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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올드리치 립스키의 해피엔드는 한 사형수가 사형당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생애를 거슬러올라가는 것을 역재생의 문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블랙 코미디 영화다. 사형은 탄생으로, 감옥은 학교가 되고, 결혼의 과정은 역으로 이혼을 위한 과정이 된다. 역재생의 논리는 이미 고전적인 흑백영화나 영화의 테크닉에서 꽤나 많이 사용되었던 테크닉이자 문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역재생은 ‘기존의 것을 낯설게 한다’ 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코미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역재생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왜냐면 역재생의 변칙적인 흐름은 어디까지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흐름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더 나아가서 흐름을 예측하게 된다.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코미디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상식으로 예측 불가능한 엉뚱함과 논센스야말로 코미디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논센스가 상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해피엔드의 강점은 역재생과 시간을 역으로 구성하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재생의 변주에 정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흐름을 섞어넣는 것이다. 한 시퀸스를 예로 들어보자:주인공의 아내가 남편 몰래 바람을 피기 위해서 외간 남자를 불러놓고 티타임을 갖는 이 장면에서 아내와 남자는 음료를 마시면서 과자를 계속해서 먹어치운다. 이것이 역재생으로 진행되는만큼 이 둘이 과자를 계속해서 뱉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중요한 점은 과자를 뱉어내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대로라면 차를 뱉어내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지만, 불투명한 찻잔 때문에 차를 마시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마신다‘라는 정방향의 흐름과 ’과자를 뱉어낸다’라는 역방향의 흐름이 공존하게 되면서 예측불가능한 논센스들을 만들어낸다.

해피엔드는 장면 장면을 이렇게 정방향과 역방향의 흐름을 엮어서 묘사하는 것 외에도 역순으로 진행되는 인물의 대사나 큰 이야기의 흐름에서도 말이 되면서 말이 안되는 모순된 흐름을 같이 구성하고 있다. 해피엔드의 시작은 치정살인을 한 주인공의 사형에서 시작되서 주인공의 출산을 끝으로 해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치정살인의 대상이었던 두번째 사랑이자 아내가 주인공의 첫 사랑이자 벗어나야 하는 대상으로 묘사가 되고, 첫번째 사랑이 주인공이 되찾아야 하는 사랑으로 묘사한다. 해피앤드는 큰 틀에서 첫 사랑에서 느끼는 불완전함을 두번째 사랑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치정극의 구조로 표현한다. 중요한 점은, 정방향과 역방향 모두 이야기가 상식적인 흐름에서 말이 되게끔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재생의 기묘함과 비교되는 정방향의 논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역재생에서 나오는 코미디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해피엔드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코미디 영화이자, 코미디 영화의 교보재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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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은 모두 소년이 세상에 나오면서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놀라운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모두 자신이 우주의 중심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모든 일들이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년들의 욕망, 혹은 소년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자연스럽게 해소해주는 것이 소년만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오랜 과거로 올라간다면 이러한 소년만화의 이야기들은 영웅서사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황금가지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다룬 담론들처럼, 대중 작품에서 다루는 서사의 상당수는 소년의 성장에 모티브를 두고 있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과 난관들을 서사의 구조로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의 논의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성공하는 서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설이나 신화의 단계에서 본다면 영웅이 실패해서 몰락하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소년이 실패하는 소년만화란 생각보다 정석적으로 풀어낸 것을 찾아보기 힘든 분야다. 애시당초에 사람들은 대중문화에서까지 실패를 찾고 싶지 않다. 하늘까지 올랐다가 뜨거운 태양에 날개가 추락해 떨어지는 이카로스의 깨달음은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고 싶고 열광하고 싶은 깨달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사이버펑크 2077의 전일담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이 나이트 시티를 활보하는 용병이 되어 성공하고 몰락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엣지러너는 트리거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과감한 연출 방식으로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를 확장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엣지러너의 성공은 엄청났어서, 심지어 사이버펑크 2077의 엉망이었던 런칭을 덮어버리고 다시 사람들을 사이버펑크 2077을 하게 만드는 동력을 만들었다.

엣지러너의 핵심은 몰락 그 자체다. 어떻게 주인공인 데이빗 마르티네즈는 밑바닥에서 정상으로 올라가고, 그리고 추락하게 되었는지를 다룸으로써 태양에 너무 가까워진 이카로스의 추락 그 자체를 다루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지극히 ‘소년만화’의 구조에 맞닿아있다는 것이 엣지러너의 훌륭한 점이다. 화려하게 비상한 만큼 모든 걸 잃으며 추락하는 모습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엣지러너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게임의 클리셰와 전제를 기묘하게 비틀었다는 점일 것이다. 게임을 오랫동안 한 사람들이라면 주인공이 몸에 부하가 걸리거나 위험이 있는 기술들을 어떤 제약이나 패널티 없이 잘 쓰는 것을 자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게임에서 이러한 제약사항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에게 ‘금단의 힘’을 제공하고 금기를 넘어서는 쾌감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내러티브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네러티브적인 제한이 플레이어의 힘을 실제 제한하는 케이스들은 상당히 드물다. 하지만 엣지러너는 이러한 클리셰를 교묘하게 이용하다가 뒤틀어버린다.

주인공 데이빗은 크롬(인간을 강화시키는 인공 신체)에 대한 부하를 적게 받는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크롬을 얼마나 많이 달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무력이 결정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데이빗은 사이버펑크의 세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셈이다. 이는 엣지러너의 원작인 사이버펑크 2077에서 용병 V와 구도가 비슷한데 크롬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V가 힘과 인연으로 나이트 시티의 최정상에 오르는 것이 원작 게임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V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전설이 되었다면, 데이빗은 전설이 되지 못하고 추락하게 된다.

그리고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데이빗은 스스로 전설이자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크롬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멈춰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V가 아니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자Edgerunner에 불과한 거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그는 경계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외인 자신’ 클리셰를 무너뜨리긴 했어도, 주인공 데이빗의 몰락은 극에서 계속해서 예견되었다. 극 중 데이빗을 움직이는 모티브는 모두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들이었다. 가장 큰 모티브는 1화에서 죽어버리는 데이빗의 어머니의 유언 아닌 유언이었다:‘아라사카의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죽기전 데이빗과 싸우는 그 순간에서도 이야기했다. 그것이 데이빗을 주박처럼 옭아메고, 데이빗이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다가 경계의 저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었다. 마지막 화에서조차 데이빗이 루시를 구하기 위해서 사이버사이코 상태에서조차 ’아라사카 정상까지 가겠다‘ 라는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가 여전히 1화의 주박에 사로 잡혀있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할 가능성을 준 또래 집단들도 역설적이지만 그의 파멸을 앞당기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의 롤모델이 되었던 메인 역시 그의 사이버사이코 상태의 환상 속에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과도하게 크롬을 사용하고 자신을 밀어붙였던 강박적인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메인이 망가지는 과정 자체는 데이빗의 몰락과 많은 부분 비슷한데,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다가 주변인들을 내치고, 자신의 연인과 친구들을 모두 잃고 사이버 사이코가 되어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메인의 죽음은 데이빗에게 더 많은 신체를 크롬으로 대체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고, 그의 몰락을 앞당기는 계기로 이어졌다. 

그렇기 떄문에 역설적이게도 시리즈가 끝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때까지 데이빗의 심리 상태는 강박과 죽은 자들의 주박에 사로잡힌 자기 자신이 없는 자기 파괴적인 상태였다. 이 때문에 그의 연인인 루시와의 관계 조차도 서로 바라보는 벡터가 달랐다. 첫 만남에서 루시는 데이빗의 꿈 이야기를 듣고는 ’그건 타인의 꿈이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이는 데이빗의 동인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루시가 삶을 살아가는 관점인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빗과 루시는 일종의 상극에 서있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서로 삶을 바라보는 관계가 다르더라도 데이빗과 루시의 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순수한 관계라는 점이다. 루시가 데이빗을 위해서 아라사카의 해커들을 제거하고 데이빗의 흔적을 숨기고자 했던 것은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안전을 지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주었던 것도 데이빗을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데이빗은 루시를 사랑했지만, 그의 사랑은 루시의 그것과 상당히 달랐다:데이빗은 그녀에게 헌신했지만 동시에 루시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 그의 사랑의 형태였다.

