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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GTA 이후, 오픈 월드 방식의 액션 게임은 하나의 조류가 되었습니다. 마피아, 세인트 로우, 레드 데드 리뎀션 등등 다양한 게임들이 GTA와 같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죠. 그리고 점차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래픽과 CPU의 성능이 점점 강화 되면서, 확장된 게임 규모와 화려하고 다채로운 이펙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되면서 기존 대중문화의 슈퍼 히어로물과 GTA 류의 오픈월드 액션 게임을 결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액션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형 게임으로 크랙다운과 인페이머스, 그리고 프로토타입이 있죠.

 프로토타입은 대중문화의 전형적인 음모론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바이러스 병기와 그로 인해 초인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 정부의 추적과 최악의 생물학적 재앙 등 각종 대중문화의 생물학적 재앙에 대한 코드들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바이오하자드나 페러사이트 이브 등 에서 많이 사용된 코드죠. 하지만, 프로토타입이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점은 바로 '완벽한 대규모 카오스'의 재현입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디테일함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한 화면에서 여태까지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오브젝트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바이러스로 인해 군인, 민간인, 감염체, 그리고 주인공으로 아수라장이 된 뉴욕시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프로토타입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게임 내에서 액션은 호쾌합니다. 주인공 한명이서 수백명의 군인, 장갑차, 탱크, 수천명의 감염체들을 거침없이 도륙냅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자신의 몸을 변형시켜서 공격을 하거나, 탱크나 헬기를 탈취하여 공격, 자동차를 집어던지거나 총을 쏘거나 등의 다양한 공격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전투 방식은 게이머의 플래이에 따라서 부드럽게 전개가 되는데, 그렇기에 게임 내에서의 전투는 막힘이 없습니다. 여태까지 나온 '무쌍'류의 게임을 제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도륙낸다'라는 컨셉을 가장 잘살린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게임 내에서 액션을 제외하면 남는 점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프로토타입에는 여러가지 게임 요소-잠입과 파쿠르, 요인보호 등-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비중은 상당히 작습니다. 사실상 게임내에서 미션의 해결방법은 거의 대부분이 '학살' 또는 '폭력'으로 귀결되죠. 그렇기에 미션은 다양한 구성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반복적인 느낌이 많이 듭니다. 또한 게임 내의 다양한 이벤트들 역시 거의 대부분 전투에 관련된 미션이기 때문에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느낌이구요.

 그리고 게임 내의 스토리 텔링과 게이머의 자유도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프로토타입은 기본적으로 'Web of Intrigue'(맞나;;)라는 배경 스토리를 설명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프로토타입에서 'Web of Intrigue'을 포함한 전체적 스토리는 훌륭한 편이며, 민간인을 흡수하여 기억도 같이 흡수하는 참신한 시스템을 이용한 것도 높게 평가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가 상당히 단선적이고, 이야기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 'Web of Intrigue'를 모으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짜증난다는 점입니다(이벤트로 흡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행인들 중에서 랜덤하게 생기는 지라...) 그리고 'Web of Intrigue' 자체가 상당히 난잡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서 다 플래이하고 나서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결론적으로 프로토타입은 액션에 특화된 게임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의 완성도는 액션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액션에서 보여주었던 게임의 완성도와 훌륭한 연출, 완성도 있는 스토리와 몇몇 참신한 시도 등을 고려하였을 때, 게임 자체의 기초는 탄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작은 전반적으로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었지만, 다음 작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 보완하였으면 좋겠네요.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멀티플레이-Quick And Dead.

 기본적으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멀티플래이의 기본적인 구조는 다른 FPS 게임들의 멀티플래이 구조와 비슷합니다. FPS 게임의 기본 팀 데스메치, 캡쳐 더 플래그, 근래 각광받고 있는 도미네이션, CS의 폭파 미션을 속도감 있게 변형한 데몰리션 등 기존의 FPS 게임들에서 많이 보아왔던 게임 방식을 보여주고 있죠.

 MW2가 다른 FPS 게임과 차별되는 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MW2 특유의 자극적인 연출과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입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킬캠입니다. 과거 4편에서 킬캠을 통해서 '적이 자신을 죽이는 장면을 감상한다'라는 요소를 통해 게임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었고, 이번작에서도 킬캠은 여전히 건재하여 게이머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듭니다. 그리고 리스폰 타임 없이 바로 바로 리스폰 되어 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은 게임의 속도감을 올리는 역할을 하며, 몇몇 게임 모드(ex. 도미네이션, CTF 등)에서는 지속적인 반격기회를 제공하여 공수 전환을 빠르게 합니다. 그리고 도전과제 및 진급의 요소, 과제를 달성 할 때의 자극적인 음향 효과, AC-130과 초퍼 거너 등을 불렀을때의 현란한 화면 연출 등은 싱글 플레이의 출중한 연출력이 잘 드러나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두번째는 장비와 퍽(Perk)을 통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의 다양화입니다. 물론 다른 게임들 또한 멀티에서 장비와 특성, 혹은 클래스를 통해서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드러내었지만, MW2는 장비와 퍽, 그리고 보조 장비들의 선택에 따라서 타 게임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정도로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이는 각각의 총기와 보조 장비, 퍽들이 갖는 개성과 장단점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죠. 각 총기류는 연사속도, 집탄율, 데미지, 사거리, 그리고 심지어는 조준자(이거 은근히 중요합니다)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퍽을 조합함으로서 ACOG(Advanced Combat Optical Gunsight)+라이플 조합의 원거리 대응 준 스나이퍼에서부터 칼+SMG 조합의 초 근거리 전투형까지 다양한 게임 스타일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게임 스타일과 자극적이고 속도감있는 게임 진행은 MW 2가 다른 게임보다 더 중독적이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입니다. 특히 과거 FPS들이 리스폰 타임을 두어서 게임의 진행 속도를 조절한데 반해서 MW 2가 기본적인 FPS 멀티 뼈대에 리스폰 타임 자체를 삭제하는 등의 요소를 추가하여 게임 진행을 화끈하게 만든 점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MW 2의 멀티플레이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PC판 기준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전용 서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IW.net 기반의 매치 메이킹 시스템이 방 검색이나 게임하는데 불편하다던가 등의 문제는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핑은 잘 나오는 편이며(물론 약간의 노가다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랙은 크게 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게이머 중 한명이 호스트가 되어서 서버 역할을 맡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안한 부분이 많습니다. 핑이 잘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이유 없는 랙 현상, 호스트가 게임을 끝낼 시에 발생하는 호스트 이전의 문제(그래도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해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잘 안나가서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등은 가끔씩 사람을 짜증나게 만듭니다.

 물론 인피니티 워드가 PC 판에서 전용 서버를 삭제한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제 PC는 게임 시장에 있어 스텐다드가 아니라 곁다리니까요. 따라서 콘솔(PS3/Xbox 360)의 매치 메이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콘솔의 스텐다드를 PC에 적용하여서 별도의 비용없이 게임을 운영하겠다는 점이죠. 그리고 PC 판에서의 고질적 문제인 소위 '작업방' 문제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아예 전용 서버를 없애버린 것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피니티 워드의 결단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TF 2 서버를 예로 들어보죠. TF 2 서버는 각 서버마다 무기 제한이나 맵 제한을 걸어놓거나 다양한 옵션 등을 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서버를 찾아 들어갈 수 있죠. 즉, 각 플레이어의 개성이나 여건에 맞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MW 2의 IW.net을 통한 매치메이킹 시스템은 편리하기는 합니다만, 예전부터 있었던 PC 유저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듯해서 아쉽더군요.


