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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광기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순히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광인이라 부르기에는 이 정의는 너무나 무딘 정의라 할 수 있다:고대에서 광인들은 때때로 미래를 예지하거나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되어 중요한 직책을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환각과 광기에 기반한 통찰력은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현대 사회가 인정하는 광인과 광기의 정의와 범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는 광기의 특징에 기반한다:광기는 종종 일반적인 논리의 단계를 뛰어넘어, 서로 연결되지 않는 요소들을 유연하게 연결한다. 그것은 때때로 일반적인 논리로 통찰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그 광기의 유연함과 논리를 벗어난 자유로움이야말로 광기의 핵심이다.

 

사이코너츠 2는 구 엑박 시절 광기넘치는 플랫포밍 게임인 사이코너츠 1편의 정식 후속작이다:구엑박에서 엑박 360, 엑박 원을 넘어서 엑박 시리즈 엑스까지 콘솔 3대를 뛰어넘는 근 20년만의 신작인 셈이다. 1편은 컬트 게임의 명작이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근 20년만에 정식 신작이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인 동시에 걱정되는 일이었다. 더블파인 스튜디오가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어오긴 했지만, 사이코너츠와 같은 플랫폼 게임은 만든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코너츠 2는 그러한 불안을 떨쳐내고 20년만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이었다.

 

사이코너츠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라즈를 조작해 사이코너츠에서 사람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면서 머릿속의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신 깊숙한 곳의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해야만 한다. 사이코너츠가 거의 20년 전의 게임 치고 놀라웠던 부분은 현대적인 3D 플랫포밍 게임과 비견해도 낡지 않은 게임 플레이와 스테이지, 그리고 유연한 스테이지 구성에 있다:사람의 머릿속 처럼 광기 넘치게 구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나아갈 길이 뚜렷하게 제시되고 나아가게끔 유도하는 점 등은 최근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광기라는 측면에서 사이코너츠는 정말로 훌륭하다:스테이지의 다양한 요소들은 등장인물의 정신 세계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모습들인데, 마치 말도 안되는 요소들이 등장인물들 머릿속의 내적 논리에 의해서 하나의 스테이지를 구성하는 광경은 장관이다. 정갈하게 정리된 샤샤의 머릿속에 점점 카오스가 펼쳐지는 장면이나, 생선의 머릿속에 고질라와 같은 스테이지가 만들어진다 하는 등의 장면들은 '말이 전혀 안되는데 묘하게 말이 되는' 모습들이다. 전반적으로 사이코너츠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러한 정신나간 것들이 실제 말이 되게끔 구성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이코너츠 2는 사이코너츠 1의 미덕을 제대로 이어받고 있다. 사람의 머릿속을 게임 스테이지로 풀어내는 듯한 게임 스테이지 구조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첫번째 게임 스테이지인 닥터 로보토의 스테이지를 보자:인셉션을 패러디한 구조인 이 스테이지는 전작의 악역이었던 닥터 로보토로부터 흑막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심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 로보토가 저항하면서 원래 설계되었던 스테이지는 점점 로보토의 치과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두가지 컨셉의 스테이지(의도적으로 로보토를 속이기 위한 스테이지 + 로보토의 내면이 형상화된 치과 스테이지)가 점점 섞이면서 스테이지의 구성이 바뀌는 것이 일품인 스테이지인데, 사이코너츠 2의 모든 스테이지들은 이런식으로 게임의 플롯과 컨셉, 게임 내의 플랫폼 컨셉들이 함께 어우러져있어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사이코너츠가 훌륭한 점은 뭔가 대단히 난잡한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진행하는 과정은 직관적이라는 것이다:사람의 머릿속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하더라도, 나아갈 길이 어딘지를 직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의 스테이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라인이 이러한 가이드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너츠 2가 1편보다 더 나아진 부분은 이러한 스테이지들이 단순히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스테이지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콜튼 부울의 스테이지를 예로 들어보자:콤튼은 주변인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느끼는 인물인데, 플레이어인 라즈는 그의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의 정신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이 때 콤튼의 정신세계는 음식 만들기 버라이어티 쇼로 재구성되는데, 주변인(포드 크롤러, 포사이스, 제나토)의 손인형들이 쇼 게스트로 나와 음식을 요구하며 콤튼을 압박하고, 라즈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음식을 만들면서 그의 중압감을 해소하고자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인형탈과 보스전을 치루고 난 뒤에 그 인형탈들을 조작하던 손이 사실은 콤튼의 손이라는 점을 통해 '그러한 부담감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라는 것을 인상적으로 묘사한다. 그 외에도 밥 자나토의 정신세계나, 감각을 찾아 떠나는 헬무트 풀베어의 여정 같은 장면에서 단순히 출발지 ~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플랫포밍 스테이지와 달리 다양한 컨셉과 흥미로운 설정들, 스테이지 기믹들을 붙여서 구성을 한다.

 

사이코너츠 2에는 다양한 초능력들이 등장하고, 이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전투와 플랫포밍 양쪽을 다 이끌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파이로키네시스 능력은 막혀있는 벽을 불로 뚫을 수도 있고, 적들에게 불을 붙여서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8개의 초능력이 등장하고, 여기에 뱃지를 추가해서 전투나 플랫포밍에 유리한 능력을 해금하는 것이 초능력의 능력이긴 한데, 플랫포밍 쪽에 비해서 전투쪽의 초능력은 쓰이는 것만 쓰이는 느낌이라 좀 애매한 느낌이 있다.

 

전투는 전작과 유사하게 근거리/원거리를 자유롭게 섞어가면서 싸우는 전투 방식을 취한다. 평타 콤보와 원거리을 전담하는 초능력들을 이용해서 적들과 싸우게 되는데, 단순히 적들을 두드려 패는 것 외에도 몇몇 몹들은 상당히 독특한 기믹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배드 무드의 경우, 몹을 무적으로 만들어내는 근원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죽일 수 없는데 정신적으로 기분 나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선한 기믹이라 할 수 있었다. 게임은 이와 같이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적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이것들이 상당히 게임의 컨셉과 명확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에 재밌게 느껴진다. 다만, 몇몇 보스들은 기믹보다 좀 억지로 들어갔다는 느낌(밥 자나토 보스전 같은)이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이코너츠 2는 요즘 트리플 A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센스와 완성도 높은 스테이지를 자랑하는 플랫포밍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패스에 기본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플레이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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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워해머 프랜차이즈의 본류는 미니어처 워 게임이지만, 이 프랜차이즈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방계 게임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코옵 레이드물이라 할 수 있는 워해머 퀘스트(블랙 포트리스나 커스드 시티 같은), PC게임으로도 나온 적이 있는 블러드 보울이나 스커미셔 게임인 워크라이, 킬팀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성공적이고, 미니어처 워 게이머가 아닌 일반적인 보드게임 플레이어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언더월드일 것이다.

