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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멀티 플레이 및 대전에 대한 리뷰는 하편에서 다룹니다.

 

6년전 포켓몬스터 XY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XY는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최초로 2D 스프라이트를 넘어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최초의 포켓몬스터 게임, 사상 최초로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게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게임이었지만,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 포켓몬스터 XY는 비웃음의 대상이기도 하였다: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게 혁명인 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 포켓몬이야말로 시대에 뒤쳐진 게임이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이 이 조롱에서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포켓몬스터는 단 한번도, 휴대기기 라는 플랫폼을 떠난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임보이에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로, 게임보이 어드벤스드에서 DS로, DS에서 3DS로.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와 자원만 지원되는 환경에서 게임 프리크는 포켓몬을 만들어 왔다. 적어도 3DS까지는 이러한 변명은 통했다. 그러나 스위치로 넘어오면서 사정은 급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거치형 콘솔'에 데뷔한 포켓몬스터 메인 타이틀이다. 그리고 근 20년간 쌓여왔던 팬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작품이기도 하다:인상적이지 않은 그래픽,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버린 포켓몬 도감, 성의없는 전투 모션, 모델링 재사용 논란 등등. 항상 휴대기에 메여있었다는 핑계로 변함이 없었던 포켓몬 프랜차이즈에 대해 20년 동안 쌓인 팬들의 분노는 어마무시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스위치 발매 이후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마치 20년간의 팬들의 바람을 비웃듯이 말이다.

 

과연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흥행이 프랜차이즈의 후광을 등에 업은 팬들의 신뢰에 대한 모라토리엄일까? 흥미롭게도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게임 프리크의 센스와 기술력 부족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게임 템포의 조절이나 시스템 개선, 게임 플레이에 대한 비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스위치라는 기기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조악한 마감이나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는 게임이다. 물론, 그런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도 포켓몬 소드 실드는 즐길만한 게임인건 분명하다.

 

 

대대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게임 구성은 크게 스토리-(클리어 이후의)포켓몬 육성과 수집-실제 대전으로 나뉘어진다:전반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체육관 격파 및 서브플롯을 진행하는 스토리 파트, 스토리 진행 후 대전이나 교환에 쓸 수 있는 강한 포켓몬을 기르거나 수집하는 육성과 수집 파트, 마지막으로 육성과 수집을 통해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즐기는 대전 파트. 이런식으로 포켓몬스터의 게임 구성은 3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폭이 늘어난다. 소드 실드도 큰 틀에서 포켓몬스터 특유의 정석적인 구성을 따라간다.

 

먼저 스토리 단계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조작하여 모험을 떠나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정석적인 전개로 진행된다. 이 단계는 저연령층도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에 입문할 수 있게끔, 게임 시스템의 기본적인 명제들(포켓몬의 타입에 따른 상성의 이해같은)을 체육관 깨기의 형태로 구현하였다:각 체육관들은 포켓몬의 타입에 따라서 체육관의 로스터 및 전술을 배치하고, 플레이어는 이들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익힌다. 체육관 공략의 정석은 '체육관에 따라서 각 타입 포켓몬을 고루 육성하여 클리어'하는 것이다.(물론 각 체육관의 포켓몬 레벨은 고정이기 때문에 레벨업을 해서 우격다짐으로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소드 실드의 스토리 파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전작들과 다른 차별화되었다. 첫번째는 경험치 배분 방식의 변경 및 편의성의 증대다. 1세대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경험치는 학습장치를 꼈을 시 '원래 받아야하는 경험치를 6마리가 나눠가지는' 형태였다. 이것이 2세대와 블랙/화이트를 거치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습장치를 소지한 포켓몬이 경험치를 받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6세대를 거치면서 학습장치는 기본 경험치를 전투에 나간 포켓몬이 받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포켓몬들이 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즉, 제작자들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포켓몬들이 경험치를 받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편의성을 증대시키고자 한 것이다.

 

소드 실드는 플레이어 레벨업 편의성을 이전보다도 더 극대화하였다. 심지어 소드 실드의 레벨업 곡선이 전작들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나온 포켓몬이 더 많은 경험치를 먹을 수 있게 바뀌었고, 교체 맴버로 존재하는 포켓몬들도 경험치를 받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낮은 레벨의 포켓몬일 경우 레벨이 높은 포켓몬에 비해 더 많은 경험치를 받게끔 바뀌었다. 이전과 다르게 포켓몬의 레벨업 속도가 빨라져서 스토리 도중에 서브 멤버를 키우거나 하는 것들이 어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 프리크는 이 조차도 느리다고 판단한건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경험치를 대거 획득할 수 있게 만들었고, 포켓몬 캠프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레벨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심지어 스토리 클리어 후 꾸준하게 레이드만 돌아도 새로키우려는 맴버를 레벨 100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정도다.

 

또한 편의성 부분도 극대화되었다. 포켓몬을 교체하기 위해서 박스까지 갈 필요 없이 필드에서도 자유롭게 박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 레벨링 구간도 짧아져서 포켓몬 센터로 접근하거나 하는 등의 편의성도 늘었다. 심지어 스토리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었던 XY나 썬문을 생각한다면 직관적인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고, 그 스토리의 분량도 짧다. 마치 스토리도 이후 진행될 육성과 대전에 방해가 된다는 듯이 짧게 쳐낸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점에서 편의성이 너무 늘어버린 나머지, 이번 포켓몬의 엔드 콘탠츠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들 정도다.

 

 

교배와 육성관점에서 본다면 소드 실드는 흥미로운 점이 많다. 포켓몬스터에서 전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포켓몬의 특성, 포켓몬의 속성, 그리고 포켓몬의 능력치와 기술배치다. 기술배치와 포켓몬의 속성을 제외한다면(엄밀히 따진다면 유전기의 존재도 따져야겠지만, 여기서는 빼겠다) 포켓몬의 특성과 능력치는 교배를 통해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리고 특성은 교배할 때마다 달라지지만, 중요한 것은 포켓몬의 능력치를 구성하는 4요소, 종족값(각 포켓몬 종별로 지정된 능력치), 개체치(그 포켓몬이 갖고 있는 재능을 표현한 능력치, 가장 높은 수치가 V로 표기하며 V의 개수에 따라서 4V,5V 이런식으로 표기한다), 노력값(경험치를 얻거나 아이템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 성격(레벨업에 따른 능력치의 성장을 결정 짓는 요소)이다. 포켓몬스터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는 이들 중 개체치와 노력값, 성격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로 구성되었다.

