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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DC 게임들이 공개되었다. 하나는 배트맨 사후의 고담 시를 지키는 배트맨 패밀리들(레드 후드, 배트걸, 로빈, 나이트윙)의 이야기를 다루고 코옵이 포함된 루팅 RPG인 고담 나이트고, 다른 하나는 4인 협동 게임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락스테디가 아캄 나이트 이후 지난 몇년 동안 무수한 루머 속에서 무언가(슈퍼맨 게임, 새로운 배트맨 게임 등등)를 만들고 있었다는 루머는 있어왔지만, 4인 협동 슈터 게임을 만든다는 뉴스는 팬들이 기대하는 무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새로운 게임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시도들이었다:거대한 세계, 반짝거리는 루팅 요소들, 레벨업, 코옵까지. 모두가 근 2~3년 동안 트리플 A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요소들이다. 락스테디의 게임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던 회사는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락스테디의 장점이 '배트맨이 된다는 경험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의 게임 요소들을 퀼트처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부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소는 기존의 요소들과 상당히 '배척'된다고 할 수 있다. 배트맨은 디아블로에 나오는 케릭터들마냥 장비와 경험을 처음부터 쌓아올리는 사람이 아니다. 락스테디는 배트맨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배트맨의 관점에서 배트맨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끔 만드는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것보다 플레이어 경험에 오롯이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싱글플레이 형태의 게임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 그런 장점과 다른 게임플레이의 게임을 만드는 점은 상당히 기대가 안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비단 락스테디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크 시리즈 역시 오픈월드 게임에서 오픈월드+RPG+루팅 개념이 있는 게임으로 방향성을 전환하기도 했고, 루트 슈터(보더랜드 3나 데스티니나 실패했지만 앤썸이나 브레이크 포인트 같은)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유행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RPG와 루팅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에셋(맵이나 모션 같은)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확장한다는 프랜차이즈 개념에서 보았을 때, RPG나 루팅 개념은 기존 에셋에 검증된 매커니즘을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안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 본다면,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벌이는 촌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밀도있게 구성하는 일이었다: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이나 다크소울 같은 경우, 각각의 스테이지에 나름의 개성을 깔아두고 플레이어가 그 개성을 이해하고 스테이지에 맞는 통일적인 경험을 하게끔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전통적인 스테이지식 구성에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직선적이고 집중적이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만드는데 제작자들의 많은 숙련도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 스타일은 전통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합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오픈월드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오픈월드는 거대한 세계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오픈월드라는 공간과 게임 플레이가 정합성을 갖추지 않아도 오픈월드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오픈월드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라는 공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RPG 요소와 루팅 개념의 등장도 이 위에 얹어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RPG의 레벨링과 스텟, 스킬 등의 요소를 이용해서 플레이어가 무언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속일 수 있게 된다.

 

다시 락스테디와 WB 게임즈의 신작으로 돌아와보자:이 게임들이 아캄 시리즈에 비해서 그저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락스테디의 장점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내용이고, 루팅과 RPG 요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요소다. 최근 2~3년간의 루팅과 RPG 요소들의 대유행은 지난 5년전의 다양한 시도와 실패들에 기반하고 있다. 데스티니의 성공이 초창기 거나한 실패(판매량과 별개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이번이 첫 RPG와 루터, 코옵, 슈팅이 결합된 게임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작들은 들어간 노력과 별개로 그렇게 기대할만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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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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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드라마 루시퍼는 닐 게이먼의 샌드맨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샌드맨에서 지옥의 지배자인 루시퍼 모닝스타는 더이상 지옥을 지배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스로의 날개를 잘라낸 뒤, 지상으로 기나긴 휴가를 떠나게 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루시퍼와 닐 게이먼의 샌드맨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부분은 이 정도일 것이다:세계관도 맞닿아있지 않고, 케릭터도 새롭게 해석되어 있으며, 샌드맨과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옥의 지배자가 지상으로 휴가를 나온다면?' 이라는 짧고 굵직한 발상에서 시작한 루시퍼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먼저 언급해둬야 하는 점은 수사물 장르로서의 루시퍼는 상당히 엉성하다는 점이다:이런 수사물들은 범죄에 얽혀있는 비밀을 인물들의 능력을 이용해 파해쳐 내려가면서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한 장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루시퍼에서 범죄는 미스터리로 깊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각각의 범죄들에 숨겨져있는 이면이나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상당히 거칠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단서가 여기저기 건너뛰기 떄문에 짜임새 있는 수수깨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수사물의 범죄 해결법이 인물들의 능력(정통적인 추리든 초자연적인 능력이든)에 맞물려 있고, 그 능력이 인물들의 성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한다:루시퍼의 경우에 그 능력이란 '타인의 욕망을 밝히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욕망의 흐름대로 진행되며, 그 욕망의 흐름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루시퍼가 욕망과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되어가는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게 초점을 맞추어진다.

