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에 해당되는 글 153건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일판 3DS 기준으로 작성된 글이며, 국내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루이지 맨션 2는 게임 큐브 시절 나온 루이지 맨션의 후속작입니다. 유령의 집을 탐험해서 비밀을 밝힌다는 루이지 맨션의 기본 구조는, 얼핏보면 공포 요소를 도입한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공포의 클리세 중의 클리세들만을 인용합니다.[각주:1] 그렇기에 이 작품을 '호러'의 요소가 들어갔다고 하기는 좀 애매한 구석이 많다고 할 수 있죠. 유령이 튀어나오는 지점에서는 너무 친절한 나머지 이 뒤에 루이지가 어떤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면서 넘어질지 에측가능하게 게임을 구성합니다. 그렇기에 게임은 기본적으로 퍼즐 액션 어드벤처의 장르적 특성을 취하고 있다는게 정확한 진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이지 맨션 2의 기본적인 게임 구성은 저택을 탐사하고, 탐사를 방해하는 유령을 퇴치하는 것입니다. 게임 내에서 저택은 각기 컨셉을 갖고 있으며, 그 컨셉에 맞게 저택의 다양한 오브젝트들과 상호작용해서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 갈 수 있는 저택에서는 거미들이 들끓어서 거미줄을 불질러서 청소하는 스테이지가 등장하거나, 두번째 저택에서는 식물에게 물을 줘서 식물을 자라게 하거나, 풍선 같이 생긴 식물을 이용해서 날아다니는 스테이지가 등장하는 등등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게임은 주변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도구로 '청소기'[각주:2]와 유령이 숨긴 물건을 볼 수 있는 다크 라이트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닌텐도의 특기인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적당한' 절묘한 난이도 조절이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택 내에서 대부분의 물건들은 청소기의 빨아들이기와 뱉어내기를 이용해서 상호작용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 '가능성'은 게이머가 '아 이건 빨아들일 수/내뱉을 수 있겠군'이라는 느낌으로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각주:3] 하지만, 의외의 곳에 돈을 숨겨놓는다던가 보석을 숨기는 등, 스테이지의 진행 이외의 부분에 있어서 게임은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스테이지와 상호작용할 것을 요구합니다.[각주:4] 유령들이 숨겨놓은 물건을 찾는 기능인 다크 라이트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숨겨진 물건들이 절묘한 난이도로 숨겨져있으며, 세심한 관찰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신경을 안쓰면 놓치기 쉬운 그런 물건들이 많습니다.


게임은 이런 상호작용을 베이스에 두고, 거대한 테마를 가진 저택[각주:5]을 왔다갔다 하는 형식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즉, 한 미션 내내 모든 저택의 방을 뒤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미션마다 갈 수 있는 저택방은 한정되어 있고, 게임 진행 자체는 다소 일직선적인 진행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한 미션당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로, 휴대용 게임으로서는 적당한 플레이 타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션마다 스테이지의 구성이 약간씩 달라진다는 점, 여기저기 숨겨진 보석들을 찾는 요소와 등급 시스템 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번 반복해서 할만한 가치는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투는 단순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워진 부분입니다. 기본적으로 A버튼을 눌러서 플래쉬를 터뜨려서[각주:6] 유령을 스턴시킨 뒤에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서 유령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유령이 도망가는 방향과 정확하게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입력할 경우, 청소기의 게이지가 올라가면서 게이지가 일정 수치씩 쌓이면 유령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유령들의 경우,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유령들[각주:7]에서부터 숨어있으면서 잡동사니를 던지는 유령[각주:8], 데미지는 주지 않지만 루이지에게 경직을 일으키는 투명 유령 등등 다양한 유령들의 조합을 통해서 게임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맞추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각 유령마다의 해결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유령들의 조합에 따라서 좀 벅찬 구간이 있기도 합니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며, 그래픽 자체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편입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3차원적인 '조준'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위와 아래로 라이트/청소기를 조준하는 것을 버튼 조합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라이트를 충전하는 상태에서 아래 위를 조준하기가 정말 까다롭고 귀찮습니다.[각주:9] 또한 자이로 센서 역시 상당히 딱딱 끊기는 물건이라는 느낌. 비타판 그라비티 데이즈와 비교해보았을 때, 3DS에서 사용하는 자이로 센서의 감도는 거의 석기시대 수준의 무언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루이지 맨션 2는 여전하게도, 그리고 닌텐도 다운 물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는 충분히 있고, 멀티도 있으니 볼륨이 대단히 적었던 전작에 비해서는 좀더 오래잡고 할만합니다. 물론 다른 휴대용 기기 게임들에 비하면 볼륨이 아쉬운 점도 있고, 좀더 다양한 저택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지 맨션 2는 잘 만든 작품이며 신뢰와 믿음의 닌텐도라는 명성에 부합하는 게임입니다. 일판이나 북미판 3DS를 가진 분들은 사서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마치 놀이동산에서 나오는 유령의 집처럼. 다소 장난끼 다분한 느낌이 강하지만. [본문으로]
  2. 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스트바스터즈의 '그것'을 오마주했다고 느껴지는 무언가. [본문으로]
  3. 잡아당길 수 있는 스위치나 커튼에는 빨간 색 칠을 한다던가, 펄럭거리게 만든다던가... [본문으로]
  4. 가령 유령이 보석을 껴앉고 자고 있는 스테이지에서는 앞에 있는 자명종이 울리게 설정을 해야하는데, 그 조절 스위치가 카페트 밑에 숨겨져 있다던가. [본문으로]
  5. 총 5개의 저택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6. 모아서 터뜨릴 수도 있는데, 이러면 범위가 늘어납니다. [본문으로]
  7. 중반부 이후에는 이들 역시 종류가 늘어납니다. 방패를 들거나, 플래시를 막는 썬글라스를 끼거나... [본문으로]
  8. 숨어있는 포인트를 조사함으로서 유령이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9. 물론 플레쉬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굳이 그럴필요는 없지만.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들어가기 앞서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과 이런저런 영상을 본 감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심도있게 파고들면 틀릴 수도 있기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미드웨이의 격투 게임 모탈 컴벳은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격투 게임 프랜차이즈이며, 북미쪽에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격투 게임 프랜차이즈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게임 자체로 평가받기 보다는 게임의 시스템의 일부로만 평가받은(?) 다소 불행한[각주:1] 프랜차이즈기도 하다. 페이탈리티, 패배한 적을 그야말로 '오체분시'하는 시스템은 게임의 폭력성을 논할 때 알파이자 오메가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며, 모탈 컴벳 국내 수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각주:2] 이런 논란 덕분에 모탈 컴벳이 단지 자극적인 소재에 의존하는 싸구려 게임이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게 박힌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탈컴벳의 완성도와 매력은 중독적이면서 부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각주:3]


모탈컴벳(2011, 9편)은 여타 격투 게임과 비슷하다. 아니, 좀더 강력하게 이야기하자면 모탈컴벳의 격투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과거 레트로게임스럽다 할 수 있을정도로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약 펀치, 강 펀치, 약킥, 강펀치, 잡기, 가드 버튼으로 구성된 게임은 각 케릭터마다의 특수기, 연속기[각주:4], 캔슬[각주:5], 필살기, 초필살기가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이들을 조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심지어 커멘드도 모든 격투게임의 기본인 ↓↘→+펀치가 아니라 ↓→+펀치식의 단순한 커멘드 조합을 보여준다. 재밌는 점은 모탈컴벳 시리즈가 시대에 따라 게임이 변화하는 모습[각주:6]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정진정명 레트로한 과거 시리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게임의 페이스는 뚝뚝 끊기면서 상당히 느릿느릿한 템포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프레임 단위의 공방[각주:7]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초보 플레이어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끊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게임은 상대 콤보를 끊는 '브레이커' 개념을 제외[각주:8]하면 공방에 있어서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게임은 공방의 짧은 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 강하다. 즉, 상대가 가드하면 상대를 밀어내면서 얼마나 가드 데미지를 누적할 것인지, 기상 심리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의 분야에서 '운영'을 강조하는 쪽이지, 다른 격투게임처럼 치고받는 '도중'의 프레임 단위 심리전이 일어난다고는 보기 힘들다.[각주:9][각주:10] 


그렇기에 게임은 입문하기 쉽다. 심지어 마치 대학 커리큘럼을 보는 듯한 복잡한 튜토리얼을 보여주는 DOA5+[각주:11]와 다르게, 모탈 컴벳의 튜토리얼은 대단히 간단 명료하며 쉽게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깊이는 상당히 깊다고도 할 수 있는데, 각각의 케릭터의 특성과 콤보 루트를 고려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상당수의 케릭터가 기본적인 케릭터의 특성을 공유[각주:12]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명확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 자체가 뚝뚝 끊기는 템포를 갖고 있는데다가 비슷한 컨셉을 갖고 있더라도 연속기 루트와 캔슬 가능한 기술이 차이가 나서 운영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의 느릿한 플레이 흐름을 커버하는 것은 모탈컴벳 특유의 묵직한 타격감과 과격한 연출이다. 모탈컴벳의 타격 묘사나 느낌은 다른 격투게임들과 극단적으로 차별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2D 특유의 '빠르게 벤다'라는 개념을 재현하고 있는 블레이블루와 길티기어 시리즈, 크리티컬 버스트의 폭발하는 느낌을 살려내고 있는 DOA 5, 수묵화 특유의 연출을 재현한 스트리트 파이터 4 등등과 다르게 모탈컴벳의 타격감은 마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샌드백을 치는 느낌이 강하다. 게임내 연출 역시 온갖 흉기와 무언가로 칠때마다 그로 인해서 피와 살이 튀는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X-ray 어택이라 명명된 초필살기는 그야말로 상대의 신체가 부서지는 것을 엑스레이로 묘사하는 과격함의 극치를 달린다.


