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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하우스를 보고 있기 때문에 대기열 저멀리 밀려가버린 창성의 아쿠에리온. 사실, 작화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묘하게 병맛인데다가,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합체 장면이 거의 병맛을 넘어서 보는 사람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는 점 등으로 넘기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운받아놓고 구석에 썩히고 있는데 최근 다시 보기 시작. 그 이유는 최근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놈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군대가는 친구를 위한 술자리에서 저는 다른 친구를 붙잡고 슈로대 Z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참전작이 많은 작품인 만큼, 자연스럽게 창성의 아쿠에리온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자연스럽게 오르가즘 합체 장면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이야기를 하기를...

"그게 아쿠에리온의 주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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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즘이 주제라고?

엄밀히 이야기해서 '합체'의 오르가즘이지만;;;

그러나 더 황당한 건...



"마지막까지 보면 마지막 합체장면에서 질질 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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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치겠다.

끝까지 보는거 확정(......)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식령 제로는 동명의 라이트 노벨인 식령의 이전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 프리퀼 작품입니다. 많은 작품에서 써먹은 '퇴마'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한 작품인 식령 제로는 자칫 잘못하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작품이 될 뻔하지만, 이러한 클리셰를 탄탄한 시나리오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주 내용은 퇴마사 가문에 태어나서 사상 최강의 식령 백예를 봉인하는 퇴마사 집안 츠지미야 가에 태어난 숙명을 이어가는 츠지미야 카구라라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니의 주 내용은 '평범한 소녀 였던 카구라가 어떻게 퇴마사로 거듭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습니다.

애니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현재-과거-현재라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런 구조는 여기 저기서 많이 써먹는 구조이기도 하죠. 애니의 처음, 애니는 퇴마사 동료들을 배신한 요미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요미의 변절을 카구라는 받아들이지 못하죠.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요미와 카구라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요미는 왜 변절 하였는가? 이런 식의 질문을 시작하면서 던지는 것이죠.

초반 이후에는 카구라와 요미, 이 둘의 행복한 순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초반의 비극적인 부분을 강화합니다. 그 내용만으로는 도대체 왜 초반에 요미가 카구라를 증오하는지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 왜 증오하는지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같은 목표를 보고, 서로를 친 가족처럼 감싸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그들의 엇갈릴 이유는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파고들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파고들 틈이 없는 그 관계를 단 한순간에 반전시키고, 요미라는 인물을 타락시키면서 애니는 결말로 다다르게 됩니다.

애니가 막바지에 이를 때, 요미는 그녀의 인생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도저히 겉잡을 수 없이요.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고, 이사야마 가의 후계자를 빼앗기고, 아버지가 맡긴 사자왕을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약혼자인 노리유키가 떠나게 됩니다. 그녀의 인생을 완벽하게 박살이 난 셈이지요. 이는 모두 살생석이 요미를 더 이상 이사야먀 요미가 아닌 살생석에 이끌여 자신의 욕망대로 움직이는 괴물로 만들기 위한 책략인 것입니다. 초반의 행복했던 그녀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그녀의 비극을 심화시키죠. 그리고 그러한 책략은 그녀를 약하게 하고, 그 틈을 파고 들자는 살생석의 계략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결국, 요미는 살생석의 유혹을 못이겨 괴물이 됩니다.

그와 반대로 애니의 초중반, 카구라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것들을 없애고,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퇴마사의 의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는 그저 평범한 소녀입니다. 임무 중에 스쳐지나간 여자가 자살해서 망령이 되자 그녀를 똑바로 베지 못하고, 좋아했던 양호실 선생에 망량이 붙어서 카테고리 D가 된 것을 죽였을 때, 그녀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죠. 그리고 퇴마사인 아버지를 받아들이는데 껄끄러워 합니다.

