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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리뷰:

돈 8000원 내고,
H씬을 뺀 
기가에서 만든 코스프레 AV를 보는 듯한 느낌.

-끝



AV보다 좋은 점:친구들이나 연인과 함께봐도 야한게 아니기 때문에 눈총 살 일이 없다.
AV보다 나쁜 점:그거 빼고 다



진지하게 영화의 완성도를 놓고 따지자면,

망작에 가까웠던 블러드+가 에반게리온 급의 명작으로 보이고,
작년 개봉한 디 워가 볼만한 영화로 보이는 정도.

그리고 그저께 본 맨데이트와 비교하자면...그거하고 비슷한 정도?



시험이 다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이고 이것저것 여유가 생겨서 휴학생인 친구놈이랑 보러 갔지만...

우린 스크린에서 눈을 돌렸을 뿐이었고, 영화는 웃길 뿐이었고, 빌콩은 썩을 놈이었고, 
전지현은 영어를 잘할 뿐이었고, 그리고 우리는....






전설이 되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밑에 정리하면서 불현듯 든 생각인데, 왜 별로 성공하지도 못한 작품의 DVD가 한국에 출시되는 걸까요? 그것도 DVD 불구지 대한민국에서? 짚이는 부분이 있지만, 저로써는 도저히 인정하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부분입니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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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안돼 제발! 제발 그것만은! 나의 추억을 망치지 말아줘!

사실 영화가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분들께






사실 악역이 디바가 아니라 오니겐이라는 듣보잡이 나온다는데서부터 이미 영화는 좆ㅋ망ㅋ 트리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서 볼 겁니다. 넵.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블러드+라 하면 제가 애니메이션 감상하는 것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온타임으로 시청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애니에 대한 저의 애정 및 증오와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는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Blood:The Last Vampire라는 작품의 파생작이라는 거에 끌려서 봤는데(마치 사돈의 팔촌 이야기 하는거 같아!),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마지막 디바와의 결전에서는...




이건 뭐 ㅄ도 아니고...


사실, 애니메이션의 컨셉은 좋습니다. 영원히 사는 벰파이어 소녀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짐. 그런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준 사람들. 그리고 지킨다는 것. 여기에 기괴하고 뒤틀린 적대자들과의 싸움. 저는 이런식의 '싸우는 가련한 소녀'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초반의 호러 분위기와 비극적인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32화 이후. 원래 첫화의 충격적인 인트로ㅡ사야의 폭주 및 학살ㅡ장면으로 당시 애니를 방영하고 있었던 MBS로 항의투서가 날아오는 등 애니 시작서부터 진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투는 맥이 없어지고, 잔인성은 떨어졌으며, 이야기는 점점 순화되기 시작했죠. 그 정점이 바로 32화 디바와의 첫 결전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리쿠가 디바에게 강간(?) 당한뒤에 죽고 나서 1년뒤에서부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야기가 너무...너무...너무...


밝아, 너무 밝아서 미치겠어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여태까지 구석에 처박혀서 찌질거리던 카이가 '다 잘될꺼야 십라!'를 외치는데, 문제는 이게 다른 케릭터에게도 먹힌다는 겁니다. 이야기 노선이 180도 돌아서 거꾸로 가기 시작하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멍하게 만들더군요. 덕분에 케릭터들도 찌질해지고 병신 같아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디바의 슈발리에 5인방이 그 정점에 있는데, 솔로몬은 갑자기 사야한테 하악거리고, 무게감 있어 보이던 제임스는 찌질거리다 죽고, 자칭 마지막 보스였던 안셀은 병신짓하다 죽고, 칼은....그놈은 원래 사야 얀데레잖아. 그리고 우리 게이 네이선은 까지맙시다(.....) 그리고 동시에 병신의 선두주자 카이와 그외 잡다한 병신들이 끼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그래도 애니메이션 끝까지 감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바로 디바라는 케릭터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잔학함과 포악성, 그리고 순수성을 잘 드러낸 디바는 책임감이 강한 사야와 반대되는 케릭터입니다. 덕분에 엄청난 카리스마로 사야와 함께 이야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죠.

