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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아들 ‘피터’와 딸 ‘찰리’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내는데…(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그리스 비극의 핵심은 비범한 인물이 신들의 시기와 질투를 사 피할 수 없는 파멸을 맞이하는 것이다. 극 중에 나오는 아킬레우스의 파멸을 보라:그는 온갖 불길한 전조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아갔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잃는 파국을 맞이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한다:만약 아킬레우스가 자신이 향해가는 파국의 결과를 알았다면, 혹은 그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더라면 그 비극은 과연 덜 비극적이었을까?

 

유전은 일반적은 호러영화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에는 호러 영화 장르 특유의 점프 스케어가 거의 없다. 영화는 차분하고 불길한 시선으로 한 가족이 어떻게 기이한 파멸을 맞이하는지를 다룰 뿐이다. 몇몇 관점에서 본다면, 유전은 공포 영화보다도 그리스 비극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가족들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가해한 징조들을 목도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지 않으며 심지어 파멸을 스스로 실현(강령의식을 하는 등)한다. 오히려 공포 영화를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가족들이 참으로 답답(?)하다고 느껴질 부분도 많다.

 

하지만 역으로 접근해보자:어째서 이 가족은 파멸에 도달하는가, 혹은 파멸에 도달할 수 밖에 없을까? 고대 그리스 비극의 핵심은 무엇을 해도 파멸할 수 밖에 없는 영웅의 운명(일리아드의 아킬레우스 같이)이었다. 그리고 유전에서 공포의 핵심은 점프 스케어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멸을 피할 수 없다'라는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메세지의 한 가운데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있다.

 

애니가 처음 모임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관객들은 그녀의 가족사가 광기와 죽음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울증으로 굶어죽은 아버지, 해리감 정체 장애로 오랫동안 고통받다 죽은 어머니, 정신분열증으로 자살한 오빠, 기이한 행동을 하는 찰리와 몽유병을 겪는 자신까지, 자신의 가족 핏줄 속에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인상을 준다. 정신병력이 환경과 유전의 영향을 강하게 받긴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그런 '과학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유전의 핵심은 불길한 이미지들이 서로 유추되어 파멸의 연쇄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보는 것은 '가족은 서로 닮는다'라는 오래된 명제가 숨어있다. 영화 유전에서 이 명제는 연역이나 귀납이 아닌, 유비추리(서로 비슷한 명제들을 통해서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의 영역이다. 애니가 빠지는 가족의 내력에 대한 집착와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행동들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머니가 찰리와 피터에게 했었던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정신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애니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자신에게만 보이는 명백한 사건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논리적인 개연성을 가진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불길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면서 애니의 광기를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애니의 광기는 그리스 비극과 분명하게 다르다:그리스 비극의 핵심은 영웅이 파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그렇듯이,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은 그가 아무리 발악하고 노력하더라도 자신의 어머니와 동침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전에서 가족의 파멸에 집착하여 점점 미쳐가는 애니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비범하지도 않고,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정도일 뿐이다. 바로 이 부분이 유전을 공포 영화로 만드는 부분이다:가족에 대한 집착과 주변 환경에서 보여지는 불길한 이미지와 징조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마치 특별할 것 없는 모든 것들이 일상을 옥죄어오며 파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유전은 점프 스케어나 끔찍한 이미지 없이도 두려운 공포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연출관점에서 본다면, 유전은 이를 독특한 카메라 연출을 통해서 이루어낸다:마치 정물을 다루는 듯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 속의 세계를 불길한 시선으로 관조한다. 그리고 애니의 직업인 미니어처 조형사라는 점은 유전의 카메라 연출을 독특하게 변주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동일한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니어처들을 카메라는 고요하게 관조하고 들여다본다. 마치 똑같은 일이 다시금 반복되고 일어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는 극 내에 동일한 상황을 복제하여 이것이 단순한 장면이 아닌 불길한 서사의 일부인 것처럼 구성을 한다. 

