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1. 개요

'릴리스'라는 룰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식물족 엑시즈 테마. 유희왕에서 기존 어드벤스 소환을 위해서 코스트의 지불 행위를 릴리스로 통칭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수소환 위주로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잘 사용되지 않는 개념과 룰이 바로 릴리스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카드들에서 간간이 보이는 '이 카드는 릴리스 할 수 없다'와 같은 제약 조건이 후기 카드들로 넘어가면서 안보이는(=상대적으로 안쓰이기 때문에) 트렌드가 생겨났는데, 이 덕분에 거의 상당수의 카드들이 이 '릴리스' 행위에 대해서 내성을 갖지 않고 있다. 육화는 이 릴리스를 중심으로 기믹이 돌아가는데, 육화의 상당수 카드들이 릴리스를 코스트로 하는 것 치고는 효과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약소 테마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육화의 신규 지원인 육화콩콩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반전되게 되었다. 육화콩콩의 효과로 기존 코스트로 자신의 필드 몬스터 한 채를 릴리즈 하는 것을 상대 필드 몬스터 한장에 전가시킬 수 있는데, '코스트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체인을 걸 수도 없고(이미 효과 발동 전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즈 했기 때문), 릴리즈이기 때문에 왠만한 내성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한 턴에 한 번뿐이지만, 이걸로 육화의 필드와 몬스터 견제력은 왠만한 덱 테마들을 상회하는 강력함을 갖게 되었다.

2. 강점

1) 릴리스 라는 기믹과 맞물려 돌아가는 독특한 덱 기믹

대량 파괴, 제외, 무덤으로 보낸다 등등의 요소들이 판을 치는 유희왕이지만 릴리스 자체를 상대 견제 기믹으로 삼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그런 기믹이 들어간 카드들은 내성을 뚫고 들어가기 쉬워서, 카드 한 장 한 장의 가치가 상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파괴수 인데, 상대 필드 몬스터를 릴리즈 하는 파괴수 카드의 기믹은 상대 필드에 특수소환 한다는 디메리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범용 견제로 자리매김 했다. 릴리스 내성이 있는 카드들도 있지만, 과거 어드벤스 소환을 위한 환경에서의 디메리트를 주기 위해 릴리스 할 수 없다 식의 제정이 아니면 뚫을 수 없는 기믹이 릴리스였다. 또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릴리스 하는 기믹들이 있어서 육화의 '릴리스하면 발동할 수 있다' 기믹을 충족시킨다.

육화는 릴리스가 될 때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릴리스 자체를 상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는 테마다. 프리체인 대상 릴리스를 날리거나(티어드롭), 내가 릴리스 할 때 상대 플레이어도 강제로 릴리스하게 만든다던가(육화의 풍화), 내 필드 몬스터를 릴리스 하고 파괴를 보호하거나(칸자시), 상대 몬스터 효과를 막고 컨트롤을 탈취해 상대 필드를 견제하는(육화의 박빙) 등등 육화는 릴리스와 관련된 독특한 기믹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육화의 릴리스 기믹은 결국 내 필드 어드벤티지 -1을 전제로 하고 있고, 다른 육화 마법/함정 카드들이 내 필드 어드벤티지를 소비하면서 까지 강력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파워 오브 더 엘리멘츠에서 추가된 두 지원(육화의 하얀공주와 육화 콩콩)으로 육화의 어드벤티지 맞교환이 비약적으로 강해졌고, 다른 덱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진 테마가 되었다.

2) '육화콩콩'

현재 육화 덱 테마의 핵심에 있는 카드이며, 육화의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필드 마법 카드다. '자신의 필드 식물족 카드를 코스트로 릴리스할 때, 대신 상대 필드의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 할 수 있다'라는 기믹으로 상대의 필드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코스트'로 릴리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카드 발동 시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스 한 뒤라 카드의 효과 발동은 무효로 막을 수 있어도 해당 릴리스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서 육화 테마는 자신의 필드 몬스터 릴리스 -1 어드벤티지 후 카드 효과로 +2 어드벤티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내 어드벤티지 +2를 끌어오면서 상대 필드 어드벤티지를 -1을 하여 어드벤티지 격차를 끌어낸다. 한 턴에 한 번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육화콩콩을 통한 육화 테마의 견제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전개를 진행하는 현 유희왕의 환경에서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육화콩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마법 함정 카드를 필드로 끌어와 세트하는 서치 기믹도 갖고 있는데, 노 코스트로 하루 우라라에 견제 당하지 않고 필드에 육화 마법 함정을 끌고 오는 육화콩콩의 서치는 탁월한 덱 압축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육화 마법 함정들이 스트레나에로 회수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법 함정 카드를 한 장씩만 넣고 나머지는 범용 함정이나 식물족 전개 지원 몬스터들로 구성하게끔 할 수 있어 덱 구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3) 식물족 범용 지원들과 맞물리는 전개력과 견제폭

