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치는 글들 위주로 글을 쓰려 합니다(GTA6 트레일러 글은 그걸 위한 것)
트위터에서 쓰던 글을 이쪽으로 옮겨서 글로 정리해보고자 하네요.
블로그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라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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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디오 게임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시대의 이름은 그랜드 테프트 오토다:GTA3의 등장 이후 GTA5에 이르기까지 GTA는 단순하게 하나의 게임으로 끝나지 않고 대중문화와 시대의 총합으로 설계된 야심찬 작품이었다. 실제 스탭롤만 1시간이 넘어가는 긴 스텝롤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GTA가 인용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내용들은 결국 현재적Contemporary이기 때문이다. 서부극에 대한 애정으로 서부극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 같은 작품이 창작자의 개인적 욕망에 근거한 작품이었다면(레데리 2에서 영화 원전을 고르는 폭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GTA 시리즈는 철저하게 산업화된 작품이고 그 자체로 자기 복제이자 자기 인용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GTA6의 등장은 시대를 정의 내릴 것이고, 그 정의가 앞으로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물론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본인은 GTA 시리즈에 대해서 항상 호의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게임 시장이라는 것은 트리플 A에서 B급, C급 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게임들이 각자의 리그에서 다양하게 싸우는 상황이지, gta5가 나왔을 때 한때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단 하나의 태양 gta5'라는 개념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커뮤니티라는 것의 극단적인 성향을 생각한다면, 본인의 불호의 감정은 엄밀하게 GTA를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커뮤니티를 향해야 한다(물론 본인은 게이밍 커뮤니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GTA5가 나오기 전 후, 커뮤니티나 SNS에서 느꼈던 찬사들은 본인의 이 불호의 감정의 대상을 혼동하게 만들기 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TA 시리즈의 현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사회에 대한 축소이자 미국 사회에 대한 자기 풍자이기도 한데, 메인 스토리를 통해서 풀리는 이야기와 별개로도 사이드 스토리나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미국 사회의 현 주소를 과장해서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이 발매되는 텀(거의 12년 만의 신작 발매!)을 생각한다면, 이 현재성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라는 동시대성과 과연 얼마나 맞닿아있을지도 상당한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즉, 과연 GTA 개발사가 근 12년 동안 바라본 미국 사회에서 어떤 점들을 GTA6에 녹여내었는지, 그리고 그 녹여낸 내용이 과연 12년이라는 기간이 지난 지금 현재 우리가 느끼는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락스타는 이미 GTA4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 GTA5에서 SNS나 중산층 가정의 위기, 스마트폰의 등장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게임에 녹여내었다면 과연 이번 GTA6에서는 어떠한 것들이 게임에 추가되고 이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남게 될 것인지과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GTA5 이후로 GTA는 그저 GTA만으로 끝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레데리 2가 보여주었던 야망이 GTA5의 스케일과 디테일이 맞물리게 된다면, 과연 락스타가 바라보는 미국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대단히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추가적으로 근 몇년간 격동하는 세계와 미국 정세가 미국 한정으로 풍자적아고도 정교한 미니어처 세계와 만나게 되면 과연 변할지 변하지 않을 지 그것이 흥미로운 지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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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2가 6월 5일에 발매 예정이다. 글을 쓰는 지금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스위치 2 예약에 응모하고 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공식 스토어를 통해서 예약을 시도하는 사람이 약 220만명이 될 정도로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 기기였던 스위치도 엄청나게 성공하였지만, 이번 스위치 2도 사람들에게 강점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스위치 2의 핵심은 스위치 1에서 성능을 강력하게 올린 점에 가깝다는 것이고, 이것은 생각보다 지금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많은 부분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스위치 2의 성능 강화는 최근 니치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는 폼펙터인 UMPC와 스팀덱의 성공과 맥락을 함께한다. UMPC는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고 CPU에 달린 내장 그래픽을 활용하여 게임을 돌리는 기기다. 흥미로운 점은 영상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처리 기술들(DLSS나 FSR)이 등장하면서 내장 그래픽의 성능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는데, 여기에 작은 화면 해상도가 결합되면서 생각보다 합리적인 스펙으로(적당한 그래픽과 편의성) 트리플 A 게임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 UMPC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 스팀덱의 등장으로 인해서 다양한 pc 개발 업체에서 독자적인 UMPC라는 기기를 만들기도 하는 등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즉, 단순히 게임을 들고 한다에서 ‘최첨단’ 게임을 들고 한다라는 개념이 스팀덱의 성공과 맞닿아있는 것이고, 이는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스팀덱과 UMPC류의 기기들의 판매량이 스위치 판매량의 10분의 1도 안되는데, UMPC의 성공을 스위치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지만 역으로 작은 화면에서 트리플 A 게임을 돌리는 것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이미 스위치 1에서 검증된 부분이기도 하다. 모탈 컴벳 시리즈의 이식이나 둠과 둠 이터널의 이식, 다양한 스위치 동발 버전의 이식들은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였다면 다양한 수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팀덱의 등장과 사람들의 트리플 A 게임을 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그런 수요를 반증하였다. 즉, 스위치 1의 서드파티 동발 게임들의 존재는 스팀덱과 같은 서드파티 또는 고사양 휴대용 게임에 대한 수요의 가능성을 열었고, 스팀덱의 성공은 그 가능성이 단순히 작은 가능성이 아닌 더 넓은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 스위치 2는 그러한 가능성을 다시 받아 더 큰 버전으로 확대하였다.
