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YMHDS2 사건

 게임계 뉴스에 빠삭하신 분들이라면, 데드 스페이스를 하시지 않았더라도 YMHDS2 에 대해서 아실 것입니다. Your Mother Hate Dead Space 2라는 이름의 데드 스페이스 2 광고를 칭하는 약어인데, 이게 상당히 괴랄한 물건이었기에 나왔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단순하면서 자극적인데, 데드 스페이스 2에 나오는 각종 데드씬과 네크로모프의 디자인을 실제 영상으로 평범한 어머니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광고화 시킨 것이죠. 이 광고의 압권은 바로 광고에 나오는 어머니들의 생생한 반응(.....) 그 자체였고, 이로 인해서 비세럴 게임즈는 '정신이 나간거 아니냐'라는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게 됩니다.[각주:1] 물론 EA측에서 비세럴 게임즈에서 낸 게임들에 대해 이런식의 노이즈 마케팅을 한 일은 많습니다만[각주:2], 그 광고의 강도에 있어서 YMHDS2는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데드 스페이스의 인기
 

 제가 데드 스페이스 2 리뷰를 쓰기 전에 위의 사례를 이야기한 것은 YMHDS2의 사건이 이 게임, 데드 스페이스 2를 본질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는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2는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측면이나 게임 내적인 측면, 양측 모두다 잘 만든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데드 스페이스 2가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지 설명하지 못하죠. 사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 자체는 EA에서 나오는 다른 대작 게임들의 땜빵용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콜오브듀티:모던 워페어 2 발매 직전에 나온 보더렌드 같은 게임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각주:3] 하지만, 현제 데드 스페이스 2는 EA의 주력 타이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프리퀼이나 다양한 사이드 작품으로 데드 스페이스만의 세계관을 확립하고 있죠. 그 어느 누구도 데드 스페이스 1편이 나온 시점에서 이 게임이 이정도로까지 성공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데드 스페이스 2가 좋은 게임, 잘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은 제쳐두죠. 2편은 1편에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두고 그것을 보강, 추가 하는 정도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리뷰에서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통틀어서, 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인기가 있고, 데드 스페이스 2는 어떤 점에서 시리즈에서 차별화됬는지를 서술 할 것입니다. 






호러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점들

 호러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는 '공포'입니다. 애시당초에 호러라는 장르 자체가 소비자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내용의 대중 문화 장르니까요. 호러 게임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악의'가 주요한 테마가 됩니다. 공포라는 것은 유쾌한 감정이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이 공포라는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호러 게임들은 일부러 게이머에게 불편한 요소를 집어넣는다든가[각주:4], 시야를 제한한다든가, 신경을 긁는 소리를 넣는 등의 다양한 기분 나쁜 요소들을 집어넣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럴수록 게임은 완성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아이러니컬 하죠.