이로 인해서 엣지러너의 가장 큰 비극이 완성된다:루시와 데이빗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과 벡터가 달랐기 때문에 이야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감정이 닿았어도 서로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루시는 자신이 죽더라도 데이빗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했지만, 데이빗은 루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꿈은 루시의 소망을 이루는 것이라 한다. 가장 마지막의 순간에서조차 두 연인의 소망은 닿을 듯 말듯 하며 교차해버리고 아련한 감정만을 남긴 채 장대한 파멸을 맞이한다.

트리거는 색체와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 그리고 추락과 상승의 동선 등을 통해 위에서 분석한 엣지러너의 이야기 구도를 훌륭하게 구성한다. 아라사카 타워와 달, 데이빗의 추락, 화려하지만 마치 병든 것 같은 채도 높은 노란색의 이미지, 네온 빛깔로 표현된 산데비스탄의 잔상들과 사이버펑크 도시의 느낌 등은 교과서적인 동시에 통일감을 제대로 구성하였다 할 수 있다. 서사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이미지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작품으로써 훌륭한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이미지와 다르게 본질적으로 엣지러너는 대중매체의 정석적인 흐름을 뒤집고 몰락의 아름다움과 애틋함, 안타까움을 잘 드러낸 탄탄한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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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이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생각하는 '정형적인 모습'이자 '일반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가족의 형태는 부모가 모두 있는 4인 가족에 서울에 있는 자가 주택에, 아버지는 사무직, 어머니는 가정 주부이고...이런식의 요건들을 전제로 한다. 정상성에 대한 규범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에게 일종의 공감대와 무의식을 구성하는 영역이다:가령 우리가 머릿속으로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이러한 조건을 가진 가족이 곧바로 연상되는 것처럼 정상성은 일종의 사회적 공통 영역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그 '정상성'으로부터 먼 범주에 속한 사회 구성원이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논할 수 있는 영역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 담론의 영역을 제기한다.

흥미로운 점은 정상성에 정확히 부합하는 범주의 집단은 통계적으로 '극히 희귀한' 케이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가령 아무 조건 없이 5500만 한국인 중 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면, 그 어떠한 조건없이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람의 성별을 특정지을 수 있다면, 5500만 중 절반인 2750만의 인원은 배제하고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이 사람의 주소, 연령대, 직업 등등의 조건을 찾아서 점점 범위를 좁혀 나간다면 그 사람을 특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로파일링이라 불리는 영역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사람의 경향성을 추론하거나 검색 범위를 좁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범죄학이나 마케팅에서 고객 프로파일링의 영역이 이러한 특징을 십분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성 집단, 혹은 정상성 가족에 대한 영역은 순수하게 그 조건에 부합하는 집단만 찾는다면 극소수에 가깝다. 누구는 부모중 한명이 이혼했을 것이고, 어느 부부는 자식이 없을 것이다. 누구는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에 살 것이고, 누구는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외곽이나 천안이나 이런 곳에서 출퇴근을 할 수 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정상적인 가족이나 정상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정상성이란 좀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저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상성, 특히 정상 가족에 대한 담론들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작품들이나 영화들이 많았던 것도 그렇게 놀랍진 않다. 모두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실존하지 않는 존재, 그리고 그 사이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에 집중하여 문제를 드러내어 그것을 풍자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이런 작품들의 주요 테마였다. 그리고 몇몇 작품들은 '정상성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비꼬아서 공포의 영역으로 끌고자 했다: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무의식에서 우리를 억압하고, 우리의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억압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작업이었다.

영화 페어런츠는 그러한 정상성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는 영화다. 부모가 사실은 식인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나중에는 그것이 진짜로 밝혀지지만) 소년의 어두운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감과 정상성의 이미지를 비튼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이 1950년대 미국이라는 점이다:1950년대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이후로 사회 경제적으로 황금기를 맞이한 미국은 겉으로는 밝고 행복한, 그야말로 정상성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것이 무너졌고, 베트남전이라는 충격을 통해서 히피즘과 거대한 아노미를 겪었던 것이다.

페어런츠가 눈여겨 보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아노미를 겪기 전, 곪아터지기 전의 들끓어오르는 열과 통증 처럼, 그로테스크하게 퍼져나가는 부패의 에너지를 음식과 정상 가족에 빗대어서 공포 영화의 장르로 묶은 것이다. 또한 '먹을 것'이라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부분도 강렬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부분이다. 얀 츠방크마이어가 이야기했듯이, 입이란 인간의 기관 중에서 가장 야만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관이고, 식사란 가장 야만적인 행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식사는 정상성, 특히 가족과 관련된 이미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도 한다. 가족을 부르는 식구라는 표현이 같이 받을 먹는다라는 표현에 기반하듯이,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라는 이미지와 식사를 주관하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하지만 페어런츠는 이러한 이미지를 뒤틀어버리고 식인이라는 이미지를 섞음으로써 정상성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 자체를 크게 왜곡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그 왜곡된 이미지가 뜬금없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섞였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이러한 식사의 이중적인 이미지와 본질을 잘 잡아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떻게 본다면, 정상성이야말로 근현대 사회가 보고 있는 가장 신화화된 개념에 가까울 것이다. 차라리 중세 사회였다면 분절되어있는 무수히 많은 세계가 공존하였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하나의 사회를 유지한다는 신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신화를 해체하는 작업을 수많은 작품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흐른다면 1950년대의 정상성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정상성이나 다양한 형태의 정상성들을 발굴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깨는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행위 자체는 현대사회라는 개념이 새롭게 재정의되는 한, 계속해서 반복될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바이오하자드 4의 등장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큰 전환점이었다. 심지어 좀 더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현대적인 숄더뷰(어깨 너머로 바라보는) TPS의 등장은 바이오하자드 4와 함께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4는 프랜차이즈 전반에 있어서 하나의 ‘성배‘와 같은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4에서 등장한 체술이나 숄더뷰 시점의 게임 플레이, 그리고 B급 액션 영화 같은 QTE와 연출 같은 부분들은 바이오하자드 5편, 6편, 리빌레이션, 심지어는 장르 변화가 일어난 7편의 DLC나 8편 전반에 나왔다. 또한 수많은 서바이벌 호러 게임들 역시 바이오하자드 4의 영향을 받았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데드 스페이스의 게임 플레이가 바이오하자드 4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었다.
바이오하자드 4 RE(이하 4 리메이크)는 바이오하자드 4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바이오하자드 2 RE 이후로 3편을 리메이크한 캡콤이 4편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프랜차이즈에서 어떻게 보면 ‘불가침’ 영역이었던 4편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2편을 리메이크하는 것과 다른 경지였다. 특히나 2편과 같이 오래되서 게임에 대해서 재해석 될 여지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4편은 현대적인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 초석을 다진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르 관점에서 본다면 재해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사실이었다. 요약하자면, 바이오하자드 4는 그대로 옮기기에는 그동안 많은 장르의 발전이 이루어진 작품이라 더 나아질만한 요소를 추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는 그런 점에서 보면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의 핵심은 바이오하자드 4의 전투 시스템을 새롭게 양식화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에서 4편의 존재는 체술의 추가였다. 기본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서바이벌 호러의 문법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제한된 총알을 적절한 곳에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체술은 이러한 총알을 아끼고  전투의 흐름을 좀 더 역동적으로 재정의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가령, 적의 무릎을 쏴서 자세를 무너뜨리고 체술로 데미지를 입혀서 적을 쓰러뜨린다면, 그만큼 총알을 아낄 수 있었다. 동시에 상단 하단만 노릴 수 있었던 기존의 조준 시스템을 일신해서 다양한 적들의 부위를 노리게 만든 점도 바이오하자드 4에서 다듬은 부분이었다.
바이오하자드 4에서 체술의 등장은 몬스터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을 일신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게임과 다르게 ‘머리를 노리면 적이 더 강해질 수 있다’라는 개념은 참신한 부분이었다. 또한 총격을 받고 쓰러진 적들이 더 강한 강화체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적들을 틈틈히 칼로 찔러 무력화 시키는 요소를 집어넣는 등 일반적인 슈터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들이 등장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체술을 통해서 편해진 부분들을 다양한 새로운 요소들로 보완해나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들의 대부분은 공격 시스템 부분에서 이루어진 변화였고, 바이오하자드 4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 했다.
4 리메이크는 ‘방어적’인 부분을 요소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4 리메이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나이프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다. 본편에서 나이프는 누운 적들에게 추가타를 입히거나, 총알을 아끼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그러나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나이프로 ‘패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적의 근접 공격을 처냄으로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것으로 적의 움직임을 막거나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면 근접공격으로까지 이어줄 수 있다. 막을 수 있는 공격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데, 4편 원작에서 닥터 살바도르의 즉사기도 리메이크에서는 칼 패링으로 막아낼 수 있다. 플레이어에게 전방위적인 방어 수단을 제공해준 대신 4 리메이크에서는 2 리메이크에서 했던 것처럼 칼에 내구도를 추가하여 소모품으로 사용하게끔 만들었다. 나이프를 다 쓰게 되면 패링이나 다양한 액션들이 막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나이프의 수량을 체크해야 한다.
패링 이외에도 패링이 불가능하지만 ‘앉아서 회피할 수 있는 공격‘ 요소를 추가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이프 패링과 앉아서 회피 같은 요소가 추가되면서 플레이어가 방어적인 부분을 능동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늘어났다. 즉,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는 공격과 함께 방어를 같이 추가하면서 공수 시스템을 모두 완성했다.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는 마치 교과서처럼 내려온 게임에서 ‘더 나아질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서 완성시켰다는 점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고민이 4편의 등장 이후, 거의 20년 동안 수많은 게임들이 고민하고 발전시킨 부분을 이어받아서 완성시켰다는 점은 기존의 게임들을 공부한 점도 그러하다. 최근 작에 비추어 본다면 총기와 근접전을 결합시킨 칼리스토 프로토콜 같은 게임들이 있을 것인데, 이런 작품보다 오히려 기존 게임의 강점을 살리며 여지껏 있었던 변화들을 모두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캡콤의 개발 철학과 기술력을 집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바이오하자드 4 리메이크는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거의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큰 흐름이나 게임 플레이가 4 원작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4 리메이크는 4의 연장선이고, 7과 같이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 물건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4의 리메이크는 7과 같이 새로운 바이오하자드의 가능성을 연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서바이벌 호러에서 공격과 방어를 하나로 엮어서 근접 총기 격투(?) 게임 플레이의 한 획을 그었다.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아니면 4편 리메이크는 꼭 해볼만한 작품이다.

