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박 매거진 12월 호에 등재된 리뷰입니다.
타이틀 . Call Of Duty Modern Warfare II
출시 . 2022년10월 28일
개발사 . Infinity Ward
유통사 . Activision Blizzard
리뷰기종 . PC
작성자 . 바이오타이탄
필자는 콜 오브 듀티(이하 콜옵)시리즈를 모던 워페어 2(2009)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빼먹지 않고 구매를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프랜차이즈를 구매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평가와 별개로 자신만의 의견과 관점이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1>은 고평가되었다’라던가, ‘의외로 <뱅가드>가 최악의 콜옵은 아니며, <고스트>가 있는 한. 더 이상 밑바닥의 콜옵은 존재할 수 없다’라던가, ‘미래전 콜옵들은 의외로 콜옵답다’ 라는 생각 등등이 그러하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작품을 처음으로 했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의견들은 다양한 층위를 이룬다는 것이다. <블랙옵스 2>를 최고로 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최근 더빙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모던 1편 리부트로 입문한 세대의 경우는 <모던 시리즈>를 더 최고로 쳐 주기도 한다. 오래된 게임인 만큼 팬덤의 층위도 다양하고 팬덤의 견해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게임을 평가할 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지난 13년간의 콜옵 경험을 통틀어 이번 한 번만큼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본인이 경험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리부트(이하 MW2) 싱글 플레이 파트는 본인 게임 플레이 경험 역사상 최악의 경험이었다.
MW2 싱글 파트가 어째서 최악이었는가를 논하기에 앞서서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짚어야 한다. 콜 오브 듀티가 어떤 게임인가. 매년 천 만장 단위로 판매고를 가볍게 올리는 게임, 조 단위의 매출을 가볍게 올리는 게임, 그럼에도 매년 발매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정말로 대단한 게임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가장 싸게 만들어서 최대한 많이 파는 자본주의 그 자체인 게임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소비 국가인 미국을 대상으로 미국 우월주의 판타지 그 자체를 파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어이없는 버그들과,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과 말도 안 되는 스토리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다른 게임들에 이런 요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콜옵의 그것들은 어떻게 보면 다른 게임들보다도 수준이 떨어져 보일 수 있을 정도로 거의 ‘날 것’에 가깝다.
하지만 콜옵 프랜차이즈의 최대 미덕은 그런 날 것의 자극과 판타지를 효율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는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티플레이의 보상 체계일 것이다. 적을 타격할 때 울리는 히트 마커 사운드, 헤드샷의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 경험치가 올라갈 때 들리는 자극적인 사운드 등으로 콜옵은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보상에 대한 자극을 부여한다. 또한 13년 동안 이어져 온 스코어/킬스트릭 시스템은 이러한 자극의 총 집합체이다.상대방을 쓰러뜨리고 얻는 점수와 킬을 모아서 더 큰 자극을 얻는 과정 자체가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원동력과 맥이 닿아 있다.
그렇다면 콜옵 프랜차이즈에서 ‘싱글 플레이(이하 싱글)’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콜옵 프랜차이즈를 움직이는 콘텐츠 중 싱글은 가장 삐걱거리고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블랙옵스 4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블랙옵스 4는 최초이자,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으로 콜옵에서 싱글을 제외한 게임이었다. 