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필자는 요즘 갤럭시 폴드로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특성상 출퇴근 시간이라는 이동시간에서 발생하는 로스를 최소하는 것이 게임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돌리고 있는 게임은 포켓몬 유나이트, 명일방주, 유희왕 마스터 듀얼, 매직 아레나 등 정도인데 하루 24시간 중 운동이나 공부, 식사 시간 등의 필수적인 시간들을 제외하고 3시간 정도를 게임에 투자하고 있으니 이들 전체를 플레이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결국은 재미가 있어도 이 게임들 중에서 냉정하게 우선순위가 내려가 구조 정리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샘이다.

현대 게임 시장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더이상 게임 시장이 무주공산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게임은 지금 한정된 플레이어 자원, 특히 플레이어의 '시간'이라는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게임은 신규 유저풀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도 그것의 성장 속도는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와 비교될 수 없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할 수 있겠지만, 게임시장은 현재 성숙한 단계고 유저 풀은 한정되어있다. 유저 풀이 한정적이라고 본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상대 유저풀을 내쪽으로 끌어오느냐이다. 즉, 성숙기의 게임 시장에서 상대 유저풀을 빼앗는 것은 주요한 전략이고, 더 나아가서 게임의 재미를 넘어서 '마케팅'적인 요소가 더 강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 리텐션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일단, 게임의 재미라는 장르 자체의 본질과 보편성은 잠시 재쳐두고,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이라는 범위 내에서 한정지어서 게임을 보도록 하자.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의 특이함은 기본적으로 '문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플레이어가 노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성취는 점점 로그함수의 곡선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노력에 효능감 곡선을 비례시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화가 투입되는 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을 '문턱'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 문턱을 넘어서서 플레이어의 재화(=돈)를 소비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수가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에 접속하는가, 라는 리텐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텐션을 유지하고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수단이 일반적인 마케팅에서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라 할 수 있는데, 모바일 게임에서 CRM 수단은 게임 내의 메세지 발송, 혹은 앱푸시, 이메일 등의 다양한 수단으로 나뉘어져있다. 이러한 CRM을 통해서 게임 회사는 플레이어에게 두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첫번째는 현재 이러한 게임이 있다는 '리마인드'의 제공이다:많은 모바일 게임들은 플레이어의 관심 범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자연소멸한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 게임에도 수명이 있다 할 수 있는데(마치 여타 소비재 산업 마케팅에서 고객의 수명이 있다고 정의내린 것 처럼), 이러한 리마인드 차원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게임의 기대수명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문턱을 넘기 위한 혜택의 제공을 알려주고, 거기 맞춰서 문턱을 넘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기본적인 게임의 재미가 보장되는 선에서, 플레이어에게 '다시 접속했을 때의 이점을 제공해준다는 정보를 주면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즉, 플레이어에게 '문턱'을 넘기 위한 일종의 역치를 낮추는 요소(무료 가챠나 재화 등)를 제공하는 것인데, 기존에 문턱을 넘을 때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낀 부분을 낮추는 부분이라 이러한 넛지Nudge(팔꿈치로 쿡쿡 찔러 눈치를 주는)는 리텐션을 극적으로 늘려줄 수 있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두가지 방법들보다도 이러한 두가지 방법들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 플레이어에 대한 프로파일링이다:범죄 프로파일링 개념처럼, 마케팅에 있어서도 프로파일링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프로파일링 기법들은 '통계학적으로 각각 보편적인 속성들을 겹쳐서, 구체적인 포인트를 짚은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별, 연령대, 나이, 사는 곳, 취미 등등의 요소들은 큰 틀로 놓고 봤을 때 거대한 숫자지만(에를 들어, 서울 인구 1000만에 남성 인구가 500만이라는 식으로), 그것에 필터링을 거는 조건이 더 늘어날수록 프로파일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더욱 뚜렷해지고 데이터 관점에서 걸러낼 수 있는 가능성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범죄 프로파일링이 용의자나 그들의 행동양식을 좁혀 나가는 방식Narrow Down이라면 마케팅에서 프로파일링은 그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전체로 구성하고 그 사람들의 다른 소비 포인트,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로 따지면 '문턱'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대 남성, 직장인, 가챠는 보통 새로운 픽업 케릭터가 나올 때 10연차 정도 소소하게 돌려보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사람의 주요 구매 패턴과 동인은 무엇인가? 이 사람이 게임 재화의 소비 패턴을 발현시키는 방아쇠는 무엇인가? 이러한 고객 세그멘테이션이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높은 확률로 가질 수 있는 다른 속성들(가령 여케를 좋아한다, 특정 타임의 여케를 좋아한다 등)을 속성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을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라 하는데, 데이터로 뽑혀진 특성을 가진 계층을 더 구체화 시키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경험을 시뮬레이션 하여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는 페인 포인트나 매력 포인트들을 역으로 짚어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리텐션을 유지하는 주요 전략(플레이어가 이탈하기 전에 잡는다)으로도 이용되지만 자연스럽게 타 게임으로 이탈하는 고객을 잡는 요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플레이어의 페르소나가 있다고 친다면, 이 사람은 어느 게임에 더 매력을 느끼는가? 제작사가 먼저 그 매력 포인트를 가진 요소들을 만들거나, 제공한다면 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직접적으로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웹커머스 사업체에서는 마케팅이나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해 쓰이는 방법이고, 또 상대 서비스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페르소나 분석의 쓰임새는 상당히 폭넓다.