드라마 내에서 욕망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테마로 작용하는데, 화려한 로스 엔젤레스의 클럽이나 파티 문화, 섹스와 마약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이 드라마 곳곳에 깔려있고, 그러한 요소들의 중심에는 루시퍼라는 인물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루시퍼라는 인물을 성경이나 기독교 문화에서 등장하는 절대악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루시퍼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지옥의 지배자로 추방당했지만, 인간이 행하는 모든 악은 루시퍼나 악마들이 부추긴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행한 것이라는 것이 루시퍼의 핵심 전제다. 대신 드라마는 반항아이자 욕망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혐오하는 상처받은 인물로 루시퍼를 설정하였다.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루시퍼라는 인물을 성서가 아닌 이슈가 있는 가족에서 자라난 탕아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분명 성서와 지옥이나 신화적인 세계들(창조주와 천사, 악마와 같은)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 루시퍼는 이들이 '별개로 존재하는 규칙'에 얽메여있는 것이 아닌 '인간들과 유사한 문제들(아버지나 형제 문제 같은)'을 통해서 성서와 다양한 신화속의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핵심은 살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루시퍼와 클로이 데커의 관계나 린다 박사와 정신과 상담 등의 변화 과정이다. 첫 시즌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마력이 통하지 않는 클로이 데커와 자기 위해서 노력하는 루시퍼가 점차 변화해서 자기 혐오와 이기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여기서 루시퍼 역을 맡은 톰 앨리스의 연기가 두드러지는데, 첫 시즌의 매력적인 조증 환자였던 루시퍼에서 점차 클로이 데커라는 인물에게 마음을 열고 나름 진중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공포를 조종하고 루시퍼에게 콤플랙스를 심하게 가진 쌍둥이인 미카엘까지 연기폭이 상당히 넓게 잘 소화하였다.

결론적으로 루시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히 근본없는(?) 재해석이긴 하지만, 무난하게 아무 생각없이 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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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맥베스 5막 5장, 셰익스피어

 

개인적으로 드라마라는 대중 문화 장르에 대한 감상평은 꺼리는 편이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짜임새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작품이다:초기에 짜여진 콘셉트와 각본들은 해가 바뀌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폐기되고 변질되기 십상이고, 배우들의 계약 문제와 인기로 인한 급작스러운 종영과 원치 않게 늘어나는 이야기 분량들 등등은 이야기의 구심점을 흐트려뜨리고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되게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핵심적인 테마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욕망'일 것이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이 관철되기를,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욕망의 해소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를 희망한다. 아무리 이야기가 망가지고, 배우가 바뀌고, 갑작스러운 종영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드라마라는 대중 문화 장르가 나름의 일관성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레이킹 배드는 본인을 놀라게 만든 드라마였다. 일반적인 드라마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야기가 너무 커져서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지거나, 원래 갖고 있었던 결함이 두드러지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시즌 1에서 시즌 5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일관된 테마와 주제(욕망과 도덕)를 갖고 있고, 더 나아가서 이야기와 사건의 흐름에 따라서 인물들의 변화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기 떄문이다. 