물론 스팀덱과 스위치 2의 성공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부분들도 있다. 우선 스팀덱에서 다루는 스팀 게임들의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피씨나 고정된 환경에서 플레이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즉, 휴대 모드에서 게임을 돌릴 때 필요한 요소들(예를 들어 전원 버튼을 눌러서 슬립 모드로 들어갔을 때, 게임을 일시정지 시킨다던가 등)이나 최적화의 문제(UI나 UX의 부분, 성능이나 os 차원에서 최적화하는 이슈, 수동으로 설정하는 옵션 등) 등에서 완벽하게 휴대용 게임이 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팀덱은 pc와 휴대용 게임기 어딘가에 있는 어중간한 포지션이고, 완벽하게 휴대와 거치기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게임 전용 기기인 스위치나 스위치 2와 비교하자면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떻게 본다면 궁극적으로는 베이스가 되는 ‘소비자 층’의 차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팀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피씨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으로, 이미 거치된 고사양 피씨를 통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주가 되는 소비자들이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팀의 베이스는 휴대용으로 즐기는 트리플 A 게임이라는 영역과는 정 반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기 떄문에 스팀덱의 존재와 니치한 성공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못봤던 영역을 드러내는데, 그것은 바로 ‘확실하게 플레이 하는 양식이 정해져있는 사람들’(예를 들어 콘솔이나 큰 화면에서 게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도 휴대용이라는 틈새 시장이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새 시장에는 트리플 A 게임을 어디에서든 즐긴다 라는 공식을 확립한 것이 스팀덱의 존재였다. 즉, 스팀덱은 단순히 틈새시장을 뚫은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 문법이 확실하게 지배하는 곳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견했다’로 봐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위치 2는 닌텐도가 오랫동안 추구하였던 서드파티의 다변화라는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기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닌텐도는 위와 위유 이후로 끊임없이 서드파티를 자신의 게임 플랫폼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하였다. E3에서든 닌텐도 다이렉트에서든 간에 서드파티를 완전히 배제한 발표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이는 위의 기형적인 성공에서 비롯되었다:위는 전례없을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게임기나 폼팩터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장난감이자 닌텐도 퍼스트 파티의 존재 때문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위 때 나왔던 서드파티 게임들은 하나 같이 위의 성공에 편승하는 동시에 어딘가 동세대 발매된 같은 게임들에 비교한다면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위라는 게임의 독특한 조작 방법과 떨어지는 성능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닌텐도에게 위의 성공은 양면적인 결과(엄청난 판매량과 서드파티의 궤멸)를 불러일으켰고, 위유의 실패는 그렇기에 필연적이라 할 수 있었다. 스위치가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서드파티를 다시 끌어들이긴 했지만, 스위치 초창기 야숨에서 마리오카트 8, 마리오 오딧세이와 제노블레이드 2 까지 이어지는 발매 후 약 8개월간의 게임의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서드파티가 없었다는 사실은 기록적인 성공 뒤에 감춰진 닌텐도 플랫폼의 부실한 서드파티 라인업이라는 암울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스위치 2는 스펙으로 따지면 플스 4와 프로 사이 정도의 스펙을 가지고 가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스위치의 성공과 스팀덱의 등장 등으로 수요와 공급 모두 성숙해지는 환경을 갖추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놀라운 결과물들(보더랜드 4의 동시 출시, 사이버펑크와 엘든링의 이식, 프롬 소프트와의 독점 콜라보 등)을 낼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는 위유 이후로 끊임없이 닌텐도가 노력했었던 것의 결실을 맺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게이밍 콘솔과 게임의 스펙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 2가 여기에 한세대 정도 뒤쳐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국 뒤쳐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게이밍 콘솔과 게임의 그래픽 스펙은 무한히 좋아지는게 아니라 로그함수 곡선 마냥 그 성장률이 감쇄하고 있다는 점이다:스펙이나 그래픽적으로 뛰어난 게임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발매텀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발매텀이 늘어난다는 것은 개발 기간과 기술적인 요구치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게임 개발과 발매의 리스크를 늘려버리는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그래픽이 최첨단으로 간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체감 효과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스펙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발매하는 것에 대한 게임 개발사들의 필요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암묵적인 동의(?)