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선브레이크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통상적으로 나온 G급(이제는 마스터 급이지만) 확장팩이다. 라이즈의 등장이 월드와 기존 더블 크로스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몬스터 헌터의 지평을 열긴 했었다. 그러나 라이즈는 동시에 전작인 기존 월드가 오랫동안 업데이트를 통해서 쌓아왔던 게임 콘탠츠를 따라가지 못했던 부분들 때문에 초반의 호평에 비해서 상당한 악평을 받았던 부분들이 있다. 결국 라이즈의 없데이트라는 악명으로 사람들은 후속 콘텐츠를 해금해주는 대형 확장팩 선브레이크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확장팩 선브레이크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선브레이크의 라이즈 개선 방향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질적인 개선이다. 선브레이크는 다양한 수렵 기술들을 추가한 다음에 신속 교체라는 시스템을 추가하였다. 플레이어는 특정한 버튼 조작으로 수렵 기술을 미리 세팅해둔 수렵교체 기술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게임 플레이 방법은 상당히 단순한 방법이긴 하지만, 라이즈 시절의 시스템과 큰 차별성을 만들어준다. 기존에는 하나의 수렵 기술과 버프 조합만을 다룰 수 있었다면, 이제는 서로 다른 두 사냥 기술들을 조합해서 독특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쌍검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기존 쌍검은 지상 무빙을 중요시 여기는 흐름(돌진 베기, 슬라이딩 베기 등)이나 공중 공격으로 이어주는 흐름(귀인 공무, 망루 뛰기 등)이 존재했었고, 이 두 흐름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속 교체의 추가로 인해서 두 스킬셋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조합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귀인화 게이지를 채우는 건 느리지만 데미지가 늘어나는 귀인화 짐승과 빠르게 귀인 게이지를 채울 수 있는 일반 귀인화를 오가면서, '귀인게이지는 일반 귀인화로 채우고, 주력 딜링은 신속 교체로 바꿔서 귀인화 짐승으로 한다' 라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구현한다. 기존 라이즈에도 몇몇 수렵 기술들이나 스타일이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였지만, 구성을 다앙하게 바꾸는 것이 어려워 결국은 하나의 스타일만 살아남게 되었는데, 신속 교체를 통해서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전반적인 무기 벨런스 조정도 가해졌다. 원본이 태도 편애로 논란이 될 정도로 무기 벨런스가 엉망진창이었다. 썬브레이크는 랜스와 건랜스 등의 무기들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강한 태도의 딜을 너프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는 강한 무기들에 대해서 특별한 너프를 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태도가 그만큼 얼척없을 정도로 강하긴 했지만, 무기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강한 무기의 딜을 줄이는 확장판은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기믹들을 재활용하면 이전 수준의 딜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능숙하게 무기를 다루는가'라는 분명한 디자인 철학이 생겼다고 할 수 있는데, 여타 무기들(수렵피리나 건랜스 같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서 무기의 딜 자체가 상향 평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브레이크는 이전 몬스터 헌터 시리즈보다 무기 디자인 철학을 갈고 다듬어서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선브레이크의 두번째 개선점은 양적인 부분이다. 우선 G급(이제는 마스터 랭크)을 추가한 부분들이나 아종이 추가된 부분들은 의례 G급 확장판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부분이긴 하다. 아쉽게도 전작의 백룡야행이나 주인 개체들은 업데이트에서 그 기조를 유지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콘탠츠인 괴이화를 추가 되었다. 괴이화는 이전 영맹화나 극한 개체, 광룡 개체 같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크로스나 더블 크로스의 영맹화처럼 괴이화 시스템은 괴이 개체의 체력을 늘렸으며, 특정 부분에 번쩍거리는 이펙트 부분에 공격을 집중해야한다. 이 부분에 공격을 집중시키면 데미지 축적량에 따라 큰 데미지를 주며 터진다. 하지만 몬스터에게 이러한 식의 경직을 주지 못하면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즉,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에 숙련되어 빠르게 클리어하는가가 관건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선브레이크 발매 후, 업데이트로 추가된 괴이연성과 괴이 강화 역시 게임의 콘탠츠를 늘리는 요소라 할 수 있다. 4의 길드 퀘스트처럼 퀘스트를 레벨업 시킨다는 괴이 탐색은 괴이화 개체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얻는 재화를 이용해 장비를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괴이 연성의 경우 장비에 무작위의 스킬과 내성을 붙이는 시스템인데, 기존의 길드 퀘스트에서 장비를 발굴하는 것처럼 장비 계속해서 원하는 옵션이 나올때까지 강화해나가는 방식이다. 일종의 가챠 시스템이라 할 수 있지만, 원하는 장비가 나올 때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해서 스트레스를 유발했던 길드 퀘스트에 비하면 괴이 강화는 플레이어가 장비를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원하는 옵션이 나올 때까지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저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선브레이크는 라이즈 이후 캡콤이 몬스터 헌터라는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훌륭하게 답을 내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라이즈 자체도 훌륭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부득이하게 그것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면 선브레이크는 라이즈가 그동안 미쳐하지 못했던 것을 훌륭하게 이루었다 할 수 있다. 라이즈를 구매했거나 몬헌을 처음 해보거나, 혹은 몬헌을 사랑한다면 선브레이크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잡담/개인적인 이야기