게임 이야기

 

 

바이오하자드 7의 성공은 다른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었지만, 6편의 거대한 실패 이후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대한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바이오하자드 7의 성공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를 제기한 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7의 형식을 취하면서 만들어진 바이오하자드 8의 모양새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바이오하자드 8은 바이오하자드 7을 골격으로 삼은 바이오하자드 넘버링 작품의 최신작이었다. 최근에 나온 리메이크 작들을 제외한다면, 바이오하자드 8은 바이오하자드 중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에 리뷰할 바이오하자드 4가 한 때 완벽한 게임을 한 단계 더 진일보 시키는 게임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8은 기존의 바이오하자드들을 7의 포멧으로 옮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8의 핵심 테마는 '7의 포맷으로 재탄생한 바이오하자드 테마파크'다. 바이오하자드는 시리즈의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테마들을 게임으로 옮겼고, 의외로 시리즈 내에서 많은 장르 포멧을 소화한 프랜차이즈였다. 전통적인 저택식 서바이벌 호러인 1편에서부터 대규모 재난 서바이벌이었던 3편, 5편과 6편,  액션 장르를 게임에 접합시킨 4편 등등 프랜차이즈는 하나의 틀에 얽메이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변주를 만들어내었다. 바이오하자드 8은 7의 기반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7이라는 새로운 포멧(1~3편의 고정 시점의 게임 플레이, 4~6편의 TPS 게임 플레이, 7편의 FPS까지)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가를 테스트해보는 자리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확장을 이뤄내기에는 바이오하자드 7의 전투 시스템이 앙상한 뼈대에 가까운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7편에서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A에서 B로 가는 것을 막기위한 길막의 요소이자, 플레이어가 혐오스럽고 역겨운 적들을 강제로 바라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즉, 전투는 꼭 해야하는 것이 아닌 우회하거나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요소라 할 수 있는데, 서바이벌의 성격이 강했던 바이오하자드 초기 시리즈(1편이나 2편 같은)에서는 이렇게 좀비를 무시하고 달리는 그런 요소들이 어느정도 있었고 바이오하자드 7의 전투도 그러한 연장선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7편의 전투 자체가 바이오하자드 6편이나 레벨레이션즈 같은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의 영향도 받았다는 점일 것이다. 1편부터 5편까지 이어지는 근 20년 간의 역사에서 무빙샷이 안된다는 플레이어들의 불만을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전투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점은 무빙샷이 추가되면서 상대방과 플레이어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조정하는 요소가 추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7편은 6편이나 레벨레이션즈 같은 바뀐 전투의 요소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고, 어느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8편의 전투는 7편의 흐름을 이어받으면서 좀 더 다듬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8편 역시 FPS 형태의 게임 구조를 취하고 있고, 이는 7편과 유사하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케일'일 것이다:플레이어가 탐색하는 공간은 커졌고, 등장하는 적들도 늘어났으며, 공간도 이전에 비해서 훨씬 복잡해졌다. 그러나 8편의 규모가 거대해졌더라도, 본질적으로는 7편의 1대1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적들이 여럿 존재하더라도 '한 번에 한 명씩'만 공격을 하고 좁고 긴 맵 구조에서 벌이는 전투나 이런 부분들은 7편과 이전 작품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8편에서 재밌는 부분들은 1대1 상황에서 적들이 일종의 '격투 게임 장르'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적들은 플레이어와 싸울 때 좌우 스텝을 밟는 일종의 심리전을 걸면서 접근한다. 적이 총을 맞으면 뒤로 밀려나면서 심리전이 리셋이 되고, 적을 밀어내지 못하면 플레이어는 적에게 공격을 받는다. 이 때 공격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있는데 방어 자세를 취했을 경우 데미지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상대와의 거리를 강제로 벌리는 밀치기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적들을 한명 한명 격파해 나가는 것이 바이오하자드 8편의 전투 매커니즘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바이오하자드 8은 기존 시리즈들이 갖추고 있었던 다양한 기믹을 하나의 게임에 녹여낼 수 있었다. 우선 8편에서 4대 가주의 스테이지들은 과거 1편, 2편의 대저택(드미트리쿠스), 7편의 호러 기믹(베네비엔토), 5,6편의 대규모 재앙 액션(모로, 하이젠베르크) 같은 기믹들을 8편의 형태로 재해석해서 옮긴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일 건데,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은 바이오하자드 2 리메이크에서 보여주었던 미스터 X의 추적 기믹과 저택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거의 바이오하자드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8편은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바이오하자드의 가장 좋았던 부분들을 따와서 8편의 포멧으로 다양하게 즐기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도 생겨난다:각각 저택들의 가장 재밌는 부분이나 가장 좋았던 부분만 다루고 있는데, 그 부분이 감질나게 분량이 조절되어 있고, 통일되지 않아 하나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모자이크화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자이크화 되어서 완벽하게 따로 노는 몇몇 작품들과 다르게 바이오하자드 8편은 그래도 8편이라는 틀 안에 모든 테마들을 담아두고 있기 때문에 게임으로써는 완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바이오하자드 8편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집대성한 작품인 동시에 7편의 포멧으로 할 수 있는 최대를 보여준 작품이다. 물론 각각 개별 테마가 너무 감질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동시에 하나 하나 잡고 보았을 때 완성도가 있어서 감질난다고 생각한다면 게임의 완성도가 그만큼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7편과 8편,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정점에 오른 캡콤의 개발력을 감안한다면, 바이오하자드 9편도 기대를 가져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 이야기