 만약 이것이 에우레카 세븐이었다면 두말없이 질렀겠지만, 작품내용때문에 갈등 때리더군요. 그래도 제게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니 동생하고 상의 중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사실 저는 스타트렉 팬도 아니고,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스타트렉 설정이나 인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리뷰는 영화 더 비기닝에 나온 이야기와 각종 언론 매체에서 나온 단평들을 토대로 리뷰를 진행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타트렉은 미국의 유명한 SF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서 수많은 팬들이 있고, 수많은 파생작들(ex.베틀스타 겔럭티카 등)과 패러디(ex.겔럭시 퀘스트 등)를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그러한 스타트렉의 시리즈의 처음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단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훌륭한 SF 영화입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기존의 드라마 시리즈에 대해 가지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기존의 트레커(스타트렉의 팬들을 지칭하는 말)들에게는 분노를 살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더 비기닝'의 시작은 전설적인 엔터프라이즈 호의 함장 제임스 커크 함장의 출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초반 출생부분 및 오프닝 시퀸스 이후로 사람들(트레커를 포함해서 스타트렉이라는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은 '그 대머리 함장'이 나오기를 기대하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완숙하고 노련미 넘치는 중년의 제임스 커크가 아닌, 젊은 풋내기 제임스 커크입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낌세를 보입니다. 물론 젊고 반항적인 제임스 커크를 등장시킨 것은 커크가 어떻게 위대한 함장이 되어가는가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의도한 바는 기존의 스타트렉 시리즈와 영화 사이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기 위해서는 젊은 커크를 보여주는 것으로 부족합니다. 뭔가 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죠. 여기서 감독 J.J. 에이브람스는 영화에 아주 골 때린 설정(동시에 기존의 팬들을 완전히 열받게 만들만한)을 집어넣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 여행과 평행세계 이론입니다.

미래에서 온 악역인 네로는 처음 연방과의 접촉에서 커크의 아버지를 죽입니다. 기존의 시리즈의 역사를 따르면, 커크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스타 플레트에 들어오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함장이 되죠. 하지만 여기에 네로가 개입하면서 영화는 스타트렉 세계관의 평행세계가 됩니다. 여기서 커크의 케릭터나 사고관이 바뀌고, 그리고 스타트렉 내의 역사와 사건들도 다 뒤죽박죽으로 섞이고 심지어는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까지 바뀝니다.

저는 원작 드라마를 안봐서 뭐라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스타트렉에서 커크 선장의 이미지는 사려깊으면서 노련한 지휘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더 비기닝의 커크 선장은 천재적이긴 하지만 반항적이고 문제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인 스팍과 대립하고 갈등하죠. 하지만, 커크와 스팍이 케릭터적으로 서로 맞닿아있다는 것을 영화 말미에 보여주어서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스팍과 커크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서 작품은 기존의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과거 스타트렉이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생각 차이로 생기는 문제, 그리고 특이한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모험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면, 이번 더 비기닝에서는 모험이나 조우보다는 각각의 케릭터에 더 집중하고, 케릭터성 또한 대단히 현대적입니다(ex.반항아적인 커크,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따뜻한 스팍 등). 즉, 이와 같이 더 비기닝은 예전의 시리즈 보다는 최근의 영화의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영화에서 전투나 함대전은 대단히 화려하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는 과거 클로버필드를 감독한 J.J. 에이브람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아슬아슬한 전투나 액션 연출과 함께, 위에서 언급한 케릭터성의 재해석(이라기보다는 재창조)은 영화 스타트렉:더 비기닝을 잘 만든 SF 블록버스터로 만듭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더 비기닝에는 한가지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팬들은 대단히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J.J. 에이브람스가 기존의 시리즈를 재창조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재창조는 기존의 스타트렉 세계관이나 분위기를 무너뜨리고, 극단적으로 기존의 스타트렉의 세계는 평행세계화 시켜버립니다. 이렇게 과격한 영화를 팬들이 썩 좋아할 리는 없죠. 저도 스타트렉은 잘 모르지만, 보는 내내 스타트렉 정도가 되면 전통과 역사가 있는 시리즈인데 이렇게 함부로 막 바꾸어도 되는지는 의문이더군요.

