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PS4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흥행한 게임 프랜차이즈다:이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모던 워페어(콜 오브 듀티 4) 이후로 콜옵 시리즈는 즐기기 편한 게임 시스템, 자극적인 싱글 시나리오와 영화적인 연출 그리고 자유로운 케릭터 커스터마이징에 기초한 멀티플래이를 무기로 삼아 게임 시장에 있어서 하나의 흥행문법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매년[각주:1] 게임을 우려먹는다는 게이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에서 자신의 독점적인 위치(밀리터리 FPS로써)를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콜옵의 성공 이후로 수많은 밀리터리 슈터류의 게임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지만[각주:2], 아무도 콜옵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콜옵이라는 시리즈가 현재 시장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무시할 수 없다는걸 방증하는 지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성공이, 흥행공식 하나만을 우려먹고만 있으며 동시에 시장선점 효과[각주:3]에 기초하여 그저그런 무난한 물건들을 찍어내는 시리즈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진이 인피니티 워드를 빠져나와 EA 산하 리스폰 스튜디오를 만들어 냈을 때[각주:4] 나왔던 모던워페어 3의 경우, 모던워페어 2[각주:5]나 블랙옵스에 비교하여 대단히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판매량이나 게임의 재미 측면에 있어서 모던 워페어 3는 전작에 비해서 모자란 점이 없었으며, 이점이 바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본인이 여태까지 즐겼던 콜옵 중에서 가장 별로였으며 전에 나왔던 것들을 계속해서 우려먹기만 했었던 모던워페어 3조차도, 모든 것들을 다 합쳐서 평가했을 땐 '안정적'으로 재밌었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모던 워페어 3 이후로, 블랙옵스 2라는 걸출한 변종이 나오면서 콜옵 시리즈에 대한 걱정은 한풀 꺾여들어가는 것 같았다. 콜 오브 듀티:고스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고스트는 안일한 콜옵을 뛰어넘어서 재앙 그 자체이다. 사실, 모던 워페어 3라는 안일함의 결정체와 고스트라는 재앙적인 물건 사이의 차이는 극히 미세할 정도로 적다:어디서 본듯한 싱글 연출에, 콜옵 전매특허인 뚝뚝 끊기는 시나리오, 역전된 인과관계로서의 스토리, 불만족스럽지만 안정적인 멀티플래이 까지[각주:6]. 모던3와 고스트는 서로 많은 지점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던 3에 비해서 고스트가 더 엉망이며 처참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미세한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스트의 싱글플래이는 파괴된 미국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일어난 전설적인 특수부대 고스트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고스트의 스토리는 극우적이며 파시즘적이며 심지어는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나치즘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한 글은 다음을 참조하면 되겠다(http://leviathan.tistory.com/1842) 물론 고스트의 스토리라인이 고스트에 대한 안좋은 평을 남기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지점은 고스트의 싱글플래이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먼저 게임은 전형적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그것이다:쏘고 달리고, 컷씬을 보고, 이벤트 스테이지에서 버튼 몇개좀 눌러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끝나는 콜옵식 싱글 플래이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나 전작들에 비해서 이번작을 문제삼고 싶은 것은, 게임의 컨셉과 게임 플래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 때문이다:포스트 아포칼립스[각주:7]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고스트는 황폐화된 미국과 그것에 맞서는 유일한 미국의 무기 고스트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전작의 블랙옵스 2가 과거와 현재를 돌아다니면서, 증오의 연쇄와 근미래적 분위기에 대한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고스트는 묵직하게 파괴된 잔해를 되돌아봄으로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컨셉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고스트에서 그런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폐허의 매력은 얼마 드러나지 않는다. 게임의 초반부 황폐화된 미국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었다면 그 후에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불지르는 콜옵 특유의 산만한 선정성의 미학을 게임 전반에 깔아놓는다. 유일하게 다른 시리즈와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고스트는 스스로 걷어참으로서, 더이상의 전작과 비교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작과 비교해서 자신을 스스로 낮추기를 원하는듯이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후의 싱글플래이 전개도 이전 콜옵들과 동일하다:어째 망했다고 보여지는 미국의 전력이 전쟁 이전이나 이후나 그닥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블랙옵스 2가 근미래적인 가제트들의 다양성과 그것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고스트 역시도 일부 그러한 지점을 차용한다.[각주:8] 하지만 문제는, 고스트가 블랙옵스 2로부터 밴치마킹한 지점은 대단히 제한적이며, 그 이후의 스테이지 구성이나 이벤트 스테이지의 구성은 여전히 모던 워페어의 연장선으로 인식해야한다고 봐야할 것이다:A10 공격기를 불러서 적을 요격하는 지점은 전작들의 AC-130이 떠오르게 하며, 수중 미션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졌을 뿐이지 과거 작품들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3 역시도 그러했으나, 이는 인정해야 한다. 모던 워페어 3의 이미지가 전적으로 구작들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통일감 있게 구현하고자 시도하였고 그런 안일함(?)이 게임을 무난한 게임으로 만들었다면, 고스트의 문제점은 구작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구작에 얽메이려고 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도-마조히즘적인 구속과 가학의 추구로 인해서 틀어지게 된다. 과연 고스트는 싱글 플래이를 통해서 무엇이 하고싶었단 말인가? 폐허가 된 미국의 황홀하면서도 아찔한 아름다움? 파시즘적인 스토리 추구를 통해서 더이상 미국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전혀 알 수가 없다. 게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며 가뜩이나 모던 3의 그림자가 겹쳐보이는 고스트에 있어서 더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뿐이다.