하지만 요미가 괴물이 되고, 요미에 의해서 아버지가 죽게 되자 카구라는 퇴마사인 아버지와 자신의 사명을 이해합니다. 그것은 자신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숙명,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의무라는 점을요. 결국 카구라는 요미를 죽이고 퇴마사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요미는 그녀의 중요한 것들을 잃게 되죠. 그리고 그러한 비애와 슬픔을 짊어지게 됩니다.

식령 제로는 이러한 비극의 탄생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평범한 소녀ㅡ언니를 사랑하고, 친구와 어울리고 싶으며, 과자 먹는 것을 좋아하는ㅡ가 비극적인 숙명을 받아들이고 퇴마사가 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또한 카구라가 퇴마사가 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전과 다르게 되었는가 라는 점도 잘 보여줍니다. 요미를 베어버린 카구라에게 있어서, 요미를 베기 전과 베고 난 후의 인생은 도저히 같을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점에서 식령 제로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시나리오의 완급도 훌륭하며, 이야기에 있어서 군더더기도 없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케릭터의 행동과 그 동기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 자체로는 완결성이 없다는 점ㅡ물론 카구라가 퇴마사가 되는 동기는 설명하지만, 구미호와 살생석에 대한 이야기는 완결성이 없으니ㅡ에서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이전의 프리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따라서 식령 제로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식령 제로 때문에 원작 식령을 읽고 싶어질 정도이니 말 다한 셈이죠.

덧. 저는 Blood+가 이런 구조를 따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2.술 마시고 머리가 어질어질 한 상태에서 쓴 리뷰입니다.
좀 이상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요즘 가족들과 함께 보고 있는 미국 의학 드라마인 하우스를 보고 있습니다. 근래 만들어진 의학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레이 아나토미나 ER 같이 미국 프렌드식의 선남선녀들이 잔뜩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병과 사람의 삶이 직결되는, 사람 냄새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 좋은 거 같습니다. 특히 그러한 병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드라마 하우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케릭터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아내는 진단 의학을 테마로 다루고 있고, 당연히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우스는 천제적인 진단의학자입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의학 드라마의 정석을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하우스가 다른 드라마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우스라는 케릭터가 대단히 시니컬하고 독선적이며, 머저리같은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아편류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옆에 끼고 사는 약물 중독자입니다. 게다가 심각한 유물론자이구요.

그러한 과정에서 하우스는 항상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세를 진단해서 퍼즐 풀 듯이 해결해나가지만,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 밖에 있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바뀌려 하지 않죠. 그렇다고 그가 완전한 사이코 패스나 사회 부적응자라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드라마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또한 잘 보여주니까요. 

이와 같이 진단의학을 통해 의학 드라마와 추리물을 섞은 점, 병과 사람 사이의 관계(모든 에피소드가 그런건 아니지만;), 하우스와 일반 세계 관념 사이에서의 갈등과 하우스라는 독특한 케릭터가 가진 매력 등은 이 드라마를 훌륭한 드라마로 만들게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덧.이거 하나 때문에, 게임도 못하고 애니도 못보고, 블로그질도 못하고....
모두 다 대기열 밖으로 밀려나버린....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식령 제로


이런 느낌. 4화까지 감상했는데, 4화까지만 봐서는 도대체 왜 2화에서 그런식으로 진행되는지, 왜 1화의 훼이크 주인공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사실, 이런 현재->과거->현재 라는 구조는 여기 저기서 많이 써먹는 구조고, 잘 써먹으면 대단히 좋은 이야기가 뽑혀나오기 때문에 기대하면서 보는 중. 요즘 취향에 애니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취향도 잘 맞고, 숨어있는 작품을 찾아낸거 같은 기분이군요.

그나저나 1화 주인공들 안습 ㅠㅠ


창성의 아쿠에리온

나쁘지 않아요. 평은 별로이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적절. 은근히 설정이나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괜찮은 부분이 많고, 열혈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보기에는 괜찮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라제폰의 비주얼, 설정+열혈 로봇물이라는 느낌. 하지만 이 애니를 제 머릿속에 영구히 박아버린 합체 장면을 제외하면요(......)