 데드 스페이스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게임입니다. 폐소공포증이 느껴질정도로 답답하고 막힌 스테이지 환경, 사람의 신경을 긁는 하이톤의 음향효과와 소리, 좀비와 각종 SF 호러 장르의 크리처들로부터 역겨운 모습만 긁어온 네크로모프의 디자인,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 라인 등등 호러 게임이 가져야 하는 악의적인 요소들은 두루 한몸에 갖춘 역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부위 파괴나, HUD의 배제, 말을 하지 않는 주인공, 환상과 환각, 반전 등등 데드 스페이스 이전에 나온 호러 게임이나 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변용, 차용 등을 통해서 만들어낸 일종의 콜라주 같은 작품이었다고도 평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수 있다는 점에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식상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기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그러한 문제를 아주 단순하고 고전적인 방법인 몰입감과 연출로 해결합니다. 적어도 게임을 할 동안에는 게임 내부의 각종 클리셰적인 요소들을 보이지 않게, 혹은 역으로 참신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1편, 2편 모두 흥행이나 평론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데드스페이스 만의 특징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서의 게이머의 몰입감의 비결은 호러 장르의 공식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은 호러 영화를 보면서 공포를 느끼고, 그 동시에 공포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죠. 그렇기에 영화의 러닝 타임 동안 관객은 희생자 또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고 거기에서 공포를 느낍니다. 러닝 타임이 끝나는 동시에 살인마, 혹은 괴물들로부터 해방되고 그들을 응징함으로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죠.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호러 영화에서 관객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입니다. 관객은 희생자에게 자신을 대입하는 동시에, 희생자들이 고통받기를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SM적인 관계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데드 스페이스의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는 호러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그는 이시무라 호에서, 스프로울에서 온갖 고생을 합니다.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자신의 연인은 자살한 뒤에 끔찍한 환영의 형태로 나타나며, 생전 보지도 못한 괴물들과 치고 받으면서, 멀쩡한 사람 시체를 사지절단하고[각주:5], 동공에 바늘을 박아 넣는 등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개고생을 겪죠. 하지만 동시에 디멘시아 현상에도 불구하고 자살하지도, 미치지도 않고 거의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면서 네크로모프를 사지절단 하고,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보다 더 질긴 목숨을 보여주는 등 먼치킨 스러운 모습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작은 고통 받는 동시에 그 고통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이중적인 모습이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몰입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몰입감을 주는 요소들은 상당히 모순적일 수 있습니다. 호러 게임의 목적 자체는 게이머에게 공포를 주는것 그 자체니까요. 하지만, 출구가 없는 공포는 극단적인 마조히스트나 극성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제외하면 호러 게임 팬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모티브로 만든 콜 오브 크툴루를 예로 들어보죠. 애시당초에 꿈도 희망도 없는 코스믹 호러를 지향하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흥행에 있어서는 정작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죠. '공포와 절망'이라는 측면에서는 훌륭한 작품이나,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서는 별로 였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올바른 표현이겠죠.[각주:6]

 즉, 데드 스페이스는 공포의 완급 조절이 뛰어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호러 게임이라는 장르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1편은 200만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죠.[각주:7]





1편과 2편의 차이점

 데드 스페이스 2가 1편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바로 그 '깔끔함'입니다. 연출이나 케릭터성, 스토리 측면에서 있어서 전작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어졌습니다. 특히 작품에서 요즘 블록버스터에서 드러나는 연출이나 진행방식이 많이 보입니다. 스케일은 커지고, 액션은 화려해졌으며, 가장 중요한 변화점은 아이작이 말을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1편에서도 아이작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각주:8] 하지만, 2편에서처럼 하나의 케릭터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1편의 주요한 컨셉 중 하나가 아이작은 게이머의 분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작의 설정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 컨셉에, 단순히 재수가 없어서 이시무라호 사건에 휘말린 사람으로서 표현을 해서 게이머에게 자신의 케릭터를 어필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와 케릭터를 동일시 할 수 있는 존재로 정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1편이 워낙 엄청난 작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이작의 케릭터 성도 당초 제작사에서 정한 '평범한 엔지니어'가 아닌 '평범한 엔지니어의 탈을 쓴 공구의 화신'(....) 수준으로 변질되버리게 됩니다. 결국, 케릭터 성의 수정을 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더이상 평범한 엔지니어가 아닌 히어로로써 아이작을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아이작은 대사도 있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며, 전작에 비해서 상당히 과격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게 되죠.

 이에 맞춰서 게임의 거의 모든 것들이 블록버스터화 되기 시작하는데, 가끔씩 등장하는 이벤트 씬이 전작에 비해서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트램에서 액션이나, 레비아탄에 의해서 우주 공간 바깥으로 나가 떨어지는 장면 등등에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연출의 특징-빠르고, 큰 규모이며, 과격한-들이 두드러 집니다. 그리고 공포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는 전작과 다르게 상당히 깔끔-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대단히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해졌구요.

