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이오쇼크의 성공은 그야말로 게임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평가할 수 있을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눅눅하고 습기가득찬 공간인 랩쳐와 그 당시 최첨단을 자랑했던 물에 대한 그래픽 묘사,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를 비꼬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현하였으며[각주:1], 플라스미드라는 초능력과 건슈팅을 접합함과 동시에 RPG적인 요소와 탐사를 도입하여서 다른 FPS 게임들과 차별적인 경험을 구축하는데 성공[각주:2]했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쇼크이 이룩한 업적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것이어서, 모던 워페어 이후[각주:3] 획일화 노선을 걸었던 지난 6년간의 FPS 장르 담론에 있어서 바이오쇼크는 지속적으로 '모던 워페어가 구축한 레일로드 슈팅과는 차별되는 명작'으로서 꾸준히 언급되었다. 물론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은 2편의 애매모호함[각주:4]이 바이오쇼크 프랜차이즈(?)에 먹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내 1편을 만든 제작진들이 바이오쇼크:인피니트의 제작을 발표하면서 게이머들의 관심과 이목은 바이오쇼크의 충격과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가로 옮겨가게 되었다.


분명하게 정리하자. 바이오쇼크:인피니트(이하, 인피니트)는 절대로 '혁신적'이거나 '혁명적'인 작품은 아니다. 디스아너드 같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물건들과 비교해면, 인피니트의 게임 구성은 오히려 평범한 레일로드 슈팅에 바이오쇼크 특유의 전투 방식을 집어넣은것에 불과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퇴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인피니트의 게임 구조는 전형적인 레일로드 슈팅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인피니트의 미덕은 혁신이 아니라 치밀하고도 교활한 게임의 '구성'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피니트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본적으로 이 레벨에서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일직선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쇼크 원작이 하나의 공간 내에서 '탐험'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면[각주:5], 인피니트의 진행은 모던 워페어 식의 레일로드 슈팅의 변형이자 연장선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1편에서는 무기를 모두 들고다니면서 다양한 파츠를 붙여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비교해서, 인피니트는 콜옵의 그것과 같이 오로지 두개의 무기 밖에 들고다니지 못하며 게이머는 그때그때에 따라서 무기를 주워서 쓸 수 밖에 없다. 바이오쇼크에서 패시브 스킬 역할이었던 이브는 사라졌기에[각주:6] 전작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플라스미드 이브 업그레이드 조합은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피니트의 노림수는 기존의 바이오쇼크가 보여주었던 랩쳐라는 공간의 탐색과 그 공간이 갖고 있는 비밀의 발견과는 다르게 다양한 비거[각주:7]를 적재적소에,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빠르고 상쾌하면서 직관적인 전투를 구현하는 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전작의 플라스미드가 막 쓰기에는 부족하고 안 쓰기에는 게임이 안 풀리는 일종의 '계륵' 같은 이미지에 가까웠다면[각주:8], 인피니트의 비거는 문자의미 그대로 퍼부어야 한다. 전작의 스플라이서들과 다르게, 적들은 기본적으로 총을 장비하고 있으며 전작에 비해 그 수나 호전성이 대폭 증가하였다. 대신 전작과 다르게 이번작의 비거의 개념은 데미지를 입히는 딜링 기술이라기 보다는 '군중제어기'[각주:9]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게임 플래이는 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다수의 적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묶어두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전작과 다르게 인피니트에서는 두개의 서로 다른 비거를 결합해서 사용할 시에 그 고유의 결합효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군중제어기는 순식간에 광역 딜링기로 바뀌게 되며 전작과는 다르게 아주 상쾌한 느낌으로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게 된다.[각주:10] 즉, 게임 자체의 호전성이 증가한 만큼 비거의 성능 역시 강화되었기에 비거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인피니트 게임 플래이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인피니트 내에서 비거의 강화와 적들의 숫자 증가는 필연적으로 게이머에게 물자 부족을 경험하게 만드나, 바닥에 떨어진 총이나 솔트[각주:11]를 보급하러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게 만드는 일반적인 게임들과 다르게 인피니트는 엘리자베스라는 아주 독특한 동료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다. 기존의 액션 게임에서 동료 개념이 전투에 참여해서 도와준다고 쓰고는 멍청한 AI 때문에 게임 플래이의 스트레스를 더해주는 존재 라고 읽는 그런 존재였다면, 앨리자베스의 존재는 전투에 참여는 하나 직접적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쪽이 아닌 플레이어의 물자(솔트+탄약)를 재보급하고 후술할 티어 능력으로 전장의 환경을 바꾸는 '유틸리티' 적인 측면이 전부이다. 물론, 그것이 앨리자베스의 AI가 뛰어나다는 사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각주:12] 하지만, 앨리자베스의 존재는 게이머가 물자를 주으러 다니면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짜증을 많은 부분 해소해주고 있다.