브레이킹 배드는 여러 의미에서 프란시스 코폴라의 '대부'와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범죄와 가족, 도덕, 관계의 파국 등등의 테마를 두 작품은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눈여겨 봐야할 점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 아니라 '차이점'일 것이다. 

대부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왕국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 한다. 어떻게 왕이 왕위에 등극하였는지(대부 1편), 왕국을 지켜냈는지(대부 2편), 그리고 후계자에게 왕위를 물러주었는지(대부 3편)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대부의 서사다. 그리고 대부의 이야기에서 가족은 중의적 의미(실제의 가족과 범죄 조직으로서의 패밀리, 가족)를 띄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 가정사(결혼식, 문제를 일으키는 형제, 별거, 세례식 등)는 이야기의 외연과 내연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대부는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거대한 고전 서사의 일부가 된다:원치 않게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의 이야기는 급작스럽게 왕위를 이어받은 왕자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에게 상처입히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인생사에서 접하는 이야기의 연장선이자 왕위를 지키기 위한 폭군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대부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사람이 살면서 접하는 삶의 변곡점들이 범죄와 도덕이라는 테마 아래 고전적인 서사와 결합하여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서사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범죄와 도덕, 가족이 함께 결합되었기는 했지만 그것이 거대한 서사의 일부(범죄 왕국의 운영)가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초점이 잡혀있다. 대부에서 마이클이 아버지의 자리를 원치않았지만 억지로 떠맡고 그 과정에서 서서히 도덕적으로 망가져갔다면, 브레이킹 배드에서 월터는 전적으로 자신의 욕망에 따라 나락으로 떨어진다. 브레이킹 배드의 이야기는 그 욕망이 어떻게 더 거대해지고, 더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모든 것을 망가뜨려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알레고리와 연결되어 있던 대부와 달리, 브레이킹 배드의 욕망들은 전적으로 '현실적'이다:브레이킹 배드는 월터가 가족을 위해 돈을 남겨주기 위해 시작되었고, 매 시즌마다 그 욕망이 구체적인 숫자(자식의 대학 자금, 가족의 병원비, 차의 구매 등등)으로 거대해진다. 브레이킹 배드의 이야기가 일견 허무맹랑한 흐름처럼 보일지라도,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손에 잡힐만한 욕망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망에 따라서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들도 마약과 범죄라는 소재를 때어놓고 본다면 일상생활에서 접할만한 이야기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가 대부의 마이클과 서로 대척점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월터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동인이 욕망에 놓여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충동적으로 행동(예를 들자면, 제시를 구하기 위해 거스의 부하 마약상 둘을 차로 받아버리고 쏴죽인다던가)함으로써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 거스가 월터를 평가하였듯이, 그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치밀하지 못하다. 오히려 20년 동안 마약 제국을 운영해왔고 스스로를 절제하며 살아온 거스가 대부의 마이클에 가깝다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거스가 죽는 순간이 그의 억눌러온 '욕망'-자신의 친구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이 가장 두드러진 순간이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브레이킹 배드와 대부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맥베스와 리어왕에 맞닿아있다. 둘다 비극이지만, 그 비극의 스케일과 초점이 다르다. 리어왕은 가족으로 인해서 고통 받고 파멸한다는 점에서 대부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관계망에 의해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서 광기에 빠지고 파멸한다는 점에서 맥베스에 맞닿아있다:맥베스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간이었지만, 제왕의 능력을 지니지 못했고, 왕이 되고자하는 스스로의 욕망에 짓눌려서 비극을 만들어내었다.