 

스트리트 파이터 6의 발매는 격투 게임 장르를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린 작품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개발 철학이 혁신적인 시스템들에 기반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필살기 원버튼 지정, 공방 흐름과 상성을 명확하게 다듬은 시스템 구조 등은 이미 이전부터 많은 격투 게임들이 시도했던 것들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강점은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에서 온게 아니고 '이전에 존재했던 개념들을 잘 다듬었다'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을 선행적으로 테스트한 회사가 아크 시스템 웍스일 것이다.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들은 '아니메 격게'라는 격투 게임 장르와 영역을 개척한 아크 시스템 웍스는 오랫동안 매니아들에게조차 어려운 게임으로 악명 높은 격투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블레이블루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전형적인 파동승룡 케릭터인 진과 라그나를 빼면 거의 대다수의 케릭터들은 다른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운영과 공방 방식을 자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케릭터들이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기에 콜라보 작품이었던 크로스 태그 배틀이 초기에는 초보와 신규 유입을 위해서 조작 체계를 일신하고,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많은 작업들을 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블레이블루보다도 더 악명 높은 격투 게임이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일 것이다:콜라보로 등장한 다양한 케릭터들과 같이 싸운다는 컨셉의 게임은 상중하단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이나 공격 위치를 교란하는 공방 등 격투 게임에 있어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방식의 공방이 존재했다. 태그 배틀이라는 기본 개념 자체가 게임의 공방을 격투 게임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게 만든 점이 크로스 태그 배틀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쉬운 난이도의 시스템들은 이러한 태그 배틀의 기형적인 부분을 어느정도 보완하려 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가 이런 식이라는 점이다:게임의 복잡한 부분들의 문턱을 숨기거나 완화시키기 위해서 쉬운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인 점은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가 '격투 게임' 관점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지향점이 다소 모호하다는데 있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나 그랑블루 판타지 같은 게임들이나 기본적으로 아크 시스템 웍스가 게임으로 지향한 부분은 일종의 '재현'이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강하고 멋있고 빠른 게임 페이스의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격투 게임으로서의 통일성은 다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 시스템을 격투 게임의 공방 흐름에 맞춰서 일신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잘 다듬었다 하더라도 게임이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폭권 토너먼트의 케이스가 그러하다 할 수 있다. 폭권은 격투 게임의 모든 공방 흐름을 '타격' - '잡기' - '가드 포인트가 달린 타격'으로 나누었다. 타격은 잡기를 이기고, 가드 포인트가 달린 공격은 타격을 이기고, 잡기는 가드 포인트가 달린 공격을 이긴다. 이렇게 직관적인 상성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폭권은 격투 게임의 공방 흐름을 '눈에 보이게끔' 구현하면서도 동시에 플레이어가 그 흐름을 읽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폭권 토너먼트는 이러한 시스템을 단순화시키고 깔끔하게 쳐내고 다듬으면서 몇몇 부분에서 '비직관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필드전과 1대1 대전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고 체력 회복 요소를 집어넣은 것이 그 예시인데, 폭권의 공방 흐름을 계속 유지하였을 때 벽몰이에서 플레이어가 탈출할 수 없다던가, 1대1 대전만 존재할 경우에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포켓몬들의 공방 흐름을 다변화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나눈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위적인 흐름들이 게임 밸런스나 흐름 측면에서 꼭 필요했다 하더라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위화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화감이 폭권 토너먼트라는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쉽게 만들고자 한' 격투 게임의 케이스들을 생각한다면, 항상 쉽게 만들기 위해서 시스템을 다듬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가 '쉬우면서 직관적이지만 깊이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게임 전반을 다듬은 부분은 바로 프레임의 이득과 손실, 일종의 경제학적인 영역이다. 예를 들어서 드라이브 임펙트의 경우, 실제 공격이 발동하는 시점까지 약 20여 프레임 정도의 여유가 있고, 보통은 약손이나 중손으로 히트 스탑을 건 후 역으로 드라이브 임펙트를 걸거나 3히트 이상으로 타격을 걸면 드라이브 임펙트를 깨부술 수 있다. 혹은 점프로 상대를 넘어가서 역가드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완벽하게 유리한 선택지는 없어서 플레이어가 '리스크를 지고 선택해야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의 득실의 경제학을 성립하는 것은 공격 옵션들의 카테고리를 크게 약/중/강과 드라이브 시스템들을 발동 프레임, 발생 프레임, 그리고 가드 딜레이와 리치 등을 활용해서 일종의 '카테고리화' 시킨 것이 핵심이다. 비록 모든 케릭터들의 공격이나 잡기, 심지어는 공통 시스템인 드라이브 시스템의 성능이 서로 다르긴 해도 상대 방어에 대응할 때 있어서 분명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뜯어본다면 모두 다른 성능의 기술들이긴 하지만,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에서 '대응 옵션'을 갖추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프레임의 경제학은 전체 게임 플레이를 유형화 시키지만, 시스템이라는 거시적인 틀로 묶지 않아서 '강제적인 흐름'을 만들지 않았다. 또한 캡콤이 스트리트 파이터 6를 통해서 격투 게임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격투 게임에서 공방의 흐름에서 생기는 재미를 구현하는 것)가 명확했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간단한 프레임의 흐름에서 게임을 구현한다는 수단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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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월간 GPG 매거진 7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대전 게임의 역사에서 길이 남는 장면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04년. 우메하라 다이고와 저스틴 웡이 EVO 스트리트 파이터 3 준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저스틴 웡이 춘리로 다이고의 켄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드 데미지만으로도 다이고는 패배할 수 있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 때 저스틴 웡이 한 판을 따내기 위해서 춘리의 초필살기인 봉익선을 넣었지만, 다이고가 가드가 아닌 블로킹(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스틱을 앞방향으로 튕겨 공격을 가드 데미지 없이 막아내는 스트리트 파이터 3의 시스템)으로 봉익선을 모두 블로킹 하고 거기에 콤보를 시동하여 압도적인 체력 차이를 극복해내는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영상은 유튜브의 태동부터 격투 게임 플레이어들의 심금을 울렸던 명승부였고 격투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아는 격투 게임의 유명한 명장면이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영화처럼 모든 공격들을 쳐내고, 역으로 한판을 따내는 장면은 멋져 보일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대단하고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 당시 상황의 흐름이었다. 사실 춘리의 봉익선은 다이고나 정도의 플레이어 수준이면 전타 블로킹하는 것이 가능 했었다. 중요한 점은 저스틴 웡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저스틴 윙은 봉익선을 쓰기 전까지 블로킹을 유도하려고 간간이 공격을 허공에 헛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약손 약발 견제나 가드 데미지에도 죽을 수 있는 다이고 적극적으로 블로킹을 노리면서 반격할 것이니, 그런 블로킹을 헛치는 순간을 노려서 게임을 끝내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다이고 그런 흐름에 말려들지 않았고, 웡은 과감하게 봉익선을 걸면서 다이고를 압박했다. 봉익선 전 타를 '지상'에서 블로킹한다고 해서 다이고가 그 체력 차이를 극복할만한 콤보로 이어가지 못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여기서 대단한 점은 다이고 역시 그것을 간파하고 봉익선의 마지막 공격들 일부러 점프해서 공중 블로킹을 한 뒤, 바로 강K로 연계되는 콤보를 넣어서 완벽하게 한 판승을 따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이 명장면은 격투 게임 장르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기 쉬운 '영화처럼 초필살기를 모두 막았다, 그리고 역전했다’는 화려함은 핵심이 아니다. 확실하게 이기기 위해서 마지막 공격을 공중에서 막고 내려오면서 강K 콤보로 게임을 따낸 우에하라 다이고의 판단'이 이 승부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었다. 화려한 장면 뒤에는 양 플레이어의 치열한 수싸움과 심리전이 있었고, 양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시스템, 상대방의 심, 체력 계산 등의 모든 것들을 쥐어짜내면서 승부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화려한 콤보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이 아닌, 게임의 시스템과 상대방,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꿰뚫어보면서 극한까지 쥐어짜내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격투 게임 장르의 본질인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23년 6월에 나온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의 최신작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경우 발매 당시부터 배틀 허브나 월드 투어, 파이팅 그라운드 등의 모든 게임 콘텐츠를 들고 발매가 되었다. 전작이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5가 지금 와서는 안정 되어있지만 데뷔 당시 여러 이슈들(아케이드 모드의 도입과 스토리의 부재 등)을 들고 발매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자체적으로 완결된 구조와 흐름을 들고 발매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스트리트 파이터 6가 격투 게임의 초심자부터 숙련자, 그리고 달인까지 모두 아우르기 위해서 콘텐츠부터 시스템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다듬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종합해서 본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야심은 단순히 전작들을 아우르는 것이 아닌, 격투 게임 장르를 다른 경지의 영역으로 이끄는데 있다.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그 점에서 성공했다. 본 작은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매력의 결정체이자 캡콤의 개발 역량의 정점이며, 더 나아가서 지난 20년간 격투 게임 장르가 그동안 실험하고 고민했던 것들 다른 단계로 끌어올린 게임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우메하라 다이고와 저스틴 웡의 경우처럼, 격투 게임의 본질은 화면에 드러나는 것이 아닌 수면 아래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그 어떤 시스템이 스트리트 파이터 6에 추가되었다,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한 시스템이 추가됨으로써 게임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가 어떤 격투 게임인가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스트리트 파이터 5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야 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스트리트 파이터 4를 완성도 높게, 그리고 단순하게 다듬는 데서 출발하였다. 강제연결(실제 이어지진 않지만, 히트 리커버리 전에 기본기를 넣어서 강제로 콤보로 연결하는 테크닉)과 케릭터별 특징들 때문에 겉보기에는 입문이 쉬워 보이지만 말도 안 되는 옵션 게임이었던 스트리트 파이터 4를 V 스킬과 트리거 시스템으로 통합해서 깔끔하게 다듬는 작업을 한 것이 스트리트 파이터 5였다 강제연결 판정을 여유롭게 하고, 각 케릭터별 시스템은 V 스킬과 트리거로 시스템화 하였다.  