Spec Ops - 새로운 협동 미션

 근래 2년 동안 멀티플래이에 있어서 새로운 화두는 바로 '협동'이었습니다. 게이머와 게이머 간의 '경쟁' 혹은 '갈등'이 아닌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협동은 근 2년 동안 새로운 멀티플래이 양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L4D와 L4D 2, 킬링 플로어, 아미 오브 투 등이 있고 근래 스플린터 셀:컨빅션에서 2인 협동 플래이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MW 2도 이러한 대세를 이어받아 스펙 옵스라는 새로운 게임 모드를 추가하기에 이릅니다. 싱글 미션의 변용 또는 새로운 내용의 미션을 추가한 스펙 옵스는 싱글 또는 2인 코옵으로 진행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미션을 해결하죠. 예를 들자면 친구가 땅에서 뛸 때, 저는 AC-130으로 친구를 커버하는 이런 식의 미션으로 구성됩니다.

 게임의 목표는 기록 갱신. 일정 기록을 달성하여 별을 모으면, 후에 다음 미션군이 풀리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별을 모으기 위해서는 코옵이 필수적이기에 싱글 미션 몇번 깨작 거린거 말고는 딱히 정보가 없습니다(.....) 사실 콜옵 시리즈 입장에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개념이기는 한데,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친구'가 있어야만 게임이 된다는 점입니다(공개 모집이 안됨)


마치며 

 MW 2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일단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게 재미없는 게임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란 걸 생각하면 말이죠. 하지만, MW 2는 재미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하였습니다.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서, 혹은 판매량을 위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점에서(특히 싱글) MW 2는 씁쓸한 게임입니다. 물론 멀티는 정말 재밌고, 싱글도 훌륭한 경험입니다(이는 이전 콜옵 시리즈를 안했다는 전제 하에서) 적어도 사서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란건 보장해드릴수 있겠네요.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The 'Modern Warfare'

서구 문명 역사에 있어 파괴적이고 광적인 정점이자 결과인 2차 세계 대전은 현대 국가 간의 총력전(Total War)이 '누가 전쟁에서 이기든 더이상 승자는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켜준 전쟁이었습니다. 수백만명의 민간인 피해, 명백히 자행된 인권 유린, 학살, 숙청, 군국주의 등의 참혹한 결과는 현대 국가가 효율적이고 이성적, 합리적으로 인간을 멸종 시킬 수 있는가를 자명하게 드러내었죠.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말, 두 번의 폭격, 두 개의 폭탄이 국가들의 전쟁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게 됩니다. 바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죠. 단 두방의 폭탄에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원폭의 중심지를 아직까지 불모지로 만들어버린 이 사건은 만약 현대에 있어 총력전(=핵전쟁)은 승자나 패자는 커녕 세계 자체를 멸망 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습니다. 이후, 이러한 두려움은 미소 양 진영간의 몇 번의 대리전과 정치적 외교적 신경전 및 무한 군비 증강으로 드러나는 냉전(Cold War)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죠.

여기서 현대전(Mordern Wafare)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현대전은 국가의 모든 국민, 산업, 과학 기술력을 쏟아 붓는 전쟁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병사를 훈련하는데 오랜 기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소수 정예 부대와 최첨단 과학 기술력만을 집어 넣어서 만든 값비싼 무기 및 장비들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적군을 제압, 살상하는 전문화, 첨단화된 전쟁 개념인 것이죠. 이러한 전쟁 개념이 잘 드러난 사례가 두 번에 걸친 이라크 전입니다. 이라크 전은 스커드 미사일을 이용한 정밀 폭격, 지하 벙커를 폭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벙커버스터, UAV 무인 정찰/폭격기 프레데터 드론,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 각종 첨단기술이란 첨단 기술은 모두 이용한 전쟁이었고, 실전 '결과'에 있어서도 놀라운 전공을 거두었죠.

현대전이 전쟁사에서 갖는 또다른 특징은 바로 '전쟁의 엔터테인먼트 화'입니다. 물론 과거 역사에서도 군대나 군사 관련 소재를 인간이 취미로 삼았다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전이 과거의 취미로써 군사학과는 다른 점은 바로 매스컴을 통한 대중문화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전쟁의 오락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례가 바로 이라크 전입니다. CNN의 실시간 보도를 통한 전쟁의 '스펙타클'한 면모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고, 이 때 많은 사람들이 CNN 보도를 마치 안방 드라마 보듯이 즐겼죠.

그 후, 이와 같은 현대전의 개념은 게임, 영화, 만화 등의 다양한 대중문화에 흘러 녹아들었고, 지금은 밀리터리 물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조류가 되었습니다.




Call Of Duty:Modern Warfare 2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엑티비전에서 유통하는 전쟁 FPS입니다. 트라이아크와 인피니티 워드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작품을 만들고, 만든 작품마다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주면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죠. 이 덕분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근 1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인기 프랜차이즈입니다.

전통적으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7년에 인피니티 워드는 기존 시리즈 공식을 깨고 최초로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모던 워페어를 개발했습니다. 결과는 공전의 유래 없는 대성공이었죠. 현대전의 한 복판에 있는 듯한 현장감,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싱글 플레이,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멀티플레이까지 모던 워페어는 당시 게이머에게 있어 완벽한 게임이었죠. 모던 워페어 2가 나오기 전까지의 2년 동안 총 판매 누계 1300만장, Xbox 라이브 동시 접속자 수 Top 3 등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2009년, 모던 워페어의 후속작 모던 워페어 2가 발매 됩니다. 그리고 모던 워페어 2는 지금까지의 존재해왔던 게임 기록들을 모조리 갈아 치워버립니다. 첫날 판매량, 첫주 판매량, 예상 판매량, Xbox 라이브 동시 접속자 수 등등 한 때 넘을 수 없는 기록으로까지 취급 받았던 GTA의 기록을 거침없이 깨버리고 말았죠.






The Campaign:For The Record

싱글 플레이는 전작의 5년 후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5년전 러시아 신 국수주의자인 자카예프의 죽음 이후로 러시아는 국수주의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은 자카예프의 충실한 부하였던 마카로프를 쫒던 도중, 러시아 공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의 주모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고 이로써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하죠.

싱글 플레이는 짧고 강렬합니다. 총 6시간이라는 액션 게임의 평균 싱글 플레이 시간보다 짧은 시간(F.E.A.R. 2만 해도 10시간 가까이 되었습니다)을 보여주지만, 그 6시간을 아주 정신없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싱글 플레이는 시리즈 특유의 현장감과 영화적 연출을 잘 살려내는데, 케릭터의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진행합니다. 또한 정신없는 총격전과 이벤트들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 훌륭하게 설계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출과 재미를 제외하고 스토리의 완성도는 상당히 엉성합니다. 미션마다의 완결성은 높지만, 미션 모두를 모아놓고 본다면 미션이 각각 따로 놉니다. 예를 들어 보죠. '굴라크' 미션은 전쟁의 주범이자 초 국수주의자인 마카로프가 미국인 보다 더 증오한다는 죄수를 확보, 탈출시키는 미션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미 미국-러시아 사이의 전쟁은 발발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 죄수가 무슨 소용이 있죠? 그리고 죄수를 확보했다손 치더라도, 마카로프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 덫에 걸릴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의 스토리 라인은 구멍이 난 치즈 마냥 허점투성이입니다. 또한 싱글 플레이 역시 재미에 비해서 단조롭습니다. 1자형 단선 진행은 FPS 게임이다 보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지만, 게임 내용 죄다 숨고 총 쏘고 숨고 총쏘고 숨고 총쏘고.....엔딩을 보고 난 뒤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한건 총쏘는 거 말고는 한 게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정말 재밌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됩니다.




