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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이 글은 파이어 엠블렘을 처음으로 접한 플레이어의 기준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물론, 다른 시리즈가 어땠는지에 대해서 자료수집 및 검색을 하고 쓴 글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네타가 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FC 시절부터 닌텐도와 함께해온 시리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리즈의 오랜 역사와 팬층, 닌텐도의 라이트한(?) 성향과 별개로, 파엠의 게임성은 하드코어의 극치를 달렸다. 한번 죽으면 되돌아 오지 않는 유닛, 뭔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행동의 결과, 랜덤한 성장 때문에 애정을 갖고 키우던 케릭터가 병신이 되질 않나 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안하던 케릭터가 급부상 하는 등 요즘 게이머가 보면 뒷목잡고 쓰러질만한 요소들의 향연이었다. 그와 별개로 파엠 시리즈는 SFC 이후로 이어지는 두터운 팬층에 힘입어서 현재까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였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작들의 부진[각주:1]과 일본 SRPG라는 장르 자체의 부진으로 인해서 미래가 불투명한 시리즈였기도 했다. 5년만의 신작, 각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간략하게 요약을 하자면, 각성은 파엠 시리즈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요즘 게이머들이 쉽게 접근하고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명작이다. 하지만, 각성은 아주 무모한 도전장을 던졌고,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게...재밌긴 한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특이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파엠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케릭터와 게이머를 쉴새없이 빡치게 만드는 요소에서 나오는 하드코어함이다. 특히 파엠 시리즈의 경우, 공격 한 두번에 골로 가버리는 적은 체력, 무조건 1:1로만 적을 처리, 개별 유닛 생존기의 부재, 불리한 상성으로 인해 확정적으로 받는 공격의 존재[각주:2] 등등 방어적인 측면에서는 게이머에게 대단히 불리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잘못 방심했다가는 애지중지 키웠던 유닛이 한순간에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또한 파엠의 성장은 전통적으로 랜덤 성장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아수라장을 해치고 애지중지 키운 케릭터가 레벨업을 했는데도 레벨업한 결과가 비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난수 고정 시스템[각주:3]까지 얹어주면, 요즘 게이머는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게임이 완성된다. 하지만, 파엠의 독특한 매력은 바로 이러한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쾌감에 있다. 특히, 툭하면 죽는 수라장과 랜덤 레벨업이라는 난관을 모두 해치고 큰 케릭터에 대해서 게이머가 갖는 애착, 그리고 그런 장애물들을 뛰어넘었다는 게이머의 자부심과 성취감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할 수 없다.


파이어 엠블렘:각성의 시스템은 지난 시리즈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시스템들을 모두 모으는데서 시작된다. 성전의 계보에서 등장한 결혼과 자식세대, GBA 3부작에서 나온 프리맵, 마이유닛-군사 유닛의 존재, 지원 회화 등등을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었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인 듀얼의 존재는 케릭터 육성을 편하게 하는데, 한 유닛에게 보조 유닛이 붙은 방식인 듀얼 시스템은 유닛과의 관계에 따라서 지원 공격/방어가 들어오며, 듀얼 상태인 유닛의 능력치를 올려서 생존률/공격력을 동시에 올려준다. 시리즈의 총집대성이자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한 작품이긴 하지만, 정작 트라키아 776이나 다른 작품에서 나온 몸통박치기, 체격-포획 시스템이나, 피로도 시스템 등등의 다소 하드코어한 시스템들[각주:4]은 포함되지 않았다.


각성의 가장 큰 특징이자, 그리고 시리즈에 대한 최대의 반역은, 바로 '무한한 육성'에 있다. 기존의 시리즈는 하급직->상급직으로 전직할 수 있는 마스터 프루프만이 존재 했으나, 각성에서는 마스터 프루프와 더불어서 체인지 프루프 라는 클래스 체인지 아이템이 추가되었다. 이 아이템의 핵심은, 레벨 조건만 만족 시키면[각주:5] 문자 의미 그대로 무한하게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작들이 최대 레벨[각주:6]에 도달하면, 더이상 성장할 수 없었던 것에 반해서, 이번작에서는 프리맵과 함께 플레이어가 원하면 계속 노가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초반에 쓰고 버리는 유닛[각주:7]조차도 무한한 전직을 통해서 최종 보스를 서걱서걱 썰어버리는 괴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무한 육성의 절정은, 자식세대 유닛에서 정점을 맞이한다. 부모세대의 능력과 스킬, 직업을 물려받는[각주:8] 자식세대는 성장의 폭이나 스킬의 조합 측면에서 이미 부모세대 유닛의 잠재력과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는다.


이렇게 보면 각성은 레벨 9999 찍고, 환생과 케릭터의 무한 육성을 모토로 내새우는 디스가이아와 게임이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디스가이아와 각성의 매력포인트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성의 난이도가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각주:9] 각성은 여전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이며,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방어 기제는 여전하다. 플레이어가 판단을 잘못하면 유닛들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각성은 전작들과 다르게, 어느정도 시점이 지나면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각주:10]하다. 물론 그러한 육성의 과정은 대단히 재밌다고 할 수 있다.


각성은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 답게, 닌텐도 하드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고 있다. 다른 평행세계의 존재라는 설정으로, 엇갈림 통신에 자신의 기사단을 등록해놓고 타인의 게임에 등장하는 요소로 타인의 기사단에 가입을 하거나, 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로 싸우는 시스템은 닌텐도 하드니까 가능한 잔재미라 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브레이브리 디폴트 처럼 하루에 인터넷에서 랜덤한 플레이어를 자신의 대륙에 소환하는 방식을 취했으면, 이러한 요소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스토리는 평범한 일본식 판타지물이다. 가끔식 드는 발칙한 생각인데, 이 키즈나 라는 존재는 일본인들 유전자에 각인된 밈수준이며, 아주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이야기(전체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체)의 판타지 버전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것이다. 뭐 그런 삐딱한 시선을 제외하면, 각성은 메인 스토리 보다는 지원회화로 일컬어지는 유닛과 유닛 사이의 대화가 더 인상깊다. 다양한 성격의 유닛들이 서로에 대한 이야기와 설을 풀어내는 지원회화는, 특히 자식세대의 추가로 절정을 맞이하는데 자식세대-부모세대의 대화, 자식세대-자식세대의 대화 등등 복잡하고 가변적인(누가 부모인가, 누가 자식인가, 혹은 누가 형제인가) 관계를 잘 다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파이어 엠블렘:각성은, SRPG라는 사양하는 장르에 있어서 새로운 흥행 포인트를 찾은[각주:11] 작품이라 평할 수 있다. 물론, 각성은 팬들에게 상당히 반역적인 작품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시리즈의 본질을 왜곡한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시스템 자체가 잘 잡혀 있으며 더 다듬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S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해볼만한 작품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3DS로 즐길만한 게임이다.







  1. Wii로 나온 새벽의 여신의 애매한 평가, DS로는 과거 작품들의 리메이크만 나왔다. [본문으로]
  2. 심지어는 AI도 이걸 노리고 진짜 집요하게, 집요하게 상성을 물고 늘어진다. 한두번 정도는 요행으로 피하는것이 가능하나, 한두명 이상이 덤빌시에는 그냥 사망 확정. [본문으로]
  3. 가령 A유닛이 명중률 40%의 상황에서 B유닛을 공격해서 죽였다. 세이브-로드를 해서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명중륭 40%인 A유닛이 B유닛을 죽인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참고로 체격-포획 시스템이 최초로 나온 트라키아 776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SRPG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본문으로]
  5. 타 클래스 전직은 10레벨 이상, 자기 클레스 레벨 초기화는 만랩 20레벨 달성. [본문으로]
  6. 하급직 20레벨->상급직 20레벨 [본문으로]
  7. 초반 도우미 늙은 기사 유닛들, 이번작에서는 젊은 집사(.....)인 프레데릭이 그 포지션이지만. [본문으로]
  8. 물론 남성 한정/여성 한정 직업으로는 클래스 체인지가 불가능 하지만, 단 '스킬'은 이어받을 수 있다. [본문으로]
  9.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디스가이아도 절대 쉬운 게임은 아니다. [본문으로]
  10. 물론 GBA 3부작 이후로는 그런 경향이 생기기는 했지만, 각성은 좀 그게 심하다... [본문으로]
  11. 디스가이아를 생각하면, 당연한 세일즈 포인트일수도 있다. [본문으로]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http://quetzalcoatl1104.tumblr.com/post/43948795805 메모에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사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4편의 게임적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는 4편에서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물론 제가 리뷰를 썼을 당시에는 거대한 사족 같은 게임이라고 했지만, 요즘 같이 큰 시리즈 게임들이 죄다 망하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4편의 엔딩은 장엄했고 웅장했으며, 빅보스가 1시간 반 정도 떠드는 엔딩도 대단히 훌륭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4편, SOP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코지마는 메기라 원안에서는 2편과 4편 사이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했었죠. 4편이라는 웅장한(?) 엔딩을 냈는데, 과연 메기라 라는 또다른 사족을 갖다 붙이는 것이 시리즈 전반에 있어서 필요했을까요? 또한 플레티넘 게임즈가 보여주는 메탈기어의 이미지는 플래티넘 특유의 정신없는 B급 액션의 연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메기라에서 표현하는 잠입의 모습은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를 희화화 하는(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는 슈퍼 닌자가 박스를 뒤집어쓰고 잠입을 한다고?) 부분조차 있구요. 어찌보면 시리즈 정체성에 대해서 정면으로 돌을 던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바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메타픽션적인 성격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가 보여주는 게임의 세계는 기묘합니다. 보통의 게임은 메탈기어, 핵을 쏜다! 처부숴라, 우어어어어 이런 느낌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면, 코지마는 '도대체 핵을 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부터 스토리텔링을 쌓아올라갑니다. 메기솔 1편에서 냉전 종식 이후 핵이 어떻게 관리되었는가, 그리고 그속에서 메탈기어 렉스가 갖는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죠. 메탈기어 솔리드의 스토리는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에 기반합니다. 3편의 파라메딕은 핵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그당시 동시대에 온갖 괴수 영화들과 공포영화에 대해서 떠들어대며, CIA 국장은 스네이크와 악수하기 위해서 CQC를 벌이지 않나, 2편에서는 라이덴에게 게임을 끄라고 명령하거는 로이 켐벨(의 탈을 쓴 GW)이나,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라이덴의 모습, 4편에서는 똥이나 지리는 조니가 모든 나노머신을 설사로 배출해서 SOP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설정하는 등, 개그와 진지함, 사실과 거짓, 허구와 역사 등등의 대립항이 게임속에서 결합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들은 그러한 구분점이 명확했어요. 마치 문어 머리와 문어 다리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쉬운것 처럼요. 하지만, 메기라는 그러한 구분이 어렵습니다. 사이보그 닌자가 무너져 내리는 종탑을 역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나, 메탈기어 레이를 업어치기 하거나,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칼을 들고 엑셀러스를 자유절단 하는 모습, 몬순과 진지한 대화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고양이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사이보그 병사(......) 등등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개그-스토리의 구분 자체가 애매해지고 섞여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정신적으로도 승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사이보그 닌자'라는 기믹은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 진실에 섞인 '픽션'의 한갈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메기라는 '픽션의 확대 재생산'인 만큼 이러한 구분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원래 농담과 거짓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농담과 거짓말로 점철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메기라의 스토리 자체가 B급적인 농담과 거짓말로만 점철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픽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며, SOP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픽션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것이 바로 메탈기어 라이징인 것입니다.


