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 엑박 메거진 5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2023 바이오하자드 4 RE 성공은 딱히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7 , 바이오하자드 4원작이 거두었던 성공과, 게임 역사에 남겼던 발자취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바이오하자드 4 RE 원작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강점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전체 역사에서 이러한 변화의 시초들을 찾아볼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바이오하자드의 27 역사와 전통은 단순히 기존의 것들을 답습함으로써 쌓아올려진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발전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이오하자드 1편부터 바이오하자드 4 RE까지의 바이오하자드의 간략한 역사다. 과정에서 캡콤이 겪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하나의 게임이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다루며, 게임의 성공과 실패의 맥락에는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1편의 제작자 후지와라 토쿠로는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던 스위트 이라는 영화를 기반으로 동명의 패미콤 게임을 만든 사람이었다. 우리는 게임에서 바이오하자드의 원형이라 있는 모티브들을 확인할 있다. 본래 드래곤 퀘스트 형태의 JRPG 전제하고 만들어졌던 스위트 부활 개념의 삭제, 행동과 소지의 제한, 현대 배경, 귀신들린 저택에 풍기는 으스스한 분위기 많은 부분들에서 바이오하자드의 프로토타입이라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최신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과 최신 3D 어드벤처 게임 였던 어둠속의 나홀로 밴치마킹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때의 바이오하자드는 고전적인 어드벤처 요소들을 일부 차용했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저택에 숨겨진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마치 당시의 포인트 클릭 어드벤처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이것 저것 눌러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있는 다른 좋은 예시는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는 구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경찰서나 연구소, 하수도 등등을 탐험해야 하는데, 게임은 스테이지별로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끼워넣거나 상호작용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하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메모를 읽거나 인벤토리에 들어간 아이템을 자세하게 살펴보거나 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추리해야 한다. 흔히 서바이벌 호러 또는 액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가 초기에는 이런 클래식 어드벤처 게임적인 요소들이 탑재된 게임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단순히 어드벤처 요소만으로 바이오하자드를 설명할 없다. 또다른 중요한 플레이 요소는 스테이지의 경로 탐색이다:바이오하자드 2 RE 경우, 게임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전에 있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해야 하거나, 인벤토리 공간이 부족해서 이전의 위치를 백트래킹 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백트래킹은 스테이지의 재활용이라는 점에서 개발 공수를 줄여주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플레이어에게 경험한 것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플레이어 경험에 역효과를 있다.   

 하지만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들(1~3) 이런 이슈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하였다:각각의 퍼즐들은 장소들에 배치 되어 있고, 장소들은 좁은 복도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좁은 복도들에 좀비나 몬스터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탄약과 회복 자원만을 주고 플레이어가 이걸 헤쳐나가게끔 만든다. 플레이어는 복도의 코너를 때마다 항상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다음 퍼즐과 진행 루트를 가려고 하면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탄약을 아낄 있나? 아까 복도에서 내가 좀비를 죽였었던가? 복도가 안전한가? 어디에서 아이템을 파밍할 있을까?

 여기에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 2 RE 플레이어를 적극적으로 추적하는 미스터 T’ 둬서 플레이어가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있더라도 게임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플레이어들은 다시 게임을 플레이했으며,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타이틀들은 빛날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4 등장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급진적이었다. 바이오하자드 3편까지의 만악의 근원이었던 엄브렐라를 해체해 버리는 충격적인 도입부처럼 말이다. 게임은 고정 시점에서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던 기존의 노선을 버리고 현대적인 숄더뷰 TPS 구조를 채택했다. 또한 탄약을 아끼는 체술의 존재나 B 테이스트와 같은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오하자드 4 이러한 변화는 이전의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 시점이 아닌 카메라가 플레이어와 함께 움직이는 스타일은 이미 드림캐스트로 출시되었던 코드 베로니카에서 등장했던 있다. 체술의 경우는 이미 3편에서 긴급회피 시스템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스트한 부분이 있었다. 3편의 긴급회피는 좀비나 몬스터가 공격할 , 특정 버튼 입력을 통해서 공격을 회피하고 짧은 시간 동안 공격 속도 버프를 얻는 시스템인데, 플레이어가 숙달되면 긴급회피로 상당수의 상황을 풀어낼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시스템이었다.   