 

결론적으로 유전은 독특한 공포영화고, 단순하 불길함만으로 이야기와 공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하게 보여준 사례라다. 공포 영화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충분히 즐길수 있고,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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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죽을뻔 했네요...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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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올 7월 닌텐도 스위치 독점으로 발매가 된다. 코에이 테크모의 팀닌자, 닌텐도, 마블의 조합은 10년전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물론 닌텐도와 팀닌자의 협업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파이어 엠블렘 무쌍과 젤다 무쌍이라는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블이 한때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던 액션 RPG 프랜차이즈를 10년만에 부활시키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게임 인포머 6월 커버 이슈에 따르면 닌텐도는 스위치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에 마블을 찾아가 스위치 기기를 시연하였고, 마블은 스위치가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스위치 독점으로 3편을 내는 것을 허가하였다고 한다(리셋에라 6월 커버 이슈 요약)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도대체 스위치의 어떤 점이 마블에게 죽었다고 판단되던 프랜차이즈를 살리겠다는 결심이 들게 했을까? 마블의 표현에 따르자면 '스위치야 말로 얼티밋 얼라이언스 3에 적합한 플랫폼이다'라는 판단이 들었기에 스위치 독점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심에는 게임 자체가 코옵에 특화되어있는 게임이라는 마블의 생각이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액션 RPG지만, 케릭터 개개인의 능력은 다소 단순하다. 하지만 4명의 케릭터를 번갈아가며 조종하거나 4명의 케릭터 조합에 따라서 팀에게 버프를 주는 등, 케릭터의 "관계"에 많은 게임 시스템과 기믹을 부여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4명의 플레이어가 호흡을 맞춰서 싸우는 협동 플레이는 이미 전작들에서도 있었다. 

 

마블이 스위치에 끌렸던 점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유롭게 코옵 플레이가 가능하다'라는 스위치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그리고 여기에 닌텐도와 마블이 코에이 테크모와 팀닌자를 끌어들인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팀닌자가 닌텐도와 협업하여 만들었던 무쌍류 게임들은 "무쌍이되 무쌍스럽지 않은" 독특한 게임들이었다. 팀닌자는 젤다 무쌍에서는 케릭터와 무기에 따라서 게임 템포를 완벽하게 다르게 만들었다던가, 파엠 무쌍에서는 기존 시리즈의 무기 상성 개념을 무쌍에 적절히 배합하여 기존 무쌍에서 가질 수 없었던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인왕이라는 성공 등을 통해 팀닌자는 액션 게임 장르를 재해석하고 만드는데 탁월한 센스를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동시에 팀닌자와 코에이 테크모가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게임이 무쌍류(단순히 버튼을 눌러서 수많은 적을 두들겨 패도 게임이 클리어 가능한)에 가까워서 게임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지지 않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들을 통해서 보았을 때도, 실제 게임은 무쌍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수많은 적들과 최대 4개의 스킬을 버튼에 배정하여 복잡한 조작없이 쉽고 간단하게 액션을 할 수 있게 만든 점, 보스나 미니 보스 같은 적들에게 경직을 먹여서 스턴 상태를 만든다던가 등의 플레이는 이미 무쌍에서도 많이 봐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전제가 되는 것은 "무쌍은 액션 게임으로써 단순하고 깊이가 얕다"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무쌍 시리즈는(팀닌자가 만들든, 오메가포스가 만들든) 기본적으로 공통 플레이 틀은 공유하지만(일기당천, 간단한 조작 등)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젤다무쌍이나 파엠무쌍은 말할 것도 없고, 무쌍 오로치 3나 건담무쌍 등은 작품 기믹에 맞는 새로운 게임 시스템으로 무쌍이라는 기반에 변화를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무쌍류의 변화는 진격의 거인 시리즈일 것이다:게임의 큰 틀은 무쌍에서 차용하였지만, 거인을 공략하는 와이어 액션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무쌍 게임, 아니 그 어떠한 액션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였다.

 

기본적으로 무쌍 시리즈는 단순한 것에 새로운 기믹을 배합하여 항상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던 시리즈였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이런 점에서는 얼티밋 얼라이언스가 코에이 테크모가 드리운 무쌍의 그림자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팀닌자는 닌텐도와의 협업을 통해서 원작을 살리면서 무쌍을 새롭게 재해석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티밋 얼라이언스 3가 보여주는 게임 플레이는 무쌍의 특성들(많은 수의 적들을 간단한 조작을 통해 쓸어담는 것)을 찾아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 작품들의 계보도 충실하게 이어나간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3편은 2편에서 등장한 퓨전 기술을 시너지 공격의 형태로 이미 차용하고 있다. 두명의 케릭터가 서로 스킬을 결합하여 광역으로 적을 쓸어담거나 메즈기를 건다는 발상은 전작들처럼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 구조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시리즈 전통의 팀 조합에 따라 버프를 준다던가 등의 요소는 이미 게임 내에서 충실하게 구현된 것으로 보여진다.

