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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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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징가 Z 속의 신화 구조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최초로 개념을 만들었고, 장르적인 공식을 확립시킨 대중문화의 장르가 있다면 그것은 소위 슈퍼 로봇물이라 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작중에서 소년이나 소녀들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다가 거대한 힘 혹은 로봇을 만나게 되고, 이러한 로봇이라는 힘을 통해서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고 일상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룬 작품들을 통칭 슈퍼 로봇물이라 한다. 이러한 슈퍼 로봇물의 공식을 거의 대부분 정립한 작품이자 이 장르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1972년에 만들어진 나가이 고 원작의 ‘마징가 Z’다.

마징가 Z는 주인공인 평범한 학생이었던 카부토 코지가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마징가 Z를 타고, 헬 박사가 세계 정복을 위한 첫 단계로 광자력 연구소를 점령하기 위해 보내는 기계수를 물리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이한 점은 입문의 과정에 있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영웅인 카부토 코지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보통 영웅이 원래세계에서 신화적 세계로 분리되는 분리의 단계에 있어서, 특별한 계기나 혈통적인 원인(사실은 신의 아들이었다든가, 영웅이 될 운명이었다든가 등)이 작용하는데 슈퍼 로봇물은 이러한 영웅 신화의 공식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당시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는 계층인 청소년층을 겨냥하기 위한 설정인데, 평범한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과정에 시청자인 청소년층이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거대하고 사악한 적들에 맞서 싸우게 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 마징가 Z가 내세운 것은 바로 자신의 소명(카부토 코지 같은 경우, 헬 박사의 세계정복을 막아야 한다라는 소명)을 받아들인 입문의 단계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로 거대한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거대한 로봇은 막강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으로서는 영혼이나 자의식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이를 조종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작중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는 주인공들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거대 로봇이 보통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거대한 로봇과 주인공이 합치되는 효과는 결과적으로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효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을 늘리는데 높은 효과를 보여준다. 물론 기타 파생상품인 장난감을 만드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간과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의식이 없는 거대한 로봇은 선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선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되지만, 악한 사람(예를 들어 헬 박사라던가)의 손에 들어가면 세계를 파괴하는 도구가 된다. 이것이 마징가 Z가 주창한 슈퍼 로봇물의 또 다른 주요 코드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코드는 후대의 많은 슈퍼 로봇물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예를 들어서 ‘전설의 거신 이데온’(1980) 같은 경우, 이데온이라는 로봇은 세상을 창조할 힘도, 우주를 파괴할 힘도 가진 존재로 묘사되고, 주인공들의 잘못된 사용에 의해서 우주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암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마징가 Z 자체는 ‘인류를 지키는 정의의 로봇’이라는 성격이 강해서 정작 스스로 만들어낸 코드인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해서는 깊은 장르적 고찰을 보여주지 못하고는 있지만, 마징가 Z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 코드는 후대의 슈퍼 로봇물에 두고두고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입문의 구체적인 단계인 시련의 과정에 있어서 주인공들은 매 에피소드마다 자신들의 도시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정의의 로봇은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와 ‘적들의 본거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작중 설정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먼저 쳐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매주 일정한 시기에 정기적으로 방영해야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격상, 애니메이션을 그리는데 시간이 빠듯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배경을 보여주는 것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마징가 Z가 자신이 지키는 도시를 빠져나가서 다른 곳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보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장소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매주 도시를 침공하는 기계수들은 다양한 변화와 지속적인 강화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마징가 Z가 날지 못하는 점을 노려서 나는 기계수가 등장해서 도시를 침공하기도 한다. 이에 발맞추어서 마징가 Z도 지속적으로 능력이나 기술, 필살기 등이 추가되고 강화가 되는데, 예를 들어 날아다니는 기계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징가 Z도 스크렌더 라는 비행용 보조 장치를 달고 싸우는 것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적들의 다양성과 이에 대항해서 정의의 슈퍼 로봇의 지속적인 강화도 슈퍼 로봇물에 있어서 중요한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회귀의 단계에서는 슈퍼 로봇물들은 대단히 평범한 결론을 보여준다. 악의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세계를 구하는데 실패하거나 등의 다양한 결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여기서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두 세계를 조율하는 영웅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시청자들의 나이를 의식한 결말이라 할 수 있는데, 어린 청소년들은 강한 시련의 과정을 거친 뒤의 다른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고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징가 Z는 슈퍼 로봇물의 대부분의 공식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징가 Z는 그 자체로도 많은 부분 조셉 캠벨이 이야기한 신화의 서사 구조를 많은 부분 차용했지만,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특징들-매주 정기적으로 방영하는 점, 20분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상영시간,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 연령층,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완구 사업과의 연동 등-로 인해서 신화의 서사 구조와 많은 부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식은 23년 후, 1995년에 나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게 된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이 글은 모 대학교 09학년도 영화로 보는 철학의 중간 대체 레포트인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분석 감상 비평문입니다. 여기 적혀 있는 구문이나 내용에 대한 복제 및 인용은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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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분석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조셉 캠벨이 1947년에 쓴 책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나 전설들에 대한 심리학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서, 서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신화 구조가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 부분은 영웅의 모험 분석, 두 번째 부분은 신화의 내용에 있어서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 마지막으로 신화의 기능과 현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의 모험은 크게 분리-입문-귀환의 형태를 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분리의 단계에서 영웅은 모험을 시작할 때, 운명이 영웅을 부르고 이에 의해서 영웅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거부하고 운명에 저항할 수 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시련이고, 결과적으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영웅이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거기에서부터 영웅은 초자연적인 조력자를 만나서 영웅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이러한 입문의 단계에서는 조력자를 만나 첫 관문을 지나는데, 이는 마법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 즉 재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입문의 단계서 영웅은 시련의 길을 지난다. 그리고 모든 장애를 극복했을 때, 모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영웅은 여신과 만나나(성스러운 혼례), 아버지로 표상되는 절대적이면서 가혹한 자연 진리와의 화해를 한. 이러한 과정에서 영웅은 신적인 존재로 격상하며,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영웅은 다시 일반 사회로 돌아와서 그가 깨달은 것을 전파하여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단계(弘益)에 들어선다.