식물족은 드래곤족이나 전사족 같은 메이저한 종족 카드군은 아니지만, 강력한 종족 범용 지원과 전개요원들이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 종족 카드군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들 종족 범용 지원들이 상당수 '릴리스' 행위와 맞물렸다는 점이다:자신 필드 위의 식물족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덱에서 식물족 하나를 특수소환하는 론 파이어 블로섬, 스스로 릴리스 해서 불어나는 이블 손, 스스로 묘지에서 튀어나오는 1랩 튜너 그로우업 벌브, 묘지에서 몬스터 하나를 제외하고 그 몬스터의 레벨만큼 자신의 레벨을 올리고 소환되는 스포어, 일반소환/특수소환 시 식물족 카드 하나를 서치하는 빛의 제너레이드 마르델 등등 찾아보면 식물족 전반을 지원하는 강력한 범용 지원들이 많다. 심지어 특수 소환을 메타하는 선인장 클로저, 마법 함정을 메타 하는 나츄르 로즈휩 등과 같은 메타 카드들도 존재한다. 순수 육화 축을 타더라도, 육화콩콩으로 세이브한 자리 만큼을 범용 지원과 전개 요원들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해서 전개가 유연해지고 필드가 단단해진다.

가장 유명한 보조 축은 생아발론 축 육화가 있는데, 생시드 게니우스 로키 한 장에서 시작해서 회생의 뱅갈렌제스와 스트라네에 한 장을 깔고 프리체인 바운스와 견제를 까는 결과물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삼라 테마에서 끌고오는 용병들(무답랑, 오레이아, 아르세이, 희아궁)이나 식물 전반을 보조 지원하는 아로마 세라피 재스민 등등 전개와 견제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결과물들이 있어 구색은 상당히 갖춰진 편이다.

4)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필드 몬스터 견제력 및 몬스터 퍼미션

결국 1)과 2)와 맞물리는 영역인데, 육화콩콩으로 꽂히는 코스트로 릴리스 하는 견제와 몬스터 퍼미션을 제공해주면서 필드에서 식물족 몬스터 릴리스(육화콩콩을 이용해서 상대 필드 견제 가능)하고 덱으로 돌아가 후속을 준비해주는 육화의 하얀공주, 상대 플레이어 강제형 릴리스인 육화의 풍화 등등 몬스터 견제를 꽂아넣기 시작하면 상대 플레이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 육화의 몬스터 견제력이다. 심지어 상대에게 강한 견제를 꽂으면서 후속까지 챙겨오는 어드벤티지 교환은 초반부터 종반까지 덱 운영을 유연하게 만든다.

3. 약점

1) '육화콩콩'

아이러니하게도, 육화 덱의 강함은 대다수 육화콩콩의 강력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육화콩콩이 막히면 덱 플랜이 상당수 꼬인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상대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접근하는 움직임들(보탄으로 서치, 테라포밍으로 서치 등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투입하는데, 여기서 육화 플레이어가 육화콩콩에 접속하는데 실패하면 상대 플레이어 견제가 어려워 진다. 육화콩콩이 없던 시절 육화가 자기 필드 어드벤티지를 깎아 먹음에도 애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덱 테마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은 육화콩콩에 필드에 깔려는 플레이어와 그걸 막으려는 상대 플레이어의 싸움이 육화의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범용과 부가 축을 잘 활용해서 허를 찌르거나 등의 숙련도가 상당히 요구된다. 그래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의 저점 플랜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