하지만 게임 내적 요인보다 게임 외적으로 보았을 때, 모던 워페어 2는 문제가 많은 게임입니다. '현대전'이란 개념이 대중문화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로서 자리잡은지 꽤 되었습니다만, 모던 워페어 시리즈 만큼 이를 잘 풀어낸 경우는 찾기 힘들죠. 문제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제작사인 인피니티 워드가 이러한 '현대전'의 엔터테인먼트 적인 개념에만 집중을 하고, 전쟁의 잔학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현대전'의 개념에서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극한으로 이끌어내어 만든 것이 모던 워페어 시리즈입니다.

이번 작에서는 주요 작전지역 중에서 미국이 나옵니다. 미국의 테러 행위에 분노한 러시아가 미국 본토를 침공하기 때문이죠. 즉, 게임 내에서 미국이 '불타는 모습'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러한 일련의 미션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멋지게 나오지만, 본질적으로 파고들면 얼마나 이 미션들이 소름끼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전화(戰火)에 휩싸이는 것, 그것은 현재 국제 질서의 중심축이자 경제의 중심인 공간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국제 질서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컨대, 미국이 불탐으로 세계 정세는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지금까지 게이머들은 수많은 세계적 위기 상황(?)을 다루어왔죠. 외계인, 템플 기사단, 악마, 괴물, 미치광이 과학자, 인류를 말살하려는 사이보그 등등, 하지만 실존하는 국가간의 충돌, 그것도 실존하는 '공간'에서 충돌한 적은 극히 드물었죠. 특히 게임에 있어 현대 미국 본토에 대한 타 실재 국가의 침공은 전무후무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자국을 공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미국 본토에 대한 침공은 여러 가지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하게 재미를 위해서 미국 본토를 불태우기에는 미국의 붕괴로 세계가 입을 피해가 너무 많죠. 그런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다루지 않고, 단순하게 전쟁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기엔 게임을 만든 제작사가 무책임하거나, 자각이 없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현대전이 흥행이 잘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이기는 하지만, 너무 자극적으로 풀어낼 때 그 오싹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습니다.



'No Russian' - Remember, No Russian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 발매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No Russian' 미션입니다. 게이머는 미국 CIA 잠입 요원이 돼서 마카로프가 러시아 공항을 테러하는 것을 돕게 되죠. 즉, 총기로 비무장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돕는 것이 게임의 주요 미션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던 워페어 2의 이 공항 학살 미션은 가장 잔혹한 장면으로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게임도 비무장의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테러리스트(물론 잠입한 CIA 요원이라는 설정이지만)가 돼서 말이죠.

물론 GTA 같은 경우에는 범죄자가 돼서 자신이 기분 내키는 데로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은 아예 인간을 찢어 발겨서 채력 회복 용도로 쓰고, 더 심한 맨헌트나 포스탈 같은 경우에는 인간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죽일 수 있죠. 하지만, 모던 워페어 2가 이들보다 더 잔인한 이유는 모던 워페어 2는 바로 언제,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테러라는 소재를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테러는 과거의 개념도 아니고 소멸된 개념도 아닙니다. 지금 현재,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심지어 자신까지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는 소름끼치는 개념입니다. 또한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현대전 및 근대전에서 금기시 되었던 사항이고, 테러의 효과는 일반 대중에게 '공포'를 확실히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확실합니다. 그렇기에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표현하기 위하여 테러라는 수단을 빈번하게 사용하죠.

'No Russian' 미션이 더더욱이나 소름끼치는 이유는, 그 테러의 목적이 정치적 사상의 표현이나 요구가 아닌 미국과의 더 큰 전쟁을 위한 초국수주의자의 희생제의였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국민을 제물로 바쳐서 전세계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큰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 것은 이미 일반적인 테러의 범주를 뛰어넘었습니다. 이건 테러가 아니라 순전한 광기입니다.

더군나나 이 미션에서 게이머인 CIA 잠입 요원은 죽어서 미국-러시아 전쟁의 불씨를 제공합니다. 즉, 미션이 갖는 논란성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의 미션의 중요성과 게이머의 역할은 지극히 수동적입니다. 분명 게임 내에서 주인공은 게임 내에서 테러를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이 수십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팔짱끼고 지켜보는, 아니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No Russian' 미션은 사실 전체 미션을 놓고 따져보았을 때, 가장 의미가 없는 미션이고, 꼭 플래이할 필요도 없죠. 이러한 사족과도 미션을 만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전에도 인피니티 워드는 '현대전'이란 소재를 자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전작 모던 워페어에서 핵을 터트리고, 피폭자의 시점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상황을 게임 내에 넣었습니다. 그 미션은 2007년도 가장 역겨웠던 미션으로 뽑혔죠.

이번 모던 워페어 2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전이란 소재를 자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테러라는 개념을 게임 내에 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언론들이 이 미션에 대해 보도하였고, 하는 사람마다 이 미션을 거론하였죠. 마케팅 전법으로서는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던 워페어 2는 재밌죠. '현대전'이란 개념이 주는 파괴적이며 중독적인 매력과 전장의 긴박감, 영화 같은 연출은 다른 게임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 재미를 떠나서 좀 더 게임을 팔아먹겠다고 게임 내에 수많은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는 미션을 집어넣는 것이 과연 옳은가의 문제는 별개로 보아야 합니다. 이건 도의적인 문제입니다.

일전에 사실적 폭력과 고문을 보여준 '마터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자극에, 자극에 의한, 자극을 위한 대중문화는 결국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자극(사드의 소돔 120일 처럼)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모던 워페어 2 같이 현대전이란 실재하는 개념이 갖고 있는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배제하고 극한의 자극과 재미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테러라는 개념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큰 문제입니다.

'No Russian' 같은 충격을 주는 게임들이 쉽게 나올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문제는 모던 워페어 2라는 아주 '성공적인 선례'가 등장하였고 이런 내용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인기를 끌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군요.



멀티플레이 및 스펙옵스에 대한 리뷰는 下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RPG와 FPS 장르가 등장한 이후로, 근 10년 동안 수많은 게임들이 FPS와 RPG의 혼합을 시도해왔습니다. 데이어스 엑스, 헬게이트, 헉슬리, 타뷸라 라사 등등...하지만 지금까지 데이어스 엑스를 제외하고는 이 두 장르의 결합이 성공적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디아블로 의 개발자였던 빌 로퍼가 야심차게 준비한 헬게이트는 문자 의미 그대로의 '헬게이트' 였으며, 리차드 게리엇이 NC 소프트의 자본 수십억을 들여 만든 타뷸라 라사는 우주 먹튀 작품이었죠.