영웅의 모험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는 원래 세계로의 귀환이다. 어떤 영웅은 이 단계를 아예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결과 영웅은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원래 세계로 귀환하기로 결정한 영웅은 신화적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의 불가사의한 탈출을 감행하는데, 이에 대해 영웅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크다. 탈출할 때 영웅은 외부의 구조를 받는 과정을 통해서 원래 세계로 귀환하는데, 신화적 세계에서 귀환한 영웅은 두 세계를 조율하는 스승이자 삶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제 2부 우주의 발생학적 순환에서는 우주의 탄생-분화-소멸의 구조를 살펴본다. 여기서 우주는 거대하고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잔인한 어머니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유일한 존재로서 어머니는 영웅이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죽고, 여기에서 세계는 분리된 개개의 존재로 확립된다. 그리고 세계는 처녀 잉태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신화적인 세계에서 인간적인 세계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사회는 신화적 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우주의 순환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인 영웅의 손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영웅은 다양한 모습(전사, 애인, 구세주, 성자, 폭군 등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웅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는 그 자신의 죽음과 화해를 한다.(혹은 저항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한다던가) 이러한 개인(영웅)의 죽음은 소우주의 죽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우주의 죽음과 더불어서 세계 또한 그 순환적인 반복을 위해서 죽음(혹은 멸망, 종말)을 맞이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인간계에 있어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웅의 모험과 세계의 순환 과정이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나 안락한 세계라는 제한적인 세계에서 자라나다가(청소년, 유년기), 이로부터 분리되어서 세계를 접하게 되고(성인식,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다시 자신이 예전에 속한 세계로 돌아와서 세계를 풍족하게 하거나 세계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머니로 표상되는 안락한 세계에 존재했던 인간(정)과 이를 벗어나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인간(반), 그리고 다시 자신의 떠나온 세계로 돌아와서 새로운 존재가 된 인간(합)과 같이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의 같은 경우, 이는 인류가 여태까지 겪어온 미시적, 거시적 역사의 과정과 많은 부분이 맞물린다. 인간의 탄생-성장-죽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그리고 개인이 우주와 인간과 그 균형에 대해서 깨달은 선지자들의 이야기들이 우주의 순환과 영웅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이야기 형태로 인류가 겪어온 경험들이 구체화되게 되는 것이다.




