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10년이 흘렀다. 여신전생 프랜차이즈는 그 10년 동안 다양한 시도와 가지치기를 통해서 프랜차이즈 자체는 꾸준히 유지되어 왔지만 정작 프랜차이즈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진여신전생'의 정식 후속작은 지난 10년동안 등장하지 않았었다.[각주:1] 하지만 불현듯 아틀라스가 3DS로 진여신전생 4를 개발한다고 발표를 하면서, 10년만의 긴 공백을 깨게 된다. 하지만 그 10년만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진여신전생 4는 이런저런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옛날 게임을 보는듯한 둥둥 떠다니는 2D 일러스트 형식의 전투와 닌텐도 기기에서 진여신전생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나왔다는 점이 맞물려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론만 놓고 본다면, 진여신전생 4는 모두가 기대했던 명작, 또는 10년 만에 돌아온 전설적인 프랜차이즈의 당당한 넘버링 타이틀은 아니다. 진여신전생 4에는 이런저런 결점들이 존재하며, 10년 동안 새로운 것을 기대해온 팬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실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여신전생 4가 '객관적'으로 못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10년만에 돌아온 정식 넘버링 타이틀에게 걸었던 팬들의 기대와 진여신전생 4가 나아간 방향은 크게 어긋났으며 이는 팬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전체적으로 진여신전생 4는 이런저런 팬들을 실망시킬 요소들과 결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즐길만한 양작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진여신전생 4는 여신전생 특유의 '악마를 동료로 삼고, 악마들을 합체시켜서 새로운 악마를 만들어낸다.'라는 컨셉에 충실하며, 3편의 프레스턴 기반의 전투[각주:2]를 가져온다. 신 시스템인 '히죽'의 경우, 약점을 찌르거나 적의 공격을 내성으로 방어하면[각주:3]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약점 공격을 피하는 등 공수 양면으로 뛰어난 버프를 제공한다. 또한 게임은 방어력 개념을 삭제하고 데미지 한방 한방을 크게 키움으로서 상대적으로 '나도 큰 피해를 입지만 적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는' 형태의 전투가 일어나며 극공격적인 성향의 전투를 구성한다. 하지만 게임의 극공격적인 전투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방어 메카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피해량과 방어도가 삭제된 대신에 기존에 존재하던 '내성'개념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데, 기존작들과 다르게 속성 무효/반사/흡수가 상대방의 프레스턴을 끊거나 아예 순서 자체를 상대방쪽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각주:4]


그렇기에 진여신전생 4의 방어는 '전략적'인 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떤 적이 나오는가, 혹은 보스는 어떤 공격을 주로 쓰느냐에 따라 파티의 조합을 그때그때 다르게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게임에 있어서 악마 만들기 라는 요소를 더욱 힘을 더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악마 육성+합체가 대단히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합체 인터페이스나 검색 합체, 추천 합체 등의 합체 자체가 편해졌으며, 던전 어디에서라도 어플리케이션을 띄우고 악마를 조합 가능에, 스킬 전승도 자유로워졌으며, 스톡 내에 존재하는 악마들도 경험치를 나누어 받고, 심지어는 전투중에서 합체가 가능[각주:5]한 진여신전생 4는 이 프랜차이즈의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잘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악마회화의 경우, 악마회화 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여러개로  쪼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각주:6], 플레이어의 스타일에 따라서 악마회화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라는 제작진의 배려로 보이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스카우트 또는 펀드[각주:7]만 쓴다는걸 생각하면 악마회화의 수가 상당수 줄었다고 보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은 커맨드 배틀의 최대 숙제인 '자코전은 빠르게 상쾌하게, 보스전은 긴장감 있게'라는 명제를 초공격적인 패턴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어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방어는 거의 하지 않는 화력전이긴 하지만, 프레스턴이라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전략적 사고의 요구와 '히죽'이라는 요소와 적들의 화력 역시 얄짤없어서 자코전에서조차 약점이 찔리면 레벨 10 차이에도 쉽게 전멸할 수 있다는 점[각주:8] 등은 게임이 그냥 레벨 노가다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전략적으로 생각하며 악마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둘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상당히 흡입력 있는 게임 플레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은 전투 난이도에 있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초반의 나락~도쿄 입성 전까지는 게임의 튜토리얼적인 성격이면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이 엄청나게 하드한 난이도로 플레이어들을 맞이한다.