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들어가기 앞서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과 이런저런 영상을 본 감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즉, 심도있게 파고들면 틀릴 수도 있기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미드웨이의 격투 게임 모탈 컴벳은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격투 게임 프랜차이즈이며, 북미쪽에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격투 게임 프랜차이즈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게임 자체로 평가받기 보다는 게임의 시스템의 일부로만 평가받은(?) 다소 불행한[각주:1] 프랜차이즈기도 하다. 페이탈리티, 패배한 적을 그야말로 '오체분시'하는 시스템은 게임의 폭력성을 논할 때 알파이자 오메가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며, 모탈 컴벳 국내 수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각주:2] 이런 논란 덕분에 모탈 컴벳이 단지 자극적인 소재에 의존하는 싸구려 게임이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게 박힌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탈컴벳의 완성도와 매력은 중독적이면서 부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각주:3]


모탈컴벳(2011, 9편)은 여타 격투 게임과 비슷하다. 아니, 좀더 강력하게 이야기하자면 모탈컴벳의 격투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과거 레트로게임스럽다 할 수 있을정도로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약 펀치, 강 펀치, 약킥, 강펀치, 잡기, 가드 버튼으로 구성된 게임은 각 케릭터마다의 특수기, 연속기[각주:4], 캔슬[각주:5], 필살기, 초필살기가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이들을 조합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심지어 커멘드도 모든 격투게임의 기본인 ↓↘→+펀치가 아니라 ↓→+펀치식의 단순한 커멘드 조합을 보여준다. 재밌는 점은 모탈컴벳 시리즈가 시대에 따라 게임이 변화하는 모습[각주:6]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정진정명 레트로한 과거 시리즈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게임의 페이스는 뚝뚝 끊기면서 상당히 느릿느릿한 템포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프레임 단위의 공방[각주:7]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초보 플레이어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끊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게임은 상대 콤보를 끊는 '브레이커' 개념을 제외[각주:8]하면 공방에 있어서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게임은 공방의 짧은 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 강하다. 즉, 상대가 가드하면 상대를 밀어내면서 얼마나 가드 데미지를 누적할 것인지, 기상 심리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의 분야에서 '운영'을 강조하는 쪽이지, 다른 격투게임처럼 치고받는 '도중'의 프레임 단위 심리전이 일어난다고는 보기 힘들다.[각주:9][각주:10] 


그렇기에 게임은 입문하기 쉽다. 심지어 마치 대학 커리큘럼을 보는 듯한 복잡한 튜토리얼을 보여주는 DOA5+[각주:11]와 다르게, 모탈 컴벳의 튜토리얼은 대단히 간단 명료하며 쉽게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깊이는 상당히 깊다고도 할 수 있는데, 각각의 케릭터의 특성과 콤보 루트를 고려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상당수의 케릭터가 기본적인 케릭터의 특성을 공유[각주:12]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명확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게임 자체가 뚝뚝 끊기는 템포를 갖고 있는데다가 비슷한 컨셉을 갖고 있더라도 연속기 루트와 캔슬 가능한 기술이 차이가 나서 운영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의 느릿한 플레이 흐름을 커버하는 것은 모탈컴벳 특유의 묵직한 타격감과 과격한 연출이다. 모탈컴벳의 타격 묘사나 느낌은 다른 격투게임들과 극단적으로 차별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2D 특유의 '빠르게 벤다'라는 개념을 재현하고 있는 블레이블루와 길티기어 시리즈, 크리티컬 버스트의 폭발하는 느낌을 살려내고 있는 DOA 5, 수묵화 특유의 연출을 재현한 스트리트 파이터 4 등등과 다르게 모탈컴벳의 타격감은 마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샌드백을 치는 느낌이 강하다. 게임내 연출 역시 온갖 흉기와 무언가로 칠때마다 그로 인해서 피와 살이 튀는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X-ray 어택이라 명명된 초필살기는 그야말로 상대의 신체가 부서지는 것을 엑스레이로 묘사하는 과격함의 극치를 달린다.