일단 스타트렉:더 비기닝은 SF 블록버스터로써는 중간 이상은 하는 영화입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들로 영화 내내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하니까요. 다만 기존의 드라마의 펜이라면 썩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완전히 J.J. 에이브람스 식으로 재창조되서 나왔는데, 보고나서 기분이 좋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동쪽의 에덴은 노이타미나에서 현재 방영중인 09년도 4월 신작입니다. 공각기동대 SAC의 감독인 카마미야 켄지와 허니와 클로버의 원화가인 우미노 치카가 다시 만나서 만든 작품으로 애니의 작화나 분위기, 케릭터에서 허니와 클로버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스펜스와 순정장르의 결합이죠. 줄거리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하나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그 와중에 기억을 잃은 아키라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추리 및 서스펜스적인 축과 그리고 사회 초년생 사키-기억을 잃은 아키라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애적인 축으로 나뉩니다.

서스펜스 부분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바로 아키라가 처해있는 부조리한 상황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는 기억을 잃기 전에 이미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100억 엔으로 썩어빠진 일본을 구해야 하는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의 의지로 기억을 지웠고, 자신이 기억을 지운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올라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ex.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이창, 현기증 등)과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한 추리극이라는 측면에서 히치콕 영화와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주1) 아키라가 처해있는 세계를 구하는 게임, 세레손,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고 스스로 기억을 잃어버린 자신이라는 상황은 아키라 본인으로서는(일단 현재까지는) 부조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으로써 자신이 잃은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기 위해서 제한된 기억과 단서에 근거해서 추리를 하죠.

재밌는 점은, 이러한 기억을 되찾아 올라가는 과정이 아키라가 의도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데스노트에서 L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멀쩡한 척하는 라이토와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아키라는 세계와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기억을 지웠고,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그러한 이유와 마주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키라가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구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의 이 세상을 구하기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사키와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사회 초년생인 사키가 보는 세상의 부조리함 혹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관계, 혹은 현대사회의 매정함이 주된 이야기의 축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5화 마지막 장면ㅡ사키가 회사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 아키라에게 이야기하는 장면ㅡ에 근거해서 추측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잃기 전 아키라가 2만 명의 니트(2만 니트 대군?)를 사회로 회귀시켰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은 아키라가 기억을 지웠다는 점(아키라가 사회로 복귀시킨 니트가 '어? 너 결국 기억을 지운거야?'라는 점을 통해서 보았을 때)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4번 세레손 형사의 죽음 장면(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칼 맞고 죽어가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유토피아를 건립하였지만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은 9번 세레손 등등 애니메이션 내에서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연애 쪽을 살펴봅시다. 사키-아키라의 관계는 좀 묘한 관계입니다. 아키라는 사키에게 있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백마 탄 왕자 같은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초반의 사키의 나레이션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키라는 사키에게 대학교라는 안전한 틀을 막 벗어난 사회 초년생의 불안감과 형부에 대한 감정 등에 대한 해결책 같은 존재입니다. 즉, 사키에게 있어서 아키라는 꽉 막힌 세계에서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하지만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그 반대입니다. 처음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알몸으로 기억이 없는 자신과 처음 만난 사람이자 도와준 사람입니다. 즉, 기억을 잃고 난 뒤에 맺은 첫 인간관계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키라에게 있어서 사키는 기억이 없는 자신과 세상 사이의 끈을 확인해주는 존재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키와 아키라는 서로에게 있어 각별한 관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키-아키라의 관계를 통해서 위에서 다룬 서스펜스적인 축이 강화(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됩니다. 이렇게 동쪽의 에덴은 서스펜스의 축과 연애의 축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동쪽의 에덴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동쪽의 에덴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쪽의 에덴은 애니의 템포 자체가 서스펜스나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순정물에 가까운 템포라는 점입니다. 즉, 이야기 진행이 너무 담담해서 보는 사람을 강렬하게 흡인하는 무언가가 없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작품 자체는 별로였지만 관객을 쥐었다 폈다하는 서스펜스 측면에서는 대단했던 코드기어스:반역의 루루슈 같은 경우, 매화 매화 관객들은 '다음 화는 어떻게 되지?'라는 궁금증으로 애니를 봅니다. 하지만 동쪽의 에덴은 이야기가 진행되도 '어 그런가 보다'라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전개 자체가 감독의 전작인 허니와 클로버 쪽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두번째는 애니가 제기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 또한 대단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애니 내의 사회 문제 해결 과정 및 접근 방법이 맥이 빠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너무 문제 제기 및 해결의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마치 논술 문제를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20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고 내고, 이에 대한 답안을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심성의 것, 전심전령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니가 5화까지 진행되도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자주 시도되지 않은 서스펜스와 순정 장르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눈감아 준다면, 충분히 재밌습니다.