언더월드는 전용 6면체 주사위(공격, 방어, 마법)를 이용하며 2명 이상의 플레이어(최대 4명)가 각자의 워밴드와 덱을 구성하여 전장에서 싸운다. 플레이어들은 워벤드를 움직이고 싸우며, 승점을 주는 목표 카드를 통해 승점을 얻고 게임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갬빗 카드를 뽑아서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총 3턴이 지난 뒤, 가장 높은 승점을 득점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언더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자체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의 수(3~5개 정도)도 적을 뿐더러, 한 턴에 한 유닛당 이동은 단 한번뿐이고, 차지(이동과 공격을 함께 했을 때)를 했을 시에는 이외의 공격이나 다른 액션이 불가능하게 된다. 언더월드의 기본적인 룰은 제한적이고,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이동 거리, 공격에 대한 기대값 등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배우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가 끼게 되면서 수많은 변수들이 생겨난다. 총 20장의 갬빗 카드 덱(1회성 효과인 플로이와 유닛 버프 카드인 장비 카드로 구성된다)과 12장의 오브젝트 카드 덱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우선 오브젝트 카드부터 살펴보자:오브젝트 카드는 플레이어가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시에 카드를 제시하고 달성을 선언하여 승점을 가져간다. 승점은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후에 이야기할 갬빗 카드 중 장비 카드를 발동하기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써도 쓰이기도 한다.

갬빗 카드(플로이와 장비 카드)는 어떻게 보면 게임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상대에게 데미지를 주거나, 반영구적인 버프를 주거나, 추가적인 이동을 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활용이 가능한데 갬빗 카드는 기존 게임의 '제한적인 게임 플레이를 넓혀 준다'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귀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장비 카드를 제외하면 플로이 카드의 발동 조건은 생각보다 널럴하다는 것이다: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거나, 한 턴에 이용할 수 있는 플로이 카드 수가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카드를 소비하고, 액티베이션 시에 카드를 수급하면서 추가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언더월드는 갬빗 카드나 오브젝트 카드가 소비되지 않으면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준다.

역으로 상대의 파워 스텝(플로이나 장비 카드를 붙일 수 있는 순간)에 자신의 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 플레이와 전략의 역동성을 늘려주는 부분이다. 상대가 발동하는 카드를 보고, 그에 맞게 자신의 카드를 발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 턴에 멍하게 손놓고 있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게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더월드는 반쯤은 '카드게임'이라 불리기도 한다.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운 것이, 게임에 역동적인 흐름을 더해주는 것이 갬빗 카드와 오브젝트 카드인데, 이것을 자신의 워벤드와 얼마나 잘 조합해서 들고 오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을 샀을 때 딸려오는 기본덱(대부분 워벤드 전용 카드로만 채워져 있는)의 경우에는 전용 카드들로만 채워져있는데, 이 전용 카드들 덱만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답답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확장팩에 포함되어 있는 공용 카드들을 잘 섞어서 덱을 잘 짜고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가는것이 핵심이다. 

워벤드들의 운영의 경우, 기본적인 워벤드의 개성과 맞물려서 운영하는 덱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크게 오브젝트 점령과 그 점령에서 오는 이점으로 게임을 끌어나가는 점령덱, 상대를 화력으로 제압하고 거기서 승점을 얻는 킬덱으로 나뉘진다. 하지만 워벤드에 따라서 명확하게 킬 중심이냐, 점령 중심이냐가 구분되어있지 않은 점, 각 워벤드의 특성을 고려해 덱을 구성하면 그에 따라서 운영하고 상대 운영을 카운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게임의 전략적 선택지가 늘어난다.

결론을 내리자면 단순하고 제한적이지만 쉽게 배울 수 있는 기본 게임 룰 위에 갬빗과 오브젝트 카드라는 변칙성을 부여하여 다양성을 늘린 것이 워해머 언더월드라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플레이어의 실제 계산하고 복잡한 판정을 따라야 하는 미니어처 게임이나 확장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보드게임과 달리, 워해머 언더월드는 상당히 유연하고 파고들수록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고, 빠르고 배우기 쉬우며, 무엇보다 재밌다. 실제 튜토리얼 게임이나 처음해보는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하면서 막힘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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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미니어처 게임에는 생각보다 놀라운 트랜드가 있다: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한 미니어처나 보드 게임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다키스트 던전이나 둠의 보드 게임, 폴아웃 시리즈 기반의 미니어처 게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어째서 비디오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이라는 원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복잡하면서 번거롭고, 시간은 오래걸리는 복잡한 형태의 게임이 수요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게임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특수한 수요들을 미니어처 게임이나 보드 게임들이 충족시켜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직접 수치를 계산하고 룰을 적용하여 생각하는 것들 등등 단순히 게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불편한 부분들이나 귀찮은 부분들, 사람과 직접 물어보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미니어처를 준비하고 도색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미니어처 게임을 아우르는 거대한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게임 문화, 그 이상으로 장르적 양식으로서 이런 스커미셔 미니어처 게임들 중 몇몇의 좀 더 흥미로운 점들은 기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비대칭'일 것이다. 인피티니 게임의 예를 들어본다면, 카모플라주나 배치 위치를 숨기는 히든 디플로이먼트의 존재, 분신 등의 다양한 트릭 요소들이 있다. 포인트와 규칙 측면에서 플레이어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 서있지만, 동시에 게임의 보이지 않는 부분(보이지 않는 배치, 상대의 진짜 목적 등)까지 고려하여 상대와 게임을 이해하고 판단해야하는 점에서 플레이어는 거대한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봐야 한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통칭 BMG)은 스페인 미니어처 게임 제작사인 나이트 모델에서 만든 게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C 코믹스에서 유명한 케릭터 중 하나인 배트맨과 그의 조력자들, 그리고 고담시의 악당들이 서로 목적을 갖고 싸우게 되는 내용으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규모로 따지면 소규모 워밴드(리더 한명, 사이드 킥 한명, 그 외의 몇몇 프리 에이전트들과 헨치맨들)들이 치고 받고 싸운다는 점에서 소규모 접전을 전제로 하는 스커미셔 게임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6면체 주사위를 이용하며,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처음 유닛 배치와 특별한 상황(불이 났다던가, 비가 내린다던가 등)을 설정한 뒤, 플레이어들은 최대 5턴까지 게임을 진행하여 게임을 플레이 한다. 승점은 오브젝트 카드에 적혀있는 조건을 달성할 때 얻을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오브젝트 카드에 미션 목표 외에도 카드를 이용해서 효과를 발동할 수 있다.