2. 신화구조를 적용한 대중문화

이러한 신화와 영웅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많은 문명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신체 조건과 환경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파악해서 신화의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일찍부터 대중문화의 구조에 적용시킨 것이 바로 헐리우드 영화이다. 특히 1970년대 '스타워즈'를 비롯해서 영웅 영화 등에 조셉 캠벨의 신화 이론과 코드가 적용되었고, 그 결과 헐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였다고 평가받는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들이나 코드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소설 같은 경우에는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조엔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의 소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의 장르가 있는데,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외로 수출되고, 전 세계적으로 방영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도 조셉 켐벨이 지적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많은 부분 따르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이야기 구조로 예를 들어보면,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금지되어 있는 연성술을 시행하고 만다. 그러나 연성 실패의 대가로 애드워드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그리고 알폰스는 심지어 육신 자체를 잃고 말았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황급하게 연성을 시도한 애드워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희생한 대가로 간신히 알폰스의 혼을 철로 된 갑옷에 담아두는데 성공한다. ’등가 교환‘이란 냉혹한 법칙을 처절하게 깨닫게 된 두 사람이었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 형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철로 된 의수를 부착한 에드워드는 주야로 연금술을 공부하여 국가 연금술사의 자격을 획득하고, 강철의 연금술사란 칭호를 얻게 된다. 그들은 몸을 되찾기 위해서 궁극의 연금술 증폭기인 현자의 돌을 찾지만, 그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 백년 동안 감춰져왔던 어두운 진실과 음모였는데....”

위의 시놉시스를 보면, 주인공들인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우주의 진리(잔혹하면서 거대한 아버지 같은 우주의 진리)를 보게 됨으로 기존의 속해 있던 세계에서 ‘분리’되게 된다(분리의 단계, 구체적으로 자신의 육체로부터 ‘분리’ 당한다.) 그리고 일상 세계에서 벗어난 형제는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영웅적인 모험을 하게 되는데(입문의 단계), 이러한 과정에서 형제는 세상의 어두운 진실을 발견하고 세계를 위협에 빠트리는 자들과 대적한다. 마지막으로 형제들은 세계를 구하는데 성공하고, 일상적인 세계로 복귀하는 과정(회귀의 단계)에서 형인 에드워드는 동생인 알폰스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서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이와 같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조셉 켐벨의 영웅 신화의 구조가 많은 부분 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신화 구조와 차이가 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대단히 다양하고 각각의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1970년대 ‘마징가 Z’를 시작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의 소위 ‘슈퍼 로봇물’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1.시험준비기간에 게임하기는 좀 뭐해서, 그냥 미루어두었던 창궁의 파프너를 감상 완료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그림체 때문에 은근히 숨겨진 명작이랄까, 내가 왜 이 작품을 여태까지 스킵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좀 아쉬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구조적으로 13화 기준으로 초반부-중반부-중후반부-후반부 이렇게 4단계로 구성 되어있는데, 끝까지 보고 나면 '아 구조적으로 훌륭하게 짜여져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초반부에 갑작스런 페스튬과의 인카운터와 죽어가는 등장인물들과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 카즈키, 그리고 중반부에는 카즈키가 섬이라는 유토피아를 나가서 진실을 보고 자신이 있을 장소를 깨닫습니다. 중후반부에서는 카즈키를 비롯한 파프너의 파일럿들과 섬의 어른들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지막 후반부에는 그러한 깨달음과 공감대를 통해 인류와 페스튬, 그리고 세계와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와 이유를 확립하게 됩니다.

초반 13화와 후반 13화가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고, 초반부의 암울함과 후반부의 희망의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막장같이 암울하지도, 유치하게 밝지도 않고 그 중간에서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 애니의 진정한 묘미라고 저는 봅니다. 

3.포스트 에바(Post Eva, 에반게리온 이후의 작품들)의 작품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려운 철학용어나 설정을 함부로 남용한다는 것입니다. 창궁의 파프너도 복잡함이 아슬아슬 하게 위험수위를 오가고 있지만, 작품 내내 스토리만 잘 따라갔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의 이야기를 유지합니다. 사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은 일종의 세계와 나의 존재론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어렵게 꼬아서 이야기 안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백미라면 백미입니다. 물론 너무 직설적이어서 유치하다는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묘하게 초반 13화의 암울함이 거기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서 직설적이지만 유치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방대한 양의 상징과 심리학적 분석,신화적 구조의 왜곡 변형, 프로이트 적인데다가 자기 부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에반게리온(요즘 신화 관련 레포트 때문에 분석 중입니다)에 비해서는 창궁의 파프너는 정말이지 양반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논이 했던 대사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기 존재한다."가 가장 마음에 와닿더군요.
(어떤 의미에서는 카즈키 만큼의 성격 변화가 일어난 케릭터 이니....)