 바이오하자드 4 플레이어의 어깨 뒤로 카메라를 돌려서 좀비의 약점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조준하게 만들었으며, 이로서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선택할 있는 선택지를 크게 늘려주었다. 좀비의 무릎을 쏴서 경직을 걸고 돌려차기로 적들을 체술로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가 기생체가 노출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머리를 쏴서 빠르게 적들을 제압할 것인가? 누구를 먼저 것인가? 어디서 플레이어가 위치를 잡을 것인가? 등등의 다양한 상황과 변수들이 생겨났다.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요소들은 데드 스페이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확인 가능하게 되었다. 바이오 하자드4 무려 18 전에 플레이어의 선택과 숙련도를 테스트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정립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5부터 캡콤의 선택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바이오하자드 5 협동 요소를 추가하고(이미 아웃브레이크라는 외전에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멀티플레이, 코옵 요소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퍼즐 요소를 최소한도로 줄여서 액션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멀티플레이가 게임의 미래다라는 기조가 게임계를 지배했었다. 더욱이 체술을 도입해 액션성을 강화한 4편은 엄청난 성공 거두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5에서 보여준 캡콤의 판단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5 문제는 백트래킹이나 자원 정리, 탐색 등의 요소들을 최소화 시켰다는 것이었다. 바이오하자드 5 어떻게 보면 4보다 훨씬 극단적이라 있다. 4편에서 긴급회피나 체술이 등장하여 액션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원을 아끼기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사용할 있는 요소들이었던 반면, 5 액션을 전면에 내세워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달랐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5 당시 더욱 낮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걸출한 신예가 치고 올라왔던 것도 있다. 당시 데드 스페이스에 비교하여 바이오하자드 5 비판했던 이들의 주된 논지는 무빙샷이 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호러 스럽지 않다 라는 등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상 이유였으며, 실상 주된 불만의 원인은 데드 스페이스가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4 직계 후손으로 여겨질 만큼 게임 플레이 핵심 철학이 맞닿아있었다는 때문이었다. 좁은 복도에서 덤벼드는 적들, 전략적으로 적의 부위를 파괴해서 게임에서 이점을 챙기는 등등은 바이오하자드 4에서 이미 체술 등을 통해서 기본적인 골격을 보여준 부분이었다. 데드 스페이스는 거기에 개성 넘치는 공구와 바이오하자드에서 느낄 없었던 극악한 악의와 신경을 긁는 듯한 연출 등으로 자기만의 독자성을 찾는 성공하였다.  

반면 바이오하자드 5 모든 것을 그저 바보 같은 크기로 키워 넣었을 뿐이었다. 썬글라스를 공중에 던지고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크리스와 쉐바를 두들겨 패는 웨스커나, 함선 크기로 커져버리는 우로보로스 바이러스 감염체 등등 하나 같이 거대하고 막가는 규모와 연출을 자랑했다.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당장 전작인 바이오하자드 4에서는 움직이는 살라자르 석상 같은 것도 있었다), 그게 본질은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 있다. 크리스가 집채만한 바위에 붕권을 날리는 장면이나 맨손으로 RPG 탄두를 잡는 웨스커 등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나마 특유의 쌈마이한 맛은 남아 있긴 했다.  

불행하게도 바이오하자드 5 성공은 바이오하자드 6라는 희대의 괴작을 탄생시켰다. 바이오하자드 6 단적으로 말해 너무 욕심이 지나쳤다:적어도 2 이상의 게임 분량을 하나의 게임으로 욱여 넣고, 체술 메카닉을 마치 격투 게임마냥 복잡하게 다듬었으며, 사상 최대 볼륨의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를 자랑했다. 문제는 QTE 너무 남발되었고, 시스템은 너무 난잡했으며, 기믹은 산만했기에, 처음 발매 수많은 사람들은 게임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재밌는 점은 바이오하자드 6 실패는 게임을 못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체술의 시스템이나 메카닉은 여타 액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수준으로 승화시켰고, 게임 내의 스케일이나 분량 등등은 분명 좋게 볼만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좋게 볼만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게임이 갖고 있는 난잡함이나 그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용서받을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게임들, 심지어 바보같았던 5조차도 지켰던 시리즈의 정체성들(좀비나 서바이벌, 퍼즐, 효율적인 싸움과 액션 ) 6 와서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 와서 액션 부분이 재발굴되어 평가가 나아진 게임이긴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바이오하자드 27년의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게임을 꼽자면 바이오하자드 6 것이다