스커미셔 게임이고, 총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엄페를 끼고 총격전을 전적으로 벌이는 게임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게임은 몇몇 특수 룰을 통해서 총을 이용한 원거리 전에 좀더 '신중한' 태도를, 그리고 근접하여 서로 치고 받는 형태의 게임으로 재구성한다. 게임은 전투가 '밤'에 일어난다는 것 때문에 특정 거리 바깥에서 총을 쏠 때 상당한 패널티를 부여하고, 탄창을 제한되게 주어서 플레이어가 총을 생각없이 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총의 데미지 포텐셜이 높은 점 덕분에 총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총을 정확하게 쏠 수 있으며 근접 전투가 가능해질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서 싸우는 것이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거리 바깥에서는 총을 쏠 때 패널티가 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최대한 빨리 치고 들어가야 하며, 이런 점 덕분에 게임 자체가 상당히 시원시원하게 진행된다는 인상이 있다.

대신 게임은 모든 유닛들이 액션을 쉽게 할 수 있지 않다:플레이어는 각각 4개의 매니퓰레이션 마커를 갖게 되는데, 이 매니퓰레이션 마커를 가진 유닛만이 공격, 액션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 게임의 매 턴마다 플레이어들이 누구에게 이 마커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누가 행동하는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특정 유닛을 잘라먹던가 하는 등의 대응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턴 시작할 때 자유롭게 배치하는 등의 규칙 밖에 존재하는 능력도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에 예측 불가능한 면모도 존재한다 할 수 있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자신의 목표가 상대방에게 숨겨진 게임이다:플레이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오란브젝트 카드들을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카드들은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와있는 4장의 패들 중에서 게임 중에 플레이어가 행한 것들만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인데, 플레이어가 달성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상대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보고 목표 달성 상황 등을 추리하고 행동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게임의 양상을 모두 숨기는 것은 아니다:플레이어들은 유닛을 조작할 때, '서스펙트' 마커를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이 봤을 때 수상한 행동'을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서스펙트 마커들을 까는 것을 통해서 각 팩션들이 '서로의 목적과 아젠다를 숨기고 무언가 하는 행위'를 보여준다. 물론 오브젝트 카드에서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달성 가능한 카드들도 있지만,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하는 카드들이 상당히 많고 서스펙트 마커를 이용해서 오브젝트 카드의 목표와 별개로 이면 효과를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서스펙트 마커를 적절한 위치에 까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이 케릭터 게임으로 훌륭하다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플레이어의 목적과 게임 플레이 방식이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진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의 손에 들려있는 오브젝트 카드의 목표는 여전히 숨겨져있기는 하지만, 각 진영의 목표는 그 진영의 행동양태와 맞닿아있다:예를 들어 조커의 경우, 서스펙트 마커를 폭탄이나 독극물 컨테이너 등으로 이용하며,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데미지를 입혀도 목표를 달성하여 승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조커다운 공격적이고 혼돈의 화신다운 게임 플레이 방식을 보여준다. 다른 플레이어 진영들도 원작 케릭터들의 특징들을 잘 따라가고 있다. 역으로 플레이어의 행동들을 플레이어가 운영하는 진영으로 큰 흐름을 추리할 수 있다는 점도 완전한 비대칭이 아닌, 상대의 행동을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큰 전개나 룰 측면에서는 쉽지만, 게임의 입문이 쉽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각 유닛별로 게임에 영향을 주는 키워드들이 많이 달려있는데, 이것들이 케릭터 운영 전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모두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리더급만 되도 키워드가 거의 16개 가까이 달리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부분들이 꽤 있다. 또한 몇몇 진영의 옵젝 카드의 경우, 게임과 진영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이기 때문에 원활한 게임을 원한다면 먼저 카드를 읽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배트맨 미니어처 게임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케릭터 게임이고, 전개나 룰 자체가 시원시원한 부분이 있으며 특유의 목표 달성 시스템과 매력적인 게임 시스템 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입문 시에 어느정도 케릭터에 관련된 키워드들이나 카드 조건 등을 숙지하고 외워야 게임 자체가 스무스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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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예르카가 정말 원한 건 움직이는 그들을 보는 거였다.
그래서, 그는 지구 중심으로 가서 태고의 괴물들을 만나는 쥘 베른 (Jules Verne)의 책을 읽고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쥘 베른 책 속의 거의 모든 게 실제로 이루어졌기에 우린 가기로 결심했다.

- 태초로의 여행

 

Science Fiction, 과학 소설이나 공상과학으로 불려지는 이 용어는 과학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이 장르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것이 과학이라고 하는 가능성의 영역이 인간이 꿈꾸던 영역들을 하나 둘 실현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SF 작가였던 쥘 베른이 썼던 소설들을 보자. 쥘 베른이 썼던 소설들 중에서 상당수는 이제 현실로 이루어졌다:달으로의 여행(달나라 탐험)이나 해저로의 여행(해저 2만리), 80일만에 세계를 일주한다던가(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이것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 대한 동경이 과학을 통해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염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현대 인류에게 '낭만'으로 다가왔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과학이 불러올 재앙과 그것을 휘두르는 인류의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과학은 인류가 갖고 있던 '근원적인 호기심'에 대한 발현과 동경이라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인류의 낭만은 사라질 수 없을 것이다:어째서 새들은 날 수 있는가? 새들이 날 수 있는 원리를 이해하면 인류도 날 수 있을까? 어째서 태양은 불타오르는가? 우리도 그런 태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현실을 벗어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에 대해 몽상을 하는 것이야 말로 과학을 시작케 만든 근원이었다. 그렇기에 다양한 면모를 가지게 된 지금에 와서도 과학은 '낭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카렐 제만의 영화들은 그런 의미에서 '낭만'으로써의 과학을 다루고 있는 SF 영화라 할 수 있다:과학이 만들어낸 무서운 무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죽음의 발명품)에서조차, 인류는 과학에 대한 희망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카렐 제만의 영화들은 단순히 과학이 가져다 줄 미래를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SF 영화들과 다르다 할 수 있다. 죽음의 발명품은 19세기를,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근대 귀족사회를, 태초로의 여행은 현대의 아이들이 '과거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그의 SF 영화 관점은 '과거'에 베이스를 둔다.