 

포켓몬 교배 및 육성 콘탠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값(특히 노력값, 개체치)들이 있기 때문에 각 포켓몬스터 작품들의 교배 및 육성 콘텐츠들은 '어떻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를 관리하는가'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게임이 가르쳐주는대로 진행하면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대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포켓몬스터는 대대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을 가시화 시키진 않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단 큰 변화가 있었던 X나 Y를 보자. 포켓몬 XY가 높은 개체값을 가진 포켓몬 교배에 필요한 2V~3V 고개체들을 프랜드 사파리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제공하였고, 노력치는 미니 게임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편의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서 크게 증대되었다. 알파 사파이어와 오메가 루비에서는 포켓내비를 이용해서 연속해서 포켓몬을 잡다보면 고개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요소가 더 높은 V값을 가진 고개체 포켓몬을 잡는 시스템이었고, 썬 문에서는 난입 배틀로 고개체 포켓몬을 확보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시리즈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라기는 했지만(썬문의 난입 배틀은 상황에 따라서 빡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콘탠츠 및 입문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교배 육성 콘탠츠에 진입하게끔 만들었다.

 

소드 실드는 그 변화의 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다. 소드 실드의 맥스레이드 배틀은 본작의 기믹인 다이맥스화 된 포켓몬을 상대로 4인 협력 레이드 배틀을 벌이는 콘탠츠다. 레이드라고 거창하게 적어뒀긴 했지만, 주력 맴버나 보조 맴버를 꾸준하게 키워왔다면 속성과 레벨을 맞춰서 레이드에 쉽게 입문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작 전설의 포켓몬인 자시안/자마젠타, 무한다이노는 다이맥스화된 포켓몬에게 특효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맥스레이드 배틀의 입문 문턱은 낮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의 보상이다:맥스레이드 배틀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기술 레코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아이템, 경험치 사탕 및 이상한 사탕을 얻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맥스레이드 배틀에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 5성 기준 기본 4V를 보장하며, 5V 심지어는 6V까지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맥스레이드 배틀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6세대의 프랜드 사파리를 능가하는 콘탠츠가 되었다. 보상의 규모가 남다르며, 더 나아가서 고개체 교배를 위해서 필요한 개체들이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맥스레이드 배틀을 주축으로 게임 편의성 부분도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성격치도 아이템을 통해서 보정할 수 있는 점, 고개체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심판 기능이 포켓몬 박스 기능과 통합되어 여러 마리의 포켓몬 개체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점, 키우미 집이 두개가 되어서 알을 두 개씩 받아서 깔 수 있게 된 점, 알까는 속도가 오른 점 등등은 이전이었다면 상상조차 못할 기능들이 잔뜩 들어갔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자면, 육성과 교배 측면에서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는 거침없이 진행되게끔 게임을 구성했다. 6세대 실전 포켓몬을 맞추기 위해서 고생했던 시간들을 생각한다면, 8세대는 상대적으로 들어가는 시간도 적다. 또한 맥스레이드를 주축으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돈을 벌거나 경험치 노가다를 해야하는 부수적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성격이나 노력치 같은 경우에는 아이템으로 해결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노력치를 맞추기 위해서 특정 몬스터만 연달아 잡을 필요도 없어졌다.

 

 

스토리 및 육성/교배까지의 콘탠츠를 통해서 내릴 수 있는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의 평가는 빠른 사이클의 완성이다:스토리를 통해서 게임에 빠르게 입문하고, 맥스레이드를 끊임없이 돌리면서 심도 있는 플레이에 필요한 재원을 모으고, 대전에 투입할 개체들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잘 작동하는 편이며, 플레이어가 손을 때지 못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력을 부여한다. 과거 3D로 이행했던 6세대에서 일어났던 큰 변화들이 소드 실드로 대표되는 8세대에서 동일하게 일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다. 포켓몬 도감이 반토막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소드 실드는 세대 간 같은 틀을 공유하기에 바뀔 수 없는 핵심 콘탠츠들(교배, 육성, 개체치, 노력치 등등)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지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소드 실드는 게임 콘탠츠 소비 사이클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그것 외에는 다른 할 것이 없다'라는 게 정말로 아쉽다. 물론 리그 카드 만들기나 포켓몬 캠프, 카레 만들기 같은 소소한 미니 게임들은 있지만 와일드 에리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였음에도 포켓몬 육성/교배 - 대전이라는 요소 외에는 좀 더 심도있게 게임을 즐길만한 요소가 없다.

 

또한 게임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도 문제가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부분도 있지만 리뷰 후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와일드 에리어나 이런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프레임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특히 와일드 에리어는 허공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플레이어의 잔상을 볼 수 있는 등, 온갖 기괴한 버그로 넘쳐나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소드 실드를 평가하자면, 프랜차이즈에 걸맞는 작품이며 프랜차이즈 팬이나 신규 유입 플레이어에게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이러한 부분이 만족되려면 적어도 스위치로 새로 나올 포켓몬스터 신작을 또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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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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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You can't forgive what you can't forget"

-Arcade Fire, Windowsill

할로윈 밤의 살아 있는 공포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마이클 마이어스’, 존재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가 40년 전 그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녀 ‘로리 스트로드’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소개)


할로윈 1978은 호러 영화에 있어서 슬래셔 하위 장르를 정의내린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할로윈1978이 살인마를 소재로 다룬 첫번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살인마를 다루는 공포 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할로윈1978이 특별한 이유는 살인마 공포라는 장르 자체의 문법을 확립한 데 있다. 살인마의 존재,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희생자들, 그리고 살인마와 주인공의 사투 등 할로윈은 슬래셔 장르 서사 요소들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살인마의 등장과 살해 장면, 섹스와 고어를 한 영화 아래 뒤섞는 것도 할로윈을 통해 확립되었다. 하지만 서사 요소나 연출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펜터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미국 중산층이었다. 조용하지만 어딘가 텅비어있고, 어른은 존재하지 않으며 청소년들이 방탕하게 섹스를 하는 모습을 통해 카펜터는 미국 중산층의 풍경을 마치 종말을 맞이한 폐허처럼 다루었다. 이런 성적 방종을 통해 드러나는 도덕의 붕괴, 기성세대를 대변하여 징벌하는 듯한 살인마, 살아남는 주인공의 순수함 같은 시선은 살인마와 희생자의 관계에 대한 장르적 표본이었다. 그리고 할로윈의 통찰 이후로, 수많은 영화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러한 장르를 따라갔다. 과거를 넘어서 미래에 일어날 장르적 특색을 먼저 정리한 작품이 할로윈이었다.