 

종합해보자면,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1편과 2편의 계보를 이어가되 여기에 팀닌자와 무쌍의 테이스트를 가미한 게임으로 보여진다. 게임 플레이를 해보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겠지만, 큰 틀에서 게임 플레이는 많은 부분 기대된다. 다만, 게임 특성상 본질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하나 있다:기본적으로 얼티밋 얼라이언스는 케릭터들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게임이고, 케릭터들간의 스킬 결합이나 조합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핵심인 게임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플레이할 때, 이 게임이 얼마나 잘 작동하지 예측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다:혼자서도 시너지 공격을 쓸 수 있을까? AI가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그저 두드려 맞지 않을까? 물론 전작들도 기본적으로 싱글플레이 시, 케릭터를 바꿔가면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블 얼티밋 얼라이언스 3는 케릭터들의 조합과 협업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싱글 플레이보다는 코옵 플레이를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싱글플레이 경험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지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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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몸이 안좋아서 당분간 요양합니다.

 

덕분에 게임하고 글쓸 시간이 늘어나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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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오랜 침묵을 깨고 보더랜드 3가 2019년 9월에 발매가 된다. 사실, 1편이 발매되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성공할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보더랜드 1편은 전반적으로 현대적 개념의 트리플 A 게임들이 시장에 정착하는 시절에 나왔던 일종의 실험작이었다:게임에서 스토리 텔링은 많은 부분 의미가 없었고, 당시 나왔던 게임치고는 맵 디자인 부분도 많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독특한 아트스타일을 자랑하긴 했지만, 1편의 성공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게임플레이는 소비자에게 먹힐만한 요소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12년 2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1편은 450만장을 팔면서(위키피디아 링크)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보더랜드 2라는 작품은 모범적인 후속작이었다. 전작에서 부족했었던 스토리나 배경에 다양한 색체를 더하고, 거기에 총기 브랜드별 특색을 가미하는 등 전작의 콘텐츠를 충실하게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초회차 플레이 이후, 케릭터들 간의 성능 편차가 심각해지는 점, 부조리한 콘텐츠의 난이도 등등 게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엄청나게 팔렸고(1300만장 정도), 프리시퀼과 테일즈 오브 보더랜드와 같은 스핀오프들이 발매되면서 보더랜드는 게임 시장의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였다.(위키피디아 링크)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보더랜드1편과 보더랜드 2는 최근 게임 시장 트렌드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를 제기한 게임이었다. 디아블로와 같은 아이템 루팅이 게임 플레이의 동력이 되는 장르가 어떻게 메이저한 FPS/TPS에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르 문법을 처음으로 확립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바로 "생성되는 총기들마다 총을 쏘는 감각과 운용법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기존 루팅 게임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스킬과 능력치에 영향을 주어 게임 플레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었다면, 보더랜드 시리즈는 루팅 게임에서 '평타'라 할 수 있는 총기에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에서 총을 모아야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헬게이트 런던과 같은 작품들의 계보도 다루어야 겠지만, 적어도 트리플 A 게임들이 교과서로 삼는 게임은 보더랜드 시리즈라는 것이 확실하다:다양한 총기를 주워서 강해지고, 스킬은 자주 사용되지는 않되 총기로 풀어나갈 수 없는 부분을 공략하는 보조 역할로, 더 나아가서 근접공격이 다양한 아이템과 스킬의 영향을 받아서 속성 자체가 달라지게끔 만드는 방식은 보더랜드 시리즈에서 기용된 것이었다. 그리고 데스티니 시리즈와 디비전 등과 같은 게임들은 보더랜드의 게임 방식을 몇몇 부분을 명백하고 차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2012년에 발매된 보더랜드 2는 2014년에 발매된 데스티니나 2016년에 발매된 디비전보다도 훨씬 나은 게임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사격을 했을 때, 생성된 총기들의 차이를 잘 살려낸 것은 보더랜드 2만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스티니와 디비전의 경우, 보더랜드 2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방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총을 던져서 재장전하고 수류탄처럼 써먹는 브랜드라던가, 서부시대 영화 마냥 패닝을 하는 브랜드라던가, 쏠 수록 집탄율이 올라가는 브랜드라던가, 각각의 총기 브랜드들이 명확한 특성을 갖고 있었고 또 그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총기가 생성되기 때문에 결코 "같은 총을 두번 쓰지 않는" 그런 게임이었다.

