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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어려운 게임이란 무엇인가?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반복된 죽음을 야기하는 게임이 어려운 게임인가? 사실, '어려운 게임'의 정의는 자주, 그리고 쉽게 간과되는 문제중 하나이다. 보통은 반복된 죽음을 야기하는 것을 어려운 게임의 기준으로 잡는다:죽음의 반복이란, 보통의 게임에 있어서는 실패와 어려움을 표지하는 주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죽고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게임을 두고 어렵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빅리그나 게티스버그 같은 완벽하게 '실패한' 게임(이들 역시도 반복된 죽음을 유발하고 게임 클리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저도 어려운 게임의 카테고리에다가 분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빼도박도 못하게 어려우면서 성공한 게임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닌자 가이덴 시리즈의 경우, 타 게임 디자이너 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게임의 시스템을 빡빡하게 잡아 게임을 클리어하기 어렵게 만든 경향도 있다. 그렇다면 닌자 가이덴 2와 빅리그-게티스버그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단순하게 '많이 죽는다'고 해서 게임이 어렵다고 할 수 있을까?


데몬즈 소울, 다크소울, 그리고 여기서 리뷰할 다크소울 2까지, 프롬소프트가 만들고 있는 통칭 소울 시리즈는 보통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는 칭호가 붙는 게임이다. 게이머는 소울 시리즈에서, 허구한 날 죽는다:다크소울 2에서 적들은 플레이어를 죽일 듯이 달려들고, 스테이지는 함정과 낙사를 유발하는 구간으로 가득차 있으며, 보스는 1:1이라는 정당한 결투라는 컨셉 따위는 갖다버린 체 몹들과 함께 여럿이서 플레이어 한명을 구타한다. 죽음은, 이미 소울 시리즈에 있어서 중요한 '컨셉' 중 하나이다. 하지만, 죽음이 '어려움'으로 직결되는가? 만약, 소울 시리즈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이었다면, 게이머들 사이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계속되는 죽음과 좌절, 그것이 반복됨에 따라 사람들은 쉽게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울 시리즈는 '팔린다'. 물론 그 판매량이 천만장, 2천만장을 파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초라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명맥을 근근히 이어가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될 정도로는 팔린다. 이러한 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소울 시리즈가 단순하게 죽음을 반복하게 만들어서 어려움을 유발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 그 내부에는 그 죽음과 어려움이라는 피상적인 지점을 넘어서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이 게이머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기본적으로 소울 시리즈는 소위 이야기하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니다:게임은 전적으로 고전적인 일본 RPG의 재래에 가까우며 후술할 지점들에서 '온고지신'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자유도'라 불리는 지점은 찾아볼 수 없으며, 게임 서사에 있어서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지점도, 그리고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변화하는 지점도 존재하지 않는다.(혹은 적다:데몬즈의 경우와 다르게 다크소울에서는 엔딩은 마지막에서 선택 가능했으며, 다크소울 2는 엔딩이 오로지 하나 뿐이다.) 게임은 전적으로 불친절하며, 게이머는 어떠한 예고도 없이 불현듯 다가오는 위협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다크 소울 2를 플래이할 때, 조심스러운 접근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게임은 곳곳에 비밀을 숨겨놓음으로서 게이머의 이러한 느린 접근을 장려한다: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의 간격은 기존의 게임들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훨씬 더 넓고, 게이머는 이 간격 사이에서 돌아다니면서 이 주위에 무엇이 있고, 무엇을 해결해야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크소울 2은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서, 게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다크소울 2가 기존 게임들과 '특출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난이도와 그에 따른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게임 시스템 전반의 조정이라 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죽음'이 있다. 소울 시리즈에는 화려한 그래픽도, 호쾌한 게임 플래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은 전반적으로, 특히 '죽음'이라는 지점에 있어서, 대단히 불친절한 게임이다. 게이머는 뻑하면 부조리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심지어 게임은 '죽을 준비를 해라'(다크 소울)라던가 '죽음을 넘어서라'(다크 소울 2) 같은 캐치 프레이즈를 집어넣음으로서, 죽음이라는 실패상황 마저도 게임의 일부로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과제를 모으는 사람들에 대해서 심리학적인 분석은 '(도전과제에서 요구하는 이상한 행동들을 달성하고도)살아남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달성감'이라는 지점을 드러냄으로서 도전과제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설명하기도 했었다:다크소울 2 역시 그런 '도전과제'를 향한 열정과 유사한 지점이 있는데, 게임 자체가 도전과제이며 넘어서야할 장벽을 게이머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넘어서야할 장벽'을 제공한다는 것, 즉 게이머에게 '합당한 대적자'를 제공한다는 것은 게이머가 이 소울 시리즈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고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죽음의 반복은 난이도의 상승으로 직결되며, '실패'의 반복이라는 지점에서 게이머를 쉽게 지치게 만든다. 또한 최근 게임들이 게임을 친절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한데 비하여, 다크소울이 내세우는 불친절함이란 어찌보면 요즘 게임에 길들여진 게이머들로 하여금 게임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지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불친절한 죽음'이라는 다크소울 2의 컨셉은 게이머들을 유인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게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크소울 2의 성공은 소울 시리즈의 도발적인 컨셉(불친절한 죽음)이라는 지점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게이머와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소울 시리즈가 요즘 게임들과 차별적인 지점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에서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다:게이머가 소울 시리즈를 플래이하면서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은 죽음이 익숙하며 학습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이머는 게임에서 반복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 죽음을 통해서 게임의 구조를 학습한다. 그 어느 누가 죽어보지 않고 복도 뒤에 매복한 적들과 바닥에 교묘하게 설치된 함정을 단숨에 찾아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요소들은 게이머가 '죽어봄'으로서 관찰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되며, 그것을 피해가거나 정면으로 돌파해나갈 해법을 찾아내게 된다. 이러한 원칙은 보스전에서 단순하지만 더욱 가혹한 방식으로 적용된다:보스의 움직임은 수수하지만 움직임 하나 하나가 게이머에게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언제 치고 언제 빠질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하는데, 이를 판단하고 보스를 공략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방식이란 역시 죽음을 통한 '반복 학습'뿐이다. 그렇기에 소울 시리즈의 게임 플래이는 '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실패'가 아니다. 기존의 게임들이 '죽음'이라는 요소를 게이머의 실력부족, 공략의 미숙지 등으로 인한 실패의 결과의 형태로 표현했다면, 소울 시리즈에서 죽음이란 누구나 거쳐야 하는 자연스런 하나의 '과정'이며 잘못된 선지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가지치기'의 과정에 가깝다. 


이러한 '가지치기', '학습'의 과정으로서 죽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게임은 많은 지점에서 죽음을 '자연스러운 무언가'로 만들어낸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게임 서사에 있어서 주인공은 죽은자도 산 자도 아닌 '망자'로 설정되어 있다:이 망자는 게이머의 상황을 비유하는듯이 보이는데, 특히 다크소울 2에서는 처음에는 멀쩡한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죽음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썩어서 메마르게 변하는 시체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는 계속된 죽음과 실패로 정신이 무뎌져가는 게이머에 대한 비유로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게이머와 자신의 비유로서의 케릭터 사이에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후술할 혈흔과 메세지의 존재로 인해서, 게이머는 이 다크소울의 세계에 '죽음'과 '실패'가 가득한 것을 인지하게 되며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죽음만으로는 다크소울은 완성되지 않는다. 이 무수한 죽음들로 인해서, 죽음의 반대명제인 '살아남음'과 '성공'이 더욱 가치있게 된다. 게이머가 다크소울 시리즈를 통해서 경험하는 것은,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란 그만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을 때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소울 시리즈에서 죽음이란 게임 플래이라는 삶의 일부분인 동시에 죽음을 통해서 삶(=게임 플레이)을 살며 성공을 더욱 값어치 있게 만드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죽음의 일상화와 적지 않은 패널티(레벨업 수단 및 화폐인 소울의 소실)로 인해서, 게이머는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는 템포를 늦출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게임은 곳곳에 숨겨진 비밀 아이템들과 지름길들을 설치해 놓았기에 게이머들은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관찰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갈수록 게임을 편하고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된다. 이는 빠른 진행과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요즘 게임들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소울 시리즈만이 갖는 강력한 장점이다:콜옵 고스트에서처럼 남용되는 폭발이나 슬로모션 컷씬을 마주할 때 게이머가 느끼는 지루함이란, 그것이 결국은 게임 플래이에게든 게이머에게든 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그로인해서 어떠한 긴장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머가 다크소울 2를 플래이할 때, 게이머가 마주하는 것은 정적과 함께 언제 어디서 마주할 지 모르는 죽음의 위협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게이머는 전적으로 게임에 집중하며, 단순하게 플래이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을 자신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소울 시리즈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과거 게임들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 사이에 정보와 공략을 공유하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정보와 공략을 얻기 어려웠으며, 게임은 현재의 게임에 도달하기 까지 불친절함을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제한된 환경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행위였으며, 다크 소울 2는 이를 혈흔과 메세지의 개념으로서 게임 외부가 아닌 게임 내에서 과거 커뮤니티가 가졌던 특성들을 제한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한다.


보통 소울 시리즈의 게임 플래이 특징을 게임 웹진에서 표현할 때, 싱글플레이Single와 멀티플레이Multi의 합성어로서 밍글플레이Mingle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소울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는 항시 연결되어 있다:게임 내에 나타나는 혈흔들을 만짐으로서 지금 현재 게임을 플래이중인 다른 게이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죽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고, 게이머들이 짧게 남긴 메세지를 확인함으로서 주변에 무엇을 주의하고 어떤 보물이 숨겨져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희미한 환영으로서 다른 게이머들을 보여줌으로서 그들과 직접적으로 같이 플래이하는 것은 아닌, 희미하지만 뚜렷한 유대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다른 게이머로서의 제한적인 정보의 피드백(혈흔, 메세지)은 게이머의 잘못된 선지의 '가지치기' 과정을 수월하게 해준다:매세지를 남긴 사람이나 혹은 죽은 사람이 남기는 정보란, 이미 그 상황을 경험하거나 실패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남기는 단편적인 공략이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공략을 제공해줌으로서, 소울 시리즈를 플래이하는 게이머들은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싱글과 멀티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짐으로서, 게이머는 다른 게이머와의 느슨한 커뮤니티 이외에 다른 독특한 경험을 맞이한다:게이머는 어디서든 다른 게이머의 세계를 침입할 수 있으며, 역으로 자신이 침입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온라인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소울 시리즈의 게임 플래이는 싱글 플래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히려 멀티가 게이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점은 대단히 제한적이며, 게이머의 주된 경험은 자신의 세계-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싱글-멀티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은 인상적인 지점인데, 기본적으로 전술한 게이머들 사이의 느슨한 유대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특정 상대(특히 친구 같이)와 만나서 하는 멀티플래이를 지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음성대화마저도 막아둔 불편한 형태의 멀티플래이를 보여준다.(다크소울 2에서는 지원하긴 하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불편함이라 할 수 있는데, 게임 내에서 게이머들은 온갖 제스처를 이용해서 서로와 소통하려 하며(심지어 2편에서는 음성쳇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인사나 절 같은 제스처를 이용하여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려는 노력을 한다. 물론 그런거 안하고 침입해서 무작정 달려드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지만, 그런 불편함 속에서 서로와 소통하려는 지점을 만들어내려는 게이머들의 노력을 노리고 '원시적인' 소통 방식을 집어넣은 프롬의 의도는 편리함을 강조하는 요즘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다크소울 2는 전작들의 많은 부분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리즈의 후속작으로서 다크소울 2는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작들(1편과 데몬즈 소울) 달라진 지점이 몇몇 부분 존재하기도 한다. 이제 게이머는 죽을 때마다 체력이 줄어들게 되며 전작에서 강했다고 판단되었던 부분들(방패와 가드 공격이 가능한 창 같은)은 너프가 되는등 실질적인 부분에서 난이도가 상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화톳불에서 다른 화톳불로 이동이 가능해진 점(전작에서는 일부 화톳불에서만 가능했다), 메세지 자체가 아이템을 쓰지 않고 메뉴의 일부로 통합된 점 등등에서 게임은 전작에 비해서 불필요하게 난이도가 오르는 지점을 줄이고 편의성을 보장한다. 그렇기에 이런 지점에서 게임은 전작들을 더욱 다듬은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지점 역시 존재한다. 다크소울 2에 대해서 모든 게임 내 그래픽을 인게임 CG 영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던 프롬 소프트의 포부와 실제로 거기에 근접하게 만들었던 E3 데모에 비교하면 다크소울 2는 거의 사기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그래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물론 테크 데모이며, 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지점이기는 하지만 팬들에게 잔뜩 기대감을 안겨주고는 다시 다크소울 1편의 그래픽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많이 아쉬운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나온 다크소울 2의 그래픽과 프레임은 대략 다크소울 1편 보다 살짝 나은 수준 정도다.