하지만, 모탈컴벳의 연출과 분위기는 전형적인 B급 서브컬처의 연출과 맥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폭력의 사실적인 재현과 묘사에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마치 순전하고 유치한 상상에 근거해서 폭력을 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일정도로 '유치'하다. 물론 모탈컴벳도 충분히 잔인하기는 하지만, 폭력 묘사의 내밀함에 있어서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갓 오브 워 3의 헬리오스 목뽑기나 헤비 레인의 손가락 절단씬 같은 폭력의 내밀함이나 감정적인 고조가 모탈컴벳의 경우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유치함의 정점을 달리는 페이탈리티는 그 잔인한 묘사[각주:13]에도 불구하고 그런 B급 서브컬처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에게는 실실 쪼개면서 넘길만한 B급 연출 특유의 유치함을 자랑한다 할 수 있다. 갓 오브 워 시리즈나 다른 폭력 게임들이 18세로 심의를 통과하는 이런 시점에서 모탈 컴벳만이 통과하지 못하는것은 다소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격투게임의 완성도에 흠이 생길만한 먼치킨 케릭터들의 존재(쿵라오, 카발)와 케릭터 모션과 판정의 문제 때문에 이 멋진 게임에 흠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모션과 판정 문제는 상당히 기묘하다가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판정이 중단 또는 하단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 상단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모탈컴벳에서는 '중단'의 개념이 거의 희미하다고 할 수 있을정도인데, 기본적인 격투 게임이 '앉아 가드는 불가능하지만 서서 가드는 가능한' 중단의 존재가 공방중의 이지선다의 핵심이 되는데 모탈 컴벳에서는 단독 또는 콤보 도중에 넣을 수 있는 '쓸만한' 중단의 존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중단 이지선다 심리전의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비타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의 문제가 있다. 보통 DOA5, DOA5+ 같은 약간의 마이너 다운그레이드 이식이라면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이지만, 이건 다운그레이드 이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본인은 플래이 도중에 '버그로 이렇게까지 떨어진건가?'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DS의 이식작이라 할 수 있는 테일즈 오브 하츠 R보다도 그래픽이 더 구려보인다는 시점에서 말다한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즐길만한 컨텐츠 역시 충분하다는 점, 게임의 재미가 출중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는 아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기회가 된다면 꼭 즐겨보는 것을 추천하며(물론 그 잔인함을 감당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겠지만), 설령 잔인해서 해볼 엄두가 안나시더라도 나중에 나오는 동회사의 인저스티스:갓 어몽 어스를 플레이해보시라. 그 역시도 기본적인 시스템은 비슷하며 메타크리틱의 평가도 상당히 좋다.





  1. 동시에 미드웨이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2011년, 네더렐름에서 모탈 컴벳의 수입을 게등위에 요청했을 때, 게등위는 보류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본문으로]
  3. 모탈컴벳은 2011년 리부트 작을 포함해서 총 9개의 작품이 나왔으며, 3편의 영화가 나왔고, 모탈컴벳과 DC 케릭터들이 치고받는 콜라보 게임이 나오기까지 하였으며 심지어는 모탈컴벳의 시스템을 베이스로 인저스티스:갓 어몽 어스까지 나오게 되었다. [본문으로]
  4. 케릭터 마다 고유의 펀치와 킥의 연속 조합인Kombo가 존재한다. [본문으로]
  5. 이것이 가능한 기술을 외국에서는 '버프가능'(Buffable)로 표시한다. [본문으로]
  6. 유파 개념의 도입, 3D 필드 개념의 도입 등등 자세한 것은 개별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참조하시라. [본문으로]
  7.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가드시 프레임 이득) 하지만 그러한 프레임 개념이 '시스템적'으로 프레임 단위의 입력(철권 시리즈의 저스트 프레임 기술들)으로 이어지거나, 시스템적인 이득(DOA5+ 하이 카운터 홀드, 카운터 홀드 개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8. 아크 시스템 웍스의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사이크버스트 느낌이기도 한데, 한 판당 횟수 제한이 있는 사이크버스트와 달리 여기서는 게이지 두개면 언제라도 쓸 수 있는 물건이다. [본문으로]
  9. 그나마 DOA5+의 경우,그 도중의 심리전이 상당히 로또성이 강하다는 점, 그리고 초보의 경우 초보의 수를 읽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비기너즈 럭을 노리기 쉽다는 점 덕분에 쉽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레임 단위 공방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10. 격투게임 공통의 중단 이지선다 심리전이 있지 않나?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케릭터 별로 콤보의 루트가 거의 정해져있다는 점. 평타 캔슬링이 생각보다 덜 자유로운 점, 마지막으로 후술할 내용이지만 상단/하단 이외에 중단 판정을 갖는 기술의 수가 적고 쓸모있는게 적다는 점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1. 가장 쉬운 격투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본문으로]
  12. 장풍, 앉아 강주먹은 어퍼컷, 텔레포트 공격 기술 등등 [본문으로]
  13. 절단면의 묘사, 조각나는 신체 등등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그냥 스포일러 덩어리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스포합니다.

*두번째 문단부터 초강력한 스포일러 던질겁니다.

*전 경고했습니다.




바이오쇼크의 스토리가 재능 있는 자들의 파업과 사회가 이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아인 랜드의 아틀라스적인 발상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야기였다면, 인피니트의 스토리는 쇼비니즘과 제노포비아 등을 국가의 다양한 모습을 평행우주라는 SF적인 장치를 통해서 비판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쇼크 원작이 게이머가 눈치채못하게끔 치밀하게 복선을 깔아두면서 이를 단하나의 충격적인 반전[각주:1]으로 터뜨리는데 집중한다면, 인피니트의 이야기 구조는 만천하의 모든 것을 까발려버리는 부분[각주:2]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시작부터 만천하에 모든 것을 까발리는' 게임의 이야기 구조는 게이머에게 처음부터 게임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며 세부적인 디테일의 모든것이 맞물려 들어가는 구조를 취한다.[각주:3] 물론 인피니트 역시 전작의 스토리의 미덕인 '게임 시스템과 스토리 사이의 밀접한 연관'은 인피니트 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인피니트의 스토리의 본질은 국가, 즉 미국에 대한 쇼비니즘을 뛰어넘어서 종교화되고 광신화된 애국심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인피니트는 일방적으로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적인 접근을 취하지 않는다. Vox Populi(민중의 목소리 라는 의미의 라틴어)의 혁명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부분, 콜롬비아의 주민들의 콤스톡에 대한 부커 드윗의 맹목적인 증오, 순수한 어린 양에서 점점 세상의 더러움에 찌들어가는 앨리자베스의 케릭터 변화까지 인피니트는 국가(혹은 그에 대한 광신)가 무조건 잘못했으며 이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이며 천진난만한 아나키즘적 발상을 부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사실 콤스톡이 부커 드윗이 '세례'를 받고 새 사람이 된 '또다른' 부커 드윗이었다는 점을 통해서 극대화 된다.


부커 드윗과 콤스톡의 동일성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두개의 측면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운디드 니 대학살[각주:4]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부커 드윗은 이후 PTSD에 시달리면서 술과 도박에 찌들어서 지내게 된다. 부커 드윗의 운디드 니 대학살의 경험과 PTSD는 미국(혹은 국가)의 죄의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그에게 찾아온 '세례식'[각주:5]이란 그 죄의식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커 드윗은 이를 부정하고, 콤스톡은 이를 긍정하면서 이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콤스톡과 부커 드윗을 현재의 그들로서 존재하게 된 주요한 모티브가 바로 '죄의식'이라는 것이다.


부커 드윗은 이후 핑커튼 탐정 사무소[각주:6]에서 일하면서 미국 근현대사에 있어 어두웠던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하지만 새사람으로 거듭난 콤스톡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종교를 만들어내며,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미국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공중도시 콜롬비아를 만들었다. 재밌는 점은 게임의 구조는 콤스톡이 만들어낸 이 화려한 미국의 '테마파크'라 할 수 있는 콜롬비아[각주:7]를 미국의 어두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간 부커가 탐험하면서 그 밝은 이상향 속에서 썩어서 곪아터지고 있던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롭게 인공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마치 거기 없는 사람들처럼 청소나 잡일을 하는 유색인종들과 외국인[각주:8]들, 운디드 니 대학살과 중국 의화단 진압[각주:9]을 미화시키는 영웅들의 홀에서 정작 콜롬비아의 영웅 콤스톡은 거기없었다고 일갈하는 슬레이트[각주:10], 시간에 맞춰서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과 휴식시간을 경매에 붙여서 최저한의 삶을 향한 경쟁에 돌입하는 빈민들 등등을 통해서 묘사되는 콜롬비아는 찬란하고 밝게 빛나고 있는 이상향을 위해 수많은 인간들의 비참함 위에 세워진 모순적이고 뒤틀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두 케릭터가 '죄의식'이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콜롬비아의 존재는 운디드 니 대학살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콤스톡은 그러한 대학살(혹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종교화된 이상적인 국가를 위해서 다시끔 운디드 니의 학살 같은 국가의 폭력을 반복하고 정당화하며 구조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부커 드윗은 콤스톡과 다르게 이러한 구조적인 긍정과 미화를 거부한다. 애시당초의 그의 존재는 그런 대학살의 경험이 미화되고 씻겨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수 밖에 없는 그런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렇기에 그가 콜롬비아, 즉 또다른 자아의 결정체에 대해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다분히 자기혐오적이며 냉소적이라고 할 수있다. 하지만 이 둘은 한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데, 둘다 '망가진 인간'형이라는 점이다. 콤스톡의 웅장하고 위대한 선지자적인 이미지는 실상 그가 PTSD에 찌들었다가 세례식이라는 엄청난 마약을 한 약쟁이 선지자[각주:11]에 불과하며 부커 드윗 역시 술과 도박에 찌들어서 자신의 딸(=앨리자베스)을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에게 팔아넘기고 모든 사건의 원흉을 제공한데다가, 그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기억까지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각주:12]


앨리자베스는 이렇게 두명의 아버지 사이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존재로 화한다. 아버지(부커 드윗)의 구조를 받아 탑 밖으로 나오게 되지만, 아버지(콤스톡)의 업적과 악행에 충격을 받고 이 둘 사이에서 좀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전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데[각주:13], 이는 기본적으로 그녀의 노력들이 잘못된 식에 다른 수를 집어넣어서 별다를것 없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에 이 모든 것에 대한 분노를 원인인 '아버지' 콤스톡에게로 돌리는데, 처음에 순수했던 그녀가 콤스톡에 대한 살의를 품는 부분은 아버지들의 죄의식에서부터 비롯된 일련의 비극들이 극단적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힘을 되찾은 앨리자베스에 의해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부커 드윗은 이 모든 비극을 막기 위해 세례식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물에 빠져죽는다 라는 선택지를 선택한다. 이는 한명의 콤스톡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 자체를 제거함으로서 거대한 폭력의 순환고리를 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재밌는 점은 게임 초창기에는 멀티 엔딩으로 구상된 시나리오가 게임 본편에서는 단 하나의 엔딩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바이오쇼크 처럼 부커 드윗의 선택에 따라 부커가 될 수도, 콤스톡이 될수도 있는 그런 구조를 보여주려고 했던것처럼 보이나[각주:14], 다양한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엔딩을 채택한 이유는 이렇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단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라는 숙명론적인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본다.