동쪽의 에덴은 주 애니메이션 시청 대상을 오타쿠 집단이 아닌 일반 여성층으로 삼고 있는 노이타미나 시간대에서 처음으로 '11화+극장판'의 시리즈 구성을 한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그만큼 감독이 이 작품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보고, 극장판 까지 포함해서 애니메이션 끝까지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주1. 예를 들어, 영화 현기증 같은 경우, 주인공은 고소공포증으로 인해서 살인 사건을 목격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현기증으로 인해서 환상을 본 것인지에 대해서 햇갈립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제한적인 인식에 근거해서 사건을 찾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제한된 인식과 이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히치콕 영화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처음 본즈에서 제작했다고 했을 때 기대하고 영상이 뜨자마자 감상한 스트레인져:무황인담입니다. 국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전 이미 본 상태였었지만...그래도 잘만든 작품이니 동아리 후배들이나 끌고 가볼까 해서, 20통이 넘는 문자를 보냈건만 돌아온 문자는 달랑 두통...그래서 결국은 SICAF 레이드를 포기하고 '내가 ㅅㅂ 다시는 동아리 비평회 이벤트를 하나 보자'라고 이를 박박 갈았지만, 정작 2학기 가서는 동아리 사람들과 후배와 함께 바시르와 왈츠를 레이드를 뛰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흥행 기록을 고려하자면, DVD 구성이 대단히 잘뽑힌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걸로 돈을 뽑겠다는 의도일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록은 콘티와 감독과 각본가의 대담 부분. "B급영화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라고 하면서 각종 외국 영화들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하더군요....이 사람들 생각보다 매니아인데?

아직 DVD 화질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확인하는데로 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덧.동생이 하는 말이 '일본판 BD로 사자!'
나 돈 없거든?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게이-온!)

동쪽의 에덴:이번 시즌의 숨은 걸작?

 허니와 클로버 원화가에 노이타미나 시간대 방영중인 동쪽의 에덴입니다(주의! 에덴의 동쪽과는 개뿔도 관계가 없음) 사실 애니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소 허무맹랑한 설정으로 좀 불안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러한 불안감과 다르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양의 떡밥 투척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일단 주인공인 아키라가 가지고 있는 헨드폰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1.각 헨드폰 별로 엄청난 돈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
2.이를 다 써서, 세상을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키라는 이를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죠. 이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과 도대체 왜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벌이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애니의 핵심 내용입니다. 동쪽의 에덴은 이런 설정을 가지고 순정물의 형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또 사키와의 관계와 일상적인 연애 파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너무 무겁게도 가볍게도 진행되지 않게 딱 중도를 걷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게 대단히 마음에 들더군요.

근데 13화 내로 이 많은 떡밥들을 처리할 수 있으려나;;;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미중년과 소녀의 만남, 단 동인지적인 요소는 빼고.

 오노 나츠메 원작의 작품으로, 사실 이게 애니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작은 안보았기 때문에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처음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미지에 비해서 많이 가벼운 느낌입니다. 사실 저는 Not Simple의 스토리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Not Simple쪽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오히려 Not Simple 보다는 부드러운 한 소녀의 성장기 및 자아 정체성 찾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애니에서 주된 포인트는 주인공인 니콜레타와 그외 레스토랑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니콜레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여기서 이제 막 20살을 넘긴 니콜레타와 나이들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있는 중년들의 사이의 좌충우돌을 통해서 세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여기에 미중년 이라는 코드와 노안경이라는 코드가 들어가면서 작품이 묘한 느낌-마치 여성향 동인지?-을 줍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모습과 함께 뭔가 혼잡한 세상에서 약간 떨어져있지만 따스한 공간으로서의 레스토랑의 이미지, 그리고 어린 니콜레타와 중년들 사이의 묘한 관계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사실 노안경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봐줄만은 하더군요.

진 마징가Z! 충격 편:G건담을 느끼고 있어! 