는 시장에 어느정도 깔려있는 편이다. 스위치 1의 성공과 스팀덱의 성공은 그러한 것을 가시화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세대를 버티는데 있어서 스위치 2의 스펙은 생각보다 통할만한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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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시리즈를 리뷰한다는 것 만큼 본인에게 껄끄러운 글쓰기는 없을 것이다. 보통 시리즈 게임들은 게임이 제공해주는 코어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거기에 시리즈별로 나름의 정체성을 가미하는 작업들을 수행한다. 가령 예를 든다면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는 오픈월드와 필드의 콘탠츠화라는 기믹을 게임에 집어넣기 위해서 기존 몬헌 시리즈의 정체성을 조정하는 작업을 해서, '이전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그래도 본작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수행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문명 시리즈는 2편, 3편 이후로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 게임을 개선하거나 추가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의 변화점들이 '미세하지만 쌓이다보면 큰 영향이 가는 변화점'들이 많았는데, 가령 문명 5편에서 육각형 형태의 타일로 보드를 구성하는 점 등은 게임을 보는 문외한이 보았을 때는 미세한 변화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게임 근간을 뒤흔들었던(유닛의 움직임, 상대 유닛과의 대치 등등) 큰 변화였었다. 그렇기에 문명 시리즈를 리뷰한다는 것은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서 어떻게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기술해야하는 리뷰이므로, 글을 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다소 지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문명 7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러한 문명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난 게임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문명이라는 핵심 경험을 두고 게임의 근간이 되는 베이스 기믹들(타일 모양, 종교나 사회제도, 정치 등등)에 변화를 두어 이를 쌓아 차별화된 시리즈를 만들었던 기존 문명 시리즈와 달리, '우리는 이런 게임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 위에서 모든 게임 요소들을 과감하게 조절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문명 7은 문명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이단아적인 작품이 되었는데, 단순히 경쟁작인 휴먼카인드와 유사하다의 논쟁을 넘어서 문명이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는 문제에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문명 7이 어떤 게임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문명 7의 지향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문명 7은 문명에 입문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문명이다. 기존의 문명 시리즈들은 한줌의 개척자에서 위대한 문명을 만드는 게 핵심적인 재미인 게임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의 세부적인 요소들(불가사의, 종교, 사회 제도 등등)을 이용해서 문명의 확장과 발전을 뻥튀기 할 수 있는 부스팅과 스노우볼링을 해야하는데, 기존의 문명 시리즈들의 난점은 이 부스팅과 스노우볼링 단계에서 시스템이 다소 비직관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명 6의 특수 지구를 중첩하여 보너스를 쌓아서 스노우 볼링을 해야하는데 단순히 게임 내의 튜토리얼을 잘 읽는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라 문명 특유의 스노우 볼링에 대한 이해도와 감각, 판단 등이 함께 맞물려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유명 유튜버들의 플레이만 보고 따라한다고 해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었다. 이러다 보니 단순히 도시를 짓고 소소하게 문명을 올리다가 게임을 종료하는 것을 반복하는 플레이를 하는 초보자들이 문명 시리즈에 안착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는 문제들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명 7의 방향성은 어떻게 본다면 '게임을 잘 아는 플레이어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을 시스템으로 다듬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 문명이었다면 플레이어가 잘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몇십턴이 지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면, 문명 7은 이것을 플레이어가 어떤식으로 게임을 플레이어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목표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서 그 행위에 대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게임을 구성하였다.
