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배틀필드 3는 야심차게,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콜옵의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3 개발 당시 인피니티 워드(현 리스폰 스튜디오)[각주:1]-액티비전 사이의 불화, 신생 개발팀을 땜빵으로 모던 3 제작에 투입하거나, 일어나는 불안감과 매너리즘에 대한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일한 멀티플래이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등, 콜옵의 주가는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력한 오브젝트 파괴 효과를 보여준 새로운 엔진 프로스트바이트와 훌륭한 트레일러, 그리고 '혁신적인' 멀티를 부르짖으면서 등장한 배필 3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했던 마켓 체인저, 백마탄 초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멀티 베타보다도 못했던 콘솔판 그래픽과 팝인 현상들, 32인 멀티 밖에 안되었던 맥빠지는 콘솔 멀티, 팬들에게서 차라리 빼버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싱글 스토리와 구성[각주:2], 프로스트바이트 버그 때문에 배틀필드 3는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스스로 말한것을 지키지 못한 거짓말쟁이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2년뒤, 차세대 런칭과 함께 배틀필드 4가 등장하게 된다:PC에서부터 현세대(Xbox 360, PS3)와 차세대(PS4, Xbox One)로 동시에 나온 배틀필드 4는, 현재 발매된 차세대 런칭작들 중에서는 차세대의 성능이 어떠한지를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서 중요한 역활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배틀필드 4는, 인피니티 워드의 콜옵:고스트의 실패[각주:3]를 넘어서 게임 플래이나 배틀필드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콜옵을 뛰어넘고 차세대에서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리뷰는 PS4 버전으로 플래이한 뒤에 작성되었으며, 싱글은 절반 이상, 멀티는 6시간 정도 플래이한 뒤에 쓰여졌다.


PS4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서, 배틀필드 4는 현세대 콘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가장 큰 변화점은 바로 그래픽 디테일 향상과 프레임의 향상. 싱글플래이의 경우 60프레임 고정이며, 멀티플래이의 경우 가변 프레임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이는 후술할 버그 문제가 있기에) 게임 로딩 등의 기술적인 이슈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전작의 프로스트바이트 2 엔진을 강화한 프로스트바이트 3 엔진은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멀티에서 Levolution이라 불리는 시스템은, 싱글에서 보여줬던 대규모 건물-지형 붕괴 연출을 멀티 스테이지에서 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전략적인 이점과 변화를 강조한다. 이 Levolution 시스템은-물론 PS3나 Xbox 360으로는 못봤지만- 혁신적인 무언가라고 하긴 힘들다.[각주:4] 오히려, 이 시스템이 보여주는 것은 멀티에서도 우리는 대규모 파괴 연출이 가능하다, 라는 다이스의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PS4에서 이러한 연출은 배틀필드 3에서 실망했던 본인조차도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다.


싱글 연출에 있어서, 프로스트바이트 3.0이라는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콜옵식의 클리프행어 연출을 보여주는 배틀필드 4는 차세대 기기에서 그 빛을 발한다:프로스트바이트라는 엔진 자체가 PC에서만 그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었으며 콘솔에서는 제한적이거나 실망스러운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면, 차세대 기기에서는 PC와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 그래픽과 연출을 안정적으로(60프레임으로) 소화해낸다. 처음에는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지점이다. 마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차세대기로 즐길만한 게임으로서 배필 4가 손색이 없다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멀티플래이의 스코어링 시스템과 망원경을 이용한 색적-분대원의 지원사격 시스템을 도입해서 싱글 게임에 적용시킨 점은, 싱글플레이를 멀티를 하기전의 하나의 튜토리얼로서 인식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잠시, 조금만 더 냉정해진다면 배틀필드 4는 단지 스케일만 크게 키운 콜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멀티가 인간과 진흙탕에서 싸우는 이전투구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싱글은 콜옵의 복도를 10~20배 정도 뻥튀기 해서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지점만 만들어냈기에 다이스의 게임 디자인은 효과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다이스는 그 거대한 복도를 뭔가 오밀조밀하게 구성을 해보려고는 하지만[각주:5], 결과적으로 이는 거대한 복도에 불과하다:그 복도를 자동차를 몰고 가든, 탱크를 몰고 가든, 보트를 몰고 가든, 결국은 똑같을 뿐이다. 하지만 배필 4 싱글의 문제는 이러한 게임의 구조 자체가 혁명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아니라, 게임 자체가 지루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콜옵이 복도에서 이벤트가 일어나는 방으로, 그리고 다시 복도로, 이것을 무한히 반복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질리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게속 패드를 붙잡고 '다음은 어떻게 될까?'라고 게이머를 몰입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옵의 스토리가 거대한 사건의 시작과 끝에 자신이 있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반해, 이런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을 두고 배필 4가 싱글로 보여주는 것은 거의 재앙수준에 가깝다:게이머는 이해도 안되는 스토리[각주:6]를 따라서 무의미한 수만발의 총알과 수백개의 수류탄, 그리고 무너지는 건물과 먼지 사이를 유유자적하게 산책할 뿐이다.


