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용과 같이 7은 용과 같이 시리즈의 외연을 확장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야쿠자와 인협물의 양식에서 도시 변두리 삶을 다루는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컨셉의 변화를 꾀하고, 더 나아가서 액션이 아니라 RPG 장르로 넘어간 부분 등에서 7은 다른 거대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도들을 하였고 또한 성공하였다. 이제 용과 같이 시리즈는 나이가 든 어른들을 위한 드래곤 퀘스트가 되었다. 어린 시절 플레이했었던 RPG의 추억과 찌들어버린 현실의 사이에서 용과 같이 7은 게임적 허용과 유희라는 얇은 필터를 씌워두었다.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가 프랜차이즈가 커지면서 그러한 요소들을 늘리면서 외연적인 확장을 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7의 변화는 그러한 외연적인 확장이 용과 같이의 정체성이라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용과 같이 8은 그러한 정체성이 과연 ‘다른 나라의 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게임이었다. 물론 7의 성공이 전세계적인 것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분명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외연을 더 비틀어서 확장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8편이 시도한 것은 ‘일본이 아닌 곳에서도 과연 용과 같이가 성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리고 8편의 외연 확장은 성공적이었다.

용과 같이 8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갖는 대도시의 어둠에 대한 일반인들의 상상력에 기반한 게임이다. 범죄와 일탈, 욕망 등을 게임 단위에서 적절하게 뒤틀어서 표현하였다. 그것은 마치 ‘우리 시야를 벗어난 변두리에서는 어떤 세상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완전히 실존하지 않는 판타지 세상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세상에서 ‘분명히 실존함을 느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일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용과 같이는 그것을 통속 드라마의 감수성에 기반하여 표현한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그 통속 드라마의 감수성과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편견과 비일상에 대한 묘한 동경으로 일그러진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도덕에 대한 기준을 붙잡고 묘사를 하려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천박함과 도덕적인 기준 선 사이에서 묘하게 줄타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용과 같이 8은 분명 재밌는 게임이지만 스토리 상 몇몇 심각한 단점도 존재한다. 그것은 2인 주인공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작품은 키류의 은퇴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류가 사라지기 전 키류에게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 용과 같이 8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용과 같이 8에서 가장 큰 문제는 2인 주인공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키류의 비중이 너무 커서 카스가의 비중이 다소 잡아먹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을 따져본다면, 용과 같이 8의 문제는 카스가의 새출발을 위해서 ‘카스가가 반박할 수 없는 절대적 안티 테제’를 만든 것이 문제다. 7편부터 이어져 오는 카스가의 논리와 강점을 태생에서부터 정면으로 반박하는 존재가 8편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카스가가 반박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서 그것을 키류가 대신 끌어안고 사라짐으로 카스가를 미래로 보낸다는 것이 8편의 주요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안티 테제의 존재가 카스가 쪽의 이야기 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할 정도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키류의 이야기 비중과 해결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몇몇 케릭터나 이야기의 작위성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원래 용과 같이 시리즈가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통속성에 기반한 소프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에 다소 어거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강렬한 인상을 제공한다면 그렇게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과 같이 8의 스토리 문제는 대부분 키류를 떠나 보내기 위해서 억지로 카스가가 반박할 수 없는 무적의 빌런을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 가장 크다.

물론 용과 같이 8은 그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만한 작품이긴 하다. 무엇보다 10~20대의 젊은 사람들을 타게팅한 판타지 RPG 류와 달리 현실에 찌들고 성숙하지만 동시에 꿈에 부풀어있는 RPG란 희귀하고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나이든 플레이어들에게 용과같이 8은 어필할만한 매력이 충분히 있는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