결론적으로 다크소울 2와 소울 시리즈는 게임 역사에 길이남을 게임이며,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게임을 플래이했던 경험을 현대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을 현대적인 특성으로 알맞게 포장하여 재해석하였기에, 그리고 요즘 게임들과는 다른 흐름과 계보를 보여주며 유행과는 다른 게임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덧.게임의 분위기와 관련하여 토포필리아(공간미학)로 재해석하는 칼럼은 따로 분리합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새 술에는 새 부대가 필요하다: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차세대 콘솔에는 차세대 기기에 걸맞는 철학과 성능을 갖춘 작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각각의 콘솔들은 그런 자신들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독점작'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경쟁기종에 비교하여 더 경쟁력있는 지점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4와 엑원이 런칭된지 4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양측 모두 다소 '아쉬운' 지점이었다. 특히 경쟁자에 비해서 소비자들을 확 끌어들일만한 무언가, 그리고 이 게임 하나만으로 이 콘솔을 살 수 있다 라는, 소위 킬러 타이틀의 부재는 분명히 플4가 리드하는 상황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결정타를 먹이지 못하는 미진한 상황을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플4와 소니 진영은 킬존 쉐도우 폴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듯이 플삼 독점 프랜차이즈였던 인퍼머스 세컨드 선을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은 세컨드 선이 과연 차세대를 사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게이머에게 그래픽이나 게임의 호쾌함에 있어서 충분히 플4를 사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타이틀이다:하지만 문제는,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꺼림칙한 인상을 잔뜩 안겨주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못만들었기에 느껴지는 불쾌함이나 짜증남과는 다른 지점이다. 오히려, 더 잘만들어지고 잘 다듬어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듯한 어색함을 게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지점에서 어딘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기묘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퍼머스 시리즈가 지향하는 지점은 GTA 류의 오픈월드 게임에 만화에서 나오는 초능력자들의 문법을 도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위험에 빠진 도시가 있고, 초능력을 가진 초인이 도시에 등장한다. 도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초인(=게이머)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각종 서브컬처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게임에 접합시킨다:게이머는 자동차나 헬기 같은 현대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건물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며, 혼자서 수십명의 특수부대와 탱크, 헬기 등등을 쓸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GTA 같은 게임들이 도시라는 풍경을 배경으로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소소한 서브 미션 등등의 요소를 집어넣어 풍경이 단순하게 풍경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을 할수 있는 지점을 만들었다면, 인퍼머스 시리즈의 경우 그보다 더 나아가는 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게임의 기본 컨셉 자체가 만화 등의 초인을 다루는 서브컬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드러내듯이, 게임은 카르마 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하였을 시에 그에대한 피드백을 주고 스토리와 게임 플래이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만들기도 한다. 컨셉 자체로만 본다면 인퍼머스 시리즈는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상당히 기묘한 전투 방식을 보여준다:기본적으로 우리가 초인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압도적인 강함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인퍼머스 1편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프로토타입의 경우, 그러한 압도적인 파괴력을 여실히 잘드러냈었다. 하지만 인퍼머스 시리즈의 경우 초기의 이미지와 다르게 사격전 위주의 짤짤이가 주를 이루었으며, 이로 인해서 초창기 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세컨드 선 역시도 그 경계에 사로잡혀 있는데, 게임의 재미와는 별개로 전투가 사격에 치우쳐 있기에 갖는 아쉬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카르마 스트릭의 호쾌함이나 대형탄으로 파괴할 수 있는 사물들의 파괴 효과 등등은 아름답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게임은 '짤짤이'라고 폄하될 수 있는 사격전이 기본 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짤짤이 위주의 사격전과는 별개로 게임의 전투는 잘 짜여져있다:게임 내내 상대하는 통합보안부 적들은 크게 4종류(콘크리트 점프로 이동하는 경보병, 게이머의 발목을 묶는 마법사형 적, 중무장하고 근접공격만 하는 적, 차폐물을 만들어내는 적)로 구분이되며, 각각의 적들은 각자 맡은 역활이 있고 게임을 상시 긴장하게 만든다.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작 세컨드 선에서 통합보안부 적들은 기본적으로 매게체라는 설정을 달고 있으며 적들은 게이머를 따라 건물 위로 건물 아래로 뛰어다니면서 게이머를 성가시게 만든다. 그리고 중무장한 적들은 군중제어기가 먹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가하거나, 아니면 근접공격으로 쉴드를 부숴야 하는 등의 각자의 격파 방법이 다르다. 이런식의 다양한 적들이 배합되서 나오고 적들의 화력 역시 막강하기에 게임의 전투는 혼돈을 달리게 된다. 그리고 게이머는 이 난관을 플어나가기 위해서는 전투중 체력 회복 수단과 무적 판정이 달려있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그렇기에 게임은 무적 판정이 붙어있는 대쉬를 이용해서 정신없이 이동하며 적들을 상대하고, 밑에서 다룰 능력에 따른 카르마 획득 및 체력 회복 기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은 크게 연기, 비디오, 네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능력별로 각기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다르며 게이머의 선악 카르마에 따라서 게임의 진행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가령, 연기 능력의 경우 선한 카르마로 진행할 시에는 헤드샷을 날리면 적들이 비틀거리는 상태에 빠져서 이를 제압하는 것으로 선한 카르마를 획득하며 능력 업그레이드 상태에 따라서(보통은 필수적으로 찍겠지만) 자동적으로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반면, 네온의 경우에는 머리가 아닌 발목을 공격함으로서 적을 제압하고 선 카르마를 획득할 수 있으며, 헤드샷을 하는 경우에는 악 카르마를 획득하며 체력을 회복한다. 이와 같이 능력에 따라 선과 악 카르마에 따라서 전투 방식을 판이하게 만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게임은 각각의 능력에 있어서 고유하고 매력적인 공격 패턴을 넣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 능력간의 변환이 쉽지 않다는 점 등등으로 인해서 전투 시스템의 매력을 깎아먹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능력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심각한 지점이라 볼 수 있는데, 게이머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연기-네온-비디오 밖에 되지 않는다는데다가 각기 전투를 풀어나가는 기술이 대략 3-4개 밖에 되지 않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투에 있어서 능력이 많지 않다는 점, 그렇기에 전투가 몇몇 파워를 반복해서 쓰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점에서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결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세컨드 선의 치명적인 문제는 그런 전투의 단조로움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재밌기도 하니까)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가장 큰 문제는 오픈월드 게임이면서, 왜 이 게임이 오픈월드로 만들어졌어야 했는가를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보자:GTA 시리즈의 경우, 게이머는 도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이며, 도시는 게이머에게 있어서 범죄의 공간이자 기회의 공간, 그리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지점에서도 자연스럽게 범죄를 저지르며 범죄에 가담하는 서브미션을 하게 된다. 어크 4:블랙 플래그의 경우에는, 게이머는 해적이며 바다를 배경으로 약탈을 하고, 해적 답게 보물을 찾아 여기저기를 뒤지게 된다. 레드 데드 리뎀션의 경우, 게이머는 최후의 무법자가 되서 서부시대의 황혼을 만끽한다:무법자 사냥, 야생마 길들이기 등등... 이처럼 광대한 시공간을 제공하는 오픈월드 게임들은 보통 '이러한 시공간이 필요한/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제공하며, 그것은 게이머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이나 게이머가 그 공간에서 자잘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미션들이나 시스템 등의 게임 서사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인퍼머스 세컨드 선에는 그러한 '활동'과 시애틀이라는 세계와의 관계 맺음이 거의 전무하다:게이머는 일정 구역에서 무한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들(마약상 단속 같은)을 무한하게 반복해서 해결을 하는 것, 그것이 카르마가 오르고 게이머가 시애틀이라는 세계를 향해 관계맺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여태까지 다양한 오픈월드 게임들이 해왔던 다양한 시도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서브미션이 부족하다는 것은 세컨드 선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게임 서사와 게임 시스템 사이의 긴밀한 연관관계가 없기에 생기는 문제이다:왜 초인은 시애틀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통합안보부와 싸우는가? 물론 게임은 대하 서사시 급은 아니지만 작고 친밀한 지점에서(아코미쉬 라는 자신의 부족을 위해서) 서사를 시작하며,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면서 악동이며 체제의 반항아가 매게체 동족들인 펑크족 소녀와 찌질이 너드를 데리고 통합안보부의 압제로부터 시애틀을 구해낸다는 반항적이며 전형적인 이야기를 잘 다루어내고 있다. 그 중에 소소한 반전과 이야기거리,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지점(인간과 매게체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가? 빌런은 매게체의 자유를 뺏음으로서 매게체를 지켰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등등에서 플롯의 전반적인 짜임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에는 시애틀이라는 공간은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매게체들의 싸움은 여전히 매게체들 간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바깥에서 매게체와 세계가 어떤식으로 관계 맺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한 것이다. 어찌보면, 세컨드 선에 있어서 시애틀이라는 공간은 그저 풍경이며, '텅빈' 공간에 불과하다:민간인들은 풍경처럼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이며, 게이머가 접할 수 있는 민간인들과 세계란 그저 부조리하게 길가다 자빠져서 도와달라고 몸비트는 무언가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있어서, 게임은 게이머가 해왔던 행동들의 결과물을 보여준다:선 카르마로 진행한 경우, 시애틀의 시민들은 통합보안부에 맞서서 게이머를 대변하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지점에서의 시민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지점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 전반에 깔려있는 미학이 되었어야 했었다:우리 동네에 초능력자가 왔어요,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마을과 우리가 달라지거나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카르마 시스템을 도입해서 서로 교류하는 지점을 만들어내었는데,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게 지정된 지점에서 무한하게 반복되는 이벤트를 무한히 클리어해서 카르마를 쌓는 것 뿐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아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의 표현에 따르면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마치 스테이지 형식의 게임을 한다'라는 극론까지 제기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컨드 선에서의 시애틀이라는 시공간의 크기가 크냐 작으냐는 문제가 아니다:시공간이 내밀하게 짜여져 있다면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시공간은 전적으로 작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시공간을 채워넣는데 있어서 세컨드 선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게임의 그래픽은 인상적이다:가변 프레임(20~60프레임을 오가는)이긴 하지만, 게임이 플래이 불가능할 정도로 출렁거리거나 끊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의 그래픽의 디테일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훌륭한데, 특히 능력과 관련있는 광원의 경우에는 여태까지 나온 차세대 게임과의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아름답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시애틀이란 도시의 풍경인데, 뚜렷한 랜드마크 없이 반복되고 구분하기 힘든 도시 이미지로 인해서 시애틀은 게이머에게 뚜렷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실패한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차세대 게임이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치는가를 보여주며, 그리고 기본은 충실하게 수행하는 게임 플래이를 보장한다. 하지만, 세컨드 선의 본질적인 문제는 과거 오픈월드 액션 장르의 게임들이 초창기에 경험했었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지점이다:세컨드 선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게임 서사나 게임 플래이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전혀 재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차라리 이 게임을 어설프게 오픈월드를 재현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일직선 형의 스테이지 기반의 게임으로 만들되, 좀더 다양한 서사와 가능성들, 게임 플래이들을 만들어내었으면 이거보다는 훨씬 더 재밌고 대단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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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일본 시장에서 휴대용 게임기, 그리고 그 휴대용 기기에 기반하고 있는 몬스터 헌터류의 '헌팅 액션' 장르는 독보적이다:몬스터 헌터 4는 3DS 기종 단독에 일본시장 한정으로만 400만장을 판매하였으며[각주:1], 소프트웨어가 하드에 영향을 미친다 라는 명제를 보여주는 강력한 소프트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기는 일본의 국민 게임으로 추앙받는 위치에 등극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몬헌의 찬란한 성공 밑에는 무수히 많은 도전자들의 시체들이 있었다. 수많은 게임들이 몬헌의 아성에 도전했었고, 실패했었다. 물론 갓이터 같은 성공 케이스도 있었지만[각주:2] 많은 도전자들이 갓이터 정도의 성공을 거두지도 못한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걸 감안한다면, 헌팅 액션 장르란 개발자들에 있어서 달콤한 독약과도 같은 지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4명이서 협력하여 멀티를 하고, 파고드는 요소에, 압도적인 보스 몬스터와 자웅을 겨룬다는 매력적인 컨셉과 잘하면 몬헌과도 같은 성공을 거둘수 있다는 유혹 너머에는, 개성있는 디자인을 가진 보스를 '다수'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각주:3]와 가장 기초적인 지점에서 자신을 꾸준하게 확장했던 몬헌과 비교해서 어떻게 자신의 매력포인트를 설정할 것인가? 라는 차별화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장르의 도전자들에게는 크게 두가지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보인다:적당히 몬헌처럼 만들고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몬헌 바깥으로 나아가서 험난한 광야를 해맬 것인가.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당당하게 광야로 나아가는 모험을 한다. 소울 새크리파이스도 그런 헌팅액션 장르를 표방하지만[각주:4], 게임은 소모재인 공물과 극단적으로 짧은 게임 사이클,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기반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스토리라인까지. 소새크는 몬헌이라는 경계에 사로잡혀있으면 그저그만한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확고한 철학 아래서[각주:5] 그 바깥으로 도약하려 했다. 하지만 도약은 소새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었지만 동시에 추락을 수반했다:소새크의 공물 밸런스, 특히 원거리와 근거리 공물간의 벨런스 문제는 심각했으며, 초기에는 치명적인 게임 시스템상의 헛점이 발견되고[각주:6], 마물들의 개성은 고만고만했었다. 게임은 컨셉 자체는 훌륭했지만, 여기저기가 덜다듬어진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뭔지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처음 나온 소새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몬헌 바깥에서 몬헌 이외의 헌팅 액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은 소새크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소새크는 캡콤을 나온 이나후네의 신생 제작사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물론 많은 결함을 갖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자체로 즐길만한 지점도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진 않지만 인정할만한 '첫 걸음'으로 봐줄만 했었다.[각주:7]

 

그리고, 완전판인 델타가 나왔다. 완전판의 개념이란, 어찌보면 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를 제작진 스스로가 인정하며 우리는 불완전한 물건을 팔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보완해서 또 물건을 팔아먹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뻔뻔함을 드러내는 지점으로 팬들에게 보일수도 있다. 팬들을 기만하는 게임으로서의 완전판인가, 아니면 기존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완전판인가 의 문제는 전적으로 미묘한 뉘앙스의 문제이며 제작자들이 얼마나 그것을 깔끔하게 만들어내고 불만스러운 팬들을 만족시키느냐에 따라서 갈려지는 어려운 문제다. 그런 지점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울 새크리파이스 델타는 모범적인 완전판이며 동시에 '이게 작년에 나왔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마저 만들어낸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이정도까지 게임을 다듬어낸 제작사의 역량[각주:8]이라는 지점에서 앞으로 더 기대할만한 지점도 있다고 본다.

 

델타의 기본적인 컨셉-그러니까 게임이 내새우는 '뒤틀린 동화'라는 컨셉이 아닌-은 원작의 단점들을 보완하는 지점들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공물간의 밸런스의 조절, 공물간 조합 시스템의 추가 및 세력 시스템을 추가함으로서 게임 플래이 스타일을 분화시키고 다양한 게임 스타일을 인정하기, 엔드 컨탠츠의 추가와 마물 및 맵에 대한 조정을 가하는 등 원작 컨셉만 계승할 뿐 게임 자체를 거의 대부분을 뜯어고쳐버렸다. 하지만 이 과격한 변화는 유저들의 피드백에 기초하고 있다:게이머들은 원작때부터 원거리-근접의 밸런스 문제와 다양한 플래이 스타일[각주:9]의 인정의 요구, 다양한 마물의 추가 및 엔드 컨텐츠와 더 고난이도의 게임 플래이를 요구하여왔다. 실제로도, 제작사들은 작년동안 지속적으로 패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델타가 놀라운 지점은, 그런 지점을 단 1년만에 후속작도 아닌 완전판으로 거의 대부분 완벽하게 고쳐내었다는 점이다.[각주:10]

 

델타의 게임 플래이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점은 다양한 플래이스타일의 보장이다:몬헌의 장비와 유사한 개념으로서 소새크의 각인은 공물의 위력이나 방어력, 속성 방어 등의 수치를 조절하는데 쓰인다. 하지만, 방어 각인은 성 계열로, 공격 각인은 마 계열로, 이도 저도 아닌 각인은 균등 계열로 모두 몰아놓은 시스템 때문에[각주:11][각주:12], 커스터마이즈 자체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공물의 수급에 있어서 '희생'은 공물을 수급하고 '구원'은 체력을 회복시키는 이분법적인 구조로 인해서 '육성'에 있어서 게이머는 많은 차질을 겪는다:필연적으로 '구원' 위주로 키우려하는 플래이어는 공물의 수급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리브롬의 눈물로 끊임없이 레벨을 낮추고 팔의 상태를 조절하려는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했었다. 하지만 델타는, 희생-구원 이외에 운명 이라는 제 3의 선택지를 추가하고, 플레이어가 세력을 선택해서 자신이 키우고 싶은 케릭터 육성 방식에 따라서 희생-구원-운명의 효과가 달라지게 바꾸었다:가령, 희생이 주력인 아발론의 경우에는 희생으로 공물을 회복시키고 구원으로 체력을, 그리고 운명으로 이동속도 및 공격속도 버프를 받는다. 하지만 구원이 주력인 생츄어리의 경우, 구원으로 공물을 회복하고 희생으로 공격력 버프, 운명으로 이속 공속 버프를 받는 형태로 아발론이나 그림과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각주:13]


그렇기에 육성은 전작에 비해서 더욱 수월해졌다. 게이머는 자신의 플래이 스타일과 목표에 따라서, 공물을 수급하고 체력을 회복하며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각 진영별로 진영별 팔의 상태(균등, 성완, 마완)에 따른 공격 각인을 얻게 되었으며, 각 플래이스타일/진영별로 공격력은 어느정도 평준화되어 효율측면에서 서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거기에 게임은 전작의 원거리-근거리 공물들의 밸런스를 원거리 공물들을 약화시키는 대신, 마법 연계라는 기믹을 추가함으로써 조절한다. 전작에서는 한번에 하나의 마법, 하나의 공물만 발동할 수 있었다면, 델타에서는 두 개의 공물을 동시에 발동해서 그 효과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예를 들어서 회피마법과 무기 마법을 동시에 발동하면, 회피와 함께 적을 공격하는 기술이 나간다. 이런식으로 델타는 다양한 마법의 연계를 통해서 기존에 버림받았었던 공물들을 재조명하고[각주:14], 특히 패턴을 피하기 어려웠고 자기 키보다 높은 저주부/흉주부를 노리기 어려웠던 근접공물들에게 다양한 대안들을 제공함으로서[각주:15] 게임은 다양한 플래이스타일을 인정하고 효율적인 플래이를 위한 공물 조합(주로 원거리)에서 벗어난다. 또한, 몇몇 조합의 경우에는 두 사람이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등[각주:16] 기존의 멀티플래이가 같이 싸운다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면 델타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마법 연계는 전작에서의 공물 편중 현상을 줄이면서 멀티플래이를 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게임 플래이의 질적인 변화와 함께, 델타는 게임의 양적인 확장을 꾀한다:델타는 신규 공물의 대규모 추가와 함께, 기존의 무료 DLC로 풀었던 마물들과 신규 마물들을 게임에 집어넣었다. 물론 델타의 몬스터 디자인은 여전히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디자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부족한 지점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신규마물의 추가와 흉폭화 개념의 추가, 위에서 이야기했던 다양한 마법 연계와 플래이스타일의 보장으로 이전과 다른 게임처럼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추가 난이도를 추가함으로서, 마치 몬헌에서 G급 난이도의 추가와 함께 컨텐츠를 양적으로 늘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또한 기존의 맵에서 지속적으로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변화가 일어나서 특정 속성의 공물이 강해진다던가, 마물이 벽을 부수고 나가는 등의 연출이 나오는 등 게임이 정적인 상태에 사로잡히지 않게끔 노력한다.