 말그대로 충격과 공포.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최고의 작품이라 주장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단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 처음 1화에서부터 원작 마징가 Z를 알고 있는 사람, 혹은 나가이 고의 작품 세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설정 및 전개를 보여줍니다. 정말로 '아 ㅅㅂ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라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하더군요.

 아마 이야기하려면 G건담하고 묶어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자세한 내용은 뒤로 미룹니다. 허나 확실한 것은 고전적인 열혈 슈퍼 로봇물에 현대적인 해석(어떻게 보면 악취미적인?)을 가미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센스가 정말 괴랄하기 때문에 웃을때는 실컷 웃기고, 숙연해질때는 엄청나게 숙연해지고, 박력이 넘칠때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장면장면에서 대단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작품 내에서 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이번 시즌 추천작품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경음부는 이지메를 하지 않습니다-경음부 부장 타이나카 리츠)

 

케이온:이걸로 쿄애니에 대한 평가가 조금 좋아졌다.

사실, 1화만 보고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한 애니메이션입니다만 생각보다, 아니 대단히 만족하면서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어떤 작품이든 간에 무겁고 어둡고 음울한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걸 보는 것이 제 취향에 맞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제 취향에 맞으면서 이와 균형을 맞출만한 반대의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코미디나 일상 생활물은 모에 등의 보통의 오타쿠 코드나 성적 코드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썩 저하고는 맞지 않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케이온은 기존의 오타쿠 코드나 성적 코드가 아닌 정석적인 코미디 장르의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연출이나 작화, 표현 등도 수준급입니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미나미가 1기나 딸기 마시마로, 아즈망가 대왕 정도가 있겠네요. 이런 류의 작품은 제가 그래도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주류 애니메이션 장르입니다.

재밌게는 보고 있는 작품인데, 덕분에 쿄애니에 대한 평가가 조금 올라갔습니다. 예전에는 음식물 쓰레기였는데, 이제는 재활용 폐품 정도로 지위가 상승....이라는 느낌?(.......)

구인사가:너무 정석에 충실해서 오히려 마음에 드는 작품.

유명 원작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사실, 원작도 모르고 별 기대도 안하고 보기 시작한 작품입니다만...생각보다 괜찮게 뽑아내고 있어서 계속 보는 것이 확정된 작품입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판타지 소설의 정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나라가 멸망하고, 고귀한 혈통을 지닌 후계자들이 쫒기고, 그리고 쫒기는 와중에 신비한 조력자와 조우하고...여태까지 골백번이 넘도록 써먹은 도입부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가 괜찮다고 느껴지는 것이, 애니의 분위기에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화 자체도 일본 주류 애니메이션의 모에 쪽이 아니라 서양 풍의 그림체 쪽에 가깝고, 음악도 장엄하고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즉, 구인 사가는 원작에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덧붙이기 보다는 기존의 판타지 소설이나 문학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충실하게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게 정석에 충실한 게 대단히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요즘 작품들은 어떻게든 대세나 코드에 맞추려고 하는 성격이 강했는데, 이렇게 우직한 작품을 만나니까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제작사가 사테라이트인데, 이로써 사테라이트라는 제작사에 어느 정도 신뢰감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아카네 카즈키 감독이 이끄는 집단이란 느낌이었는데, 구인 사가로 단독으로도 충분히 실력이 있는 제작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인의 그 표범 대가리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치타맨?)