브레이킹 배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월터 화이트를 이해해야 한다. 월터라는 인물은 욕망이라는 동인에 의해서 움직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월터는 단순히 죽음의 앞에서 돈이 급해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다. 월터의 욕망은 가족에게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고, 가족에게 무언가(존경받는 아버지, 좋은 동서, 좋은 남편 등)가 되고자 하고, 무엇보다 잘 하는 것을 하며 최고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월터 화이트 본인의 관점에서 관철되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욕망들이다. 거스가 죽은 후, 스카일러에게 월터가 정상적인 가족을 요구하는 모습들이나 자신의 계획을 위해 어린아이에게 독을 먹이는 모습 등은 월터라는 인물의 이기적이고 잔인함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월터 화이트가 이기적인 욕망을 내려놓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 때는 조력자인 제시 핑크맨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자신의 제자이자 동업자인 제시 핑크맨은 월터 화이트의 악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돕지만, 이들의 관계는 점점 나락으로 빠진다. 흥미로운 점은 제시가 생각하는 월터와의 관계, 월터가 생각하는 제시와의 관계는 서로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제시를 월터가 이용한다는 점은 전제는 공통이다. 하지만 월터가 자신을 단순하게 조종하고 착취한다고 생각하는 제시와 달리, 월터는 제시와의 관계에서 유사 부자 관계를 느낀다. 그러나 가족에게 자신의 범죄를 숨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나 잘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월터는 제시와의 관계를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 

월터와 제시의 관계는 일종의 '나르시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월터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모습, 성공해서 돈을 버는 모습, 생존하기 위해 동고동락 모습 등등의 다양한 모습을 제시에게 투영하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에서 제시에게 최선을 선택하여 제시를 조종하려 한다. 하지만 제시가 자신의 예측과 다른 형태로 행동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특히 마지막 시즌에서 제시가 행크와 협력해서 월터를 몰아붙이는 걸 알아채는 부분), 가족과의 관계보다 월터와 제시의 관계가 더 깊은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브레이킹 배드가 훌륭한 점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중산층이 맞딱뜨리는 일상적인 장면들과 엮어서 영상을 잘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도입부의 영상들이 그 화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요한 소재라는 점, 그리고 현란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들 없이 극을 끌어가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만하다. 이러한 강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못느끼고 공허함을 느끼는 제시의 방탕한 삶을 파티 문화나 게임, 음악 등의 다양한 대중문화와 교차하여 직조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피상적인 인용이 아닌 피폐해져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대중문화를 엮어내는 장면에서 브레이킹 배드는 서사 뿐만 아니라 영상과 연출 측면에서도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결론적으로 브레이킹 배드는 드라마라는 매체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즌 5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나의 짜임새 있는 모양새로 드라마를 만든 것도 충분히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지만,  그 짜임새가 범죄와 도덕, 중산층, 대중문화, 사회의 흐름을 모두 함께 엮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렇기에 브레이킹 배드는 드라마를 본다면 꼭 봐야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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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은 20년 중반을 지나는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과 대규모 격리 등은 사회와 경기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안받거나 명백히 '득을 보는' 흐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 배달이나 택배 등 외부 공간이 아닌 집이라는 환경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산업들일 것이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음식 배달업이나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작년 대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쿠팡 같은 경우 급격한 성장과 기업의 명과 암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이 요즘 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다.

 