실망스러운 싱글과 달리, 배틀필드 4의 멀티는 여전히 훌륭하다:거대한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해서 싸우는 것, 한마디로 통제 자체가 안되는 거대한 '개판'을 즐기는 재미이다. 하지만, 배필 3 콘솔판이 16:16이라는 제한적인 인원으로 전장을 재현하려 하다 실패하였고, PC판은 배필 전통의 64인 멀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존 시리즈가 갖고 있었던 매력점을 되찾고자 하지만, 기존 시리즈에 있어서 전략성의 배제(지휘관 모드의 삭제라던가, 분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된다라던가)로 인해서 역설적이게도 '콜옵에 가까워져버린' 배틀필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배틀필드 4는 기존의 전통적인 배틀필드 시리즈로 회귀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지휘관 시스템의 추가와 분대 정원의 확장, 분대 시스템 등의 조정을 통해서, 단순하게 32명이나 되는 통제되지 않는 인간들의 좌충우돌이 아닌 분업과 협업을 강조하는 지점을 만들어내고자 한다.[각주:7]


배틀필드 4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스테이지의 변화일 것이다. 물론 프로스트바이트 3.0을 이용해서 건물이 무너지고, 엄폐물이 박살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전작과 다르게 이번작에서는 각각의 맵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차단기 같은 물건을 사용해서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는다던가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겨났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Levolution의 경우, 비록 그것이 스크립트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점이기도 하고 연출적인 속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 지점에 있는 적들을 한꺼번에 몰아내거나 지점을 점거하기 위한 새로운 루트를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들도 충분히 있다. 


PS4 버전의 경우, 이러한 새로 추가된 시스템들을 큰 문제없이 소화해낸다:물론 가변 프레임이기 때문에, 게임은 수많은 오브젝트가 모이거나 Levolution이 일어날 때는 심각할 정도로 뚝뚝 끊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세대 콘솔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의 해상도와 그래픽 디테일, 효과 등등을 큰 버벅거림이나 텍스처 팝인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기존의 콘솔에서는 성능 문제로 불가능했던 64인 멀티를 기본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 4는 상당히 추천이 꺼려지는 타이틀이다: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버그'문제 때문이다. EA가 각기 다른 3개의 로펌에게 소송을 현재진행형으로 당하고 있는[각주:8] 현 사태는, EA가 다이스에게 충분한 QA 시간을 주지않고 게임 발매를 강요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는 게임에서 무수히 많은 프리징과 튕김의 형태로 드러나는데, 현재 다이스는 모든 버그를 잡기전까지는 확장팩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며 버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현재 PS4로 플래이를 해보면 플래이 불가능한 버그 자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나, 문제는 튕기는 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 역시 플래이 도중에 튕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배틀필드 4는 참으로 미묘한 게임이 되었다:누구말처럼, '재미는 있는데 추천은 할 수가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싱글은 거지발싸개 같지만, 멀티는 정말 재밌고, 멀티가 재밌긴 하지만 버그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며 심지어는 버그와 함께 DLC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점에서 아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점들을 각오하고 산다면, 배틀필드 4는 재밌는 게임이다. 문제는 그런 점들을 각오하고 사기에는, 게임이 갖고 있는 그리고 게이머가 극복해야하는 결점은 너무나도 크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게임을 괜찮게 뽑아놓고 사람을 갈등하게 만드는 EA는 진심으로 자살을 추천한다.







  1. 현재 EA 산하에서 타이탄폴을 만들고 있으며, 재밌는 점은 인피니티 위드 자체가 EA와 못해먹겠다고 갈라져나온 제작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단지 보여주기 위해서 무의미한 미션들을 집어넣는, 극악한 미션 구성... [본문으로]
  3. 콜옵에 대해서 관대한 웹진들마저도 고스트를 잘근잘근 씹어놓았다. 물론 고스트는 판매량에서 월등하지만, 인피니티 워드의 콜옵은 그야말로(모던 3 이후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풍전등화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맵에 변화는 일어난다, 하지만 맵 자체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비하면 Levolution의 연출은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5. 엄폐할 수 있는 지점이라던가, 숨겨진 아이템을 놓는다던가. [본문으로]
  6. 심지어 미션의 시작과 스토리의 시작이 서로 유리되어 있으며, 게이머는 이 거대한 판의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오히려 보여주기 위한 연출만 지속적으로 삽입할 뿐, 이야기는 유의미한 것이 되지 못한다. [본문으로]
  7. 물론 기존의 배필 3도 협업을 강조하는 스코어링 시스템을 보여주기는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분대간은 커녕 분대 내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서 문제였다는 것이었다. [본문으로]
  8.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ps/93/read?articleId=1275500&objCate1=&bbsId=G003&searchKey=subjectNcontent&itemGroupId=40&itemId=&sortKey=depth&searchValue=EA&platformId=&pageIndex=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