1편에 비해서 스토리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면, 게임의 결말이 갖는 '애매모호함'을 지적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1편의 결말이 보여줬던 '해결책'은 그것이 게임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었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인피니트의 결말은 하나의 비극에서 분리된 두개의 케릭터, 두개의 국가가 결국 자신들이 만들어낸 비극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분리되기 직전에 자살을 해야한다는, '해결책'이라고는 하기 미묘한 다소 극단적인 결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게임 엔딩 스탭롤 이후에 보여주는 부커가 안나(=앨리자베스)의 요람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컷을 끊는 장면은 기본적으로 그러한 죄책감을 갖고 살아갈수 밖에 없다는 쪽을 긍정하는 느낌이나, 이를 그렇다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엔딩 이후의 보너스 영상의 모호함이 너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게임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치밀하고 교활하게 구성이 되어있지만, 혁명적이지는 않다. 인피니트 자체에 대한 다소 공정하지 못한 평가일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서브컬처 내에서 이러한 평행세계를 다루는 클리셰적인 장치들이 인피니트 내에서도 다소 비슷한 장치들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의 서브컬쳐에서 보여준 평행세계에 대한 사랑(?)은 상당히 심도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인피니트 이전에 등장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들[각주:15]을 고려해볼 때 인피니트가 한발 '늦었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인피니트 자체가 서구권 게임 중에서는 거의 최초로 평행세계라는 컨셉을 이용해서 정밀하고 교활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모티브와 구조적인 측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노에인'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각주:16]


하지만, 인피니트의 미덕은 혁명적인 스토리가 아닌 정교하고 치밀하게 쌓아올려진 스토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단순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파쿠리 일변도로 변질되고 있는 게임 스토리에 경종을 울리는 훌륭한 작품이며, 10년 20년이 지나서도 스토리에 대한 치밀한 구성으로 인용될 작품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1. Would You Kindly? [본문으로]
  2. 평행우주에 대한 암시, 부커 드윗이 다른 평행우주에서 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여러 장치들, 어째서 콤스톡은 부커드윗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루테스 자매 등등 [본문으로]
  3. 큰 스토리에서부터 게임의 시스템, 심지어 게임 내의 세세한 스토리나 시스템 장치까지. [본문으로]
  4. http://rigvedawiki.net/r1/wiki.php/%EC%9A%B4%EB%94%94%EB%93%9C%EB%8B%88%20%ED%95%99%EC%82%B4%EC%82%AC%EA%B1%B4?action=show&redirect=%EC%9A%B4%EB%94%94%EB%93%9C%20%EB%8B%88 [본문으로]
  5. 기독교적 의미에서 세례식은 물을 통해서 죄를 씻어내고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본인이 기독교도가 아닌고로 자세하게는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문으로]
  6. http://rigvedawiki.net/r1/wiki.php/%ED%95%91%EC%BB%A4%ED%86%A4%20%ED%83%90%EC%A0%95%20%EC%82%AC%EB%AC%B4%EC%86%8C [본문으로]
  7. 심지어 이 찬란한 미국의 이상향의 주요 운송수단은 롤러코스터(=스카이 라인)이다. [본문으로]
  8. 주로 아일랜드인. [본문으로]
  9. 평행세계의 콤스톡과 도시 콜롬비아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미국 정부와 대립하였고, 결국은 콜롬비아가 미국에서 독립하게되는 구실로 작용하게 된다. [본문으로]
  10. 아이러니 하게도 콤스톡은 거기 있었다. 재밌는 점은 슬레이트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본문으로]
  11. 이점에서 선지자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실물 보다 큰'(http://leviathan.tistory.com/1665)의 약쟁이 선지자 에드와 콤스톡의 이미지가 겹친다고 할 수 있다. 둘다 거대한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잘것 없다. 심지어 콤스톡이 부커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면하는 장면에서 그는 분노한 부커 드윗에 의해 우스꽝 스럽게 분수에 머리를 박도 죽는 장면 등등에서 '실물 보다 거대한' 인물임을 시사한다. [본문으로]
  12. 인트로에서 '피험자는 자신의 없는 기억을 조작하게 될 것이다' 라는 구절은 바로 이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본문으로]
  13. '민중의 목소리'에 대한 그녀의 순진한 믿음과 중국인 기술자를 구하려고 여러번 이 평행세계 저 평행세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 등등 [본문으로]
  14. 실제 게임 내에서 선택지가 다수 존재하나, 그것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본문으로]
  15. 크로스 데이즈, 노에인, 슈타인즈 게이트 등등 [본문으로]
  16. 평행세계의 현실을 확정짓는 존재, 하나의 모티브에서 갈려나온 두명의 케릭터와 그 둘 사이의 대립 등등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이오쇼크의 성공은 그야말로 게임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평가할 수 있을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눅눅하고 습기가득찬 공간인 랩쳐와 그 당시 최첨단을 자랑했던 물에 대한 그래픽 묘사,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를 비꼬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현하였으며[각주:1], 플라스미드라는 초능력과 건슈팅을 접합함과 동시에 RPG적인 요소와 탐사를 도입하여서 다른 FPS 게임들과 차별적인 경험을 구축하는데 성공[각주:2]했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쇼크이 이룩한 업적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것이어서, 모던 워페어 이후[각주:3] 획일화 노선을 걸었던 지난 6년간의 FPS 장르 담론에 있어서 바이오쇼크는 지속적으로 '모던 워페어가 구축한 레일로드 슈팅과는 차별되는 명작'으로서 꾸준히 언급되었다. 물론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2편의 애매모호함[각주:4]이 바이오쇼크 프랜차이즈(?)에 먹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내 1편을 만든 제작진들이 바이오쇼크:인피니트의 제작을 발표하면서 게이머들의 관심과 이목은 바이오쇼크의 충격과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가로 옮겨가게 되었다.


분명하게 정리하자. 바이오쇼크:인피니트(이하, 인피니트)는 절대로 '혁신적'이거나 '혁명적'인 작품은 아니다. 디스아너드 같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물건들과 비교해면, 인피니트의 게임 구성은 오히려 평범한 레일로드 슈팅에 바이오쇼크 특유의 전투 방식을 집어넣은것에 불과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퇴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인피니트의 게임 구조는 전형적인 레일로드 슈팅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피니트의 미덕은 혁신이 아니라 치밀하고도 교활한 게임의 '구성'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피니트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본적으로 이 레벨에서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일직선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쇼크 원작이 하나의 공간 내에서 '탐험'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면[각주:5], 인피니트의 진행은 모던 워페어 식의 레일로드 슈팅의 변형이자 연장선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1편에서는 무기를 모두 들고다니면서 다양한 파츠를 붙여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비교해서, 인피니트는 콜옵의 그것과 같이 오로지 두개의 무기 밖에 들고다니지 못하며 게이머는 그때그때에 따라서 무기를 주워서 쓸 수 밖에 없다. 바이오쇼크에서 패시브 스킬 역할이었던 이브는 사라졌기에[각주:6] 전작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플라스미드 이브 업그레이드 조합은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피니트의 노림수는 기존의 바이오쇼크가 보여주었던 랩쳐라는 공간의 탐색과 그 공간이 갖고 있는 비밀의 발견과는 다르게 다양한 비거[각주:7]를 적재적소에,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빠르고 상쾌하면서 직관적인 전투를 구현하는 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전작의 플라스미드가 막 쓰기에는 부족하고 안 쓰기에는 게임이 안 풀리는 일종의 '계륵' 같은 이미지에 가까웠다면[각주:8], 인피니트의 비거는 문자의미 그대로 퍼부어야 한다. 전작의 스플라이서들과 다르게, 적들은 기본적으로 총을 장비하고 있으며 전작에 비해 그 수나 호전성이 대폭 증가하였다. 대신 전작과 다르게 이번작의 비거의 개념은 데미지를 입히는 딜링 기술이라기 보다는 '군중제어기'[각주:9]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게임 플래이는 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다수의 적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묶어두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전작과 다르게 인피니트에서는 두개의 서로 다른 비거를 결합해서 사용할 시에 그 고유의 결합효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군중제어기는 순식간에 광역 딜링기로 바뀌게 되며 전작과는 다르게 아주 상쾌한 느낌으로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게 된다.[각주:10] 즉, 게임 자체의 호전성이 증가한 만큼 비거의 성능 역시 강화되었기에 비거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인피니트 게임 플래이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인피니트 내에서 비거의 강화와 적들의 숫자 증가는 필연적으로 게이머에게 물자 부족을 경험하게 만드나, 바닥에 떨어진 총이나 솔트[각주:11]를 보급하러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게 만드는 일반적인 게임들과 다르게 인피니트는 엘리자베스라는 아주 독특한 동료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다. 기존의 액션 게임에서 동료 개념이 전투에 참여해서 도와준다고 쓰고는 멍청한 AI 때문에 게임 플래이의 스트레스를 더해주는 존재 라고 읽는 그런 존재였다면, 앨리자베스의 존재는 전투에 참여는 하나 직접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쪽이 아닌 플레이어의 물자(솔트+탄약)를 재보급하고 후술할 티어 능력으로 전장의 환경을 바꾸는 '유틸리티' 적인 측면이 전부이다. 물론, 그것이 앨리자베스의 AI가 뛰어나다는 사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각주:12] 하지만, 앨리자베스의 존재는 게이머가 물자를 주으러 다니면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짜증을 많은 부분 해소해주고 있다.