 

카렐 제만이 낭만적인 SF를 다루는데 있어서, 주요한 모티브는 쥘 베른이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지만(죽음의 발명품), 카렐 제만이 쥘 베른의 소설들을 인용하는 주요한 모티브는 그것이 '과거의 SF'였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상상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제만의 영화에서 SF는 더이상 과학이 만들어낼 가능성이 아닌, 일종의 확정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렐 제만의 영화들은 어딘가 우스꽝 스럽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스타일이 구현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카렐 제만 영화에서의 세트와 애니메이션 스타일일 것이다:19세기 사람들이 20세기와 21세기를 상상하면서 만들어낸 동판화 스타일의 일러스트들을 기반으로 카렐 제만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데, 그 세밀함과 동시에 시대착오적인 부분들은 관객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쥘 베른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SF를 통해서 카렐 제만은 과학이 가져다 줄 미래적인 가능성이 아닌, 과거인이 갖고 있는 과학에 대한 낭만과 자세가 현재가 맞닿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영화 속에서 과학의 핵심적인 속성은 여전히 과거나 현재나 맞닿아 있다. 태초로의 여행에서 아이들은 일지를 기록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탐사는 영광이나 모험이 아닌, 과학적인 자세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들이 태초의 삼엽충을 목격하기 위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했던 것처럼, 과학적인 자세는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인류 모두에게 공유하기 위해서 정확한 측정과 공유된 명칭을 부르는 것, 이를 통해서 우리만의 지식을 넘어서 인류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는 것이 과학의 본질이라 그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 중 허풍선이 남작은 SF의 낭만을 가장 훌륭하게 체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에서 우주 비행사는 달에 도착해서 거기 먼저 도착한 근대의 시인들과 모험가들을 만난다. 그리고 모험가 허풍선이 남작은 그에게 과거의 모험들을 체험하게 한다. 술탄의 왕궁, 생선의 뱃속, 요새 등등을 탐험하면서 허풍선이 남작이 보여주는 모험들은 과거 낭만 소설에서 보여준 허풍 넘치는 모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공주를 가운데 두고 우주 비행사와 허풍선이 남작 둘이서 삼각관계를 구성하는 모습도 그러하다.

 

하지만 우주비행사와 삼각관계로 대립각을 세우던 허풍선이 남작도 결국 그를 인정하고 그가 위험에 처할 때, 그를 도와준다. 허풍선이 남작(근대의 낭만소설)도 우주 비행사가 꿈꾸던 세계(SF의 세계)가 '낭만'이라는 측면에서 자신과 맞닿아있음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근대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다시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낭만'이라는 꿈 하나로 이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SF와 과학이 새로운 시대의 낭만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달은 아직까지 시인들과 몽상가 들의 것이고,
과감한 공상가들과 흰 가발의 모험가들 것이지.
긴 코트 입은 공상가들과 최신 소설에 나오는 이상한 헬멧을 쓴 자들의 것
그리고, 물론 연인들의 것!

그들에게 달은 언제나 가장 사랑스러웠지!
그리하여, 난 유쾌하게 모자를 벗어 던지네 별들에게 날아 가도록!

우리를 대신해, 모든 용감한 친구들을 맞이하라고 
그들은 이미 우주의 반기는 품속으로 길을 떠났으니!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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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백 4 블러드는 레프트 4 데드와 이볼브의 제작자들(터틀락 스튜디오)이 이름도 비슷하게 만든 작품이다. 현재 엑박 시리즈 엑스 기반으로 오픈 베타를 진행 중인데, 해당 오븐베타를 기반으로 감상을 정리하였다.

 

-레프드 4 데드 1편과 2편이 지금 게임 장르에 큰 영향을 준 점은 1) 4인 코옵이라는 구조를 구축한 것, 2) 좀비 장르를 게임에 훌륭하게 접합시켰다는 점 덕분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는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상당히 잘 짜여져 있는 게임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게임에서 복잡한 부분을 빼고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였으며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달라지는 구조를 통해서 최대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우게 만들려고 하였다. 사실 지금 와서도 사람들이 꾸준하게 레프트 4 데드 2를 계속 하는 것은 그런 단순하지만 탄탄한 게임 플레이에 매료되어서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백 4 블러드는 전반적으로 레프트 4 데드를 너무 의식해서 게임을 만든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의식하는 것이 그대로 배끼겠다, 혹은 좋은 점에 집중하겠다 이런 쪽이라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원작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원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에서 단순함이 가지던 미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최대한 게임을 복잡다단하게 구성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추가한 부분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 상당히 원작의 미덕들에 대치되어 백 4 블러드와 레프트 4 데드를 비교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 그러나 그런 새로운 부분들이 딱히 잘 작동하는 부분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 가장 큰 부분은 덱 시스템. 카드를 뽑아서 자기에게 유리한 효과를 적용하거나, 게임 중에 각 라운드 별로 주는 특수효과하는 등의 시스템이 있다. 레프트 4 데드 시리즈는 AI 감독이라 하여 플레이어의 상황과 진행 상황에 따라서 좀비 호드를 불러오거나 특수 좀비를 배치하거나, 아이템을 배치하는 등의 무작위 생성 시스템을 갖고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로그라이트 류의 선조격이라 할 수 있는 요소인데, 백 4 블러드의 경우에는 이걸 야심차게 더 복잡한 형태로 구성하였다:플레이어도 AI 감독이 게임 전체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추가하는 대신, 역으로 플레이어도 덱을 구성하고 등장하는 변수에 대응하여 카드를 뽑아 대응하는 형태가 된다. 즉, 게임 자체의 변형이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 유연성을 갖고자 한 것이다.

 

- 추가적으로 게임 플레이에서 협동을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레프트 4 데드에 비해서 백 4 블러드의 경우 탄약을 더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적 체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갔고, 권총이 무한 탄약이 아니게 되었으며, 근접전 제한이 걸리게 되었다), 그 결과 산탄총/저격총/돌격소총 등의 총 구분을 각자 정해놓고 무기를 필수적으로 나눠 써야 탄약을 아끼면서 싸울 수 있다. 