강철의 연금술사 RE:오랜만에 애니메이션에 다시 불타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에반게리온이었지만, 완벽하게 빠지게 된 계기로는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과 강철의 연금술사 TV판이 가장 결정적이었습니다.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은 정말이지 보는 내내 충격과 감동이었고, 강철의 연금술사는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알게 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TV판의 구조가 대단히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원작과 너무 다른 설정을 보여주었기에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강철의 연금술사 RE를 만든다고 했을때, 저는 여러 가지 감정들-당혹, 분노, 어색 등-을 느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분히 처음 나온 애니메이션도 재밌었는데 이를 뒤집고 새로 만들 정도로 전작이 엉망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고 한다면 만화를 보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첫화만 보고 스킵할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첫화부터 보여주는 본즈 스케일, 박력, 작화 등은 예전 재수 시절의 얼마 없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끝까지 보았던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정말이지 예전의 그 불타올랐던 추억들이 생각나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즈는 이번으로 3번 죽겠지!(휴즈 지못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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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은 역사적으로 대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루이 16세 때, 프랑스 혁명을 시발점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변혁의 바람이 불고, 오랜 기간 지속해 되었던 절대왕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완전하게 붕괴되었으니까요. 이러한 프랑스 혁명의 과정은 많은 작가들의 감수성을 자극하였고, 그 결과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수많은 문학작품이 탄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크나큰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그 초점을 맞춥니다. 슈발리에 또한 이러한 문학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발리에는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 프랑스 혁명 직전의 시기인 루이 15세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애니의 내용 자체는 프랑스 혁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충성심 깊은 4명의 기사들의 여정을 통해서 그들의 왕과 국가에 대한 충정을 시험받고, 결과적으로 '변혁기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의 누나인 리아 드 보몽이 시체가 되어서 파리 센느강변에서 발견되고, 그 동생인 데온 드 보몽은 충직한 왕의 신하였던 누이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데온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서 누이를 영접(흔히 이야기하는 빙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데온은 그 동료들과 함께 누이의 원수를 찾기 위해, 그리고 프랑스 왕조를 위협하는 적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재밌는 점은 슈발리에는 많은 부분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의 등극, 루이 15세 때의 오를레앙 공의 반역과 진압, 귀족에 의해서 변두리로 밀려난 영국의 왕조들 등의 유럽 역사에 있어서 절대왕정의 막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절대 왕정의 막바지에서는 다양한 계층(농민, 부르주아, 시민 등)의 계층 의식이 성장하고, 이러한 계층 의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고 기존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왕이나 귀족 세력에 대해서 반기를 들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떄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르러서 왕들이 기존의 귀족 세대를 대체하고 새로운 사회 체제를 새우려하고 이에 귀족 체제가 반역하는 과정이 있기도 하거나(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의 에피소드), 이미 귀족에 의해서 내몰린 왕이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부흥하여 다시 절대 왕정을 확립하려는(영국의 왕조의 에피소드) 모습 또한 보여줍니다.

이러한 절대 왕정의 말기에 있어서 기사(혹은 귀족) 계급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대변해서 일해야 하는가? 자신이 섬기던 국가? 혹은 국가를 대변하는왕? 국가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민중 계급인가, 혹은 자기 귀족계급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가? 데온 일행은 이러한 혼란기에 처하게 됩니다. 충실한 기사 계급인 그들은 가장 정석적인 답, 바로 '왕과 국가를 위해서'라는 일반적인 답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들의 신념은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를 위해서 왕이 자신에게 충성했던 충실한 귀족계층을 희생하려는 모습, 혹은 힘없는 왕이 잘 운영되는 국가 체계를 뒤엎고 다시 절대적인 왕을 중심으로 국가를 재편하려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왕정을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려는 왕조와 대면하게 되죠.

작품의 구조는 데온 일행의 기나긴 여정ㅡ오딧세이아ㅡ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데온 일행은 진실(누나를 죽인 원수, 혹은 왕정을 위협하는 적들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들은 원래 자신들이 속해있던 안정적인 프랑스(루이 15세의 시기가 프랑스 혁명 전의 폭풍전야로서 조용한 시기였습니다.)에서 벗어나서 혼란스러운 세계 정세를 들여다 보고, 자신들의 역사적인 위치를 자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정은 대단히 가혹하기 때문에, 그들의 왕조에 대한 믿음을 시험받고, 혹은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슈발리에에서 핵심되는 키워드는 '왕가의 시'입니다. 프랑스 왕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이 신비한 힘을 가진 시집은 왕의 미래를 예언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부여하며, 심지어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절대 왕정 시기의 왕권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는 물건입니다. 절대적이면서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시대 정신 같은 개념이지요. 하지만, 이는 역으로 개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옭아매는 폭압적인 존재기도 합니다. 데온의 누이 리아 같은 경우에는 왕가의 시와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막시밀리안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로부터 배격당했으며, 루이 15세는 스스로의 의지로 죽을 수도 없는 가련한 상황으로 이끕니다.

