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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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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게임큐브, 3DS, 그리고 최근작이 스위치로 나오면서 근 20년 가까이 3번 플랫폼이 바뀌면서 나온 작품이다.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이긴 하지만, 장르 관점에서 본다면 이 게임을 정의내리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일단은 닌텐도 플랫포밍 게임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유령의 집을 지향하는 게임이다:플레이어는 유령의 집을 탐험하고 비밀을 파해치며, 유령과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게임의 구성이 유원지나 테마파크에서 찾아볼 수 있은 놀이기구로서 유령의 집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카메라 부분이다.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3D 게임임에도 대다수의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의 등 뒤에 카메라가 배치된 게임이 아니다. 보통의 게임들, 특히 공포를 소재로 하는 호러 장르 게임들이 케릭터와 플레이어의 경험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가까운 시점을 설정하지만, 루이지 맨션은 게임 내의 캐릭터와 시선을 맞추기 보다는 방 전체를 조망하는 원거리의 카메라를 설정해두었다. 즉, 루이지 맨션 시리즈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루이지가 느끼는 공포감이 아닌 '방이라는 공간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루이지 맨션에서 유령의 집이란 공포스런 공간이 아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겁에 떠는 루이지나 희화화되고 우스꽝스러운 유령들, 으스스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스테이지와 별개로 전반적으로 빍은 색감을 지향하는 그래픽 등 공포라는 테마가 게임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부분이 그 근거다. 이는 위에서 다룬 '카메라'의 시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방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시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곳에 숨어있는 '비밀'이라는 요소를 강조한다. 

 

비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 장르와 맥이 닿아있다. 게임은 곳곳에 퍼즐과 비밀, 보물들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이것을 직접 조작하면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 점은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과 루이지 맨션의 카메라 시점이 유사한 이유를 설명한다:스테이지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케릭터가 중심에 서있는 것이 아닌 '스테이지' 그 자체가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작용 측면에서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과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큰 차이가 있다.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들(특히 PC 게임)은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수단을 사용하면서 명령어를 조합하거나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들을 세밀하게 찾아내는데 집중하였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과거 어드벤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게임 내의 비밀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루이지 맨션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청소기 '유령싹싹'의 기능인 빨아들이기/내뱉기를 이용하여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작용한다. 고전 어드벤처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을 명령어의 조합이나 픽셀헌팅이라 불리는 상호작용 지점 찾기 등 다소 비직관적인 상호작용 체계를 채용했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유령싹싹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상호작용 방식을 일원화 시키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루이지 맨션 시리즈에서 유령싹싹이 스테이지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유령과의 전투에서도 동일한 논리와 기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유령싹싹이라는 도구 자체가 고전 대중 영화인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모티브를 따온 물건인 만큼, 루이지 맨션은 유령을 빨아들여서 제압한다는 단순하지만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보여준다. 즉,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유령 싹싹이라는 하나의 도구 아래에서 모든 게임 시스템이 통일시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고전 어드벤처 게임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상호작용 방식과 비직관성 때문에 간략화 되어 주류 게임 장르로 편입되고 마이너한 장르로 전락한 것을 고려한다면, 루이지 맨션 시리즈는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재미를 이어받으면서 발전 계승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루이지 맨션 3는 스테이지 디자인 관점에서 루이지 맨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루이지 맨션 3는 호텔이라는 복층의 공간을 이용해서 다양한 '테마'를 가진 스테이지를 층층이 쌓아올리고 있는데, 각각 층마다 스테이지와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기믹들을 추가하였다. 예를 들어 이집트 테마의 층에서 플레이어는 쌓여있는 모래를 빨아들여서 모래 밑에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거나 바람을 내뱉어서 모래를 이용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층은 예로 들은 이집트 테마의 층처럼 독특한 방식의 상호작용 방식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단순히 빨아들이고 내뱉고하는 상호작용의 반복이 아닌 변칙성을 지니게 된다.