 

물론 디비전이나 데스티니의 경우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다:MMO슈터를 지향하는 만큼, 게임플레이 경험 자체가 보더랜드(더 많은 총기를 모으는 것)와 동일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아이템 루팅이 플레이어 성장 곡선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는 게임이라면, "아이템을 구하는 것에 따라서 게임 플레이 역시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보더랜드가 증명해낸 셈이다. 금번에 나올 보더랜드 3 역시도 이러한 명제를 더욱 확대 심화한 것으로 보여진다: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모딩이나 2차 발사 모드 등 전작에서 좋게 평가받았던 부분들을 양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총을 쏘면서 총을 모으는 게임' 중에서는 여전히 보더랜드 시리즈가 최고의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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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템포를 조금씩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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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격투 게임은 한 때 오락실을 지배하였던 장르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서는 많이 쇠락한 장르다. 오락실 및 아케이드 문화의 몰락, 콘솔 시대의 도래, 승패가 극단적인 장르 특성,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고유한 문법 등등 격투 게임 장르는 게임 문화의 대중화와 동떨어진 장르였기에 자연스럽게 쇠락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 들어서 격투 게임들은 과거의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어올리며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신드롬처럼 신흥 프랜차이즈가 등장하여 장르 전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프랜차이즈들이 재발견되고 재해석되면서 신작들도 꾸준하게 나왔다. 과거의 영광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만큼 격투 게임에 입문하기 좋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물론 격투 게임 장르의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제작사들이 많은 노력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대전 이외에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던가(예시:모탈컴뱃 X의 일일 타워 콘텐츠 및 Test Your Luck, 팩션 워 같은), 기존의 전통을 재해석해서 단순화 시키는 등(예시: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강제연결이 쉬워진 부분이나 최근 아크 시스템 워크 게임에서 나오는 스마트 콤보 같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을 설명하기는 힘들긴 하다. 분명 격투 게임은 장르 문법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그 변화가 일어났는지 대중이 어떻게 인지한단 말인가? 장르를 즐기는 내부의 커뮤니티에서는 분명히 인지할 수 있어도, 장르를 입문하는 유저들에게는 허들이 내려간 부분이 크게 와닿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격투 게임 장르의 입문 허들이 내려갔기 때문에 격투 게임 장르가 중흥을 맞이했다"로 접근하기 보다는 "격투 게임 장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입문을 유도하고 있다"로 접근해야지만 설명을 할 수 있다. 아케이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격투 게임은 보는 맛이 있는 장르였다:콤보로 화려하게 상대를 농락하며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불리한 게임을 뒤집어 엎는 등 난이도와 별개로 짧은 시간 동안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게임 장르가 격투 게임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커뮤니티"가 존재했었다. 옛날에는 오락실마다 전설같이 내려오는 고수들이 꼭 존재했었고, 잘하는 사람들의 대전은 오락실에 놀러온 사람들이 잠시 게임을 멈추고 지켜보게 만드는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또한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내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정보와 공략을 공유하고,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고 육성하였다. 요즘 같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튜토리얼도 존재하지 않고, 혼자 연습할만한 공간이나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 오락실 시대에 격투 게임이 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커뮤니티가 그러한 역할을 대신해서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락실 문화의 쇠퇴와 콘솔 시대로의 이행은 필연적으로 격투 게임 장르의 쇠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오락실이란 지역적, 물리적인 환경이 사라지면서 신규 유저 유입이 자연스럽게 끊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배우기에는 게임은 어렵고 사람을 초대해서 TV 앞에서 하기에는 제약이 많았으며, 자신이 잘하는걸 자랑하기에는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격투 게임 장르 특유의 드라마틱함은 묻히게 되고, 장르 특유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보급되면서 격투 게임은 다시 각광받게 된다. 요컨데 오락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제공하던 사람을 만나는 기회와 커뮤니티의 제공이 인터넷이라는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잘하는 사람의 대전 영상을 찾아보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또한 E스포츠 라는 개념, 특히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스타 격투 게임 플레이어들을 양산하기 시작하였다:소닉 폭스나 MK레오, 제로, 우메하라 다이고 같은 인물들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것도 환경의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렸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들의 플레이는 사람들이 격투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격투 게임은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대세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제작사들이 과거 작품들의 성공을 재해석해서 시스템들을 재정비하고 있기도 하고,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플랫폼에서 입문자들을 위해서 충분한 설명과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격투 게임 장르의 중흥은 게임 문화가 게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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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프롬소프트는 90년대부터 킹스필드와 같은 게임들을 만들어온 일본의 중견 게임 제작사였으나, 근 10년 간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가 되었다. 프롬소프트의 명성은 도전과 패배, 성취감을 얻어내는 구조를 게임에 녹여내는데서 비롯되었다: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고전 게임들의 학습 구조(불친절함, 능동적인 실패와 시도, 관찰을 통한 학습, 이를 통한 극복)의 재발견이었다. 물론 프롬 소프트는 단순히 불친절한 게임을 만들지 않고, 독특한 기믹의 멀티플레이(다른 플레이어의 사인을 확인하거나 플레이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잔상, 코옵, PVP 등)를 도입함으로써 게임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2010년대 게임계를 뒤흔든 주제의식과도 같은 게임이 될 수 있었다. 