그때 제작진들은 분명하게 블옵 4의 싱글 제외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싱글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많은 자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적은 인원만이 싱글을 클리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러한 자원을 멀티플레이와 좀비 코옵 모드,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배틀로얄 모드인 블랙아웃 모드에 집어넣겠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분명 블옵 4 제작자들의 주장은 일견 납득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요즘 시대에 싱글 플레이를 끝까지 플레이하는 경우는 드물고, 콜옵 같이 멀티플레이가 주 구매 요인인 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콜옵에서 싱글은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서, 그 해 나온 콜옵의 '테마'를 구성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콜옵 역사상 가장 이질적인 콜옵이라는 평가를 듣는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부터 <블랙옵스 4> 사이의 미래전 콜옵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당시 콜옵들은 일종의 '테크노 스릴러(정치와 군사 등의 분야와 첨단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서브 컬처 장르)’의 양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기업 국가의 디스토피아를, 블랙옵스3가 음모론과 SF를 결합하고, <인피닛 워페어>는 범 행성간 갈등을 다루었다. 그리고 그 후 그것들은 멀티플레이에 배경이나 능력의 일부로 소개되었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 공개 트레일러가 멀티플레이 트레일러보다 더 앞서서 공개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메세지는 더 명확하게 보인다.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멀티플레이에서의 새로운 능력들과 변화점들(오퍼레이터와 특수능력의 추가, 총기의 변화 등등)을 멀티플레이에 들어가기 앞서서 시연하는 무대였으며, 또한 각각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엮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이러한 콜옵 싱글의 특징을 두고 논의를 확장 시켜 본다면, 콜옵에서의 싱글 플레이는 존 카멕이 이야기한 '게임에서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와 맥을 함께한다. 존 카멕이 포르노에서의 스토리를 언급한 것은 분명 '있으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중요하지 않다'라는 의미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역으로 포르노에서 스토리가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 본다면, 또 다른 통찰이 시작된다. 포르노에는 듬성듬성하긴 하지만 분명 스토리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성애든, 근친상간이든, SM이든, 스카톨로지든, 네크로필리아든, 가장 순한 포르노에서 독한 포르노까지 모든 포르노들은 성적인 자극을 구성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이미지들은 포르노의 하위 장르의 맥락에 묶여서 단일 형태의 포르노로 구성된다. 포르노의 스토리는 그 이미지를 묶는 맥락 그 자체다. 분명 그 네트워크가 포르노의 본질이 아니더라도, 포르노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포르노의 스토리와 콜옵의 싱글 플레이는 그러한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맡고 있는 역할과 구성, 심지어는 완성도와 미학적인 부분 마저도 맥이 닿아 있다. 어째서 모던 워페어 2(2009)에서 노 러시안 미션에서부터 러시아의 미국침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가? 어째서 프라이스는 감옥에 갇혀 있었는가? 어째서 어드벤스드 워페어에서 플레이어는 x버튼을 눌러 조의를 표했는가? 모던 워페어 리부트 1편에서는 어째서 테러리스트 가옥을 습격한 뒤에 곧바로 중동으로 넘어가 테러리스트들을 작살 냈는가? 콜옵 싱글에서 각각의 이미지들은 하나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그럴 싸하고 자극적이지만 전체를 연결해 놓고 보면 말이 안 되거나 논리적으로 너무나 성기었다. 마치 포르노의 그것처럼, 콜옵 싱글의 이미지들은 ‘나는 너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이렇게 배치할 거야’라고 플레이어에게 말하듯이 노골적으로 배치되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MW2 싱글은 콜옵 싱글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싱글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악의 콜옵,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콜옵 고스트의 경우에도 싱글이 파시즘적인 이미지와 인종차별적인 스토리로 점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콜옵의 싱글 플레이'라는 틀을 지키고 있었다면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 싱글이 갖고 있던 미덕과 강점을 모두 배제해버리는 이상한 싱글 플레이가 되어버렸다.