기계천사 아쿠에리온은 벡타 솔, 마스, 루나의 합체로 합체 순서에 따라 3가지 바리에이션이 있습니다. 합체 장면 자체도 멋지고 괜찮았는데, 문제는 합체하는 것으로 파일럿들이 느끼는 걸 제외하면요(.....) 한 때 제 동생이 '창성의 아쿠에리온 합체 장면 작화 완전 오르가즘 작화야'라고 했는데, 이걸 정확하게 바꾸자면 '창성의 아쿠에리온 합체 장면은 오르가즘이야'로 고쳐야 합니다.

1화, 2화 합체 씬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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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합체라는 의미가 로봇 합체 말고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된 장면이었습니다. 설정상, 주인공, 여 주인공, 여주인공 오빠 이렇게 3명이서 아쿠에리온을 모는데, 표정만 본다면 3명이서 단체로 하는줄이라도 알겠습니다(.....)

하여간 아무생각 없이 보기에는 적절한 작품입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おかえり, アキユキ
어서와, 아키유키

ただいま
다녀왔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때까지,
사람은 살아간다.

여태까지 망념의 잠드를 제작한 본즈 및 자막 제작자이신 크로미트님에게
감사 말씀 올립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인 체인질링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어느 블로그에서 '밀양의 대척점에 있는 영화'라고 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는 어렸을 때 본 용서받지 못할 자(The Unforgiven)의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본적이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뭐, 같이 간 가족들은 또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의 영화라고 평을 합니다만, 저는 그 차분한 분위기가 좋더군요.

영화는 실종되었던 자신의 아이가 실종된지 몇달만에 다른 아이로 바뀌어져 돌아온 싱글맘 크리스틴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주인공인 크리스틴이 자기 자식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이 과정이 대단히 담담하게 표현됩니다. 크리스티는 대단히 극한의 상황ㅡ경찰은 그녀, 경찰에게 대들었다고 정신병원도 가고, 실종된 아들은 사실 연쇄살인범이 납치해서 죽이기 까지ㅡ에서의 감정은 담담하면서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어머니 VS 온 세상'의 대립구도를 보여주는데, 온 세상이 '그 놈이 니 아들이다 or 아들은 죽었다 받아들여라'라고 어머니에게 압박을 가하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는 내용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단히 답답한(혹은 애처로운)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심정을 신파적이지 않으면서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다른 특징은 당연 섹시 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 변신입니다. 솔직히 작년의 원티드(Wanted, 2008)를 생각하면 '이사람이 그사람인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1930년대의 능력있는 싱글맘의 모습이더군요. 부모님은 영화속 크리스틴 '안젤리나 졸리 많이 늙었네'라고 하셨지만, 저는 '안젤리나 졸리가 배우로서의 관록이 붙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군요. 영화 내에서 드러나는 배우의 오라는 단순한 분장이나 특수효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경험과 몰입에서 우러나옵니다. 체인질링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그러한 크리스틴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습니다. 특히 정신병원에서 겨우 나오고 난 뒤 자신의 자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쯤 넉이 나간 모습을 단지 버스 차장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 부분은 압권이더군요.

하여간, 대단히 좋은 작품입니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지 않으면서 자극적이지 않고, 드라마도 좋으니까요. 원래 처음 미국에 나왔을 때 꽤나 악평을 들었는데, 왜 그런 평이 나왔는지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이런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군요 ㅎㅎ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애니에 대한 잡생각

일본 애니계에 아카데미 상이 있다면 

2009 대상-망념의 잠드
2009 감독상-망념의 잠드
2009 각본상-망념의 잠드
2009 주연성우상-망념의 잠드
2009 조연성우상-망념의 잠드
2009 케릭터상-망념의 잠드
2009 작화상-망념의 잠드
2009 전투 장면 연출상-망념의 잠드
2009 음악상-망념의 잠드
2009 오프닝 & 엔딩 상-망념의 잠드
2009 평생공로상-망념의 잠드의 제작진 및 본즈 & SCE 및 PS3와 블루레이 개발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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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메카닉 디자인 상-라이드 백(????)


