개의 속성을 가지게 해서, 극단적인 전략 전술의 차별화를 배제하였습니다. 이는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임기응변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TCG에 있어서 덱에 따른 전략의 다양성을 많은 부분 배제하는 대신에,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각 속성의 카드들은 전체적으로 모두 쓸만한 능력을 지녔고,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전략 구성이 힘들 것으로도 보이지만, 이는 게이머가 선택하는 5번째 속성에 의해서 어느정도 커버되는 단점입니다. 5번째 속성은 각 속성마다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데, 예를 들어서 죽음 속성은 강력한 한방이나, 살을 깍아서 뼈를 취하는 특징을 지닌 카드들이 있고, 성(聖) 속성은 케릭터나 유닛들의 체력을 보호하거나 버티기용 탱커 유닛들이 있다던가, 기계 속성은 순수한 데미지 딜링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 등은 각 속성에 따라서 전략의 변화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스펙트로멘서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TCG가 가지고 있는 덱구성의 문제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체택한 임기응변식의 전략 구성도 적절하고, 또 그러한 경우에 전략의 몰개성화를 커버하기 위해서 5번째 속성에 많은 무게를 부여한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버릴 카드가 없다는 점 등은 대단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게임을 TCG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한다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스펙트로멘서는 TCG를 지향한다기 보다는 전략 게임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TCG라는 소재를 빌어서 만든 훌륭한 전략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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