오히려 바이오하자드 6 기괴한 흐름과 별개로 리벨레이션이라는 외전 시리즈에서 바이오하자드는 구작과 신작의 묘한 시너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호화유람선을 탐사한다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오면서 유저들의 오랜 요청이었던 무빙샷을 최초로 도입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바로 리벨레이션인데, 3DS라는 휴대용 기기의 소품 형태로 나온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5,6편에 비하여 더욱 이전 4편과 이전 시리즈의 모습에 가깝다

리벨레이션의 실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바이오하자드 7 이후의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와 유사하기도 하다. 매우 느린 무빙샷과 골목에서 적과 대치했을 때의 게임 플레이, 뒤로 슬슬 빼면서 적을 신중하게 겨누고 쏘고 제압한다는 게임 플레이는 분명 바이오하자드 7이나 8, 리메이크 버전 2,3,4 게임 플레이 느낌과 같다. 오히려 체술로 많은 것을 처리하고 액션을 위주로 돌리는 6편과 다르게,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잡은 것은 외전인 리벨레이션이었던 것이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의 폐가를 배경으로 바이오하자드 7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 작품이었다. 전작들의 액션적인 요소들(체술 ) 최대한 배제를 했다. 전작들이 구세대적인 B 호러와 크리처물, 액션의 혼합이었다면, 바이오하자드 7 공포는 최신 호러 트렌드들(쏘우와 같은 거친 기계와 육체의 결합이라던가) 섞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비현실적인 고어보다 현실적인 끈적거림과 부패를 게임 전반에 깔아둠으로써 신세대의 호러, 새로운 바이오하자드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7편의 가장 의외인 부분으로 TPS에서 FPS 형태로 바뀐 것을 꼽지만, 막상 게임 플레이에서 보면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바이오하자드 7 핵심이다:전작들에서도 플레이어가 좀비를 상대할 ,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차분히 공격할 적을 노리고 쏴야 한다. 이러한 대면 과정들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는 제한된 자원으로 적들을 처리해야하는 부담감과 보기 싫은 그로테스크한 적들의 이미지들 덕분이다. 결국은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었을 , 본질적인 부분들은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바이오하자드 7 통해서 시리즈의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8 만들면서기존 시리즈들을 모두 하나의 작품에 집어넣겠다라는 거대한 야심을 보여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본질적으로는 7 4 혼종에 가깝다. 호러보다는 서바이벌 액션의 영역에 보다 방점을 찍었으며, 권총-샷건 이외에도 강력한 무기들을 제공해줌으로써 플레이어가 화려하게 날뛸 있게끔 판을 깔아 주었다

 바이오하자드 8 전작들의 요소들을 일부분씩 따와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드미트리쿠스의 저택은 바이오하자드 1 저택 구조를 차용하였고, 베네비엔토 저택은 7편이나 기존 작들의 호러 파트 부분을 차용하였다. 모로의 구역이나 하이젠베르크 구역은 4 5편에서 있었던 규모의 액션 파트와 맥락이 닿아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합쳐놓았다는 점에서 6편의 방대하고 야심 찼던 컨셉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허나 8편은 각각의 파트의 분량을 줄이고 7편과 같이 게임의 기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폴리싱하였다. 덕분에 8편은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 되었다

 리메이크 작품인 RE들의 경우, 어떻게 보면 그전까지 발전시켜 것들을 다시 가지치기하고 좋은 부분은 좋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RE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2편은 바이오하자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현대적인 바이오하자드(무빙샷 ) 요소들을 갖고 있지만, 경찰서와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퍼즐을 풀고 최단의 루트로 공략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바이오하자드 2 본질적인 재미를 그대로 가져 RE 2 성공은 아직도 시대에 클래식의 미덕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였다.  

결론적으로 바이오하자드의 역사는 다양한 성공과 시도, 실패들이 종합된 역사였다. 캡콤은 과정에서 게임을 수없이 다듬고 다듬어 왔으며, 최종적으로 더이상 나아질 없을 같은 성역과도 같은 게임들조차 나은 버전으로 승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하자드는 캡콤의 개발 역량이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프랜차이즈이다.  

