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치 2 버전으로 플레이한 리뷰입니다.
* 스토리 리뷰는 별도로 뺍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발매 당시에는 게임 업계가 소비자에게 약속한 과대광고의 표본이었다. 정말로 많은 것들을 약속하였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고 버그는 산재하여서 게임을 제대로 클리어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너무나 문제가 산재한 나머지 게임이 더 나아질거란 보장이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마케팅으로 쌓아올린 기대감을 완성도로 무너뜨린 게임들(EA의 앤썸 같은)이 그 명성을 복구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사이버펑크 2077은 그정도 수준으로 엉망인 게임은 아니다. 그 동안 수많은 업데이트와 패치, 팬텀 리버티의 발매 등을 통해서 기존의 게임을 뜯어고치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흔치 않지만 노맨즈 스카이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버펑크 2077 엣지러너라는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인하여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올라간 것도 한 몫했다.
그러나 유념해야하는 점은 사이버펑크 2077이 5년 간의 노력과 팬텀 리버티로 얼마나 좋아졌던 간에, 게임의 본질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임이 튕기거나 진행 불가능한 버그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버그가 많으며(체감상 베데즈다 오픈월드 게임의 버그보다도 더 많다고 느껴진다), 설계나 구성 측면에서 아쉽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다. 즉, 사이버펑크 2077이 5년 동안 한 업데이트와 노력은 더 재밌어지기 위한 노력이었다기 보다는 게임으로 부족했던 게임이 그나마 게임답게 바뀌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이버펑크 2077의 지향점은 이머시브 심이라 불리는 게임 장르를 오픈월드 액션 RPG에 접합하는 것이었다. 플레이어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그것이 플레이스타일과 게임 내용에 유의미한 변화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사이버펑크 2077의 지향점이었다. 실제 게임 플레이도 플레이어의 스탯에 따라서 뚫리는 숏컷, 암살 미션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존재하거나, 잠입 플레이를 위한 루트와 전투광을 위한 게임 루트가 공존하는 모습 등등 다채로운 게임 방식을 보여주려 하였다.
이머시브 심 장르의 핵심은 다양함, 유연함, 그리고 디테일이다. 이런 류의 게임들의 예로는 히트맨 암살의 세계나 데이어스 엑스 리부트 시리즈, 디스아너드 시리즈, 프레이 리부트가 있다. 이런 이머시브 심의 게임 내의 각각 요소들을 스크립트가 아니라 각자의 독립적인 규칙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플레이어는 그 규칙들을 관찰하고 개입하여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한 행위를 수행하여야 한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게임의 스테이지가 정해놓은 다양한 루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창의적이거나 임기응변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게끔 게임의 각 요소들이 맞물려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히트맨의 예를 들어보자면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 초창기에는 사고사 등의 정해놓은 스크립트를 따라가지만,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총이라는 도구로 소음을 낸 다음에 주의를 분산시켜서 타겟을 기상천외한 속도로 암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단순히 게임이 깔아놓은 루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도구를 활용해서 게임을 유연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게 이머시브 심의 핵심인 것이다.
이머시브 심을 오픈월드 액션 RPG에 섞겠다는 점에서 사이버펑크는 매우 야심차기도 했지만, CD 프로젝트 관점에서는 위험한 도전이기도 했다. CD 프로젝트가 개발한 위처 3와 사이버펑크 2077의 게임 플레이 지향점이 워낙 상이한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만들던 제작자들이 갑자기 발더스 게이트 3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이버펑크 2077의 테마는 사이버펑크라는 SF 였음에 비해서, 위처 3는 판타지였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사이버펑크 2077에서 결국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이버펑크 2077은 구조로 보았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이머시브 심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유연함의 구색을 갖추었다 할 수 있는데 그 구색을 갖춘 부분들이 전문적인 장르에 비교하면 한없이 떨어지고, 그래도 좀 구색을 갖추었다고 판단이 되는 비슷한 작품(스카이림 같은)과 비교해도 어딘가 나사 빠졌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잠입과 관련한 부분들인데, 이머시브 심 장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도화된 맵 디자인이나 시스템과 달리 사이버펑크 2077의 맵 구조는 어딘가 성기고 나사가 빠져있다.