 

루이지 맨션 3는 게임의 정형성(뱉고/빨아들이고 하는 상호작용 방식)과 의외성(스테이지 별로 달라지는 상호작용 기믹)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게임이고, 이 덕분에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3DS나 게임 큐브와 다르게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하는 조작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직관적이지 않아 처음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이 조금 있다. 물론 루이지 맨션 3가 취하고 있는 카메라 시점과 조작 방법이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루이지 맨션 3는 고전 어드벤처 장르를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3편으로 넘어오면서 스테이지의 디테일과 기믹이 늘어나서 상호작용이 늘어난 것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면 구매하여 즐길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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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데메크 류의 액션 게임에서 복수의 케릭터를 동시에 조작하여 액션을 전개하는 시도는 생각보다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기억할만한 사례는 약 20년 전의 카오스 레기온의 사례일 것이다:카오스 레기온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레기온들을 소환하면서 적과 맞서 싸웠다. 그야말로 레기온(군단)이라는 말에 걸맞게 수많은 소환물들을 소환했던 카오스 레기온은 겉으로 보인 컨셉의 참신함과 별개로,  플레이스테이션 2 초기 장르 정체성이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은 과도기적 작품이었다. 게임은 ai 문제나 맥빠지는 액션 매커니즘 등으로 당시 게임을 플레이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평이 좋지 않았었다. 액션 게임에서 두명의 케릭터를 조작한다, 라는 명제는 상당히 흥미롭긴 하였지만 카오스 레기온 이후로 이러한 계보를 잇는 게임은 등장하지 않았다.

 

2019년작 아스트랄 체인은 카오스 레기온의 두 명 이상의 케릭터를 동시에 조작한다는 발상을 다시 꺼낸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2019년 초반에 발매한 데메크 5에서도 2명 이상의 케릭터(신 케릭터 V)를 조작하는 액션을 선보인 적이 있다는 것이다:어떤 게임이 어떤 게임에 영향을 줬다고 이야기를 할 수 없겠지만, 데메크 5의 V는 4편에서 네로와 같이 실험적으로 정립한 액션 스타일(참신하지만 다소 단순한)인데 비하여 아스트랄 체인의 전투는 '완성형'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심지어 데메크 5가 스타일(단테) - 데빌 암(네로) - 소환물 통제(V) 라는 다양한 액션 스타일을 끌고 오는 백화점 형태의 게임이었다면, 아스트랄 체인은 오로지 2인 이상의 케릭터를 조작하여 전투를 이끌어가기 위해 액션 게임 장르의 특징들을 재정립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스트랄 체인은 주인공과 레기온의 조작으로 구성된다. 주인공 조작은 여타 액션게임과 유사하나 레기온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당히 독특한 개념이다. 플레이어가 레기온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은 '거시적'인 위치 선정, 회수, 스킬 뿐이다. 언제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방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등은 전적으로 레기온의 AI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레기온은 플레이어에게 종속되어 있는 동시에 독립되어 있는 독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게임은 주인공과 플레이어를 서로 결속하는 '선'의 개념을 들고 오면서 주인공과 레기온의 조작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 시도한다. 설정상 레기온은 플레이어에게 결속되어 있는 '사냥개' 같은 존재로,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이 없기 때문에 레기온과 주인공을 연결하는 아스트랄 체인이라는 사슬을 이용하여 플레이어가 조작해야한다. 게임 상에서는 플레이어가 사슬을 이용해서 적에게 레기온을 배치하고, 위험할 때는 회수하거나 소환을 해제하여 레기온을 보호해야 한다. 그대신 레기온은 레기온 타입에 따라서 적에게 자동공격을 하거나 공격을 튕겨내는 등의 행동을 한다. 플레이어는 아스트랄 체인을 사용해 레기온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당한 위치에 배치를 하거나 레기온의 위치로 이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보여지는 점은 전반적으로 화려한 공격을 적에게 쏟아붓기 보다는 적절한 위치에 레기온과 주인공이 올 수 있게끔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주목해야하는 점은 아스트랄 체인이 플래티넘 게임즈의 이전 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화려한 콤보' 위주의 액션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스트랄 체인에서 공격은 패드 버튼이 아닌 '트리거'에 놓여있고, 콤보는 ZR-ZR-ZR 이라는 단순한 형태다. 주인공의 공격이 메인이라기 보다는 '레기온'을 보조하면서 레기온 - 선 - 주인공의 이인삼각의 구도를 지향하기 때문에 주인공 중심으로 조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게임이 제대로 플레이하기 힘들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적재적소에 레기온을 배치하고 스킬을 사용하고, 주인공을 레기온을 보호하면서 딜을 넣어야 한다. 게임은 액션 게임 장르가 오랫동안 걸어왔던 '화려한 액션을 단순한 버튼 조합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장르 문법을 다졌다. 