'브라더 인 암즈' 시리즈로 유명한 기어박스 소프트의 '보더렌드'는 지금까지 나왔던 FPS와 RPG 장르적인 결합을 시도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보더렌드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RPG+FPS의 결합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데이어스 엑스를 제외하고)

보더렌드의 시스템은 단순합니다. 죽이고, 쓸고, 강해지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디아블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장르로서의 공식을 갖추기 시작한 헥 엔 슬레쉬(Hack & Slash) RPG에서 완성되었죠. 하지만 보더렌드는 기존 탑뷰 형식의 헥 엔 슬레쉬 RPG와는 많이 다릅니다. 이는 보더렌드가 기본적으로 SF적인 분위기의 슈팅 게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더렌드가 처음으로 RPG+FPS 장르에서 슈팅을 중시한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왔던 대부분의 RPG+FPS 장르의 게임들이 건 슈팅을 지향했습니다. FPS로는 기본적으로 근접전의 박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디아블로 이후로 나온 RPG+FPS 게임들도 대부분 디아블로 식의 죽이고, 쓸고, 강해지는 게임 스타일을 지향했고, 보더렌드 또한 그런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엄밀히 이야기해서, 본질적으로 보더랜드는 전에 나왔던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더랜드가 다른 RPG+FPS 장르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기존의 디아블로 형식의 게임들 중에서 가장 그러한 죽이고, 쓸고, 강해지는 공식에 집중하였기 때문입니다.






Guns! Guns! Guns!

보더랜드를 홍보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문구중 하나는 '50만 개의 무기!'입니다. 물론, 게임 상에서 고유한 50만 개의 무기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보더렌드는 과거 디아블로가 채택했던 접두어+접미사+무기 종류 조합으로 무기의 종류를 만들어내는 무기 생성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즉, 접두사와 수식어의 조합, 무기 각 파트 별 능력치의 조합, 그리고 무기의 전반적인 성향을 결정하는 무기 제작사 등의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으로 서로다른 능력치를 지닌 무기를 만들어내죠.

하지만, 이는 보통 디아블로 류의 RPG를 표방하는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취하고 있는 시스템이죠. 그러나 보더렌드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각각의 총기 스펙에 따른 총기의 차별화를 하는데 성공합니다. 즉, 옵션에 따라서 같은 무기군에 속해있는 무기들끼리도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5X 줌, 2발 장전, 높은 정확도, 속성을 갖춘 리볼버는 스나이핑 용도로 사용하지만, 산탄 옵션 X7, 6발 장전, 낮은 정확도의 리볼버는 근거리 샷건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이와 같이 무기의 옵션 및 성능 차에 따라서 무기의 운용방법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상항에 따른 무기 사용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무기의 생성은 게이머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기의 타격감은 훌륭합니다. 각 총기류의 발사 효과음와 이펙트는 여태까지 나왔던 FPS 게임들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각 무기에 붙어 있는 속성이 이펙트로 나타날 때, 그 시원함이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Wild Wide Planet

보더렌드의 배경이 되는 행성은 '판도라'라고 하는 은하계 변방의 행성입니다. 한때, 대기업이 이 행성을 사들여서 외계인 기술을 발굴하려 했지만, 호전적인 기후와 토착 생물 등에 의해 발굴을 포기하고 두손 들고 나가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사막과 황무지, 쓰레기들이 잔뜩 쌓인 환경에 호전적인 토착 생물들과 완전히 맛이 가버린 무법자들의 본거지입니다.

보더렌드는 이러한 환경을 독특한 느낌의 그래픽으로 살려내고 있습니다. 굵직한 테두리 선과 뚜렷한 색감 대비의 사용, 케릭터나 사물에 나있는 세세한 잔선 표현 등을 통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죠. 이러한 그래픽을 토대로 게임은 다양한 환경을 표현합니다. 거대한 쓰레기장, 광산, 굴착기, 황야 등등 독특한 배경을 통해서 게임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성공하죠.

적 디자인도 이와 같은 분위기에 잘 들어 맞습니다. 완전히 미쳐버린 사이코들과 돌연변이들, 무법자, 들개, 거대한 바퀴벌래 등등으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각 적들에 따라서 적들의 약점을 다르게 하고, 공격이나 움직임들을 차별화하여서 다양한 적들과 싸우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더렌드는 독특한 적들과 배경을 통해 게임 전반에 다른 게임이 지니기 힘든 아우라를 지니게 됩니다.





Gunman Live Forever

보더렌드는 RPG+FPS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는 만큼, 고유한 특징을 가진 케릭터들의 육성도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4명의 케릭터들은 각각 고유한 엑티브 스킬 하나와 각 케릭터당 21가지의 패시브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시대가 시대인데 고작 엑티브 스킬이 하나 밖에 없는게 말이 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패시브 스킬의 존재로 게이머의 플레이 성향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게임은 주로 싱글이 아닌 멀티플레이에서의 협동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협동 플레이 같은 경우에는 디아블로와 비슷하게 참여하는 게이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게임이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를 취합니다. 적들은 더 강해지고, 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충원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강화형 적들도 싱글에 비해 더욱 늘어납니다. 하지만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그렇기에 협동 플레이의 게임 플레이는 싱글에서 느낄 수 없는 속도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Anything Wrong?

그렇다고 해서 보더렌드가 완벽한 게임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보더렌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이 게임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게임이 디아블로 류의 헥 엔 슬레쉬 RPG에 기본을 두고 이를 FPS 형식으로 옮긴 점은 훌륭했지만, 그 외에 보더렌드만의 특색이 없다는 점입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게임 플레이 자체가 거대한 노가다입니다. 1)퀘스트를 받은 뒤에, 2)어디 가서 적들을 싸그리 죽이고, 3)죽인 뒤에 아이템을 줍고, 4)다시 돌아가서 퀘스트를 완료하고, 5)다시 1번에서 4번을 게임 끝날 때까지 무한 반복....이렇게 단순한 구조의 반복입니다. 중간에 게이머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죠. 기껏 해봤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돌아다니는 것 정도 밖에 없군요. 또한 퀘스트의 내용도 다 비슷비슷 해서, '~가서 ~를 죽여라', '~가서 ~을 찾아와라' 등의 대부분 다 단순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스토리는....한숨이 나오더군요.

따라서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초반의 놀라움에서 후반부의 단조로움(맵 구조, 적, 퀘스트의 반복)에 질리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제공하는 재미가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에 쉽게 질릴 일은 없습니다만, 게임 내의 즐길거리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은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더렌드는 기본에 대단히 충실한 훌륭한 게임이기는 합니다만, 기본을 빼면 도저히 남는게 없는 게임입니다. 물론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 게임이 아닌 그 어떤 것이라도 알파이자 오메가일 정도로 중요하고, 게임 자체의 재미도 상당하기에 어느정도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만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점에서 묘한 게임입니다. 하여간, FPS나 RPG를 좋아하시거나, 디아블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해볼만한 가치는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이 걸어온 역사는 B급 좀비 호러 영화의 발자취와 유사합니다. 음산한 거대 저택에서 B급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낸 1편, 질병이 도시로 퍼져나가서 도시가 파괴되는 것을 보여준 2편과 3편, 열차라는 폐쇄 공간과 1편의 거대 저택을 의식적으로 리메이크 한 느낌인 제로, 외딴 섬과 남극의 비밀 연구소을 배경으로 한 외전 코드 베로니카 등등.....마치 좀비영화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부터 80년대 좀비 영화들이 다양한 장소와 소재로 다루었던 테마를 작품에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더 이상 예전의 좀비 영화들은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따라서 시리즈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갑니다. 3편 이후,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 바이오 하자드 4는 좀비를 과감하게 버리고(!), 인간을 변형시키는 '플라가' 라는 기생충과 외딴 섬의 신흥 종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또한 시스템 적으로도 대폭 변화를 주어서 무기의 개조 및 상인의 도입, 근접 전투 시스템, 버튼 액션 시스템과 이를 통한 영화적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 덕분에 4편은 큰 호평을 받고,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부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되었습니다.