게임 이야기

 

1. 개요

'릴리스'라는 룰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식물족 엑시즈 테마. 유희왕에서 기존 어드벤스 소환을 위해서 코스트의 지불 행위를 릴리스로 통칭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수소환 위주로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잘 사용되지 않는 개념과 룰이 바로 릴리스다.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 카드들에서 간간이 보이는 '이 카드는 릴리스 할 수 없다'와 같은 제약 조건이 후기 카드들로 넘어가면서 안보이는(=상대적으로 안쓰이기 때문에) 트렌드가 생겨났는데, 이 덕분에 거의 상당수의 카드들이 이 '릴리스' 행위에 대해서 내성을 갖지 않고 있다. 육화는 이 릴리스를 중심으로 기믹이 돌아가는데, 육화의 상당수 카드들이 릴리스를 코스트로 하는 것 치고는 효과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약소 테마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육화의 신규 지원인 육화콩콩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반전되게 되었다. 육화콩콩의 효과로 기존 코스트로 자신의 필드 몬스터 한 채를 릴리즈 하는 것을 상대 필드 몬스터 한장에 전가시킬 수 있는데, '코스트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체인을 걸 수도 없고(이미 효과 발동 전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즈 했기 때문), 릴리즈이기 때문에 왠만한 내성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한 턴에 한 번뿐이지만, 이걸로 육화의 필드와 몬스터 견제력은 왠만한 덱 테마들을 상회하는 강력함을 갖게 되었다.

2. 강점

1) 릴리스 라는 기믹과 맞물려 돌아가는 독특한 덱 기믹

대량 파괴, 제외, 무덤으로 보낸다 등등의 요소들이 판을 치는 유희왕이지만 릴리스 자체를 상대 견제 기믹으로 삼는 경우는 적었다. 하지만 그런 기믹이 들어간 카드들은 내성을 뚫고 들어가기 쉬워서, 카드 한 장 한 장의 가치가 상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파괴수 인데, 상대 필드 몬스터를 릴리즈 하는 파괴수 카드의 기믹은 상대 필드에 특수소환 한다는 디메리트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범용 견제로 자리매김 했다. 릴리스 내성이 있는 카드들도 있지만, 과거 어드벤스 소환을 위한 환경에서의 디메리트를 주기 위해 릴리스 할 수 없다 식의 제정이 아니면 뚫을 수 없는 기믹이 릴리스였다. 또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릴리스 하는 기믹들이 있어서 육화의 '릴리스하면 발동할 수 있다' 기믹을 충족시킨다.

육화는 릴리스가 될 때 카드 발동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릴리스 자체를 상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는 테마다. 프리체인 대상 릴리스를 날리거나(티어드롭), 내가 릴리스 할 때 상대 플레이어도 강제로 릴리스하게 만든다던가(육화의 풍화), 내 필드 몬스터를 릴리스 하고 파괴를 보호하거나(칸자시), 상대 몬스터 효과를 막고 컨트롤을 탈취해 상대 필드를 견제하는(육화의 박빙) 등등 육화는 릴리스와 관련된 독특한 기믹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육화의 릴리스 기믹은 결국 내 필드 어드벤티지 -1을 전제로 하고 있고, 다른 육화 마법/함정 카드들이 내 필드 어드벤티지를 소비하면서 까지 강력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파워 오브 더 엘리멘츠에서 추가된 두 지원(육화의 하얀공주와 육화 콩콩)으로 육화의 어드벤티지 맞교환이 비약적으로 강해졌고, 다른 덱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진 테마가 되었다.

2) '육화콩콩'

현재 육화 덱 테마의 핵심에 있는 카드이며, 육화의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필드 마법 카드다. '자신의 필드 식물족 카드를 코스트로 릴리스할 때, 대신 상대 필드의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 할 수 있다'라는 기믹으로 상대의 필드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코스트'로 릴리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카드 발동 시에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를 릴리스 한 뒤라 카드의 효과 발동은 무효로 막을 수 있어도 해당 릴리스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서 육화 테마는 자신의 필드 몬스터 릴리스 -1 어드벤티지 후 카드 효과로 +2 어드벤티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내 어드벤티지 +2를 끌어오면서 상대 필드 어드벤티지를 -1을 하여 어드벤티지 격차를 끌어낸다. 한 턴에 한 번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육화콩콩을 통한 육화 테마의 견제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전개를 진행하는 현 유희왕의 환경에서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육화콩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마법 함정 카드를 필드로 끌어와 세트하는 서치 기믹도 갖고 있는데, 노 코스트로 하루 우라라에 견제 당하지 않고 필드에 육화 마법 함정을 끌고 오는 육화콩콩의 서치는 탁월한 덱 압축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육화 마법 함정들이 스트레나에로 회수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법 함정 카드를 한 장씩만 넣고 나머지는 범용 함정이나 식물족 전개 지원 몬스터들로 구성하게끔 할 수 있어 덱 구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3) 식물족 범용 지원들과 맞물리는 전개력과 견제폭