데온 일행의 여정은 이러한 가혹한 시대 정신과 흐름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혹한 시대 정신과 조우한 기사들은 국가와 왕에 대한 충성을 끝까지 유지하거나, 다른 충성의 대상을 찾거나, 충성보다 기사 사이의 신의를 지키거나, 혹은 이 모든 걸 거부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변혁을 꾀합니다. 슈발리에의 가장 뛰어난 점은 여정의 과정에서 변혁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역사의 흐름은 왕정에서 민주주의로 바뀌게 되고,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왕가의 시편을 찾으려 했던 기사들의 여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초라하게 늙은 데온이 '프랑스여, 영원하라!'라는 글을 바닥에 쓰고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는 제가 여태까지 본 애니메이션의 엔딩 중에서 가장 씁쓸한 느낌을 주는 엔딩인데, 더 이상 지켜야할 가치도 신념도 국가도 없는 상태에서 과거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힌 가련한 노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발리에는 06년도에 했던 애니메이션의 숨은 걸작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구조, 미려한 작화, 독특한 소재 등 근래 찾아보기 힘든 걸작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마이너한 분야와 탄탄한 드라마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코드 등은 이 작품을 묻히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프로덕션 IG 20주년 기념 작품(맞나?)으로 나온 거 치고는 대단히 조용하게 막을 내린 셈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발리에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며,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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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세기 에반게리온 속에 나타난 신화 구조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서 ‘에반게리온’ 이라는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없었으면, 현재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존재할 수 없었다’라고 할 정도로, 에반게리온의 전과 후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대단히 뚜렷한 구분점을 가진다. 이는 1980년대부터 등장한 오타쿠 제 1 세대-안노 히데아키, 오시이 마모루, 카와모리 쇼지 등등-의 영향이 큰데, 기존의 마징가 Z와 같은 작품 등의 대중문화 코드를 즐기면서, 동시에 자신이 관심이 있는 다양한 학문적, 신화적, 철학적 코드에 박식한 다재다능한 세대였기 때문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바로 그러한 기존의 대중문화와 전문적인 신화 철학적 코드의 결합 형태로 볼 수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마징가 Z와 같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의 구조를 많은 부분 그대로 따른다. 평범한 소년과 거대한 로봇, 도시 방어와 매주 일정 주기로 쳐들어오는 기괴한 적들 등은 기존의 마징가 Z 등의 슈퍼 로봇물의 코드가 많은 부분 삽입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타는 정상 세계에서의 분리 과정, 그리고 신화적인 전투에 입문하고 그리고 원래 세계로 회귀하는 과정 등의 서사 구조나 내용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과 현격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타는 로봇인 에반게리온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에반게리온은 정확한 의미에서 ‘로봇’이 아니다. 정확한 명칭은 ‘대 사도 결전 병기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이다. 즉, 에반게리온은 거대한 ‘로봇’이 아니라, 거대한 ‘인간’인 것이다. 이는 기존의 슈퍼 로봇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의 연장’이라는 코드를 악질적으로 꼬아놓은 것인데, 에반게리온은 ‘사람’이기 때문에 피도 흘리고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충격은 직접적으로 에반게리온과 연결된 파일럿, 주인공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에반게리온 같은 경우 기존의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로봇이 아닌, 의식이 존재하는 존재로서 에반게리온을 다루고 있다. 물론 에반게리온이 직접 말을 하거나, 의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 깔려있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이 타는 초호기가 과거 주인공의 어머니가 에반게리온의 탑승 실험을 하는 도중에 과도한 동화 현상으로 초호기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들인 주인공과 어머니인 에반게리온 초호기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작용하는데, 주인공이 항상 생명의 위험에 처하게 되면 어머니인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통제 불능의 폭주상태가 되어서 아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신화에서 흉포하면서 동시에 전지전능한 세계의 어머니 같은 존재와 이미지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코드는 동시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야기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최고 사령관이자 아버지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고(물론 이는 직접적으로 어머니를 둘러싼 갈등은 아니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아내를 더 사랑했기에 사라진 아내를 대체할 클론(아야나미 레이)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아들은 어머니의 클론에 대해서 묘한 감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있어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영웅이 겪는 분리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 그는 자신이 왜 인류를 지켜야 하는가,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필요한 때만 부르는 아버지와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자신의 소명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히려 그가 에반게리온을 타서 사도와 싸우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해서 바로 에반게리온을 타야 자신의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중반부 이후의 입문의 과정에서는 주인공이 에반게리온에 타서 싸우게 되는데, 이는 소명의 적극적인 수용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자궁(에반게리온의 파일럿 석)으로의 도피라는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즉, 에반게리온에 있어서 분리와 입문의 과정이 주인공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자신의 소명, 운명으로의 도피가 주인공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 내에서는 인류 전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도 하다. 