4.거대 로봇물이니 메카나 전투 장면도 애니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단, 작화가 나빴다 좋았다를 떠나서 묘하게 전투가 묘하게 박력이 없다는 게 좀 흠이군요. 메카닉 디자인도 솔직히 인상적이라기 보다는, 보고 있으면 그냥 나중에 정들게 되는 그런 타입입니다(.....)

5.이 애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인물 작화. 까놓고 이야기해서 창궁의 파프나 최고의 안티는 히라이 히사시. 그냥 제 상상이지만, 히라이 히사시가 케릭터 디자인만 안 맡았어도 이거 감상한 사람이 1.5 배로 늘었을 듯...

6.개인적으로는 추천작품입니다. 스토리나 내용, 케릭터도 괜찮고, 전투나 메카 디자인도 어느 정도 유지 되고, 다만 케릭터 디자인만 눈감고 참을 수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도 괜찮을 작품입니다.


덧.그래도 초반 3화는 에반게리온하고 너무 겹쳤어....
덧2.나중에 정식 리뷰 갑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놀라운 부분도 많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정도?

-일단 FLAG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미덕은 현대 전쟁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품 내의 우디아나 내전은 말그대로 기술전과 이미지를 이용한 전쟁입니다. 평화의 상징 FLAG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UN군, 그리고 FLAG 탈환 작전에 있어서 최첨단의 무기 HAVWC를 이용, 무기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나, 전세계적인 도청 감청 기관인 에셜론과 정보 분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합니다.

현대전은 기존의 화력과 전략 전술적인 전쟁 개념보다 정보전략전과 기술전의 중요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걸프전은 CNN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첨단 무기를 이용한 전쟁 과정을 그대로 생중계하였고, 최근 이라크 전은 생화학 무기 공장의 존재에 대한 첩보를 토대로 수행된 전쟁입니다. 이런식으로 현대전에서는 압도적인 화력보다 상대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최첨단 무기, 혹은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정보전 등으로 전쟁이 점점 더 영리해지는 것입니다. FLAG는 이러한 전쟁 양상의 변화를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FLAG는 특이하게 종군 기자의 카메라라는 제 3자의 시선을 애니의 시선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시라스가 남긴 데이타에 대해서 다른 등장인물이 나레이션을 취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로써 애니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라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군 기자의 기록'은 애니의 내용을 의미심장하게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전쟁 사진이나 고발 사진 같은 사진들은 전쟁이나 고난, 착취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 '이런 사건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라는 것을 고발하기 위한 고발과 상기의 성격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유대인 학살의 이미지는 겁먹은 듯이 손을 들고 있는 유태인 어린아이이고, 배트남 전이라고 하면 하노이 시내에서 즉결처형 당하는 순간에 울먹이는 베트콩이고...이런식으로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미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군 기자나 사진가 같은 사람들은 사진의 뷰파인더 뒤에서 시선으로만 존재할 뿐 그 사진에 있어서 실재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전쟁 사진은 바로 사진가라는 요소가 배제되었을 때만 전쟁 사진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그 사건의 현장에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엄연히 사진의 프레임 뒤에, 뷰파인더 뒤에 존재하고 있죠. 이렇게 사진 속과 사진 바깥에서의 사진가라는 존재의 괴리는 FLAG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FLAG 탈환 작전을 기록하기 위한 시선으로서 시라스는 그 모든 사건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요(그녀가 애니 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러한 시선과 케릭터 사이의 괴리, 그리고 전쟁 사진에 대한 통찰이 있기 때문에 FLAG는 독특한 시선을 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부분은 여기까지고, 여기서부터는 아쉬운 부분 이야기.