 

 

구에엑 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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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만화, 영화 이야기

 

반지의 제왕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블록버스터 영화의 흐름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그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타워즈:보이지 않는 위협을 예로 들어보자. 스타워즈:보이지 않는 위협은 컴퓨터 그래픽을 대규모로 적용한 블록버스터였는데, 가장 유명한 자자 빙크스나 마지막 클라이맥스 전투장면에서 수많은 드로이드 병사들과 주인공 일행이 격돌하는 CG 장면들을 대거 채용하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미적지근할 수 밖에 없었는데, 본질적으로 CG와 배우들의 연기 사이에 비롯된 괴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자 빙크스는 아직까지도 팬덤의 증오를 받는 케릭터로도 악명을 떨쳤는데, 이는 케릭터의 성격 뿐만이 아니라 배우들 사이에서 묘한 어색함을 만들어낸 이유도 한몫했다. 하지만 CG의 등장은 블록버스터 영화 업계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반지의 제왕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은 CG를 이용하면서도 '대규모 전투나 특정 부분에서 특수분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수분장 자체는 00년 이전 고전적인 헐리웃 영화나 B급 영화나 고어 영화 등에서 자주 사용했던 테크닉으로 어떻게 보면 진부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피터 잭슨은 이 오래된 전통을 훌륭하게 살렸을 뿐만 아니라(카메라 앵글 내에서 주로 일어나는 전투들은 모두 특수분장과 액션으로 묘사하되, 규모가 큰 행군 장면 같은 부분들은 CG로 처리) CG에 비해서 오히려 값싸게 촬영함으로써 여전히 특수분장이 현역임을 과시하였다.