할로윈1978의 영화적 의미 이외에도 영화는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수많은 속편과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영화는 원본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하였고, 영화는 주기적으로 리부트를 반복하면서 설정을 뒤집고 과거의 영광을 되세김질 할 뿐이었다. 그리고 여기 할로윈 레저렉션(2018)이 등장하였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프랜차이즈가 걸어온 모든 역사를 부정하고 자신이 할로윈 1편 이후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직계혈통임을 자처하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영화는 그만한 성공과 평단의 호응을 끌어냈다.

유념해야하는 점은 할로윈 레저렉션은 애시당초에 원작을 뛰어넘고자 하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의 큰 서사 구조인 '마이클의 탈출 - 살인 - 로리 스트로드와의 마지막 결전'은 이미 1978에 완성된 구조였다. 또한 영화의 많은 컷들과 소품의 배치, 이야기의 전개, 심지어 살인 방식까지 할로윈 프랜차이즈 전체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마치 더 씽2011과 같이 큰 구조와 컷 등을 가져오면서 그 속에다 감독 자신만의 영화적인 해석을 붙이는, 속된 말로 하면 팬메이드 무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씽 2011이 더 씽1982의 안주하여 프리퀼이란 지루한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면, 할로윈 레저렉션은 원작에서 보지 못했었던 새로운 맥락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할로윈의 특이성은 모든 슬래셔 영화의 원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점에는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인물이 있다. 요즘같이 살인마들에게 구구절절한 사연과 슈퍼스타나 가질법한 개성이 붙어서 따라다니는 시대에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살인마는 대단히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할로윈1978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는 순수한 악이다. 그는 기원도 없다, 동기도 없다, 심지어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하얀색 가면 밑에서 후욱 거리는 숨소리만 낼 뿐인 마이클 마이어스는 불가해하며 순수한 악의 존재를 그려낸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인 악역'은 현실감이 없기 때문에 극에서 붕 뜨거나 난잡한 설정이 붙기 쉽다. 그러나 존 카펜터는 그러한 불가해한 악을 훌륭하게 스크린으로 옮겼다:어딘가 폐허를 연상시키는 미국 중산층 주택가의 어두운 그림자 처럼 스며들어간 마이클의 존재는 마치 처음부터 거기 존재했었던 것 같은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렇기에 '거기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악'을 카메라 연출과 음악으로 잡아낸 존 카펜터는 순수한 악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레저렉션2018은 어떠한가? 큰 틀에서 레저렉션은 1978에 대한 데칼코나미다: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카메라 워크, 연출, 음악 사용(존 카펜터 본인이 직접 참여한) 등이 원작에 참조를 두고 있다. 하지만 2018은 여기에 '40년의 시간'이란 맥락을 배치한다. 그리고 영화는 영리하게도 '순수한 악으로부터 살아남은 피해자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라는 가해자-피해자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순수한 악이었다면, 그로부터 살아남은 로리 스트로드는 무엇이었을까? 과연 이 시대에 순수한 악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는 변화한 시대상과 생존자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서사를 이끌어낸다.

먼저 주목할만한 부분은 '순수한 악이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프로파일링과 과학적 수사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살인마가 그저 순수한 악이나 공포가 아닌 뒤틀린 모티브를 가진 퇴행적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이제 살인마는 슈퍼스타인 것처럼 팬들을 갖고 있고 하나의 가십거리 처럼 소비된다.(첫 시퀸스에 등장하는 영국인 팟캐스트 방송자 둘을 보라) 마이클은 이제 평범한 고등학생 총기 난사범의 킬카운트도 못따라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째서 사틴 박사나 저널리스트들은 마이클에 매료될까. 그것은 바로 마이클이 순수한 악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모든 살인마는 동기를, 자신만의 수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자신을 대변하려 하지도 않고, 변호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거기 있고, 살인을 할 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마이클의 살인 장면을 연출하는 방법일 것이다:영화는 슬래셔 영화에서 자주 보여지는 과장된 살인 방법이나 생존자의 사투같은 장면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마이클이 어떻게 평범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평범한 일상의 도구로 인간들을 참살하는가를 롱테이크로 다뤄내고 있다. 일상의 삶이 존재하는 동시에, 그 삶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조용히 침입하여 삶을 파괴하는 마이클의 존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의 존재를 다룬다. 이런 점에서 2018년 버전은 1978의 종말론적인 풍경과는 다르지만,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모습을 드러낸 점에서 마이클의 무서움을 잘 다루었다.