원작에서 제기되었던 엔드 컨텐츠의 문제를 델타는 백지페이지라는 컨탠츠 생성 기제와 심장각인이라는 노가다를 추가함으로서 해결하려 한다. 기존의 꾸미기용 액세서리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던 지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게임은 다양한 복장을 상하의 조합 등을 통해서 게이머가 직접 꾸미게 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런 다양한 액세서리와 복장을 얻기 위한 기제로서 백지 페이지는 기존의 요청록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조합의 퀘스트를 만들어내며, 액세서리를 모으기 위해서 백지페이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겹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엔드컨탠츠로서, 케릭터를 대폭강화해주는 심장 각인의 경우, 만렙을 찍은 뒤에 다시 레벨을 초기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케릭터를 더 강하게 키울 수 있는 지점과 함께 케릭터 육성의 폭을 대폭 늘린다.[각주:17] 또한 델타는 추후 마물을 잡으면 또다른 마물이 나오는 앨리스의 미궁이라는 무료 DLC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하며, 파고들기 및 게임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붙잡을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고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각주:18]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로 자신의 전적을 알릴 수 있거나, 서버에 들어가서 마물 토벌수를 기록하고 다른 세력의 유저들과 경쟁하는 등의 요소를 집어넣는 등 델타는 비타의 스마트폰적인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울 새크리파이스 델타는 이상적인 형태의 완전판이라고 볼 수 있다:기존의 컨셉을 살리면서 문제점들은 대부분 해결한 작품으로서 보완한 완전판이란 개념에서 말이다. 물론, 기존의 원작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들은 여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가령, 게임의 템포가 지나치게 빠른 점 등등에 있어서 게임이 극단적으로 빠르게 소모되는 지점 등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지점은 단순하게 단점으로 지적하기에는 복잡미묘한 지점이다:휴대용 기기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소새크가 취하고 있는 게임 템포는 올바른 선택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포기이다:게임은 일사분란하게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것은 취하고, 버리고자 하는 것은 과감하게 버린다. 그런 과감성이 소새크를 만들었고, 소새크라는 물건을 제작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듬은 것이 델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새크와 델타의 과감성은 어떤 지점에서는 '치명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은 게임 내적인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다(이는 완성도라기 보다는 장점이자 단점, 매력포인트-구매의욕 감소포인트로 작용하는 지점이다):소새크와 델타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과격하기에 게임에 진입할 수 있는 허들을 너무 높여버린 경향이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소새크 특유의 성인취향의 암울한 그로테스크함이다. 게임은 파괴적이고 암울하며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게임 곳곳에 삽입한다. 마물의 디자인에서부터 이블데드의 인간 가죽으로 만든 네크로미콘을 연상케하는 리브롬의 이미지, 끝없이 마물을 제물로 삼아 강해지는 케릭터 등등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지점이 너무나 많다. 물론, 이는 게임에 대한 개개인의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러한 과감성이 받아들여지고 존속되기에 헌팅 액션을 하는 대중의 폭은 너무나 좁다. 일본 시장 또는 좀더 넓게 잡으면 아시아권 시장에서도, 주된 콘솔도 아닌 2군이라 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 시장에서만 헌팅 액션 장르는 잘 팔리기 때문이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PSP라는 소니 휴대용 기기를 버리고 닌텐도 진영에 가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캡콤은 몬스터 헌터 게임의 세계화를 끝없이 노리고 있었다. Wii로 트라이를 내거나, 텀이 길기는 하지만 3DS로 몬헌 시리즈를 내며 북미시장을 노리는 것[각주:19]은 절대적으로 북미시장에선 PSP과 PS VITA가 약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델타가 과연 이후에도 프랜차이즈를 존속시킬 수 있을것인가?


이런 지점에서 소새크의 미래는 부정적이다. 소새크와 델타는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이제 납득할만하며 즐길만한 수준의 델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즐기고 이해하는 집단의 수는 대단히 적기 때문에 이 프랜차이즈의 앞날은 풍전등화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소새크의 해외 웹진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는데[각주:20], 과연 해외에서 델타가 발매된다한들 상황이 변화할까?


물론, 게임은 재밌다. 어떤 의미에서는, 휴대용 게임이라는 특성과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 및 다양한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이나 비타의 스마트폰적 성격을 잘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델타는 비타의 '레퍼런스' 타이틀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헌팅 액션 장르로서, 갖고 있는 한계가 델타의 성공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몬스터 헌터로부터 벗어나서 몬스터 헌터가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게임 플래이와 세계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즐기는 사람이 적은 점은 델타의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자 저주받은 지점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1. 2013년 12월 기준, 출하량 400만장 돌파. [본문으로]
  2. 갓이터는 1편+버스트 한정으로 100만장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3. 뒤집어서 본다면 몬헌의 매력은 다년간에 축적해온 몬스터 디자인의 실수와 성공에 기반하고 있다. 즉, 몬헌에게 있어서 역사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매력이자 후발주자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강점이기도 한 것이다. [본문으로]
  4. 엄밀하게 헌팅 액션이라는 장르적 구분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소새크의 게임 기본 구조는 몬헌의 구조(준비-사냥-보수 획득-다시 준비...)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특히 극단적인 게임 사이클, 몬헌보다 더 짧은 게임을 만들어내려 했다는 지점에서 소새크의 모험은 단순한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과격한 형태의 모험이 되었다. [본문으로]
  6. 속성-추격의 강력함. [본문으로]
  7. 어떤 의미에서, 이런 실험작이 나오고 또 델타까지 나올수 있었던 것은 비타 독점 타이틀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었던 소니의 전략적인 판단이 존재했기에 그런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본문으로]
  8. 혹은 사람을 갈아넣었던가. 어쩌면 양쪽일수도 있고. [본문으로]
  9. 극희생, 극구제, 혹은 그 중도로서 균형잡힌 게임 플래이의 문제. [본문으로]
  10.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작년 소새크가 나오는 시점에서 델타를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본문으로]
  11. 구제-성, 희생-마. 균등은 둘의 비율이 1:1로 같은 케이스를 이야기한다. [본문으로]
  12. 기본적인 효과는 있지만, 추가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게이머는 팔의 상태를 일정 수준에 맞춰야한다. [본문으로]
  13. 생츄어리의 경우에는 구원 레벨이 높기에 체력 회복량이 늘어난 상태이기에 따로 회복 메카니즘을 추가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월한 방어력 때문에 회복공물 하나만 섞어주면 잘 안죽는 것이 생츄어리 계열 마법사들이다. [본문으로]
  14. 옷감 류의 깔아두기 마법같은. [본문으로]
  15. 지중 이동+근접 공물=어퍼컷, 융기 마법 등등. [본문으로]
  16. 가령 강완 마법+변신 돌진 마법 같은. [본문으로]
  17. 심장각인은 총 10번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각인은 마법 카테고리 별로 거의 대부분 있기 때문에 이걸 100% 모은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8. 이런 지점에서는 몬스터 헌터 4의 길드 퀘스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정해져 있는 퀘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퀘스트. [본문으로]
  19. 한글화부터 시작해서 츠지모토 료조가 한국까지 와서 특별 닌텐도 다이렉트에 출연하거나 퀘스트 업데이트가 빠릿빠릿하게 진행되는 것은 한국시장이 캡콤에게 있어 일종의 '테스트배드' 역활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코어 유저를 잡기 위한 닌텐도 코리아의 요구와 해외에서도 몬스터 헌터가 먹히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를 검증하길 원하는 캡콤이 이전부터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왔었고 팬층도 많다고 판단되는 한국에서 직접적으로 몬스터 헌터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0. 여기에는 소니 플랫폼의 약세도 한몫했지만, 현지화의 문제도 큰 영향을 미쳤다:대부분 웹진의 소새크 리뷰에는 게임 성우가 끔찍하다고 써놓았다. 사실, 소새크 이야기에 있어서 리브롬 성우의 중요성은 게임 서사 전개와 맞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지점에서 미숙한 성우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현지화에 있어서 소니가 대단히 소홀했다는 점을 받아들일수도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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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PS4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흥행한 게임 프랜차이즈다:이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모던 워페어(콜 오브 듀티 4) 이후로 콜옵 시리즈는 즐기기 편한 게임 시스템, 자극적인 싱글 시나리오와 영화적인 연출 그리고 자유로운 케릭터 커스터마이징에 기초한 멀티플래이를 무기로 삼아 게임 시장에 있어서 하나의 흥행문법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매년[각주:1] 게임을 우려먹는다는 게이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에서 자신의 독점적인 위치(밀리터리 FPS로써)를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콜옵의 성공 이후로 수많은 밀리터리 슈터류의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지만[각주:2], 아무도 콜옵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콜옵이라는 시리즈가 현재 시장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무시할 수 없다는걸 방증하는 지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성공이, 흥행공식 하나만을 우려먹고만 있으며 동시에 시장선점 효과[각주:3]에 기초하여 그저그런 무난한 물건들을 찍어내는 시리즈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진이 인피니티 워드를 빠져나와 EA 산하 리스폰 스튜디오를 만들어 냈을 때[각주:4] 나왔던 모던워페어 3의 경우, 모던워페어 2[각주:5]나 블랙옵스에 비교하여 대단히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판매량이나 게임의 재미 측면에 있어서 모던 워페어 3는 전작에 비해서 모자란 점이 없었으며, 이점이 바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본인이 여태까지 즐겼던 콜옵 중에서 가장 별로였으며 전에 나왔던 것들을 계속해서 우려먹기만 했었던 모던워페어 3조차도, 모든 것들을 다 합쳐서 평가했을 땐 '안정적'으로 재밌었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모던 워페어 3 이후로, 블랙옵스 2라는 걸출한 변종이 나오면서 콜옵 시리즈에 대한 걱정은 한풀 꺾여들어가는 것 같았다. 콜 오브 듀티:고스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고스트는 안일한 콜옵을 뛰어넘어서 재앙 그 자체이다. 사실, 모던 워페어 3라는 안일함의 결정체와 고스트라는 재앙적인 물건 사이의 차이는 극히 미세할 정도로 적다:어디서 본듯한 싱글 연출에, 콜옵 전매특허인 뚝뚝 끊기는 시나리오, 역전된 인과관계로서의 스토리, 불만족스럽지만 안정적인 멀티플래이 까지[각주:6]. 모던3와 고스트는 서로 많은 지점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던 3에 비해서 고스트가 더 엉망이며 처참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미세한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스트의 싱글플래이는 파괴된 미국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일어난 전설적인 특수부대 고스트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고스트의 스토리는 극우적이며 파시즘적이며 심지어는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나치즘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한 글은 다음을 참조하면 되겠다(http://leviathan.tistory.com/1842) 물론 고스트의 스토리라인이 고스트에 대한 안좋은 평을 남기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지점은 고스트의 싱글플래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먼저 게임은 전형적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그것이다:쏘고 달리고, 컷씬을 보고, 이벤트 스테이지에서 버튼 몇개좀 눌러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끝나는 콜옵식 싱글 플래이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나 전작들에 비해서 이번작을 문제삼고 싶은 것은, 게임의 컨셉과 게임 플래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 때문이다:포스트 아포칼립스[각주:7]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고스트는 황폐화된 미국과 그것에 맞서는 유일한 미국의 무기 고스트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전작의 블랙옵스 2가 과거와 현재를 돌아다니면서, 증오의 연쇄와 근미래적 분위기에 대한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고스트는 묵직하게 파괴된 잔해를 되돌아봄으로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컨셉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고스트에서 그런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폐허의 매력은 얼마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의 초반부 황폐화된 미국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었다면 그 후에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불지르는 콜옵 특유의 산만한 선정성의 미학을 게임 전반에 깔아놓는다. 유일하게 다른 시리즈와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고스트는 스스로 걷어참으로서, 더이상의 전작과 비교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작과 비교해서 자신을 스스로 낮추기를 원하는듯이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후의 싱글플래이 전개도 이전 콜옵들과 동일하다:어째 망했다고 보여지는 미국의 전력이 전쟁 이전이나 이후나 그닥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블랙옵스 2가 근미래적인 가제트들의 다양성과 그것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고스트 역시도 일부 그러한 지점을 차용한다.[각주:8] 하지만 문제는, 고스트가 블랙옵스 2로부터 밴치마킹한 지점은 대단히 제한적이며, 그 이후의 스테이지 구성이나 이벤트 스테이지의 구성은 여전히 모던 워페어의 연장선으로 인식해야한다고 봐야할 것이다:A10 공격기를 불러서 적을 요격하는 지점은 전작들의 AC-130이 떠오르게 하며, 수중 미션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졌을 뿐이지 과거 작품들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3 역시도 그러했으나, 이는 인정해야 한다. 모던 워페어 3의 이미지가 전적으로 구작들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통일감 있게 구현하고자 시도하였고 그런 안일함(?)이 게임을 무난한 게임으로 만들었다면, 고스트의 문제점은 구작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구작에 얽메이려고 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도-마조히즘적인 구속과 가학의 추구로 인해서 틀어지게 된다. 과연 고스트는 싱글 플래이를 통해서 무엇이 하고싶었단 말인가? 폐허가 된 미국의 황홀하면서도 아찔한 아름다움? 파시즘적인 스토리 추구를 통해서 더이상 미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전혀 알 수가 없다. 게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뜩이나 모던 3의 그림자가 겹쳐보이는 고스트에 있어서 더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뿐이다.