메기라는, 라이덴이라는 케릭터를 재조명합니다. 2편에서 코지마는 소년병이라는 테마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소년병 출신인 라이덴은 시대의 슬픔과 아픔을 짊어진 병사라는 점에서 솔리드 스네이크와 비슷한 포지션이지만, 그 둘의 성격은 매우 다릅니다. 스네이크는 전문적인 군사 교육을 받았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끝까지 살아남는 생존자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라이덴은 2편에서부터 드러났듯이 '피해자'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한때 라이베리아에서 잭 더 리퍼라고 불렸던 전설적인 소년병이, 어떻게든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에서의 라이덴의 이미지였습니다. 하지만, 메기라에서는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문제는 이건 우리가 서브컬처 장르에서 이야기하는 흑화 쪽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4편 이후, 기계에 의해서 통제되고 관리되는 전쟁 경제는 붕괴되었습니다. 하지만, SOP 시스템이 뿌린 밈은 여전히 남아있죠.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 밈을 이용해서 이득을 챙기려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뇌를 적출해서 전쟁경험을 주입하면서 쾌락중추를 자극해서 완벽한 병사로 만들고자 하고, 대통령을 암살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형태로요. 그리고 대통령 암살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 대중의 모습은, 최종보스인 암스트롱이 이야기 하듯이, 우리 모두가 패트리어트의 자식들(Sons of Patriots)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증오는 계속해서 전염되고 재생산되며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라이덴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이보그 병사들을 도륙내면서 전진하지만, 제작진들은 이러한 라이덴에게 아주 잔인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과연 네가 대의를 위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라는거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가 '너는 그러면서도 살육을 즐기는게 아니냐?!'라고 비웃음과 질문을 메탈기어 라이징은 참탈이라는 시스템과 연결시켜서 상당히 기분나쁜 결론으로 이끌어냅니다. 그들은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라이덴에게 제작진은 가혹한 진실(정녕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는가? 자신의 대의를 위해서 잔인하게 인간을 도륙내고 내장을 뽑아내는 라이덴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가?)을 보여줍니다. 그러자, 라이덴은 스스로 인정하죠. 자신 내부에서 살육을 즐기는 존재, 잭 더 리퍼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사실, 그렇기에, 메기라의 스토리텔링은 호쾌한 게임 플래이와 다르게 대단히 씁쓸합니다. 암스트롱이 죽기전에 라이덴에게 했던 말, '내가 죽어도 내게는 후계자가 있다. 바로 너라는 후계자가.'라는 대사는 의미심장합니다. 라이덴은 스스로 옳다는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고 이를 실행했었죠. 하지만, 그가 옳은 선택을 한걸까요? 솔리드 스네이크라면, 그는 그러한 선택에 대해서 씁쓸하게 곱씹으면서 프로답게 묵묵하게 다음 임무로 넘어가겠죠. 하지만 라이덴은 결국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영원히 떠도는 존재로 변해버립니다. 물론 소년병 출신이라는 트라우마가 있긴 있지만, 라이덴이 내린 결론은 라이덴이라는 케릭터에게 있어서 너무 비극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메기라의 스토리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메탈기어 시리즈의 스토리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시리즈의 잠입액션 장르와 다른 장르기는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메탈기어의 화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모든 사건들은 4편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가 보여준 이야기는 완전히 끝난 메탈기어 시리즈, 바로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어찌되든 영원히 고통받는 라이덴(.....)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아들하고 마누라도 멀쩡하게 있는 놈이 자신의 전쟁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라니...솔리드는 이제 쉴 수 있게되었지만, 라이덴은 언제 쉴건지 감조차도 안옵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는 사실 '나온 것이 신기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메기솔 4편 발매 이후, 2편과 4편 사이의 써니 구출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개발을 밝힌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은, 2011년말이 될때까지 어떠한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았죠. 하지만 첫 트레일러 공개 이후 기나긴 시간이 흘러서 2011년 12월이 되었고, 스파이크 TV에서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이 코나미 개발이 아닌, 플래티넘 게임즈 개발로 넘어갔고, 그에 따른 새로운 컨셉 트레일러가 발표됩니다. 물론, 기존의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차게 식어버릴 수 밖에 없었구요.


일단 본격적으로 리뷰를 하기에 앞서서, 분명하게 밝혀두어야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제작사가 중간에 바뀌는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뭐,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3D 렐름즈의 듀크 뉴캠 포에버를 기어박스가 들고와서 마무리 지은거 정도죠.(에일리언:콜로니얼 마린도 여기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두개의 회사가 하나의 게임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코지마 히데오 프로덕션은 메탈기어 솔리드 1편의 GC 버전을 실리콘 나이츠에게 외주를 줬다가(메탈기어 솔리드:트윈 스네이크) 스스로 너무 많은 관여를 한 나머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구요. 게다가 메탈기어 라이징은 코지마 조차도 개발 자체에 난항을 겪은 작품이었다는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즉,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젼스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코지마가 생각한 메탈기어 라이징의 참탈과 게임 플래이, 스토리, 분위기 전반을 과연 플래티넘 게임즈가 잘 해석해서 자신만의 색깔로 잘 풀어내는가 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를 껴안고 스타팅 라인에 선 것입니다. 이쯤되면 마치 제작단계에서 게임 망하라고 기도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제 나온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이하, 메기라)는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괜찮은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수많은 리뷰어들이 제기한 분량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몇몇 아쉬운 부분들(액션의 단조로움, 어딘가 하드코어한 패링의 존재 등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이 잘못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앞으로 다듬으면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하는게 더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반에 '참탈'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게임의 본질은 다른데 있습니다. 보통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에는 플래이어가 자신의 케릭터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이후의 액션 게임들은 '회피'라는 메카니즘을 방어 메카니즘을 주된 방어수단으로 삼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갓 오브 워, DmC, 닌자 가이덴, 베요네타 등등, 사실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설령 회피가 없는 액션 게임이 있다고 해도, 그런 게임들에서는 회피가 필요없고 다른 방어기제에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그리고 메기라는 여기서 아주 무모한 노림수를 하나 던집니다. 방어 메카니즘으로서 저스트 가드, 막기라는 요소를 주된 요소로 집어넣은 것입니다. 저스트 가드라는 개념은 데메크 3 등에서 이미 나온 개념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보통의 저스트 가드는 그렇게 '쉬운' 개념은 아닙니다. 많은 게임들에 있어서 저스트 가드의 개념은, 플래이가 극에 달한 고수들을 위한 극한의 영역에 가까운 느낌으로 남아있었죠. 이걸 기본 방어 시스템으로 채택을 했다는 점은 무모에 가까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는 이러한 막기 시스템을 세심하게 잘 다듬어서 아주 코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우 쉬운 것도 아닌 적절한 난이도로 맞추는데 성공합니다.