 그렇기에 이번 2편은 상당히 대하기 편한 작품입니다. 카리스마 있으며 매력적인 주인공과 영화적인 연출은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에 맞게 화려하며, 1편의 미덕들과 공포들은 계승하고 발전시켰죠. 이는 EA에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바이오 하자드와 같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발언과 맞물려 들어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인 블록버스터적인 연출과 강한 케릭터 성을 후속작에 집어넣은 것이죠. 어떻게 보면, 2편은 소품과도 같았던 1편과는 다르게 돈을 많이 들인 대작의 느낌이 납니다.

아쉬운 점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 2는 1편에 비해서 몇몇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작품입니다. 2편이 본격적으로 블록버스터적인 성격을 지향하면서, 1편이 갖고 있었던 미덕들을 잃어버렸습니다. 바로 '악의'라는 측면에 있어서 말이죠. 먼저 아이작의 케릭터가 생기게 되면서 게임이 주는 '공포'가 희석되게 되는데, 게임 내부의 공포의 대상이 게이머의 분신이 아닌 케릭터에게로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의 공포가 게이머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게이머에게 주는 공포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편에서는 어떤 이벤트도 없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숨이 막힐거 같은 공포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그런 구간이 많이 없었죠.[각주:9] 

 또한 연출 역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지으면서 게이머에게 '아 이건 환상이구나'라는 안도감을 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작에서도 아이작이 디멘시아 현상에 점점 노출되면서 생기는 환상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때는 게이머가 그것이 환상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없게 게임을 연출 했고, 이는 엔딩 직전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과 공포를 매끄럽게 표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즉, 1편에서 환상은 연출을 통해서 공포와 플룻 부분을 동시에 커버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그러한 연출상의 차이점(환상과 현실의 명백한 구분)을 통해서 공포감을 한층 떨어뜨리고, 동시에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을 이용한 플룻의 완성이란 측면에서의 장점 역시 사라졌습니다. 

 즉, 데드 스페이스 2는 판매량을 위해서 전작에서의 연출과 케릭터성을 수정하였고, 이를 통해서 대중적이게 되었지만 동시에 데드 스페이스 1편이 갖고 있던 악의와 공포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올바릅니다.
 
결론

 데드 스페이스 2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입니다. 데드 스페이스란 게임이 갖고 있는 가지 각색의 진부함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러한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비세럴 게임즈의 내공이 출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2편은 1편에서의 미덕을 살리지 못한 부분이 꽤 있으며, 그로 인해서 아쉬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리즈는 1편보다는 2편에 가깝게 나오겠죠. 1편보다는 2편이 더 대중적이니까요.





덧.멀티플레이가 있었던거 같은데 없었던걸로 쳐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생각이 되네요(.....)
덧.오랫만에 긴글을 쓰려고 하니까 머리에 쥐가;;;








 

  1. 물론 이것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 라는 견해가 있는게, YMHDS2 광고 이후에 멀티 티저 광고에서 그 어머니들이 다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2. 가장 유명한게 단테스 인페르노에 대해 기독교 보수 단체들의 반대 시위를 조작한 케이스라던가. [본문으로]
  3. 독특한 컨셉을 잡은 뒤에 대작들 사이에 껴서 발매해서 100~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본문으로]
  4.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시리즈 내내 무빙샷이 안되는 이유가 공포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습니다만...데드 스페이스 제작진들은 그걸 비판했죠. [본문으로]
  5. 본편을 플레이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펙터 때문. [본문으로]
  6. 이런 게임들을 데드 스페이스와 같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와 구분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만... [본문으로]
  7. 본격 서바이벌 호러를 지향한 바이오 하자드 4가 200만장정도의 판매량이니 흥행에 성공했다 할 수 있죠. 바이오 하자드 5가 500만장 가량 판매고를 올렸지만, 바이오 하자드 5는 솔직히 호러 게임이라고 보기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본문으로]
  8. 1편 각 미션에서 저널을 확인해보면 아이작의 노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9. 재밌는 점은 2편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파트는 바로 1편의 이시무라 호를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네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