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PS4 버전 기준으로 쓰여진 리뷰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레이싱 장르는 이제 메이저한 장르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물론 레이싱 장르는 RTS 같은 나락으로 떨어진 장르는 아니다. 시뮬레이션 레이싱이라 불리는, 자신이 몰 수 없는 슈퍼카들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조작할 수 있는 컨셉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십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레이싱 전용 컨트롤러도 같이 판매하는 등 레이싱 장르 자체가 완전히 쇠락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시뮬레이션'적인 성격이 가까워지면서 레이싱 장르는 점점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시뮬레이션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강조할 수록, 가장 '이상적인 주행'이라는 정답이 생겨나게 되며 이것이 '가장 기계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요소가 되어버리면서 초심자들이 진입하기 힘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버린다.[각주:1]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그러한 지점에서 벗어나있다.[각주:2]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이 추구하는 바는 트랙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벌이는 완벽한 주행이 아니다. 경찰과 레이서, 추격자와 추격 당하는 자의 이분법적인 세계가 도로를 지배하며, 동시에 서로가 게임 속에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게임 플래이를 규정하는 기묘한 공생/갈등 관계를 구축한다. 물론, 라이벌이 만들어내는 게임 시스템은 전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들의 전작에 많이 기초하고 있다:경찰-레이서 대립구도를 이용한 핫 퍼슛 모드[각주:3]라던가, 게임 자체가 기반하고 반 오픈월드적 세계[각주:4]라던가 등등은 이미 전통적인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 구현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라이벌이 데뷔작인 고스트는 번아웃 등으로 명성을 쌓은 크라이테리온 등등의 잔뼈굵은 시리즈 전통의 제작사들의 시리즈 작품들에서부터 장점들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깔끔하게 다듬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하였으며 이는 매우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에 있어서, 자동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로'라는 공간이다:레이싱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도로라는 공간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서, 레이싱 게임이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보자:스플릿 세컨드라는 작품이 있었다.[각주:5] 이 작품은 고정되어있으며 완전한 주행을 위한 트랙이라는 공간을 비틀어서 '폭발물과 트랩으로 가득차버린 위험천만한 테마파크'로 바꿔버린다. 스턴트 쇼를 위해서 도시 하나를 통채로 사들여서 세트장을 만들었다는 설정으로부터 시작하는 스플릿 세컨드는 그 폭발물들의 트리거를 레이서들에게 맡겨버림으로서 더이상 트랙은 완전한 주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시시때때로 레이서들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히려, 이렇게 완벽한 주행, 얼마나 깔끔하게 주행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어느 지점에서 뒤에서 따라오는 상대방이 폭발물을 가동할 것인가, 그리고 트랙을 바꿈으로서 나 또는 상대방이 어떤 이득을 볼 것인가 라는 지극히 '심리전'적이며 '대인전'적인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트랙이 더이상 완벽한 주행의 '재현'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되자, 게임은 원래 맞춰졌어야 했었던 '경쟁'의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그렇다면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어떠한가? 물론 라이벌이 보여주는 도로 공간의 개념은, 스플릿 세컨드가 보여주었던 '혁명'(트랙이 문제면 트랙을 박살내 버리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오히려 라이벌이 만들어내는 도로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현실의 축소 모조품이다:자동차들은 평화롭게 도로를 달리며, 해변과 사막에서부터 눈내리는 설산까지 다양한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평화롭고 다체로운 공간은 시속 300km 남짓으로 질주하는 레이서와 레이서를 잡겠다고 비슷한 속력으로 바짝 따라서 질주하는 경찰의 존재로 인해서 기묘한 세계로 탈바꿈하게 된다. 레이서나 경찰이나, 어느쪽이든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게임에서의 도로가 통제가 되지 않아서 대처하기 힘든 공간이라는 점이다:아마도 코너링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가장 난감해지는 지점이 바로 앞서서 평범한 속도로 주행하거나 반대측에서 주행하는, 혹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등장하는 차량들에 부딪히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게 되더라도, 이 정상주행을 하는 차량들의 존재로 인해서 게임은 여전히 어려우며 레이서의 경우에 있어서는 까닥 잘못 했다가는 힘들게 모아왔던 포인트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계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정상주행자들 덕분에, 게임은 기묘한 해방감을 플래이어들에게 제공한다:그들은 도로교통 법규를 초월한 존재들인 플래이어(경찰이든 레이서든 간에)를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풍경'으로 작용한다.