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퀘이크나 둠과 같은 협동 플레이와 팀 데스매치의 랜 게임 플레이 이후, 수많은 형태의 경쟁과 코옵 멀티플레이 장르의 변종들이 등장했었고 디비전의 다크존 모드 역시 그러한 게임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는 장비를 파밍하기 위해 무법지대로 들어가고, 몹들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장비를 파밍 후 탈출해야 한다. 몹과 싸운다는 점에서 코옵 게임 플레이와 유사하게 보여질 수 있지만, 다크존의 핵심은 몹이 아닌 플레이어에 있었다:상대가 나에게 적대적인지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자인지, 상대 파티나 심지어 파티 내의 다른 인물들까지도 모호한 관계(아군 사격 가능, 쓰러진 플레이어에게서 루팅하기 가능 등)로 정해놓았다. 그렇기에 몹들을 사냥하는 순간에서도 계속해서 등뒤를 바라보고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묘한 긴장감을 게임에 불어넣었던 것이다.

 

다크존의 등장은 '타르코프에서의 탈출'(통칭 타르코프)이라는 게임에 영감을 주게 되었다. 기존 디비전의 다크존보다 현실적이고 밀리터리 서브컬처쪽으로 집중되었던 타르코프는 최적화나 여러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등장 이후 꾸준하게 많은 플레이어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타르코프의 성공은 메이저한 게임들에 비해서 마이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최적화 이슈와 함께 게임이 너무 밀리터리 서브컬처 관점에서 하드코어하다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소비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고 매니악했다.

 

콜 오브 듀티 DMZ는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재인용한 게임이다. 물론 그 인용의 방식은 기존 배틀로얄 모든 워존이다. 콜옵 제작진들은 배틀로얄 장르를 워존으로 차용할 때부터, 이들의 타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콜옵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는 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트렌드 팔로어의 입장에서 항상 먼저 성공한 것들을 따라잡기에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콜옵 프랜차이즈의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DMZ 자체도 다크존이나 타르코프가 갖고 있는 급진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콜옵식으로 순화시켜 들고 왔기에, 다소 이전 작품들이 갖고 있는 독특함이 옅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 모드는 워존과 같이 콜옵 프랜차이즈에 대한 멀티플레이 개발자들의 확고한 철학과 디자인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던 게임이었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서 언급해야할 부분은 DMZ, 더 나아가서 타르코프와 디비전 다크존을 둘러싸고 있는 장르적 정의다. 분명 DMZ가 다크존과 타르코프의 계보를 잇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본다면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대 NPC(줄여서 P v P v E라 칭하자) 의 게임들은 다크존이나 타르코프 전후로 해서 존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퍼레이션 라쿤 시티를 이를 멀티플레이로 발전시킨 엄브렐라 콥스 같은 물건이 있다. 좀비가 있는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들끼리 싸운다는 발상의 엄브렐라 콥스는 게임 플레이가 재미없어서 큰 실패를 거두었는데, 이는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가 생각보다 간간이 시도가 있었지만 정작 성공하여 역사에 남은 케이스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볼브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같은 비대칭형 멀티플레이는 어느정도 양식화되는데 성공하였지만, P v P v E라는 포멧 자체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갬빗이나 상술한 타르코프나 다크존 같은 케이스와 같이 '꼭 이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강세인 포멧은 없었다.

 