바이오 하자드 5편은 전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에 있어서 가장 야심찬 작품입니다. 4편은 실험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인지 정식 넘버링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전작들과 스토리가 크게 이어지지 않았지만, 5편은 정식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T-바이러스의 프로토 타입인 시조 바이러스, 엄브렐라 붕괴 이후의 세계관, 그리고 바이오 하자드 최고의 악역이자 시리즈의 복선이었던 알버트 웨스커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호평을 받았던 4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리즈 최초로 파트너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의 실험도 하였죠.





우선 바이오 하자드 5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파트너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을 번갈아서 플레이 하거나, 주인공 홀로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5편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게이머와 파트너가 동시에 나와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파트너의 존재는 게임 내에서도 크게 부각이 되는데,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회복 아이템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올라갈 수 없는 곳을 올라가거나 한쪽이 길을 여는 동안 파트너가 플레이어의 후방을 커버 하는 부분도 나오는 등 파트너와의 협동을 적극적으로 부각합니다.

일단, 파트너인 쉐바의 A.I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게이머를 따라오지 못하거나 길을 해매는 일은 없으며, 적시에 회복약을 쓰고 알아서 아이템을 챙기고, 정확히 적에게 공격하는 등 기본적인 동작은 충실히 수행합니다. 적어도 여태까지 제가 한 게임 중에서는 AI가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쉐바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사격의 효율이 너무 안 좋다는 겁니다. 게이머가 권총 한 두방+근접 공격으로 끝낼 일을 쉐바는 권총 5~6발 정도를 쓰고 다니니 말 다한 셈이죠. 게다가 시리즈 특성상, 탄약은 정말 잘 안 나오기 때문에 AI의 탄약 낭비는 정말 짜증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무리 AI가 뛰어나더라도 기본적으로 숙련된 인간과 호흡을 맞추는 것만은 못하기 때문에 쉐바는 게이머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들어먹었습니다. 일례로 게이머들은 이름의 어감을 이용해 '이런 쉐바', '이런 쉐바 년', '쉐바아아', 쉐바 아로마의 풀네임의 이니셜을 따서 'ㅅㅂㄻ'(......)까지 정말 다양한 욕을 개발하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악명에 비하면 그렇게 AI가 멍청하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많은 부분 4편에서 차용하고 있습니다. 근접공격, 보스 전이나 이벤트 씬에서의 버튼 액션, 무기의 개조 등 다양한 부분에서 4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시스템들입니다. 기본적으로 골격 자체가 4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나 완성도는 준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4편과 5편을 구분짓는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게임의 분위기입니다. 기본적으로 4편이 중세시대와 고딕 양식을 기반으로 한 김레온의 서바이벌 농촌 호러 액션(.....)임에 반해서, 5편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파트너와 게이머가 둘이서 팀을 이루어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미 호러의 성격은 많은 부분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게임의 연출이나 진행에서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재난 액션물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액션물의 구성은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에서 많이 드러납니다. 공포물과 같이 긴장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적들과 몰려와서 싸우는 부분이 많다는 점, 그리고 게임의 퍼즐이나 아이템 조합 부분을 줄이고 간결화한 점, 거대 보스와의 전투를 많이 보여준다는 점 등에서 기존 시리즈의 성격과는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5편의 액션 게임화는 기존의 팬들에게 많은 찬반 양론을 불러 일으켰지만, 대체로 5편의 변신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게임은 역시 일본에서 제작한 게임 답게 2회차 요소 및 수집 요소가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 이번작에서는 PSN과 Live를 이용한 2인 Co-Op 모드와 1회차 클리어 이후 나오는 머셔너리 모드의 멀티 지원으로 게임의 볼륨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또한 자신의 기록이 리더보드와 연계되어 기록 비교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이번 작품에서 큰 장점입니다.





바이오 하자드 5편은 사실 혁신적이거나 놀라운 작품은 아닙니다. 일단 4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기어스 오브 워나 기타 유명한 시리즈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의 장면이나 시스템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이오 하자드 5는 '액션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박진감과 화려함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게임임에 분명하며, 게임 자체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미국 만화들은 한 케릭터나 히어로를 놓고 수 십년동안 작품을 생산하는 일본 만화에 익숙한 우리로써는 다소 독특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케릭터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과 접근,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케릭터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에 의해서 막상 처음 입문하기에는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도 있습니다. 사실상 이야기의 구조가 시작과 끝이 아닌, 다양한 평행 세계에서 케릭터의 성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미국 만화의 라이센스 작품들은 게임에 있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케릭터와 작품에 대해 너무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기에, 작품을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캄 어사일럼 이전의 배트맨에 관한 게임들 중에 괜찮은 작품들은 얼마 없었죠.

'배트맨:아캄 어사일럼'은 한마디로 여태까지 나온 배트맨 관련 게임 중에서, 원작을 가장 압축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낸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트맨이라는 히어로의 성격을 잘 드러내었을뿐만 아니라, 배트맨이 어떻게 악당들에게 대적하는가에 대해서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크게 전투와 잠입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게임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투 시스템 자체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각주:1]와 유사합니다. 즉, 단순하게 방향키+ 몇 개의 공격키만으로 화려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일단 게임 내에서 배트맨은 다수의 졸개들과 대치하는 1:多의 상황에 기본적으로 처합니다.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평범하지만[각주:2], 졸개 한 둘 정도는 손쉽게 때려눕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1:多의 상황에서 배트맨이 둘러쌓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배트맨은 자신을 공격하는 적에게 반격을 가하거나 배트랑으로 원거리의 적을 견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전투의 우위를 점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부드럽게 전개되기 때문에 대단히 화려하고 타격이 들어갈 때 마다의 효과나 음향이 묵직해서 때리는 맛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적들은 크게 몇가지 종류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들의 구성에 따라서 게이머의 전투 스타일이나 공략 방법도 크게 바뀌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간단한 몇가지 요소만으로 충분하게 화려하고 복잡한 전투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트맨은 또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와 달리, 무장한 적들을 상대하거나 인질을 구출하는 등의 상황에서 들키지 않고 적들을 제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잠입 파트야 말로 이 게임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일단 만화나 영화에 있어 배트맨의 기본 컨셉은 어둠 속에 숨어서 범죄자들의 공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영웅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배트맨은 어둠 속에 숨어서 악당들을 관찰하고, 기회가 오면 그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압합니다. 그러면 악당들은 점점 패닉상태에 빠지죠. 악당들은 배트맨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가 어디서 공격하는지는 모르고 공포에 떱니다. 하지만 배트맨은 그들이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숨어서 그들의 공포를 지켜보며 또다시 제압할 기회를 노립니다.

이러한 경험은 마치 게이머 자신이 어둠 속에 숨은 한 마리의 포식자가 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악당들을 조용하게 신속히 처리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만화의 컨셉을 많이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턱대고 무장한 악당들을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둠속에 숨어서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며 한명 한명 제압하는 그 긴장감과 스릴은 이 게임에 있어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습니다.