메기라에서 적들은 공격을 하기 전, 눈에서 빛을 냅니다. 빨간색 불빛이 번쩍! 하면 그 다음에 공격을 한다는 의미고, 이 타이밍에 맞춰서 적 방향으로 스틱 입력+일반 공격 버튼을 누르면 막기 모션이 나오구요. 막기 자체의 타이밍은 대단히 여유로운 편인데, 적이 불빛을 번쩍이고 나서 막기 커멘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막기 모션이 나옵니다. 이걸 '저스트 가드'라고 하기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하지만, 막기 커멘드를 적 공격이 나오는 타이밍에 더 근접하게,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넣으면 라이덴은 곧바로 반격을 가하며, 반격에 맞은 적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이 상황에서 곧바로 참탈 모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막기의 손맛이 대단히 짜릿하며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막기로 공격을 처내고, 적들을 토막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메기라는 일방적인 '막고 배어내기'의 원패턴이 아닙니다. 게임은 적들이 가드불가, 잡기 공격을 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라이덴에게는 살짝 백스텝을 하면서 베어내기를 하는 '공방일체'라는 기술(기술 구입을 해야하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중요합니다)을 줘서 가드 가능 공격-가드 불가 공격-잡기 공격 사이의 '가위 바위 보'의 구도를 만듭니다. 가드 가능 공격은 가드 하지만, 가드 불가 공격과 잡기 공격은 공방일체로 피하면서 공격한다 라는 게임 플래이는 아슬아슬한 난이도 줄타기를 하며, 그 부분에 있어서 메기라는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공격 경고와 공격 사이의 텀은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공방일체라는 기술은 기존의 회피 개념으로 써먹기에는 이동거리도 짧고 무적시간이 있는지 조차 의심이 될정도지만, 잡기나 가드불가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참탈과 자유베기 시스템은 게임 첫 공개부터 유명한 시스템이었습니다. 메기라 본편에서도 '적의 장기를 빼앗아 에너지를 채운다'라는 시스템은 상당히 독특하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은 이를 뽐내려 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게임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넣는다면, 이를 뽐내려고 자랑질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메기라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습니다. 게임은 자유베기와 참탈을 적당하게 사용하며, 보스전에 따라서는 정확한 자유베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메기라의 보스전은 최근 액션 게임에 있어서 거대 보스전들에 대한 도전장입니다. 기본적으로 메기라의 보스전은 막기-공방일체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대한 플레이어의 기술을 테스트 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체력이 줄어들 때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때마다(제트스트림 샘 전의 경우에는, 저스트 가드 후 칼을 쳐내버리면 샘의 패턴이 좀더 싸우기 쉬워지는 형태로 바뀌며, 선다우너는 반응장갑을 모두 잘라냈을 때 2차전으로 들어섭니다) 패턴은 변화하며, 각각의 패턴은 반복적이지 않습니다. 보스전은 근래 했던 액션 게임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긴장감 있었습니다. 아 물론, 메탈기어 엑셀러스의 경우는 좀 어이없고 황당했으며 좀 별로였던 부분이었지만요.


메기라 자체가 잘 조율된 액션 게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메기라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위-바위-보 형식의 게임 공방 자체는 게임에 있어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플래이어가 콤보를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자유도 자체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킬이나 공격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각각의 공격의 차이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베요네타 처럼 팔/다리에 무기를 달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하거나, 회피 캔슬링으로 딜레이가 큰 공격만 꺼낸다던가 등은 불가능합니다(물론 팬들 사이에서 자유베기 모드 캔슬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음....) 자유베기의 시점이 좀 애매하게 돌아가거나, 좁은데서 카메라가 미쳐 돌아가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게임의 분량이 치명적으로 짧습니다. 이건 도저히 좋게 평가해줄 수 없는 것이, 스토리 자체(下편에서 다루겠지만)가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두 음미하기 전에 너무나 빠르게 끝나버립니다. VR 미션이 있기는 있지만, 엣지의 리뷰에 따르면 8시간에 1회차 클리어, 13시간에 2회차 클리어, 15시간에 3회차 클리어 라는 경이로운(?) 클리어 타임을 자랑하구요. 사실, 좋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플탐이 5시간 전후로 끝나는건 좀 심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기록이 컷씬 빼고 5~6시간 정도 선에서 클리어한 것이었으니...


下편에서 메기라의 스토리에 대해서 다루겠지만, 일단 메기라는 훌륭한 메탈기어의 스핀오프입니다. 스토리도 그렇지만, 액션 게임으로서도 훌륭한 게임인것은 사실이구요. 물론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후속작에서 잘 다듬어서 나온다면 충분히 더 뛰어난 게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입니다. 그러기 전에 먼저 판매량이 잘나와야겠지만요. 음....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1편이 나온 이후, 항상 억울한(?) 평가를 받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래픽만 뛰어난 게임이라느니, 그래픽 빼면 도대체 남는게 뭐가 있느냐 등등 하여간 게임은 그래픽을 사면 따라온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이었죠. 실제, 1편의 경우는 PC로 나온뒤 CPU와 GPU를 태워먹기 위한 무한 경쟁 체제 성립에 일조했으며, 시리즈 내내 게이머들이 이 시리즈를 소비하는 방식을 보고 있자면 이게 FPS 인지 스샷찍으러 돌아다니는 게임인지, 아니면 자기 컴퓨터 스펙 자랑하기 위해 돌리는 트로피 와이프 같은 게임인지 도통 감이 안오는 게임이죠. 


하지만, 그러한 게임의 소비행태(?)와 별개로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게임입니다. 2007년에 나온 크라이시스는 게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의 FPS들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지만...)이라는 한계에 충실한 게임플래이를 보여주었죠.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시리즈 내내 주창했던 'Post Human'이라는 개념은 지금에 있어서는 '익숙한'(이는 후술하겠습니다.) 개념입니다만, 2007년 시점에서는 크라이시스 같은 시도는 흔치 않았습니다. 플레이어는 광학미체를 이용해 주변 사물에 동화되듯이 은신을 하며, 각력을 강화해서 수미터 점프를 하고, 적과 물건을 집어서 던지고, 아머 모드를 발동해서 피해을 흡수하는 등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파괴적인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슈퍼솔저의 이미지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크라이시스 처럼 한번에 저 모든 것을 갖추고, 단순한 조작으로 다양환 환경에 적응하는 게임은 크라이시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레일형 스테이지가 아닌 링샨섬이라는 거대한 필드를 만들어놓고, 플레이어가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접근 루트를 찾아서 목적지에 접근,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의 독특한 게임 방식을 보여주었죠.


물론 1편의 경우,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었고, 오로지 PC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물론, 지금은 PS3/Xbox 360으로 포팅이 되었지만, 거의 4년만에 포팅된 거라서...) 2편은, 1편의 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1편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질 정도의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3기종 동시출시를 목표로 한 2편은, 1편의 거대한 스테이지를 여러개의 단위로 잘개 쪼갭니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루트를 제시하고 있으며, 나노비전을 이용해서 어떤 루트가 있는지 쉽게 확인하고 어떻게 접근할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편의 경우처럼 드넓은 필드를 자동차와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서 목적지까지 접근하는 방식과 다르게, 선택지가 많은 선형 구조라 할 수 있으며, 콘솔이라는 한계 때문에 생긴 스테이지 구조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시스 2가 보여준 게임 플래이는 1편과 같이 독특했습니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떨까요? 일단 제작자들이 만들고자 했던 것은 1편과 2편 사이의 무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2편의 스테이지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각각의 스테이지 규모는 1편을 노리고 만든듯한 느낌이 납니다. 게임 플래이는 2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구요. 하지만 게임은 2편 보다 뛰어납니다. 2편이 다양한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족한 에너지 잔량과 플레이어의 잔머리 사이의 싸움이었다면, 3편은 넉넉한 에너지 량과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적들 사이의 숨바꼭질에 가까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은 더 직관적이 되었고, 플레이어는 더 강력해졌고, 적들은 더 똑똑해졌습니다. 전작보다 훌륭한 게임, 그게 바로 크라이시스 3 입니다. 




그런데 이게 '훌륭한' 게임이냐구요?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3편의 플래이는 2편의 다소 답답했던 플래이을 더 움직이기 편하고 쾌적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2편은, 에너지 관리가 정말로 힘든 게임이었습니다. 은신 플래이를 한다고 하면, 쪼그려 앉아서 골목 모퉁이에서 저쪽 골목 모퉁이로 움직이면 에너지가 다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에너지 관리를 위해 은신 풀고 쉬고, 은신 다시 하고 다시 골목에서 골목 모퉁이로 가고...이것을 무한히 반복했습니다. 물론 맵 구조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2편의 플래이는 적들보다는 에너지 잔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의 문제였죠. 3편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소모/관리 시스템을 바꿔버립니다. 클락킹이나 아머 모드나 어느쪽이든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게 줄었으며 하이 점프나 스프린트의 에너지 소모량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무한한 클록킹/아머모드는 불가능하지만, 전작 처럼 클락 모드 들어간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클락 모드를 풀고 헉헉 거려야 했었던 일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게임 중반 이후 등장하는 에너지 베터리와 과충전 나노수트 모드는 에너지 잔량을 무시하는 경쾌한 게임 플래이를 강조하는듯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이 게이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적들은 더 예민해졌으며, 시체를 발견하는 즉시 경계태세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2편과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서 경계를 푸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경계를 지속하구요. 심지어는 클락모드를 인지하는 스캐닝과 지뢰의 추가, 나노비전으로 체크 할 수 없는 스토커 등등 적들은 전작에 비해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활'이라는 무기를 던져줍니다. 기본적으로 무성무기에, 클락 상태에서도 쏴도 클락모드가 풀리지 않는 활의 추가로 인해서 플레이는 상당히 유연해집니다. 학살 플래이든, 잠입 플래이든, 플레이어는 관리가 쉬워진 에너지,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를 통해서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스토리는...좋으면서 미묘합니다. 2편이 턱관절이 날아간 덕분에 입도 뻥끗 못했었던 알카트라즈가 무한히 망해가는 뉴욕 안에서 무한히 누군가의 명령을 받으면서 무한히 좆뺑이를 까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3편은 갑자기 알카트라즈가 사라지고, 프로핏(1편에서 나왔던 로랜스 반즈 소령)이 등장하며 23년 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물론 2편의 나노수트 안에 프로핏의 인격이 살아있었으며, 2편 막바지에 프로핏과 융합한 알카트라즈가 스스로 자신을 프로핏이라 밝히죠. 하지만, 음...뭔가 기묘한 것도 사실입니다. 거기에다 스토리의 시점은 2편의 그 사건 이후, 23년 뒤로 날아가버리구요. 도대체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죠? 문서나 자료등에서 대충 추론은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이것이 추론 수준에서 머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괜찮아요. 나노수트가 강제로 벗겨진 이후, 평범한 인간이 된 사익스 병장(크라이시스:워헤드의 주인공, 콜사인 사이코)의 프로핏에 대한 시기, 오랫동안 외계인의 유전자와 나노수트의 영향권 안에 있다보니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프로핏 등등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 지점이 많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의 포텐셜을 크게 터뜨리지 못하고 찔끔찔끔 새어 내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빵셔틀질의 연속이었던 2편에 비하면 나름대로 감동을 받을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다면, 게임은 대단히 훌륭한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3편은 2편에 비해서 많은 발전을 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3편은 절대로 훌륭한 게임은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3편은 결과적으로 2편의 포멧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적었던 3편의 변화점은, 오로지 2편을 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하지만 큰 변화'입니다. 물론 3편을 처음으로 접한 사람에게도 3편은 상당히 친절한 게임으로 다가오며, 2편보다는 좀더 게임의 컨셉인 'Post Human', 즉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를 잘 묘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3편은 2편의 데자뷰가 아닌, 2편의 '벨런스 패치' 수준의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은 게임의 정체성과 매력에 있어서 치명적으로 적용되는 단점입니다.


