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 엑박 메거진 5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2023 바이오하자드 4 RE 성공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7 , 바이오하자드 4원작이 거두었던 성공과, 게임 역사에 남겼던 발자취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바이오하자드 4 RE 원작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강점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전체 역사에서 이러한 변화의 시초들을 찾아볼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바이오하자드의 27 역사와 전통은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답습함으로써 쌓아올려진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발전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이오하자드 1편부터 바이오하자드 4 RE까지의 바이오하자드의 간략한 역사다. 과정에서 캡콤이 겪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하나의 게임이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다루며, 게임의 성공과 실패의 맥락에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1편의 제작자 후지와라 토쿠로는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던 스위트 이라는 영화를 기반으로 동명의 패미콤 게임을 만든 사람이었다. 우리는 게임에서 바이오하자드의 원형이라 있는 모티브들을 확인할 있다. 본래 드래곤 퀘스트 형태의 JRPG 전제하고 만들어졌던 스위트 부활 개념의 삭제, 행동과 소지의 제한, 현대 배경, 귀신들린 저택에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 많은 부분들에서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최신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과 최신 3D 어드벤처 게임 였던 어둠속의 나홀로 밴치마킹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때의 바이오하자드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요소들을 일부 차용했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저택에 숨겨진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마치 당시의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이것 저것 눌러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있는 다른 좋은 예시는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는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경찰서나 연구소, 하수도 등등을 탐험해야 하는데, 게임은 스테이지별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끼워넣거나 상호작용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메모를 읽거나 인벤토리에 들어간 아이템을 자세하게 살펴보거나 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추리해야 한다. 흔히 서바이벌 호러 또는 액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초기에는 이런 클래식 어드벤처 게임적인 요소들이 탑재된 게임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단순히 어드벤처 요소만으로 바이오하자드를 설명할 없다. 또다른 중요한 플레이 요소는 스테이지의 경로 탐색이다:바이오하자드 2 RE 경우, 게임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전에 있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해야 하거나,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해서 이전의 위치를 백트래킹 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백트래킹은 스테이지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개발 공수를 줄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플레이어에게 경험한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플레이어 경험에 역효과를 있다.   

 하지만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들(1~3) 이런 이슈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하였다:각각의 퍼즐들은 장소들에 배치 되어 있고, 장소들은 좁은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좁은 복도들에 좀비나 몬스터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탄약과 회복 자원만을 주고 플레이어가 이걸 헤쳐나가게끔 만든다. 플레이어는 복도의 코너를 때마다 항상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다음 퍼즐과 진행 루트를 가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탄약을 아낄 있나? 아까 복도에서 내가 좀비를 죽였었던가? 복도가 안전한가? 어디에서 아이템을 파밍할 있을까?

 여기에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미스터 T’ 둬서 플레이어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있더라도 게임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플레이어들은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으며,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타이틀들은 빛날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4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급진적이었다. 바이오하자드 3편까지의 만악의 근원이었던 엄브렐라를 해체해 버리는 충격적인 도입부처럼 말이다. 게임은 고정 시점에서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던 기존의 노선을 버리고 현대적인 숄더뷰 TPS 구조를 채택했다. 또한 탄약을 아끼는 체술의 존재나 B 테이스트와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4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 시점이 아닌 카메라가 플레이어와 함께 움직이는 스타일은 이미 드림캐스트로 출시되었던 코드 베로니카에서 등장했던 있다. 체술의 경우는 이미 3편에서 긴급회피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스트한 부분이 있었다. 3편의 긴급회피는 좀비나 몬스터가 공격할 , 특정 버튼 입력을 통해서 공격을 회피하고 짧은 시간 동안 공격 속도 버프를 얻는 시스템인데, 플레이어가 숙달되면 긴급회피로 상당수의 상황을 풀어낼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시스템이었다.   

 바이오하자드 4 플레이어의 어깨 뒤로 카메라를 돌려서 좀비의 약점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조준하게 만들었으며, 이로서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선택할 있는 선택지를 크게 늘려주었다. 좀비의 무릎을 쏴서 경직을 걸고 돌려차기로 적들을 체술로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가 기생체가 노출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머리를 쏴서 빠르게 적들을 제압할 것인가? 누구를 먼저 것인가? 어디서 플레이어가 위치를 잡을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생겨났다.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요소들은 데드 스페이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확인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4 무려 18 전에 플레이어의 선택과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정립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5부터 캡콤의 선택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바이오하자드 5 협동 요소를 추가하고(이미 아웃브레이크라는 외전에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멀티플레이, 코옵 요소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퍼즐 요소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액션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미래다라는 기조가 게임계를 지배했었다. 더욱이 체술을 도입해 액션성을 강화한 4편은 엄청난 성공 거두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5에서 보여준 캡콤의 판단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5 문제는 백트래킹이나 자원 정리, 탐색 등의 요소들을 최소화 시켰다는 것이었다. 바이오하자드 5 어떻게 보면 4보다 훨씬 극단적이라 있다. 4편에서 긴급회피나 체술이 등장하여 액션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원을 아끼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있는 요소들이었던 반면, 5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달랐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5 당시 더욱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걸출한 신예가 치고 올라왔던 것도 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에 비교하여 바이오하자드 5 비판했던 이들의 주된 논지는 무빙샷이 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호러 스럽지 않다 라는 등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상 이유였으며, 실상 주된 불만의 원인은 데드 스페이스가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4 직계 후손으로 여겨질 만큼 게임 플레이 핵심 철학이 맞닿아있었다는 때문이었다. 좁은 복도에서 덤벼드는 적들, 전략적으로 적의 부위를 파괴해서 게임에서 이점을 챙기는 등등은 바이오하자드 4에서 이미 체술 등을 통해서 기본적인 골격을 보여준 부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거기에 개성 넘치는 공구와 바이오하자드에서 느낄 없었던 극악한 악의와 신경을 긁는 듯한 연출 등으로 자기만의 독자성을 찾는 성공하였다.  