그 다음으로 봐야하는 것은 생존자에 대한 재해석이다. 악으로부터 살아남은 자는 악에 메일 수 밖에 없다:악에 대한 공포, 그로 인해 파괴되는 삶. 악과 생존자는 강력한 인과관계로 묶여있다. 그렇기에 마이클은 로리 스트로드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로리는 마이클에게 있어서 완성시키지 못한 하나의 퍼즐 조각이다. 그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40년의 집착을, 순수하고 완벽한 악 그 자체를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그 때 그 장소에 있었던 노인들만 이해할 뿐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순수한 악에 대한 두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협할 수 없는 악이 있기에 그것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악이 있다는 것을 목도한 로리 스트로드의 삶은 망가졌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에 상흔을 남긴 마이클에 없애고자 한다. 희생자는 더이상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악이 있다면, 그것은 파괴해야 한다. 구세대적인 이분법이지만, 1978년 할로윈과 2018년의 할로윈은 4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통해서 이 당위성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해방과 역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악이 존재하더라도, 생존자는 더이상 무력하게 당하지 않는다. 생존자는 공포에 사로잡혀있지만, 동시에 사명감으로 함께 준비되었다. 최근 슬래셔 영화에서 피해자가 역으로 살인마를 떄려눕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할로윈 2018는 무려 40년을 기다리고 준비해왔던 생존자의 복수극이다. 살인마가 언제 무력한 생존자를 덮칠 지를 보는 것이 아닌, 준비된 주인공과 살인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을 할로윈 2018은 다루고 있다:마이클이 목을 조르면 로리는 산탄총으로 마이클의 손가락을 날려버리고, 붙잡히면 칼로 찌르는 등등 40년 전 똑같은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물론 마이클은 대역을 쓰긴 했지만, 진짜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도 영화에 출현하긴 하였다) 다시 엎치락 뒤치락하는 장면들은 장르의 팬으로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절정은 로리가 시리즈의 역사를 그대로 마이클에게 되갚아 주는 클라이맥스 부분이다. 마이클과 로리가 싸우다가 로리가 창밖으로 떨어지고, 마이클이 한 눈을 판 사이 사라지는 장면은 할로윈1978의 엔딩 장면을 역할만 그대로 바꿔서 되갚은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이클의 뒤 그림자 속에 숨은 로리가 스팟라이트를 받으면서 튀어나오는 장면은 1978년 작품의 마이클 등장 장면을 역전한 것이다. 더이상 생존자가 무기력하게 당하고 생존 '당하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악을 처단하는 도식을 만들어낸다. 과잉이긴 하지만 살인마가 살인을 벌이는 공간인 집에 대한 재해석도 눈에 띈다. 쇠창살 등으로 막혀있는 로리의 집은 마치 맹수인 살인마와 주인공을 한데 가둬놓는 우리cage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그것은 살인마를 유인하고 가둬서 끝장내기 위한 준비된 함정trap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모든 것은 살인마에게 되갚아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결론적으로 할로윈 레저렉션은 원작에 대한 존경과 함께, 40년의 간극을 자기만의 재해석으로 채워넣은 훌륭한 작품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영화가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닌, 2편의 속편을 더 만들겠다는 영화사의 발표다. 할로윈 레저렉션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영화였다. 거기다 새로운 무언가를 붙이는 건 사족이다. 하지만 사족이 붙더라도, 이 영화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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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 블랙옵스 4 대비 30% 이상 더 팔리면서 성공적인 런칭을 모던 워페어 리부트가 전년의 블옵 4보다 30%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콜옵 시리즈 사상 최대의 런칭을 기록하였다. 콜옵의 기록 갱신은 매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뉴스다. 다만, 인피닛 워드가 인피닛 워페어와 그 악명 높은 고스트로 프랜차이즈 위기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놀라운 뉴스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정도의 결과는 당연히 거뒀어야 했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이나, 인피닛 워드가 드디어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정말로 기이한 게임이다: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삼고 있는 지향점이 블옵 4도, WW2도, 블옵 3나 인피닛 워페어와도 다른 무언가란 것이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멀티를 논하려면, 우리는 먼저 모던 워페어 이후 콜옵 멀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해야한다:사실 우리가 익숙한 콜 오브 듀티의 멀티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때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단순했던 킬스트릭, 퍽 시스템이 세부적이지 않았던 점이나 장비 개념과 혼재되어 있던 점 등등은 우리가 익히 알던 콜옵의 멀티플레이와 크게 다르다. 심지어 요즘 콜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피해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퍽들까지 존재한 것을 보면, 콜옵 멀티 문법에 대한 정의 이전의 시험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가 알던 콜옵에 가까워졌을까. 여기서 짚고 넘겨야 하는 것이 모던 워페어 2다. 모던 워페어 2는 킬스트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퍽이 순수하게 능력치에만 영향을 미친 점, 부착그라운드 워페어로 불리는 12:12 대전의 추가 등등에서 콜옵의 큰 기틀을 다진 작품이 바로 모던 워페어 2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는 우리가 알던 콜옵에서 가장 이질적인 콜옵 중 하나였다.우선 일반적인 콜옵(적어도 블옵 이후의)의 맵디자인을 보자:플레이어가 리스폰되는 장소가 있고, 그 곳을 시작점으로 삼아 플레이어는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경로(레인)를 따라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죽거나 상대를 죽이고, 죽은 사람은 일정 규칙에 따라 다시 리스폰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콜옵의 멀티플레이였고, 그렇기에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모던 워페어 2가 기이한 점은 이러한 '레인'의 존재가 대단히 옅다는 것이다. 콜옵의 맵들이 레인을 감안해서 대칭된 형태의 맵구조(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비슷한 구조를 지닌)를 지녔다면, 모던 워페어 2의 맵들은 모두 '사실적인 축적'을 지닌 공간이었다. 또한 통로와 방, 엄폐물들, 풀숲과 같은 지형지물 등등 은폐 엄폐로 인해서 맵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았다. 그렇기에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맵디자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어느 커뮤니티에 따르면 'FFA 게임을 들어왔더니 2명 나가고 4명이서 길리수트 입고 풀숲에 엎드려서 게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라는 전설같은 증언마저 내려온 게임이 모던 워페어 2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 워페어 2 멀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분명했다:실제와 비슷하게 전장을 구현하는 것. 맵이 거대하고 사격을 할 수 있는 창문이 많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점, 클레이모어나 설치물이 강세였던 점 등은 분명하게도 실제 전장과 비슷하게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전장이 커지고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제작자들이 각 요소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였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이후로 이 경향성을 따르는 콜옵은 명백한 실패작인 고스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던 워페어 2의 막장 벨런스는 너무나 유명했던 나머지, 여타 콜옵 게임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서 게임 플레이에 제약을 가할 정도였다. 심지어 자기 게임 트레일러에서도 이를 대놓고 비꼴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어드벤스드 워페어 멀티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대를 엑소 수츠 기동으로 뒤를 잡고 킬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이는 분명 모던 워페어 2에서 권총+칼만 들고 달리기로 근접전 킬만 올리는 닌자 플레이에 대한 비꼬기였다. 이와 같이 모던 워페어 2의 성공은 콜옵식 멀티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동시에, 폐단도 함께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의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인피닛 워드의 발언권이 약했던 모던 워페어 3(당시 대부분의 인력이 리스폰으로 유출됨)나 인피닛 워페어(고스트의 실패 이후, 블옵 3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고자 함)가 아닌 모던 워페어 2의 멀티 벨런스를 잘못 이어받았던 고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고스트에 들어서 맵의 크기나 복잡도는 모던 워페어 2의 배로 늘어났고, 장거리 교전이나 틀어박혀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도움이 되는 퍽이나 무기들 역시 늘어났다. 고스트의 멀티, 특히 팀데스매치의 경우에는 콜옵 답지 않게 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다행히도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플레이는 고스트의 큰 기조(커지고 복잡한 맵, 장거리 교전의 이득, 움직이기 보다 포인트를 잡고 싸우는데 이로움)는 따르고 있다. 물론 모던 워페어 리부트만의 변화점도 있다. 일단 미니맵과 총격음 지시창을 분리하여서 적의 위치를 미니맵에서 곧바로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점, 전반적으로 총기의 데미지를 올려서 TTK(Time to Kill, 적을 죽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지게 한 점 등은 '한 방 한 방이 치명적인 긴장감 넘치는 전장'을 구현하였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가 벨런스가 가장 개판이었던 고스트와 모던 2 시절에 기반하고 있긴 하지만, 고스트와 모던 2의 실패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 유탄이나 아킴보 샷건 같은 게임 플레이를 파괴하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제작진들이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고 개선 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725 샷건이나 클레이모어 너프 등은 이러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콜옵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팀플레이의 강조'다. 블옵3와 4에서 보여줬던 특수 능력이 모던 워페어 리부트 멀티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특수능력들의 상당수가 직접적으로 킬을 따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탄약 보급이나 방탄 패널 설치, 감지 드론 조작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팀플레이의 강조는 기존 콜옵과는 모순되는 부분이다:콜옵은 기본적으로 '내가 얼마나 빛나는가'가 핵심인 게임이었고, 킬스트릭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더 강력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취한다. 심지어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 여타 콜옵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리스폰 시 보유하는 탄창 수를 줄인다던가, 미니맵과 지시기 ui를 분리해 색적 성능을 반토막 낸 점 등)를 단행하였다.