 

그렇기에 보통의 액션 게임과 다르게 아스트랄 체인은 스코어링 및 랭크 평가 기준이 다르다. 기존 액션 게임의 랭크 평가 기준은 얼마나 많은 데미지를 끊임없이 적에게 주는가이다. 베요네타의 예를 들어보자:베요네타에서 스코어링은 각 공격의 점수와 콤보 배율로 합산되어 들어오는데, 여기에 이 모든 점수에 피격 회수와 클리어 타임을 함께 놓고 평가한다. 아스트랄 체인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나 얼마나 다양한 상황에서 레기온을 활용하고 다양한 액션을 하느냐에 따라서 점수를 계산한다. 잘 하면 계속해서 점수를 쌓아올릴 수 있는 베요네타와 달리, 아스트랄 체인의 경우 각각 조건을 달성할 경우 그 달성한 조건에 대해서 점수 항목이 체크되고 점수를 최종적으로 합산하는 방식이 되는데 이 때문에 최대한 조건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레기온들을 조작하거나 다양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

 

아스트랄 체임의 게임 플레이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생각보다 본격적인 롤플레이(경찰/수사극 등)에 방점을 찍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미래의 신참 경찰이라는 설정으로 대민지원이나 수사, 탐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각각의 활동들은 본격적이라 하기에는 소소하긴 하지만 상당한 퀄리티로 제작이 되었다. 이는 전투와 전투 사이의 롤플레이를 강화하고, 플레이어가 전투 이외에도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유도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아스트랄 체인의 그래픽은 스위치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그래픽이다. PS4나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지만, 스위치의 제한된 성능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아웃풋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그래픽을 끊김없이 3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줄 만한 부분이다. 성우의 연기나 BGM 등에서도 흠잡없을 데 없이 깔끔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스트랄 체인은 닌텐도 스위치를 빛내주는 독점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임이 독특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 점은 플레이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아스트랄 체인은 그만한 가치를 갖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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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이것 저것 큰 변화가 있어서 

 

쉬는 중입니다.

 

4월 1일부터 다시 일하는데

 