반면 바이오하자드 5 모든 것을 그저 바보 같은 크기로 키워 넣었을 뿐이었다. 썬글라스를 공중에 던지고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크리스와 쉐바를 두들겨 패는 웨스커나, 함선 크기로 커져버리는 우로보로스 바이러스 감염체 등등 하나 같이 거대하고 막가는 규모와 연출을 자랑했다.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당장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4에서는 움직이는 살라자르 석상 같은 것도 있었다), 그게 본질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 있다. 크리스가 집채만한 바위에 붕권을 날리는 장면이나 맨손으로 RPG 탄두를 잡는 웨스커 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나마 특유의 쌈마이한 맛은 남아 있긴 했다.  

불행하게도 바이오하자드 5 성공은 바이오하자드 6라는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바이오하자드 6 단적으로 말해 너무 욕심이 지나쳤다:적어도 2 이상의 게임 분량을 하나의 게임으로 욱여 넣고, 체술 메카닉을 마치 격투 게임마냥 복잡하게 다듬었으며, 사상 최대 볼륨의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를 자랑했다. 문제는 QTE 너무 남발되었고, 시스템은 너무 난잡했으며, 기믹은 산만했기에, 처음 발매 수많은 사람들은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재밌는 점은 바이오하자드 6 실패는 게임을 못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체술의 시스템이나 메카닉은 여타 액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수준으로 승화시켰고, 게임 내의 스케일이나 분량 등등은 분명 좋게 볼만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좋게 볼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갖고 있는 난잡함이나 그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용서받을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게임들, 심지어 바보같았던 5조차도 지켰던 시리즈의 정체성들(좀비나 서바이벌, 퍼즐, 효율적인 싸움과 액션 ) 6 와서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 와서 액션 부분이 재발굴되어 평가가 나아진 게임이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바이오하자드 27년의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게임을 꼽자면 바이오하자드 6 것이다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6 기괴한 흐름과 별개로 리벨레이션이라는 외전 시리즈에서 바이오하자드는 구작과 신작의 묘한 시너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호화유람선을 탐사한다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오면서 유저들의 오랜 요청이었던 무빙샷을 최초로 도입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바로 리벨레이션인데, 3DS라는 휴대용 기기의 소품 형태로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6편에 비하여 더욱 이전 4편과 이전 시리즈의 모습에 가깝다

리벨레이션의 실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바이오하자드 7 이후의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와 유사하기도 하다. 매우 느린 무빙샷과 골목에서 적과 대치했을 때의 게임 플레이, 뒤로 슬슬 빼면서 적을 신중하게 겨누고 쏘고 제압한다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바이오하자드 7이나 8, 리메이크 버전 2,3,4 게임 플레이 느낌과 같다. 오히려 체술로 많은 것을 처리하고 액션을 위주로 돌리는 6편과 다르게,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잡은 것은 외전인 리벨레이션이었던 것이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의 폐가를 배경으로 바이오하자드 7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었다. 전작들의 액션적인 요소들(체술 ) 최대한 배제를 했다. 전작들이 구세대적인 B 호러와 크리처물, 액션의 혼합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7 공포는 최신 호러 트렌드들(쏘우와 같은 거친 기계와 육체의 결합이라던가) 섞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비현실적인 고어보다 현실적인 끈적거림과 부패를 게임 전반에 깔아둠으로써 신세대의 호러, 새로운 바이오하자드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7편의 가장 의외인 부분으로 TPS에서 FPS 형태로 바뀐 것을 꼽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바이오하자드 7 핵심이다:전작들에서도 플레이어가 좀비를 상대할 ,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차분히 공격할 적을 노리고 쏴야 한다. 이러한 대면 과정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는 제한된 자원으로 적들을 처리해야하는 부담감과 보기 싫은 그로테스크한 적들의 이미지들 덕분이다. 결국은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었을 , 본질적인 부분들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7 통해서 시리즈의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8 만들면서기존 시리즈들을 모두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겠다라는 거대한 야심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본질적으로는 7 4 혼종에 가깝다. 호러보다는 서바이벌 액션의 영역에 보다 방점을 찍었으며, 권총-샷건 이외에도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해줌으로써 플레이어가 화려하게 날뛸 있게끔 판을 깔아 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전작들의 요소들을 일부분씩 따와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은 바이오하자드 1 저택 구조를 차용하였고, 베네비엔토 저택은 7편이나 기존 작들의 호러 파트 부분을 차용하였다. 모로의 구역이나 하이젠베르크 구역은 4 5편에서 있었던 규모의 액션 파트와 맥락이 닿아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합쳐놓았다는 점에서 6편의 방대하고 야심 찼던 컨셉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8편은 각각의 파트의 분량을 줄이고 7편과 같이 게임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폴리싱하였다. 덕분에 8편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리메이크 작품인 RE들의 경우, 어떻게 보면 그전까지 발전시켜 것들을 다시 가지치기하고 좋은 부분은 좋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RE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2편은 바이오하자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무빙샷 )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경찰서와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고 최단의 루트로 공략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바이오하자드 2 본질적인 재미를 그대로 가져 RE 2 성공은 아직도 시대에 클래식의 미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였다.  

결론적으로 바이오하자드의 역사는 다양한 성공과 시도, 실패들이 종합된 역사였다. 캡콤은 과정에서 게임을 수없이 다듬고 다듬어 왔으며, 최종적으로 더이상 나아질 없을 같은 성역과도 같은 게임들조차 나은 버전으로 승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하자드는 캡콤의 개발 역량이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프랜차이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