3) 전무한 마법 함정 견제

육화 덱의 마법/함정 퍼미션이나 제외, 하다 못해 파괴나 발동을 막는 카드 자체가 없다. 갤럭시 사이클론, 아니 사이클론 한 장만 잡혀도 순수 육화 축 위주의 덱은 그대로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통과시킬 수 밖에 없다. 육화콩콩 한 장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육화콩콩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육화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샘이다. 물론 유희왕은 몬스터 전개 위주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몬스터 퍼미션과 견제의 한 축을 꽉 잡고 있으면 상대의 플레이를 말리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견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화의 필드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춘희 티타니얼(대상 파괴 시, 자신 필드의 식물족 하나를 릴리즈 하고 카드를 무효로 하고 파괴)이나 하이페리톤(상대 턴에 엑시즈 소재를 하나 제거하고, 그 종류와 동일한 카드의 효과를 무효로 파괴) 같은 몬스터 카드를 쓰거나, 폴리노시스, 신의 심판 같은 카운터 함정 카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테마군에 비해서는 부족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3)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소환 제약과 열악한 식물족 고랭크 피니셔들

우수한 서치 카드인 육화의 한 조각이나 조건 없는 자체 패 특수소환이 되는 육화의 하얀공주, 식물족이랑 같이 나오면서 자체 엑시즈 소재를 충당하고 엑시즈 레벨 조정을 하는 스노드롭까지 육화 각각 몬스터 카드들은 나름 성능은 준수한 편이지만, 주요한 카드 전개 루트를 탈 때마다 식물족 제약이 걸리기 때문에 식물족 고랭크 엑시즈나 링크 몬스터를 결과물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이 고랭크, 고링크 엑스트라 덱의 식물족 몬스터들은 실제 범용적이고 실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카드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육화 엑스트라 몬스터들과 삼라 테마 엑시즈 몬스터들, 신수수 하이페리톤 정도가 범용적으로 채용 가능한 몬스터들이다. 이들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엑시즈 8축 범용 용병(타이타닉 갤럭시, 딩기르수 - 페인게이너 - 세븐신즈 같은)이나 4축, 6축 범용 용병, 링크 피니셔(엑세스 코드 토커 같은)들을 채용할 수 없어서 전략과 대응의 폭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점은 전술할 문제와 맞물리게 되는데, 마법/함정 카드 퍼미션이나 파괴/제외 카드가 필요한 육화의 가려운 부분을 더 가렵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타이타닉 갤럭시의 1회 마법 퍼미션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식물족 소환 제약에 걸려서 상대에게 마법과 함정 견제를 활짝 열어주게 된다. 심지어 메인 덱에 춘희 티타니얼이나 폴리노시스 같은 카드까지 투입을 절실히 고려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4. 운영 핵심 포인트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 플레이를 고려, 육화콩콩의 보호

육화콩콩의 등장 이후, 육화의 덱 압축 능력, 서치 능력, 견제 능력은 놀라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대 턴에 프리 체인 릴리즈와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 릴리즈 같은 어드벤티지 격차를 벌리는 플레이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턴 킬 각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육화 덱의 강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육화콩콩이라는 명백히 보이는 덱의 엔진과 마법/함정 퍼미션이 없다는 점은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너무 쉽게 허용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렇기에 육화 덱 플레이어는 항상 육화콩콩을 깔아두거나 패에 잡고 있더라도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난한 저점은 스트레나에를 소환한 뒤에 하얀공주를 묘지에 두거나 패에 들고 있다 몬스터 견제가 날아올 때, 소재를 가진 스트레나에를 육화의 하얀공주의 효과 발동 코스트로 릴리즈하여 5렙 이상의 식물족 엑시즈 몬스터를 상대/자신의 턴에 깔아두는 것이다. 상대 몬스터 효과를 육화의 하얀공주 1퍼미션으로 빼면서 스트레나에의 릴리즈 효과를 이용하여 후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 저점은 생각보다 어드벤티지 소모가 적고(육화의 하얀공주는 덱으로 돌아가서 후속을 준비해주며, 보통 육화의 하얀공주를 엑시즈 소재로 한 스트레나에가 엑시즈 소재로 하얀공주를 버리고 묘지의 육화 카드를 한 장 패로 회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원 소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후속을 꺼낼 수 있기 때문에(몬스터 퍼미션이 필요하면 신수수 하이페리톤을, 프리 체인 릴리즈 견제가 필요하면 티어드롭) 괜찮은 저점 필드라 할 수 있다. 스트레나에의 소환을 위한 4렙 엑시즈 소재 두 채를 소환하는 것은 육화와 범용 식물 전개에서 충분히 쉽게 해낼 수 있다.