그 전까지 이전에 못쓴 글들 진도 좀 따라가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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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바이오하자드 2는 시대의 명작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하드웨어를 견인하였고 b급 영화 장르인 좀비 호러 영화에 저택을 탐험하고 살아남는다는 서바이벌과 어드밴처 장르를 결합하여 트리플 A 게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작품이었다. 바이오하자드 2는 여기에 쐐기를 박는 작품이었다:케릭터를 바꾸어가면서 진행하는 재핑 시스템과 발전한 그래픽, 커진 스케일 등은 바이오하자드를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은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를 요구했었다. 일찍이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1편을 리버스로 리메이크하면서 훌륭한 리메이크 실력을 과시한 적이 있었기에 팬들의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RE2의 등장 이전까지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는 요원한 소식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했다:과연 기존 바이오하자드 2에서 무엇을 리메이크할 것인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다. 3편에서는 긴급회피 등의 요소를 집어넣어서 전투를 긴박하게 만들었고, 4편에서는 현대적인 3인칭 숄더뷰 어드벤처 게임을 정의 내렸다. 심지어 가장 망했다고 평가받는 6편 조차도 게임에 다양한 요소들을 집어넣는 실험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걸맞는 리메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전작의 재탕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2:RE는 기존 바이오하자드 2편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이 되었다. 과거의 매력적인 부분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지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쌓아올린 노하우가 많은 부분 접목된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2는 트리플 A 게임 답지 않은 타이트한 예산과 게임 콘탠츠가 더욱 눈에 띄는 게임이란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2:RE의 베이스가 된 것은 명백히고 리벨레이션과 바이오하자드 7이다. 리벨레이션의 무빙샷은 일반적인 3인칭 숄더뷰 게임의 무빙샷과는 사뭇 다르다:기본적인 숄더뷰 게임에서 무빙샷은 조준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인다면, 바하 리벨레이션의 무빙샷은 쏘는 것 자체가 패널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준선이 흔들린다. 대신 게임은 서있을 때 더 정밀한 조준을 할 수 있게끔 보정을 걸어두는데, 기존 시리즈와의 연속성을 감안하였을 때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조준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빙샷 자체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라서 기존 시리즈에서는 '조준을 풀고 -> 이동을 하고 -> 다시 조준을 하는' 과정을 '조준을 당긴 상태에서 이동을 하고 멈춰서서 정밀하게 조준을 하는' 단계를 거쳐 편리하게 한다는 측면이 있다.

 

바하 2 리메이크는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두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기 보다는 과거의 요소를 재조명하여 부각하는데 집중한다. 이 재조명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죽지않는 좀비'다. 바하 2 리메이크에서 좀비는 헤드샷을 맞아 일정확률로 머리가 터지지 않는한 '다시 부활한다':데미지를 입으면 죽은것 처럼 눕게 되는데, 맵을 탐색 후 다시 좀비를 죽인 위치로 돌아오면 이 좀비가 다시 살아나 플레이어를 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드 스페이스 같은 게임에서 시체인척 위장하고 있는 네크로모프와 유사한 요소라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와서 맵을 체크해야하는 상황이 많은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에서는 이들은 1회성 이벤트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 이들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탄약과 나이프, 양쪽 모두 게임 내에서 획득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는 자원이기에 플레이어는 항상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좀비의 존재감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기본적으로 바하 2의 게임 구조는 제한된 공간의 스테이지를 두고 퍼즐을 풀기 위해서 방-경로-방 형태로 이동하는 구조다. 고전적인 어드벤처 게임처럼 하나의 공간을 마련해두고 플레이어가 방과 방을 돌아다니면서 단서들을 이용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바하 2의 리메이크는 '과거의 스테이지 구성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플레이어가 '답을 찾아 해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좀비'다. 게임이 퍼즐을 풀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방에서 방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다:좀비는 끊임없이 자원을 소비하면서 플레이어를 압박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퍼즐을 푸는 동시에 좀비를 피해가는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더해주는 것이 타이런트다:나오자마자 밈이 된 이 몬스터는 죽지 않는다+플레이어를 계속해서 추적한다는 두가지 특징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좀비와 경로를 모두 파악해도 계속해서 쫒아오기 때문에 게임은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완벽한 풀이방법과 동선을 파훼한다. 또한 이러한 변칙성 덕분에 서바이벌 장르답게 게임은 게임 내에서 자원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RE2라는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뼈대와 콘탠츠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2편의 요소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며, 좀비 모델링이나 부위 파손 같은 것을 제외하면 게임의 디테일이나 모션은 다양하거나 섬세하지 않다. 그래픽이 좋아진 부분이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트리플 A 게임과는 다른 상당히 타이트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그런 속에서 스피드런과 같은 게임 소비 문화와 바하 시리즈 전통을 잊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리즈 전통에서 핵심적인 재미를 도출하는 모습'은 캡콤이 지난 몇년간의 부진을 딛고 일어선 원동력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부분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바이오하자드 RE2는 훌륭한 게임이다. 리메이크라는 요소를 그냥 날로 먹지 않고, 그 속에 시리즈의 전통에 대한 고민과 고전적인 재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추적자+긴급회피 등의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어 액션 쪽으로 무게가 기운 바이오하자드 RE3는 어떤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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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둠 이터널은 둠 2016의 정식 후속작이다. 둠 2016이 둠 3 이후 오랜 기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돌아 왔을 때, 처음 걱정과 다르게 팬들과 평단,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과거의 둠이 갖고 있던 속도감과 과격함이 둠 2016에 그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fps 위주로 흘러가던 기존 트리플 A 게임 FPS와 다르게, 쉴세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적을 압도적인 화력과 폭력으로 제압하는 둠 2016은 프랜차이즈의 성공적인 리부트와 함께 다음 작품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2020년에 나오는 둠 이터널이다.