인피니트의 스테이지 구조는 기본적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공간에서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면서 많은 수의 적들과 싸우는, '아레나'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스테이지는 대단히 '거대하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거대한 공간을 무식하게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 '스카이라인'이라는 일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다니면서 빠르고 속시원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대체한다. 또한 아레나 스테이지 내에 앨리자베스의 티어 능력[각주:13]으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히든 카드들[각주:14]을 곳곳에 숨겨놓음으로서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티어를 찾아 상황을 풀어나가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인피니트는 기본적으로 아레나-장소 이동-아레나-장소 이동-.... 형식의 일직선 레일로드 슈팅 FPS라 할 수 있으나, 1편의 초능력-건슈팅 개념을 도입하면서 초능력의 비중을 올리는 동시에 앨리자베스라는 동료의 추가로 물자보급을 쉽게 만든 점, 티어 능력으로 상황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스테이지적 장치를 여기저기 집어넣었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아레나를 스카이라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빠르고 상쾌하게 움직이게 조절한 점 등에서 다른 게임과 차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은 모두 치밀하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데 각각의 요소들이 '혁신적'이지는 치밀하게 계산되고 교활하게 놓여졌다는 측면에서 인피니트는 다른 게임들이 오르지 못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게임 내적인 것이 아니라 게임 외적인 요소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E3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복합적이고 거대한[각주:15] 스테이지가 게임 내에서는 다소 작은 미니어처 형태로 구현되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E3 영상 자체가 보여준 스테이지의 규모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각주:16] 본 게임 내에서는 그것을 잘게 쪼개서 여기 저기 파편화시켜서 넣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콘솔 자체의 성능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 E3의 물건을 축소시켜서 게임으로 우겨넣었다는 점은 실제 자기들끼리 만들어 보고 콘솔에서 정상작동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이를 스케일 다운 시킨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된다.[각주:17]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으며, 특히 그래픽의 경우 PS3도 30 프레임 고정으로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디즈니 원화풍의 화사한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앨리자베스와 주인공 부커 드윗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 성우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관련해서 자세한 사항은 下편에서 다루겠지만, 바이오쇼크:인피니트는 교활하게 구성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자체도 여태까지의 레일로드 슈팅에 대한 교활한 재해석과 재구성을 통해서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으며, 스토리 자체도 게임 플래이 못지않게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플래이를 기대했다면 어느정도 실망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1. 다만, 최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최초의 게임에 대한 자유의지론을 구현한 물건은 MGS2였다. [본문으로]
  2. 이 역시 최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시스템 쇼크 2라는 불세출의 명작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시스템 쇼크 2는 바이오쇼크의 전신이자 모티브가 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재밌는 점은 모던 워페어 역시 바이오쇼크가 출시된 2007년에 발매되었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4. 원작 팀이 참여 안한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좋게 이야기가 끝난 랩처 이야기를 다시 들고온거까지... [본문으로]
  5. 플레이어는 목적을 갖고 하나의 장소를 탐색한다. 물론 그 과정이 '일직선'적이라 할 수 있지만, 바이오쇼크의 기본 플래이는 랩쳐의 비밀을 '탐색'하는 쪽이지 한 레벨에서 다음 레벨로 휙휙 넘어가는 쪽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6. 완벽하게 '삭제'라고 하기는 좀 미묘하다. 기어라는 개념을 통해서 기존의 이브 효과를 대체한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그것이 전작처럼 이브의 교체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7. 인피니트의 플라스미드 능력. [본문으로]
  8. 물론 써야지 게임이 풀린다. 다만, 얼마나 적재적소에서 쓰면서 플라스미드의 낭비를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9. 적들을 공중으로 띄우는 브랑코, 적들에게 감전 스턴을 거는 쇼크 자키, 까마귀들을 소환해서 적들을 묶어두는 머더 오브 크로우, 적을 내쪽으로 끌어오는 저류 등 [본문으로]
  10. 예를 들어서 머더 오브 크로우에 악마의 키스를 끼얹으면 불타는 까마귀 때가 등장해서 광역 딜링+스턴을 동시에 걸 수 있다. [본문으로]
  11. 인피니트에서 바이오쇼크의 이브에 해당하는, MP 개념 [본문으로]
  12. 적이 코앞에서 총을 쏘고 있는데 탭댄스를 추는 엘리자베스를 본적이 있는가? [본문으로]
  13. 다른 평행우주의, 그 장소에 있는 물건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앨리자배스의 능력. [본문으로]
  14. 아군 터렛에서부터 무기, 장애물, 엄폐물 등등... [본문으로]
  15. 인피니트 자체도 거대하지만, 공개된 영상의 스테이지 스케일은 그에 비교할바가 되지 못하였다. [본문으로]
  16. 스카이라인을 타고 이리저리 이동을 하다가 적 함선이 출현하자 적 함선에 올라타서 적 함선을 박살내고 내려오는... [본문으로]
  17. 게다가 출시일이 한참 뒤로 밀린점도 어느정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다소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JRPG의 추락'이라는 명제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제기되는 명제라 할 수 있습니다만, 최근의 RPG 제작 경향을 생각하면 사실상 서양식 RPG라는 개념 역시 JRPG의 스크립트+선택지형 RPG로 흡수통합된게 아닌가 싶습니다.[각주:1] 하지만, 그와 별개로 JRPG 자체가 퇴보했다...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저는 지속적으로 반대를 해왔습니다. 리뷰 할 때마다 언급하는 엔드 오브 이터니티[각주:2]나 니어:레플리컨트[각주:3], 브레이블리 디폴트[각주:4], 파이어 엠블렘:각성[각주:5], 디스가이아 시리즈[각주:6] 등등에서 충분히 JRPG 라고 하는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르소나 4 골든은 이런 JRPG의 흐름중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극도로 갈고 닦은 마스터피스임에는 분명합니다.


페르소나 1,2 까지는 충실한 여신전생의 외전(???)으로서 명맥을 유지했다면[각주:7], 페르소나 3 시리즈[각주:8]가 현재의 페르소나 4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틀 자체로는 페르소나 4는 페르소나 3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제한 시간동안 다른 케릭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학창생활을 영위하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사건들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게임의 주된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페르소나 4는 다른 JRPG와는 상당히 독특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JRPG의 진행 방식이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수록 풍경과 던젼이 바뀌어가는 구조와 다르게, 페르소나 4는 한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도 달라진다 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페르소나 4의 게임 구성은, 처음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다소 낯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보통의 JRPG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투-마을과 상점, 아이템 정리시간-전투-또다시 마을과 아이템 정리시간-전투.... 이것을 무한 반복했다면 페르소나 4는 이러한 템포를 깨부숩니다. 페르소나 4는 본질적으로 학생 시절의 생활계획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학교)-낮-밤 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사이에 많은 이벤트들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는 그 이벤트와 자유시간 사이에서 케릭터를 조작,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투를 대비하며 혹은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합니다.


페르소나 4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산만하게 흩뿌리는게 아니라 하나로 훌륭하게 엮는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페르소나 4에서 대인관계의 중요성은, 단순하게 이벤트를 보는 것이 아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동료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동료의 능력도 강해지며, 커뮤니티(케릭터와의 관계) 등급이 높을 수록 해당 커뮤에 속한 페르소나를 만들때, 초기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페르소나=주인공의 전투력 인 게임의 전투 구조상, 플레이어가 등급이 높은 커뮤니티를 확보해서 좋은 페르소나를 많이 만들어야 게임이 수월해집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이벤트 자체의 내용 역시 상당히 몰입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등급을 올리는 것이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4의 전투 탬포는 기본적인 JRPG의 커맨드 배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여신전생 특유의 '프레스 턴'이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상당히 전략적이고 빠른 템포의 전투를 지향합니다. 흔히 이런 JRPG의 커맨드 배틀은 자코전에서 시간을 오래잡아먹어서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지만, 약점을 공격하면 한번 더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프레스 턴 시스템은 자코전은 한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상쾌함[각주:9]을, 보스전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가드하면서 전략적으로 보스와 대치하는 전략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신전생 특유의 페르소나 합체[각주:10]와 


전체적으로 페르소나 4의 본질은, 누구에게나 꿈으로만 존재했던 학창생활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험도 있고, 연애도 있고, 친구도 있고, 추억도 있는 페르소나 4의 컨텐츠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학창생활에 대한 판타지를 충실하게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물론 여러 의미에서 학창생활의 판타지 실현이라는 측면[각주:11]에서 미연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페르소나 4처럼 모든 시스템적 요소가 컨셉과 스토리에 밀접하게 맞물려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페르소나 4가 도달하는 경지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4 골든의 최악의 문제점이자, 유일한 문제점은 이것 때문에 비타를 사야한다는 것(......)입니다. 아 진짜, 게임 자체는 10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P4G만을 위해서 비타를 사야한다는 것은 왠만한 용기와 깡, 그리고 자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타를 갖고 있거나, 비타를 구매할 예정이신 분들에게 있어서 P4G는 진정으로, 꼭 사야하는 필수 아이템이라 할 수 있으며, JRPG라는 장르에 있어서 영원히 빛날 명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물론, 비타가 있어야 한다는 아주 넘기 힘든 벽(.....)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추신:


골든 추가 요소에 대한 평가는 없을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후일담의 추가...라고는 하나, 이걸로 페르소나 4를 한 사람으로서는 적혀있는 자잘한 변화점 이외에 다른 무언가는 적어놓을수가 없습니다. 일단은, 진엔딩에 변화가 좀 있다는 점 정도만을 이야기해드릴 수 있겠네요.