사실 FLAG는 뭐랄까...좀 전쟁에 대해서 무비판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FLAG라는 만들어진 평화의 상징, 그리고 이러한 만들어진 상징을 빼앗고 이 땅에 일시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 일을 마무리 하려는 UN군 등등 이런 식으로 전쟁에 있어서 실제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과 다른 추악한 현실이 애니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FLAG는 이러한 현실 보다는 뷰파인더 뒤의 시라스가 FLAG 탈환팀과 교류하면서 카메라 바깥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부터 전쟁 사진이나 기록이라는 것은 그 기록자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순간에서부터 객관성을 잃고,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스는 한 사람의 사진가로써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행동하기를 선택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널리스트의 기록 형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심장함을 깎아먹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차라리 좀더 시니컬하게 현실에서 물러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까지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디아나라는 나라...완전히 티벳+이라크 더군요. 현재 티벳은 시위로, 이라크는 전쟁을 거치면서 뒤집어졌다는걸 생각하면 약간 오싹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덧.만약 6화까지 봤는데, 내용이 크게 변하면 정식 리뷰가 나가고,
아니면 그냥 거기서 감상완료 할거 같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고자샷!)

쟁쟁한 4월 신작들이 저번주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 시즌 중에서 최고의 피크는 뭐니뭐니해도 4월에 시작하는 애니들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10월달도 4월달 다음으로 큰 애니 시즌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완성도 있는 작품이 적지요. 이번 4월 신작들은 물적, 양적인 면에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덤으로 FLAG 2화를 보았습니다. 근데 가장 급한건 창궁의 파프너(이제 3~4화 남았나...?)인데, 뒤로 미루어두고 있는 중입니다. 고단나는...다 구해놓았는데, 보기가 귀찮군요;

K-ON!

저는 사실 교토 애니메이션을 싫어합니다. 풀매탈패닉까지는 괜찮게 보았고 스즈미야 하루미도 봐줄만 했는데, 그 이후로는 도저히 못봐주겠더군요; 사람들이 그렇게 개거품을 물고 열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도대체 사람들은 왜 소라빵 먹는 방법에 열광하는가? 라는 주제로 누군가 논문을 써야함.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K-ON!도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애니 자체가 럭키스타 보다 미나미가나 딸기 마시마로에 가깝다고 해서 구해서 보았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군요. 사실 개그물이나 일상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K-ON!은 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더군요. 작화나 소재, 케릭터 등 모든 요소가 어디선가 한번씩은 본 식상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재밌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맴버들의 서투른 연주를 듣고 '정말 못하시네요!' 부분은 정말이지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애니보고 웃는것도 오랜만이군요. 계속 보기로 확정했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사실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걸 또 애니화 해?'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투덜거림으로 가득찼었지만, 한화 보고나서 계속보는 것을 확정지은 작품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전에 재수때 보았던 첫 강철의 연금술사 TVA를 보았을 때와 같은 열기를 느꼈다고 할까요? 미묘하게 본거 또 보는 느낌이지만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 TVA는 대학교 재수 당시에 에우레카 7과 더불어서 본 애니입니다. 사실, 그당시 컴퓨터가 대단히 구려서 중화질 애니를 보더라도 지랄맞게 끊기더군요. 그래서 내놓은 묘안이 바로 DVD 플레이어의 CD 동영상 재생기능을 활용하는 것. 사실 DVD를 쓰는게 가장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그당시 DVD 전질이 26만원이었고, 제 한달 생활비가 25만원이었으니(그것도 빠듯하게) 사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CD로 구워서 DVD 플레이어로 돌려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지요. '신께서는 정의로우시다'. 이를 재해석하면 '이런 제기, X됐다!'입니다. 원래 DVD플레이어는 DVD를 위해서 만든 기기고 CD 동영상 재생은 부가적인 기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CD 동영상 재생을 하는데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은 DVD 렌즈가 나가더군요. 그거 수리비가...


25만원



뭐랄까, 그때 살짝 저 위에 계시는 전지전능한 분의 인기척이 들린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낸거 아니야! 어머니가 냈....)

일단 과거회상은 여기까지 하고...이번에 새로하는 신작은 첫화부터 오리지널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제 만화이야기도 거의 다 끝났으니까 그걸 써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오리지널로 가면 좀 미묘할거 같습니다. 분명히 저번에도 다른거 다 제외하고 너무 오리지널로 갔다고 까인건데....

4월 신작중, 가장 만족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징가 Z 리메이크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이 그지 깽깽이들아!

입니다.


이건 대단히 좋은 의미인데, 기동무투전 G건담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정말로.
근데 동생은 카부토보그의 향취가 난다고 하더군요(......)