육화콩콩을 보호하기 위해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꽂힐 수 있는 파괴 제외 견제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다행이도 스트레나에가 육화콩콩을 묘지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일반소환/특수소환된 보탄이 육화 마법 함정 카드를 서치하기 때문에 육화콩콩에 접속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차라리 육화콩콩을 두 장 이상 잡고 있다던가, 상대의 세트 카드나 플레이 패턴을 관찰하면서 견제를 케어하는 플레이를 취해야 한다.

5. 결론

최고 티어권 끼리 붙는 환경이 아니면 적당히 강력한 파워의 덱.

육화는 충분히 좋은 덱이고 상대하는 테마와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강력한 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티어덱과 같은 폭발적인 강력함이나 완절무결함을 갖추고 있는 테마는 아니라서, 자신의 약점을 케어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같이 진행하는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당히 강하면서 적당히 재밌고 머리굴리는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육화는 충분히 좋은 테마라 할 수 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풀 한포기 없이No Blade of Grass는 1970년대 영국 B급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 명확하다:환경재해로 인해서 농작물들과 풀이 말라죽는 질병이 횡횡하고, 전세계적인 기아로 인해 문명 사회는 파괴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주인공 가족들은 도시를 탈출해 농장을 가진 형에게 가는 것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현대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시초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매드맥스나 후에 등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전형을 충실하게 따른다. 물론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고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풀 한포기 없이는 그 괴악한 감수성과 전개로 인하여 나름 B급 영화에서 컬트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풀 한포기 없이의 독특함은 모든 인물들이 폭력을 행하거나 도덕을 버리는 모든 과정들을 거침없고 빠른 속도감으로 처리한다는데 있다. 주인공 일행이 총기상을 털려다가 잡혔을 때 직원을 설득해서 총포상 점장을 죽이고 총기를 터는 과정이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지는 점,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주인공이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데리고 별 망설임 없이 형의 무리를 공격해서 죽이고 농장을 차지하자고 판단하는 등 모든 것들이 신곡하고 효율적이고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들은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즉문즉답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빠른 판단과 어설픈 플래시 포워드(미래의 시퀸스가 겹쳐보이는 것), 싸구려 배경과 황량한 영국의 풍광과 겹쳐지면서 독특함을 발산한다.

위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풀 한포기 없이는 B급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다른 메이저 스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미학, 논리 구조 등등은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행위의 과감함에 이끌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소수의 팬들에게 열광받는 이런 영화들을 우리는 컬트 영화라 부른다.

풀 한포기 없이의 컬트 영화로의 매력은 아포칼립스 영화 치고도 극단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해방감과 광기들은 '세상이 질서가 무너지고 끝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는가' 라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조라 할 수 있는(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인 매드맥스 1,2편보다도 10년 정도 앞섰다) 이 영화는 일종의 해방감(도덕과 질서가 무너졌을 때, 극도의 무질서함에서 얻어지는 쾌감)보다는 절망감에 잡혀있는데, 이는 영화가 나온 70년대의 환경 문제와 당시 영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 파괴로 동식물이 죽어가고 있는 점과 영국 경제의 붕괴로 사회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망감은 멸망 자체를 일종의 해방구로 보기보다는 생존자들을 생존 논리에 맞춰 생각하며 망가지고 거기서 느끼는 절망감에 주력했다.

풀 한포기 없이는 일종의 착취물Exploitation이라 할 수 있는 장르지만, 일반적인 착취물과는 다르다. 착취물의 일반적인 장르 특성 상 살해와 강탈, 강간 등의 다양하고도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논리와 영상 구조라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와 이상하게 등장하는 스틸 컷의 괴악함, 기존의 도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빠르고 쿨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까지 오히려 가장 극단적인 장면들만 모아두고 유튜브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자극적인 렉카 영상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유튜브의 자극적인 부분과 달리 풀 한포기 없이는 더 '뻔뻔함'이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그런 바보 같고 얼척없는 것들을 마치 정상적인 일인 것 마냥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행한다. 