  1. 껍질인간이 자주 주장하는 부분인데, 근래의 RPG들은 JRPG 같은 쓰래기와 다를게 없어졌다...라는 겁니다. 일단 쓰래기 라는 부분을 빼고는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본문으로]
  2. 새로운 총기 액션 개념을 레일+플랫포밍의 개념으로 혼합해서 재밌는 전투를 구성함. [본문으로]
  3. 독특한 분위기+탄막 슈팅의 개념을 RPG 전투에 섞은것. [본문으로]
  4.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전통을 새롭게, 그리고 고전적인 의미로 재해석한 물건. [본문으로]
  5. 시리즈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시리즈가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었다. [본문으로]
  6. 여전히 잘나가는 디스가이아 시리즈... [본문으로]
  7. 하지만 페르소나 1,2와 3,4가 아예 연관점이 없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주인공이라는 운명의 먼치킨의 등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라는 이야기 구조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8. 본편 3, 확장판 FES, 포터블 버전인 3P. [본문으로]
  9. 주인공은 페르소나를 교체해서 약점을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10. 여신전생 시리즈에서는 악마 합체 개념이었지만. [본문으로]
  11. 연애의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죠.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비타 라는 기기는 PSP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대단히 혁신적인 기능들을 잔뜩 추가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자이로센서에 후면/전면터치 기능, 카메라, 마이크 기능 등등 어떤 의미에서는 DS가 보여준 'DS만이 가능한' 독특한 매력을 비타 역시 노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닌텐도의 DS, 3DS와 비타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벽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기기의 성능과 특징을 100% 이해하고 활용하는 퍼스트 파티의 소프트'의 존재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닌텐도 퍼스트 파티들이 자사 콘솔에 대해서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반하여, 소니의 비타의 경우 퍼스트 파티의 부진 아닌 부진(?)이 돋보였다. 리틀 빅 플래닛의 실패[각주:1]와 이나후네의 의미심장한 발언[각주:2], 비타의 신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P4G의 성공 등등은 '비타가 아니면 이건 할 수 없다'[각주:3]라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각주:4]


하지만, 그라비티 러쉬는 비타가 아니면 '불가능한'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는데 어느정도 성공한다.[각주:5] 물론, 그라비티 러쉬는 완벽하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완성도에서 엉망진창인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실패한 시도와 성공한 시도가 섞여있으며, 스토리는 떡밥만 잔뜩 던진 상태에서 반토막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개선의 여지 역시 잔뜩 보이며, 게임의 독특한 분위기와 경험은 후속작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그라비티 러쉬의 컨셉은 '중력의 변화'이다. 주인공인 캣은 중력을 조작할 수 있는데, R 트리거로 자신을 무중력으로 만들 수 있으며, L 버튼으로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떨어진다.' 이 '떨어진다'의 개념은 캣이 중력의 방향을 카메라 방향을 '아래'로 설정하고 떨어진다라는 것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라는 개념하고는 거리가 멀다. 초반에 게이머가 크게 햇갈릴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무중력 상태-떨어진다'의 개념이다. 그리고 조작 역시 상당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게이머는 카메라 조작에 있어 R 스틱과 동시에 자이로 센서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둘을 적절하게 조합을 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떨어지게' 조작을 해야 하는데, 이 적응 과정 역시 상당히 난해하다고 할 수 있다.[각주:6] 


물론 '무중력-낙하'의 개념은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이러한 이동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각주:7], 가장 문제되는 파트는 바로 '중력 슬라이드' 개념이다. 인간적으로 이건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파트라고 할 수 있는데, 전면 왼쪽 구석-오른쪽 구석을 동시에 터치하면 캣이 전면으로 '미끄러지듯이'[각주:8] 이동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좌우로 경로를 바꾸는 과정을 자동차 핸들을 핸들링 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집에서 휠 달아놓고 자동차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게이머가 이러한 휠링의 느낌을 제대로 알아서 조작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 슬라이드'만' 사용하는 스테이지는 없지만, 중력 슬라이드만 사용하는 첼린지 스테이지는 빡침을 유발하다 못해 비타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전투'파트 역시 난해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데, 무중력 상태에서 카메라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하는 중력킥[각주:9], 중력던지기, 착지 상태에서 적을 공격하는 킥공격, 그리고 필살기로 구성되어있다. 중력킥을 이용한 공격이 공격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기서도 특유의 조작 방식 '무중력 상태-떨어진다' 라는 개념과 카메라+자이로센서 조작 방식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적응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적응하면 어느정도 괜찮아지는 공격 메카니즘과 다르게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한 조작은 바로 '회피'다. 전면 스크린에 획을 '그어서' 그 방향으로 회피하는 다소 특이한(그리고 이해가 안되는) 회피 액션을 취하고 있다. 물론, 게임 자체에서 회피가 절박할 정도로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기믹의 회피가 있다는걸 종종 까먹기는 하나,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식적으로 회피를 써야하는 구간에서 게이머에게 짜증 폭발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어느정도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대단히 엉망인 실험작(.....)으로 보이지만, 일단 게임 자체가 추구하는 컨셉인 부유감과 기묘함이라는 느낌은 상당히 색다르며 중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상당히 제한적인 이동수단이나 복잡한 플랫포밍[각주:10]에 기반을 두고 이동에 있어서 상당히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라비티 러쉬의 상쾌한 움직임(?)과 속도감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게임 내의 독특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색감과 부유감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게임은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다듬어지지 않은 조작 시스템과 심각한 컨텐츠 부재[각주:11]는 이 좋은 경험마저 깎아먹는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어떤 의미에서는 엄청난 '배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빈칸 투성이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평하자면, 게임은 자신이 던진 소재와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 않고,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라고 외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의 나쁜점만 배워온(.....) 스토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캣의 나레이션 시점에도 도달하지 않고 게임이 종료되는데, 게임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스토리 라인을 짠 것은 전혀 좋지않다고 하고 싶다.


잔뜩 욕과 비난을 적어놓기는 했지만, 그라비티 러쉬는 참신한 오픈월드이라 할 수 있으며, '비타' 라는 기기였기에 가능한, 비타만의 독특함이 가득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엄청난 시행착오 투성이의 물건이며 무작정 추천할 수 없는 물건임에는 분명하나, 새로운 것을 찾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할 수 있다.




  1. 이는 리빅플 비타 버전 리뷰에서 다루겠지만. [본문으로]
  2.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말고 취사선택 할것. [본문으로]
  3. 스팩적인 의미 이외에 비타가 잔뜩 추가한 신기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문으로]
  4. 물론 이것이 과연 휴대용 콘솔의 매력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게임적 재미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잔뜩 추가해놓고서는 '그런 기능이 없어도 무방한 매력적인 콘솔'이라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 아닌가? [본문으로]
  5.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뿐이다. 아마도 이 리뷰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게임을 까는 내용이 반 이상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6. 본인은 대략적인 카메라 세팅은 R 스틱, 세부적인 포커싱은 자이로 센서로 처리했다. [본문으로]
  7. 오히려 그 기묘한 느낌을 즐기게 된다. [본문으로]
  8. 그러니까 기울어진 경사면을 내려가듯이. [본문으로]
  9. 호밍성능은 어느정도 있지만, 게임 초기에는 거의 없다고 쳐도 무방하다. 하지만 게임 후반에 풀업된 중력킥은 거의 180도 턴해서 타겟을 추격하는 호밍성능을 보여준다. [본문으로]
  10. 프로토타입 같이 무식하게 건물을 거꾸로 달려올라가는 물건이 아니라면... [본문으로]
  11. 몇 안되는 사이드미션, 부족한 메인 스토리 미션...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하야부사 형님이...최고시다...




어느 분의 말씀을 따르자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야 말로 격투게임 중에서 휴대폰용으로 나온 게임을 제외하고는 가장 쉬운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쉽냐구요? 글쌔요. 일단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가 입문하기 쉬운 격투게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밑에서도 다루겠지만 이 게임이 아주 쉽다고 할 정도로 녹록한 게임은 아닌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는 철권 시리즈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길티기어-블래이블루 시리즈 등등이 입문의 벽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고수와 하수 사이의 넘어설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벽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철권 포멧을 취하고 있는 게임은, 4버튼 체제를 취하고는 있지만 약/강 펀치와 킥으로 버튼을 구분하지 않고, 펀치, 킥, 홀드, 잡기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다른 격투 게임들과 구별되는 이 '홀드' 버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의 격투 게임들이 주먹과 발, 스틱(또는 패드)의 방향 조합으로 '공격'과 '기술'을 입력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길티기어-블래이블루 같이 S, HS 같은 버튼[각주:1]이 있어서 각 케릭터에 맞는 공격이 아닌 특이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케이스도 있지만요. 하지만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홀드 개념은 가드와 반격기 개념을 섞어놓은 좀 특이한 시스템입니다.