작품 내에서 도시를 공격하는 사도라는 존재의 목적은 도시 밑에 봉인된 최초의 인류 리리스와의 결합을 통해서 서드 임펙트를 일으키는데 있다. 이러한 인류와 사도의 만남, ‘임펙트’는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한 층 더 높은 단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개인이라는 장벽을 허물고 전 인류가 하나가 되는 이상적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인류보완계획이란 바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 개인의 마음의 벽, AT필드를 무너뜨리고 하나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사도의 침략을 적절히 통제하고 마지막 인류의 결합을 위해서 에반게리온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사도와 싸운다. 또 사도와 리리스 사이의 성스러운 결혼을 통해서 인류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모르므로, 이를 저지하여 전 인류적인 소명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화에 있어서 하나였던 세계가 다원적인 세계로 분리되었던 것이, 에반게리온에서 역순으로 진행된다. 즉, 다원적인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통합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본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종말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분화된 것이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순환론적인 우주관에 있어서 생성-발전-소멸 단계에서 소멸-생성의 단계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AT 필드가 무너져서 인간이 모두 하나가 되는 장면을 종말의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회귀의 과정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다음 세계로 나아가길 거부하고 개개인의 인류로 남기를 선택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의 논란이 많은데, 왜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가 그렇게 나누어진 인간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도 개인으로 남고 싶어하느냐가 설득력이 없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인류가 인류일 수 있는 이유는 각 인류가 개인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이고, 인간은 개인일 때 비로소 인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정당화 시키기도 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기존의 슈퍼 로봇물과 또 다른 점은 바로 적극적인 신화 코드의 차용이다. 에반게리온 같은 경우에는 사도, 사해문서, 아담, 리리스, 에반게리온 등의 기독교적인 신화 코드를 차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화 코드의 차용은 작품에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많은 부분 더 해주었다. 신화적 코드의 직접적인 차용은 기존의 슈퍼 로봇물이 단순히 쳐들어오는 적들로부터 도시를 방어하다가 마지막에 적들의 본거지를 박살내는 것과는 다른 다양성을 작품에 더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다르게 독백이나 사이코 드라마의 형식을 띄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부분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철학적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물론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보여주는 철학의 수준은 청소년이 자신의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정도 수준의 기초적인 철학적 사색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적인 사색은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서사 구조에 있어서 그 상징성이나 내용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고뇌하는 주인공과 화려한 액션, 그리고 기독교적인 상징체계를 삽입함으로써 무언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각주*8)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이와 같이 기존의 슈퍼 로봇물의 공식을 차용하면서 동시에 이를 비틀고 왜곡하였고, 영웅 신화 구조에 있어서 분리-입문-회귀의 구조를 거부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신화적인 코드와 기초적인 철학적 사색의 코드를 작품에 삽입하여서 작품의 의미심장함을 더하였고, 순환론적인 우주관에 있어서 종말의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에반게리온은 신화구조를 취하였으되, 신화구조를 벗어난 특이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재밌는 점은 에반게리온 이후의 작품들은 에반게리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구조 자체가 조셉 켐벨의 신화 구조에 딱 들어맞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이 신화 구조를 비튼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대단히 독보적이면서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5.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가 나아갈 길

마징가 Z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통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애니메이션도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신화적인 서사 구조를 많은 부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서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사 구조에 있어서 신화적인 서사 구조를 왜곡하거나 변형한 부분도 있으나, 이는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신화적 구조나 새로운 신화적 혹은 철학적 코드의 차용을 통해서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성적 코드나 모에 코드(귀여운 것을 강조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조류)에 천착하는 제 살 깎아먹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이나 다른 부류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계층 사이의 엄청난 괴리가 발생하게 되고, 과거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매력 포인트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시 세계적으로 통하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신화적 서사 구조와 이야기에 삽입된 코드에 대한 재정리와 고찰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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