풀 한포기 없이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인 영화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허술하고, 쓸데없이 자극적이며, 영화의 내적 논리나 연출 등등 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뻔뻔함과 괴악함,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짙은 절망감은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풀 한포기 없이가 갖게 만들어 주었다. 컬트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은 관람해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ㅏ.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장 뤽 고다르의 영화는 네 멋대로 해라는 기본적으로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와 프랑스 느와르 영화의 패러디였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슬래커(현학적으로 노가리를 까며 노동을 거부하는 사람들)들의 장광설과 점프 컷들, 의식의 흐름과 성에 대한 개방된 의식까지, 60년대라는 배경과 함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장 뤽 고다르라는 영화 감독이 이 세상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순간이자, 그로부터 이어지는 영화의 사조가 등장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영화를 직접 봤던 본인에게 있어서 첫 작품인 네 멋대로 해라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보는 순서의 잘못일 수 있다:본인은 네 멋대로 해라를 보기 이전에 네 멋대로 해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데이브 홀츠만의 일기, 네이키드, 심플 맨, 스캐너 다클리 같은 작품들을 먼저 봤다. 스타일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 뤽 고다르의 스타일을 흡수시켜서 발전시켰기 때문에 네 멋대로 해라는 투박한 작품이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문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네 멋대로 해라는 오히려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인다:경찰을 죽인 범죄자, 연인, 도주와 파멸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 이전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의 특징이었다. 여기에 고다르는 자신의 스타일을 집어넣으면서 일종의 느와르 영화에 대한 '조롱'을 만들어낸 샘이었다. 가볍고, 횡설수설하고, 섹스를 탐닉하며, 사회를 겉도는 범죄자는 기존 프랑스 느와르의 범죄자와 달랐다. 이러한 괴리가 그 당시 영화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리고 프랑스 느와르의 진중함과 다른 젊은 예술가의 에고와 자의식이 묻어나왔다. 분명 이 영화가 고다르의 시작이긴 했지만, 동시에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었기에 그런 치기 어림이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했다.

경멸은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떻게 보면 '감독으로 고다르'를 확인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극작가 남성이 아내로부터 경멸 받고 버림 받는 과정을 다루는 이 영화는 고다르가 어째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다양한 상징들과 장면들이 직교하여 영화의 형태로 컨텍스트를 구축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다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게끔(번역의 문제, 예술의 문제, 뮤즈의  남자와 여자의 문제 등등) 여지를 만들어 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경멸의 특이한 부분들은 그렇게 다양한 컨텍스트를 언어로 풀어내기 보다는 영상과 대화의 형태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야망을 가진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영화 내에 우겨넣고 감상자가 소화해내기를 강요한다면, 경멸은 대화의 텍스트가 어렵지 않고 반복적이지만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속에서 무언가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심한듯이 툭툭 던지는 이미지들(샤워 후 입는 토가의 이미지, 가발 등등)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엇나감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들, 인물과 컷이 변화하는 과정들까지 미묘한 부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경멸의 생뚱맞은 이미지들의 배치(일리어드, 오딧세이, 호메로스 등등)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들은 어떤 의미에서 루이스 부뉴엘을 연상케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부뉴엘에게서 느껴지는 허무감과 극단론과 달리 고다르의 이미지들은 좀 더 정교하고 정제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이미지 중심으로 컷과 시퀸스를 구성하는(필름 통을 원반 던지기 하듯이 갖고 노는 미국인 제작자, 유리없는 뚫린 문을 오가는 주인공 부부 등등) 부분들은 분명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할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실험적인 이미지를 시도한 고다르의 작품을 봐야겠지만, 경멸은 고다르의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게임 이야기

 

 

최근 새로운 소울류 게임인 와룡:폴른 다이너스티가 나왔다. 그리고 와룡의 발매는 늘 있던 이야기들, ‘과연 이번 와룡은 다른 소울 시리즈에 비해서 얼마나 더 어려운가?’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깃발 시스템의 존재를 들어서 게임이 더 쉽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패링과 공격 중심의 시스템을 들어서 하이 리스크/리턴 구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의 근간에는 ‘소울류’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데몬즈 소울 - 다크소울로 이어지는 프롬소프트들의 게임 계보는 높은 난이도와 옥소독스한 게임 플레이, 독특한 멀티플레이 등등으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다. 그중에서 ‘높은 난이도’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소울 시리즈를 정의내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울 시리즈의 특징들은 ‘어려운 난이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것은 ‘과연 어려운 난이도란 무엇인가?‘ 혹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어려운 게임을 만드는가?‘이다. 단순히 난이도가 ’게임을 꺠기 어렵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소울류와 달리 깨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들도 존재한다:예를 들어 빅리그와 치타맨 같이 애시당초에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임들도 있다. 슈퍼맨 64처럼 클리어하는데 많은 시도와 불합리한 고통들이 가득한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들이 과연 ‘어려운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게임을 깨기 어렵게 만드는 것들은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들은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목적이 강했다. 콜옵 같은 전통적인 레일 슈터들의 예를 들어보자:이런 게임들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적이 플레이어에게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고, 플레이어를 향한 호전성을 늘리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준다. 그 결과, 높은 난이도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엄폐를 하면서 적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이는 콜옵 싱글의 전통적인 디자인인데, 높은 난이도에서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거기 맞춰서 행동하는지를 테스트한다.