종합하자면 모바일 게임이 부분유료화라는 수익 구조와 게임 플레이 구조는 모바일 게임 유저라는 한정된 풀의 고객들을 더 잘게 쪼게서 봐야하는 전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단순히 혜택과 상품 홍보의 측면을 넘어서, 경쟁 게임과 자사 게임의 특장점을 비교하고 어필하는 부분들을 분명하게 가려야한다는 점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여타 게임 시장에 비교해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시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유물론이란 기본적으로 '만물의 근원은 물질이다'라는 개념이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유물론에 기반하여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였지만, 유물론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한 것은 마르크스일 것이다: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받아들여 공산당 선언, 자본론 등을 집필하여 자본주의 비판 및 공산주의라는 사상과 체제를 만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 유물론의 방법론으로 접근하여 사회 근간을 구성하는 경제체제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착취 구조를 비판하여 대안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공산주의의 등장 이후, 인류 현대사 100년은 격동의 100년을 보냈고, 그것이 소비에트 연방 해체로 이어지며 공산주의 혁명은 결국 실패로 이어졌지만,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여전히 동일한 맥락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그의 분석과 통찰력은 날카로웠다.

마르크스의 분석의 핵심은 '하부 구조(경제 시스템)가 상부 구조를 구축한다'다:마르크스의 역사론에서는 사회는 경제 생산의 단계에 따라 총 다섯 단계(원시 공산 사회 - 노예제 사회 - 봉건제 사회 - 자본주의 사회 - 사회주의 사회)를 밟아서 변화하고, 그 각각의 단계의 사회는 인간 공동체의 생산-배분 체제에 기반하여 상부(사회 지배 구조)를 구축한다. 즉, 생산과 배분라는 경제 체제(하부 구조)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상부 구조)가 구축된다는 것인데, 현대적인 산업 시대로 들어오면서 자본에 기반한 공장 생산, 노동자-자본가의 이원화된 계급 구조, 자본이 자본을 재생산하는 관념과 경제 구조 등등이 현대 사업사회의 구조를 구성하는 주요한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5단계인 사회주의 사회 실험이 소련의 해체로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 마르크스 역시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사회에 대한 막연한 추론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 무엇보다도 여러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점을 갖고 있긴 했다. 하지만 과거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마르크스의 분석은 의미가 있고, 이 글에서 모티브로 다루고자 하는 '하부 구조가 상부 구조를 구축한다'라는 명제는 그 어느 곳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막강한 분석 구조다.