고스트의 멀티플래이는, 전작들의 망령에 사로잡혀서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싱글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더 끔찍해진 물건이다. 원래 콜옵 시리즈가 멀티 플래이의 안정적인 재미로 인해서 싱글플래이가 어느정도 실망스럽다하더라도 멀티플래이는 항상 괜찮았다. 하지만 고스트는, 정말이지 두눈 뜨고 못봐줄정도로 엉망진창인 게임 구성을 보여준다. 먼저 모던 워페어 2의 몇몇 초거대형 맵을 연상케하는 대부분의 맵 구성은 과거 길리수트 스나이퍼들의 전성시대를 다시 보는듯 할 정도다. 조준경으로 봤을 시에 적이 콩만하게 보이는 일은 예삿일[각주:9]이며, 맵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복층 구조가 되는 바람에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눈으로 흟어서 탐색해야하는 지점이 배이상으로 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끝없이 배후를 습격하는 적들에게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체 무력하게 당하는 일 역시 배로 늘어나버렸다.


하지만 맵구성은 약과에 불과하다:문제는 리스폰 시스템이다. 게임의 리스폰 시스템은, 그야말로 천지창조 이전의 심연의 혼돈을 바라보는 듯 하다. 보통은 아군 근처에 리스폰 되거나 적이 없는 아군 후방에 리스폰되서 시작하자마자 죽는 스폰킬 사태를 막는 것이 보통의 게임들이 멀티플래이 리스폰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이다. 하지만, 고스트에서는 그러한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리스폰되자 마자 적의 총에 맞아 죽거나 심지어는 가끔식 적이 리스폰 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까지 발생한다. 고스트 멀티플래이의 리스폰에는 어떠한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각주:10] 게이머들은 저기서 리스폰 되었다가 여기서 리스폰 되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며, 맵리딩의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보통의 멀티 게임에 있어서 맵리딩이란, 아군의 위치와 아군이 존재하지 않는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에 적이 있을 것인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고스트의 리스폰 시스템은 아군과 적군이 서로 모여있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산만하게 흩어져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짜증이 난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적은 어딨고,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고스트의 멀티플래이는 마치 실존적인 질문을 게이머에게 던지는 듯 하다.


또한 이해가 안되는 것은 플4 버전에서 보여지는 듯 하는 '랙'의 문제다:전통적으로 콜옵 시리즈는 콘솔에서 60프레임 고정을 지향해왔었고 대부분 이를 달성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스트는 그러한 공식을 스스로 깨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고스트의 그래픽은, 차세대 표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의 콜옵 시리즈의 그래픽에 비교하면 좋아졌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좋아진 지점이 차세대를 상정하고 계산되어 만들어진 지점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억지로 늘려서 좋아지게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배틀필드 4를 예로 들어본다면, 배틀필드 4에서 프레임 드랍은 '아 이런 복잡한 지점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고스트의 프레임 드랍은, 그래픽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일어나며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불쾌할 정도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고스트는 진정한 의미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물론, 팔리기는 많이 팔렸다. 그것은 인정해야 할것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게임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퀄리티의 콜옵이라면, 게임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더 짧은 시간안에 실망하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확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떡할것인가? 액티비전은 고스트를 최단시간에 반값 할인[각주:11]에 몰아넣는 기염을 토함으로서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개발사 3개가 3년에 한편씩 콜옵 게임을 개발하는 공장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트라이아크의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변형되는 콜옵은 기대가 되나, 전혀 자신만의 콜옵을 만들어낸 경험이 없는 슬렛지해머나, 모던 3에 이어서 고스트로 땅바닥을 파고 있는 인피니티 워드가 과연 고스트의 패망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고스트는 그렇기에 대단히 부정적인 작품이며, 동시에 콜옵 시리즈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과거에는 개발사 둘(인피니티 워드, 트라이아크)이서 2년 개발, 1년 텀으로 하나의 콜옵이 나왔다면 이젠 3개의 개발사(트라이아크, 인피니티 워드, 슬렛지해머)가 3년 개발, 1년 텀으로 하나의 콜옵이 나온다. [본문으로]
  2. 배틀필드 시리즈가 2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있지만... [본문으로]
  3. 모던 워페어의 성공 [본문으로]
  4. 현재 이들은 이번 3월에 타이탄폴을 발매할 예정이다. [본문으로]
  5. 심지어 모던워페어 2도 모던워페어의 무난한 카피켓이라는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걸 생각하면... [본문으로]
  6. 하지만 고스트는 불만족스럽기만한 멀티플래이를 보여준다. [본문으로]
  7. 거대한 재난을 만난 미국. [본문으로]
  8.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본문으로]
  9. 체감상 배틀필드 4 데스매치 맵 수준으로 늘어나버린것 같다. 즉 대충 전작이 50미터 정도가 최대 한계였다면, 본작에서는 100미터 정도 거리에서의 교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맵 역시 그정도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0. 일단 본인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본문으로]
  11. 스팀, 다이렉트 게임즈 기준.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비타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다룬 무쌍 시리즈입니다. 그 점은 양해해주시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잘 팔리고 팬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저평가 받는(?) 시리즈를 꼽자면 코에이 테크모에서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무쌍' 시리즈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다. 무쌍 시리즈는 수백 수천명의 적들이 득시글 거리는 전장속으로 플래이어 단 한명이 난입[각주:1], 이야기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명의 장수가 천명을 상대하는 일기당천一騎當千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무쌍 시리즈는 버튼 하나만 눌러도 클리어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 플래이와 엄청난 수의 가지치기[각주:2]와 케릭터 및 복장을 DLC로 팔아먹는 코에이식의 악랄한 상술까지 가미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여러의미로 악명높은 게임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 내 게임 판매량 30위 권에 무쌍 시리즈가 9개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엄청난 저변을 갖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각주:3]


물론 매년 그 나물에 그 밥인 게임을 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방어하고 있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도 있으니, 무쌍 시리즈의 성공 역시도 콜옵 시리즈나 피파 시리즈의 성공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밌는 점은 콜옵 시리즈가 듣는 욕(매년 똑같은 게임이라니 투덜투덜)에 비하면 무쌍 시리즈는 매도의 가까울 정도로 비판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게이머들(특히 국내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경우)이 무쌍 시리즈를 놓고 '이런 게임이나 많이 팔리는 일본 시장은 망했다'라는 식의 조롱을 자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본인은 이렇게 되묻고 싶다:과연 무쌍 시리즈가 그렇게까지 조롱받아야 할 정도로 엉망인 게임 시리즈인가? 그냥 단순히 한 버튼 눌러서 클리어가 가능한 대충 만든 게임 플레이를 숨기기 위해서 유명한 인기 대중문화나 고전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게이머를 기만하고 우롱하여 게이머의 등골을 빼먹는 파렴치한 게임 시리즈인가?


본격적으로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밝히고 싶은 점은, 진건담무쌍이 본인의 첫 무쌍 시리즈 입문 게임이라는 것이다:물론 과거에 있어서도 본인은 친구 자취방에서 술마시면서 낄낄 거리면서 삼국무쌍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적으로 사서 클리어[각주:4]한 게임은 진건담무쌍이 최초다. 


진건담무쌍은 미션마다 그 내용이 각각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땅따먹기'라고 할 수 있는 점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적들은 거점에서 무한히 리스폰되며, 게이머는 거점에서 적이 리스폰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적의 거점 영역으로 들어가 쏟아져 나오는 적들을 처리하고 거점을 점령하면 된다. 거점을 점령하면 이제 아군들이 점령된 거점에서 충원되며, 충원된 아군들은 자동으로 적의 거점을 향해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땅따먹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유념해야 하는 점은, 게임에는 뭔가 복잡한 '전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게이머의 행동과 별개로, 아군들은 각자 자기 갈길을 가며 적들과 싸우며 게이머는 아군의 행동에 일체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게이머의 존재는 일종의 '별동대' 같은 개념으로서, 맵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나 점령당하면 게임오버가 되는 거점을 지키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즉, 진건담무쌍에서의 게이머는 전략게임 같이 전장을 제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AOS 같은 게임에서처럼 각 라인에서 일어나는 미니언들의 현상태의 유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혹은 시작부터 불리한 미션의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가장 강력한 히든 카드로서 활약한다. 하지만 AOS에서 요구되는 정밀한 컨트롤[각주:5]과 다르게 진건담무쌍에서 요구되는 전장 통제는 이동 및 섬멸이라는 단순한 기제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전투에 있어서 진건담무쌍은 상당히 '충격적일 정도로' 단순하다:물론 진건담무쌍은 이전 건담무쌍 시리즈와 차별되는 차지샷 캔슬이라던가 SP 어택 변경점 같은 '소소한' 변화들이 존재하긴 한다. 기본적으로 진건담무쌍의 경우, 공격은 아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네모 버튼을 통해서 나오는 평타 공격과, 평타 공격 콤비네이션 중에 사격 버튼(세모 버튼)을 눌러서 발동하는 차지 공격나누어 진다. 차지 공격의 경우 평타를 몇번 입력했는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차지 공격이 발동하는데, 예를 들어 평타 공격 한번+사격 버튼=차지 1 공격, 평타 공격 두번+사격 버튼=차지 2 공격...이런 식으로 세분화 된다. 하지만 근래의 액션게임들이 다양한 버튼 및 스틱의 조합을 통해서 다양한 공격이나 기술을 지원하고 게이머가 이것을 자유자재로 조합해서 콤보로 엮어나가는 점을 강조했다면, 진건담무쌍의 전투 시스템은 기술들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떤 차지 공격을 발동할 것인가? 라는 단 하나의 문제만이 존재한다. 물론 게임은 사격 버튼을 모았다가 때면 나가는 차지샷의 개념과 차지샷 캔슬링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공격중 대쉬(엑스 버튼)로 대쉬 캔슬링을 넣는 등의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차지 공격을 어떻게 쓸것인가?' 혹은 '몇 차지 공격을 쓸 것인가?'[각주:6]라는 아주 단순한 문제가 핵심이라 볼 수 있다.[각주:7]


이렇게 본다면, 게임은 대단히 단순해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진건담무쌍이 재미가 없다던가, 혹은 대단히 질이 떨어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진건담무쌍을 넘어서 무쌍 시리즈는 그런 단순함을 무기로 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친구 자취방에서 술마시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낄낄 거리거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 혹은 비타로 이동하면서 정밀한 컨트롤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단순함의 문제를 넘어서 진건담무쌍은 '세밀하게' 만들어진 지점들이 있으며, 무쌍 시리즈 공통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어떤 '노하우'가 녹아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진건담무쌍의 한 레벨은 20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되어 있다. 게이머는 그 동안 정신없이 스테이지를 뛰어다니면서 적들을 제거한다. 하지만, 게임은 단순하게 이벤트가 일어나는 지점에서 지점으로 이동하는 '일직선적'인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내에서의 전장의 상황은 짜여진 스크립트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닌 예측불가능하게 진행된다:아군에는 거점을 수호하는 지역관문장 유닛만 존재하지만, 적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주위에 지속적으로 증원을 불러낼 수 있는 유닛이나 부장 유닛 등등의 유닛들이 존재하며 심지어 적진영에도 플래이어 같은 파일럿들이 별동대 개념으로 움직이기도 한다.[각주:8]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서로 비슷한 숫자의 거점을 점령하고 있더라도, 게임은 게이머측에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목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게이머가 밑빠진 물독을 막으려 뛰어다니듯이 이리 뛰어다녔다가 저리 뛰어다녔다가 하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이 기본이 된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위에서도 명시하였지만 게임은 단순하며 동시에 호쾌하다. 진건담무쌍이 호쾌하게 다가오는 지점[각주:9]은, 바로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섬멸하는 액션의 지점이다. 게임은 수백 수천의 적을 무찌르는 것을 컨셉으로 잡고있는 게임답게 한 화면에 엄청난 숫자의 적들이 등장한다. 또한 타격음이나 이펙트 같은 효과들이 화려하며 시원시원하기 때문에 게임 플래이 자체도 즐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게임의 액션 시스템은 단순하다:그러나 게임의 진행은 녹록하지 않다. 수백기의 적들을 상대하는 게임인 만큼, 다수의 적들을 묶어두는 매스컨트롤과 다수의 적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딜링과 메스 컨트롤을 담당하는 것이 차지 공격이다:각각의 차지 공격들은 기체마다 모두 다르며, 자기만의 특색을 갖는다. 그렇기에 게이머는 기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떻게 적들을 몰아서 한꺼번에 처리할 것인가 라는 지점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진건담무쌍의 플래이의 다양성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은 기체수에 의해서 보장된다:물론 기체들은 다 제각기 특성을 갖고 있지만, 모두들 공통된 문법(평타-차지공격)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각주:10]에 게이머는 큰 어려움없이 여러 기체들을 쉽게 이해하고 다룰수 있다. 그리고 게임은 여기에 '강화 플랜'과 스킬 요소를 집어넣어서 육성과 커스터마이징과 어떤식으로 적들을 상대하고 싸울 것인가 라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서 뉴건담이나 Z건담의 경우에는 사격에 강하며, 더블오라이저나 갓건담 같은 경우에는 격투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특성들을 잘 살펴보고, 플레이어는 기체의 특성을 잘 살리는 쪽으로 기체를 강화하거나 스킬로 지원할 수 있다:원거리 위주의 기체에 일격사나 추가 데미지를 주는 스킬을 붙여서 사격 위주의 차지 공격으로 운영할 것이냐, 아니면 격투 위주의 기체에 적들을 모으는 스킬과 유폭시키는 스킬을 달아서 적들을 몰아서 한꺼번에 터뜨려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오리지널 건담처럼 벨런스를 맞춰서 양쪽을 혼합해서 운용할 것인가. 이런식으로 각기 다른 기체들은 제각기 운용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진건담무쌍이란 게임은 극단적으로 단순하다 할 수 있지만, 게임 플래이 자체는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각각의 케릭터들은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갖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건담들이나 케릭터들이 각기 다른 방법(어떤 차지공격을 쓸것인가)으로 전투에 임하나, 동시에 그것을 익히는 것 역시 극단적으로 단순한 문법(평타-차지 공격)에 기초하고 있기에 이 기체에서 저 기체로 갈아타거나 새로운 기체에 적응하는 것이 적응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물론 DmC나 갓 오브 워 시리즈 같은 서양의 전통적인 액션 게임들에 비교하면 진건담무쌍은 대단히 가벼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게임이 기초하고 있는 문법은 극단적으로 단순하며, 게이머가 어떤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서 게임 내의 전황을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혹은 게임 내에서 화려한 공중 액션으로 적을 농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건담무쌍은 그런 게임들이 갖지 못하는 강점을 지닌다:게임은 접근하기 쉽고 재밌기에, 액션 게임의 문턱을 낮춤으로서 많은 게이머들이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게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추가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진건담무쌍이라는 게임과 비타라는 플랫폼의 궁합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휴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극단적으로 줄인 스틱으로 인해서 세밀하거나 격렬한 조작은 불가능한 비타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단순한 시스템과 복잡하지 않은 조작에 기초하고 있는 진건담무쌍과의 궁합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의 플래이타임 역시 휴대용과의 시너지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인데, 한 미션을 클리어하는데 10분 내외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켜서 즐기고 슬립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다. 또한 비타의 경우에는 플삼판과 대부분의 지점에서 유사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게임 진행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프레임 드랍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픽적으로도 납득가능한 수준에, 게다가 무쌍 시리즈에 있어서 중요한 적병의 숫자 역시 상당한 숫자로 나오기 때문이다.[각주:11] 


다만 진건담무쌍에서 아쉽다고 뽑을 수 있는 지점은 DLC를 이용한 상술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윙건담 0 커스텀 같은 물건을 DLC로 팔아먹는 등 굳이 이런걸 돈받고 팔아야 하나? 싶은 물건들을 돈을 받고 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게임에서 기체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DLC 기체에 대해서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굳이 사지 않아도 되긴 하며, 그것들이 어떤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사기 기체라고 할 수 없다:애시당초에 게임은 무난하게 쉽기 때문이다.[각주:1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사실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진건담무쌍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작' 게임은 아니다:시대를 바꾸거나, 게임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획을 긋거나, 혹은 대자본이 들어가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그런 게임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건담무쌍의 가치란, 잘만들어진 게임으로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데 있어서 게임 소프트 값어치 이상은 확실하게 해내는데 있다. 그리고 가끔식은, 그런 세계를 바꾸는 위대한 게임들보다는 소소하게 즐길만한(특히 들고다니면서 즐기기에는 진건담무쌍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게임들이 더 사랑스럽기도 하다.







