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라는 기기는 PSP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대단히 혁신적인 기능들을 잔뜩 추가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자이로센서에 후면/전면터치 기능, 카메라, 마이크 기능 등등 어떤 의미에서는 DS가 보여준 'DS만이 가능한' 독특한 매력을 비타 역시 노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다. 하지만, 닌텐도의 DS, 3DS와 비타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벽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기기의 성능과 특징을 100% 이해하고 활용하는 퍼스트 파티의 소프트'의 존재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닌텐도 퍼스트 파티들이 자사 콘솔에 대해서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반하여, 소니의 비타의 경우 퍼스트 파티의 부진 아닌 부진(?)이 돋보였다. 리틀 빅 플래닛의 실패와 이나후네의 의미심장한 발언 1, 비타의 신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P4G의 성공 등등은 '비타가 아니면 이건 할 수 없다' 2라는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3 4
하지만, 그라비티 러쉬는 비타가 아니면 '불가능한' 게임 플래이를 보여주는데 어느정도 성공한다. 물론, 그라비티 러쉬는 완벽하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완성도에서 엉망진창인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실패한 시도와 성공한 시도가 섞여있으며, 스토리는 떡밥만 잔뜩 던진 상태에서 반토막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개선의 여지 역시 잔뜩 보이며, 게임의 독특한 분위기와 경험은 후속작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5
기본적으로 그라비티 러쉬의 컨셉은 '중력의 변화'이다. 주인공인 캣은 중력을 조작할 수 있는데, R 트리거로 자신을 무중력으로 만들 수 있으며, L 버튼으로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떨어진다.' 이 '떨어진다'의 개념은 캣이 중력의 방향을 카메라 방향을 '아래'로 설정하고 떨어진다라는 것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라는 개념하고는 거리가 멀다. 초반에 게이머가 크게 햇갈릴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무중력 상태-떨어진다'의 개념이다. 그리고 조작 역시 상당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게이머는 카메라 조작에 있어 R 스틱과 동시에 자이로 센서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둘을 적절하게 조합을 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떨어지게' 조작을 해야 하는데, 이 적응 과정 역시 상당히 난해하다고 할 수 있다. 6
물론 '무중력-낙하'의 개념은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이러한 이동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가장 문제되는 파트는 바로 '중력 슬라이드' 개념이다. 인간적으로 이건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파트라고 할 수 있는데, 전면 왼쪽 구석-오른쪽 구석을 동시에 터치하면 캣이 전면으로 '미끄러지듯이' 7 이동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좌우로 경로를 바꾸는 과정을 자동차 핸들을 핸들링 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집에서 휠 달아놓고 자동차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게이머가 이러한 휠링의 느낌을 제대로 알아서 조작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 슬라이드'만' 사용하는 스테이지는 없지만, 중력 슬라이드만 사용하는 첼린지 스테이지는 빡침을 유발하다 못해 비타를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8
'전투'파트 역시 난해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데, 무중력 상태에서 카메라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격하는 중력킥, 중력던지기, 착지 상태에서 적을 공격하는 킥공격, 그리고 필살기로 구성되어있다. 중력킥을 이용한 공격이 공격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기서도 특유의 조작 방식 '무중력 상태-떨어진다' 라는 개념과 카메라+자이로센서 조작 방식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적응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적응하면 어느정도 괜찮아지는 공격 메카니즘과 다르게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한 조작은 바로 '회피'다. 전면 스크린에 획을 '그어서' 그 방향으로 회피하는 다소 특이한(그리고 이해가 안되는) 회피 액션을 취하고 있다. 물론, 게임 자체에서 회피가 절박할 정도로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기믹의 회피가 있다는걸 종종 까먹기는 하나,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식적으로 회피를 써야하는 구간에서 게이머에게 짜증 폭발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어느정도 있다. 9
이렇게 써놓고 보면 대단히 엉망인 실험작(.....)으로 보이지만, 일단 게임 자체가 추구하는 컨셉인 부유감과 기묘함이라는 느낌은 상당히 색다르며 중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상당히 제한적인 이동수단이나 복잡한 플랫포밍에 기반을 두고 이동에 있어서 상당히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라비티 러쉬의 상쾌한 움직임(?)과 속도감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게임 내의 독특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색감과 부유감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게임은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다듬어지지 않은 조작 시스템과 심각한 컨텐츠 부재 10는 이 좋은 경험마저 깎아먹는다고 할 수 있다. 11
스토리는...어떤 의미에서는 엄청난 '배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빈칸 투성이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평하자면, 게임은 자신이 던진 소재와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 않고,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라고 외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의 나쁜점만 배워온(.....) 스토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캣의 나레이션 시점에도 도달하지 않고 게임이 종료되는데, 게임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스토리 라인을 짠 것은 전혀 좋지않다고 하고 싶다.
잔뜩 욕과 비난을 적어놓기는 했지만, 그라비티 러쉬는 참신한 오픈월드이라 할 수 있으며, '비타' 라는 기기였기에 가능한, 비타만의 독특함이 가득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엄청난 시행착오 투성이의 물건이며 무작정 추천할 수 없는 물건임에는 분명하나, 새로운 것을 찾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는 리빅플 비타 버전 리뷰에서 다루겠지만. [본문으로]
-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말고 취사선택 할것. [본문으로]
- 스팩적인 의미 이외에 비타가 잔뜩 추가한 신기능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문으로]
- 물론 이것이 과연 휴대용 콘솔의 매력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하지만, 게임적 재미를 위해 새로운 기능을 잔뜩 추가해놓고서는 '그런 기능이 없어도 무방한 매력적인 콘솔'이라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 아닌가? [본문으로]
-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뿐이다. 아마도 이 리뷰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게임을 까는 내용이 반 이상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 본인은 대략적인 카메라 세팅은 R 스틱, 세부적인 포커싱은 자이로 센서로 처리했다. [본문으로]
- 오히려 그 기묘한 느낌을 즐기게 된다. [본문으로]
- 그러니까 기울어진 경사면을 내려가듯이. [본문으로]
- 호밍성능은 어느정도 있지만, 게임 초기에는 거의 없다고 쳐도 무방하다. 하지만 게임 후반에 풀업된 중력킥은 거의 180도 턴해서 타겟을 추격하는 호밍성능을 보여준다. [본문으로]
- 프로토타입 같이 무식하게 건물을 거꾸로 달려올라가는 물건이 아니라면... [본문으로]
- 몇 안되는 사이드미션, 부족한 메인 스토리 미션...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 > 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바이오쇼크:인피니트-게임 플래이와 구조에 대하여(上) (0) | 2013.04.25 |
---|---|
[리뷰]페르소나 4 골든-Glorious Days (0) | 2013.04.22 |
[리뷰]데드 오어 얼라이브 5+ (0) | 2013.04.06 |
[리뷰]헤일로:리치-스파르탄은 죽지 않는다. (2) | 2013.04.02 |
[리뷰]소울 새크리파이스 (0) | 2013.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