 

- 위와 같은 두가지 특징(1. 스스로 통제하는 변수들, 2. 반강제적인 코옵)이 결합하면서 백 4 블러드 자체는 게임을 레프트 4 데드의 아케이드 같이 빠르고 호쾌한 흐름을 가지면서 플레이어가 생각하고 정교한 전략을 가진 게임이 되고자 하는데, 문제는 이 두가지 상반된 특징이 같이 결합한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플레이어가 갖고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고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좀더 신중한 플레이를 게임이 강제하는 부분이 있는데 레프트 4 데드가 갖고 있는 빠르고 호쾌한 플레이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비단 전작의 미덕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백 4 블러드의 게임 플레이는 그렇게까지 썩 괜찮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데, 기본적으로 레프트 4 데드와 같이 큰 복도+성긴 스테이지 구조를 보이면서도 플레이어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맵 구석구석을 탐사해야 해서 전반적으로 게임 플레이가 느리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차라리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최대한 플레이어를 옥죄는 듯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고 싶었다면 GTFO를 참조하면 되었을 건데, 전작이라는 후광을 어떻게든 얻어보려고 전작을 무리하게 끌고 오려다가 서로 어울리지 않은 것을 섞은 느낌이다.

 

- 문제는 이러한 경향성이 이볼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게임 플레이와 시스템 자체가 이질적인 것들을 죄다 섞어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문제를 일으키는 패턴이 백 4 블러드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볼브에 이어서 백 4 블러드까지 보니 대체 어떻게 레프트 4 데드를 만들었는지 좀 의구심이 들 정도다.

 

- 게임 패스에 공짜로 들어있으니 하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레프트 4 데드 보다는 끌리진 않는 게임이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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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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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색 취미가 생겨서 요즘 워해머 모델도 구매하고 이것저것 시도 중인데, 그중에 새롭게 시도중인 인피니티. 스페인 미니어처 게임 회사인 코르부스 벨리의 모델들인데, 워해머 같은 큰 게임은 아니지만 희안하게도 국내에서는 상당히 활발한 커뮤니티를 갖고 있고 게임도 꽤나 잘 돌아가는 편이라 입문을 결정했다. 주석 모델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것도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었고, 스커미셔 게임이었다는 점도 상당히 끌리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

 

- 모델이 작다. 기본적으로 25mm 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워해머 40K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이스 마린이 32mm인걸 감안하면 약 75% 정도 크기다. 그 덕분에 칠할 때도 상당히 고생하기 했다. 정밀한 디테일들이 많아서 얇은 붓을 필요로 할 때도 많은데, 스페이스 마린 얼굴 칠할 때도 안쓴 콜리브리 세필을 써서 얼굴을 칠하기도 했다. 대신 모형이 작은 만큼 색 올리는 속도도 빨라서 겜퀄 기준으로는 하루에 여러 개 완성하는 것도 일이 아니다.

 

- 크기가 작아졌지만, 디테일이 상당히 오밀조밀하게 올라간 편. 색분할만 제대로 해서 올리기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색을 올릴수가 있는데, 문제는 너무 작다 보니까 색분할을 할때 어떤 요소에 어떤 색을 올릴 것인지 좀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다. 도색 했을 때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긴 한데, 도색 시작을 이걸로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 느낌.

 

- 점점 희안한 포즈 덕분에 도색 난이도가 올라가고 워해머에 비해서 상당히 깔끔하고 안정적인 포즈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동일한 포즈 일변도도 아니고, 모델 조형들이 같은 유닛이라도 서로 다른 조형을 갖고 있어서 상당히 개성 넘친다. 

 

- 하지만 작아진 모델, 디테일한 조형보다 더 난이도 높은게 있다면 '주석'이라는 것. 일단 탈크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키트 게이트 다듬기, 조립하기, 프라이밍, 구부러진 부품 펴기 등의 다양한 사전 작업들이 필요한데 플라스틱에 비해서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다. 주석이라는 물건이 결국 재도색 난이도가 낮다는 점 빼고는 좋은 점이 딱히 없는데, 심지어 전처리 과정이 두개가 더 추가(탈크 제거, 피막 강화를 위한 메탈 프라이머 밑작업)되는게 상당히 까다롭다. 일단 인피니티 모델로 입문을 한다면 워해머 입문보다 더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 주석 최악의 단점은 피막 정착이 힘들다는 것. 그 때문에 도색이 진짜 잘 까진다는 것. 손이 쓸리는 부위들이 쉽게 까지는데 까질때 마다 마음이 꺾이는걸 경험할 수 있다. 메탈 프라이머를 쓰면 이런 문제를 좀 회피할 수 있다는데, 지금 도색한 분량에는 적용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마감재 부분만 신경쓰고 있는 중.

 

- 에폭시 퍼티가 준 필수인 모델. 베이스에 접착시키는데 일단 필요하고(몇몇 모델은 순접으로 세우기 너무 힘들다), 모델 조립 시 순접+자세 잡아주는 용도로 쓴다. 메탈 프라이머도 필수지만, 자세를 잡기 위해서 에폭시 퍼티는 함께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 게임은 아직 못해봤지만, 수집을 위한 모델러들에게도 상당히 추천할만한 제품군. 모델들 자체가 전반적으로 예쁘고, 모델을 뒷받침하는 설정이나 일러스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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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잭 스나이더가 만든 새벽의 저주는 훌륭한 오락영화였다. 1978년 동명의 전설적인 영화를 리메이크한(국내에서는 시체들의 새벽 - 새벽의 저주로 이름이 달라지긴 했다) 이 영화는 달리는 좀비와 생존, 좀비와의 근접하여 싸우는 야만적인 총싸움, 대중화된 고어까지. 2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에 와서도 대중문화와 좀비를 논한다 하면 새벽의 저주를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조지 로메로가 이 영화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유명한 사실이다(링크) 그리고 잭 스나이더 판의 리메이크 판에 대해서 좋지 않게 평가하는 평론이나 칼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사례 링크)

 

이러한 비판적 평론들의 근저에는 시체들의 새벽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새벽의 저주와 시체들의 새벽에서 공통적인 부분들은 존재한다:좀비들과 쇼핑몰,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 내부의 갈등. 새벽의 저주는 시체들의 새벽 원판에서 주요한 모티브들에 집중하여 영화를 재구성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주요 모티브들을 하나로 엮는 영화의 시선이 새벽의 저주에서는 완전히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체 잭 스나이더가 원작의 무엇을 보고 리메이크를 했는지 모르겠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새벽의 저주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지 로메로라는 감독을 이야기해야할 것이다:전설적인 좀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만든 감독으로 알려져있긴 하지만, 로메로의 필모그래피는 좀비 3부작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놀이공원이나 마틴 같은 영화를 만들기도 한 조지 로메로는 아마도 미국 영화감독 중에서 '분명하게' 좌파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감독이었다. 놀이공원 자체가 노인 복지와 계급 사회, 착취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한 작품이었고, 마틴은 미국 중산층의 교외 문화와 삶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었다. 잘 알려진 좀비 3부작 역시 좀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체들의 낮이나, 인종 문제의 우화로도 읽힐 수 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엔딩도 그러한 요소들이 산재했다.

