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은 여기로.


*GTA 온라인의 리뷰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현재 나오지 않아서...




GTA 시리즈와 락스타가 지난 10년 동안 게임업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락스타의 GTA3는 3D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리버티 시티를 구현함으로서 동원한 스테이지 형식이 아닌 오픈월드/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중화 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각주:1], 수많은 게이머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GTA3에서 파생된 외전인 바이스 시티와 산 안드레아스는 다양한 탈 것의 추가와 커스터마이즈 요소의 도입[각주:2]하였다. GTA4의 경우, 기존의 GTA 시리즈와는 다른 '현실적인'[각주:3]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이라는 '다소 식상한'[각주:4] 주제를 게임에 잘 녹여내어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GTA4의 경우에는 스토리와 연출의 보강에도 불구하고 정작 게임적인 재미는 퇴색하였다는 평가[각주:5]를 듣거나 GTA4의 최대 단점은 게임적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라고 하는 등 다소 안습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광의 GTA5. 이미 일주일만에 1조원의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GTA5는 이 리뷰가 작성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게임 산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GTA5 게임 자체도 그에 걸맞게 경이적이다. 현세대(엑박 360, 플3) 게임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압도적인 규모와 분량, 디테일로 무장하였다. 오픈월드라는 장르적 특징과 '한계'를 감안하면 GTA5의 그래픽은 경이로운 수준이며, 시리즈 최대의 크기의 맵과 시리즈 최대의 할거리 등등을 자랑한다. 그리고 GTA5는, 감히 이야기컨데, 시리즈와 오픈월드 액션 장르 게임의 역사의 한페이지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GTA5가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다른 점은, 그리고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로스 산토스와 산 안드레아스라는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그 디테일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GTA5는 문화적으로 본다면 심슨가족이나 사우스 파크와 같은 궤를 달린다:GTA5의 세계는 현실의 탈을 쓰고 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백만광년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GTA5의 세계는 전적으로 미국인(또는 미국 외부의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에 기초한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온갖 쓰래기 같은 가십성 기사를 난발하면서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당신의 편견을 확인해드립니다!'라고 외치며, 싸가지 없는 애들을 채찍으로 가르치는 내용을 광고하며, TV에서는 부패한 FIB 요원이 나와서 범죄조직을 고발하는 프로를 찍고, 애플 컨퍼런스를 패러디한 부분에서는 애플적 '혁신'과 그 혁신에 미친 광신도들을 비꼰다. GTA5는 이런 비꼬기들로 가득한 게임이며, 게임 내내 플레이어에게 쉴세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준다.


기존의 GTA 시리즈 역시 이러한 편견이나 문화적 패러디에 기초하고 있었으며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의 배경이자 게임 플래이 공간도 각각의 개성과 특색을 갖고 있었다.[각주:6] 하지만 GTA5가 지금까지 나온 기존의 시리즈나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공간의 '디테일'과 '분량'이다. 산 안드레아스와 로스 산토스는 게이머가 다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와 사이드미션들, 그리고 기존 문화의 작은 클론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GTA5로 TV를 틀어넣고 현실에서 감자칩을 까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가능하다. 이 게임은 전적으로 미쳤다." 기존의 게임들이 세계의 몇몇 특색들만 게임 속으로 갖고 들어와서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쪽이었다면, GTA5는 기존의 세계를 통째로 왜곡하고 축소하여 게임속으로 들고 들어온다. 라디오, TV, 영화에서부터 인터넷, 주식, 스마트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패러디들) 등등 게임이 구현하고 있는 현실의 요소들은 게임적인 메카니즘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닌 플래이어가 현재 살고 있는 '문화'로써 게임 속에서 재현된다.


물론 이러한 GTA5에서 문화적 요소는 단순히 게임 플래이의 '외부적'인 것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 플래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게임 플래이와 함꼐 변화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이를 대표하는 시스템이 바로 스마트폰 UI의 도입과 주식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GTA4 이후로 5년이 지났고, 2013년 현재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GTA5의 인터페이스 중에서 가장 혁명적으로 변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된다:사람들과 문자를 주고 받고, 이메일을 받으며, 인터넷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실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각주:7]. 기존의 GTA4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넷카페 등의 제한적인 장소에서만 가능했었다면 이제 GTA5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해서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과 '똑같이'[각주:8]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됨으로서 플래이어의 몰입도를 올린다. 또한 주식 시스템은 단순한 투기를 넘어서 플래이어에게 적극적으로 '주가조작을 하게' 만든다. 가령 레스터가 주는 암살미션의 경우, 회사를 사보타주 함으로서 라이벌 회사 주식 값을 올리는 행위를 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서로 라이벌인 두 회사 중 하나의 기물을 파손해서 주가를 컨트롤할 수 있다.[각주:9] 그외에도 뉴스를 틀면 플래이어의 행적이 사실과 다르게 묘사된다는 점 등등 플래이어는 게임속의 세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 할 수 있다.