 

세키로는 프롬소프트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 본을 벗어나겠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큰 테마에서 본다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세키로와 공통점을 공유할지 몰라도,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는 많은 부분에서 방향성이 다르다. 우선 세키로는 코옵 뿐만 아니라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 자체가 배제된 완벽한 싱글플레이 액션 게임이며, 3차원적인 스테이지 구성과 파쿠르 요소의 도입, 잠입과 암살 시스템의 도입 등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된 요소를 통해 세키로는 게임의 추상적인 구조에서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과 테마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을 제시한다.

 

우선 유념해야 하는 점은 추상적인 구조에서 본다면 세키로와 기존 프롬 소프트의 소울 시리즈들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반복된 죽음과 이를 통한 학습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의 근간이었다. 이렇게 시도와 실패를 통해서 자신의 행동을 미세하게 통제하고, 그 통제를 통해서 작은 성취들을 쌓아서 결국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학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은 죽음과 관련된 서사와 시스템을 게임에 배치하였다. 세키로 역시도 부활을 통해서 보스나 스테이지에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주 죽고, 재시도하면서 배워 나가는'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큰 흐름을 따르고 있다. 또한 세키로의 주된 서사가 '불사의 흐름을 끊는 것'이라는 것이란 걸 생각하면, 기존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의 죽음이 중심이되는 서사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행동이나 시스템 관점에서 세키로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게임 시스템의 핵심은 스테미너라는 자원을 기반으로 공격과 회피, 방어 등에 스테미너를 사용하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게임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주의해야하는 점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신경쓰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가계부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경제적 수입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여 아껴서 쓸 것인지,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수입을 쏟아넣을 것인지 등등을 매 순간마다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는 몇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먼저 세키로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대중문화 장르가 중세나 일본식 칼싸움 장르라는 것이다:두 명의 무사가 목숨을 걸고 서로 칼을 맞댄다, 칼을 한번이라고 몸에 데이는 순간 치명상을 입는다, 이 칼을 맞대는 순간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약간의 방심이 조금씩 생채기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이 오가는 가운데 치명적인 일격으로 승부가 정해지는 것, 이것이 대중문화 작품에서 칼싸움이 흘러가는 큰 전개다. 그리고 세키로는 이러한 흐름을 전투로 구현하기 위해서 시스템들을 배치한다.