하지만, 모탈컴벳의 연출과 분위기는 전형적인 B급 서브컬처의 연출과 맥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폭력의 사실적인 재현과 묘사에 초점을 맞추는게 아니라 마치 순전하고 유치한 상상에 근거해서 폭력을 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일정도로 '유치'하다. 물론 모탈컴벳도 충분히 잔인하기는 하지만, 폭력 묘사의 내밀함에 있어서 떨어진다는 의미이며 갓 오브 워 3의 헬리오스 목뽑기나 헤비 레인의 손가락 절단씬 같은 폭력의 내밀함이나 감정적인 고조가 모탈컴벳의 경우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유치함의 정점을 달리는 페이탈리티는 그 잔인한 묘사[각주:13]에도 불구하고 그런 B급 서브컬처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에게는 실실 쪼개면서 넘길만한 B급 연출 특유의 유치함을 자랑한다 할 수 있다. 갓 오브 워 시리즈나 다른 폭력 게임들이 18세로 심의를 통과하는 이런 시점에서 모탈 컴벳만이 통과하지 못하는것은 다소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격투게임의 완성도에 흠이 생길만한 먼치킨 케릭터들의 존재(쿵라오, 카발)와 케릭터 모션과 판정의 문제 때문에 이 멋진 게임에 흠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모션과 판정 문제는 상당히 기묘하다가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판정이 중단 또는 하단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거의 대부분 상단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기묘하게도 모탈컴벳에서는 '중단'의 개념이 거의 희미하다고 할 수 있을정도인데, 기본적인 격투 게임이 '앉아 가드는 불가능하지만 서서 가드는 가능한' 중단의 존재가 공방중의 이지선다의 핵심이 되는데 모탈 컴벳에서는 단독 또는 콤보 도중에 넣을 수 있는 '쓸만한' 중단의 존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중단 이지선다 심리전의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비타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의 문제가 있다. 보통 DOA5, DOA5+ 같은 약간의 마이너 다운그레이드 이식이라면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이지만, 이건 다운그레이드 이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본인은 플래이 도중에 '버그로 이렇게까지 떨어진건가?'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DS의 이식작이라 할 수 있는 테일즈 오브 하츠 R보다도 그래픽이 더 구려보인다는 시점에서 말다한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즐길만한 컨텐츠 역시 충분하다는 점, 게임의 재미가 출중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는 아까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기회가 된다면 꼭 즐겨보는 것을 추천하며(물론 그 잔인함을 감당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겠지만), 설령 잔인해서 해볼 엄두가 안나시더라도 나중에 나오는 동회사의 인저스티스:갓 어몽 어스를 플레이해보시라. 그 역시도 기본적인 시스템은 비슷하며 메타크리틱의 평가도 상당히 좋다.





  1. 동시에 미드웨이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2011년, 네더렐름에서 모탈 컴벳의 수입을 게등위에 요청했을 때, 게등위는 보류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본문으로]
  3. 모탈컴벳은 2011년 리부트 작을 포함해서 총 9개의 작품이 나왔으며, 3편의 영화가 나왔고, 모탈컴벳과 DC 케릭터들이 치고받는 콜라보 게임이 나오기까지 하였으며 심지어는 모탈컴벳의 시스템을 베이스로 인저스티스:갓 어몽 어스까지 나오게 되었다. [본문으로]
  4. 케릭터 마다 고유의 펀치와 킥의 연속 조합인Kombo가 존재한다. [본문으로]
  5. 이것이 가능한 기술을 외국에서는 '버프가능'(Buffable)로 표시한다. [본문으로]
  6. 유파 개념의 도입, 3D 필드 개념의 도입 등등 자세한 것은 개별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참조하시라. [본문으로]
  7.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가드시 프레임 이득) 하지만 그러한 프레임 개념이 '시스템적'으로 프레임 단위의 입력(철권 시리즈의 저스트 프레임 기술들)으로 이어지거나, 시스템적인 이득(DOA5+ 하이 카운터 홀드, 카운터 홀드 개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8. 아크 시스템 웍스의 블레이블루나 길티기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사이크버스트 느낌이기도 한데, 한 판당 횟수 제한이 있는 사이크버스트와 달리 여기서는 게이지 두개면 언제라도 쓸 수 있는 물건이다. [본문으로]
  9. 그나마 DOA5+의 경우,그 도중의 심리전이 상당히 로또성이 강하다는 점, 그리고 초보의 경우 초보의 수를 읽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비기너즈 럭을 노리기 쉽다는 점 덕분에 쉽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레임 단위 공방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10. 격투게임 공통의 중단 이지선다 심리전이 있지 않나?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케릭터 별로 콤보의 루트가 거의 정해져있다는 점. 평타 캔슬링이 생각보다 덜 자유로운 점, 마지막으로 후술할 내용이지만 상단/하단 이외에 중단 판정을 갖는 기술의 수가 적고 쓸모있는게 적다는 점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1. 가장 쉬운 격투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본문으로]
  12. 장풍, 앉아 강주먹은 어퍼컷, 텔레포트 공격 기술 등등 [본문으로]
  13. 절단면의 묘사, 조각나는 신체 등등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