기본적으로 홀드를 누르고 있으면, 다른 격투게임에서 볼 수 있는 가드를 합니다.[각주:2] 그러나 여기서 플레이어가 특정 커맨드 [각주:3]를 입력하면 상, 중, 하단의 공격을 받아치는 반격기가 발동됩니다. 이러한 홀드 기술은 심지어 적이 공격하고 있는 시점에서도[각주:4] 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권 같이 확정반격을 칼같이 노려서 상대와 치고받아야 하는 대결 구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게임은 격투 게임 치고는 상당히 템포가 '여유로운' 쪽에 속한다고 볼 수 있죠. 또한 게임은 가위 바위 보 상성의 타격-홀드-잡기 상성을 추가합니다. 홀드기는 타격을 잡을 수 있고, 잡기는 홀드기를 카운터로 공격할 시에 더 큰 피해를 입히며, 타격기는 잡기를 카운터로 공격할 때 더 큰 피해를 입힌다는 상성관계입니다. 이로 인해서 '확실하게 홀드 하나만 한다.' '오로지 타격으로만 간다' 라는 올인 식의 전술은 엄청난 리스크를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홀드기, 즉 반격기의 추가와 타격-홀드-잡기의 가위바위보 상성은 게임의 양상을 기존 격투 게임의 이지선다의 심리전은 더더욱 복잡한 형태로 꼬입니다. 기존의 심리전이 상대가 가드를 하고 있을 때 막지 못하는 판정으로 공격을 한다, 라는 느낌이었다면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심리전은 기존의 심리전에 적이 어떤식으로 반격을 가할지(홀드인지, 타격인지, 잡기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복합적인 구도를 지향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도의 심리전이 아닌 이상에야 '운'의 요소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죠. 고수와 초보의 갭이 이 부분에서 줄어든다고 할 수 있는데, 초보의 버튼 누지르는데로 막 공격하는 공격 패턴은 고수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읽을 수 없는' 패턴으로 다가오기 십상입니다.[각주:5] 그렇기에 초보가 생각없이 내질렀는데, 어 이겼네? 이런 식의 패턴도 자주 볼 수 있는거죠. 그렇기에 게임은 하나의 콤보로 큰 피해를 주는쪽이라기 보다는, 끝없는 눈치 싸움과 견제 싸움의 형태를 취합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경직을 보장하는 크리티컬 스턴과 더 큰 경직을 일으키는 크리티컬 버스트의 개념은 게임의 템포를 여유롭게, 그리고 순간순간 눈치 싸움과 심리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형태로 만드는데 일조 합니다. 또한 다른 격투 게임에 비해서 커멘드 입력의 난이도가 매우 낮으며, 콤보를 이어가는 난이도 역시 대단히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자체는 기존의 콘솔 버전을 이식한 버전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요소를 이어왔다고 할 수 있으나, 기존의 태그 매치 요소는 삭제된 상태. 대신에 터치 파이트라는 비타의 터치기능을 이용한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좀 기묘한 부분이지만 말이죠(......) 이식작인 만큼, 그래픽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콘솔판 보다는 텍스처의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대신에 안정적인 프레임을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텍스처나 AA가 떨어진다고는 할 수 있으나, 그게 눈에 대단히 거슬린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5+는 휴대용 게임기로 잘 이식된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콘솔로 복잡한 조작 없이 즐기기 좋은 물건입니다. 엄청나게 하드 코어한 물건이 되버린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보다는 쉽게 즐긴다는 점에서 또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마스터하는데는 또 엄청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죠(......)



  1. 길티기어-블래이블루는 각각의 케릭터의 개성이 대단히 뚜렷한 편이라, S-HS 개념이 서로 호환이 안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2. 물론 게임 자체도 다른 격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적과 반대방향으로 스틱을 입력해서 가드하기 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3. 용어로 이야기 하자면 7H, 4H, 1H [본문으로]
  4. 크리티컬 스턴 상태에서만 가능하지만 [본문으로]
  5. 물론 초고수의 경우에는, 일부러 패턴을 유도하거나 거리를 두고 패턴을 관찰하고 파고든다고도 합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헤일로 세계관은 아주 철저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인류와 코버넌트의 접촉 이후로, 인류는 코버넌트의 압도적인 물량에 밀리고 밀려서 차례로 식민지와 주민들을 잃고 있었으며, 모성인 지구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콜 교전수칙이라는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힘든 정신나간 명령[각주:1]을 내리고, 어린아이들을 납치해서 초인 병사로 길러내는 비인륜적인 행위를 하는 등등 생존을 위한 필사의 발악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헤일로 시리즈 전반의 이야기는 이런 '절박한' 상황은 하나의 뒷배경에 불과하며, 결론적으로 마스터 치프의 활약은 압도적이고 절박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는 위대한 인간 '승리'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헤일로:리치는 이러한 위대한 승리의 이야기의 직전으로 테이프를 돌린다. 인류의 가장 큰 식민지중 하나인 리치 행성의 몰락은, 헤일로 시리즈 내내 회자될 정도로 인류에게 있어 거대한 비극이었다. 헤일로:리치는 바로 이 리치 행성의 비극을 다룸으로서 패배와 절박함의 이야기를 다룬다.


리치의 스토리는 막 노블팀으로 옮겨온 노블 6[각주:2]와 노블 팀이 코버넌트의 리치행성 침략을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설정상 리치 행성은 코버넌트 함대의 포격으로 전 행성이 유리화[각주:3]당할 운명이었고, 노블팀의 필사의 발악과 자그마한 승리는 뒤이어 오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패배와 절망에 밀려서 묻혀버린다. 헤일로 넘버링 시리즈와 다르게 리치의 스토리는 몰락의 비장미에 초점을 맞춘다. 


리치의 비장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게임 플래이는 코버넌트라는 집단이 얼마나 인류에게 있어서 무서운 존재였는가의 형태로 재구성한다. 그런트들은 자신들이 불리해지면 수류탄을 들고 자폭돌격을 감행하며, 엘리트들은 사이드 스텝으로 공격을 피하거나 쉴드가 사라지면 엄폐를 한다. 헌터는 처음 만났을 때 재앙 수준에 가까우며, 중력 해머를 들고 미친듯이 돌진하는 브루트는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기존의 시리즈도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적들의 난이도나 다양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지만, 리치는 그런 헤일로 시리즈 중에서도 적들을 가장 잔인한 형태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편과 3편에서 채택했던 자동 회복되는 쉴드 형태의 체력 시스템[각주:4]을 바꾸어서, 자동 회복쉴드+메드펙으로만 회복되는 체력의 형태로 이원화 해서 체력관리의 난이도를 올리는 한편, 2편 3편의 듀얼 윌딩[각주:5] 방식을 삭제해서 플레이어의 화력을 줄여버린다. 물론 그렇다고 플레이어를 마냥 너프한 것이 아닌, 3편의 도구 개념을 묠니르 갑옷에 통합시켜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런 변화점에도 불구하고, 리치는 1편이나 3편[각주:6]과 다르게 적들은 강해지고 플레이어는 약해지는, 상대적으로 체감 난이도가 기존의 시리즈 보다 훨씬 올라갔다.


하지만, 리치의 이야기는 대책없는 패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제작진들은 리치 행성에서의 희생과 승리가 없었다면 헤일로 본편의 영광 역시 없을 것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필라 오브 어텀이나 헬시 박사를 본떠서 만든 코타나, 그리고 선조의 유물을 통해서 알아낸 헤일로의 좌표[각주:7] 등등을 통해서 노블팀, 그리고 리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리치라는 작품 전반에 깔아둔다. 그리고 이러한 결실이 헤일로 시리즈에 도달하기 위해서, 게임은 점점 노블팀의 희생을 통해 비장미를 더한다. 코버넌트 프리깃과 함께 자폭한 조지, 스케럽을 잡기 위해 자폭한 카터, 맥건을 사수하다 죽은 에밀...노블팀은 이 패배의 역사에서 최후의 발악, 그리고 최후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게임의 엔딩은, 이런 비장한 패배의 미학을 극대화시킨다. 필라 오브 어텀이 떠난 뒤에, 리치 행성에 홀로 남겨진 노블 6. 마지막 남은 그가 끝없이 몰려오는 코버넌트를 상대하는 장면을 노블 6의 관점에서 묘사하는 부분은 시리즈를 뛰어넘어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엔딩이라 할 수 있다. 탄약이 떨어지자 권총을, 권총 탄약도 떨어지자 주먹으로 엘리트와 싸우는 노블 6의 외로운 싸움은 인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으며, 그러한 의지의 결실이 헤일로 시리즈의 마스터 치프에게로 이어진다 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헤일로 리치는, 그야말로 번지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헤일로였으며, 인류의 장엄한 발악이라는 시리즈 컨셉 측면에서 본다면 헤일로 리치는 헤일로 시리즈를 완결되게 만드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치야 말로, 헤일로의 본질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헤일로에 입문하는 게이머라면 4편 이전에 리치를 꼭 해보기를 권한다.




  1. 콜 교전수칙 원문. 콜 교전 수칙 내곽 식민지와 지구를 지키기 위하여, 모든 UNSC 함선 또는 시설들은 코버넌트가 인류의 주요 거주지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가진 채로 코버넌트에게 포획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코버넌트 군대가 포착되더라도 모든 배와 행성간을 기반으로 한 연락망에 관계된 정보를 삭제한다. 모든 정보가 사라졌는지 삼중망으로 확인하라. 삭제 바이러스 '청소부'를 실행하라(UNSCTTP://EPWW:COLEPROTOCOL/Virtualscav/fbr.091 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코버넌트에게서 도망칠 경우, 모든 함선들은 지구, 내곽 식민지, 또는 다른 모든 인구 밀집 지역으로도 오지 않도록 무작위로 도약 지점을 설정해야 한다. 모든 UNSC 함정은, 만약 코버넌트 군대에게 포획될 상황에 처한다면 반드시 자폭해야 한다. 다음 사항을 지키지 않는 자는 반역죄로 취급해 UNSC 군법 JAG 845-P와 JAG 7556-L 항목에 의거해 종신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본문으로]
  2. 흔히들, Lone Wolf, 외로운 늑대로 잘 알려진. [본문으로]
  3. 지표면의 토양이 녹아서 굳은 뒤에 유리처럼 반짝거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 [본문으로]
  4. 콜옵 형태라고도 할 수 있었다. [본문으로]
  5. 양손에 무기를 드는. [본문으로]
  6. 2편은 아직 못해봤으므로... [본문으로]
  7. 웃기는건, 1편의 스토리에서는 코타나가 콜 교전수칙에 근거, '무작위로' 워프를 해서 헤일로 시설을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헤일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이런 형태의 설정 오류가 어느정도 있다. 1편 막바지에서 코타나, 치프만 살아남았다고는 하는데, 실은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던가...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몇몇 이나후네 관련 인터뷰의 레퍼런스는 이쪽 링크(http://quetzalcoatl1104.tumblr.com/post/45490396687)를 참조하시길.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일본 휴대용 게임기기 시장에서 갖는 의미[각주:1]란, 휴대용 게임 장르에 있어서 하나의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에 가깝다. 서드 포터블이 PSP로 쿼드 밀리언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준만큼, 몬헌이란 게임은 하나의 잘 뽑힌 작품을 넘어서 문화적 현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각주:2] 그 덕분에 4인 멀티와 사냥이란 과정을 통해서 소재를 모으고 장비를 만드는 구조, 몬헌과 같은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패턴과 개성을 가진 보스 등등 몬헌의 구성요소들을 자기 나름대로 차용해서 새로운 '헌팅 액션' 게임들이 등장하였으며, 실제 갓이터의 경우 확장판인 버스트까지 합쳐서 총 130만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캡콤을 퇴사한 이나후네 케이지가 만든 회사 컨셉트의 첫 작품이다. 이나후네는 마법 헌팅 액션을 지향하고 있는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많은 부분에서 몬헌의 구조를 차용하고, 또 이로 인해서 어드벤티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몬헌의 헌팅 액션의 구조를 취하는 척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상당히 무모하고 과격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게임이다. 물론 몇몇 결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캡콤이라는 대형 개발사가 아닌, 이제 막 독립한 개발자가 만든 회사의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대단히 훌륭한 헌팅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잇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몬헌 식의 헌팅 액션류의 게임 구조와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게이머는 마물을 잡고, 마물을 때려잡은 보상(무기 개념인 공물과 장비 소재 개념인 혼/기)을 통해서 자신을 강화시킨 후, 더 강한 마물에게 도전한다. 하지만, 몬헌류의 헌팅 액션과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갖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준비과정'과 '클리어 속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몬헌류의 헌팅 액션은 '장비'의 개념에 따라서 게임 플래이 스타일이 완벽하게 갈라진다고 볼 수 있다.[각주:3] 가령 몬헌의 랜스/건랜스의 경우 가드 중심의 게임 플래이와 게임 내에서 몬스터를 다루는 전술이 주가 된다. 몬헌에서 무기와 장비의 선택은 게이머의 컨트롤과 게임 운용의 폭을 정형화 시킨다. 