 

물론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칼싸움과 근접전이 존재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세키로의 차별점은 이전작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공격성이다:기존 작품에서의 스테미너 시스템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깐깐하게 관리하고 반응해야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세키로에서는 모든 행동들은 별도의 스테미너를 사용하지 않는다:점프, 공격, 대쉬 등의 모든 행동들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 덕분에 게임을 매우 공격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물론 이는 동시에 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적들 역시도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대신 플레이어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때마다 '체간'이라는 일종의 스테미너 게이지가 쌓이게 된다. 이 체간은 체력에 따라서 회복되는 속도가 결정되며, 체간 게이지가 최대로 쌓이게 되면 플레이어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서 큰 틈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보여준 스테미너의 수입/지출의 관리와 다른, '부채의 관리'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플레이어는 파산하기 전까지는 무리해서 움직일 수 있다. 체간이 쌓여서 무너졌을 때, 플레이어는 회피 버튼을 눌러서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적이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못된 순간에 자세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죽어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너는 파산(=체간이 모두 쌓여 무너짐)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공격을 받아내고 상대에게 공격을 밀어붙여야 한다.

 

보스나 적들의 공격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언제나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방어 버튼을 눌러서 방어만 한다면 체간이 쌓이는 속도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공격을 튕겨내는 패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패링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여타 액션 게임의 패링보다 더 널럴한 타이밍을 갖고 있긴 하다.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 같은 게임에서 패링 타이밍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흔히들 패링 시스템은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튕겨냈을 때 큰 이점을 주지만, 실패를 했을 때 데미지를 그대로 받아버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 패링은 성공 타이밍을 널럴하게 제공하는 대신 체간 쌓이는 속도를 늦춰주는 정도로 어드벤티지를 부여한다. 즉, 세키로의 패링은 방어를 더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제인 것이다.

 

하지만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키로만의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패링이 정확하게 성공하였을 시, 플레이어의 체간 게이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상대의 체간 게이지를 같이 깎아낼 수 있다. 그리고 몇몇 공격 패턴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패링을 하였을 시, 보스나 적의 공격 패턴을 끊어버림으로써 공격권을 플레이어 쪽으로 들고 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패링이 '공수 교대'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을 패링하는 것만으로 공격권을 갖고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스들은 패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고(위험할 危가 뜨는 공격들), 플레이어는 점프/대쉬로 이러한 공격들을 역으로 '무력화'시키거나 거리를 벌려 태세를 정비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어떻게 본다면 패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패링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적의 공격을 튕겨내서 공수 교대의 기회를 만드는 것처럼 공격 무력화 역시도 일종의 능동 방어 기제로 작용한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능동 방어 기제들은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너무 빡빡하지 않게 구성을 하였다. 위험한 패턴이 떴을 때,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점프? 대시?)할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보고 반응하게끔 한 것이다. 요컨데, 세키로의 전투는 능동적인 방어 기제를 통해 공격과 방어를 빠르고 유기적으로 주고 받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서 4지선다(패링/점프/대시/회피)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변칙적인 격투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공격권을 내 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한다면, 그 후에는 플레이어는 폭풍같이 적을 밀어붙여야 한다. 여기서 세키로는 단순히 칼질 등의 평타 외에도 기존 전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플레이어가 '닌자'라는 점을 이용해서 칼싸움에는 쓰이지 않을 법한 다양한 도구들과 '3차원적인 움직임'을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뛰거나 대쉬를 할 수 있고, 폭죽을 이용해 적을 경직시키거나 창을 이용해 적의 갑옷을 꿰뚫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칙적인 플레이는 단순히 적의 공격을 기다리며 튕겨내거나 무력화 시키기만 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데미지를 최대한 뽑아내는 능동적인 공격 수단이 된다.

 

모든 칼싸움의 마무리에는 만족스러운 일격이 있고, 세키로에서는 그것을 인살이라 부른다. 체간 게이지가 모두 쌓여서 적의 자세가 무너지게 되면 플레이어는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공방에서 체간을 한꺼번에 쌓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공격과 패링에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며, 적들 역시도 쉬어가면서 체간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플레이어가 적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반응하여 대응할 때마다, 체간과 함께 체력을 깎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치 칼싸움에서 생채기를 내면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체력이 깎일 때마다 체간이 회복되는 속도도 함께 느려진다.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플레이어가 체간을 쌓아 인살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물론 이는 플레이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항상 체간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도 중요하다.