반지의 제왕의 케이스와 스타워즈의 케이스를 서로 비교해서 본다면, 그것은 바로 '질감'의 차이일 것이다. CG로 만들어진 드로이드들의 쨍하고 깔끔한 느낌은 어딘가 기존 배우들이나 세트의 질감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소품이나 분장 등으로 구성할 수 없는 물건이나 씬의 구성 등은 분명 CG밖에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특수분장과 창작자들이 만든 소품들은 CG로 만들어진 물건들의 분위기와 다르며, 무엇보다 현실의 배우나 세트의 질감과 통일감을 이루게 되어 독특함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이런 것들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들이 고어와 끈적거리는 것들에 대한 질감일 것이다:살의 번들거림, 내장의 축축함, 오물의 탁한 색깔 등은 CG로 만들어질 때와 특수분장으로 만들어질 때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한 때 과거의 주류였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찰흙이나 인형들을 이용해서 컷단위로 사진을 찍어 촬영한 후, 그것을 이어서 마치 인형이 움직이게끔 구성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로보캅이나 스타워즈와 같은 과거 영화들의 특수효과 전반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뚝뚝 끊기는 질감과 다른 세트와 별개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질감은 결국 더 나은 기술인 CG로 넘어가는 이유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완전히 절멸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인 매드갓은 그러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정점에 선 필 티펫 감독의 작품이다. 로보캅이나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의 특수효과를 만든 이력이 있는 필 티펫은 이 매드갓을 찍기 위해서 30년을 투자하였다. 바벨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레위기로부터 시작하는 매드갓은 파괴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들의 연속으로 구성하였다. 축축한 고기덩어리와 점액질의 끈적함, 탁한 액체들 등으로 구성된 매드갓의 디스토피아는 극단적인 신체의 변질과 분해, 전쟁, 파괴, 죽음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매드갓에서의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쓰레기와 폐기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진 덩어리들은 구역질나는 점액질들을 뱉어내며 먼지로 만들어진 사람들을 핍박하고, 의사는 병사의 몸에서 피에 젖은 귀금속들을 뜯어낸다. 매드갓의 강렬한 이미지들은 전적으로 '실제 존재하는 물건들의 질감'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디스토피아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의 질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질감이 실제의 인물이나 세트의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어딘가 이질적이고 뚝뚝 끊겨보이는 움직임,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게 부풀어 버린 살덩어리나 인물들의 움직임을 이질적으로 구성한다. 

혹자는 매드갓의 메타포가 죽어버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기도 한다:한 때 시대를 풍미했었던 스톱 모션은 이제 매이저 스트림에서 벗어나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강력한 이미지들은 여전히 지금에도 통용된다. 잔혹하게 해체된 병사에게서 때어낸 기괴한 태아는 곱게 갈려나가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 쇠락하는 프로세스를 다시 구성한다. 대사나 나레이션 없이 도달하는 매드갓의 강렬한 이미지들은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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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 매거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 프랜차이즈를 꼽는다면 당연 콜 오브 듀티가 될 것이다. 매년 북미 최대의 게임 판매고를 올리는 게임, 매년 나오는데도 1000만 장 넘게 팔리는 게임, 2차 대전에서 시작해서 현대전 미래전을 오가는 게임, 전통적인 팀 데스매치류의 게임에서 워존이라는 배틀로얄 양식의 게임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콜옵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왕국이다.   
 
그러나 여타 트리플 A 게임들과 조금 다르게 판매량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애증을 한몸에 받는 프랜차이즈이며, '가장 많이 팔리면서 가장 싸게 만들어지는 트리플 A 게임'이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는 유명한 사례는 블옵 1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블옵 1편에 대한 포스트 모템(개발 이후에 개발 뒷 이야기를 회고하는 자리)에서 개발자들은 첫 미션인 쿠바 미션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버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개발자들은 NPC들이 특정 경로로 이동한 경우 계속해서 게임이 튕기는 치명적인 버그를 발견하였는데, 여기서 제시된 해결책은 버그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버그가 발생하는 경로에 NPC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탁자를 놓아서 버그 발생 조건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론은 언뜻 보기에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는 참신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에서 단지 '눈속임'에 불과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때워버리는 방법론이야말로 콜옵 시리즈의 본질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콜옵 시리즈는 2007년 전설적인 모던 워페어 1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고, '아직도' 2007년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빠른 TTK, 자극적인 연출과 장면에만 집중하는 시나리오, 킬스트릭과 같이 승자가 모든걸 취하는 구조의 멀티 플레이 구조, 바뀌지 않는 게임 플레이 등등은 07년도 모던 워페어에서 21년 뱅가드까지 모두 비슷하다. 심지어 중간에 미래전을 다뤘던 외도기에도 이러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트리플 A 게임이 잘 팔리는 이유와 콜옵 시리즈가 잘 팔리는 이유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게임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잘 만든 게임이 잘 팔린다’는 명제를 믿는다. 그러나 콜옵은 잘 만들었기 때문에 팔리는 게임이 절대 아니다. 가장 엉망이었던 콜옵인 고스트나 인피닛 워페어의 요소들(거대하고 복잡한 맵 등)은 계속해서 모던 워페어 리부트를 통해 콜옵에 숨쉬고 있고,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총기 업그레이드 시스템이나 무기 판매 BM 등 역시도 콜드 워와 뱅가드에 계속해서 살아 있다. 콜옵 프랜차이즈의 성공과 실패는 각각 작품들의 성공과 실패가 아닌 프랜차이즈 전체의 것이었다. 
 
