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게임 리뷰



*디스가이아 4 리뷰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디스가이아 시리즈 전체에 대한 리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스가이아 1, 4편 플래이 경험을 리뷰로 쓴 겁니다.


게임이 대중화 되면서 엔딩까지 소요되는 클리어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놓였습니다. 그러한 게임계의 진행 방향에 대한 반동으로 게임의 리플래이, 혹은 야리코미 요소라 불리는 게임 클리어 이후에도 파고들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요소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즉, 엔딩까지 소요되는 클리어 시간이 짧아진 만큼 게이머에게 파고들만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파고들기 요소로는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멀티 플래이 요소의 추가, 다른 하나는 엔딩 이후 싱글 플래이 요소를 확장하는 거죠. 사실 멀티플래이 요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서 게임의 파고들기 요소는 거의 무한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스크립트와 정해져있는 시스템과 달리 '인간'이란 요소는 문자 의미 그대로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싱글플레이 요소의 확장은 멀티플래이 요소에 비하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고 무엇보다 멀티플래이에 비해서는 난이도 자체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멀티는 사람에 따라서 난이도가 들쭉날쭉 하지만, 싱글 파고들기는 난이도가 오로지 위로만 올라가는 상향식일 수 밖에 없기에...) 상대적으로 싱글 플레이 파고들기를 지향하는 게임은 일본 쪽을 제외하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가이아 시리즈, 그리고 디스가이아 4는 대단히 도전적인 게임입니다. 오로지 파고들기만 가지고 게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도전한 그런 게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멀티가 지원되는 게임보다 플탐이 더 길다는 것은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갖고 있는 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더욱 무서운 것은 게임이 다양한 파고들기 요소를 지원함과 동시에 그 파고들기 난이도의 배분 자체가 너무 절묘하다 못해 예술적으로 자연스러운 경지에 다달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디스가이아 4, 혹은 디스가이아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제가 생각하기에 '무한에 도전한다'입니다. 먼저, 케릭터의 래벨이 9999까지 성장합니다. 보통의 RPG 혹은 JRPG 들이 케릭터 레벨이 최대 99까지 성장하는 것에 무려 100배에 달하는 수치며, 실제 래벨업으로 쌓을 수 있는 누적랩이 19998이라는 점도. 그리고 케릭터가 적에게 가할 수 있는 데미지의 상한선도 무려 10억, 그리고 아이템계를 이용한 아이템 강화, 아이템을 강화시켜주는 사도의 존재와 사도 합치기를 통한 사도 레벨업, 수라계, 역계적, 케릭터계, 사악 심볼 배치, 이면맵 등등 케릭터를 강화하고 파고들 수 있는 요소가 셀 수 없이 존재합니다. 한마디로, 아무도 생각치 못한 곳에서 한계를 해제(아이템, 케릭터, 레벨 등등)함으로써 게임의 리플래이 요소를 강화시킨거죠.

하지만 파고들기 요소에 비하면 게임 플래이 자체는 대단히 단순합니다. 사실상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기본 골격은 한때 일본식의 SRPG가 붐을 일으켰던 그때의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기본적인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극악한 파고들기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의 진행은 상당히 쉽고 매끄럽다는 것이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기본적인 SRPG의 골격만으로는 게임을 단조롭게 만들 수 있기에 디스가이아는 여기에 지오 이펙트라는 요소를 추가합니다. 바닥의 패널이 아군을 강화시키거나 적을 강화시키고, 그리고 블럭을 파괴하면 블록의 색깔로 변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요소죠. 실제 디스가이아 시나리오 맵들은 이 지오 이펙트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갈립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맵 이외의 아이템 계나 케릭터 계는 기본적으로 랜덤 맵 생성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실제 플래이어가 접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이렇기 때문에 디스가이아 4는 노가다와 아주 친근할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사실 플래이 타임으로만 따지면 진짜 끝도 한도 없는 게임이 디스가이아 시리즈죠. 물론 순수하게 9999를 노가다로만 찍는 것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꼼수나 노가다 팁, 공략 등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게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유일한 단점이자 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노가다 질을 하면 게임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니까요.

이번 편인 디스가이아 4편은 전반적으로 시나리오 난이도가 적절합니다. 게임 자체가 노가다와 파고들기로 점철된 게임이지만, 의외로 시나리오의 난이도 배분은 적절해서 노가다 없이 시나리오만 진행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번작의 경우에는 스토리도 나름대로 괜찮은데, 디스가이아 1편 만큼의 시나리오 완성도는 아니라도(1편 자체는 참신하기도 했고...) 4편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재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정어리 개그의 억지성을 제외하면 열혈로 흐르는 스토리(악마 주제에 열혈이라니!)가 압권인 시나리오입니다.

성우의 연기, 음악 부분은 괜찮은 느낌. 그래픽은...일단 플투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고, 분량에 비해서는 훌륭하다 할 수 있는(?) 그래픽입니다만, 역시 플삼의 능력을 뽑았다고 보기에는 미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스가이아 4의 그래픽은 게임 자체와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현세대 들어서 일본 게임들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파판 13과 파판 14로 파판 브랜드 가치가 바닥을 기는 이 시기에, 저는 디스가이아 시리즈야 말로 일본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