그러나 DMZ의 등장은 콜옵이라는 트렌드 팔로어의 기준에서 보면 장르 문법 자체가 정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DMZ의 기본적인 룰은 '적대적인 플레이어와 NPC가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장비를 파밍하고, 장비를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DMZ는 이전 모던 1편 리부트의 스펙옵스나 워존 1.0의 약탈 모드의 양식을 들고 온다:현금이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게임 내의 미션들을 수행할 때마다 보상을 주고, 그것을 다양한 요소들(주로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파밍해야하는 장비류)로 바꿔서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DMZ는 큰 틀에서 코옵 장르를 따른다. 기본적으로 DMZ 내의 활동들의 흐름은 '장비의 파밍 -> 더 강한 적(지역 보스 등)에게 도전 ->최종적으로는 워존이나 멀티플레이에서 쓸 수 있는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흐름이다. 이를 위해서 계속해서 적 AI들을 사냥해야 하는데, 오픈월드 AAA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뛰어난 인공지능과 달리 콜옵의 NPC 인공지능들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편이다. 그 대신 체력과 사격 정확도를 엄청나게 높여서 여러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뒤를 봐주면서 화력을 투사하지 않으면 클리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의 체력과 장비가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코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본 흐름에 예측불가능한 변수인 '플레이어'의 존재다:적대적인 플레이어가 교전 중인 플레이어들의 뒤로 파고 들어 양각을 잡거나, 탈출 직전의 상황에서 화력을 투사해서 제압하고 플레이어들의 전리품을 빼앗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DMZ는 어떻게보면 코옵을 기본으로 깔되 여기에 변칙적인 PvP를 넣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워존의 맵을 그대로 쓰고, 워존과 비슷한 교전양상(넓은 맵에서 적은 수의 분대와 교전하는 것, 분대 전멸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게임 경험은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것이다. 배틀로얄로써의 워존은 숙련되지 플레이어 관점에서 보면 파밍과 색적, 전투 간에 느껴지는 재미나 흥분도의 갭차이가 너무 커서 쉽게 지치거나 피로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DMZ는 기본적으로 NPC를 사냥면서 장비를 맞추거나 하는 등의 기본 흐름이 있고, 이것이 시간에 따라서 강해지는 흐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 계속해서 굴러간다'라는 진행 관점에서 재미 요소가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간에 따라 강해지는 NPC 외에도 양각을 잡는 적대 플레이어의 존재는 게임의 상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DMZ의 파밍은 기본적으로 워존과 비슷하지만 다르다:워존 2.0과 같이 게임 기본 흐름은 무기와 장비를 맵에서 파밍하고 점점 더 강해지는 구조다. 하지만 부착물 달린 무장이 많이 나오는 워존과 달리 DMZ는 NPC가 떨어뜨리는 무기 이외에는 필드에 무장이 상시로 발견하기 힘들고, 무기 상자도 잘 없다. 잡동사니들은 많지만 상점에 파는 용도가 아니면 쓰기 힘들고, 돈을 확보해도 탈출시에는 모두 회수되기 때문에 돈이 누적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기에 DMZ 파밍의 핵심은 '지역 보스 등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무기를 파밍하는 것'이고 이것을 보조하기 위해서 장비들(방탄조끼, 가방 등)을 파밍하는 것이 핵심이다.

 

DMZ에서 무기를 파밍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미션 전 로드아웃에서 지정할 때 자신의 개인 물품으로 자유롭게 구성된 무기를 들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멀티플레이 진행도에 따라서 DMZ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조합이나 자기 손에 맞는 무기를 갖고 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한 번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로 재사용까지 2시간의 재충전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항상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DMZ에서의 무기 방법은 두번째 DMZ 내에서 밀수품을 파밍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적을 죽이거나 미션을 수행해서 보상으로 얻거나 혹은 요새 내의 상자를 파밍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무기를 파밍하고 그것을 무사히 탈출 시까지 회수하면, 그 무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무기에 대해서 부착물 개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 무기의 희귀도(=부착물 부착 개수) 데미지 차이가 있지 않고 편의성 차이만 존재한다는 점과 한번 죽어서 무기를 드롭하면 무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단순히 DMZ의 무기 파밍은 영구적이기 보다는 일종의 소모품적 성격을 띄게 된다. 무기를 부착물이 많이 달린 좋은 것을 줍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후술할 몇몇 부분들 때문에 DMZ는 총을 쉽게 모을 수 있고 그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워존의 골격을 상당수 들고 온 덕분에 DMZ에서도 돈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물론 돈을 누적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의 가장 좋은 사용처는 'DMZ 지역 내에서 모두 소비한다'다. 그리고 이러한 돈들의 소비처들은 분명히 장비를 구매하거나 하는 등의 요소에서 빛을 발한다. DMZ 모드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얼마나 데미지를 감당할 수 있는가'(방탄 조끼), '얼마나 잡탭/무기를 챙겨올 수 있는가'(가방), '보스가 있는 방사능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가'(방독면) 라는 3요소가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플레이어가 NPC를 사냥하는 중에도 얻을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이나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것들도 꽤 존재한다. 이럴 때 보상으로 얻은 돈을 상점에서 써서 장비로 바꾸는 것도 중요한 플레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기는 쌓아두는게 가능하지만, 장비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돈을 통한 장비 구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데, 돈 역시 DMZ 내에서 용도가 더 큰 것을 생각한다면 팀과 함께 투입 후에 돈을 벌고 돈을 나눠서 장비로 바꿔먹는 것이 기본적인 DMZ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다.