[각주:6] 또한 라이벌에서의 도로는 정상주행자들로 인하여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이 아니게 되며, 변화무쌍하며 플래이어의 상황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게임은 '아슬아슬한 감각'을 대단히 강조하는데, 기본적으로 정상주행자라는 장애물을 피하는 행위에 점수를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한편, 특히 레이서의 경우 자동차가 부서져서 은신처로 돌아갈 시에 점수가 초기화 되는 등의 크나큰 불이익이 따르기에 정상주행자를 더욱더 조심해야하고 피해야하는 긴장의 포인트로서 작용되기도 한다.[각주:7] 


이런 통제불가능한 도로의 상황으로 인해서, 게임은 더이상 '완벽한 주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항시 위험과 긴장이 지배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공간'으로 변화한다.[각주:8] 플레이어의 주행은 더이상 완벽한 주행을 향한 주행이 아니다. 도로를 주행/역주행하면서 맞부딪히는(정상주행자들) 위협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자신의 라이벌을 추격하거나/따돌리는 것이 주행의 목표가 된다. 그렇기에 라이벌의 주행은 전적으로 탈출과 추격, 해방과 규율이라는 서로 대비되는 카타르시스가 레이서/경찰 플래이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리고 제작사는 이러한 라이벌의 특징들을 '반 오픈월드'라는 공간을 통해 더욱 구체화시킨다. 


라이벌의 오픈월드는 전통적인 면의 개념이 아닌 '도로'라는 선의 개념이며, 동시에 플레이어가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를 이동하면서 할 수 있는 행위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각주:9] 하지만 게임은 그 이동을 단순한 이동으로 만들지 않는다:라이벌의 도로는 경찰과 레이서라는 서로 대립되는 두개의 세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며, 레이서는 경찰로부터 도망치며 경찰은 레이서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이벤트-비 이벤트의 구분을 넘어서 게임 플래이 내내 적용되는 규칙이다:예를 들어, 레이서 게이머가 레이싱 이벤트를 하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그 즉시 경찰은 게이머를 추격한다. 동시에 경찰이 이벤트 도중에 레이서와 조우하면, 역으로 경찰은 이벤트 중이라도 레이서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어떤 무엇을 하더라도, 경찰이나 레이서는 서로의 플래이에 있어서 경계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플래이를 침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게임은 이벤트-비 이벤트-이동의 구분을 넘어서 방심할 수 없는 긴장관계가 지배한다:경찰은 경고 없이 플래이어를 사냥하며, 레이서는 플레이어가 예측하지 못하는 곳에서 튀어나와서 도망친다. 


그렇기에 다소 심심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의 게임은 절대로 느긋하지 않다. 그리고 게임은 이러한 경쟁을 부추기듯이 상대방 차량과의 충돌을 넘어서, 카트류 레이싱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다양한 가제트들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하는 그런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이벌에서 긴장을 형성하는 지점은 그러한 경쟁의 지점에서 온다기 보다는 게임이 만드는 '보상 시스템'에 기초한다. 레이서는 도로에서 과격한 주행을 하거나 이벤트를 할때마다 점수를 얻는다. 점수를 얻으면 얻을 수록 수배 레벨(히트레벨)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 수배 레벨은 원래 얻는 점수를 배로 늘려준다. 하지만 동시에 점수를 얻을때마다 경찰들의 추격들이 강해지면서 플래이어가 받는 압박도 심해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떤 식으로든 강제로 차고로 돌아가는 경우(채포당하거나/차가 부서지는 경우)에는 레이서가 그때까지 모아왔던 점수는 '초기화'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라이벌의 보상구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라 할 수 있다: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게이머는 더 높은 점수를 쉽게 획득한다. 하지만 동시에 얻은거 보다 더 쉽게 점수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레이서 측의 주행은 주행 자체의 짜릿함을 넘어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더더욱 무모해지며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붙인 뒤에 추격을 뿌리치고 무사히 은신처로 귀환하는 카타르시스와 보상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레이서의 경우에는 크게 번다/점수를 잃는다 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지만, 경찰의 경우에는 차가 부서져도 점수를 잃을 일이 없기 때문에 레이서가 느끼는 심적 압박이 적다고 볼 수 있다.