물론 기업들이 이러한 단어에 꽂혀서 트렌드 장사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코로나의 영향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쿠팡이나 음식배달, 택배 등등의 산업 역시도 기존에 존재하던 수요가 외부 효과로 인해서 늘어난 것이고, 이전부터 꾸준한 수요로 자기 자리를 확고한 분야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으키는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코로나는 새로운 수요와 산업의 발굴이 아닌 기존의 산업 내의 요소들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흥하고 있는 음식 배달 산업 같은 경우를 보자. 이전에는 이들이 기반하는 산업은 외식 산업이었고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나 외식 산업 전반을 보조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사람들이 배달을 통한 외식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배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벤트가 되었다. 이 학습을 통해서 사람들은 소비 패턴이 바꾸었고, 사람들은 점포라는 공간보다도 외주화된 배달 인프라와 플랫폼의 형태로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변한 소비 패턴이나 산업 구조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코로나의 대유행이 장기화되어 시장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크긴 하지만, 기존에도 있었던 잠재성(충분히 흥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을 발휘할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학적 변화의 역치를 낮추는 역할로 코로나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나 취미활동 기준에서 코로나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흥미롭게도 여타 산업군이 코로나로 인해서 급작스러운 변화(여행 관광산업의 몰락, 배달과 택배 등 집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급부상)를 맞이한 것과 달리, 게임 산업은 그 여파가 겉으로는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2020년 게임계는 조용한 편이다. 몇몇 게임들은 발매가 연기되었고, E3는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2020년 게임계가 조용한 것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PS4와 XBOX ONE 다음 세대의 콘솔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도 이렇게 중간에 낀 세대들은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을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는데, 큰 회사들의 역량이 모두 다음 세대 게임을 만들거나 마케팅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게임 산업 자체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먼저 수요 자체가 성장한 것이 있다:일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닌텐도는 3월 동물의 숲 신작을 출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서 스위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기할만한데, 이 열기는 국내에서 스위치 품귀 현상을 오랫동안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상반기의 게임들 중에서 동물의 숲 신작 만큼의 성공을 거둔 게임이 소니나 액스박스 진영 쪽에 없어보이긴 하지만, 상반기에 특기할만한 이쪽 콘솔의 게임들이 '거의 없었다' 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수요 관점에서의 성장을 제외한다면, 산업과 개발 관점에서는 재택 근무 이슈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 이것이 소비를 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몇몇 소소한 이벤트들에 이 재택 근무 이슈가 영향을 크게 끼치기도 하였다:일례를 들자면 닌텐도의 스위치 라인업 공개 및 게임 개발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루머에 의하면 닌텐도는 타회사에 비해서 재택 근무와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타 게임회사에 비해서 상당히 늦었다고 알려져 있었고, 실제 동숲의 성공 이후 신형 콘솔 발매까지의 공백을 스위치가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점을 잃은 것이 닌텐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를 잃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소 흥미로운 '변화'들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게임 산업과는 조금 '엇나간'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취미나 산업들(미니어처를 만들거나 보드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 취미활동이나 Paetron 같은 후원 활동 등)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접촉이 어려운 미니어처 워게임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게임 자체가 하기 어려운(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워해머 40k의 새로운 판본의 한정판인 인도미투스가 유래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러 해외 리테일 샵의 증언이나 한정판이 전세계적으로 모자라서 MTO 형식으로 주문 생산까지 하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 점까지)이 그러한 변화의 주요한 예라 할 수 있다.

 

물론, 미니어처 워게임에서 일어난 일이 비슷하게 비디오 게임에서도 일어난다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두 분야는 어느정도 겹치긴 해도 서로 명백하게 다른 수요층과 소비 패턴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서브 컬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둘은 큰 틀에서 가족과도 같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이런 점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러한 현상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트리거를 당길만한 큰 사건이나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형 콘솔의 발매'라는 이벤트는 코로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고, 역대 콘솔 런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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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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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파 크라이 6가 2021년 2월 발매 예정으로 공개되었다. 이번 6편은 가상의 열대 국가를 배경으로 독재자 악역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한다. 6편의 설정은 사실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설정이고 발상이다. 이미 4편의 구도(독재자 페이건 민과 저항 세력들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직접적으로 써먹은 부분이고, 2편(아프리카)과 3편(태평양의 섬들) 모두 직접적으로 열대 지방을 다룬 적이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전 작품들을 상기하게 만드는 구조가 파 크라이 6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파 크라이 시리즈는 의식적으로 시리즈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계속해서 배경과 테마를 바꿔왔다. 그 속에는 게임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라는 근본적인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시리즈는 처음 크라이텍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비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고 2편을 만들면서 우리가 아는 '파 크라이'가 초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파 크라이 2는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3편 이후)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실험적인 특징들을 많이 갖춘 게임이었고(총기 자체도 소모품이었다던가 등), 몇몇 부분은 지금의 파 크라이 시리즈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가 대중화 된 파 크라이 3부터였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점으로는 1편과 2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활이라는 무기 체계가 등장한 것이었다. 이 활이라는 무기는 파 크라이 3의 특징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무성무기에 머리를 맞추면 적을 한방에 보낼 수 있어서 초반에서 중후반까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곡사 무기이기 때문에 항상 적과 플레이어의 거리를 계산해야했었다.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으로 맵과 공간에 대해서 인지하고 행동하게끔 만들었다. 또한 적 초소 공략 같은 경우 정교한 스테이지는 아니었지만 플레이어와 적을 다양한 축적의 공간에 배치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었다:플레이어는 원거리에서 탐색하고 저격하며 상대를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적의 사각에 숨으면서 근접해서 한 놈씩 죽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반적인 아레나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듯이 정면 돌파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파 크라이 3의 구조(다양한 축적과 플레이 방법을 지닌 오픈월드 스테이지의 구조)가 콘탠츠와 시스템의 확장 측면에 있어서 대단히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파 크라이 시리즈, 아니 FPS의 전제는 총기라는 도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총기의 사거리가 최소 몇백 미터 단위라는 점이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현실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플레이어는 시야만 확보된다면 몇백미터 바깥에 깨알 같이 보이는 상대방을 저격총이나 소총으로 하나씩 처리할 수 있고(물론 탄도와 낙차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쪽은 시간이 걸리지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상대가 시야에 나올 때까지 포지션을 고수해야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는 방법이다. 