 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무기인 공물을 장비의 개념이 아닌, '소모재'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그 대신에 공물의 세팅을 매우 자유롭게 만들었다. '소모재'이긴 하지만, 보급 자체는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스테이지 내에 산재한 공물 회복 포인트나, 소형 마물들을 죽임으로서 보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가장 죽기 쉬운 과정이 바로 '공물의 재보급' 과정이며, 극화력으로 마물을 모두 소모하기 전에 마물을 잡는게 아니면 필연적으로 공물의 재보급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른 헌팅 액션과 다르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게이머에게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공물의 조합으로 어떻게 마물을 제압하고, 마물이 어떤 패턴을 취할때 어떻게 대처하고 공물을 재보급할 것인가 등에 대한 시작하기 전에 전반적인 플랜을 짜놓는 전략적 사고와 접근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각주:4] 그렇기에 소울 새크리파이스에 있어서 '준비과정'이란 단순히 무기를 준비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으며, 게이머에게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헌팅 액션과는 차별된다고 할 수 있다. 


몬헌은 게임 플레이가 필연적으로는 거대 몬스터와의 인파이트로 귀결되지만,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아웃 복싱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근접전 공물 세팅으로 근접전을 벌일 수 있지만, 세밀하고 자잘한 판정이 많았던 몬헌과 달리 게임은 큰 원턴킬 패턴들과 자잘한 공격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빠질때와 나갈 때를 명확하게 구분을 해야 한다. 몬헌의 회피와 달리,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회피는 상당히 긴 무적시간과 소모 자원 없음, 제약 없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리 하지 않고 적절한 회피와 방패 마법을 사용한다면 대부분 클리어 할 수 있다.


그대신에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게임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짧은 형태로 만들고, 빠르게 클리어하면 더 좋은 공물과 보상을 얻는 형태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기존의 몬헌 시리즈가 5분침, 10분침[각주:5]이 이상적인 몬스터 사냥 시간이었다면,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3분을 가장 이상적인 사냥 시간으로 잡는다.[각주:6] [각주:7] 또한 제한적인 스코어링 시스템을 도입해서, 빠른 시간 내에 얼마나 빠르게 부위파괴를 하고, 특정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추가 점수를 받아서 더 좋은 공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구성하였다. 즉, 어떤 전략으로 마물을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빠른 시간에 사냥을 할 것인가? 이것이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에서 또 주목할만한 점은 '스토리'이다.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스토리 분위기는, 한 개인의 일기를 간접체험한다 라는 다소 기묘하고 특이한 서사구조를 들고온다. 물론, 이러한 서사 과정에 반전이 있으며, 큰 이야기의 흐름은 개인의 감정은 잘 잡아내고 있지만, 큰 틀의 이야기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세계관은 일본 서브컬처에서 흔하디 흔한 나카마-아이보 물 스토리에 강력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이나후네가 이야기하였듯이, 기본 세계관을 잔혹하고 매력적으로 구성한 덕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각주:8]


물론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완벽하지 않다. 몇몇 공물[각주:9]과 속성효과/추격효과[각주:10]를 잘 이용하면 그야말로 마물을 그 자리에서 선채로 죽일 수 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물론, 그만한 레벨링이 충분히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선결조건이지만, 속성/추격효과가 너무 강해서 헌팅액션이 아닌 학살 액션 게임이 된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형 마물의 종류가 20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큰 카테고리에 따라서 5~6개의 마물 골격에 스킨/속성/약간의 패턴 추가 정도의 변화점 밖에 없다. 거기에 속성/추격효과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게이머라면 마물의 패턴을 파악할 새도 없이 마물을 쓱삭쓱삭 배어넘기는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또한, 몬헌처럼 4명이서 하는 멀티 게임이 재밌기는 하나, 그것만이 갖는 메리트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이나후네가 헌팅 액션 게임에 대해서 던진 새로운 테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게임이 완벽한 것은 아니나, 게임의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쉽게 매꾸어질 수 있는 백지와도 같은 부분이라 생각하며,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은 게임이다. 비타를 가지신 분이라면 한번쯤 플레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추천할 수 있다.





  1. 일본 바깥에서는 하드코어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아닌듯 하다. [본문으로]
  2. 이나후네는 35세 정도되는 일본 남성은 몬헌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함으로서, 이런 문화 현상으로서의 몬헌을 암시하였다. [본문으로]
  3. 물론, 무기에 다양한 형태의 파츠를 조합하는 형태인 갓이터도 존재히지만... [본문으로]
  4. 물론, 회피와 방패 마법으로 막는것 역시 중요하긴 하지만... [본문으로]
  5. 5~10분, 10~15분 [본문으로]
  6. 전설의 마법사, 1류 마법사, 2류 마법사 등등의 등급이 있으며 신속의 체험이 대부분 3분 안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본문으로]
  7. 이나후네는 게임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올림으로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심오한 시간 죽이기 게임을 노렸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본문으로]
  8. 만능의 도구로서의 마법이 아닌, 가혹한 대가(생명)를 지불하고 자신의 몸이 뒤틀려가고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마법이라는 도구... [본문으로]
  9. 특히 장판 공물 [본문으로]
  10. 예를 들어, 불타는 적에게 냉속성의 공격을 가하면, 추가로 또 쓰러지면서 경직을 유발한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게임 전반적인 흐름이 글 내에 있습니다.


*엔딩에 대한 심각한 네타도 있습니다(가려놓은 상태)


*멀티플레이 리뷰는 제외되어있습니다. 어차피 할 생각도 없고...




1.


툼레이더와 라라 크로프트는 언차티드 등의 액션 어드벤처나 페르시아의 왕자, 어새신 크리드 등으로 대변되는 파쿠르 플랫포밍 게임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본인이 초등학교 시절 때, 툼레이더 2편이 보여준 흥미진진한 모험들에서, 최근작 언더월드(2008년작)의 하드코어한 플랫포밍까지, 툼레이더는 오랜 세월동안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리고 이젠 비밀이 가득한 고대유적을 탐사하며 퍼즐을 풀고, 보물을 챙기고, 그리고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치고박고 싸운다는 툼레이더의 게임 구조는 이제 장르 공식이라 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흔한 요소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툼레이더는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모든 것을 넘겨줘버린, 진부한 게임 시리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지금 이 시점에서 툼레이더만의 개성이 무엇이고 매력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각주:1]


2.


툼레이더(2013)은 그에 대한 해답이다. 물론 그 해답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래에서 후술 하겠지만, 본작은 완벽하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몇몇 뚜렷한 단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탈 다이나믹은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희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툼레이더와 라라 크로프트는 이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3.


리부트의 게임 컨셉은 '생존 액션 어드벤처'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라. 이 게임에서 '서바이벌'의 요소는 눈꼽만큼도 없으니까.[각주:2] 캠핑장은 레벨업과 무기 업그레이드, 글고 순간이동 겸 세이브를 위한 체크포인트의 기능을 한다. 섬은 야생동물로 가득차 있지만, 야생동물들을 쏴서 시체를 회수하면 경험치와 일부 회수자원을 얻을 뿐 생존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다든가 등의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극후반에 들어서면 주체할 수 없는 탄약과 무식할정도로 강력한 능력 때문에 무쌍을 찍을 수 있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이 생존 이라는 컨셉을 구현하는 방식은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이 아닌, 게임 내의 연출적인 부분에 기반을 둔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부트의 장르는 생존 '호러' 어드벤처라고 생각한다. 과거 작품에서도 온갖 기괴한 트랩들과 기묘한 괴물들에게 끔직하게 살해 당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작은 아예 대놓고 이런 끔찍한 장면들을 노렸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보여주지만, 속에 들어가면 끔찍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섬이라는 게임 배경[각주:3] , 인간의 입으로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짓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 그리고 게임 내내 연출이나 스토리적으로 고통받는 라라 크로프트와 그녀를 위해 준비된(?) 전용 데드씬[각주:4] 까지, 직접적으로 호러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 만들어내는 섬이란 공간은 불쾌하고 끈쩍하며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드는 지옥도의 연속이다. 그리고 지옥 같은 공간과 잘짜여진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서 게임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4.