아캄 정신병동은 기본적으로 배트맨이 잡아넣은 악당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입니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는 배트맨이란 작품에 나온 대표적인 악당들이 많이 등장하죠. 조커, 스캐어크로우, 포이즌 아이비, 배인, 할리 퀸, 킬러 크록, 리들러 등등 여태까지 배트맨의 최고의 맞수들이 나와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배트맨의 잠재적인 트라우마를 건드려서 심리 공격을 하는 스캐어크로우와 아캄 정신병동 구석구석에 자신의 수수깨끼 남기고 이를 배트맨에 풀라고 요구하는 리들러 등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살인 광대 조커의 이미지 또한 훌륭하게 잘 살려냈구요[각주:3]

배트맨:아캄 어사일럼은 훌륭한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 자체의 본편은 생각보다 짧지만, 라이브와 연동되는 첼린지 모드나 리들러의 도전 같은 부분을 통해서 오랫동안 즐길 요소가 충분하며, 게임에 익숙해지면 2회차 나 3회차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케릭터나 원작이 있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1. 시간의 모래에서부터 두 개의 왕좌까지 [본문으로]
  2. 세계에서 손꼽히는 갑부에, 시커먼 박쥐 의상을 뒤집어쓰고, 동양까지 날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돈빨로 온갖 최신 최첨단 특수장비로 전신을 떡칠했다는 점을 빼면 [본문으로]
  3. 각주 3.특히 배트맨이 절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을 죽이라고 도발할때의 그 모습이란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캡콤의 게임인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사냥'이라는 개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게임 시리즈입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인기는 일본 내에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DS에 판매량이 밀리던 PSP의 판매량을 MHP2G(몬스터 헌터 포터블 2G)의 발매로 단번에 역전시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물론 장기적인 판매량에서는 다시 PSP가 뒤쳐졌지만)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통칭, MHF)는 이러한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컴퓨터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놓은 온라인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인기가 많은 온라인 게임이며, 한국에는 작년 8월에 상륙하여 지금 현재 시즌 4.0까지 업데이트 된 상태입니다.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이하, MHF)의 게임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퀘스트를 수주 받은 뒤에 사냥과 채집을 통해 재료를 모으고, 이를 가공하여 무기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입니다. 본질적으로 본다면, 단순한 재료 노가다의 반복입니다. 여기에 어떠한 스토리나 내용이 존재하지 않죠. 하지만 MHF는 이러한 반복적인 노가다에 재미를 부여합니다.

MHF의 핵심이자 기본은 사냥입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는 사냥을 통해서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소재를 수집해야 합니다. 이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반복적인 사냥을 해야지만 모여집니다. 이 때, 수렵하고자 하는 몬스터는 각기 고유한 특성이 있고, 패턴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비룡종이자 육상전 몬스터의 표준인 리오레이아는 문자 그대로 육상전에 특화되어 돌진이나 지상 브레스가 주특기라면, 공중전 몬스터의 표준인 리오레우스는 레이아와 반대로 공중 브레스나 덥치기에 특화되어 있죠. 이와 같이 각기 몬스터 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약점이나 공략법이 다릅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대처가 필요합니다.

또한 MHF에서는 각기 다른 11개의 무기(한손검, 쌍검, 태도, 대검, 해머, 수렵피리, 랜스, 건랜스, 라이트 보우건, 해비 보우건, 활)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무기들은 서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 너무나 다르고, 몬스터의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 초보의 친구이자 모든 근접 무기의 특징을 두루 갖춘 한손검을 봅시다. 데미지 딜링 능력은 떨어지는 대신에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범용성(무기 발도 상태에서 무기 사용 가능)과 기동성을 이용한 집요한 도그 파이팅 능력, 그리고 무기에 붙은 높은 속성치와 상태이상 능력치 등으로 몬스터에 따라 무기를 바꿈으로서 몬스터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가능하게 합니다.

반면, 근접 거리에서 방어와 모든 것을 포기한 극단적인 무기인 쌍검을 봅시다. 쌍검은 '난무'라는 폭발적인 딜링 능력으로 약점 부위에 대해서 어느 무기보다 효율적으로 집중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대신 어려운 스테미너 관리와 극단적으로 짧은 사정거리로 인해 컨트롤 하기가 어려운 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각 무기 마다의 특성이 다 다르고 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몬스터를 잡을 때 어떤 무기를 들고 가느냐에 따라서 수렵 방식이나 결과가 확 달라집니다. 물론 몬스터에 따른 적절한 무기가 있지만, 대부분 컨트롤이나 실력이 뒷받침 된다면 충분한 효율을 거둘 수 있습니다. 또한 MHF는 여타 온라인 게임과 다르게 보조 도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서 도구를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다면, 이것으로 각 장비간의 격차를 어느정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 장비 간의 성능 차는 플레이어의 센스로 커버되며, 중요한 것은 각 무기 간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입니다.

또한 몬스터 헌터는 게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잔재미를 제공하는데, 가구를 배치하여 자신의 방을 꾸미는 마이 갤러리, 소재를 채집하기 위한 마이 가든, 자신만의 공원 마이 파크 등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소소한 일거리를 제공하여서 게이머를 쉬이 지루하지 않게 만듭니다.

MHF의 단점은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노가다성입니다. 게임 자체가 스토리나 흐름이 아닌 노가다로 이루어져있다는 점에서는 MHF의 한계는 극명합니다. 물론 무기 마다의 차별성, 새로운 몬스터들의 지속적인 추가, 각종 소소한 재미들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게임의 완성도가 높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일정 수준 이상이 지나게 되면 노가다에 질리게 되는 때가 오게 됩니다. 이를 MHF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커버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노가다라는 점은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기존의 온라인 게임과 다른 조작 체계 또한 게이머가 적응하는데 큰 무리를 줍니다. 게임 자체가 온라인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의 형식을 많이 띄고 있는지라, 키보드로 하면 카메라 워크 등에서 많은 어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전용 패드를 사서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혹은 키보드 조작 자체에 익숙해지거나), 이로 인해서 게임 서비스 초반에는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MHF는 한번쯤은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일본식 콘솔 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 어떻게 성공적으로 옮길 수 있는가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는 한 때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퀘이크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었던 게임입니다. 물론 시리즈의 시작인 언리얼은 발매 당시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퀘이크 3가 나올 때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언리얼 토너먼트를 발매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멀티플레이 FPS로 쌍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언리얼 토너먼트와 퀘이크 3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기의 강력한 개성과 다양한 활용이었습니다. 벽에 튀기는 원반을 발사하는 리퍼, 바운드되는 산탄을 쏘는 플랙 케논, 모아쏘기와 유탄 발사기로 응용이 가능한 로켓런쳐, 2차 모드와 1차 모드의 조합으로 일명 'Shock Combo'가 가능한 쇼크 라이플 등 그 당시로서는 독특한 무기와 다양한 사용법 등으로 게임하는 재미가 쏠쏠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게임 모드에 있어서 기본적인 데스메치와 CTF 이외에 정복 모드, 미션 모드와 비슷한 어썰트 모드 등을 추가해서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었구요. 여기에 게임의 구체적인 플레이를 변형시키는 '변형 모드'를 통해서 각 모드 마다의 게임 플레이를 다양하게 바꾸게 하였습니다.

이런 언리얼 토너먼트 만의 매력점은 퀘이크 중심의 FPS 계를 양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후에 에픽은 언리얼 토너먼트를 기반으로 탈 것과 화려한 미션 모드를 추가한 언리얼 토너먼트 2004를 발매하게 됩니다. 이는 비평적 상업적인 양쪽 다 성공하게 됩니다. 당시 FPS의 흐름이 CS 같은 게임으로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언리얼 토너먼트 2004는 기존의 FPS에 새로운 요소를 훌륭하게 접목시킨 작품으로 평가받은 것입니다.