사실 이러한 변화들은 전통적인 콜옵의 멀티플레이(팀 데스매치, 점령, 수색 사살, 확인 사살, 사이버 공격 등등)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황당하게도, 이번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전차가 등장하는 32대32 대규모 그라운드 워페어 모드를 도입하였다. 오픈 베타를 하지 않았던 필자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애시당초, 탈 것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라는 개념은 배틀필드 프랜차이즈가 독점하던 것이었고, 콜옵은 오랫동안 배틀필드가 하지 못했었던 소규모 난전을 멀티로 옮기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이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킬스트릭을 쓰는 것은 플레이어 개인이고, 상대를 죽이는 것도 플레이어 개인이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전제하고서 탄환을 보급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등의 협업을 이루기는 힘들다. 실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경우, 이러한 협업 요소는 '그라운드 워페어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워넣었다'라는 티가 역력하게 난다. 보급 상자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보급 상자를 한번 깔아두면 배틀필드 처럼 계속해서 보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보급받고 리스폰될 때까지 그 상자에서 보급을 못받는 다소 황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일반적인 6대6, 12대12 멀티플레이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는 만큼 탄약+장비 재보급이 벨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에 6대6과 12대12, 그리고 32대32가 같은 퍽, 무기, 로드아웃, 특수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는 치명적인 오판을 범하였다.

게다가 TTK가 낮아진 점, 미니맵이나 색적이 힘들어진 점들이 겹쳐지면서 배틀필드 같은 본인이 실제 플레이 했던 그라운드 워페어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플레이었다. 적들은 계속해서 기어나오지만, 어떤 방향을 두고 게임이 진전되기 보다는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건물이나 엄폐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너무 많아서 돌진하다가 의문사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라운드 워페어 자체는 킬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깃발을 점령해야 하는 구조인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깃발을 점령하러 나가기는 커녕 구석에서 자리잡고 클레이모어나 지뢰를 잔뜩 깔아둔채 쪼기만 하고 있으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꼴을 볼 수 가 없었다. 배틀필드에서도 점령하라는 거점은 점령안하고 뻐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데, 콜옵 같이 킬 중심의 개인 플레이 게임에서 일반 공개 게임에서 협동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6대6이나 12대12 같은 전통적인 게임 플레이는 거대한 전장에 대한 호불호의 갈림이 있겠지만, 그럭저럭 즐길만한 수준이다. 리얼리즘 모드 기믹이나 야간전 기믹은 나름대로 즐길만하다. 하지만 32대32 플레이는 그야말로 배틀필드의 하위호환이며, 콜옵의 정체성을 흔드는 기괴한 무언가라고 볼 수 있다. 캠핑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킬스트릭을 올리는데 집중한다면, 그라운드 워페어는 그러한 플레이어들에게 이상적인 모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그라운드 워페어라는 모드 목적에 걸맞게 진행된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워페어는 콜옵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혹은 가장 실패한 시도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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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브레이크 포인트라는 게임은 올해 나온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게임이다. 그것은 게임이 너무 못만들어졌기 때문에 올해를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10여년 쯤 서구 주도의 트리플 A 콘솔 게임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분명 지나쳐 버린 실패들(모든 좋은 것들을 다 섞어놓으면 더 좋은 것이 된다!)을 2019년에 와서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유비 소프트 같이 자사 프랜차이즈들의 실패와 성공을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벤치마킹하는 회사에서도 말이다. 물론 글 말미에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지만, 이것은 유비 소프트가 오랫동안 슈터+오픈월드의 큰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점도 클 것이다.

 