이렇게 줘야합니다. 올해 4월 신작 10월 신작 나오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1년, 아니 5년 내(솔직한 심정으로는 10년 내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심하니까;)에 이런 테마로 이 애니를 능가 할 수 있는 작품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본즈가 작심하고 이걸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는한 과연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올수 있는지 부터가 의심됩니다. 예전에 에우레카 7을 다 보고 난 뒤에 '이런 테마와 분위기의 작품이 일본 애니에서 다시 한번 나올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망념의 잠드는 그러한 의문을 비웃듯이 훌륭히 전작인 에우레카 7을 극복해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에우레카 7의 대척점에 있는 듯한 분위기로 에우레카 7의 거울속 쌍둥이 같다라고 생각을 하였지만, 점점 뒤로 가면 갈수록 자신의 세계나 표현법을 구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지금 거기 있는 나'와 비교하고 싶은데, '지금 거기 있는 나'를 세련되게 바꾸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아직 한화가 남아있으나, 거의 후일담적인 성격이 강한 내용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는 이번화에서 끝났습니다. 깔끔하게 여태까지 나온 모든 떡밥 처리에 성공. 이제 남은건 후일담에 얼마나 터뜨려주느냐의 문제.

그리고 罪惡業 예고 입니다. 罪惡業 5부는 스트레인져:무황인담, 罪惡業 6부는 망념의 잠드(26화 감상 후에), 罪惡業 7부는 블랙라군 순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원래는 감상예정에 들어있지 않은 작품입니다만, 어쩌다 보니 가족 극장으로 부모님과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감상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첫번째는 이스턴 프라미스)인데,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당시 1980년대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서부터 주제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까지 지금 봐도 놀랍다고 할 수 있더군요.

영화는 포르노 TV 체널을 운영하고 있는 맥스가 비디오드롬이라는 스너프(실제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영상물)를 보게 되면서 환상을 보게 되고, 그의 인생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보여줍니다. 처음 주인공인 맥스가 이 스너프 프로그램인 비디오드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비디오드롬이 대단히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대로의 이루어지는 허구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 후, 그가 비디오드롬이 극본이나 각본대로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스너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하죠. "왜 그런 모험을 하는거지? 가짜로 하는 것이 실제보다 덜 위험하고 비용이 덜 들잖아?"

영화 내에서 비디오드롬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스너프가 아니라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철학은 바로 '더 강한 자극'입니다. 즉, 스너프라는 그 살인의 기록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목적인 더 강한 자극입니다. 브라이언 오블리비언(Oblivion, 망각이라는 의미입니다.) 교수는 이를 텔레비전과 결부시켜 '텔레비전은 인간의 망막이며,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이다.'라고 암시를 하죠. 그리고 TV에서 일어나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오감과 다른 인간이 새로운 감각이 될 것이며 비디오드롬은 그러한 새로운 감각을 위한 자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인간의 새로운 자극은 인간을 실제와 환상, 이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주어진 프로그램(테이프, 비디오드롬)에 순응하는 광신도적인 인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더 강한 자극'은 주인공인 맥스의 신체와 기계의 결합으로 이어집니다(총과 손의 결합, 그리고 비디오와 인간의 결합) 애시당초부터 인간은 그러한 자극을 받아들이기에 적절하지 않으니, 그러한 자극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거기에 이러한 비디오를 위시한 새로운 매체들, 이것이 기술의 발전에서 왔다는 것과 인간과 기계의 이질적인 결합은 결과적 인간을 파괴할 수 밖에 없다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지론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계와 결합한 주인공은 처음에는 베리의 명령을 따르다가, 오블리비언 교수의 딸에 의해서 프로그램이 바뀌니까 역으로 베리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은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서 인간성이 사라지고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감각 기관과 정보 능력을 확장시키는 미디어라는 새로운 기계 감각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러한 담론이 대단히 발달하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놀라운 주제는 아니지만, 20년전 비디오라는 매체가 점점 보급되기 시작하였을 때 크로넨버그는 이러한 혜안을 가지고 기술 문명을 경계한 점은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이 무너지는 과정과 그 폭력을 자극적이지 않지만 대단히 인상깊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아버립니다. 총에서 기계가 자라나서 주인공의 팔과 결합하는 부분, 주인공의 배에 비디오 데크가 생기는 것 등은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대단히 인상깊은 장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맥스가 스스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면서 "Long Live With New Flesh"이라 말하고 자살합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성이 없어진 인간은 스스로 자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입니다. 근데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도 먹힌다는 것이 더 무섭네요.