전통적으로 콜옵 싱글 플레이의 재미는 총을 쏘면 적이 죽는다는 단순한 쾌감과, 다양한 기믹을 통해 ‘내가 뭐하는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무언가를 한다’는 만족감을 플레이어에게 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콜옵 싱글은 런앤건(달리면서 총을 쏘고, 적들을 처리하고, 체크포인트까지 도달하는)과 일부 QTE와 미니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체크포인트에 도달하거나 트리거를 당기기 전까지는 무한하게 쏟아져 나오는 물량, 버벅거리는 동료와 적 AI, 정해져 있는 길을 벗어나면 칼같이 날아오는 수류탄이나 살인트랩 등등은 콜옵 싱글의 전매 특허였다. 물론 블옵 2,3와 같이 업그레이드와 로드아웃이 존재하거나,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 같은 구간이 존재하여 다양성을 추구하기도 했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들은 미니게임의 일부를 구성할 뿐이었다. 후술할 영역이긴 하지만, 콜옵이 15년동안 바뀌면서 바뀌지 않는 그런 복잡 미묘한 흐름을 보여주었어도 적어도 싱글에서는 런앤건이라는 요소는 근간으로 삼아 기믹을 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W2의 싱글도 여타 콜옵 싱글과 같이 전통적인 런앤건 플레이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싱글 플레이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기믹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MW2의 싱글은 그러한 기믹이 좀 '과도하게' 잡혀 있는 게임이다. 전체 싱글 미션 중에 잠입 등의 기믹이 들어가지 않은 미션은 순수하게 2개 정도뿐으로 15개의 챕터 중 절대 다수가 기믹이 들어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첫 번째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적들 상당수가 멀티 플레이 워존이나 DMZ처럼 장갑판을 둘둘 바르고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런앤건, 레일 슈팅 게임 플레이가 훨씬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물론 갈수록 단순 레일 슈팅만 들어간 스테이지는 줄이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넣는 것이 콜옵 프랜차이즈의 추세긴 했다. 그렇기에 MW2가 기믹을 더 추가하였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결단인 것도 아니며, 싱글 플레이에 잠입, 플랫포밍, '크래프팅' 요소를 녹여낸 것도 트렌드 팔로어로써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 콜옵은 게임을 넘어서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게임의 대표적 사례가 포트나이트일 것이다;크래프팅+배틀로얄에서 출발한 이 야심 찬 프랜차이즈는 모딩에 다양한 서브컬처와 주류 문화, 심지어는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까지 게임으로 흡수하였다. '모든 것은 XX가 된다'라는 명제가 포트나이트나 콜옵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플랫폼화의 근간에 놓여있는 명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했듯 콜옵에서의 싱글이 테마를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한 장으로 기능한다면, '플랫폼화 되는 게임인 콜옵'을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 요소들을 집어넣는 것은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근 몇 년 동안의 콜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콜옵과는 많이 달랐단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기믹이 많이 늘어나고, 런앤건 플레이가 답답해졌다고 해서 MW2가 최악의 싱글 플레이 타이틀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MW2의 싱글 플레이가 끔찍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얄팍하기 짝이 없고 중구난방으로 구성된 게임 플레이에서 비롯된다.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의 싱글들은 다양한 것들을 콜옵으로 통합하되,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콜드 워>의 크레믈린 어드벤처 파트를 예로 들어보겠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크렘린의 비밀금고를 들어가기 위해서 잠입, 암살, 모함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의 흐름은 이미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콜드워는 이것을 대단히 성긴 형태로 구현하였다. 후한 잠입 판정, 스크립트 진행 등등은 여타 트리플 A 게임에서 보여주는 미션의 구성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이 파트에서 끙끙거리지 않아도 클리어할 수 있게끔 게임을 구성한 점, 그리고 그 후 보상으로 비밀금고에서 수많은 적들과 런앤건 플레이를 즐기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콜드워의 잠입 파트는 여전히 콜옵 싱글 플레이의 연장선에 놓여있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었다.
그러나 MW2의 싱글 플레이는 기존 콜옵이 13년간 지켜왔단 대원칙을 무너뜨렸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원칙을 망가뜨리고 구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전작들에 비해 충분히 고민 없이 무리하게 급진적인 변화를 취했기 때문이다
MW2 싱글 플레이의 문제를 논하는 데는 크게 3개의 미션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 미션들이 대표적일 뿐이지, 다른 미션들도 대동소이한 맥락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편이다.