일단 고스트 리콘:브레이크 포인트는 설명하기 참으로 난해한 게임이다. 콘탠츠의 양으로 생각한다면 이정도 분량의 게임을 2년만에 만들어낸건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퀄리티다. 비유하자면 3개 정도의 트리플 A 게임의 콘탠츠 구성을 약 A급 미만의 질로 담아서 뒤섞은 결과가 C급의 버그와 완성도를 가진 게임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UI다:브레이크 포인트의 UI는 게임이 갖고 있는 엄청난 정보량을 소화하지 못한 채, 플레이어에게 시각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몇몇 정보들은 과도하게 스크린을 가리기도 하고,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어떤 것이 게임이 의도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찾도록 만드는 것인지 아닌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메인 미션 보드의 UI를 보면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브레이크 포인트는 범죄 수사물의 화이트 보드의 경치를 게임 미션 UI의 형태로 구현하였다.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미션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은 시계열이나 어떤 특정한 순서가 아닌 인물과 사건의 관계도 형태로 UI와 미션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찾아보게끔 하였기 때문에 직관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사진 인물 중에서 약 30% 정도는 관련 미션 없이 순수하게 '배경'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혼선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자신이 원하는 인물의 미션을 찾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UI 내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객체가 상당히 많고, 플레이어에게 계속 읽어보라고 알림을 띄우고 있기 때문에 난잡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모든 문제는 메인 미션 UI의 연장선상이다:무언가 다양한 것을 배치하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구성하게끔 만들려 하지만 정작 게임 내 콘탠츠들은 플레이어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져 있기 보다는 게임의 내적인 흐름에 전적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내적 논리는 게임 스스로도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뭔가 중요한 듯이 들어간 서바이벌 요소와 크래프팅 요소가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나(물통과 식량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자사 디비전 2와 다르게 성장이 체감조차 안되는 레벨링 시스템 등등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지향한 부분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의도된 불편함'과 맥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탐험 모드와 안내 모드의 분리 같이, 브레이크 포인트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읽고 스스로 갈 곳을 정하게 만들려 하였다. 서바이벌 요소나 크래프팅 같은 부분도 플레이에 의도적인 제약사항을 가해서 좀 더 총체적인 경험('지원 없이 고립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고스트')을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납득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이 브레이크 포인트와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이의 성패를 좌우했을까. 두 게임의 차이점은 바로 '총이라는 도구가 레벨 디자인에서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였냐 였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애시당초에 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에서 무언가 특출난 구성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포인트의 경우, 스테이지에 따라서 저격, 잠입, 강행돌파, 동료 플레이어 지원 등의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도구는 바로 '총'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의 문제는 총이라는 도구가 만병지왕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다루기도 쉽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살리는 레벨 디자인'은 사실 고도의 숙련도를 요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 포인트와 반대로 작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딧세이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좀 더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 질 것이다. 오리진과 오딧세이의 양 연타로 어크 시리즈는 유니티의 부진을 딛고 올라서는데 성공하였는데, 레벨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브레이크 포인트에도 있었던 탐험 모드를 도입함으로써 유비 소프트의 오픈월드 게임 제작 노하우를 한 껏 끌어올린 우수 사례로 기억되었다. 이는 '장비를 통해서 강해진다'라는 레벨업의 개념이나 콘탠츠의 배치 등이 냉병기라는 도구에 걸맞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 문제는 이미 파크라이 5나 뉴 던에서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고, 와일드 랜드에서도 경험했던 문제고,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파크라이 4, 3, 그리고 최초의 2편까지 경험했던 문제다. 엄밀하게는 브레이크 포인트의 게임 플레이는 파크라이 2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는다:전초기지가 존재하고, 오픈월드 상의 빈 공간은 전초기지 자체를 돌려보기 위한 회전판의 역할을 한다. 파크라이 2에서 등장한 잠입이나 총격전 플레이의 개념은 파크라이 3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잘 작동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 재생산되었다는 것이었다. 파크라이 4와 5를 거치면서, 플레이어들은 유비 식 오픈월드 슈터라는 것이 파크라이 2 식의 야생이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비슷하게 파크라이 2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았지만 레벨 디자인이나 잠입 이라는 본질에는 충실하였던 메탈 기어 팬텀 패인을 생각한다면, 유비 소프트가 지나치게 2에 안주한 것도 문제였긴 했다. 그러나 파크라이 2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명제는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텀패인이 몇십년 간의 잠입 게임 디자인을 통해서 잔뼈가 굵은 디렉터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걸 생각한다면, 유비소프트 식의 개발론과는 상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더이상 파크라이 2의 레벨 디자인이나 콘탠츠 디자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비 소프트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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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당분간 집필을 쉽니다...

 

언제까지 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돌아오기는 돌아옵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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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본 리뷰는 갤럭시 노트 10을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뷰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오토체스 류의 게임을 대단히 못하는 편이다. 물론 8명 중에 단 한명만 우승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오토체스를 잘한다 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전략 게임과 동일하게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본인이 오토체스 류를 플레이할 때, 본인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고 이것이 리뷰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본 리뷰는 여지껏의 써왔던 리뷰와는 다르게 분석의 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양해해주면서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오토체스 장르는 도타의 커스텀 모드 맵이었던 오토체스에 기반한다. 좀 더 유래를 정확하게 밝히자면 워3 유즈맵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본격적으로 '오토체스'라는 장르가 성립된 것은 도타의 커스텀 맵부터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크게 본 리뷰에서 다룰 도타 언더로드, 도타 오토체스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된 오토체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운영중인 전략적 팀 전투로 3 작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오토체스 장르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1)전투 시작 전 캐릭터를 구매하고, 2)말판에 배치하여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3)전투 결과에 따라 골드를 얻는다라는 큰 틀에서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게임은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보통 8명이 참여한다) - '중립 몬스터 사냥' - '플레이어와의 전투'... 라는 큰 흐름을 반복한다. 그리고 게임은 8명 중 1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진행되는 배틀로얄식의 게임 진행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오토체스 장르가 마작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일 것이다:이는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플레이어들은 오토체스를 마이너한 마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마작의 게임 흐름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패의 조합과 발전 가능의 여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오토체스 장르에서 전략의 핵심도 1)패의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가 발동한다(예를 들어 전사 조합의 경우, 적을 제거할 시 일정 체력을 회복한다), 2)패를 구입하거나 팔거나하면서 현재 자신의 조합을 개선할 수 있다이다. 즉,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은 구매할 수 있는 자신의 옵션, 현재 갖고 있는 패들에서 발전 여지가 무엇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서 게임을 운영하여야 한다.

 

'패의 조합'과 '현 조합의 개선 여지'라는 두가지 요소에 근거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 류의 게임들의 진행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첫번째 단계는 첫번째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 직전까지다:이 때 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며(왠만해서는 중립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질 수 없다),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중립 몬스터 사냥에서 나온 아이템을 점검하면서 2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그린다. 일단, 1단계는 구매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자신의 조합이 개선될 가능성을 보는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이 때의 판단들은 구체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최대 3개 케릭터만 말판에 배치할 수 있으니 조합이라 부르기도 민망허다) 그래서 1단계는 2단계와 3단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밑바탕을 깔아두느냐에 따라서 2단계에서의 운영이 수월해지긴 하지만, 1단계에서 모아뒀던 패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풀어내기 위한 초안과 같다.

 

2단계는 첫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6~7개가 되는 시점까지다:이 때부터 플레이어는 들어오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완성할 수 있는 조합이나 자신의 조합이 얼마나 개선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캐릭터의 배치나 각 개별 캐릭터들의 성능들이 이 때부터 중요해지며, 구체적으로 조합을 맞춰나가는 단계다. 그러나 1단계에서 플레이어가 초안의 형태로 완성한 조합과 달리, 2단계에서는 플레이어의 초안과 상반되는 캐릭터들이 구매 리스트에 등장할 수도 있다. 이 때부터 중요해지는 것은 '얼마나 빨리 현재 조합에서 캐릭터를 정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으로 새롭게 세팅하느냐?'다. 플레이어들은 2단계에 들어서면 1단계에서 수립했던 전략 초안에 메달리기 보다는 '1단계 전략 초안에서 현재 등장하는 캐릭터에 맞게 2단계 전략을 개선하고 완성시킨다'라는 명제를 실현해야 한다.