[각주:10] 하지만, 경찰 역시 자신의 '먹이'인 레이서를 사냥하는데 있어서의 추격의 쾌감은 레이서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레이서가 자신의 점수를 지키기 위해서 전력으로 질주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따라잡아서는 레이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서가 무모해지면 무모해질수록, 경찰도 함께 무모해진다. 그렇기에 경찰이든 레이서든 게임의 전반적인 플래이는 아슬아슬하고 무모하며, 동시에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멀티-싱글의 경계를 허문다:올드라이브 시스템의 기본적인 개념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비슷하게, 거대한 오픈월드에서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경쟁하거나 혹은 각자 자기 할일만 하면서 놀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호스트가 방을 잡고, 그 속에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플래이어들이 경찰과 레이서로 만나서 서로 잡으려고/잡히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발버둥을 치는 지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올드라이브 시스템 자체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도로가 넓다 보니까 서로 만날일도 적을 뿐더러 보통은 친구나 아는 사이가 아니면 서로 소통도 하지 않은체 자기 할일만 한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서로 작정하고 부딪히려고 하지 않는 한에는 부딪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크 소울처럼 멀티-싱글의 경계를 허물어서, 상대방 세계에 침입하고 또는 내 세계에 침입한 상대방하고 경쟁하는 그런 시스템이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게임의 컨셉을 더 잘 살리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멀티-싱글플래이 시스템은 매력적이며, 여전히 재밌는 지점이 많다.


라이벌의 스토리는 가벼운 소재와 암시로만 제시되는 개연성의 연속이다:게임 플래이는 게임 스토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는 영상으로 짤막하게 소개될 뿐이며, 케릭터나 드라마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의 스토리는 멋드러지는 대사와 도로의 무법자-도로의 사냥꾼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시적인 암시를 던짐으로서 상당히 매력적이고 의미심장한 지점을 만들어낸다(이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배틀필드 4에 쓰인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은 라이벌에서도 새끈한 이미지를 자랑하며, PS4에서는 차세대 다운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다. 혹자는 배틀필드 4 래이싱 버전이라고도 하는데, 게임에 쓰인 엔진 자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라이벌은 오픈월드 게임 다운 버그가 많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물리엔진 때문에 튕겨져 나가 이상한 곳에 낑겨서 아무것도 못하는 버그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면 살짝 아쉬움이 든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기본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대다수의 것들은 기존의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 등장한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은 정말로 잘 다듬어진 게임이며, 대단히 재밌는 게임이다.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구조로 짜여져 있는 게임의 보상 체계와,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계속 달리고 싶게 만드는 중독적인 게임 플래이가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드 포 스피드:라이벌은 런칭작들 중에서 차세대의 성능을 십분발휘하고 있는 작품이며 차세대 콘솔인 PS4를 구매할 때 같이 사는걸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1. 물론 많은 레이싱 게임들은 이를 인지하고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시뮬레이션 레이싱 장르가 수백만장을 팔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본문으로]
  2. 보통 레이싱 게임 장르를 하는 사람들이 구분하는 레이싱 장르의 구분, 시뮬레이션-아케이드-마리오 카트류에 있어서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아케이드 레이싱의 장르에 들어가있다. [본문으로]
  3. 1998년작 니드 포 스피드:핫 퍼슛. [본문으로]
  4. 2010년작 크라이테리온이 만든 핫 퍼슛. [본문으로]
  5. http://leviathan.tistory.com/1290 [본문으로]
  6. "나는 당신들이 살기 두려워하는, 자유로운 삶이다"-레이서 측의 스토리 동영상 대사 [본문으로]
  7. 경찰 역시도 비슷한데, 이런 정상주행자들에 부딪히는게 데미지를 입혀서 그들도 폐차당해 차고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8. 하지만 이런 공간이 '일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역설이다. 이는 차후에 칼럼으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9. 헤드 투 헤드 이벤트, 또는 추격. [본문으로]
  10. 전반적으로 경찰측은 좀더 게이머가 편하게 게임을 접근할 수 있게 배려된 사이드라 볼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