[각주:9] 하지만, 도쿄 입성 이후부터는 난이도가 대폭 하락하는데, 플레이어가 자신의 악마를 자유롭게 합체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악마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무효/반사/흡수스킬[각주:10]이 나오고 주력 악마들에게 스킬을 달아줄 때부터 난이도 하락곡선이 가장 바닥을 찍기 시작하는데, 보스고 자코고 간에 스킬 배분만 잘하면 8개의 속성 중에서 무효/반사/흡수 내성만 무려 6~7개 달아줘서 뭔 공격을 하더라도 씹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11] 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보스급 악마들이 고유 만능 속성 기술과 디버프 해제, 버프 걸기 등의 다양한 패턴을 보여줌으로서 난이도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이도 하락곡선이 가장 바닥일 때부터 그리고 만능속성 공격+디버프 해제+버프 걸기 패턴이 나오는 보스[각주:12]가 나와서 난이도가 상승하기까지, 그 사이의 난이도가 상당히 애매모호하며 맥이 빠지는 전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작에서의 던전 단순화+월드맵의 복잡화는 들쭉날쭉한 난이도보다 더 심각하다. 던전 구조는 도저히 어떻게 좋게 평가해줄수 없을 정도이며, 던전 하나 하나의 그래픽적 디테일은 둘째치더라도 크기나 기믹이 무슨 동네 슈퍼마냥 조그마한 공간을 뱅뱅 돌게 구성을 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휴대용 기기 이기 떄문에 크게 해매지 않는 적당한 크기로 구성하자 라는 그런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미니맵은 기본에 어디서나 세이브가 가능하고 부활이 가능해진[각주:13] 이번작에서 던전조차 쉬워짐으로서 던전에서조차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월드맵의 경우에는 정신이 나갔다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필드를 베베 꼬아놨는데 가뜩이나 도쿄 지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카오틱하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이런 객관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팬들이 보았을 때 진여신전생 4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약간의 첨언을 덧붙이자면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페르소나 3,4의 제작의 경우 상당히 '저예산'[각주:14]인 감이 없지않아 있으며, 개발의 방향 자체가 '대규모가 아니라 최대한 있는 것을 사용해서 예산을 적게 잡고, 최대한 많이 뽑아내자'라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할 수 있다. 진여신전생 4의 개발 방향도 이러한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뽑아내자라는 명제에 기초하고 있으며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물론 상당히 공정하지 못한 표현이지만) 무슨 소셜 카드게임에서나 볼법한 2D 전투를 구현하였으니 10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게임은 그런 '저예산' 티를 적게 내보려고 나름대로 연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필드 그래픽 또한 3DS 화면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내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지향하는 지향점은 대단히 '소품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돌아다니는 도쿄라는 공간은 혼돈이 지배하는 거대한 아포칼립스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음습하고 파괴된 지방 소도시처럼 보이며[각주:15][각주:16], 2D 연출과 전투, 그리고 진여신전생 1편을 오마주한 스토리[각주:17], 심지어는 발매 플랫폼을 '3DS'로 정한 것 등등은 팬들에게 새로운 명제와 새로운 작품, 10년간의 기다림을 보상해준 것이 아니라 진여신전생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저예산, 또는 'B급'스러움 부각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품스러움은 10년간 신작을 기대해 온 팬들에게는 상당한 분노,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만들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 자체의 재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투는 여전히 재밌으며, 악마 합체도 재밌다. 스토리는 로우-카오스 루트 엔딩의 불친절함[각주:18]을 제외하면 양호한 편이다. 게임 자체는 명작은 아니지만, 제값주고 사서 즐겁게 즐길만하다. 