딴건 다몰라도, 1화 처음부터 암흑대장군과 마징가 사투, 2분만에 헬박사 사망,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광자력 연구소 및 마징가 Z 팀원들 박살 및 사망, 고곤 대공 등장 30초만에 사망(......), 마징가 시리즈 중 흑역사로 묻힌 Z마징가 등장(......), 마징가 Z의 새로운 필살기 빅뱅펀치(이건 진짜 봐야함. 정말, 건담이 분신술 쓴거보다 더 심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로 1화 제목이 대단원(.....)

다음화 부터는 마징가 Z 시동이라고 하는군요. 보기는 끝까지 보겠지만, 뭔가 G건담을 능가하는 B급센스 작렬의 작품이 될거 같은 조짐이;;;


전장의 발큐리아

음...뭔가 임펙트가 없습니다. 패스(.....)

근데 생각해보니까, 제국군이 일개 자경대한테 발리는게 주 스토리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_-;;;

FLAG는 나중에 정식 리뷰로~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기획 기사



작년인가 제작년에 한국 국적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서 납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 반응은 '아직도 해적이 있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현제까지도 태평양 및 인도양 등지에서는 작은 소형 쾌속정을 이용해서 대형선박을 나포, 몸값을 요구하거나 물건을 갈취하는 해적질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선박을 운행할 때는 해적에 대비하기 위해서 무기를 비치하거나, 혹은 대단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해적'이라는 존재나 노예제, 스너프, 마약 등등은 아직도 이 지구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세계에 있어서 어두운 면은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구 위에 존재하였지만, 막상 우리가 그것을 마주칠 때는 대단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우리가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역을 우리가 사는 정상 세계와 떨어뜨려서 생각하게 됩니다.

블랙 라군은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 두 세계'라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만화에서는 현대판 해적과 깡패, 온갖 인간 쓰래기들이 나오고, 그러한 인간 쓰레기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소돔과 고모라를 능가하는 로아나프라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온갖 막장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고, 주인공 록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자로써 목격하게 됩니다.

블랙 라군의 공간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정상적인 삶과 논리가 통하는 빛의 세계, 또 하나는 인간의 광기, 변태성, 탐욕 등에 의해서 돌아가는 어둠의 세계 로아나프라로 나뉘어집니다. 하지만 만화 내에서 이러한 두가지 공간은 완전히 별개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공간입니다. 현실의 정상세계에서 실패 하거나 버려진 존재들, 혹은 정상 세계가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존재나 정상 세계에 있어서 안되는 존재들이 로아나프라에 모이는 것입니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낙태 금지 정책으로 생겨나고 스너프 필름에 등장한 전력이 있었던 킬러 고아들, 전직 경찰, 버려진 전공투 세대, 버려진 퇴역 아프간 참전 군인, 네오 나치, 남미 카르텔, 게릴라 등등 소위 정상세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정상세계에는 존재해서 안되는 존재들이 로아나프라로 쫒겨오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정상세계는 자신들의 어두운 욕망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로아나프라를 이용하고, 그 곳에 존재의 의의를 부가합니다. 미국 CIA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로아나프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 모니터링하고, 일본의 대기업은 자신이 벌인 경영상의 미스를 매꾸기 위해서 비밀리에 로아나프라에서 해적을 고용합니다. 또한 포르노, 마약 등등 정상세계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못하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로아나프라가 떠맡기도 하죠.

재밌는 점은 로아나프라나 정상세계나 결과적으로 운영되는 원리는 같습니다. 그것은 '돈'이라는 것이죠.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고, 상대방 앞에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것은 로아나프라나 정상세계나 똑같습니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로아나프라는 그러한 '돈이면 뭐든지 된다'라는 논리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록은 이러한 어둠과 빛의 세계에서 진실을 보고 그 목격자로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한 때 속했던 정상세계는 만화의 처음 레비와 더치에게 얻어맞으면서 끝나버렸고, 후에 자신은 그저 회사를 위해서 죽어야 하는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정상세계의 정체성(오카지마 로쿠로)을 버리고 로아나프라(록)를 선택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정상 세계와 이 쪽ㅡ로아나프라ㅡ이 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하지만, 그가 로아나프라에 들어왔다고 해도, 그는 정상인의 사고와 도덕관을 버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록은 로아나프라에서 중재자 혹은 협상가로 일하게 됩니다.