 

보통의 트리플 A 게임들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듯, 1편의 성공은 2편의 확장을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된다. 그리고 1편이 만들어질 때 아이디어만 존재했었던 것들과 실제 1편에는 등장하지 못했었던 새로운 시스템들을 2편에 도입함으로써 질적 양적 확장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 프랜차이즈에서의 2편이다. 둠 이터널은 그런 의미에서 정석적인 트리플 A 게임이다. 공개된 영상을 통해 보았을 때 둠 이터널은 기존의 빠른 게임 플레이 리듬을 유지하면서, 플랫포밍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무기와 적들과의 상호작용을 대폭 추가하였다.

 

둠 이터널의 큰 흐름은 전작과 비슷하다:끊임없이 움직이며 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글로리 킬로 체력을 회복하고 전기톱으로 총알을 보충하는 게임의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절대로 멈추지 말라고 한다. 둠 이터널은 이러한 2016의 기조에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더 보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깨에 달린 화염방사기로 적을 불태울 때 추가 공격이 들어가게 되면 적들이 아머를 드롭하게 되었고, 방패를 든 적들이 플라즈마 라이플로 공격받을 시에 폭발한다든가, 폭탄 드럼통 같이 투척되는 용도로만 적이 존재한다든가, 전기톱이 자동충전 방식으로 바뀌었다든가 등은 2016에 있었던 제약 사항들을 대폭 제거하는 방향의 변화점이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 봐야할 점은 둠 이터널에 플랫포밍 게임 요소가 대거 들어갔다는 점이다:이제 플레이어는 두 번의 대시를 할 수 있고, 봉을 잡고 반동으로 더 멀리 점프하거나, 슈퍼샷건의 모드를 이용해 공중에 있는 적들에게 갈고리를 걸고 날아다니는 등 입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점을 통해 둠 이터널은 기존의 2016에서 보여준 아레나 구성에서 좀 더 수직적인 높낮이를 가진 방향으로 아레나와 스테이지를 구성하였다. 몇몇 전투 장면에서 둠 이터널은 둠 2016에서 볼 수 없었던 탁 트이고 넓은 시야로 스테이지 전체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전작에 대비하여 더 막힘없는 게임 플레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요컨대 둠 이터널의 변화점들은 플레이어를 더 빠르고 잔인한 무언가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되, 거기서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최대한 늘리고자 한다. 물론 2016의 단순한 아름다움에 비교하면, 둠 이터널은 뭔가 엄청나게 눌러야하는 버튼이 많은 게임처럼 보인다. 이 모든 버튼들(무기 사격, 2차 사격 모드, 점프, 대시, 전기톱, BFG, 얼음 수류탄, 화염방사기 등등)이 적재적소에 활용될 수 있게끔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몰아붙일 수 있다면 둠 이터널은 전작에 비교하여 더 뛰어난 게임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렇지 못하다면 상당히 손가락이 꼬이고 피곤한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뤄야 하는 점은 둠 이터널 배틀 모드로 보여준 둠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이다. PC 게임 멀티플레이의 태동기부터 둠은 멀티플레이로 유명한 게임이었다. 랜파티나 모뎀을 통한 넷대전 등 둠의 멀티플레이는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그런 둠의 멀티플레이가 퀘이크로, 퀘이크의 멀티플레이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의 모드 게임으로, 콜옵으로, 시대가 지나면서 둠의 멀티플레이는 영광을 잃고 빛을 바래갈 뿐이었다. 둠 2016의 멀티플레이에 대한 애매한 평가(둠의 빠른 게임 플레이에 콜옵을 섞은 듯한)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분명 싱글플레이로서 둠 2016은 여타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쉴틈 없이 이어지는 폭력의 연속으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에서 둠 2016은 그러한 방향성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둠 이터널의 배틀모드는 싱글플레이의 경험을 멀티플레이에서도 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프랜차이즈의 포부가 느껴지는 멀티플레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2:1 비대칭 멀티플레이에서, 한 플레이어는 둠 슬레이어를, 다른 두 플레이어는 악마들을 조작해 다른 한쪽을 전멸시켜야 한다. 