  1. 물론, 우리편 병사들도 존재하긴 한다. [본문으로]
  2. 원류인 삼국무쌍을 넘어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전국 무쌍, 무쌍 오로치, 북두의권을 모티브로한 북두무쌍에 원피스를 모티브로 한 해적무쌍 등등 게다가 지금 여기서 리뷰를 할 진건담무쌍까지 있다. 심지어 진건담무쌍의 경우 이번이 4번째 작품이다. [본문으로]
  3.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s/93/read?articleId=742356&objCate1=&bbsId=G003&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itemId=1&sortKey=depth&searchValue=%EB%AC%B4%EC%8C%8D&platformId=&pageIndex=3 [본문으로]
  4. 스토리 모드 클리어, 얼티밋 모드 미션 해금중. 현재 30시간 돌파했습니다. [본문으로]
  5. 막타 먹기, 라인 밀기/당기기 등의 관리. 갱킹의 위협을 관리하거나, 시야를 확보하는 등의 다양한 행위들. [본문으로]
  6. 차지 공격마다 모션 및 성능이 모두 다르다. 이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본문으로]
  7. 차지샷, 대쉬 공격, 대쉬 중 피격 판정을 이용해서 '공중콤보'를 구사할 수 있긴 있으나 문제는 진건담무쌍은 다른 게임에서 아주 중요하게 강조했을법한 '저글링'(적을 공중에 띄우는 것)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8. 어떤 적 부장 유닛이 있고, 그것이 어떤 역활을 하는가는 아쉽게도 본인의 짧은 일본어 실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본문으로]
  9. 다른 무쌍류 게임도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본문으로]
  10. 다만, 임펄스 건담과 스트라이크 건담의 경우는 살짝 그 문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1. 한 화면에 40~50, 혹은 그 이상 정도의 기체가 나온다. [본문으로]
  12. 본인 역시도 익숙해지니 쉬워져서 하드 모드를 기본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중이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PS4 버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레이싱 장르는 이제 메이저한 장르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물론 레이싱 장르는 RTS 같은 나락으로 떨어진 장르는 아니다. 시뮬레이션 레이싱이라 불리는, 자신이 몰 수 없는 슈퍼카들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조작할 수 있는 컨셉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십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레이싱 전용 컨트롤러도 같이 판매하는 등 레이싱 장르 자체가 완전히 쇠락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시뮬레이션'적인 성격이 가까워지면서 레이싱 장르는 점점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시뮬레이션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강조할 수록, 가장 '이상적인 주행'이라는 정답이 생겨나게 되며 이것이 '가장 기계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요소가 되어버리면서 초심자들이 진입하기 힘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버린다.[각주:1]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그러한 지점에서 벗어나있다.[각주:2]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이 추구하는 바는 트랙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벌이는 완벽한 주행이 아니다. 경찰과 레이서, 추격자와 추격 당하는 자의 이분법적인 세계가 도로를 지배하며, 동시에 서로가 게임 속에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게임 플래이를 규정하는 기묘한 공생/갈등 관계를 구축한다. 물론, 라이벌이 만들어내는 게임 시스템은 전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들의 전작에 많이 기초하고 있다:경찰-레이서 대립구도를 이용한 핫 퍼슛 모드[각주:3]라던가, 게임 자체가 기반하고 반 오픈월드적 세계[각주:4]라던가 등등은 이미 전통적인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 구현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라이벌이 데뷔작인 고스트는 번아웃 등으로 명성을 쌓은 크라이테리온 등등의 잔뼈굵은 시리즈 전통의 제작사들의 시리즈 작품들에서부터 장점들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깔끔하게 다듬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하였으며 이는 매우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에 있어서, 자동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로'라는 공간이다:레이싱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도로라는 공간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서, 레이싱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보자:스플릿 세컨드라는 작품이 있었다.[각주:5] 이 작품은 고정되어있으며 완전한 주행을 위한 트랙이라는 공간을 비틀어서 '폭발물과 트랩으로 가득차버린 위험천만한 테마파크'로 바꿔버린다. 스턴트 쇼를 위해서 도시 하나를 통채로 사들여서 세트장을 만들었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작하는 스플릿 세컨드는 그 폭발물들의 트리거를 레이서들에게 맡겨버림으로서 더이상 트랙은 완전한 주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시시때때로 레이서들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히려, 이렇게 완벽한 주행, 얼마나 깔끔하게 주행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어느 지점에서 뒤에서 따라오는 상대방이 폭발물을 가동할 것인가, 그리고 트랙을 바꿈으로서 나 또는 상대방이 어떤 이득을 볼 것인가 라는 지극히 '심리전'적이며 '대인전'적인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트랙이 더이상 완벽한 주행의 '재현'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되자, 게임은 원래 맞춰졌어야 했었던 '경쟁'의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그렇다면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어떠한가? 물론 라이벌이 보여주는 도로 공간의 개념은, 스플릿 세컨드가 보여주었던 '혁명'(트랙이 문제면 트랙을 박살내 버리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오히려 라이벌이 만들어내는 도로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현실의 축소 모조품이다:자동차들은 평화롭게 도로를 달리며, 해변과 사막에서부터 눈내리는 설산까지 다양한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평화롭고 다체로운 공간은 시속 300km 남짓으로 질주하는 레이서와 레이서를 잡겠다고 비슷한 속력으로 바짝 따라서 질주하는 경찰의 존재로 인해서 기묘한 세계로 탈바꿈하게 된다. 레이서나 경찰이나, 어느쪽이든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게임에서의 도로가 통제가 되지 않아서 대처하기 힘든 공간이라는 점이다:아마도 코너링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가장 난감해지는 지점이 바로 앞서서 평범한 속도로 주행하거나 반대측에서 주행하는, 혹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등장하는 차량들에 부딪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게 되더라도, 이 정상주행을 하는 차량들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은 여전히 어려우며 레이서의 경우에 있어서는 까닥 잘못 했다가는 힘들게 모아왔던 포인트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계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정상주행자들 덕분에, 게임은 기묘한 해방감을 플래이어들에게 제공한다:그들은 도로교통 법규를 초월한 존재들인 플래이어(경찰이든 레이서든 간에)를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풍경'으로 작용한다.[각주:6] 또한 라이벌에서의 도로는 정상주행자들로 인하여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이 아니게 되며, 변화무쌍하며 플래이어의 상황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게임은 '아슬아슬한 감각'을 대단히 강조하는데, 기본적으로 정상주행자라는 장애물을 피하는 행위에 점수를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한편, 특히 레이서의 경우 자동차가 부서져서 은신처로 돌아갈 시에 점수가 초기화 되는 등의 크나큰 불이익이 따르기에 정상주행자를 더욱더 조심해야하고 피해야하는 긴장의 포인트로서 작용되기도 한다.[각주:7] 


이런 통제불가능한 도로의 상황으로 인해서, 게임은 더이상 '완벽한 주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항시 위험과 긴장이 지배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공간'으로 변화한다.[각주:8] 플레이어의 주행은 더이상 완벽한 주행을 향한 주행이 아니다. 도로를 주행/역주행하면서 맞부딪히는(정상주행자들) 위협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자신의 라이벌을 추격하거나/따돌리는 것이 주행의 목표가 된다. 그렇기에 라이벌의 주행은 전적으로 탈출과 추격, 해방과 규율이라는 서로 대비되는 카타르시스가 레이서/경찰 플래이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리고 제작사는 이러한 라이벌의 특징들을 '반 오픈월드'라는 공간을 통해 더욱 구체화시킨다. 


라이벌의 오픈월드는 전통적인 면의 개념이 아닌 '도로'라는 선의 개념이며, 동시에 플레이어가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를 이동하면서 할 수 있는 행위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각주:9] 하지만 게임은 그 이동을 단순한 이동으로 만들지 않는다:라이벌의 도로는 경찰과 레이서라는 서로 대립되는 두개의 세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레이서는 경찰로부터 도망치며 경찰은 레이서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이벤트-비 이벤트의 구분을 넘어서 게임 플래이 내내 적용되는 규칙이다:예를 들어, 레이서 게이머가 레이싱 이벤트를 하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그 즉시 경찰은 게이머를 추격한다. 동시에 경찰이 이벤트 도중에 레이서와 조우하면, 역으로 경찰은 이벤트 중이라도 레이서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어떤 무엇을 하더라도, 경찰이나 레이서는 서로의 플래이에 있어서 경계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플래이를 침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게임은 이벤트-비 이벤트-이동의 구분을 넘어서 방심할 수 없는 긴장관계가 지배한다:경찰은 경고 없이 플래이어를 사냥하며, 레이서는 플레이어가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튀어나와서 도망친다. 


그렇기에 다소 심심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의 게임은 절대로 느긋하지 않다. 그리고 게임은 이러한 경쟁을 부추기듯이 상대방 차량과의 충돌을 넘어서, 카트류 레이싱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다양한 가제트들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하는 그런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이벌에서 긴장을 형성하는 지점은 그러한 경쟁의 지점에서 온다기 보다는 게임이 만드는 '보상 시스템'에 기초한다. 레이서는 도로에서 과격한 주행을 하거나 이벤트를 할때마다 점수를 얻는다. 점수를 얻으면 얻을 수록 수배 레벨(히트레벨)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 수배 레벨은 원래 얻는 점수를 배로 늘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점수를 얻을때마다 경찰들의 추격들이 강해지면서 플래이어가 받는 압박도 심해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떤 식으로든 강제로 차고로 돌아가는 경우(채포당하거나/차가 부서지는 경우)에는 레이서가 그때까지 모아왔던 점수는 '초기화'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라이벌의 보상구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라 할 수 있다: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게이머는 더 높은 점수를 쉽게 획득한다. 하지만 동시에 얻은거 보다 더 쉽게 점수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레이서 측의 주행은 주행 자체의 짜릿함을 넘어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더더욱 무모해지며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붙인 뒤에 추격을 뿌리치고 무사히 은신처로 귀환하는 카타르시스와 보상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레이서의 경우에는 크게 번다/점수를 잃는다 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지만, 경찰의 경우에는 차가 부서져도 점수를 잃을 일이 없기 때문에 레이서가 느끼는 심적 압박이 적다고 볼 수 있다.[각주:10] 하지만, 경찰 역시 자신의 '먹이'인 레이서를 사냥하는데 있어서의 추격의 쾌감은 레이서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레이서가 자신의 점수를 지키기 위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따라잡아서는 레이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서가 무모해지면 무모해질수록, 경찰도 함께 무모해진다. 그렇기에 경찰이든 레이서든 게임의 전반적인 플래이는 아슬아슬하고 무모하며, 동시에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멀티-싱글의 경계를 허문다:올드라이브 시스템의 기본적인 개념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비슷하게, 거대한 오픈월드에서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경쟁하거나 혹은 각자 자기 할일만 하면서 놀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호스트가 방을 잡고, 그 속에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플래이어들이 경찰과 레이서로 만나서 서로 잡으려고/잡히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발버둥을 치는 지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올드라이브 시스템 자체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도로가 넓다 보니까 서로 만날일도 적을 뿐더러 보통은 친구나 아는 사이가 아니면 서로 소통도 하지 않은체 자기 할일만 한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서로 작정하고 부딪히려고 하지 않는 한에는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크 소울처럼 멀티-싱글의 경계를 허물어서, 상대방 세계에 침입하고 또는 내 세계에 침입한 상대방하고 경쟁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게임의 컨셉을 더 잘 살리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멀티-싱글플래이 시스템은 매력적이며, 여전히 재밌는 지점이 많다.


라이벌의 스토리는 가벼운 소재와 암시로만 제시되는 개연성의 연속이다:게임 플래이는 게임 스토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는 영상으로 짤막하게 소개될 뿐이며, 케릭터나 드라마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의 스토리는 멋드러지는 대사와 도로의 무법자-도로의 사냥꾼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시적인 암시를 던짐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의미심장한 지점을 만들어낸다(이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배틀필드 4에 쓰인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은 라이벌에서도 새끈한 이미지를 자랑하며, PS4에서는 차세대 다운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다. 혹자는 배틀필드 4 래이싱 버전이라고도 하는데, 게임에 쓰인 엔진 자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라이벌은 오픈월드 게임 다운 버그가 많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물리엔진 때문에 튕겨져 나가 이상한 곳에 낑겨서 아무것도 못하는 버그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면 살짝 아쉬움이 든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기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대다수의 것들은 기존의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 등장한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은 정말로 잘 다듬어진 게임이며, 대단히 재밌는 게임이다.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구조로 짜여져 있는 게임의 보상 체계와,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계속 달리고 싶게 만드는 중독적인 게임 플래이가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런칭작들 중에서 차세대의 성능을 십분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며 차세대 콘솔인 PS4를 구매할 때 같이 사는걸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1. 물론 많은 레이싱 게임들은 이를 인지하고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시뮬레이션 레이싱 장르가 수백만장을 팔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본문으로]
  2. 보통 레이싱 게임 장르를 하는 사람들이 구분하는 레이싱 장르의 구분, 시뮬레이션-아케이드-마리오 카트류에 있어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아케이드 레이싱의 장르에 들어가있다. [본문으로]
  3. 1998년작 니드 포 스피드:핫 퍼슛. [본문으로]
  4. 2010년작 크라이테리온이 만든 핫 퍼슛. [본문으로]
  5. http://leviathan.tistory.com/1290 [본문으로]
  6. "나는 당신들이 살기 두려워하는, 자유로운 삶이다"-레이서 측의 스토리 동영상 대사 [본문으로]
  7. 경찰 역시도 비슷한데, 이런 정상주행자들에 부딪히는게 데미지를 입혀서 그들도 폐차당해 차고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8. 하지만 이런 공간이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역설이다. 이는 차후에 칼럼으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9. 헤드 투 헤드 이벤트, 또는 추격. [본문으로]
  10. 전반적으로 경찰측은 좀더 게이머가 편하게 게임을 접근할 수 있게 배려된 사이드라 볼 수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배틀필드 3는 야심차게,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콜옵의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3 개발 당시 인피니티 워드(현 리스폰 스튜디오)[각주:1]-액티비전 사이의 불화, 신생 개발팀을 땜빵으로 모던 3 제작에 투입하거나, 일어나는 불안감과 매너리즘에 대한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일한 멀티플래이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등, 콜옵의 주가는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력한 오브젝트 파괴 효과를 보여준 새로운 엔진 프로스트바이트와 훌륭한 트레일러, 그리고 '혁신적인' 멀티를 부르짖으면서 등장한 배필 3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마켓 체인저, 백마탄 초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 베타보다도 못했던 콘솔판 그래픽과 팝인 현상들, 32인 멀티 밖에 안되었던 맥빠지는 콘솔 멀티, 팬들에게서 차라리 빼버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싱글 스토리와 구성[각주:2], 프로스트바이트 버그 때문에 배틀필드 3는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스스로 말한것을 지키지 못한 거짓말쟁이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2년뒤, 차세대 런칭과 함께 배틀필드 4가 등장하게 된다:PC에서부터 현세대(Xbox 360, PS3)와 차세대(PS4, Xbox One)로 동시에 나온 배틀필드 4는, 현재 발매된 차세대 런칭작들 중에서는 차세대의 성능이 어떠한지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서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배틀필드 4는, 인피니티 워드의 콜옵:고스트의 실패[각주:3]를 넘어서 게임 플래이나 배틀필드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콜옵을 뛰어넘고 차세대에서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리뷰는 PS4 버전으로 플래이한 뒤에 작성되었으며, 싱글은 절반 이상, 멀티는 6시간 정도 플래이한 뒤에 쓰여졌다.