또한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1편이 나온 2007년 이후로, 수많은 게임들이 나왔습니다. FPS 장르도 1편이 제시한 직관적인 슈퍼솔저의 개념을 받아들여서 게임속에서 플레이어가 다양한 능력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상황을 능동적으로 풀어가는 플레이가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였죠. 데이어스 엑스:HR은 고전을 재해석해서 고전적인 감각을 가진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었으며, 파크라이 3는 간단한 형태의 생태계와 직관적이고 단순한 은신 시스템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를 포식자로 묘사했죠. 디스아너드는 FPS가 할 수 없었던 스테이지와의 다양한 방식의 상호작용, 순간이동을 이용한 고속 잠입 액션을 선보였죠. 실패했든 성공했든, 각각의 새로운 시도들을 정리하면 여기 언급한것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1편부터 3편까지, 결국 변한 것이 없어요.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편 이나 3편이나 결국은 똑같은 게임이라는 겁니다.


콘솔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크라이시스 3의 그래픽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물론 게임 자체의 옵션은 PC의 하옵, 또는 하옵 이하라고 생각은 되지만, 광원효과와 거대한 필드를 구현하는 모습은 콘솔 말기에 콘솔이 뽑아낼 수 있는 극한을 뽑아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이시스 3는 어찌보면 시리즈 포텐셜이 다한 시리즈가 맞이하는 다소 조용한 최후일 수도 있습니다. 크라이텍의 상상력이나 개발력이 부족한 걸 수도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시리즈 게임들이 그 끝이 안좋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소위 '트릴로지' 형 게임들 중에서는 무난한 결론에 도달했다고도 볼 수 있죠. 게임 스토리 자체도 깔끔하게 끝났으며, 크라이텍은 이 시리즈에 별다른 미련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스탭롤 이후의 이스터 에그 장면은 후속작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글쌔요...3편에서 보여준 한계를 생각하면, 시리즈가 더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저는 부정적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1.


이 리뷰의 요약이자 결론:EA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완벽하게 끝장내는 멍청한 실수를 했고, 비서럴 스튜디오는 다가오는 모라토리엄을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이제 시리즈의 운명은 풍전등화라고 할 수 있다.





2.


너무 많은 포인트가 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데드 스페이스 1편은 도저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복병이었다. 지옥에서 갓 건져올린듯한 끔찍한 우주선 이시무라 호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아이작 클라크을 다룬 이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은, 점점 마이너해지고 안팔리는 장르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개성있는 적들과 적들에 대한 공략과 전략성, 그리고 폐소공포증이 느껴질정도로 꽉막힌 우주선과 독특한 분위기의 선내 구역들, 그리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멘시아 현상과 악의마저 느껴지는 스토리와 반전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2편은? 솔직히 이야기해서 2편에 대한 살짝이나마 우려섞인 평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2편 역시 결과적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게임이었다. 1편의 전형적인 B급 호러물의 분위기를 탈피해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화법과 연출을 도입한 2편은 1편 만큼의 공포는 없지만, 스프로울이라는 도시의 몰락과 혼돈, 그리고 압도적으로 커진 스케일을 잘 다루어내었다. 새롭게 추가된 네크로모프와 무기들은 게이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으며, 기존의 시스템을 계승발전 시킨 게임 시스템은 훌륭했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도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아이작 클라크라는 케릭터가 어떻게 1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부합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가를 적절하게 드러내었다. 물론 멀티의 삽입은 완벽한 실패였지만.




3.


3편은 웃기게도, 이 모든 1, 2편의 매력에 대한 안티테제를 취한다. 3편은 1, 2편의 전략성과 개성을 거세해서 평범한 TPS로 만드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1, 2편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시리즈의 정체성 파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비서럴은 이러한 과격한 컨셉 박살내기 속에서 어떻게든 게임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했고, 이 시도는 아주 성공적이다.


3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존의 개성있고 정형화된 무기를 분해, 커스터마이즈 해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플라즈마 커터의 회전 기능을 삭제하는 대신에, 소형 리퍼 톱날을 붙여서 근접전에 대비한다던가, 이번작에서 추가된 수압커터를 달아서 기어즈 오브 워 마냥 근접 닥돌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이 각각의 무기를 네크로모프와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선택을 했어야 했었다면, 이번작은 전작과 다르게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조합이 가능하다. 실제 이러한 자신만의 무기 만들기는 상당히 재밌는 요소이며, 쏘는 맛도 훌륭해서 높게 평가해줄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무기 제작, 커스터마이즈는 이하 후술할 치명적인 바보짓과 맞물려 들어가면서 좋게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되고 만다.


무기 제작과 함께, 제작진들은 전작의 다양한 탄약들을 하나의 통합 탄약 시스템으로 개편해버린다. 문제는, 전작에서는 한정된 인벤토리 내에서 어떤 무기를 쓰고, 어떤 탄약을 쓸것인가(탄약마다 한슬롯을 차지하는 최대치가 다 달랐다)를 게이머가 판단했어야 했다. 이것이 어떤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고, 회복약을 얼마나 챙겨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에 대한 고민은 단 한가지의 탄종을 들고다니면서 순식간에 해결되버린다. 문제는, 이 통합 탄약 시스템으로 인해서 게이머의 화력은 시리즈 최강이라 할 수 있을정도로 끔찍하게 올라가버린다. 위력이 강력한 무기는 탄약소모량이 많긴 하지만, 공용탄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탄약 관리가 매우 용이해진 점, 무기 커스터마이즈로 인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엄청난 강력한 화력을 플레이어가 거머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플레이어의 먼치킨화에 일조하고 만다.







4.


게이머 화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에 대해, 게임은 네크로모프의 호전성과 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 시킨다. 전작들의 네크로모프들이 중거리까지는 느긋하게 오다가, 중거리 이후에는 갑자기 달려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작에서는 플레이어를 보자마자 무조건 닥돌하는 과격함을 보여준다. 심지어 달려오는 속력이나 기어오는 속력이나 전작에 두 세배 정도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는데, 다리를 빠르게 끊어내버려서 속도를 줄이고자 해도 기어오는 속도도 상당하기 때문에 차라리 다리를 끊어내서 속력을 줄이는 수고를 하느니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작살내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본다면 시리즈 컨셉인 전략적 사지절단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사지절단의 메리트가 사라짐과 함께, 네크로모프라는 존재들은 게이머를 위협하는 괴물에서 단순한 잡몹수준으로 격하되어버리고 만다. 신체를 그로테스크한 형태로 비틀어버린 네크로모프라는 존재는 아이작과 함께 시리즈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각각의 네크로모프 마다 특징이 있어서, 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적들에 따라서 싸우는 것이 데드 스페이스라는 게임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본작에서 추가된 웨이스터나 피더(사실상 팩의 자리를 대신해서 들어온거지만...)의 경우, 2편에서 스토커나 퓨커, 스피터가 추가된 정도의 충격을 주지 못했다, 아니 그저 기존의 네크로모프에 대한 마이너한 변경에 불과하다. 심지어 전작에서 전용 연출과 보스급 맷집을 자랑했던 브루트들은 무지막지한 화력앞에서 학살당하는 존재로 격하되버리고 만다.




5.


게임의 구조는 2편의 선형적인 진행보다는 1편의 이곳저곳을 이동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은근히 왔던 곳을 다시 돌아가는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1편과도 같은 상당한 반복이 아닌, 2편의 일직선 진행을 어느정도 차용하고 있는 어중간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1편이 이시무라 라는 아주 훌륭한 무대를 갖고 있었고, 2편이 다양한 스테이지를 보여준 데에 비해서, 3편의 스테이지와 공간들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 사실, 죽은 함선들의 무덤이라는 기믹이나, 얼어붙은 행성이라는 기믹은 하나 하나만 놓고 보았을 떄는 훌륭했으나, 이를 각각 따로 무대를 크게 두개로 구성함으로서 양쪽 모두 어설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2편 처럼 일직선 진행을 고수했었다면 이정도로 엉망진창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6.


스토리는 최악의 수준을 넘어서 이해 불가능한 병신력을 보여준다. 1편의 스토리가 전 우주에서 가장 재수없는 소시민에 대한 이야기였고, 2편의 스토리가 그 후의 1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호러든, 호러가 아니든 데드 스페이스에 있어서 디멘시아 현상이란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네크로모프라는 물질적인 파멸과 디멘시아라는 정신적인 파멸이 동시에 게이머를 압박하는 게임이었고, 1편에서는 아이작을 옥죄어들어오는 파멸로, 그리고 2편에서는 아이작이 정신적인 압박이자 자신의 트라우마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스토리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3편의 스토리는, 이 디멘시아 현상의 삭제 하나만으로 스토리의 병신력을 설명할 수 있다. 디멘시아 말기로 점점 망가져갔던 아이작이 3편 내내 디멘시아를 겪지 않는다. 심지어 3편의 메인 스토리는 여친 행방을 찾아 타우 볼란티스로 옴->실시간으로 노턴에게 NTR 당함->노턴의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열폭->노턴 죽음->인류를 위해 아이작이 희생함 으로 이어지는 이해 불가능한 스토리 라인을 보여준다. 특히 로버트 노턴이라는 케릭터는 잘못 만들어졌다는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의 말기 악성 종양 수준으로 작용하는데, 여친을 구하기 위해서 여친의 전 남친을 부르고는 여친이 인류를 구하는 임무에 목숨걸고 아이작이 거기에 협력을 하니까 여친하고 자기만 살겠다고 자신의 임무고 뭐고 다 내팽겨쳐버리고 유니톨로지를 부르고는, 심지어는 그 모든 책임을 아이작에게 전가해버린다. 만약 제정신인 스토리 라이터가 이런 스토리를 썼다면, 당장이라도 펜을 꺾고 글을 집필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을 정도이다.