캐치프레이즈인 '전략(악마) 대 기술(둠 슬레이어)'은 이러한 비대칭 멀티플레이의 특징을 잘 잡아내었다. 물론 둠의 배틀모드가 대세를 타기에는 여러 제약조건들이 있겠지만(비대칭 멀티플레이가 흥한 경우를 찾기가 힘든걸 고려한다면), 적절한 완성도로 나왔을 시에 앞으로 둠 프랜차이즈의 방향성을 싱글플레이와 함께 쌍끌이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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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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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콘트라 로그 콥스는 2019년에 발매된 콘트라의 최신작이다. 그리고 판매량과 평점 양 측면 모두에서 게임은 처참하게 실패하였고, 수많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게임이다. 사실, 코나미가 자사 프랜차이즈로 팬층을 실망시키는 일은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었다.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의 상태나 메탈기어 서바이브 등의 사례들을 찾아보면, 코나미가 코지마 히데오의 퇴사 이후 콘솔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에서 감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우는 매우 희귀한 경우다:'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했어도, '스타 제작자가 제작사를 떠나 제작사가 망하는 경우'는 200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콘트라 로그 콥스의 실패는 곱씹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로그 콥스의 게임 플레이 구조는 추상화시켜서 접근 했을 때는 헛점이 없어보이며, 시장 및 팬층 공략 측면에서 오히려 근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로그 콥스에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모으고, 더 강한 적들과 어려운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게임에서 오른쪽 스틱은 조준, 왼쪽 스틱은 이동을 맡는다는 점은 로그 콥스이 기반으로 삼는 장르가 트윈 스틱 슈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콘트라 로그 콥스가 선택한 트윈 스틱 슈터 장르는 FPS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확실한 팬층을 갖고 있다:최근 엔터 더 건전은 누적 3백만장을 돌파하였고, 핫라인 마이애미나 뉴클리어 쓰론, 신테틱, 매지카 등 트윈 스틱 슈터류 장르 게임은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물론 트윈 스틱 장르는 지금 게임 시장에서 분명하게 장르 한계가 있기도 하다. 영화와도 같은 게임 연출이 불가능하고, 그래픽 등으로 여타 게임 프랜차이즈와 차별화가 어려운 점은 이 게임 장르를 풀 프라이스($59.99)가 아닌 하프 프라이스($29.99) 이하의 가격에 매여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트윈 스틱 장르는 이 가격 차별화 측면에서 풀프라이스 트리플 A게임들이 치고들어오기 힘든 경계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왼쪽 스틱으로 움직이고, 오른쪽 스틱으로 조준한다는 명제만 지켜진다면 아이디어로 다양한 차별화가 가능하며,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소자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트윈 스틱 장르에는 수많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로 승부를 보는 게임들이 많았다. 원소의 조합으로 마법을 쓰는 매지카나, 총알 걸림과 탄환의 반사 등의 세부 상황들을 살린 신테틱, 고전 2D 아케이드 게임과 80년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뒤섞은 핫라인 마이애미 등등 이미 이 장르에는 '장르의 교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트윈 스틱 장르를 선택한 게임들은 트리플 A 게임들 처럼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반복 플레이했을 때의 쾌감에 집중하였다. 