식물족은 드래곤족이나 전사족 같은 메이저한 종족 카드군은 아니지만, 강력한 종족 범용 지원과 전개요원들이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을 자랑하는 종족 카드군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이들 종족 범용 지원들이 상당수 '릴리스' 행위와 맞물렸다는 점이다:자신 필드 위의 식물족 몬스터 하나를 릴리스하고 덱에서 식물족 하나를 특수소환하는 론 파이어 블로섬, 스스로 릴리스 해서 불어나는 이블 손, 스스로 묘지에서 튀어나오는 1랩 튜너 그로우업 벌브, 묘지에서 몬스터 하나를 제외하고 그 몬스터의 레벨만큼 자신의 레벨을 올리고 소환되는 스포어, 일반소환/특수소환 시 식물족 카드 하나를 서치하는 빛의 제너레이드 마르델 등등 찾아보면 식물족 전반을 지원하는 강력한 범용 지원들이 많다. 심지어 특수 소환을 메타하는 선인장 클로저, 마법 함정을 메타 하는 나츄르 로즈휩 등과 같은 메타 카드들도 존재한다. 순수 육화 축을 타더라도, 육화콩콩으로 세이브한 자리 만큼을 범용 지원과 전개 요원들을 투입하는 것도 가능해서 전개가 유연해지고 필드가 단단해진다.

가장 유명한 보조 축은 생아발론 축 육화가 있는데, 생시드 게니우스 로키 한 장에서 시작해서 회생의 뱅갈렌제스와 스트라네에 한 장을 깔고 프리체인 바운스와 견제를 까는 결과물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삼라 테마에서 끌고오는 용병들(무답랑, 오레이아, 아르세이, 희아궁)이나 식물 전반을 보조 지원하는 아로마 세라피 재스민 등등 전개와 견제 등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결과물들이 있어 구색은 상당히 갖춰진 편이다.

4)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필드 몬스터 견제력 및 몬스터 퍼미션

결국 1)과 2)와 맞물리는 영역인데, 육화콩콩으로 꽂히는 코스트로 릴리스 하는 견제와 몬스터 퍼미션을 제공해주면서 필드에서 식물족 몬스터 릴리스(육화콩콩을 이용해서 상대 필드 견제 가능)하고 덱으로 돌아가 후속을 준비해주는 육화의 하얀공주, 상대 플레이어 강제형 릴리스인 육화의 풍화 등등 몬스터 견제를 꽂아넣기 시작하면 상대 플레이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 육화의 몬스터 견제력이다. 심지어 상대에게 강한 견제를 꽂으면서 후속까지 챙겨오는 어드벤티지 교환은 초반부터 종반까지 덱 운영을 유연하게 만든다.

3. 약점

1) '육화콩콩'

아이러니하게도, 육화 덱의 강함은 대다수 육화콩콩의 강력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육화콩콩이 막히면 덱 플랜이 상당수 꼬인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상대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접근하는 움직임들(보탄으로 서치, 테라포밍으로 서치 등등)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투입하는데, 여기서 육화 플레이어가 육화콩콩에 접속하는데 실패하면 상대 플레이어 견제가 어려워 진다. 육화콩콩이 없던 시절 육화가 자기 필드 어드벤티지를 깎아 먹음에도 애매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덱 테마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결국은 육화콩콩에 필드에 깔려는 플레이어와 그걸 막으려는 상대 플레이어의 싸움이 육화의 게임 플레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범용과 부가 축을 잘 활용해서 허를 찌르거나 등의 숙련도가 상당히 요구된다. 그래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이 통과되지 않았을 때의 저점 플랜을 항상 생각해둬야 한다.