 

DMZ 모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스를 잡고 무기 도안이나 스킨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걸 위한 밑작업으로 미션이나 파밍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기 도안 및 스킨을 획득하는 것에 있어서 보스 몹이 제한된 수만 리젠된다는 것이 핵심이다:즉, 한 두마리 보스몹이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기 위해서 수많은 스쿼드들이 치고받고 하며, 심지어 보스가 떨어뜨리는 상자를 줍는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지도에 추적되는 등 다양한 난관이 스쿼드들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보면 미션을 하거나 적을 잡거나 심지어는 상대 스쿼드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DMZ는 모든 요소들을 합쳐놓고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다. 쉽게 하라면 무한히 쉽게할 수 있겠지만, 어렵게 하라면 한없이 빡세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NPC 사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조고 예측 가능한 난이도 곡선이지만, 플레이어라는 제 3의 요소가 개입하면 이 부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고, 난이도 곡선을 몸에 익히고 조절하면서 무기나 도안을 챙겨 탈출 시점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션이나 현금과 같이 몇몇 보험들이 있어서 타르코프와 같은 게임같이 지나치게 하드코어하지는 않지만, 게임 내에서 가장 단단한 보스몹을 때려잡고 모든 스쿼드들의 추적을 피해서 50초 동안 버티다가 탈출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줘도 쉽다고 할 수 없는 난이도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것들을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난이도 곡선을 선택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DMZ는 배틀로얄의 경량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난이도는 있지만, 예측 가능한 전투가 지속해서 발생하기에 교전없는 지루함은 없고 무기를 자기것을 챙겨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파밍의 난이도는 배틀로얄보다 덜 하다. 그러나 죽으면 모든 것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플레이어라는 제 3의 변수가 개입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배틀로얄 같이 적은 수의 스쿼드들이 맵을 넓게 쓰는 여타 콜옵 멀티 골격의 전투 흐름을 보인다. 그렇기에 콜옵 멀티나 워존 2.0과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물론 몇몇 단점들도 존재한다. 우선 진짜 멍청한 AI들이다. 일단 DMZ의 게임 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잠입을 상정하지는 않긴 하지만, 싱글에서 나쁜 인상을 남긴 멍청하고 튼튼한 AI들은 NPC 사냥을 단조롭게 만든다. 여기에 중장갑을 두른 NPC들이 샷건들고 어기적 어기적 기어오면서 한번에 플레이어 장갑판을 까거나 눕혀버리는 것은 처음에는 무섭지만 점점 짜증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추가로 잡탬을 파밍하게끔 하는 구조도 문제가 있다. 퀘스트 등에 필요한 템들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템들이 너무 많다. 더 하드코어하게 크래프팅 개념까지 넣었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현 버전의 DMZ에서는 아이템이 많다.

 

결론을 내리자면 워존 이후 콜옵 멀티 제작자들이 또 다른 잭팟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분명 DMZ가 혁신적이거나 완벽하거나 한 게임은 아니다. 버그는 여전히 본겜과 같이 엄청나게 많고, AI는 멍청하고, 루팅 요소들은 애매하다. 하지만 완벽한 게임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즐길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존 2.0과 콜옵 멀티플레이, DMZ가 맞물려서 돌아간다면 콜옵 모던 2 리부트의 멀티 포멧으로 정말 오랫동안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몸이 안좋아서 개나 안고 자야...

'잡담 > 개인적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001  (0) 2023.10.01
230619  (0) 2023.06.19
221130  (0) 2022.11.30
220808  (0) 2022.08.08
220613  (0) 2022.06.13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글 여러편 같이 작성중...

 

업데이트 곧 진행됩니다.

'잡담 > 개인적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619  (0) 2023.06.19
221211  (0) 2022.12.11
220808  (0) 2022.08.08
220613  (0) 2022.06.13
220531  (0) 2022.05.31
게임 이야기

 

*2편 리뷰는 다음과 같습니다(https://leviathan.tistory.com/1907)

베요네타 2 이후로 8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캡콤은 데빌 메이 크라이 5를 만들었고,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을 만들었고, 프롬은 세키로와 엘든링을 만들었다. 그외에도 시푸나 롤러드롬 같은 인디 게임 신작들도 등장하였고, 액션 게임은 계속해서 그 명맥을 이어나가며 진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요네타 3는 스위치로 발매하겠다는 첫 공개 2017년 이후 2022년 발매까지 기나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플래티넘 게임즈는 아스트랄 체인과 같은 실험작을 만들고 있는 동안, 스케일바운드의 취소, 그랑블루 게임의 취소 등등 여러 악재가 겹쳐지고 있었다. 베요네타 1,2나 뱅퀴시 같은 게임을 만들면서 자리를 잡았던 플래티넘 게임즈는 근 몇년간 개발 역량 자체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었다.