이 쯤 되면, '이 사람이 왜 하려는 언리얼 토너먼트 3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예전 구작들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제목을 버젓이 '[칼럼]언리얼 토너먼트3' 써놓고 실컷 구작 이야기만 하고 있군요.

근데 언리얼 토너먼트 3의 문제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바로





바뀐 게 없다.





자칭 언토 팬이고, 언리얼 토너먼트, 언리얼 토너먼트 2004, 언리얼 토너먼트 3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아 이건 아닌데'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픽적인 발전과 기존의 어썰트 모드 삭제, 워페어 모드(라 하고 변형된 CTF라 읽는다)의 추가 이외에는 도저히 예전 구작들과 차이를 못 느낄 정도이니까요. 무기가 참신한게 도입된게 아니고, 무기 발사 시스템이 바뀐 것도 아니고, 게임 모드가 혁신적으로 바뀐 것도 아닙니다. 차라리 이렇게 낼 거면, 언토 2004 RE-Birth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언토 시리즈가 기존의 FPS 장르에서 매우 독보적인 위치이고, 2004에서는 이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기존의 구작들을 넘기 위해서는 무언가 발전이 있으려면 대단히 혁신적이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귀찮다 나 몰라'하면서 대충 2004에서 그래픽적인 발전만 하고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고 '이걸로 끝'이라고 하면 게이머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기존의 구작들과 차이점을 꼽으라면, 스토리 있는 싱글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정도군요. 다만 그 스토리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이라는 걸 제외하면요. 세상에, 여러분들이 사악한 외계인들과 어떤 행성에서 싸웁니다. 근데 전행성에 리스폰 장치들이 깔려 있어서 이 놈들을 죽여도 되살아나고, 우리가 죽어도 되살아 납니다. ...그러면 싸우는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트레이닝 중 주인공과 여동생과 이런 정다운 대화가 오고 가는데...

여동생:오빠 실력이 녹슬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탄으로 연습해보자고!
주인공:너는 한번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을 로켓런쳐로 다시 박살내는게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냐?
여동생:걱정마, 죽어도 리스폰 돼.
주인공:아.....




CTF 싱글 플레이 중에서 우리가 상대편의 리스폰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리스폰 통제 포인트를 빼앗아야 하는데, 생긴게 완벽하게 깃발입니다. 주인공이 이걸 보고 '이거 깃발 아니야?'라고 물어보니까, '뭐 생기기는 그렇게 생겼지'라고 얼버무리는 여동생과 팀원들에게 절망. 그 이후로도 이게 스토리가 있는건지, 아니면 WWE처럼 각본쓰고 언리얼 토너먼트를 진행하는건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예전에 존카멕이 '게임에 있어서 스토리는 포르노에 있어서 스토리와 같은 맥락이야!'라고 이야기한 것을 다시 한번 게임에 고스란히 재현해놓고 있더군요;;

사실 2004하고의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언리얼 토너먼트 3는 대단히 재밌는 게임입니다. 전작의 장점들은 그대로 잘 계승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최근 타이탄 팩이라는 무료 컨탠츠 확장팩이 적용되면서 게임이 전작들과 다른 모드, 다른 탬포를 지니게 되었으나...사실 게임을 하는 인구가 거의 빠져나간 상태에서 나온 때늦은 업데이트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타이탄 모드나 배신, 탐욕 모드는 잘 만든 모드이고 재미는 있습니다.

언리얼 토너먼트 3는 재미는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다만 문제는 2004를 하고 난 다음에 뭔가 혁신적인 것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좀 뭔가 바뀌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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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로 요약하자면 벨브에 대한 만족과 실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DLC입니다.

-이번 DLC:서바이벌 팩의 주요 골자는 뭐니뭐니 해도 서바이벌 모드 추가입니다. 사실 이번 DLC에 사망자와 데드 에어의 대전 맵이 추가되었기는 했지만, 사실 이는 서바이벌 모드의 곁다리라는 느낌이 강하고(해봤자 맵 좀 수정하고, 대전이 가능하게 고쳤겠지 뭐...) 실제 게임 포럼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것이나 게이머들이 하는 것은 서바이벌 모드입니다. 서바이벌 모드 자체는 한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기어즈 오브 워 2의 호드 모드(때거리로 몰려오는 로커스트들을 방어하는 모드)에 가깝습니다. 게이머들은 무기 및 구급약을 챙기고, 가스통/기름탱크/프로판 탱크 등을 적절히 배치한 뒤에 오브젝트를 작동시키고 몰려오는 좀비들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만 호드 모드와는 다르게 좀비는 끝도 없이 몰려오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서바이벌 모드의 맵은 기본적인 맵들을 이용합니다. 다만 전체맵을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좀비와의 대치전을 벌였던 기존 맵의 특정 장소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의 맵과 다르게 거의 4~5배에 가까운 물자량을 보여주는데(파이프 폭탄, 화염병, 구급팩, 진통제 등등이 문자 그대로 발에 채일정도로 많습니다), 이게 모여있는게 아니라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것이 특징입니다.

-서바이벌의 게임 플래이는 문자 그대로 '발악의 절정'입니다. 이제 게임이 나온지 6개월이 다되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아 대충 어디 짱박혀서 일점사 하면 되지'나 '높은데나 구석을 찾아야지', '적당히 좀비 러쉬의 길목에 화염병/파이프 폭탄/가스통 등등을 뿌려야지' 등의 잔머리를 굴리게 되고, 그 결과 게이머들이 게임을 설렁설렁 깨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서바이벌 모드에서는 이런 잔머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좀비들은 끊임없이 밀려오고 헌터나 부머 등의 특수 좀비는 일반 게임의 3배 가까이 더 나옵니다. 예를 들어 헌터 3마리, 스모커 2마리, 부머 2마리 나오는게 일상 다반사고, 심지어는 탱크 두마리 및 좀비 때거지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것이 서바이벌 모드입니다. 게다가 몰려오는 좀비의 양도 일반적인 게임의 2배~3배가 되다 보니까, 탄약이나 무기가 소모되는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됩니다.



(도표를 따르면, 서바이벌 모드 중에서 4분 이후로는 특수 좀비가 노 딜레이 리스폰 된다는
어이없는 상황을 게이머는 접하게 된다.)