흥미롭게도 게임에서 하부 구조가 상부 구조를 구축한다는 명제는 게임의 역사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하부 구조가 경제 체제를 의미하고 상부 구조가 사회 레짐 체제를 의미한다면, 게임에서는 하부구조/경제 체제는 그 게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상부 구조는 게임의 재미 등을 구조하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과거의 게임(~00년대 까지)에서 상부 구조(게임 재미나 이런 부분들)는 하부 구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처럼 보였다. 다양한 실험작들, 대중적이라 생각되지 않는 매니악한 구조, 시뮬레이션의 구조를 보여주는 게임들 등등은 지금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요소들이긴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야말로 게임의 하부 구조의 큰 영향을 받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이다:00년대 전후의 게임들은 어떻게 보면 주류 문화에 끼지 못하는 하위 문화라 할 수 있었다.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에서부터 콘솔 및 PC 게임의 시대로 넘어오는 00년대까지 시장은 급격하게 크고 있었지만, 산업적 특성과 하위 문화(해커, 주류에 대한 반문화 등등)가 여전히 공존하는 기이한 형태였다. 전적으로 게임 시장과 산업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었고, 그 누구도 성공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문법을 성립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은 실험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에서 게임은 '노동력' 외에는 별도의 자본과 설비가 필요하지 않은 산업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지(벌어들이는 수익이 예측 불가한 점, 초창기 게임 제작자들이 돈보다도 열정으로 무장한 십자군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절하지 못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노동한 케이스들도 여기에 한 몫 할 것이다)도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00년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물가는 오르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 게임의 가격들, 점차 대규모화 산업화 되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을 산업적으로 재생산하는 프로세스가 확립되는 것, 마케팅을 통한 구매 계층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는 것, 무형의 에셋들이 재활용되는 구조를 취해 점차 '생산 수단'이자 '자본화' 되는 상황, 반문화적인 개발 방법과 문화가 점차 쇠퇴하고 조직과 구조가 확립되면서 점차 게임의 개발이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서는 점 등이 게임 산업을 점차 주류 문화의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러면서 점차 게임의 수익구조, 즉 하부 구조가 게임의 상부 구조에 끼치는 영향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전통적인 게임 시장(콘솔/PC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진 않았는데,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시즌패스와 DLC 자체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것이 패키지 게임이라는 구조 자체를 바꾸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법(완결된 게임으로 내야 한다는 것)을 무너뜨릴 수 없기에, 이러한 수익구조가 게임의 재미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지양되는 일이긴 했다. 반대로 여기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의 수익구조를 만들어두고 거기에 상부 구조라 할 수 있는 재미와 시스템들을 쌓아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과 전통적인 게임 시장/제품과는 다른 재미 구조를 갖고 있다. 소녀전선의 예를 보자:보드게임과 진형을 바꾸어가는 실시간 전투 조작 등과 별개로 소녀전선은 칸코레로부터 이어지는 콜렉션 게임의 시스템과 가챠, 그리고 그 가챠를 뽑기 위해 투입되는 이중의 재화와 환전(실제 돈/노동력이 케릭터로 바뀌어지는 구조)을 자원 관리 및 자원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치환해서 만든 점은 새로운 재미 요소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가 과거의 재미와 1대1로 대응되는가의 부분에서는 회의적인데, 결국은 재화가 돌기 위한 구조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결제로 완결된 구조를 제공하는' 기존의 게임 시장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게임을 비평할 때, 그 하부 구조라 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게임의 재미와 연결지어서 비평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을 비평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게임 비평에 있어서 상부 구조만을 분석하는 방법론을 보통은 채택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그러한 방법론을 취했다간 모바일 게임 구조를 반절밖에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겠지만(게임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문화적인 영역 등등), 모바일 게임을 이해하고자 할 때, 이 둘을 밀접하게 연결지어서 설명해야 기본적인 부분들을 충실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이야기

 

여신전생 시리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리즈였으며, 수많은 파생작들을 통해서 노하우들을 쌓아올린 프랜차이즈였다. 87년 처음 나온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을 시작으로 한 여신전생 시리즈는 이후 진여신전생 시리즈(슈퍼 패미콤에서 PS, 닌텐도 3DS까지)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아틀라스를 도산의 위기에서 살린 외전인 페르소나 시리즈(특히 3과 4)와 데빌 서머너 시리즈, 소울 해커즈, 파엠과의 콜라보인 환영이문록, 쿠즈노하 라이도우 시리즈 등등 여신전생 시리즈의 방계라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은 지난 25년간 수도 없이 나왔다. 그리고 이들이 쌓은 노하우들은 서로 공유되고 전승되면서, 마치 시리즈 속 악마들이 강해지는 것처럼 시리즈의 완성도를 점차 조금씩 늘려가고 있었다.