이러한 붕괴하는 스토리 라인에서, 아이작이 갖는 케릭터 성은 1편(소시민 공돌이)이나 2편(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영웅),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네크로모프를 학살하고 학살하며 또 학살할 뿐이지만, 그건 생존을 위한 투쟁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겠다는 발악에도 끼지 못한다. 초반의 인류의 존망에 신경 안쓰는 그의 모습이, 어째서 인류를 위해 희생을 하는가에 대한 동기 부여는 거의 제로에 가까우며, 스토리 묘사 자체로만 봤을 때는 여친 하나 잘 둔 덕분에 네크로모프와 얽히게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물론, 노턴의 병신짓 덕분에 게임 전반에는 유니톨로지 병사들이라는 새로운 적들이 추가되었으나...이건 3편의 변화 중에서 최악의 변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엄폐형 TPS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총격전 구도를 3편에도 채용하려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문제는 데드 스페이스 3은 엄폐를 추가한게 아닌, 앉기를 추가한(.....) 희대의 병신짓을 해버린 것이다. 즉, 앉은 상태에서 조준을 누르면 일어서서 조준을 하는(.....) 요즘 TPS에서는 감히 할 수도 없는 병신력 쩌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유니톨로지 병사들는 단순히 총쏘고 움직이는 고기 과녁 수준의 난이도를 보여준다. 도저히 왜 추가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7.


코옵은 이 게임에 있어서 몇안되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코옵 스토리 라인은 카버라는 존재 덕분에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서로 치고 받으면서 관계가 좋아지는 과정이 괜찮으며 무엇보다 카버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디멘시아 묘사의 경우, 1편이나 2편의 디멘시아 묘사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식과 서먹하게 지내고 가정을 내팽게치듯이 도망나온 카버가 네크로모프에게 가족을 잃고는 그 분노와 죄책감이 디멘시아의 형태로 드러나는 묘사는 카버라는 케릭터를 훌륭하게 묘사하였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옵은 네크로모프 학살 게임으로 변모한 3편의 게임성에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2명이서 함께하는 즐거운 네크로모프 학살기라고 부를 수 있는 코옵 시나리오는 별개의 스토리가 아닌, 모든 스토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2편의 멀티 보다는 엄청난 발전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스토리 코옵만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요즘 게임들의 발전된 코옵 형태는 다양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바하:리벨레이션의 경우 스토리 코옵의 변용이라 할 수 있는 레이드 모드(스테이지+레이스의 특이한 혼합)나 바하 5 부터 내려온 머셔너리 모드 등 벤치마킹 하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도 단순하게 스토리 코옵만을 지원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8.


사실, 이러한 변화점들은 대부분 EA라는 퍼블리셔의 요구로 볼 수 있는 정황상 증거가 상당히 있다. 2편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호러라는 기믹은 사실상 팔리지 않는 마이너한 기믹일 수 밖에 없다는 점, 더 많이 팔리기 위해서는 액션성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작에서 디멘시아 현상을 삭제하고, 네크로모프를 두고 생각하면서 대처하기 보다는 무지막지한 화력으로 쓸어담을 것을 요구하는 그러한 형태의 게임에 부합하게 된 것이 아닌가, 라고 추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에 들어있는 부분유료화 시스템은 이러한 추측에 확신을 실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더 강한 무기를 얻기 위해서 재료와 파츠를 가챠 티켓 형식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자원 팩의 개념은 EA가 돈독이 올라도 심각하게 오른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심지어 초반의 경우, 호전적인 네크로모프에 비해서 무기의 경우 과금으로 적당한 무기를 만들기 전까지는 좀 과하다 싶은 난이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스케빈저 봇이나 배급표 개념으로 자원 수급을 할  수 있게 하지만, 과금이 가장 편한 것은 사실이다.


9.


일단, 위에 모두 적어놓은 문제점을 제외하고, 게임은 할만하며 어느정도 재밌다.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을 죄다 똥통에 갖다 쳐박아버리기는 했지만, 비서럴은 어떻게든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보고자 애를 썼으며, 그 결과 빅리그 급으로 떨어질뻔한 게임을 게티스버그 급으로 끌어올렸다고 평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난다면, EA의 신용도는 심각할 정도로 타격을...아 아니다, 이미 신용은 똥통에 쳐박혀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게임계를 위해서는 EA 중역들을 암살하는 킥스타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게이머들과 EA 산하 개발진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판타지 라이프는 이나즈마 일레븐 등을 만들어낸 레벨 5에서 야심차게 만든 RPG 프랜차이즈입니다. 레벨 5 스스로도 발매 이후, 우리는 이 작품을 보완해서 더 늘려 낼 거라고 호언장담한 점이나 레벨 5의 특기가 확장판 확장판 확장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발매 첫주 일본 시장에서만 10만장을 판 판타지 라이프는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화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프랜차이즈+후속작들을 생각하면 나쁜 게임은 아닙니다만, 판타지 라이프에는 이런저런 치명적인 결점이 존재합니다.


제작자 스스로가 울티마 온라인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는 게임은 실제로 수많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임에는 채집직-생산직-전투직으로 크게 세가지 직종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직종이 12개로 구분된 것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게임 매카니즘은 3가지 뿐이죠. 채집-생산-전투 로요. 12개의 직업들로 구분된것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그 패턴은 동어반복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지 라이프가 지향하는 게임성 자체가 과거의 울티마 온라인의 재현이 아닌 동물의 숲에 울티마 온라인 기믹을 섞은 캐주얼 RPG를 노리고 있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이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할 수 없습니다.


채집이나 생산, 전투의 메카니즘은 간단합니다. 스킬은 사용하면 할 수록 올라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고, 전투/채집 모두 스태미너를 사용합니다. 전투의 경우 타겟팅을 사용하면서 몹과 나의 거리를 조절하는 형식이며, 좀더 다른 메카니즘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정도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제작이나 생산의 경우에는 비슷한 메카니즘과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특히 제작의 경우에는 미니 게임의 내용이 완벽하게 같습니다. 박자에 맞춰서 버튼 누르기, 버튼 연타, 버튼 누르고 있기 라는 3가지의 미니 게임의 연속인데, 각각 직업의 제작 과정은 동어반복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더 다양한 미니 게임의 연속으로 구성을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기에 사실상 직업을 12개로 나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는 전통적인 레벨업 이외에 스타와 해피 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직업레벨을 올려 스킬을 얻거나 및 특전을 언락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사실 스타와 해피 라고는 이야기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도전과제라고 비슷한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러나 스타나 해피를 '도전'과제와 똑같이 보기에 미묘한 부분들이 상당히 있는데, 도전 과제들이 보통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운 목표를 요구한다면 판타지 라이프는 그에 비해서는 상당히 쉬운 목표를 요구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는 있지만, 밑에서 기술할 문제와 맞물려 들어가면서 좀 골치아픈 시스템이 됩니다.


게임 시스템과 메카니즘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판타지 라이프의 최대 단점이자 최악의 문제점들이라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게임 동선이나 구성이 12개의 직업군 개개의 직업에 맞게 구성이 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UI가 개판이라는 점들과 메카니즘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게임 시스템은 엉망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여러분이 마법사 직업을 선택하고 있고, 직업 레벨을 올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뭘 해야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게임 화면중에 표시되지 않죠. 스타 과제를 확인하는 방법은 오로지 매뉴->라이센스->해당 직업군 선택 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은근히 이 과정이 빡치면서, 이거 확인하러 갔다가 읽고 난 다음에 게임 좀 하다 보면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왜냐구요? 애시당초에 '거대한 세계에서 자기 꼴린대로 하고 사는 것'이 모토인 게임에서는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이렇게 게임을 플래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임 플래이 방법이죠. 그렇기에 과제 달성을 점점 요원해지며, 과제 달성 후 직업 레벨업을 위해서는 저 번거로운 과정을 계속 거쳐야 합니다.


물론 스타 과제 자체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마 문제는 스타 과제가 요구하는 것은 '넓고 얕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라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게임 자체가 이거찔끔 저거 찔끔 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는 하지만, 게임은 이 넓고 얕은 경험을 레벨업 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묘해질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울온이나 기타 다른 게임들이 마법 무엇을 배우려면 그 전에 먼저 마법 미사일 몇방을 써라, 타운 포탈을 몇번 써라 등등의 조건을 걸어둔다면 그건 자유로운 게임 진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법으로 줄창 사냥만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마법으로 힐만 줄창 할 수 있는거죠. 게이머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면, 애시당초에 그런 스타 과제를 통해서 게이머에게 다양성을 강제 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습니다.


또한 게임의 동선 역시 개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에요. 판타지 라이프는 라이프를 '직업'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라이프일 때만, 상위 직종에게 찾아가서 직업 레벨업을 할 수 있죠. 이게 거지 같은게 뭐냐면, 만약 마법사를 선택하고 있는데 요리 직업을 레벨업 하고 싶다, 이러면 라이프 길드까지 달려가서 직업을 바꾸고, 그 다음에 다시 요리사 상급자를 찾아가서 직업 레벨업을 해야되요. 이게 무슨 쓰래기 같은 조합인거죠? 결국 게임은 울온 같은 자유도 넘치는 RPG를 지향하면서 필드와 컨텐츠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스스로 JRPG의 직업이라는 한계로 그 자유를 옭아메버립니다. 물론 그 귀찮음과 짜증남을 뛰어넘으면 재밌는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컨텐츠나 놀거리가 풍부한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거 찔끔 저거 찔끔 할 수 밖에 없는 게임 플래이에 있어서, 직업 이라는 제한을 걸어둬서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건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게임 메카니즘 자체가 단순 메카니즘을 12개의 직업으로 억지로 쪼겠다는 느낌마저도 들고요.