그리고 콜옵 프랜차이즈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 콜옵이 팔리는 핵심은 '모든 것은 콜옵이 된다'이다. 한 때 현대전에 사로잡혀 있을 때, 콜옵은 새로운 트랜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미래전을 받아들이고, 배틀로얄 장르가 흥행하고 있었을 때는 배틀로얄 장르를 도입하며, 배틀로얄 장르에 배틀 패스를 도입하고, 싱글플레이를 없애는 실험과 좀비 코옵 모드를 넣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테스트했다. 심지어는 타르코프 스타일의 멀티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루머도 있다. 콜옵은 장르를 리딩하진 않지만, 장르의 성실한 팔로워로써 베낄 수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베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옵은 하드코어한 게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프랜차이즈다. 이미 콜옵의 대체제들은 수도 없이 많다. 콜옵을 만들었던 제작자들의 타이탄폴은 콜옵식 킬스트릭 중심의 데스매치를 완벽하게 재창조시켰다. 워존이 콜옵식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배틀로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장르적 분화를 거치고 있는 배틀로얄들을 생각한다면 유일무이한 배틀로얄 게임이라고 이야기하기도 무리가 있다. 분명 콜옵 좀비 모드는 적당히 즐길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독으로 구성된 코옵 멀티플레이 게임만하진 않다. 뭐 하나만을 놓고 구매하기에는 콜옵은 확실히 부족하다. 
 
그러나 하드코어한 게임 소비자가 아닌 일반적인 대중들을 상대로 한다면, 콜옵은 분명 매력적인 장르다. 이런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게임 정보를 찾으러 돌아다니지도 않고, 1년에 게임을 여러개 구매하지도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적이며 익숙하며, 적당히 작동하고 다양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이다. 이는 동시에 콜옵이 매년 동일한 구매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게임 구매 템포는 그렇게 짧지 않다. 이들은 한달에 두 세개 이상의 게임을 구매하며 게임을 서로 갈아치우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의 게임을 질릴 때까지 플레이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하드코어 게임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만한 부분들이 생긴다. 상당수의 멀티플레이 게임들은 게임 발매 후 한달에서 두달 사이에 상당수의 활성 유저들이 빠져나가고 그 게임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소위 고인물들의 게임들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게임 매칭 텀은 점점 길어지고 매칭의 질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게임의 매칭 환경은 더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콜옵의 경우, 유저 풀들이 넓어서 매칭의 질이 금방 떨어지지 않고, 매칭도 빠르게 잡히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다. 아무리 리스폰 구조가 엉망이고, 맵이 복잡해서 장거리 저격에 당하기 쉽고, TTK가 짧아서 파리목숨마냥 픽픽 죽어나가도, 여전히 콜옵은 자극적이고 재밌는 멀티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콜옵을 구매하는 이유는 그저 '잘 만든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콜옵은 잘 만든 게임이 아니다. 그저 그럭저럭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게임을 구성한 과거의 게임이다. 액티비전은 이미 존재하는 트렌드를 섞어서 마치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것처럼 마케팅하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으며, 콜옵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에게 잘 포장되어 내어지는 상품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마케팅과 포장 방법론들은 현대 게임 산업에 있어서 무너지지 않는 절대 강자를 만들어내었으며, 결과적으로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물론이고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도 어느 정도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들이 콜옵을 구매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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