그러한 시리즈의 노하우와 완성도가 정점에 달해 판매고라는 목표와 함께 맞물린 케이스가 바로 페르소나 3일 것이다. 페르소나 자체는 여신이문록으로 분류되며, 직접적으로 여신전생 시리즈와 맞닿아있진 않지만 악마 합체나 프레스 턴 시스템과 같은 여신전생 시리즈만의 시그니처 시스템들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여신전생 세계관의 일부로 봐야할 것이다. 여기에 학창생활과 커뮤니티를 통한 관계의 발전과 전투에의 영향, 이를 뒷받침하는 자잘한 시스템들이 맞물리면서 '이상적인 학창생활'을 구현함으로 여신전생 특유의 칙칙하고 암울한 세계관을 탈피해서 대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페르소나의 성공은 당연하게도 여신전생 시리즈의 메인스트림으로 부각되면서, 다른 작품들을 '방계'로 밀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는데, 정통의 계보라 할 수 있었던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3편 녹턴 매니악스 이후로 위자드리 스타일로 싸게 만드는 등(진여신전생 4편과 4 파이널, 스트레인지 저니 같은) 다소 찬 바람을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여신전생 시리즈가 서구권까지 포함해서 50만장 이상 ~ 100만장 미만으로 팔릴 때, 페르소나 4는 플2 황혼기에 나와서 거의 단독으로 200만장을 찍었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진여신전생으로 여신전생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페르소나 일변도로 진행되는 여신전생 프랜차이즈의 상황은 딱히 좋지 않게 보였다.

진여신전생 5는 4 이후 근 10년 만에 나온 완전 신작이다. 특히나 진여신전생 4가 3에서 3D 폴리곤 형태로 악마를 묘사했던 것과 달리 위자드리와 같이 초상화 띄워놓고 효과만 그 위에 겹쳐놓는 형태로 간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3편과 유사한 느낌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환호했다. 물론 스위치 발매가 된 2017년 이후 첫 트레일러 공개가 되고 나서 아무런 소식없이 4년을 기다리긴 했지만, 2021년 11월 드디어 게임이 발매되면서 진여신전생 신작에 대한 염원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전체 시리즈에 대한 노하우가 집약되었고, 이전  시리즈의 게임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규모감도 존재하는 것이 진여신전생 5다. 하지만, 동시에 4년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미완성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진여신전생 5나 여신전생 시리즈는 고전적인 JRPG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공간은 던전과 마을로 이원화되어 있고, 던전 내에서 플레이어는  탐색을 하면서 던전을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역경인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점차 강해지는 구조를 취한다. 그리고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던전에서 자원을 소비하는 경우,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서 마을에 복귀하여 이를 보완하여야 한다. 고전적인 RPG에서는 육성이 보통 레벨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몹을 잡는다 - 레벨업을 한다 - 더 많은 몹을 잡는다 - 레벨업을 한다 - ....' 라는 식의 단조로운 패턴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여신전생의 시리즈의 경우에는 이러한 단조로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프랜차이즈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시스템인 '악마회화'와 '악마합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악마회화와 악마합체는 쉽게 이야기해서 플레이어의 동료가 '소모품이자 스킬을 계승하는 용도'의 악마가 되는 부분이다. 전투 시 레벨업을 통해서 더 강해지기 보다는 던전과 상황에 맞춰서 각각의 역할과 목적에 맞게 악마를 합체시키고, 악마를 합체시키기 위해서 전투중에 조우하는 적 악마들과 대화하고 교섭해서 이들을 동료로 끌어들여 합체 소재로 쓰든가, 아니면 레벨업을 시키고 스킬을 얻든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기존의 RPG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강점을 갖는다.