 

마지막 3단계는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 수가 7개 이상 되는 시점부터다. 여기서부터는 전략의 큰 방향성을 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단계부터 플래이어는 맞춰진 조합이나 여분의 캐릭터를 쟁여두고 상대하는 플레이어에 따라서 교체하면서 싸운다. 2단계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3단계에서는 플레이어가 배치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는 잘 늘어나지 않는다. 대신에 돈이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현재 배치되어 있는 조합을 강화하거나(같은 캐릭터를 모아서) 상황에 따라서 교체할 수 있는 예비 캐릭터를 육성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때 2단계와 같이 유동적이고 급격한 전략 변화를 추구했다가는 어느정도 성장한 상대방의 캐릭터 조합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3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큰 틀에서의 조합을 완성시켜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서는 2단계에서 1단계에 세웠던 큰 틀의 전략을 갈아치우는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오토체스 류의 게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전략에 맞춰서 패를 맞추기' 보다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패가 나오는데로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어와의 전투에서 상대방이 내놓는 패를 보고, 그 패에 맞춰서 조정해야하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8명이나 되는 모든 전략을 기억하면서 싸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AOS 장르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오토체스는 다른 의미로 집중적이다:AOS가 파밍과 라인 운영 등에서 육체적 능력과 플레이어의 전략적 판단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집중적이라면, 오토체스는 8명이나 되는 상대방의 전략들을 거기 맞춰서 조합을 유동적으로 바꿔야하는 점에서 집중적이다.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전투 자체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아닌 들어오는 로스터를 보고 다시 굴려서 새로운 로스터를 뽑을 것인지,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20초 내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해지면 처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급하게 전략을 고치거나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오토체스류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역으로 뒤집어서 본다면, 이러한 8명 배틀로얄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서 생각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도타 언더로드는 오토체스 원판에 비교하여 보았을 때, 여러가지 전략적 선택지를 늘리면서 게임을 쉽게 구성한 편이다. 10골드 단위로 이자가 들어오게끔 만들었다던가, 무료 로스터 굴림, 조합 벨런스 수정 등은 여타 오토체스 류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편의성을 더욱 강조한 부분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하게끔 만든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다만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이 20분 남짓 걸리는 것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도타 언더로드와 오토체스 장르는 새로운 게임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8명의 배틀로얄 형태이긴 하지만, 캐릭터를 모아서 업그레이드 한다는 장르 자체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다른 가능성들도 충분히 생겨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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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19.09.12 03:09    

    오타 지적을 해도 정말로 괜찮으실까요? 트윗에서 자주 토로하셨듯 심적 중압감을 크게 느끼고 계신 상황에서 숨을 돌리는 의미로 운영중이신 블로그이리라 감히 짐작해봅니다만, 괜스레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해드리는 것 아닐까 싶어서 좋은 글 잘 읽어놓고 지엽적인 부분인 이 단어가 틀렸네 어쩌네 하기도 좀 민망하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또 저번 엔터 더 건전 리뷰의 댓글에서는 고치고 싶다고 하셨어서 지적을 해도 되려나 싶기도 하고요... 확답을 주신다면 그에 따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 leviathan1104 2019.09.12 03:29  

      직장 다니고 나서 근 몇년간은 되는대로 글을 쳐내고 있어서 오타나 비문이 많은건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해서 글을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여행도 다녀왔으니, 이제 다시 글쓰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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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를 공급하는 플랫폼 업체다. 그러나 만약 '넷플릭스의 플랫폼의 실체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도처에 존재한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 패드, PC, 콘솔, TV에 내장된 물건에 심지어 위유도 아니고 위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디스크 버전도 존재했다. 넷플릭스의 실체가 무엇인가? 무엇이 넷플릭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가장 근접한 대답은 '어디에도 존재하는 공기와도 같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영화든, 게임이든, 드라마든, 문화 콘텐츠 산업 성공의 핵심은 콘텐츠의 내용과 완성도, 대중의 호응도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이슈가 되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독점 형태로 공급하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옥자, 로마, 기묘한 이야기, 킹덤 등등은 이러한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넷플릭스가 '오로지 독점'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들, 유명한 것에서부터 딱봐도 싸구려처럼 보이는 것까지 많은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전시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를 포함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방식'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공포', '드라마', 'SF' 등등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구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의 속성을 세밀하게 쪼겐 뒤, 고객이 감상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팅(박물관 전시품을 전시하는 것처럼)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자신이 보는 것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개인화된 콘텐츠 서비스 제공'과 일맥 상통한다. 감상자가 본 콘텐츠는 영화에 붙어있는 속성 별로 쪼게지고 분석되어서, 그 영화나 그 영화 장르, 혹은 특정한 서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재추천되게 된다. 즉,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가 늘고, 구독자가 오랫동안 플랫폼에 붙어있을수록 콘텐츠 제작이나 서비스가 강해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많은 고객들의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독점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이외에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유달리 힘을 못쓰는 것처럼 보인다. 옥자나 로마의 성공은 분명 진취적이긴 하지만, 그외의 넷플릭스 전용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를 못보는 부분이 있다. 물론, 전통적인 영화 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신흥 강자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아 직간접적으로 보이콧하는 이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소위 '대박을 치는' 영화를 못만드는 것은 넷플릭스 특유의 플랫폼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넷플릭스는 모든 플랫폼에 있을 것을 전제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나 대형 TV에서 스크린 프로젝터까지. 영상을 재생하는 모든 플랫폼에 존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대명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하다:영화는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장비의 영향에 따라서 관객이 체험하는 것이 달라지는 매체다. 영화 머드에서 다룬 광활한 아칸소의 늪지대가 과연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은 감수성을 재현할 수 있을까. 고지라나 퍼시픽림과 같은 거대 괴수가 내지르는 괴성을 테블릿 피씨의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관이 비디오 렌탈 시장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라 한 90년대 말 예측이 완전히 틀린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는 영화관에서만 재현할 수 있는 독점적인 요소가 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와 같이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는 여타 플랫폼에 비해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가 큰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영화와 다른 문법을 지니고, 콘텐츠 소비도 다른 양태를 따른다. 드라마를 예를 들어보자:드라마가 영화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시간' 그 자체다. 영화보다도 더 오랜 시간 상영되고, 흥행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덧붙이고 분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더 짧게 라면 더 짧은 형태의 시트콤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고, 더 길게라면 몇백시간에 가까운 시간의 드라마도 만들 수 있다. 영상매체라는 점에서만 동일할 뿐, 드라마는 완벽하게 다른 형태로 서사와 구조를 이해해야한다.
 