GTA5는 게임 플래이는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독특한 부분이 많다. 일단 먼저, 시리즈 최초로(그리고 아마 오픈월드 게임 사상 최초로...?) 3명의 주인공들(마이클, 트레버, 프랭클린)을 바꿔가면서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 미션 중에는 주인공을 바꾸는 것이 어느정도 제한되지만, 미션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니면 자유롭게 이 주인공에서 저 주인공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별다른 로딩없이 아주 자연스러운 화면전환[각주:10]을 보여주기에 플래이어는 부담없이 이 케릭터를 했다가 저 케릭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션 중에서는 미션의 상황에 따라 플래이 할 수 있는 케릭터가 변화한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같이 개연성없는 전환이 아닌 부드럽고 개연성 있는 전환이 게임 내에서 이루어지는데, 가령 플래이어가 강도질 성공후 오토바이로 탈주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추격이 붙자 자연스럽게 케릭터가 전환되면서 추적하는 경찰차량을 트럭으로 전복시킬 수 있다던가, 한명이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서 배에 잠입을 하면 다른 한명을 스나이퍼 라이플로 지원을 해주는 미션에서 이 둘을 번갈아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등 새로운 기능을 과시하기 위해서 억지로 무리하게 이리저리 케릭터를 전환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기존의 시리즈와 다르게 이제 플래이어는 한정적으로 미션 진행 과정을 '계획'할 수 있다. 강도 미션의 경우, 플랜 A와 B를 통해서 게임 진행 방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첫번째 강도 미션의 경우 보석상을 털 때 신경가스를 이용해서 보석상 내부의 인원을 제압하고 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전통적인 방법에 기반해서 보석상을 털 것인가, 이렇게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3명의 주인공 이외의 조직원을 고용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비싼 조직원을 고용하면 일이 부드럽게 풀리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생기고, 싼 조직원을 고용하면 비용이 싸게 들지만 미션중 이벤트로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물론 100% 자신만의 계획을 기획하는 재미가 아닌, 기존의 계획에서 선택을 하고 그 내부의 변수(조직원들의 실력)에 따라서 미션 내용이 결정되는 다소 제한적인 형식이긴 하지만, 플래이어에게 재량을 줬다는 점에서 GTA5의 시도는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GTA5는 기본 미션과 사이드 미션 이외에도 다양한 할거리를 제공한다. 테니스, 골프, 요가, 사냥, 다트 등등 다양한 미니 게임들을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부동산 구입이 사이드 미션을 해금하는 형태로 바뀌어서 플래이어가 부동산을 구입하면 이를 즐기는 형태로 바뀌었다.[각주:11] GTA5는 메인 미션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즐길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기에 엔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심지어 메인 미션 자체도 그렇게 짧지 않기 때문에[각주:12] GTA5의 볼륨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GTA5는 현세대 기기의 최대한을 뽑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픈월드라는 한계 때문에 그래픽 디테일이나 먼 거리의 그래픽들은 뭉그러져 보일 수 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그래픽 부분에 있어서 GTA5가 보여주는 안정성과 오픈월드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봤을 때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그래픽 디테일 등등에서 락스타의 놀라운 기술적 경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GTA5는 결론적으로 PS3와 엑박 360의 마지막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게임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GTA5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버그 문제나, 혹은 아직 뚜껑조차 안열린 GTA 온라인[각주:13], 그리고 차세대로 나왔으면 더 멋진 게임이 되었을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 등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TA5는 게이머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표준이자 지표, 그리고 장벽을 제시하였다. 이제 수많은 게임들은 GTA5를 뛰어넘기 위해서 고뇌하고 좌절하며 그리고 결국에는 GTA5보다 더 대단한 게임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GTA5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리고 GTA5보다 더 뛰어난 게임이 나오더라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불멸의 게임이 될 것이다. 그리고 GTA5는 그만한 자격이 있다.








  1. 엘더스크롤 2:데거폴 같은 게임이 있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거대한 세계의 구현은 과거 게임에도 존재했었던 테마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2. 산 안드레아스의 경우, 운동과 음식을 통해서 CJ의 체형을 조절할 수 있었다. [본문으로]
  3. 3편과 3편의 외전들이 대부분 어딘가 극화되고 만화풍의 질감에 기초하고 있었다면, 4편은 그러한 질감을 최대한 빼고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본문으로]
  4. 사실, 식상하다면 식상할 수 밖에 없는것이 아메리칸 트림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는 대중문화에 있어서 끝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되고 곁가지를 쳐나가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그도 그럴것이 GTA:VC나 SA에서 게임적이고 비현실적인 색체를 최대한 빼낸 것이 GTA4 였기 때문이었다. 한떄 GTA3와 그 외전을 상징했던 탱크와 전투기 등의 깽판 요소는 GTA4에서 삭제되었다. [본문으로]
  6. GTA4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싸우는 범죄투사나 그를 촬영하는 TV 프로그램, ULP의 존재 등등이라던가, SA에서는 갱스터 힙합을 패러디하는 부분이 나오는 등등...어쌔신 크리드의 경우에는 역사적 격변기의 도시들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본문으로]
  7. 락스타 소셜 클럽 계정과 연동이 되는데, 문제는 현재 이 기능은 수많은 사진 업로드로 인해 폭주해서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본문으로]
  8. 물론 '완벽하게'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이메일 답장은 언제나 정해져있으며 많은 부분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돌아가는 스크립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9. 참고로, BAWSAQ의 경우 소셜 클럽과 연동된다고 하나, 현재는 어떤식으로 연동이 되는지 매카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본문으로]
  10. 카메라가 허공으로 올랐다가, 전환하려는 주인공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아주 약간의 로딩을 거친 뒤에 그 케릭터가 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뒤 조작이 가능해진다. [본문으로]
  11. 부동산에서 수익이 나긴 하지만, 수익이 너무 적고 그 텀이 너무 긴 관계로 사이드 미션을 해금하는데 의의를 두어야 한다. [본문으로]
  12. 클리어까지 30시간 가량 걸렸다. [본문으로]
  13. 제작자들도 이런저런 당부(겸 변명)를 하는걸 보면 불안불안한 감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