 

 

 

대전 게임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5는 훌륭한 완성도를 지녔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분명 개선해야 하는 점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보는 재미가 없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5의 기본기에는 가드 했을 때 내가 이득 프레임을 보는 것들이 많았고, 그 때문에 화끈하게 치고 받기 보다는 서로 거리를 재면서 기본기를 내밀다가 친 기본기를 붙잡고 역공하는 구조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면 왜 서로 거리를 재면서 기본기를 내지르는 싶은 극단적인 거리재기 싸움으로 보이게 되었다. 또한 상당수의 기본기가 이득 프레임을 보장해주니 상대의 기본기와 주입(기본기를 캔슬하고 필살기로 이어서 공격을 이어가는 것)을 가드 하면서 상대의 헛치기를 캐치하나가는, 서로 이득을 보는 거리와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플레이해 나가는 흐름이 기본이 돼서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난해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이러한 흐름을 '역동적'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가드 시 유리한 이득 기본기들의 수를 줄이고, V스킬과 트리거 시스템을 삭제, 드라이브 게이지를 쓰는 드라이브 패리와 드라이브 임팩트 시스템을 추가하여 공방의 옵션을 통일시키는 등 다양한 변화를 주었다. 밑에서 종합하여 결론을 내리겠지만, 이러한 시스템들의 변화와 정리플레이어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 6 전작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가장 큰 변화는 드라이브 게이지라는 새로운 자원의 추가와 드라이브 패리, 드라이브 임팩트 시스템이다. 드라이브 임팩트는 슈퍼 아머 상태에서 퍼니시 카운터로 상대를 공격할 시, 상대에게 긴 경직 주는 공격이다. 그리고 드라이브 패리는 패리 버튼을 누르고 있을 시, 상중하단 가리지 않고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전방위 패리를 구사하는 시스템이다. 이 둘은 드라이브 게이지라는 자원을 이용하는데, 이 드라이브 게이지초필살기용 자원과 별개의 독립된 자원이다. 

 

드라이브 패리와 임팩트의 추가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게임 구조를 바꾸었다. 첫 번째로 게임의 편의성을 높이고 입문 허들을 낮추었다. 전신 아머 판정에 카운터 맞추면 강력한 콤보로 이어 나갈 수 있는 공격인 드라이브 임팩트와 상대의 상중하단 이지선다 타격 공방 자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드라이브 패리는 공방의 편의와 게임 운영의 허들을 대폭 낮추어 주었다 

 

드라이브 패리/임팩트가 조작을 편하게 만드는데 핵심인 부분은 바로 '(모던 기준)원버튼으로 발동 가능하다' 이다. 모던 조작 기준 패드의 범퍼를 누르는 것만으로 빠르게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도 제대로 입력 못해서 헛치거나 하는 불상사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의 드라이브 임팩트를 보고 드라이브 패리를 치거나, 혹은 좀 늦게 드라이브 임팩트를 쳐서 오히려 압박하는 상대를 먹어버리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심지어 캔슬 가능한 기본기들(대표적으로 약 펀치)에 연결해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약손 견제를 무시하고 드라이브 임팩트를 쓰면 자신도 똑같이 임팩트로 보고 반응하는 식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번째 관점은 공방 구조를 표준화하는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고유의 V스킬과 V트리거를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그렇기에 한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상대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의 성능 저점을 올려주었다: 예를 들어 잡기 한 번에 모든 사활을 건 캐릭터인 장기에프의 경우, 파동승룡(파동권으로 원거리 견제, 점프해서 파동권을 피하는 적을 승룡권으로 격추)류의 운용법에는 시리즈 전통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드라이브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파동권을 리하면서 잡기 거리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혹은 기본기로 견제하는 상대를 임팩트로 잡아먹고 잡기로 바로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어캐릭터 평가가 시리즈 대비해서 많이 올라갔다. 표준화된 공방 문법의 추가로 특정 패턴에 취약한 캐릭터의 성능을 보완해준 셈이다.  

 

 대신 본작에서 캐릭터들의 개성들은 필살기와 별도 고유 운영 요소들로 남겨 두었다. 마농, 류, 제이미 같이 캐릭터 고유의 버프나 시스템들은 드라이브 시스템과 별도로 필살기나 특수기의 형태로 빠져나왔다. 전작에서 개별 캐릭터들의 개성이 V 트리거라는 시스템 하에 모두 하나로 묶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모두 각자 따로 놀았던 것과 반대로, 본작에서는 캐릭터의 개성은 최대한 살리면서캐릭터별 입문 난이도와 대응 난이도 간극을 줄일 수 있었다.  

 

번째 관점은 자원 관리와 운용의 관점이다. 전체적으로 드라이브 임팩트패리는 운영 난이도를 낮춰주는 요소로 보인다. 하지만 드라이브 시스템의 제한점과 리스크들 역시 게임 운영에 큰 영향을 준다. 드라이브 게이지는 기본적으로 드라이브 패리와 임팩트 등의 행동을 할 때 쓰여 지기도 하지만, 적의 공격을 가드할 때도 같이 깎여 나가고, 드라이브 게이지가 모두 없어졌을 때는 번아웃 상태가 되면서 가드 경직이 늘어나 -4프레임 손해를 보는 한편, 드라이브 패리와 임팩트가 모두 쓸 수 없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여타 격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가드 크러시와 가드 게이지 같은 개념에 가깝다. 방어적인 플레이에 페널티를 주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라는 게임 디자인의 결과물인데, 스트리트 파이터 6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가드 시스템의 자원 6편 시스템 중심 드라이브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 지어 설계했다는 점이다. 물론, 드라이브 게이지는 생각보 빠르게 잘 차오르는 편이지만, 몇몇 특정한 순간에서는 번아웃이 오거나 최악의 경우 벽 밀치기를 당하여 스턴 경직까지 오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드라이브 임팩트패리는 강력한 도구이긴 하지만, 정석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약점도 존재한다. 패리의 경우, 커맨드 잡기나 기본 잡기에 퍼니싱 카운터로 공략할 수 있으며, 임팩트의 경우 드라이브 패리나 잡기, 역가드 점프 같은 다양한 공략 수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이브 패리와 임팩트 의존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공중에서 공격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드라이브 패리를 유지하면서 방어를 한다면 공중 기본기 1타는 막아내더라도 패링을 예측하고 착지 후 바로 이어지는 상대의 잡기 선택지를 피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패리를 먼저 발동시키고 있으면, 상대가 그렇기에 상대가 공중 기본기 1타를 내는 그 아슬아슬한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패리를 발동시킨 후, 상대가 공중 기본기에서 이어지는 연속기를 다 입력하는 것을 보고 난 뒤에 패리를 풀거나 대시로 캔슬 시켜서 역공을 이어나가야 한다.   