일단 베요네타 3는 베요네타 2에서 다양한 변화점을 둔 게임이고, 몇몇 변화점들은 8년간의 기다림을 만족시켜주는 게임이다. 하지만 플래티넘 게임즈가 그동안 추구했던 비전을 한데 모아서 정리하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어느정도 무리수를 둔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긴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요네타 3는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매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게임이다.

베요네타 3의 핵심 변화점은 '괴수'다.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을 확립한 1편, 1편에서 회피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재정립한 2편과 달리 3편은 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괴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목시킨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위키드 위브와 소환의 개념을 아스트랄 체인에서 소환수를 이용해서 함께 공격하는 시스템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괴수물이라는 점은 괴수의 일부를 이용하는 위키드 위브의 공격방식을 사용하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처형 QTE에서 사용하던 괴수를 실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게임 플레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 게임들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왼쪽 트리거를 이용한다. 플레이어는 최대 3마리의 악마를 방향키에 등록하고, 이들을 왼쪽 트리거 버튼을 사용하면서 전작의 위키드 위브에 대응되는 데몬 슬레이브와 데몬 어썰트를 사용한다. 이로써 베요네타는 모든 패드 버튼을 사용하게 되었다. 데몬 슬레이브는 별도 입력 없는 중립 상태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겼을 때, 거대한 괴수를 소환하여 적들을 공격하도록 조작한다(이 때 베요네타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또한 콤보를 이어나가는 중에 마지막 콤보 마무리 공격에서 왼쪽 트리거를 당겨서 전작들의 위키드 위브의 강화판이라 할 수 있는 데몬 어썰트를 발동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베요네타 3는 이전의 시스템을 일부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전에는 손과 다리에 각각 다른 무기를 달 수 있었는데, 3편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무기 세트만 장착이 가능하다. 대신에 이전의 팔 다리에 무기를 장착하던 시절에 비하면 무기간의 개성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1,2편의 무기 장착 시스템이 모든 무기들의 개성을 죽이는 밍숭맹숭한 구성을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기존 무기 시스템이 P에서 파생되는 콤보 루트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 3편의 각 무기 시스템들은 그러한 구성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좀 더 개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베요네타 3의 미덕은 규모와 파워 판타지를 게임 메카니즘과 밀접하게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1편과 2편은 회피라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게임을 구성하였지만, 상술한 무기 시스템이나 마법 게이지의 존재, 엄브란 클라이맥스 등등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여있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3편은 1~2편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폭발적으로 엮어내고자 한다. 그것이 위키드 위브를 별도의 시스템으로 빼낸 것이고, 기존 전투 매카니즘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실제 게임의 형태로 정교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각 요소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기믹들을 넣어두었다:악마들 간의 연계(판타스마고리아로 거미줄로 묶고, 그걸 불태우거나 고모라 잡기 공격을 한다던가), 악마들로 카운터 공격을 하거나, 위치 타임으로 시간을 느리게 해놓고 악마를 소환해서 공격하거나 하는 등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연계들을 게임은 지원하고,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에게 이것들을 자유롭게 구성해서 즐기도록 환경을 구성했다. 1편과 2편의 미덕과 함께 3편의 새로 추가된 시스템과 컨셉의 조화는 베요네타라는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베요네타 3의 훌륭한 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는 다소 '과도하다'. 일단 베요네타 3에는 처형액션과 관련된 미니게임들이나 터렛 액션, 슈팅 게임, 잠입 액션들이 등의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는 전작들에서도 있었던 기믹이긴 했었다. 액션 게임 외의 미니 게임들의 비중이 이전작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너무 많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카메라 문제'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대한 소환수와 거대한 적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야 하는 만큼, 카메라의 초점을 잡는데 있어서 게임이 심하게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느껴진다. 때때로는 바라보는 초점이나 위치가 매우 혼란스러워서 정상적인 콤보를 넣기 힘들어지거나 보지 못하는 데에서 공격을 받는 등의 이슈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이것들이 치명적이진 않아서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잊을만하면 이 문제가 튀어나와서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만든다.

결론을 내리자면 베요네타 3는 몇몇 문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갖고 있는 미덕이 확실한 게임이기 때문에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액션 게임 자체의 명맥이 많이 쇠퇴해버린 요즘의 세태에서 이정도나 되는 게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다음 작에서는 미니 게임을 좀 덜 집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다.

1 ··· 5 6 7 8 9 10 11 ··· 570
블로그 이미지

IT'S BUSINESS TIME!-PUG PUG PUG

Levi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