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6의 발매는 격투 게임 장르를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린 작품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개발 철학이 혁신적인 시스템들에 기반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필살기 원버튼 지정, 공방 흐름과 상성을 명확하게 다듬은 시스템 구조 등은 이미 이전부터 많은 격투 게임들이 시도했던 것들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강점은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에서 온게 아니고 '이전에 존재했던 개념들을 잘 다듬었다'에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개념들을 선행적으로 테스트한 회사가 아크 시스템 웍스일 것이다.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들은 '아니메 격게'라는 격투 게임 장르와 영역을 개척한 아크 시스템 웍스는 오랫동안 매니아들에게조차 어려운 게임으로 악명 높은 격투 게임들을 만들어왔다. 블레이블루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전형적인 파동승룡 케릭터인 진과 라그나를 빼면 거의 대다수의 케릭터들은 다른 격투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운영과 공방 방식을 자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케릭터들이 마치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기에 콜라보 작품이었던 크로스 태그 배틀이 초기에는 초보와 신규 유입을 위해서 조작 체계를 일신하고,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많은 작업들을 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블레이블루보다도 더 악명 높은 격투 게임이 블레이블루 크로스 태그 배틀일 것이다:콜라보로 등장한 다양한 케릭터들과 같이 싸운다는 컨셉의 게임은 상중하단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이나 공격 위치를 교란하는 공방 등 격투 게임에 있어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방식의 공방이 존재했다. 태그 배틀이라는 기본 개념 자체가 게임의 공방을 격투 게임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게 만든 점이 크로스 태그 배틀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쉬운 난이도의 시스템들은 이러한 태그 배틀의 기형적인 부분을 어느정도 보완하려 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가 이런 식이라는 점이다:게임의 복잡한 부분들의 문턱을 숨기거나 완화시키기 위해서 쉬운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인 점은 아크 시스템 웍스의 게임들 상당수가 '격투 게임' 관점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지향점이 다소 모호하다는데 있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나 그랑블루 판타지 같은 게임들이나 기본적으로 아크 시스템 웍스가 게임으로 지향한 부분은 일종의 '재현'이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강하고 멋있고 빠른 게임 페이스의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격투 게임으로서의 통일성은 다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게임 시스템을 격투 게임의 공방 흐름에 맞춰서 일신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잘 다듬었다 하더라도 게임이 '직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폭권 토너먼트의 케이스가 그러하다 할 수 있다. 폭권은 격투 게임의 모든 공방 흐름을 '타격' - '잡기' - '가드 포인트가 달린 타격'으로 나누었다. 타격은 잡기를 이기고, 가드 포인트가 달린 공격은 타격을 이기고, 잡기는 가드 포인트가 달린 공격을 이긴다. 이렇게 직관적인 상성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폭권은 격투 게임의 공방 흐름을 '눈에 보이게끔' 구현하면서도 동시에 플레이어가 그 흐름을 읽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폭권 토너먼트는 이러한 시스템을 단순화시키고 깔끔하게 쳐내고 다듬으면서 몇몇 부분에서 '비직관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필드전과 1대1 대전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고 체력 회복 요소를 집어넣은 것이 그 예시인데, 폭권의 공방 흐름을 계속 유지하였을 때 벽몰이에서 플레이어가 탈출할 수 없다던가, 1대1 대전만 존재할 경우에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포켓몬들의 공방 흐름을 다변화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나눈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위적인 흐름들이 게임 밸런스나 흐름 측면에서 꼭 필요했다 하더라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위화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화감이 폭권 토너먼트라는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쉽게 만들고자 한' 격투 게임의 케이스들을 생각한다면, 항상 쉽게 만들기 위해서 시스템을 다듬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가 '쉬우면서 직관적이지만 깊이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게임 전반을 다듬은 부분은 바로 프레임의 이득과 손실, 일종의 경제학적인 영역이다. 예를 들어서 드라이브 임펙트의 경우, 실제 공격이 발동하는 시점까지 약 20여 프레임 정도의 여유가 있고, 보통은 약손이나 중손으로 히트 스탑을 건 후 역으로 드라이브 임펙트를 걸거나 3히트 이상으로 타격을 걸면 드라이브 임펙트를 깨부술 수 있다. 혹은 점프로 상대를 넘어가서 역가드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 완벽하게 유리한 선택지는 없어서 플레이어가 '리스크를 지고 선택해야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의 득실의 경제학을 성립하는 것은 공격 옵션들의 카테고리를 크게 약/중/강과 드라이브 시스템들을 발동 프레임, 발생 프레임, 그리고 가드 딜레이와 리치 등을 활용해서 일종의 '카테고리화' 시킨 것이 핵심이다. 비록 모든 케릭터들의 공격이나 잡기, 심지어는 공통 시스템인 드라이브 시스템의 성능이 서로 다르긴 해도 상대 방어에 대응할 때 있어서 분명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뜯어본다면 모두 다른 성능의 기술들이긴 하지만,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에서 '대응 옵션'을 갖추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의 프레임의 경제학은 전체 게임 플레이를 유형화 시키지만, 시스템이라는 거시적인 틀로 묶지 않아서 '강제적인 흐름'을 만들지 않았다. 또한 캡콤이 스트리트 파이터 6를 통해서 격투 게임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격투 게임에서 공방의 흐름에서 생기는 재미를 구현하는 것)가 명확했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도 간단한 프레임의 흐름에서 게임을 구현한다는 수단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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