 

드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매번 플레이어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역동적인 공방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흐름의 입문 허들은 낮추고 게임의 깊이는 더하는데 성공하였다. 후술할 내용들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구성은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모든 걸 뒤엎기 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의 템포를 조절하고 다듬어서 정리하는 쪽에 가깝다는 점에서 온고지신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드라이브 임팩트패리가 혁신적인 것들처럼 보여도, 당장 스트리트 파이터 4의 가드 포인트가 달려있는 세이빙 스로우와 스트리트 파이터 3의 블로킹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다. 여타 격투 게임들이 프랜차이즈가 커질수록 자신만의 문법을 너무 늘리다 보니 그들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장르의 본질과 시리즈의 전통에 충실하면서 너무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게 적절한 시스템적 수위를 조절했다. 

 

또한 스트리트 파이터 6 게임 흐름은 플레이어 주도적인 선택을 장려한다: 드라이브 패리와 임팩트, 드라이브 게이지의 운영, 캐릭터별 자원과 개성, 구석에서의 심리전, 역가드 심리전 등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리스크를 지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야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었다. 수비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 구석에서의 리스크(구석에서 드라이브 임팩트가드 했을 시, 넉백 - 벽 스턴으로 상대방에게 콤보 기회를 주는 점)나 수비적인 가드 플레이의 난점(가드 시, 드라이브 게이지가 떨어져서 드라이브 게이지 운영에 난점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 번아웃에 빠질 시 가드 경직 증가 등)들이 발생한다. 때문에 '필요한 상황에선 수비를 하되, 내 공격권을 가져올 수 있는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골라야 한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구석에 몰렸을 때의 리스크가 더 커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구석을 탈출하기 위해서 과감한 선택지들(슈퍼 아츠, 점프, 잡기 등등)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들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하단 가드를 계속 하면서 관망한다 라는 선택지는 때로는 악수가 된다. 

 

본작의 이러한 요소들은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본작의 핵심은 '인식하면 할 수 있다'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4의 극단적인 옵션 싸움도 아니고, 스트리트 파이터 5의 기본기 프레임 표를 다 외우고 있어야 후상황 유불리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암기보다는 그때 그때 '상대가 무엇을 하는가' 집중하고 그에 따른 대응들을 차근차근 실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대전에 안착할 수 있다. 격투 게임에서 모르면 맞아야지?알아도 맞아야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한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점진적으로 자신의 플레이를 고쳐 나감으로써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다.  

  

'인식하면 할 수 있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본작에는 플레이어 숙련도에 따라서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중간 단계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던 조작이다: 기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서는 약중강 펀치/킥 6버튼 체계를 전통적으로 지켜왔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조작 체계를 클래식, 모던, 다이나믹으로 쪼어 놓는데, 기존 시리즈 전통인 클래식과 어시스트 콤보만 나가는 다이나믹 조작보다도 더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바로 모던 조작이다: 모던 조작은 펀치/킥의 개념을 삭제하고 ,, 공격 3버튼에 필살기 버튼, 그리고 좌우 범퍼에 드라이브 임팩트와 드라이브 패리, 우측 트리거에 어시스트 버튼(트리거를 당기고 약중강 입력 시 정해진 콤보 루트를 입력하는 어시스트 콤보가 나가고, 필살기를 누르면 강화형 오버 드라이브 필살기가 나간다)을 배정했다. 모던 조작의 필살기는 필살기 버튼 또는 방향키 필살기 조합으로 나가는, 흡사 대난투 시리즈에서나 볼법한 간단한 조작으로 변경된다. 그 결과 조작 실패에 대한 운영 실패를 줄이고, 패드에 자연스럽지 않은(기존 스트리트 파이터 조작 전통은 강펀치 강킥을 쓰기 위해서는 우측 범퍼와 트리거를 써서 상당히 이질적인 조작감이 있었다) 조작을 패드기반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고쳤다. 

 

 

 

모던 조작의 핵심은 '반응'이다. 애초에 파동 승룡으로 요약되는 4분의 1회전이나 승룡 커맨드 같은 것들이 일단 초심자 입장에서 입력하는 것들부터가 어렵고,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적재적소에 반응하여 활용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심지어 반회전이나 1회전 같은 입력 도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커맨드들은 캐릭터 입문의 난이도를 대폭 올려버리는 문제도 만들었다. 모던 조작은 이러한 문제들을 20% 데미지 감소라는 페널티를 주되 원 버튼 입력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캐릭터 운영의 정수만 뽑아서 플레이어가 상대 플레이에 반응하여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아무리 초심자라도 상대가 뜨는 궤적을 보고 떨어지는 것을 보고 승룡권을 칠 수 있게 된다. 

 

모던 조작의 반응은 결국 운영으로 이어진다. 상대가 선택한 행동에 반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은 결국 상대가 선택지를 선택할 때, 나도 거기에 대응되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격투 게임을 하는 초심자 ~ 중급자의 의식의 흐름이 '상대가 공중에 떠올랐다' - '궤도를 읽는다' - '승룡권 커맨드를 정확하게 입력한다' 라는 3단계에서, '상대가 공중에 떠올랐다' - '궤도를 읽는다' 이 2단계로 간단해지는 것이다. 이 의식의 흐름과 뇌내 연산 완화는 그 연산량 자원을 다른 건설적인 자원으로(셋업이나 상대 공격과 수비를 어떻게 막고 내가 반응하는가) 재분배를 하게 하여, 결국 게임이 나가고자 하는 공방의 운영과 능동적인 플레이어의 선택이라는 경지까지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모던 조작이 클래식 조작의 열화 버전이자 클래식 조작으로 이행하기 위한, 언젠가는 도태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모던 조작에서 약 30% 정도의 기본기들이 잘려 나가고, 몇몇 필살기들에는 제약 사항이 걸리거나(=클래식 커맨드 입력으로도 발동할 수 없는), 데미지 제약이 걸리는 등의 다양한 제한이 있다. 그러나 모던 조작은 때로는 '반응 불가능한 타이밍에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들을 열어 주기도 하는데, 클래식 조작에서 커맨드를 입력하다 놓치는 반응들을 칼같이 입력하게 만들어서 운영 요소와 불가능한 반응의 영역을 파고 들게 만들어 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중잡기 상황일 것이다: 기존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공중잡기는 칼같이 타이밍을 입력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커맨드에 신경 쓰지 않고 원버튼 조작으로 공중잡기 타이밍에 신경 쓰면 되서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오르게 되고, 공중잡기 견제가 운영 전체에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오게 되었다. 이런 점 덕분에 랭크 최고 등급인 마스터 등급에서 모던 조작을 쓰는 플레이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잘려 나간 부분과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이라는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에 모던 조작은 스트리트 파이터와 격투 게임의 조작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었다. 

