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이 글은 모 대학교 09학년도 영화로 보는 철학의 중간 대체 레포트인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분석 감상 비평문입니다. 여기 적혀 있는 구문이나 내용에 대한 복제 및 인용은 절대 허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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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분석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조셉 캠벨이 1947년에 쓴 책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나 전설들에 대한 심리학적인 비교 분석을 통해서, 서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신화 구조가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 부분은 영웅의 모험 분석, 두 번째 부분은 신화의 내용에 있어서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 마지막으로 신화의 기능과 현대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의 모험은 크게 분리-입문-귀환의 형태를 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분리의 단계에서 영웅은 모험을 시작할 때, 운명이 영웅을 부르고 이에 의해서 영웅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거부하고 운명에 저항할 수 있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혹한 시련이고, 결과적으로 영웅은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약 영웅이 자신의 소명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거기에서부터 영웅은 초자연적인 조력자를 만나서 영웅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이러한 입문의 단계에서는 조력자를 만나 첫 관문을 지나는데, 이는 마법의 문턱을 넘는다는 것, 즉 재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입문의 단계서 영웅은 시련의 길을 지난다. 그리고 모든 장애를 극복했을 때, 모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영웅은 여신과 만나나(성스러운 혼례), 아버지로 표상되는 절대적이면서 가혹한 자연 진리와의 화해를 한. 이러한 과정에서 영웅은 신적인 존재로 격상하며,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영웅은 다시 일반 사회로 돌아와서 그가 깨달은 것을 전파하여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단계(弘益)에 들어선다.

영웅의 모험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는 원래 세계로의 귀환이다. 어떤 영웅은 이 단계를 아예 회피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결과 영웅은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원래 세계로 귀환하기로 결정한 영웅은 신화적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의 불가사의한 탈출을 감행하는데, 이에 대해 영웅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크다. 탈출할 때 영웅은 외부의 구조를 받는 과정을 통해서 원래 세계로 귀환하는데, 신화적 세계에서 귀환한 영웅은 두 세계를 조율하는 스승이자 삶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제 2부 우주의 발생학적 순환에서는 우주의 탄생-분화-소멸의 구조를 살펴본다. 여기서 우주는 거대하고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잔인한 어머니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유일한 존재로서 어머니는 영웅이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죽고, 여기에서 세계는 분리된 개개의 존재로 확립된다. 그리고 세계는 처녀 잉태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신화적인 세계에서 인간적인 세계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 사회는 신화적 시대에서 역사시대로 넘어가게 되고, 우주의 순환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인 영웅의 손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영웅은 다양한 모습(전사, 애인, 구세주, 성자, 폭군 등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웅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는 그 자신의 죽음과 화해를 한다.(혹은 저항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한다던가) 이러한 개인(영웅)의 죽음은 소우주의 죽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우주의 죽음과 더불어서 세계 또한 그 순환적인 반복을 위해서 죽음(혹은 멸망, 종말)을 맞이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이 인간계에 있어서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웅의 모험과 세계의 순환 과정이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은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나 안락한 세계라는 제한적인 세계에서 자라나다가(청소년, 유년기), 이로부터 분리되어서 세계를 접하게 되고(성인식,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다시 자신이 예전에 속한 세계로 돌아와서 세계를 풍족하게 하거나 세계에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어머니로 표상되는 안락한 세계에 존재했던 인간(정)과 이를 벗어나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인간(반), 그리고 다시 자신의 떠나온 세계로 돌아와서 새로운 존재가 된 인간(합)과 같이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발생학적인 순환의 같은 경우, 이는 인류가 여태까지 겪어온 미시적, 거시적 역사의 과정과 많은 부분이 맞물린다. 인간의 탄생-성장-죽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그리고 개인이 우주와 인간과 그 균형에 대해서 깨달은 선지자들의 이야기들이 우주의 순환과 영웅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이야기 형태로 인류가 겪어온 경험들이 구체화되게 되는 것이다.




2. 신화구조를 적용한 대중문화

이러한 신화와 영웅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많은 문명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신체 조건과 환경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파악해서 신화의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일찍부터 대중문화의 구조에 적용시킨 것이 바로 헐리우드 영화이다. 특히 1970년대 '스타워즈'를 비롯해서 영웅 영화 등에 조셉 캠벨의 신화 이론과 코드가 적용되었고, 그 결과 헐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였다고 평가받는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들이나 코드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소설 같은 경우에는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조엔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의 소설도 이러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데 성공한 대중문화의 장르가 있는데,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1970년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외로 수출되고, 전 세계적으로 방영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도 조셉 켐벨이 지적한 영웅 신화의 구조를 많은 부분 따르고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이야기 구조로 예를 들어보면,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금지되어 있는 연성술을 시행하고 만다. 그러나 연성 실패의 대가로 애드워드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그리고 알폰스는 심지어 육신 자체를 잃고 말았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황급하게 연성을 시도한 애드워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을 희생한 대가로 간신히 알폰스의 혼을 철로 된 갑옷에 담아두는데 성공한다. ’등가 교환‘이란 냉혹한 법칙을 처절하게 깨닫게 된 두 사람이었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서 형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철로 된 의수를 부착한 에드워드는 주야로 연금술을 공부하여 국가 연금술사의 자격을 획득하고, 강철의 연금술사란 칭호를 얻게 된다. 그들은 몸을 되찾기 위해서 궁극의 연금술 증폭기인 현자의 돌을 찾지만, 그들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 백년 동안 감춰져왔던 어두운 진실과 음모였는데....”

위의 시놉시스를 보면, 주인공들인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우주의 진리(잔혹하면서 거대한 아버지 같은 우주의 진리)를 보게 됨으로 기존의 속해 있던 세계에서 ‘분리’되게 된다(분리의 단계, 구체적으로 자신의 육체로부터 ‘분리’ 당한다.) 그리고 일상 세계에서 벗어난 형제는 자신의 몸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영웅적인 모험을 하게 되는데(입문의 단계), 이러한 과정에서 형제는 세상의 어두운 진실을 발견하고 세계를 위협에 빠트리는 자들과 대적한다. 마지막으로 형제들은 세계를 구하는데 성공하고, 일상적인 세계로 복귀하는 과정(회귀의 단계)에서 형인 에드워드는 동생인 알폰스를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서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이와 같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조셉 켐벨의 영웅 신화의 구조가 많은 부분 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조셉 켐벨이 이야기한 신화 구조와 차이가 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대단히 다양하고 각각의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1970년대 ‘마징가 Z’를 시작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까지의 소위 ‘슈퍼 로봇물’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