 

그런 점에서 로그 콥스는 자신의 포지션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게임이었다. 콘트라 프랜차이즈는 수많은 팬들이 있지만,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더이상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2D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장에서는 크나큰 반향을 차지하기 힘들었고, 콘트라 프랜차이즈의 매력은 3D 게임에서 재해석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트윈 스틱 슈터로 장르를 노선을 갈아타는 것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심지어는 동종 업계(?) 경쟁자들에게는 규격외의 반칙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콘트라는 30년이 다되어가는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려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명의 경쟁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로그 콥스는 트윈 스틱 장르 선배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반복 플레이(게임 스테이지의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클리어하는 탐색 모드 같은)나 협력 플레이 요소, 멀티플레이 요소 등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하였다. 아이디어, 프랜차이즈, 밴치마킹. 로그 콥스는 겉으로 보기에 이 3가지가 분명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로그 콥스의 실패는 어떤 의미에서 경이롭다. 이 게임은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잘못되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힘든 게임이다:고정 카메라 시점과 우 스틱 조준의 삐걱거리는 결합, 의미없는 것을 넘어서 쓸모없는 무기 체계, 수치로만 표현되는 케릭터 강화 요소, 정신나간 파밍 난이도, 최악의 최적화, 혐오스러운 적들과 더 혐오스러운 주인공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연출 요소들 등등.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30년전 AVGN이 리뷰하던 초창기 게임 시장에 풀릴법한 엉망진창의 실패작을 보는 느낌이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모호하고 품질 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최소한 30년전의 AVGN이 리뷰하던 게임들은 역사의 초기작들이라고 변호해줄 수 있다. 하지만, 콘트라 로그 콥스는 자신이 타겟으로 삼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이나 프랜차이즈에 대한 분석과 포지셔닝을 잘 했고, 트윈 스틱 장르에서 밴치마킹할 상대들도 많은 상황이었다. 즉, 실패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로그 콥스의 총체적인 실패ㅡ게임의 퀄리티에서부터 이 게임을 세상에 공개한 정신나간 코나미까지ㅡ는 코나미 내부의 게임 개발 인력이 모두 증발했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례로 카메라 문제를 보자:콘트라 로그 콥스의 시점은 전통적인 콘트라의 사이드 뷰 카메라와 트윈 스틱 슈터의 탑다운 뷰 방식의 카메라를 섞어놓은 시점이다. 전통적인 콘트라의 시점을 오마주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는데, 어디까지나 의도는 좋았다. 사이드 뷰의 카메라와 탑다운 뷰의 카메라 양쪽 모두에서 탑다운 뷰 기준으로 오른쪽 스틱 조준을 해야하는 점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글로는 참으로 표현하기 힘든데, 콘트라 로그 콥스는 마치 플레이어가 지표면으로부터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전제에서 모든 조준과 움직임을 설정하였다. 문제는 게임 내내 대부분 카메라 세팅이 90도 직각 위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카메라를 살짝 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조준은 하나같이 묘할 정도로 짜증나고 섬세한 경향성을 보인다. 3D 액션에서 2D 슈팅, 탑다운 슈팅, 아케이드 까지 모든 게임의 시점을 뒤섞은 니어 오토마타와 비교해보면 로그 콥스의 거지 같음은 더 명확해진다. 니어 오토마타의 경우, 카메라를 돌릴 때와 고정할 때를 분명하게 정해놓고 조작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카메라의 시점이 변화할 때, 플레이어는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조작을 거기 맞출 수 있었다.