 

 

 

조작, 운영, 선택지, 공방의 흐름 등등 다양한 것들을 지금까지 살펴보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가장 놀라운 점들은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다른 격투 게임에서 다 한 번씩은 시험해보고 거쳐간 개념들이었다는 것이다. 간단조작의 경우에는 이미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격투게임에서 주로 들고 나온 실험들이었고, 공방의 흐름을 단순화하거나 하는 부분은 폭권에서 이미 보여줬던 개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실험들이 그렇게까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초보 친화적으로 조작을 개선한 것처럼 보이는 아크 시스템 게임들은 여타 시스템들 때문에 격투 게임 악귀나찰을 위한 게임이 되었고, 폭권이나 다른 게임들도 몇몇 컨셉에서는 확실하게 잘 작동되지만 다른 쪽에서는 어딘가 삐걱거리는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허나 원래 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금까지 나온 격투 게임 중에 가장 완벽에 근접한 비율로 다듬고,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 6가 최근 격투 게임유일하다. 

 

심지어 스트리트 파이터 6는 싱글 플레이 콘텐츠 마저도 마지막 로드맵의 끝(플레이어와의 심도 있는 공방 싸움과 심리전 흐름)을 바라보고 거대한 튜토리얼로 만들었고, 더 나아가서 스트리트 파이터 6를 플레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입할 수 있는 스토리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싱글 플레이 모드인 월드 투어(스트리트 파이터 6의 싱글 플레이)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를 체험하 과정이다. 게임이 크게 취하고 있는 구조는 특이하게도 '용과 같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행인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거나 음식을 먹어 회복하거나 평범한 스타일 패션 옷들을 마치 장비 마냥 구매해서 RPG 등의 큰 구조 자체는 용과 같이를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스트리트 파이터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RPG처럼 레벨링을 하는 요소가 있더라도, 정역가드나 심리전, 공방의 흐름 같은 기본 흐름들은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게임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월드 투어의 적 NPC들의 행동이 특정 상황에서 행동을 무한히 반복하는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장풍으로 압박하거나 가드를 굳히거나 잡기를 막 하거나 하는 등의 패턴들을 보여주는데 일반 아케이드나 컴퓨터 대련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패턴을 섞기 보다는 하나의 패턴에 천착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해당 패턴을 천천히 익히고 배울 수 있게끔 만든다. 또한 드라이브 패리 3번 하기’, ‘드라이브 임팩트 3번 하기등의 다양한 과제를 주고, 플레이어가 해당 행동을 해서 보상을 받게끔 구조를 설계한 점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즉, 패턴의 학습과 행위에 대한 보상을 통해서 월드 투어 자체가 더 낮은 난이도의 튜토리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튜토리얼을 이원화시켜 놓아 사람들이 입문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격투 게임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일반 튜토리얼을 통해서 게임의 큰 흐름을 배우고, 격투 게임 장르가 처음인 사람은 월드 투어를 통해 퀘스트와 RPG 통해서도 천천히(약 20~30시간 이상의 반복 퀘스트와 파밍을 통해) 게임을 배우게끔 만든 것이다. 이렇게 튜토리얼을 이원화시켜 놓고 동일한 목표(대인전)을 바라보게 만든 점은 게임의 구조가 목표를 향해서 탄탄하게 짜여 있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월드 투어의 스토리텔링 역시도 눈여겨 만하다. 기존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나 여타 격투 게임들의 싱글 콘텐츠들은 아케이드 모드와 같이 일직선으로 진행되게 구성되었다. 그러나 월드 투어는 다양한 스승(=플레이어블 격투 캐릭터)들을 만나서 격투를 배우고 강해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스트리트 파이터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단순히 거대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플레이어가 답을 찾아가고 다양한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의 세계관에 이입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다루었다.  

 

월드 투어는 그러한 튜토리얼의 역할 외에도 플레이어의 아바타를 강화하고 아바타 의상을 파밍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금번 월드 투어의 아바타 생성은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정밀한 수준까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데, 거기에 다양한 의상과 격투 스타일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가 확실히 있다. 그리고 배틀 허브 매치나 배틀 허브 같은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도 아바타 매치와 아바타 자랑을 할 수 있게 만든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싱글 플레이에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끔 제작사가 배려한 부분이다. 

 

종합하자면 스트리트 파이터 6은 격투 게임의 정점인 동시에, 근 몇 년 동안 나왔던 트리플 A 게임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깊이 있는 게임 시스템과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학습하는 곡선을 다변화시키고, 여러가지 완충장치들(모던 조작 )을 제공하는 모습은 여지껏 나온 게임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최고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 6 이후로도 더 좋은 게임이 안 나온다든가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 6는 대전 게임의 숙련자든 입문자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 구성과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이것은 비단 격투 게임 장르를 벗어나서 트리플 A 게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가장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다. 격투 게임에 관심이 있고, 오랫동안 플레이할 게임을 찾는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6 추천한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개인사가 여러가지로 겹쳐서 글을 못쓰고 있는데, 정신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중입니다.

 

글 소재만 머릿속에서 썩고 있고, 완성을 못시키네요.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글과 함께 6월 끝나기 전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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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 엑박 메거진 5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2023 바이오하자드 4 RE 성공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7 , 바이오하자드 4원작이 거두었던 성공과, 게임 역사에 남겼던 발자취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바이오하자드 4 RE 원작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강점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전체 역사에서 이러한 변화의 시초들을 찾아볼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바이오하자드의 27 역사와 전통은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답습함으로써 쌓아올려진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발전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이오하자드 1편부터 바이오하자드 4 RE까지의 바이오하자드의 간략한 역사다. 과정에서 캡콤이 겪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하나의 게임이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다루며, 게임의 성공과 실패의 맥락에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1편의 제작자 후지와라 토쿠로는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던 스위트 이라는 영화를 기반으로 동명의 패미콤 게임을 만든 사람이었다. 우리는 게임에서 바이오하자드의 원형이라 있는 모티브들을 확인할 있다. 본래 드래곤 퀘스트 형태의 JRPG 전제하고 만들어졌던 스위트 부활 개념의 삭제, 행동과 소지의 제한, 현대 배경, 귀신들린 저택에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 많은 부분들에서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최신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과 최신 3D 어드벤처 게임 였던 어둠속의 나홀로 밴치마킹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때의 바이오하자드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요소들을 일부 차용했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저택에 숨겨진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마치 당시의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이것 저것 눌러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있는 다른 좋은 예시는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는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경찰서나 연구소, 하수도 등등을 탐험해야 하는데, 게임은 스테이지별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끼워넣거나 상호작용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메모를 읽거나 인벤토리에 들어간 아이템을 자세하게 살펴보거나 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추리해야 한다. 흔히 서바이벌 호러 또는 액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초기에는 이런 클래식 어드벤처 게임적인 요소들이 탑재된 게임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단순히 어드벤처 요소만으로 바이오하자드를 설명할 없다. 또다른 중요한 플레이 요소는 스테이지의 경로 탐색이다:바이오하자드 2 RE 경우, 게임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전에 있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해야 하거나,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해서 이전의 위치를 백트래킹 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백트래킹은 스테이지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개발 공수를 줄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플레이어에게 경험한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플레이어 경험에 역효과를 있다.   

 하지만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들(1~3) 이런 이슈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하였다:각각의 퍼즐들은 장소들에 배치 되어 있고, 장소들은 좁은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좁은 복도들에 좀비나 몬스터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탄약과 회복 자원만을 주고 플레이어가 이걸 헤쳐나가게끔 만든다. 플레이어는 복도의 코너를 때마다 항상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다음 퍼즐과 진행 루트를 가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탄약을 아낄 있나? 아까 복도에서 내가 좀비를 죽였었던가? 복도가 안전한가? 어디에서 아이템을 파밍할 있을까?

 여기에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미스터 T’ 둬서 플레이어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있더라도 게임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플레이어들은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으며,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타이틀들은 빛날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4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급진적이었다. 바이오하자드 3편까지의 만악의 근원이었던 엄브렐라를 해체해 버리는 충격적인 도입부처럼 말이다. 게임은 고정 시점에서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던 기존의 노선을 버리고 현대적인 숄더뷰 TPS 구조를 채택했다. 또한 탄약을 아끼는 체술의 존재나 B 테이스트와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4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 시점이 아닌 카메라가 플레이어와 함께 움직이는 스타일은 이미 드림캐스트로 출시되었던 코드 베로니카에서 등장했던 있다. 체술의 경우는 이미 3편에서 긴급회피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스트한 부분이 있었다. 3편의 긴급회피는 좀비나 몬스터가 공격할 , 특정 버튼 입력을 통해서 공격을 회피하고 짧은 시간 동안 공격 속도 버프를 얻는 시스템인데, 플레이어가 숙달되면 긴급회피로 상당수의 상황을 풀어낼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시스템이었다.   