진여신전생 5는 위와 같은 내용을 집대성하고, 여기에 몇몇 변화점을 추가한 작품이다. 5편의 큰 변화점들은 오픈맵, 심볼 인카운트, 던전 구성, 마가츠히 시스템들이다. 이러한 시스템들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묶여서 진여신전생 5편의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완급이 상당히 잘 짜여져 있어서 재밌는 게임이 된다. 다만, 몇몇 치명적인 문제점들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진여신전생 5는 기본적으로 오픈 맵의 구성을 취한다. 기본적으로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기믹이 있는 던전과 마을이라는 공간으로 이원화된 케이스였다. 그러나 진여신전생 5는 이를 바꿔서 오픈맵 형태로 변화시킨 것은 시리즈 최초다. 진여신전생 5의 필드를 오픈월드가 아닌 맵으로 표현한 것은 최근 자주 보여지는 오픈월드의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일단 게임의 규모 측면에서 트리플 A 게임이라고 분류할 수 없고, 오픈월드에서 보여지는 세계와의 상호작용 같은 요소나 자유로운 탐색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5편은 심볼 인카운터를 도입해서 '내가 원하는 때 싸울 수 있다/전투를 피할 수 있다' 라는 관점에서 편의성과 쾌적함을 추구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진여신전생 5가 복층구성의 거대한 던전에 가깝다는 점이다. 반대편에 있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교해보자. 야생의 숨결에서 하이룰은 거대한 세계이며, 그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원칙들을 게임의 규칙으로 구현하는 시뮬레이션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플랫포밍 요소가 있을 때도, 자원의 관리(스테미너)나 속력이나 위치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야생의 숨결이었다. 하지만 진여신전생의 세계는 과거 던전의 형태에 가깝다. 점프하여 층을 옮길 수 있는 플랫포밍 요소가 있긴 해도, 달리면서 점프를 할 필요가 없고,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점프를 하면 층을 바꿀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진여신전생 5에서 맵은 작은 복수의 빌딩 던전이나 구역으로 나뉘어져있고, 거기까지 도달하는데는 '단 하나의 정답 루트'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여신전생 5는 예산이 적게 들긴 했지만 기존 시리즈에 대한 노하우와 폐허에 대한 기믹을 활용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오픈맵으로 보이지만, 수많은 던전맵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갈 것인가? 라고 고민하면서 맵을 찾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다만 최근 오픈월드 게임의 전통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보면 다소 오해가 있을만한 디자인들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맵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게임을 플레이해야 게임 진행이 수월해진다.

전투, 레벨업, 육성 부분에서 진여신전생 5는 생각보다 많은 변화점이 발생한 부분이다. 변경된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여신전생 시리즈를 들여다 봐야 한다. 3편에서 프레스턴 시스템을 도입하여 "약점을 찔리면 죽는다"(약점을 찌르면 늘어나는 데미지+상대 턴이 늘어난다)라는 개념이 있어서 적이나 플레이어나 '한 대만'이라는 독특한 긴장감이 있는 작품이었다. 3편에서 4편으로 넘어오면서 내성, 무효, 반사 스킬들을 악마에게 계승하는 것이 쉬워져서 방어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쉬워진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중반 이후 급락하는 난이도를 후반에서 만능 속성으로 난이도를 재조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난이도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3편의 프레스턴이나 전투에서의 숫자감각 등은 이후 많은 시리즈들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스케일링 되는 수치나 악마 관리 육성 등의 감각 등은 페르소나 시리즈로 넘어와서도 공유되는 부분이다.