생존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존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어떠한 끔찍한 사고나 재난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경우를 가르켜 생존자, 생존했다 라고 한다. 즉, 생존이란 명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끔찍한 상황에 처함을 '당하는' 피동적인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라라의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나는 모험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하지만 내가 모험을 찾기 전에, 모험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게임 초중반 라라가 지속적으로 처하는 상황은, 라라의 의지와 관계없는 끝없는 '피동적' 상황의 연속이다. 그녀는 섬에 상륙하자마자 불의의 습격을 받아 시체들과 함께 거꾸로 메달리며, 탈출 과정에서 철근이 복부를 관통당하고, 시체들과 함께 구르는 등 끝없는 재해와 고난에 마주친다. 게임 연출은, 이러한 라라의 상황을 과격하게 보여주며, 이러한 과정에서 라라의 모습을 피해자처럼 그려낸다. 실제로도 초반의 라라는 이 거대한 재앙의 피해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같은 존재인 로스에게 눈물로 하소연하는 장면이나, 덫에 끼어서 낑낑거리는 장면, 버튼 한번 잘못 누르면 한번에 골로가는 QTE들, 심지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조차[각주:5] 게임은 그녀를 가해자나 주인공이 아닌, 재수없는 상황의 피해자처럼 묘사를 한다.[각주:6]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녀는 끔찍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살아남는 '생존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때부터 게임은 라라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주가 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섬의 비밀을 파해치고, 적진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드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생존 '의지'를 드러내는 요소는 중후반 이후 게임 플래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살아남기 위해서 네발로 기어서 회피를 하는 모습[각주:7]에서부터 임기응변적인 물건들을 다양한 용도로 쓰거나 상상을 뛰어넘는 흉기로 써먹는 부분[각주:8] 등등 게임 플래이 역시 점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라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점에서 파크라이 3의 주인공 제이슨 브로디와 많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제이슨이 광기가 판치는 섬에 적응하다보니까 어느새 그 자신도 광기에 전염되어 있는[각주:9] 모습을 게임 플레이와 게임 연출적으로 보여주었다면, 툼레이더 역시 그 상승 및 강화의 과정이 비슷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파크라이 3가 좀더 은유적이고 게임 플래이 자체에 은연중에 깔아놓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툼레이더는 직접적이고 압축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연출을 풀어낸다.


게임은 이러한 피동적인 라라의 상황에서 능동적인 라라의 모습까지 서서히 에스컬레이트 하는 모습과 그 에스컬레이트의 과정 중간 중간에서 폭발하는 해방감의 완급을 잘 조절하고 있다. 라라의 끈질긴 생명력에 겁을 먹는 적들에게 도발을 하는 라라의 모습이나, 수류탄 발사기를 얻고서 '이제 도망쳐봐라, 이 나쁜 놈들아!'라고 외치는 라라의 일갈은 그동한 당해오고 억눌렸던 라라의 상황을 한번에 터뜨리는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툼레이더는 근래 나온 고만고만한 스토리를 보여주었던 게임들과 다르게 훌륭한 템포 조절로 몰입감과 긴장감, 해방감을 동시에 갖는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5.


게임 스테이지는 전반적으로 언차티드에 아캄 어사일럼[각주:11]을 섞은 듯한 기묘한 형태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스테이지' 단위로 나뉘어진다. 물론 그것이 구체적으로 미션 XX, 스테이지 XX 등의 형태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은 하나로 이어져있다기 보다는 캠프와 캠프 사이의 공간 단위로 분절되어 있으며, 개별 스테이지만 놓고 본다면 언차티드의 스테이지 구성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파쿠르를 이용한 플랫포밍으로 벽타기, 메달릴 수 있는 색칠된 난간, 봉 곡예 등등 언차티드적인 스테이지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차티드와 다른 점은, 라라는 캠프에서 언제라도 캠프에서 다른 캠프로 이동할 수 있으며, 각각의 스테이지에 숨겨져 있는 보물들이나 문서, 그리고 과제를 언제라도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아캄 어사일럼의 아캄 수용소처럼, 능력이 해방됐을 때 접근 가능한 곳이나 모을수 있는 물건이 늘어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게임의 메인 스토리텔링과 별개로, 섬이라는 공간에 있는 유물과 문서를 모아서 과거 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왔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었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자연경치에서부터 오래된 유적들, 2차세계대전의 일본군 벙커에, 토막난 시체와 해골들이 쌓여있는 지옥도와 유황온천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장소에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문서와 유적들은 자세한 배경 설명을 제시한다.


다만, 기존의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하드코어한 플랫포밍은 리부트 작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마치 라라를 죽이려고 덤비는 트랩들과 기계장치들은 사라지고, 언차티드 같이 난간에서 난간으로, 로프에서 로프로, 점프와 다음 난간을 인지하고 넘어가는 형식의 간단한 플랫포밍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물론, 대중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언차티드 식의 마법의 자석 손바닥이 적절한 대안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전통이었던 코어한 플랫포밍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6.


게임의 전투는 상당히 '기묘'하다. 기본적으로 적들이 라라를 향해 끊임없이 몰려오고 저돌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을 자주하는, 상당히 공격적인 패턴의 전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언차티드 3와 비슷하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언차티드 3와 다르게, 툼레이더는 '엄폐' 개념이 없다. 아니, 있긴 한데 특이하다. 툼레이더는 상당히 특이한 엄폐 개념을 보여주는데 엄폐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적이 있으며, 라라가 엄폐물 근처에 있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라라는 자동적으로 엄폐물에 엄폐한다. 이게 따로 엄폐 버튼이 있어서 엄폐를 하고 해제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엄폐한 뒤에 조준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형태를 취한다.


이렇게 본다면 엄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많을것이라 생각하지만, 게임의 전투 패턴을 생각하면 '엄폐 버튼 없이 엄폐'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적들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뉘어지는데, 근접공격병, 수류탄 투척병, 그리고 원거리 공격병으로 나뉘어진다. 엄폐형 TPS가 자칫 엄폐를 잘하면 그 자리에서 모든 적을 털어먹는 것이 가능한 게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바리에이션을 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근접병 및 수류탄 투척병의 경우 엄폐한 상태의 라라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이들을 상대한다고 엄폐에서 나오면 원거리 공격병들[각주:12]이 공격을 한다. 결국, 라라는 엄폐물에서 엄폐물로 회피버튼을 연타하면서 빠르게 이동, 적들을 상대해야 한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이라는 제작사가 전투 시스템에 별로 뛰어나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해보면[각주:13], 치밀한 고민을 한 흔적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잠입/스텔스 킬 부분은 완벽한 언차티드의 판박이 이다. 기본적으로 적들은 소리 보다는 시야에 더 민감한데, 심지어 바로 뒤에 있는 동료를 잠행 도끼 킬로 제거하고 있더라도 멀뚱멀뚱히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적의 인공지능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물론, 게임 자체가 잠입이라는 요소를 강조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7.


그래픽과 사운드의 경우, 좀 맥빠지는 총기음을 제외하면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아름다우며, 프레임은 대단히 안정적이다. 현세대 말에 콘솔 제작 노하우가 쌓인 상황에서, 더이상 좋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도 생각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툼레이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라라 성우의 열연이었다. 끔찍한 상황에 당황해서 울먹거리는 목소리에서부터, 쌍욕을 하면서 적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라라' 다운 부분까지, 하나의 목소리로 다양한 케릭터를 커버하는 모습은 높게 평가할만하며, 후속작에서도 이 성우가 라라 역을 맡았으면 한다.


8.


툼레이더 리부트는 완벽한 게임은 아니며, 기존의 팬들을 화나게 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툼레이더 리부트는 대단히 가치가 있다. 한때 액션 어드벤처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툼레이더는, 언차티드나 페르시아의 왕자 등등의 신흥 프랜차이즈에 밀려서 코어한 게임 프랜차이즈로 주저앉았었다. 하지만 리부트에서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탈바꿈한 툼레이더는 라라 라는 케릭터의 성격을 재정립하였으며, 그 과정을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앞으로 크리스탈 다이나믹이 어떤 툼레이더를 만들어낼지, 대단히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 이런 게임들을 선두했으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하드코어한 플랫포밍...이라고 하고 싶다. 솔직히.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느낌도 지울수가 없다. [본문으로]
  2. E3 게임플레이 영상에서 라라가 음식을 구하는 부분, 캠핑 관련 부분등은 연출적인 것에 불과하다. [본문으로]
  3. 도대체 그 많은 해골과 시체가 어디서 나왔을까 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엄청난 사체와 해골 더미를 게임 내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4. 제작진은 이런 유니크 데드씬이 무려 22개나 된다고 밝혔다! [본문으로]
  5. 정당방위이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6. 하지만 몇몇 게임웹진 리뷰에서 지적하였듯이, 라라의 첫살인 이후 라라의 파괴신적인 면모가 갑작스럽게 대두된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라라는 3~4명의 광신도를 끔살내버린다. 상당히 기묘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7. 능력을 해방하면, 단순히 회피를 하는 것을 넘어서 카운터 공격으로 적의 무릎 뒤쪽에 화살을 꽂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후반의 스톰가드들을 상대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테크닉이다. [본문으로]
  8. 구급상자가 없자 라이터로 화살촉을 가열해서 상처를 지져서 소독하던가, 길에서 주운 로프를 화살에 묶어서 사용하며, 잡동사니로 무기를 마개조하지를 않나, 라이터와 화살 조합으로 불화살에서 심지어는 네이팜 화살을 만드는 등등 [본문으로]
  9. 게임 연출이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게임 시스템상 게이머의 플래이의 과격성이 능력을 얻을떄마다 급격하게 상승한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문신'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난다. [본문으로]
  10. 상실은 잃음을 당하는 것이지만, 희생은 스스로 잃을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뭐 이런 뉘앙스? [본문으로]
  11. 또는 본인은 '케슬베니아:월야의 야상곡'으로 대표되는 메트로베니아에 비교하고 싶기도 하다. [본문으로]
  12. 초반에는 활쟁이들이지만, 후반으로 가면 기관총을 든 적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들의 위험도는 점점 올라간다. [본문으로]
  13. 소울리버 2는 애매했으며, 데빌메이크라이가 나오고 난뒤에 나온 디파이언스는 스토리는 둘째치더라도 전투가 재밌었다고 빈말로 말을 못하는 수준이며, 툼레이더:언더월드는 차라리 전투 빼고 거기에 퍼즐과 플랫포밍을 집어넣어줬으면 했었다... [본문으로]
1 2 3 4 5 6 7 ··· 16
블로그 이미지

IT'S BUSINESS TIME!-PUG PUG PUG

Levi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