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판 다운로드 버전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2001년 닌텐도 64로 처음 발매된 동물의 숲 시리즈는 휴대용 기기인 NDS 쪽으로 넘어오면서 흥한 케이스입니다. 기본적으로 '샌드박스 게임' 이라고 분류되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실상 플래이 해본 결과 게임 장르로서 정체가 상당히 '모호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확밀아 수준은 아니지만, '이것도 게임으로 간주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게임이기도 하구요.
기본적으로 동물의 숲이 지향하는 바는 맥시스 소프트의 심즈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즈 시리즈의 '인간의 인생을 시뮬레이팅 한다'라는 컨셉과 동물의 숲의 '동물들과 함께 오순도순 전원 라이프를 즐긴다.'라는 컨셉은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뮬레이터 장르인(근데 개인적으로는 RPG 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심즈와 비교해서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좀 미묘합니다. 심즈가 게이머가 심이 사는데 있어서 필요한 여러가지 변수(돈, 대인관계, 집 등등)를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동물의 숲은 게이머가 마을의 주민이 되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참여하고 집을 꾸미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이 '과정'은 게임으로서 보기에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간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동숲에서의 콜렉팅 요소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인 낚시/벌레 잡기 등등은 게이머가 그 요소를 통제할 수 없는 '랜덤' 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종류의 요소가 나온다' 라는 것은 있지만, 그외에는 게이머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없습니다. 현실의 시간과 게임의 시간을 같이 공유하는 동물의 숲의 세계는 계절별로 나오는 특산물이 다른 것도 다른 게임들과 차별되는 특이한 요소입니다. 게임 내의 채집이나 같은 마을 이웃들이 주는 퀘스트(?)들은 작은 미니 게임의 연속이며, 하나 하나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게임과 차별된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아주 단순한 요소들의 반복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동물의 숲의 완성도는 게임의 세부적인 시스템을 뜯어보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시스템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게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숲이 만들어내는 게임관은 현실의 각박함을 벗어난 '전원 판타지'쪽에 가깝습니다. 직장에 나갈 필요도 없고, 내야할 세금도 없고, 하루에 얼마 안되는 적은 시간을 들여서 땅에서 나는 과일과 강에서 나오는 물고기들을 채집/판매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기의 집을 꾸미고 마을을 아름답게 가꾼다 라는 동숲의 세계와 게임 목표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에 기초합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동숲을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넉넉한 자본금(이라 쓰고 치트라 읽는다) 없이는 인간적인 생활은 커녕 회사와 승진에 목메달고 살아야 하는 심즈의 '현실적'인 게임성과 비교해서 동숲의 게임성은 매우 차별적입니다.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게임이나 가상현실에 요구하는 휴식처 또는 도피처로서의 세계와 맞닿아있다고도 볼 수 있죠.
동물의 숲은 단순한 게임성을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벤트로 커버합니다. 계절별로 일어나는 이벤트(예를 들어 겨울의 경우, 눈사람 만들기, 크리스마스, 신년맞이 행사, 새해맞이 행사 등등)들도 있으며, 주민들이 게이머에게 말을 거는 패턴 역시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동숲은 게이머가 돌아다닐 수 있는 세계를 마을 하나로 축소한 대신에, 그 '마을' 이라는 세계를 아기자기 하지만 동적인 장소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주민들 역시 다양한 패턴(말하는 패턴 등등)을 갖고 있으며, 주민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도 합니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도 기존의 동물의 숲 시리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이 디자인의 세부적인 조정이 가능해진 점(소매, 몸통 등등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 가능)과 무엇보다 마을의 촌장이 되어서 마을 전반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경 사항입니다. 공공사업과 조례(라고 쓰고 사비를 들여서 해야하는 사설 투자라 읽는다)를 통해서 마을을 자신이 원하는 모양새로 가꾸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의 측면에서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아기자기한 마을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닌텐도 게임 답게 3DS의 3D 기능을 잘 살려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원통형(?) 구조의 필드를 3D 기능으로 원근감 있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잔잔한 음악과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현재 3DS 게임 중에서 최단기간 내에 200만장을 찍은 게임이며, 다른 닌텐도 퍼스트 타이틀들과 함께 확실하게 하드를 견인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사실, 한때 닌텐도를 대표했던 마리오가 생각외의 매너리즘이나 부진(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 라던가, 페이퍼 마리오 신작이라던가...)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서 동물의 숲이 보여주는 게임성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세대는 닌텐도를 마리오 만드는 회사로 기억했었지만, 앞으로는 닌텐도를 동물의 숲을 만드는 회사 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은 재밌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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