3) 전무한 마법 함정 견제

육화 덱의 마법/함정 퍼미션이나 제외, 하다 못해 파괴나 발동을 막는 카드 자체가 없다. 갤럭시 사이클론, 아니 사이클론 한 장만 잡혀도 순수 육화 축 위주의 덱은 그대로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통과시킬 수 밖에 없다. 육화콩콩 한 장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육화콩콩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육화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샘이다. 물론 유희왕은 몬스터 전개 위주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몬스터 퍼미션과 견제의 한 축을 꽉 잡고 있으면 상대의 플레이를 말리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견제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화의 필드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춘희 티타니얼(대상 파괴 시, 자신 필드의 식물족 하나를 릴리즈 하고 카드를 무효로 하고 파괴)이나 하이페리톤(상대 턴에 엑시즈 소재를 하나 제거하고, 그 종류와 동일한 카드의 효과를 무효로 파괴) 같은 몬스터 카드를 쓰거나, 폴리노시스, 신의 심판 같은 카운터 함정 카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테마군에 비해서는 부족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3)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소환 제약과 열악한 식물족 고랭크 피니셔들

우수한 서치 카드인 육화의 한 조각이나 조건 없는 자체 패 특수소환이 되는 육화의 하얀공주, 식물족이랑 같이 나오면서 자체 엑시즈 소재를 충당하고 엑시즈 레벨 조정을 하는 스노드롭까지 육화 각각 몬스터 카드들은 나름 성능은 준수한 편이지만, 주요한 카드 전개 루트를 탈 때마다 식물족 제약이 걸리기 때문에 식물족 고랭크 엑시즈나 링크 몬스터를 결과물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이 고랭크, 고링크 엑스트라 덱의 식물족 몬스터들은 실제 범용적이고 실전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카드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육화 엑스트라 몬스터들과 삼라 테마 엑시즈 몬스터들, 신수수 하이페리톤 정도가 범용적으로 채용 가능한 몬스터들이다. 이들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엑시즈 8축 범용 용병(타이타닉 갤럭시, 딩기르수 - 페인게이너 - 세븐신즈 같은)이나 4축, 6축 범용 용병, 링크 피니셔(엑세스 코드 토커 같은)들을 채용할 수 없어서 전략과 대응의 폭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범용 용병 채용이 어려운 점은 전술할 문제와 맞물리게 되는데, 마법/함정 카드 퍼미션이나 파괴/제외 카드가 필요한 육화의 가려운 부분을 더 가렵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타이타닉 갤럭시의 1회 마법 퍼미션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한데 식물족 소환 제약에 걸려서 상대에게 마법과 함정 견제를 활짝 열어주게 된다. 심지어 메인 덱에 춘희 티타니얼이나 폴리노시스 같은 카드까지 투입을 절실히 고려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4. 운영 핵심 포인트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 플레이를 고려, 육화콩콩의 보호

육화콩콩의 등장 이후, 육화의 덱 압축 능력, 서치 능력, 견제 능력은 놀라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상대 턴에 프리 체인 릴리즈와 코스트로 상대 몬스터 릴리즈 같은 어드벤티지 격차를 벌리는 플레이를 계속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턴 킬 각을 잡을 수 있고 이는 육화 덱의 강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육화콩콩이라는 명백히 보이는 덱의 엔진과 마법/함정 퍼미션이 없다는 점은 육화콩콩에 대한 견제를 너무 쉽게 허용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렇기에 육화 덱 플레이어는 항상 육화콩콩을 깔아두거나 패에 잡고 있더라도 '육화콩콩이 없을 때의 저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난한 저점은 스트레나에를 소환한 뒤에 하얀공주를 묘지에 두거나 패에 들고 있다 몬스터 견제가 날아올 때, 소재를 가진 스트레나에를 육화의 하얀공주의 효과 발동 코스트로 릴리즈하여 5렙 이상의 식물족 엑시즈 몬스터를 상대/자신의 턴에 깔아두는 것이다. 상대 몬스터 효과를 육화의 하얀공주 1퍼미션으로 빼면서 스트레나에의 릴리즈 효과를 이용하여 후속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 저점은 생각보다 어드벤티지 소모가 적고(육화의 하얀공주는 덱으로 돌아가서 후속을 준비해주며, 보통 육화의 하얀공주를 엑시즈 소재로 한 스트레나에가 엑시즈 소재로 하얀공주를 버리고 묘지의 육화 카드를 한 장 패로 회수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원 소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후속을 꺼낼 수 있기 때문에(몬스터 퍼미션이 필요하면 신수수 하이페리톤을, 프리 체인 릴리즈 견제가 필요하면 티어드롭) 괜찮은 저점 필드라 할 수 있다. 스트레나에의 소환을 위한 4렙 엑시즈 소재 두 채를 소환하는 것은 육화와 범용 식물 전개에서 충분히 쉽게 해낼 수 있다.