사실, 차라리 스타 과제를 통해서 직업 레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퍼크' 시스템 같이 좀 살짝 난이도가 있는 과제를 달성하면 마법이나 무엇을 할 때 보너스를 준다던가, 아니면 스킬 조합을 할 수 있게 변경했다면 이정도로 난장판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일본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일본 이라는 한계가 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몇몇 일본 개발자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새로운 단계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브레이브리 디폴트, 이 멋진 세계 등등...), 이러한 상당히 상이한 시스템의 충돌은 결코 좋게 봐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판타지 라이프는, 아마도 전반적인 시스템 리빌딩이 필요한 물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울온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JRPG의 굴레를 뒤집어쓴 울온이에요. 심지어 와이파이 멀티조차 안되는 물건이라구요. 문제는 지금 이 상태로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죠. 아마 판타지 라이프는 일본 내에서만 히트를 치고 북미쪽에서는 쪽박을 찰 물건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Me? The Dante, you piss of shit!

(DmC 문두스 대사 패러디)





1.


데빌 메이 크라이(이하 데메크) 1편이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남긴 족적은 실로 거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이타임으로 적을 높게 띄워서 쌍권총으로 유린하고 콤보를 넣는다는 기믹이 2D 격투나 2D 액션 게임이 아닌 3D 엑션 게임에서 정립된 것은 사실상 데메크가 최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붉은 롱코트에 사나이의 로망을 집약시킨 듯한 은발의 남자 단테는 그 독특한 케릭터성으로 '스타일리쉬 하다'라는 데메크 시리즈의 컨셉과 게임플래이를 완성했다. 사실, 데메크 시리즈가 남긴 공중 콤보나 스타일리쉬의 개념은 이제 액션 어드벤처들이라면 이미 '기본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기믹이기도 하며, 심지어 몇몇 게임들은 데메크가 제시한 게임의 스타일을 깨부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ex.베요네타) 사실상 데메크 시리즈를 데메크 시리즈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는 이제 '단테'라는 케릭터 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고? DmC를 리뷰할 때, 데메크 팬들이 2010년 TGS에서 처음으로 DmC가 공개되었을 때의 충격과 그것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 해야한다. 그래야, DmC가 시리즈 전체에 갖는 '의미'를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2010년 어떠한 정보 없이 공개된 괴물의 얼굴에 담배빵을 놓으면서 등장한 약쟁이의 모습이 담긴 2분 남짓한 짧은 트레일러는 트레일러 마지막에 '내 이름은 단테다.'와 'DmC Devil may Cry'라는 타이틀을 함깨 보여주면서 팬들의 얼굴에 담배빵을 놓는 듯한 충격을 줘버렸다. 기존의 단테가 성숙한 이미지와 개그 센스가 겹치면서 이 세상에 없을 법한 케릭터를 만들어냈다면, 2010년 공개된 단테는 아무리 봐도 약물중독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며 아마도 팬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TGS에서 공개된 DmC의 트레일러는 데메크 4편의 게임 디자인 미스보다 시리즈의 존속에 더 치명적인 위기였는데, 사실 다른 게임들에게 많은 것을 빼앗겨버린 데메크 시리즈가 DmC에서 단테의 이미지 마저도 기존의 시리즈와 공통점이 없는 무언가로 대체해버리면 도대체 시리즈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느냐 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0년 TGS의 충격 이후로, 닌자시어리와 캡콤은 하야시발(이제는 모미지 누드를 집어넣어서 하야신으로 추앙받는) 못지 않게 되도 안되는 이빨을 까왔다. 베요네타는 쿨하지 않다, 원래 팬들을 화나게 만들 작정으로 만든 케릭터다, 사실은 디렉터의 얼굴 모델링을 본따 만든 케릭터다, 우리는 판매량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는 완벽한 작품을 만들것이다 등등.










3.







그래서 결론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캡콤과 닌자시어리가 기존의 팬들을 우롱하고, 허세와 거만을 떨면서 만들어낸 작품은 엄청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DmC는 지난 데메크 시리즈 1편에서부터 4편까지의 모든 작품들의 총집대성이며, 게임 탬포를 여유롭게 해서 데메크 특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단순한 버튼 조합으로 다양한 움직임과 콤보를 만들어내는 콜롬버스의 달걀같은 발상을 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작들에 비해서 혁신적인 부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DmC는 혁신 대신 안정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인상적이다.


게임의 기본은 기존의 데메크 시리즈들과 동일하다. 칼과 총, 그리고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해서 적들을 스타일리쉬하게 박멸한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DmC가 기존의 데메크 시리즈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시리즈의 복잡함과 하드코어함 때문에 갖는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닌자시어리는 기존의 빠르고 화려한 데메크의 템포를 살짝 '여유롭고' 화려한 템포의 형태로 바꾸어놓는다. 게임 내의 전투의 박자는 매우 여유로워서 한대 맞을거 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 회피로 공격을 피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고난이도의 기술인 패링의 경우도 프레임 단위로 칼같이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션이 나오는 것을 보고 여유롭게(전작들의 저스트 가드 수준으로 빡센건 아니다. 하지만 좀 어려운것도 사실.) 패링할 수 있게 되었다. DmC에서 기존의 시리즈들이 보여줬던 '칼같은 입력' 개념(예를 들어 4편의 네로의 익시드)은 거의 사라졌으며 회피나 반격 등의 기존 데메크 시리즈의 전통적인 요소들 역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심지어 기술 입력 박자 같은 걸 미세한 진동으로 가르켜주기까지 한다!)


1편에서 기초를 정립한 이후, 흑역사인 2편을 제외하고 3편과 4편은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게임 플래이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트릭스터는 움직임이 변화 무쌍해지며, 건슬링거는 총기류가 강화되고, 소드마스터는 검과 데빌암이 강화되는, 이런식이었다. 하지만 3편은 석상에서만 이를 바꿀수 있었고, 4편에서는 패드키를 통해서 바꿀수 있게 변화하였으나, 단테의 경우 이것이 조작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DmC에서는 이러한 스타일 개념을 버리고, 데빌암/엔젤암의 개념으로 변화시킨다. PS3 패드 기준 L2 또는 R2(엑박 버전은 LT, RT)를 누른 상태에서 기본 공격, 띄우기, 총 공격 버튼으로 조합하면 데빌암/엔젤암 공격이 나간다. 


DmC 내에서 데빌암/엔젤암은 시리즈에 나왔었던 특징적인 무기들과 기술들, 스타일들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4편이 십자패드로 무기나 스타일을 바꾸는 것(특히 4편의 단테)에 대해서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면, DmC는 L2와 R2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서 따로 일일이 장비를 바꿀 필요 없이 쉽게 버튼 조합으로 다양한 무기를 빠르고 화려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4편 네로의 데빌 브링거 개념을 발전 시킨 엔젤 리프트(접근)/데빌 풀(끌어오기) 시스템을 집어넣어서 공중 콤보 및 콤보를 이어가는 것을 더욱 편하게 만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타겟팅을 삭제했다는 것인데, 타겟팅을 삭제한 것 치고는 공격 자체가 헛손 치는 일 없이 시원시원스럽게 잘 들어가는 편이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시리즈 전통의 스팅거는 괴랄한 커멘드(스틱 두번+공격)으로 거의 묻혀버렸지만.(게다가 엔젤 리프트 성능이 너무 좋아서 스팅거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했다)


게임의 템포가 느긋해지고, 조작도 편해졌으며, 엔젤 리프트/데빌 풀 추가로 시리즈 사상 가장 굴리기 쉬운 단테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게임 난이도 자체는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물론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네필림 기준으로 모든 무기를 모으고 난 뒤에 후반부에 들어가면서부터 적들 조합이 괴랄해지기 때문이다. 베요네타 하드와는 다른 느낌인데, 베요네타 하드는 맞으면 개같이 아프다...! 너무 빠르다...! 위치타임 안 먹히는 적들이 넘쳐난다! 이런 느낌으로 힘들었다면, DmC는 그냥 뭔가 적들의 조합에서부터 이상하게 힘들다는 느낌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난이도가 낮다 라고는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게임 기준에서 보았을 때는 절대 쉽다 라고는 말 못할 난이도라 할 수 있다. 











4. 





그리고 문제의 케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분위기 등등. 사실 아무리 DmC가 본 시리즈와 다른 노선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데메크라는 기존의 시리즈를 구성하는 하나의 작품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DmC가 기존 시리즈를 완전하게 부정하는 신작일까, 아니면 기존 시리즈를 계승하는 후속작일까? 