첫번째 미션은 ‘근접 항공 지원’이다. 이 미션은 모던 워페어 1편부터 간간이 등장하였었던 AC130 미션이다. 상공을 배회하는 AC130의 사수로 지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팀에게 화력 지원을 해주는 컨셉의 미션으로, 모던 워페어 1편 당시의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깊은 인상을 남긴 미션이었다.무감정한 열화상 영상과 압도적인 화력으로 박살나는 적들, 사살이 확인 될 때마다 무감정하게 브리프 해주는 안내까지. 이 미션은 소위 '택티컬'함의 밀리터리 판타지와 파워 판타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미션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MW2는 이걸 완벽하게 망쳤다. MW2의 AC130 미션은 민간인 구역에서 작전을 진행한다. AC130 미션을 이전에 해봤거나 AC130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내용인데, AC130은 기본적으로 섬멸을 위한 물건이지 정교한 핀포인트 제거용 도구가 아니다. 20mm 개틀링은 한 발만 맞아도 사람의 사지를 찢어버릴 것이고, 40mm 포격은 일반 차량을 폭파시키기에 충분하다. LTM 같은 물건은 멀찌감치 쏴도 유탄이 날아가서 사람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아무리 게임적 허용이 존재한다고 해도 AC130이 갖고 있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민간인 사상자를 배제하고 마약 카르텔 인원만 처리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이 걱정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이 미션 내내 40mm와 LTM의 넓은 피격 판정, 20mm 발칸의 공격 판정 때문에 민간인과 민간인이 있는 건물을 피해서 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짜증난다.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말라고 하면서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무기를 주는 것도 웃기는 짓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미션이 AC130을 처음으로 운용하는 미션이란 것이다. 미션 특성상 독특한 무빙(AC130은 작전지역을 원형으로 돌면서 화력을 투사한다)과 공격 방식(상공에 떠있기 때문에 공격이 도달하기 까지의 어느 정도의 시간 지연이 있다) 때문에 어느정도 숙달된 상황에서 이런 고난도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MW2는 사전 튜토리얼이나 몸풀기 미션 없이 곧바로 이런 미션을 초심자에서 유경험자 가리지 않고 던져버린다. 재미와 숙련 이전에 짜증을 먼저 느낄 만한 미션 구성이다.
더 어이없는 점은 그 다음 미션은 전형적인 AC130 섬멸 미션이라는 것이다.이 미션에서는 플레이어는 목표 타겟을 실고 탈출하는 지상 팀원들이 마을을 지나다 카르텔의 습격을 받는 걸 보고 화력지원을 감행한다. 이전 미션까지는 민간인 운운하면서 건물에 20mm 개틀링 한발 쏘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던 게임이 갑자기 작은 규모의 마을 하나는 LTM 수십 발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용인해버린다. 이 간극이 플레이 하는 사람을 어이없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차라리 화력지원 섬멸 미션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서 좀 더 난이도 높은 정교한 화력투사 미션을 집어넣는 방식이면 좀 짜증났어도 이해가 되었을 부분이었다.
두번째 미션은 “폭력과 타이밍"이다. 요인 구출을 위하여 호송대를 습격한다는 이 미션은 플레이어가 극 초반부 헬기를 타고 호송대를 추적하면서 총으로 화력 지원하는 부분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헬기가 RPG를 맞고 뱅글뱅글 돌다가 플레이어가 떨어지고, 첫번째 트럭을 탈취하면서부터 급격하게 미션 전개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그 때부터 운전을 하는 동시에 차량을 탈취하고 파손된 차량을 하이재킹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먼저 미션의 차량조작과 건 플레이의 결합부터 논해보도록 하자. 플레이어가 운전하는 차량은 자동으로 체력을 회복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차량을 탈취하여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탈취해야 하는 차량들 에는 플레이어에게 사격을 가하는 적들이 타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 적들을 처리하는 동시에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 미션의 가장 큰 문제는 사격을 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1) 운전을 한다 -> 2) 적을 발견하면 운전석에서 빠져나와서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간다 -> 3) 적들을 총으로 쏴서 제거한다 -> 4) 차량 운전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고, 속도가 떨어지면 다시 운전석에 들어가서 운전을 해야 한다 -> 5) 다시 1)로 돌아간다의 과정을 미션 내내 해야 한다. GTA 같이 격렬한 자동차 추격전이 있는 게임도 이런 식의 번거로운 과정의 스테이지를 구성하지 않는다. 심지어 GTA 조차도 달리면서 양 옆으로 권총이나 SMG 같은 총을 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주는데 MW2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플레이어에게 운전하다 차 지붕으로 기어 나와서 총을 쏘고 다시 운전대로 돌아가라는 일을 시켜버린다. 