 

총기의 전능함 문제가 두드러진 오픈월드 게임의 예시는 다른 게임이지만 파 크라이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먼 친척인 브레이크 포인트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근접해서 적과 싸우는 것이 상당히 리스크가 크고, 체력 회복 등에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난전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드론으로 최대한 태깅을 한 후, 무성 저격 소총 등을 이용해 적을 하나씩 제거한 뒤, 도저히 처치 불가능한 적들은 직접 돌입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정은 가장 확실하지만 지루한 방법이고, 무언가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판단과 전략, 순발력이 들어가기 보다는 단순한 노동+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는 불편함의 결합이었다.

 

파 크라이 3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 단순하게 풀어내는데, 1)초중반 무성 무기 자체를 활만 준다, 2)소음기 단 저격총을 쉽게 주지 않는다 3)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최대 소지 탄약수가 제한된다 였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근-중거리 무기(활과 권총, SMG, 최악의 경우에 쓸 수 있는 돌격소총 까지)를 선택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게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적을 헤드샷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소음기 단 저격총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게임의 노력이 무색해질정도로 게임이 쉬워지기 시작한다:시야가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적들을 저격총 하나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문제는 이러한 만병지왕 총에 대해 게임 매카니즘 상 그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격소총 뿐만 아니라 돌격소총에 소음기를 달 수 있게 해서 잠입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나(4편 이후), 들고 다니는 탄환의 양이 점차 증가한다든가, 휴대용 유탄발사기가 권총 카테고리로 들어온다든가,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이 늘어나는 등(4편에서 경기관총이 좋아지는 점 등)이 그러했다. 심지어는 5편은 굳이 활 같은 무기를 사용할 필요 없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게임은 파 크라이 3의 활이라는 기믹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활이라는 병기가 갖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파 크라이 3 이후 활은 개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활의 기믹을 이어받는 다양한 무기들이 추가되었다. 4편에서는 반자동 석궁이, 5편에서는 새총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파 크라이 3편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충격이나 게임 플레이에 유화된 모습은 3편 이후 찾아볼 수 없었다.

 

파 크라이 3 이후의 파 크라이 시리즈는 3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가 이미 3편에서 끝나버렸는데도 계속해서 그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다. 여전히 게임은 다양한 축적(전초기지를 공략하는데 원거리에서 저격을 하거나 근거리 암살로 풀어나가는 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스테이지의 축적 구조 자체가 본질적으로는 3편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고, 게임은 총기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그러한 축적을 '무화'시키는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 크라이 3가 잘 만들어진 틀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0년 가까이 콘탠츠를 구성하는 구조(전초기지 해금 같은)만 고쳤을 뿐이다. 어크 시리즈가 위처와 같은 RPG를 밴치마킹하면서 어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파 크라이 6편, 더 나아가 시리즈 자체에 필요한 것은 3편이라는 모델을 포기하는 '용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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