이러한 중재자나 협상가로서의 록의 역할은 만화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록이라는 인물이 로아나프라라는 어둠의 세계에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정상적인 빛의 세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과 빛의 어스름 사이에서 사건을 관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는 거의 모든 사건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동시에 작품 내에서 인물들에 대해서 쓴소리를 내뱉고 그에 대한 단평을 하는 인물이죠.

이러한 록의 케릭터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블랙라군의 최고의 에피소드라 할 수 있는 일본 에피소드의 유키오가 큰 역할을 합니다. 일본 야쿠자 집안의 여식으로 태어나서, 주변 인물들이 철저하게 그녀를 어둠의 세계에 닿지 않도록 보호하지만, 아버지의 조직이 위험해지자 유키오는 스스로 조직의 대표가 되어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야쿠자들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리고 록에게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주사위와 같이 자신을 끊임없이 내던져야 합니다. 당신과 같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하지만, 록은 빛과 어둠, 어느쪽도 선택하지 않고 경계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어느쪽의 세계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같고, 자신은 그러한 세계의 진실과 양면성을 바라보고자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블랙 라군은 만화와 애니 장르를 포함해서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느와르 작품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분석이 없어도 강렬하고 농후한 그림체, 흡인력 있는 스토리, 인물들의 걸쭉한 입담(속어도 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은건 처음입니다)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단히 재밌다고 느끼게 합니다. 따라서 대단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덧1.애니판도 대단히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120% 초월 애니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지막 작붕이;;)
덧2.다음은 슈발리에 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


사실 원작 게임이 그렇게 대단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세계관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작화나 액션으로 승부해야 하는 이 판국에서 저런 작화를 보여주는 건...좀....

하여간 1화정도는 한번 볼 예정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망념의 잠드 리뷰는 무한 연기 되었습니다(.....) 다른거 쓰면서 감각을 되살린 다음에 도전을 해야할 듯. 그렇기 때문에 다음 罪惡業은 블랙 라군, 슈발리에, 바이오쇼크 순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망념의 잠드 리뷰가 그 전에 써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재수없으면 중간고사 준비기간 전까지 끝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허니와 클로버 1기

개인적으로 보면서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든 작품이자, 가장 보기 힘들었던 작품을 꼽자면 허니와 클로버를 그 예로 들겠습니다. 사실 장르로 따지면 순정물이고, 순정물 자체는 잘 안보는(...아니 아예 안 보는) 타입이다 보니까 동생이 광분을 하면서 추천을 해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이고 애니 감상을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그러나 보는 동안은 대단히 뭐랄까...감동을 받은 작품입니다. 순정이라는 장르이지만, 감정묘사 드라마 개그 등등 온갖 요소가 고루 섞여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작품내에서 통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분위기도 저하고 맞더군요. 그래서 대단히 좋은 작품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근데 '보기 힘들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애니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워낙이 담백하게 진행되다 보니까, 지속적으로 볼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때 당시는 다른 애니(그 애니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마크로스 7이었나;;)에 엄청나게 열을 올리고 있었던 상태였었고, 그외에도 산더미 같이 애니를 쌓아두고 보고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보다가 스킵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빨리 1기->2기 다 봐야겠군요.

창궁의 파프너

22화까지 감상완료. 점점 '이작품을 왜 넘겼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작화 빼고는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에반게리온 같이 말이나 인간관계나 설정 등등을 꼬아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후반 분위기가 초딩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초반의 분위기가 너무나 쌈박한 나머지(살기 위해서는 죽일 수 밖에 없다...였으니) 후반 분위기가 초반 분위기와 함께 벨런스를 맞추는 듯 합니다.

罪惡業까지는 아니고, 리뷰 쓰는 건 확정인 작품입니다.

