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다소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JRPG의 추락'이라는 명제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제기되는 명제라 할 수 있습니다만, 최근의 RPG 제작 경향을 생각하면 사실상 서양식 RPG라는 개념 역시 JRPG의 스크립트+선택지형 RPG로 흡수통합된게 아닌가 싶습니다.[각주:1] 하지만, 그와 별개로 JRPG 자체가 퇴보했다...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저는 지속적으로 반대를 해왔습니다. 리뷰 할 때마다 언급하는 엔드 오브 이터니티[각주:2]나 니어:레플리컨트[각주:3], 브레이블리 디폴트[각주:4], 파이어 엠블렘:각성[각주:5], 디스가이아 시리즈[각주:6] 등등에서 충분히 JRPG 라고 하는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르소나 4 골든은 이런 JRPG의 흐름중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극도로 갈고 닦은 마스터피스임에는 분명합니다.


페르소나 1,2 까지는 충실한 여신전생의 외전(???)으로서 명맥을 유지했다면[각주:7], 페르소나 3 시리즈[각주:8]가 현재의 페르소나 4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틀 자체로는 페르소나 4는 페르소나 3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제한 시간동안 다른 케릭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학창생활을 영위하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사건들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게임의 주된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페르소나 4는 다른 JRPG와는 상당히 독특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JRPG의 진행 방식이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수록 풍경과 던젼이 바뀌어가는 구조와 다르게, 페르소나 4는 한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도 달라진다 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페르소나 4의 게임 구성은, 처음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다소 낯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보통의 JRPG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투-마을과 상점, 아이템 정리시간-전투-또다시 마을과 아이템 정리시간-전투.... 이것을 무한 반복했다면 페르소나 4는 이러한 템포를 깨부숩니다. 페르소나 4는 본질적으로 학생 시절의 생활계획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학교)-낮-밤 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사이에 많은 이벤트들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게이머는 그 이벤트와 자유시간 사이에서 케릭터를 조작,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투를 대비하며 혹은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합니다.


페르소나 4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산만하게 흩뿌리는게 아니라 하나로 훌륭하게 엮는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페르소나 4에서 대인관계의 중요성은, 단순하게 이벤트를 보는 것이 아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동료와의 관계가 좋아지면 동료의 능력도 강해지며, 커뮤니티(케릭터와의 관계) 등급이 높을 수록 해당 커뮤에 속한 페르소나를 만들때, 초기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페르소나=주인공의 전투력 인 게임의 전투 구조상, 플레이어가 등급이 높은 커뮤니티를 확보해서 좋은 페르소나를 많이 만들어야 게임이 수월해집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이벤트 자체의 내용 역시 상당히 몰입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등급을 올리는 것이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4의 전투 탬포는 기본적인 JRPG의 커맨드 배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여신전생 특유의 '프레스 턴'이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상당히 전략적이고 빠른 템포의 전투를 지향합니다. 흔히 이런 JRPG의 커맨드 배틀은 자코전에서 시간을 오래잡아먹어서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지만, 약점을 공격하면 한번 더 행동할 수 있게 하는 프레스 턴 시스템은 자코전은 한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상쾌함[각주:9]을, 보스전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가드하면서 전략적으로 보스와 대치하는 전략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신전생 특유의 페르소나 합체[각주:10]와 


전체적으로 페르소나 4의 본질은, 누구에게나 꿈으로만 존재했던 학창생활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험도 있고, 연애도 있고, 친구도 있고, 추억도 있는 페르소나 4의 컨텐츠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학창생활에 대한 판타지를 충실하게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물론 여러 의미에서 학창생활의 판타지 실현이라는 측면[각주:11]에서 미연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페르소나 4처럼 모든 시스템적 요소가 컨셉과 스토리에 밀접하게 맞물려 들어간다는 측면에서 페르소나 4가 도달하는 경지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4 골든의 최악의 문제점이자, 유일한 문제점은 이것 때문에 비타를 사야한다는 것(......)입니다. 아 진짜, 게임 자체는 10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P4G만을 위해서 비타를 사야한다는 것은 왠만한 용기와 깡, 그리고 자본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타를 갖고 있거나, 비타를 구매할 예정이신 분들에게 있어서 P4G는 진정으로, 꼭 사야하는 필수 아이템이라 할 수 있으며, JRPG라는 장르에 있어서 영원히 빛날 명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물론, 비타가 있어야 한다는 아주 넘기 힘든 벽(.....)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요.


추신:


골든 추가 요소에 대한 평가는 없을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후일담의 추가...라고는 하나, 이걸로 페르소나 4를 한 사람으로서는 적혀있는 자잘한 변화점 이외에 다른 무언가는 적어놓을수가 없습니다. 일단은, 진엔딩에 변화가 좀 있다는 점 정도만을 이야기해드릴 수 있겠네요.






  1. 껍질인간이 자주 주장하는 부분인데, 근래의 RPG들은 JRPG 같은 쓰래기와 다를게 없어졌다...라는 겁니다. 일단 쓰래기 라는 부분을 빼고는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본문으로]
  2. 새로운 총기 액션 개념을 레일+플랫포밍의 개념으로 혼합해서 재밌는 전투를 구성함. [본문으로]
  3. 독특한 분위기+탄막 슈팅의 개념을 RPG 전투에 섞은것. [본문으로]
  4.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전통을 새롭게, 그리고 고전적인 의미로 재해석한 물건. [본문으로]
  5. 시리즈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시리즈가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었다. [본문으로]
  6. 여전히 잘나가는 디스가이아 시리즈... [본문으로]
  7. 하지만 페르소나 1,2와 3,4가 아예 연관점이 없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주인공이라는 운명의 먼치킨의 등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라는 이야기 구조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8. 본편 3, 확장판 FES, 포터블 버전인 3P. [본문으로]
  9. 주인공은 페르소나를 교체해서 약점을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10. 여신전생 시리즈에서는 악마 합체 개념이었지만. [본문으로]
  11. 연애의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