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저도 약간 정신이 나간게, 기금까지 나온 61화를 약 2주간에 걸쳐서 다 보았습니다. 딱 공부에 지장이 안갈 정도로 게임 대신에 5D's를 봤다는 정도? 다른 애니도 밀린게 많은데 이걸 다보다니 저도 참 징하네요;

*6/22부터 시험이라서 다음주는 아마 잠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댓글은 관리합니다.



1.들어가면서

 최근 유희왕 NDS용 월드 쳄피언쉽 2009에 자극을 받아서 보고 있는 5D's입니다. 생각보다, 아니 기대(?) 했던 것보다 잘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사람들이 작년 4월에 처음 방영할 때, 엄청나게 호평받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그래봤자 유희왕이라고 넘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장기연재작이란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꽤 괜찮습니다.

 유희왕 시리즈는 DM->GX->5D's 이렇게 넘어갑니다. 일단 제가 본 유희왕은 원작 만화 정도였습니다. 만화 자체는 재미는 있으나, 패턴이 항상 비슷비슷. "상대방이 강한 카드를 꺼냈다->근데 나는 패가 말렸네?->근데 나는 내 카드를 믿어!->우왕 ㅋ 굿 ㅋ 더 강한 사기 카드가 나왔네!" 이 패턴을 만화 끝날 때까지 반복합니다.




사실 보고 있으면, 좀 어안이 벙벙해지는 전개


사실, 만화 테마 자체는 "게임"입니다만, 어쩌다 만들어낸 '듀얼'과 카드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내서 결국 만화의 테마가 카드 게임 듀얼로 변하였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만화 유희왕의 작품 내 카드 게임인 듀얼몬스터즈(Duel Monsters, 통칭 DM)의 룰과 실제 유희왕 DM의 룰이 엄청난 갭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만화 속의 DM은 뭐랄까...진짜 룰도 뭣도 없는 완전 '내 맘대로!'입니다.

덕분에 만화 내용이나 게임 내용도 중구난방이고, 컨셉도 왔다갔다 하고...총체적인 난국입니다만, 그래도 만화 자체는 상황 연출이 그럭저럭 좋아서 봐줄만 합니다....만 사실 연출도 대단히 전형적인 소년만화풍의 열혈입니다. 카드 게임이나 머리굴리기 같은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저는 5D's 이전의 유희왕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뭐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원작 만화를 애니로 만들고(참고로 원작 유희왕은 애니화가 두번 되었음) 그 뒷이야기를 이어간 것이 유희왕 DM, 그리고 DM 이후의 스토리가 GX, 그리고 GX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것이 이번 5D's입니다. 사실 GX나 DM은 직접 본 것이 아니나, GX를 직접 보고 감명을 받아서 엘레멘틀 히어로 네오스 덱을 돌린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면 사실 원작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본격적으로 카드를 팔아먹어야 하니까, 룰이나 카드 구성이 점점 짜임새가 있어지더군요(이는 나중에 유희왕 게임 부분을 다룰 下에서....)



2.유희왕 5D's:원작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사실 5D's는 나오기 전부터 말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코나미가 5D's가 나오기 전 5D's에 맞추어서 카드 게임의 룰을 개편하였고(실제 게임에서는 못 느낄 정도의 변화지만, 그래도 근 10년 가까이 유지한 룰을 바꾼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D휠이라는 바이크를 타고 듀얼을 하는 라이딩 듀얼의 도입으로 기존의 팬들에게서부터 많은 반발을 샀습니다. 또한 기존의 작품들의 가벼운 노선에 비해서 진지하고 무거운 노선으로 갈아탄 점도 전작과의 큰 차이점입니다. 이러한 변화점들은 코나미가 이번 유희왕 5D's에서 기존의 유희왕의 시리즈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5D's는 장기연재작(4쿨을 넘어서 2~4년 방영하는 작품)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예전 유희왕 시리즈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에서 떨어지는 부분을 5D's는 훌륭하게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부분에서 유희왕 5D's는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서 무겁습니다. 경제적, 계급적으로 이원화 된 공간인 도미노 시티와 새틀라이트, 그리고 단지 새틀라이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는 주민들, 범죄자들에게 과거 고대의 죄인들처럼 얼굴에 새겨넣는 마커라는 문신, 듀얼의 솔리드 비전이 실체화되서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이킥 듀얼리스트들 등등... 5D's는 분위기 전반에 차별이라는 코드를 깔아두고 있습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는 진지하고 무겁다는 느낌입니다.