5편은 진여신전생 시리즈상 가장 잘 조율된 게임이다. 다양한 요소들에 세밀한 조정이 가해졌는데, 이러한 조정들이 어우러져서 기존의 여신전생 전투의 페러다임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5편에서 프레스 턴 시스템은 턴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전작들과 동일하지만, 턴을 연장하기 위해서 3~4편과 달리 약점 이외에도 '크리티컬'이 중요하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기존 작품에서도 크리티컬이 프레스턴을 유발하긴 했지만 낮은 확률로 발생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하기에 어려웠다면, 5편에서 크리티컬은 무조건 크리티컬이 터지는 기술이나 속성과 물리 공격이 섞인 기술들, 더 나아가 관통물리나 필중 크리가 등장하는 등 물리 기술 폭이 증가하고 크리티컬을 운에 의존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곳에 이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겼다. 

5편에서 크리티컬 요소를 강화하는 추가 요소로 "마가츠히"가 있다:마가츠히가 모이면 모든 공격이 크리티컬이 되거나, 강력한 능력을 쓸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이 마가츠히를 모아서 모든 공격이 크리티컬 되는 요소는 아군이나 적군이나 양쪽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말인 즉슨, 상대가 마가츠히를 발동하면 무조건 프레스턴이 발동된다는 것인데, 상성의 유불리를 떠나서 가드를 따로 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프레스턴이 발동하기 때문에 5~10레벨 이상 플레이어가 들고 있어도 방심하다가 전멸당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서 가드를 더 적극적으로 섞고, 마가츠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프레스턴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더 나아가 상대의 공격 패턴(관통 능력 있는지 여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전투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아이템이나 스킬에서 일시적으로 방어를 강화하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상당히 어울린다는 점이다. 물리 공격을 방어하는 물장석, 마법공격을 반사하는 마반경 등등의 아이템들이 있고, 추가적으로 스킬로 그러한 요소들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플레이어의 운신을 폭을 늘려주는데, 4편의 초반 수문장이라 할 수 있는 메두사와 5편의 초반 수문장인 히드라를 비교해서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4편의 경우, 내성이나 무효 속성이 거의 없고 약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메두사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면, 5편의 경우 아이템인 물장석/화장석 같은 무효화 아이템만 재때 써주고 약점 찌르면서 프레스 턴만 벌어주면 어떻게든 클리어하는게 약간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방어 상성 관점에서 유연성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여신전생 5는 방어 전략에서 유연성을 주고,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준비하게끔 만든다.

육성 관점에서 진여신전생 5는 악마 합체와 스킬전승, 내성 맞추기 등이 4편 기반이긴 하지만, 여기에 허물 시스템과 향이라는 아이템을 새로 추가하였는데 이것이 편해지는 요소와 불편해지는 요소로 동시에 적용되었다. 허물은 악마가 레벨업 할 때 일정 확률로 드롭하는 아이템인데, 주인공에게 스킬을 옮겨주는 용도뿐만 아니라 내성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내성 관리를 이전작들보다 더 수월해지게 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허물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내성을 바꿀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악마 육성에 능력치 없과 레벨업을 쉽게 할 수 있게끔 하는 향과 경전을 추가하고, 탐색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끔 하여서 악마 육성을 쉽게 해주는 부분이 생겼다.

전반적으로 진여신전생 5는 훌륭하지만, 몇몇 치명적인 문제로 완벽하지 않은 게임이 되었다. 첫번째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전적인 RPG 구조는 던전과 마을의 이원화된 구조, 그리고 던전 내에서는 사냥과 탐색, 육성이 전투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서 사이클을 돌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진여신전생은 던전 내에서는 완벽한 사이클을 보여준다. 문제는 내리터브 사이클을 관장하는 마을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진여신전생 5에서 플레이어는 폐허가 된 도쿄를 던전으로, 마을이라 할 수 있는 도쿄가 다른 한 축으로 구성되는데 게임의 모든 회복, 상점, 육성 등의 모든 요소들이 던전 내의 세이브 포인트인 용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을로 돌아갈 일이 없어지고, 내러티브를 진행할 사이클이 구조적으로 약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덕분에 게임의 거대한 규모에 비해서 서사가 매우 짧게 느껴지는데, 5~6개의 챕터 구성으로 되어있고 도쿄를 거대한 폐허로 5분할 하는 야심찬 모습도 보여주지만 정작 게임 내에서 굵직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게 고작 5개 정도라 맵 크기만큼 서사를 못채우는 문제가 있다.