육화콩콩을 보호하기 위해서 육화 플레이어는 육화콩콩에 꽂힐 수 있는 파괴 제외 견제들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다행이도 스트레나에가 육화콩콩을 묘지에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일반소환/특수소환된 보탄이 육화 마법 함정 카드를 서치하기 때문에 육화콩콩에 접속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차라리 육화콩콩을 두 장 이상 잡고 있다던가, 상대의 세트 카드나 플레이 패턴을 관찰하면서 견제를 케어하는 플레이를 취해야 한다.

5. 결론

최고 티어권 끼리 붙는 환경이 아니면 적당히 강력한 파워의 덱.

육화는 충분히 좋은 덱이고 상대하는 테마와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강력한 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티어덱과 같은 폭발적인 강력함이나 완절무결함을 갖추고 있는 테마는 아니라서, 자신의 약점을 케어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같이 진행하는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당히 강하면서 적당히 재밌고 머리굴리는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육화는 충분히 좋은 테마라 할 수 있다.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풀 한포기 없이No Blade of Grass는 1970년대 영국 B급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 명확하다:환경재해로 인해서 농작물들과 풀이 말라죽는 질병이 횡횡하고, 전세계적인 기아로 인해 문명 사회는 파괴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주인공 가족들은 도시를 탈출해 농장을 가진 형에게 가는 것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다. 현대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시초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매드맥스나 후에 등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전형을 충실하게 따른다. 물론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고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풀 한포기 없이는 그 괴악한 감수성과 전개로 인하여 나름 B급 영화에서 컬트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풀 한포기 없이의 독특함은 모든 인물들이 폭력을 행하거나 도덕을 버리는 모든 과정들을 거침없고 빠른 속도감으로 처리한다는데 있다. 주인공 일행이 총기상을 털려다가 잡혔을 때 직원을 설득해서 총포상 점장을 죽이고 총기를 터는 과정이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지는 점,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주인공이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데리고 별 망설임 없이 형의 무리를 공격해서 죽이고 농장을 차지하자고 판단하는 등 모든 것들이 신곡하고 효율적이고 즉문즉답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들은 일반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즉문즉답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빠른 판단과 어설픈 플래시 포워드(미래의 시퀸스가 겹쳐보이는 것), 싸구려 배경과 황량한 영국의 풍광과 겹쳐지면서 독특함을 발산한다.

위와 같은 점에서 본다면 풀 한포기 없이는 B급 영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다른 메이저 스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미학, 논리 구조 등등은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행위의 과감함에 이끌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소수의 팬들에게 열광받는 이런 영화들을 우리는 컬트 영화라 부른다.

풀 한포기 없이의 컬트 영화로의 매력은 아포칼립스 영화 치고도 극단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해방감과 광기들은 '세상이 질서가 무너지고 끝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는가' 라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아포칼립스 영화의 시조라 할 수 있는(일반적인 아포칼립스 영화인 매드맥스 1,2편보다도 10년 정도 앞섰다) 이 영화는 일종의 해방감(도덕과 질서가 무너졌을 때, 극도의 무질서함에서 얻어지는 쾌감)보다는 절망감에 잡혀있는데, 이는 영화가 나온 70년대의 환경 문제와 당시 영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환경 파괴로 동식물이 죽어가고 있는 점과 영국 경제의 붕괴로 사회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망감은 멸망 자체를 일종의 해방구로 보기보다는 생존자들을 생존 논리에 맞춰 생각하며 망가지고 거기서 느끼는 절망감에 주력했다.

풀 한포기 없이는 일종의 착취물Exploitation이라 할 수 있는 장르지만, 일반적인 착취물과는 다르다. 착취물의 일반적인 장르 특성 상 살해와 강탈, 강간 등의 다양하고도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논리와 영상 구조라는 것이다. 플래시 포워드와 이상하게 등장하는 스틸 컷의 괴악함, 기존의 도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빠르고 쿨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까지 오히려 가장 극단적인 장면들만 모아두고 유튜브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자극적인 렉카 영상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유튜브의 자극적인 부분과 달리 풀 한포기 없이는 더 '뻔뻔함'이 두드러진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그런 바보 같고 얼척없는 것들을 마치 정상적인 일인 것 마냥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행한다. 