영화와 차별화된 드라마의 서사와 구조의 핵심에는 '인물'과 '이슈 메이킹'이 있다. 영화에 비해서 드라마에서 인물이 갖는 중요성은 막대하다:긴 러닝 타임에 대비하여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추상적인 서사가 아닌 배우이자 배우의 페르소나인 극 중 인물이다. 막장 드라마의 예를 들어보자:주변에서 부모님 나이대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입을 하는 것은 극 중에 존재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모든 막장 드라마들은 서사가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서사 자체의 당위나 개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막장 드라마는 끊임없이 굴러간다. 이걸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원하는 것은 개연성이 아니라, 분노를 풀 수 있고 혹은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막장 드라마를 넘어서 모든 드라마에도 해당된다. 드라마의 러닝타임은 극단적이라서 영화보다 아득히 늘어나거나, 서사를 완벽하게 처리못할 정도로 짧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드라마 작품들은 공감할 수 있거나 관객이 보면서 이입하는 동시에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입체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드라마의 또다른 핵심은 이슈메이킹이다:만약 드라마가 밋밋하게 쭉 흘러가기만 한다면 관객을 오랫동안 붙잡는 것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영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막장과 같은 서사 진행을 보여준다:예를 들어 한 에피소드에서 A사건이 벌어지면서 극중 긴장감을 올려놓고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A사건은 사실 별거 아니었고 B사건이 터지면서 인간들의 관계가 꼬이게 만든다. 떡밥과 낚시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JJ 에이브럼스가 앨리아스라는 미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개연성이나 당위성 등은 제쳐두고 '끝나기 전에 어떤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이 바로 그 다음화에 이어져서 마무리되는' 형식은 이제 동서양을 막론하고 드라마의 기본이 되었다.
 
드라마 장르의 두 요소는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드라마가 플랫폼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였다.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상대적으로 영화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은 사전에 제작하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들보다 상대적으로 서사의 짜임세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서 이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슈퍼내추럴이나, 여주인공이 임신을 했는데 드라마 찍겠다고 무리수를 부려서 임산부 여주인공을 내보낸 앨리어스 등과 같이 '흥행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없다. 모든 시즌들은 '이어져도 그만, 안 이어져도 그만'의 독립적인 서사 완성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그만큼의 독점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게임 시장에서의 구독형 수익 모델은 어떨까. 이미 포트나이트나 도타와 같은 구독형 배틀패스의 기믹은 오래전부터 시장에 안착한 상태였다. 심지어 최근 논해지고 있는 구독형 수익모델은 이미 PSN+에서 일부 구현되기도(가입하면 월마다 무료게임 전달) 하였다. 그러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보여주는 엑스박스 패스나 엑스클라우드 등이 최종적으로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더 나아가서 구글과 아마존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게임을 '구독형으로 서비스'한다는 것이 정해지면서 게임의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의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기믹이 전통적인 트리플 A 게임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대척된다는 것이다:게임은 점점 거대한 스크린과 다양한 버튼 조작을 요구하는데,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는 클라우드 게이밍 및 구독형 수익 모델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드라마라는 장르와 자사 플랫폼의 특장점을 서로 융합해 상부상조를 했었다면, 게임이라는 매체가 구독형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엑스박스 패스가 파격적일 정도로 구독 게임의 수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엑스박스 진영이 구독형 게임 서비스라는 포문을 먼저 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게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구독형 게임 서비스가 무언가(큐레이션, 혹은 다양한 게임들을 클리어했을 때의 특전, 또는 게임 외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 등)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그저 허울만 좋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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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닌텐도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슈퍼핫은 단순하다. 하지만 슈퍼핫의 장르적 특성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독특한 규칙으로 출발한다:플레이어가 멈춰있으면, 게임 내의 시간도 거의 멈춘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시간도 함께 움직인다. 이러한 대전제를 깔아두고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야 한다. 스테이지 구조는 단순하고 적이 등장하는 패턴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슈퍼핫을 '어디에 등장하는 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의미에서 퍼즐 FPS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 흐름을 놓고 본다면 이런 접근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슈퍼핫이 퍼즐 장르의 등식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게임'일까? 이다. 마이크 타이슨의 "누구든 링 위에 올라와서 맞기 전까지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는 말처럼, 슈퍼핫은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맵 구조는 단순하다, 적들이 등장하는데도 패턴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이지 않는 한 시간은 '거의' 멈춰있다. 그 말인 즉슨, 플레이어가 멈춰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조금씩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슈퍼 핫은 게임을 단순하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적의 공격 한 번에 쓰러진다. 그 대신 제한된 탄약과 체력은 플레이어가 유일한 장점인 '시간을 느리게 하는 능력'에 모든 집중을 쏟아 붓게 만든다. 하지만 한 발자국의 움직임이나 심지어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 조차도 게임 내의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퍼즐 게임 장르의 경우라면 정해진 해답과 접근 방식이 존재 했었겠지만, 한 발자국 한 번의 시점이동만으로 게임 속 시간이 흘러버리기 때문에 매번 세웠던 계획들은 조금씩 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조금씩 생겨나는 변경점 때문에 슈퍼핫은 절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핫을 막 시작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가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적들의 압도적인 물량과 빗발치는 탄환들을 피하기 위해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하지만 매 시도 매 순간이 이전 시도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 때는 매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느리게 움직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면, 게임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만큼 다른 게임의 1.5배속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빠른 걸음과 느린 걸음의 두가지 템포를 이용하여서 시간을 원하는데로 굽혔다 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게임은 살얼음판을 달리는 게임이 된다:플레이어의 감각은 고양되며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달려서 시간을 밀어붙이고 그 순간에 적을 해치우는 것을 반복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매 순간이 긴장감 넘치는 것이 슈퍼핫의 본질이다.
 
결과적으로 슈퍼핫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게임이다. 단순한 컨셉이지만,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게임을 구성함으로써(움직임과 카메라 돌림에도 반응하는 시간의 흐름)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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