인피니트의 스테이지 구조는 기본적으로 거대하고 복잡한 공간에서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면서 많은 수의 적들과 싸우는, '아레나'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스테이지는 대단히 '거대하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거대한 공간을 무식하게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 '스카이라인'이라는 일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다니면서 빠르고 속시원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대체한다. 또한 아레나 스테이지 내에 앨리자베스의 티어 능력[각주:13]으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히든 카드들[각주:14]을 곳곳에 숨겨놓음으로서 게이머가 능동적으로 티어를 찾아 상황을 풀어나가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인피니트는 기본적으로 아레나-장소 이동-아레나-장소 이동-.... 형식의 일직선 레일로드 슈팅 FPS라 할 수 있으나, 1편의 초능력-건슈팅 개념을 도입하면서 초능력의 비중을 올리는 동시에 앨리자베스라는 동료의 추가로 물자보급을 쉽게 만든 점, 티어 능력으로 상황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스테이지적 장치를 여기저기 집어넣었다는 점, 그리고 거대한 아레나를 스카이라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빠르고 상쾌하게 움직이게 조절한 점 등에서 다른 게임과 차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은 모두 치밀하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데 각각의 요소들이 '혁신적'이지는 치밀하게 계산되고 교활하게 놓여졌다는 측면에서 인피니트는 다른 게임들이 오르지 못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게임 내적인 것이 아니라 게임 외적인 요소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E3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복합적이고 거대한[각주:15] 스테이지가 게임 내에서는 다소 작은 미니어처 형태로 구현되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E3 영상 자체가 보여준 스테이지의 규모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각주:16] 본 게임 내에서는 그것을 잘게 쪼개서 여기 저기 파편화시켜서 넣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콘솔 자체의 성능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 E3의 물건을 축소시켜서 게임으로 우겨넣었다는 점은 실제 자기들끼리 만들어 보고 콘솔에서 정상작동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이를 스케일 다운 시킨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된다.[각주:17]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으며, 특히 그래픽의 경우 PS3도 30 프레임 고정으로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디즈니 원화풍의 화사한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앨리자베스와 주인공 부커 드윗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 성우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와 관련해서 자세한 사항은 下편에서 다루겠지만, 바이오쇼크:인피니트는 교활하게 구성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자체도 여태까지의 레일로드 슈팅에 대한 교활한 재해석과 재구성을 통해서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으며, 스토리 자체도 게임 플래이 못지않게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플래이를 기대했다면 어느정도 실망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1. 다만, 최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최초의 게임에 대한 자유의지론을 구현한 물건은 MGS2였다. [본문으로]
  2. 이 역시 최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시스템 쇼크 2라는 불세출의 명작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시스템 쇼크 2는 바이오쇼크의 전신이자 모티브가 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재밌는 점은 모던 워페어 역시 바이오쇼크가 출시된 2007년에 발매되었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4. 원작 팀이 참여 안한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좋게 이야기가 끝난 랩처 이야기를 다시 들고온거까지... [본문으로]
  5. 플레이어는 목적을 갖고 하나의 장소를 탐색한다. 물론 그 과정이 '일직선'적이라 할 수 있지만, 바이오쇼크의 기본 플래이는 랩쳐의 비밀을 '탐색'하는 쪽이지 한 레벨에서 다음 레벨로 휙휙 넘어가는 쪽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6. 완벽하게 '삭제'라고 하기는 좀 미묘하다. 기어라는 개념을 통해서 기존의 이브 효과를 대체한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그것이 전작처럼 이브의 교체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7. 인피니트의 플라스미드 능력. [본문으로]
  8. 물론 써야지 게임이 풀린다. 다만, 얼마나 적재적소에서 쓰면서 플라스미드의 낭비를 줄이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9. 적들을 공중으로 띄우는 브랑코, 적들에게 감전 스턴을 거는 쇼크 자키, 까마귀들을 소환해서 적들을 묶어두는 머더 오브 크로우, 적을 내쪽으로 끌어오는 저류 등 [본문으로]
  10. 예를 들어서 머더 오브 크로우에 악마의 키스를 끼얹으면 불타는 까마귀 때가 등장해서 광역 딜링+스턴을 동시에 걸 수 있다. [본문으로]
  11. 인피니트에서 바이오쇼크의 이브에 해당하는, MP 개념 [본문으로]
  12. 적이 코앞에서 총을 쏘고 있는데 탭댄스를 추는 엘리자베스를 본적이 있는가? [본문으로]
  13. 다른 평행우주의, 그 장소에 있는 물건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앨리자배스의 능력. [본문으로]
  14. 아군 터렛에서부터 무기, 장애물, 엄폐물 등등... [본문으로]
  15. 인피니트 자체도 거대하지만, 공개된 영상의 스테이지 스케일은 그에 비교할바가 되지 못하였다. [본문으로]
  16. 스카이라인을 타고 이리저리 이동을 하다가 적 함선이 출현하자 적 함선에 올라타서 적 함선을 박살내고 내려오는... [본문으로]
  17. 게다가 출시일이 한참 뒤로 밀린점도 어느정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