케릭터들도 원작에 비하면 대단히 무게가 있습니다. 동료와의 유대를 중시하는 유세이나, 프라이드가 강한 잭,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과의 소통을 단절한 아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하는 쌍둥이 루카 루아 등등...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등장한 클리셰 같은 인물들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사건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무게감이 생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형적이지만 잘 쓴 모범 답안’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장기연재작 치고는 이야기 완급이 대단히 좋습니다. 사실 이야기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흘러 간 것은 아니지만(현재 61화까지 감상), 작품의 큰 테마인 듀얼이라는 소재를 두고 통일성 있게 그러면서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를 케릭터들 간의 듀얼로 때우기는 하지만, 작품 자체의 주요 테마가 듀얼이기도 하고 또 듀얼로 왠만한 이야기의 전개와 케릭터성이 잘 나타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밑에서도 다루겠지만, 듀얼 자체가 재밌기는 재밌으니 보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이 애니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야기의 모든 것이 듀얼 몬스터즈, 즉 카드 게임과 결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카드 게임으로 저 세상의 악마나 신들이 나오고, 카드 게임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고, 카드 게임으로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등등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설정들이 난무합니다만...원래 원작이 그런 작품이었고, 이 부분에서 적응하면 묘한 키치적인 맛이 있습니다. 피구왕 통키로 예를 들어 보죠. 피구왕 통키에서 피구공이 불타고, 세계 피구 대회가 있고, 피구공을 맞으니까 사람이 날아다니는 것에 대해서 ‘세상에 저딴 만화가 어딨어? 현실성이 없다니! 저 만화는 쓰레기야!’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그만한 병맛이 없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면 재밌습니다. 그리고, 사실 만화가 좀 거짓말을 심하게 깐다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재밌자고 보는 만화인데, 재밌으면 그만입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기존 시리즈와 다른 진지 노선을 걷고 있으나 이야기의 완급이나 케릭터의 완성도 등은 장기연재작 치고는 수준급이며 보는 내내 이야기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카드 게임으로 세상이 멸망하고 구원받고 하는 문제만 일단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말이죠. 그런데, 그건 원래 작품 자체가 그런거니까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3.유희왕 5D's:작품 내의 듀얼에 대해서



(유세이의 주력 몬스터, 스타더스트 드래곤)

사실 작품 내의 분석에서 하고자 했지만, 너무 기니까 밖으로 뺐습니다.

기존의 유희왕 만화 시리즈에서는 듀얼 과정은 강한 카드->더 강한 카드->더, 더, 강한 카드->사기 카드의 형식으로 전개합니다. 사실 유희왕 실제 초기 TCG도 이렇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下편에서 보기로 하죠. 사실 기존의 소년 만화에서 강대한 적을 앞에 둔 주인공들은 적들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더 강한 힘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파워인플레이션입니다. 근데 원작에서 파워 인플레이션은 그 도를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희왕 원작을 보면서 강한 카드를 더 사기적인 카드로 받아치는 모습에 기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저 타이밍에 딱 맞게 저 카드가 나오지?’ 하는 사기 드로우 문제는 일단 이야기 전개상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더라도, ‘저 카드는 도대체 어디다 숨겨놓았다가 꺼내쓰는거야?’라고 느낄 정도로 강한 카드가 핀치에 몰릴 때마다 튀어나오는 건 보는 사람으로써 황당하게 느껴지더군요. 항상 ‘난 내 카드를 믿어!’라고 하는데, 설마 그게 사기 카드를 뽑아내는 주문인가?(......) 오히려 상황에 맞추어서 사기 카드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이더군요.

덕분에 원작에서의 듀얼은 전략도 뭣도 없는 사기카드 나열 대전입니다. 물론 주인공이 핀치에 몰리고, 역전하는 건 재밌기는 재밌지만, 곰곰이 되씹어보면 이런 병맛도 없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일단 ‘GX도 그러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안 보았으니 대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핀치에 몰린 주인공을 위해, 어렸을 때 자신의 소망을 담은 카드들을 담은 캡슐을 우주로 쏘아올려 보냈는데 그게 우주에서 거시기 해서 졸 짱쌘 카드(네오 스페이시언, 줄여서 네오스)가 되어 돌아왔더라 하니 말 다한거 같습니다만....그래도 원작보단 덜한 거 같네요.

하지만 5D's는 원작과 다르게 전작에서 심하게 일어났던 파워 인플레가 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마법이나 함정카드가 엄청나게 많이 바뀐거 같은 느낌이지만 덱이 지향하는 전략이나 전술은 명확하고, 애니메이션 내에서의 듀얼은 카드 간의 상성, 효력, 상대의 전략 등을 파악->이용->반격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들 보다 적들이 더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들은 대단히 압도적인 능력으로 주인공들을 압박하는데 반해서, 주인공들은 정말 그 타이밍 아니면 의미가 없는 날카로운 한수로 적들을 이깁니다. 문자 의미 그대로의 ‘신의 한수’ 인 것이죠.

물론 여전히 ‘저 타이밍에 저 카드가 나오냐’ 싶은 드로우나 전개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일어나는 패말림이나 게이머의 실수 같은 거 까지 다루기에는 애니메이션의 분량이 너무 부족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해칠 수 있기에 이 정도까지는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번작에서는 케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에 맞게 덱과 카드가 정해져있다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유세이의 주력 몬스터인 스타더스트 드래곤은 자신을 희생해서 필드 파괴 효과를 무효로 하고, 그 턴의 엔드 페이즈에 돌아옵니다. 이는 유세이의 케릭터, 동료를 위해서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라는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잭의 주력 몬스터인 레드 데몬즈 드래곤은 스타더스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력한 공격력과 무시무시한 특수능력ㅡ이 카드가 공격한 때, 상대 필드위의 수비표시 몬스터들을 모두 파괴한다.ㅡ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턴 공격 선언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자신을 파괴하죠. 이와 같이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킹이라는 지위에 대해 자존심이 강한 잭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5D's에서 듀얼 게임의 진행은 대단히 재밌습니다. 확실히 전작에 비해서는 머리 굴려가면서 게임 진행을 만들었구나 싶더군요. 게다가 전작에서는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일어났던 사기적인 파워 인플레가 현재까지 없다는 것도(물론 언젠간 하게 되겠지만) 인상깊더군요. 물론 최근의 유희왕 TCG의 흐름도 이렇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下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에...下편은 시험끝나고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거기서는 카드 게임 및 DS 게임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