물론 던전 내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라인을 집중하여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구조 때문에 진여신전생5에서는 스토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NPC가 희미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들은 각각의 스토리라인(뉴트럴, 카오스, 로우)에 대응하는 인물들이 있고, 그 인물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특징이 있다. 진여신전생 4편 역시 그러한 특징이 있었는데,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대화선택지나 내용에 따라서 스토리 라인 분기가 갈리게 되고, 그 분기에는 일부의 진실만이 담겨있어 플레이어가 전체를 보고 싶으면 여러번 게임을 클리어해야 했었다. 하지만 진여신전생 5에서는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따라서 성향이 갈려도 마지막 엔딩 전의 선택지에서 엔딩 분기를 선택할 수 있고, 선택지를 돈내고 바꾸는게 가능한(!) 시리즈 사상 초유의 분기처리를 보여주었다. 결국은 플레이어의 성향이 게임에 잘 녹아들지 않고,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행위와 결과가 납득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초유의 선택을 보였다. 

결국 이것은 게임 자체가 미완의 스토리와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게임 극후반부라 할 수 있는 지고천의 레벨 디자인이라던가, 스토리 전개, 레벨링 구조상 비어있는 부분(70~90 레벨링이 거의 불가능한)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진여신전생 5는 정말로 완급조절이 뛰어난 작품이고, 훌륭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근 5년의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미완성된 부분이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는 분명히 있고, 플레이할만한 가치도 있다. 제노블레이드 2와 같은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미완성이긴 하지만 분명 꿀리지 않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미완성된 부분들의 단점이 너무 크고, 장점이 너무 빛나기 때문에 그 단점이 더 눈에 부각되는 문제가 있다. JRPG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시도해볼만 하지만, 여신전생 시리즈 특성 상 완성판이 나올 수 있으니 그 완성판을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게임 이야기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한계이자 가능성은 바로 조작 체계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게임의 생태계는 직관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터치 조작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터치 조작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조작 체계를 어플의 목적에 맞게 일종의 에뮬레이션(emulatioan, 하드웨어적으로 수행되는 작업을 소프트웨어로 흉내내어 처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은 ‘하나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들을 어플의 목적과 스마트폰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하기 때문에, 전문화된 기기가 아닌 일종의 ‘유니버설’한 기기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스마트폰으로 걸음을 측정하는 만보계 어플들이나 캐시워크 같이 걸을 때마다 일정 재화를 충족하고 리워드를 받고 소비하는 어플들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만보계나 어플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과연 ‘이들의 목적’ 하나만을 위한 것일까?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스마트폰의 만보계는 3축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를 복합적으로 측정해서 해당 정보를 측정한다. 과거의 만보계들에 비해서 기술적으로 더 세련되고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었긴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의 이러한 기술들은 기본적으로 ‘그 목적을 위해서 탑재되었다’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전문적인 기술 보다는 보편적인 기술이 적용되어서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갖고 있는 특징이다. 물론 역으로 이러한 보편적이고 강화된 기능들, 위에서 예를 든 자이로 센서나 3축 가속도 센서 같은 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더 섬세하게 발전한 것들도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스마트폰을 전제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에뮬레이션과 같은 일종의 ‘기술적 속임수’라고 보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유달리 스마트폰에서도 에뮬레이션이라는 기술적인 속임수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 직접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DS 에뮬레이터 같은 어플 같은 것들이 ‘에뮬레이션’의 영역에 직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긴 하지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들은 바로 게임 패드나 조작 콘트롤러를 터치 스크린의 형태로 옮겨 놓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즉, 게임패드와 같은 조작 체계를 스크린의 형태에 터치되는 버튼 형태로 구현해두고, 그 조작을 게임 내에서 에뮬레이션 함으로써 실제 콘솔/PC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경험을 스마트폰 환경에서 비슷하게 재현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조작하는 게임들의 상당수는 기술적으로 부합하진 않지만, 경험의 제공 측면에서 에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러한 게임들의 한 축에는 콘솔이나 피씨에 원판 게임이 있고 크로스 플레이 형태로 구현되는 게임이 상당수이다: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포트나이트나 포켓몬 유나이트 같은 게임들일 것이다. 