고스트의 멀티플래이는, 전작들의 망령에 사로잡혀서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싱글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더 끔찍해진 물건이다. 원래 콜옵 시리즈가 멀티 플래이의 안정적인 재미로 인해서 싱글플래이가 어느정도 실망스럽다하더라도 멀티플래이는 항상 괜찮았다. 하지만 고스트는, 정말이지 두눈 뜨고 못봐줄정도로 엉망진창인 게임 구성을 보여준다. 먼저 모던 워페어 2의 몇몇 초거대형 맵을 연상케하는 대부분의 맵 구성은 과거 길리수트 스나이퍼들의 전성시대를 다시 보는듯 할 정도다. 조준경으로 봤을 시에 적이 콩만하게 보이는 일은 예삿일[각주:9]이며, 맵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복층 구조가 되는 바람에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눈으로 흟어서 탐색해야하는 지점이 배이상으로 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끝없이 배후를 습격하는 적들에게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한체 무력하게 당하는 일 역시 배로 늘어나버렸다.


하지만 맵구성은 약과에 불과하다:문제는 리스폰 시스템이다. 게임의 리스폰 시스템은, 그야말로 천지창조 이전의 심연의 혼돈을 바라보는 듯 하다. 보통은 아군 근처에 리스폰 되거나 적이 없는 아군 후방에 리스폰되서 시작하자마자 죽는 스폰킬 사태를 막는 것이 보통의 게임들이 멀티플래이 리스폰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이다. 하지만, 고스트에서는 그러한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리스폰되자 마자 적의 총에 맞아 죽거나 심지어는 가끔식 적이 리스폰 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까지 발생한다. 고스트 멀티플래이의 리스폰에는 어떠한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각주:10] 게이머들은 저기서 리스폰 되었다가 여기서 리스폰 되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며, 맵리딩의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보통의 멀티 게임에 있어서 맵리딩이란, 아군의 위치와 아군이 존재하지 않는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에 적이 있을 것인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고스트의 리스폰 시스템은 아군과 적군이 서로 모여있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산만하게 흩어져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짜증이 난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적은 어딨고,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고스트의 멀티플래이는 마치 실존적인 질문을 게이머에게 던지는 듯 하다.


또한 이해가 안되는 것은 플4 버전에서 보여지는 듯 하는 '랙'의 문제다:전통적으로 콜옵 시리즈는 콘솔에서 60프레임 고정을 지향해왔었고 대부분 이를 달성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스트는 그러한 공식을 스스로 깨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고스트의 그래픽은, 차세대 표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의 콜옵 시리즈의 그래픽에 비교하면 좋아졌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좋아진 지점이 차세대를 상정하고 계산되어 만들어진 지점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억지로 늘려서 좋아지게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배틀필드 4를 예로 들어본다면, 배틀필드 4에서 프레임 드랍은 '아 이런 복잡한 지점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고스트의 프레임 드랍은, 그래픽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일어나며 그리고 그것은 대단히 불쾌할 정도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렇기에, 고스트는 진정한 의미에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물론, 팔리기는 많이 팔렸다. 그것은 인정해야 할것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게임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퀄리티의 콜옵이라면, 게임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더 짧은 시간안에 실망하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탈 확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떡할것인가? 액티비전은 고스트를 최단시간에 반값 할인[각주:11]에 몰아넣는 기염을 토함으로서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개발사 3개가 3년에 한편씩 콜옵 게임을 개발하는 공장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트라이아크의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변형되는 콜옵은 기대가 되나, 전혀 자신만의 콜옵을 만들어낸 경험이 없는 슬렛지해머나, 모던 3에 이어서 고스트로 땅바닥을 파고 있는 인피니티 워드가 과연 고스트의 패망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을까? 고스트는 그렇기에 대단히 부정적인 작품이며, 동시에 콜옵 시리즈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과거에는 개발사 둘(인피니티 워드, 트라이아크)이서 2년 개발, 1년 텀으로 하나의 콜옵이 나왔다면 이젠 3개의 개발사(트라이아크, 인피니티 워드, 슬렛지해머)가 3년 개발, 1년 텀으로 하나의 콜옵이 나온다. [본문으로]
  2. 배틀필드 시리즈가 2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있지만... [본문으로]
  3. 모던 워페어의 성공 [본문으로]
  4. 현재 이들은 이번 3월에 타이탄폴을 발매할 예정이다. [본문으로]
  5. 심지어 모던워페어 2도 모던워페어의 무난한 카피켓이라는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걸 생각하면... [본문으로]
  6. 하지만 고스트는 불만족스럽기만한 멀티플래이를 보여준다. [본문으로]
  7. 거대한 재난을 만난 미국. [본문으로]
  8.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라일리 조종하기 라던가. [본문으로]
  9. 체감상 배틀필드 4 데스매치 맵 수준으로 늘어나버린것 같다. 즉 대충 전작이 50미터 정도가 최대 한계였다면, 본작에서는 100미터 정도 거리에서의 교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맵 역시 그정도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0. 일단 본인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본문으로]
  11. 스팀, 다이렉트 게임즈 기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