덧.글이 너무 길어지는거 같아서 그냥 갈아엎은 글입니다. 뭔가 많이 부족한듯;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자전거 선수지만 형보다는 뛰어나지 못했고, 군대를 갔다왔더니 형이 자신의 애인을 차지하였습니다. 게다가 고향은 답답하고 따분하며 지루하며 메마른 토지밖에 없는 절망적인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는 고향을 뛰쳐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타지에서 자전거 선수가 되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전거 경주 중에 자신의 고향을 지나게 됩니다. 하필이면 그 날이 자기 예전 애인과 형의 결혼날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그는 '저 놈 잘라버려'라는 스폰서의 말을 듣습니다. 게다가 우리편을 이기게 하기 위해 도발하러 앞으로 나섰다가, 우리편은 중도탈락하고 자신이 가장 선두에 서서 후발 그룹에게 쫒기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그런 사면초가의 기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귀향을 하게 된 자전거 선수 페페의 이야기입니다.  

-이 애니의 가장 멋진점은 자전거 경주와 페페의 상황과 과거가 한데 어우러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설명드린 페페의 상황은 철저하게 페페의 외부의 관점에서 설명됩니다. 예전 고향에서 페페에게 있었던 일들을 다른 제 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서 페페의 자전거 경주 장면을 보여줍니다. 페페 자신이 과거의 있었던 일을 직접적으로 회상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있었던 일이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인물들이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페페의 심경 또한 이러하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거죠. 게다가 자전거 경주가 점점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페페가 과거에 자기보다 더 뛰어난 형에 대한 일종의 컴플랙스와 애인을 빼앗긴 것에 대한 어떤 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전거 레이스는 절정에 치닫게 됩니다. 

-안달루시아로 돌아오는 레이스에서 페페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진짜 돌아가기 싫은 그런 심정이었을 겁니다. 사실 날짜 타이밍도 안좋게 자기 전 애인과 형이 결혼하는 날에 고향으로 들어오는 레이스를 한다면 더더욱 싫겠죠. 자기가 고향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니까요. 거기에 자신을 자르라는 스폰서와 우리편을 이기기 위해서 도발하러 앞으로 나갔다가 맨 앞에 혼자 서서 온갖 레이서들에게 추격을 받게 된다면 아마 그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마치 인생에 대한 비유같이 느껴졌습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피하고 싶은 기억이나 추억이 있습니다. 페페 에게는 그것이 자기 고향, 안달루시아라는 공간이죠. 그리고 그러한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여기에 자기 인생의 최악의 순간들이 겹칠 때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냥 다 때려치고 포기할까요? 망연자실하고 대충 행동할까요? 아닙니다. 인생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못됩니다. 마치 레이스 처럼,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 닥쳐와도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페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페페의 배경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게되는 그 순간, 페페는 마지막 구간에 들어가고 애니는 클라이맥스에 들어갑니다. 마치 그의 갈등 또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듯이 말이죠. 그리고 자전거 레이스는 끝이 나고 페페는 가까스로 1등을 차지하게 됩니다.