그리고 조금 다른 접근이긴 하지만 ‘스마트폰과 기존 플랫폼과는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지만,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는 전제로 접근하는 게임들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같은 게임이 그러한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게임을 모바일에 맞게 튜닝을 하고, 그 튜닝의 핵심에 ‘조작 체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 조작하는 게임’들의 부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아무리 모바일 게임이 콘트롤러 그 자체를 에뮬레이션을 하려고 해도 완벽하게 그 조작 경험을 에뮬레이션 할 수 없다. 버튼을 눌러 발동한다라는 디지털적인 0과 1의 조작 체계조차도 물리적인 버튼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그대로 경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가상 컨트롤러의 경험이다. 그리고 아날로그 스틱이나 트리거의 조작 같은 것은 구현하기 더 까다롭다:스틱을 살짝 당겨서 살금살금 걷는다던가, 혹은 트리거를 반 트리거만 당겨서 레이싱 게임에서 반 가속을 하게 만든다든가 등의 조작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패드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네 손가락 조작(왼손 엄지, 검지 / 오른손 엄지, 검지)과 달리, 스마트폰의 조작에서는 두 손가락 조작(양 엄지)만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자 제약사항이기도 하다. 손가락 4개에서 버튼의 조합(가령, 왼쪽 트리거 조준과 오른쪽 트리거 사격, 여기에 이동 조작과 카메라 조작을 함께 하는 것)으로 기존 체제에서 조작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두 손가락 조합으로는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 조작의 가지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결국 모바일 게임에서는 기존 패드 조작 시스템과 달리 버튼의 수를 늘리거나 조작을 단순화시키는 접근 방법 말고는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놓은 해결방법(버튼의 수를 늘린다든가, 조작을 단순화시키든가)들 모두가 결국은 기존 게임의 에뮬레이션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다. 조작을 단순화시킨다면(예를 들어, 페오엑과 그림던, 디아 3를 섞어놓은 모바일/PC 동시 출시 게임인 언디셈버 같은 게임이 그럴 것이다), 게임 자체가 기존 장르 같이 깔끔하고 정교하게 돌아간다기 보다는 상당히 무디고 둔탁하게 돌아간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그렇다고 버튼의 수를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화면에 버튼이 늘어날수록 폰의 화면을 가린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은 버튼이 늘어나게 되면서 화면이 난잡해지고 실제 게임을 하는 화면이 줄어들게 되면서 게임 플레이를 할 때의 판단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 폴드 3는 직접 조작하는 게임의 문제를 정말로 간단하게 해결한다:폴드 3는 기존 화면에서 약 2배 가까이 넓은 스크린을 제공하면서 버튼을 많이 배치하여도 실제 게임 화면을 손가락이 가리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폴드 3에서 플레이하는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츠의 예를 보자:실제로 패드와 키보드 조작에서 사용되는 많은 버튼들이 개별로 배치되어 있지만, 화면이 커진 덕분에 실제 게임을 하는 영역을 많이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버튼 크기를 확보해서 조작성과 가시성 양쪽을 잡아내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존 배틀그라운드의 조작감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동조작 없이 이정도면 큰 불편함 없이 기존 게임에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올라온 셈이다.

 

폴드 3가 보여준 것은 ‘큰 화면 스마트폰’이 보여준 모바일 게임의 가능성이다:예전에 비해서 스마트폰의 액정은 점점 커지고 있고, 큰 화면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해왔었다. 노트북과 폰 사이에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기기 영역이 개척된 것도 그러하다. 무게라는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조작할 수 있는 화면이 커짐으로 모바일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은 더 커진 셈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조작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더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여는 가능성이란 ‘자동조작이나 둔탁한 조작이 아닌 콘솔이나 피씨에 가까워지는 가상 패드 조작과 게이밍의 영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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