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위 짤방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장난은 그만두고...영화 푸시는 참 뭐랄까, 모호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목표는 초능력자 배틀물인데, 정작 내용은 스릴러(?)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그 스릴러도 제대로 된 스릴러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로인해서 영화는 하나의 구심점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덕분에 스릴러와 배틀물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를 차지해서, 어중간한 내용이 되어버리죠.

푸시는 크게 9종류의 초능력자가 있습니다. 미래를 보는 워쳐, 물건을 움직이는 무버, 기억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푸셔 등등...이렇게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서 숨 막히는 추격전과 두뇌 싸움을 벌인다.....가 영화가 지향하는 컨셉입니다. 근데 이것이 영화 푸시의 첫 번째 실수입니다. 일단 푸시에서 나오는 9종류의 초능력자들은 죄다 어디선가 나온 능력자들이거든요. 대단히 식상한 소재일뿐더러, 이미 다른 영화에서는 소재에 대한 장르적인 깊은 고찰이 된 상태(ex.엑스멘 등)입니다. 단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어디서 나온 놈들을 죄다 모아놓고 특수효과 좀 넣었다고 해서 재밌는 액션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아니죠.

그 다음으로 영화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과연 주인공이 워쳐에 의해 예지된대로 죽지 않고, 히로인을 구할 수 있을까?’ 입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머리를 막 굴리죠. 어떡하면 워쳐에 의해서 결정된 예지를 고칠 수 있을까? 영화 내내 악역들은 ‘난 니네의 죽음을 알고 있지 메롱’하면서 약을 올리고, 주인공들의 행동범위도 적들의 워쳐들이나 주인공들이 예지하는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여기서 두 번째 실수를 하는데, 주인공들은 적들이 그냥 '메롱'하는걸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하면 피할까'를 열심히 궁리를 합니다. 뭐, 궁리하는 거 까지는 좋은데, 여태까지 주사위 도박이나 하면서 양아치처럼 살아온 주인공이 어떠한 초능력자도 하지 못한 '워쳐의 예지를 깨뜨린다'라는 난제를 너무나 쉽게 해결합니다. 그냥 '워쳐의 예지는 불확정성에 의해 깨지니까, 계획을 세우고 기억을 지운다.'라는 것만으로요. 감독은 이러한 명제에 대해서 대단히 심취한 나머지 이 부분을 대단히 강조합니다. 주인공들이 적들을 속이는 부분을요. 근데 솔직히 그 부분을 보는 제 입장에서는 '알겠으니까, 극장에서 보는 보람이 있게 좀 두드려 부수고 싸우라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두가지 실수 덕분에 영화 푸시는 이도 저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초능력자물다운 능력자들의 힘겨루기나 대결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이 영화를 뭐하러 보러 가야하나요? 사실 이 영화의 가치는 다코타 패닝이 아역이 아니라 청소년의 역할을 맡은 감격스러운(?) 첫 번째 영화라는 점입니다. 뭐, 연기도 무난하게 그럭저럭 하는 편이고, 나름 귀엽다고도 할 수 있으니 다코타 패닝을 위해서 콜라와 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열성 팬들은 보셔도 상관 없을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푸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덕분에 망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뒤에 감독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군요. '제발 부탁인데, 영화를 만들면서 자기가 플롯 짜놓고 자아도취하는 짓거리 좀 하지말고 하나만 확실히 해!'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