풀 한포기 없이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인 영화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허술하고, 쓸데없이 자극적이며, 영화의 내적 논리나 연출 등등 중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뻔뻔함과 괴악함,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짙은 절망감은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풀 한포기 없이가 갖게 만들어 주었다. 컬트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은 관람해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ㅏ. 

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장 뤽 고다르의 영화는 네 멋대로 해라는 기본적으로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와 프랑스 느와르 영화의 패러디였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슬래커(현학적으로 노가리를 까며 노동을 거부하는 사람들)들의 장광설과 점프 컷들, 의식의 흐름과 성에 대한 개방된 의식까지, 60년대라는 배경과 함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장 뤽 고다르라는 영화 감독이 이 세상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순간이자, 그로부터 이어지는 영화의 사조가 등장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영화를 직접 봤던 본인에게 있어서 첫 작품인 네 멋대로 해라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보는 순서의 잘못일 수 있다:본인은 네 멋대로 해라를 보기 이전에 네 멋대로 해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데이브 홀츠만의 일기, 네이키드, 심플 맨, 스캐너 다클리 같은 작품들을 먼저 봤다. 스타일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 뤽 고다르의 스타일을 흡수시켜서 발전시켰기 때문에 네 멋대로 해라는 투박한 작품이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문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네 멋대로 해라는 오히려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인다:경찰을 죽인 범죄자, 연인, 도주와 파멸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 이전 프랑스 느와르 영화들의 특징이었다. 여기에 고다르는 자신의 스타일을 집어넣으면서 일종의 느와르 영화에 대한 '조롱'을 만들어낸 샘이었다. 가볍고, 횡설수설하고, 섹스를 탐닉하며, 사회를 겉도는 범죄자는 기존 프랑스 느와르의 범죄자와 달랐다. 이러한 괴리가 그 당시 영화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리고 프랑스 느와르의 진중함과 다른 젊은 예술가의 에고와 자의식이 묻어나왔다. 분명 이 영화가 고다르의 시작이긴 했지만, 동시에 느와르의 패러디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었기에 그런 치기 어림이 스타일로 완성되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족했다.

경멸은 그런 의미에서 본인에게 어떻게 보면 '감독으로 고다르'를 확인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극작가 남성이 아내로부터 경멸 받고 버림 받는 과정을 다루는 이 영화는 고다르가 어째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다양한 상징들과 장면들이 직교하여 영화의 형태로 컨텍스트를 구축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다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게끔(번역의 문제, 예술의 문제, 뮤즈의  남자와 여자의 문제 등등) 여지를 만들어 둔 작품이었다.

하지만 경멸의 특이한 부분들은 그렇게 다양한 컨텍스트를 언어로 풀어내기 보다는 영상과 대화의 형태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야망을 가진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영화 내에 우겨넣고 감상자가 소화해내기를 강요한다면, 경멸은 대화의 텍스트가 어렵지 않고 반복적이지만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속에서 무언가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심한듯이 툭툭 던지는 이미지들(샤워 후 입는 토가의 이미지, 가발 등등)과 서로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엇나감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들, 인물과 컷이 변화하는 과정들까지 미묘한 부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경멸의 생뚱맞은 이미지들의 배치(일리어드, 오딧세이, 호메로스 등등)이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들은 어떤 의미에서 루이스 부뉴엘을 연상케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부뉴엘에게서 느껴지는 허무감과 극단론과 달리 고다르의 이미지들은 좀 더 정교하고 정제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이미지 중심으로 컷과 시퀸스를 구성하는(필름 통을 원반 던지기 하듯이 갖고 노는 미국인 제작자, 유리없는 뚫린 문을 오가는 주인공 부부 등등) 부분들은 분명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할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실험적인 이미지를 시도한 고다르의 작품을 봐야겠지만, 경멸은 고다르의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1 ··· 11 12 13 14 15 16 17 ··· 579
블로그 이미지

IT'S BUSINESS TIME!-PUG PUG PUG

Levi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