일단 게임을 클리어하고 난 뒤의 대답은 정말로 기묘하다:기존 데메크 시리즈와 DmC는 완벽한 평행노선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DmC가 데메크 시리즈와 연관관계가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DmC는 기존의 데메크 시리즈로부터 스토리적인 모티브들(단테-버질, 단테-문두스)을 차용하지만, 데메크 시리즈의 주된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쿨함'에 대한 전반적인 재해석이 가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마치, 생새우를 가지고 새우의 맛을 살리는 새우 초밥을 만들었는데, 그걸 먹어본 다른 요리사가 감명을 받아서 새우의 맛을 살리는 새우 튀김을 만들었다(.....)라는 그런 느낌에 가깝다. 양자는 공통점(재료와 맛있다)을 갖지만, 결과물은 완벽하게 상이하다. 기존 데메크 시리즈와 DmC도 마찬가지다. 물론, 닌자시어리의 경우, 기존 시리즈에 대해서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기존의 데메크 시리즈들은 국적불명의 네오고딕풍의 세계를 국적불명, 연령불명의 은발 남자 단테가 돌아다니면서 국적불명의 악마들을 잡는 이야기였다. 이 단테라는 남자는 남자의 판타지(마초...하고는 좀 다르다)의 결정체로, 더럽게 강한데다 쿨하며 간지에 개그 센스까지 쩌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의 남자였다. 하지만 DmC는 다르다. DmC의 주된 배경인 림보는 MTV나 뮤직비디오의 감각적인 이미지와 파편화되고 일그러진 이미지를 가진 인상적인 곳이며, 단테란 케릭터는 일찍 대성해서 섹스와 술에 중독되었지만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반항적 10대 뮤지션의 이미지가 강하다. 구 단테와 신 단테가 서로 공유하는 공통점은 바로 '쿨함', 이거 하나 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자의 쿨함은 신사적인 느낌과 유쾌함에서 나왔다면, 후자의 쿨함은 거칠고 반항적인 느낌에서 나온다. 


스토리와 배경 역시, 이러한 반항의 쿨함에 대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세계는 사실 악마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뉴스는 거짓을 전파하고, 음식에는 독을 타고 있는데, 이런 막장 상황에서 10대 초반부터 섹스와 술에 찌든 구제불능의 반항아가 분연히 떨쳐 일어나서 세계를 구한다. 이 클리셰에 찌든 반항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배경이다.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는 림보의 림보 시티는 단테와 더불어서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도시는 의지를 갖고 단테를 찌그려트리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켜서 단테를 방해하며, 단테에게 도시의 진실된 모습(깨끗한 음료수 공장이 사실은 역겨운 내장으로 가득찬 곳이었다던가 등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사실 DmC의 스토리텔링이 클리셰 떡칠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이 림보라는 공간 덕분이다. 게다가 전작들과 비교해서 플랫포밍이라던가 탐색의 재미는 본작이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림보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다만, 스토리는 단테와 림보를 제외하면 상당히 애매하며, 켓의 경우 히로인이라고도 하기 힘들고 사이드킥이라고도 하기 힘든 참으로 기묘한 포지션이며, 버질의 경우는 그냥 케릭터 붕괴에 기존의 버질의 매력에 빠졌던 분이라면 거의 온몸으로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정도로 망한 케릭터가 되었다. 간지나는 레지스탕스의 수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입만 살아있고 필요하면 동료도 갖다 버리고 태아도 쏘는(물론 문두스의 자식이었지만. 연출상 단테가 버질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플레이어의 느낌 모두 WTF 스러운 부분이 있다) 선동가+정치가 기믹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설정으로 단테한테 힘으로 밀린다(.....) 라는 이야기가 있는걸 보면 이번 버질은 닌자시어리가 완전히 박살내버린 케릭터가 되버렸다. 









5.


데메크 4편에서 보여준 캡콤의 신뢰와 전통(....)의 MT 프레임워크가 아닌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그래픽은 좋다고 할 수 있으나, 기묘하다고 할 수 있다. 닌자시어리의 희대의 개드립중에 '게임은 고정 30프레임이지만, 60프레임 처럼 보일것이다'(......)라는 도저히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개드립이 있었는데, 진짜 기묘하게도 실제 게임 움직임은 닌자시어리가 이야기한 것과 유사(!)하다. 분명히 고정 30프레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게임 하는 내내 그러한 30프레임이 보여주는 끊기는 느낌은 거의 받을 수 없다. 게임은 부드러우며, 림보는 화려하고 광기로 뒤틀렸으며, 색감 역시 언리얼 엔진 답게 화려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게임 플래이와 다르게 인게임 컷씬은 퀄이 '?' 스러운 부분도 있으며 무엇보다 프레임이 들쭉날쭉하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그래픽은 크게 문제삼을 부분은 없다.


이번 DmC은 데메크 시리즈의 메탈 BGM을 그대로 계승하고는 있으나, 배경의 변화와 컨셉의 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음악과 게임의 싱크로율이 120%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성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며, DmC의 단테는 게임 내의 컨셉에 훌륭하게 부합하는 반항아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6.


닌자시어리와 캡콤의 황당한 언플에도 불구하고, DmC는 객관적으로 잘만든 게임이다. 데메크 시리즈의 총집대성이며, 결국은 데메크 시리즈에 기생해서 만들어진 아류작 밖에 안된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DmC는 그렇게 비판받기에는 훌륭하게 잘 조율된 게임이다. 물론 그렇기에 베요네타 같이 혁신적이지는 않다. 


재밌는 점은 이번작을 통해서, 본가의 데메크와 닌자시어리의 DmC가 서로 각각의 데빌 메이 크라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둘은 세계도 서로 다르고, 컨셉도 서로 다르지만, 단테라는 케릭터와 쿨함을 공통분모로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일본쪽 캡콤 본사도 데메크 5편을 만들고 있다는 루머가 들리는 것을 보면, 앞으로 닌자시어리-캡콤의 양가 체제로 데메크를 찍어내는 데메크 공장이 설립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일판 다운로드 버전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2001년 닌텐도 64로 처음 발매된 동물의 숲 시리즈는 휴대용 기기인 NDS 쪽으로 넘어오면서 흥한 케이스입니다. 기본적으로 '샌드박스 게임' 이라고 분류되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실상 플래이 해본 결과 게임 장르로서 정체가 상당히 '모호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확밀아 수준은 아니지만, '이것도 게임으로 간주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게임이기도 하구요. 

 기본적으로 동물의 숲이 지향하는 바는 맥시스 소프트의 심즈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즈 시리즈의 '인간의 인생을 시뮬레이팅 한다'라는 컨셉과 동물의 숲의 '동물들과 함께 오순도순 전원 라이프를 즐긴다.'라는 컨셉은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뮬레이터 장르인(근데 개인적으로는 RPG 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심즈와 비교해서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좀 미묘합니다. 심즈가 게이머가 심이 사는데 있어서 필요한 여러가지 변수(돈, 대인관계, 집 등등)를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동물의 숲은 게이머가 마을의 주민이 되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참여하고 집을 꾸미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이 '과정'은 게임으로서 보기에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간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동숲에서의 콜렉팅 요소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인 낚시/벌레 잡기 등등은 게이머가 그 요소를 통제할 수 없는 '랜덤' 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종류의 요소가 나온다' 라는 것은 있지만, 그외에는 게이머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없습니다. 현실의 시간과 게임의 시간을 같이 공유하는 동물의 숲의 세계는 계절별로 나오는 특산물이 다른 것도 다른 게임들과 차별되는 특이한 요소입니다. 게임 내의 채집이나 같은 마을 이웃들이 주는 퀘스트(?)들은 작은 미니 게임의 연속이며, 하나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게임과 차별된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요소들의 반복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동물의 숲의 완성도는 게임의 세부적인 시스템을 뜯어보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시스템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게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숲이 만들어내는 게임관은 현실의 각박함을 벗어난 '전원 판타지'쪽에 가깝습니다. 직장에 나갈 필요도 없고, 내야할 세금도 없고, 하루에 얼마 안되는 적은 시간을 들여서 땅에서 나는 과일과 강에서 나오는 물고기들을 채집/판매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기의 집을 꾸미고 마을을 아름답게 가꾼다 라는 동숲의 세계와 게임 목표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에 기초합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동숲을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넉넉한 자본금(이라 쓰고 치트라 읽는다) 없이는 인간적인 생활은 커녕 회사와 승진에 목메달고 살아야 하는 심즈의 '현실적'인 게임성과 비교해서 동숲의 게임성은 매우 차별적입니다.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게임이나 가상현실에 요구하는 휴식처 또는 도피처로서의 세계와 맞닿아있다고도 볼 수 있죠.


 동물의 숲은 단순한 게임성을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벤트로 커버합니다. 계절별로 일어나는 이벤트(예를 들어 겨울의 경우, 눈사람 만들기, 크리스마스, 신년맞이 행사, 새해맞이 행사 등등)들도 있으며, 주민들이 게이머에게 말을 거는 패턴 역시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동숲은 게이머가 돌아다닐 수 있는 세계를 마을 하나로 축소한 대신에, 그 '마을' 이라는 세계를 아기자기 하지만 동적인 장소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주민들 역시 다양한 패턴(말하는 패턴 등등)을 갖고 있으며, 주민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도 합니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도 기존의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 디자인의 세부적인 조정이 가능해진 점(소매, 몸통 등등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 가능)과 무엇보다 마을의 촌장이 되어서 마을 전반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경 사항입니다. 공공사업과 조례(라고 쓰고 사비를 들여서 해야하는 사설 투자라 읽는다)를 통해서 마을을 자신이 원하는 모양새로 가꾸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의 측면에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아기자기한 마을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닌텐도 게임 답게 3DS의 3D 기능을 잘 살려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원통형(?) 구조의 필드를 3D 기능으로 원근감 있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잔잔한 음악과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현재 3DS 게임 중에서 최단기간 내에 200만장을 찍은 게임이며, 다른 닌텐도 퍼스트 타이틀들과 함께 확실하게 하드를 견인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사실, 한때 닌텐도를 대표했던 마리오가 생각외의 매너리즘이나 부진(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 라던가, 페이퍼 마리오 신작이라던가...)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서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세대는 닌텐도를 마리오 만드는 회사로 기억했었지만, 앞으로는 닌텐도를 동물의 숲을 만드는 회사 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재밌는 게임입니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아주 심각한 엔딩/진엔딩 스포일러, 반전, 네타가 있습니다.