PS4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서, 배틀필드 4는 현세대 콘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가장 큰 변화점은 바로 그래픽 디테일 향상과 프레임의 향상. 싱글플래이의 경우 60프레임 고정이며, 멀티플래이의 경우 가변 프레임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이는 후술할 버그 문제가 있기에) 게임 로딩 등의 기술적인 이슈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전작의 프로스트바이트 2 엔진을 강화한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은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멀티에서 Levolution이라 불리는 시스템은, 싱글에서 보여줬던 대규모 건물-지형 붕괴 연출을 멀티 스테이지에서 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전략적인 이점과 변화를 강조한다. 이 Levolution 시스템은-물론 PS3나 Xbox 360으로는 못봤지만- 혁신적인 무언가라고 하긴 힘들다.[각주:4] 오히려, 이 시스템이 보여주는 것은 멀티에서도 우리는 대규모 파괴 연출이 가능하다, 라는 다이스의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PS4에서 이러한 연출은 배틀필드 3에서 실망했던 본인조차도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다.


싱글 연출에 있어서, 프로스트바이트 3.0이라는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콜옵식의 클리프행어 연출을 보여주는 배틀필드 4는 차세대 기기에서 그 빛을 발한다:프로스트바이트라는 엔진 자체가 PC에서만 그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었으며 콘솔에서는 제한적이거나 실망스러운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면, 차세대 기기에서는 PC와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 그래픽과 연출을 안정적으로(60프레임으로) 소화해낸다. 처음에는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지점이다. 마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차세대기로 즐길만한 게임으로서 배필 4가 손색이 없다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멀티플래이의 스코어링 시스템과 망원경을 이용한 색적-분대원의 지원사격 시스템을 도입해서 싱글 게임에 적용시킨 점은, 싱글플레이를 멀티를 하기전의 하나의 튜토리얼로서 인식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잠시, 조금만 더 냉정해진다면 배틀필드 4는 단지 스케일만 크게 키운 콜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멀티가 인간과 진흙탕에서 싸우는 이전투구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싱글은 콜옵의 복도를 10~20배 정도 뻥튀기 해서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지점만 만들어냈기에 다이스의 게임 디자인은 효과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다이스는 그 거대한 복도를 뭔가 오밀조밀하게 구성을 해보려고는 하지만[각주:5], 결과적으로 이는 거대한 복도에 불과하다:그 복도를 자동차를 몰고 가든, 탱크를 몰고 가든, 보트를 몰고 가든, 결국은 똑같을 뿐이다. 하지만 배필 4 싱글의 문제는 이러한 게임의 구조 자체가 혁명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아니라, 게임 자체가 지루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콜옵이 복도에서 이벤트가 일어나는 방으로, 그리고 다시 복도로, 이것을 무한히 반복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게속 패드를 붙잡고 '다음은 어떻게 될까?'라고 게이머를 몰입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옵의 스토리가 거대한 사건의 시작과 끝에 자신이 있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이런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을 두고 배필 4가 싱글로 보여주는 것은 거의 재앙수준에 가깝다:게이머는 이해도 안되는 스토리[각주:6]를 따라서 무의미한 수만발의 총알과 수백개의 수류탄, 그리고 무너지는 건물과 먼지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산책할 뿐이다.


실망스러운 싱글과 달리, 배틀필드 4의 멀티는 여전히 훌륭하다:거대한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해서 싸우는 것, 한마디로 통제 자체가 안되는 거대한 '개판'을 즐기는 재미이다. 하지만, 배필 3 콘솔판이 16:16이라는 제한적인 인원으로 전장을 재현하려 하다 실패하였고, PC판은 배필 전통의 64인 멀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존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매력점을 되찾고자 하지만, 기존 시리즈에 있어서 전략성의 배제(지휘관 모드의 삭제라던가, 분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된다라던가)로 인해서 역설적이게도 '콜옵에 가까워져버린' 배틀필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배틀필드 4는 기존의 전통적인 배틀필드 시리즈로 회귀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지휘관 시스템의 추가와 분대 정원의 확장, 분대 시스템 등의 조정을 통해서, 단순하게 32명이나 되는 통제되지 않는 인간들의 좌충우돌이 아닌 분업과 협업을 강조하는 지점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각주:7]


배틀필드 4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스테이지의 변화일 것이다. 물론 프로스트바이트 3.0을 이용해서 건물이 무너지고, 엄폐물이 박살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전작과 다르게 이번작에서는 각각의 맵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차단기 같은 물건을 사용해서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는다던가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겨났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Levolution의 경우, 비록 그것이 스크립트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점이기도 하고 연출적인 속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 지점에 있는 적들을 한꺼번에 몰아내거나 지점을 점거하기 위한 새로운 루트를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들도 충분히 있다. 


PS4 버전의 경우, 이러한 새로 추가된 시스템들을 큰 문제없이 소화해낸다:물론 가변 프레임이기 때문에, 게임은 수많은 오브젝트가 모이거나 Levolution이 일어날 때는 심각할 정도로 뚝뚝 끊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세대 콘솔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의 해상도와 그래픽 디테일, 효과 등등을 큰 버벅거림이나 텍스처 팝인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기존의 콘솔에서는 성능 문제로 불가능했던 64인 멀티를 기본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 4는 상당히 추천이 꺼려지는 타이틀이다: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버그'문제 때문이다. EA가 각기 다른 3개의 로펌에게 소송을 현재진행형으로 당하고 있는[각주:8] 현 사태는, EA가 다이스에게 충분한 QA 시간을 주지않고 게임 발매를 강요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는 게임에서 무수히 많은 프리징과 튕김의 형태로 드러나는데, 현재 다이스는 모든 버그를 잡기전까지는 확장팩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버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현재 PS4로 플래이를 해보면 플래이 불가능한 버그 자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튕기는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 역시 플래이 도중에 튕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배틀필드 4는 참으로 미묘한 게임이 되었다:누구말처럼, '재미는 있는데 추천은 할 수가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싱글은 거지발싸개 같지만, 멀티는 정말 재밌고, 멀티가 재밌긴 하지만 버그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며 심지어는 버그와 함께 DLC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점에서 아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점들을 각오하고 산다면, 배틀필드 4는 재밌는 게임이다. 문제는 그런 점들을 각오하고 사기에는, 게임이 갖고 있는 그리고 게이머가 극복해야하는 결점은 너무나도 크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게임을 괜찮게 뽑아놓고 사람을 갈등하게 만드는 EA는 진심으로 자살을 추천한다.







  1. 현재 EA 산하에서 타이탄폴을 만들고 있으며, 재밌는 점은 인피니티 위드 자체가 EA와 못해먹겠다고 갈라져나온 제작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단지 보여주기 위해서 무의미한 미션들을 집어넣는, 극악한 미션 구성... [본문으로]
  3. 콜옵에 대해서 관대한 웹진들마저도 고스트를 잘근잘근 씹어놓았다. 물론 고스트는 판매량에서 월등하지만, 인피니티 워드의 콜옵은 그야말로(모던 3 이후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풍전등화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맵에 변화는 일어난다, 하지만 맵 자체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비하면 Levolution의 연출은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5. 엄폐할 수 있는 지점이라던가, 숨겨진 아이템을 놓는다던가. [본문으로]
  6. 심지어 미션의 시작과 스토리의 시작이 서로 유리되어 있으며, 게이머는 이 거대한 판의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오히려 보여주기 위한 연출만 지속적으로 삽입할 뿐, 이야기는 유의미한 것이 되지 못한다. [본문으로]
  7. 물론 기존의 배필 3도 협업을 강조하는 스코어링 시스템을 보여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분대간은 커녕 분대 내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것이었다. [본문으로]
  8.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s/93/read?articleId=1275500&objCate1=&bbsId=G003&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40&itemId=&sortKey=depth&searchValue=EA&platformId=&pageIndex=1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잠입액션 게임 프랜차이즈에 있어서 양대산맥이 있다:스플린터 셀 시리즈와 메탈기어 시리즈. 이 둘은 잠입이라는 테마를 두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구축하는데, 메탈기어 시리즈가 MSX 시절의 아케이드 게임으로부터 그 게임 시스템을 이어받으면서 시리즈 및 시대에 맞게 게임을 추가하고 다듬고 재구성하는 쪽이라면,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고전 잠입게임인 씨프로부터 빛과 그림자, 소리를 이용한 잠입의 개념을 계승하여 그것을 극한의 형태의 시뮬레이션으로 구축한 쪽이라고 볼 수 있다.[각주:1] 그리고 이러한 '시뮬레이션'의 성격은 세번쨰 작품 카오스 이론에서 정점을 찍는다:소음, 노출도, 조명 강도 등에 따라서 좌우되는 잠입시스템과 복합적으로 구성된 맵구성 등등 카오스 이론은 시리즈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시리즈의 정점을 찍은 카오스 이론의 문제점은 바로 그 특유의 복잡성에 있었다:게임은 너무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나머지, 초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로 변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카오스 이론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한다. 이중간첩 이후에 나온 다섯번째 작품 컨빅션은 그런 실험의 극단적인 연장선상에 있었던 작품이었다. 복잡한 잠입 시스템은 제거되고 게이머는 어둠속에 있으면 은신한 것으로 간주된다. 빛에 노출되지 않으면 화면이 흑백조로 바뀌며 적들은 플래이어를 '거의' 탐지하지 못한다.[각주:2] 이러한 잠입 기제와 다층적인 스테이지 구조가 적들을 마킹하고 한꺼번에 제거하는 지정&수행의 추가 등과 맞물리면서 게임은 잠입게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숨바꼭질 '학살' 게임이 되었다. 게임은 개성넘치고 재밌는 지점이 많았지만, 긴 개발기간에 비하면 너무나 짧았으며[각주:3] 동시에 최고 난이도에 맞춰놓고 플래이를 해도 쉬울 정도였고, 무엇보다 플래이는 전략적인 선택이 없는 직선형의 구조였다. 여기서 스플린터 셀:블랙리스트는 컨빅션의 직관적이며 쉬운 잠입을 끌고오면서 동시에 기존의 시리즈의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을 게임에 도입하는 등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조화를 꾀한다.  


게임은 컨빅션과 같은 그림자를 이용한 잠입기제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컨빅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림자에 숨으면 눈 앞에 있어도 눈치 못채던 극단적인 컨빅션과는 다르다:기본적으로 그림자는 내가 발각될 '가능성'을 줄여주는 기제에 불과하다. 어둠 속에 숨어있어도 적들은 피셔를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작에서는 그림자를 꿰뚫어볼 수 있는 적들을 하나의 정식 카테고리로 추가하고[각주:4] 적들이 색적 범위가 늘어나는 등 그림자는 더이상 만능의 잠입 기제가 아니다. 그리고 전작의 지정&수행이 한번에 다섯명의 적을 처형해서 일방적 학살을 방조하였다면, 이번작의 지정&수행은 최대 3명까지만 처형할 수 있으며 심지어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제한적으로 처형을 막는 적들[각주:5]이 뻔질나게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점들은 컨빅션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라 볼 수 있는데, 컨빅션에서 플래이어를 너무 강력하게 만든 나머지 게임이 쉬워졌던 지점들을 모두 정리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신에 게임은 플래이어에게 다양한 도구와 장비, 그리고 무기를 주고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선택지들을 부여한다. 컨빅션에서는 5개의 가제트를 모두 들고다니면서 화려하게 무쌍을 펼쳤다면, 블랙리스트는 자신의 게임 플래이 스타일, 미션과 스테이지 상황에 따라서 장비와 무기를 바꿔가면서 플래이를 해야한다. 게임은 이러한 플래이 성향을 3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한다:비살상 은신 잠입 위주의 고스트 스타일, 살상 잠입 위주의 팬서 스타일, 잠입하지 않고 학살 닥돌 위주의 어설트 스타일[각주:6]. 그리고 전작의 처형 시스템을 개편해서,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처형을 채울수 있게 바꾸고[각주:7], 달리면서 처형을 할 수 있는 등 3가지로 세분화된 시스템에 맞게 기본적인 동작들도 조정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시리즈가 잠입을 강제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블랙리스트가 보여주는 미덕은 이 다양한 스타일 모두를 포용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존중은 게임 스타일 자체에 효율에 차등을 두지않는 점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물론 게임 내에서 꼭 고스트-어썰트 스타일로 플래이 해야하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테이지를 어떻게 플래이할건가에 대해서 강제하지 않는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 바로 '점수 계산법'이다. 게이머가 행한 스타일에 따라서 게임은 점수를 계산하는데, 어떤 플래이 스타일로 하든 감점 없이 오로지 게이머가 한 행위를 합산하고 그것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가를 보여줌으로서 마치 게임은 '나는 네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하더라도 그것을 존중한다'라고 이야기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블랙리스트가 다른 시리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러한 점수 계산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이로인해 게이머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고자 하는 의욕, 좀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자 하는 의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플래이 스타일에 걸맞는 첨단 장비들을 제공함으로서 그것을 조합해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플래이어의 머리굴림을 요구하는 지점들이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블랙리스트 스토리를 다루는 싱글 미션 이외에 12개의 코옵/싱글 부가미션을 탑재하고 있다. 전작이 분량 부족으로 많은 욕을 들어먹은 것에 대한 반성이라도 되는 듯이, 12개의 코옵/싱글 부가미션은 모두 합치면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미션들(스토리/부가미션)의 스테이지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일직선 진행에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아레나 형식의 스테이지를 던져주는 하지만, 컨빅션에 비교하면 다양한 클리어 조건과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주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일반적인 밀리터리 슈터물의 그것이라고 볼 수 있다:미국의 적이 있고, 미국은 그 적에 무력하게 당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홀로 분연히 떨쳐 일어나서 미국의 적들을 박살낸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는 이러한 과정을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급박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보다 한발 앞서있는 적들을 쫒기 위해서 무모한 도박을 하고, 전쟁의 위협을 무릅쓰고 적진에 뛰어드는 등 급박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하지만 이것들이 단순히 스팩타클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야기가 구성되는, 역전된 인과를 보여주는 콜옵/배필식의 이야기와 다르게 블랙리스트는 짜임새가 있으며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스토리의 모든 장점들은 마지막 F벙커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 특히 이 게임의 슬로건이자 핵심 키워드인 '다섯번째 자유'에 대한 QTE는 게이머를 맥빠지게 함을 넘어서 게임이 게이머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모든 경험을 게이머 눈 앞에서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느낌마저 만들어낸다. 다른 자유를 지키기 위한 '다섯번째 자유'의 존재는 여태까지 기존의 밀리터리 슈터류들이 숨기거나 무시하고 있었던 행동의 원동력을 정면으로 끄집어내서 정식화시킨 하나의 기제화 시킨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다섯번째 자유의 존재가 없었더라도 이야기는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의 스토리는 확고한 행위의 원천과 뭔가 멋들어지는 지지 기반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각주:8] 하지만 F벙커에서 벌어지는 '다섯번째 자유를 행사하십시오'라는 버튼 액션은, 다섯번째 '자유'라는 것은 고작 버튼 누르는 자유에 불과한가? 그리고 그런 도를 지나친 과격함을 보여주고서는 그것을 다섯번째 자유로 포장하는 지점이 과연 스토리에 있어서 필요했는가? 싶은 그런 느낌과, 마지막 엔딩영상에서 보여주는 다섯번째 자유의 껄끄러운 지점들은 게임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망치기에 충분했다.[각주:9]