 

세키로에서 이러한 혈투의 결과가 바로 마무리 일격인 인살이다.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 시리즈에서 특유의 회피하면서 틈을 보며 '돌려깎기'(적 주변을 붙어서 한 방향으로 빙글 빙글 돌면서 한 대씩 치면서 적을 잡는 방식)로 보스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돌려깎기의 핵심은 스테미너의 수입과 지출을 최대한 관리하면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그럴 수 없다. 플레이어의 체간이 그러하듯이 적과 보스의 체간 역시 계속해서 회복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정면에서 쉴틈없이 싸워야 한다. 정면에서 칼을 받아내고 공격권을 자신의 쪽으로 들고 와서 몰아붙여야 하며, 칼부림 이외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밀어붙여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었을 때, 플레이어가 인살로 마지막에 적을 쓰러뜨리는 것, 그 마지막 만족스러운 한방이 세키로 전투의 핵심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깊이있는 공방, 그러나 너무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방어와 공격 버튼 두개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또한 전통적인 칼싸움 장르에 다양한 도구와 3차원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조합한 점도 그러하다. 칼싸움 게임이지만 칼싸움이 아닌, 그야말로 기묘하고도 만족스러운 혼종이 바로 세키로이다.

 

 

전투 측면에서 세키로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그러나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다. 세키로는 기본적으로 닌자 액션 게임을 추구하는 만큼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에서 볼 수 없었던 파쿠르가 게임에 도입되었고, 그 덕에 와이어 이동이나 매달리기 등의 스테이지 진행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3차원 스테이지 구성은 상당히 구시대적이고 분절적이다. 작년에 나왔던 스파이더맨과 같은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해보면 이는 매우 두드러진다:스파이더맨이 와이어를 사용하여 유연하게 난간을 짚고 오르는 파쿠르를 할 수 있었다면, 세키로에서는 와이어를 걸 수 있는 특정한 포인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경직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3차원 스테이지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고전적인 파쿠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시대성이 세키로에서는 여전한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세키로에서도 스테이지 구성이 구시대적일 뿐 게임 진행에 하등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경직된 스테이지 구조가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잠입과 관련된 게임 플레이다:일단 적 AI가 매우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 구조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세키로는 3차원 공간의 잠입에 대응하지만, 플3 시절에 나온 어크 시리즈의 NPC 정도 수준의 대응력과 잠입 시스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때때로 10년 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든다.

 

만약 세키로가 여타 게임처럼 잠입을 양념처럼 다루는 게임이었다면 크게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키로에서 잠입이 비중이 작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게임이 어렵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암살 등을 통해 졸렬하게 스테이지를 진행해서 난이도를 적극적으로 낮추는 플레이를 해야하는데, 잠입 매카니즘이 단순하고 멍청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어색한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AI가 멍청하고 3차원 스테이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잠입 체계가 게임 난이도를 불합리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스트레스를 느낄만한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디테일과 완성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키로를 플레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스테이지 기믹이 단순화된 것도 세키로의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서 맵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기믹들이 존재했었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지와 기믹을 익혀나갈 수 있게끔 비동기화 멀티플레이 요소(잔상이나, 죽었을 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시스템, 메세지를 남기는 시스템 등)들을 도입했다. 즉, 플레이어의 학습 곡선에 있어서 진입장벽을 낮출만한 다양한 기믹들을 게임은 탑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키로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제외되었다. 부활 시스템을 통해서 스테이지 공략 중에 어이없이 죽어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는 순간들을 막고 보스전에 일종의 보험 개념을 도입한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학습을 보조하는 다양한 멀티플레이 기믹들이나 스테이지 기믹이 사라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게임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전작들과 같이 비동기화 멀티플레이라도 도입을 해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스테이지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삭제한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역으로 새롭게 바뀐 전투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배우고 응용하게끔 하는 학습 곡선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새로운 게임에 맞게 학습을 보조할만한 요소가 있었으면, 세키로를 통해 프롬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을 텐데 이는 아쉬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세키로는 액션 게임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칼싸움을 재해석 하여 공방을 일체화시키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게끔 만든 게임이 세키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다수 아쉬운 부분(특히 스테이지 구성이나 학습 곡선 등의 기믹의 문제)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작을 통해서 보완된다면, 세키로는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의 계보를 뛰어넘는 액션 게임의 새로운 계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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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근래 더럽게 바빠서 글을 못쓴...

 

그러나 몸이 안좋아서 오늘 저녁에는 좀 쉬어야...내일 당장 완성해야할 글은 다음과 같음:

 

에이펙스 레전드 리뷰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 리뷰

 

근성 좀 발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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