 바이오하자드 4 플레이어의 어깨 뒤로 카메라를 돌려서 좀비의 약점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조준하게 만들었으며, 이로서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선택할 있는 선택지를 크게 늘려주었다. 좀비의 무릎을 쏴서 경직을 걸고 돌려차기로 적들을 체술로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가 기생체가 노출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머리를 쏴서 빠르게 적들을 제압할 것인가? 누구를 먼저 것인가? 어디서 플레이어가 위치를 잡을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생겨났다.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요소들은 데드 스페이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확인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4 무려 18 전에 플레이어의 선택과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정립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5부터 캡콤의 선택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바이오하자드 5 협동 요소를 추가하고(이미 아웃브레이크라는 외전에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멀티플레이, 코옵 요소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퍼즐 요소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액션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미래다라는 기조가 게임계를 지배했었다. 더욱이 체술을 도입해 액션성을 강화한 4편은 엄청난 성공 거두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5에서 보여준 캡콤의 판단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5 문제는 백트래킹이나 자원 정리, 탐색 등의 요소들을 최소화 시켰다는 것이었다. 바이오하자드 5 어떻게 보면 4보다 훨씬 극단적이라 있다. 4편에서 긴급회피나 체술이 등장하여 액션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원을 아끼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있는 요소들이었던 반면, 5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달랐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5 당시 더욱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걸출한 신예가 치고 올라왔던 것도 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에 비교하여 바이오하자드 5 비판했던 이들의 주된 논지는 무빙샷이 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호러 스럽지 않다 라는 등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상 이유였으며, 실상 주된 불만의 원인은 데드 스페이스가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4 직계 후손으로 여겨질 만큼 게임 플레이 핵심 철학이 맞닿아있었다는 때문이었다. 좁은 복도에서 덤벼드는 적들, 전략적으로 적의 부위를 파괴해서 게임에서 이점을 챙기는 등등은 바이오하자드 4에서 이미 체술 등을 통해서 기본적인 골격을 보여준 부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거기에 개성 넘치는 공구와 바이오하자드에서 느낄 없었던 극악한 악의와 신경을 긁는 듯한 연출 등으로 자기만의 독자성을 찾는 성공하였다.  

반면 바이오하자드 5 모든 것을 그저 바보 같은 크기로 키워 넣었을 뿐이었다. 썬글라스를 공중에 던지고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크리스와 쉐바를 두들겨 패는 웨스커나, 함선 크기로 커져버리는 우로보로스 바이러스 감염체 등등 하나 같이 거대하고 막가는 규모와 연출을 자랑했다.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당장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4에서는 움직이는 살라자르 석상 같은 것도 있었다), 그게 본질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 있다. 크리스가 집채만한 바위에 붕권을 날리는 장면이나 맨손으로 RPG 탄두를 잡는 웨스커 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나마 특유의 쌈마이한 맛은 남아 있긴 했다.  

불행하게도 바이오하자드 5 성공은 바이오하자드 6라는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바이오하자드 6 단적으로 말해 너무 욕심이 지나쳤다:적어도 2 이상의 게임 분량을 하나의 게임으로 욱여 넣고, 체술 메카닉을 마치 격투 게임마냥 복잡하게 다듬었으며, 사상 최대 볼륨의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를 자랑했다. 문제는 QTE 너무 남발되었고, 시스템은 너무 난잡했으며, 기믹은 산만했기에, 처음 발매 수많은 사람들은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재밌는 점은 바이오하자드 6 실패는 게임을 못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체술의 시스템이나 메카닉은 여타 액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수준으로 승화시켰고, 게임 내의 스케일이나 분량 등등은 분명 좋게 볼만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좋게 볼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갖고 있는 난잡함이나 그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용서받을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게임들, 심지어 바보같았던 5조차도 지켰던 시리즈의 정체성들(좀비나 서바이벌, 퍼즐, 효율적인 싸움과 액션 ) 6 와서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 와서 액션 부분이 재발굴되어 평가가 나아진 게임이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바이오하자드 27년의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게임을 꼽자면 바이오하자드 6 것이다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6 기괴한 흐름과 별개로 리벨레이션이라는 외전 시리즈에서 바이오하자드는 구작과 신작의 묘한 시너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호화유람선을 탐사한다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오면서 유저들의 오랜 요청이었던 무빙샷을 최초로 도입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바로 리벨레이션인데, 3DS라는 휴대용 기기의 소품 형태로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6편에 비하여 더욱 이전 4편과 이전 시리즈의 모습에 가깝다

리벨레이션의 실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바이오하자드 7 이후의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와 유사하기도 하다. 매우 느린 무빙샷과 골목에서 적과 대치했을 때의 게임 플레이, 뒤로 슬슬 빼면서 적을 신중하게 겨누고 쏘고 제압한다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바이오하자드 7이나 8, 리메이크 버전 2,3,4 게임 플레이 느낌과 같다. 오히려 체술로 많은 것을 처리하고 액션을 위주로 돌리는 6편과 다르게,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잡은 것은 외전인 리벨레이션이었던 것이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의 폐가를 배경으로 바이오하자드 7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었다. 전작들의 액션적인 요소들(체술 ) 최대한 배제를 했다. 전작들이 구세대적인 B 호러와 크리처물, 액션의 혼합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7 공포는 최신 호러 트렌드들(쏘우와 같은 거친 기계와 육체의 결합이라던가) 섞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비현실적인 고어보다 현실적인 끈적거림과 부패를 게임 전반에 깔아둠으로써 신세대의 호러, 새로운 바이오하자드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7편의 가장 의외인 부분으로 TPS에서 FPS 형태로 바뀐 것을 꼽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바이오하자드 7 핵심이다:전작들에서도 플레이어가 좀비를 상대할 ,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차분히 공격할 적을 노리고 쏴야 한다. 이러한 대면 과정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는 제한된 자원으로 적들을 처리해야하는 부담감과 보기 싫은 그로테스크한 적들의 이미지들 덕분이다. 결국은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었을 , 본질적인 부분들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7 통해서 시리즈의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8 만들면서기존 시리즈들을 모두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겠다라는 거대한 야심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본질적으로는 7 4 혼종에 가깝다. 호러보다는 서바이벌 액션의 영역에 보다 방점을 찍었으며, 권총-샷건 이외에도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해줌으로써 플레이어가 화려하게 날뛸 있게끔 판을 깔아 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전작들의 요소들을 일부분씩 따와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은 바이오하자드 1 저택 구조를 차용하였고, 베네비엔토 저택은 7편이나 기존 작들의 호러 파트 부분을 차용하였다. 모로의 구역이나 하이젠베르크 구역은 4 5편에서 있었던 규모의 액션 파트와 맥락이 닿아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합쳐놓았다는 점에서 6편의 방대하고 야심 찼던 컨셉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8편은 각각의 파트의 분량을 줄이고 7편과 같이 게임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폴리싱하였다. 덕분에 8편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리메이크 작품인 RE들의 경우, 어떻게 보면 그전까지 발전시켜 것들을 다시 가지치기하고 좋은 부분은 좋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RE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2편은 바이오하자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무빙샷 )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경찰서와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고 최단의 루트로 공략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바이오하자드 2 본질적인 재미를 그대로 가져 RE 2 성공은 아직도 시대에 클래식의 미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였다.  

결론적으로 바이오하자드의 역사는 다양한 성공과 시도, 실패들이 종합된 역사였다. 캡콤은 과정에서 게임을 수없이 다듬고 다듬어 왔으며, 최종적으로 더이상 나아질 없을 같은 성역과도 같은 게임들조차 나은 버전으로 승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하자드는 캡콤의 개발 역량이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프랜차이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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