심지어 차량 조작감도 상당히 둔탁해서 속도감이나 스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잘 돌아갈 리도 없고, 게임 하는 내내 왜? 라는 의문과 짜증만 들 수밖에 없는 미션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MW2 제작진들은 이걸로 부족했는지 미션 중간에 대전차 지뢰를 넣는 패턴을 추가하고, 더 가서는 무조건 차 밖으로 나와서 총으로 쏴서 격추하는 폭탄 드론 날리는 걸 추가하더니, 마지막에는 장갑 차랑 보스전까지 추가한다. 이미 차량 탈취 액션 하나만으로도 과도하다 생각하는데 게임은 너무 많은 것을 추가하려 한다. 심지어 이런 류의 액션을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운전은 안 하던가 사격은 안 하던가 등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는데 MW2는 이것이 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미션에서 분량 조절 없이 과도하게 기믹과 분량을 늘려버렸다.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이 미션은 기괴할 정도로 분량이 길다.10~20분은 가볍게 육박하는 스테이지에서 차량 탈취, 대전차 지뢰, 폭탄 드론, 장갑차 보스전에 마지막 슈팅까지 포함하면 다양한 기믹들이 들어간 셈인데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지루해서 실제 길이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현실적인 감각을 지향하는 모던 워페어 프랜차이즈와의 괴리감인데,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을 모티브로 한 국가와 적대 세력이 무슨 오전 10시쯤의 서울 내부 순환 도로 차량 통행량을 자랑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전에 미국 소속 용병단이 AC130을 이끌고 카르텔 농장이라 해도 멕시코 영토에 무자비한 폭격을 때려버린 것을 멋지게 표현한 거까지 감안한다면, 적어도 일관성 있게 현실적인 감각을 무시한다고는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나 홀로"이다. 대중적으로는 가장 악명 높은 미션으로 오로지 잠입과 크래프팅으로 스테이지를 풀어 나가야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러한 시도가 기존 콜옵의 다양한 시도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게 까지 나쁘다고 본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생존의 요소는 밀리터리 판타지에 있어서 메이저하고 오래된 판타지였고, 그것을 밀리터리 판타지의 총집합인 콜옵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콜옵 프랜차이즈는 본디 트렌드 세터가 아니라 트렌드 팔로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크래프팅을 콜옵에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 처참하다는 것이 문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크래프팅을 하면서 제한된 무기로 은신하면서 싸운다는 개념은 이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과 파트 2가 상당히 훌륭하게 정립했다. 잠입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그렇게까지 잠입 메카니즘이 깊이가 있진 않지만, 엄폐와 적 AI, 소재 파밍, 한계에 한계까지 쥐어짜서 플레이 해야 하는 구조까지 라오어는 게임으로 나름의 스타일과 재미를 정립하였다. MW2의 문제는 게임 메카니즘(잠입+크래프팅+무기의 제한)이 유기적이지 않고, 스테이지 구성이 엉망진창이라는 데 있다. 우선 MW2의 잠입 플레이 구성을 보자.기본적으로 MW2의 잠입 시스템은 성기기 짝이 없는데, AI 자체가 다른 게임에 비교해서 멍청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워 있기만 하면 들킬 만한 요소도 코 앞까지 오지 않는다면 들키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적을 멍청하게 하는 대신에 적들의 화력을 올리고 적의 숫자를 많이 늘려서 배치하여 '들키진 않지만 피해가고 싶으면 무조건 숨어서 가게끔 하는' 플레이를 강요한다. 하지만 문제는 스테이지 구성이 정교하게 짜여진 잠입 스테이지가 아닌 '그냥 좀 더 엄폐물이 많은 콜옵 스테이지'이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많은 멍청한 적들과 엉성한 잠입 메커니즘, 부족한 총알과 자원 등의 문제가 맞물려서 재앙 수준의 경험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잠입 메커니즘이 성기다고 해서 이전 미션들에 서 이번 미션 같은 치명적으로 끔찍한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미션들이 기본적으로 통상적인 콜옵의 스테이지 규모를 보여주고, 이 미션의 스테이지는 적과 무조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도식의 구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 수색" 미션과 비교하면 이는 좀 더 뚜렷해 진다. 길리 수트를 입고 순찰하는 적들을 피하는 이 미션에서도 잠입이나 AI의 색적 메커니즘은 성기더라도 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러한 AI와 잠입 판정에 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화력 수색” 미션에서는 무조건 적을 마주치고 잠입을 하게끔 하는, 레일 슈팅이라 불리는 콜옵 기준에서도 강제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더 문제가 부각된다.