 

로그 콥스의 카메라 조작은 게임 제작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실수이자, QA 단계에서도 쉽게 잡아낼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이것이 기획 단계에서 통과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 트윈 스틱 슈터 게임에서도 기교를 부리는 게임들은 이런 식의 시점 조작을 하기도 한다. 즉, 이미 검증된 아이디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그 콥스는 그러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실제 플레이어에게 하라고 던져주는 시점에서 그 어떠한 필터링도 하지 않았다. 혹자는 대학생 졸업작품 같은 게임이라고 까기도 하지만, 대학생 졸업작품도 적어도 교수나 동료의 손에 필터링 된다는 점에서는 로그 콥스보다 나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로그 콥스의 모든 요소들은 순수하게 머릿속으로, 초기 기획서로만 존재했을 때만 말이 된다:트윈 스틱 슈터라는 장르 선택, 가격 선정, 파밍 요소, 케릭터의 장비 및 성장 등의 모든 요소들은 그럴듯해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개발하고 퀄리티를 관리하는 단계에서는 관리자가 통제를 하지 못하였다. 카메라와 조준의 미세한 거지같음은 장르를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 아니 플레이어라면 금방 지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코나미에 개발진을 지휘하는 관리자 급 스테프들은 게임 장르, 아니 게임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로그 콥스의 문제만이 아니다. 재작년 초에 나온 메탈기어 서바이브가 그랬고, 작년 말에 나왔던 러브플러스 에브리가 그러하다. DS라는 기기라는 기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써의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도를 보여준 게임이 바로 러브플러스였다. 그런 러브플러스에 일상과는 거리가 먼 가챠 요소를 집어넣고, 선택지를 가챠로 해금한다는 가챠 지상주의(?)적인 발상을 넣은 것이 러브플러스 에브리데이였다. 원작의 강점과는 전혀 거리가 먼 선택이었지만,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여기에 원작의 리소스를 재활용하는 모습과 이야기를 기존 히로인 3명에게 국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챠의 수익 구조라면 더 악랄하게 수많은 케릭터를 집어넣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는 점은 러브플러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이해하고 있냐를 넘어서 '가챠라는 수익구조를 이해하고 있냐'라는, 요즘 게임 관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의문까지 들 정도다.

 

IGA나 러브플러스 개발진, 코지마의 퇴사 등으로 유명 개발자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된 게임 개발사라면 한번씩은 겪는 산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그러한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었다. 캡콤이 그러했고, 스퀘어 에닉스가 그랬고, 코에이 테크모가 그랬다. 하지만 코나미가 보여준 러브플러스 에브리나 로그 콥스 등의 기록적인 실패는 그 빈 공간을 조직의 힘으로 매꾸지 못하였을 때를 여실히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는 코나미의 임원 이상의 경영진이 자사의 핵심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캡콤은 부침이 있을지언정, 어떻게든 개발이라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놓지 않았고 그 역량을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나 몬스터 헌터 월드로 끌어올 수 있었다. 즉, 캡콤의 사례에 비추어본다면 코나미는 자사의 핵심역량을 개발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코지마 히데오가 임원직을 내려놓고 코나미를 떠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을 뿐, 내부적인 조직문화나 2차 창작을 대하는 태도, 특허권 분쟁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씨앗은 이미 코지마가 떠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샘이다.

 

결론적으로 로그 콥스라는 작품은 코나미가 게임 산업에서 얼마나 형편없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희귀한 사례인지를 동시에 보여준 게임이다. 물론 러브플러스 에브리 같은 게임도 있지만, 그건 코나미라는 회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리 추구에서 얼마나 엇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행위예술 같은 작품이기 때문에 로그 콥스라는 그냥 못만든 쓰레기하고는 1대1로 비교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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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인수인계 빡세네요...빨리 글써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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