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기운에 해롱해롱하면서 쓴 글입니다.
그냥 뻘글이다 생각하고 넘어가세요(......)
1.오타쿠 인생(게임이든, 애니든 뭐든 간에!)을 걸어온지 근 6년. 6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아니 일반적인 상식에 의거해서 판단하면 오타쿠라든가 취미생활이라든가 뭐든지 경제학적으로 극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삶을 산다면 코스트 제로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뭐든지 카페든 파일 공유 서비스든 토렌트든 거의 제로에 가까운 코스트로 취미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의 기본 의식은 이제 '컨텐츠를 돈을 주고 산다'가 아니라 '컨텐츠를 구해서 본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단돈 몇백원, 혹은 그보다 더 적은 비용을 들여서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애니를 보고, 소설을 볼 수 있는데 왜 돈주고 그런 짓을 하냐고. 그런 귀한 돈을 왜 그런데다 낭비하냐고.
What a Shame.
2.그런데 사실 우리가 오타쿠 인생을 향유하는데 있어서, '컨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산다'라는 개념을 제외하면 컨텐츠를 돈주고 살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덕? 법? 윤리? 문화? 사실, 우리는 문화적인 아노미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을주고 컨텐츠 사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주고 무언가를 얻는게 아니라, 최소한의 대가를 주고 무언가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하는게 당연한게 아니냐고.
어떤 의미에서 슬픈 사회다. 우리는 '효율'이라는 명목 하에서 적어도 상품에 정당한 대가를 주는 일, 그리고 상품과 관계 맺기, 혹은 추억을 만드는 일들은 통째로 무시당하고 있다. 어떤 학자는 상품과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오타쿠 소비 계층을 '물건에 페티시즘을 표현하는' 집단이라고 표현하였는데, 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시발아 엿이나 쳐먹으라고. 지금 이 사회 자체가 하나의 페티시즘 사회 아닌가. 돈, 젊음, 명예 등등의 물신만능주의가 사회 자체를 역겨운 형태로 비틀어 놓은 상태에서 그것을 정상이라고 우기는 사회 아래서, 누가 감히 누구를 페티시즘의 관계학이라고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오타쿠들은 그런점에서 솔직하다. 적어도 그것이 패티시즘임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3.하지만 난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다. 나는 오타쿠의 '소비'의 '정당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오타쿠적인 소비는 극도로 과잉소비다. 소위 '상식적'으로 어떤 미친놈이 블루레이에 2화씩 들어가고 특전도 없는 일상 BD를 사겠는가? '상식적'으로 어떤 미친놈이 책 한권에 5만원 가까이 하는 TRPG 룰북을 사겠는가? 적어도 그런 물건들을 사는데 있어서 나는 세상과 나의 일반적인 시선으로부터 떳떳해지고 싶다. 적어도 내가 계획적으로 총알을 장전하고 장바구니에 책을 잔뜩 담아놓은걸 구매할때 비상식적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4.나는 소비를 하나의 관계 맺기라고 본다. 누군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소비는 분명하게 관계 맺기다. 어떤 이는 '돈'이라는 가치 매개를 통해서 맺는 관계는 올바르지 못한 관계라고 한다. 일면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렸다. 구매 라는 것은 돈을 매개로 한 형식적인 관계다. 형식은 가치 중립적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든 판매자든 적어도 그 관계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면서, 동시에 서로를 정신적으로 충족시키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내가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은, 판매자와 컨텐츠에 대한 감사와 성의를 드러내는 것이며, 정당한 관계 맺기의 표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5.그런데 위와 같은 망상은 이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
"나는 좋아한다, 고로 나는 지른다."
Q.E.D
6.근데 난 지금 왜 이런글을 쓰고 있단 말인가. 이부프로팬 두알 먹었다고 이래도 되는건가. 난 도대체 누구인가.