이러한 콜옵과 같이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가해지는 데미지가 늘어나거나, 적의 체력이 늘어나거나 하는)는 단조롭다는 문제가 있다. 적의 체력을 늘리고 가하는 데미지를 늘리는 것은 결국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거의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을 클리어 전제로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리스크를 지게 만들기를 강요하고 안전하게 게임을 하게 만드는 이러한 과정들은 때로는 단조로운 경험을 만든다. 콜옵에서 높은 난이도란 항상 이런식이었고, 상당수의 게임에서 높은 난이도는 게임 디자인의 가능성을 수치(적의 체력, 데미지 등등) 관점에서 단순하게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러한 난이도 조절방식은 때로는 잘 작동하지만, 때때로는 플레이어가 단조로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경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울류의 높은 난이도는 전통적인 높은 난이도와 다르다. 소울류의 핵심은 제한된 스테미너와 자원 관리, 그리고 그것을 스테이지 어디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다루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소울류에서 모든 공격/방어 행동들은 스테미너를 소비하고, 회복과 마법은 사용하는데 회수가 제한되어 있고, 스테이지를 돌파 할 때 얼마나 이것을 사용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스테미너나 자원 관리가 아닌 ‘스테이지’의 구성이다.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회복 수단과 자원들을 언제, 어떻게 회복할 지를 확인할 수 없고, 스테이지는 숨겨진 적들과 함정들, 공격 받기 전에는 눈치채기 힘든 속임수와 기믹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회복과 자원 수급을 위해 화톳불로 돌아가면 적들과 함정이 다시 재세팅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서 소울류는 실패와 시도를 통해서 스테이지를 파악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난관을 해쳐나갸아 한다. 

소울류가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은 것은 플레이어가 스테이지를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이해하는데 있다. 다른 게임이었다면 게임 진행 중에 난이도를 낮추거나, 다양한 난이도 옵션을 제공하는 등의 보험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소울류의 게임은 조절 가능한 난이도도 없고, RPG에서 흔히들 통하는 레벨 노가다 같은 요소도 없다. 즉, 수치로 난이도를 조절하기 보다는 스테이지를 관찰하고 하나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법을 플레이어가 익혀야 한다. 크게는 스테이지의 구조, 몬스터의 배치, 함정의 위치에서부터 작게는 보스의 공격 패턴, 스테미너는 어떻게 관리하는 등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소울류 게임들을 어렵게 만든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해야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소울류의 대단한 점은 플레이어의 이런 능동적인 학습 곡선을 보조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방법‘들이었다. 플레이어가 죽은 곳에 다잉 메세지와 같은 잔영을 보여주어 어떻게 죽었는지, 메세지를 남겨서 앞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요소를 집어넣었다던가, 다른 플레이어를 코옵 파트너로 불러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넣었다. 또한 임의의 플레이어가 침입해서 몬스터와 함께 협공하는 등의 경쟁 플레이도 집어넣어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요소도 넣었다. 이러한 점들은 이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난이도 조절방식이었고, 능동적으로 스테이지를 이해하는 게임의 구성을 보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려움을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

소울류의 영향을 받은 게임들은 이러한 것들을 변주한다. 인왕 같이 전투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다듬는 경우도 있고, 엘든링 같은 작품이나 로드 오브 폴른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중요한 것은 스테이지 구성과 자원의 관리, 그 사이에 게임을 익힐 수 있게끔 학습 곡선을 가속하는 안전장치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있어야 소울류라 할 수 있다.

다시 소울류 게임들이 어렵다, 쉽다의 난이도 측면에서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당연히 일반적인 게임 장르들과 비교해서 보면 소울류가 쉽다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울류는 너무 어려워서 아무나 클리어할 수 없는 게임은 아니다. 단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게임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사용해야하는 것들을 모두 사용해나가면 클리어할 수 있다. 즉, 소울류에서 어려운 난이도는 게임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학습 곡선을 따르는 것, 더 나아가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사용한다면 게임 클리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이번 와룡의 경우, 깃발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클리어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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