 뭐, 결론적으로 서바이벌 모드가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극단적 상황에서의 생존'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게이머의 계획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게 만듭니다. 처음 몇분은 구석에서 좀비들을 죽이면서 깔짝댈 수 있지만, 무기나 폭탄물이 떨어진 그 후에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 이리저리 달리면서 아이템을 주워먹고 발버둥을 치는 문자 그대로의 '광란의 Saturday Night Fever'가 일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팀원들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게 됩니다. 서바이벌 모드는 이러한 광란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악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째서 이 단순한 게임 형식을 개발하는데 거의 6개월 정도가 걸렸느냐 라는 겁니다. 사실 서바이벌 모드 자체가 재미는 있어도, 대단히 거칠고 단순한 모드이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브는 이번 DLC의 포함되었던 SDK(모드 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키트)의 공개를 뒤로 미루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들의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 깊은 회의감이 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건 사실입니다. 당분간 L4D는 이걸로 버틸 수 있겠다는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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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형 온라인 게임이라 하면, 콘솔 게이머나 전통적인 PC 게이머들에게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비칩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없고, 무엇인가 좀 하려고 하면 의미없는 노가다에 아바타 현질을 해야하며, 때거리 문화와 개념없는 유저 문화에, 게이머가 몰입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 등등의 기타 재반의 이유가 일반적인 콘솔, PC 게이머가 한국형 온라인 게임을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던전 앤 파이터, 던파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이러한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바타, 노가다, 초딩으로 대변되는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삼위일체를 두루 갖추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초딩 게임이다', '왜 하냐', '쓰레기' 등등 온갖 비판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던파라는 게임이 쓰레기라면 2005년 처음 나왔을 당시 망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았을 때, 2005년 던파가 처음 베타 서비스를 하고 나서 현재 2009년까지 나름대로의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가 단지 낮은 요구사양과 무료 게임이라는 점(거기에 좀 더 나아간다면 '한국 게이머는 이래서 안돼' 라는 적절한 한국 게이머 개새끼론, 이른바 국개론 까지)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2006년 초에 처음으로 던파를 하고, 그리고 현재 2009년 다시 게임 플래이를 제개하고 난 뒤에 든 생각은 던파는 나름대로의 성공 요인들이 있고, 재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던파는 기본적으로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파이널 파이트나 던전 앤 드래곤스 같은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 이른바 2.5D(2D 케릭터들이 입체감 있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게임의 형식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깔고 거기에 기본적인 온라인 RPG의 요소들을 집어넣었습니다. 즉,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자체는 온라인 게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오락실 게임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던전이라는 스테이지가 있고,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솔로 또는 파티로 던전에 들어가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형식인 것이지요. 그리고 게임 자체가 던전의 수색, 탐색 보다는 '얼마나 빨리 보스룸에 도착해서 던전의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는가'라는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던파는 던전 하나의 플레이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고 짧게 걸립니다(한 던전의 최고 난이도로 설정했을 때 풀파티 클리어 시간이 대략 5~10분 정도?) 이렇게 게임의 스테이지 회전이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게임이 비슷한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노가다 형식을 띔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즉, 반복 노가다지만, 그 노가다 자체가 너무 빨리 진행되는 나머지 반복 노가다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게임 한 스테이지에 있어서 던파는 빠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페이스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면, 사람을 질리게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던파는 스테이지의 페이스뿐 만아니라 게임의 전반적인 페이스를 빠르게 만들어서 레벨업, 전직 등을 대단히 빠르게 만듭니다. 일례로 직업의 1차 전직이 레벨 18에서 이루어지는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퀘스트 열심히 하고 좀 노력하면 하루면 17 레벨, 이틀이면 전직을 하고도 20레벨까지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와우 같은 경우에도 노력하면 사나흘 내에 레벨 17~18을 찍을 수 있지만, 던파는 게이머의 레벨업을 제한하는 피로도 시스템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대단히 빠른 템포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레벨 30 전후로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좀 느려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게임에 비해서 케릭터의 성장속도가 꽤 빠른 편입니다.

대부분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만랩은 일반적으로 게임의 종착점이자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던파 같이 빠른 템포를 가진 게임이면, 잘하면 4~5일 길어야 일주일 이내로 만랩을 찍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게이머에게 쉽게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고, 금방 게임을 그만두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던파는 피로도 시스템을 집어넣어서 극복하고 있습니다. 즉, 게임 내의 던전을 돌 때마다 일정 피로도를 소비하고, 그리고 피로도가 다 소비되면 더 이상 던젼을 돌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해서 게이머가 하루에 올릴 수 있는 레벨의 양을 제한해서 게임의 템포를 강제로 조절하고, 피로도를 다 소비하고 난 뒤 다른 케릭터를 선택하거나 만들어서 플레이를 하도록 간접적으로 권장합니다.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뭐 이딴 시스템이 다 있어'라는 느낌이지만, 게임 제작사에 있어서는 빠른 템포를 지닌 게임을 적당한 템포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던파는 기본적인 게임은 무료이기 때문에, 아바타나 기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형태의 수익구조를 취합니다. 일단 게이머라는 입장을 떠나서, 던파의 수익구조는...정말 사람으로 하여금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아바타 같은 경우, 아바타를 쓰고 안쓰고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레벨 35에 아바타를 맞춘 제 소울 브링거도 아바타를 쓰고 안쓰고의 차이가 심각하게 나더군요. 그리고 금고의 용량이나, 스킬 초기화 등등을 일반적으로 게임의 기본적인 부분을 게임 내의 돈이 아니라 케쉬를 써서 이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던파의 케쉬 시스템은 사람으로 하여금 한달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게 만든다는 비판을 듣게 합니다만, 최근에는 게임 내의 돈으로도 아바타나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있어서 현금 안쓰고 좀 고생하면 충분히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던파를 했던 때와 현재 던파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킬이나 직업군, 2차 전직이 추가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인터페이스와 퀘스트 시스템 및 스토리 부분이 많이 달라졌더군요. 특히 3년 전에 비해서 인터페이스는 대단히 유저 친화적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게이머가 직접 케릭터에게 안가고 퀘스트를 받고 해결할 수 있거나, 던전 클리어 이후 마을로 갈 일 없이 곧바로 장비를 정비하고 재도전을 할 수 있는 등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을 많이 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의 측면에 있어서는 케릭터 생성시의 만화 형식으로 프롤로그가 나오고, 에픽 퀘스트를 통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 흘러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단히 심도있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한편의 만화책 스토리를 따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던파에 있어서 파티플레이나 전투는 와우나 기타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의 그것과 매우 다릅니다. 와우나 온라인 게임에서 파티플레이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으며, 어떤 사람은 댐딜, 어떤 사람은 힐링, 어떤 사람은 탱킹 등등의 전문화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던파는 모두가 하나같이 댐딜러의 역할을 맡습니다(물론 버프를 주는 직업도 있습니만...버프도 버프지만 다같이 댐딜링하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들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게임의 템포도 빨라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몹들은 단순하지만 강하며, 아무 생각 없이 싸우다가는 그냥 꽥소리도 못지르고 비명횡사하기 부지기수이니까요. 따라서 자신의 케릭터의 성격을 이해하고 이를 잘 파악한 뒤에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소울 브링거는 천 갑옷을 입어서 방어력이 후달리지만, 귀신을 이용한 버프/디버프 효과를 잘 사용한 아웃 파이팅을 한다면, 버서커는 근거리에서 댐딜링을 하는 역할을 맡는 등 이런식의 게임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던파는 잘 만든 게입니다. 물론 와우나 다른 온라인 게임에 비교했을 때의 객관적인 완성도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지만, 자신만의 특색이 있고 그 특색을 적절하게 잘 살리는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년전에 했을 때 '이런 부분은 좀 불편한데...' 싶은 점들을 대부분 개선했으며, 상당히 게임하기 편하고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생각보다 비매너 유저들이 적기 때문에(물론 제가 접속하는 타임이 11시~새벽 1시 정도라서 그런지 몰라도), 게임에 있어서 크게 스트레스 안받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게임이든 간에 4년 정도 서비스를 했으면, 이정도의 개선 사항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던전 앤 파이터는 그러한 4년이란 기간동안 훌륭하게 게임을 조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질적인 부분은 노가다 게임이지만, 그래도 한때 던파에게 선입견을 가진 일반적인 PC 패키지 게이머가 해봤을 때도 할만한 게임이라는 점은 크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덧.그래도 아쉬운 점 하나가 있다면, 저는 3년전 일러스트가 훨씬 좋다는 점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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