결론적으로 블랙리스트는 재밌는 게임이며, 제값은 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스토리의 결론은 황당함을 넘어서 아방가르드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기존의 올드 시리즈 팬들, 카오스 이론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있어서는 블랙리스트는 뭔가 어중간한 무언가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점들에 대해서 좀더 너그러워진다면,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는 잠입 액션 게임으로서 매력적인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 씨프에서 화살로 불을 꺼서 그림자를 만들고 그속으로 숨어들어가는 것처럼, 스플린터 셀에서도 조명을 총으로 쏴서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잠입 기제이다. [본문으로]
  2. 플래이어가 노출되는 지점은 바로 빛에 노출되거나 소나고글을 가진 적에게 노출당하는 것 두가지 밖에 없다. [본문으로]
  3. 이는 컨빅션이 한번 엎어진 프로젝트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4. 컨빅션에서 소나고글을 쓰는 적들이 희귀하게 나온데 반해서, 블랙리스트에서는 야간 투시경을 쓴 적들이 진짜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나온다. [본문으로]
  5. 헬멧을 쓴다던가, 중장비를 입고 나온다던가. [본문으로]
  6. 물론 학살-닥돌이라고는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전투는 정면 돌파라기 보다는 측면 공략의 성격이 강하다. [본문으로]
  7. 네개의 충전 게이지를 주고, 암살은 4개를 한꺼번에, 헤드샷은 2개를, 일반 킬은 1개를 채우는 식으로해서 총 4개를 다 채울 경우 지정&수행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본문으로]
  8. 예를 들어, 다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법, 절차, 심지어는 그 권한을 준 대통령마저도 쌩까버리는 강력한 자유를, 단지 주인공들의 감과 과감함이 아닌 그보다 '상위'의 무언가에 주는 그런 지점들이 있다. [본문으로]
  9. 다섯번쨰 자유와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와 연관지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중이며, 앞으로 블랙리스트 자체는 논하지 않더라도 '다섯번째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꾸준히 언급할만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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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크 2편, 어크 리벨레이션만 플래이했습니다. 3편은 플래이해보지 못했습니다.




어쌔신 크리드 4는 어크 3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존재가 드러났으며, 어크 팬들에게 큰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것이, 어크 4 발매 당시 어크 3 개발 시점에서부터 이미 4편은 만들고 있었다는 제작진들의 발언으로 인해서, 4편이 2편처럼 스핀오프작들[각주:1]로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시스템을 다듬는 것이 아니라 3편의 제작 중 '예견된 실패' 때문에 4편을 서둘러서 발매한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각주:2] 또한 동시에 이야기는 훌륭했지만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실패했던 리벨레이션의 존재나, 전반적으로 기대와 다르게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던 3편, 그리고 제작진들이 서둘러서 내려는 낌새가 보이는 4편으로 인해서 시리즈 자체가 대단히 위태위태한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는 것도 팬들의 우려가 드러난 지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다르게, 아니 이러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듯 어쌔신 크리드 4, 블랙 플래그는 정말 재밌는 작품이다;아마 재미 자체로만 따진다면, GTA5와 동렬에 놓고 비교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이 주는 충격, 즉 GTA5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작은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게임을 하게 만든 것에 비하면, 같은 오픈월드 장르로서 어크 4의 세계는 오히려 과거의 게임들이나 기존의 어크 시리즈에 기초하고 있다.[각주:3] 하지만, 어크 4의 특징은 단순하게 게임을 시스템적으로 재밌게 구성했다는 점을 떠나서, 해적 시대라는 테마와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행위들, 그리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들어가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어서 몇몇 문제점들(특히 버그 등등의)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크 4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시대는 대해적 시대다. 아름다운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상선을 약탈하고 엄청난 부를 쌓은 무법자들이 활개친 시대를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발터 벤야민이 폭력 비판을 위하여 에서 서술하였듯이, 그들이 법이라는 제약 밖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법자에 대한 로망이나 판타지는 대중문화가 등장한 이후로, 줄곧,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었다:어떤 때는 그 얼굴이 총을 든 카우보이였고, 어떤 때는 터프하며 시크한 전문 은행강도였고, 또 다른 시대에는 낭만적인 대도의 얼굴을 했을 뿐이다. 어크 4는 그러한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무법자의 판타지를 차용하고 그들이 과거에 했을 법한 행위들과 스토리, 배경설정들,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들을 게임 내에서 재현한다. 그렇지만 서부시대의 황혼과 낭만, 그리고 마지막을 다룬[각주:4] 레드 데드 리뎀션이 거대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할 거리들을 배치한 것과는 다르게[각주:5], 어크 4와 대해적들의 시대를 구성하는 것은 철저히 인위적이다:빠른 이동으로 불리는 게임 시스템이 사실은 애니머스라는 게임내 가상현실 시스템을 '해킹'하여 가능한, 일종의 빨리감기 라고 하는 지점이라고 설정하거나, 애니머스라는 가상현실 시스템의 조각들을 곳곳에 흩뿌려 넣거나 등등.


하지만, 어크 4가 지향하는 점은 GTA5나 레드 데드 리뎀션의 자연스러운 '풍경'들, 살아있는 공간으로서의 세계가 아니다[각주:6]:오히려 해적이라는 테마 아래서 해적이 할만한 것들, 해적 판타지를 채현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역사라는 요소를 이용해서 세계를 재구성하는 어크 시리즈의 핵심(시대를 즐기는 테마파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테마파크로서의 어크 시리즈가 가장 빛났던 부분은 바로 '역사적 대도시'의 존재다.[각주:7]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어크 4에는 대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각주:8] 대신에 어크 4에는 해적이라는 테마를 구현하는 주요한 배경이자 장소는 바로 '바다'다. 어크 4의 바다는 넓게 트여있는 동시에, 해적질의 대상인 상선과 군함들이 활개치는 공간이자, 수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보는 것만으로 넋이 나갈것 같은 어크 4의 바다는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도 훌륭하지만, 이것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변화무쌍한 날씨의 묘사이다. 어크 4의 바다에서 날씨는 단순히 평면적인, 그래픽적인 변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해일의 존재나 배에 큰 피해를 입히는 용오름의 존재, 심지어는 높은 파고, 즉 파도의 높이가 일종의 '엄폐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인 바다을 이용해서 어크 4는 게이머들이 즐길거리를 유기적인 구조로 구축한다:요새를 격파하면 수집 요소들의 위치가 드러난다던가, 항해 중에 포경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포경을 하거나 난파선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다던가 등등.


또한 바다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활동인 항해와 해전은 세심하게 다듬어져있다. 어크 3에서부터 도입된 해전의 존재는, 사실상 게임의 테마로부터 어느정도 동떨어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어크 3가 제시한 해전의 완성도와 별개로, 미국 혁명과 항해와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겠는가? 하지만 대해적시대와 항해, 해전의 결합은 게임 내에서 테마와 게임 플래이 사이의 높은 결합과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해적 답게 해전으로 군함을 격파하고 선상 전투를 벌여서 물자를 약탈한다. 그리고 이 물자를 팔아서 배를 강하게 만들고, 무기를 사거나, 수집품을 사는 등의 행위를 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 해전을 벌이는 것을 반복한다. 아주 단순한 흐름이기는 하지만, 어크 4는 이 단순한 반복마저도 재밌을 정도로 해전을 짜임세 있게 구축한다. 게임에서 플래이어는 인간이 아닌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기는 하지만, 게임은 배를 움직이는데 있어 최대한 복잡한 요소들을 쳐냄으로서 직관적인 움직임을 보장한다:풀세일-하프 세일-정박 3단기어(?) 넣듯이 속력을 조절하며, 속력이 느릴수록 선회속도가 빨라진다, 바람을 등지면 빨라진다 라는 단순한 원리들이 게임을 지배한다. 하지만 단순한 원리에도 불구하고, 어크 4의 해전은 전적으로 쉽다고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배인 잭도우 호는 마개조(?) 덕분에 말도안되는 화력을 자랑하지만, 해상에서 조우하는 군함들은 대부분 3척이나 혹은 그 이상의 수의 대열을 지으면서 이동한다. 그렇기에 1:1의 경우가 아닌, 1:다수의 경우가 게임상 해전의 대부분이며 플래이어는 방심했다간 순식간에 전멸하는 참사를 겪기 십상이다. 이런 지점에서 게임은 난이도 벨런스 조절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해상에서의 할 거리와 다르게, 어크 4는 육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전작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암살미션을 하거나, 애니머스 조각을 모으고, 뱃사람의 노래를 모으는 등등 다양한 할거리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 작품들의 최대 강점이었던 역사적 대도시의 탐험은 아쉽게도 이번작에서는 소규모의 형태로 재현될 뿐이다. 물론 그 당시 카리브 해에 거대한 도시가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어크 4도 이러한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는지 도시의 존재를 최대한 줄이면서 '탐험'이라는 테마 아래서 공간을 다양하게, 그리고 분절적으로 구축한다. 게이머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지닌 작은 섬들과 마을들, 그리고 도시, 유적들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탐험하게 된다. 어찌보면 정신산만해질 수 있는 부분이며 동시에 게임의 진행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크 4는 손쉬운 빠른 이동과 항해의 즐거움을 강조함으로서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사실, 그렇기에 어크 4에서 육상활동이란 해상활동의 곁다리이자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각주:9]


반면에 스토리 미션의 구도들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 있다. 주요 스토리 미션은 반은 해전, 반은 육상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제는 바로 육상활동으로 구성된 미션들에 있다. 기본적으로 어크 특유의 어정쩡한 미행 미션들(잠입을 하라는건지, 파쿠르로 내려다보라는건지)은 여전히 플래이어에게 큰 고통이다. 물론 이번작에서는 매의 눈으로 마킹하면 벽뒤에 있더라도 시야에 들어온 것으로 간주해서 미행 자체가 쉬워지기는 했지만, 해적이라는 테마와 어느정도 엇나간다는 느낌이 있기도 하다. 게임 내에서 잠입 미션을 주는 경우도 상당한데, 이 경우 파크라이 3의 잠입 기제 '덤불 속에 숨으면 아무도 눈치 못챈다'를 들고와서 상당히 깔끔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어크 시리즈는 애시당초에 잠입게임이 아니며, 잠입 매카니즘 자체가 상당히 괴상한 게임이기에 이러한 변화점은 어찌보면 환영할만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 측면에서 게임은 해적이라는 테마와 판타지를 충실하게 구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훌륭하게 비튼다. 시리즈 사상 가장 깨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드워드 켄웨이는 '관측소'라는 허황된 꿈을 쫒는 속물적인 황금만능주의자이며, 심지어 스토리 끝까지 암살단에 가입하지 않고, 오히려 암살단-템플러를 오가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물론 그가 본질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속물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그에게 유쾌한 속성들[각주:10]을 부여함으로서 이 인간을 단순히 역겨운 인간으로 구축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어크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가졌던 결함들[각주:11]에 비교하면 에드워드의 결함은 대단히 크다. 그리고 그의 결함과 부에대한 집착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점점 피해를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부를 얻으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그의 멍청함은 주변 사람들 뿐만아니라 플레이어까지 질리게 만든다. 이렇게 어크 4는 꿈과 낭만, 자유로움이라는 해적과 무법자의 판타지를 이용해서, '왕에게 충성하기 싫어서 해적이 되었지만, 그 자유로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이라는 해적 판타지의 구축과 파괴를 동시에 수행한다.


어크 4의 스토리는 그렇기에 대 해적시대를 관통한다. 사략선[각주:12]들이 사략선이 금지되자 해적이 되고, 해적이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대해적들이 차례로 몰락하고 블랙 바트-바솔로뮤 로버츠의 죽음과 함께 대해적 시대가 끝을 맞이하는 대해적시대를, 에드워드 켄웨이는 모든 주요한 사건들[각주:13]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대해적시대의 본질에 접근한다. 왕과 국가를 등지고 자유를 추구했던 인간들이, 단지 도둑질과 술주정으로 방만하게 자유를 소비했을 뿐이라는 점, 그리고 에드워드 켄웨이도 그 바람 속에 휩쓸리다가 소중한 것들을 잃고 깨달음을 얻는 것, 암살단의 신조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3부작에 따라 점점 완숙해지는 에지오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에드워드 켄웨이는 대단한 케릭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극후반에 성장하는 부분이 너무 급하게 전개되는 지점이나, 나머지 케릭터들이 에드워드의 성장을 위한 일종의 장치적인 존재로 활용되는 점은 아쉽다라고 할 수 있다.


어크 4는 소셜 게임 및 게임 바깥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실험적인 요소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상대 함선을 나포하여 함대를 꾸리고, 이를 통해서 돈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브라더후드에서부터 도입된 멀티의 존재는 여전히 건재하며, 재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지만.


어크 4에 큰 흔집을 내는 요소는 바로 버그다. 물론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치명적인 버그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자잘한 버그들, 텍스쳐 사이에 끼인다던가, NPC가 스크립트 대로 행동하지 않아서 체크포인트를 다시 불러와야하는 등 귀찮게 만드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한글판의 경우에는 끔찍한 한글화라는 문제가 덤으로 붙는다. 수배 레벨을 원하는 레벨로 번역을 해놓는다던가...많이 심각하다. 물론 한글화 자체를 안한거 보다는 훨씬 좋은편이지만.


결론적으로 어크 4는 대단히 재밌는 게임이다. 물론 아예 완벽한 게임도, 새로운 게임도 아니다. 하지만 게임은 세심하게 짜여져 있으며, 대해적시대에 대한 판타지와 로망을 충족시키는데 성공한다. 또한 테마파크로서 충분히 즐길거리가 많은 점, 아니 오히려 즐길거리가 넘쳐나서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다. 2013년 막바지인 현재, 왠만한 대작 게임들이 안나오거나 상당히 망가져서 나오고 있는 와중에 나온 즐길만한 게임이라는 점도 어크 4를 추천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1. 레벨레이션과 브라더후드 [본문으로]
  2. 흔히 어크 3의 시대가 미국혁명-프랑스 혁명-나폴레옹 시대의 도래라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의미심장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 자체를 하지 않는 지점들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본문으로]
  3. 어크 시리즈 전통(?)의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베이스로 배경설정 때우기 등등에서 메인 스토리-세계를 구성하는 서사 사이에 이원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어크 시리즈의 경우, 현대-과거의 서사가 서로 분리-교차되는 지점들 때문에 서사가 매우 복잡해서 그것을 이해/느끼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도 헀다. [본문으로]
  4. 무법자들을 모두 죽여서 최후의 무법자가 되버린 자의 최후, 시적인 아름다움. [본문으로]
  5. 말을 타고 지나가는데 사람이 도움을 청한다던가... [본문으로]
  6. 살아있는 세계, 일종의 자기완결적인 세계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게임적인 요소의 차단, 어크 4에서 같은 게임적인 시스템을 허용하는 지점들은 자연스러운 세계에서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본문으로]
  7. 가장 높은 지점에 존재하는 뷰 포인트-동기화시스템은 탁트인 전경을 제공하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본문으로]
  8. 어찌보면 어크 3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과거의 어크 시리즈의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9. 해적이 바다가 주 무대가 되야하지 않을까? 도시가 주무대로 활동하는 해적이란 사실 어찌보면 웃기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본문으로]
  10. 대사라던가 등등 [본문으로]
  11. 알테어-오만함, 에지오-복수에 눈멈, 코너-다혈질 [본문으로]
  12. 국가가 공인한 해적. 다른 나라의 함선을 약탈하는 선박들을 지칭함. [본문으로]
  13. 사략선이 해적이 되고, 해적 공화국이 세워지며, 해적 사면령, 에드워드 티치의 죽음, 그리고 대해적 시대의 종말을 고한 바솔로뮤 로버츠의 죽음까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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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포켓몬스터 X,Y 모두 구매하였으며, Y버전 클리어 후에 작성된 리뷰입니다.