-사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힘든 순간이 있고 그걸 극복하고 난 다음에는 그 순간은 하나의 추억이 됩니다. 페페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고향이라는 공간과 자전거 레이스라는 경험이었겠죠. 하지만 페페 자신은 고향을 버리고 자전거 선수가 되었지만, 고향은 그를 따스하게 맞아줍니다. 마치 고향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의 한 구절인 '그대를 기다리는 고향, 아무것도 없는 고향 안달루시아'처럼 말이죠. 그리고 페페는 자신의 고향과 과거를 받아들입니다. 뭐, 엄밀히 이야기해서 그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그 자신이 고향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는ㅡ애인과의 이별 후의 페페가 언덕에 오르고 나서 행동을 보았을 때ㅡ 사실 자체인 것이죠. 결국 그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순간(자전거 레이스 중의 해프닝)과 부정하고 싶은 공간(형과 전 애인이 결혼한 공간인 고향)은 그에게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아닌, 흑백 사진과 같은 추억이 됩니다.

후에 그는 계속되는 레이스 중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 자기 고향 안달루시아의 명물인 가지 절임과 와인을 맛있게 먹습니다. 뭐, 페페 나름대로의 과거와 현재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군요^^


덧.이 작품은 2003년 칸느 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나갔다는군요.
덧2. 지브리 제작의 작화 스타일이 느껴지더군요.
덧3.어떤 의미로는 대단히 향토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덧4.술마시고 리뷰쓰기는 처음이네요 ㅎㅎ;;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리뷰


(주의! 쌍둥이 백합물이 아닙니다)

1999년 건담의 창시자인 토미노 옹이 다시 감독을 맡은 건담 시리즈입니다. 칸노 요코 음악, 스타워즈 메카닉 디자인의 시드 미드, 그리고 건담의 창시자이자 디렉터인 토미노 옹 등의 드림팀이 모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턴에이 건담은 건담 중에서도 이질적인(G건담을 포함해서), 그리고 일본 애니 중에서도 이질적인 특이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계 명작 동화-건담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건담이 다른 건담에 비해서 얼마나 이질적인 작품인지는 토미노 옹이 칸노 요코에게 음악을 주문 할 때의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데,

토미노 : 남자와 여자 뒤에 숨겨져있는 그 호모라던가 레즈비언 같은 느낌을
품고있는 유전자가 암약하는 듯한 느낌의 곡을 만들어줘.

.....그거 이외에도 턴에이 건담은 대단히 특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 특유의 미형 작화에서 벗어난 듯한 작화, 팔아먹으려고 만들어낸 것 같지는 메카닉 디자인,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은 천성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적 입장, 그리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인물 설정 등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애니에서도 벗어난 듯한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동화적이면서 전설적인 독특한 애니입니다.

이 애니는 보통 건담 시리즈가 그러하듯이 반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라는 주제를 겉으로 드러내는데 있어서 크게 두가지 장치를 이용하는데, 하나는 서로 닮은 외모를 지닌 지구측의 키엘 하임과 문레이스 측의 디아나 소렐 간의 관계이고 두번째는 과거의 거대한 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하였다는 전설을 통해서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장치를 이용합니다. 특히 디아나 소렐과 키엘 하임의 관계는 '두 사람이 하나, 한 사람이 두사람'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서로의 입장-지구와 문레이스-을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사람이 디아나 소렐, 이 사람이 키엘 하임'이라고 구분 지을 수 있었지만, 점점 애니가 진행되면서 둘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어쩌면 디아나 소렐과 키엘 하임으로 대표되는 지구와 문레이스가 융합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애니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은 로랑 셰아크와 턴에이 건담이 아니라 키엘 하임과 디아나 소렐, 이 둘이라고 할 수 있죠.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작품입니다. 문제점이 있다면 너무 이야기의 완급이 없기 때문에 빠져들어가면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점 정도? 솔직히 오랫동안 보기는 보았지만, 아직까지 3/4밖에 못보았다는 점이 이런 문제점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메카닉 탈춤.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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