FLAG

아, 이거 대단히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종군 기자가 나오는 메카닉 물'로 알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대단히 독특하더군요. 일단 표현에 있어서 사진이나 카메라 등의 인간의 시선이 아닌 '제 2의 시선'으로 작품을 관망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카메라, 찍었던 사진 등 2차적으로 만들어진 기록만으로 애니를 구성한 것입니다. 작품 자체는 전쟁과 미디어, 그리고 사진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다 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애니를 보면서 전율을 느낀 작품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공식 홈페이지는 http://www.eureka-prj.net/)

4월달 개봉 예정인 교양시편 에우레카 세븐 극장판 포켓속의 무지개 트레일러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이번작이 TVA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 정도군요. 개인적으로 TVA의 뒷 이야기가 대단히, 몹시, 진짜로, 진지하게, 눈물날정도로 궁금했었는데 아쉽게도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괴물같은 작화력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LFO는 통상적인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ONES니까 작화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이번작은 전작의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BONES가 잘 알아서 해주리라 믿고(......) 근데, 이번에는 홀란드가 대단히 나쁜놈 처럼 나오는거 같습니다만....BONES니까 믿고 가겠습니다(어이 잠깐;)

하여간 '에반게리온:파'와 함께 기대하고 있는 작품. 한국에 정식 상영되려면 SICAF 상륙말고는 답이 없겠군요. 다만 이번달에 스트레인져 개봉 및 DVD 출시라는 희소식이 들려왔으니, 한번 기대해볼만도 합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사실 애니 감상이라는 취미 자체는 3~4년밖에 안된 짧은 역사를 지닌(그에 비해 영화나 게임은 거의 10년 이상 되었으니) 취미에 있어서, BONES라는 제작사를 빼놓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다 그렇듯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지만, 라제폰이나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오란고교 호스트부, 흑의 계약자:Darker Than Black, 스컬맨, 강철의 연금술사, 크라우 팬텀 매모리, 천보이문:아야카시 아야시, 스트레인져, 망념의 잠드 등등 제 애니메이션 감상에 있어서 기준을 정립하게 만든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BONES라는 회사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괴물같은 작화력이 아니라, 그들의 그려내는 작품 하나 하나가 그들만의 철학으로 뭉쳐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 애니매이션을 여태까지 감상하면서 느낀 것은 감독이나 각본 등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작품의 색체나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는데(물론 영화나 게임도 그러하지만), 특이하게 BONES라는 회사는 그 회사가 작품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성향이 묻어나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로서는 매드하우스나 프로덕션 IG도 있지만, 그들은 작가주의적인 감독이나 각본가들에 의해서 작품이 결정되기 때문에 작품 성향의 통일성이 적습니다. 그에 비해서 BONES는 뭘 만들어도 '아 이 사람들이 만들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시이 마모루나 안노 히데야키 등의 1세대 문화의 정신적인 계승자는 BONES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교토나 샤프트 등이 오타쿠 문화의 대변자라고 하지만, 상업적인 코드로서의 오타쿠 코드가 아니라 오타쿠 문화, 그리고 그 근저에 깔려있는 정신의 계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이런다고 제가 교토나 샤프트를 까는건 아닙니다. 물론 싫어하기는 하지만...) 하지만 BONES는 이와 다르게 작품 하나 하나에 오타쿠적인 코드를 집어넣고, 이에 대해서 재해석을 가합니다.

 예를 들어서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은 히피 문화와 과거 1980년대 유행했던 애시드 문화 코드가 기저에 잔뜩 깔려있습니다. 소재에서부터 각종 명칭, 그리고 케릭터와 스토리의 흐름까지 그러한 문화의 영향이 역력하게 드러나죠. 이러한 코드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을 넘어서 BONES는 소통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로 이를 묶어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우레카 세븐이 1980년대 애시드 문화와 히피 문화를 좋아하는 매니아와 오타쿠들을 위한 잔치로 끝나는게 아니라, 이를 모르는 사람까지도 포섭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과거의 매니아적 혹은 오타쿠적인 코드를 이용하지만, 그러한 코드의 인용에서 끝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일반적인 사람들도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BONES의 저력입니다.

 그리고 BONES가 더 대단한 점은 그러한 코드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0~2000년대 서양 팝문화와 음악 코드를 차용한 소울이터(물론 원작이 그러한 색체를 지니기는 했지만), 역사물이라는 코드를 차용한 아야카시 아야시와 무황인담:스트레인져, 복고 코드를 차용한 스컬맨과 20면상의 딸 등 흥행을 하거나 말거나 혹은 이게 요즘 애니의 코드에 맞거나 안 맞거나를 넘어서 항상 그들은 새로운 코드를 발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BONES는 이번 TAF(Tokyo Ani Festival)에서 신작인 동경 마그니니튜드 8.0(http://tokyo-m8.com/)의 제작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TVA로 지진 재난물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포켓속의 무지개와 더불어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근데 망념의 잠드 리뷰느으으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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