*저는 포켓몬스터는 XY이전에 1세대(옐로우), 2세대(금), 4세대(다이아)를 했습니다.




포켓몬스터는 이제 게임을 넘어서서 하나의 서브컬처의 흐름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17년전에 게임으로 처음 나왔던 포켓몬스터[각주:1]는, 이제는 게임을 넘어서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케릭터 상품 등등 거대한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17년의 세월 동안,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을 하던 아이들이 커서 자식과 함께 포켓몬스터 X, Y 애니메이션을 보게되는, 세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진 프랜차이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흐름이자 핵심, 척추라 할 수 있는[각주:2] '게임'은 매니악한 층에서부터 처음 게임을 잡은 케주얼 층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독특하며 한결같은 매력을 선보이며 17년 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이번 2013년 10월 12일, 6세대[각주:3]인 X,Y가 3DS로 전세계 동시 발매되었다.[각주:4] 하지만 기존의 시리즈들이 전작들을 발전/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XY는 기존의 포켓몬스터 게임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이상향'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XY는 그렇기에 여러 의미에서 시리즈의 '완성'에 가까운 작품이다. 물론, 게임 자체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XY는 이런저런 단점들과 문제점들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지점과 도달하는 지점들, 그리고 게임 프리크와 닌텐도가 포켓몬이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갖고 있는 철학이 집약된 XY는 포켓몬스터라는 문화 프랜차이즈의 이정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RPG[각주:5]와 멀티플래이의 새로운 형태와 철학을 제시하였다.


표면적으로 XY의 가장 큰 변화점은 그래픽의 일신이다. 2D 필드, 2D 도트로 찍힌 케릭터들과 정지 일러스트를 이용해서 묘사되는 전투 등등은 지난 17년 동안 포켓몬스터 게임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3D 그래픽을 차용한 XY는 기존의 포켓몬스터와 다른 '살아움직이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게임은 이제 기존의 십자 방향만 움직일 수 있는 제한에서 벗어나서 8자로 움직이며, 컷씬과 스테이지 구성[각주:6]에 있어서 다양한 구도를 연출하였다. 심지어 제한적이지만 기존의 탑뷰를 벗어나서 케릭터의 등뒤 시점을 따라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움직이고 이동하는 시점을 채용하는 등, 기존 시리즈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충격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비주얼적인 충격을 XY는 구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게임 프리크는 능숙한 솜씨와 확고한 신념 아래서 재현한다. 게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전적으로 새로운 풍경들, 낯선 풍경들이 아닌 기존의 2D의 풍경들을 3D의 형태를 빌어서 옮겨놓은 형식이다. 즉, 게임의 표현 방식은 완벽하게 바뀌었지만, 그 바뀐 풍경은 여전히 전작들을 연상시키며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것이다. 특히 포켓몬을 묘사하는 지점이 더욱 그러한데, 전투중에 포켓몬을 클로즈 업하거나 또는 카메라를 패닝하면서 보여주는 포켓몬들의 디테일은 마치 전작들 일러스트들의 '원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포켓몬들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세밀한 움직임들[각주:7]을 재현하는 지점들이나 공격 애니메이션의 묘사 등등은 이게 처음으로 3D로 만드는 포켓몬스터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지점들이다.[각주:8]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철저하게 '부차적'인 부분들이다. 오히려 포켓몬스터 XY가 본질적으로 변화한 지점들은, 기존의 시리즈들이 갖고 있었던 환경들, 타인과의 교류의 지점들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게임의 구조와 난이도 자체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시리즈들이 '클리어하는 것은 쉽지만, 정상에 도달하는 것(타인과의 포켓몬 배틀, 포켓몬 개체 육성 등)은 극도로 어려운' 게임이었다면, XY는 '클리어하는 것도 쉬우며, 포켓몬 배틀 자체이나 개체 육성 자체도 편해지는 등 진입장벽도 낮아진' 게임이라는 것이다. 게임 프리크와 닌텐도는 그런 지점에서 포켓몬스터의 프랜차이즈의 철학,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모두와 함께 즐기는' 이라는 명제를 XY를 통해서 실현한다.


눈에 띄는 것은 게임의 진행 템포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점이다. 게임은 극초반[각주:9]에 '학습장치'라는 아이템을 게이머에게 주는데, 기존의 학습장치가 한번 전투에 포켓몬 2마리를 육성할 수 있게하는 한계를 부여했다면 XY의 학습장치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파티 전원이 경험치를 공유하는'[각주:10] 형태로 변화하면서 포켓몬 육성을 대단히 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스타팅 포켓몬[각주:11]이 시리즈 최초로 '두개'라는 점도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각주:12][각주:13] 포켓몬스터의 스토리 클리어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해당 체육관을 클리어하기 위한 포켓몬의 육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육성을 편리하게 만드는 학습장치와 2 스타팅 포켓몬 체제는 게이머가 게임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처럼 타고 내려오는 '노력치'[각주:14]를 비주얼적으로 가시화(포켓몬 트레이닝) 하고 미니게임으로 다듬어서 플래이어로 하여금 노력치를 올리기 위해 특정 포켓몬을 잡는 노가다를 하는 수고를 덜고, 간편하게 미니게임으로 노력치를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존의 콘테스트 요소들을 포켓몬 파를레의 형태로 재편하는데, 3D로 바뀐 그래픽을 최대한 살린 포켓몬 파를레는 미니게임을 통해서 자신의 포켓몬에 더욱 애착을 갖게 하고, 동시에 그런 애착을 갖는 지점들이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닌 게임 내의 어드벤티지로 작용된다는 점[각주:15], 그리고 그것이 적정한 개연성과 함께 자신의 포켓몬에 대해서 애착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전반적으로, 그렇기에 전작들에 비해서 포켓몬스터 XY는 대단히 쉬워졌다. 다이아 클리어까지 80시간[각주:16]이 걸렸던 필자 본인도 클리어에 40시간이 채 안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XY는 기존의 포켓몬스터에 비교하자면 대단히 '가벼운' 작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XY의 목적은 시리즈와 게임을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즐기던 게임의 경험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PSS(Player Search System)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PSS의 개념은, 어찌보면 다른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멀티플래이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좀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기존 시리즈의 멀티플래이를 좀더 인터넷 편의적으로 편하게 다듬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SS가 보여주는 게임의 풍경들은 기존의 멀티플래이와 다르다. 기존의 멀티플래이의 풍경들이 싱글플래이와 분리되어 있었다면 XY가 PSS의 시스템을 통해서 보여주는 포켓몬스터의 세계는 멀티와 싱글 개념의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는 모습이다.


PSS 시스템은 사람을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지나간 사람-아는 사람-친구. 주기적으로 현재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간 사람'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 모두가 다같이 포켓몬을 한다는 하나의 소속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게이머는 무작위로 이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교환을 신청하거나 배틀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배틀을 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은 '미라클 교환'을 통해서 무작위의 사람과 조건없이 즉석 교환을 할 수 있다. 미라클 교환은 기존의 1:1 교환[각주:17]이나 GTS(Global Trade System)[각주:18]과 다른 '재미로 하는' 교환이다. 이런식으로 배틀이나 교환(미라클 교환도 포함)을 할 경우, 이런 행위를 한 사람들끼리는 '아는 사람'이 되어서 지나간 사람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친구'는 정식으로 프랜드코드를 서로 교환한 사람이 등록되는 카테고리다.


아는 사람이 지나간 사람보다 더 어드벤티지를 얻는 부분은 바로 '눈에 더 잘 띈다'라는 점이다. 이는 O파워 라는 소셜 기능과 접목되서 어드벤티지로 적용된다. O파워는 PSS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버프로서 일정시간 동안 몬스터를 더 잘 잡게 한다던가, 돈을 더 벌리게 한다던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O파워는 남에게 쓸때 비용이 더 적게 소모되며 이를 통해서 O파워 레벨을 쉽게 올릴 수 있다. 또한 친구가 자신에게 O파워를 발동한 동안 다른 친구들이 그 O파워를 자신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쓸모 있는 기능이다. 


3DS 친구코드 추가가 갖는 궁극적인 혜택은 바로 '프랜드 사파리'의 추가이다. 프랜드 사파리는 친구 코드에 따라서 종족별로 희귀한 몬스터들 2~3종이 나오는 지역인데, 야생에서 잡을 수 없는 포켓몬들이 나온다는 점, 그리고 2~3종류 밖에 안되는 소수의 몬스터가 고정 출현하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개체치'[각주:19]를 가진 몬스터들이 나오기에 소위 4V, 5V 포켓몬을 교배하기 쉬워졌다는 점에서[각주:20] 대인 대전 및 포켓몬 교배에 있어서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즉, 극한의 노가다 영역이었던 개체치 노가다와 좋은 포켓몬 얻기라는 일이 프랜드 사파리의 추가로 친구 코드 추가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포켓몬 교배 및 육성이 간편해졌다는 점에 대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높은 개채치 포켓몬 육성 노가다 보다 게이머의 운영이 더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벨런스까지 맞추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3DS의 제한적인 인터페이스[각주:21]와 성능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유저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확보하였다. 10초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자신을 광고하는 프로모션 영상을 만들 수 있다던가, PSS 상에서 멘트를 날리거나 서로에게 '좋아요!'를 찍어주는 등 제한적인 인터페이스 내에서 최대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을 만들어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PSS가 만들어내는 멀티 환경이란 그렇기에 활기차다. 대전을 위한 육성과 O파워 확보, 다양한 포켓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의 친구 코드 교환은 다른 플랫폼들(PS3나 엑스박스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차며 그렇기에 PSS가 보여주는 광경들은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PSS가 만들어내는 멀티의 환경은 같이 게임을 하는 것(대전이나 교환)이 아니라도 같이 함께 모험을 겪는 동료들을 옆에 둔것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물론 XY가 많은 부분에 있어서 놀라운 쾌거를 이룬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프랜드 사파리의 경우, 친구 코드에 따라서 생성되기에[각주:22] 만약 비인기 사파리가 자신의 코드에 걸렸을 시에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된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사파리든 추가하고 즐겁게 놀자'라는 기분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정착된 이후에 버려지는 프랜드 사파리가 꼭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도 메타몽이나 페어리 타입 계열의 사파리는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또한 그래픽적인 완성도와 별개로 프레임이 들쭉날쭉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특히 뒤에 배경이 있는 전투 화면들은 프레임이 급격하게 줄었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등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게임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껄끄럽다. 


그리고 전작들에 비교해서 노력치와 개체 교배가 '혁명적으로' 쉬워졌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교배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변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 그전 시리즈까지의 포켓몬스터가 숨겨진 육성 요소들이 너무 많았지만 그나마 XY는 이를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체치 육성, V의 개념 등등 커뮤니티에서 공략과 육성을 위해서 쓰는 개념과 게임 내에서 규정되는 단어의 차이는 실제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많은 괴리가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포켓몬스터가 더 대중적으로 편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포켓몬스터 X,Y는 놀라운 작품이다. 여태까지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이 기기 한계에 붙잡혀서 이루어내지 못한 멀티플래이 환경을 얼마 안되는 성능과 제한된 인터페이스로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맞는 멀티 환경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대전이나 교환을 하기 위한 진입 장벽의 많은 부분을 제거함으로서, 누구나 대전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각주:23] 물론 포켓몬스터 X, Y는 완벽하지 않으며, 앞으로 가야할 길은 앞으로도 더 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그래픽, 새로운 구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포켓몬스터 X,Y는 게임 시리즈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1. 1996년 2월 27일, 포켓몬스터 적녹 버전 발매. [본문으로]
  2. '세대' 구분 자체가 게임이 중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프랜차이즈에 있어서 게임은 바로 척추이자 중심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포켓몬스터 게임과 큰 흐름을 게임 작품 단위로 구분하는 기준이며, 적/녹(1세대), 금/은(2세대), 루비/사파이어(3세대), 다이아/펄(4세대), 블랙/화이트(5세대), X/Y(6세대)로 구분된다. [본문으로]
  4. 전세계 동시 발매는 6세대 포켓몬이 처음이다. 6세대는 '전 세계적인' 게임이 되는 것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밑에서 서술할 PSS와 맞물리면서 세계인들과 함께하는/하나되는 포켓몬이라는 명제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5. 포켓몬스터를 JRPG라 분류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일단은 '일본산'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겠지만, 포켓몬스터의 장르적인 특징을 고려하면 그냥 JRPG에서 갈려나온 포켓몬스터라는 장르 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본문으로]
  6. 특히 체육관의 모습은 놀라운 형태로 변화하였다. [본문으로]
  7. 특히 이는 포켓몬 파를레라는 신 요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기서 포켓몬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묘사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본문으로]
  8. 물론 완벽하게 '첫 작품'은 아니다. 닌텐도 거치용 콘솔로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3D를 차용하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노하우들이 XY에 집적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질감이 기존의 포켓몬스터와 유사하다는 점들은 게임 프리크의 대단한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본문으로]
  9. 첫번째 관장을 클리어하고 나서. [본문으로]
  10. 절반으로 줄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11. 처음 시작할 때 함께하는 포켓몬. [본문으로]
  12. 스타팅 포켓몬이 보통 야생에서 잡을 수 없는 희귀한 포켓몬이자 능력도 훨씬 더 좋은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13. 심지어 메가 진화를 할 수 있는 번치코를 배포해서 사실상 스타팅 포켓몬이 3마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본문으로]
  14. http://rigvedawiki.net/r1/wiki.php/%EB%85%B8%EB%A0%A5%EC%B9%98 를 참조하시라. [본문으로]
  15. 대전에서는 확인을 못해봤지만, 스토리 중에서는 친밀도가 높으면 포켓몬이 공격을 버티거나 급소를 공격하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본문으로]
  16. 물론 중간 노가다에서부터 이런저런 것들까지 다 포함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본문으로]
  17. 쌍방합의가 필요한 일종의 거래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8. 조건 교환 [본문으로]
  19. http://rigvedawiki.net/r1/wiki.php/%EA%B0%9C%EC%B2%B4%EC%B9%98 [본문으로]
  20. http://rigvedawiki.net/r1/wiki.php/%EA%B0%9C%EC%B2%B4%EC%B9%98 [본문으로]
  21. 스마트폰의 조작감을 가진 비타에 비교하면 3DS의 인터페이스는 극도로 불편하다. [본문으로]
  22. 정확한 매카니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꼭 XY를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코드로 친구 추가가 되어있다면 사파리 파크가 추가된다. [본문으로]
  23. 다이아 때 대전을 해볼까 하다가 포기한 경험을 생각해보면 XY는 정말 쉽고 편해진 것이 맞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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