그에 반해서 액션 관점에서 사이버펑크를 보자면 기본적인 구색을 갖춘 채로 게임 플레이는 탄탄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총기류에서부터 근접전투, 퀵 핵(마법)까지 다양한 전투 수단을 갖고 있으면서 초근접 전투에서 치고 빠지는 플레이, 은신을 이용한 전투, 총기류 싸움까지 다양한 액션을 소화하고 있다. 초기 세팅들(총기를 쓸거냐, 근접을 할거냐, 아니면 마법을 쓸거냐)이 끝나고 난 뒤에는 각자 케릭터 컨셉에 맞게 ‘강하다’를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의 구성을 잘 다듬어진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액션을 뒷받침하기 위한 파밍이나 사이버웨어 강화요소는 반복 파밍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마이너스 요소다. 액션 자체는 분명 재밌는 점이 있지만, 등장하는 적들이나 전투, 상황 등이 단조로운 편이고 이것은 반복 미션 등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이버웨어나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품들을 끊임없이 파밍하게 만들어서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에 지치게 만든 점은 다소 마이너스 요소다. 팬텀 리버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이용한 서브미션 반복이나 도그타운 공중 드랍 같은 요소들을 집어넣었지만, 게임의 70~80%를 차지하는 본편에서는 여전히 반복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션 구조도 마이너스인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의 미션들은 픽서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반복이라 느껴질 반복적인 부분들이 많은데, 단순히 특정 지역에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오라는 구조의 미션이 워낙 많고, 미션이 1회성으로 끝나서 RPG의 퀘스트 라인을 즐긴다기 보다는 뭔가 못만들어진 이머시브 심 게임을 계속해서 재탕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만들어버렸다.
미션 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성에서도 미래의 도시라는 공간을 제대로 못살리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오픈월드의 핵심은 비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라는 측면에서 위처 3와 같은 게임의 감각과는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스토리 파트 글에서 별도로 이야기하긴 하겠지만, 단순히 중세 판타지를 미래로 옮긴 것이 아닌 미래-현대라는 사이버펑크를 무대로 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라는 풍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위 내용을 1차적으로 정리하자면 사이버펑크 2077의 문제는 전반적으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스카이림과 같은 수준의 게임을 만들려고 한 것이 CD 프로젝트의 목표였던 것인데, 스카이림이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엘더스크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기나긴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차라리 몇몇 요소들을 과감하게 처버리고 액션과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요소에만 집중해서 게임을 재구성했다면 이정도로까지 해매진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아쉬운 부분은 사이버펑크 2077이 못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노력을 안했다던가 고민을 안했다던가 등의 문제가 아니라 꿈을 너무 높게 잡았다는 문제가 더 컸다. 자동생성형 콘텐츠나 전화의 존재, 메인 퀘스트 라인의 배분, 빠른 이동의 존재 등등을 넣었을 때 분명 위처 3와 다르게 미래 도시라는 배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정작 비어있는 것을 어떻게 채워넣을까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이 너무 확연했다. 위처 3를 예로 들어보자면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몬스터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추적하고 사냥하는 과정이 하나의 퀘스트 라인으로 묶였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즉, 위처 3에는 테마와 게임 구성이 유기적인 결합이 있었다면, 사이버펑크 2077에는 그러한 것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이버펑크 2077의 테마에 맞는 세계와 스테이지 구성이 이루어졌더라면 게임은 지금보다 더 훌륭한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본 리뷰는 스위치 2 판을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며, 많은 부분 칼질당하긴 했지만 사이버펑크 2077은 스위치 2로 즐길만한 수준이다. 물론 도그타운 같은 곳에서는 30프레임 방어가 안되서 들쭉날쭉할 때도 있지만 이는 모든 콘솔 버전들이 겪는 문제고, 다른 곳들을 감안한다면 휴대나 거치 모드 모두 그래픽이나 성능 양쪽 측면에서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이버펑크 2077은 CD 프로젝트의 위처 3와 같은 고점과 비교하기에는 아쉽고 부족한 것이 많은 게임이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거칠고 투박하고 덜컹거리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목표가 더 낮게 잡혔으면 더 훌륭한 게임이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부디 좀 더 잘 다듬어진 작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준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사이버펑크 2077 - 스토리에 대하여 (2) | 2025.07.22 |
---|---|
[리뷰]림월드 (3) | 2025.06.28 |
[감상]스위치 2 사용 및 감상 후기 (6) | 2025.06.08 |
GTA 6 트레일러와 짧은 이야기 (1) | 2025.05.11 |
[칼럼]스위치 2에 대하여 (0) | 2025.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