결론적으로 진여신전생 4는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전투의 완성도나 몇몇 결점들은 게임 전반을 무너뜨릴정도로 치명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거슬리며, 게임의 소품적인 분위기와 지향점은 진여신전생 3 녹턴 이후로 10년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안좋게 보일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진여신전생 4는 누군가 재밌는 JRPG를 찾는다면(물론 녹턴을 즐겁게 하고 녹턴을 능가하는 후속작을 기다리신 분이 아니라면) 조심스럽게 추천을 할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1. 물론 스트레인지 저니라는 작품이 나오기는 했으나 넘버링 타이틀이 아닌 외전 취급을 받는 관계로... [본문으로]
  2.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면 공격 기회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나 뿐만이 아니라 적에게도 적용되는 시스템이기에 게임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본문으로]
  3. 무효/흡수/반사 [본문으로]
  4. 무효와 회피는 두번의 프레스턴을, 흡수/반사는 아예 턴을 상대방에게로 넘겨버린다. [본문으로]
  5. 하지만 스킬 전승은 랜덤이다. [본문으로]
  6. 악마를 동료로 만드는 스카우트, 악마와 협상해서 도망가게 만드는 네고시에이션, 악마에게 삥을 뜯는(......) 펀드, 악마의 턴을 뺏아가는 헛소리 등이 있다. [본문으로]
  7. 펀드는 거의 필수적인데, 왜냐면 이번작에서는 전투에서 돈을 드롭하지 않으니까 적을 마비시키고 펀드로 돈을 뜯는것이 주된 돈벌이 수단이 된다. [본문으로]
  8. 동시에 우리도 약점만 줄창 찌르는게 가능하다면 레벨 10차이 정도는 쉽게 커버할 수 있다. [본문으로]
  9.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답이 있는데 힌트는 하나도 안주고 헤딩해서 풀라는 쪽에 가깝다. [본문으로]
  10. 반사 흡수가 나오는 타이밍은 극후반으로 상당히 늦으나, 무효 스킬의 경우 중반부 접어들때부터 띄워줄수 있다. 본인의 경우 레벨 30~40대에서 운좋게 스킬 컨버터로 얻고 스킬 전승을 해서 주력악마에 물리/총무효를 기본으로 달아 놓을 수 있었다. [본문으로]
  11. 그리고 레벨이 일정 이상 되면 만들 수 있는 악마들이 약점 속성보다 무효/내성 속성이 더 많기 때문에 방어나 스킬 구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본문으로]
  12. 대충 플루토 전투 전까지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3. 부활의 경우. 돈이나 게임 코인이 충분해야 하지만. [본문으로]
  14. 여기서 아쉽게도 확실한 근거 자료를 제공할 수 없으나, 페르소나 4골든 같은 물건이나 케서린 같은 물건을 보면 과연 아틀라스가 PS3 정도의 기기에서 최대로 성능을 뽑아낼 능력과 예산이 있는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본문으로]
  15. 여기에 던전의 단순한 구조까지 추가하면 무슨 동네 아포칼립스 같은 느낌마저 난다. [본문으로]
  16. 각각의 공간은 거대한 도시의 스펙타클을 구현하기 보다는 작은 상점가 등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찌보면 도쿄라는 공간과 진여신 4의 도쿄는 이름과 지명만 같을 뿐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도 들기도 한다. [본문으로]
  17. 아쉽게도 1편을 클리어해본적은 없으나 시놉시스와 각종 네타를 종합하여 보았을 때 몇몇 부분은 오마주를 한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18. 로우-카오스 각각의 엔딩이 2회차, 진실된 내용(뉴트럴)을 밝히기 위한 자극제로 작용되지 아니한다. 애시당초에 로우-카오스의 진행이 대칭 구조에 상당히 어설프다면 뉴트럴 엔딩으로 가기위한 막판 구조는 전개 자체가 다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