PS2와 엑박, 큐브의 시대가 끝나고 PS3와 엑박 360의 시대가 도래한 뒤, 한때 세계 시장을 선도했던 일본 게임들은 순식간에 시대에 뒤쳐져버렸다. 여기에는 수많은 원인과 담론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본 제작자들이 서양식의 블록버스터 스케일의 게임을 자기식으로 재해석하고 스케일링 하는 과정에서 심한 판단착오가 일어난 것이라고. 일례로 파판 13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스타일에 일본 특유의 중2병과 애니메이션 연출을 섞었더니, 되지도 못한 중2병과 병신력 쩌는 마이클 베이의 사이에 끼어서 이것도 저것도 되지 못하는 시지푸스의 실존적 고뇌를 드러내는 게임이 되버리고 말았다. 사실, 파판 13의 실패 아닌 실패(세계적으로 400만장 팔았는데, 실패라고 하기는 미묘하지 않은가?)를 전후로 나온 수많은 JRPG들의 대실패들은 파판 13과 똑같이 일본의 기술개발에 대한 안일함, 스케일의 미스매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의 부재 등이 극적으로 드러난 케이스들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게임들이 있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3편과 4편)는 시리즈의 전통을 지켜나가면서 SRPG의 명맥을 이어가는데 성공했고, 세가와 트라이 에이스의 엔드 오브 이터니티는 총질과 독특한 전투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JRPG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니어 레플리컨트는 중2병을 뛰어넘은 암울한 스토리로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었고, 제노블레이드는 JRPG 버전 스카이림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자본이 투입되는 휴대용 기기 RPG들은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었다.


브레이브리 디폴트도 역시 이러한 잘만든 JRPG에 속하는 게임이다. 제작진 스스로가 고전으로의 회귀라고 선언하면서 AR 마커를 이용한 체험판과 서너차례에 걸친 체험판 피드벡, 심지어 게임 발매 이후 후속작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까지 벌이는 등 JRPG 개발사상 전례없는 피드벡(사실 체험판 피드벡이나 발매 이후 피드벡은 전세계를 통털어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판매량이나 평가 양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브레이브리 디폴트의 게임성은 철저하게 고전 JRPG의 그것이라 할 수 있다. 턴제 전투와 파판 시리즈 특유의 잡체인지 시스템에 심지어 직업들 모티브의 대부분이 파판 시리즈에서 따왔다. 어찌보면 지금의 파판 시리즈 보다도 더 파판 시리즈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전반을 파판과 고전 JRPG에서 빌어오는 브레이브리 디폴트지만, 게임은 '고전 배끼기'가 아닌 브레이브리/디폴트 라는 신 시스템을 추가해서 고전 JRPG의 느릿한 흐름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행동 기회를 한턴에 몰아서 쓰는 '브레이브리' 개념과 턴을 넘기는 대신 다음 턴에 행동기회를 몰아주는 '디폴트' 개념은 쟈코 전에서는 첫턴에 브레이브리 로 몰아쳐서 끝내는 원턴 전술과 스피디함을, 보스전에서는 방어의 디폴트와 공격의 브레이브리를 서로 균형있게 고려하면서 전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동시에 잡기 힘든 두마리의 토끼를 훌륭하게 잡았다. 


스토리 자체는 왕도 JRPG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정석적이다. 사실, 근래의 JRPG 스토리의 대부분은 부조리한 세계와 아직 미성숙한 주인공, 그리고 왜 세계를 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인공의 개인적인 고민과 고뇌로 이루어진, 그냥 툭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중2병적인 요소가 지배했었다. 하지만, 브레이브리 디폴트는 그러한 요소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으며, 살짝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순간 쿨하게 지나감으로써 상당히 깔끔하고 안정적인 스토리라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5장의 살짝 작위적인 이야기 흐름이라던가, 보스들의 중2병 쩌는 헛소리들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항시 보는 것도 아니고 중2병 바리에이션이 많다고 생각하면(.....) 재밌게 봐줄 수준이기는 하다.


브레이브리 디폴트에서 가장 혁신적인, 그리고 참신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소셜' 요소의 도입이다. 브레이브리 디폴트는 엇갈림 친구 추가와 노르엔데 마을 부훙, 친구 소환, 어빌링크 등등의 소셜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3DS의 스펙과 온라인 기능이 강화되어서 가능한 부분이다. 사실, 노르엔데 마을 부흥의 경우, 반강제적으로 소셜 기능을 사용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짜증난다고 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친구 수급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친구 소환 개념이 초반에 상당히 쓸만한 점 등(필살기를 등록한 친구를 얻었다면, 그야말로 히든카드로 쓸 수 있다) 때문에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게임의 반전이자 컨셉이라 할 수 있는 '평행세계의 수많은 용자들' 컨셉을 생각해 본다면, 브레이브리 디폴트의 소셜 요소는 단순한 곁다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끌어온 친구들(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노예 라고 읽지만....)이 마을 부흥시키고, 1회용 어텍커로 출연하고, 친구의 어빌리티 도움을 주다가 막판에 친구 추가가 된 용자들이 하나되어 모든 평행세계를 구해낸다는 진엔딩은 그야말로 멋지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은 깔끔하고 이쁘며, 안정적이다. 물론 3D 기능은 거의 장식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와 별개로 BGM이 대단히 좋다. 사운드 호라이즌의 Revo가 담당한 음악은, 고전적인 JRPG의 이미지와 웅장함을 동시에 잡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성우들 연기도 별다른 태클을 걸 곳 없이 괜찮다. 


브레이브리 디폴트는, 아이러니 하게도 스퀘어 에닉스가 거치용 콘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JRPG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발매후 피드백에서 이미 본작에서 파판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적인 요소들이 무엇이었는지(데미지 9999 라던가 등등)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지에 대한 자기 포부가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속작은 대단히 기대가 되며, 더 다듬어서 나온다면 휴대용 기기에서 파판의 브랜드 네임에 필적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새로운 매체와 기기가 등장하면, 그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그랬고(심지어 이것들 조차도 구식으로 간주되죠), 최근 게임으로는 애니팡이 그랬으며, 이번에 리뷰하고자 하는 확산성 밀리언 아서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게임의 의미에서 접근을 하자면 이 게임, 확산성 밀리언 아서(줄여서 확밀아)는 상당히 애매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정의가 무엇이냐, 무엇부터가 게임이냐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문제이니, 일단 이 게임이 표방하고 있는 장르인 카드 배틀 롤플래잉 게임에 초점을 맞춰보죠. 일단 적혀 있는 것만 본다면, TCG+RPG의 혼합장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쪽의 특징을 섞어놓고, 그위에 포장을 잘 씌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확밀아는 자신의 배틀 코스트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카드로 공격 라인업을 구성한 뒤에, 적과 자동으로 전투를 하는 방식입니다. 그 사이에 카드가 갖고 있는 스킬은 자동적으로 발동이 되구요. 


참으로 애매한 점은 확밀아가 라인업을 짜고, 자동으로 전투가 진행되며, 그 사이에 플래이어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은 클래식한 게이머에게 '이게 게임이야?'라는 불만을 갖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카드의 육성과 카드 구성에 따른 콤보의 구성, 스킬 등등은 게임으로서 확밀아가 갖는 '전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문제는 그것이 기존의 콘솔이나 PC 게임과 비교하면 대단히 '얕다'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나쁘냐구요? 글쌔요, 이게 만약 다른 매체로 나온 게임이었다면, 확밀아는 일러스트에 편승하는 빈약한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확밀아는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위해서 만들어졌으며, 휴대용 기기인 DS나 PSP 처럼 양손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짜 걸으면서도 할 수 있게 '한손'으로 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와 게임 구조를 보여줍니다. 반쯤은 정신을 팔고 있으면서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이런 류의 소셜 게임들이 갖는 '가장 무서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손'으로 '집중이 별로 필요없는' 게임으로서 확밀아는 어떨까요? 그런 '빈약한'(이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구조를 갖고 있는...이 더 알맞겠지만) 구조를 자랑하는 확밀아는 자동 전투나 엄지손가락으로만 진행이 가능한 비경탐색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러스트에 상당히 신경을 썼습니다. 사실 확밀아의 재미의 반 이상은 일러스트에서 온다고 봐야겠죠. 이런저런 유명 일러스터들이 참여한 확밀아의 카드 일러스트는 풀 업그레이드 시에 일러스트가 변한다는 기믹을 차용함으로서(물론 일본의 다른 소셜 카드 게임들,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의 경우도 그런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카드 육성에 동기와 목표를 부여하고 있죠.


확밀아에서의 소셜 요소는 절대적입니다. 친구가 많을 수록 만날 수 있는 요정 수가 늘어나고, 요정 수가 늘어나면 각성 요정 토벌로 레어 카드를 쉽게 수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이 뒤로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요정의 피통이 혼자서 딜이 안될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친구 추가는 필수 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카드 보상을 두고 숟가락 얹기 논란이 있지만, 게임 자체가 지향하는 바는 윈-윈이기 때문에 논란은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느낌입니다.


소위 이런 류의 게임들이 기존의 매체들을 밀어낼거라는 관측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제가 확밀아를 하면서 느낀 점은 글쌔요...일단 제가 봤을 때는 어느정도 기존 매체(특히 휴대용 기기)의 파이를 뺏어먹겠지만, 그거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밀어낼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이 둘이 지향하는 바는 너무나 차이가 납니다. 소셜 게임들은 그 지지기반이 얕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큼 이윤이 많이나고 비용은 적게 드는것은 사실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게임 수요를 없애지는 못할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확밀아는 하루에 30분 정도 들여다 보면서 하는데는 전혀 아깝지 않은 게임이기는 합니다. 사실, 소셜 게임이라는게 그러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확밀아는 소셜 게임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소셜 게임으로서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포인트가 카드의 일러스트 정도 밖에 없다는 건 좀 큰 함정인거 같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서 더 어려워지면 소셜 게임으로서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밀아의 게임 기본 구조는 일러스트+카드 육성 정도인거 같아요. 음...제게 있어서는 게임이 상당히 미묘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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