 

그리고 시체들의 새벽의 테마는 '죽어버린 미국 사회'였다. 영화의 시작, 전세계적으로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는 일들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그 상황을 방송으로 정리하여 보도를 한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사태를 보도를 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세상이 망했음을 직감하고 하나 둘 자신의 자리에서 이탈을 하고 주인공 역시 도로교통국 소속인 연인과 함께 방송국을 버리고 도망친다. 영화의 시작점이 바로 의무의 방기인 셈이다. 그 다음 시퀸스는 더욱 더 노골적인데, 군대가 건물로 진입하여 산자와 죽은자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죽여버리고, 거기서 다른 두 주인공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탈출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것은 생존은 아니다:분명 이 시점까지 영화 속의 미국 사회와 정부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이제 더이상 정상적으로 이 이후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직시하고 자신의 의무와 직무를 내던지는 것으로부터 영화가 시작하는 셈이다. 영화의 시작은 바로 '미국이라는 국가가 죽어가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위와 같은 점에서 시체들의 새벽의 시작은 몇몇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보여지는 무너지는 세계에서 아나키적인 자유와 능력에 따라 생존하는,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신자유주의적인 자유 가치'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좀비랜드 같은 영화를 보자. 거기서 좀비 사태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로 작용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좀비랜드가 신자유주의적인 가치를 옹호한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이러한 좀비 아포칼립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신자유주의적 판타지가 깔려있는지를 반증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체들의 새벽에서 보여주는 죽어가는 세계 역시도 가치와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무너짐은 개인이 자유로운 세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헬기를 타고 지나가듯이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좀비들을 즐겁게 사냥한다. 하지만 동시에 쇼핑몰을 떠도는 좀비들이 실제 사람과 등치됨을 보여줌으로 좀비가 인간과 은연중에 다를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즐겁게 죽여버리는 인간은 무엇이 되는 것일까? 그리고 역으로 정부와 사회가 그렇게 좀비들을 죽여버리는 세계 자체를 등져버리고 도망치는 사람들은? 시체들의 새벽에서 보여주는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단순히 '좀비'라는 외적인 위협에 의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조직은 더이상 공공의 선과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내재된 폭력성과 광기(초반 시퀸스의 경찰중 하나가 미쳐 날뛰며 아무 관계없는 민간인들을 사살하듯이)을 표출하며 스스로 망가져간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들은 그러한 광기에 정면으로 맞서 마지막까지 싸우는 것이 아닌,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멀리 도망칠 뿐이다. 말하자면 체제와 구조, 가치의 종말과 죽음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체들의 새벽은 해방구의 세계가 아니다. 모든 가치가 무너진 사회를 전제하고, 멀쩡한 사람들이 사회를 등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들이 죽어버린 소비 문화인 쇼핑몰에 갇혀버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헬기를 타고 도망치던 주인공 일행은 물자가 풍족하게 쌓여있는 쇼핑몰을 발견하고 점거한다. 흥미로운 점들은 좀비들이 마치 살아생전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듯이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회가 무너지고, 세상이 미쳐돌아가도 쇼핑몰에는 물건이 그득이 쌓여있고 소비자들(좀비들이지만)이 영원히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시체들의 새벽의 쇼핑몰은 생존을 위한 공간보다도 '죽어버린 자본주의 소비 사회 그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캐나다로 도망가다가 쇼핑몰에 사로잡혀서 머무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제는 더이상 의미없는 물질들에 사로잡혀 있다가 다른 생존자들과 무의미한 물질들(폭주족들이 쇼핑몰을 강탈할 때, 마치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을 두고 경쟁하는 소비자들처럼 보여준 것은 그러한 부분을 잘 드러낸다)을 두고 싸우다가 공멸하는 것은 소비사회에 대한 음울한 경종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체들의 새벽은 반 체제, 반 구조적인 동시에 더 나아가서 '반 장르적'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좀비 영화들이 좀비들에 맞서서 싸우고, 살아남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시체들의 새벽은 죽어버린 물질들에 집착하다 다른 생존자들과 싸우다 공멸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영화들이 후자의 요소(생존자들과의 자멸적인 경쟁)에 초점을 맞추기는 했지만, 이후 영화들이 생존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두고 경쟁한 것과 시체들의 새벽이 보여주는 결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체들의 새벽은 어떤 의미에서 장르의 시조였지만 동시에 반 체제적이고 반 장르적인 영화였다. 이는 로메로의 영화 세계와 크게 맞닿아있다. 그의 다른 영화인 마틴을 보자. 거기서 주인공은 흡혈귀이지만 동시에 흡혈귀가 아니다. 처음에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의 피만 마실 수 있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피를 마시는 규칙은 무너지고 주인공은 혼란을 경험한다. 황폐하고 늙어버린 교외를 배경으로 중산층 문화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조지 로메로는 통상적인 관념을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그가 영화에서 좀비를 다루는 방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그들은 뻣뻣하기는 하지만 생전의 삶의 기억에 매달려 계속해서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그들은 루치오 풀치의 좀비(썩어문드러진 존재들)들에 비해서 덜 '좀비'스럽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인종과 계급의 사람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호러 영화에서 좀비의 모티브인 '대중'에 더 가깝다. 