문명 7은 이러한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두가지 측면에서 시스템을 구성하였다:첫번째 측면은 시대의 구성이다. 문명 7은 의도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분절하여 각 시대별로 시대별 목표를 제공하고. 기술의 발전을 통제하고 제한하며, 심지어는 군사나 정치 유닛의 배치까지도 바꾸는 초 강수를 뒀다. 예전 문명에서 시대는 연속성이 있게 구성되어 있었고, 플레이어의 슈퍼 플레이에 따라서 상대 플레이어는 기마궁수로 놀고 있는 동안 나는 탱크 몰고 다니는 것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이러한 게임 플레이 자체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물론 시대가 바뀔 때마다 게임의 목표나 유닛의 배치, 발전 상태 등 다양한 것들이 리셋되기는 하지만 후술할 목표 시스템 측면과 맞물리면서 각 시대별로 잘한 것에 대한 일종의 '유산'을 남기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두번째 측면은 목표와 네러티브의 제공이다. 기존 문명에서는 게임의 최종 목표(정복이든, 우주선 탈출이든 간에)를 제외한다면 플레이어가 게임 중간에 얼마나 게임을 잘했는지, 목표에 부합되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중간 지표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명 7에서는 각 시대마다 군사, 종교, 상업 등의 목표를 제공해주고, 그에 맞춰서 플레이어가 누적해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즉, 플레이어의 행위가 전통이라 하는 소버프들로 이어지고, 이것이 플레이어가 게임 동안 쌓았던 인프라와 결과물들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그렇기에 이 두 측면만 놓고 본다면 문명 7의 지향점은 대단히 명확하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었던 스노우볼링에 대한 개념을 분절화 시키고 명확하게 드러냄으로써 플레이어가 좀 더 명확한 동기부여와 로드맵을 가지고 게임에 임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문명 7이다. 그리고 기존 인프라들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숙련된 플레이어들의 경우 보너스를 중첩시켜서 효율을 극대화하고 스노우볼링을 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문명과 비슷한 부분들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문명 7은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물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문명 7은 '페이퍼 플랜' 위에서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문명 7의 문제는 변화가 너무 인위적이고 극단적인 부분에 기반하고 있고, 그것이 문명의 발전 노정에서 바라본다면 다소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어색하게 느낄만한 부분이 많다. 가령 고전 시대에서 대항해 시대(정확하게는 발견 시대지만)로 넘어갈 때, 어째서 플레이어는 고전 시대에는 바다 건너의 대륙을 항해해서 넘어갈 수 없는 것인가? 왜 시대의 마지막에는 항상 내 문명의 약점에 부합하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인가? 게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플레이의 핍진성 측면에서는 다소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들이 게임에서 종종 발생한다. 물론 기마궁병과 탱크가 동시대에 공존할 수 있는 게임 시리즈에서 현실 역사의 핍진성을 운운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게임이 삐걱거리지 않게끔 걸어둔 과속방지턱들이 때로 게임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문명 시리즈가 여지껏 추구해왔던 역사의 연속성과 문명 7의 방향성은 상당히 대치된다는 점이다. 문명 시리즈는 이전부터 골수 팬층이 많은 게임이었고, 팬들마다 최애 문명이 있어서 새 작품이 나오면 새 작품은 사지만 결국은 그 문명으로 돌아가는 경향성을 갖는 특이한 팬덤을 가진 게임이었다. 즉, 문명 시리즈는 쉽게 이야기해서 팬층의 보수성이 일반적인 게임 시리즈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팬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게임의 완성도와 완전히 별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 초반의 압도적인 부정적 평가는 이러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명 7은 아직 본인들이 하고 싶은 부분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게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우선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 것이 게임 내에서 내러티브를 쌓아올리는 과정이다. 문명류의 게임에서 랜덤 이벤트를 통해서 선택에 소소한 보너스를 주고 플레이어가 스노우볼링을 굴릴 수 있게끔 만드는게 관건인 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내러티브가 심하게 약하다는 인상이 있다. 물론 완전히 SF 적 상상력으로 게임을 채워넣을 수 있는 스텔라리스의 랜덤 인카운터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문명다운 내러티브'가 부족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게임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크다. 문명은 확장팩으로 완성된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문명 7은 게임으로 기본이 부족한 부분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정찰병의 자동 정찰 기능이 없어서 일일이 정찰을 눌러줘야 한다던가, 유닛의 주요 조작 버튼을 아예 빼놓는다던가 숨긴다던가, 혹은 UI UX가 완전히 엉망진창이다던가 하는 등의 문제들은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위에 이야기한 부분들은 확장팩이나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지만, 이런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은 당장 처리하고 게임을 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행이도 파이락시스에서 해당 부분을 인지하게 빠르게 대처중에 있다지만, 애시당초에 이런 눈에 보이는 부분들은 해결하고 게임을 내는게 맞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을 내리자면 문명 7은 분명 노림수도 있고 나름대로 고민도 해서 낸 작품이긴 하지만, 그 완성도가 다른 문명들(확장팩이 나오기 전 기준으로)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도 뭔가 나사가 한 둘 빠진 작품이다. 분명 잘 다듬어서 확장팩까지 낸다면 게임이 지금보다 반등할 여지는 충분히 있고, 새로운 문명 시리즈의 스탠다드가 될만한 여지가 있는 작품인 것도 맞지만, 너무 성급하게 미완성인 게임을 냈다는 인상이 없지않아 있다. 다소 기대를 내려놓고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추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작 문명을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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