위와 같이 세 미션의 예를 들어 본다면, 이번 콜옵의 가장 큰 문제는 '콜옵이 콜옵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옵스 1편 포스트 모템(개발 완료 후 그 과정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개발자는 동료 AI가 특정 경로를 지나갈 때마다 게임 전체가 크래시 나는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버그의 근본을 고치는 게 아닌 '그 크래시를 유발하는 장소에 AI가 지나가지 못하게 장애물을 배치하기'라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케이스가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이야 말로 콜옵의 핵심이다.분명 싸구려고 눈속임이지만 잘 작동하게 만들어서 소비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큰 불편없이 만드는 것. 최저비용 최대효율의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콜옵 프랜차이즈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MW2는 이런 기존 콜옵 프랜차이즈 싱글이 걸어온 '눈가리고 아웅하기'(칭찬)를 덜하고 다양한 장르를 진심으로 인용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껏 자신들의 성공이 자기 실력이 좋아서였다고 착각하는 티가 너무 역력하게 나는데, 문제는 그 실력이 다른 장르 게임들로 눈이 높아진 플레이어 눈에는 플레이어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장르 그 자체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101080'이다.MW2에서 플레이어는 총 3번의 금고를 만날 수 있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그 안에 들어있는 무기와 아이템들을 확보할 수 있다. 즉, 탐색과 퍼즐 풀기라는 기초적인 어드벤처 파트인 셈이다. 물론 이미 콜드워나 이전 콜옵에서 이러한 탐색의 구조는 보여주었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퍼즐'이다.콜옵은 머리 쓰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이 그냥 대충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다 끝나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어떻게 주어진 단서로 답을 추리하는 퍼즐을 게임에 집어넣을 수 있었을까.
"나 홀로" 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상점의 주인방에 놓여진 금고와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2020년 10월 10일, 40번째 생일이라는 정보를 보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일단 금고가 2자리 - 2자리 - 2자리니까 연월일 따져서 이번 생일인 20년 10월 10일, 20-10-10인가? 아니다. 그러면 미국에서 주로 쓰는 날짜 표기법인 일월년 형식의 10 - 10- 20 인가? 아니다. 그러면 올해가 20년이니까 40세 기준으로 80년생이니 10 - 10 - 80인가? 정답이다.
일단 40세 자기 생일을 자랑스럽게 동그라미 치고 금고 비밀번호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기 어려운 건 부차적인 문제로 넘기고, 이 파트가 필자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이 퍼즐 파트가 진정 '있을 필요가 없는' 파트였기 때문이다. 탐색이나 좀더 쉬운 퍼즐이나 이런 부분들로 대체되었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퍼즐이랍시고 게임 내 스테이지와 어떠한 기믹이나 디자인적으로 통일되지 않고 동떨어진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도 어색했다. 심지어 숫자 빼기 계산할 때 일의 자리를 배제하고 구성한 부분에서는 ‘이거 하는 너희들 수준을 맞춰줬어’라고 말하는 듯한 제작진들의 얄팍한 수가 보여진다. 기존 콜옵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최대한 간결하게 집어넣어서 생색만 냈던 것과는 반대로, MW2에서는 뭔가 본격적으로 기믹을 집어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생색내는 것 만도 못한 꼴이 되었다..
사실 콜옵을 싱글만 보고 사는 케이스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멀티 플레이에 코옵 플레이(좀비, 스펙옵스, 워존 등)을 섞어서 플레이하는 용도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몇시간만 플레이하는 싱글 때문에 게임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MW2의 싱글은 블옵 4의 싱글보다도 못한, 콜옵 싱글 역사상 최악의 싱글이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MW2 구매를 추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레이의 완성도가 여전히 콜옵스럽고, 워존은 여전하며, DMZ도 나름 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의 완성도가 존재 자체가 마이너스일 정도로 처참하기에, 구매를 하더라도 싱글을 플레이하는 것은 적극 뜯어 말리고 싶다. 13년간 콜옵을 구매한 충성스러운 소비자로서, 볼트 에디션으로 싱글을 미리 플레이 했을 때 느꼈던 절망감은 본인의 20년 게임 라이프에 있어서 손에 꼽는 최악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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