 

좀비를 '우리와 닮았다, 아니 우리일지도 모른다'라는 발상은 좀비 영화의 '죽여도 되는 존재'와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다. 조지 로메로는 쇼핑몰과 그곳을 배회하는 좀비들을 통해서 소비사회 그 자체를 풍자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대중을 몰아내고 그것을 차지하는 주인공들과, 아무런 의미없는 사치재와 물질들을 두고 싸우는 폭주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이 망해도 여전히 물질에 얽메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로메로가 이후 좀비 영화를 두고 좋지 않게 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링크) 좀비들은 타자화되었지만, 동시에 '우리들 모습' 그 자체였다. 좀비들을 쉽게 죽여버리는 자유를 논하는 것은 역으로 우리가 '타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메로는 이러한 명제를 정확히 간파하였고, 그런 통찰력은 시체들의 새벽에 전반적으로 잘 녹아있다.(이러한 통찰력에 대한 오마주는 숀 오브 더 데드에서 잘 드러나는데 

 

결론을 내리자면, 시체들의 새벽은 전설 그 자체인 동시에 장르를 넘어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르적인 모티브인 동시에 장르가 가질 수 있는 정치적 위험성과 그에 대한 통찰력도 함께 들어 있다. 시간이 된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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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포켓몬 유나이트는 텐센트에서 만든 포켓몬 기반의 AOS이다. 처음 공개되었을 때,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게임(마지막 기대작이 본가 시작이 아닌 이것이었기 때문)이 나오면서 상당히 불만 여론이 들끓었는데, 당시 기대와 달리 객관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중국은 내부 시장이긴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갖고 있고, 내부의 개발 역량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간 상태였다. 모바일 AOS의 경우, 왕자영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이미 중국 내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서 상당한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 AOS가 상품이나 서비스로써의 매력도는 입증되었고, 왕자영요 등을 성공시킨 텐센트가 개발을 전담한 부분이 있어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실패할 수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포켓몬 유나이트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분명 많은 부분 AOS 장르를 따르고 있지만, 몇몇 특이한 대원칙에 기반하였기 때문에 포켓몬 유나이트는 몰입도가 높은 게임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벨런스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논쟁이 오고 가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게임만 놓고 보더라도 오래놓고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는 기본기가 탄탄한 게임이다. 앞으로 운영의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도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포켓몬 유나이트는 게임에서 몇몇 큰 대전제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게임을 만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게임이다:그 첫번째 대전제는 제한시간 10분이다. 게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분동안 진행된다. 다른 게임들이 10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면, '목표'에 따라서 게임이 더 빨리 끝나고, 더 늦게 끝나는 평균 플레이 타임을 보여주지만 포켓몬 유나이트는 정확히 10분 동안 진행된다. 이로 인해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결국 10분 동안 모든 것이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부담이 없다. 실패해도 쉽게 털어낼 수 있고, 성공해도 그 여세를 몰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10분의 제한시간과 함께 두번째 특징인 '타임라인식 게임 구조 '에 따라 게임 플레이는 집중도 있게 진행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레벨업을 위한 몹들이 점점 늘어나고, 갈가부기나 로토무 같이 라인전에 유리한 효과를 가진 특수 몹들도 생기며, 마지막에는 막판 2분의 게임의 핵심인 썬더가 등장한다. 이와 같이 게임은 게임에서 점점 진행될수록 게임의 변수가 되는 요소들을 툭툭 던져주면서 진행을 이끌어나간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진행되긴 하지만, 자칫 순간순간 놓칠 수 있는 집중의 흐름을 이러한 시간에 따른 게임 흐름이 보조하면서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만든다.

 

대신 게임은 짧은 10분의 게임 플레이와 타임라인식 게임 플레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단순한 구성을 보여준다. 게임은 파밍이나 아이템 조합같은 요소 없이, 오로지 레벨업만이 상대와의 격차를 벌리는 요소가 된다. 상대와의 레벨 차이를 벌려주는 요소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라인과 정글에 산재해있는 몹들, 그리고 두번째는 상대를 제압해서 얻는 경험치다. 흥미로운 점은 10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잡은 몹이 곧바로 리젠되지 않고 잠시 리젠을 멈추는 시간들이 오는데 분명히 '이 시간에 상대와 한번 간을 봐라'라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주요한 요소는 바로 게임의 목표가 '골을 넣어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얻는 것'이다. 기존의 AOS가 라인전에서 우위를 가지고, 돈과 파밍을 성공하며, 그리고 마지막에는 상대방 본진을 제압하는 구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포켓몬 유나이트의 목적은 다소 이질적이다. 이 말인 즉슨, 얼마나 상대를 제압하고 레벨링을 잘한다 하더라도, 몹이나 상대가 떨어뜨린 에너지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게임에서 절대 승리할 수 없다. 파밍과 레벨링, 전투 등이 다른 AOS보다 단순화되기는 하였어도, '골을 넣는다'라는 분명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 덕분에 항시 골을 넣는다라는 행위를 의식하면서 팀과 전략을 짜야한다. 

 

이러한 주요 요소들의 모든 것들이 합쳐진 결과가 바로 후반 2분 썬더 한타다. 후반 2분으로 넘어가면 골을 넣을 때 2배의 보너스가 주어지며, 썬더를 잡을 경우 전체 골대에 골을 부여+플레이어가 추가로 넣을 수 있는 20점의 골+골을 넣을 때 더 빠르게 넣는 버프를 한꺼번에 부여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이기고 있다면 이 마지막 2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 썬더 한타 망겜이라고 플레이어들 사이에 놀림받기는 해도, 마지막까지 썬더를 놓고 썬더를 먹을지, 아니면 상대가 썬더를 먹을 때 상대를 기습해서 이점을 가져갈건지 등의 다양한 심리전 요소들이 개입하여 게임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썬더 한타는 이기는 순간 뿐만 아니라 지는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게 만드는 등 게임 전반의 흐름을 훌륭하게 만든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밌긴 하지만, 몇몇 이슈사항이 있다. 일단 벨런스 부분이 잘 맞는지에 대해서 플레이어들 사이의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있다. 하지만 더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Pay to Win'의 부분일 것이다:이러한 평가들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게임 내 재화를 많이 필요로 하고, 이것이 결제를 유도한다는 본다. 좀 더 정확하게 본다면 과거 AOS(초창기 롤) 같은 아이템 업그레이드 방식이긴 한데, 과거의 구조를 현재의 재화 소비 구조(다양한 이벤트, 배틀패스, 게임 내 재화를 이용한 가챠 등을 통해 소비하는 것 등)하는 것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대부분은 게임을 열심히 하면 이 모든 것을 모으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긴 하지만, 게임의 본질이 타인과의 경쟁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기기 위해서 결제해야 한다는 비판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포켓몬 유나이트는 전반적으로 오랫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며, 계속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더 오래 즐실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몇몇 요소들(벨런스나 pay to win 요소들)이 좀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게임 운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10분이라는 시간 내에 가볍지만 집중력 있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켓몬 유나이트는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가볍게 시도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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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FPS 처럼 칼싸움을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시벌리 2는 9년전의 시벌리 1편, 좀 더 가깝게 본다면 모드하우와 비슷한 게임으로 독특하게 1인칭으로 칼부림과 전장을 경험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시벌리 2의 게임 플레이의 핵심은 특이하게도 'FPS'와 비슷하다:FPS에서 총기가 방아쇠를 당겨서 직선의 판정(발사 위치에서 착탄지점까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면, 시벌리 2에서는 냉병기를 느리게 휘두르면서 무기가 닿는 부분을 호형태로 판정을 그리는데 이 판정을 '맞추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격 판정을 맞추는 것이 직관적인 동시에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것이다: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판정이 생긴다, 야구나 배팅을 해본 사람이라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은 색다른 변주를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지점을 당겨서 빠르게 적을 맞출 수 있게 하거나(엑셀), 혹은 끝나는 점을 질질 끌어서 시간차 공격을 가할 수 있다(드래깅). 무기를 휘두를 때 팔 뿐만이 아니라 '허리 힘'을 이용해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직관적인 동시에 타이밍과 거리를 자신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이자 핵심적인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적인 동시에 '내 무기의 사거리가 얼마나 되나'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적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

 

시벌리 2는 상당히 직관적인 공방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테미너를 소비하면서 가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가드하는 순간에 가드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대응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면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단순히 시벌리 2는 가드와 공격으로만 이루어진 공방이 아니라, 스탭을 통해서 거리를 유지하거나 깊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흘려내버릴 수 있다. 

 

이렇게 '호를 그려서 판정을 만든다'와 '이 판정을 상대에게 맞춘다'라는 개념, 그리고 공방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시벌리 2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흡입력있고 매력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1대1로 싸우면서도 상대방을 맞추면서 나는 안맞게끔 하기 위해서 서로 스텝을 밟으면서 간을 보고, 공격-가드-공격-....의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상대가 공격 하는 타이밍에 스텝을 밟아 공격을 헛치게 만들고, 그 헛치는 타이밍에 공격을 찔러넣는다. 게임은 단순하지만 서로 동일한 것을 들고 싸운다는 전제 아래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시벌리 2의 진짜 진면목은 1대1에서 대규모 난전, 불리한 1대 다 전투, 목표를 방어하는 방어전이나 공격전까지 모두 단순한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벌리는 기본적으로 32대32, 20대20, 그리고 프리 포 올의 난전을 지원하고 있다. 32대32, 20대20의 경우에는 배틀필드 러쉬 모드 처럼 목표를 점점 밀어 달성하는 게임 플레이가 기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는 이상적인 1대1의 플레이가 아니라 다수의 팀원과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게임 플레이로 이행하게 된다:하나의 적들을 여러 플레이어가 1점사하면서 스테미너를 고갈내어 버릴 수 있고, 한 명이 상대의 방어를 굳히게 만들고 다른 팀원이 등 뒤로 돌아가서 가드 자체를 무너뜨리는 등의 다양한 양상이 시벌리 2에는 존재한다. 게임의 시스템은 단순하긴 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작동하기에 플레이어는 시벌리 2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학습하고 경험하며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여기에 시벌리 2는 배틀필드 식의 다양한 무기와 클래스를 부여한다:궁수는 장거리 저격, 뱅가드와 보병은 공격을, 기사는 전열 유지를 담당한다. 각각의 클래스는 체력이 더 높다던가,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던가, 좀 더 긴 사거리의 무기를 들 수 있다던가, 방패로 원거리 무기를 카운터 칠 수 있다던가 등의 특징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벌리 2의 가장 핵심적인 협력 요소는 바로 '전열의 유지'다. 체력 회복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붕대는 인당 한번 뿐이다) 각 팀원들은 체력을 회복하거나(붕대, 뿔피리, 깃발) 서로를 방호할 수 있는 수단(거치형 방패나 바리케이드, 덫 등) 등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게임을 하다보면 단순히 때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상대와 패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시벌리 2는 게임을 구성하였다.

 

결론적으로 시벌리 2는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볼만한 훌륭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PC 플랫폼은 에픽 게임즈로만 나온 상태라 접근하기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콘솔 플랫폼과 크로스 플레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플랫폼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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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SF,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무엇을 잡아야 하나, 라고 했을 때 여러가지 기준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 가정하였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고 할 수 있다.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정확하게는 특이점이라 하는게 적절하겠지만)는 그러한 장르적 특성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인 특이점, 물리법칙을 넘어선 물질들,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이 실존한다고 하면,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파국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기본적으로 고질라:싱귤러 포인트의 이야기는 시간 여행과 고차원 존재를 상정했을 때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괴수물의 장르를 뒤틀어서, 생태계의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여 문명을 부수는 기존의 괴수물이 아닌 세계의 법칙이 뒤틀리고 다양한 아젠다를 가진 고차원의 존재들(괴수)이 경쟁하여 우주 자체가 멈추는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차원의 존재들이 결국 갈등과 파괴를 이루어내는 것과 별개로 윤이 만들어낸 AI들이 시간의 루프(과거로 향한 계산, 그리고 수많은 AI로 분화되고 하나로 합의되는 모습 등)을 통해서 특이점의 파국을 막아냄으로 인간과 자연 흐름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이러한 전개를 작품은 전제로부터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취한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논리를 연역적으로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작품은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교차해서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귀납적으로 추론해낸다. 컴퓨터 공학, AI,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소재들이 쉼없이 등장하고, 그것을 엮어서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이렇게 동작한다는 것을 상정한다고 보면 어떨까? 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상당 수의 SF 작품들이 하나의 대원칙에 근거해서 많은 것들을 설명하는 것과 비교해서 본다면 지적인 만족감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는 각본가 엔조 토우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그가 쓴 소설 중에 죽은 자의 제국이란 작품이 있다. 이토 케이카쿠가 죽은 이후, 그가 쓴 프롤로그와 생전에 남긴 시놉시스를 토대로 엔조 토우가 완성한 이 작품은 시체들로 산업혁명을 이루어낸 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흐름을 잘 구축한 작품이다. 이러한 흐름이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에도 존재하며 SF적으로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좀 아쉽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정보량이 풍부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상이라는 매체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극에서 다양한 트라비아들과 학문들을 연결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작에서 보여준 흐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였다. 그러나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는 20분, 13화라는 짧은 러닝 타임 내에서 이를 풀어내야 하는데, 극의 전개와 별개로 너무 많은 정보를 풀어내서 따라가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소설로 보았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보기엔 너무 정보 밀도가 높은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고질라 싱귤러 포인트는 훌륭한 SF작품이지만, 안에 들은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모두가 즐겁게 보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메카 고지라를 보여주며 뒷 이야기가 진행할만한 여지를 남겨주었기 때문에, 2기를 기대해볼만 하다. SF 작품을 좋아한다면, 보는 것을 고려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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